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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군 키르쿠크에서 대규모 ISIL 소탕작전 시작

이라크군 최근 2개월여 간 대 테러 60회 이상의 군사작전 수행

이용섭 기자 | 기사입력 2020/08/02 [16:59]

 

이라크군 키르쿠크에서 대규모 ISIL 소탕작전 시작

 

이라크군 들은 키르쿠크에서 대규모적인 <동 이라크 이슬람국가(ISIL)> 테러집단 소탕작전을 시작하였다. 이라크 국방부는 키르쿠르 지방에 있는 <동 이라크 이슬람국가(ISIL)> 둥지(주둔지)를 이라크군의 육군과 공군 합동작전으로 공격을 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대해 이란의 메흐르통신은 8월 1일 자에서 “이라크군은 키르쿠크에서 대규모 ISIL 테러집단 소탕작전 시작하였다.”라는 제목으로 관련된 사실을 보도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국방부는 토요일에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라크군 전투기들은 최근에 벌인 테러 작전에서 ISIL 테러분자들의 근거지를 공격하였다고 하였다.

 

메흐르통신은 “키르쿠크 작전 본부의 부대들과 연합한 이라크군은 이라크의 키르쿠크 지방의 와디 알-샤이에 있는 ISIL 근거지에 대해 대규모적인 육상 및 공중공격을 가하였다.”라면서 이라크 군들이 육군과 공군의 합동작전으로 테러집단들에 대해 공습을 가한 사실을 전하였다.

 

이어서 메흐르통신은 “성명서에 따르면 이라크 육군과 항공군들이 연합 작전을 벌이는 중에 그 지역에 있는 ISIL 무장집단들이 소유하고 있던 통신 장비와 차량 그리고 유조차량들이 파괴되었다.”라고 하여 이라크의 육군과 공군의 ISIL 테러집단 소멸 작전으로 테러집단들이 커다란 타격을 받은 사실을 전하였다.

 

계속해서 메흐르통신은 “이라크 보안군들은 전국에 걸쳐 테러 작전을 수행하여 ISIL 테러분자 세력들의 잔당들과 본부를 타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하여 이라크군들이 ISIL 테러 잔당들을 소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였다.

 

마지막으로 메흐르통신은 “ISIL 테러집단은 여전히 이라크 북부, 동부 및 남부 지역에 다수의 근거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개월간 이라크의 민간인들과 보안군들에 대해 2017년 이후에 전례가 없는 공격을 부쩍 강화하였다. 하쉬드 알-샤아비군과 이라크군은 그 기간에 테러분자들을 상대로 하여 60회 이상의 군사작전을 수행하였다.”라고 하여 최근 들어서 테러집단들이 이라크에서 테러 공격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들을 소멸하기 위해 수많은 대 테러 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였다.

 

 

----- 번역문 전문 -----

 

정치     2020년 8월 1일 오전 1시 00분

 

이라크군은 키르쿠크에서 대규모 ISIL 소탕작전 시작하였다.

 

▲ 이라크군 들은 키르쿠크에서 대규모적인 <동 이라크 이슬람국가(ISIL)> 테러집단 소탕작전을 시작하였다. 이라크 국방부는 키르쿠르 지방에 있는 <동 이라크 이슬람국가(ISIL)> 둥지(주둔지)를 이라크군의 육군과 공군 합동작전으로 공격을 하였다고 발표하였다.  © 이용섭 기자

 

테헤란, 8월 1일 메흐르통신(MNA) – 이라크 국방부는 키르쿠르 지방에 있는 <동 이라크 이슬람국가(ISIL)> 둥지(주둔지)를 이라크군의 육군과 공군 합동작전으로 공격을 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라크 국방부는 토요일에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라크군 전투기들은 최근에 벌인 테러 작전에서 ISIL 테러분자들의 근거지를 공격하였다고 하였다.

 

키르쿠크 작전 본부의 부대들과 연합한 이라크군은 이라크의 키르쿠크 지방의 와디 알-샤이에 있는 ISIL 근거지에 대해 대규모적인 육상 및 공중공격을 가하였다.

 

성명서에 따르면 이라크 육군과 항공군들이 연합 작전을 벌이는 중에 그 지역에 있는 ISIL 무장집단들이 소유하고 있던 통신 장비와 차량 그리고 유조차량들이 파괴되었다.

 

이라크 보안군들은 전국에 걸쳐 테러 작전을 수행하여 ISIL 테러분자 세력들의 잔당들과 본부를 타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SIL 테러집단은 여전히 이라크 북부, 동부 및 남부 지역에 다수의 근거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개월간 이라크의 민간인들과 보안군들에 대해 2017년 이후에 전례가 없는 공격을 부쩍 강화하였다. 하쉬드 알-샤아비군과 이라크군은 그 기간에 테러분자들을 상대로 하여 60회 이상의 군사작전을 수행하였다.

 

ZZ/4987702

 

News Code 161684

 

 

----- 원문 전문 -----

 

Politics   Aug 1, 2020, 1:00 PM

 

Iraqi Army launches extensive anti-ISIL operations in Kirkuk

 

▲ 이라크군 들은 키르쿠크에서 대규모적인 <동 이라크 이슬람국가(ISIL)> 테러집단 소탕작전을 시작하였다. 이라크 국방부는 키르쿠르 지방에 있는 <동 이라크 이슬람국가(ISIL)> 둥지(주둔지)를 이라크군의 육군과 공군 합동작전으로 공격을 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용섭 기자

 

TEHRAN, Aug. 01 (MNA) – The Iraqi Ministry of Defense announced that ISIL positions in Kirkuk province were targeted during ground and air operations by the Iraqi Army.

 

Issuing a statement on Saturday, the Iraqi Ministry of Defense said that Iraqi Army fighters managed to attack ISIL positions in their latest counter-terrorism operation.

 

The Iraqi Army, in cooperation with the military forces of the Kirkuk operation headquarters, carried out large-scale air and ground attacks against ISIL positions in Wadi al-Shay in the Iraqi province of Kirkuk.

 

According to the statement, during the Iraqi Army's ground and air operations, communication equipment and vehicles, and fuel tankers belonging to ISIL forces were destroyed in the area.

 

Iraqi security forces are trying to target the remaining elements and headquarters of the ISIL terrorist forces by carrying out counter-terrorist operations throughout the country.

 

The ISIL terrorist group still has a number of cells in the northern, eastern and southern regions of Iraq and has intensified its attacks on Iraqi civilians and security forces in the past two months which has been unprecedented since 2017. Hashd al-Sha’abi forces and the Iraqi Army have carried out more than 60 military operations against terrorists during this period.

 

ZZ/4987702

 

News Code 161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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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 선생에게... 문재인 정부가 항소라니요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역사의 퇴행... 국민청원을 올리며, 항소를 즉각 중단해 주십시오

20.08.02 18:54l최종 업데이트 20.08.02 18:54l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긴급조치 1호' 최초 위반자로 구속된 故 장준하 선생(1918~1975)의 유족에게 "국가가 총 7억 8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정부는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했다. 이에 항소의 부당함을 제기하고 중단할 것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청하는 편지를 띄운다. [기자말]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께.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긴급조치 1호' 최초 위반자로 구속된 고 장준하 선생의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정부가 항소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피고 쪽 소송대리인인 정부법무공단이 7월 6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 이유서를 냈다는 건데요. 저는 항소의 주체가 다름 아닌 정부라는 사실에 그야말로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당 소식을 전하는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긴급조치 1호 발동 자체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없다'고 판시한 2015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중앙지법의 판결이 판례를 정면으로 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정부의 항소 중단을 촉구하는 글 '故 장준하 선생에게 배상할 수 없다는 정부, 항소를 즉각 중단하라!'를 올렸습니다. 

긴급조치 1호 피해자 장준하
 
 장준하 선생 (연도불명)
▲  장준하 선생 (연도불명)
ⓒ 장준하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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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가 무엇입니까. 영구집권을 획책하기 위해 유신헌법이라는 희대의 악법(惡法)을 선포한 박정희 정권이 자신들의 독재에 반대하는 이들을 잡아넣기 위해 실시한 반헌법적·반민주적·반인권적인 조치였습니다.

헌법을 비난했다는 이유만으로, 박정희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지식인과 학생 심지어 길 가던 시민과 주부들조차 긴급조치의 굴레에 씌워 끌려갔습니다. 그들은 모두 무자비한 고문을 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만 했습니다.

긴급조치로 가장 먼저 구속된 인사 중 한 명이 바로 서명운동을 주도한 장준하 선생이었습니다. 박정희 정권은 유신헌법 철폐를 부르짖는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이 삽시간에 전국으로 번지자 '긴급조치 1호'를 발동해 주모자인 장준하 선생을 잡아넣은 것입니다.
 
 1974년 3월 2일, 긴급조치 1호로 구속되어 법정에 선 장준하 (맨 오른쪽)
▲  1974년 3월 2일, 긴급조치 1호로 구속되어 법정에 선 장준하 (맨 오른쪽)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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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선생은 병으로 인한 '형집행정지'로 석방될 때까지 1년 가까이 옥살이를 하면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때의 옥살이는 정치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사망선고'나 다름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음해 8월 17일, 선생은 경기도 포천 약사봉에서 의문사(사실상 박정희 정권에 의한 타살)하며 한 많은 삶을 마감해야만 했습니다.

국가가 배상할 수 없다는 정부, 온당한가
 
 정부의 항소 중단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  정부의 항소 중단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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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시지탄이나 2010년 대법원은 장준하 선생에게 적용됐던 긴급조치 1호에 대해 위헌·무효라고 판단했고, 헌법재판소 역시 2013년 위헌 결정을 내려 역사의 정의가 바로 서는 듯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의 판례 운운하며 항소하는 정부의 태도가 과연 온당한가요?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 진상규명조차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는 상황에서, 선생에 대해 최소한의 배상조차 할 수 없다는 정부는 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가요.

국가는 국가의 행위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끝까지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과거 부도덕한 정권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간첩 조작 등 반헌법적 행위에 대해 후대의 정권이 나서서 진상을 조사하고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사과와 배상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부의 배상책임 거부는 역사의 퇴행일 뿐입니다.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는 3년 전인 2017년 8월 17일, 장준하 선생 서거 42주기를 맞아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추도사를 보내 국가의 책임을 언급하셨습니다. 당시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대독한 추도사를 통해 대통령님께서는 "서거하신 지 42년이 흐른 지금도 선생을 우리 곁에서 빼앗아간 죽음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선생에 대한 죄송함과 부끄러움을 고백했습니다.

그보다 2년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시절에는 장준하 선생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한 '장준하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하신 바도 있습니다.
 
추도사하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17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장준하공원에서 열린 고 장준한 선생 40주기 추모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015년 8월 17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장준하공원에서 열린 고 장준한 선생 40주기 추모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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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번 항소는 그동안 대통령님께서 강조한 메시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입니다. 민주주의와 인권, 역사바로세우기, 적폐청산을 기조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도 모순되는 행보입니다.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대통령님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직권으로 항소를 즉각 중단시키고, 법원의 판결에 따라 장준하 선생의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지막 한 분까지 반드시 이뤄져야 할 조치입니다. 또한 한평생 조국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 헌신하신 장준하 선생의 명예회복을 위해 국가가 이행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선생의 의문사 진상규명 역시 정부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나서서 진상을 밝힐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에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2020년 8월 1일
장준하 선생 서거 45주기를 앞두고.

덧붙이는 글 | ■ 정부의 항소 중단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SSmex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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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들과 함께 백두산 장군봉에 가고 싶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08/03 07:16
  • 수정일
    2020/08/03 07:1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집담회> ‘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남측구간 완주 기념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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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02  15: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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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가 지난 7월 중순경 백두대간 남측구간을 완주했다. 2017년 4월 첫 산행을 시작해서 3년여 만에 종주한 것이다. 총 산행거리는 861.88km이며, 이중에서 대간 산행거리는 718.51km이고, 접속구간은 143.37km이다. 총 58회 구간을 연인원 7백여 명이 탔고 완주자는 모두 7명이다. 

3년여 전 백두대간 남측구간을 처음 탈 때 전용정 종주대장은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백두대간 산행 통해 먼저 지리적 통일 이루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남측구간에 이어 북측구간도 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제 남측구간을 다 탔지만 아직 북측구간 산행은 요원하다. 한반도 정세가 막혀있고 남북관계도 장기간 교착상태이기 때문이다. 

전 대장은 이번 집담회에서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상황이 허락한다면 대원들과 함께 일차로 백두산 천지, 장군봉에 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면서, “이번 백두대간 완주로 끝난 건 아니고 북쪽에 가기 전까지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남측 명산을 찾아 산행을 하면서 체력과 팀워크를 다지면서 종주대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백두대간 북측구간을 완주할 때까지 종주대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종주대는 8월 29일(토) 보고회를 통해 그간 3년여에 걸친 백두대간 남측구간 완주를 평가 정리하고, 향후 산행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이번 집담회는 전용정 대장과 오동진 후미대장, 심주이 총무가 참석한 가운데 이승현 기자의 사회로 지난 7월 20일 통일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 편집자 주

 

   
▲ 지난 7월 중순경 백두대간 남측구간을 완주한 ‘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집행부와 함께 진행된 인터뷰. 왼쪽부터 전용정 대장, 심주이 총무, 오동진 후미대장.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3년 3개월 3일에 걸쳐 총 58회 구간을 연인원 7백여 명이 탔고 완주자는 모두 7명 

□ 이승현 통일뉴스 기자: ‘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가 지난 7월 둘째 주 일요일인 12일 남측구간을 완주했다. 완주까지 꽤 시간이 걸린 것 같다.
■ 전용정 대장(이하 전용정): 3년 3개월 3일 걸렸다. 2017년 4월 9일 첫 산행을 시작해서 2020년 7월 12일 백두대간 남측 구간을 최종 완주했다. 333이다. 
■ 오동진 후미대장(이하 오동진): 계산을 해보니 우리가 탄 백두대간 남측구간 산행 총거리는 861.88km이다. 이중에서 대간 산행거리는 718.51km이고, 접속구간은 143.37km이다.

□ 시작부터 끝까지 3년 3개월 3일간 백두대간을 탔다니 오래 걸렸다. 첫 구간과 마지막 구간은 각각 어디인가?
■ 전용정: 원래 백두대간 남측구간에서 북진은 첫 구간이 지리산 천왕봉부터 올라타야 하는데 우리가 처음 타던 2017년 4월은 그때가 지리산 산불방지 기간으로 입산통제여서 어쩔 수 없이 지리산 구간을 지나 고기리-노치마을-수정봉-입망치-여원재에 이르는 구간으로 첫 산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산행구간은 설악산 미시령에서 진부령으로 넘어갔다.

□ 3년 넘는 기간 동안 한번이라도 백두대간 종주에 참여하신 분은 총 몇 명인가?
■ 심주이 총무(이하 심주이): 총 58회 구간을 연인원 741명이 탔다. 처음 시산제에 참여한 인원까지 합하면 759명이 된다. 매회 평균 12.8명이 탔다. 구간별 최대 인원은 26명이고 최소 인원은 6명이다.

□ 그럼 완주자는 몇 명인가?
■ 심주이: 완주자는 모두 7명이다. 
■ 전용정: 완주했다는 점에서는 개근과 정근이 똑같은 것인데 굳이 따지자면 개근은 1명이고 정근은 6명이다. 개근은 제 날짜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산행한 경우를 말하고 정근은 제 날짜에 산에 오르진 못했지만 한두 번 빠져 개인적으로 따로 보충산행을 한 경우를 말한다. 전문용어로는 ‘땜빵산행’이라고 한다.

□ 그럼 개근을 한 분과 정근을 한 분은 누구인가?
■ 전용정: 개근은 이석화 대원이다. 정근은 오늘 집담회에 참석한 우리 세 사람과 이계환 대원, 박명한 대원, 김성국 대원이다.

   
▲ 지난 7월 12일 종주대는 백두대간 마지막 남측구간인 진부령에 도착했다.  2017년 4월 첫 산행을 시작해서 3년여 만에 백두대간 남측 구간을 최종 완주했다.[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 2017년 4월 백두대간 첫 구간 들머리인 차도 고기리에서 첫 산행을 준비하고 있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 처음 백두대간을 타겠다는 결심을 했을 때 3년 3개월이나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을 것 같은데, 각자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해 달라.
■ 전용정: 계기라기보다 이계환 통일뉴스 대표가 백두대간을 타자고 하면서 북측 구간까지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다시 백두대간을 할 생각은 원래 없었는데 북측 구간 얘기가 나와 귀가 솔깃해진 것도 사실이다. 

□ 그 전에 백두대간을 몇 번 탔나?
■ 전용정: 두 번인데. 한번은 완주했고 다른 한번은 나눠서 탔다.

□ 끝나고 나니까 어떤가?
■ 전용정: 시원하지 뭐. 섭섭한 건 전혀 없고... 아니 약 5%정도(모두 웃음). 난 사실 백두대간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제일 처음 백두대간을 맛본 건 2009년이었다. 그때는 장거리로 3구간, 한번에 70km씩 3번을 걸었다. 이번에 우리가 했던 4개 구간을 2박3일에 걸쳐 한 번에 걸어서 3회 정도 한 것이다. 그런데 그때는 전 구간을 한 건 아니다. 백두대간을 처음 한 게 2011년인데, 중간에 팀이 깨져서 다른 팀과 완주했다. 어쨌든 너무 오랫동안 백두대간을 하게 된 것이어서 지금은 벗어나고 싶다. 자유롭게... 

□ 심 총무께서도 백두대간 산행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 심주이: 저도 처음엔 이계환 대표의 제안으로 시작하게 됐다. 2016년 11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광화문 촛불집회 마치고 뒷풀이 자리에서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산행을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하셨다. 저희 집 대표로, 남편과 상의해서 제가 나오게 된 거다.(모두 웃음) 남편은 무릎이 망가져서 산을 못 탄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이렇게 갈 때 아니면 언제 가겠나, 여기는 연령층도 다양하니 이 기회에 따라가야지 하고 시작했다가 완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

   
▲ 심주이 총무 "'그래도 뭐 잘 안 빠지고 열심히 했다'고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 완주한 소감은?
■ 심주이: 아직 좀 미완인 것 같은 느낌이다. 뭔가 대단한 걸 이루었다는 큰 성취감은 아직 없는 것 같다. 덤덤하다. 제가 좀 부족하게 해서 그런가 싶다. 스스로 좀 칭찬해줄만한 건 ‘그래도 뭐 잘 안 빠지고 열심히 했다’는 정도. 앞으로 백두대간 북측 구간을 계속 타기 위해 종주대가 해산하지 않고 계속 이어져야 하기에, 그 긴 과정에서 한 단계를 마무리했다는 느낌이 든다.
■ 전용정: 나도 그런 느낌이 든다. 우리가 만약 북측 백두대간을 이어서 타겠다는 계획이 애초에 없었으면, 이번으로 진짜 끝나는 거니까 느낌이 다를 거다. 그런데 (북측 구간이 남아 있으니까) 아직 끝나지 않은 미완의 느낌이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성취감이야 왜 없겠는가.  
■ 심주이: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 북측 백두대간을 타는 포부를 듣고 시작을 했기 때문에 여간 힘들어도 참을 수 있었다. 산을 타고 시간이 지날수록 팀의 분위기도 굉장히 좋아졌다.

