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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재판장님" 사법농단, 법정의 기록](32)법복 벗고 피고인과 증인으로 만난 두 악연…‘법원의 존재 이유’를 묻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입력 : 2020.12.20 20:46 수정 : 2020.12.20 23:40

 

 

다시 처음으로 

지난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왼쪽 사진)과 판사 출신인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각각 피고인과 증인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의원이 사법농단 재판에서 증언한 것은 의혹이 불거진 지 3년10개월 만에 처음이다. 법정에선 2017년 2월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의혹을 받는 법원행정처 조치와 관련해 이 의원이 작성한 진술표를 놓고 공방이 오갔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왼쪽 사진)과 판사 출신인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각각 피고인과 증인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의원이 사법농단 재판에서 증언한 것은 의혹이 불거진 지 3년10개월 만에 처음이다. 법정에선 2017년 2월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의혹을 받는 법원행정처 조치와 관련해 이 의원이 작성한 진술표를 놓고 공방이 오갔다. 연합뉴스

 

국제인권법연구회 놓고 충돌
3년10개월 만에 법정서 만나
이탄희의 ‘진술표’ 공개에
임종헌은 ‘경위서’로 맞서
사법농단 진실 놓고 공방
 

지난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311호 중법정의 증인석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42)이 앉았다. 이 의원은 판사이던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발령받은 뒤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하려는 법원행정처 조치에 반발하고 사표를 냈다. 그는 사법농단이 세상에 알려지는 단초가 된 상징적 인물이다. 임 전 차장과 이 의원은 그 후 법복을 벗었고 두 사람은 이날 피고인과 증인이라는 서로 다른 입장으로 법정에서 마주했다. 의혹이 불거진 지 3년10개월 만이다.

사법농단은 법원 조직 전체가 함께 반성해야 하는 사건일까, 개인의 욕심이 법원에 화를 부른 사건일 뿐일까. 사표를 낸 게 “제 개인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던 이 의원은 이젠 조금 달라졌다고 했다. “사법농단을 계기로 법원이 직업윤리를 다시 세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 전 차장이 판사 시절 많이 말했다는 ‘법원은 판사들의 것’ ‘우리는 그 법원을 위해서 일한다’는 것에 이 의원은 동의할 수 없다고도 했다. “법원은 국민의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차장과 공모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측은 사법농단의 성격을 임 전 차장 ‘개인의 욕심’에서 기인한 것으로 규정한다. 자신이 대법관이 될 수 있는 키를 갖고 있던 대법원장과 청와대에 잘 보이기 위해 임 전 차장이 각종 부적절한 일을 벌였다는 취지다. 이 전 실장은 물론 양승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들도 몰랐던, 임 전 차장만의 독자 행동이라고 했다.

■ 진술표에 빼곡히 적힌 2017년 2월 

재판에선 이 의원이 사법농단에 대한 대법원의 1차 자체 조사 때 작성했다는 ‘진술표’가 공개됐다. 대법원장 인사권의 문제를 짚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를 기획할 때부터, 법원행정처로 인사발령난 뒤 연구회 와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 대화한 날짜와 시간·장소, 상대방, 어떤 수단으로 대화했는지, 대화 내용이 상세히 담겨 있다. 이 의원은 경험한 사실을 아주 면밀하게 진술표에 적었다고 했다.

진술표에 의하면, 2017년 1월15일 이수진 당시 부장판사(현 민주당 의원)가 두 차례 전화 통화에서 말했다는 내용은 이렇게 적혀 있다. “행정처 높은 분에게서 내게 전화가 왔다. 나보고 연구회에 전달하라는 취지인 것 같다. 학술대회를 대법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학술대회 안 했으면 한다.” 이수진 의원은 법정에 나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학술대회를 막으라고 했다”며 “(저는) 막으면 안 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민걸 전 행정처 기조실장
“임 전 차장 사욕이 화 불러”
법원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이 전 상임위원은 이탄희 의원에게도 전화해 학술대회를 철저히 법원 내부 행사로 진행하고, 언론에 보도되지 않게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진술표엔 나온다. 2017년 2월14일 대법원 사무실에선 이런 말을 했다고 돼 있다. “행정처는 정보를 취합하는 소스가 엄청나게 넓다. 연구회 모임에서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 내용도 다 알고 있다. 기조실 컴퓨터에 보면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파일들이 있다. (…) 판사들 뒷조사한 파일들이 나올 텐데 놀라지 말고, 좋은 취지에서 한 거니까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 ‘뒷조사 파일’과 관련해 이 전 상임위원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에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임 전 차장이 스스로 책임을 수긍한 것으로 이해되는 대목들도 있다. 이 의원이 사표를 낸 뒤 전화 통화에서 법원행정처의 연구회 중복가입 금지조치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타깃으로 한 정책 결정이라고 들었다는 말을 하자, 임 전 차장이 ‘그 부분은 내 책임 50% 인정한다’고 답했다는 부분이다. 이 의원은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는 외부로부터 사법부의 존립을 수호한다. 그래서 결집을 해야 한다. 그런데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일부 정치적인 판사들이 오히려 행정처를 와해 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라고 설명했다고 했다.

임 전 차장 측은 이 의원이 당시 격앙되고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서 상황을 다소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이라는 취지로 신문했다.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은 프레임일 뿐, 법관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명단을 행정처에서 작성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전 상임위원의 말은 ‘지시’가 아니라 ‘부탁’이라며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해서 질책이나 불이익을 받은 적도 없지 않느냐고 따졌다.

임 전 차장은 30분가량 직접 이 의원을 신문했다. 이 의원이 진술표를 작성했을 시기 자신도 나름의 ‘경위서’를 작성했다며 진술표와 경위서 내용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역시 당시 경험하거나 인식한 내용을 경위서로 작성해서 제출했습니다. (경위서 내용을) 지금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당시엔 기억을 토대로 작성된 것임이 분명합니다. (…) 경위서엔 피고인이 증인에게 ‘법원행정처는 국회·행정부·언론 등 대외관계에서 법원 입장을 대변하고 기관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기본 역할이기 때문에 법원행정처 전체 업무 중 연구회 관련 업무는 극히 미약하다, 증인이 직접 법원행정처에 부임해서 근무해보면 오해가 해소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기재돼 있는데 증인은 혹시 이런 말을 들은 기억은 없나요?”(임 전 차장)

“없습니다. 그 당시 그렇게 차분하게 대화하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이 의원)

“경위서엔 또 피고인이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키는 게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설령 (연구회가) 없어져도 그와 유사한 단체가 필연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없애는 과정에서 내부 반발 등이 심각할 텐데 어떻게 없애겠냐’ 이런 말을 했다고 돼 있는데 기억 안 나시나요?”

“오래돼서 구체적 기억은 없습니다.”

이 의원은 연구회 중복가입 금지조치가 직권남용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당시 생각했다고 했다. “법적인 본질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라고 생각했습니다. 중복가입 해소조치의 정당성을 허위로 알리라는 지시는 불법적인 행동에 동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하지 않은 것입니다.”(이 의원)

대법원 법원전시관에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 제103조 조항이 전시돼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법원 법원전시관에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 제103조 조항이 전시돼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임종헌, 대법관 되려고 한 것 아니냐” 

지난 3일엔 임 전 차장이 이민걸 전 실장 재판에 증인으로 섰다. 임 전 차장 자신도 재판을 받는 피고인으로,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어 증언을 거부할 게 예상됐다. 그럼에도 이 전 실장 측 민병훈 변호사는 임 전 차장에게 증언을 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사법부 구성원의 자긍심과 명예’를 위해서라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 전 실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줄곧 임 전 차장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거리 두기를 해왔다.

임 전 차장은 검사와 변호인의 질문 전부에 대해 증언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증언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했다. 민 변호사는 그의 앞에서 ‘대법관’ 이야기를 꺼냈다. 임 전 차장이 자신이 대법관이 되는 데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대법원장과 청와대가 좋아할 만한 일을 수행하고, 반대로 장애가 될 수 있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법원개혁 여론은 잘라내려 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법원행정처 차장은 ‘대법관 0순위’로 불렸고, 2016년부터 양 전 대법원장 임기가 끝나는 2017년 9월까지는 대법관 3명이 바뀌는 시기였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후보추천위원회가 있지만 사실상 대법원장이 낙점하고 청와대가 선호하는 사람이 대법관 후보가 됐다.

“증인은 법원행정처 차장으로서 대법원장으로부터 대법관으로 제청되기에 가장 좋은 보직에 있었고 국제인권법연구회라는 걸림돌을 제거할 필요가 있었으며 인사검증 과정을 책임지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 3월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는 상황에서 (문제점을) 검토한 것은 증인의 대법관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데 맞습니까?”(민 변호사)


민 변호사의 신문을 듣던 임 전 차장은 증언의 막바지에 이르러 소회를 밝혔다. “최근 중남미 어느 국가에서 대통령을 역임한 가난한 노정객이 정계를 은퇴하면서 국민들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그분이 한 말을 제 상황에 빗대어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제가 육십 평생 살아오면서 내 마음의 정원에 남에 대한 증오를 심지 않았습니다. 인간들이 타인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갖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살아오면서 가지게 된 큰 교훈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린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지난 10월 정계를 은퇴하면서 한 연설을 따온 것이다. 법적 책임을 면하려 자신을 대법관 자리에 욕심낸 사람으로 추궁한 이 전 실장 측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은 이탄희 의원을 신문하면서도 “진실공방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202046005&code=940301#csidx465e546e78e1d429478babae3c2de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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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검찰 모두의 운명 가를, 결정적 장면 3가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12/21 09:56
  • 수정일
    2020/12/21 09:5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금주의 포커스] 이 모든 논란의 시작, 정 교수 1심 선고 23일 나온다

20.12.21 07:29l최종 업데이트 20.12.21 07:29l
오는 23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혐의 14가지에 대한 1심 법원 판단이 나온다. <오마이뉴스>는 정 교수의 선고를 앞두고 1년 간의 재판에서 드러난 쟁점을 입시비리 혐의, 사모펀드·증거인멸 혐의 두 편으로 나눠 정리했다. 이 기사는 그 첫 번째다. [편집자말]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증거인멸교사 관련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증거인멸교사 관련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1월 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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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에 대한 법원 첫 판단이 나온다. 지난해 9월 6일 검찰이 정 교수를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사문서위조)로 처음 기소한 지 꼬박 475일 만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1일 정 교수를 추가로 기소해 최종적으로 14개의 혐의를 적용했는데, 크게 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투자 의혹, 증거인멸교사로 나뉜다. 이 가운데 입시비리에 해당하는 혐의는 총 7개다. ▲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 동양대 보조연구원 허위 경력 ▲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허위경력 ▲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허위 경력 ▲ 공주대 인턴 및 논문 3저자 허위 경력 ▲ 단국대 인턴 및 논문 1저자 허위 경력 ▲ 부산 호텔 인턴 허위 경력 등이다.

정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는 이른바 '조국 사태'의 핵심 쟁점이다. 검찰은 지난달 5일 결심 공판에서 정 교수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하면서 "본건(입시비리) 범행은 기득권 계층이자 특권을 이용한 부의 대물림이다, 입시 핵심인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정 교수는 "이 사건 기소, 특히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것은 제가 아는 사실, 제가 가진 기억과 너무 차이가 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논란의 입시비리 혐의를 과연 어떻게 판단할까.

[결정적 장면 ①] 법정에 등장한 두 프린터 기기

검찰 : "자, 보세요. 위조하는데 30초도 안 걸립니다."
변호인 : "30분이 걸려도 안 됩니다. 상장 원본 파일은 애초부터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법정에 프린터기가 두 차례나 등장했다. 정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는 입시비리 혐의 가운데 검찰과 변호인이 가장 첨예하게 다툰 부분으로, 상장 위조의 주체가 정 교수인지를 놓고 직접 위조 시연까지 벌인 것이다.

검찰은 정 교수가 딸 조민씨의 입시를 위해 조씨의 활동과 무관한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주장한다. 조씨 표창장에는 동양대 인문학 영재 프로그램 튜더로 참여한 공로를 표창한다고 기재돼 있다. 표창장에 기재된 프로그램은 정 교수가 동양대에서 직접 운영했던 프로그램 이름이다.

양측은 약 1년간의 법정 싸움을 벌이며 동양대 표창장 관련 증인들에게 조민씨의 튜더 활동을 목격했는지, 조씨에게 표창장이 수여된 사실을 알았는지 등을 물었다. 법정 증언을 종합하면, 조씨에게 상장을 주자고 말한 교수들은 있었지만 그가 '인문학 영재 프로그램'에서 튜더 활동 한 것을 직접 목격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과거 조민씨에게 '상을 주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강아무개 동양대 교수도 조씨 활동은 '정 교수에게 전해들었다'고 증언했다.

이후 검찰과 변호인은 법정에서 위조 시연을 통해 정 교수의 상장 위조 가능성을 두고 후속 증명 작업을 벌였다. 먼저 검찰은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압수한 컴퓨터 내부 파일을 근거로 상장 위조 논리를 펼쳤다. 해당 컴퓨터에서 정 교수 아들 조아무개씨의 동양대 상장 스캔본과 '총장님 직인.jpg' 파일, '조민 표창장 2012-2.pdf'파일 등을 확보했는데, 이 파일들이 위조된 조씨 상장의 원재료라는 것이다. 검찰은 관련 파일들을 종합해 한글(hwp)파일로 된 최종본을 만들어 출력해 보였다.

반면 정 교수 측은 검찰이 확보한 컴퓨터 내부 파일은 동양대 직원이나 조교가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을 뿐 정 교수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동양대 상장은 pdf 파일로 출력해야만 원본과 동일해지는데, 정작 '조민 표창장 2012-2.pdf' 파일을 출력해보니 서식이 모두 깨져 출력된다고 설명했다. 오류난 프린트물을 근거로 "압수된 컴퓨터에 있는 조민 PDF 파일은 상장 원본이 아닌 게 명백하다, 상장 원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양쪽이 프린트 시연까지 했음에도 같은 기술적 논쟁만 반복하자, 결국 재판부가 질문 한 가지를 던졌다.

"양측 모두 이 어려운 (상장 문서) 작업을 누가 했는지 밝히진 못한 거죠? 누구도 강사휴게실 컴퓨터에서 발견된 상장 관련 파일을 누가 직접 작업했다, 이렇게 말한 사람은 없는 거고요."

[결정적 장면 ②] 무려 11년 전 세미나, 엇갈린 진술

김아무개 변호사 : "세미나에서 조민을 봤다. 아버지가 누구냐 물으니 조국이라 했다."
장아무개·박아무개씨 : "세미나에 참석했지만, 조민을 본 적은 없다."

정 교수 입시비리 혐의의 또다른 쟁점은 조민씨가 2009년 5월 15일 열린 서울대 공익법센터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학술세미나에 참석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조씨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2009년 5월 1일~15일 2주간 인턴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허위로 인턴십 확인서를 발급 받아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했다고 본다.

이 혐의의 쟁점은 증인들의 상충된 목격담이다. 먼저 조민씨의 세미나 참석 여부를 구체적으로 증언한 것은 8월 13일 24차 공판에 출석한 김아무개 변호사다. 그는 2009년 당시 본인이 행사 진행요원으로 해당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했고, 그 자리에서 조민씨를 봤다고 증언했다. 근거로 "교복차림 여학생이 '아버지가 조국'이라고 했다, 그 말이 인상적이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반면 실제로 해당 세미나에 참석해 조씨와 같은 인턴십 확인서를 받았던 박아무개씨와 장아무개씨는 지난 5월 7일 12차 공판에서 "세미나에서 조민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박씨는 해당 세미나에 참석한 게 입증된 증인이다. 당시 방명록에 박씨의 이름이 기재됐던 것, 당시 세미나에서 촬영된 동영상에 박씨의 질문하는 모습이 나온 것 등을 통해서다. 이런 박씨가 '조씨를 보지 못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놓자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한편, 해당 혐의와 직결된 한인섭 당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은 법정에서 증언거부권을 언급하며 입을 닫았다.

증언이 엇갈리자 정 교수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서울대 세미나 영상 속 여학생이 조민씨가 맞는지 확인해달라고 의뢰했다. 이후 국과수는 "동일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다소 모호한 결과 탓에 재판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증거 능력에 의문을 보였다.

[결정적 장면 ③] "위법수집증거 여부는 판결 선고할 때 판단하겠다"
 
 검찰 관계자들이 3일 오후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 총무복지팀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가족을 둘러싼 의혹 수사를 위해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씨가 재직 중인 동양대학교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가 있는 연구실과 사무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내부 문서 등을 확보하고 있다. 2019.9.3
▲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 2019년 9월 3일 오후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 총무복지팀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가족을 둘러싼 의혹 수사를 위해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씨가 재직 중인 동양대학교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가 있는 연구실과 사무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내부 문서 등을 확보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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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수집증거 여부는 판결을 선고할 때 판단하겠다."

