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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미국 침략전쟁 중단 한국군 파병반대 긴급행동' 개편...48시간 긴급행동 개시 (전문)

원로들 "파병논의 자체 중지하는 것이 대한국민이 살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입력 2026.09.15 18:39
  • 댓글 0
미국의 파병압박 거부! 한국군 파병 반대 전국대표자들의 기자회견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진행됏다. [사진-미국 침략전쟁 중단 한국군 파병반대 긴급행동 제공]
미국의 파병압박 거부! 한국군 파병 반대 전국대표자들의 기자회견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진행됏다. [사진-미국 침략전쟁 중단 한국군 파병반대 긴급행동 제공]

호르무즈 파병을 반대하는 시민사회가 기존 '침략전쟁규탄 파병반대 평화행동'에서 '미국 침략전쟁 중단 한국군 파병반대 긴급행동'(파병반대 긴급행동)으로 명칭을 바꾸고 본격적인 파병반대 행동에 돌입했다.

15일 향린교회에서 전국대표자회의를 열어 이같은 결정을 한 대표자들은 회의를 마친 후 광화문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이재명 정부가 침략전쟁에 대한 미국의 파병 압박을 거부하고 어떤 형태로든 파병을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요구를 담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에는 17일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앞두고 광장 일대에서 집중 피케팅과 행진 등 48시간 긴급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에 파견된 국방부 현지 실사조사단의 결과 보고가 이루어질 NSC에서 파병과 관련해 어떤 결정이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파병반대를 외쳐 온 시민사회가  15일 기존 '침략전쟁규탄 파병반대 평화행동'에서 '미국 침략전쟁 중단 한국군 파병반대 긴급행동'(파병반대 긴급행동)으로 명칭을 바꾸고 국가안전보장회의 결정(17일)을 앞두고 이날부터 48시간 긴급행동에 돌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파병반대를 외쳐 온 시민사회가  15일 기존 '침략전쟁규탄 파병반대 평화행동'에서 '미국 침략전쟁 중단 한국군 파병반대 긴급행동'(파병반대 긴급행동)으로 명칭을 바꾸고 국가안전보장회의 결정(17일)을 앞두고 이날부터 48시간 긴급행동에 돌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들은 '미국은 침략전쟁 중단하라! 한국군 파병 용납할 수 없다'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에서 미국이 핵협상 중이던 이란을 일방적으로 침략한 것도 모자라 민간시설과 교육시설을 공격대상으로 삼아 숱한 희생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가들에 전쟁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불의한 침략전쟁에 파병할 것을 압박하는데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미국정부가 해야 할 일은 타국에 파병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오로지 침략전쟁을  중단하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 '군사적 기여'를 포함한 실질적 기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 이재명 정부에 대해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침략범죄"라며, "그 어떤 명분도 파병과 대미 군사지원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우리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파병 검토가 아니라 종전을 위한 협상과 대화의 장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평범한 시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이 정당성없는 전쟁에 반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국과 똑같은 죄를 짓는 것"이라며, "우리는 한국정부의 일체의 전쟁지원 및 파병을 반대한다"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태호 한반도평화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선우스님,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진영종 한반도평화행동 공동대표,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이정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박세희 진보대학생넷 대표, 김전승 흥사단 이사장, 이병하 경남내란청산사회대개혁비상행동 상임대표, 최정민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 김종훈 진보당 대표, 김윤기 정의당 사무총장, 이상현 녹색당 공동대표가 파병반대 연설을 이어갔다.

시민사회 원로들이 15일 오전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침략전장 중단 △침략전쟁에 대한민국을 끌어들이는 미국의 부당한 압력 중지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파병압력을 당당히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시민사회 원로들이 15일 오전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침략전장 중단 △침략전쟁에 대한민국을 끌어들이는 미국의 부당한 압력 중지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파병압력을 당당히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오전에는 시민사회 원로들이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침략전장 중단 △침략전쟁에 대한민국을 끌어들이는 미국의 부당한 압력 중지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파병압력을 당당히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남의 나라 전쟁터에 파병이 웬말입니까. 호르무즈 파병 논의 당장 중지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에서 원로들은 "파병압력을 받고 파병을 검토한다고 하는 이 전쟁은 정의롭지 못한 사악한 전쟁, 침략전쟁'이라고 하면서 "전투니, 비전투니, 기술지원이니, 해외에 나가있는 부대의 임무를 바꾼다느니 하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온갖 꼼수를 버리고 파병 논의 자체를 당장 중지하라"고 하면서 "그것만이 대한국민이 살 길이요, 헌법정신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함세웅 원로신부는 "호르무즈 파병이라는 건 나와서는 안될 의견이고 표현이며, 파병반대는 설명하거나 해명할 필요도 없이 명확한 진리"라고 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들의 모든 뜻을 잘 수렴해서 본인이 지향했던 뜻과 함께 호르무즈 파ㅕㅇ은 결단코 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전쟁은 종교분쟁, 고문과 더불어 인류가 저지르는 3대 범죄 중 가장 큰 죄악이며, 그중에서도 불의의 전쟁, 정의롭지 못한 전쟁은 절대 반대해야 하는 일"이라고 하면서 "정부가 파병을 결정하진 않겠지만, 결코 해서는 안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호르무즈에 한국군을 파병하느냐 않느냐는 건 미국의 강압적 요구에 굴복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이며, 트럼프의 깡패짓에 무릎을 꿇는 것은 우리의 자주를 포기하는 것임은 물론 한국인의 영혼을 팔아넘기는 것"이라며, "우리가 나아갈 길은 부도덕한 전쟁에 참여하는 길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만드는 길이다. 아무리 험난하고 멀더라도 우리는 그 길을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자회견문에는 권영길, 김상근, 문정현, 박석무, 송기인, 신필균, 신홍범, 안재웅, 이만열, 이삼열, 이현배 , 장임원, 지선, 천영세, 청화, 함세웅, 현기영(이상 존칭 생략) 등 원로들이 연서명했다.

