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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나는 여행 경비

 

말걸기[시베리아-몽골 여행의 탄생] 에 관련된 글.

 

 

러시아의 물가가 비쌀 리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더 정확히는 유럽의 러시아가 아니라 아시아의 러시아, 즉 시베리아의 물가가 비싸면 얼마나 비싸겠는가.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동네 물가는 여의도 물가 뺨친다. 사람들은 여의도 물가의 특징을 잘 모르는데, 이 동네 물가의 특징은, 기본 가격은 상당하고 '싼 것'은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홍대앞이나 강남역 동네에서는 비싼 데도 많지만 싼 데 찾기도 어렵지 않다. 이것 참. 러시아 동쪽 동네 물가가 여의도 물가라니... 어딜 가든 먹고 자는 데 싼 곳은 있기 마련이다. 블라디보스톡이나 하바로브스크, 이르쿠츠크에도 싼 데는 있겠지. 근데 어디 있느냐 말이지.

 

한국에서 정보 구하기가 어려우니, 현지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이들(여행업자/숙박업자)이 제시하는 가격에 먹고 자고 이동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사이트에 문의글도 올리고 이곳 저곳 메일도 보내고 여행 경비로 얼마를 준비해야 할 지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오늘은 몇 통의 답신 메일과 인터넷 서핑의 결과를 모아 [시베리아-몽골 여행]의 예산을 짜 보았다. 환율 계산해 주는 사이트까지 찾아가면서.

 

ㅇㅇㅇ만 원이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 셈에 넣지 못한 경비가 있다. 정보가 부족해서 다시 알아봐야 하는 몇 군데 관광비용이다. 오마나! 얼마나 더 필요할까. 처음 여행을 가야겠다고 맘 먹을 때에 비해 100만 원이 오바하는 비용이다. 이건 하루가 멀다 인플레이션이 심한 러시아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7월부터 열차삯이 또 오른단다.

 

나 혼자만의 즐거운 상상으로 잼나는 여행을 꿈꾸다가도 이런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하니 김이 좀 샌다. 주머니가 두둑해서 돈 많이 들든지 말든지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일단 가고 봤으면 좋겠다.

 

 

불어나는 여행 경비에 주위 사람들이 한 마디씩 훈수를 둔다. 누구는 블라디보스톡에 가서 $100 같은 고액 달라 지폐를 보이면 칼 맞는단다. 또 누구는 세계여행 이리저리 다 가봐서 더 이상 갈 데 없는 사람들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탄단다. 아주 겁을 먹게 만드는 멘트다. 내가 여행갈 때 들쳐 메고 가야 할 가방 한 보따리는 400만 원 정도한다. 카메라 가방. 달라 지폐는 커봐야 $100이지만 이 가방은 $4,000나 되는데 나 더러 칼 맞으라는 거냐. >.<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싫지만, 안정감 없는 여행이 더 싫다. 위협을 받는다거나 바가지를 뒤집어 쓴다거나 하는 건 너무 싫다. 좀 고생해도 이런 게 없는 게 좋다. 돈도 없으니 삐까뻔쩍한 곳에서 잘 먹고 잘 잘 수는 없지만 몸은 불편해도 맘은 편안했으면 좋겠다. 난 '평온을 얻기 위해' 여행을 가려는 건데 말야.

 

 

지금 돈 등등 땜에 기분이 언짢은 게 액땜이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전전긍긍하다가 막상 가서는 즐겁고 행복하기만 한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