지난 11월 5일 결심 공판에서 재판부가 한 말이다. 정 교수 측이 검찰이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압수한 컴퓨터를 두고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해당 컴퓨터에서 나온 일체의 증거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형사소송법 제 308조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를 증거로서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만일 압수된 동양대 컴퓨터가 위법수집증거로 인정될 경우, 검찰의 표창장 위조 논리 상당수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검찰은 압수된 컴퓨터에서 발견한 파일들을 바탕으로 상장 위조 논리를 쌓아 올렸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 교수 입시비리 혐의와 직결된 조민씨의 각종 인턴십 확인서 및 사모펀드 의혹 관련 자료 또한 증거능력을 잃을 수 있다. 정 교수의 혐의 상당수가 동양대 컴퓨터에서 확보한 자료에 기인하고 있는 만큼, 위법수집증거에 대한 재판부의 최종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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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정경심, #위조, #조국, #선고, #입시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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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으로 60km 이동하는 저격땅크

[개벽예감 424] 땅속으로 60km 이동하는 저격땅크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0/12/2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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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한국군이 발견하지 못한 22개의 남진갱도

2. 740여 건의 첩보를 입수했어도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

3. 전술갱도가 있고, 전략갱도가 있다

4. 한 개의 주선갱도와 여러 개의 지선갱도들

5. 남진갱도 입구 앞에서 대기하는 저격병들과 저격땅크들

 

 

1. 한국군이 발견하지 못한 22개의 남진갱도

 

2020년 12월 16일 중국 홍콩에서 발간되는 영어매체 <조간 남중국(South China Morning Post)> 보도기사를 통해 중요한 정보가 세상에 알려졌다. 보도기사에는 2009년 타이 방콕에서 29명의 탈북자와 함께 전세기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어느 탈북자의 이야기가 실렸다. 그 탈북자는 자신이 2008년에 개성공단 인근에 있는 조선인민군 최전방부대에서 중좌(중령)로 군사복무를 했었고, 제대 후에는 로씨야에 가서 해외파견근로자로 일하다가 ‘기획탈북공작’에 넘어가 중국을 거쳐 타이로 잠입했고, 2009년에 타이에서 남측에 들어갔으며, 남측에서 7개월 동안 정보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자기가 아는 북의 갱도에 관한 첩보를 진술한 사람이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말쓰임새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남측에서 땅굴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는데, 그것은 틀린 말이다. 원래 땅굴은 토굴과 같은 말이다. 북측에서는 갱도라는 말을 쓰는데, 갱도를 순우리말로 하면 굴길이다. 갱도(굴길)와 땅굴(토굴)은 다른 개념이다. 갱도는 사람이나 차량이 지나다닐 수 있게 땅속에 뚫어놓은 지하통로이고, 땅굴은 사람이나 짐승이 들어가 사는 지하생활공간이다. 갱도에는 입구의 반대쪽에 반드시 출구가 있지만, 땅굴은 출입구 하나만 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위에 인용한 보도기사에 따르면, 개성 인근 군사분계선 일대에는 1998년 이전에 조선인민군이 뚫어놓은 남진갱도 6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 3개는 한국군이 발견했으나, 나머지 3개는 그 탈북자의 진술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여기서 북의 지하시설에 관한 개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남진갱도, 갱도진지, 지하대피소는 서로 다른 개념이다. 이를테면, 남진갱도는 조선인민군이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을 공격하기 위해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뚫어놓은 지하기동로다. 그러므로 남진갱도의 입구는 군사분계선 북쪽에 있고, 출구는 군사분계선 남쪽에 있다. 그와 달리, 갱도진지는 적의 위성감시를 피하고, 적의 공습이나 화력타격을 받지 않기 위해 전투병력과 군사장비가 들어가는 지하군사시설이다. 조선인민군의 지하군사시설 중에는 전략군이 운용하는 핵기지, 항공 및 반항공군이 운용하는 지하활주로, 지하격납고, 지하레이더기지, 해군이 운용하는 지하해군기지 등이 있다. 

 

다른 한편, 지하대피소는 전시에 공습이나 화력타격을 받지 않기 위해 피신하는 지하방호시설이다. 조선인민군 제11군단 예하 부대에서 군사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뒤 월남한 탈북자가 2020년 12월 2일 <자유북한방송>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북에 있는 지하대피소는 폭이 3m이고, 길이는 약 2km이며, 입구에 6~8개의 굽이길이 있다고 한다. 지하대피소 입구에 만들어놓은 6~8개의 굽이길은, 적이 지하대피소 입구를 폭격했을 때 화염과 폭풍이 지하대피소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차단해주는 장치다.  

 

이 글에서 분석, 고찰하려는 것은, 조선인민군이 1998년 이전에 굴설한 남진갱도 6개가 개성 인근 군사분계선 일대 어딘가에 있는데, 그 중에서 3개는 한국군이 발견했으나, 나머지 3개는 탈북자의 진술로 알려졌을 뿐이고, 한국군이 발견하지 못했다는 보도내용이다. 이런 보도내용을 분석적으로 고찰하면,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이 드러난다. 

 

지난 시기 한국군은 북의 남진갱도 4개를 발견했다. 4개의 남진갱도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군이 1974년 11월에 발견한 제1갱도는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군사분계선 남쪽 1.2km 지점에 있다. 한국군이 1975년 3월에 발견한 제2갱도는 강원도 철원군 근동면 군사분계선 남쪽 900m 지점에 있다. 한국군이 1978년 10월에 발견한 제3갱도는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군사분계선 남쪽 435m 지점에 있다. 한국군이 1990년 3월에 발견한 제4갱도는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북동쪽 26km 지점에 있다. 

 

위에 열거한 사실을 보면, 한국군이 발견한 4개의 남진갱도는 탈북자가 말한 6개의 남진갱도와 다른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군이 발견한 남진갱도가 4개 있고, 탈북자가 남측 정보당국에 진술한 남진갱도 6개가 따로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인용한 보도기사에서는 한국군이 남진갱도 3개를 발견했다고 했으니, 오보가 아닐 수 없다. 한국군이 남진갱도 4개를 발견했는데, 3개를 발견했다고 단순히 착오한 것이 아니라, 한국군이 남진갱도 6개를 발견하지 못했는데도, 3개를 발견하고 3개는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 오보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국군은 탈북자의 진술을 듣고 개성 인근 군사분계선 일대 어딘가에 6개의 남진갱도가 있다는 것은 알았으나,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남진갱도는 개성 인근 군사분계선 일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선인민군은 240km에 이르는 군사분계선 전역에서 남진갱도를 굴설했다. 이와 관련하여 2013년 10월 11일 <동아일보> 보도기사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군 육군본부가 국회에 제출한 비공개보고서를 인용한 그 보도기사에는 한국군이 2000년 이후 몇몇 탈북자들의 진술을 통해 알아낸 남진갱도에 관한 첩보가 들어있다. 그 첩보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제2군단이 주둔하는 개성 인근 군사분계선 일대 어딘가에, 그리고 제5군단이 주둔하는 철원군 군사분계선 일대 어딘가에 22개의 남진갱도가 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위에 인용한 보도기사에 나온 탈북자가 2009년에 남측 정보당국에 진술한 6개의 남진갱도는 2000년 이후 몇몇 탈북자들이 남측 정보당국에 진술한 22개의 남진갱도들 가운데 일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2000년 이후 몇몇 탈북자들이 남측 정보당국에 알려준 22개의 남진갱도가 군사분계선 전역에 있는 수많은 남진갱도들 가운데 일부라는 사실이다. 군사분계선 전역에는 남진갱도가 몇 개나 있을까? 남진갱도에 관한 정보는 군사기밀이므로, 외부에서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추론한다. <사진 1> 

 

▲ <사진 1> 위의 사진은 한국군이 1990년 3월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북동쪽 26km 지점에서 발견한 제4남진갱도 내부를 촬영한 것이다. 사진에 나타난 것은 암석층 구간이다. 한국군은 1974년, 1975년 1978년에 각각 군사분계선 다른 지역에서 북의남진갱도를 발견했다. 그들이 지금까지 발견한 남진갱도는 4개다. 그런데 최근 외신보도에 따르면, 한국군이 발견하지 못한 남진갱도 6개가 개성 인근 군사분계선일대에 더 있다고 한다. 한국군은 동서로 240km에 이르는 군사분계선 일대에 조선인민군이 뚫어놓은 남진갱도가 24개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하지만, 여러 자료를 종합, 분석하면 남진갱도의 총수는 48개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2. 740여 건의 첩보를 입수했어도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

 

충격적인 것은, 2000년 이후 몇몇 탈북자들이 22개의 남진갱도가 각각 위치한 지역들이 어디인지를 남측 정보당국에 진술했는데도, 한국군은 남진갱도를 단 한 개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남진갱도가 있는 지역을 알면서도,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 무척 힘들고 어려운 남진갱도탐사작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수수방관하는 것 아니다. 

 

한국군 육군본부가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남진갱도에 관한 보고서를 인용한 2013년 10월 11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육군본부 탐지과와 수도방위사령부 공병단에 갱도탐사인원을 배치하고, 연간 4억8,000여 만원의 예산을 들여 갱도탐사작업을 계속하고 있고, 한국군 수뇌부는 탈북자들의 진술에 따라 남진갱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지역들에서 갱도탐사를 집중적으로 벌이라는 명령을 2009년 이후 2013년까지 7차례나 최전방부대들에 내렸다고 한다. 또한 2015년 1월 2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1982년 이후 2014년까지 남진갱도에 관한 740여 건의 첩보를 입수하고, 590개 지점을 시추했으나, 아무런 징후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2017년 3월 2일 <국방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은 탈북자들의 진술과 위성영상자료를 종합, 분석하여 선정한 27개 구역에서 매년 400여 개의 시추공을 뚫고 갱도탐사를 계속하고 있으며, 지하 1.5km까지 시추공이 내려가는 시추장비 16대와 탐사장비 12대를 보유하였다고 한다. 또한 한국군은 청음장비 34대를 동원하여 이미 뚫어놓은 9,300여 개의 시추공에서 24시간 청음하면서 특이한 소음이 들리지 않는지 감시한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보면, 한국군이 남진갱도탐사작업을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으나, 아무 것도 찾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왜 찾지 못한 것일까?

 

위에 인용한 <동아일보> 보도기사에 나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근무하는 어느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서울보다 면적이 더 큰 대규모 유전을 발견하는 확률도 1% 정도에 불과한데, 지질이 매우 복잡한 지하 200m에 있는 폭이 2m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갱도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한다. 한국군이 남진갱도를 찾아내는 것은 바닷가 모래사장에 떨어진 바늘 한 개를 찾아내는 것만큼 힘들다는 말이다. 

 

지난 시기 한국군이 4개의 남진갱도를 찾아낸 것은 탐사결과가 아니라 우연한 발견이었다. 이를테면, 제1갱도는 1974년 11월 15일 비무장지대를 순찰하던 한국군 병사들이 지하에서 공기구멍을 통해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그 일대를 파헤쳐 찾아낸 것이다. 또한 한국군은 1974년 9월 탈북자의 진술을 듣고 제3갱도가 있는 지역을 알아내고, 그 지역을 돌아다니며 4년 동안 탐사작업을 집중적으로 벌였으나 찾지 못했는데, 1978년 10월 17일 갑자기 지하에서 폭발음이 들리면서 시추공에서 지하수가 솟구쳐 오르는 바람에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한국군 탐사요원들과 미국군 탐사요원들로 구성된 합동탐사단이 남진갱도가 있음직한 징후가 나타난 지역을 돌아다니며 300차례의 시추작업을 벌인 끝에 제4갱도를 발견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한국군이 남진갱도를 찾지 못하는 또 다른 요인은, 그들이 사용하는 시추장비와 탐사장비가 노후화된 것이다. 2013년 10월 11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이 갱도탐사에 사용하는 시추장비는 수입한지 34년이 지났고, 탐사장비는 수입한지 21년이 지났다고 한다. 그처럼 낡은 장비를 가지고 탐사작업을 하고 있으니, 남진갱도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한국군 남진갱도탐사단이 시추장비를 동원하여 갱도를 탐사하기 위해 시추공을 뚫는 장면이다. 한국군은 탈북자들의 진술과 위성영상자료를 종합, 분석하여 선정한 27개 구역에서 매년 400여 개의 시추공을 뚫고 갱도탐사를 계속한다. 그들은 이미 뚫어놓은 9,300여 개의 시추공에서 24시간 청음하면서 특이한소음이 들리지 않는지 감시한다. 그런데도 한국군은 지난 30년 동안 북의 남진갱도를 한 개도 찾지 못했다. 한국군은 자기들이 아무리 애써도 북의 남진갱도를 찾지못하면서, 마치 남진갱도가 더 이상 없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한다.  

 

 

3. 전술갱도가 있고, 전략갱도가 있다

 

2018년 1월에 나온 <주간동아> 1123호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제593부대, 제667부대, 제744부대는 갱도를 전문적으로 건설하는 공병부대라고 한다. 2013년 12월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인민군 설계연구소를 현지지도했는데, 그 설계연구소에서 핵공격에도 견딜 만큼 견고한 갱도의 설계도를 완성하면, 갱도건설전문부대들이 그 설계도에 따라 갱도를 시공하게 된다. 

 

조선인민군이 갱도를 건설한 역사는 6.25전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5월 24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6.25전쟁 시기에 조선인민군 3개 군단과 중국인민지원군 8개 군단은 우리나라 중부지역을 동서로 관통하는 250km 길이의 전선에 거대한 갱도진지를 구축했다고 한다. 그들은 삽과 곡괭이로 갱도를 굴착하면서 나오는 버럭을 갱도출입구까지 운반해놓았다가, 적에게 노출되지 않는 야간에 손수레에 실은 버럭을 산기슭으로 나르며 밤낮으로 갱도굴착을 계속했다고 한다. 그처럼 치렬하게 갱도를 굴착한 조선인민군은 1,730개의 통로를 가진, 총길이가 88.3km인 장거리갱도를 굴설했고, 31,700개소에 이르는 각종 엄체호를 팠고, 총길이가 263km나 되는 참호를 팠다. 다른 한편, 중국인민지원군은 7,780개 통로를 가진, 총길이가 198.7km인 장거리갱도를 굴설했고, 752,900개소에 이르는 각종 엄체호를 팠고, 총길이가 3,420km나 되는 참호를 팠다. 놀랍게도,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지원군이 함께 건설한 거대한 갱도진지의 총길이는 근 4,000km에 이른다. 지금도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오성산 일대에는 전투병력 60,000명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거대한 갱도진지가 남아있다. 이처럼 조선인민군의 갱도굴착기술과 갱도전법은 1950년대 격전의 포화 속에서 피땀으로 창조된 유산이다. 그들이 미국군의 무차별 폭격과 포격을 물리칠 수 있었던 승리의 비결도 바로 갱도전법이었다.    

 

조선인민군은 6.25전쟁 정전 이후 오늘까지 60여 년 동안 갱도굴착기술을 발전시켜왔다. 6.25전쟁 시기에 그들은 삽과 곡괭이로 갱도진지를 굴착했고, 1980년대까지는 착암기와 폭약으로 갱도진지를 굴착했는데, 1990년대 이후에는 조선에서 자체로 만든 소형 갱도굴착기(tunnel boring machine)와 폭발음이 거의 나지 않는 무폭음 폭약으로 갱도진지를 굴착하고 있다. 이처럼 굴착수단이 발달하자 굴진속도는 이전에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매우 빨라졌다. 

 

또한 조선인민군은 다양한 갱도전법을 개발했다. 중국인민해방군이나 로씨야군도 갱도전법을 사용하지만, 조선인민군처럼 갱도전법을 중시하는 군대는 없다. 조선인민군의 갱도전은 조선인민군의 화력타격전, 야간습격전과 더불어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지난 60여 년 동안 조선인민군이 뚫어놓은 남진갱도들은 단거리남진갱도와 장거리남진갱도로 구분된다. 단거리남진갱도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약 10km에 이르는 남측 전방지역까지 뚫어놓은 갱도를 말하고, 장거리남진갱도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50km 이상 남측 후방지역 깊숙이 뚫어놓은 갱도를 말한다. 또한 조선인민군이 굴설한 남진갱도들은 전술갱도와 전략갱도로 구분된다. 전술갱도는 전시에 경무장한 특수작전군 저격부대가 남측 후방으로 은밀히 침투하는 갱도를 말하고, 전략갱도는 전시에 전차와 장갑차 같은 중장비들이 남측 후방으로 은밀히 침투하는 갱도를 말한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의 남진갱도는 단거리전술갱도와 장거리전술갱도, 단거리전략갱도와 장거리전략갱도로 구분되는 것이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단거리전술갱도와 단거리전략갱도는 굴착거리가 짧아 굴진작업이 비교적 쉬우므로 그 수가 많고, 장거리전술갱도와 장거리전략갱도는 굴착거리가 길어 굴진작업이 어려우므로 그 수가 적다. 

 

그런데 국방부는 단거리남진갱도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장거리남진갱도의 존재를 부인한다. 2014년 12월 6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뚫린 단거리갱도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길이가 30km 이상인 장거리남진갱도는 지금까지 굴착징후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기술공학적으로도 굴착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부인해도 장거리남진갱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2015년 1월 2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조선인민군이 60km 길이의 장거리남진갱도를 굴착하는 경우, 지상으로 통하는 환기구를 3km마다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20개나 되는 환기구들의 위치가 노출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장거리남진갱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월간조선> 2007년 4월호에 실린, 북에서 갱도굴착에 참가한 경험이 있고, 1980년대 후반에 월남한 탈북자 4명이 진술한 경험담에 따르면, 1982년부터 1988년까지 시공된 태천강발전소의 물길갱도는 길이가 40km인데, 굴착공사 중에 물길갱도 한쪽에 긴 환기통이 설치되었고, 출입구에 설치된 송풍기가 그 환기통으로 바람을 보내주었기 때문에 건설자들이 물길갱도 안에서 굴착노동을 하면서도 호흡장애를 전혀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1990년 3월 5일 <중앙일보> 보도는 조선인민군이 1972년 5월부터 각 군단별로 군사분계선 전역에 남진갱도를 굴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조선인민군은 1972년 이전에도 전투병력과 군사장비가 들어가는 갱도진지를 건설해왔지만, 1972년부터 각 군단별로 본격적인 남진갱도굴착을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지난 48년 동안 240km에 이르는 군사분계선 전역에 남진갱도를 얼마나 많이 뚫어놓았을까?

 

2000년 이후 몇몇 탈북자들이 남측 정보당국에 진술했으나 한국군이 발견하지 못한 남진갱도는 22개다. 2013년 5월 15일 <뉴스한국>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 갱도탐지과는 군사분계선 일대에 22~24개의 남진갱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조선인민군이 남진갱도를 10km마다 1개씩 뚫어놓은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부의 동서를 관통하는 군사분계선은 240km인데, 서부전선은 조선인민군 제2군단이 담당하고, 중부전선은 조선인민군 제5군단이 담당하고, 동부전선은 조선인민군 제1군단이 담당한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 1개 군단이 담당하는 전선구간은 동서로 약 80km라고 볼 수 있다. 국방부 갱도탐지과가 추정한 것처럼, 조선인민군이 남진갱도 24개를 굴설했다면, 조선인민군 1개 군단이 남진갱도를 8개씩 굴설한 것으로 된다. 