기자회견문 (전문)

미국은 침략전쟁 중단하라! 한국군 파병 용납할 수 없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침략한지 얼마 안 된 지난 3월 18일, 우리는 각계 공동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불법부당한 침략전쟁을 강하게 규탄하고 한국 정부에 가해진 파병 요구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전쟁 발발 반년이 지나도록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도 불법전쟁이 끝나지 않는 상황을 바라보며 세계시민의 한 구성원으로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미국이 벌이는 이번 침략전쟁을 중단시키고 한국 정부가 어떠한 군사적 기여나 지원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돌입할 것을 천명하며 이 자리에 섰다. 

미국은 불법적 침략전쟁과 파병압박을 지금 당장 중단하라! 

우리는 미국이 핵 협상 중이던 이란을 일방적으로 침략한 것도 모자라 군사시설이 아닌 민간 시설에 대한 파괴도 서슴지 않는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전쟁 개시 첫날 이란 미나브 지역의 초등학교를 폭격해 175명 희생자를 낸 데 이어 최근에는 이란 남부를 공격하면서 한 결혼식장을 폭격해 70여 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 도로와 교량, 대학 등 민간시설과 교육시설이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처럼 무차별적 공격을 가하는 것은 미군이 이란 민간인들의 생명을 경시하고 있다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계가 반대하고 있는 이 명분없는 전쟁에 뻔뻔하게도 군대를 파병하라며 타국을 서슴지 않고 압박하는 미국에 분개한다. 

불의한 침략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 동맹국가들에게 호르무즈 파병을 압박하여 전쟁부담을 전가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침략전쟁에 우리가 관여할 이유는 없다. 
지금 미국정부가 해야 할 일은 타국에 파병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오로지 침략전쟁을  중단하는 것 뿐이다.

한국군의 호르무즈 파병 검토를 중단하라!

이재명 정부는 최근 미국의 압박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 ‘군사적 기여’를 포함한 실질적 기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침략범죄이다. 우리 헌법 제5조는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유지에 기여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사적 기여’라고 미화하고 있지만 참전이고 침략이며 전쟁범죄 지원이다. 그 어떤 명분도 파병과 대미 군사지원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게다가 아직까지 호르무즈 해협은 미사일과 기뢰, 드론 공격이 오가는 전장이다. 우리 군과 교민들을 포탄 앞으로 내몰 수는 없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 이래 꾸준히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안으로는 한반도 평화공존을 말하면서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는 침략전쟁에 참전을 검토한다는 것은 얼마나 모순적인가. 우리 정부가 중동의 안정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정의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파병 검토가 아니라 종전을 위한 협상과 대화의 장에 기여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미 어떠한 형태의 전쟁지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바 있다. 

그럼에도 한국정부는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면서도 주권자들의 이러한 문제제기를 무시하고 미국측의 구체적인 파병 요구에 현장 실사단을 파견하는 등 파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정부의 일체의 전쟁지원 및 파병을 반대한다. 평범한 시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이 정당성없는 전쟁에 반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국과 똑같은 죄를 짓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우리가 지원해야 할 것은 전쟁이 아니라, 종전 및 평화 합의이다. 정부는 헌법 정신에 따라 침략전쟁에 파병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입장을 밝혀라.
                                                 


2026년 9월 15일 

미국의 파병압박 거부! 한국군 파병 반대  전국대표자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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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인재 선순환하나, '자리'만 순환하나

이수영 시민기자

tndudfl1566@nate.com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원이자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스마트AI경영학과 연구교수다. 국제법·과학기술혁신(STI) 전문가로 ITU Expert,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 최연소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AI정책과 입법연구소 의장을 맡고 있다. 중앙정부·지자체·공공기관 자문을 수행했으며 대한민국인재상, 대통령표창, 법제처장표창, 과기정통부 장관표창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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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지자체

