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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만난 ‘강제동원 사죄배상’ 광고, 시민참여 메시지·인증샷으로 풍부해져

[기고] 정은주 겨레하나 국제평화부장

  • 기자명 정은주 
  •  
  •  입력 2020.12.08 11:32
  •  
  •  댓글 0
 
‘강제동원 사죄배상’ 광고 앞에서 사진 찍는 대학생들. [사진-정은주]
‘강제동원 사죄배상’ 광고 앞에서 사진 찍는 대학생들. [사진-정은주]

지금 지하철 종각역에 가면 “일본은 강제동원 사죄배상하라”는 구호가 크게 새겨진 광고를 만날 수 있다.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강제동원 공동행동)에서 게재한 강제동원 배상판결 2년 지하철 조명광고이다. 그리고 올해 연말까지 광고 인증샷 찍기 이벤트를 진행한다.

‘우리가 기억한다‘ 피해자와 함께 나서는 시민들

광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일본은 강제동원 사죄배상하라”는 구호를 채운 사람들이다. 광고에는 피해자와 시민 1,087명이 동참했다.

자세히 보면 이들은 모두 ‘우리가 기억한다’, ‘우리가 증인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강제동원 공동행동은 이들의 사진을 모아 구호와 강제징용 노동자상으로 형상화했다.

종각역에 게재된 “일본은 강제동원 사죄하라” 지하철 조명광고. [사진-정은주]
종각역에 게재된 “일본은 강제동원 사죄하라” 지하철 조명광고. [사진-정은주]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목요일 항의행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은 광고를 직접 찾아와 응원 메시지를 붙이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참가했던 류고은(20) 학생은 “실제 광고를 보니 우리가 한 행동들이 이렇게 큰 성과로 만들어진 것 같아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반일선동’이라는 방해 포스트잇도 붙어

강제동원 공동행동은 아침저녁으로 시민들이 붙여주신 응원 포스트잇과 광고가 잘 있는지를 확인하며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광고를 폄훼하고 비난하는 내용의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날에는 내용과 전혀 무관한 포스트잇이 다수 붙어있기도 했다.

광고에 붙은 방해 포스트잇. [사진-정은주]
광고에 붙은 방해 포스트잇. [사진-정은주]

판결난 지 2년이 지났지만 일본은 여전히 배상 거부

2018년 ‘일본 가해기업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역사적인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2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강제 매각이 다가오자 일본 스가 총리는 적반하장으로 한국에 해결책을 요구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강제동원 공동행동은 “피해자와 시민들이 끝까지 연대하여 일본에 사죄배상을 요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응원 메시지를 적을 수 있도록 현장에 펜과 포스트잇을 상비해두고. 인증샷 이벤트도 함께 진행한다. 오늘도 강제동원 사죄배상 광고에는 시민들의 응원 포스트잇이 붙는다.

“우리가 함께 기억하고 싸우겠습니다” “강제동원은 피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일이다!”

이렇게 지나가는 시민들의 목소리까지 더해져 이들의 사죄배상 요구는 계속될 것이다.

 

강제동원 사죄배상 광고 인증샷 이벤트

종각역 3번 출구 인근 ‘일본은 강제동원 사죄배상하라’ 광고 앞에서 사진을 찍은 뒤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SNS에 올려주세요. 추첨을 통해 당첨되신 분들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필수 해시태그 : #판결2년 #강제동원사죄배상 #일본은_사죄하라
선물 : 강제동원사죄배상 일회용 마스크, 커피 쿠폰 등 랜덤 증정
이벤트 기간 : 2020년 12월 7일 ~ 2020년 12월 24일
(선물은 이벤트 종료 후 참가해주신 분들에게 직접 연락하고 발송해드립니다)

[사진-정은주]
강제동원 사죄배상 광고 인증샷 이벤트. [사진-정은주]

- ‘일제 강제동원·강제노동을 고발한다’ 홈페이지 http://JapanApologiz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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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출산’ 열광하는 청년 세대에게 가족이란?

  • 임지영 기자
  •  호수 690
  •  승인 2020.12.07 11:16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은 청년 세대의 생애 전망이 바뀌는 흐름에서 봐야 한다. 청년 여성은 가족을 스스로 구성한 용기에 환호하고, 결혼으로 묶이지 않는 인간관계의 품앗이에 열광한다.
ⓒ사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방송인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 소식은 한국 청년 여성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1월14일 일본 출신의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씨가 출산 소식을 알렸다. 한 아들의 엄마가 되었다는 근황을 전한 그의 SNS 글에 일주일 만에 댓글 3800여 개가 달렸다. 대부분 응원하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댓글 속 누군가는 그의 선택을 두고 ‘한국 여성이 속으로만 삼켰던 질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에선 정자를 기증받는 게 불가능해 일본으로 건너가 출산을 감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도 활기를 띠었다. 비혼 출산이라는 유명인의 결정에 많은 이들, 특히 여성들의 지지가 이어졌다.
<ins cla결혼을 생략한 사유리 씨의 이번 선택은 출산 혹은 가족을 구성하는 데 결혼이 단지 ‘옵션’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를 보며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의 최지은 작가는 아이를 낳기 위한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사람이 동시대에 존재하는 걸 보는 게 강렬한 경험인 것 같다. 익명의 누군가가 아니고 유명인인 데다가 스스로 원해서 했고 그 결과가 좋다고 실시간으로 말하고 있다.”</ins>

그의 말대로 여성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생애 과업으로 여겨졌던 결혼을 기피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비혼과 1인 가구 위주의 미래’는 이미 예정되어 있다. 현재 서울시 전체 가구의 3분의 1이 1인 가구다. 만 13세 이상 3만8000명을 대상으로 한 통계청의 ‘2020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전체의 51.2%에 그쳤다. 나머지 절반가량은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미혼 남녀 중에서는 ‘결혼을 해야 한다’는 비율이 더 떨어진다. 남자는 40.8%, 여자는 22.4%만이 결혼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여자는 훨씬 적다.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3명꼴로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결혼을 꺼리는 사람들로 좁히면 또 다른 게 보인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올해 6월 30대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의 30%, 남성의 18.8%가 결혼에 부정적이었다. 여성의 경우 결혼을 꺼리는 이유로 ‘혼자 사는 게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서(25.3%)’와 ‘가부장제, 양성 불평등 등의 문화 때문(24.7%)’이라는 응답이 비슷했다. 남성이 ‘현실적으로 결혼 조건을 맞추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되어서(51.1%)’ ‘혼자 사는 게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서(29.8%)’의 순서인 것과 결이 좀 다르다. 특히 ‘성공하거나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을 선택할 것이다’라는 질문에 여성의 67.4%가 ‘비혼’을 선택했고 남성은 76.8%가 ‘결혼’을 선택했다.

이처럼 결혼을 원하지 않는 여성이 늘고 있는데 이들에게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더욱더 비혼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홍재희씨는 비혼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던 어린 시절부터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외가 친척의 이혼과 재혼 전력 때문에 친정 이야기만 나오면 기를 못 펴던 어머니는 대역죄를 지은 사람처럼 당신 탓을 했다. 그가 청소년기를 보낸 1980년대나 20대를 보낸 1990년대만 해도 결혼하지 않은 중년 여성이 흔치 않았다. ‘여자가 서른 넘어서 결혼하는 건 벼락 맞기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그는 비혼 1세대다. 30대까지 느긋하던 친구들도 마흔 언저리를 앞두고 쫓기듯 결혼식을 올렸다. 가임기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일부 작용한 결과였다.

그가 쓴 〈비혼 1세대의 탄생〉에 따르면 비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데에는 사회적 맥락이 있다. 1990년대,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국가와 집단이 우선시되었던 1970~80년대와 달리 개인의 자유가 가장 앞 순위에 놓였다. ‘한국 사회에서 우리라는 집단이 아니라 나라는 개인에 대해 자각한 첫 세대’가 출현했다. 외환위기가 닥치고 경제적 불안감이 커지자 ‘일하는 아빠, 살림하는 엄마, 토끼 같은 자식들로 구성된 중산층이 몰락했다’. 여자 인생에서 당연하던 결혼과 가정도 위기를 맞았다. 개인의 자유와 남녀평등 사상에 익숙해진 여성들은 제도 바깥을 상상하게 되었다. 2000년대 초반에 이르면서 ‘독신’이란 용어가 널리 사용되었다. 2010년대 초부터는 ‘비혼’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상태(미혼)에 머무는 게 아니라 결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비혼)는 의미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부장제의 핵심인 결혼제도를 비판하고 비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여성들이 생겨났다. ‘비혼이 폭넓게 대중성을 획득하는 시대’로 진입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결혼제도를 대하는 요즘 20·30의 시각을 분석한 흥미로운 보고서가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20∼39세 6350명을 대상으로 생애 전망 인식조사를 벌였다. 이를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 ‘저출산 대응정책 패러다임 전환 연구(Ⅰ):청년층의 젠더화된 생애 전망과 정책정합도 분석’에 따르면, 여성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노동자로서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한 사건’이다. 여성들은 파트너가 그 위험을 적극적으로 나눌 때(양육 참여, 가사 분담, 파트너의 출산휴가·육아휴직 등)에만 자녀를 갖는 게 가능하다고 인식한다. 남녀 모두 결혼이 아니라 일이 생의 중심이다. 과거 ‘남성의 노동 중심 생애과정과 여성의 가족 중심 생애과정’이 해체되고 ‘노동 중심 생애과정’이 성 구별 없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조사를 진행한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즘 세대를 삼포 세대, 오포 세대 같은 포기 담론으로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남성과 여성은 같은 생애 전망을 가졌지만 사회적 조건과 환경이 다르다. 특히 결혼제도로 형성되는 불평등한 관계가 비혼과 저출산의 공통적인 원인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결혼을 안 해서 출산율도 낮아지니 결혼을 장려해야 한다는 게 지금까지의 정책 방향이었다. 문제는 결혼이 아니라 이로 인해 진입하게 되는 불평등한 관계 자체였다.

생물학적 아버지가 정말 필요한가

사유리 씨의 선택을 지지하는 흐름과 김 연구위원이 만난 청년들의 목소리에는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다. “흔히 성평등을 주장하며 혼자 살기를 원한다고 하면 관계 맺는 걸 싫어한다고 여기기 쉬운데 실제로 내가 만난 청년 여성들은 그렇지 않았다. 누군가와 함께 사는 삶에 대해 희구와 기대가 있었는데, 그게 기존의 결혼제도를 통해서는 아니다. 우리 사회는 그에 대한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 사유리 씨가 결혼 말고 다른 형태의 친밀한 관계를 갖는 게 가능하다는 걸 삶으로 보여주어 열광하는 것 같다. 이번 사건을 청년 세대의 생애 전망이 바뀌는 흐름 안에서 봐야 한다. 큰 사회변동이 일고 있다.”

낙태죄 등의 이슈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도 있다. 아이 낳을 권리와 아이 낳지 않을 권리는 닿아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임신 주수에 따라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여성계는 낙태죄의 전면 폐지를 요구했다.  SNS상에서 공유된 한 컷의 이미지가 있다. 간단한 도식이다. ‘왜 낙태가 죄야?→생명이 소중하니까!→그래서 혼자라도 키운다는데 왜 정자 기증 못 받아?→비혼 여성이 어케(어떻게) 애를 키워?→그래서 낙태한다는데→왜 낙태가 죄야?’ 질문은 계속해서 돌고 돈다.

ⓒ시사IN 이명익2020년 10월8일 청와대 앞에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낙태죄 완전 폐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국가는 출산을 장려하고 난임 부부를 지원해왔다. 그에 반해 ‘임신중지(낙태)’는 오랫동안 불법이었다. 모두 여성의 ‘인구 재생산’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 사회가 비혼 인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출산과 관련이 있다. 결혼을 늦게 하거나 기피해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자 인구통계 안에서 비혼의 숫자가 유의미해졌다. 김소형 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위원은 “여성에게 출산을 강조하면서도 정자은행을 통해 비혼이 출산하는 건 인정해주지 않는다. 여성의 신체를 줄곧 재생산의 관점에서 봐온 국가의 이중적 잣대를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애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정상 가족’의 신화가 허물어지고 있다. 사유리 씨의 선택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비혼 출산 그 자체보다 다른 형태의 가족 구성을 스스로 설계한 용기에 환호한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가족을 이룰 수 있는 가족구성권에 대한 논의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비혼 공동체 ‘에미프’의 구성원들이 쓴 책 〈비혼수업〉을 보면  “비혼은 말 그대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지, 결코 사회로부터 등을 돌리고 고독을 즐기며 혼자서 살아가는 인생을 택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이들은 “인간관계의 품앗이는 꼭 ‘결혼’의 형태로 묶이지 않은 관계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라고 말한다.

사유리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추가로 임신 과정을 공개했다. 임신 사실을 확인하기 직전엔, 임신을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무섭다며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일각에선 아빠 없이 태어날 아이 생각은 안 하느냐며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12년 전 방송인 허수경씨가 같은 선택을 했을 때와 비슷한 패턴이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꽤 많아졌다는 게 큰 차이다. 최지은 작가는 한편으로 사유리 씨가 한국인 여성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일본인이라 가능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대중에게 알려진 한국 여성이었다면 가해질 억압이 지금보다 훨씬 가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혼한 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가 만들어졌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애비규환〉은 재혼 가정의 딸이자 미혼모인 주인공이 아빠 노릇을 외면했던 친부를 찾아나서는 이야기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에는 처음부터 모유가 아니라 분유 수유를 선택하고 ‘누구 엄마’보다 자기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는 비혼모가 등장한다. 마침 우연히, 동시에 생물학적 아버지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그게 정말 여성과 아이에게 필요한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왜 결혼을 안 하느냐’는 질문도 곧 이렇게 바뀌지 않을까. ‘왜 결혼을 하는가.’  

임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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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없는 ‘5심제’](1)대법원서 승소해도 끝나지 않는 재판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seirots@kyunghyang.com

입력 : 2020.12.08 06:00 수정 : 2020.12.08 09:30

 

실상

재판이 끝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대법원에서 승소한 사건이 헌법재판소를 거쳐 대법원에서 다시 패소로 뒤집힌다. 이는 헌재가 어떤 법률이 특정 사건에 적용되면 위헌이라는 전에 없던 주문(主文)을 내면서 시작됐다.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가리는 대신 특정인에게는 어떤 법률을 적용하지 말라고 결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재판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한 대법원도 태도를 바꿨다. 헌재 결정이 더러 받아들일 만한 것도 있다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비난받는 판결을 수습하는 방편인데, 이 과정에서 헌재 결정을 다시 손보기도 한다.