 

그러나 조선인민군이 전쟁의 운명을 좌우할 가장 중대한 갱도굴설을 지난 48년 동안 추진해오면서 군단별로 겨우 8개씩만 굴설했을리 만무하다. 조선인민군 1개 군단이 지난 48년 동안 남진갱도를 16개씩 굴설한 것으로 보는 것이 보다 더 합리적인 추론이다. 이런 추론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최전방에 주둔하는 3개 군단은 남진갱도를 5km마다 1개씩 굴설하여 2020년 12월 현재 48개의 남진갱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육군이 기존 지하전 교리(underground warfare doctrine)를 수정, 보완하여 2017년에 펴낸 새로운 야전교범에 따르면, 지하도시로 기능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지하군사시설 4,800개 이상이 조선 각지에 있다고 한다. 미국 육군은 조선에 건설된 4,800개 이상의 각종 지하군사시설들 가운데서 남진갱도가 몇 개인지 알지 못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48개의 남진갱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017년 6월 21일 미국군 소식지 <스타즈 앤드 스트라이프스(Stars & Stripes)>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이 굴설한 남진갱도 1개에서 시간당 약 30,000명의 전투병력이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48개의 남진갱도 중에서 약 40개는 단거리남진갱도인데, 단거리전술갱도가 약 30개이고, 단거리전략갱도가 약 10개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약 48개의 남진갱도 중에서 약 8개는 장거리남진갱도인데, 장거리전술갱도와 장거리전략갱도가 각각 4개씩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20년 11월 5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이 방영한 20시 보도시간에 나온 장면이다. 광부들이 소형 갱도굴착기로 석탄광맥을 굴착하는 모습이다. 스웨리예에서 만들었다는 대형 갱도굴착기는 엄청나게 크고, 값도 매우 비싸서조선의 갱도굴착공사에서는 쓸 수 없다. 그래서 조선에서는 자기 실정에 맞는 소형갱도굴착기를 만들었다. 위의 사진은 석탄갱 광부들이 소형 갱도굴착기를 사용하는 장면이지만, 조선인민군 갱도굴설전문부대가 남진갱도를 굴착할 때도 위와 같은 소형 갱도굴착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굴진 중에 암석층이 나오면, 착암기로 구멍을 내고 그 구멍에 폭약을 넣고 터뜨리는데, 조선에서는 폭발음이 거의 나지않는 무폭음 폭약도 개발했다. 이처럼 소음을 적게 내는 소형 갱도굴착기와 무폭음폭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군이 전방지역에 뚫어놓은 9,300여 개 시추공에 청음장비를 넣고 24시간 청음을 계속해도 굴착소음을 듣지 못하는 것이다.  

 

 

4. 한 개의 주선갱도와 여러 개의 지선갱도들

 

북의 전술갱도에 관한 사례를 살펴보자. 2020년 12월 2일 조선인민군 제11군단 예하 부대에서 군사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뒤 월남한 어느 탈북자가 <자유북한방송>에서 말한 바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1개 중대병력이 굴착을 맡은 구간에서 1년 동안 굴착하면, 이듬해에는 다른 1개 중대병력이 뒤를 이어 굴착한다고 한다. 그 탈북자는 2001년에 남진갱도굴착공사에 동원되었는데, 당시 자신이 속한 중대 병사들이 굴착한 갱도는 폭이 1.5m이고, 길이는 약 45~50km이었으며, 2001년 당시 계속 남쪽으로 굴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말한 갱도의 굴착폭과 굴진길이를 보면, 그 갱도는 경무장한 저격병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후방 깊숙이 침투하는 장거리전술갱도인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이번에는 북의 전략갱도에 관한 사례를 살펴보자. 군사복무시절에 갱도굴착공사에 동원되었던 조선인민군 제6사단 군관출신 어느 탈북자의 경험담이 실린 <뉴스한국> 2013년 5월 17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8명이 1개조로 편성되고, 3개조가 8시간씩 교대로 24시간 갱도를 굴착하는데, 갱도폭은 10m라고 한다. 조선인민군 제6사단은 서부전선에 주둔하는 최전방 전투부대이므로, 갱도폭이 10m나 되는 거대한 전략갱도가 서부전선 어디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에서 갱도를 굴착한 경험이 있고, 1980년대 후반에 월남한 탈북자 4명의 경험담이 실린 <월간조선> 2007년 4월호 기사에 따르면, 강원도 철원에 주둔하는 조선인민군 제5군단은 땅크가 다닐 정도로 규모가 큰 남진갱도를 몇 군데 굴착했다고 한다. 이 경험담은 폭이 10m 정도인 또 다른 전략갱도가 중부전선 어디엔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들은 그 전략갱도의 굴진길이를 언급하지 않았으므로, 그것이 단거리전략갱도인지 아니면 장거리전략갱도인지는 알 수 없다. 

 

돌이켜보면, 202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3축6륜 정찰장갑차, 신형 4축8륜 보병전투차량, 신형 4축8륜 기동포, 신형 저격땅크를 비롯한 고속기동전장비들은 모두 전략갱도를 통해 이동하기에 적합한 무기체계들이다. 이런 사정은 조선인민군이 2020년 12월까지 통일대전준비를 완료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선인민군 1개 중대병력이 2m의 폭을 가진 전술갱도를 하루에 평균 20m씩 굴착하면, 그들이 한 해 동안 굴진하는 길이는 7km이고, 그런 굴진속도로 40년 동안 계속 뚫으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200km 이상 굴진할 수 있다. 지도를 보면, 개성역에서 평택미국군기지까지 거리는 약 120km다. 또한 조선인민군 1개 중대병력이 10m의 폭을 가진 전략갱도를 하루에 평균 4m씩 굴착하면, 그들이 한 해 동안 굴진하는 길이는 1.5km이고, 그런 굴진속도로 40년을 계속 뚫으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60km를 굴진할 수 있다. 지도를 보면, 개성역에서 광화문까지 거리가 약 60km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지금 오산미공군기지와 평택미국군기지 지하에는 전시에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 저격부대들이 지표토사를 뚫고 나올 장거리전술갱도 출구가 각각 은폐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와 더불어 서울 중심부 땅속에도 전시에 조선인민군 기갑부대들이 지표토사를 뚫고 나올 장거리전략갱도 출구와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 전투부대들이 지표토사를 뚫고 나올 장거리전술갱도가 각각 은폐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인민군의 남진갱도는 본선갱도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본선갱도에서 갈려나간 많은 지선갱도들이 여러 방향으로 많이 뚫려있다. 그 지선갱도들마다 입구가 하나씩 있다. 본선갱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지선갱도들마다 입구가 한 개씩 있는 것이다. 지선갱도들마다 입구를 설치한 이유는 굴착공사 중에 나오는 많은 분량의 버럭을 밖으로 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갱도굴착길이가 60km 이상 길어지는 경우, 약 70만t의 버럭이 나오는데, 이것을 모두 실어내려면 5t 화물차 10대가 약 8년 동안 계속 날라야 한다. 그런데 5t 화물차 10대가 한 개의 갱도입구에 집결하여 계속 드나들면 미국의 첩보위성에 입구위치가 노출될 수 있으므로, 화물차 10대를 여러 지선갱도입구에 분산배치하여 여러 방향으로 버럭을 실어내면서 미국의 위성감시망을 따돌리는 것이다. 

 

또한 전시에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은 서로 멀리 떨어진 여러 지선갱도입구를 통해 갱도에 들어가 본선갱도에서 합류하게 된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수많은 저격병들과 군사장비들이 갱도에 들어가려고 한 개의 갱도입구에 집결하면, 미국의 정찰위성에 공격징후를 노출하기 때문이다. 

 

조선인민군의 남진갱도는 그처럼 입구가 여러 개 설치되었을 뿐 아니라, 출구도 여러 개 설치되었다. 전시에 본선갱도를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침투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은 여러 지선갱도출구 지하에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공격명령이 내리면 서로 멀리 떨어진 여러 지선갱도출구에서 일제히 지표토사를 뚫고 지상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미국 육군이 기존 지하전 교리를 수정, 보완하여 2017년에 펴낸 새로운 야전교범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이 굴설한 남진갱도 1개마다 출구가 5개씩 있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조선인민군의 단거리전술갱도는 약 30개, 장거리전술갱도는 약 4개로 추정되는데, 이들 전술갱도 1개마다 출구가 5개씩 있다고 보면, 전체 출구는 170개다. 전시에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 저격부대들이 170개의 전술갱도출구에서 2~3m의 지표토사를 파내고 지상으로 나온다고 가정하면, 최정예 저격병 90,000명이 30분 만에 남측 후방 각지에서 쏟아져 나와 습격전에 돌입할 수 있다. <신동아> 2020년 1월호에 실린, 한국군 당국이 2014년에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대외비 문건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은 이전에 전방지역에 36,000명을 배치했었는데, 2014년 이후에는 90,000명으로 증강배치했다고 한다. 

 

또한 조선인민군의 단거리전략갱도는 약 10개, 장거리전략갱도는 약 4개로 추정되는데, 이들 전략갱도 1개마다 출구가 5개씩 있다고 보면, 전체 출구는 70개다. 전시에 조선인민군 기갑부대가 70개의 전략갱도출구에서 2-3m의 지표토사를 뚫고 지상으로 나온다고 가정하면, 약 700대에 이르는 전차, 장갑차, 보병전투차량들이 30분 만에 남측 후방 각지에 뚫린 전략갱도출구들에서 쏟아져 나와 고속기동전에 돌입할 것으로 예견된다. 

 

주목되는 것은, 전략갱도출구가 남측 고속도로에 가까운 지점에 은폐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시에 전략갱도출구에서 쏟아져 나온 조선인민군 기갑부대는 고속도로에서 운행하는 일반차량들의 교통흐름을 타고 남해안까지 고속으로 진격하게 된다. 고속도로에서 남진하는 조선인민군 기갑부대를 저지할 유일한 공격수단은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이 보유한 공격헬기인데, 전시에 그 공격헬기들은 조선인민군 조종방사포의 초정밀타격으로 이미 파괴되었거나, 치렬한 교전이 벌어지는 전방작전에 우선적으로 투입되기 때문에 후방의 고속도로는 무방비상태이다. <사진 4>    

 

 

▲ <사진 4> 위쪽 사진은 202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열병식에 참가한 특수작전군 저격병들이 행진하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그 열병식에 참가한 신형 저격땅크들이 행진하는 장면이다. 사진 속에 나타난 저격병들은 갱도전과 야간습격전에 필요한 우수한 전투장비를 갖추었다. 전시에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 저격병 90,000명은 남측 후방 각지에 뚫린 170개의 전술갱도출구에서 30분 만에 쏟아져 나와 습격전에 돌입할 것으로 예견된다. 또한 전시에 조선인민군 기갑부대 소속 전차, 장갑차, 보병전투차량 약 700대는 남측 후방 각지에 뚫린70개의 전략갱도출구에서 30분 만에 쏟아져 나와 고속도로를 타고 남해안까지 고속으로 진격할 것으로 예견된다. 통일대전준비를 완료했다는 그들의 말을 건성으로 듣지 말아야 한다.  

 

 

5. 남진갱도 입구 앞에서 대기하는 저격병들과 저격땅크들 

 

1990년대 국방부 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낸 윤여길 공학박사는 2013년 5월 17일 <뉴스한국>에 실린 대담기사에서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남진갱도를 통해 남하하면, “한국군을 장악하는 것은 하루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조선인민군 교도지도국 제19여단(2017년에 창설된 특수작전군에 편입)에서 군사복무를 하고 1995년에 제대한 후 2000년에 월남한 탈북자가 2013년 5월 20일 <뉴스한국> 취재기자에게 진술한 경험담에 따르면, 전시에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이 남진갱도로 남하하면, 1개 저격여단 6,000~8,000명이 서울 또는 다른 대도시를 점령할 수 있으며, 하루 안에 충청남도까지 진격할 수 있다고 한다. 

 

충청남도 이남지역에는 레이더상실고도(음영구역) 이하 초저공으로 날아가는 조선인민군 야간습격기들이 달빛 없는 무월광심야에 출동하게 된다. 항공륙전병 30명이 탑승하는 야간습격기의 비행속도는 시속 240km이며, 항속거리는 500km다. 야간습격기가 북측 전방지대에서 이륙하면, 2시간 30분 만에 부산과 목포에 도달하게 된다. 야간습격기의 활주거리는 약 300m밖에 되지 않으므로, 학교운동장, 골프장, 도로 같은 평지에 착륙할 수 있다. 조선은 야간습격기를 자체로 생산하는데, 2020년 1월 현재 약 500대를 실전배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전시에 항공륙전병 15,000명은 야간습격기 500대에 분승하여 2시간 만에 충청남도 이남 각지 상공에서 강하하여 습격전에 돌입하게 된다. 2020년 10월 15일 미국의 온라인 매체 <나의 북조선(My North Korea)>에 실린 위성사진분석기사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전에 6개였던 저공강하훈련장을 10개로 증설했다고 한다. 야간습격기를 타고 심야에 공중으로 침투하는 항공륙전병의 저공강하훈련에 힘을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이 남진갱도로 남하하여 남측 각지에 도달하기 전에,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들은 300mm 조종방사포, 400mm 조종방사포, 500mm 조종방사포, 600mm 조종방사포, 610mm 조종방사포, 그리고 사거리가 500km인 3세대 전술유도무기, 사거리가 690km인 4세대 전술유도무기를 비롯한 초정밀화력타격수단들을 동원하여 한국군 기지의 핵심부과 주한미국군기지의 핵심부를 족집게식으로 제거하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이것이 북에서 말하는 통일대전의 시작이다. 

 

이처럼 초정밀화력타격으로 한국군 기지들 및 주한미국군 기지들의 핵심부가 제거되면,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 저격부대가 그 기지들 인근에서 불시에 나타나 습격전과 포위전에 돌입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은 무기고에서 무기를 꺼내기 전에, 전투기나 헬기를 타고 이륙하기 전에 사면이 포위될 것으로 예견된다. 포위전의 말미에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예하 함화공작부대가 나타나 포위망에 갇힌 한국군 장병들과 주한미국군 장병들에게 확성기를 통해 투항권유방송을 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초정밀화력전, 갱도전, 야간습격전, 함화공작이 배합된 조선인민군의 초단기속결전은 인명살상과 시설파괴를 최소화하고, 72시간 만에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명살상과 시설파괴는 치렬한 교전이 벌어지는 군사분계선 인근에서만 발생하게 된다. 

 

조선인민군, 사회안전군, 로농적위군은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2020년 12월 1일부터 올해 제1기 전투정치훈련을 시작했다. 연례적으로 진행되는 제1기 전투정치훈련은 2021년 3월 31일까지 4개월 동안 계속되고, 제2기 전투정치훈련은 2021년 7월 1일부터 시작된다. 

 

올해 제1기 전투정치훈련을 진행하기 위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연락군관들을 군단사령부, 사단사령부, 여단사령부에 파견하여 최고사령관의 훈련명령서를 각 지휘관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훈련명령서를 받은 야전지휘관들은 자기 휘하의 연대와 대대를 직접 순회하면서 각급 지휘관들에게 최고사령관의 훈련명령을 침투시켰다. 최고사령관의 훈련명령서에는 조선인민군, 사회안전군, 로농적위군이 올해 수행해야 할 전투정치훈련의 과업과 기간이 명시되었다. 

 

2020년 12월 1일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따르면, 올해 제1기 전투정치훈련에서 특징적인 것은 전략군 훈련기간이 다른 군종에 비해 훨씬 늘어났는데, 전략군 부대들에 새로 배치된 각종 핵타격수단들의 운용방법을 숙련시켜 불의의 정황에 대처할 수 있게 강도 높은 훈련을 하라는 것이 최고사령부의 명령이라고 한다. 

 

올해 제1기 전투정치훈련에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 저격병들도 전략군 로케트병들과 마찬가지로 강도 높은 갱도전 훈련을 진행할 것이다. 조선인민군 교도지도국 제19여단에서 군사복무를 하고 1995년에 제대한 후 2000년에 월남한 탈북자가 2013년 5월 20일 <뉴스한국> 취재기자에게 진술한 경험담에서 갱도전 훈련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북에서 군사복무를 할 때 폭이 1m, 높이가 1.5m밖에 되지 않아 허리를 제대로 펼 수 없는 비좁은 갱도에 들어가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입구만 있고, 출구는 없는 갱도 안에 들어가면, 공기가 잘 통하지 않고, 어둡고, 완전히 폐쇄된 공간이어서 숨이 막히는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데, 갱도적응훈련은 그런 압박감을 극복하는 초기훈련이라고 한다. 갱도적응훈련을 마치면, 완전무장을 하고 남진갱도를 따라 장거리를 민첩하게 이동하는 신속기동훈련을 한다고 한다. 또한 남진갱도 안에서 방독면을 쓰고 가스살포구간을 통과하는 화학전 훈련도 하는데, 병사들이 화학전 훈련 중에 질식해 쓰러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거기에 더하여, 남진갱도로 이동하다가 적의 공격을 받는 경우 불의의 정황에 대비한 후퇴훈련도 하는데, 남진갱도 안에 500~1,000m 지점마다 폭발물을 1개씩 설치해두었다가 적의 공격을 받고 후퇴할 때는 폭발물을 하나씩 터뜨리며 이동한다고 한다. 

 

이처럼 강도 높은 갱도전 훈련을 군사복무기간 12년 동안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강철처럼 단단해진 저격병 90,000명이 성능이 우수한 저격무기를 들고 남진갱도 입구 앞에서 최고사령관의 통일대전명령을 대기하고 있으며, 저격병들과 협동작전을 벌일 첨단성능의 저격땅크들도 남진갱도 입구 앞에서 최고사령관의 통일대전명령을 대기하고 있다. 통일대전준비를 완료했다는 그들의 말을 건성으로 듣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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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독자개발' 꺼내든 북한, 의도는?

北 내각 총리 "관광지구 우리식으로 건설" 재점화

20일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김덕훈 내각 총리가 금강산 현지에서 개발사업과 관련한 사항을 파악했다며 "고성항해안관광지구, 해금강해안공원지구, 체육문화지구 등을 돌아보면서 명승지들을 개발하여 인민들의 문화 정서적 요구를 최상의 수준에서 충족시킬 데 대한 당의 구상을 금강산관광지구총개발계획에 정확히 반영하고 집행하는 데서 나서는 실무적 문제들을 토의"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리는 특히 "관광지구를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면서도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우리 식으로 건설함으로써 민족의 명산 금강산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명산, 온 세상이 부러워하는 문화휴양지로 되게 할 것"을 강조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문은 김 총리가 "금강산지구를 현대적이며 종합적인 국제관광문화지구로 훌륭히 꾸리기 위한 개발사업을 연차별, 단계별 계획에 따라 밀고나가며 인민들이 자연 경치를 한껏 즐기면서 휴식할 수 있게 건설에서 선 편리성, 선 미학성의 원칙을 철저히 지킬 데 대하여 언급하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현지에서 진행된 협의회에서는 총개발계획안이 작성된 데 맞게 개발사업의 선후차를 바로 정하고 세계적수준의 호텔, 골프장, 스키장 등의 설계와 시공에서 주체적건축사상과 건설정책을 철저히 구현하기 위한 대책들이 토의"됐다고 밝혀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과 관련한 계획이 마무리됐고 머지 않은 시기에 이에 대한 시행이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20일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금강산 관광지구의 개발사업을 현지에서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로동신문

북한은 지난 1월 30일 코로나 19 확산을 이유로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시설 철거 일정을 연기하겠다고 남한에 통보한 바 있다. 이후 금강산 관광지구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북한이 당시보다 코로나 19 상황이 심각한 현 시점에 이 사안을 꺼내든 배경을 두고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북한 지도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신문이 '각지에서 온천탐사 활발히 진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역 곳곳에서 온천을 발굴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북한 지도부가 관광산업 재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신문은 "인민들의 건강 증진과 문화·정서 생활에 이용할 데 대한 당의 뜻을 높이 받들고 자원개발성에서 온천탐사에 힘을 넣어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주민들이 이용하기 위한 온천 발굴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관광산업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고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온천 개발이 내부 주민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내년 초로 예정돼있는 당 대회 이후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시설 철거를 매개로 남북 간 접촉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23일 금강산 관광지구를 찾아 남한과 함께 금강산 관광을 추진했던 기존 정책이 잘못됐다며 독자적 사업 추진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 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남한은 지난해 11월 시설 철거 문제를 논의하자고 북한에 제안했다.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2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북한에 금강산 내 남한 시설 철거 의향을 전달했냐는 질문에 "(금강산 내에) 방치돼 있는 시설들을 정비한다는 표현을 썼는데 북한은 그걸 철거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해 북한에 해당 사안과 관련한 접촉 의사를 타진했음을 시인했다.