  • 입력 2026.09.15 07:30

  • 수정 2026.09.15 07:32

  • 댓글 0

부산시당, ‘사람의 정치’에서 ‘시민의 정치’로 가야

공천과 인사 권한 가진 자의 일방적 선택 안돼

민의의 선택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과정이어야

"공천기구 구성을 특정 인사들이 사전 논의" 파문

재탕으로 선거는 이겨도,미래를 만들 순 없어

컷오프, 경선 잡음, 인사 논란으로 드러난 문제

오래 된 정치, 부산을 위해 이제는 바뀌어야

정당은 시민의 다양한 요구를 정치적으로 조직하고, 서로 다른 정책과 인재를 경쟁시키며,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존재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공동체를 공동의 좋은 삶을 지향하는 공동체로 이해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는 누가 권력을 갖느냐의 문제를 넘어 어떤 공동체를 만들 것인가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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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 역시 민주주의의 가치를 단순한 다수결에 두지 않았다. 서로 다른 의견이 부딪히고, 시민이 공적 문제에 참여하며, 더 나은 판단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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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정치철학 역시 다르지 않았다. 공자가 강조한 것은 사적 관계보다 공적 기준을 앞세우는 정치였고, 법가가 던진 문제의식은 더 냉정했다. 좋은 사람을 기대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정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함부로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게 만드는 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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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앞서 언급한 기준에서 지금 시민들 앞에서 떳떳한 정당인가? 아니면 누가 누구와 가까운가를 기준으로 공천과 인사의 문을 관리하는 정당이 되어가고 있는가. 이 질문을 던지게 만든 사건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 유동철 컷오프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 수영구를 찾은 4일 오후 선거운동원들이 유동철 후보와 무소속 장예찬 후보의 홍보 피켓을 나란히 들고 있다. 2024.4.4.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영입한 유동철 당시 수영구 지역위원장이 부산시당위원장에서 경선조차 못해보고 억울하게 컷오프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공천에는 당연히 심사기준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 기준을 당원과 후보자들이 신뢰할 수 있었느냐다. 다시말해 “내가 경쟁에서 진 것인가, 아니면 애초에 경쟁할 기회가 없었던 것인가”라는 의문이 남는 순간 공천은 정치적 갈등의 씨앗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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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더 무겁게 보는 이유가 있다. 2022년 민주당 부산시당은 연이은 선거 패배 이후 혁신위원회를 구성했고, 당시 유동철 교수가 혁신위원장을 맡았다. 그때 민주당 부산시당이 내놓은 진단은 지금 들어도 낯설지 않다.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민생 의제가 소외됐다. 청년과 정치신인을 발굴하는 시스템이 부족했다. 당원 참여가 부족했다. 그래서 정치신인 발굴 시스템, 시민참여 공천, 당원 중심 민주주의 등이 제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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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이미 답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2026년에도 우리는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새로운 인재가 부족하다. 공천 과정이 불공정하다는 논란이 있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당원들이 공천을 신뢰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문제의 진단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혁신을 실행할 정치적 의지가 부족했던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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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영도구청장 공천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끄럽지 않았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당초 김철훈 후보를 단수공천했다. 그런데 이의제기와 재심을 거쳐 다시 경선으로 바뀌었다. 최종적으로 김철훈·박성윤·신기삼 등이 경쟁하는 경선 구조로 변경됐다. 이후 최종 후보는 김철훈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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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후보가 됐느냐만이 아니다. 왜 단수였고, 왜 다시 경선이 되었는가. 그 과정에서 왜 후보자 간 갈등이 커졌는가. 왜 공천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지역사회로 번졌는가. 민주당 부산시당이 스스로 내세운 2026년 공천 원칙은 ‘4무’였다. 부적격 후보자 제로, 억울한 컷오프 제로. 낙하산 공천 제로. 불공정 심사 제로. 그렇다면 바로 물어야 한다. 그 원칙은 어떻게 작동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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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미 당시 중·영도 지역위원장은 부산 민주당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시당위원장 선거에 출마했고, 이후 지방선거 전략과 관련된 역할을 맡았다. 혁신을 말하는 정치인에게는 혁신의 결과를 물어야 한다. 당신이 참여했던 정치적 구조에서 새로운 인재가 얼마나 들어왔는가. 후보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었는가. 영도와 부산의 정책 경쟁이 얼마나 발전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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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정치인끼리 갈등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천이라는 제도는 개인적인 호불호를 제거하기 위해 존재한다. 공천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뽑는 과정이 아니라 ‘시민에게 선택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을 경쟁시키는 과정이어야 한다.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정책토론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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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여론으로 평가하면 된다. 도덕성을 검증하면 된다. 정책을 검증하면 된다. 경선을 하면 된다. 그런데 사람 사이의 관계가 공천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심이 생기는 순간 정당은 신뢰를 잃는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묻는다. 이런 일이 영도만의 일이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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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공천은 ‘재탕에 재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부산 민주당은 2026년에도 과거 인물을 대거 다시 호출했다. 연합뉴스는 당시 민주당 내부의 40대 정치인 발언을 통해 같은 인물들이 총선과 지방선거 때마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현상을 당의 인재육성 시스템 문제와 연결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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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전직 구청장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좋은 행정을 했던 사람이 다시 출마하는 것은 당연히 가능하다. 문제는 정당이 새로운 사람을 발굴하고도 충분한 경쟁기회를 제공했는가다. 8년 동안 정치적 환경이 얼마나 바뀌었는데, 왜 후보군은 이렇게 익숙한가. 정당이 인재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인지도가 있는 사람을 재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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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세대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젊은 사람을 더 넣자”로 끝내면 안 된다. 그것도 또 다른 구호정치다. 젊다고 좋은 정치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많다고 낡은 정치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전문성·정책·공공성·실행력이다. 정당이 정말 혁신하려면 ‘청년’이라는 이름표를 붙이는 것보다 능력 있는 사람이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2차 인재영입식에서 엔씨소프트 임원 출신 이재성 씨와 인사를 하고 있다. 2023.12.14.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래서 이재성이 중요하다. 이재성 전 부산시당위원장은 이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은 이재성을 영입인재 2호로 영입했다. 그는 IT·게임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경제 전문가이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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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이 중요한 이유는 민주당이 말하는 ‘새로운 인재’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당은 전문가를 영입했다. 그런데 전문가를 영입했다면 그 다음은 무엇인가. 그 전문성을 정책으로 활용해야 한다. 기존 정치인과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적 진영이나 관계가 아니라 정책과 능력으로 평가해야 한다.영입인재를 데려와 놓고 결국 기존 정치문화에 적응시키는 것이라면 그것은 인재영입이 아니다. 인재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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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시장의 부산시장 당선은 분명한 성과다. 민주당은 8년 만에 부산시장직을 되찾았다. 그러나 동시에 부산시민은 민주당에 모든 권력을 주지 않았다. 부산시민은 시장과 기초단체장, 시의원을 서로 다르게 선택했다. 이것은 중요한 정치적 메시지다. 부산시민은 정당보다 사람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전재수 시장 역시 승자의 정치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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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경쟁했던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 자신에게 비판적인 전문가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자신과 정치적 색깔이 다른 사람에게도 능력이 있다면 기회를 주는가. 이것이 중요하다. 정치에서 경쟁자는 제거할 대상이 아니다. 경쟁자는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승자의 품격은 ‘내 사람’을 얼마나 챙겼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정치에서 가장 쉬운 일은 자신에게 충성한 사람을 챙기는 것이다. 어려운 것은 자신에게 불편한 사람을 기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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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비판적인 전문가. 자신과 다른 정책을 주장하는 사람. 선거에서 자신과 경쟁했던 사람.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사람. 그 사람이 능력이 있다면 함께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 통합이다. 자신에게 줄 선 사람만 모아놓고 “통합”이라고 말하는 것은 통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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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인재 시스템은 선거에서 끝나지 않는다. 선거가 끝나면 인사가 시작된다. 누가 정부로 가는가. 누가 공공기관으로 가는가. 누가 산하기관장을 맡는가. 누가 다시 정치할 수 있는 발판을 얻는가. 그래서 공천과 인사는 사실 하나의 문제다. 공천이 정치적 관계로 작동하고, 인사도 정치적 관계로 작동한다면, 결국 같은 사람들이 계속 순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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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지방선거 이후 부산 민주당의 낙선 정치인들이 부산시 정무라인 등에서 주요 역할을 맡는 흐름을 두고 정치적 재기의 발판 아니냐는 지역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물론 특정 인사의 임명이 정치적 보은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민들이 그렇게 의심할 수 있는 구조라면 인사제도를 더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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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험이 공공정책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질문은 하나다. 왜 이 사람인가. 그리고 그 기관에서 어떤 성과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인가. 민주당이 과거 낙하산 인사를 비판해왔다면 더 엄격해야 한다. 우리가 권력을 잡았을 때도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치적 개혁의 최소한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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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부산시는 공석이었던 산하 출연기관 가운데 7개 기관장을 새로 임명했다. 부산시는 이번 인사를 ‘전문성·현장 경험·젊은 리더십’에 방점을 둔 인사라고 설명했다. 기관장에게 필요한 것은 직무 적합성이다. 그러나, 글로벌도시, 여성·평생교육, 문화 부문에선 전문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 그 가운데, 부산문화회관 대표이사에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김윤규 교수가 임명됐다. 그의 예술 분야 경력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부산시민이라면 물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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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는 정말 사람이 없었는가. 부산에는 수많은 문화예술인과 기획자, 연구자, 대학, 공연단체가 있다. 그렇다면 부산의 문화기관을 이끌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부산 내부의 인재들은 어떤 평가를 받았는가. 공모 과정에서 몇 명이 지원했고, 어떤 평가기준을 적용했고, 후보들은 어떤 사람들이 공모를 했으며, 점수 차이는 어느정도인지 왜 최종적으로 그 사람이 선택됐는가. 이것을 공개하면 된다. 출신지역을 따질 것이 아니라 선정과정을 공개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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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정말 젊은 리더십을 강조한다면 오히려 좋다. 그러나 이름표가 아니라 성과로 증명하면 된다. 기관장 취임과 동시에 3대 핵심목표, 5대 성과지표, 2년 뒤 평가기준을 공개하자. 그러면 시민들은 판단할 수 있다. 젊어서 잘했는지, 전문성이 있어서 잘했는지, 아니면 그냥 정치적으로 임명됐는지. 성과가 모든 논란을 잠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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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다. 부산에도 연구자, 기업인, 문화예술인, 해양 전문가가 널려있다. 문제는 그 사람들이 정치에 들어와도 기존 정치의 관계망을 뚫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능한 사람은 정치에서 멀어진다. 그리고 정치에 남는 사람은 점점 비슷해진다. 그것이 정당의 가장 큰 위기다.