헌재와 대법원의 모호한 태도가 조금씩 알려지자 “법에서 나만 빼달라”는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운이 좋으면 헌재가 받아들일 것이고, 더 좋으면 대법원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을 속였다가 유죄를 받아 면허가 사라지게 된 의사는 “내가 저지른 시력교정술 관련 혐의는 사기죄에서 빼달라”고 헌법소원을 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을 받아 공직을 잃게 된 정치인은 “3심은 양형부당을 다루지 못하게 한 형사소송법에서 정치인은 예외”라고 헌법소송을 냈다. 최근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사징계법에서 검찰총장을 제외해달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이러한 상황은 손해배상 소멸시효를 과거사 피해자에게 적용해선 안 된다고 2018년 헌재가 결정하고, 이듬해 대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판사들은 “이제는 헌재가 법원의 판단을 일일이 교정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한다는 헌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법원도 문제라고 한다. “이렇게 특별한 헌재 결정을 수용하면서 아무런 설명을 안 했다. 대법원이 재판에 대한 간섭이라고 주장하면서 언제든지 무시할 수 있다. 입맛에 따라 헌재 결정을 고르겠다는 얘기다.” 대한민국이 3심제인지, 4심제인지 아니면 5심제인지 아무도 모르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헌법에 합치되는 법률이라도
적용 범위 좁혀 ‘위헌’ 주장 늘어

요즘 헌법재판소에 지금까지 없던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어떤 법률이 헌법에 합치된다 해도 ‘내 사건에 적용되면 그때는 위헌’이란 소송이다. 특정 법률이 적용되는 사건들 가운데 비슷한 것들을 추려, 이런 종류에 적용된다면 법률의 그 부분은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정치인 A씨도 최근 이런 헌법소송을 냈다. 먼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을 받으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피선거권이 5년 동안 없어진다. 이미 공직에 있는 사람은 옷을 벗어야 한다. A씨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돼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받았다. 정치인으로서 위기였다. 3심에서 유무죄가 바뀌지 않는다면 양형이라도 깎아야 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은 3심에 가는 이유로 양형이 너무 높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법률심이라 양형부당 주장은 사형·무기징역 같은 특별한 경우만 인정한다. 그러자 3심 가는 길을 까다롭게 한 형사소송법 제383조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헌이 나올 가능성은 아주 낮았다. 그래서 형소법 제383조가 자신의 혐의인 정치자금법 제45조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받은 이에게 적용되면 안 된다고 했다. 이를 법률문장으로 다듬어 “형사소송법 제383조가 정치자금법 제45조 위반의 죄를 범한 자로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경우에까지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했다.

이는 아주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다. 그동안은 법률 조항 전부 혹은 특정 어절이나 단어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똑떨어지는 위헌 결정이어야 그 결정문을 받아든 법원이 승소 판결, 무죄 판결, 재심 판결을 해줬다. 이렇게 조항이 통째로 사라진 사례로 간통죄 위헌 결정이 있다. 2015년 헌재는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는 형법 제241조 제1항을 마침표까지 모조리 없앴다. 일부 문장을 무효로 하기도 한다. 2009년 혼인빙자간음죄 위헌 결정이 그렇다. 헌재의 주문은 “형법 제304조 중 ‘혼인을 빙자하여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이다. 그래서 전체 조항인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가운데 ‘혼인을 빙자하거나’만 삭제됐다. 남아 있던 ‘위계 간음’은 2012년 국회가 없앴다.

정치인 A씨와 같이 3심으로 가는 길을 정치인에게만 열어달라는 주장도 가능한 것일까. 사업에 실패해 돈을 못 갚아 징역 9년을 받아도 양형이 높다는 이유로는 3심에 가지 못하다. 허위진단서를 써줬다가 금고형을 받아 면허가 없어지게 생긴 의사도 벌금형으로 깎아달라고 3심에서 말할 기회가 없다. 그런데 정치인은 벌금 100만원 이상 받으면 출마를 못하니 3심까지 가게 해주지 않으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정치인도 사정이 있겠지만, 사업이 망한 사장도 딱하고, 피치 못할 부탁을 들어준 의사도 억울하기는 매한가지다. 이런저런 사정 다 봐주면 도대체 법은 어떻게 되는 걸까. 정치인 A씨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보는 사람들(주로 판사들이다)은 헌법재판소법 제45조를 들이민다. “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한다.” 법률 전부를 없애든가 조항을 없애라고 했지, 누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걸 나눌 권한을 줬냐는 것이다. 헌재 재판관이 이제 국회의원 행세까지 하느냐고 비난한다.

헌재, 일단 ‘각하’로 대응하지만
행간 추출해 위헌 결정하는 등
일관된 입장 없이 건마다 달라
대법, 태도 모호해 논란 부추겨

그렇지만 꼭 그렇지가 않다. 보이지 않는 것을 나눠 없애기도 하는데 대법원도 인정한 바가 있다. 과거 법원은 명예훼손을 저지른 사람에게 곧잘 사과광고를 명령했다. 근거는 민법 제764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하여는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의하여 손해배상에 갈음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이다. 그런데 헌재가 1991년 이 조항에서 사죄광고라는 형태를 추출해 위헌이라고 했다. “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에 사죄광고를 포함시키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이다. 2014년에도 헌재가 야간 옥외집회와 시위 처벌 조항에서 시간을 추출해 위헌을 선고했다. “누구든지 일출시간 전, 일몰시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일몰시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 부분이 위헌이라고 했다. 조항에 써 있지 않은 24시를 만들어낸 것이다. 무엇보다 두 결정 모두 대법원이 받아들였다.

문제는 두 결정이 매우 드문 예외라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문장을 추출해 내리는 위헌 결정 대부분을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제주특별법에 따라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심의위원회가 있다. 이곳 위촉위원 B씨가 업체에서 현금을 받았다며 검찰이 뇌물죄로 기소했다. 그런데 뇌물죄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은 공무원뿐이다. 사인(私人)은 돈을 받아도 다른 죄로 처벌된다. 형법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제129조 제1항에서 정했다. 해당하는 사람은 국가·지방 공무원이다. 아니면 다른 법률에서 ‘형법 제129조에 해당하는 공무원으로 본다’고 의제(擬制)해야 한다. 제주특별법에는 의제 조항이 없었다. 그런데도 뇌물죄 ‘공무원’에 제주특별법이 정한 위촉위원이 포함됐다. 대법원이 그렇게 봤기 때문이다. 이에 2012년 헌재는 형법 제129조 제1항 ‘공무원’에서 제주특별법 위촉위원 부분을 갈라내 위헌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사이 징역형이 확정된 B씨의 재심청구도 기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무슨 일인지 지난해부터 정치인 A씨와 같이 ‘내 사건에 적용되면 그때는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위헌소송이 크게 늘고 있다. 헌재 소식에 밝은 법조인은 “법률 적용 범위를 (나에게 적용되는 부분으로) 구체적으로 좁혀 위헌이라 주장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 C씨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시력교정술 진료를 하고도 보험적용 진료를 했다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속여 돈을 타냈다. 2018년 사기죄로 유죄가 났다. 그러다 지난해 항소심에서 갑자기 사기죄가 ‘내 사건에 적용되면 그때는 위헌’이라고 했다. 사기죄를 정한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이다. C씨는 “ ‘기망’에 ‘시력교정술 전후의 진료행위 후 건강보험공단에 이에 대한 요양급여를 청구하는 것’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송을 냈다.

밀려드는 새로운 소송에 헌재는 각하로 대응하고 있다. 법률을 해석하는 법원으로 가야지 법률을 심판하는 헌재로 오면 어떡하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헌재가 받아준 사건과 각하하는 사례는 얼마나 다를까. D씨는 발광다이오드(LED) 제품 제조업체와 영업위탁 계약을 맺고 일한다. 관공서에서 납품계약을 따내면 LED 제조사가 20~30% 판매수수료를 준다. 2018년 D씨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2019년 3심에서 자기 사례에 적용되는 변호사법 부분은 위헌이라고 했다. 제111조 제1항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을 (후략)’이라고 정하고 있는데,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에서 공무원 본연의 업무가 아닌 LED 구입 같은 사적거래 부분은 빼야 한다고 했다. 헌재는 “(이 사건은) 조항 자체의 고유한 위헌 여부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단순한 포섭·적용을 다투는 것”이라며 각하했다. 그러면서도 “적용 부분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청구는 원칙적으로 적법하다”고 했다. 이러니 헌재의 입장을 여간해서는 알기가 어렵다.

헌재 소식에 밝은 한 법조인은 “최근 법률이 적용되는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 위헌법률 심판을 청구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소송이 잇따르는 원인은 2018년 헌재가 대법원의 부당한 과거사 판결을 정리한 결정에 있다. 취재에 응한 법조인은 “언론과 여론이 일제히 환영한 결정이지만 사실은 부정의를 수습하려 무리한 면이 있다”면서 “언제 어떻게 재판이 끝날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080600035&code=940301#csidx75c48769ec99731a40c9527a3ad46a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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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1년, 인포데믹 창궐 1년...정보 전염병은 계속된다.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⑦

우리는 지난 1년간 코로나19에 얼마나 잘 대처해왔는지를 살펴보고 코로나가 일상이 된 현실을 어떻게 현명하게 타개해나갈지를 성찰해야 한다. 정치가 과학을 무시하거나 과학 위에 군림할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코로나19에 잘 대처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나라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 시대에 나타난 인간의 군상들은 어떠했는지 톺아보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 불안에 빠진 사람들을 겨냥해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제품과 상품을 파는 장사꾼들과 이들의 홍보꾼으로 전락한 언론의 부끄러운 모습도 다시금 되짚어야 한다. 방역 우선이란 무기를 앞세워 인권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일은 없었는지 살피는 것은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성찰이다.

 

코로나가 바꾼 세상과 앞으로 바꿀 세상의 모습은 어떠할 지에 대한 통찰과 분석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그리고 각자도생과 각국도생이 아니라 국제협력을 바탕으로 코로나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없는 한 코로나가 지구를 떠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하나씩 냉철하고 과학적으로 톺아보고 이를 토대로 코로나 일상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개인과 국가, 세계가 터득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코로나 전쟁에서 최후의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① 오늘은 '코로나 전쟁' 발발 1주기...종군기자가 돌아본 '인간과 인간의 전쟁'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② 코로나 2차 가을·겨울 대유행, 스페인 독감 유행의 재현인가?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③ 혼돈 세상과 새로운 표준, 코로나가 나눌 4가지의 계급 

[코로나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④ 방역과 경제 균형? 방역 낙제하면 경제는 추락한다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⑤ 무엇이 코로나 방역 성공과 실패 국가를 갈랐나?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⑥ 백신과 치료제는 정말 코로나 일상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정보전염병이고 부르는 인포데믹은 이제 감염병, 특히 팬데믹과 실과 바늘처럼 함께하는 동반자가 됐다. 달갑지 않은 동반자다. 동반자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 동반자라고 하니 우리는 감염병뿐만 아니라 정보전염병이라는 또 하나의 적과 싸워야 하는 짐을 안고 코로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2003년 중국 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즉 사스 유행 당시 새로운 현상으로 일컬어졌던 인포데믹(infodemic)은 ‘정보(inform)’와 ‘전염병(또는 유행병, epidemic)’의 합성어이다. 일반적으로 질병과 같은 무언가에 대한 정확하거나 부정확한 정보가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과 소문, 두려움이 섞인 채 사회에 퍼지면서 문제에 대한 정확한 필수 정보를 얻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정보전염병은 코로나19 대유행을 맞아 물 만난 고기처럼 세계 곳곳으로 펴져나갔다.


 

우리는 지난 1년간 코로나 정보전염병과 씨름했다. 코로나 전투가 벌어진 세계 곳곳에서 정보전염병 전투가 벌어졌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았다. 이란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인다며 메탄올을 마구 마셨다가 실명하거나 숨진 사람들이 1천 명 가까이 됐다. 정보전염병이 감염병처럼 사람을 직접 죽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전염병, 공포와 편견을 기르는 배양기가 되다.


 

인도와 브라질 등에서는 코로나 입원 환자의 장기가 사라졌다는 가짜뉴스가 퍼져 의료진에 대한 불신까지 키웠다. 가짜뉴스는 감염병에 대한 공포는 물론 의료진, 아시아인, 종교집단, 소수자, 제약회사, 특정 국가나 집단을 향한 사회 편견을 가시화하는 비방의 목소리로 키우는 요소로 작용했다.(‘팬데믹만큼 무서운 인포데믹은 어떻게 편견·혐오를 조장했나.’ <동아사이언스> 2020.12.2.)


 

우리나라에서도 소금물이 바이러스를 죽인다며 교회 쪽이 예배하러 온 신도들의 입안에 분무기로 뿌렸다가 외려 감염이 크게 확산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또 한 교회에서는 목사가 하나님을 믿으면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고 설교했다. 신도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를 소홀히 해 많은 신도들과 이들과 접촉한 시민들이 무더기로 코로나에 걸려 세계적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다.


 

감염병 역사상 코로나19 만큼 가짜뉴스와 정보전염병, 허위 정보가 판을 친 사례는 보기 어렵다. 특히 각종 소셜미디어와 개인미디어가 폭발적으로 늘어 사회 구성원들이 이를 활용하고 또 그 영향력이 커지면서 정보전염병은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뜨겁게 논란이 되었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 코로나19 감염병의 기원과 관련한 주장 또는 음모론이 대표적 정보전염병이다. 치명적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퍼진 것은 △생명공학으로 만든 인공 바이러스 △중국 생물무기 설 △미국 생물무기 설 △유태인 생화학무기 기원설 △반무슬림 설 △인구 조절 설 △5기가 휴대폰 네트워크 설 △소아마비 백신 내 코로나바이러스 함유 설 △중국 과학자의 캐나다연구소 절도 설 등이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들을 모두 거짓으로 보고 있다.


 

독감 백신 접종 사망 보도, 녹차·비타민C·김치의 코로나 예방 활개 쳐


 

정보전염병 가운데는 한때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있는가하면 시차를 두고 다시 등장해 혹세무민하는 것도 있다. 마치 감염병이 처음 등장했다가 자취를 감춘 뒤 일정 시기가 지나 재유행하는 감염병, 즉 재만연 감염병(reemerging infectious disease)의 행태와 꼭 닮았다. 최근 지인과의 단체대화방에서 새로운 것이라며 일정 시간 숨을 참을 수 있으면 코로나에 걸린 것이 아니라는 글이 올라왔는데 이런 것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때 크게 문제가 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보도도 넓은 의미에서 정보전염병으로 볼 수 있다. 독감백신 접종 후 하루·이틀 뒤 또는 며칠 뒤에 숨진 사례는 두 이벤트 간 선후 관계 외에는 별다른 인과관계가 엿보이는 요소가 없다. 오비이락(烏飛梨落) 격 현상임에도 이를 마치 인과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상당한 것처럼 우리 언론이 혹세무민하는 보도를 한 것이다.


 

이 사안은 단지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등에서뿐만 아니라 공중파 방송과 일간지 등 정통 미디어에서 확대 재생산해 보도한 것이어서 우리 사회의 정보전염병 차단 기능이 매우 취약함을 보여주었다. 필자는 그 끝이 언제가 될지 모를 코로나 전쟁에서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정보전염병은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이런 판단의 근거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신고) 보도였다.


 

지난 1년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허위·가짜뉴스가 범람했다. 그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였다.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다는 기성 언론에서도 △비타민C, 홍삼 등이 면역력을 높여 코로나 감염 예방 효과가 있고 △녹차에 포함된 특정 성분과 김치가 코로나 예방에 도움이 되며 △구강 청결제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여 코로나 예방 효과가 있다는 등의 보도를 해왔다. 증명되지 않은 비과학적 근거나 실제 코로나 예방에 사용하기 어려운 내용을 토대로 한 정보전염병 사례들이다.


 

만의 하나 이런 엉터리 내지 별로 귀담아 들을 가치가 없는 정보들을 ‘복음’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문제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 등 방역수칙을 소홀히 할 수 있고 운 나쁘게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이 실은 감염자라면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퍼트리게 된다.


 

지난 1년간 팩트 체크 전문매체를 비롯해 많은 방송·신문사가 팩트 체크 기능을 강화해 가짜뉴스 또는 정보전염병이 문제가 될 때마다 사안 별로 분석해 대중에게 알려왔다. 이른 순기능은 대중이 올바른 정보를 얻도록 만드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종종 정보전염병 유행 초기가 아닌 이미 퍼질 대로 퍼진 뒤 팩트 체크를 하는 경우가 있어 그 폐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경우도 있었다. 드론 방역, 야외 길거리 방역과 건물 외벽 소독 등과 실내 공기 소독 등이 그 대표적 사례들이다.