 

이후 북한은 지난해 12월 남한 측에 보낸 통지문을 통해 2020년 2월까지 시설 철거 시한을 연장하겠다고 밝히며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그러던 중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해당 협의는 중단된 상태다.

 

이같은 전후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에 대한 개발 계획을 실제 실행하기 전에 관광지구 내 남한 시설 철거 문제를 비롯, 현대아산에 부여한 사업권 문제 등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 이에 대한 남북 간 협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22013542621742#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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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단식 10일…김용균 어머니·이한빛 아버지가 아직 집에 돌아갈 수 없는 이유

‘중대재해법 촉구’ 단식농성단 “25일까지 상임위 논의, 31일 원포인트 본회의 열려야”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0-12-20 17:09:35
수정 2020-12-20 17: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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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작한 단식농성 10일차를 맞은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고 김용균 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2.20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작한 단식농성 10일차를 맞은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고 김용균 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2.20ⓒ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연말에는 저희도 집에 가서 쉴 수 있도록 조속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 주십시오." - 고 김용균 어머니

"법사위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집에 돌아가겠습니까. 법이 통과될 때까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고 이한빛 아버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단식 농성이 어느덧 10일 차를 맞이한 20일,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등이 조속한 입법 논의를 당부하며 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단식 농성장을 찾아 이번 임시국회 내 처리를 약속하고 떠났지만 법안 심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단식이 이어지면서 어느덧 10일째가 됐다.

이번 임시국회는 해를 넘겨 내달 8일까지다. 이들은 조금 더 속도를 내 연내에는 중대재해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중대재해법의 처리가 늦어질수록 일터에서 쓰러지고, 숨지는 노동자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이 뭉그적거리는 사이, 이날도 경기도 평택시의 한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는 작업하던 노동자 5명이 추락해 3명이 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중대재해법 단식농성단'은 이날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척이 없는 중대재해법 논의에 대한 답답함을 쏟아냈다. 동시에 거대 양당을 향해서는 중대재해법의 연내 처리를 위한 의사 일정 합의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20일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10일차를 맞은 고 김용균 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0.12.20
20일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10일차를 맞은 고 김용균 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0.12.20ⓒ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김미숙 이사장은 "나날이 몸에 힘이 빠져 이제는 하루하루 지내는 자체가 힘이 든다"며 "지난번 여야 대표와 국회의장까지 오셔서 중대재해법을 회기 내에 처리하겠다고 약속해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진척이 미진해서 조바심에 침이 마른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밥을 굶어가면서까지 위험에 처해있는 국민들 살려달라고, 국회의원 볼 때마다 힘없는 목청이지만 힘을 모아 소리쳤다"며 "이런 제 마음이 전달되고는 있는 건지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김 이사장은 '온전한' 중대재해법의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개정안의 경우처럼 국회 심사 과정에서 핵심 내용이 빠져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자식을 잃고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법이 온전히 제정되기를 바란다"며 "돌아가신 분들 한분 한분 가슴 찢어지는 사연과 사고들이 이 법안에 들어있다. 그래서 어떤 것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법만큼은 산안법처럼 엉망으로 만들면 절대로 안 된다"며 "법 조항들이 온전히 살아남아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작한 단식농성 10일차를 맞은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가 대국민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2020.12.20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작한 단식농성 10일차를 맞은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가 대국민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2020.12.20ⓒ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뒤이어 발언에 나선 이용관 이사장은 "이제 기운도 빠지고 생각도 가물거리지만, 국회의사당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며 "저희 유가족은 단순히 용균 엄마, 한빛 아빠로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산업 현장과 사회 곳곳에서 떨어지고, 깔리고, 끼여서 죽고, 불타서 죽고, 독극물과 가스에 질식하여 죽고, 재난과 참사로 죽은 수많은 영혼과 죽지 못해 고통의 세월을 보내는 유가족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거대 여당 민주당과 제1야당 국민의힘에 간절히 호소한다"며 "이제 기업의 눈치 그만 보시고 내일부터 중대재해법을 상임위에서 논의하시고 본회의 일정을 잡아달라"고 요구했다.

이 이사장은 "어떻게 임시국회가 시작된 지 10일이 지나도록 허송세월만 하고 논의 일정조차 잡지 않나"라며 "내일부터 당장 법안 심의에 들어가 올해 안에 법을 통과시켜달라. 연말에는 저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함께 단식농성 중인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는 연내 처리를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했다.

강 원내대표는 "국회의장님과 민주당,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이전에 소위원회와 상임위 논의가 될 수 있도록, 31일 이전에 원포인트 국회 (본회의)가 열릴 수 있도록 의사 일정을 협의해 줄 것을 간절한 마음으로 요청한다"고 제안했다.

동시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향한 압박도 이어갔다.

강 원내대표는 "집권여당은 180여 석에 가까운 의석을 국민들이 몰아준 것이라는 기개로 21대 국회를 운영해 왔다. 그런데 왜 생명과 안전을 위한 법안 앞에서는 머뭇거리는지 많은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게 됐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며 "야당을 핑계 삼아 더 이상 의사 일정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문제를 대여 기 싸움의 희생양으로 삼지 말아달라"며 "비대위원장의 약속과 자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었던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중대재해법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사위 의사일정은 20일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지난 17일 중대재해법을 논의한 당 정책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소위원회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라며 "여야가 냉각기인 시기이기 때문에 원내대표 간 먼저 협상을 한 뒤에 소위 회의가 열리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작한 단식농성 10일차를 맞은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고 김용균 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0.12.20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작한 단식농성 10일차를 맞은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고 김용균 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0.12.20ⓒ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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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없이 정년없다" 9년 만에 달린 김진숙 희망버스

[현장] 코로나로 생중계·차량 탑승으로 진행... 400여 대 행진에 한진중공업 들썩

20.12.19 19:43l최종 업데이트 20.12.19 20:42l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해고없는 세상! 김진숙 쾌유와 복직을 바라는 리멤버 희망버스(김진숙 희망버스)" 행사가 열린 가운데, 정문 앞에 "복직없이 정년없다"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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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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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 수백여 대의 차량이 응원 경적과 함께 부산 영도를 오가던 19일 오후 3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문 앞 건물에 대형 펼침막이 내려졌다.
 
"복직 없이 정년 없다"


35년간 해고자로 지낸 김진숙 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동료들이 내린 펼침막을 걸리자 마자 카메라 셔터가 터졌다. 펼침막의 글귀는 이날 '김진숙 쾌유와 복직을 바라는 리멤버 희망버스(김진숙 희망버스)' 행사를 압축하는 가장 상징적인 구호였다.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김진숙의 복직'을 바라는 동료들은 영도 세찬 바람에 펼침막이 날려갈까 더 단단히 노끈을 조여 맸다.

이날 부산 영도에는 전국 각지에서 주최 측 추산 400여 대의 희망차량이 몰려들었다. 조선소 최초의 여성 용접공으로 입사했지만,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지 35년째. 복직투쟁 180여 일째. 다른 이들의 노동문제에 평생 힘을 쏟았던 김 지도위원이 정년을 앞두고 자신을 위한 싸움에 나서자 이를 응원하는 희망버스가 9년 만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9년 만의 희망버스 '김진숙 복직'으로 다시 시동 오후 1시 30분부터 국립해양박물관과 태종대 진입로 두 곳에 '해고없는 세상 한진중공업 김진숙 복직' 글귀를 단 희망차가 길게 늘어섰다. 과거와 같은 대형버스가 아닌 승합차, 택시, 버스, 승용차, 대형 레미콘 등 타고 온 차량이 모두 달랐다. 그러나 이들의 경유지는 영도조선소 정문 희망주유소 앞으로 같았다. 주최 측은 "전국 100여 곳 이상에서 410대의 희망차가 부산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희망차가 영도조선소로 출발하자 곧 유튜브로 생중계가 시작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이날 모든 행사는 온라인, 드라이브 스루(차량 탑승) 방식으로 진행됐다. 생중계 진행에 따라 모여든 희망차들은 49대로 각각 나뉘어 영도조선소와 영도를 여러 번 행진했다.

정홍형 금속노조 부양지부 수석부지부장 등 2명의 사회자가 진행을 맡은 정문 앞 '김진숙 희망버스' 무대에는 참여자들이 순서에 따라 올라와 마이크를 잡았다. 2011년 1차 희망버스 참가자이기도 한 문정현 신부는 "공장에서 쫓겨난 그 고통과 애끓는 슬픔을 상상할 수 없다"며 "복직은 해고자들이 억울함을 인정받는 일이다. 촛불로 세운 이 정권은 김진숙 동지를 반드시 복직시켜야 한다. 그러면 (암 재발 등) 병도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결자해지"를 강조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와 한진 자본이 반드시 풀어야 할 사안"이라며 "사측은 매각과 배임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35년 해고를 바로 잡아야 한다. 노동 중심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도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지도위원이 수술 등 암 투병에 들어가자 대신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 동료들은 영상 인사로 희망차를 반겼다. 25일째 단식 중인 문철상 금속노조 부양지부장, 심진호 한진중공업 지회장은 "지난 희망버스를 기억한다. 이번에도 함께해 준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들은 "의지가 모이면 반드시 복직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35년간 고통스러웠던 세월을 해결해 김 지도위원이 공장으로 복귀해 진분 없는 깨끗한 식당에서 점심도 먹고, 스스로 한진중공업을 걸어나갈 있도록 하자"고 호소했다.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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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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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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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두드린 35번의 타문... "반드시 공장으로 돌아가야"
 

오후 3시 30분 김 지도위원의 해고 기간을 상징하는 35번 타문(타종) 행사가 이어졌다. 복직을 바라는 각계각층의 35명이 대형 원목을 들고 굳게 닫힌 영도조선소의 문을 두드렸다. 유튜브에서는 이런 현장 상황이 쉴 틈 없이 중계됐다. 

타문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용접공 입사, 309일간의 크레인 농성 등에 대한 김 지도위원의 삶에 대한 언급과 쾌유, 복직의 목소리로 이어졌다. 문 신부를 비롯해 송경동 시인, 이은주 정의당 의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함께 타문에 참여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보건당국의 방역방침까지 지키며 영도조선소 앞을 찾아준 '김진숙 희망버스' 탑승객들에게 암 투병 중인 김 지도위원은 영상편지로 대신 답했다.

"박창수 위원장은 안양구치소에서 풀려나지 못했고,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주익 지회장도 85크레인에서 내려오지 못했습니다. 재규형은 4도크에서 올라오지 못했고, 정리해고 투쟁을 가장 열심히 했던 강서도 복직하지 못했습니다. 그들과 함께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는 새해1, 2월 방사선 치료 잘 받고, 3월 수술도 잘 해내겠습니다."

암 투병에서 이기겠다는 다짐과 함께한 그의 마지막 말은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해야죠. 투쟁"이었다. '김진숙 희망버스' 탑승객들도 온라인으로 영상을 보며 이 말을 자연스럽게 함께 외쳤다. 3시간에 걸친 이날 행사는 오후 늦게 이후 모든 차량이 자신의 지역으로 돌아가면서 마무리됐다.

기획단은 "21일부터 정년을 맞이하는 31일까지 청와대에서 '11일 행동'을 진행한다. 그리고 해결이 없다면 희망버스는 또 이곳을 찾을 계획"이라며 다음 일정을 바로 예고했다.

기획단 관계자는 "한진중공업 사측이 희망버스 행사까지 김진숙 지도위원의 35년 해고에 대한 책임과 복직을 끝내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제 김 지도위원의 정년은 불과 10여 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해고없는 세상! 김진숙 쾌유와 복직을 바라는 리멤버 희망버스(김진숙 희망버스)" 행사가 열린 가운데, 문정현 신부가 정부와 사측을 향해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 촉구 발언을 하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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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복직을 촉구하는 1차 리멤버 "김진숙 희망버스" 행사가 개최됐다. 코로나19로 이날 행사는 온라인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진행됐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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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확보 늦었다는 야당·언론...의료계 “필요 없는 불안감 부추겨”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0/12/20 08:57
  • 수정일
    2020/12/20 08:5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전문가들 “독감 백신 공포 부추기던 야당·언론, 코로나 백신은 ‘안전성’ 무시하라니...”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20-12-19 19:50:51
수정 2020-12-19 22: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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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14일(현지 시간) 뉴욕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첫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미국에서 14일(현지 시간) 뉴욕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첫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뉴시스/신화통신  
 
국민의힘 등 보수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정부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가 늦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을 두고, 정작 의료계에서는 "필요 없는 불안감을 부추겨 정치쟁점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아직 효능이 완벽하게 입증되지 않은 '코로나 백신'을 정치 쟁점화시켜 당장 시급한 치료병상 및 의료인력 확보에 대한 논의를 방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는 2021년 2~3월 접종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국민 60%에 해당하는 4400만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다국적 제약회사와 협상 중이다.

지난 18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질병관리청측은 백신 도입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백신 개발 완료 전에 유효성이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백신을 불가피하게 선구매해야 하는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구매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한 임상시험 중단사태 등을 감안해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협상을 진행해 왔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과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가 코로나 백신에 대한 부작용을 부각해 백신 구매가 늦어진 데 대해 방어하려고 한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19일 논평을 통해 "안전성 운운하며 여유를 부렸던 안일함의 결과"라며 "문책이 두려워 나서지 못했던 무능함의 귀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백신 개발에 동참해 물량을 확보하고 곧바로 자국민들에게 접종하는 외국 정부의 능력이 놀라울 뿐"이라며 "그 나라 국민들이 왜 이리 부러울까"라고도 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자료사진)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자료사진)ⓒ뉴시스

"백신 아직 불확실...의료 무너진 미국·유럽만큼 위험 감수할 이유 없어

이에 대해 의료계 전문가들은 실제로 백신의 안정성과 효능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며, 야당들이 이를 필요 이상으로 정치쟁점화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10월엔 보수야당과 대한의사협회(의협), 일부 언론이 독감(계절 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고조시키며 백신 접종 중단까지 주장하더니, 이번에는 '백신 안전성은 핑계'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인의협) 정책국장은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독감백신은 이미 계속 사용돼 검증이 된 백신인데도 보수야당이나 의협에서 인과관계가 없는 접종 후 사망 사례를 부각하면서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안정성은 핑계'라면서 코로나 백신 확보가 너무 늦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도 "(지난 10월) '조선일보'는 1면에 '독감 백신 사망자'라고 실으면서 백신 불신을 조장해 놓고, 이제와서 코로나 백신을 선구매로 확보 안 했다고 문제제기하는 건 웃기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방역 상황상 접종을 서두를 때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부의 말대로 코로나 백신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부족한 만큼, 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접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접종을 서두르고 있는 미국, 유럽 등 국가들은 이미 방역체계가 무너져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접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3만명을 대상으로 한 3상임상시험을 완료했으나, 통상 8년 이상 걸리는 과정을 1년만에 개발했고 충분한 추적관찰이 이뤄지지 않아 확실한 안전과 효과를 담보하기엔 부족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3상임상시험을 아직 완료하지 못했다.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아직 코로나 백신은 불확실하고 그 효과도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면서 "미국, 유럽은 우리보다 방역이 안 된 상황이라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보다 '백신 불신'이 훨씬 심한 미국에서 유명인사의 접종을 내세우며 검증되지 않은 백신의 접종을 장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정책위원장은 "오히려 한국이 방역 성공으로 다국적 제약회사로부터 갑질을 당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진한 정책국장도 "한국의 방역상황도 시시각각도 바뀌니까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도 "과학적으로보면 백신들의 임상시험이 안 끝났으니 지켜보다 접종을 진행하는 게 옳지만 급박한 상황이라 용인되는 것일 뿐이다. 신중함이 요구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백신 접종을 서두른다 해도, 보수야당 등이 이미 독감 백신 때부터 불안감을 조성해 온 만큼 순탄하게 접종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실제로 한국리서치 등에서 실시한 12월 3주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 접종 여부와 관련해 "안정성이 검증될 경우에만 맞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74%에 달했다. 반면 "조건 없이 맞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8%에 그쳤다. 아예 "맞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한 비율도 7%나 나왔다.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14일~16일간 진행,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9일(현지 시간)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대비해 주사기에 레벨을 붙이고 있다. (자료 사진)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9일(현지 시간)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대비해 주사기에 레벨을 붙이고 있다. (자료 사진)ⓒ뉴시스/AP

"백신 접종 얼마나 빨리 시작하느냐보다 빨리 완료하는 게 중요"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접종 시작 시기'가 아니라 '접종을 빠르게 완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60%가 접종을 완료해야 집단면역력이 생기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접종 시작 시점이 중요한 게 아니고 종료하는 시점이 중요하다"면서 "미국에서 지금 접종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알다시피 미국은 백신 불신이 큰 상황이라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백신을 접종하느냐가 더 큰 문제가 될 것"라고 말했다.

특히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의 경우에는 영하 70도 환경에서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운송부터 보관, 접종에 이르기까지 다른 백신과는 다르게 까다로운 관리가 필요해 이에 맞는 접종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 정책위원장은 "화이자 백신의 경우에는 일정한 규모에서만 진행할 수밖에 없어 접종 기간도 길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1천만도즈(1회접종분)를 어떻게 가지고 올 것이며 어떻게 맞추겠다는 대책도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접종하기 위해 고령자들을 한곳에 모았다가 거기서 아웃브레이크(전염 확산)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것에 대한 꼼꼼한 대책을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만 서둘러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서 코로나19 유행상황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도 아니다.