□ 오동진 후미대장은 산행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 오동진: 백두대간 논의가 있었던 그 무렵이었겠다. 한번은 전 대장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백두대간을 타자고 제안을 해 왔다. 그래서 ‘아 좋다’, 백두대간을 한번 해 봐야지 하는 마음은 있었는데 일반 산악회를 따라가기는 좀 그렇고, 혼자 또는 마음 맞는 두세 사람하고 완주해봐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가 통일뉴스에서 백두대간을 한다고 해서 흔쾌히 마음을 먹었다.

□ 백두대간팀에 합류할 때 느낌은?
■ 오동진: 그런데 첫 번째 가보니까 걱정이 되더라...(모두 웃음) 70세 넘고 80세 넘은 분도 계시고 게다가 초등학교 3학년도 있었다. 아무튼 초기엔 좀 불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흔쾌히 했다. 후미대장을 맡아달라고 하길래 백두대간을 해보진 않았지만 어차피 뭐 그 정도 산행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맡았다. 지금 끝나고 나니까 너무 시원하다. 왜냐하면 너무 길었어(호탕한 웃음). 처음엔 2년 반 생각했다가 1년이 더 길어지니까... 한 달에 두 번 산행 간다는 게 이게 보통이 아니다.
■ 전용정: 방학이 거의 9개월이었다. 이번 겨울엔 설악산 구간을 타야했는데 설악산이 산불방지 기간이라 방학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 2, 3 4, 5월 해서 6개월이나 쉬었다. 그 전에는 첫해는 방학 없이 했고 두 번째 해는 너무 추워 12, 1, 2월 약 3개월 정도 쉬었다. 그러니까 방학 없이 했으면 3년 3개월에서 9개월을 빼면 30개월, 2년 6개월이다.
 
□ 산행 횟수는 모두 몇 회인가?
■ 전용정: 모두 58회다. 당일 산행, 무박 산행 그리고 1박2일 산행도 했다. 1박2일은 2회로 쳤다.

□ 긴 기간을 타고 또 험한 구간도 많았을 것 같다. 부상자는?
■ 오동진: 우리가 초보자들도 많고 또 오랜 기간에 걸쳐 연인원도 많고 했는데 정말 큰 부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봐야 한다. 제일 큰 부상이 설악산 황철봉 구간을 타다가 6.15합창단 단원이 오셨다가 꼬리뼈 부상을 당해서 4주 진단 나온 거다. 다행히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고 앉을 때 좀 불편하다고 하더라. 그게 제일 큰 부상이었다. 그 다음에 심 총무가 무릎이 안 좋았는데 막판에 장경인대 증후군으로 고생했다. 그 외에도 산행 중에 다리에 쥐가 나거나 넘어지고 가지에 찔리고 하는 부상이 있었으나 사소해서 다행이다.

‘오합지졸’에서 ‘정예부대’로

   
▲ 오동진 후미대장 "북측 대간을 갈 수 있다는 희망, 기대 이런 것이 강했던 것 같아 완주자가 많이 나왔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 연인원 700명이 넘는데 초보자들이 꽤 많았던 것 같다. 나이 드신 분도 있고 초등학생도 있다고 헸다. 그런 백두대간팀은 다른 데선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 전용정: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가령 뭐 등산화도 없던 사람이 있었으니까.
■ 오동진: 완주가 불가능하겠지.
■ 전용정: 대한민국에 워낙 산악회가 많으니까. 동네산악회도 있을 수는 있지만 동네산악회에서 백두대간은 안가잖아요. 없다고 봐야죠.
■ 오동진: 백두대간을 이정도 수준의 사람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을 했다는 거는 불가능할 거야.
■ 전용정: 백두대간은 대부분 산행을 조금 다니던 사람들이 산의 맛을 알고 등산도 좀 해 본 사람들이 결심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우리는 백두대간이 뭔지, 산에 제대로 다녀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반 정도 됐었으니까.

□ 그런데 앞에서도 나왔지만 완주자가 꽤 많이 나왔다.
■ 전용정: 매번 산행 평균인원이 12~13명 정도인데, 그중에 7명이 완주했으니까 비율상 50%가 넘는 건데 그건 대단한 거다. 일반 산악회에서 50%이상 완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가 알기로는 3분의 1이 완주하는 것도 드물다.

□ 비결은 뭔가?
■ 오동진: 일단 첫 번째는 전 대장이 우리 회원들 상태를 잘 고려해서 구간을 잘 짰다. 만약 산행구간이 좀 길었다면 중간에 힘들어서 완주자는 좀 줄었을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이번에 모인 사람들이 그냥 산만 좋아하는 게 아니고 통일뉴스와 함께 북측 대간을 갈 수 있다는 희망, 기대 이런 것이 강했던 것 같다. 처음 시작할 때도 그렇고 중간에 남북관계가 길이 열릴 것 같은 좋은 분위기도 있었다. 끝으로, 일반 산악회에는 절대 없는 것. 거기는 그냥 남남이고 자기 아는 사람하고만 다니는데, 여기는 다 서로 격려하고 챙겨주는 분위기가 일반 산악회보다 훨씬 좋아서 완주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 것 같다.
■ 심주이: 우리는 뒤에서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산에 가고 싶지만 힘들어서 못 오신 분들이 뒤에서 후원을 많이 해주셨다. 재정 후원도 해 주시고 중간에 안전기원제, 송년회, 여름캠프 이런 때에는 꼭 산에 같이 가지 않는 분들도 함께 와주고 했는데, 그런 것도 큰 힘이 되었다. 특히 이지련 단장님께선 바쁜 중에도 매 구간마다 산행정보를 올려주셨다. 아주 도움이 많이 됐다.
■ 오동진: 통일뉴스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후원을 통해 재정 지원이 받쳐주니, 아 이건 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오합지졸’이 ‘정예부대’가 됐다.

□ 산행계획을 했다가도 인원이 너무 없으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었겠다. 
■ 오동진: 한때 최소 인원이 6-7명인 적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갔다.
■ 전용정: 토요일에 가기로 했다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일요일로 옮긴 일은 있어도 인원이 줄어서 산행일정을 바꾼 적은 없다.

□ 산행대장과 후미대장으로, 또 총무로서 백두대간 산행을 이끌어 오셨는데, 서로 칭찬 한마디씩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 오동진: 일단 전 대장께서 계획도 잘 짰다고 아까 말했는데, 경험도 많았지만 준비도 잘해서 우리가 산행 중 길을 잘못 들어서 등산로가 제대로 나있지 않는 길을 만난다든지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대원들이 너무 지쳐하면 다독이고 또 늘어지면 독려하면서 사람들 상태를 잘 감안해서 시간안배도 해가면서 잘 이끌어 주었다. 비법정 구간 등 정말 어려운 구간을 가야할 경우에는 미리 조사도 많이 하지만 다른 산악회에서 먼저 길을 숙지해서 우리를 이끌었다. 전 대장이 고생을 엄청 했다. 이제 그만 두고 싶어 하는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모두 웃음) 그리고 총무께선 경험도 한번 없다고 하면서도 처음에 자원을 했다. 보통 이런 일은 골치 아파서 안하려고 한다. 그래서 저 사람 누구지 했는데 너무 세심하고 꼼꼼하게 잘하더라.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끝까지 너무 잘해주었다. 김성국 대원이 총무를 도와서 잘해 준 것도 이 기회에 꼭 말해두고 싶다.

   
▲ 전용정 대장 "백두대간 북측구간을 완주할 때까지 우리 종주대는 유지된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 이번엔 전 대장께서 오동진 후미대장과 심주이 총무에 대해 덕담 한마디 한다면.
■ 전용정: 일반 산악회에서 백두대간 끝나고 후미대장에게 하는 흔한 이야기가 ‘후미대장은 죽으면 사리가 한말은 나올 것’이라는 말이다. 그만큼 후미대장이 힘들고 자기 맘을 비우고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통 산행을 잘하는 분한테 후미대장을 맡길 수밖에 없다. 왜 그러냐면 부상자가 생기거나 어려운 상황을 뒤에서 맡아주어야 하니까. 게다가 후미대장이 걷는 속도보다 많이 느린 사람들이 대부분 뒤로 처지니까 힘들다. 사실 보통사람들도 자기가 걷는 페이스가 있지 않나. 빨리 가는 것도 힘들지만 그 페이스에 맞지 않게 늦게 가는 것도 힘들다. 후미대장은 자기 페이스를 버리고 가는 것이어서 사실 더 힘들다. 그리고 후미대장은 인내력도 필요하다. 성질도 죽여야 하고. 그런 게 후미대장의 일반적인 어려움이다. 거기에다가 오 대장은 우리 종주대의 분위기를 좋게 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늘 웃으면서 챙겨 ‘스마일 대장’이라 불렀다. 
■ 오동진: 나도 산을 좀 타는 편인데 후미대장을 하다보니까 실력이 저하돼서 페이스도 늦춰지고 해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모두 웃음)
■ 전용정: 우리 총무야 책임감 있게 일을 잘 해주었다. 사실 산행도 많이 해보지 않았는데 백두대간을 탔으니까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거기다 회계, 식당 예약, 결산까지 맡아서 했으니까. 그런데다가 지금 아이가 어리다. 갓난아이 때부터 산행 시작했으니까. 아이가 손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에 남편도 많이 도와주긴 했겠지만... 백두대간을 타기 위해서는 별도로 운동도 해야 하는데 아마 육아문제가 있어서 운동도 제대로 못했을 거고 그래서 산행도 힘들게 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런 거 생각하면 짠하기도 하다.
■ 오동진: 덧붙여서 애기하면 좀 걱정도 됐다. 왜냐면 아이가 돌 때 시작했으니까 애하고 놀다가 낮에 휴식도 취하고 이렇게 와야 하니까, 쉬질 못하잖아요. 애를 떼어놓고 이렇게 헐레벌떡 오니까... 그래서 그날 밤을 잘 버틸까 걱정도 하고 그랬는데, 어쨌든 뭐 완주까지 하니까 대단하다.

□ 심 총무께서 그 이야기부터 한번 마무리하고 가시죠. 저도 궁금했던 게 애가 어릴 때 산행 하랴 총무로서 역할 하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 오동진: 완주자중에 제가 제일 산행경력이 없고...
■ 전용정: 7명중에 따지면 그렇네.
■ 심주이: 그전에 천왕봉 한번 가본 게 전부였다. 그러니 대간 산행이 처음부터 끝까지 힘들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8km, 10km씩 구간을 했다. 그때는 멋모르고 했다. 그래도 마지막 설악산 긴 구간을 할 수 있었던 건 그런 과정이 쌓여서 할 수 있게 된 거다. 처음부터 설악산 긴 구간을 타려고 했으면 못했을 것 같다.

□ 후회는 없었나요. 본인은 괜찮아도 애가 아프거나, 다른 일들 때문에 힘들 수 있잖아요.
■ 심주이: 산행 중에 잠깐씩, 걷다가 후회한 적은 있는데 산에 갔다 와서 후회한 적은 없다. 감사하게도 아이가 많이 아픈 적은 없다. 남자 분들은 산에 갔다가 한 이틀 지나면 괜찮다고 하던데 저는 갔다 오면 많이 걸은 날은 근육통이 일주일 넘게 가기도 하고 그랬다. 남편이 수고했다고 마사지를 해주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이 시간만큼 이렇게 산행을 하고 와야 한다고 하면 군말 없이 양해해 주었다.

가장 힘들었고 험한 곳, 설악산 황철봉과 포암산 그리고 한여름 덕유산

□ 산행 중에 즐거웠던 일, 힘들었던 일,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았을 텐데 기록으로 남길만한 일들을 몇 가지씩 소개해 달라.
■ 전용정: 저는 산행 3분의 1쯤 지나서 김천 대덕산 구간 하산길에 초등학생 인성이가 벌에 쏘이는 일이 벌어졌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얼음골에서 물에 발 담그고 나하고 맨 앞에 같이 가다가 폭포 지나서 내려가는 길에 그랬다. 뒤에서 비명 지르는 소리를 듣고서야 알았지. 내 바로 뒤에 인성이가 따라 왔는데, “대장님이 벌을 건드려서 내가 쏘였다”고 나를 원망하는 거다. 그때 내가 알레르기 약을 안 갖고 갔다. 산에 갈 때는 항히스타민제라고 알레르기성 질환이 발생했을 때 쓰는 약이 있다. 늘 갖고 다녀야 하는 건데. 다행히 팔에만 붓고 온몸으로 번지지는 않아서 큰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때 아찔했다. 벌에 쏘이면 잘못될 경우 쇼크사도 오니까.
■ 심주이: 저도 그 상황을 뒤에서 봤는데 벌에 쏘이니까 뒤에 가던 인성이 아빠가 굉장히 힘들 때인데도 초능력을 발휘했다. 애를 번쩍 안고 내리막길을 쏜살같이 뛰어 내려갔다.
■ 전용정: 산에 다니는 사람들은 산에서 제일 위험할 때가 벌에 쏘일 때, 뱀에 물릴 때다. 추락사 이런 건 극히 드문 일이고. 꽃이 피는 봄부터 가을까지 제일 흔하고도 위험한 게 벌에 쏘이는 거다. 뱀도 사실은 드물다. 그리고 웬만해서는 뱀이 먼저 물지도 않고, 도망간다. 그런데 벌은 그렇지 않거든. 스치고 지나가기만 해도 자기를 공격하는 줄 아니까. 그래서 항히스타민제 비상약을 꼭 가지고 다녀야 한다.

   
▲ 대간 산행 중 가장 힘들었던 곳 중의 하나인 포암산 정상에서. 지친 모습들이 역력하다.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 총무께서 산행 중 제일 힘들었던 때는?
■ 심주이: 여러 가지 힘든 경험 중에 처음으로 힘든 기억은 지리산 한신계곡 내려올 때였다. 그때도 다리가 아파서 절면서 내려왔다. 하산길만 7km였다. 그전에는 다 짧은 구간이었다. 그전 덕유산은 오히려 덜 힘들었던 것 같다.
■ 전용정: 덕유산은 나리꽃 필 때 한 여름에 갔는데, 대부분 대원들이 날씨도 무덥고 거리도 길고 물도 부족하고 해서 힘들다고 했는데.
■ 심주이: 그리고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무도 잊지 못하는 포암산이다. 너무 더워서. 2018년 7월 22일인가. 무박으로 시작했는데 새벽 2시부터 산을 탔는데 산속 기온이 30도였으니까. 시작하면서부터 전부 땀을 줄줄 흘렸다. 고바위를 넘고 넘으면서 그렇게 정상 부근 올라갔는데 하늘에는 은하수가 쫘악 펼쳐져 있는 거다. 굉장히 힘들게 올라갔는데 그 깜깜한 곳에서 광경이 좋아서 잊히지 않는다. 은하수까지 본 적은 많지 않다. 이때 은하수를 사진에 담을 수가 없어서 그림으로 남겨두었다. 
■ 전용정: 새벽 기온이 30도. 게다가 랜턴 불빛을 따라 날벌레들이 엄청 달라붙고. 겨우 정상 부근에 올라와 모두 힘이 빠져 엎어져 뻗었다가 드러누웠는데 그 순간 눈앞에 은하수가 쫘악 펼쳐진 거다. 그걸 우리 심 총무가 그림으로 남겼다.
■ 오동진: 마지막 산행도 힘들지 않았어요?
■ 심주이: 마지막에는 힘들다는 기억이 덜 드는 게, 뭐랄까 마음 자세가 달라서 그런가 보다. 다리가 아플 것으로 예상이 되니까 미리 마음의 준비가 되어서 그런 것 같다.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전에 다녀본 곳은 한 군데도 없고 멋모르고 따라 간 거라서 대장님과 선배 대원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대장님이 앞에서 끌어주시고 후미대장님하고 뒤에서 갈 때는 많이 혼났다.(모두 웃음) 저 때문에 뒤에서 가게 된 거니까. 항상 대간을 타는 내내 목표는 민폐를 끼치지 말자는 거였는데, 거의 마지막 구간에 와서 민폐를 좀 끼쳤다.

□ 후미대장은 산행에서 그렇게 어려운 일이 없었을 것 같다.
■ 오동진: 그렇지 않다. 힘들 때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제일 힘들었던 건 2018년 12월 9일, 39구간인 문경 선달산 직전 38구간을 ‘땜방산행’ 할 때였다. 나는 그 전날 토요일에 여유 있게 가려고 계획하고 그 정도는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이민우 대원이 자기도 같이 가자고 하고 또 박명환 대원과 이종규 대원이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래서 4명이 됐다. 앞선 38구간을 놓친 4명의 대원이 고치령에서 늦은목이까지 야간산행에 나선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갑자기 토요일 밤 12시부터 새벽까지 야간산행을 하게 됐는데, 하필이면 그날이 그해 제일 추웠던 날이다. 바람도 너무 세게 불었다. 이른바 칼바람이었다. 당시 이민우 대원이 쓴 산행기에 “핸드폰의 온도는 영하 17도, 18도 조금씩 다르다. 소백의 겨울 칼바람은 무척 유명하다고 한다. 실제 피부로 느끼는 기온은 영하 30도쯤 될 것이라고 한다”고 적혀 있을 정도다. 고생고생 하며 딱 새벽 5시쯤 생달리에서 늦은목이로 올라온 본대와 만나긴 했는데 그때부터 긴장이 풀려서인지 내가 죽겠더라구. 게다가 그날 청량리역에서 풍기역 가는 기차도 간신히 탔었다. 갑자기 청량리역에서 기차가 고장이 났다며 안가다가 그게 풀리자 뛰어가서 기차를 탔다. 어쨌든 밤새도록 고생을 하고 본대 대원들 만나서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독한 술을 몇 잔 마셨더니 확 올라왔다. 그날 산행 내내 힘들었다.

□ 후미대장도 힘든 때가 있었네요.
■ 오동진: 날씨가 엄청 추워 그때가 개인적으로는 제일 고생을 했다. 대원들하고 같이 갈 때 많이 힘들었던 건 덕유산 구간이었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구간은 오히려 초등학생이 없어 덜 힘들었다. 덕유산 구간은 날씨가 무덥고 물이 모자랐다. 물을 아껴서 갔는데도 나중에는 다 떨어졌다. 능선에는 샘이 없으니까. 초등학교 3학년생 민성이는 결국 참지 못하고 나중엔 울더라구. 그래서 한번은 마실 물을 얻어서 줬는데 그것 가지고는 안 되고 결국은 대피소까지 와서야 해결됐다. 
 
□ 일반적으로는 전체 백두대간 구간 중에 어디를 가장 어려운 곳으로 꼽나?
■ 오동진: 설악이지. 남설악에서 북설악. 대원들 전체가 힘든 건 덕유산 구간이었지만 산행 전체가 힘든 건 험하고 길고 암릉이 많은 설악산 구간이다. 