 

정보전염병 차단, 질병청 등 정부가 직접 나서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이긴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질병관리청 등 정부가 직접 나서 문제가 될 만한 요소를 지닌 정보전염병이나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사소한 일로 치부하거나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하지 말고 국민과 제때 효과적인 소통을 해야 한다. 하루 확진자 발생 소식을 경마중계 하듯이 매일 브리핑하는 것보다 때론 이런 정보전염병 대응이 훨씬 더 중요할 경우가 있다.

 

그리하여 앞으로는 코로나 확산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코로나 정보전염병 확산을 막는 것도 정부의 주요 임무가 되어야 한다. 정보전염병이 될 수 있는 정보나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조기에 이를 적발해 이들을 무력화할 수 있는 효과적 메시지를 만들어 정보전염병 유포자들보다 한발 앞서 퍼트려야 우리 사회가 정보전염병의 수렁에서 헤어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1년간 코로나와 관련해 어떤 가짜뉴스와 정보전염병이 있었는지를 톺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들이 어떻게 퍼져나갔는지, 또 정부와 언론의 대처는 어떠했는지 등을 백서든, 연구분석이든 어떤 행태로라도 해야 한다.

 

필자 안종주는 최근 코로나 사태를 분석한 책으로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낸 저자입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20717183738847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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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사찰’을 사찰이라 부르지 못한 법관대표회의

“재판 중인 사안, 표명에 신중해야...정치적 악용 우려”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20-12-07 21:00:33
수정 2020-12-07 21: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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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법관대표회의 하반기 정기회의가 7일 화상회의로 진행되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하반기 정기회의가 7일 화상회의로 진행되고 있다.ⓒ뉴시스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최근 논란이 된 검찰의 '판사 사찰' 의혹이 논의됐으나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측은 7일 "'법관의 독립 및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의안'에 대해 여러 수정안이 제출됐고 이에 관한 찬반 토론을 실시했으나 모두 부결됐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회의에서는 제주지법 법관대표인 장창국 부장판사가 '판사사찰 의혹'에 대해 '법관의 독립 및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의안'이란 이름으로 현장에서 발의해 정식 안건으로 상정됐다. 여기에 추가로 수정안도 상정됐다.

대표회의 측은 해당 안건에 대해 "최근 현안이 된 검찰의 법관 정보 수집, 이를 계기로 진행되는 정치권의 논란이 법관에 대한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제안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안건에 대한 찬·반토론에서는 검찰의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한 부적절함을 지적해야 한다는 의견과 의견 표명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오갔다.

 

찬성 측에서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이 판사들의 세평 등을 수집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문건에 '물의야기법관리스트'를 기재하는 등 공판절차와 무관하게 수집된 비공개자료를 다루고 있는 점에서 법관의 신분상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서울행정법원에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재판이 계속 중이고 앞으로 추가로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으로서 해당 재판의 독립을 위하여 전국법관대표회의 차원의 표명은 신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토론 끝에 표결에 들어갔으나 결국 원안과 수정안 모두 부결되면서, '판사 사찰'의 피해당사자인 판사들이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은 모양새가 됐다.

대표 회의 측은 "결론을 떠나 법관대표들은 법관은 정치적 중립의무를 준수해야 하고, 오늘 토론과 결론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반대 측에서는 '재판 중인 사안'이라며 '재판의 독립'을 이유로 안건을 반대했지만, 정작 윤 총장이 행정법원에 제기한 것은 판사 사찰이라는 징계 사유와 무관한 징계 절차에 대한 정당성을 다투는 것으로,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한 판사들의 의견 표명이 영향을 미칠 범위는 한정적이다.

또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이날 회의에서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음으로서 '사실상 사찰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라는 해석으로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 '정치적 악용'을 우려해 내놓은 판단조차 '정치적 악용'이 되는 셈이다.

결국 이번 부결의 형식적인 이유는 "법관의 정치적 중립의무"인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법원은 정부와 검찰은 물론 여야 간의 첨예한 대립에서 발을 뺏지만, '판사 사찰'의 피해 당사자인 법관들 스스로 사찰 피해를 입었다고 말하지도 못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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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 3기 민주노총 위원장 12월 23일 결선투표로 선출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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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0/12/08 09:22
  • 수정일
    2020/12/08 09:2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100만 총파업(양경수) 대 국민 지지하는 파업(김상구)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0.12.07 11:39
  •  
  •  수정 2020.12.07 12:21
  •  
  •  댓글 0
 
민주노총은 직선 3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2020 동시선거 결과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오는 23일 결선투표를 실시해 새 지도부를 뽑는다. 결선투표에 나설 기호3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조(왼쪽)과 기호1번 김상구 위원장 후보조. [통일뉴스 자료사진]
민주노총은 직선 3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2020 동시선거 결과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오는 23일 결선투표를 실시해 새 지도부를 뽑는다. 결선투표에 나설 기호3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조(왼쪽)과 기호1번 김상구 위원장 후보조. [통일뉴스 자료사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합(민주노총)은 직선 3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2020 동시선거 결과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오는 23일 저녁 6시까지 결선투표를 실시해 새 지도부를 뽑는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7일 '2020년 민주노총 임원선거 결선투표 일정공고'를 내어 기호1번 김상구 위원장 후보조와 기호3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조 사이의 결선투표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4명의 후보조 중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1, 2위 득표자인 기호3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조와 기호1번 김상구 후보조가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 것.

지난달 28일부터 시작해 지난 4일 오후 6시에 끝난 선거결과  전체 투표율은 63.28%(재적인원 95만7,098명 중 60만5,651명 투표)였으며, 기호 3번 양경수 후보조-18만9,309표(득표율 31.26%), 기호 1번 김상구 후보조-15만9,464표(26.33%), 기호 2번 이영주 후보조-15만6,067표(25.77%), 기호 4번 이호동 후보조-2만1603표(3.57%)를 득표했다.

민주노총은 선거관리규정에서 "후보가 2개조 이상이고 과반수 득표자가 없는 경우 결선투표를 시행하여 당선자를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운동기간은 16일 자정까지, 선거일은 17일 오전 10시부터 23일 오후 6시까지(공공운수노조 대상으로는 14일 오전 7시~20일 오후 6시까지)로 정해졌다.

개표는 23일 오후 6시 이후 진행하되 지역본부 선관위가 별도로 공고한다.

기아자동차 화성 사내하청 분회장을 지낸 양경수 후보는 최초이자 마지막인 비정규직 출신 위원장이 되겠다며 "내년 1월부터 준비해 11월 총파업투쟁을 실질적으로 조직하겠다"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금속노조 위원장 출신의 김상구 후보는 핵심공약으로 조합원 중심의 대중운동을 강조하면서 공세적인 사회적 교섭을 추진하고 국민이 지지하는 파업, 반드시 승리하는 파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동시선거로 치러진 지역본부 임원선거에서도 인천(기호1 이인화 본부장조 찬반 결선투표), 서울(기호1 김진억 본부장조, 기호2 최은철 본부장조), 충북(기호2 김선혁 본부장조 찬반 결선투표)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하고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민주노총 직선은 자체 규약 44조에 따라 3인 1조 동반출마(러닝메이트)하는 민주노총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그리고 산하조직인 16개 지역본부 본부장 및 수석부본부장·사무처장을 동시에 선출하도록 되어 있으며, 임기는 2021년 1월 1일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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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여, 사참위법 개정안 강행…이낙연 “발목잡히지 않겠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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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대표, 세월호 유가족 만나
“야당과 협상에 발목 안 잡힐 것”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6일 국회 본청 앞에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면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찾아 의견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6일 국회 본청 앞에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면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찾아 의견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세월호 참사 등을 조사하는 사회적참사진상규명위원회 활동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참위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쟁점이던 사참위 활동기간은 ‘1년 연장+6개월 추가 연장+3개월(보고서 작성)’로 정리됐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6일 국회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 “정기국회 내에 사참위법 개정안을 처리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참위 활동은 오는 10일 종료된다. 이 때문에 4·16가족협의회 소속 유가족들은 지난 3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사참위법 개정을 촉구하며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2014년 7월 세월호 특별법, 2017년 11월 사참위법 제정 촉구에 이은 3번째 국회 농성이다.

이 대표는 유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야당과의 협상에 발목 잡히지 않겠다. 법안 통과 후에도 사참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책임지겠다”고 말했다고 민주당 관계자가 전했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사참위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입장을 정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와 보폭을 맞출 예정이다. 7일 정무위원회, 8~9일 법제사법위원회 처리 수순이 유력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야당과 협의를 수차례 시도해왔으나 일절 응하지 않아 (강행 처리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사참위 활동기간과 관련해 민주당은 1년 연장에 6개월 추가 연장, 보고서 작성 기간 3개월 등 ‘1+6+3’ 안을 추진키로 했다. 당초 유가족들은 ‘1+6+6(최장 2년)’ 안을 요구했고 민주당은 ‘1+4’ 안으로 맞섰으나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양측 요구를 조율해 접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참위 내 ‘가습기살균제 소위’는 존치하고, 세월호 관련 범죄의 공소시효는 사참위 활동기간 동안 시효 진행을 정지하기로 했다.

김용민·고민정·이탄희 등 민주당 30~40대 초선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참위법을 조속히 처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당 지도부는) 국민의힘이 협상을 빌미로 시간을 끌더라도 속지 말고 과감히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070600005&code=910402#csidx5cebbf8df21676186f49b49eda8e6c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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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올해의 인물] 정은경은 도망가지 않는다

K-방역의 상징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그는 무엇으로 신뢰를 획득했는가20.12.07 07:12l최종 업데이트 20.12.07 07:23l.글: 박정훈(twentyrock)사진: 이희훈(lhh)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 "보람이에요. 국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 기쁜 일이고, 작더라도 하나씩 사회가 합리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오마이뉴스 선정 2020년 올해의 인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 이희훈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물었다. 지난 26년 동안 공공의료에 헌신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냐고. 지극히 '정은경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보람이에요. 국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 기쁜 일이고, 작더라도 하나씩 사회가 합리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2020년 '올해의 인물'로 누구를 선정할 것인가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편집국 의견을 취합했을 때, 쉽게 한 인물로 모아졌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K-방역의 상징이다. 길고 지독한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방역 사령관'인 그는 국민들 앞에서 150여 회 브리핑을 진행하는 동안 검은 머리가 흰 머리가 되어갔다.

선정은 쉬웠지만, 그 이후가 어려웠다. 그는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한 번도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인터뷰를 신청했지만, 역시나 무산됐다. 그래도 올해의 인물인데, 소감이라도 들어야 할 것 아닌가. 지난 11월 16일 정 청장의 정례브리핑이 끝났을 때 가까이 다가갔다.

- <오마이뉴스> 선정 올해의 인물로 뽑혔습니다.
"감사하고,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19 대응하는 데 굉장히 많은 분들이 수고를 하셨잖아요. 정부 다른 부처도 그렇고, 지자체 공무원들도 그렇고, 의료인들도 그렇고. 많은 분들 다 같이 고생하셨는데, 그것을 개인이 받는 것 같은 약간 미안함... 좀 과분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질병관리청장으로서의 목표가 있다면요?
"질병관리청이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국민 건강 지킴이 기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과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국민들 건강을 어떻게 지킬 건가, 체계를 잘 갖추는게 청장으로서 가장 큰 숙제이고 해야 될 일인 것 같습니다. 질병관리청이 신설이 됐으니까 그것에 맞게끔 조직을 잘 정비하고, 전문 인력들을 많이 확충해서 건강 지킴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선 채로 즉석으로 진행한 문답은 여기까지가 최대치였다. 그에게서 직접 듣지 못한 '인간 정은경'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의 스승, 동료, 선후배 등 주변인물들을 만났다. 질문의 주제는 '정은경은 무엇으로 신뢰를 획득했는가'였다. 이 기사는 그에 대한 간략한 보고서다.
 
ⓒ 이희훈
 
① 표리동(表裏同)

"그 사람은 보이는 그대로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정 청장의 지도교수였던 문옥륜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의 평이다. 27년 전부터 정 청장을 지켜봤던 그의 말을 좀더 들어보자.

"성품이 너무 수더분했다. 시키면 아주 빼어나고 깔끔하게 모든 걸 잘 정리했던 사람이다. 말이 많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상당한 뚝심이 있었다. 자기 전문 베이스가 있으니까,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뜻을 관철할 수 있는 실력파였다. 권모술수,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세상에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사람은 많지만, '표리동(表裏同)'한 사람은 만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 사람을 마주하게 되면, 상대방은 본능적으로 느낀다. '저 사람은 나를 속이지 않는구나.' 그 자리에 신뢰가 싹튼다. 이런 현상이 극적으로 나타났던 상황이 올해 초다. 코로나19가 터지며 전국이 혼란에 빠졌을 때 이어졌던 정은경 청장의 브리핑은 국민들의 마음에 신뢰를 심어줬다.

그는 정치적 수사는 생략하고, 항상 동일한 방역수칙의 준수를 반복적으로 요청한다. 기자들의 수많은 질문에 수치까지 제시하며 정확하게 답변하고, 공격적인 질문에도 감정의 동요 없이 침착하게 대응한다. 그의 말에는 낙관도, 비관도 없다. 오로지 엄중한 현실 인식만이 있을 뿐.
 
 브리핑 중인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
▲ "그 사람은 보이는 그대로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지도교수였던 문옥륜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의 평이다. 겉과 속이 같다는 평은 굉장한 칭찬이다. 그 때문일까. 그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 이희훈

② 정은경은 도망가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그에게도 순탄한 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 청장 공직생활의 가장 큰 위기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였다. 당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점검 반장으로 일했던 정 청장에게 감사원은 '방역 실패'를 이유로 정직을 권고했다. 과거 업무 성과가 반영돼 인사혁신처의 최종 징계 수위는 다소 낮춰져 감봉 1개월이었다.

억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일체 다른 말이 없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이이었던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징계에 화가 나서 공직을 그만두는 사람도 있었는데, 정 청장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라고 회고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서 정 청장과 함께 일했던 A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다른 예방의학 출신도 메르스 사태로 견책 징계를 받았는데,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징계 수위가 견책인데도, 내가 왜 징계를 받아야 하느냐고, 의사 출신 역학조사관 하나 키우기가 얼마나 힘든데 하면서... 징계를 받게 되면 승진에도 영향을 받고, 연수 가는 것도 영향을 받고... 그 분은 참을 수가 없었던 거다. 나중에 결국 공직을 그만두고 대학으로 갔다."

하지만 정 청장은 도망가지 않았다. 그때 정 청장이 그만두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A씨는 "사명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시 위기가 왔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코로나19 3차 유행이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 정 청장 본인에 대한 외부 공격도 나온다. 지난 11월 23일(월) <조선일보>는 2면에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 겨울이 예고된 상황인데 '코로나 차르(황제)'의 역할을 해야 할 방역 사령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기사를 실었다. 제목은 <어느 순간부터... 할말 않는 한국 방역사령탑>이었고, 이 기사 바로 밑에는 <살해 위협에도... 할말 하는 미국 방역사령탑>이라는 기사를 배치해 대비시켰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직 중요한 건 방역. 정 청장은 바로 이날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 나와 "짧은 기간 안에 유행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면서 "첫째는 사람 간 접촉을 줄여야 합니다, 둘째는 마스크 벗는 것을 최소화해주시길 바랍니다, 셋째는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위기가 와도, 누군가 그 위기를 증폭시켜도, 그는 도망가지 않고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한다.

③ 정은경의 직원들도 도망가지 않는다

혹시 이런 상사 밑에서 일한다면 숨막히지 않을까?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오히려 정 반대 대답이 돌아왔다. "간부들이 정 청장 밑에서 떠나기 싫어한다"는 것. 위에서 소개했던 A씨는 그 이유에 대해 이런 일화를 소개했다.