전진한 정책국장은 "전 세계에서 다 백신을 맞아야 집단면역이 형성된다"면서 "지금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몇몇 나라들을 제외하고 제3세계 등에서는 아예 백신에 접근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 백신이 부족하기보다는 선진국 등 일부 국가가 백신을 독점하는 상황이 더 우려스럽다"면서 "모든 국가가 집단면역을 가져야 이 사태가 끝나는 건데, 백신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형준 정책위원장도 "한국이 백신을 먼저 맞아서 마스크를 벗게 되면 좋겠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 팬데믹 상황"이라며 "외국인을 아예 입국금지하고 있는 대만도 외국에서 들어오는 자국민 확진자 때문에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어제 하루 3만2천940건의 검사 결과 총102명의 숨은 확진자 발견된 가운데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구 임시선별검사소가 마련된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2020.12.18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어제 하루 3만2천940건의 검사 결과 총102명의 숨은 확진자 발견된 가운데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구 임시선별검사소가 마련된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2020.12.18ⓒ김철수 기자

"당장 병상 없어 사망하는 환자들 있는데...백신 정치쟁점화 도움 안 돼"

전문가들은 백신을 지나치게 정치쟁점화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정 정책위원장은 "지난 독감백신에 대한 불안감 조성으로 독감 백신이 500만도즈나 남았다. 그만큼 올해 고령층의 항체 형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가짜뉴스 등으로 비과학적 주장을 하면서 국민들의 안녕을 해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백신에 대한 논란으로 지금 방역에서 시급한 병상확보 문제 등에서 눈을 돌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정책위원장은 "지금 중요한건 치료 대응이다. 일일 확진자가 지금 1천명 수준이 되면서 병상이 부족해졌는데 이건 왜 문제제기를 안 하느냐. 민간병원 눈치 보는 것 아닌가"라며 "백신을 정치쟁점화 하는 게 병상 부족을 외면하는 민간병원에 면죄부를 주려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집에서 입원대기하다가 사망하는 환자가 생기고 의료진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백신 선구매를 계속 이야기 하는 건 황당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전진한 정책국장도 "만약 백신접종이 시작되도 내년 하반기에나 완료되고 집단면역이 형성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당장 눈앞에서 병상이 부족해서 돌아가시는 분들이 있는데 병상확보가 더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지금 거리두기 3단계로 올리지 못하는 것도 사회경제적 타격 때문인데, 거리두기를 지속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이라든지 노동자 보호 대책을 빨리 마련하는 게 백신보다 우선순위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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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 노동자 ‘크리스마스이브 총파업’ 나서다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0.12.18 14:12
  •  
  •  댓글 0
 
 
 

‘차별 해소’ 요구했는데 ‘차별 격차’ 심화시키려는 시도교육청
‘복리후생 차별’ 대법에서도 위법 판결 했지만… 교육청은 ‘예산’ 핑계만
학비 연대회의, 크리스마스이브 총파업 결의

겨울 한파 속, 학교 비정규직(학비) 노동자들이 다시 총파업에 나서야 할 판이다. 초등돌봄 노동자, 학교 급식실 노동자 등 전 직종 노동자들이 총파업이다. 파업의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12월24일).

▲ 15일 총파업 선언 기자회견 후 각 시도교육감 면담을 요구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진 : 전국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
▲ 15일 총파업 선언 기자회견 후 각 시도교육감 면담을 요구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진 : 전국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

‘급식 대란’이라는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학교 급식실, 행정실, 돌봄 노동자 등 학비 노동자들의 파업은 국민적 지지와 관심 속에 진행돼왔다. 그러나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 매해 거듭되는 교섭은 난항을 겪고 있다.

학비 노동자들이 속한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조·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은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 연대회의)를 꾸려 교육부, 그리고 17개 시·도교육청과 집단교섭을 진행해 왔다. 올해로 집단교섭 4년째다. 올해도 6월에 시작된 집단교섭은 9월 말까지 교섭절차 합의조차 이루지 못해 난항을 겪었고 10월8일에서야 교섭절차를 합의하고 2020년 본격적인 교섭을 시작했다. 본교섭 2회, 실무교섭 8회가 끝났다.

“또다시 2020년 임금교섭을 파국과 파업사태로 몰아가는 책임은 전적으로 시도교육청과 교육감들에게 있습니다.”

학비 연대회의는 올해 코로나 장기 확산 상황까지 감안해 “예년보다 낮은 임금인상 타결도 가능하다”는 양보의 자세로 임하며 사용자 측인 시도교육청에 빠른 교섭타결을 기대하고 촉구해왔다. 그러나 사측은 늦장 교섭도 모자라 교섭 시작 두 달이 넘도록 노동자들에게 더 큰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노조를 항복시키려는 교섭안만 고집하며, ‘파업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교섭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게 학비 연대회의의 주장이다.

수년간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요구해온 학비 노동자들은 올해도 차별을 줄이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차별을 확대하려는 시도교육청과 싸우고 있다. “시도교육청들이 코로나 시국을 비정규직 차별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 지난해 7월 학교비정규직노조, 교육공무직본부 등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고 비정규직 철폐, 차별해소 및 처우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지난해 7월 학교비정규직노조, 교육공무직본부 등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고 비정규직 철폐, 차별해소 및 처우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최저임금 인상률’만큼도 안되는 임금인상률… 차별 격차 더 커져

그동안 집단교섭을 통해 조금씩 차별의 격차를 줄일 수 있었지만 올해도 ‘차별 해소’는 현실과 먼 얘기다.

‘역대 최저 인상률’이라는 2021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5%. 정부 공무직위원회도 “공공기관 비정규직인 공무직의 기본급을 1.5%를 인상해 ‘하후상박’의 원칙을 실현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사측은 공무원 인상률 0.9%(월1만5천원) 인상안만을 고집하고 있다.

“정규직인 공무원들은 0.9% 기본급 인상액 외에도 기본급에 연동된 명절휴가비 등과 호봉인상분을 더해 연평균 인상 총액이 100만 원을 웃돈다. 반면 학교 비정규직(교육공무직)에게 제시한 인상액은 기본급 0.9% 인상이 거의 전부다.” 비정규직은 근속임금 자동인상분까지 더해도 연 60여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양보안을 냈고, 양보할 순 있지만, 차별 확대에 굴복할 순 없다”는 학비 연대회의는 크리스마스이브 총파업을 앞두고 다시 한번 최종안을 내놨다. 1.5%(월2만7천원) 인상안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적용하라는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근속임금 격차’다.
정규직은 매년 호봉이 자동 승급된다. 학교 비정규직도 호봉은 아니지만 매년 근속임금이 인상되는데 그 수준은 정규직 호봉인상의 3분의 1 수준이다. “정규직은 호봉제에, 정근수당과 정근수당가산금이 있고(연 8~12만 원) 근속임금의 상한이 없지만, 비정규직은 1년에 3만5천 원의 근속수당만 있으며 근속임금 20년 상한제를 적용받아 정규직 비정규직 간의 차별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래서 요구한 건 비정규직의 근속수당을 최소 1천 원이라도 인상하자는 것, 상한제를 폐지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동결’만을 주장하며 차별의 격차를 더욱 늘리려 하고 있다.

▲ 자료 :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 자료 :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법원 판결도, 정부 가이드라인도 무시하는 ‘복리후생 차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은 복리후생 부분으로까지 이어진다.

복리후생 차별은 법원에서도 ‘위법’이라는 판결을 받아왔다. 업무의 성질, 업무량, 업무의 난이도와 무관하게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모든 직원에게 일률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복리후생비 차별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위법’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4년 대법원은 “‘정액급식비’와 ‘교통보조비’도 업무와 관계없이 실비변상 차원에서 지급되므로 이들 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조리직렬 기능군무원에게 가족수당과 정액급식비, 교통보조비를 지급하면서 민간조리원에게 이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불리한 처우에 해당함).

학비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 중 하나가 명절휴가비, 식대, 복지포인트 등 ‘복리후생 차별 해소’다. 정규직은 연 190~390만 원의 명절휴가비를 받고 매년 기본급 인상에 따라 그 금액이 인상되는 것에 반해, 비정규직이 받을 수 있는 명절휴가비는 평생 연 100만 원에 불과하다. “명절휴가비를 공무원과 같은 금액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지급기준’이라도 차별 없이 맞추라고 요구하는 것이며, 당장 지급기준도 맞추기 어렵다면 단계적 방안이라도 제시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도교육청은 이 역시 “오직 동결”만 주장하고 있다.

학비 노동자들은 “복리후생적 금품을 차별 없이 지급하는 것은 정부도 확인한 ‘원칙’이며 ‘약속’”이라고 주장한다.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엔 “복리후생적 금품(복지포인트, 명절상여금, 식비, 출장비, 통근버스·식당·체력단련장 이용 등)은 불합리한 차별 없이 지급하고, 휴게공간 확충 및 비품 제공 등 지속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에 더해, 서울·인천·세종·충북·광주·전남·경남·제주 등 8개 시도교육감은 지난 교육감선거당시 노동조합과 정책협약을 맺으며 “복리후생성 임금의 차별만큼은 해소해 공무원과 동일하게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런 당사자인 경남교육청 박종훈 교육감은 올해 집단교섭에서 사측 교섭대표를 맡고 있다.

▲ 지난 10월15일 여의도 국회 앞. ‘학교비정규직 법제화, 코로나 집단교섭 촉구’하며 삭발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 지난 10월15일 여의도 국회 앞. ‘학교비정규직 법제화, 코로나 집단교섭 촉구’하며 삭발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예산삭감’ 핑계대지 마라”

시도교육청이 차별 해소 의지 없는 ‘동결’만을 강요하는 교섭안을 내미는 근거는 ‘내년 예산 3.7%가량 삭감’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교육청이 이런 근거를 들먹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삭감 폭이 크지도 않을뿐더러 “시도교육청들은 늘 예산의 불확실성과 어려움에 대비해 쓰지 않는 잉여금을 운영해왔다. 특히 올핸 코로나로 인해 집행되지 않는 예산이 적지 않다.” 사측의 ‘예산 핑계’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이 예산 타령 역시 사측의 관행적이고 반복적인 행태였다. 또, “최근 수년 동안 매년 예산이 늘어왔을 때에도 사측은 임금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교섭 태도로 일관해 왔다”는 점으로 볼 때 올해도 ‘예산 삼각’을 이유로 대는 사측에게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원은 2016~2020년 각 교육청별 예산 및 결산을 비교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각 교육청이 최근 재정안정화기금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 조치로 특정 기금 등을 통해 여유재원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재정안정화기금 증가는 각 년도 세입 변화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재정평탄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반면 지나친 규모의 재정안정화기금 적립은 국가 전체 재정의 칸막이를 만들고 단년도 회계연도 원칙을 벗어나는 단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즉, “매년 관리재정 수지가 적자인 중앙정부는 국가부채를 발행하면서 교육청에 재원을 이전하는 반면, 이전재원을 받은 교육청은 순세계잉여금 또는 재정안정화기금 형태로 현금을 쌓아놓는데, 이것은 국가 전체 재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예산이 삭감됐다’는 핑계로 차별해소 아닌 차별 확대를 낳는 교섭안에 대해 학비 노동자들은 “전체 교육예산 중 공무원과 교사들 급여는 법에 정해져 있어 조정이 어렵고, 사업예산도 부서별 예산이기에 조정이 쉽지 않으니, 결국 법적 규정이 없는 학교비정규직 임금을 줄여 예산삭감을 만회해 보겠다는 얄팍한 수”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 크리스마스 이브 파업 준비하는 학비 노동자들. [사진 :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 크리스마스 이브 파업 준비하는 학비 노동자들. [사진 :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학비 연대회의는 교섭이 절차합의조차 이루지 못하고 교착에 빠졌던 지난 9월, 약 3주간 2020년 임단협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전국 약 9만 2천여 명의 국공립 조합원이 참여해 ‘투표율 75.65%, 찬성률 83.54%’로 이미 쟁의행위를 가결한 상태다.

학비 연대회의는 크리스마스이브 총파업을 선언한 15일, ‘차별 해소’를 위한 최종 수정안을 던졌다. 각 시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종 수정안의 내용을 교육감에게 직접 밝히고 “코로나를 기회로 인건비 절감에만 몰두하고, 결정 권한도 없는 교섭위원들만 앞세우지 말고 교육감이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크리스마스이브 총파업은 돌봄노동자 파업과 함께 진행된다. 교사 돌봄업무 경감과 돌봄전담사 상시전일제 전환 등 학교돌봄 운영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 학비 노동자들은 코로나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방법으로 파업을 준비하며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을 결의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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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바이러스 파이터’ 이재갑 교수 “지금을 정점으로 만들지 않으면 ‘봉쇄’밖에 없다”

김민아 선임기자 ma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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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20년 내내 코로나19와 싸워왔다. 정부가 낙관론을 펼 때마다 경고해온 그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의 예언자 ‘카산드라’에 비유되기도 한다. 사진은 지난 14일 강남성심병원에서 촬영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20년 내내 코로나19와 싸워왔다. 정부가 낙관론을 펼 때마다 경고해온 그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의 예언자 ‘카산드라’에 비유되기도 한다. 사진은 지난 14일 강남성심병원에서 촬영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비관적 예측 틀리면 다행, 감염병 전문가의 숙명이죠” 

‘카산드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의 공주다. 미래를 내다보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는 카산드라는 ‘트로이의 목마’를 성안으로 들여놔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예언을 외면한 트로이는 결국 멸망한다.

감염병 전문가 이재갑(46·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사진)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 카산드라로 불렸다. 겨울철 대유행 가능성을 경고하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본부장 정세균 국무총리)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본부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책을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바이러스 파이터’다. 2003년 전공의 4년 차 때 사스를 경험했다. 2009년 조교수 발령을 받자마자 신종플루를 겪었다. 2015년 초엔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파견돼 에볼라와 싸웠다. 귀국하고 두 달 만에 메르스를 만났다.

2020년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 섰다. ‘신천지 관련’ 1차 유행 때는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50일간 당직을 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낮에는 외래 진료와 정책자문, 커뮤니케이터로 동분서주한다. 밤에는 병원에서 대기하며 중환자를 돌본다. 코로나19 검사도 세 번 받았다. 모두 음성이 나왔다.

이재갑은 이달 1일 수도권의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α’로 조정되기 직전 생활방역위원회(11월26일)에서 ‘2.5단계 상향’ 의견을 냈다. 반영되지 않았다. ‘핀셋 방역’을 강조하던 중대본은 며칠 뒤 2.5단계로 높였으나 이미 한발 늦은 뒤였다. 그는 “방역은 정부 주도성이 강한 영역이고, 방향을 잘못 잡으면 피해가 매우 커질 수 있다”며 “그래서 심각하면 심각하다고,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으면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비관적) 예측이 틀릴 수도 있다. 틀리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상황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면 ‘지금 준비하자’고 말하는 게 감염병 전문가의 의무”라고 했다.

주말인 지난 12일 경향신문사에서 이재갑을 만났다. 토요일 외엔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했다. 인터뷰한 다음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1000명을 넘었다.

‘바이러스 헌터’ 이재갑. 권호욱 선임기자

‘바이러스 헌터’ 이재갑. 권호욱 선임기자

‘바이러스 파이터’에게 코로나19의 현재와 미래를 묻다 

이재갑은 바빴다. 인터뷰 도중에도 여러 차례 전화가 걸려왔다. 병원에서도 왔지만 언론사에서 찾는 전화가 더 많았다. 그는 신속하게 받고, 차분하게 답했다.

-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심각합니다. 원인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복잡다단한 요인이 얽혀 있습니다. 우선 겨울이라는 계절적 특성입니다. 바이러스의 생존에 유리하고, 사람들의 실내활동이 늘어났습니다. 다음으로 시민들이 많이 지쳐 있어요. 사실 가을·겨울에 유행이 커질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예상대로 가고 있는 것이지요.”

- 전문가 입장에서 안타깝긴 하지만 놀랄 일은 아니라는 건가요.

“저희가 ‘데자뷔(deja vu·기시감)’라고 하는데요. 20세기 초 스페인독감의 유행 커브를 코로나19와 대비해서 보면 거의 비슷하게 가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상황을 보며, 사람들은 어쩔 수 없구나 생각했어요. 미국이나 유럽은 의료수준이 나으니까 충분히 대비했겠거니 했거든요. 미국의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초기부터 가을·겨울 대유행을 경고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서구 선진국 중 가장 나았던 독일조차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상상할 수 있는 미래’만 상상하고 ‘대비 가능한’ 미래만 준비하는 것 같아요. 우리도 지금 가진 커패시티(capacity·역량)로 가능한 것만 준비했을 뿐, 그 이상의 것은 상상조차 꺼렸지요. ‘설마 그러겠어’ 하는 심리가 지금의 결과로 이어진 거죠.”

- 그런 측면에선 정부와 시민이 마찬가지입니까.

“우리가 1·2차 유행을 가볍게 앓은 게 외려 독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3차 유행은 1·2차 수준의 대비로는 막을 수 없을 거라고 이미 예상됐거든요. 감염병 전문가들은 그 부분을 계속 이야기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정부 차원에선 1·2차 유행에서 자신들이 잘해서 버텼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시민들도 1·2차 유행 때 정말 많이 노력해준 건 사실인데, 지금은 1·2차 때 노력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안타깝게도 그 부분에서 실감을 덜 하고 계신 것 같아요. 3차 유행에선 지역사회에 훨씬 더 만연돼 있어서, 1·2차 때 했던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 수준만으로는 대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 3차 유행의 정점은 언제 올까요.

“(하루 신규 확진자 1000명 안팎인) 지금을 정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가 올 겁니다. 의료자원 자체가 바닥을 치고 있으니까요. 더 악화되면 유럽이나 미국처럼 누군가 중환자실에 못 가서 죽고, 의료진은 산소호흡기를 누구한테 달아야 하나 고민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실제 일부 국가 병원에선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온 환자에 대해 치료 못한다며 DNR(심폐소생술 거부) 동의서를 받아 일반병실로 옮긴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도 그런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요.”

- 서울의료원 공터에 컨테이너식 병상을 설치하는 광경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당연합니다. 의료자원이 소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니까요. 충격을 안 받는다면 무감각해진 거죠.”