   
▲ 역시 대간 산행 중 가장 힘들었던 곳 중의 하나인 설악산 황철봉 정상에서. 집채만 한 바위덩어리들을 넘고 정상에 올라왔다.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 그중에서도 제일 힘든 구간은 어디인가?
■ 전용정: 아무래도 황철봉이다.
■ 오동진: 그래도 나는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 전용정: 심 총무는 어디가 제일 힘들었어요?
■ 심주이: 저도 황철봉. 그런데 몸이 괜찮았으면 재미있었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런 너덜구간이 없으니까. 그런데 다리 통증이 있는 와중에 좀 과장해서 말해 집채만 한 바위덩이를 계속 오르고 넘어야 하니까 힘들긴 했다. 공룡능선보다 황철봉이 더 힘들었다.
■ 전용정: 심 총무의 산행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봐야지. 초반보다 거리도 두 배 이상 되고 난이도도 두 배 되고... 이걸 곱하기하면 초반보다 어려움이 4배인데.
■ 오동진: 그렇지. 처음에는 12km만 지나면 막 다리가 아프다고 했는데, 나중엔 16km, 20km, 26km까지 갔으니까 실력이 엄청 늘었지.

가장 아름다운 곳은 설악산 신선봉과 공룡능선, 그리고 점봉산, 소백산, 지리산 연화봉

□ 남쪽 백두대간 구간 중에 가장 아름답게 기억되는 곳은?
■ 심주이: 이번에 갔던 마지막 구간인 미시령-진부령 구간 중에 만난 신선봉이 풍광은 가장 멋있었던 것 같다. 정상에 오르니 사방이 탁 트여서 좋았다. 속초항 바다가 지척이었고, 멀리 앞으로는 우리가 가야할 향로봉과 금강산까지 어렴풋하게나마 볼 수 있었고 뒤로는 우리가 거쳐 온 대청봉과 공룡능선이 펼쳐져 있었다. 그 다음에는 소백산도 좋았다. 가을인데 날씨도 따뜻하고 또 풍광이 아주 예쁠 때 지나갔다.

   
▲ 가장 아름다웠던 곳 중의 하나인 설악산 신선봉에서. 사위가 탁 트였다.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 오동진: 점봉산이나 신선봉도 다 좋았는데, 지난해 11월에 간 대청봉부터 1박2일 설악 주능선이 제일 좋았다. 소청 산장의 밤 야경도 좋았고 대청도 좋았다. 소청 가기 전 일몰, 공룡능선 탈 때 날씨도 좋았고 너무 좋았다.
■ 전용정: 지리산 중에서도 세석에서부터 천왕봉까지, 그 중간에 연화봉이라는 데가 있다. 그 풍경을 연화선경이라고 하는데, 지리10경 중의 하나로 꼽힌다. 천왕봉을 쳐다보면서 지나가다보면 등산로와 산봉우리가 어우러지는 모습이 언제 봐도 좋다. 세석평전에서 올라가면 촛대봉이고 거기서 보이는 풍경, 그리고 지나서 연화봉, 제석봉은 언제 봐도 좋다. 두 번째는 심 총무와 같은데, 신선봉이라는 곳. 미시령에서 상봉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데 360도 트여있는 곳이라서 바다도 보이고 금강산도 보인다. 남쪽 군사분계선에 있는 향로봉까지 동서남북이 다 보이니까 여길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데 좀 힘들다. 그래서 아무나 가긴 어렵다. (모두 웃음)

□ 3년 넘게 백두대간을 완주한 남다른 소감이 있을 것 같다.
■ 심주이: 뭐랄까. 긴 여행에서의 쉼표라고나 할까. 대륙열차 여행 같은 것 할 때 중간에 멈춰 서는 지점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한 구간 잠깐 멈춘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도 그건 북에 가게 되면... 가고 싶은 마음이 남아서 그런가... 솔직히 갈 수 있는 기회가 와도 제가 체력적으로 갈 수 있으려나 싶은데, 자신은 없지만 우리 대간팀이 꼭 내가 아니더라도 꾸려져서 가게 될 테니까. 그런 소망이 남아 있어서 뭐가 다 끝났다기보다는 이제 한 단계 넘어왔구나 하는 생각이 있고, 또 산행을 통해서 사람들하고 많은 걸 다져 온 것 같아서 그런 게 가장 많이 남는 것 같다. 혼자서 뭔가를 이뤘다는 성취감보다는 함께여서 참 좋았다는 생각이다.
■ 오동진: 그동안 사람들과 많이 만나는 직업이었는데, 언제부턴가 힘들다, 이제 그만 만나야지 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 와서 대간을 타면서 정말 새로운 사람들, 좋은 사람들을 만난 거다. 전 대장과 이계환 대원은 전부터 알고 지냈지만 예전에 알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또한 이민우 대원, 김태현 대원과도 같이 했는데,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는 건 이제 사실상 마지막이라고 봐야겠다. 그냥 일반적으로 만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좋은 사람들, 좋았던 사람들이 더 좋아지는 경험이었다. 이지련 단장, 김성국 대원, 장소영 대원, 심 총무 이런 사람들을 새로 만나고 이종규 대원, 박명환 대원도 대간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 너무 좋았다. 앞으로 한 달에 한번 산에 가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두 번째는 드디어 내가 백두대간을 탔다, 나도 백두대간을 탄 사람이라는 거다. 산 다니는 사람은 그게 사실 꿈이다.

□ 후미대장은 싸이클도 타고, 마라톤도 뛰고 또 낚시도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오동진: 제가 취미를 여러 가지를 가졌는데, 고민이 많을 때는 산에도 가고 낚시도 하고 그렇다. 산, 달리기, 사이클 이런 것 할 때마다 목표를 정했다. 자전거는 4대강을 돌고 동해안을 타자는 목표였는데, 동해안 먼저 타고 한강, 낙동강까지는 돌았다. 이번에 금강 타고 영산강을 남겨둔 상태다. 달리기는 동료가 건강이 좋지 않아서 함께 시작했지만 욕심이 생겼다. 마라톤 풀코스를 한번 뛰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가 두 번 반 뛰었다. 세 번째 풀코스에서 절반은 뛰고 나머지는 너무 힘들어서 걸어왔으니까. 그런데 완주는 세 번 한 거다. 그런 중에 등산은 제일 하고 싶었던 백두대간 타는 게 꿈이었는데 이번에 이루었으니 제일 좋은 거다.

□ 전 대장은 오합지졸(?)을 이끌고 백두대간을 한 번 더 완주한 소감이 남다르겠다.
■ 전용정: 아쉬움이 남는 건 내가 등산에서 배운 것들을 제대로 전해주지 못한 것들이 많이 있어서다. 예를 들면 최근에 장소영 대원이 내려올 때 보니까 스틱을 쓰질 않았다.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불편해서 그런다는 거다. 힘도 덜 들고 도움이 될 텐데 어떤 점이 불편하냐고 다시 물어보면서 스틱을 잡아보라고 확인을 해보니 스틱 사용법을 잘 모르고 있었다. 스틱을 어색하게 쓰니까 몸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걸림돌이 된 것이다. 배낭 매는 법, 쥐가 났을 때 스스로 처치하는 법 등 나도 선배들한테 배웠던 것들인데 잘 전해주질 못했고 이제부터라도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산에 갈 거니까. 개인적인 소감은 사실 아직도 시원한 맛이 덜하다. 백두대간 완주 보고회도 해야 하지만 아직 일이 남아있어서 그런 것 같다. 완주를 했어도 끝났다는 느낌이 없다. 모든 행사가 다 마무리됐으면 심리적으로 덜할 텐데. 아직 그런 게 좀 남아 있다.

“대원들과 함께 일차로 백두산 천지, 장군봉에 가고 싶다”

   
▲ 진부령에서 전용정 대장. 백두대간 남측구간 완주 인증샷.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 진부령에서 심주이 총무. 백두대간 남측구간 완주 인증샷.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 진부령에서 오동진 후미대장. 백두대간 남측구간 완주 인증샷. [사진제공-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 백두대간 완주 보고회는 언제 하나?
■ 전용정: 8월 29일(토) 예정하고 있다. 58회를 하면서 연인원이 7백여 명이 된다. 끝까지 완주는 못했어도 한두 번씩 참가한 분들도 꽤 된다. 통일뉴스에서 후원해 주신 분들도 있어서 그 분들에게 백두대간을 완주했다는 보고를 드리려고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사진이다. 산에 다니면서 찍었던 멋진 풍광도 보여드리고, 완주한 분들에게 완주 기념패도 증정하는 행사, 그리고 통일뉴스에 연재했던 산행기를 책자로 엮어서 그날 나눠 드리려고 한다. 

□ 보고회 할 때 북쪽 백두대간에 대한 계획도 발표하는가?
■ 전용정: 당연히 백두대간 북측구간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정확히 이야기하면 북쪽에 갈 계획을 지금 세울 수가 없다. 남북관계 경색이 언제 풀릴지 모르니까 계획을 세울 수는 없다. 하지만 언제든지 갈 준비는 되어있다.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상황이 허락한다면 대원들과 함께 일차로 백두산 천지, 장군봉에 가고 싶다. 그리고 백두산에 갈 수 있다면 그 다음에는 백두대간 봉우리 중에 명산들이 많이 있다. 그런 곳을 가보고 싶다. 대표적으로 백두대간 중에는 금강산과 백두산을 가고 또 개마고원에 있는 2천 미터 넘는 봉우리를 가볼 계획이다. 칠보산은 백두대간 줄기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만약 가게 되면 가봐야 하는 곳이다. 북측에서도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산 중의 하나이니까. 

□ 남쪽 백두대간을 함께 타진 않았지만, 북측 구간에는 가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는데, 같이 갈 수 있는가?
■ 전용정: 당연히 그건 열려있다. 그런데 갈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인원이 제한될 수 있으니까.(모두 웃음)
■ 오동진: 산행 중간에 우리가 어떤 이야길 했냐면, 이번 백두대간 산행 참가자들을 우선으로 확보될 수 있는 비행기 좌석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율을 정해서 추가 좌석을 정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다.(웃음)
■ 전용정: 이번 백두대간 완주로 끝난 건 아니고 북쪽에 가기 전까지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남측 명산을 찾아 산행을 하면서 체력과 팀워크를 다지면서 종주대를 유지하기로 했다. 백두대간 북측구간을 완주할 때까지 우리 종주대는 유지되는 것이다. 북측 백두대간을 가고 싶은 사람들은 이런 걸 참고해서 우선순위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모두 웃음)

□ 향후 백두대간 북측구간 산행도 이뤄졌으면 좋겠다. 오늘 세 분 함께 얘기해 즐거웠다.
■ 모두: 꼭 북쪽 백두대간을 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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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 통합당, 장외투쟁 안 하나 못 하나

여당 독주 항의했지만 지지율은 하락..."무기력 인상 피하려 가능성 남기는 듯"

20.08.01 19:20l최종 업데이트 20.08.01 19:20l
 박병석 국회의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상정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재석 의원 187명 중 찬성 185명, 반대 0명, 기권 2명으로 가결처리됐다.
▲  박병석 국회의장이 7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상정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재석 의원 187명 중 찬성 185명, 반대 0명, 기권 2명으로 가결처리됐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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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의 '장외투쟁'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세는 '안 한다'가 강하지만, 장외투쟁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속내도 제각각이다. 여전히 장외투쟁의 필요성을 주창하는 이들의 '잔불'도 꺼지지 않는 모양새이다.

통합당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임대차 3법'을 포함한 부동산 대책 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관련 법안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항의 후 퇴장'만 반복하고 있다. 이미 상임위원장 자리를 여당에 다 내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없고, 절대적으로 의석 수가 모자란 탓에 여당을 견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지난 20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처럼 물리력을 동원하면 또다시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무더기로 기소되는 상황이 올 수 있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서더라도 의석 수 5분의 3(180석)을 넘는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열린민주당이 연대해 중단시킬 수 있다. 

일단 국회 안에서는 법안 처리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 

"실정 꼬집는 국민과 함께 해야" - "지금 나가면 누가 제일 좋아할까?"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며 퇴장하고 있다.
▲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7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며 퇴장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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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들끼리 잘 해보라'며 국회를 뛰쳐나와 광장에서 여론을 규합하는 건 어떨까. 장외투쟁에 찬성하는 의원은 적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초선 A의원은 "(장외투쟁에 적극적이었던) 자유한국당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20대 국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라며 "부동산 정책을 시발점으로 이미 많은 국민이 국회 밖에서 정부·여당의 실정을 꼬집고 있다. 이들과 함께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예전 생각에, 장외투쟁과 무조건 거리를 두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당 밖에 있지만 자유한국당의 대표를 지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야당은 투사가 필요하지 온화한 패셔니스트로는 안 된다"라며 "이제 광화문에서 부동산 횃불이라도 들어야 하느냐?"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장외투쟁 자체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의원들의 의견을 듣기가 더 쉬웠다. 대체로 수도권 혹은 초선 의원 상당수가 이런 의견으로 보인다.

수도권 지역구의 B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장외투쟁은 안 한다. 안 하는 거다"라고 강하게 이야기했다. "전수조사를 할 필요도 없다"라며 "장외투쟁에 반대하는 의원이 절대 다수"라고 밝혔다. 그는 "국회를 보이콧하고 장외투쟁하는 건 사실 쉬운 길"이라며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회 안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논쟁하고 여당을 비판하는 건 어려운 길이다. 그리고 우리는 어려운 길을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초선 C의원 역시 "지금 우리가 밖으로 나가면 누가 제일 좋아하겠느냐"라며 "우리가 국회 안에 있어도, 우리를 '패싱'하는데 우리가 나가면 그때는 정말 (민주당이) 막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래통합당 상임고문인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31일 페이스북에 "국회의원이 100명 넘게 있는데 무슨 장외 투쟁인가?"라며 "국회 안에서 끝을 보시라"라고 지적했다. 그는 "밖에서는 당신들과 함께할 사람들도 없고 당신들을 반겨주지도 않는다"라며 "참으로 한심한 당"이라고 일갈했다.

장외투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의원도 있다. 코로나19 등의 현실적 제약 조건을 이야기하는 것. 지역구가 영남인 D 의원은 <오마이뉴스>에 "지금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평소 같으면 밖으로 나가는 게 맞다"라면서도 "그렇다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하고 국민 공중 보건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이게 제일 중요한 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다른 영남권 다선 E 의원 또한 "장외투쟁을 외치는 일부 의원들의 생각에 공감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반드시 국회 밖으로 나가는 건 능사가 아니다"라며 "유튜브라든가 SNS를 이용해 국민들께 잘 홍보하고, 여론을 모으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아직은 아냐"...당 지지율 3%p 하락
 
미래통합당 “거대여당 일방독주 국민들은 분노한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원회 운영과 인사 처리 강행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미래통합당 “거대여당 일방독주 국민들은 분노한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7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원회 운영과 인사 처리 강행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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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31일 오전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지금 전국이 폭우 피해가 있고, 코로나의 사회적 거리 두기도 있다"라며 "여름 휴가철 이런 걸 감안할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장외투쟁이라는 게 엄청난 비용이 동원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장외투쟁을 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선을 긋지도 못한다. 주 원내대표는 "국민들 저항이 시작되고 우리들이 상황을 봐서 도저히 원내에서는 방법이 없다고 할 때는 그런 방법도 고민은 하되, 다만 예전처럼 광장에 많은 사람을 모아서 일방적인 연설을 하고 이런 방식보다는 SNS라든지 혹은 지역별로 전국 순회라든지 여러 가지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역시 지난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외투쟁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지, 공식 결정한 것은 없다"라며 "지금 국민의 수준이 옛날하고는 완전히 달라서 무조건 국회의원들이 밖으로 튀어나가서 장외투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외투쟁은 최종적 수단"이라며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는 것.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지적은 '장외투쟁을 벌여 세력을 과시할 수 있는 수준의 여론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한국갤럽 정기 여론조사에서 7월 4주차까지 완만하게 상승을 지속했던 미래통합당 지지율(23%)은 7월 5주차(28~30일) 조사에선 3%p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법안을 밀어붙인 민주당도 지지율이 떨어졌지만(41%→38%) 상임위 법안소위 구성에 시간을 끄는 등 법안처리에 비협조로 일관하며 '일당독재' 프레임을 내세운 통합당 역시 지지율을 깎아먹은 것이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상황이 애매하니 메시지도 애매... 장외투쟁 카드 아예 버리기도 어려워"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어쨌든 여론의 흐름이 무엇인지는 따라가고 있다"라면서 "장외투쟁을 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걸 지도부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수도권이냐 영남권이냐, 초선이냐 다선이냐에 따라 민심에 대한 민감도가 많이 다를 것이고, 현장에서 느끼는 여론이 다를 것이다"라며 "소수지만 한쪽에서 계속 장외투쟁의 목소리를 높이며 압박하고 있으니, 지도부에서도 명확히 못을 박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여론조사 지지율 등을 봐도 그렇고, 이슈도 그렇고, 지금 통합당은 상당히 애매한 상황이다"라며 "여권의 악재 때문에 통합당이 아주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좋은 분위기도 아니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애매하니 메시지도 애매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또한 "장외투쟁이 통합당에게 썩 이롭지 않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포기하는 카드라고 먼저 규정하는 것도 현명하지 못한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윤 실장은 "장외로 나가서 과거를 답습하는 것도 패착이지만, 민주당이 밟고 지나가도 아무것도 못하는 무기력한 야당 이미지 역시도 통합당에게는 좋지 않다"라며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장외투쟁이라는 카드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는 것이다. 여차하면 쓸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는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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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소방대원 구조작업 중 실종, 급류 휩쓸려

고희철 기자 khc@vop.co.kr
발행 2020-08-02 09:48:55
수정 2020-08-02 09: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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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충북 산척면 한 도로가 폭우로 유실됐다. (충주시 제공)
2일 충북 산척면 한 도로가 폭우로 유실됐다. (충주시 제공)ⓒ뉴스1  
 
 
 
 
 
충북 충주에서 구조작업 중이던 소방대원 1명이 도로유실과 함께 급류에 휩쓸리면서 실종됐다.

충주소방서 등에 따르면 2일 오전 7시40분쯤 충주시 산척면 영덕리 한 도로에서 도로가 유실되면서 소방대원이 실종됐다.

이 대원은 침수된 구조차량의 진입여건을 확인하던 중 산사태로 도로가 유실되면서 함께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소방대원이 실종된 하천으로 구조대를 보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충주는 전날부터 폭우가 내려 이날 오전 9시 현재 230㎜ 넘는 강수량을 기록했으며, 호우 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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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주둔비 1인당 혈세 3억원 한 푼도 못 준다, 미군철거하라!

프레스아리랑  | 입력 : 2020/08/0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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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순간 미군부대 캠프워커 후문 앞에서는 퇴직 교사, 노동자, 청년, 대학생, 시민대중이 참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 프레스아리랑

 
[대구=문해청 기자]
 
미국방위비 5조 8천억 인상요구를 규탄한다!
미군의 한국주둔은 미국방어를 위한 것이니 미군기지 사용료 내어라! 
양키 고 홈! 
 