"올해 초 대구 사태 때 일이다. 전날 청장이 와서 무슨 지시를 했다. 비상상황이잖아. 당연히 다음날 간부회의 때, 되면 되고 안되면 안되고, 보고가 올라와야 하잖아. 그런데 없었다. 당연히 화를 내야 밑에 사람도 다시는 그런 실수를 안 할텐데... 당연히 깨질 타이밍인데... 깨지 않더라. 화를 안내요. 오히려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하더라."

화를 내야 할 타이밍에 화를 안낸다? 그것이 좋기만 한 것일까?

"난 이렇게 본다. 메르스는 금방 끝났다. 하지만 이건(코로나19) 언제 끝날지 모른다. 사실 다 지쳐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수장이 막 화를 내고 그러면 밑에 사람들은 다 도망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간부들 분위기는, '저 사람 밑에서 떠나기 싫다'거든. 같이 일하면 편하다. 본인이 가장 많이 알고, 결정 내려주고, 화내지 않고, 기다려줄 줄도 알고. 베스트 상사다."

만약 코로나19 방역이 단기전이었다면 한국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직적 리더십'을 통한 강력하고 일사불란한 대응이 더 적합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 방역은 다르다. 계속 같이 할 수 있느냐, 계속 같이 하고 싶은가라는, '지속성과 자발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은경의 리더십은 이에 최적화되어 있다.

외부에서 아무리 '영웅' 호칭을 들어도 내부에서 '갑질 상사'면 그와 오래 하기는 힘들다. 정 청장은 오히려 반대로 보인다. 브리핑에서는 웃음기 없이 건조한 팩트를 나열하지만, 안에서는 웃음도 많고 다정한 면모가 있다는 것이 복수의 공통된 이야기다. 질병관리청에서 만난 청소노동자는 "지나다니면서 인사를 하면, 저희보다 더 겸손하고 다소곳하게 인사를 한다"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좋아한다, 힘들고 지친 거 표현도 안하고, 항상 밝고 점잖고"라고 말했다.

④ 모든 것이 적혀있는 노트
 
혹시 사람이 너무 무른 거 아닐까? 그래서 밑에 직원들에게 휘둘리는 거 아닐까? 그런 상상을 배척할 수 있는 증거가 '정은경의 노트'다. 정기석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정 청장의 장점으로 세심함, 꼼꼼함, 근면함 세가지를 꼽으며 노트의 존재를 언급했다. A씨 역시 노트 이야기를 꺼내며 "그래서 (정 청장에게)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보고를 받으면 노트에 다 적는다. 그런 노트가 몇 권이 되는 걸로 안다. 그 노트에 지시해야 될 사항, 지시한 사항, 오늘 처리해야 할 사항이 다 적혀있다. 보고할 때 예전 내용을 다 찾아본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면 한된다. 물론 그걸 근거로 따지는 건 못 봤다. 하지만 적는 거 자체로 부담이다. 엄청 성실하게 적는다."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추가하는 사람의 실력은 항상 최고일 수밖에 없다. 정기석 교수는 정 청장이 이전에 감염병 메뉴얼 개정 작업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보건복지부 혈액관리위원회 수혈부작용소위원회 위원)는 정 청장이 보건복지부 혈액장기팀장(2005년 10월~2007년 2월)일 때 같이 일하며 겪었던 상황을 이렇게 증언했다. 당시는 수혈을 통한 에이즈와 간염 감염 사례가 드러나는 등 부실한 혈액 관리 시스템이 문제로 떠오른 직후였다.

"그 때 정 청장이 혈액 관련 시스템을 다 바꿔서 이후 수혈을 통한 감염이 급감할 수 있었다. 제가 기억하는 것은 수혈감염 조사 프로세스 도입, 배상 지침 마련, C형 간염 등에 핵상증폭검사 도입, 전산시스템을 통한 헌혈 부적격자 판단, 헌혈부터 수혈까지의 자동화 등이다."

이런 발군의 실력의 배경에는 꾸준하고 꼼꼼한 정 청장의 노트가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확진환자 3명 추가 등과 관련해 브리핑하며 여러가지 표정을 짓고 있다. 정 본부장은 이날 국내 확진환자는 3명이 추가돼 총 15명이다.15명 모두 상태는 안정적이며, 사망설이 돌았던 4번 환자도 안정적인 상태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브리핑에서 정치적 수사는 생략하고, 항상 동일한 방역수칙의 준수를 반복적으로 요청한다. 기자들의 수많은 질문에 수치까지 제시하며 정확하게 답변하고, 공격적인 질문에도 감정의 동요 없이 침착하게 대응한다. 그의 말에는 낙관도, 비관도 없다. 오로지 엄중한 현실 인식만이 있을 뿐. 사진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올해 2월 초 브리핑을 하고있는 정 청장(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의 여러 모습이다. 이때는 머리가 많이 까맸다. ⓒ 연합뉴스
 
⑤ 서울대 의대 문예부

몇몇 사람들은 정 청장이 '서울대 운동권'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같은 83학번 동기인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협의의 의미로 볼 때는 애매하다"면서 "다만, 시대의 흐름에 대해 진보적이고 열려있는 마인드로서 항상 뒤에서 지원하는 성품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의대 시절 정 청장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상징적인 단어가 '문예부'다. 80학번으로 문예부 선배였던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공동대표는 이렇게 회상했다.

"문예부는 서울 의대에서 몇 개 없는 저항 서클이었다. 병원 내에서 사회참여적 시가 포함된 시화전을 열고, 브레히트와 김남주의 시, 루카치 미학을 읽었다. 본과 3학년 때는 문예부 자체로 판자촌 빈민 진료를 했다."

정 청장은 이런 문예부에서 차장을 했다. 이후 그의 행보를 보면, 당시 진보적인 의사들이 많이 선택했던 가정의학과를 선택했고, 대학병원에 남지 않고 첫 근무지로 보건소를 선택했다. 공공의료의 확대를 추구하는 인의협에 가입, 1992년에는 사무국 차장까지 지냈다. 그해 6월에는 '여의사 근무실태 및 성차별에 대한 인식도 조사결과'를 발표해 의료계 내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행보로 볼 때 이거 하나는 확실해 보인다. 정 청장은 학생 때부터 공공의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는 것. 우석균 대표는 "앞에 나서는 운동권은 아니었지만 그냥 평범한 의대생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민중 지향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정 청장이 징계에도, 공격에도, 지치는 장기전에도 도망가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는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⑥ 부모의 죽음을 알리지 않다

정은경 청장의 박사논문을 지도한 안윤옥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정 청장이 어떤 사람인지를 묻는 질문에 두가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하나는 그에게 화를 냈던 기억이고, 다른 하나는 논문에 대한 기억이었다. 첫번째는 정 청장이 보건복지부 과장으로 근무할 때 일이다.

"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주위 사람한테 연락을 안했다. 나 뿐 아니라 동문들 모두에게. 당시에는 부고를 안하면 사람 취급도 안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나중에 소식을 듣고 아주 그냥 전화를 해서 왜 알리지 않았냐고 화를 냈다. 그랬더니 보건복지부 과장 이상의 상가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을 주변에서 봐왔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더라. 직위가 있으면 누군가에게는 로비할 기회가 되지 않은가. 특정인에게만 따로 알릴 수도 없어서 일체 부고를 알리지 않았다는 거다. 굉장히 혼내려다가, 그 이야기를 듣고, 아, 공직자로서 정신이 똑바로 박혔구나..."

두번째 기억은 '너무 오래 걸린 논문' 이야기다.

"그 사람이 입학하고 학위 논문을 10년 걸려 썼다. 오래 걸린 이유 중 하나는, 자기가 진정 하고 싶은 거를 했을 때만 논문으로 제출하겠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이 공직생활을 하면서 논문을 쓴다는 게, 술렁술렁 해서 학위 따는 걸로 여겨지는 걸 싫어했다. 내가 박사를 열아홉 명을 지도했는데, 마지막 열 아홉 번째 제자다. 들어온 건 네번째였던 것 같은데."

이런 에피소드는 정 청장이 공직을 대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그에게 공직은 최소한 개인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가장 마지막에 일상을 회복할 사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 길고 지독한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방역 사령관'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국민들 앞에서 150여회 브리핑을 진행하는 동안 검은 머리가 흰 머리가 되어갔다. ⓒ 이희훈
 
지난 주 초 정 청장의 부상 소식이 전해졌다.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자택에서 넘어져 어깨를 다쳤으며, 병원에 입원했지만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병가중인 정 청장은 이번주 초, 이르면 화요일에 복귀할 예정이다.

정 청장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일상이 그리운 한해였다"라고 말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정 청장으로서는 지난 1년 중 처음으로 휴식을 가진 것일지 모른다. 정 청장은 소위 '워크홀릭'이다. 과장 때부터 늦게까지 일하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코로나19 상황이 발생했으니, 한동안 잠시 확신자 발생이 주춤했을 때도 오전 7시경에 출근해서 자정이 되어야 퇴근하는 생활을 이어갔다.

겨울 초입, 상황이 심상치 않다. 그래도 국민들은 별로 의심하지 않는다. 정 청장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방역 전선에 서리라는 것을. 그는,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도망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는 여전히 가장 늦게 퇴근할 것이고, 가장 일찍 출근하리라는 것을.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는 이 상황을 극복할 것이고, 그가 가장 마지막에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되찾을 사람이라는 것을.

방역은 백신이나 치료제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방역은 신뢰로 하는 것이다. 
정은경은 그 신뢰를 획득했다.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 "감사하고,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19 대응하는 데 굉장히 많은 분들이 수고를 하셨잖아요. 정부 다른 부처도 그렇고, 지자체 공무원들도 그렇고, 의료인들도 그렇고. 많은 분들 다 같이 고생하셨는데, 그것을 개인이 받는 것 같은 약간 미안함... 좀 과분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인사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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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토에 출입허가 내주는 점령군 사령관

[개벽예감 422] 우리 영토에 출입허가 내주는 점령군 사령관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0/12/0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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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지상작전사령관의 무단출입사건

2. 점령군 사령관의 출입허가

3. 미국이 조작해놓은 불법군사조직

4. 유엔안보리가 아닌 다른 통로 

5. 조선을 마지막 선택으로 이끌어가는 정세

 

 

1. 지상작전사령관의 무단출입사건

 

“우리는 지금까지 최대의 인내력을 발휘하여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조치들을 깨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

 

위의 인용문은 2019년 12월 3일 조선외무성 미국담당부상이 발표한 담화의 일부다. 그가 담화에서 말한 ‘크리스마스선물’은, 미국이 조선에 대한 적대정책을 전향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조선은 2019년 12월 25일에 대미압박공세를 가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조선의 대미압박공세는 곧 군사행동을 의미하므로, 미국군 수뇌부는 조선인민군이 2019년 12월 25일에 군사작전을 단행하지 않을까 하고 우려했다. 미국의 신경은 곤두섰다. 

 

그래서 미국은 2019년 12월 25일 새벽 각종 정찰기를 한꺼번에 5대나 한반도 중부 상공에 출동시켜 전례 없는 대규모 정찰작전을 벌였다. 덩달아 한국군도 이지스구축함을 동해에 출동시켰고, 미사일조기경보레이더를 켜놓고 대북감시에 집중했으며, 항공통제기도 띄웠다. 트럼프 대통령도 침묵하지 않았다. 2019년 12월 24일 백악관 출입기자가 위의 인용문에 나온 ‘크리스마스선물’에 관해 질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성공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것은 만일 조선인민군이 미국을 위협하는 군사작전을 실행하면, 아주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엄포발언이었다. 

 

그러나 당시 미국군이 전개한 대규모 정찰작전과 미국 대통령이 꺼내놓은 엄포발언은 그들이 상황을 얼마나 오판했는지를 보여준 우스꽝스러운 소동에 불과했다. 만일 조선인민군이 미국을 위협하는 군사작전을 정말로 실행하려고 했다면, 작전날짜를 예고하지 않고, 작전준비징후도 노출하지 않고 불시에 실행했을 것인데, 상황을 오판한 미국은 강력대응이요 뭐요 하면서 야단법석을 떨었던 것이다. 

 

‘크리스마스선물’을 예고한 조선외무성 미국담당부상의 발언을 듣고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이 긴장하고 있었던 2019년 12월 5일 케네스 윌스백(Kenneth S. Wilsbach) 당시 주한미국군 부사령관은 남영신 당시 한국군 지상작전사령관과 함께 한국군 3사단 최전방부대가 주둔하는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시찰했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조국강토를 남북으로 갈라놓은 비무장지대의 어느 한 구간을촬영한 사진이다. 나무와 풀이 자라난 우리 영토 위에 군사분계선 철책이 길게 이어진 모습이 보인다. 조국강토가 남북으로 갈라진 것도 참을 수 없는 비극과 불행인데, 주한미국군이 조국강토를 갈라놓은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 관할하고 있으니 비극과 불행은 더 가증되었다. 유엔기를 든 주한미국군이 비무장지대남측 구역을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 봐도, 주한미국군은 주둔군이 아니라점령군이라는 실상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주한미국군 부사령관과 한국군 지상작전사령관이 함께 전선을 시찰한 직후,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2020년 1월 29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2019년 12월 당시 로벗 에이브럼스(Robert B. Abrams)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이 비무장지대 출입허가를 받지 않고 드나들었다고 지적하면서, 비무장지대 출입규정을 위반했다는 통보를 한국군 합참본부에 보냈다고 한다. 한국군 군인 또는 남측 주민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에 들어가거나 비무장지대를 통과하여 북측에 가려면 반드시 48시간 전에 주한미국군 사령부에 출입허가를 신청하고, 허가를 받게 되어 있다.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은 자기 혼자 비무장지대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주한미국군 부사령관과 함께 들어갔으므로 당연히 주한미국군 사령관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주한미국군 사령부의 판단은 달랐다. 주한미국군 사령부의 판단에 따르면, 한국군 지상작전사령관과 주한미국군 부사령관이 함께 비무장지대에 들어가는 경우, 주한미국군 부사령관은 출입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지만, 한국군 지상작전사령관은 출입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2월 3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시 에이브럼스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김종문 한미연합사 부참모장에게 한국군 지상작전사령관의 비무장지대 무단출입사건을 조사하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한국군 지상작전사령관의 전선시찰에 조사권을 발동한 것이다. 주한미국군 사령관이 조사권을 발동한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한국군 수뇌부가 자기 허가를 받지 않고 비무장지대를 무단으로 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한국군 합참본부에 보내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한국군 지상작전사령관보다 상위에 있는 한국군 합참의장이 비무장지대 감시초소를 방문하려고 해도, 48시간 전에 주한미국군 사령관에게 출입허가를 신청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 사건을 살펴보면,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한국군 합참의장보다 상위에 있는 최고위급 사령관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사건을 살펴보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은 유엔기를 든 주한미국군이 관할하는 점령지역이며, 따라서 한국 정부의 행정권은 비무장지대에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엔기를 든 주한미국군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 봐도,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주둔군 사령관이 아니라 점령군 사령관이며, 주한미국군은 주둔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라는 실상을 알 수 있다. 또한 한국군 합참의장이 주한미국군 사령관의 출입허가를 받아야 비무장지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 봐도, 한국군은 유엔군 사령관 모자를 쓴 점령군 사령관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실상이 드러난다. 점령군 사령관의 통제를 받는 군대를 허수아비군대라고 부른다. 