실제 병상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60대 확진자가 자택 대기 중 사망했다. 경기 부천시 요양병원에서도 70~80대 확진자 3명이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숨졌다.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자택 대기 중인 환자는 모두 496명(18일 0시 기준)에 이른다.

- 만약 지금을 정점으로 만들지 못하면, 어떻게 됩니까.

“더 이상 가면 파국이고요. 확진자가 2000~3000명 가면 완전히 다른 프레임으로 접근해야 할 겁니다. 그 상황이 오면 ‘록다운(lockdown·봉쇄)’하고, 밖에 나오면 벌금 물리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K방역’ 이야기하며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해왔는데, 그 부분에서 시험대에 오른 겁니다. 국민 개개인의 자유까지도 막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지금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 3단계 상향을 이야기하는데요. 조금만 더 나빠지면 3단계조차 의미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 3단계도 록다운은 아니지요.

“(거리 두기 단계에) 록다운은 포함돼 있지 않아요. 하지만 3단계에서도 안 되면 록다운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시민들은 ‘조금만 더 악화되면 내가 차 타고 다니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된다’는 걸 인식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을 통합하고 끌어가려면, 정부가 정책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정확히 알려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1·2차 유행 때는 사실 엉겁결에 당한 측면이 있었어요. ‘표적’으로 돌릴 대상도 있었고요. 지금은 표적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 당장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현실 인식이 먼저입니다. 지금껏 안일하게 생각해 온 부분을 인정하고 깨끗하게 사과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곤 지금부터는 우리도 정신차리고 열심히 할 테니,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해야 합니다. 병상 문제 해결이 시급한 만큼, 민간병원을 통해 병상 확보를 서둘러야 하고요. 3단계보다도 더한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인식하고 그 부분을 준비해야 합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94명 늘어 누적 3만8755명이라고 밝힌 8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병원 음압병동에서 환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5일 이후 사흘 만에 일일 확진자 수가 600명 아래로 내려왔지만 이는 전날 검사 건수가 평상시의 절반 수준임에도 신규 발생한 수치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94명 늘어 누적 3만8755명이라고 밝힌 8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병원 음압병동에서 환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5일 이후 사흘 만에 일일 확진자 수가 600명 아래로 내려왔지만 이는 전날 검사 건수가 평상시의 절반 수준임에도 신규 발생한 수치다.

1918년 스페인독감 유행 커브와 비슷
악화 땐 산소호흡기 우선 순위 따지게 될 것
초반에 ‘병상’ 낙관했다가 부족 문제 키워
복잡한 의사결정구조가 신속 대응 막아
정부, ‘록다운’ 갈 수 있다는 것 인정해야
 

- 현재 가장 불안한 요소는 뭔가요.

“지역사회에 만연한 감염이 병원이나 요양시설로 침범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병원도 수술실 간호사 1명이 확진돼 전체 수술이 중단됐다가 2~3일 만에 겨우 정상화됐어요. 수술실 간호사 10명이 자가격리 상태예요. 저희만 그런 게 아니라 전국 대부분 병원이 비슷한 상황일 겁니다. 의료진이 감염됐든지, 환자·보호자 중 확진자가 있든지 아마 20~30명씩은 자가격리하고 있을 거예요. 병원의 기능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요양병원 집단감염이 특히 우려되는데요.

“요양병원 한 곳에서 감염이 시작되면 환자가 70~80명씩 발생합니다. 그분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려고 해도 수용할 공간이 없습니다. 결국 그대로 두고 ‘코호트 격리’(감염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하는 수밖에 없어요. 지금 가장 비참한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 시민은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다른 게 없습니다. 스스로 록다운한다는 심정으로 지내야 합니다.”

최근 신규 확진자 수는 거리 두기 3단계 상향 기준(1주 평균 800~1000명)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3단계 상향을 주저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희생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현 단계를 제대로 준수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 정부가 거리 두기 단계를 올리지 않으면서 시민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제 정부도 솔직해져야 합니다.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다, 언제든 록다운으로 갈 수 있다, K방역의 상징인 국민의 자발적 참여까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인정해야 합니다. 아직도 1·2차 유행 때 잘 막은 데 취해 있어요. 1·2차 때는 운이 좋았던 걸로 봐야 합니다. 특히 1차 유행 때는 다른 나라에 없던 진단체계가 우리나라에선 갖춰져 있었거든요. 지금 다 갖춰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응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현재의 유행패턴이 상당히 어려운 패턴이라는 의미입니다. 3단계로 상향해서 2주 정도 강력하게 시행해야 병상 확보 등 의료체계를 정비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한국의 방역 거버넌스는 복잡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총리실)는 정부 차원의 지원과 부처별 협력을 총괄한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복지부)는 의료기관·병상 관련 사항과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문제를 맡는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질병관리청)는 상황 판단과 역학조사, 구체적 의료지침을 담당하고 있다. 이재갑은 최근 이같이 복잡한 구조가 효과적 방역대책 수립을 저해한다며, 의사결정체계를 단순화하자고 주장해왔다.

- 중대본이나 중수본에서 전문가들 견해를 청취하지 않습니까.

“지난 8월 2차 유행 이후 중수본에서 민간 전문가 의견을 거의 물어보지 않아요. 거리 두기 문제를 자문하는 생활방역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 회의 외에는 저한테 물은 적이 없어요. 다른 민간 전문가도 마찬가진 것 같더라고요. 1차 유행 때 잘 막았다는 자신감의 발로겠죠. 그런데 오판입니다.”

- 2차 유행 때 병상 위기가 있었잖아요.

“그랬지요. 그 후 3개월의 시간이 있었는데도 병상 준비를 제대로 안 했어요. 방대본서 계속 경고를 보냈는데, 중수본에서 받아들이지 않았거든요. 중수본에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는 그룹 가운데 뭔가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이들이 있지 않나 싶어요. 감염병 전문가들 가운데 극히 소수이고 비주류로 분류되는 일부 인사들이 ‘고위험군을 주로 막으면서, 유행을 어느 정도 용인해도 된다’는 주장을 해왔어요. 이런 정보들이 중대본·중수본의 기조를 틀어놓은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듭니다.”

- 중수본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계신데요.

“과격하게 들리겠지만, 지금의 의사결정구조로는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상황 판단은 방대본이 하지만, 병상 가동 등 정책으로 만드는 건 중수본이에요. 상황 판단이 정책에 반영되는 과정이 계속해서 막히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결정이 자꾸 한 템포씩 늦어지는 겁니다. 의사결정 라인을 슬림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방대본과 중수본에 더해 정부 지원부서와 민간 전문가까지 포괄하는 태스크포스(TF)를 대통령이나 총리 직속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어요. 현장의 움직임이 반영되고, 결정이 되면 빨리 시행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최근 영국과 미국, 캐나다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돌입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오는 27일부터 접종을 시작한다. 정부는 “4400만명분을 확보했다”면서도 제품별 도입 시기와 물량, 접종 시기와 대상 등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백신 확보 전략이 한발 늦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한국의 백신 확보·접종 전략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신종 감염병 백신이 1년이라는 단기간에 나온 상황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종류가 아니라 여러 종류 백신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고요. 모두 유사 이래 처음입니다. 구매 전략, 접종 전략, 유통 전략, 백신으로 인한 방역 변화의 시뮬레이션까지 다각도로 준비해야 합니다. 우선 안전하면서도 신속하게 접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해요. 또 사람들이 백신만 맞는다고 안심하면 안 되거든요. 마스크는 어떻게 씌울 건가, 어떤 식으로 방역을 완화할 것인가 등 로드맵을 갖고 가야 합니다. 범정부 차원의 백신추진단을 만든다고 하는데, 지금부터 준비해도 시간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 시민의 기대에 비해 정부의 설명이 부족하지 않은가요.

“협상 문제 때문에 공개하지 못한 측면이 있을 겁니다. 이제는 공개된 상황이니까 적정한 수준에서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소상하게 알릴 필요가 있어요. 백신 문제는 기술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 기자들이 간담회 같은 방식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재갑은 백신 문제와 관련해 꼭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국제적 연대를 같이 꾸려가야 합니다. 우리만 접종한다고 코로나19가 해결되지 않아요. 접종을 시작하고 유행이 어느 정도 잦아들어 여유분이 생긴다면 취약한 국가들에 백신을 빨리 접종할 수 있는 루트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 시민들이 염두에 뒀으면 하는 부분이 있습니까.

“백신에 대해 기대를 품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정말 많아요. 내 팔에 주삿바늘이 꽂힐 때까지 수많은 과정이 남아 있다는 걸 이해해주면 좋겠습니다.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야 하니까요.”

‘바이러스 헌터’ 이재갑. 권호욱 선임기자

‘바이러스 헌터’ 이재갑. 권호욱 선임기자

“코로나19로 더 많은 피해 보는 건 소외계층…감염병으로 일 못하게 돼도 먹고살 수 있는 여건 만들어야”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재갑 

지난 1월7일. 이재갑은 질병관리본부(질본·현 질병관리청)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중국 우한을 다녀온 사람이 폐렴 의심 증상이 있어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 코로나19와의 긴 싸움이 시작된 순간이군요.

“첫 번째 의심환자였지요. 그로부터 사흘 후 질본 주최로 ‘민간감염병전문가 자문회의’가 열렸습니다. 정은경 본부장 주재로 저를 포함한 전문가 10명 정도가 참석했습니다. 회의에선 검사체계를 갖추는 문제를 논의했고, 바로 다음날 검사가 이뤄졌습니다.”

해당 환자는 음성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1월20일 첫 확진자가 나왔다. 그때까지 중국은 지역사회 감염 여부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었다. 긴장도가 높아졌다.

“1월26일 3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고, 그와 함께 식당에서 한 시간 정도 밥을 먹은 6번 환자가 나흘 후 확진됐습니다. ‘망했구나’ 싶었습니다. 메르스보다 훨씬 전파력이 강하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2월18일 대구에서 31번 환자가 발생했다. 이튿날에는 청도대남병원에서 환자 한 명이 폐렴 증세로 숨진 뒤 확진됐다. 첫 사망자였다. 1차 유행의 시작이었다. 이재갑은 2월20일 대구로 향했다.

-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경증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 등의 아이디어를 이끌어냈다고 들었습니다.

“대한감염학회 신종감염병위원회에 정책팀이 있는데 단체 메신저방에 선별진료소 운영 아이디어를 논의해보자고 올렸어요.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도 그 방에 있었는데, 김 과장이 2018년 저와 함께 생물 테러 대응을 연구한 걸 떠올리며 ‘드라이브스루 검토했잖아요’ 하더라고요. 사흘 후인 2월23일 칠곡경북대병원에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가 처음 문을 열었지요.”

생활치료센터 아이디어도 제안했지만 실현에 이르기까진 쉽지 않았다.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 1급 감염병 환자를 입원시킬 수 없다’ ‘사망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느냐…’ 등 행정논리 때문이었다. 입원대기 환자가 2000명을 넘어서고 방대본에서 관련 지침을 만들어주면서 3월4일 첫 생활치료센터가 개소했다.

“바이러스가 사람(의 대응)을 만든 거죠. 바이러스는 자기 타임라인대로 가고 있었으니까요. 사람이 거기 맞춰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1차 대유행은 이재갑에게 씻기 힘든 트라우마도 남겼다. 9명이 목숨을 잃은 청도대남병원의 비극이다. 당시 청도대남병원 환자를 받아줄 데가 없어 서울의 한림대강남성심병원까지 전원이 이뤄졌다. 중환자 3명을 받았는데, 1명은 오자마자 사망했다. 2명은 인공호흡기를 단 채 투석을 이어갔다. 이재갑은 50일간 당직을 했다. “낮에는 주니어 스태프들이 진료를 보고, 저는 청도대남병원이나 민간전문가 자문위원회에 갔어요. 밤에는 그 친구들 쉬게 하고 제가 입원 환자 당직을 섰습니다. 하루 4~5시간 잤으려나요.”

- 2015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와 싸운 이후 가장 고단했을 듯합니다.

“에볼라 때 한 달 정도 계속 밤을 새우다시피 했죠. 50일간 당직 선 건 전공의 1년차 이후 처음입니다.”

- 심리적으로도 힘든 일을 겪었지요.

“의사가 환자 때문에 힘든 건 숙명이죠.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 저를 ‘방역 비선’이라고 하는 등 쓸데없는 논쟁에 휘말리다 보니 마음고생이 더 심했어요.”

- 8월 2차 유행 이후엔 비관론자라며 ‘카산드라’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2차 유행 전까지만 해도 경고를 하면 ‘그럴 수 있지’ 하고 받아들였는데, 2차 유행 중반부터는 ‘비관론자야, 왜 이렇게 경고만 해’ 식으로 바뀌었어요. ‘양치기 소년’처럼 된 거죠. 그 무렵 ‘시민도 먹고살려면 어느 정도 감염을 용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세력이 부상했고요.”

중대본은 지난 10월 1단계 기준인 ‘하루 확진자 50명 미만’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단계를 낮췄다. 이후엔 거리 두기 체계를 5단계로 개편했다. ‘세분화’라고 했지만 실상은 ‘약화’였다.

- 생활방역위원회 등에서 거리 두기 단계 강화 등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간 전문가로서 정부와의 관계 설정이 쉽지 않을 듯합니다.

“제가 메르스에 대응할 때는 박근혜 정권이었고, 에볼라 현장에 다녀온 뒤에 훈장도 박근혜 정권에서 받았습니다. 현 정권을 지지하지만, 그렇다고 비판적 시각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제 목표는 이 정권이 잘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가 잘되는 겁니다. 우리나라가 방역을 잘하고 국민들이 피해를 덜 보는 겁니다.”

-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는 책도 냈습니다. 반응은 어떤가요.

“2쇄까지는 찍었는데 3쇄가 길어지고 있네요(웃음). 온라인에 오른 서평들을 보면 ‘코로나19가 단순한 감염병 유행이 아니다, 취약한 구조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쓴 데 많은 분이 공감해주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와 생활치료센터 등이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4월 대구 영남대병원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찾은 차량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위 사진). 경북 문경의 생활치료센터에서 의료진이 경증 환자들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와 생활치료센터 등이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4월 대구 영남대병원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찾은 차량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위 사진). 경북 문경의 생활치료센터에서 의료진이 경증 환자들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감염학회서 탄생한 ‘드라이브 스루’
생활치료센터는 행정 문제로 초기 어려움
정은경은 권한보다 책임에 집중하는 리더
의사로서 보람?…1차 유행 잦아들었을 때
국내 감염병 체계 정비에 ‘역할’ 하고싶어
 

- 책에서 “취약한 곳은 재난 후에도 취약하다”고 했습니다.

“1차, 2차, 3차 유행에서 피해를 보는 그룹이 모두 똑같습니다. 코로나19를 최소 1년 반 넘게, 2년 정도 겪을 거잖아요. 2년을 겪고도 취약한 구조를 개선하지 않은 채 또 다른 팬데믹 상황을 맞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살 만한 공동체가 되려면, 소외된 계층이라는 이유로 감염병 피해를 보지 않는 구조가 되려면, 5년이든 10년이든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감염병 유행이 지나고 나면 백서가 나오는데 매번 똑같은 이야기예요. 아주 조금씩 나아지기는 하지만 근본적 구조 개선은 외면합니다.”

이재갑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기본소득’이나 ‘전 국민 고용보험’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일을 못하게 되더라도 먹고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필요해요. 우리나라가 누구든 잘 살 수 있는 국가인지, 아니면 부자들만 잘 살 수 있는 국가인지 판가름하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봅니다.”

- 거리 두기 문제도 지원책과 함께 가야 되겠지요.

“맞습니다. 만약 1단계를 유지하려고 한다면, 취약한 곳이 취약해지지 않도록 지원해야 해요. 그래도 너무 취약해서 문 닫게 해야 한다면, 피해를 보상하는 정책이 같이 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2m 거리를 두고 영업해도 업주들이 먹고살 수 있도록 해야 해요. 배달·포장만 허용한다면, 배달·포장해가는 소비자에게 할인해주고 대신 정부가 업주들에게 보전해주는 방식이 필요하고요. 지금 생활방역위원회에서 거리 두기 문제를 자문하는데, 실질적으로 돈 푸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 한 위원회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 수도권 거리 두기를 ‘2단계+α’로 조정할 때 중대본은 ‘생활방역위원회와 논의한 결과’라고 했습니다.

“그 직전 위원회(11월26일)에서 저와 다른 한 분만 단계를 올리자고 했거든요. 최근에 다시 회의가 열렸는데 뭔가 자숙하는 분위기가 있더군요. 위원 몇 분이 ‘그때 우리가 너무 보수적으로 생각했던 건 아닌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재갑은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질병청장)과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이다. ‘정은경 리더십’의 핵심을 물었다.

“큰 그림을 잘 보지만, 작은 부분도 빠뜨리지 않습니다. 꼼꼼하면서도 아랫사람을 괴롭히지 않고요. 여러 리더를 겪어봤지만, 그런 분은 아직까지 유일합니다. 질병관리본부장이 될 무렵 통화를 했는데 ‘본부장직을 수락한 건 책임감 때문이었다’고 했어요. 자신이 갖게 될 권한보다 자신이 져야 할 책임에 집중하는 보기 드문 리더입니다.”

- 중대본·중수본에서 ‘방역과 경제의 균형’을 내세우면서, 정 본부장의 입지가 조금 약화된 측면은 없습니까.

“중대본과 중수본에서 ‘미스테이크(실수)’한 걸 국민들도 알고 있습니다. 방대본에서 계속 경고했다는 것도 기록으로 남아 있고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재갑은 거의 매일 방송에 등장한다. 탁월한 커뮤니케이터로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감염내과는 병원에서 마이너리티에 속한다. 감염내과를 전공하겠다고 하면 ‘너희 집에 돈 많으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이다. 전문의 자격증 보유자가 270여명인데, 은퇴한 사람을 제외하면 현직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200명 조금 넘는 수준이다.

- 감염내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동기가 궁금합니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입니다. 해외선교를 하고 싶어 의대에 진학했고, 전공도 감염내과를 택했습니다. 전문의가 된 직후 카자흐스탄에 국제협력의사로 다녀오기도 했고요. 에볼라 사태 때 서아프리카에 자원해 간 것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그런데 귀국하자마자 메르스가 터지고, 올해 코로나19가 발생했어요. 국내에서 할 일이 많아지면서 인생 행로도 자연스럽게 바뀐 것 같습니다.”

- 요즘엔 저녁 때 귀가하나요.