1945년 8월 미제국주의 분단강점 75년째,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33주년을 맞아 미군정의 한국전쟁 전후 민족문화 말살 민중의 삶을 학살하고 약탈하며 조선(한)반도의 주권을 유린했던 미국국익우선주의를 내세웠던 내정간섭에 분노한 대구지역의 시민들이 주권회복을 위해 성토하고 나섰다. 
 
지금 이 순간 미군부대 캠프워커 후문 앞에서는 퇴직 교사, 노동자, 청년, 대학생, 시민대중이 참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 합의후 휴전을 유지한채 2020년 7월 31일 현재 67년 4일째를 넘어가고 있다.
 
이날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한 남문 선생은 그동안 일관 삶을 살아가며 추구했던 반미평화통일을 동의하며 민족 민중 자주 주권회복을 통한 자주적복지연방국가로 나아 갈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의 군수산업복합체를 대변하는 워킹그릅해체를 촉구하는 것을 계기로, 미국의 부당한 방위비용 인상안을 강요하는 것에 격렬하게 반발하는 학생, 청년, 노동자, 시민들이 점 점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미8군 캠프워크 후문앞 인도를 지나가는 시민들은 "고맙습니다" 라며 인사를 하고 덕담을 건네거나 음료수, 아이스크림을 건네 주기도 한다고 함께했던 시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전했다.
 
한편 지나가는 시내버스안에서 릴레이 1인시위 사진을 찍으며 손을 흔드는 학생들 청년들 노동자 시민들과 관심을 갖고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중장년 직장인 및 노인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반면에 미국의 강점에 대한 분단통치전략을 북남분열을 통하여 북측의 침략을 막아냈고 나라를 구했다며 어느 한쪽만 편협하게 판단하고 바라보며 미국 미군을 진정 자랑스러워하는 숭미사대주의 매국노친일파 떨거지들이 몰래 몰래 1인시위 릴레이를 알리는 현수막을 불법적으로 파손해,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시민대중이 관할 관청인 남구청으로 찾아가서 현수막을 회수해 재설치하는 것을 반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미제국과 분단체제에 기생하는 매국세력들에게 넌더리를 내고 분노하고 분통을 터트리는 시민대중이 점 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변화가 아닐수 없다.
 
이제 과거 일제강점기 이후 미군군수정보통신부대 거점의 도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부쿠테타 독재권력통치자 출신의 도시라는 오명의 탈을 썻던 오명의 대구는 점차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1945년 일제식민지시기 이후 미군강점의 미군정 시기 저항했던 대구 10월 항쟁을 기억하며 지난날 혁명의 도시였던 명예를 회복하고 대구시민의 밑바닥에서 변함 없는 앞산을 바라보며 이 땅의 분단 분열 모순에서 깨어나는 학생 청년 노동자 시민대중의 뜨거운 열기는 끈임 없이 강물처럼 흘러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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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사망 후 34개 권고 내려졌지만...서울의료원은 '묵묵부답'

['덕분에' 대신 괴롭힘 방지를⑤] '괴롭힘 방지 권고', 무엇이 이행을 가로막나

2019년 1월 4일 서울의료원에서 7년째 근무하던 고 서지윤 간호사가 직장내 괴롭힘으로 사망한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바로 전해에 고 박선욱 간호사가 사망하고, 한림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에 대한 갑질이 세상에 알려졌다.

 

직장 내 괴롭힘금지법이 시행을 앞둔 상황이어서 시민들의 충격은 매우 컸다. 평간호사들이 소위 '태움'이라는 직장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퇴사나 죽음을 택하는 현실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가 많았다.


 

이에 노조와 인권단체, 보건의료단체 등이 모여 긴급하게 시민대책위를 구성했다. 시민대책위는 서간호사의 죽음의 원인을 밝히고 재발방지를 위해 서울시가 나서라고 촉구했다.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에서의 간호사 사망에 대해 정부가 손 놓고 있다면, 민간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이 더 힘든 상황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9월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진상대책위원회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진상대책위는 고 서지윤 간호사의 사망 원인을 '태움'이라 불리던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결론지었다. ⓒ서울의료원 시민대책위

최초의 직장내괴롭힘 사망에 대한 공식조사기구


 

서울시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진상대책위원회'(이하 진상대책위)를 구성했고 3월12일 출범했다. 한국에서는 최초로 지방정부가 만든 직장 내 괴롭힘 사망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진상규명 기구였다. 10명의 보건의료, 법률, 인권 전문가들이 모여 서간호사가 왜 죽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 면접조사, 설문조사, 서울의료원 자료 분석 등을 했다. 필자도 6년째 직장내괴롭힘 실태조사를 한 경험이 있었기에 인권전문가로서 참여했다.

 

그런데 참여자들 모두가 처음부터 이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전제하고 조사에 임한 것은 아니었다. 첫 회의에서 진상대책위의 명칭은 조사 내용을 봐야 사망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으므로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기로 긴 논쟁 끝에 결정할 정도였다. 그러나 조사를 할수록 수집되는 자료들은 서간호사가 괴롭힘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죽음을 선택하게 됐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실 진상대책위 활동은 쉽지 않았다. 서울의료원이 근무표 등의 주요 자료를 제때 제대로 주지 않아 자료 분석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6개월간의 조사를 마치고 9월 6일 사망의 원인에 대한 조사결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34개의 권고를 발표했다.


 

34개의 권고가 이행되지 않은 이유


 

진상대책위는 서간호사 사망사건의 성격을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사망이자 공공기관에서 벌어진 중대재해, 중대사망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과 관련해서는 '환경적 괴롭힘'과 '간호관리자에 의한 괴롭힘'이라는 두 가지 성격이 있다고 보았다. 괴롭힘을 발생시키는 조직적(환경적) 요인은 해당 조직에 괴롭힘 문화를 만연시킬 수 있기에 매우 심각한 것이다.


 

언론에 알려졌듯이, 고인은 2018년 12월 간호행정부서로 간 후 겪은 2주간만이 아니라 그 이전에도 부서이동과정과 병동에서 괴롭힘을 겪었다.


 

고인은 다른 간호사와 달리 통상적인 부서이동에 따른 면담을 수차례 했으며, 병동에서 일하는 동안 다른 입사동기에 비해 더 많이 야간전담을 하고, 더 적게 휴가를 썼다. 병원과 같은 교대근무환경에서는 어떻게 근무표를 짜는가에 따라 업무가 더 쉬워질수도 있고 더 힘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근무표 작성, 적절한 간호인력의 배치 등을 하려면 간호관리자들의 자질과 능력도 중요하며, 병원의 경영전략도 매우 중요하다. 부족한 인력이나 비합리적인 병원 경영을 유지하려고 간호관리자들의 주먹구구식 행정이나 갑질 행위를 관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4개 권고는 ①서울시 사과와 책임, ②서울의료원의 인적 쇄신, ③고인에 대한 예우와 동료 심리치유, ④서울의료원 조직개편, ⑤간호인력 노동환경 개선, ⑥괴롭힘 고충처리 개선, ⑦서울시 제도개선, ⑧서울의료원 의혹 감사 등 규명, ⑨권고안 이행점검 등 9개 분야다.


 

약속과 다르게 후퇴한 서울시


 

먼저 서울시는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과 의료원장 임명과 사업계획 및 결산 등에 대한 승인권이 있는 실질적인 사용자이기에 중대사망사건에 대해 책임이 있다. 따라서 서울시가 유족에게 사과하고 서울의료원 인적 쇄신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울 것을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발표 전인 9월 2일 유족인 서간호사 어머니를 만나 사과하고, 3개월 내에 권고안을 이행하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지어 권고안에 없던 추모비를 서울의료원에 건립하라고 지시도 했다.

 

그런데 서울시장의 약속과 달리 권고안 이행은 더디거나 뒤로 갔다. 아직까지 추모비 건립도 되지 않았다. 진상대책위 이전에도 문재인정부가 만든 공식기구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그래서 9번째 권고에 '이행점검 체계를 구축하고 권고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할 것을 포함시켰으나 권고대로 되지 않았다.


 

먼저 서울시는 이행점검체계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도 서울의료원의 구조와 상황, 권고를 이해하고 있는 진상대책위 위원이 참여하도록 할 것을 요청했으나 한 명도 참여시키지 않은 채 서울의료원 혁신위를 구성했다. 혁신위에 누가 참여했고 어떤 방식으로 논의했는지에 대해 서울시는 아직까지도 밝히고 있지 않다. 2019년 말 진상대책위원이 참여한 이행점검회의에서조차 참여자 및 논의내용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구성과 논의방식에 대한 불투명성을 차치하더라도 권고안 이행을 위한 혁신위라면, 권고안을 중심으로 논의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2019년 12월 2일 발표한 혁신안에는 기존에 서울의료원에서 논의되던 안을 권고이행인양 내놓은 것들이 포함됐다.


 

▲지난 5월 대책위는 고 서지윤 간호사의 사망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산업재해로 결론짓고 산재신청을 했다. ⓒ서울의료원 시민대책위

괴롭힘 방지 하랬더니..."간호사 임금 낮추겠다"


 

심지어 직종․직무별 직무분석을 통한 임금체계라는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안이 포함됐다. 직무급제는 성과주의를 기본으로 해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임금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공공성이 주요 가치인 공공병원과는 동떨어진 제도다.


 

진상대책위는 인력이 부족하고 그에 따른 임금은 낮은 서울의료원의 현실에서 인력 확보와 평간호사의 권한을 강화하고, 공정한 인사제도를 확립하기 위한 간호부원장제도와 상임감사제 등 조직혁신안을 제안했다. 그런데 오히려 이와는 반대되는 내용을 권고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아무리 인력을 충원해도 해당인력이 간호인력 확충이 아니라 간호 관리 인력으로만 쓰인다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인사이동이 환자와 간호사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병원의 외형적인 성과 내기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로 귀결된다면 소용 없다. 그래서 간호행정부의 비합리적 조직운영을 개선하고 간호인력 역량강화를 권고한 것인데 이러한 것들을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괴롭힘에 대해 제대로 조사할 수 있도록 고충처리를 개선하라고 했으나 이것도 개선되지 않았다.

 

책임자 처벌 없는 대안...간호사의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둘째, 서울의료원의 인적 쇄신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울의료원의 인적 혁신을 권고했던 이유도 김민기 원장이 8년간 병원장으로 있으면서 잘못된 관행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민기 전 원장은 해임이 아니라 여론에 못 이겨 자진사퇴하는 것으로 그쳤고, 신임원장은 김민기 전 병원장과 함께 경영에 함께 했던 의무부원장이 됐다. 신임원장은 사망사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을 뿐 아니라 그전부터 해왔던 병원경영의 방향성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높았다.

 

인적 쇄신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권고 8번째인 '서울의료원 의혹 감사 등 규명'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 서울의료원 수의계약 및 각종 계약장비 시설 비리 의혹과 경영진 및 인사부서의 인사전횡 등이 제대로 조사될 수 있을지 더욱 불투명해진 셈이다.


 

또한 핵심 권고 중 하나인 책임자 처벌도 소홀하게 했다. 사망사건임에도 간호관리자에 대한 인사처분도 솜방망이 처벌로 그쳤다. 이는 사소한 것이 아니다. 서간호사를 괴롭히고 무리한 부서이동을 추진했던 관리자들이 경징계로 그칠 때 병원현장에 전해지는 메시지는 '간호사를 괴롭혀도 문제되지 않는다'이다. 나아가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처벌은 유족들의 상처를 덧나게 할 뿐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이행이 되지 않은 이유는 서울시가 서울의료원의 혁신을 이끌어야할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의 관성대로, 공공기관의 관행을 그대로 용인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서 문제다. 34개 권고 중 이행된 것은 서울시는 권고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조례를 만들었다. 그러나 조례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조치는 아직 없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서울의료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 이 책임에서 서울시는 자유롭지 않다.

 

현재 서울시장이 공석인 상황이지만 서울시가 만든 최초의 병원 내 괴롭힘 조사기구의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 그것이 시민들의 건강과 간호 인력의 안전을 책임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73117263605602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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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모곡(思慕曲) -박원순을 사모하는 노래

두견  | 등록:2020-07-31 14:20:41 | 최종:2020-07-31 14:27:4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사모곡(思慕曲)-박원순을 사모하는 노래


어제 어둠이 내린 하늘에 검은 구름이 코팅한 것처럼 번들거렸다. 장맛비마저 적시지 못하고 그 위로 흘러내릴 정도였다. 잠시겠지만 비가 그쳤다. 우산을 들고 나와 농로를 걷는데, 나뭇잎이 요란하게 울어댔다.

하지만, 나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 수 없다. 박원순 시장 사후 기운을 차리려 해도 왜 이렇게 마음이 산란한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나의 나날이다. ‘성추행’을 저질러놓고 죽음을 택함으로써 2차 가해를 했다는, 김재련 변호사와 여성단체들. 애도를 표하는 것도,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침묵하는 것도, 증거를 요구하는 것도, 심지어 변호사에게 질문하는 것도 죄라며 …… 나를 숨 쉬지 못하게 하고 있다.  

 

1.

내가 박원순 님을 안 건 꽤나 오래됐다. 두서 해 전쯤에 30년을 격해 처음 봤는데, 대뜸 내 국가보안법 사건 얘기부터 꺼냈다. “내가 변호 맡았잖아.” 하면서 호탕하게 웃는 것이었다. 그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님의 얼굴에 흐르는 천진난만한 장난기, 자유로운 정신을 보여주는 푸른 청년의 눈빛, 뭔가 어색해도 굴하지 않는 유머, 끝없는 촌놈기질, 질그릇 같은 소탈함, 일상과 여가를 중시하는 여성적 감성, 그리고 유창하지 않는 그 특유의 어투……. 붉은 포승줄에 묶였던 나를 소환해내서, 막 김매다 나온 얼굴로 반가워하는 게 놀랍고 기뻤다. 서울시장 이전에 인권운동가 박원순이기 때문에 국가한테서 인권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지금도 그 시절의 인권운동가여야 할 것 같은, 그래야 자연스러울, 싱싱할 그가, 부재한 시간, 내 가슴에 긴 터널을 뚫어 놓은 것이다.  

“너 빨갱이지?” 하며 재판도 없이 이 강산을 피로 물들였던 제노사이드! 영화화된 <남영동1985>, <1987> 외에 셀 수 없는 ‘빨갱이사냥과 고문’이 국가보안법의 이름으로 자행되었다. 일제의 치안유지법을 이어받아 대한민국 1,2,3,4,5공화국을 거쳐 현재까지 존속하고 있는, 대표적인 반인권 악법이다. 박원순처럼 1,185쪽에 달하는 학술서적까지 출판하면서 이론과 실천 양면에서 이처럼 철저하게 ‘국가보안법’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없다. 그가 저술한 <<국가보안법 연구 1, 2, 3>>만으로도, 박원순은 기념비적인 존재다.

게다가, 박원순은 여성인권에도 최전선에서 싸웠다. 전두환 시절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을 맡아 승소했고, 서울대에서 일어난 ‘성희롱사건’을 법정에 올려 승소함으로써 ‘성희롱이 범죄가 된다’는 사실을 여성운동사상 처음으로 법률로서 확인했다. 이렇게 그는 여성인권 불모의 시절에 성범죄 피해에 관한 여성의 법적 지위를 한 차원 끌어올렸다. 한국여성단체연합회에서 주는 ‘여성운동상’(1997)을 수상했다. 

나는 당신을 ‘영원한 인권운동가’라고 다시 불러야겠다. 내가 박원순 님의 ‘사모곡’을 쓸 자격이 있는지 자문하기 전에 성서 한 구절이 떠오른다. “만일 이 사람들이 잠잠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 하시니라.” 말해야 할 사람들이 잠잠하다. 아니, 말을 하긴 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말한다.

“성추행이 사실이면 나도 박 시장을 비난하겠다. 그러나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고, 아무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의문을 제기하는 것마저 2차 가해라고 하면 어떻게 박 시장은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가. 더욱이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이 되지 않았나. 적어도 내가 아는 박 시장은 그럴 분이 아니니 팩트, 실체에 접근해서 진실을 밝히자. 그래야 나도 박 시장에게서 자유로울 수 있겠다.” 등등. 

나는 이 지성인들의 말에 백 번 천 번 동의한다. 그러나 박 시장을 존경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취할 ‘도리’로는 뭔지 미흡하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도리’ 운운하는 고풍스러운 교훈질 따윈 치워놓자. 아무튼 나는 ‘돌’이므로 <어느 돌멩이의 추모곡>이라도 불러드려야겠다!

언론에 뿌려진 김재련 측의 무수한 말들이 어느 하나도 박원순 님을 죄의 구렁텅이에 빠뜨리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증거능력이 허약하고, 사실은 없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박원순 님의 결백을 호소하려는 생각은 없다. 그의 죄 없음을, 무결함을 호소하는 게 박 인권운동가를 되레 불편하게 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엄밀한 팩트체크는 합리적인 도덕군자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나 같은 돌멩이에겐 과분하며, 솔직히는 거기에 휩쓸리고 싶지가 않다. 보면, 국가보안법을 패지하지 않고서 그 법에 악용됐다고, 마치 팩트체크만 하면 악법이 아닌 양 소란을 피우는 건, 나 같은 피해자 눈엔 색[빨갱이]인지감수성이 떨어지는 일이고, 제 꾀에 제가 넘어가라고 쳐놓은 적폐의 그물에서 노는 격이다.

나는 박원순 님이 (가족은 제외하고) 자기 곡조를 들어줄 단 한 사람도 곁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백아라는 거문고 명인이 있었다. 백아는 자기 곡조를 알아듣는 종자기 앞에서만 거문고를 탔다. 어느 날 종자기가 죽어서 자기의 연주를 들어줄 사람이 없게 되자,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어버리고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 여기서 유래된 말이 ‘백아절현’이다.

박원순은 거문고 줄을 끊어버린 것이다. 그의 노래를 그토록 섬세하게 듣던 ‘종자기’가 아무 데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종자기야. 종자기야.” 두 눈에 눈물을 흘리며 소리쳐 부르나, 보이지 않고 나타나지 않았다. 이승을 떠나는 날, 인권운동가 박원순의 곡조를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걱정만 할 뿐, 의심을 거둘 증거를 내놓으라고만 할 뿐 온전히 그의 곡조에 취해서 듣고는 저린 다리를 끌고 일어나 술상을 내올 종자기는 없었다.

“종자기야. 너는 어디에 있느냐?”

박원순과 함께 했던 그 많던 ‘싱아’(여성운동가들)는 어디로 갔는가? 정작 너희가 박원순을 모른다는 말이냐. <남원산성>의 한 구절처럼 ― “설마 설마 설마 섯설마? 제일 천하낭군이지 니가 내 사랑이지.” 했던 너희가! 땀에 젖은 러닝셔츠와, 간이침대와, “자기가 재면 혈압이 내려간다?”는 사랑스런 유머 들을 정녕 사거한 박원순을 다시 찌르는 비수로 사용하겠다는 것인가? 그런 메마른 성인지감수성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기꺼이 확인사살 공모에 가담하는 성인지감수성의 그 불모성은 공포 때문이 아닌가? 나는 너희의 공포를 보았다.