 

 

2. 점령군 사령관의 출입허가

 

2019년 10월 23일 유엔사령부는 비무장지대 출입문제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사실을 밝혔다. 유엔사령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10월까지 약 2,200건에 이르는 비무장지대 출입허가신청을 받았는데, 그 가운데서 93% 이상을 허가해주었다고 한다. 미국이 유엔군 부사령관 자리에 앉혀놓은 오스트레일리아 해군중장 스투어트 메이어(Stuart C. Mayer)는 2020년 11월 24일 발표문에서 유엔사령부가 2020년 1월부터 11월까지 약 3,800건에 이르는 비무장지대 출입허가신청을 받았는데, 그 가운데서 98%를 허가해주었다고 밝혔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비무장지대를 드나들기 위해 유엔사령부에 출입허가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을까? 그 의문을 풀려면, 많은 관광객들이 판문점 남측 구역에 가보려고 주한미국군 사령관의 출입허가를 받아야  했으며, 지금은 폭파되어 없어졌지만 개성에 있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자주 드나들던 남측 인원들도 주한미국군 사령관의 출입허가를 받아야 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 사실을 아는 순간, 의문이 풀리는 게 아니라, 자기 땅인데도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하고, 점령군 사령관의 출입허가를 받아야 하는 굴욕적인 현실에 분노하게 된다. 

 

그렇다면 유엔군 사령관 모자를 쓴 점령군 사령관은 비무장지대 출입허가신청 가운데서 어떤 것을 끝내 허가하지 않았을까? 불허사례는 다음과 같다.

 

1) 2018년 8월 23일 통일부는 서울에서 출발한 열차를 개성을 거쳐 신의주까지 운행하면서 북측 철도에 대한 남북공동조사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점령군 사령관은 열차의 비무장지대 통과를 허가하지 않았다. 

 

2) 2019년 6월 12일부터 13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진행된 한독통일자문위원회에 참석한 도이췰란드 신련방주 특임관 겸 경제-에너지부 차관을 대표로 하는 도이췰란드 정부대표단이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 감시초소를 방문하려고 했을 때, 정경두 당시 국방장관은 주한미국군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비무장지대 출입을 허가해달라고 특별히 요청했지만,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도이췰란드 정부대표단의 비무장지대 출입을 허가하지 않았다. 

 

3) 2019년 10월 4일부터 10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된 제100차 전국체전을 위해 서울시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성화를 채취해 서울까지 봉송하려고 출입허가를 신청했지만,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허가하지 않았다.  

 

4) 2019년 8월 9일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경의선 도라산역에서 진행된 ‘파주 DMZ 평화의 길 개방행사’에 참석하는 길에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대성동 마을을 방문하려고 출입허가를 신청했는데,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통일부 장관에게만 허가를 내주고 그와 동행하는 취재진에게는 허가를 내주지 않는 바람에 통일부 장관은 대성동 마을에 가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5) 이재강 경기도 평화 부지사는 지난 2016년에 폐쇄된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고 남북교류를 재개하기 위해 도라전망대에 사무실을 설치하려고 했다. (도라전망대는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도라산리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에 있고, 한국군 1사단이 그 지역에 주둔한다.) 경기도 평화 부지사는 2020년 10월 중순부터 한국군 1사단과 도라전망대에 사무실을 설치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해왔고, 마침내 합의를 봐서 2020년 11월 9일 도라전망대 사무실로 집기를 반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국군 1사단이 유엔사령부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집기반입을 중지시켰다. 하는 수 없이 경기도 평화 부지사와 직원들은 비무장지대에서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임진각에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위에 열거한 불허사례들이 말해주는 것은, 유엔기를 들고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한 주한미국군이 그 지역에서 행사하는 배타적인 관할권이 우리 영토에 대한 주권을 난폭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독도가 우리 섬인 것처럼, 비무장지대도 우리 땅이다. 독도에 대한 주권은 한국 정부가 행사하고 있지만,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에 대한 주권은 미국이 틀어쥐고 있다. 주한미국군이 주둔하는 군사기지들이 미국의 관할지로 넘어간 것도 치욕적인데, 주한미국군이 주둔하지도 않는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까지 미국의 관할지로 넘어갔으니 더 치욕적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이재강 경기도 평화 부지사가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통일대교 남측 입구에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요구하며 1인시위를 하는 장면이다. 그는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고 남북교류를 재개하기 위해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도라전망대에 사무실을 설치하려고 했으나, 유엔사령부가 허가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그와 직원들은 비무장지대에서 멀리 남쪽으로 떨어진 임진각에 천막을 치고 그안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유엔사령부를 해체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개성공단은 정상화될 수 없고, 남북교류도 재개될 수 없다.  

 

미국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한 것은, 일본이 독도를 점령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한 치욕이다. 왜냐하면 미국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 관할하는 것은 조국강토를 남북으로 갈라놓은 분단체제를 영구히 유지하려는 미국의 분할점령정책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와 다르게, 독도문제는 조국강토를 남북으로 갈라놓은 분단체제와 무관하다.   

 

이처럼 미국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에 대한 우리의 주권을 훼손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일본의 독도강탈책동에 대해서는 분노하지만 미국의 비무장지대점령에 대해서는 그저 무덤덤하다. 사람들은 미국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하고 배타적인 관할권을 행사하는 치욕스런 현실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그것을 당연한 일처럼 여기고 있다. ‘한미동맹’이라는 지독한 최면상태에 빠져 자주의식이 마비되어버린 것이 더 참을 수 없는 비극과 불행이다. 사람들이 일본의 독도강탈책동에 분노하는 것처럼 미국의 비무장지대점령에 분노할 때, 66년 동안 지속되어오는 ‘한미동맹’의 최면상태에서 깨어나 자주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유엔군 사령관 모자를 쓴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1953년 7월 27일에 체결된 정전협정에 규정된 자기의 고유한 권한을 행사한다고 하면서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에 대한 배타적 관할권을 행사해왔다. 정전협정 제1조 8항에는 이렇게 명기되었다. “비무장지대 내의 어떠한 군인이나 사민이나 그가 들어가려고 요구하는 지역의 사령관의 특정한 허가 없이는 어느 일방의 군사통제 하에 있는 지역에도 들어감을 허가하지 않는다.” 

 

유엔기를 든 주한미국군은 바로 이 정전협정 조항을 틀어쥐고 사상 최악의 사태를 일으켰다. 유엔기를 든 주한미국군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하고, 배타적 관할권을 행사하는 극단적인 모순은 우리 민족의 자주적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커다란 장애물이다. 우리 민족의 삶을 고통과 불행으로 몰아넣은 정전체제 한복판에 바로 그 극단적 모순이 놓여있다.  

 

현실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에 대한 주권을 주한미국군 사령관에게서 되찾아올 생각은 하지 않고,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고 싶다는 잠꼬대 같은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그는 2019년 9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19기 출범식 연설에서 “국제평화지대로 변모하는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을 국제경제특구로 만들어 본격적인 평화경제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드는 일은 북한의 행동에 화답하는 행동으로 신뢰를 쌓는 일이며 비무장지대 내의 활동에 국제사회가 참여함으로써 남북 상호 간의 안전을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잠꼬대 같은 소리는 2020년에도 계속 들려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월 신년사와 신년기자회견에서 제시한 남북교류협력사업 가운데는 남북철도-도로를 연결하는 사업, 남북접경지역에서 상호협력하는 사업, 비무장지대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사업이 있다. 

 

유엔기를 든 주한미국군 사령부가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하고 배타적 관할권을 행사하는 극단적 모순을 그대로 두고, 남북철도-도로를 연결하고, 남북접경지역에서 상호협력을 추진하고 싶다고 했으니, 그런 잠꼬대 같은 소리가 또 어디에 있을까! 미국의 점령지역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고 싶다는 말은 너무도 창피한 소리여서 더 이상 거론하기도 힘들다. 

 

미국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한 극단적인 모순을 애써 외면하면서,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고 싶다는 해괴한 발상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20년 동안 표현만 약간 바뀐 채 계속 제기되어왔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서명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는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되었다. 또한 2018년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함께 서명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는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대책을 강구하기로 하였다”고 명시되었다.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에 대한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남측 정부가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비현실적인 제안을 꺼내놓았지만, 북측 정부는 모처럼 어렵사리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를 원만히 이끌어내려는 생각에서 그런 비현실적인 제안을 거부할 수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문재인 정부는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고,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진전시키면 평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정치선전을 귀가 따가울 정도로 계속하지만, 미국이 유엔기를 든 주한미국군 사령부를 앞세워 비무장지대를 점령하고 있는 한, 그런 선전은 외국군대의 영토점령으로 주권을 훼손당한 현실을 은폐하는 허위선전에 지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그런 허위선전을 늘어놓지 말아야 하며, 유엔군 사령관 모자를 쓴 주한미국군 사령관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의 관할권을 배타적으로 행사하는 모순을 세상에 폭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혹시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의 주권문제를 제기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바라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친미예속정부는 언제나 백악관의 비위나 맞춰주려고 애쓰기 때문에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되찾아 영토주권을 확립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다. 그런 친미예속정부가 남북정치협상을 100년 동안 계속한다고 해도, 성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3. 미국이 조작해놓은 불법군사조직

 

그러면 어떻게 해야 유엔사령부를 해체하고, 미국이 점령한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되찾아 주권을 확립할 수 있을까? 그 방도를 모색하려면, 우선 유엔군과 유엔사령부가 출현하게 된 역사적 사실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1950년 7월 7일 유엔안전보장리사회는 상임리사국인 소련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진행된 회의에서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성원국들의 모든 군대를 미국원동군 사령관이 지휘하는 연합사령부(Unified Command)에 배속시키고, 연합사령부가 유엔기를 사용하게 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것이 유엔안전보장리사회 결의안 제84호다. 

 

당시 소련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일부인 대만이 ‘중화민국’이라는 국가를 참칭하면서 중국의 유엔대표권을 행사하는 부조리에 항의하여 1950년 1월 13일부터 유엔안보리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소련이 불참하는 기회를 틈탄 미국은 막후공작을 벌여 소련에게 불리한 유엔안보리 결의안들을 계속 조작해냈다. 유엔헌장 제27조에는 유엔안보리 결정이 5개 상임리사국 전체의 찬성과 7개 이상 비상임리사국의 찬성으로 채택된다고 규정되었으므로, 상임리사국인 소련이 불참한 가운데 미국의 막후공작에 의해 채택된 모든 결의안은 원천무효다. 이런 법리적 해석에 따르면,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성원국들의 모든 군대를 미국원동군 사령관이 지휘하는 연합사령부에 배속시키고, 그 연합사령부가 유엔기를 사용하게 한다는 유엔안전보장리사회 결의안 제84호는 원천무효다. 

 

당시 유엔을 장악한 미국은 전횡을 부리며 국제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1950년 7월 25일 소련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진행된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은 6.25전쟁 지휘부인 연합사령부가 작성한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그 보고서에서 미국은 연합사령부라는 명칭을 제멋대로 유엔사령부라고 바꿔놓았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보면, 유엔사령부는 유엔안보리 결정에 의해 성립된 합법군사조직이 아니라, 미국의 자의적인 명칭변경으로 조작된 불법군사조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엔사령부가 미국이 조작해놓은 불법군사조직이므로, 그 휘하에 배속된 유엔군도 유엔헌장을 짓밟고 유엔의 이름을 더럽힌 군대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유엔군과 유엔평화유지군을 비교하면 그런 사실이 자명해진다. 

 

1) 유엔평화유지군은 유엔평화작전부(UN Department of Peace Operations)와 유엔작전지원부(UN Department of Operational Support)의 통제 밑에서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전선에 파견되어 확전을 막고 평화적 해결을 위해 활동한다. 그런데 유엔군은 한반도전선에서 확전을 막고 평화적 해결을 위해 활동하기는커녕 정반대로 남북내전에 불법적으로 개입하여 내전을 국제전으로 확전시켰고, 북위 38도선을 넘어 조선을 침공했으며, 야만적인 무차별폭격으로 38도선 이북의 도시들과 산업시설 전반을 파괴하고 민간인을 대량살상했으며, 조선과 중국 동북지방에 핵폭탄을 투하하려고 광분했다. 이것은 국제형사재판소의 유죄판결조건을 충족시키는 침략범죄와 전쟁범죄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역사적 사실을 외면한 노무현 정부는 2007년 11월 11일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을 제정했고, 박근혜 정부는 2013년 7월 26일 ‘유엔군 참전의 날’을 제정했고, 문재인 정부는 2020년 3월 24일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으니, 이것이야말로 친미예속정권의 경거망동이 아닌가!    

 

2) 자국군대를 유엔군의 일원으로 6.25전쟁에 파병했던 친미국가들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연락장교만 남겨두고 차례로 철군했고, 1976년 7월 26일 타이군이 마지막으로 철수한 이후 미국군만 남았다. 그러므로 1976년 이후 유엔군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유엔사령부는 군대 없는 명목사령부로 전락했다. 

 

3) 유엔평화유지군 지휘권은 유엔 부사무총장이 행사한다. 그런데 유엔군 지휘권은 6.25전쟁 중에는 미국원동군 총사령관이 행사했었고,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1976년까지는 주한미국군 사령관이 행사했다. 유엔군의 마지막 일원이었던 타이군이 철수한 1976년 이후 유엔군은 없어지고 미국군만 남았는데도,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여전히 유엔군 사령관 모자를 눌러쓰고 유엔군 사령관으로 행세하는 촌극을 벌이고 있다.  

 

4) 유엔평화유지군을 유지하는 재정은 유엔안보리 상임리사국 5개국과 몇몇 다른 유엔성원국들이 분담한다. 유엔군은 1976년 이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유엔사령부를 유지하는 재정만 필요한데, 유엔사령부를 유지하는 재정은 주한미국군 유지비에 포함된다. 이런 사정은 유엔사령부가 유엔과 무관하고, 유엔의 이름을 도용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6.25전쟁이 치렬하게 벌어지고 있었던 1950년 7월 14일 일본도꾜에 있는 미국원동군 총사령부 청사 옥상에서 진행된 유엔기 전달식 장면이다. 당시 유엔사무총장 트리그브 리는 6.25전쟁에 파병한 유엔성원국 군대들이 유엔기를 사용하게 허락한 유엔안전보장리사회 결의에 따라 콜린스 당시 미국 육군참모총장에게 유엔기를 위탁하여 미국원동군 총사령부에 전달하게 하였다. 콜린스는 트리그브 리로부터 건네받은 유엔기를 도꾜로 가지고 가서 미국원동군 총사령관 맥아더에게 전달했다. 위의 사진은 트리그브 리의 특사인 앨프레드 카친 대령이 배석한 가운데 진행된 유엔기 전달식에서 콜린스가 맥아더에게 유엔기를 넘겨주는 장면이다. 유엔기를 건네받은 유엔군은 남북내전에 불법적으로 개입해 내전을 국제전으로 확전시켰으며, 북위 38도선을 넘어 조선을 침공했으며, 38도선이북지역의 도시들과 산업시설들을 야만적인 무차별폭격으로 파괴하고 민간인들을 대량살상했으며, 조선과 중국 동북지방에 핵공격을 가하려고 광분했다. 유엔군은 그런 전쟁범죄를 저지르면서 유엔헌장을 짓밟고, 유엔의 이름을 더럽힌 침략군대였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은 유엔사령부가 미국의 전횡에 의해 조작된 불법군사조직이며, 유엔군은 미국군이 자기의 침략적 정체를 유엔 깃발로 은폐하는 데 이용당했음을 보여준다. 1950년 당시 유엔안보리는 미국의 거수기로 전락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유엔사령부를 조작해놓은 미국의 전횡을 뻔히 보면서도 그냥 넘어갔으며, 침략군대에 유엔기를 들려주는 어처구니없는 실책을 저질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국제정세가 바뀌었다. 유엔에서 미국의 전횡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새로운 시대가 왔다. 유엔성원국들은 유엔 역사에서 최악의 실책으로 기록된 미국의 유엔사령부 조작사건을 방치한 유엔의 직무유기에 관심을 돌렸다. 그리하여 1975년 11월 18일에 진행된 유엔총회 제30차 회의에서 유엔사령부를 해체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두 가지 결의안이 동시에 채택되었다. 미국이 발의한 결의안 제3390A호는 정전체제를 관리할 수 있는 다른 장치가 마련되면 1976년 1월 1일까지 유엔사령부를 해체할 수 있다는 조건부 해체안이었고, 다른 유엔성원국들이 발의한 결의안 제3390B호는 유엔사령부를 무조건, 즉시 해체해야 한다는 무조건 해체안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정전체제를 관리하는 다른 장치를 만들지 않았고, 다른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구실을 내세워 유엔사령부 해체결의안을 이행하지 않았다. 