“지난주, 딱 하루 집에서 잤습니다. 사실 그날도 들어갈 상황은 아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요…. 상반기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정부 과제 맡은 것도 마감을 연기해줬는데, 이제는 연말이라 더 미뤄주지 않네요. 올해 제출해야 할 보고서를 내고, 내년 제안서도 쓰는 중입니다. 코로나를 제외한 일상은 다 예전으로 돌아왔는데, 코로나 상황은 외려 더 나빠졌네요.”

그는 직원식당도 가지 않고 ‘혼밥’을 한다. 편의점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다. 부인과 세 아들에게는 미안할 뿐이다.

- 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때는 언제였습니까.

“코로나19 1차 유행이 잦아들 때였어요. ‘다음주면 (유행 커브가) 꺾일 것 같다’고 느낀 순간이죠. 우리가 열심히 뛰면 뭔가 정책에 반영되고, 실현이 되고,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는 걸 보니까 고맙고 기뻤습니다.”

- 한계를 느낀 때는요.

“에볼라와 싸우던 시기였습니다. 20~30대 젊은이가 2~3일 만에 사망하기도 하는데,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정말 괴로웠습니다. 이 사람이 한국이나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이토록 허무하게 세상을 떴을까 싶더군요. 이런 부분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재갑은 ‘21세기 슈바이처’로 불리는 폴 파머 하버드대 의대 교수의 책 <세상은, 이렇게 바꾸는 겁니다>에서 해답을 찾았다. 파머는 빈곤국 의료 구호단체 ‘파트너스 인 헬스’(PIH)를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함께 창설한 인물이다. 사회 정의와 국제보건 평등의 열렬한 옹호자로 잘 알려져 있다. 파머는 아프리카 등 빈국 국민의 목숨값도 선진국 국민과 다르지 않다며, 전 세계 사람들이 평등한 의료·보건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가요.

“계속 국내에서 살게 된다면 공공의료원에서 감염병 체계를 정비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아주대병원 감염내과에 계시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으로 간 임승관 원장님을 존경합니다. 쉽지 않은 결단이라 생각해요. 저도 그런 분야에 기여하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야겠죠.”

- ‘바이러스 파이터’로서 2020년을 보내는 소회가 어떻습니까.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는 책이 예언서처럼 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노랫말처럼, 씁쓸한 연말입니다. 좌절했다가, 어떻게 이겨낼까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서 한 단계 넘어서곤 했는데… 3차 대유행을 마주하자 풀어나가기 쉽지 않겠다는 중압감이 들었습니다. 이번 위기에선 정부, 시민, 의료진 모두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의료진은 어떻게든 환자를 살리기 위해 애쓰겠습니다. 국민들께선 더 노력해서 병원에 오는 환자를 줄여주시길 부탁합니다. 파국이 오면 안 되니까,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190600015&code=940601#csidx8315dc7aec7b8c18607da428bf8d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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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마른 여자 김진숙, 눈물이 앞을 가린다

[릴레이 기고] 12.19 해고 없는 세상, 김진숙 쾌유와 복직으로 가는 희망버스 ③20.12.18 19:49l최종 업데이트 20.12.18 19:49l김성란(news)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7월 2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김진숙 복직 응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지도위원은 1986년 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하다 해고된 뒤 2011년 크레인 농성 후에도 복직하지 못했고 올해 정년(만 60세)을 앞두고 있다.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7월 2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김진숙 복직 응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지도위원은 1986년 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하다 해고된 뒤 2011년 크레인 농성 후에도 복직하지 못했고 올해 정년(만 60세)을 앞두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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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한 번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만약 장례식장이라면 결코 보러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친정아버지 돌아가시고 첫 기일. 가진 것 없이 몸뚱이 하나로 험한 세상 살아내느라 늘 고단하고 비루했던 아버지는 저 세상에서 영험해지셨다. 될 듯 말 듯한 일들을 하나씩 이루어주더니 속으로만 앓았던 소원까지 들춰서 들어주신다. 
 작년 이맘때다. 그리곤 재회. 뿌옇게 김 오른 온천. 아버지 제사 마치고 지치고 힘들어 가끔 다니던 온천장 대중탕을 찾았다. 한참 긴장을 풀어가던 중에 불현듯 눈길을 끄는 사람이 있었다. 샤워기 아래 돌아앉은 깡마른 여자. 사람 몸이라고 하기엔 척추 돌기가 지나치게 도드라져 고대 어느 짐승의 등짝 같다.


게다가 머리카락까지 하얗게 새었다. 팔 한번 들어 올리는 것도 힘들어 보여 오지랖 넘은 마음이 성큼 대며 앞서다가 흠칫 물러선다. "아, 김·진·숙이다." 전화를 해도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더니 저기 좀 보소. 죽기 전에 한번 보자고 벼르고 벼렸더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저 모양으로 나타났네.

밉다. 정말 밉다. 목젖이 아프고 눈알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허적허적 자꾸만 헛손질을 해대다가 끝내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펑펑 울어버렸다. 그렇게라도 달래 두지 않으면 무슨 말이든 비명으로 터져 나올 것이 분명했으므로. 울고 세수하고 울고 세수하고 또 울고. 목욕탕이라 다행이다.

그러는 사이 허깨비 같고 고대 짐승 같은 그이가 일어선다. 천천히 일어나 주섬주섬 챙겨서 나간다. 멍하니 그 뒤통수만 쫓다가 시야에서 사라지니 그때서야 몸이 움직인다. 비로소 가슴이 뛰고 마음이 기쁘다. "아! 살·아·서 만났구나."

이미 옷 입고 나서는 그를 뚝뚝 물기 흐르는 알몸으로 막아섰다. 흔들리는 눈, 많이 놀란 눈치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얀 머리카락을 쓸어주고 훌쭉해진 뺨을 쓰다듬었다. 살아서 만났으니까. 영락없는 바보처럼 하얗게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다. 뭘 잘했다고. 그러니 나도 따라 웃을밖에.

유방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소식에 전국 각지가 들끓어도 소식 한 자락 없던 사람이다. 시시한 말 다 접어두고 "그냥 밥이나 한번 먹자는데 전화는 왜 안 받아요." 버럭 댔더니 "그래, 그래" 한다. 무턱대고 감사하다.

언제나 전설 같은 '의장님'
 
"19일 희망버스 출발" 14일 85크레인 고공농성 이후 9년 만에 희망버스가 출발한다는 내용으로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 기자회견이 열렸다. 내건 구호는 ‘해고없는 세상! 김진숙 쾌유와 복직'이다. 영도조선소에서 김진숙의 동료들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19일 희망버스 출발" 14일 85크레인 고공농성 이후 9년 만에 희망버스가 출발한다는 내용으로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 기자회견이 열렸다. 내건 구호는 ‘해고없는 세상! 김진숙 쾌유와 복직"이다. 영도조선소에서 김진숙의 동료들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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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호사다. 30년 전 병원노조 활동 초창기, 1990년대다. 전노협의 시대.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해 형형하게 빛났던 눈빛들. 그 살아 움직이는 눈빛에 반해 그들처럼 살고자 함께 달렸다. 당연한 수순으로 해고되고, 제3자 개입금지로 구속되고, 그러다가 만난 사람이 김진숙 지도위원이다. 그 당시는 부산지역노동자연합(부노련) 의장. 지금도 무심결에 의장님, 한다. 나뿐 아니라 그 시절 옷깃 스친 모든 이들이 다 그럴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언제나 전설 같은 '의장님'이다. 당시 전노협 부산지역본부와 금속노조와 병원노련, 부노련 등이 부전시장 어귀 한 건물에 엉켜 지냈다. 만나지 않으려야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 스물다섯이 서른둘이 되도록 함께 살았다. 가혹했지만 가슴 저미게 아름다웠던 시절, 다시 태어나도 또 그렇게 살 것이다.

광주의 5월과 망월동을 다녀온 것이 시작이었다. 함께 웃고 술잔 기울였던 이들을 하나, 둘씩 솥발산 열사 묘역에 묻으면서 떠날 수가 없었다. 병원의 3교대 근무도 힘들었지만 잔업에 특근, 철야로 하얗게 말라가는 고무(신발)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고는 도저히 그냥 살 수가 없었다.

아침 7시 출근해서 저녁 7시 퇴근, 잔업은 밤 10시까지, 특근은 자정까지, 철야는 다음날 새벽 4시까지란다. 그리고 3시간 자고 다시 아침 7시 출근이라니, 이게 어떻게 사람이 사는 방식일 수 있나. 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 부끄럽고 미안하고, 세상이 이 모양인데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소금꽃 나무> 책을 끝내 읽었다. 그 책에 실린 많은 연설문들. 그 글들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기에 첫 장을 여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는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했다. 그 모든 글이 꼬박 일주일에서 열흘까지 뼈를 깎고 살을 태워 만들어낸 글들이었다. 좁은 자취방을 너구리 굴로 만들면서 썼다 지우고 또 썼다 지우고. 수십 수백 번의 첨삭을 거치고도 만족할 줄 몰랐다. 그런 노력 덕분에 그의 연설과 글은 한 번도 사람들의 마음과 염원을 빗나간 적이 없다. 기어코 눈물을 쏟게 하고 끝내 함성을 만들었다.

부전시장 사무실을 떠나던 날. 시작이 있었으니 끝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떠날 때를 아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며 호언장담도 했다. 하지만 그 끝이 그토록 절망인 줄 알았다면 아무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매달렸을 것이다.

다르게 사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무섭고 두려웠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삶. 하지만 쥐구멍에 볕들 듯 내 인생에도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긴 여행을 다녀오고, 고마운 인연을 만나고, 결혼하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두 아이의 어미가 되고. 그렇게 이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매일 아침잠에서 깨면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그전처럼 전선에 서 있지는 못하지만 이 삶이 헛되지 않도록 나와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고자 노력한다.

정년 전에 단 하루라도

간호사, 노인요양병원의 간호사는 안성맞춤이다. 친절한 말 한마디, 따뜻한 눈빛과 부드러운 손길만 있어도 충분하다.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이나, 길거리를 청소하고,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법정에서 재판을 하고, 심지어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한다고 해도 그 노동의 가치는 다르지 않다. 그냥 일이다. 하루 8시간을 일하고 받는 임금이 왜 그렇게 하늘과 땅으로 달라야 하나. 의식주 기본적인 삶에 왜 지옥과 천상으로 깊은 골이 파여야 하나.

암이 재발했다고 한다. 그 마른 몸이 지금은 어떠할지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는 그 몸으로도 현재 투쟁 중이다. 35년 동안 돌아가고 싶던 현장으로 가는 길이다. 정년 전에는 단 하루라도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그 꿈은 이루어져야 한다. 그 불의가 바로잡아져야 한다. 그렇게 사람 사는 세상, 평등의 세상을 향해 오늘도 김진숙이 살아 숨 쉬며 간다.

나 또한 그러하다. 그러니 어디서 무엇이 되어 살고 있든 내가 김진숙이고 김진숙이 나다. 내일(19일) 다시 부산을 찾는다는 350대의 희망차 승객들도 같은 마음이 아닐까. 이렇게 무수한 김진숙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그이의 어깨가 조금이나마 가벼워지길 바란다.

- 김성란(전 병원노련 부산본부 선전부장)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35년째 해고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위해 오는 19일 희망버스가 출발한다. 방식은 드라이브스루(차량 탑승형)이다.
▲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35년째 해고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위해 오는 19일 희망버스가 출발한다. 방식은 드라이브스루(차량 탑승형)이다.
ⓒ 희망버스 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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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법’ 재고하라는 유엔·미국...전문가들 “도 넘은 내정간섭”

전문가들 “접경지 한반도 상황 이해 못하고 있다” 지적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20-12-18 21:20:11
수정 2020-12-18 22: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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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오헤야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토마스 오헤야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뉴시스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접경지인 한반도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미국 의회에서 해당 법안에 대한 청문회를 예고하는 것에 대해서는 "내정간섭"이라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토마스 오헤야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한국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비판하며 법안을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6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토마스 오헤야 퀸타나 보고관은 "대북전단금지법을 시행하기 전에 관련된 민주적인 기관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개정안을 재고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귄타나 보고관은 해당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하면서 "표현의 자유에 제약을 가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국제 인권법에 따라 개정안의 구체적인 필요성을 더 분명히 정당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퀸타나 보고관은 "접경 지역 (한국) 주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이나 접경 지역에서 일어날 중대한 위험을 방지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타당한 목적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번 개정안은 시민사회 단체들의 접경 지역 활동과 이 활동이 미치는 위협 사이의 직접적이고 긴밀한 관계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세계인권 문제를 다루는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내년 1월 대북전단금지법 등을 검토하기 위한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해당 법을 문제 삼고 있다. 이 위원회의 공화당 쪽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지난 11일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 처리 강행 방침을 비난하는 개인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도 해당 법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우려를 개인적으로 한국 측에 전달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하기도 했다.

23일 오전 10시15분께 강원 홍천군 서면 일원에서 탈북단체가 보낸 대북전단 살포 풍선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독자 제공)
23일 오전 10시15분께 강원 홍천군 서면 일원에서 탈북단체가 보낸 대북전단 살포 풍선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독자 제공)ⓒnews1

"남북정상이 합의하고 국회 통과된 법 제고하라니...주권침해"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엔에서 이 같은 메시지가 나오는 데 대해 북측과 마주하고 있는 접경지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8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국제사회의 시각이 우리하고 너무 차이가 난다"면서 "국제사회는 인권을 중시한다는 취지겠지만, 실제로 과연 대북전단지가 정말 북측의 인권개선에 얼마나 기여하느냐를 따지면 긍정적인 평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도 "대북전단지가 북측의 인권 개선에 도움을 주는지는 전단이 어떤 내용인지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실제로 전단 내용은 북측 주민이 보면 오히려 남측에 적개심을 가지게 되는 내용인데, 유엔특별보고관이란 직책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단의 실체적 내용도 보지 않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퀸타나 특별보고관이 '표현의 자유' 침해를 주장한 데 대해서는 "남북은 전쟁이 중인 휴전상황인데 전단살포행위는 민간의 군사적 도발 행위로 휴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면서 "전단살포행위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국회에서 정상적인 본회의를 거쳐 통과된 법에 대해 재고까지 주장하는 것은 '주권침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교수는 "남북 정상 간에 대북전단살포를 콕 집어서 상호 적대행위를 하지 않기로 합의한 데 따라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든 게 아니냐"라며 "그리고 민의가 모이는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시킨 건데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내정간섭이고 주권침해"라고 강조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미국 의회에서 해당 법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 "크리스 스미스 의원의 경우에는 해당 법이 통과되고 나면 청문회는 물론 '감시 대상자 리스트'에 올린다는 말까지 했다"면서 "그 발언 자체로는 명백하게 다른 나라 의원이 타국에 대해 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일명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0.12.14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일명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0.12.14ⓒ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일방적인 남북관계 정보만 전달...미 의회 전체 입장 아냐"

미국 등 국제사회가 남북관계의 일방적인 면만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방미 중인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북전단법'을 미 의회 인사들에게 설명한 일방적인 정보만을 듣고 이러한 메시지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재정 의원은 "지 의원이 크리스 의원 등을 만나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사정 등 정보는 전해지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다"면서 "해당 법이 제정되면서 논의된 과정들은 전혀 전달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미국발 메시지에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진향 교수는 "남북간의 문제인데 미국에서 그런 메시지가 나오는 것은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이해 관계 때문일 것"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스스로 중재라고 하지만 주위에 인사들을 보면 대북 적대적 압박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포진하는 것 같다. 향후 들어설 바이든 행정부에 강경책을 주문하려는 의도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국제사회와의 시각차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임을출 교수는 "국제사회는 남북합의 이행보다 인권이 상위라고 보는 거고, 우리는 남북 관계의 이해관계, 남북정상회담을 이행함으로써 이룰 수 있는 평화의 가치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걸 국제사회에 이해시키거나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정 의원도 "사실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종합적인 설명이나 정보 제공이 부족했다"면서 "크리스 의원에게 서한을 보내는 걸 시작으로 접경지역의 불미스러운 상황이 있었던 것에서 문제가 시작됐다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미 의회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미국 내 이러한 메시지를 확대해석하는 데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한국 정치 상황에서 미국 발 메시지를 확대 해석하고 활용하는 쪽이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러한 메시지가 미 의회 전체의 의사고 모든 관심이 그 지점에 몰려있는 것처럼 표현되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이어 "종전선언 캠페인에 참여한 민주당·공화당의 미 의원 50분 정도는 남북관계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정치 갈등으로 남북관계가 잘못 전달되고 있는 것에 발빠르게 대처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4년 10월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삼곶리 중면사무소에서 전날 북한이 우리 탈북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을 조준해 발사한 것으로 보이는 실탄이 땅에 떨어진 자국이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삼곶리 중면사무소에서 전날 북한이 우리 탈북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을 조준해 발사한 것으로 보이는 실탄이 땅에 떨어진 자국이 보이고 있다.ⓒ뉴시스

'코로나 위기'에 추가 대북제재 언급한 유엔 "지구적 위기에 국제사회 이해 필요"

유엔 총회는 16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연합 등 58개국의 공동제안에 따라 북한인권결의안을 16년 연속 통과시켰다.

이번 결의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에 따른 인도주의적 위기 우려 등의 내용을 포함하면서도 '가장 책임 있는 자들을 겨냥한 추가 제재 고려' 등의 조치 시행을 권고했다.

이에 코로나 위기에 인도적 지원을 언급하면서도 북측에 대한 추가 제재를 언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책임있는 자'라는 목표를 정하기는 했지만, 과거 북측 지도층을 겨냥한 대북제재 사례를 고려하면 제재 범위가 좁게 한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정 의원은 "전 세계가 연대해서 극복해야 하는 지구적 위기 상황에서 어느 개별 국가를 제외할 수는 없다"면서 "방역의 전체적인 면에서 구멍을 만들어서는 안 되고, 특히 북과 인접한 우리는 함께 극복하는 게 절실하다. 그런 부분에서 국제사회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진향 교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16년째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서는 "북한인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대북봉쇄보다 정전·평화협정을 해야 한다. 전쟁상황이 가장 인권문제를 힘들게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전쟁을 유지하면서 인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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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신보 ‘북의 코로나 감염자·사망자 0명’이 보여주는 것은...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0/12/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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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신형비루스(코로나19)의 발생 소식이 처음으로 전해진 때로부터 1년이 되어가는 오늘까지 《감염자 0, 사망자 0》이라는 안정된 방역형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주의조선의 본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다.”

 

재일본조선인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17일 ‘2020년 세계 속의 조선 1. 인민보위전에서의 고귀한 승리’라는 글에서 이처럼 강조했다.  

