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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걸어야 해...)
지난 새벽 할 일 없는 말걸기는 한국 월드컵 대표팀의 평가전을 시청했다. 노르웨이 대표팀과의 평가전이었다. 전반 시작부터 열심히 몰입하면서 시청을 하던 말걸기는 후반 중간 언제서부턴가 기억이 없다. 진지하게 몰입을 했는데 도대체 의미없는 메시지만 방출한다면 누구나 지겨워 할 것이다. 말걸기는 버티지 못하고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왜 이리 졸립기만 했을까. 화면 안에 들어가서 축구공을 빼앗아 버리고 싶었다. 왜 이리 '개발질'만 해대는지... 노르웨이마저...
결과는 0:0. 부상으로 박지성, 이을용, 김남일, 조원희, 이천수, 이호, 박주영 등이 출전하지 못한 경기를 감안하면 실망할 경기는 아니라는 게 코칭스탭과 선수들의 입장이다. 월드컵 일정에 맞추어 컨디션을 상승시키는 과정이고 소위 2진 그룹의 경기력을 진단하는 계기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경기였단다. 반면 내외 언론과 팬들은 졸전이라는 평가가 많다.
월드컵 본선 조별 3경기를 최고의 컨디션으로 치르길 바랄 수는 있으나, 세상일이라는 게 어찌될 지 모르는 거라 꼭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조별 3경기를 노르웨이팀과의 평가전처럼 치르지는 않겠으나 소위 하나 둘 주전의 공백을 딛고 치러야 할 경기는 있기 마련이다. 심지어는 '이목' 또는 '승부수' 때문에 상태도 좋지 못한 주전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올 것이다. 어느 나라 대표팀이든 보통의 운이라면 90%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치를 터인데 유독 한국대표팀만 운이 좋을 리도 없지 않은가.
어줍짢은 축구팬 말걸기는 오늘 새벽 노르웨이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희망을 보았다. 말걸기의 희망대로 한국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에서 죽을 쑤게 될 듯하다. 죽도 때로는 좋은 음식이니 산해진미가 가득한 휘어지는 밥상이 아니라고 실망한 건 아니지 않은가. 이번 월드컵에서는 조촐하게 죽을 먹으면서 이목이 다른 곳으로 주목되길 바란다.
[말걸기의 희망사항]
* 그래도 명색이 월드컵 본선인데 드라마틱한 요소는 있어야지.
(1) 6월 13일 대 토고대표팀 전적 / 한국 : 토고 = 1 : 1 무
- 전반전에 한국대표팀이 먼저 한 골을 넣는다. 승승장구. 분위기 업. 으아 16강 간다. 세상에 이런 난리가 없다. 그러다가 후반 막판 토고가 동점골을 넣는다. 오메? 기를 쓰고 추가골을 넣으려 하나 무승부로 경기는 끝난다.
- 경기 결과는 다소 실망스럽기는 하나 경기 내용은 어쩌고. 마지막에 스위스만 잡으면 어쩌고. 프랑스도 상대할만한 팀이라는 둥. 아직은 희망은 있다 분위기.
(2) 6월 19일 대 프랑스대표팀 전적 / 한국 : 프랑스 = 1 : 3 패
- 한국대표팀은 전반전에 벌써부터 두 점을 내준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지만 결국에 가서는 골을 넣지 못한 채 계속 밀린다. 아, 암울한 분위기.
- 후반전 중반 프랑스대표팀이 한 골을 추가하여 0:3. 말문이 닫힌 사람들.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채널을 돌리거나 이불을 뒤집어 쓴다. 이런 상황에서 앙리, 지단 등을 빼버리고 느슨해진 프랑스팀. 한국대표팀, 한 골 쯤은 만회해 주자.
(3) 6월 24일 대 스위스대표팀 전전 / 한국 : 스위스 = 0 : 2 패
- 모든 것을 걸자. 온국민의 포스를 모아 하노버로. 아, 포스는 가다가 어디론가 사라졌나봐. 분위기 싸아~.
- 무슨 대형 참사라도 난 듯 TV 아나운서, 앵커 등 모든 출연진이 침통한 얼굴로 16강 탈락의 소식과 원인을 전하는 분위기. 이런 소식 맨날 틀어봐야 별재미 없을 터이니 좀만 참으면 월드컵 소식은 감감. 넘 좋아~.
* 한국팀이 16강에 탈락해도 축구가 좋아서 월드컵에 열광한 사람들은 여전히 밤잠을 설치며 중계방송을 보겠지 뭐.
* re님의 포스트 [펌] 월드컵, 이런 의견은 어떤지? 를 보면 열광하는 거리의 시민들에게 한국사회의 주요 이슈(FTA 등)를 전달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담겼다. 오히려 이것이 더 큰 정치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자발적 거리 응원단 사이에서 NO! FTA!를 외치는 시도가 나쁠 건 없다. 다만, 외치는 자들이 받을 상처가 안타깝다.
말걸기는 월드컵 거리 응원은 '국가의 부름'에 응한 것이라 했다. 이 거리 응원의 특징은 통합, 통일, 하나됨이지 다양성의 표출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거리 응원은 진짜 페스티발이 아닌 것이다. 찐한 해방감을 주기도 하지만 배타성이 무척 강하다. 그래서 월드컵 16강, 8강 진출의 기원 이외의 기원을 거리 응원에서 내비친다면 면박 받기에 딱이다. 그래서 한국대표팀이 16강에 진출을 하지 못해야 일상은 빨리 회복된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따위가 아닌 계기로 진짜 페스티발의 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NO FTA와 독도 수호, 4강 신화 재현이 함께 할 수 있는 페스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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