<<패왕별희>>를 보면, 문화대혁명 때 인민재판 장면에서 패왕이 공리를 손가락질하며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 전날까지도 공리는 남편 패왕이 자기를 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떨며 버리지 말라고 애원한다. 패왕은 나를 뭘로 아냐며 화를 버럭 낸 얼굴로 믿으라고 안심을 시켜준다. 그러나 패왕은 배신을 했고, 공리는 목을 맸다. 이런 배신은 공포 때문에 일어난다. 나는 너희의 공포를 보았다. 이니셜 B를 쓰는, 적폐세력 두목이 “의리도 없는 새끼들.” 하고 침을 뱉으며 비웃는 모습이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패왕이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었다.”고 공포에 질려 소리 지르는 그 장면에 민주당 28명 여성의원 전원이 오버랩 된다. (여기서 추미애 장관은 국회대정부질의에서 박원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통합당 의원의 협박을 거절했기 때문에 빠져야 한다.)

심지어, 통합당의원들은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번 사건까지 소급적용하는 <박원순 피해자보호법>’을 발의했다. 이게 제정신인지. 인류의 최대 업적인 ‘근대 인권사상’ 위에 성립된 근대법을 이렇게 무력화시켜도 되는지. 대한민국이 통째로 ‘마녀사냥’의 중세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는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민주주의체제 자체를 거부하는 ‘원님재판’[앙시앵레짐]을 진정으로 호출하고 있는지.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이 거추장스러운 법률적 수사로만 보이는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나는 터널에 갇혀있다. 이 칠흑어둠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도 없다. 숫제 희망 따위는 내게 없었다.

“종자기야. 너는 어디에 있느냐?”

도처에서 나는 배은망덕한 브루투스, (정의를 내세워) 밀고한 유다, (그의 생을 존경한다면서) 세 번 부정한 베드로 들을 보게 됐다. 결국, 여성의 성 결정권을 엄마처럼 보호 감독하려는 양, 너희가 입에 올린 ‘권리’는 ‘권력’이었다. 그렇지 않니? 그 권력은 ‘여성의 권리’가 아니라 너희의 ‘권력욕’이었다. 물론, 그것[권리로 분장한 권력욕]에 연쇄된 너희의 ‘공포’를 나는 보았지. 그래서 당신들의 양가감정도 내가 알지. 공포로부터는 ‘페미니즘’이 너희 눈을 가리고, 권력욕으로부터는 ‘인기’가 너희의 입을 비틀어놓은 것을. 약자를 위해서?! 피해자를 위해서!? 누구한테 그 말을 믿으라는 거니. 너희를 대표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박근혜 치하에서 어떤 짓을 했는지 모르는 거야? 설마 설마 설마 섯설마?

2.

종자기가 사라진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었다. 그러나 백아가 아닌 나 돌멩이는 거리의 악사로서 거문고를 탈 수밖에 없다. 나, 무명의 연주자는 고인이 된 박원순 님에게 굴원의 <<이소>> 한 토막을 들려 드리고자 한다.

나는 굴원을 좋아해서 가끔씩 찾아 읽는데, 박원순 시장의 자살 소식을 듣고 내 마음에 즉시 떠오른 시인이 굴원이다. 신료들의 모함을 받고 유배를 당해 비통한 심정으로 지은 시가 <<이소>>[이별과 근심]인데, 시의 후반에 옥룡이 끄는 봉황수레를 타고 ‘하늘 문’(천문)을 향해 떠나면서 이런 충정을 토로한다.

“꿇어 앉아 옷섶을 단정히 펼치고 진심을 아룁니다. 저는 정도를 따랐기에 한 치의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길은 멀고 아득해도 나는 하늘과 땅에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찾습니다.”

천문의 문지기는 그를 막아서며 바라보고만 있고 굴원도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돌아가기 전에 “세상이 혼탁해 이익에 따라 휩쓸리니, 아름다운 빛을 가리고 시기질투 하는 것만 좋아하는가.”라고 읊조린다. 굴원은 답답한 심정으로 무당 영분을 찾았다. 점을 쳐달라고 하니, 영분이 말한다.

“정말로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찌 그대를 그리워하겠소? 넓고 큰 천지를 생각하오. 어찌 이곳에만 아름다운 사람이 있겠소? 주저하며 의심 말고 멀리 떠나시오.”

굴원이 답한다.
“세상이 혼탁해 사람을 어지럽게 하는데 누가 나의 좋고 나쁨을 살피겠습니까? 사람마다 좋고 나쁨에 대한 기준이 다른 건 있지만 저 당파를 이룬 사람들만은 유독 특별납니다.  …… 위로 올라가려고만 하니 그 향기로움을 어떻게 퍼뜨릴 수 있겠습니까? 시속이란 본시 대세를 따르는 것이니, 잘못 흐르고 있다고 하여 누가 변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시의 종장에 이르러,
“이제 그만하리! 이 나라에는 알아주는 사람 없으니 고국에 무슨 미련을 두리. 훌륭한 정치를 함께 할 사람이 없으니 나는 ‘팽함’(彭咸)이 있는 곳으로 가리라.”    

‘팽함’은 은나라의 현자로 굴원이 찾는 롤 모델[미인]이었다. 그니까 자기를 알아줄 ‘종자기’였다. 미인을 찾지 못한 굴원은 결국 멱라수에 몸을 던져 자결한다.
“종자기야. 너는 어디에 있느냐?”
아, 박원순의 외침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구나!

 

3.

나는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한다. 박원순 님과 내가 만나는, 시구를.

길을 살피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서성이다 돌아가렵니다.
수레를 돌려 왔던 길로 돌아갑니다.
더 먼 곳에서 길을 잃어버리기 전에 말입니다.
난초가 자라는 물가의 언덕에 말을 풀어놓고
산초나무가 우거진 언덕으로 달려가 잠시 쉬렵니다.

아 그런데 나는 남았고 그는 떠났다. 나의 님은 떠났다.

연잎을 마름질해서 상의를 만들고 연꽃을 이어 하의를 만듭니다.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하는, 이 마지막 음성이 들린다.
나는 술대 쥔 손을 거두며 거문고를 물렸다. 터널 속을 걷고 있는 나는 이미 님의 종자기가 되었음을 알았다. ‘아아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그러나, 님을 위해 타는 내 곡조를 들어줄 종자기는 어디 있는가?

4.

거문고는 깊은 소리를 내는 충(忠, 글자가 마음의 중심을 잡은 형상)의 악기다. 나와 악기가 잘 맞는 걸 보면 나는 충심이 강한 편인 듯하다. 그런 나를 비웃는 자 천지 부지기수일 터다. 봉건적인 인간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희망 없는 터널 속을 걷는, 일(一) 돌멩이에 불과한 자가 무슨 말이 두렵겠는가! 오호라 좋아, 봉건적 의리조차 없는 ‘레이디 앤 젠틀맨 들’의 삐까번쩍한 교양표 스피커를 묵묵히 견디어 낼 수만 있다면 되는 게지. 그 허영의 시장에서 내 무슨 낙을 더 볼 일이 있겠다고.

끝으로 밝힐 게 있다. 내가 이만큼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사모곡’을 노래한 것은 지인한테서 메일 한 통을 받은 덕이 크다. 지인은 어둠 속에 잠겨 있는 내 ‘권리’ 의식을 깨웠다. 그는 ‘근대적 인간 권리’가 무엇인지를 원천적으로 묻는 것에서 메일을 시작했다. 김재련 변호사와 여성단체가 ‘2차 가해’와 ‘성인지감수성’을 들이대며 마치 교리문답을 하듯 성결 검사를 강요하는 것에 분노했다.

“너 빨갱이지?”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데 공감했다. 신학이 된 페미니즘의 감시 하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얼마나 퇴보적이고 반인권적인지……. 그가 보낸 장문의 메일은 이 같은 판 자체를 파괴해서 ‘근대적 인간 권리’를 제자리에 우뚝 세우자는 것이었다.

보자. 신자유주의가 횡행하면서 경제학이 모든 학문의 제국주의가 됐듯이, 페미니즘도 그렇게 되는 판이어서는 안 된다. 그건 추구해야 할 ‘권리’가 아니라 추악한 패권이다.

나에게 보낸 메일을 공개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지인에게 권했다. 그는 메일 원고를 잘 다듬어서 고인의 49제를 지내고 초가을쯤에 세상에 알리기로 했다. 평생을 인간의 권리를 위해서 싸워온 인권운동가 박원순의 해원(解冤)을 위하여!

두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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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왜 이래?" 일본 이발사와의 설전

[박철현의 도쿄스캔들③] 한국 비난에 묻힌 아베스캔들

본문듣기 등록 2020.08.01 11:22 수정 2020.08.01 11:22
 
  

▲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한국자생식물원 내에 건립된 조형물 '영원한 속죄'의 모습. 사비로 조형물을 제작한 김창렬 원장은 조형물 속 남성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특정한 것은 아니라고 28일 설명했다. 2020.7.28 ⓒ 연합뉴스

 
며칠 전 사무실 근처 단골 이발소를 갔더니 내 전담 이발사가 "갑자기 한국 왜 그러냐?"고 물어온다.
 
왜 그런 질문을 하냐고 되묻자 그는 강원도 어디 식물원의 소녀상에 절하는 조각상에 관한 뉴스를 봤다면서 일본의 도게자(土下座, 무릎을 꿇고 얼굴을 땅에 파묻는 행동 혹은 사죄)에 대한 인식을 설명한다. 할복보다 급이 약간 낮을 뿐 매우 치욕적인 행위라고 열을 올린다.
 
이발사의 열변 "한국 왜 그러냐?"
 
평소 이런 정치적 분야의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묵묵히 처음부터 끝까지, 때론 흥미롭게 들었다. 그의 이야기가 끝난 후 몇 가지 잘못된 정보만 수정해줬다.
 
무엇보다 그가 그 식물원이 한국정부의 예산으로 조성된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개인이 사적으로 운영하는 식물원이라고 정정해줬다(더욱이 제작자는 아베를 형상화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아무리 그래도 정부가 나서서 그런 건 주의를 줘야 하지 않느냐고 열변을 토한다.
 
순간 그 날 낮에 봤던 <히루오비>라는 일본 와이드쇼 정보프로그램이 떠올랐다. 라쿠고(落語,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본 전통의 예능 장르)를 전문으로 하는 다테카와 시라쿠가 이발사와 비슷한 말을 했기 때문이다. 같은 방송에 출연했던 야시로 히데키 변호사도 한국정부의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발사나 라쿠고를 하는 예능인은 그래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국제변호사 자격증까지 가지고 있는 유명 현역 변호사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일본사회의 퇴보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여 씁쓸했다.
 
이발사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개인이 자기 돈으로 무엇을 하는 것에 정부가 개입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 스가 관방장관은 이웃 나라의 개인이 한 행위에 대고 용서할 수 없다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썼는데, 정권의 2인자가 그런 말을 한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는가.
 
반대로 생각해 보자. 한국정부가 일본에서 출판되고 있는 혐한 서적이나 헤이트스피치 등에 대해 용서할 수 없다 뭐 그런 표현 쓰나? 이번 건에 대해서도 뉴스가 나온 후 한국정부는 이웃나라에 대한 배려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런 부분들은 하나도 말하지 않고 방송에 나와서 다들 한국정부만 욕하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드나?"

 
그러자 이발사는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내가 이런 유의 이야기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한국인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가볍게 말을 꺼냈을 뿐인데 내가 정색하고 꽤 길게 반론하자 놀란 것이다. 이발사는 겸연쩍은 듯 허허 웃었고, 나도 하하 웃어넘기면서 "암튼 한일관계가 좋아져야지"라는 당연한(?) 결론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시켰다.
 
어떻게 보면 이 가벼운 에피소드가 사실 아베 정권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일본사회의 퇴보를 상징하는 게 아닌가 싶다. 권력을 오래 잡고 있으면 썩기 마련이다. 역대 최장수를 기록하고 있는 아베 정권 역시 마찬가지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오전 일본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 연합뉴스

 
쏟아진 아베스캔들
 
지금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는 아베 정권 스캔들은 '아베노믹스'의 최절정을 달리던 2014년부터 2018년 사이에 일어났던 것들이다.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은 2014년부터 2016년, 가케 학원 스캔들은 2015년부터 2017년에 걸쳐 발생했다. 2017년은 이 두 스캔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시기일 뿐 실제로는 그 이전에 행해졌다. 그리고 후생노동성의 통계부정 및 공적서류 날조가 2018년, 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이 2015년부터 2019년에 걸쳐 진행됐다.
 
[관련기사 - 기미가요 부르는 극우유치원, 사람 죽인 '아베 기념 소학교' http://omn.kr/1obsx]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가와이 전 법무성 대신을 둘러싼 정치자금법 위반 스캔들은 2019년 참의원 선거가 결정적 계기였지만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2015년으로 봐야 한다. 제 3차 아베개조내각이 발족했을 때 가와이 의원이 내각총리대신 보좌관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배경으로 한, 이른바 '관저 정치'의 힘이 최절정에 달할 때 현역 중의원이면서 아베 총리의 최측근 보좌관으로 활동한 경력이 그를 정치뇌물 스캔들의 중심에 서게끔 만들었다. 검찰청법 관련 스캔들은, 아베 총리 관련 스캔들을 무마시킨 구로가와 히로무 전 도쿄고검장에 관한 것이므로 2013년부터 올해 6월 그가 마작도박 문제로 사퇴하기 전까지 줄곧 진행돼온 스캔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베 정권은 왜 이렇게 스캔들이 많을까. 게다가 스캔들 하나하나의 파괴력도 작지 않다. 예전 같으면 적어도 총리대신직을 사임해야 할 만한 것들이다. 하지만 '포스트아베'라는 단어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나온 것이지 최고 권력자의 스캔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나는 이 모든 문제를 최초의 스캔들인 모리토모 학원, 그리고 거의 동시기에 일어난 가케 학원 수의학과 설치 스캔들을 제대로 추궁하지 못한 언론과 사법기관, 그리고 조금 남아 있던 비판의식마저 아베노믹스의 성공에 취해 잃어버린, 즉 배부른 돼지가 돼 버린 일본국민들 때문이라 본다. 그만큼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은 심각했다. 일단 아베 총리 및 그의 부인이 관여했다는, 눈에 보이는 증거가 차고 넘쳤다.
 
극우단체인 일본회의 오사카 지부 운영위원 겸 이사였던 가고이케 이사장이 책임자로 있던, 당시의 미즈호 구니 기념 초등학교 홈페이지를 보자. '명예교장'인 아베 아키에(아베 총리의 부인)와 히라누마 다케오 전 중의원 겸 '일본회의를 응원하는 국회의원 모임' 회장의 격려사가 가장 첫 머리에 올라와 있다. 이 미즈호 초등학교의 학교법인이 모리토모 학원이다. 이 학원은 시가 14억 엔에 달하는 국유지를 재무성으로부터 1억 4천여만 엔에 구입했다. 구입 과정을 살펴보니 특혜가 존재했다.
 
왜 학교법인에 이런 특혜를 줬을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이 법인이 운영하고 있던 유치원이 극우유치원으로 유명한 쓰카모토 유치원이었다. 새로 구입한 이 국유지 부지에도 극우적 성격의 사립초등학교를 건립하고자 한 것이었다. 당시 홈페이지에 실려 있던 아베 아키에와 히라누마 다케오의 인사말은 다음과 같다.
 

▲ 2017년 2월 당시 모리토모 학원 홈페이지 소개글에 적혀있는 아베 아키에 부인, 가고이케 이사장 , 히라누마 다케오의 취임사 및 격려사. (당시의 모리토모 홈페이지 캡처. 지금은 이 내용 삭제된 상태임) ⓒ 모리토모 학원 홈페이지 캡처

 
"가고이케 선생님의 교육에 대한 뜨거운 열의에 감명을 받아, 이번에 명예교장으로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미즈호 구니 기념 소학원은 우수한 도덕교육을 중심으로 일본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진 줏대 있는 어린이들을 육성하고자 합니다. 그것에 필요한 '의지', '달성감', '프라이드', '용기'가 어린이들의 미래를 활짝 피게 해 각 개개인이 모두 일본의 리더로서 국제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습니다."(명예교장 아베 아키에 내각총리대신 부인)<br style="box-sizing: border-box;" /> <br style="box-sizing: border-box;" />"가고이케 선생. 힘내라! 초등학교 교육, 이건 정말 중요합니다. 유아교육에서 엄청난 실적을 올리고 있는 쓰카모토 유치원의 가고이케 선생이 새롭게 초등학교를 설립한다는 것은 일본에 있어서도 엄청난 낭보입니다. 대성공을 거두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히라누마 다케오 중의원 국회의원)
 
히라누마가 언급한 쓰카모토 유치원은 유치원생들에게 "일본을 나쁜 놈으로 모는 중국과 한국은 마음을 바로 잡아라! 아베 수상 각하 힘내세요!"를 운동회 당시 암기하게 한 동영상이 발각돼 일대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또한 이러한 인종차별 교육에 대해 항의하는 재일한국인 보호자에게 유치원 부원장이자 이사장 부인이 직접 "나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싫어요. 당신도 재일동포지만 일본에서 생활한다면 일본의 정신을 계승하세요. 멍청한 소리 좀 하지 말고 정신 차리라는 소립니다.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어!"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모리토모 학원이 정기적으로 주최하는 강연회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일본회의 소속으로, 아베 총리의 측근이라 불리는 햐쿠타 나오키, 사쿠라이 요시코, 다모가미 도시오 등 극우인사들이 대부분이다.
 
가고이케 이사장은 당시 초등학교 건립 후원금 용지를 발송하면서 정식학교명칭인 미즈호 구니 기념 소학원이 아니라 '아베 신조 기념 소학교'의 건립을 위한 후원금 모집이라고 쓰기도 했다. 이렇듯 아베 일가가 어떤 식으로든 개입한 정황이 뚜렷하다. 일본회의, 극우유치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시세보다 10분의 1 가격에 팔린 국유지, 명예교장, 후원금 용지 등등. 하지만 아베 총리는 2017년 2월 17일 국회에 출석해 "저와 아내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혹시 관여했다고 밝혀지면 총리대신도 국회의원도 반드시 사임하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총리대신이 저렇게까지 강하게, 당당한 태도로 말한다면 그 실상을 조사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재무성은 아베 총리의 저 발언이 나온 지 열흘도 채 안된 2월 26일부터 본격적인 '국유지 매매 결재문서 날조' 작업에 착수했다.
  