 

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 회의실에서 열린 '부·울·경 광역이음프로젝트 출범식'에서 전재수 부산시장, 김상욱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부울경을 하나의 일자리 생활권으로 연결하기 위한 공동결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6.9.8. 연합뉴스

그래서 민주당과 전재수 시장은 공천과 추천 과정과 경로 등을 기록하고 공개해야 한다 평가항목. 배점. 심사위원. 이해충돌. 재심. 이의제기. 결과. 이것을 모두 투명하게 기록하고 필요시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그게 투명성의 원칙이다. 또한, 누구도 공천기구를 독점해서는 안 된다. 지역위원장이 공천기구를 장악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특정 계파가 지역위원장의 참여 자체를 차단하는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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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하정우 수석을 영입하는 등 AI정책에 공을 들인만큼 공천 심사 과정에 AI를 도입해 공천 감사·검증 시스템으로 활용하는 등 혁신적인 모델을 도입해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후보자 비교분석, 공약의 실현가능성 분석, 기존 공약과 중복성 분석, 지역 현안과 공약의 연계성 분석, 심사위원 이해충돌 탐지, 평가점수 이상치 탐지, 특정 후보에게 유난히 높은·낮은 점수가 반복되는지 분석, 재심 과정에서 기준 변경 여부 기록 등에 적용하는 것이다. 최종 판단은 사람이 결정하되 데이터가 감시하는 공천제도다. 이 정도는 되어야 민주당과 부산에서 AI와 혁신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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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정치인은 지역조직과 인지도, 당직 경력,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신인에게 가산점 몇 퍼센트를 주는 것으로 구조적 격차를 없애기 어렵다. 그래서 신인에게 ‘경쟁권’을 보장해야 한다. 정책토론. 공개검증. 당원평가. 주민평가. 본경선. 이 과정을 보장해야 한다. 젊어서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있는데 기존 조직 때문에 기회를 못 얻는 사람에게 경기장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진짜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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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당은 실패한 사람도 다시 쓸 수 있어야 한다. 이것도 중요하다. 한 번 선거에서 졌다고 정치인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유능한 사람이라면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한 번 출마했다고 정치적 자산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낙선자는 다시 검증받아야 한다. 공공기관에 간다면 전문성을 검증받고, 당직을 맡는다면 정책성과를 보여주고, 다시 공천을 받는다면 시민 앞에서 다시 경쟁해야 한다. 정치적 재활용이 아니라 정치적 재검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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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사적인 관계보다 공적인 의를 강조했다. 법가는 사람의 선의에 의존하지 않고 제도를 강조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공동체의 목적을 공동선에서 찾았다. 밀은 다양한 의견과 참여를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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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전통이 결국 만나는 곳이 있다. 정치는 사적인 이익을 공적인 권력으로 포장하는 기술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좋은 정치는 좋은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능력을 발휘하고 나쁜 정치가 제어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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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은 정치인의 사적 권리가 아니다. 정당의 공적 권한이다. 그리고 그 공천을 통해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사람은 시민이다. 그러므로 공천의 모든 과정은 시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이 사람인가.” “왜 저 사람은 아닌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가.” “누가 결정했는가.” “이의제기가 있었다면 어떻게 처리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지도부가 19일 부산 동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부산 최고위원회에서 손을 잡고 있다. 2026.8.19.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 갈무리