 

주목되는 것은, 1975년 유엔총회 제30차 회의에서 채택된 유엔사령부 해체결의안은 강제력이 없는 권고안이라는 사실이다. 유엔사령부를 해체하려면 강제력이 없는 유엔총회 결의안이 아니라 강제력이 있는 유엔안보리 결의안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엔안보리 거부권을 행사하는 5개 상임리사국들 가운데 유엔사령부 해체를 지지하는 나라는 로씨야와 중국이고, 미국, 영국, 프랑스는 유엔사령부 해체를 반대한다. 그러므로 로씨야와 중국이 유엔사령부 해체안을 유엔안보리에 상정해도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영국과 프랑스가 동조하면 그 해체안은 채택되지 못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유엔안보리에서 유엔사령부 해체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유엔안보리가 아닌 다른 통로 

 

유엔사령부를 해체하려면 유엔안보리가 아닌 다른 통로를 이용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통로는 미국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한 국제법적 근거를 말소시키는 것이다. 미국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한 국제법적 근거는 정전협정이다. 따라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해버리면 유엔사령부는 자동적으로 해체될 것이고, 점령군 사령관은 유엔군 사령관 모자를 벗고 유엔기를 유엔사무국에 반환하게 될 것이다. 

 

이런 사정을 일찌감치 파악한 조선은 지난 60여 년 동안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기 위한 끈질긴 노력을 기울였다. 조선의 끈질긴 노력이 집중된 결절점은 조미직접협상이다. 그리고 조미직접협상의 최고단계는 조미정상회담이다. 

 

그러나 조선과 협상하기는커녕 조선과 연락하는 것조차 거부한 미국은 다자협상의 틀을 차려놓고 그 안에서 조선과 형식적인 협상을 벌였다. 4자회담과 6자회담 같은 다자협상은 조선과 직접적으로 협상하기 싫은 미국의 술책에 불과했으므로, 그런 다자협상에서 의미 있는 합의가 이루어지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조선은 녕변핵시설 일부를 불능화하여 6자회담 합의를 이행하는 성의를 보였으나, 미국은 6자회담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시간을 질질 끌었으며, 조선에 금융제재를 가하여 6자회담을 파탄상태로 몰아넣었다. 

 

이런 험악한 사태에 대응하여 조선은 2009년 4월 14일 6자회담에 불참하고, 녕변핵시설을 원상복구하겠다고 선언했고, 5월 25일에는 제2차 핵시험을 단행했으며, 6월 13일에는 우라늄농축을 시작했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2009년부터 조선이 핵무력완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음을 말해준다. 바로 그 2009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추대된 해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워놓은 핵무력완성이라는 목표가 8년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의해 달성되리라는 것은 그 당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한 8년의 투쟁에서 조선은 미국의 협박과 공갈과 방해를 물리치면서 난관을 돌파해야 했고, 핵무력을 완성하기까지 수많은 과학기술적 난제들을 자력으로 해결해야 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2017년 11월 29일 조선은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실물로 핵무력을 완성하였음을 입증했다. 그렇게 되자 미국은 어쩔 수 없이 조미정상회담에 끌려나왔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은 그런 배경에서 성사되었다.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었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전략은 단계적 해결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전략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하지 않고, 미국의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하는 전술문제를 제시하는 것으로 해결의 돌파구를 열어놓았다. 미국이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하면, 그 다음 단계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제기한, 미국의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즉석에서 받아들였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합의였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미국군기지 캠프 험프리즈 안에 건설된주한미국군 사령부 청사를 촬영한 사진이다. 청사 앞에 성조기, 태극기, 유엔기가나란히 게양되어 있다. 유엔사령부는 미국이 유엔을 장악하고 전횡을 부리던1950년에 막후공작으로 유엔안보리를 움직여 조작해놓은 불법군사조직이다. 유엔군의 마지막 구성군이었던 타이군이 철수한 1976년 이후 유엔군은 없어지고 미국군만 남았는데도,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여전히 유엔군 사령관 모자를 눌러쓰고유엔군 사령관으로 행세하는 촌극을 벌이고 있다.  

 

 

5. 조선을 마지막 선택으로 이끌어가는 정세

 

그러나 미국군 수뇌부는 미국의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지 않으려고 꼼수를 부렸다. 이를테면, 대조선전쟁연습에 사단급 부대들을 동원해오던 조치를 변경하여, 사단급 부대를 중대급 부대들로 잘게 쪼개어 전쟁연습을 분산적으로 진행하는가 하면, 군사분계선 이남지역에서 진행해오던 대조선전쟁연습을 미국 본토에서 진행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트럼프 행정부는 조미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기간에도 조선에 대한 제재강도를 더욱 높였다. 2020년 10월 21일 <미국의소리>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단독으로 조선에 가한 제재대상은 개별인사 177명과 기관 313개라고 한다. 미국이 제재대상으로 지목한 177명 개별인사들 가운데는 최룡해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 위원장, 리병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있고, 제재대상으로 지목한 313개 기관들 가운데는 조선로동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조선인민군 정찰총국, 조선국방과학원, 조선무역은행이 있다. 이런 사정은 미국의 경제제재가 조선의 경제를 제재하는 수준을 넘어서 조선의 핵심지도부를 겨눈 노골적인 적대행위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처럼 미국군 수뇌부가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미국 재무부가 조선의 핵심지도부를 겨눈 노골적인 적대행위를 자행하는 상황에서 조미정상회담은 결국 유산되고 말았다. 

 

2021년 1월 20일에 출범할 미국의 새 행정부도 대조선적대정책에 계속 집착할 것으로 예견된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는 대통령 재임 중에 대조선적대정책을 계속하면서도 조미정상회담에 관심을 두었지만, 조 바이든(Joseph R. Biden Jr.)은 대통령 재임 중에 조미정상회담을 외면하면서 대조선적대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견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조선적대정책에 집착하면서 조미정상회담을 유산시킨 것과 더불어, 동북아시아정세도 미국이 유엔사령부에 강하게 매달리는 방향으로 전변되었다. 국력을 키워온 중국이 강대국으로 일어서자, 그에 놀란 미국은 중국을 억제하는 반중군사전선을 구축하려고 혈안이 되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미국은 유엔사령부를 강화하려는 행동을 취하게 된 것이다. 2019년 9월 17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014년부터 유엔사령부 재활성화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시작하여 유엔사령부 참모진을 다국적 군사지휘관들로 확대, 개편하는 한편, 유엔군 파병국들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2019년 9월 1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국군 사령부는 2019년 8월부터 유엔군 부사령관과 한국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을 대표로 하고, 주한미국군 사령부 실무자들, 한국 국방부 실무자들, 유엔사령부 실무자들로 구성된 고위급 협의체를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은 오랜 기간 조선이 인내력을 발휘하면서 진행해온 대미협상과 대남협상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이런 정세는 조선을 마지막 선택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조선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려는 것은 조국통일대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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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거리두기’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상향 “3단계 전 최후의 보루”

8일부터 28일까지 3주간... 박능후 중대본 제1차장 “모든 사회활동을 자제하고 최소화해달라”

이소희 기자 lsh04@vop.co.kr
발행 2020-12-06 18:34:08
수정 2020-12-06 18: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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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12.06.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12.06.ⓒ사진 = 뉴시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적인 '3차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오는 8일 0시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한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대본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 같이 밝히며, "비수도권에 대해서도 유행 확산 차단을 위해 거리두기 2단계로 상향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박 1차장은 "이러한 단계 상향에 대해서는 각 부처와 지자체, 생활방역위원회의 전문가 분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면서 "대다수가 동의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비수도권의 경우 편차가 있지만 수도권의 심각한 상황과 1일생활권인 우리나라의 여건을 고려해 2단계로 일제 상향을 권고키로 했다. 실제 대구·경북권과 제주도 등은 1단계 거리두기 기준에 해당하는 수준의 확진자 발생 추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각 지자체 별로 여건에 맞게 단계를 조정할 수 있는 자율권을 부여키로 했다.

정부는 수도권 거리두기 단계를 2.5단계로 상향하며, 필수적인 사회경제활동을 제외하고는 외출이나 모임 등 모든 사회활동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박 1차장은 "2.5단계는 사회활동의 엄중제한에 해당하는 단계"라며, "지금은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며, 가급적 모든 사회활동을 자제하고 최소화해달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는 "3단계 전면 제한 조치 직전의 최후의 보루"라며, "정부의 규제조치 외 활동이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고도 짚었다.

이번 거리두기 상향 조치는 오는 8일 0시부터 28일까지 3주동안 시행된다.

박 1차장은 거리두기 상향 조치를 통해 "수도권 일일 환자 수를 150명~ 200명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것이 목표"라면서 "상황 전개를 지켜보며 거리두기 단계를 연장하거나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의 유행과 길어지는 거리두기로 이미 큰 피해를 입은 분들께 재차 송구하다"면서도, "지금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이번 위기는 지금까지 위기와는 다르다. 방역역량을 집중할 중심 대상이 없다. 자칫하면 지난 유행들과 비교할 수 없는 훨씬 큰 규모의 확산이 초래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의료체계가 한계에 도달한다면 우리 모두에게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확진자 급증으로 인한 병상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 지정 입원치료병상 가운데 중환자 치료 역량이 있는 병상을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으로 확보하기로 했다. 또 상급종합병원들에 협조를 구해 인력과 장비 등을 지원하여 중환자병상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6일 현재 코로나19 중증환자가 즉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수도권에 20개, 전국에 55개 뿐이다. 정부는 현재 운영중인 177개 전담치료병상을 오는 15일까지 274병상까지 확대하고 추후에도 계속 확대할 방침이다.

끝으로 박 제1차장은 "정부로서는 모든 방역조치를 하고 저희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다 동원해서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만,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고 동참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면서 "이제는 약속과 모임을 자제하는 수준이 아니라 다 취소하시고, 이 3주간만은 모든 활동을 줄여주시기를 부탁드리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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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하는 거라고?

  • 기자명 김성진 공공운수노동자
  •  
  •  승인 2020.12.06 18:19
  •  
  •  댓글 0
 
 

올해 6월, 민주노총 통일위원회가 6·15공동선언 20주년을 기념하는 ’노동자공동행동’을 벌였다. 이 사업에서 일반 조합원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으로 6·15공동선언을 지지하는 ‘손팻말 인증샷’이 있었다. 여기에 호응하여 필자가 몸담은 노동조합에서 조합원 인증샷을 취합했고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손팻말 인증샷의 내용은 ‘미국은 남북관계 간섭 말고 대북제재 해제하라’, ‘한반도 긴장 조성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우리 민족 번영의 길 남북공동선언 이행’, ‘70년 전쟁 끝내고 평화협정 체결하자’였다.

노동조합이 조합원 인증샷을 게시하자 게시글 아래로 많은 댓글이 달렸다. “노조의 목적이 뭔지부터 되돌아봐라”, “노조는 언제까지 민노총 꼭두각시가 되어서 조합원들 내동댕이치고 정치질이나 할래?”, “이런 건 퇴근 후 각자 시민단체나 정당에 들어가서 하세요”, “우리 일만 신경 쓰면 안 될까요? 앞으로 우리 노조가 어떻게 나가야 할지 걱정 안 되십니까?”, “한민족 잘살자는 거 청와대랑 통일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자유게시판도 아니고 조합원 확인 후 실명으로 가입해야 하는 게시판에서 수십 건의 댓글 중에 이런 비난 글이 압도적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2020년 815 노동자대회
▲ 2020년 815 노동자대회

물론 모든 노동조합이 이렇지는 않고, 모든 조합원이 이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랬으면 어떻게 노동자 통일운동이 이어지고, 진보정당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필자가 몸담은 노동조합이 대규모 공기업노조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노동조합이라 할 것 없이 이런 경향이 점점 더 짙어지는 추세라서 가슴이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노동현장에서는 노동조합과 활동가들의 정치활동, 통일운동, 연대사업에 대해 부정적, 배타적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사실 이런 활동들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활동가가 아닌 일반 조합원도 수십 년 동안 했던 활동이 아닌가. 그뿐만 아니라 임금, 복지, 노동조건의 향상을 위한 활동이 아니면 노동조합이 본연의 역할을 하지 않고 ‘딴짓을 한다’고 생각하는 극단적 실리주의 경향도 널리 퍼져있다. 

이런 경향들은 눈앞의 이익만 보고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이익을 보지 못하는 대표적인 소탐대실이다. 정부가 “성과급을 많이 줄 테니 정부에서 추진하는 성과연봉제나 직무급제를 받아들이라.”라고 해서, 그리고 조합원들이 그것을 바란다고 해서 노동조합이 투쟁을 접고 정부안대로 합의한다면 조합원에게 이익일까. 임금이나 복지, 노동조건의 향상도 중요하지만 노동자의 근본적이며 더 큰 이익은 다른 데에 있다. 

노동자의 경제적 이익만 놓고 보자면 임금인상은 물가상승으로 곧 그 효과가 상쇄되고, 복지향상과 노동조건 개선은 사업장 내에 머물고 있다. 노동자의 급여통장은 단지 급여가 스쳐 지나가는 곳으로 임금이 입금되자마자 각종 지출로 빠져나가고 만다. 우리 사회는 노동자의 삶이 사회적으로 보장되지 못함으로써 오로지 임금만으로 노동자가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임금 이외의 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노동자가 임금인상을 절박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지만 수입을 늘리기 위한 모든 시도는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고 만다.

노동자의 지갑을 살찌게 하는 것은 수입을 늘리는 것과 함께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 가계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 교육비는 물론이고 의료비, 보험료, 교통비, 통신비, 각종 세금 등 기본 비용을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놀고먹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수입이 없어도 의식주는 기본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를 갖춰야 한다. 그래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노동조합이 단체협상을 통해, 예를 들어 ‘자녀학자금 지원’ 등 사업장 내부 요구가 아닌 생활적 요구를 걸고 투쟁하기도 하지만 하나의 사업장 노동조합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노동자 사이의 연대, 노동자와 민중의 연대를 기초로 한 사회정치적 투쟁이 요구된다. 사회적 요구는 사회적 투쟁 없이 쟁취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연대와 투쟁을 정치적으로 이끌어 갈 진보정당이 필요하다.

노동자는 경제적 이익만 충족하면 삶에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모든 사람은 인간답게 살기를 바란다.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노동자가 왜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조합이 강해지기를 바랄까?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전, 노동조합이 없던 시기에 현대계열사 노동자는 두발 단속을 당해야 했고 관리자들의 일상적 폭력을 감내해야 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땅콩 회항’ 등 직장 갑질과 성희롱, 인격 모독이 그치지 않고 직장 내 민주화는 갈 길이 멀다. 