▲ 2017년 당시 모리토모 학원이 후원자들에게 기부금 모금을 위해 발송했던 우체국 송금 용지. "매우 죄송한 부탁입니다만 2구좌 이상 기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또한 기부를 해주신 분들에게는 아베신조 기념 소학교의 기부자 명판에 성함을 새기고 표창을 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참고로 1구좌에 1만엔이므로 2구좌이면 2만엔 이상 기부하라는 뜻이다. ⓒ 입헌민주당 후쿠야마 사무소 제공

 
사라진 아베
 
해를 넘긴 2018년 3월 2일, <아사히신문>은 재무성의 문서 날조 의혹을 보도했다. 그로부터 닷새 후인 3월 7일 긴키 재무국의 문서 날조를 담당한 직원으로 보이는 아카기 도시오 씨가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문서 날조에 관한 모든 것은 사가와 이재국장의 지시이다. 또한 미나미 긴키 재무국장에 보고를 했기 때문에 그도 알고 있다. 지난 1년간 재무성이 국회답변에서 허위로 가득한 답변을 하는 것을 보고 줄곧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하략)"
 
문서 날조를 담당한 직원의 자살, 그리고 유서 안의 내용이 주간문춘 등을 통해 발표되자 난리가 났다. 연일 모리토모 학원 문제가 일본사회를 뒤덮었다. 일본정부의 처리도 전례를 찾을 수 없이 신속했다. 이미 국세청장으로 승진해 있던 사가와 노부히사가 이틀 후인 3월 9일 전격 사임했고, 12일 재무성은 문서날조가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재무성은 야당 측 국회의원들의 '날조'(改ざん)라는 단어 대신 '변경'(書き換え)이라고 완곡히 표현했지만 아무튼 결재까지 마친 매매관련 문서들, 이를테면 특례신청서, 특례승인서, 임대결의서, 매각결의서 등 전방위에 걸친 문서 내용을 임의로 변경했음을 인정했다.
 
그런데 이 국회 조사 과정을 거치면서 누구도 아베 총리의 관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때 나온 것이 바로 지금도 널리 쓰이는 '촌탁(忖度)'라는 단어이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의향을 미리 헤아려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움직였다는 말이다. 즉 아베 총리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일부러 지시를 내린 것이 아니라 재무성 관료들이 알아서 총리의 마음에 들게끔 일처리를 했다는 말이다.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관료들이 권력자의 마음을 우선시한다는 것도 커다란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재무성 국회 질의가 끝나고 야당은 (아베 총리와의 연관성을 끝끝내 밝히진 않았지만) 일단 공문서 위반을 스스로 자백한 인사들, 그리고 당시 이 매매에 관여한 재무성 및 긴키 재무국 소속 관료들 38명을 오사카 지검 특수부에 고소한다. 혐의는 배임, 유인 공문서(결재문서) 변조 및 행사, 공용문서 훼손이었다. 그런데 5월 31일 오사카 지검은 전원 불기소 처분을 내린다. 이 조치가 내려지자마자 재무성은 이중 20명을 자체 징계한다.
 
이 검찰 처분에 불복한 고소인단은 다시 검찰심사회에 재조사를 요구한다. 일본의 검찰심사회 제도는 국민들 중 무작위로 11명을 뽑아 검찰관의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사안에 대해 다시 한 번 심사를 하는 것으로, 검찰관의 직무상 허점을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반영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2019년 3월 15일 오사카 제1검찰심사회는 38명 중 혐의가 짙고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되는 사가와씨를 비롯한 10명에 대해서 '불기소부당'이라고 의결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2019년 8월 9일 오사카지검 특수부는 이 10명을 불기소한다. 이로써 모리토모 학원문제를 둘러싼 문서날조 사건에 대해서는 최소한 형사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올해 다시 모리토모 학원 소송이 제기되었는데 자살한 아카기 도시오의 부인이 국가를 상대로 1억 1천만 엔의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민사소송을 낸 것으로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에 관한 형사소송 등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백번 양보해 책임범위 및 관여 여부가 애매모호한 '배임'과 문서 보존 관리법의 해석에 따라 의견을 달리 낼 수 있는 '공용문서 훼손'은 그렇다 치더라도 재무성이 국회에서 스스로 인정한 유인 공문서 변조 및 행사의 불기소 이유에 대해 오사카 지검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결재문서에 불법적으로 변경을 추가해 새로운 증명력이라는 관점에서 검토했지만 변조라고 인정하기엔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정권의 최고 지도자가 거론되고 가장 힘이 센 재무성이 스스로 실토했는데, 한때 도쿄지검 특수부와 더불어 일본의 정의라고 불렸던 오사카 지검 특수부가 딱 이 한 줄로 이 사건을 끝냈다. 기소를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뭘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지금도 이 스캔들이 제대로 규명되었다면 일본사회가 이렇게까지 나락에 빠지진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이 유야무야 되면서 결국 가케학원 스캔들도 어물쩡 넘어갔다. 촌탁의 극치를 보여주는 가케학원 스캔들은 다음 화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최순실 데자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이 본격화되던 2017년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급락했다. 그해 6월에 통과시킨 테러방지법과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로 30%대까지 떨어졌는데 이 때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일본 언론, 특히 TV에 자주 등장했다. 한국의 사상 초유 대통령 탄핵 통과와 조기 대선 등 많은 일본 언론이 이를 다뤘다.

당시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일본인들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을 제대로 아는 일본인은 드물었다. 자기 나라 권력자의 스캔들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으면서, 법치주의에 따라 평화로운 집회 등을 통해 권력을 잘 교체하고 있는 이웃나라를, 대통령의 비극적 말로니 뭐니 하는 식으로 보도하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서두에 언급한 이발사의, 2년 만에 처음 듣는 이웃나라에 대한 부정적인 정치적 견해를 떠올리다보니 2017년의 데자뷰 같다. 지금 아베 정권은 30%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며, 아베노마스크와 Go to 캠페인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외부의 적을 만드는 것보다 내부의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텐데, 정작 시민들은 방송에 나오는 말을 그대로 읊으며 이웃나라에 대한 증오와 악감정을 키우고만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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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직고용 반대 ‘인국공’ 정규직 행동에, 청년들 “신분제 그리는 펜은 부러뜨려야”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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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0/08/01 11:49
  • 수정일
    2020/08/01 11:4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53개 청년단체 “누굴 위한 공정인가, 무한경쟁 취업시장으로 우리사회에 남는 것이 무엇인가”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20-07-31 17:59:11
수정 2020-07-31 17: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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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 대해 이는 시험에 의한 신분제라며 무한경쟁사회의 구조를 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2020.07.31
청년유니온,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 대해 이는 시험에 의한 신분제라며 무한경쟁사회의 구조를 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2020.07.31ⓒ김철수 기자  
 
“사회적 지위의 신기루를 미끼로 ‘공정’이라는 이름의 ‘무한경쟁’을 조장하는 행위를 멈춰라”

일부 인천국제공항공사 일반정규직 노동자들이 오는 8월 1일 인천공항 용역회사 비정규직들을 직고용하는 방안에 반대하며 집회를 개최하는 가운데, 청년들이 이들의 집회를 이같이 비판했다.

청년유니온,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민달팽이유니온, 청년참여연대 등 55개 청년단체와 270여 명의 청년은 31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 관련 긴급기자회견 신분제를 그리는 펜은 부러져야 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여한 청년들은 용역회사 소속이었던 보안검색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가짜뉴스로 촉발된 이른바 ‘공정성 논란’이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국공 논란 등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상황에 대해 “이는 노동이 계층이동의 수단이 아니라 신분세습의 수단이 되어가는 것을 방기한 결과”라며 “우리가 진짜 부러뜨려야 하는 것은 펜이 아니라 격차”라고 강조했다.

가짜뉴스로 촉발된 ‘인국공 논란’
거리로 나오는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 22일 그동안 고용불안에 떨어야만 했던 보안검색요원 등 용역회사 소속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직고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온라인에선 ‘알바천국에서 보안으로 들어와서 190벌다가 이번에 인국공 정규직으로 간다, 연봉 5000 소리질러’와 같은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실제 보안검색요원의 평균연봉은 용역회사 이익금 등으로 쓰이던 도급비용이 직원 처우개선에 쓰이면서 이전보다 약 300만 원 정도 올라 약 3850만 원 정도가 될 예정이다. ‘연봉 5000만 원을 받게 됐다’는 내용은 공사 일반정규직 초봉으로, 가짜뉴스인 셈이다. 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공사 일반정규직이 된다’는 것 또한, 보안검색요원이 되려면 2개월간의 교육수료 및 엄격한 국토교통부 인증평가 등을 통과해야 하고 단독 근무를 하기까지 1년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가짜뉴스다.

보안검색요원 등의 직고용이 공사 일반정규직들이 입사하기 위해 거쳤던 노력과 기존 일반정규직들의 이익을 해치거나 빼앗는다는 주장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직군 자체도 다르고, 채용과정도 다르며, 임금체계도 기존만큼이나 격차가 심하고, 비정규직을 직고용한다고 특별히 추가 투입되는 예산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각에선 계속해서 공정성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보안검색요원 1902명 직고용 무기직 전환 계획을 발표하는 날, 300명가량 되는 젊은 공사 정규직들은 공사 기자회견장 입구와 출국장에 나타나 직고용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당시 찍힌 영상을 보면, 진정하라는 공항 직원의 말에 “너 같으면 진정하게 생겼냐!”라고 외치는 목소리와 곳곳에서 알아듣기 힘든 욕설·괴성이 튀어나왔다.

오는 8월 1일 일부 인천국제공항공사 일반정규직들은 종각역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잃어버린 공정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비정규직 직고용 정규직 전환 반대 취지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들은 집회 계획을 ‘공취모’ 등 취업준비생 카페에 공유하며, 집회에 오면 공기업 현직자 14명의 합격 수기를 주겠다고 밝혔다.

청년유니온,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 대해 이는 시험에 의한 신분제라며 무한경쟁사회의 구조를 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2020.07.31
청년유니온,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 대해 이는 시험에 의한 신분제라며 무한경쟁사회의 구조를 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2020.07.31ⓒ김철수 기자

“누굴 위한 공정인가”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청년들은 고용형태인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신분제처럼 여기는 인식을 바꿔야만, 청년들을 무한경쟁으로 떠밀며 사회적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문에서 이들은 “(기존 인천공항공사 정규직들이) 자신들의 처우와 직접적으로 무관함에도 이렇게까지 (반대)한다는 것은 단순히 정규직화 방법에 대한 이견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비정규직을 온전히 회사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언이자 몸부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이 누누이 강조하는 공개경쟁을 통한 채용절차는 자신들이 뚫었던 극심한 경쟁을 거치지 않으면,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이라고 짚었다.

청년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가 진정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을 위한다면, 좁디좁아진 취업문으로 힘들어진 청년들을 위한다면, 신의 직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소수에게만 기회가 보장되는 일자리의 한계를 알고 있다면, 더 이상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공정을 논할 것이라면, 부모세대의 학력과 자산격차가 미래를 결정하는 사회에서 출발선이 다른 것 자체부터 논하라. 불평등한 사회, 연대라고 찾아볼 수 없는 사회에서 채용절차의 공정함만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만들 수 없다”고 촉구했다.

또 청년들은 “첫 직장이 평생 노동시장에서의 지위를 결정하고, 중심부 노동시장에 진입한 10%만이 고용안정성, 임금, 복리후생, 사회적 명망까지 모든 면에서 우월한 지위를 누리는 것이 현실”이라며 “누구를 위한 공정한 기회인지, 무한경쟁 그리고 승자독식 취업경쟁시장으로 우리 사회에 남는 것이 무엇인가 되묻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0.07.31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0.07.31ⓒ김철수 기자

“진짜 부러뜨려야 하는 건 펜이 아니라 격차”
“기성세대, 불합리한 구조 끊어내는 데 일조하라”

노동계와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청년들은 “공사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은 이런 싸움을 방치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완전한 정규직 전환’이라는 비현실적인 목표에 목매달아 온 노동운동 일각도 결코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심부 노동시장에 있는 노동자의 적극적인 양보와 사회연대 없이는 격차 해소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청년들은 모두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진짜 부러뜨려야 하는 것은 펜이 아니라 격차”라며 “인국공 정규직 노조는 취업준비생의 고통을 말하려면, 일자리 나누기와 사회연대를 말해야 한다. 이미 ‘꿈의 직장’에 들어간 이들이 부리는 텃세가 아니라, 파격적인 격차 해소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노동자와 노동자, 을과 을이 대치되는 현 사안을 ‘무한경쟁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하며 “삶을 전쟁터로 만든 건 기성세대들인데 앞서 나와 싸우는 건 청년들이다. 전쟁터에 놓인 청년들은 다른 청년을 겨냥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분노했다. 이어 “그들 중엔 이미 성(공사 혹은 대기업)안에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총알이 없어서 전쟁에 합류하지 못하는 청년도 있다”라며 “이런 혼란 속에서 기성세대들은 성곽 위에 올라가 이 싸움을 그저 관전할 뿐”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기성세대부터 각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공정을 내세워 무한경쟁을 유발하는 것은 청년을 전쟁터로 내모는 것”이라며 “이제는 격차 해소와 불합리한 구조들을 끊어내는 데 일조해야 한다. 기성세대에 사회적 연대를 위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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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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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필요없다! 미국은 평택미군기지 반환하고 주한미군 철수하라!”

<연재>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원회 전국 순회 투쟁③
평택=이기영 통신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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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31  21: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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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0일,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는 평택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앞에서 지역 단체들과 공동으로 ‘미군기지 반환’,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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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는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일대에 주둔한 주한미군기지이다. 여의도 면적의 약 5.5배에 달하며 외국에 있는 미군기지 중 단일 기지로는 최대 규모이다. 미군, 군무원 등 종사자 및 그 가족을 평시 4만3천 명, 최대 8만5천 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건설에 107억 달러(약 12조 원)가 들었으며, 이 중 한국 정부가 91.6%(미국 정부의 11배)인 98억 달러(약 11조 원)를 부담했다. 결국 우리 국민들 혈세로 미군기지를 지어준 것이다.

   
▲ 2005년 3월 5일, 평택 팽성 대추리에서 평택범대위가 출범식 및 1차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미군기지를 향해 행진을 벌이는 참가자들의 모습. [통일뉴스 자료사진]

전국의 반미투쟁의 바람을 평택에서 일으키자!

   
▲ 김동순 범민련 서울연합 의장은 평택미군기지 앞에서 미군기지 철거 투쟁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500여일이 넘는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기자회견 첫 번째 발언에 나선 김동순 범민련 서울연합의장은 “전국 각지의 반미투쟁이 모이고 모이면 결국 저 거대해 보이는 한미동맹을 해체 시키고 이 땅에서 미군을 몰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게 된다.”면서 “이곳 평택에서 전국적인 반미투쟁의 바람을 일으켜 8월 14일 서울에서 열리는 3차 조국통일촉진대회를 계기로 반미투쟁을 더욱 더 확산시켜나가자”고 말했다.

식민지 지배의 심장부, 평택 미군기지

   
▲ 장창원 오산다솜교회 목사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장창원 오산다솜교회 목사는 “한강 이북의 미군들이 평택으로 다 몰려와 평택이 미군의 동아시아 거점이 되고 있다. 우리는 우리 땅을 다 내주고도 방위비 분담금 등 계속해서 착취당하고 있다. 그 심장부가 이 곳 평택 미군기지다. 결국, ‘미군기지 철거’, ‘미군 철수’가 평택시민들에게 첫 번째 과제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장창원 목사는 “우리들은 2년 넘게 미군기지 철거투쟁을 벌이고 있다.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원회가 오늘 동참해 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이번 8.15 조국통일촉진대회가 전국 곳곳에서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반미투쟁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내고 전국적인 반미투쟁을 일으키는데 마중물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당부했다.

미국 군산복합체의 전쟁연습장이 되어버린 한반도

   
▲ 김성기 평택평화시민행동상임대표는 “우리나라는 미국의 전쟁연습장이나 다름없다”면서 “미국의 폭력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하루빨리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평택에서 오랫동안 미국반대 미군기지 철거 싸움을 벌이고 있는 김성기 평택평화시민행동상임대표는 “한마디로 이곳 한반도는 미국 군산복합체의 전쟁연습장이 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성기 대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한반도, 그 중에서도 이곳 평택은 분단과 외세에 의해 가장 아픈 곳이다. 우리는 매향리 투쟁 과정에서 똑똑히 알게 되었다.

그 매향리 쿠니 사격장이 바로 미국의 군산복합체인 록히드마틴의 전쟁무기 연습장이었다는 것을, 나아가 이 한반도가 전쟁연습장에 불과 하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세균전 연습을 한다고 한다. 미국 어느 관계자는 ‘대한민국은 어떤 행정적 제재도 없는 최상의 실험장이다’고 말한 적 있다. 국제법을 어기고 부당하게 진행되는 세균실험을 반대하고 이를 묵과 방조하는 정부 당국에게도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미워킹그룹, 유엔사를 통해 남북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미국의 폭력을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다. 하루빨리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드시 이 땅에서 미군을 몰아내자!

   
▲ 현필경 미군기지환수연구소 소장은 민족자주와 자주통일을 위해 전국 순회투쟁을 하는 동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현필경 미군기지환수연구소 소장은 “세계 진보적 인류의 반미반전 투쟁의 역사는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며 “분열되지 않고 하나로 단결할 때 전쟁도 막을 수 있고, 자기나라 자기 땅에서 외세를 몰아낼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 주고 있다.”고 말하고 “8천만 온 민족이 동원되고 힘이 모아진다면 지난 날 일제를 몰아냈듯이 미제를 반드시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현필경 소장의 안내로 평택미군기지 도보순례를 진행하였다.

   
▲ 민지연 민중민주당 학생당원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민중민주당 당원들은 500일이 넘는 기간동안 평택 미군기지 앞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북을 향해 배치된 패트리어트 미사일 부대.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미군기지를 향해 구호를 외치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기자회견문]

미국은 평택미군기지 반환하고, 미군은 당장 이 땅을 떠나라!(전문)


오늘 우리는 참담한 심정으로 평택미군기지 앞에 서있다.

우리 농민들의 땅을 빼앗아 만든 평택미군기지는 여의도 면적 5배가 넘는 440만평을 차지하고 있다. 건설비용 약 12조원 중 90%가 넘는 11조원을 우리 국민들의 혈세로 부담하였다. 이곳은 전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이면서 인근에는 오산미군기지까지 있다. 더구나 미군기지 안 어디에선가는 지금도 천인공노할 생화학무기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주한미군은 무소불위와 같은 한미동맹을 앞세워 우리 민중들의 고혈을 짜내고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며 상전처럼 군림해왔다. 치욕의 미군강점 75년, 온갖 편의와 특혜를 누리며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만악의 근원이자 평화와 통일의 걸림돌이며 우리 민중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살인집단, 범죄집단일 뿐이다.

우리가 <평화협정 체결! 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 전국 반미순회투쟁>을 벌이며, 주한미군의 심장부와 같은 이 곳, 평택미군기지에 온 것은 ‘미군철수’와 ‘한미동맹 해체’를 촉구하고,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미투쟁을 더욱 확산하고 대중적인 반미투쟁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서다. 우리는 오랫동안 온갖 방해와 박해에도 불구하고 힘찬 투쟁을 벌여온 평택과 오산 시민들과 굳게 연대하며 미군철수 투쟁, 반미투쟁을 적극 벌여나갈 것이다.

