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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걸기의 [지름신과 겨루는 중]에 관련된 글.
어쩌면 [시베리아-몽골 여행의 탄생]과도 관련이 있을 듯.
시베리아-몰공 여행 준비가 매끈하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힘을 내서 일찍부터 아침밥을 먹고 여행 준비를 위해 메일도 보내고 오전에 가방 싸 들고 외출을 했다. 일단 비자 발급에 필요하다는 사진을 찍고, 짝꿍이 고장 낸 Sony 디카를 고치고, 다시 사진관 가서 사진을 찾고... 점심을 먹었다. 시내 서점에 가서 여행객을 위한 러시아어와 몽골어 회화 포켓북을 한 권씩 사들고 남대문으로 향했다. 여행 가서 열라 사진 찍어야 하니까.
어제 밤새 지름신에 대해서 생각하느라 잠도 설쳤다. 나는 왜 사진기를 사려고 할까? 사진은 왜 찍으려는 걸까? 돈 되는 사진기로 폼 나는 사진을 찍으려는 게 내 목적인가? 한참 뒤척이다가 스스로 즐기기 위해 사진을 찍는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 순간 평화가 찾아왔다. 어떤 강박도 갖지 말고 사진을 찍자. 시베리아-몽골 여행 가서도 사정이 안 되서 사진 찍기가 어렵다거나 그냥 찍고 싶지 않아서 그만 두거나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냥 편하게 놀고 즐기며 셔터를 누르자.
내가 좋아서 사진을 찍는 거고 여행도 즐기려고 가는 거니 맘 편히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가자. 무리할 것도 없지 않은가. 이런 생각으로 아침을 맞이하여 힘도 나니 오전 오후 죙일 빨빨대고 여행 준비 따위로 돌아다녔다. 마지막 코스가 바로 지름신과의 대결 장소인 남대문 근처 수입상가의 사진가게였다.
필요한 장비라고 주욱 목록을 만들어 놓은 종이 쪽지를 내밀었다. 싸장님이 죽죽 가격을 적어가며 이건 얼마 저건 얼마, 소소한 소품을은 공짜. 내가 원하던 물건 한 가지만 없고 다 있었다. 물론 내가 잘 알지 못한 게 있어서 다른 걸 소개받기도 했고. 어쨌든 내 목록을 다 합산해 봤더니, 내가 인터넷 뒤져서 찾아낸 대략 최적가 합보다 작은 것 아닌가.
순간 어지러워졌다. 그리고 갑자기 욕망이 끓기 시작했다. 지난 밤 잠을 설쳐가며 얻은 깨달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 나의 접사 렌즈여! 접사를 시작해 볼까 기대에 부풀어 찍어놓은 Nikon AF105mm Micro가 네이버 쇼핑 최저가보다 싸다니! D200도 요즘으로 치면 최저가네.
기냥 다 질렀다. 내가 원하는 용량의 저장장치만 없었다. 이건 용산 가면 더 싸게 사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지름신에게 당했다. 좀만 더 비싼 가게를 찾아갔으면 지난 밤 평온한 맘을 기억하며 적당히 포기할 건 포기했을 텐데.
그래도 맘이 가득한 접사 렌즈를 손에 쥐었으니 더 풍부한 표현을 시도해야지. 나의 사진 놀이의 성장을 위하여 열공!
P.S. 그나저나 여행비용은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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