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i l'air d'un bobo typique.
어제 불작문 수업은 "보보스"에 관한 독해와 글쓰기였다. 독퇴르 조가 학생들마다 "자기 자신을 보보스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는데... 나한텐 아예 묻지도 않는다. "르 보보 티피크"란다(내가 생협에서 식재료 사먹고, 월드비전 결연으로 딸 있고, 출판사 다니고... 이런 걸 아시니까 하는 말씀).
교재에 따르면... 보보스란... 미디어 계통에서 일하고, 먹고살 만큼 벌고, 친환경 식재료만 찾아다니고, 기부하고, 진보 계열 신문 보고, 별 장식 없는 인테리어 좋아하고, 물걸 살 때는 단순하면서도 진품인지 따지고, 모던한 취향 좋아하고, 창고 개조해서 살고, 환경주의자면서 차는 사륜구동 몰고 다니고, 대중적인 가게에서 옷을 사지만 알고 보면 캐시미어(이건 딱 유니클로 얘기군), 공원 가서 소풍 즐기고, 북카페나 갤러리 전전하고, 어디 멋진 동네라고 소문만 나면 죄다 차지해 버려서 유행의 거리로 만들어 부동산 값만 올린단다. 사회 통합을 지지하면서도 애들은 사립학교 보내고... 시골집 사서 고쳐 살고, 에스닉 스타일 옷을 즐겨 입는... 사람들이다.
굳이 목록과 대조하면 그래, 내가 보보스라 불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안 되려고 사실 노력도 한단 말이다. 일단... 부르주아 보헤미안이 될 만큼 벌지를 않는다. 친환경 재료를 선호하지만, 로컬푸드/슬로푸드의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고려한 거지, 몸에 좋은 것만 찾아 먹는 건 아니다. 진보건 보수건 딱히 충성하는 신문도 없다. 문화 관련 기사 때문에 인터넷에서 기사를 골라 보긴 하지만 "언론"이라는 특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지난 몇 년간은 모던하면서도 엣지 있는 디자인에 대한 강박이 약간 있었지만, 요즘엔 낭만적인 디자인이나 골동품도 좋아한다. 차는커녕 면허도 없고, 유니클로도 1~2년 좋아했지만, 그것조차도 대량소비를 부추기는 시스템이란 생각에 소비 자체를 자제. 공원 가서 소풍 즐길 시간도 없고, 북카페 가서 시간 보내는 건 사실 별로다. 나에게는 주거지인 홍대가 카페촌이 되어 관광특구화되는 바람에 짜증나서, 그냥 보통 주거 지역으로 이사가려는 참이다. 사회 통합? 나 그런 거 거의 안 믿는다. 각자 자기 편하게 자기 동네서 잘 먹고 잘살기도 힘든데... 뭐하러 남 사는 거랑 나 사는 거랑 비교하고 스트레스 받노? 통합은 개뿔~. 출산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데 사립학교는 무쉰....
위에 열거한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보보스 역시 무엇을 소비하느냐로 분류되는 **족의 한 종류일 뿐인 셈이다. 한국에서 보보스를 부를 만한 **족이 있냐는 토론도 어제 해봤는데, 경제 불황이어서 그런지 답은 "없다"로 나왔다. 소비 패턴을 벗어나서 특징을 찾아보자면, 나 이렇게 멋지게(의식 있고, 스타일리시하면서, 미래에 대한 안전도 보장받으며) 살고 있어~ 하는 우월감 혹은 자의식이 보보스의 핵심 아닐까? 난 아니라고. 의식은 개뿔~ 직장 생활하기도 바쁘고, 스타일은 점점 관리(빨래/청소/머리손질)하기 편한 쪽으로 바뀌어 가고, 에스닉은 이제 지겹고, 동생이랑 가끔은... 우린 정신의 귀족이야...라고 자조하기는 하지만, 청소만 잘된 집에 들어올 수 있으면 만족하는데... 왜 아직도 남들에게 보보스로 보이는 걸까?
더워서 자꾸 농땡이 치고 싶어지니 그냥 휴가를 다음주에 낼까, 아님 일 좀 하다 월말이나 잠깐 쉴까 하면서요.
엄마가 회갑이신데 3재이신 데다 막냉이 고3이라고 여행도, 잔치도 모두 내년에나 하시겠다고는 하셔서... 나서서 행사를 하자고 하기도, 혼자 놀러다니기도 뻘쭘한 상황이기도 하고요.(엄마 휴가 맞춰서 지난 주말에 부모님과 같이 할머님댁 다녀왔어요. 치매이신 할머니에게 신랑 구했냐는 소리만 100번쯤 듣고, 틈틈이 들고 간 원고 교정 보고, 텃밭의 호박순이랑 머위대랑 풋고추 따서 올라와 찌고, 볶고 복닥복닥... 부엌에서 사우나를 했지요.^ ^)
진짜 휴가를 내면... 작년처럼 언니 뵈러 가고, 봄에 출산한 세원이네 애기나 보러 갈까... 서울에서 영화 보고, 친구들 생사확인하면서 한가롭게 보내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휴가 때마다 늘 어딘가를 가야 한다는 것도 사실 약간 스트레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