최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미정상회담 개최설이 나오고, 미 국방장관은 ‘붙박이 군대’가 아닌 ‘역동적인 병력전개(Dynamic Force Employment)’로 주한미군의 순환배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의 요구는 명확하다. 

미국이 북과 진정으로 대화를 원하다면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하고 평화협정 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주한미군은 순환배치가 아니라, 지금 당장 전면 철수해야 한다.

또한 한미당국은 8월에 한미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한미군사연습은 대북 침략연습이며,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명백한 적대행위이다. 우리는 한미당국의 합동군사연습 강행 발표를 강력히 규탄하며, 축소가 아닌, 전면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

농민들의 피땀이 어려 있는 우리 땅을 미군들이 독차지하고 있는 이곳 평택에서 우리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 투쟁의 깃발을 더 높이 올릴 것을 결의한다. 우리는 이 곳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더욱 힘차게 반미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다.

 

- 한반도 만악의 근원, 평화와 통일의 걸림돌 주한미군 철수하라!

- 미국은 대북적대정책 철회하고, 평화협정 체결에 나서라!

- 한반도 평화위협 한미합동군사연습 전면 중단하라!

 

2020년 7월 30일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3차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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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는 왜 한국에서 ´고수익 산업´이 됐나

한국 성매매 산업의 규모는 8조7000억원 혹은 13조원, 때로는 3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국 성매매 산업의 규모는 8조7000억원 혹은 13조원, 때로는 3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레이디 크레딧

김주희 지음/현실문화/432쪽/2만2000원
 

‘왜 한국에서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비슷한 시기에 기업형 성매매라고 불리는 대형 성매매 업소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는가?’ <레이디 크레딧>이 제기하는 한국 성매매 산업의 역설이다.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선 오늘날 성매매 산업이 작동하는 방식을 분석하며 한국 사회 자체가 사실상 성매매를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밝힌다. 한국의 성매매 산업이 200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금융화를 거쳐 공적 경제에 포섭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성매매 경험이 있는 20대부터 70대까지의 여성 15명을 심층면접해 생애 경험, 이들을 둘러싼 돈의 흐름을 살펴본다. 또한 성매매 여성들과 다양하게 얽혀 있는 사채업자, 부동산업자, 강남 룸살롱에서 여성들을 관리하는 ‘멤버팀장’, 반성매매 활동가, 성 구매자 남성 등 10명을 추가 인터뷰해 전 사회가 가담하고 있는 한국 성산업의 구조를 적나라하게 들춘다.

8조7000억원 혹은 13조, 때로는 30조 규모로 추산된 한국 성매매 산업은 그간 성판매자 여성, 알선자, 성구매자 남성 간 피해-가해의 문제로 다루어져왔다. 여성주의 입장 안에서도 한쪽은 성매매를 ‘노동’으로 정의하며 자발적 의지를 강조했고, 다른 쪽에선 성매매를 ‘폭력’이라는 강제적 구조로 정의했다. 그 결과는 성매매 ‘인정’과 ‘근절’이라는 다른 정치적 해법으로 나타났으며, 그에 따라 성매매에 참여하는 경제적 요인도 ‘소득’을 위해서 혹은 ‘부채’ 때문이라는 전혀 다른 설명이 나왔다. 책에선 300만원으로 시작한 선불금(소위 ‘마이킹’)이 2억원까지 늘어나 성매매에 속박되는 사례 등 당사자들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부채 관계’를 중심으로 한 성산업의 메커니즘을 드러낸다. 하지만 책에서 더 나아가는 지점은 ‘여성들이 경제적 주체로서 성매매에 나서는’ 변화된 성산업의 현실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기점은 IMF 경제위기 이후 대출시장의 폭발적 성장이다. ‘카드 대란’을 촉발한 신용카드사와 은행의 가계대출 확산이 성산업의 대형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책에서 주목하는 사례는 2011년 J저축은행 비리 사건에서 드러난 ‘유흥업소 특화 대출’ 상품이다. 당시 유명 폭력조직 두목인 조모씨와 그의 부하 K는 자본금 없이 성매매 업소를 차리고 300억원 넘는 돈을 벌었다. 이 대출 상품은 강남 유흥업소 업주들을 상대로 유흥업소 종사자에게 지급되는 선불금 서류를 ‘담보’ 성격으로 제출하면 돈을 빌려줬다. 여성의 몸이 ‘신용’ 담보가 되고, 시중 은행이 성매매 업소 경영과 결합하는 변화된 성산업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러한 금융화 과정에선 이른바 ‘풀링’이라는 기법도 사용됐다. 금융시장에서 ‘리스크 헷지’와 다를 게 없다. 금융회사가 여성들의 차용증을 비슷한 액수끼리 묶어 담보로 받거나 대출 채권으로 거래하기 시작하고, 성매매 업주들은 대출을 받기 위해서라도 빚을 가진 다수의 여성들을 한 업소에 집결시킨 것이다. 규모가 커지자 그 안에선 ‘텐프로’부터 ‘하드코어·풀방’까지 위계화가 이어지고, 구매자 남성은 분화된 가격과 서비스에 따라 “합리적 소비 실천”으로서 성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금융화는 성매매 여성들의 경제관과 내면까지 바꿔놓았다. “최근 강남 룸살롱에는 대학의 기말시험 기간만 되면 출근하는 아가씨들이 줄어들어 영업이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책에선 학자금 대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남 룸살롱에 진입한 여성들 이야기를 전한다. 경제 논리가 ‘도덕률’이 된 오늘날 자산이 없는 젊은 여성들은 몸을 담보로 한 ‘자발적’ 성매매로 부채 갚기에 나선다. 실상은 ‘빈곤을 타개하고 부채를 상환하는 경제 주체가 윤리적’이란 신자유주의적 도덕률이 ‘강제한’ 참여다. “이미 ‘빚이 있는 젊은 여성’인 이들이 업소의 타깃 집단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동시에 이 여성들, 자신의 대학 공부를 위한 비용을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결심으로 자신의 ‘몸 가치’가 가장 높은 시기에 강남 유흥업소에 진입해 스스로 ‘기회’를 만든 이들을 누구보다 ‘합리적인 계산’을 하는 이 시대 ‘젊은 여성 채무자’의 형상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려워보인다.” ‘강희’라는 여성의 “나중에 저도 언니처럼 박사과정 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그저 도덕적 타락이 아닌 복잡한 시선으로 읽게 되는 이유다.
 

성매매는 왜 한국에서 ´고수익 산업´이 됐나

“이제 채권자는 더 이상 여성들을 일상적으로 구박하고 때로는 폭력을 일삼던 ‘악덕 포주’가 아니라 번듯한 금융회사다”. 성매매 여성들은 자신에게 돈의 흐름을 보장하는,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여겨지는 ‘신용’을 지키려고 성매매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과거 탈주불가능했던 여성들은 이제 파산 불가능한 존재가 되었다”.

기존 성매매 논의에서 ‘사악한 포주’와 ‘비도덕적인 성구매자’라는 인식은 성매매를 범죄화하는 성과를 낳았지만, 성매매의 원인을 경제가 아닌 도덕에서만 찾으려는 결과로 이어졌다. 책에선 부채를 해결해 성매매 여성을 ‘탈성매매’ 여성으로 바꾸는 시도나 여성들을 성노동자로 인식하는 탈규제 해법 모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오늘날 여성의 몸을 담보로 확대재생산하는 ‘부채 경제’의 동인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성매매를 정치경제적 구조의 문제로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은 성매매 문제 해결과 동시에 여성의 몸을 자원 삼아 작동하는 한국사회에 대한 도전으로 읽힌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7311345001&code=960205#csidx26ba33a846f51328ee604cd6aeed3e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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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흔드나? 빌 게이츠-문 대통령의 코로나 극복 빅픽처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백신 이기주의에 맞선 백신 민주주의

본문듣기 등록 2020.07.31 13:34 수정 2020.07.31 13:40
 
  

▲ 연설하는 빌 게이츠 ⓒ 연합뉴스



 
지난 7월 26일, 청와대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빌 게이츠 이사장은 서신을 통해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감명을 받았으며 한국이 민간분야 백신 개발에도 선두에 있다"면서 "코로나 및 여타 글로벌 보건 과제 대응에 한국정부와 함께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이후 다시 한 번 한국의 코로나19 관련 대응에 대한 신뢰와 협력 의사를 밝힌 셈이다.
 
빌 게이츠 이사장이 한국의 바이오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빌 게이츠의 속내
 
미국의 코로나19 피해가 연방정부의 무능한 방역망을 무너뜨리며 심각해지기 시작한 3월 말, 게이츠 이사장은 미국 비영리 재단 테드(TED)의 큐레이터 크리스 앤더슨과 한 인터뷰에서 신속한 대량 검사와 감염자 격리를 시행하는 한국의 예를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4월 초 토크쇼 <더 데일리 쇼>에 출연해서는 "한국은 검사, 격리조치, 동선추적 등을 통해 감염대응에 성공했다"며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24시간 이내에 나오는 한국을 배워야 한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미국의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보통신기술(IT) 전문가인 게이츠 이사장이 한국의 역동적 방역 능력을 평가할 당시부터 그가 구상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감염병 조기진단 프로그램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실현될 수 있을 것임을 직감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로부터 며칠 후 게이츠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한국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리고 한 달여 후 케이티(KT)에 감염병 연구를 위한 명목으로 3년간 총 1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케이티는 이를 통해 실제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감염병 조기진단 알고리즘과 통신 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확산 경로 예측 모델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 KT 직원과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관계자들이 ICT 기반 감염병 대응 연구를 위한 화상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 kt



  
게이츠 이사장이 한국의 첨단 바이오산업의 가능성을 본 것이 이때가 처음은 아니다. 이번에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주목받은 SK 바이오사이언스(SK Bioscience)는 지난 2014년부터 각종 백신 개발을 위해 게이츠 회장의 후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올해 5월 코로나19 백신 항원 개발을 위해 게이츠 이사장으로부터 43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기도 했다. 빌 게이츠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고까지 했다.
 
여기서 두 번째 질문. 빌 게이츠 이사장이 한국의 백신 사업을 지원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보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것이 '빌 게이츠 음모론'이다. 황당한 괴담 수준이지만 야후뉴스/유고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28%가 이러한 음모론을 믿고 있다고 한다. 음모론의 내용을 떠나 웃고 넘기기에는 심각한 수준임에 틀림없다.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워싱턴 시애틀 등 정보산업분야 기업들이 모여 있는 곳들은 전통적으로 공화당과 사이가 좋지 않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에는 그러한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은 미국의 정보산업분야 기업들에 대해 비호감을 넘어 적대적 성향마저 보인다. 빌 게이츠 이사장에 대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적대감도 예외가 아니다.
  

▲ <뉴욕 타임스> 4월 17일자. "바이러스 관련 트럼프에 맞선 빌 게이츠 우파의 타깃되다." ⓒ 뉴욕타임스 캡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보건기구(WHO) 자금 지원 중단 결정이 발표된 후 게이츠 이사장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게이츠 이사장에 대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음해는 이때를 기해 더욱 심해진다. 지난 4월 17일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미국 언론들은 일부 우파 세력과 음모론자들에게 게이츠 이사장이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코로나19와 관련한 모든 거짓 정보들 가운데 게이츠 이사장과 관련한 것들이 가장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백신 이기주의에 맞선 문재인-빌 게이츠 파트너십
 
백신과 관련한 음모론을 넘어서고 나면 백신 생산을 둘러싼 국가 간의 과열된 경쟁이 나타난다. 7월 26일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게이츠 이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낸 사실을 전하면서 자국민을 보호할 백신 개발에 세계가 경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게이츠 이사장이 전 세계의 백신 개발 회사들에 투자해야 미국 이외의 지역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면서 한국이 코로나 19 백신 생산 가능국 중 하나임을 암시했다. 무슨 의미일까?
 
다수의 외신들은 현재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경쟁 체제로 접어들었다면서, 앞으로 자국민을 위한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3상 임상실험까지 접근하고 있는 네 나라가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다. 문제는 이들 네 나라가 과연 백신 개발 후 자국민이 아닌 모든 지구촌 국가들을 위한 공평한 생산과 배분을 보장하겠느냐는 것. 그렇지 않다면 백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안보 차원 수준의 심각한 국가 간 분쟁이나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결국 미국의 백신 이기주의 가능성을 경고해온 빌 게이츠 이사장이 '한국이 지구촌 국가들을 위한 공평한 백신 생산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실제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지원을 목표로 하는 민간국제기구 GAVI, 전염병대비혁신연합 CEPI 등이 백신의 국가 간 공정한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코벡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이하 코벡스)라는 백신 공급 시스템을 설치, 운영 중이다. 또한 국제백신연구소(IVI)가 CEPI와 상호협력 협약을 맺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IVI 한국 지원위원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현재로서는 코벡스가 국가 간 백신 이기주의와 백신 안보 경쟁을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백신 개발 가능국 가운데 코벡스 시스템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고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이 시스템에 큰 재정 지원을 하고 있는 단체다. 문재인 대통령과 빌 게이츠 이사장은 서로 국제사회의 공평한 백신 공급을 위해 재정 지원과 기술 지원을 분담할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주 미국 <뉴스위크>는 빌 게이츠 이사장이 문 대통령에게 서신을 전달한 사실을 전하면서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는 제약사인 SK 바이오사이언스가 내년 6월부터 매년 2억 개의 코로나19 백신 키트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시사지는 그러면서 게이츠 이사장은 문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한국 정부와 협력해 전 세계의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역시 백신 민주주의를 향한 문재인 대통령과 빌 게이츠 이사장의 협력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 <뉴스위크> 7월 마지막주 기사. "빌 게이츠 지원받는 SK, 코로나 백신 1년에 2억 키트 생산 가능" ⓒ 뉴스위크 화면 캡처



 
<뉴스위크>는 현재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에 가장 근접해 있는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와 함께 한국을 소개하면서 현재의 백신 개발 상황을 전했다. 빌 게이츠 이사장이 서신에서  "한국이 백신 개발의 선두권"이라고 표현한 것은 엄밀히 말하면 앞선 네 나라와 같은 수준이라는 의미는 아닌 듯하다. 공정한 백신 배분을 위한 파트너인 한국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실제 임상 3상까지 가 있거나 조만간 그럴 것으로 보이는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연구진보다 한국의 연구진은 한 발 뒤처져 있지만, 게이츠 이사장이 지구촌 백신 민주주의를 위한 기술적, 정치적 파트너로 한국을 인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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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안 주고 몇 억원 쯤 꿀꺽하던 요양원들, 이젠 끝낼 때

[작고도 가까운 노동, 그리고 싸움] ③ 부산 효림원 요양보호사들

인터뷰 내내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던 이가 내게 질문을 돌렸다. 병환이 깊어도, 치매가 걸려도 네 부모를 집에서 돌볼 수 있겠니? 머뭇거렸다. 상대가 무심히 묻는 말에도 내가 가진 경제적‧시간적 여유를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내가 믿고 있던 것은 2000여 개 요양원, 2만여 개의 노인장기요양 기관일지도 모르겠다.

 

"자식들 마음에 모신다는 생각이 있어도, 그게 세상 살다 보면 내 생각하고는 다르게 가죠."

옆에서 듣던 사람이 거든다.

"사람 나이 들면 누구나 요양원에 와요."

 

이들은 최근까지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했다. 누구나 요양원에 가서, 누구든 이들에게 돌봄을 받는다. 그러나 지금 이들은 부산시청 앞 농성장에 있다.

 

왜 농성을 하냐는 물음에 한 이가 말한다.

 

"우리가 지금 자리에 계속 머물고 있으면 안 된다고 보니까요." (김병옥)

처음에는 농성장 자리를 말하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사회에서 요양보호사들이 놓인 위치를 가리키는 게였다. 이들의 자리는 어디인가?

 

이들이야말로 '누구나'였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저숙련 노동이란 명칭이 따라왔다. 그 '누구나'가 저임금과 만나면 '아무나'가 된다. 그런데 실제론 아무개가 아닌 여자들만 가는 곳. 그 돈 받고 일할 사람이 여자밖에 없다. 세상 시선에 요양보호사는 나이 든 여성 일자리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요양보호사에게 내준 자리이다. 그 자리에 머물지 않겠다는 이들을 만났다.

 

▲ 부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효림원 요양보호사들. ⓒ민주노총 부산본부

먼저 지치길 바라니까요

 

"65세까지 여기 다니고 이후엔 놀려 다니려고 했지. 아, 생각하면 혈압이‧"

자신을 정리해고한 직장을 떠올리며 열을 내는 게다. 이채연 씨는 50대 초반으로 요양보호사 중에선 젊은 축에 속한다. '효림원'에서 요양보호사로 3년간 일했다. 부산 효림원은 사회복지법인 화엄도량 소속으로, 100여 명 입소 대상자(어르신)를 둔 노인요양시설이다. 그러나 올해 초 운영을 멈췄다. 세금 횡령(부당수급)이 발각돼 영업정지 50일을 받은 것이다. 그때 직원들을 해고했다.

 

"나는 진짜 이 일이 잘 맞았거든요."

요양보호사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 일은 맞아야 한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특히 나랑 맞아야만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고되다. 채연 씨의 교육원 동기 중 요양보호사 일을 계속하는 사람은 얼마 없다고 했다. 보통 3-4년 차에 그만둔다.

 

"아무리 노인이지만 남자 어르신 기저귀 케어 하는 게 그렇잖아요. 치매 있는 분들은 욕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그래도 다 이해해요. 나한텐 이 일이 맞아. 인지력이 있는 분은 수고가 많다고 말도 해주시고. 오고 가는 게 있으니까. 교감 같은 거?"

 

사람 만나 눈 마주치는 직업이라 더 좋았다. 그러나 요양원은 영업정지(휴업)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사직서를 요구했다. 다른 시설로 옮겨가며 어르신들은 "내 곧 올꾸마. 그때 보자" 인사를 했다. 사직서 쓰기를 거부한 5명은 정리해고 당한다.

 

그런데 1월에 휴업을 한 요양원이 여태껏 개원을 하지 않고 있다. 50일 하고도 130일이 지났다. 왜 문을 다시 열지 않나? 그와 동료들의 대답은 간명했다.

 

"노조가 먼저 지쳐 뿔뿔이 흩어지길 바라니까요."

 

망설이다가 들어야겠다

 

효림원에 노동조합이 세워진 것은 지난해 5월이다. 처음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는 지금의 분회장, 추임호 씨다.

 

"(일터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면) 민주노총으로 연락하라는 문자를 받았어요. 내가 그 문자를 종일 몇 번을 봤어요. 가야 하나. 결국 전화를 했어요. 내가 이리 억울하게 일을 하고 있는데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

 

그는 노동조합 가입서를 쓸 때의 심정을 이리 말했다.

 

"망설이다가, 들어야겠다. (가입서를) 작성하는데 정말 눈물 나더라고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노조까지 들어야 하나."

노동조합 가입에 '이렇게까지'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하는 사회다. 가입서를 쓰던 당시 추임호 씨의 나이가 63세. 그가 이렇게까지 해야 했던 이유를 들었다.