2026년 부산시당은 공천에서 ‘4무 원칙’을 제시했다. 부적격 후보자 제로. 억울한 컷오프 제로. 낙하산 공천 제로. 불법·불공정 심사 제로. 그리고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공천 프로세스를 약속했다. 그렇다면 이제 시민들이 물을 차례다. 그 약속은 지켜졌는가. 유동철 지역위원장 컷오프를 둘러싼 논란에서는 어땠는가. 영도에서는 어땠는가. 사상에서는 어땠는가. 비례대표에서는 어땠는가. 그리고 공천기구 구성 자체를 둘러싼 이번 뉴탐사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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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2026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정치적 성과다. 그러나 부산시민은 민주당에 모든 것을 맡기지 않았다. 이것은 부산시민이 정당보다 후보를 보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정당 내부는 여전히 사람을 정당보다 먼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부산 정치의 미래는 ‘줄서기’가 아니라 ‘실력’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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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이제 변해야 한다. 청년이라는 이유로 발탁해서도 안 된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배제해서도 안 된다. 민주당 사람이라는 이유로 공공기관에 앉혀서도 안 된다. 국민의힘 사람이라고 무조건 배척해서도 안 된다. 정치적으로 나와 가깝다고 해서 좋은 사람도 아니다. 나와 멀다고 해서 나쁜 사람도 아니다. 정치의 기준은 능력과 공공성이다. 이것이야말로 부산 민주당이 보여줘야 할 새로운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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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키우는 정당은 공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좋은 정당은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좋은 정당은 내부에서 더 좋은 사람이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좋은 정당의 현역 정치인은 자신보다 유능한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환영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정당의 경쟁력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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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공천기구를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고, 특정 인물의 진입을 막고, 자신에게 유리한 사람을 중심으로 조직을 짠다면 그 정당은 이미 미래보다 현재의 자리를 지키는 데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결국 문제는 ‘인재의 선순환’과 ‘자리의 순환’ 중 무엇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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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한다. 경쟁시킨다. 선택한다. 검증한다. 성공하면 키운다. 실패하면 다시 검증한다. 다음 세대에게 넘긴다. 이것이 인재의 선순환이다. 그러나 다른 방식도 있다. 공천한다. 낙선한다. 당직을 준다. 공공기관으로 보낸다. 다시 공천한다. 또 다른 사람과 자리를 나눈다. 그리고 다시 같은 사람들이 돌아온다. 이것은 자리의 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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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혁신위원회가 이미 문제를 진단했다. 그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유동철은 2025년 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됐다. 2026년에는 공천기구 구성과 관련해 특정 인사들이 사전에 논의했다는 녹취 보도가 나왔다. 영도에서는 단수공천이 재경선으로 바뀌었다. 사상에서는 공천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싸고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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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인 영입인재는 기존 정치의 구조 안에서 경쟁해야 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자 정치인과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자리의 순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것을 모두 우연이라고 설명할 것인가.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부산 정치의 구조를 다시 질문해야 한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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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은 권력을 얻기 위한 조직이지만, 권력을 얻은 뒤에는 더 높은 책임을 져야 한다 민주당이 부산시장 선거에서 이겼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그 승리가 부산시민에게 백지수표를 받은 것은 아니다. 시민들은 시장과 구청장과 시의원을 다르게 선택했다. 그것은 시민들이 정치인을 개별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제 정당도 시민의 수준을 따라가야 한다. “우리 당이니까”가 아니라 “우리 후보가 왜 더 나은가”를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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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이 이미 정해진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고, 당직이 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것처럼 보이고, 공공기관이 정치적 재기의 통로처럼 보인다면 누가 정치에 들어오겠는가. 결국 정당은 점점 비슷한 사람들만 남는다. 그리고 정당의 미래는 점점 좁아진다. 당직 경력만 보지 말자. 정책 포트폴리오를 보자.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본 경험을 보자. 무엇을 알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자. 전문가가 실제 정책결정권을 갖게 하자. 낙선자를 무조건 배제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낙선자를 무조건 보호할 이유도 없다. 다시 능력으로 검증받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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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경쟁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다. 혁신은 사람을 고르는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혁신은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여는 것이다. 혁신은 나와 다른 사람도 능력만 있으면 함께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혁신은 자리를 독점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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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수준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에서 드러난다. 유동철이 불편하면 정책으로 경쟁하면 된다. 이재성이 기존 정치인과 다르면 그의 전문성을 활용하면 된다. 경쟁했던 사람이 능력이 있다면 다시 쓰면 된다. 박영미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토론하면 된다. 영도에서 공천에 이의를 제기한 후보가 있다면 기준을 설명하면 된다. 공천을 문제 삼는 당원이 있다면 자료를 공개하면 된다. 사람을 없애는 것이 정치가 아니다. 논쟁을 제도 안에서 끝까지 하는 것이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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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정치인가. 미래의 정치인가. 사람을 줄 세우는 정치인가. 사람을 경쟁시키는 정치인가. 내 사람을 만드는 정치인가. 부산의 사람을 만드는 정치인가. 자리를 나누는 정치인가. 기회를 나누는 정치인가. 필자는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6일 부산시 확대간부회의 모습 2026.7.6 부산시 유튜브 갈무리 연합뉴스