노동자는 사업장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구속과 탄압에 저항한다. 일하는 보람을 빼앗아가고, 자신의 발전과 향상을 막으며, 자주성을 구속하고, 인간적 자존심을 짓밟는 사용자 측의 행위에 저항하며 극복하기를 바란다. 또한, 자신의 노동과 사업장 내 모든 환경을 자기 뜻에 맞게 주도적으로 바꿔 나가려 한다. 개인으로서는 해결방법이 없는 이 요구를 노동자는 노동조합 결성과 강화를 통해 해결한다. 이렇듯 노동자가 노동조합으로 모이는 이유가 경제적 이익의 측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이든 사회정치적이든 이런 노동자의 요구와 이익은 노동과정을 포함한 모든 생활영역에서 발현된다. 노동조합의 활동은 대체로 사업장 담벼락 안에서 이루어지고 생산과정에 개입하는 정도로 제한된다. 하지만 노동자의 요구와 이익은 그런 경계가 없다. 그것은 사업장 내 생산과정도 사업주의 권한도 넘어선다. 그러므로 노동자의 요구와 이익을 온전히 실현하자면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의 투쟁을 통해 노동자의 요구와 이익을 실현하듯이 진보정당으로 결집한 노동자의 사회정치적 투쟁을 통해 사회를 노동자의 뜻에 맞게 바꿔나가야 한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은 필연이다.

이제 위 댓글의 충고대로 노동조합의 목적이 무엇인지 되돌아보자. 노동조합의 목적은 각 노동조합의 규약에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일률적이지는 않기에 대표적으로 민주노총의 규약을 참고하면,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정치, 경제, 사회적 지위 향상과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이 보장되는 통일조국, 민주사회 건설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 규약은 25년 전 민주노총 건설 시기 노동자의 염원을 반영했고 최근(2019년)까지 개정작업을 거쳤다. 그리고 수많은 민주노총 소속 단위 노동조합에서 이 규약을 기준으로 자체 규약을 제정하고 있다.

이제 되물어보자. 노동조합에서 6·15공동선언을 기념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설립 목적에 어긋나는 활동인가? 사업장 내 활동가들의 정치활동이 노동조합 본연의 활동이 아니라 ‘딴짓하는 것’인가? 노동조합으로 단결한 조합원은 경제적 이익만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다. 조합원을 경제적 이익만 추구하는 존재로 바라보면서, 조합원의 더 크고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요구와 이익을 외면하고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을 충족하는 투쟁으로만 노동조합의 역할을 제한하는 것이야말로 ‘딴짓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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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윤 전쟁에 이낙연이 보이지 않는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12/06 11:24
  • 수정일
    2020/12/06 11:2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지지율 정체의 늪에 빠진 이낙연 당대표, 대세론 흔들리나
 

“추·윤 전쟁에서 민주당 당대표가 보이지 않는다.” 기자를 만난 정치평론가·정치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어차피 내년 3월에는 내려와야 하는 시한부 당대표를 맡지 말았어야 한다”는 근본적인 회의를 드러내는 이도 있다. 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코로나19 자가격리 때문? 12월 3일,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이낙연 당대표는 국회로 출근했다. 그러나 이후 정국 전개에서 ‘당대표 이낙연’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는 듣기 힘들다.

검찰개혁 국면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았거나 액션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다. “법무부가 발표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혐의에 충격과 실망을 누르기 어렵다. 법무부는 향후 절차를 법에 따라 엄정하게 진행하기 바란다. 윤 총장은 공직자답게 거취를 결정하시기를 권고한다.” 11월 24일,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분명한 입장표명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편에 선 것이다. 12월 1일 올린 민주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 올린 글도 마찬가지다. 글에서 그는 국정원법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통과한 것을 언급하며 “더 나은 미래를 열기 위한 다른 입법과제들도 이번 주부터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하나씩 통과시키겠다. 새로 제정해야 하는 법은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 등 검찰개혁 입법과제의 연내처리 의사를 밝힌 것이다.

자가격리를 마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월 3일 국회로 출근,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입법과제 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가격리를 마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월 3일 국회로 출근,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입법과제 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손 들어준 이낙연의 선택
정치 리더십은 지지세력만 이끄는 능력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모멘텀을 만들어내고 중도층을 끌어들여 정국전환을 만들어낼 때 리더십의 진가가 발휘된다. 이 대표의 선택은 정면돌파다. 여권과 검찰개혁 적극지지층의 힘으로 정국의 난관을 넘어서겠다는 것이다. 다른 길의 선택 여지는 없었던 걸까. “문제는 그가 대권주자라는 것이다. 이낙연은 결국 ‘친문’에게 손을 내미는 선택을 했다. 문제는 추 장관을 옹호하는 강도가 세지면 세질수록 대권주자로서는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대표 선거 이후 그렇지 않아도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했는데, 레임덕의 문턱에 있는 대통령의 계승자 콘셉트로 갔을 때 상승의 여지가 있을지 회의적이다. 오히려 지지율 정체상태가 계속될수록 ‘친문’은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낙연은 명분도, 실리도 다 잃는 실패의 길로 가게 되는 것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의 말이다.

기자는 이낙연 당대표 당선 직후인 9월 초 “이낙연 딜레마: 아직 ‘NY의 시간’은 오지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당대표로 선출되었지만,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는 왜 나타나지 않았는지를 짚는 기사다. 코로나 정국이라는 특수 상황 때문만은 아니다. 자기세력이 없는 이 대표로서는 당 주류인 ‘친문’의 지지를 바탕으로 가야 하는데, 국정이나 당의 ‘쇄신’은 당의 주류 정서와 맞지 않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역설’을 거론했다. 3개월이 지났다. ‘당대표 이낙연’의 딜레마는 여전하다. 운신의 폭은 넓어지지 않았다.

인사는 메시지다. 당시 이낙연표 인사로 주목한 것은 20대 청년 박성민 최고위원의 임명이다. 청년과 공정, 세대불평등 문제를 이 대표체제에서 깊게 들여다보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청년주거문제를 다루었던 지난번 간담회처럼 오늘도 무겁고 우울했습니다. 늦은 시각까지 함께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11월 26일 이 대표가 박성민 최고위원이 단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청년TF’ 화상간담회에 참석한 뒤 페이스북 페이지에 남긴 소감이다. 공정이나 세대불평등 문제는 쉽게 해법이 나올 사안이 아니다.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과제다.
 

당대표 임기 ‘사실상 중반’
“이건 우리 진영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언론도 지적하는 문제 아니냐.” 12월 2일 접촉한 민주당 측 인사에게 ‘이낙연 리더십의 위기’를 물으니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첫째, 정무적 판단과 메시지 문제다. 이걸 내는 사람들이 온통 친문색깔이다. 당의 전략기획실장과 정무실장,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친문’의 핵심에 해당하는 사람들 아니냐. 총리 시절에는 일정 정도 대통령의 믿음을 바탕으로 자신의 국정 운영철학이랄지, 공무원들을 압박하면서 국민을 위한 태도가 일관되게 보였다. 그런데 당에 들어와서는 민심과 당심의 괴리를 잘 못 느끼는지, 당내 친문인사들을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언론이 평가하던데, 실제 그런 것이 아니었나.” 이 대표가 밝힌 차질 없는 검찰개혁 추진 방침에 대해서도 그는 이렇게 쓴소리를 했다. “설혹 공수처를 설치하고 검찰개혁의 단초를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민심이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성취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개혁의 성취가 실제 민생에 영향을 안 미칠 가능성이 많다. 문제는 당내에 그런 위기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어렵지만 우리가 똘똘 뭉쳐 돌파해낸다면 떠난 마음도 돌아올 것이라는 나이브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문제는 남은 시간이다. 당대표가 된 지 벌써 3개월이 흘렀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당의 대선주자는 내년 3월 9일 이전에 자리를 놔야 한다. 사실상 당대표 임기의 절반을 뚜렷한 성과 없이 흘려보낸 셈이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이 대표 주위에서 당대표를 굳이 맡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많이 개진되었는데 일부 측근 그룹을 중심으로 그간 ‘당대표를 맡지 않고 대선에 간 사람은 없었다’는 선례를 언급하며 밀어붙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대표 선거과정에서 이 대표는 코로나 정국이라는 특수한 국난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총리와 당대표가 처한 상황이나 권한은 다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추·윤 전쟁’ 국면에서 득을 본 것은 정세균 총리다. 결국 불발되었지만 ‘동반사퇴’라는 해법을 제시하며 ‘여차하면 출격 가능한 대권주자’로 주가를 올렸다.

남은 50여일 동안 이 대표는 ‘친문의 덫’에서 벗어나 자기 정치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까. 박신용철 연구위원은 “레임덕으로 흘러갈지 모르는 현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난국에 대해서 대통령이 사과하고 책임질 사람은 문책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낙연 대표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당대표로서 ‘이런 건 내가 할 테니 양해를 바란다’와 같은 정치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 측 인사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국정쇄신을 이끌어낸다면 지지율 회복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며 “이낙연이 본격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때는 내년 4월에 치러질 재·보궐선거 전후가 아니겠냐”라고 덧붙였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061036011&code=910100#csidxb0e7d3eb67c2974a7a481cd50043eb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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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군복 입고 민간인 총살한 대한민국 경찰부대

우익도 좌익도 피해 가지 못한 해남·완도 민간인 학살사건

20.12.05 19:56l최종 업데이트 20.12.05 19:56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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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후 있는가?" "(김상규) 면장님 오셨어라우." "인민군들이 온다는데 언능 울 집으로 가서 환영대회를 우짜케 할 것인지 상의해 불드라구." "그라지라."

김상규(1896년생)는 1948년 초대 국회의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완도 지역 유지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일본 메이지대를 졸업하고 전남 완도군 노화면 면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박상후는 노화면 대한청년단 부단장이었다. 이어 김상규 집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는데 마을 이장이거나 대한청년단 간부 들로 지역에서 방귀깨나 뀌는 이들이었다.

"오늘 인민군들이 선착장으로 온다등만요. 주민들과 함께 환영대회를 열어불라는데, 어쩌코롬 생각하시오." "뭔 이견이 있간디요. 그래붑시다."

박상후가 부단장으로 있던 대한청년단은 전형적인 우익단체로 인민군(공산당)과는 정반대의 생각을 하는 단체였다. 그런 대한청년단이 인민군 환영대회를 열 생각을 하다니, 대체 무슨 일이었을까?
 
 일제강점기 때 징병된 박상후의 당시 모습.
▲  일제강점기 때 징병된 박상후의 당시 모습.
ⓒ 박만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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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25가 터지자 북한군은 물밀듯이 남쪽으로 쳐내려 왔고, 국군과 UN군은 짚단이 허물어지듯이 패퇴를 거듭했다. 오산, 대전 전투에서 연이은 패배를 당한 국군과 UN군은 남쪽으로 후퇴하기에 급급했고, 마침내 전라도도 북한군 수중에 장악되었다.

전남 동부 지역의 퇴로가 막히자, 해남과 완도 경찰들은 각각 7월 24일과 25일에 배를 타고 부산으로 후퇴했다. 이러다 보니 해남과 완도는 무주공산이었고, 인민군이 진주한다는 소식에 주민들과 우익 인사들은 불안에 떨었다.

완도경찰서로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이런 찰나에 7월 25일에 완도경찰서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동무, 내일 우리가 완도로 갈 테니 환영대회를 준비하시오!" 상대방은 이 말만 하고 전화를 툭 끊었다. 이 전화는 완도군 전체에 급속히 퍼졌고, 노화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전화를 한 이는 인민군이 아니라 나주경찰부대였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지역 유지들은 '인민군 환영대회'를 열자고 입을 모았다. 그렇지 않으면 우익인사뿐만 아니라 주민도 피해를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라도 피해를 줄여뿝시다"라는 말에 토를 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부우웅"하는 소리와 함께 '동신호'는 전남 완도군 노화면 이포리 선착장에 접안했다. 배에는 북한의 국기인 인공기가 매달려 있었고, 배에서 내리는 이들은 사복 차림의 나주경찰 부대원 5명이었다.

노화면 주민들은 그들이 북한군인지 대한민국 경찰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다만 지난 25일 완도경찰서에 걸려온 전화와 배에 걸린 인공기를 보고 북한군으로 짐작할 뿐이었다.

환영대회를 위해 선착장에 나왔던 주민 40여 명은 동신호 가까이 모여들었다. 주민들을 대표해 김상규가 앞으로 나섰다. "동무들,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지라"라는 김상규의 말에 청천벽력같은 말이 돌아왔다.

"이 빨갱이 새끼들!" 김상규를 비롯한 유지들은 입이 딱 벌어지며 놀랐다. 환영대회에 동원된 주민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서 멀뚱히 서 있기만 했다. 인솔자가 "이 빨갱이 새끼들 전부 지서로 끌고 가" 라며 명령을 내렸다.

"대한민국 만세" 불렀지만

지역 유지들은 모두 해안가에서 200미터 떨어진 지서로 연행됐다. 환영대회에 나온 주민도 끌려갔는데 유치장이 비좁아 지서 마당에서 무릎 꿇고 앉아 있어야 했다.

잠시 후 지서 안에서는 '악' '아이고'하는 비명소리가 났다. 나주경찰부대원들에게 몽둥이찜질을 당하는 소리였다. "지들은 인민군인 줄 알고 그랬지라, 한 번만 용서해 주씨오" 하지만 이들의 사정은 통하지 않았다.

장교의 턱짓에 이들은 손이 묶였고, 지서 마당으로 끌려 나왔다. 맨앞에 선 김상규는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으려 묶인 두 손을 번쩍 들고 "대한민국 만세"를 불렀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나주경찰부대의 '풋'하는 비웃음뿐이었다.

마당에서 무릎 꿇고 있던 이들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벌벌 떨고 있었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정중웅은 무릎을 꿇은 채 놀란 황소 눈으로 경찰에게 끌려가는 어른들의 뒤통수만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노화면 지역 유지들은 지서에서 2km 떨어진 배남재에 끌려가 사살되었다. 13명이 끌려간 자리에서 김상규(당시 53세), 박상후(25세), 박형열(18세)를 비롯한 12명이 즉사했고, 한 명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김채규는 경찰들의 총소리에 가장 먼저 쓰러졌고, 확인 사살에도 총 한 방 맞지 않았다. 1950년 7월 29일이었다(정중웅, 82세, 전남 완도군 노화읍 이포리)

1950년 7월 27일, 완도경찰서 소사 김길재(가명)는 완도 읍내를 뛰어다녔다. "인민군 환영대회가 완도중학교에서 있으니 모두 모이시오." 완도중학교에 모인 사람들 앞에 인민군 대표라는 사람이 운동장 연단에 섰다.

그는 "공무원과 경찰 가족은 앞으로 나오시오. 그리고 어젯밤에 선착장에서 우리를 환영했던 사람도 모두 나오시오"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나온 이들을 분류했다. 잠시 후 인민군 대표인 듯한 사람이 "사실 우리는 인민군이 아니고 나주 경찰"이라고 했다. 얼굴이 창백하게 변한 이들 중 한 명이 도주했다. 그러자 나주경찰부대원들이 총을 쏴 벌집을 만들었다.

이날부터 나주경찰부대는 완도군 '빨갱이 사냥'을 시작했다. 인민군 복장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한민국 경찰로 판단할 수 있는 모자 마크와 견장, 버클 등은 전부 가리고 인민군 말투를 썼다. 실질적인 함정 수사였다.(진실화해위원회, 『2007년 하반기 조사보고서』)

완도지역 주민들은 완도중학교와 노화면 이포리 선착장에 나온 사람들처럼 나주경찰부대들을 모두 인민군으로 오해했고, 일부는 "인민공화국 만세"를 부르기도 했다. 201개의 섬(유인도 54, 무인도 147)으로 이루어진 완도는 나주경찰부대의 민간인학살 사냥터로 바뀌었다. 

땅끝마을에서 시작된 '함정수사'

많은 사람들을 골로 가게 한 함정수사는 1950년 7월 25일 해남에서 시작됐다. 이날 오전 나주경찰부대 100여 명은 해남에 입성했다. 이들은 경찰과 관련된 물건은 모두 헝겊으로 가리고 모두 인민군 말투를 썼다. 다음 날 완도주민들처럼 해남 주민들도 나주경찰부대들을 인민군으로 오인했다.