 

"효림원에서 7년을 근무하는 동안, 무탈하게 우리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랑 언니동생 하며 잘 지냈어요. 재작년 4월, 새 원장 스님이 부임해 오기까지."

 

'그동안 무탈하게'라던 시절에도 장시간 노동, 저임금은 여전했지만 여기서는 원장이 새로 부임한 2018년 이후 이야기를 하려 한다. 추임호 분회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갑질이 시작됐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새로 부임해 의욕을 보이던 원장은 직원들을 탈의실에 모아놓고 훈계하길 즐겼다. (후에 노조 결성 사실이 밝혀지자 그곳에서 아주 긴 설교를 하기도 했다. 부당노동행위다.) 정문에서부터 반듯하게 깔린 잔디, 층수를 올린 건물, 물리치료실 확장. 원장의 설교에는 장미빛 미래가 자주 등장했다. 이야기는 종종 건물 수리비에 운영비, 당신들에게 들어가는 돈까지, 요양원이 어렵다는 한탄으로 끝났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최저임금이 장밋빛에 얼룩을 묻힌다는 부채감을 가져야 했다.

 

그해 가을, 원장은 요양보호사 근무시간을 바꾸겠다고 했다. 당시 효림원 요양보호사들은 20여 명씩 주‧야간 근무를 했다. 늘 사람이 빠듯했다. 108명 정원에 요양보호사 40여 명. 노인복지법에 따라 대상자(어르신) 2.5명 당 요양보호사 1명을 배치한 수다. 하지만 누가 연차라도 쓰면 이 균형은 무너진다. 주어진 인원으로 24시간 케어를 하려면 주야간 맞교대를 해야 했다. 효림원 야간 근무자는 15시간을 일했다. (2019년 한 조사에서 돌봄노동자들의 60.7%가 사실상 1인당 5명 이상을 돌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 증원 없는 3교대는 불가능했다. 4조 3교대는 고사하고 3조 3교대도 불가능한 인원이었다. 원장은 이유도 말하지 않고 강행했지만, 예상은 한다. "돈 아끼려고. 3교대 하면 우리한테 주는 월급이 줄잖아요." 그러나 현실성 없는 3교대 시행은 무산된다.

 

그러자 이번에는 '효율적'으로 운영을 하겠다고 했다. 요양보호사 업무 형태를 바꾼다는 통보가 왔다. 층별로 근무하던 요양보호사를 팀으로 나눴다. '목욕팀', '기저귀팀' 등. 근무 내내 어르신 목욕만 시키는 사람, 기저귀만 가는 사람 등 세부 업무로 사람을 나눈 것이다.

 

이런 업무 변경은 요양보호사들에게 모욕이었다. 요양보호 업무를 목욕, 양치질, 기저귀 갈이 정도밖에 여기지 않는 원장의 생각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마저 현실성 없었고, 얼마 못 가 흐지부지됐다.

 

기저귀 가는 일로만 생각하는

 

"우리는 한 가지 일만 하는 거 아니에요." (엄복희)

요양보호 일을 두고 한 이가 말했다. "우리는 늘 귀가 열려 있어요." 어르신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귀를 열어두고 산다는 말이었다. 살피는 일은 이들의 기본 업무다.

 

"항상 관찰하거든요. 어르신들은 하루하루가 틀려요. 조금이라도 이상한 증세가 있으면 (다음날 근무자와) 인수인계할 때 소통을 잘 해야 하고. 사소한 것 하나까지. 이 일은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나 하나 잘났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게 요양보호사 일의 특징인 것 같아요." (이미경)

 

살피고 감지하고 판단하고 소통한다. 경험을 통해 이 또한 숙련되는 능력이다. 그러나 세상은 요양보호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국가 자격증까지 부여해놓고 비숙련, 단순노동으로 묶어둔다. '여자라면' 다 하는 일이라? 앞서 자신들은 한 가지 일만 하지 않는다고 한 이는 다음 말을 덧붙였다.

 

"사람들이 요양보호사라고 하면 기저귀 가는 일만 생각하는 거 알아요."

이런 식의 폄하가 일터의 최고 결정권자에게서 나온다면 비극은 걷잡을 수 없어진다. 효림원은 컨베이어벨트 나누듯 요양보호 업무를 나누려 했다. 일터를 컨베이어벨트 취급하면 따라오는 게 있다.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거대한 톱니바퀴 기계만큼 자주 등장하는 것은 CCTV 카메라 화면이다. 요양원에 카메라가 급증했다.

 

또 어디서 지켜보고 있나

 

원장은 사무실에서 CCTV 화면을 지켜보며 전화로 사사로이 지시를 내렸다. 공기청정기 꺼라, 앉아 있지 마라. 업무 지시가 일상이 될수록 요양보호사들은 이 생각을 해야 했다. 또 어디서 지켜보고 있나. 고용주에게 노동자의 긴장은 기계의 기름칠이겠지만, 일하는 사람에게는 인권침해다.

 

"우리를 감시하듯이 하니까. 인권이 뭉개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우리 일이 이런 취급받을 일인가 싶은 게. 못 참겠다." (김병옥)

 

야간 근무자가 조는 모습을 담은 CCTV 화면 사진이 조회시간에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생각했다. 노동조합에 가입해야겠구나.

이때 내가 궁금했던 것은 '사람이 어떻게 야간에, 주야간 맞교대로, 15시간 근무를 하면서 한시도 졸지 않을 수 있나'였다. 4조 3교대와 같은 현실적 인원 배치를 생각할 법도 한데, 요양원은 다른 데서 원인을 찾았다. 요양보호사들의 나이였다.

 

"원장은 나이 많은 사람 나가라고. 만날 직원들 집합 시켜 놓고 말하고. 원장은 노인이 노인을 돌본다고 생각하는 거야."

항변도 해봤다. "젊은 사람이 더 힘을 잘 쓴다고 하지만, 우리 일은 힘으로 하면 안 돼요. 요령을 써야 해. 힘으로 하면 몸만 다쳐요."(곽복임)

 

소용없었다. 윽박만 돌아왔다. 2018년에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효림원은 모든 요양보호사의 시급을 최저임금에 맞췄다. 10년을 일해도 무조건이다. 최저임금, 맞교대, 15시간 근무, 감시통제. 젊은 사람은 가지 않는다는 노동조건을 만들어놓고, 나이 든 사람만 남았다고 화를 낸다. 무슨 심보인가?

 

또 3개월이다

 

원래 바라는 게 있어야 심보도 부리고 그런다. 효림원은 예순이 넘은 요양보호사들에게 3개월짜리(또는 6개월) 근로계약서를 내밀었다. 이전까진 60세가 넘으면 계약직으로 전환해 1년 단위 계약을 했다. 법이 닿지 않는 나이가 되면, 바로 계약직 신세다. 이마저 기간을 줄여 3개월짜리 한시 일자리로 만들었다. 3개월 뒤에 '하는 것 봐서'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이보다 굵고 치사한 목줄이 있을까.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재계약이 되는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노조에 가입하면 계약 연장은 없다는 사실이다. 추임호 분회장은 그해 6월 해고된다. 재계약 한 달 전인 2019년 5월 노동조합(효림원분회)이 결성됐기 때문이다.

 

"갑질이 심해지니까 다른 선생님들도 견딜 수가 없고. 혼자 노조에 들은 것으로 하다가 5월 3일에 밝힌 거죠."

노동조합에 가입한 계약직 모두에게 재계약은 없었다. 해고를 안겨준 노동조합인지라 후회할 만도 한데, 다들 고개를 젓는다. 몸은 농성장에서 고되나 마음은 편하단다.

 

"불안한 게 없어졌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항상 불안했거든. 원장이 우리 나이 많다고 입에 달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언제 잘릴지 모른다. 또 3개월이다. 이젠 갑집을 해도 그냥 당하고 있진 않는다."(강말인)

 

가만 앉아 당하지 않는다. 이들은 지방노동위원회로 가 '부당해고'를 다퉜다. 법은 이들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돌아갈 곳이 없다. 효림원은 휴업상태다.

 

▲ 부산시청 앞에서 시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효림원 요양보호사들. ⓒ민주노총 부산본부

돈은 자기네가 받아 놓고

 

5억 3000만 원이라 했다. 효림원이 부정수급을 한 돈이. 새 원장이 온 후 노사 갈등이 커졌다고 했지만, 전 원장들은 출근도 하지 않았다. 출근하지 않고 고액의 임금을 받아 갔다. "출근 도장만 찍는, 대리인들이 찍어주는 것 있잖아요." 이를 적발한 건강보험공단은 횡령금 5억 3000만 원 환수와 영업정지 50일 명령을 내렸다. 미비하다. 라면 훔치면 징역형, 36억 원 뇌물은 집행유예인 세상을 살고 있다지만 5억 원은 큰돈이다.

 

2019년 감사로 적발된 노인요양기관은 836곳. 152억 원 착복이 드러났다. 이 중 구속으로 죗값을 치른 경영자는 3명뿐이다. 2만여 요양기관 중 한 해 5% 정도를 선별해 감사를 한다고 하니 실제 횡령액은 얼마나 될지 모른다.

 

그래도 억울했는지 효림원은 노조 원망을 했다. 노조 때문에 '경영상의 위기'가 왔다고 했다. 제 손으로 사직서를 쓴 비조합원들은 노조 탓에 직장을 잃었다고 원망하며 떠났다. 퇴사를 하지 않겠다고 버티던 조합원 5명은 정리해고 당했다. 경영 위기는 정리해고의 요건이다.

 

"5억 3천을 환수해간다면서요. 그 화풀이를 우리한테 하는 거죠. 돈은 자기네가 받아 놓고는. 이제 와서 경영위기. 그동안 번 돈은 다 어디 갔겠어요. 법인으로 안 갔겠어요?"

 

노조 때문에 직원들 '입막음' 할 수 없던 게 원망스러웠을까. 몇 억 원쯤 꿀꺽해도 티 안 나던 좋은 시절은 끝났다. 원래 노동조합이 생기면 법대로 하지 않던 것들을 멈춰야 한다. 위법행위는 보통 수익과 연관이 있다. 그러니 찔리는 것이 많을수록 노동조합 탄압이 거세다. 아예 문을 닫기도 한다. 세비앙실버홈, 월정사요양원, 일산수요양원…. 노조가 생기자 폐업을 하거나 시도한 요양원들이다. 여기에 효림원 이름도 더해질 참이다.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라

 

효림원 해고자들은 폐업을 겁내지 않았다. 오히려 부산시에 효림원을 폐업 조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효림원을 즉각 폐쇄 조치하고,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라.' 이것이 노동조합의 요구이다.

 

효림원은 리모델링을 한다, 어르신 대상자가 없다, 여러 변명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 현행 법으로는 1년 정도 개원 유예가 가능하다고 한다. 다시 효림원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너무 긴 시간이다.

 

지자체에 직접 운영을 요구하는 데는 근거가 있다. 노인요양기관 운영비의 80%가 세금으로 지원된다. 중앙 정부와 부산시는 효림원 건물을 짓는 데 30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사실을 안 요양보호사들은 분개했다. 돈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요양원이었다.

 

"우리가 속았던 거더라고요. 나중에 보니까. 요양원 수리하는 데 천만 원이 들면, 효림원에서 부담하는 건 10%밖에 안 된다면서요?"

 

나머지는 나라에서 부담한다. 노인장기요양은 국가 재정으로 운영되는 공공서비스니까. 그런데도 지자체는 "시청으로 검찰청으로 진구청으로 가도, 너그는 너그고" 태도로 군다. 요양보호사들은 이해할 수 없다. 작년 말, 부산시청 앞에 농성장을 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해할 수 없지만 지난 십 년 간 노인돌봄(장기요양보험)는 이렇게 운영됐다. 재정은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데, 운영은 민간(위탁)이 한다. 2만 개가 넘는 노인장기요양 기관 중 1~2%만이 공공설립 기관이다. 애초 정부가 '수익 보장'을 내걸고 민간시설을 모았다. 그리고 방치했다. 한 해에만 150억 원이 넘는 횡령액은 그 실패를 말해준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체불임금은 한 해 40억 원이 넘는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 발표, 2018. 효림원도 1억 600만 원의 체불임금이 있다.)

 

누구나 나이가 든다

 

효림원 요양보호사들은 "여기가 내 미래를 결정한다"고 했다. 이것이 거리에서 버티는 이유라 했다. 이들에게 미래란 코앞의 복직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나이 들면 갈 어느 요양원 침상을 의미했다. 타인의 몸을 통해 매일 세월을 보고 만지는 사람들이라서일까. 그들은 자신의 미래를 돌보는 노인들과 자주 겹쳤다.

 

누구나 나이가 든다. '누구나'의 일이라는 것은 공공의 문제라는 말과 같다. 그러나 노인돌봄의 현실은 돌봄노동자의 저임금과 '집안의 노동자(여성)'의 무임금에 의해 간신히 유지되는 형편이다. 노동만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이 아니다. 시설의 비용 계산은 일하는 사람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어르신'들이 있다.

 

사람 몸을 시장에 맡겨놓고 비용 논리가 아닌 공공의 정신으로 대하길 바라는 것은 가당치 않다. 그러니 효림원 노동자들은 당당히 말한다. 오늘 돌봄 노동자가 받는 처우가 내일 돌봄이 필요한 누군가가 받게 될 대우라고. 그러니 요양보호사의 요구는 분명하다. 노인돌봄은 공공돌봄이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라.

 

올해 구체신청을 한 효림원 요양보호사 15명이 모두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압박을 받은 부산시도 최근 문제해결을 위한 테이블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처음에는 막막하고 잡을 데가 없더라고요. 산꼭대기에 내려오는 길에 빛도 없이 헤매는 기분. 그래도 지금은 조금 빛이 보이네요." (추임호 분회장)

 

어둠 속에서 옆 동료를 더듬으며 여기까지 왔다. 우리 싸움이 당당하다는 생각 없이는 못 왔다고 했다. 작은 빛에 의지해 또 한 번 길을 나서보려 한다.

 

* 효림원 분회가 속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조는 부산시에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부문 사회서비스를 지자체가 직접 제공하고 운영하는 기관인 사회서비스원은 현재 서울, 대구, 경남 등에서 시범사업 중이다. (여기에 속한 요양보호사, 어린이집 교사,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시에서 직접 고용한다.) 그러나 부산시는 2020년 시범사업 신청을 거부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73017363183804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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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부동산 투기, 불 지른 정부 ‘따로’ 욕먹는 정부 ‘따로’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07/31 13:48
  • 수정일
    2020/07/31 13:4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발행 2020-07-31 07:36:41
수정 2020-07-31 07: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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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는 억울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기 딱 좋은 말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14년 가을부터 시작된 서울 아파트 시장의 대세상승은 무려 7년째 진행 중이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의 어지간한 아파트들은 가격이 두배 이상 뛰었으니 말이다. 부동산 시장에 붙은 불을 끄지 못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6.17대책과 7.10대책에 이어 공급대책을 서둘러 마련하는 중이다. 당연히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원성도 자자하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오로지 문재인 정부의 탓일까? 정부 정책의 효과라는 것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뒤에 발휘된다는 것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 역시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려면 전임 정부들의 부동산 정책이 어떠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 대통령
이명박·박근혜 두 전 대통령ⓒ뉴시스

방화 하려다 실패한 이명박 정부

이명박 정부의 모토는 ABC(Anything But Roh)였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피투성이 싸움 끝에 힘겹게 이룬 성취들을 잿더미로 만들었는데, 그 중 으뜸이 부동산 정책이었다. 노무현 정부 시기는, IMF체제를 최대한 일찍 졸업하려는 욕심에 부동산에 관한 규제를 전부 푼 국민의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책에 더해 초유의 유동성 과잉이 겹치면서 온 산에 투기 불길이 붙은 상황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투기불길을 잡기 위해서 종부세로 대표되는 투기억제책, LTV 및 DTI 등 대출관리정책, 2기 신도시로 상징되는 공급확대정책을 사용했고, 임기 말에 가까스로 투기라는 괴물을 우리 안으로 잡아넣을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사투 끝에 우리 안에 가둔 투기라는 이름의 괴물을 푸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표1]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투기괴물을 우리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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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대책
ⓒ민중의소리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최대 성과라 할 보유세를 무력화시켰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사실상 폐지시켰으며, 노무현 정부가 2017년까지 보유세가 강화되도록 설계해놓은 제도도 중단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를 세대별 합산을 개인별 합산으로 변경하고, 1주택자의 경우는 기준 금액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렸으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도입하여 과세표준 현실화율 상향을 중단시켰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주택거래신고지역을 해제했으며,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취득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하는가 하면, 양도세 비과세 요건도 완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는 임대사업자에게 많은 특혜를 부여했고,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했으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유예시켰고,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도 폐지시켰다. 한 마디로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투기에 올인한 정부였으며,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민주화 이후 역대 최악의 정부였다.

아이러니한 건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올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 시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택가격은 하락했다는 사실이다.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 때문이었다. 비유컨대 이명박 정부가 산에 불을 지르기 위해 연신 방화를 했는데 폭우가 연이어 몰려오는 바람에 불이 꺼진 격이다. 이명박 정부는 방화미수범이었던 것이다.

방화에 성공한 박근혜 정부

박근혜 정부는 [표 2]에서 고스란히 증명되듯 전임 정부였던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고스란히 계승한 정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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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대책
ⓒ민중의소리

박근혜 정부는 보유세 강화에 극히 미온적이었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사실상 폐지했다. 박근혜 정부는 연이은 투기조장정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이 움직이지 않자 ‘빚내서 집사라’며 LTV 및 DTI를 공격적으로 완화하기까지 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하며 박근혜 정부의 투기부양책에 적극 호응했다.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사라’정책은 대성공(?)을 거뒀다. 은행 기준 2014년 12월 말 460조 원이었던 주택담보대출잔액이 2019년 11월 말 648조 원으로 폭증했고, 2012년 23.2조 원이던 전세자금 대출잔액이 2019년 4월 말 102조 원으로 급증했으니 말이다. 현재 대한민국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인데 물경 850조원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가 대출까지 확 풀자 2012년과 2013년 사이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서울 아파트 시장은 2014년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박근혜 정부의 대출 확대 정책이 서울 아파트 시장의 변곡을 이끈 트리거였던 것이다.

유능하지 못한 소방수, 문재인 정부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토부와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토부와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위에서 살핀 것처럼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9년 내내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올인했다. 이명박 정부가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해 방화 미수에 그친데 반해, 박근혜 정부는 방화에 성공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9년 동안 지른 불이 사방에 붙은 상태에서 집권한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문제는 전임 정부들이 저지른 투기부양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정확히 간파하는데 실패했고, 확 바뀐 시장과 시장참여자들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집권 초기에 집중적으로 투사했으면 효과를 발휘했을지도 모르는 대책들을 축차적으로 투입해 시장의 대세상승 흐름을 꺾지 못했다. 한 마디로 문재인 정부는 유능하지 못한 소방수인 셈이다. 소방수가 무능하다고 해서 방화미수범이나 방화범 보다 더 큰 비난을 받아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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