부산은 더 이상 ‘누가 누구와 친한가’를 놓고 싸울 여유가 없다. 인구가 줄고 있다. 청년이 떠나고 있다. 산업이 변하고 있다. AI와 해양산업이 결합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과 북항이라는 거대한 도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부산은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정당이 여전히 공천과 자리 배분을 둘러싼 내부 권력게임에 머물러 있다면, 시민들이 왜 그 정당을 신뢰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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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여당도 강해야 하고 야당도 강해야 한다. 전재수 시장이 성공해야 부산도 성공한다. 민주당이 정책정당으로 성장해야 부산 정치의 경쟁도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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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정당은 사람을 통제하는 정당이 아니다. 강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당이다. 강한 정당은 새로운 인재가 들어오는 것을 막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이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강한 정당은 내부의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강한 정당은 공천기구를 누가 장악하느냐를 두고 싸우지 않는다. 누가 부산을 더 잘 바꿀 수 있느냐를 놓고 싸운다. 그래서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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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은 왜 존재하는가. 사람을 위한 것인가. 자리를 위한 것인가. 권력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시민을 위한 것인가. 답은 너무 당연하다. 시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렇다면 공천도 시민을 위해 해야 한다. 인사도 시민을 위해 해야 한다. 정책도 시민을 위해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을 뽑을 때는 “내 사람인가”가 아니라 “유능한사람인가”를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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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철에게 필요한 것은 당직 하나가 아니다. 그의 정책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싱크탱크다. 이재성에게 필요한 것은 ‘영입인재 2호’라는 명찰이 아니다. 그의 산업·AI 전문성이 실제 정책으로 연결되는 정치적 공간이다. 청년 정치인에게 필요한 것은 청년이라는 이름이 아니다. 실제로 경쟁할 수 있는 경기장이다. 낙선자에게 필요한 것도 자동으로 돌아오는 자리가 아니다. 다시 시민 앞에서 검증받을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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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에게 필요한 것도 ‘젊은 리더십’이라는 수식어가 아니다. 그 기관을 실제로 발전시킬 전문성과 성과다. 그리고 민주당 부산시당에 필요한 것도 새로운 구호가 아니다. 새로운 정치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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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혁신을 진단했으면 이제 실행해야 한다. 2025년에 공정한 경쟁을 약속했으면 이제 증명해야 한다. 2026년에 공천 논란이 반복됐다면 이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이번 뉴탐사의 녹취 보도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도 정당은 피하지 말고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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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라면 책임져야 하고, 사실이 아니라면 자료를 공개해 명확하게 반박하면 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정당이 언론보다 먼저 투명해야 한다. 정당이 시민보다 먼저 자신의 권력을 감시해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인재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정당이 인재를 키우지 않고 자리를 돌려 쓰기 시작하는 순간, ‘인재의 선순환’은 ‘자리의 순환’으로 바뀐다. 그리고 자리의 순환이 계속되면 새로운 사람은 들어오지 않는다. 새로운 생각도 들어오지 않는다. 새로운 정책도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정당은 과거의 사람과 과거의 성공방식을 반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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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탕으로 선거를 치를 수는 있다. 그러나 재탕으로 부산의 미래를 만들 수는 없다. 이제 부산 민주당이 증명해야 한다. 사람을 줄 세우는 정당인지, 사람을 키우는 정당인지. 자리를 돌려 쓰는 정당인지, 기회를 돌려주는 정당인지. 내 사람을 만드는 정당인지, 부산의 사람을 만드는 정당인지. 그 답은 다음 선거가 아니라, 다음 총선에서의 공천과 다음 인사에서부터 드러날 것이다. 그 답을 부산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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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시민기자 tndudfl1566@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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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리더십, 절차와 정당성 간의 긴장?

