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라는 에너지
동양식 꿈풀이를 믿던, 정신분석학 지식대로 꿈을 분석하던, 개꿈으로 치부하던....
내게는 꿈을 꾼다는 것 자체가 나의 특정한 상태를 알려 주는 일이다.
즉 무언가 고여 있는 에너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평상시만큼의 에너지인데 쓸 데를 찾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새로이 창조적인 기운이 꿈틀꿈틀 올라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잡념 또한 에너지가 남아서 생기는 것이니.
여하튼 나는 가끔 기억할 만큼 강렬한 꿈을 꾸었다.
예를 들어 허리가 반 토막 났다가 다시 붙은 용이 불난 기와집 안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집 앞 강으로 들어갔다가 승천하는 꿈(작년)이라던지,
강남길이 콜롬보 흉내 내는 형사로 나와서 남편을 죽인 나를 잡아가는 꿈(24살)이라던지,
궁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금화를 잔뜩 줍는 꿈(27살)이라던지,
여자들만 있는 명상의 집에서 영적 지도자들을 만나 대화하다가
내 아니무스로 짐작되는 남자와 모험의 길을 떠난다던지 하는 꿈(26살),
혹은 예루살렘 유적지에 가서 예수의 관 모형을 열어 본다던지 하는 꿈(10살) 등이었다.
2005~2007년 사이 불면증으로 워낙 고생을 한 터라
요사이 제법 숙면을 이루는 것만으로 감사했지만,
한편으론 따로 좀비 영화나 스릴러 영화 돈 주고 안 봐도 될 만큼
꽤 다양한 내용을 볼 수 있던 꿈이 없어진 게 약간 아쉬운 감도 있었다.
그러더니 이번 달 들어 이런저런 특이한 꿈들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좀비들이 지배하는 지구에서 단 400명만 지구 탈출의 기회를 주는데,
그 기차에 탈 수 있을지 없을지 하는 꿈이라던가
어제 글에 쓴 대로 꿈에 도둑을 쫓아가서 돈을 돌려받고, 다시 얼마간 나누어주기까지 하는 꿈
(무료 해몽 사이트에 가서 물어보니, 걱정하던 일에 대해 마음이 놓일 징조란다. ^ ^),
오늘 새벽에는 Y군이랑 불고기집 갔다가 그 머리카락에 불이 붙어서 끄느라 아주 혼이 났다
(이 꿈도 해몽 사이트에 물어보니, Y군한테 온힘을 다해 해결할 일이 생겼다가 어쨌든 해결은 난다 하여, 주책스럽게도 군에게 전화까지 걸어 해결 잘하라고 격려까지 해주었다.)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꿈을 무시하거나/꾸지 않는 사람들에 비하면
우리 집안 사람들은(특히 모계 쪽으로) 꿈을 믿고, 그러다 보니 신경 쓸 만한 꿈을 꾸기도 한다.
엄마는 큰이모가 돌아가시는 날 새벽에 도움을 요청하시는 꿈을 꾸셨고,
나는 그분이 돌아가신 후 얼마 되지 않아
이승에서 겪은 고통을 호소하시는 꿈을 꾸었으며,
(내게 전에 살던 대로 살면 그 고통을 물려주신다 해서....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모른다)
막냉이는 돌아가신 막내 삼촌이 어떤 여자아이와 부녀지연을 맺고
잘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하시는 꿈을 꾸었다.
작년엔 꿈히 하도 히한해서(그리고 내 심신이 좀 지쳐 있어서)
엄마 편에 전문 해몽가에게 물어보니
동생 Y양이 상 받을 일(실제로 문화진흥위원회에서 전시지원금을 받았다)이 있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
뭐 완전히 믿느냐 하면, 또 그렇지는 않지만...
무언가 특이한 꿈을 꾸면 좀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해몽이 있으면 그럴지도 몰라... 하고 기분이 좋은 거고,
나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면, '조금 조심하자.' 혹은 '좀더 노력하자.' 정도의 마음을 먹는 거다.
아까는 에너지가 남아서 꿈을 꾸는 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확실히 내 상태가 안정적이지 않을 때 꿈을 꾼다.
꿈은 내가 움직이고, 감행해야 할 때임을, 지금 이 상태로는 안 된다고 알려준다고 한다.
바로 그 생각 때문일까? 아니면 흐린 날씨 탓일까?
며칠 간 이어진 특이한 꿈들 사이에서 유독 깨어나질 못하고,
(할 일 많은데... 오전 그냥 보내고, 점심도 아침 대신으로 사온 빵으로 때우고....)
계속해서 좀 어색하고 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