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과 다르고 또 같은 것.
와와... 오늘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가 열린다는 말을... 막냉이 중간고사 끝난 기념으로 간만에 세 박자매 저녁 먹으면서 막냉이한테 들었다. "그럼 내일 너랑 광화문에 집회나 하러 갈까?"... 속으론 '어언 5년 전 초딩인 너를 데리고 탄핵반대 촛불집회를 다녀온 보람이 있구나. 뭐 하기는 그때도 Y양이 널 데리고 간 것이다만.' 흐뭇해하면서.
사실 어제 내내 골골해서 전주영화제 못 가겠구나 했다.
4월 초에 기차표도 미리 끊어 놓고... 예매 오픈날 기다려서 영화표도 예매해 놨지만...
오늘 밤에 집에 와서 다 취소하고.... 맘 비우고....
주말에 쉬다가 원고 좀 볼까 하던 참에.... 그제 막냉이가 불특정 다수에게 보낸 집회 알림 문자를 보고....
아아, 여기 가서 힘이나 받을까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오늘 컨디션은 좋아졌고....
많던 일에 대한 압박도... 일은 여전히 많지만... 좀 줄어들었다.
아니, 어쩌면... 전주영화제가 아니라 그냥 여행을 다녀오면.... 쉬다 오면 기운이 날지도 몰라.
그래서 어디 가서 데모를 하는지, 세미나를 하는지, 술을 마시는지, 예정된 대로 여행을 갔는지 통 연락이 닿질 않는 Y군에게 다시 한번 전주 날씨를 묻는가 하면.... 간만에 대전 사는 대학동기 L군과 전주영화제 스테디 팬인 M선배에게 전주 가냐고 문자를 쳤다.
Y군은 답이 없고, L군은 친히 전화를 하시어 내일 아침 일찍 도착한다며 미리 가서 미처 구하지 못한 영화표를 구해 준다 했고, M선배는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사실은 명박이 반대겠지. 선배는 명박이의 골수 안티다.) 때문에 (안 바쁨에도) 영화제를 포기했단다(선배에게 우리 막냉이를 부탁했다. 집안 대표로 데모 나간다며... 아아, 그녀는 이제 막 민증이 나왔다).
아아, 오늘 촛불집회에 1만 명 모였다는 사진을 보니까 물론 나도 집회 가고 싶다. 2003년에 몸도 안 좋고, 막 취직한 지 일 년, 독립한 지 6개월 우울하고 몸도 아프던 차에 탄핵반대 촛불집회는 얼마나 즐겁고, 힘받는 경험이었던가. 지금은 흥분 안 되도... 가면 즐겁겠지. 우리가 뭔가 이룰 듯한 힘을 막 느낄 거야. 평소에 느끼던 제약이나 답답함도 많이 풀리겠지.
와와, 이렇게 큰 덩어리를 보면 좀 설렌다. 이것이 낭만주의요, 전체주의라 해도 할 말 없다.
그런데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
이번엔 흥분하지 말고 좀더 일상적인 방식으로 하고 싶다.
고기 먹기를 지양한 게 벌써 4년째. 우유 먹을 분량도 절반은 두유로 줄였고.
집에서 해먹는 반찬도 김치, 멸치, 달걀, 야채볶음으로 대체로 줄였고.
남획되는 참치도 많이 먹지 않으려 노력하고.
혹시 속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로컬 농업 부활에 작은 힘도 보태고, 좀더 건강한 음식 먹으려고...
수입산 식재료 안 산 것.... 제대로 선언한 적은 없지만 혼자서 열심히 지켜왔다.
지켜왔는데도 명박이가 이 지랄이니까 솔직히 화는 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를 즐기기 위한 여행을 계획해 왔고.... 그래서 떠난다.
여행도, 데모도 일상을 벗어나는 일이지만... 굳이 고르라면... 여행 쪽이 더 그런듯싶다.
그들은 오래 준비해 왔고, 교묘하게, 전면적으로 모든 것을 바꾸려 한다.
가장 일상적인 차원에서 전선이 만들어지고 있고,
그 싸움은 살아 있는 한 끝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2박 3일 후에는... 지치지 않고.... 지레 실망하지 않도록.......
5년 전처럼 나가 떨어지지 않게....
이번에야말로 정신 바짝 차리고.... 하지만 유연하게.... 즐겁게....
새 싸움을 받아들이고 싶다. 남도의 햇볕 듬뿍 받고, 이렇게 난 음식 정기 받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