[기고] '법이 침묵하는 자리'에선 관행의 무게를 느껴야

오현철 전북대 교수 | 기사입력 2026.09.15. 07: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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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형식적인 절차를 거친다고 시간을 끌지 마세요." 고속철도 통합 보고를 받으며 이재명 대통령이 한 말이다. 10년을 끌던 KTX와 SRT의 통합은 그로부터 1년 뒤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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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이 꼭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미 관세 협상이 1차 타결 이후 석 달째 이견을 좁히지 못하던 때, 그가 외신에 한 말이다. 협상 결과는 연간 투자액 상한 200억 달러와 현금 비중 축소였다. 같은 사람이 절차와 시간을 두고 정반대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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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달 그는 1958년 이후 처음으로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를 국회로 보내지 않은 대통령이 됐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대법원장 후임으로 법관회의가 제청한 김동현을 거부하고 이우익을 역제청했으나, 법관회의가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4개월 만에 굴복해 재제청된 조용순을 대법원장으로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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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장면 사이에는 모순이 없다. 한 리더십의 서로 다른 얼굴들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절차를 고정된 것으로 보지 않고 변수로 다룬다. 사안에 따라 어떤 절차는 앞당기고, 어떤 절차는 늦추며, 어떤 절차는 우회한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이 가운데 하나에만 능하다. 밀어붙이는 사람은 계속 밀어붙이고, 신중한 사람은 계속 신중하다. 이 대통령은 사안에 따라 속도와 방향을 바꾼다. 그것이 그의 강점이자, 지금 그가 놓인 곤경의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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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당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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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앞당기기의 대상은 관성이다. 절차적 관성이란 제도가 결정을 내리지 않아 기존 관행이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누군가가 막아서가 아니라, 아무도 결론을 내리지 않아서 관성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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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와 SRT의 분리는 10년간 통합과 존치 사이를 오갔고, 그동안 승객은 두 개의 앱을 깔아야 했다. 의대 정원은 증원과 갈등 사이에서 표류했다. 이런 상태에는 뚜렷한 수혜자가 있지만 뚜렷한 책임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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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은 그 자체로 정당성을 갖지 않는다. 선거로 위임받은 권력이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관성을 깨는 것은 민주주의의 요구에 부응한다. 유권자가 정부를 교체하는 이유의 상당 부분은 결정되지 않은 것을 결정하라는 주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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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을 세 차례 고쳐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명문화하고, 전임 정부가 14퍼센트 넘게 깎았던 연구개발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되돌리고, 지역의사제를 포함해 의대 증원을 입법으로 마무리한 것은 그 주문에 대한 응답이었다. "형식적 절차로 시간 끌지 말라"는 지시가 통했던 영역이 바로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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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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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속도로만 이해하면 안 된다. 그는 늦추는 데도 능하다. 관세 협상이 그렇다. 지난해 7월 말 1차 타결 이후 3,500억 달러 투자의 성격을 두고 한미가 맞서면서 협상은 석 달을 끌었다. 그사이 대통령은 외신 인터뷰에서 지연이 꼭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고, 미국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 하겠지만 그것이 한국에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정도여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지연이 교착이 아니라 선택이었음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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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0월 경주 회담에서 나온 결과는 연간 투자액 상한 200억 달러, 현금 투자 2,000억 달러 한정, 자동차·부품 관세 15퍼센트였다. 국내 외환시장이 감당할 수 없다는 제약을 협상 지렛대로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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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쟁도 이 범주에 속한다. 이란은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자국에 맞서면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고, 미국은 반도체 표적 관세까지 꺼내며 압박했다. 정부는 어느 쪽으로도 입장을 확정하지 않은 채, 국익과 국민 공감대에 기반해 기여 방안을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정을 미루는 것 자체가 선택지를 살려두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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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추기는 국내에서도 나타난다.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은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됐고, 그사이 시행령 정비와 현장 준비가 이루어졌다. 재계 반발이 가장 컸던 사안에서 정부는 속도보다 예측 가능성을 택했다. 취임 당일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을 두고 국가 간 합의는 지켜지는 것이 좋고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밝힌 것도 마찬가지다. 지지층을 거스르는 비용이 따랐지만, 야당 대표 시절 스스로 강하게 비판했던 합의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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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추기는 앞당기기보다 어렵다. 성과가 나기 전까지는 무능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 정부의 대외 성과가 국내에서 저평가되는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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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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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세 번째다. 지난달 청와대는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의 임명동의안을 국회로 보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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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여당이 발의한 특검법은, 그 적용과 집행 방식에 따라 대통령이 관련된 다수의 재판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진보 법조계에서도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최고권력자의 사법 리스크를 정리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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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달 지명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를 추진한 의원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아온 인물이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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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안은 별개로 보이지만 하나로 묶인다. 대통령 관련 재판을 없앨 수 있는 일, 그 재판을 최종적으로 심리할 법관을 고르는 일, 그리고 그 공소취소를 집행할 수 있는 장관을 고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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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논리에도 근거가 없지는 않다. 대법관 제청은 오랫동안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비공개로 후보를 조율해 온 사안이고, 이번처럼 사전 협의 없이 서면으로 제청된 것은 그 관행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다툴 만한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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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관행 이탈에 대한 헌법적 대응은 이미 마련돼 있다. 대통령은 임명을 거부할 수 있고, 국회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으며, 권한 다툼은 헌법재판소가 가린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후보 반려권도 재제청 요구권도 부여하지 않았다. 사법연수원 14기 법조인 84명이 성명을 낸 이유도 그 지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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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말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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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곧 그 행위를 금지한다는 뜻은 아니다. 헌법은 그러한 경우를 모두 열거하지 않는다. 지금 다투어지는 것은 대부분 조문이 아니라 그 빈칸을 채워온 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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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가 그 전형이다. 