해남읍 '인민군 환영대회'는 없었다. 나주경찰부대는 '좌익 척결' 등의 명분으로 청·장년이 보일 때마다 모두 사살했다. 그들은 쓰리쿼터와 트럭 10대에 나누어 타고 해남읍 해리, 수성리, 구교리, 남동리, 신안리, 읍내리, 성내리 일대에서 주민을 사살했다. 집안에 있는 주민을 길가로 끌어내 근접 사격하기도 했다. 해남읍에서만 108명이 학살되었다고 한다(김소철, 86세, 전남 화순군 능주면).

나주경찰부대는 7월 25일 오후 해남군 마산면 상등리로 진입해 3일간 주민 15명을 살해했다. 학살 첫날 마을 어귀에 모인 일부 주민들은 나주경찰부대를 인민군으로 오인해 환영하려다 변을 당했다. 하지만 다른 많은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나주경찰부대에게 끌려가 일방적으로 죽음을 당했다.

그렇다면 나주경찰부대는 왜 인민군 흉내를 내면서 해남과 완도 주민들을 학살했을까? 기존에 경찰 측은 좌익세력들이 해남과 완도를 장악했기 때문에 전시에 좌익을 색출하기 위한 작전상 자구책이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당시 좌익 세력은 해남과 완도를 장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때문에 이 사건은 일제강점기 농민운동과 독립운동 세력이 강했던 이 지역을 한국전쟁을 기화로 싹쓸이하겠다는 의도에서 나왔다.

거창에서 국회조사반 공격한 인민군

"철수! 빨리 철수하시오!" 1951년 4월 3일 '거창사건특별조사위원회국회조사반' 일행을 태운 지프차가 경남 거창군 신원면과 남상면 사이 계곡에 다다랐을 때였다. "타타탕"하는 소리가 빗발쳤다. 산에 매복하고 있던 인민군 40여 명이 국회조사단 일행을 태운 지프차에 일제히 사격을 가했다.

정조준을 하지 않아 총에 맞은 국회의원은 없었지만 이들이 공포심을 갖기에는 충분했다. 결국 국회조사반은 1951년 2월 10일부터 11일까지 제11사단이 거창군 신원면 주민 719명을 학살한 사건을 제대로 조사도 못하고 서울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조사반에 발포를 한 이들은 정말 인민군이었을까? 놀랍게도 아니었다. 그들은 경남계엄사령부 민사부장 김종원 대령의 명령을 받은 제11사단 9연대 수색중대원들이었다. 이들은 국회의 거창 민간인학살사건 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인민군 총격전'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거창민간인학살 피해자 719명 중 359명이 15세 이하 어린이였다. 이들은 11사단 군인들의 집중사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불에 태워지기도 했다. 당시 거창 사건이 제대로 진실규명되지 못한 것도 이 '인민군 총격 시나리오' 때문이었다. 

나주경찰부대에 의한 해남·완도 피해자 대부분은 이념과는 무관했다. 심지어 우익청년 단체와 지역유지들도 있었다. 그런데 피해자의 자녀는 '빨갱이 자식'으로 규정돼 또다른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 정만조(당시 노화면 포전리 이장) 아들 정남희는 육군사관학교에서 복무하다가 신원조회에 걸려 2학년 재학 중 퇴교 조치당했다.
 
 박동원이 고향 선산에 세운 박상후 추모비
▲  박동원이 고향 선산에 세운 박상후 추모비
ⓒ 박만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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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군 노화면 배남재에서 숙부 박상후를 잃은 박동원(81세, 전남 나주시)은 2017년 고향 선산에 숙부의 추모비를 세웠다.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집으로 만주에 끌려갔던 숙부가 젊은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저세상으로 가버린 게 한이 되었다.

조카 박동원은 나주경찰부대 사건을 유족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기억하길 바란다. 전남 완도군 노화읍 이포리 선착장이나 배남재 사건 현장에 나주경찰부대의 만행을 알리는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증언자 박동원. 박상후 조카다.
▲  증언자 박동원. 박상후 조카다.
ⓒ 박만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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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 당국 “거리두기 효과 불충분…역학조사도 무리”

홍민철 기자 plusjr0512@vop.co.kr
발행 2020-12-05 16:01:09
수정 2020-12-05 16: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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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작업(자료사진)
방역작업(자료사진)ⓒ민중의소리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방역당국이 5일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격상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아 앞으로 발병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이날 온라인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며 “최근 1주간 일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 수는 487.9명으로, 전주 대비 80여 명이 늘어난 상태”라고 밝혔다.

임 단장은 “지난주 감염 재생산 지수는 1.4 수준으로, 이는 환자 1명이 1.4명 정도를 감염시키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 지수를 1 이하로 낮추지 못하면 유행의 크기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단장은 “그간 지역사회에 잠재된 감염이 누적돼 있기 때문”이라며 “아직은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수도권에서는 감염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어서 이 지역에서의 이동 자제는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임 단장은 역학조사가 코로나19 전파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감염경로를 조사 중인 사례가 약 20% 정도로, 이는 전주 대비 증가하는 추세”라며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접촉자 추적에 나서고 있지만 감염 확산의 규모가 크고 사례가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임 단장은 “지금의 코로나19 유행은 어느 특정한 집단과 장소가 아니라 내가 자주 가는 집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감염자가)우리 가족일 수도 있고 지인일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3차 유해의 확산세가 완전히 꺾일 때까지 모임을 취소하고 이동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홍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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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대낮의 충격적 테러,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임상훈 글로벌

리포트] 이란 핵 과학자 암살사건이 드리운 그림자

20.12.04 20:57최종 업데이트 20.12.04 20:57
 
 
이란 핵개발의 중심인물 모센 파크리자데가 수도 테헤란 인근에서 테러 공격에 의해 사망하면서 중동 평화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공식 출범을 한 달 보름 남짓 남긴 미국의 바이든 차기 행정부도 핵심 외교 전략에 커다란 차질을 빚게 됐다.

누구에 의한 소행인지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 심지어 향후 수십 년 동안 이번 테러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알려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비극의 결과로 누가 웃게 될지, 누구의 발목에 무거운 족쇄가 채워지게 될지는 어렵지 않게 드러나는 것 같다.

백주대낮의 암살

이란의 핵 과학자 파크리자데가 백주대낮에 괴한들에 의해 사살당한 것은 지난달 27일. 파크리자데는 1989년부터 2003년까지 이란의 중장기 핵개발 계획이었던 아마드 프로젝트 (AMAD Project)를 이끈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에너지 주체들에게 핵에너지의 군사목적 사용을 제한하고 평화적 이용을 장려하려는 것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목적이다. 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이란은 아마드 프로젝트를 통해 2000년대 초 핵에너지의 군사목적 활용 가능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가 이란의 핵무기 제조 가능성을 우려하고 이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계기가 바로 아마드 프로젝트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계획의 책임자로 지목된 것이 파크리자데였기 때문에 이미 당시부터 그는 다수의 국가에서 요주의 인물이 되어 있었다.

때문에 파크리자데는 늘 근접 거리에서 서너 명이 경호를 펼치고, 먼 거리를 이동할 때도 주로 방탄차량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7일 역시 그는 방탄차를 이용해 테헤란 인근 휴양지 압사드로 이동 중이었다. 
 

▲ 현지시각 11월 28일 이란 사법부 수장이 테러로 피살된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를 추모하고 있다. ⓒ 연합뉴스/AP


테러범들은 작전 장소를 파크리자데 일행의 자동차가 서행을 해야 하는 회전교차로 인근으로 정했고, 주변의 통신 시설과 폐쇄회로화면(CCTV)을 미리 끊어 빠른 구조를 어렵게 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회전교차로를 빠져나오는 지점에 미리 원격사격장치를 갖춘 트럭을 세워 둔 채, 이들 테러범들은 다른 차량과 오토바이로 일행을 기다렸다.

파크리자데 일행이 교차로를 빠져나오는 순간 트럭에서 사격이 시작됐고 그러자 파크리자데 일행은 차를 멈췄다. 때를 노려 테러범들은 파크리자데를 차 밖으로 끌어내 신원 확인을 한 후 방아쇠 수발을 당겨 그를 쓰러뜨렸다. 원격사격장치 트럭은 증거 인멸을 위한 듯 폭파됐고 테러범들은 빠르게 도주했다. 이후 파크리자데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인구 8천만 이상의 이란, 그것도 수도 테헤란 인근에서, 경호원들까지 대동한 정부 주요 인사가 첨단장비와 정보능력, 그리고 십수 명의 정예 요원들을 가동한 테러 작전에 의해 사망한 것이다. 이런 대담한 규모의 테러 작전을 기획하고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은 누구일까?

모사드 배후설?

이란 정부는 그 배후로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를 지목했다. 이란과 모사드의 악연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파크리자데에 앞서 네 명의 이란 핵 과학자들이 2010년과 2012년 사이 의문의 테러 공격으로 사망했다. 이란 정부는 그때마다 배후로 모사드를 지목했고 이스라엘의 해명을 요구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물론 한 번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모사드 배후설'은 이란의 무리한 추정일까?

이란의 의심이 단순히 적성 국가에 대한 막연한 적개심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그동안 이스라엘의 해외담당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국제사회에서 벌인 행적은 단순한 정보수집 차원을 넘어 납치, 암살 등 반도덕적이고 불법적인 행위의 영역에까지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륜적 감수성은 접어두고 액션과 수컷미로 보는 첩보영화에서나 벌어지는 일들이 실제로 이들의 일상에서는 늘 벌어지고 있다. 전지적 작가 시점도 아닌 현실에서는 이들의 액션이 흥밋거리로 볼 대상은 못된다. 현실과 영화를 혼동하는 시대에 어쩌면 이들 정보기관은 영화산업의 최대 수혜자들이다.

모사드의 암살 작전 가운데 성공사례도 있지만 실패사례들도 있는데다가 해당 요원이 활동지역 치안당국에 체포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들의 활동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기도 한다. 그들의 작전 실패가 그나마 모사드의 존재와 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 이란 핵무기 개발을 이끌던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드러난 모사드의 주요 활동 가운데 하나가 바로 주변국들의 핵무기 개발에 관여된 사람들에 대한 암살이다. 이란뿐 아니라 이집트, 이라크, 시리아 등의 핵 관련 인물들 가운데에도 암살 등 의문의 죽음을 당한 이들이 상당수 된다. 역시 그들 대부분의 사망 원인이 모사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추정일 뿐이며, 그것도 그들의 실패 사례를 통해 미뤄 짐작할 뿐이다.

이스라엘의 건국 이후 주변국들과 초긴장 관계인 데다가, 이스라엘판 '역사 바로세우기'가 나치 청산과 관련됨을 감안할 때 정보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이스라엘 정부다. 주변국들에 대한 정보가 국가 안위에 직결되고 지하로 숨어들어간 나치 연루자를 찾아내야 하는 고도의 정보수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스라엘 정보기관, 특히 모사드의 작전능력은 영국의 해외전담 정보부 MI6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들 정보기관들의 정보 능력이 아닌 실제 활동 영역이다. 다수의 정보기관들은 국가의 안위라는 국가주의 시대 최종적이자 최고 목적을 위해 수단을 문제 삼지 않는다. 국민주권 시대에 국내 정보기관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들도 이들 해외 전담 기관들에게는 허용된다. 국가주의 시대에 국가를 넘어서는 인본적이면서 구속력을 갖춘 기구는 없기 때문에 해외 전담 정보기관들의 초법적 행위들은 끝이 없다.

국가의 횡포를 막기 위해 인류는 유엔(UN) 등 전반적 국제기구와 원자력기구(IAEA) 등 산하 또는 별개의 특수 목적 기구를 만들어 초국가적 문제들을 외교적 프로세스로 풀기 위해 노력해 왔다. 다자 외교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과 같은 시점이다.

무너진 다자외교의 성과

근대 이후 발생한 전통적 의미의 외교(diplomacy)는 '양자 간의 합의 내용을 문서의 양쪽에 담아 반으로 접은 문서'라는 뜻의 디플로마(diploma)에서 유래했다. 양자 간의 합의가 전통적 외교의 본질이었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의 외교는 당사국, 특히 정부 간의 밀약이 그 본질이었다.

하지만 국가의 횡포와 과다경쟁으로 큰 전쟁의 시련을 겪은 인류는 20세기 초 국제적 토의를 통한 합의와 결정을 유도하는 틀을 구상하기에 이르렀고 그렇게 시작된 것이 다자외교다. 민주주의의 원리가 국가 경계선을 넘어 작동할 수 있다는 희망이 한편으로는 다자외교를, 다른 한편으로는 공공외교를 탄생시켰다.

물론 지금까지도 국제기구와 다자외교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양자외교와 힘에 의한 균형설정이 국제질서의 현실이라는 주장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모사드와 같은 정보기관들이 국가의 안위를 명목으로 국제무대를 휘저으며 살상행위까지 벌여도 007 영화 보듯 구경거리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은 바로 그러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는 다자외교의 복원을 내세우며 그 첫 과제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즉 이란 핵합의의 재건을 천명했다. 큰 틀에서 오바마 대통령 당시의 미국 외교정책으로의 복귀를 의미한다.

이란핵합의의 본질은 상업용 에너지를 제외한 이란의 핵개발을 동결시킴으로써 핵무기를 억제해 주변국들을 안심시키고, 이란은 핵개발을 제한하는 대가로 서구의 경제제재 해제를 얻어내 경제 회복을 꾀하려는 것이었다. 미국 민주당의 기본적인 이란 정책이자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과 함께 수년간 수십 차례의 협의를 통해 이뤄낸 다자외교의 성공사례였다.

이란에서도 중도파 대통령 로하니의 집권 하에서 가능한 일이었고, 이 합의에 대해 이란의 강경파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란은 국제무대에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중동의 평화 시계는 밝아졌다.

하지만 이란 핵합의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국가들도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역 라이벌인 이란의 국제무대 복귀를 경계심 어린 눈으로 바라봤고, 이란의 완전한 무장해제를 바라는 이스라엘은 당시 오바마 정부를 불신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미국은 다자외교의 틀을 해체하고 이스라엘 중심의 중동정책을 밀어붙였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고, 유럽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란 핵합의를 탈퇴했다. 이란 역시 유럽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합의 탈퇴 이후 핵개발을 재개했으며 합의 이전의 단계로 모든 것이 되돌아갔다.

얻는 자와 잃는 자
 

▲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2020년 11월 23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온라인 시장 회의에서 참석자의 말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은 이러한 배경 하에서 다시 모든 것을 이란 핵합의 당시의 시점으로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을 알리고 있었다. 당연히 이란 핵합의에 반대했던 세력들은 바이든 시대의 도래를 반기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번 파크리자데 암살사건은 이란 중도주의 협상파의 입지를 크게 줄여 놓았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한 무력공격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이란에서는 이번 사건을 주권 차원의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바이든 차기 미 행정부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의 폭도 크게 줄어들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이란에서 강경파가 다시 득세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동평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감도 함께 꺾였다. 베일 속에 가려진 파크리자데 암살사건은 이렇게 다시 중동평화의 시계를 제로로 만들었다. 

한편 퇴임을 한 달 보름밖에 남겨놓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질 수 있음을 반겼을 것이다. 바이든호의 출범으로 그토록 증오하던 오바마주의(obamaism)의 귀환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트럼프 아니었나. 물론 이것은 그가 이번 테러와 관련해 사전 기획, 혹은 적어도 가능성에 대해 미리 인지하지 않았다는 전제에서의 경우다. 

어쨌든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최근 동선이 중동의 여러 동맹국들이었고 퇴진을 앞둔 외교수장이라고 하기에 빡빡한 일정이었다는 사실이 미국으로서는 좋은 상황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민감한 시기에 미국 고위 관계자의 일거수 일투족은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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