 

매체는 “전 세계가 대재앙에 휘말려 방황하며 요동친 2020년, 조선은 겹쌓이는 도전과 시련을 맞받아 뚫고 일심단결의 위력을 내외에 과시하였다”라면서 그에 대해 3회에 걸쳐 글을 연재한다고 밝혔다. 

 

매체는 2월 말에 열렸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상기시켰다. 

 

매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3월 11일 코로나19 팬데믹을 우려하며 세계 각국에 대책 강화를 요구한 것보다 10여 일 앞서서 북이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코로나 대응책을 세웠음을 강조했다. 

 

2월 29일 노동신문은 “(확대회의에서는) 세계적으로 급속히 전파되고 있는 비루스전염병(코로나19)을 막기 위한 초특급 방역조치들을 취하고 엄격히 실시할 데 대한 문제들이 심도 있게 토의되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최고영도자께서 회의에서 강조하신 대목은 우리가 취하는 방역조치들은 단순한 방역사업이 아니라 인민보위의 중대한 국가적사업이며 당중앙위원회의 무거운 책임이라는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매체는 북에서 벌인 코로나 방역대책은 “인명중시의 원칙”이었으며, 이 원칙에서 사소한 탈선도 없었다고 짚었다. 

 

매체는 “감염 확대의 초기에 각국이 취한 조치에는 그 나라의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특색 말하자면 국가의 본태가 반영되었다”라면서 “주체사상을 정치이념으로 삼는 조선에서는 신형비루스라는 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 지켜야 할 대상에 대한 규정이 명백했으며 사람들의 생명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최우선 중대사라는 관점에서 감염증 대책의 기본인 격리와 봉쇄가 엄격한 규율 하에 철저히 시행되었다”라고 강조했다. 

 

매체는 북이 국경을 완전히 봉쇄하는 강한 대책을 신속히 결정하고 집행한 것은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요구’를 무조건 실천에 옮긴 결과라고 해석했다.

 

또한 매체는 ‘사회주의 집단생활’을 통해 자각성과 규율성을 지닌 북의 주민은 당과 정부가 취한 비상방역 조치를 지지하면서, 주민들이 스스로 방역 주체가 되어 국가와 자기 자신을 지켜냈다고 밝혔다.  

 

이어 매체는 북이 취한 비상방역 조치는 사회주의 보건 제도를 따르고 있으며, 사회주의 의학의 기본은 예방의학임을 짚었다. 

 

매체는 “완전하고도 전반적인 무상치료제가 실시되고 있는 조선에서는 환자가 의사와 병원을 찾아가 진단받기 전에 의사가 주민과 세대들을 찾아가 검병하는 것이 나라의 정책으로, 의사의 본분으로, 인민의 생활로 되어 왔다”라며 “위생방역 기관들이 지역 안의 방역실태를 일상적으로 요해(파악)하고 검열통제를 강화하며 모든 부문, 단위에서 방역의 준칙을 지키도록 하는 규율과 질서가 빈틈없이 세워져 수십 년간에 걸쳐 감염증 예방사업의 대중화가 촉진되어 왔다”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코로나19 방역에서 북이 강조한 사회적 규범들은 이미 북에서 오래전부터 제도적으로 정착되고 실현되어 온 것이라고 밝혔다. 

 

매체는 ‘코로나19 감염자 0’이 ‘조선식 사회주의의 강인성’을 보여주며, 북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인민보위전’에서 고귀한 승리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자립경제의 나라인 조선에서는 악성비루스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을 완전봉쇄한 상황마저도 자체의 힘과 기술, 자기의 원료, 자재에 의거하여 내부적 힘과 발전 동력을 최대로 증대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라면서 “《혁명과 건설의 주인인 인민》의 생명안전을 지켜내기만 하면 경제부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낙관주의는 주체의 관점,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실천하는 당과 국가에 특유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코로나19가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의 취약성을 공격했다면서 최대 피해국이 미국이라고 짚었다. 매체는 미국이 영리 위주의 의료체계, 극심한 빈부격차 그리고 인종차별이라는 오래된 관행 속에서 코로나19로 미국 사회의 분단과 대립이 더욱 격화되었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전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예측과 대응이 불확실한 미증유의 보건 위기에 직면한 2020년, 가장 안정적인 방역 형세는 조선식 사회주의의 강인성을 증명하였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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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생존권 조국통일!

  • 기자명 정설교 화백
  •  
  •  승인 2020.12.18 00:15
  •  
  •  댓글 0
 
 

만평

앞으로 정설교 화백의 만평을 연재합니다.

현 민족작가연합 강원지부장

평창미술인협회 회원

자주시보, 강원도민일보 등에 만평, 칼럼, 시 등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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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라고 불러" 했다가 밀린 임금 달라면 화내는 고용주

[고기복의 이주노동 보고서 ②] 이주노동자가 속수무책으로 임금체불 당하는 이유

20.12.18 08:13l최종 업데이트 20.12.18 08:13l
 휴식 중 비닐하우스에서 낮잠 자는 농업 이주노동자들
▲  휴식 중 비닐하우스에서 낮잠 자는 농업 이주노동자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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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형편을 살피다 보면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누적되다 보면, '아, 또 그런 이야기구나'라며 간과해 버리기 쉽습니다. 정형화된 하소연 속에서 이주노동자는 피해자요, 고용주는 악하다고 일반화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닳아빠진 일반화를 피해야 하지만, 아쉽게도 그러한 바람을 여지없이 깨부수는 이야기들이 들려옵니다.

어떤 이는 착하다 했고, 어떤 이는 속 터진다 했습니다. 필리핀 이주노동자 L 이야기입니다. L은 15년을 자기 사업체인 것처럼 일했습니다. 축사 관리, 사료 주기, 청소, 방역을 위한 예방 백신 접종 등 농장 전반 업무를 혼자 다 했습니다.

그러다가 농장 사정 때문에 인근 업체로 옮길 때도 사장은 퇴직금 지급을 약속했지만 '다음에, 다음에, 오늘은 바빠서'를 반복하며 L을 우롱했습니다. 사장은 L이 퇴직금을 요구하러 농장에 간다고 할 때마다 단속에 걸릴 수 있으니 일하고 있는 곳에서 나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미등록자인 L은 그 말에 따랐습니다.

L은 퇴직금 소멸 시효를 얼마 안 남기고 어쩔 수 없이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사장은 "왜 그런 데 가느냐, 나랑 먼저 이야기해야지" 하며 마치 퇴직금을 곧 줄 것처럼 L을 다시 회유했습니다. 노동청 조사를 받던 사장은 15년을 묵묵히 일한 사람 앞에서 '외국인들을 쓰면 하루아침에 도망가 버리고 손해가 얼마나 큰지 아느냐'며 마치 아량을 베풀어서 L을 고용했던 것처럼 사실을 왜곡했습니다. '합의 하에 그만둔 것을 두고 계속 도망이라는 말을 쓰는데, 당신이 무슨 노예주냐'고 따져도 사장은 부끄러운 줄 몰랐습니다. 그에게 이주노동자는 묶어놓고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있는 존재여야 했습니다.

사람을 노예처럼 부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장은 돈을 위해 인권 따위는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에 길들여져 있었습니다. 그런 사장과 대면하여 노동청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던 L은 "나는 15년을 일했고, 그만둔 뒤로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를 믿었어요. 이제 모든 신뢰를 잃었어요"라고 했습니다.

무던한 L의 성격을 잘 아는 사장은 처음부터 퇴직금을 줄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L의 심리를 통제하는 동시에 퇴직금 요구가 있을 때를 대비해 증빙 서류가 될 만한 것들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임금 지급 일자는 일정하지 않았고, 늘 현금으로 지급하며 급여 봉투를 한 번도 준 적이 없습니다.

L을 고용한 사장은 근로기준법 43조(임금 지급)에 나와있는 '직접', '전액', '통화(通貨)', '정기 지급'이라는 임금 지급 4원칙 중에서 전액과 정기 지급 원칙을 어겼습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 연차 수당 미지급 등 따지고 들면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 한둘이 아님에도 사장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고, 근로감독관은 직무를 유기했습니다. 

20년 전보다 더 교묘해진 가스라이팅

한두 달도 아니고 몇 년씩 임금체불을 당하다니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따져 보면 몇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용주의 기질적 특성에 기인하겠지만, 외국인력 제도가 가진 사업장 이동 제한과 같은 독소조항, 이주노동자의 신분적 약점, 고용주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근로감독관 조사 관행 등이 장기간 임금체불을 가능하게 합니다.

고용주 중에는 이주노동자들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그들에 대한 통제와 지배를 강화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스라이팅 혹은 심리(적) 지배라고 할 수 있습니다. L의 고용주는 전형적인 예입니다.

벌써 20년도 더 된 이야기입니다. IMF 외환위기 때 이주노동자들은 손쉽게 해고됐습니다. 그중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했다가 업체 부도로 갑자기 귀국하게 된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M과 S는 귀국 대신 다른 선택을 합니다. 빚만 안고 귀국하느니 고향에서 손에 익은 농사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했던 것입니다. 단, 급여는 인삼 재배가 끝나고 판매 대금이 입금되면 한꺼번에 지급받는 거로 했습니다.

산업연수생 제도 시절에 사업체들은 강제로 3년씩 적금을 들게 해서 귀국할 때 한꺼번에 지급하는 경우가 왕왕 있던 터라 둘은 추호의 의심도 없이 2년 계약을 맺고 일했습니다. 사장은 인삼을 팔고 난 후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습니다.

밭주인이라고 알고 있던 사람은 임차농이었고, M과 S는 그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둘의 사연을 지역 경찰에도 이야기해보고, 농협에도 문의했지만 헛수고였습니다. 누구도 M과 S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이는 "한국 사람도 그렇게 당하는 수가 있다"라며 "조심했어야지" 하고 혀를 끌끌 찼습니다.

20년 전 이야기이고, 미등록자들이라 그런 피해를 봤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놀랍게도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런 일은 일어나고 있고,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가진 이주노동자들이 피해 당사자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것도 대한민국 고용노동부가 알선해 준 업체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납니다.

경기도 이천에서 3년 동안 임금 3400만 원을 받지 못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A 이야기입니다. A는 2015년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입국해 채소 농장에서 일했습니다. 사장은 근로계약 기간에 임금을 제대로 지급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A는 농장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한꺼번에 주겠다는 사장 말이 있었던 것도 있지만, 고용주 동의 없이는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때문이었습니다.

A는 언젠가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근무 시간과 임금을 계산해서 공책에 적어뒀습니다. 하지만 사장은 밀린 월급 달라는 말에 그 공책을 불태워 버릴 정도로 막무가내였습니다. 이 사건 피해자를 대리하여 소송을 진행 중인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정부가 알선한 5인 미만 농업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체불 등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장기간 임금체불 피해 이주노동자 사례를 아주 예외적이라고 말하지만, 체불임금 액수의 차이가 조금 있을 뿐 이주노동자에게는 아주 보편적인 일입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장기간 임금체불이 가능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주노동자를 마치 가족을 대하는 것처럼 교묘하게 위장하여 통제하는 고용주의 기질적 특성에 기인합니다. 농업주들은 대체로 이주노동자들에게 자신들을 "아빠, 엄마"로 부르도록 합니다. 그러다가 이주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주장하면 배은망덕하다면서 화를 냅니다.

3년 계약 후 1년 10개월 연장과 재입국 특례로 최장 4년 10개월을 더 일할 기회를 얻기 원하는 이들에게 이는 무시할 수 없는 위협입니다. 결국 고용허가제의 제도적 한계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앉아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임금체불 피해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 노동자와 두 가지 면에서 다릅니다. 정부가 지정한 사업장에서만 일하는 등 사업장 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점과 영주 자격이 없기에 사업주 재산에 대한 집행 기회가 충분히 주어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시민단체가 나서서 농장주를 고소하고,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국가배상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최정규 변호사는 정부 알선 사업장에서 일하다 임금체불을 당한 이주노동자에게 ▲ 체불임금을 전액 체당금으로 지급하고 귀국시키거나 ▲ 임금 전액을 사업주로부터 집행해서 받아 낼 때까지 노동이 가능한 체류자격을 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임금체불 해소를 위한 대응과 국제규범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대응에 나서고 있는 '지구인의 정거장'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소액체당금 제도는 5인 미만 농어업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고, 외국인고용법에 따른 체불보증보험 보험한도는 200만 원인 부분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사업주를 상대로 소송해도, 임차농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집행할 재산을 확보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대한민국은 피해자에게 그냥 떠나라고 합니다. 몇백, 몇천만 원의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주노동자를 빈손으로 돌려보내야 할까요?

1990년 12월 18일 유엔이 채택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 제61조 2항은 이주노동자의 근로계약 조건이 고용주에 의하여 위반됐을 경우, 그 사건을 권한 있는 당국에 제기할 권리를 갖도록 하고 있습니다. 피해 이주노동자가 노동청 진정이나 법원, 국가인권위 등에 도움을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한편, 세계인권선언문 제23조는 '모든' 사람에게 일할 권리,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권리, 공정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일할 권리, 실업 상태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어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동일한 노동에 대해 동일한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고, 보수가 부족할 경우 여타 사회 보호 수단으로 부족한 보수를 메울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모든'이라는 단어는 '이주노동자는 빼고'라는 뜻이 아닙니다.

세계인권선언문 제23조 '여타 사회 보호 수단으로 부족한 보수를 메울 수 있는 권리'를 이주노동자에게 부여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최소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에라도 합법적으로 체류하여 노동하게 하는 것이 정당한 처우가 아닐까요?
 
 MFA 소속 말레이시아 시민단체에서 진행 중인 임금 도둑질 철폐 캠페인 포스터
▲  MFA 소속 말레이시아 시민단체에서 진행 중인 임금 도둑질 철폐 캠페인 포스터
ⓒ Muhammad Haizreel Bin M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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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각국에서 임금 체불을 '정의'의 문제로 부각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인 아시아이주노동자회의(MFA)는 임금 체불을 임금 도둑질(wage theft)이라고 말합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앞서 사례를 든 임금체불은 인신매매와 사기에 준해서 처벌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검찰 역시 캄보디아 A씨 사건을 사기죄로 보고 수사하고, 국가 인권위원회는 피해자를 속이거나 취약한 지위를 이용해 착취한 인신매매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반면 관할부서인 고용노동부만 가해자들에게는 관대하고 피해자 구제에 소극적입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이 상황이 정상인지 물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임금체불은 범죄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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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복 세겹에 바지 2개 껴입어도…” 한파 속 ‘거리의 의료진’

등록 :2020-12-18 05:00수정 :2020-12-18 07:04

 

한겨울 임시 선별검사소 가보니

“롱패딩에 방호복 입어도 추워
라텍스장갑 아래 목장갑 끼고
감기 안 걸리려 영양제 챙기고”
“검사하러 오는 사람 계속 늘어
인력 지원 시급” 한목소리
지난 15일 오전 서울역 광장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의 안면보호대에 성에가 끼어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15일 오전 서울역 광장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의 안면보호대에 성에가 끼어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낮의 햇빛도 시린 손끝을 녹이진 못했다. 17일 오후 2시께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중구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을 안내하는 공무원들은 틈날 때마다 양손을 마주 잡거나 주먹을 꽉 쥐었다. 이들과 의료진의 안면보호대 안쪽에는 김과 물방울이 서려 있었다. 서울을 포함한 중부 지역에는 지난 13일부터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코로나19 유행이 1년 내내 이어지면서, 2차 유행이 벌어진 한여름에 무더위로 고생했던 의료진이 이번 3차 유행 때는 한파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진단검사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 14일부터 수도권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 의료진은 길거리에서 추위에 떠는 경우가 많다. 야외에 임시로 세웠기 때문에 사방이 트인 천막에서 관련 업무를 해 고스란히 칼바람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서다.
서울역 광장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한 의료진이 핫팩으로 손을 녹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역 광장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한 의료진이 핫팩으로 손을 녹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60대 퇴직 간호사 박아무개씨는 지난 15일부터 서울 서대문구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체 채취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내복을 세겹으로 껴입고 바지도 두개나 입은 뒤 롱패딩을 입었는데도 춥다”고 말했다. 두께가 얇은 음압텐트가 바람과 추위를 막지 못하는데다, 감염 예방을 위해 수시로 환기하니 아무리 세게 난방을 해도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어제 오전에는 난방기기 온도를 35도까지 올렸는데도 텐트 안 온도가 영하 5도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한 보건소에서 임시 선별검사소로 지원을 나간 ㄱ씨도 “너무 추워서 손가락과 발가락이 끊어질 것 같다. 볼펜도 잉크가 얼어서 핫팩으로 데운다”고 전했다. ㄱ씨는 원래 방사선사로 일해왔는데 코로나19 유행이 커지면서 지원에 나섰다.

 

추위에 맞서기 위해, 의료진과 검사 지원 인력들은 각양각색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서울 중구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체 채취가 끝난 뒤 검사자들이 앉았던 의자를 소독하는 등 뒷정리를 하는 유아무개(22)씨는 “손이 시릴까 봐 라텍스장갑 아래 목장갑을 껴서 (지금은) 오히려 손에 땀이 찬 상태”라고 말했다. 박씨도 “감기에 걸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홍삼·배도라지즙, 영양제 등을 먹고 나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선제적 진단검사를 위해 수도권에서 임시 선별검사소를 운영하기 시작한 다음날인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이 난로에 손을 녹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코로나19 선제적 진단검사를 위해 수도권에서 임시 선별검사소를 운영하기 시작한 다음날인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이 난로에 손을 녹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의료진의 높은 피로도를 고려해 인력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구로구보건소의 박정자 민원서비스팀장은 “임시 선별검사소가 계속 홍보가 돼서 검사하러 오시는 분이 늘어나고 있어서 주말에는 더 많아질 것 같다. 운영 기간이 3주이기 때문에 이들이 과로하지 않도록 인력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도림역 선별검사소의 경우, 15~16일에 각각 439건과 456건의 검사를 했는데 17일에는 더 많은 인원이 찾아와 긴 줄을 섰다는 것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의료인력 지원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가 애초 550여명의 개원의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모집한다고 했는데 1천명 정도가 모였고, 대한간호사협회도 17일 오전 9시까지 2214명이 모집에 응했다”고 이날 밝혔다.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감염병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1차 유행 때 대구·경북 지역으로 의료진이 자원봉사를 갔던 때와 지금은 대응이 달라야 한다”며 “앞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장기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유휴 간호인력이 나올 수 있도록 보상체계를 갖추고 교육해 ‘상비군’을 만드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974845.html?_fr=mt1#csidx9660f35d5507f8ba83ea6b7eb3648c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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