장관 임명에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고,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은 임명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제도를 만든 이유는 임명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결격 사유를 공개된 자리에서 드러내,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지고서야 임명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법적 의무 대신 정치적 부담을 부과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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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애초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한 채 장관을 맡겠다고 밝히며,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비례의원직 사퇴라는 관례가 정치인들 사이에서 자리 나눠 먹기로 인식돼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관례를 존중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야당 의원의 입각이 드문 일이어서 기존 관례로 재단하기 어렵다는 그의 반론에도 일리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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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법률이 금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곧 관례에 무게가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결국 그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여당에서도 인사청문회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지 않자 내린 고육지책이었다.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논리만으로는 정치적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번 사퇴가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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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취소도 다르지 않다. 검사가 1심 판결 전에 공소를 거둘 수 있게 한 제도는 증거가 무너졌거나 기소가 잘못됐다고 판단할 때 활용하라는 뜻이지, 피고인이 누구인지에 따라 쓰라는 것이 아니다. 조문에 그렇게 쓰여 있지 않을 뿐이다. 대통령이 관련된 여러 건의 기소를 사건별 증거가 아니라 피고인을 기준으로 한꺼번에 정리하는 설계는 그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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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정치적 부담을 무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법적 의무가 없다고 말하면 된다. 이 방법은 위법이 아니다. 다만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법조문이 침묵하는 자리마다 헌정의 관행이 하나씩 사라진다. 절차를 우회하는 것은 법을 어기는 행동이 아니지만, 법이 말하지 않는 곳에서 관행과 취지가 지녀온 무게를 없는 것처럼 취급한다. 위법이 아니므로 법정에서 다투기도 어렵다. 그것이 이 방식이 지닌 효율성이자 위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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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류의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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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정한 것은 업무를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라 권력을 나누기 위한 것이다. 어느 한 사람도 사법부의 구성을 혼자 결정할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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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이러한 절차를 편의상 '정당성 절차'라 부르겠다. 이는 행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권력자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헌법적 장치다. 이런 절차는 결정을 지연시키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권력자의 결정을 제한하려고 만든 것이다. 이승만 사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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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결과를 냈다는 사실이 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보증해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절차를 지키는 행위 자체가 정당성을 생산한다.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 대법관 후보를 그대로 국회로 보내는 것, 그 불편함을 감수하는 행위가 곧 헌법을 작동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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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를 형식이라 부르는 것은 절반만 맞는 말이다. 형사소송법을 생각해 보면 된다. 무죄추정과 방어권은 선언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구속영장 없이 사람을 가둘 수 없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으며, 증거를 법정에서 다툴 수 있는 절차가 있어야 비로소 존재한다. 이러한 절차를 걷어내면 권리도 함께 사라진다. 절차는 가치를 담는 그릇이 아니라 가치가 존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헌법이 정한 임명 절차도 다르지 않다. 사법부 독립은 그 절차 바깥 어딘가에 따로 놓여 있지 않다. 임명 절차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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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문에 적히지 않은 입법 취지가 무게를 갖는 이유도 여기 있다. 입법 취지란 그 절차가 지키려는 가치를 가리키는 말이고, 가치를 덜어내면 남는 것은 빈 형식뿐이다. 그 때문에 위법이 아니라는 항변은 답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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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두 절차를 구별하는 기준은 간명하다. 그 절차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관성은 결정 회피의 결과물이고, '정당성 절차'는 자의적 결정을 제한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앞의 것은 앞당기거나 늦출 수 있다. 그러나 뒤의 것은 다르다. 번거롭고 느리다는 이유로 건너뛸 수 없다. 빠르게 할 수도 느리게 할 수도 없고, 그냥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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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를 변수로 다루는 데 탁월한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도 바로 이 '정당성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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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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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적 민주주의는 두 개의 회로로 작동한다. 하나는 수직적 회로다. 권력은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서 나오고, 임기가 끝나면 국민의 심판으로 돌아간다. 다른 하나는 수평적 회로다. 임기 중의 권력은 다른 제도로부터 견제받는다. 의회가 묻고 법원이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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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 오도넬은 선거만 제대로 치러지고 이 두 번째 회로가 작동하지 않는 체제를 '위임 민주주의'라 불렀다. 선출된 대통령이 임기 동안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는 대로 통치할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여기고, 자신을 견제하는 기구들을 성가신 장애물로 취급하는 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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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기되는 우려는 두 회로가 동시에 약화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대통령을 향한 사법 판단이 제거되면 수평적 회로가 끊긴다. 그리고 그 판단은 유권자가 다음 선거에서 쓸 재료이기도 하므로, 수직적 회로도 함께 약화된다. 국민은 심판할 근거를 잃는다. 남는 것은 권력이 스스로를 심판하는 닫힌 구조다. 어떤 개혁의 명분도 이 닫힌 구조를 정당화하지 못한다. 명분이 좋을수록 위험은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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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성은 어디서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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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부가 놓치고 있는 역설이 여기에 있다. 상법 개정이 정당한 이유는 그것이 옳은 정책이어서가 아니라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고속철도 통합이 정당한 이유는 그것이 효율적이어서만이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심사와 법정 절차를 거쳤기 때문이다. 관세협상의 성과가 평가받는 이유는 유리한 조건을 얻어서만이 아니라 그 조건이 공개되고 검증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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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당기기와 늦추기로 얻은 모든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치르고 획득한 것이다. 그 정당성을 다른 곳에서 훼손하면, 이미 얻은 성과의 근거까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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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 정부는 계엄과 탄핵이라는 헌법 파괴의 경험 위에서 출범했다. 그 존립 근거는 헌법 절차를 지키는 쪽에 섰다는 사실이었다. 헌법 절차의 수호자로 등장한 권력이 헌법 절차를 우회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정치적 실책이 아니라 자기 존립 근거를 침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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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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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문제는 미래의 비용으로도 돌아온다. 지난 6월 정부는 반도체와 피지컬 AI,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임기 안에 끝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기업의 투자와 지자체의 인프라와 국회의 뒷받침이 정권을 하나 이상 건너 이어져야 한다. 다음 정부가 이 사업을 이어받게 만드는 것은 발표된 투자 규모가 아니라, 그 결정이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는 사회적 합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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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임기에 필요한 것은 속도를 줄이는 일도, 높이는 것도 아니다. 절차를 구분하는 일이다. 앞으로도 관성은 얼마든지 깨야 하고, 필요하면 얼마든지 버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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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법이 침묵하는 자리에서 관행이 지녀온 무게 앞에서는, 그리고 자기 사건과 관련된 사법 절차에서는 대통령이 먼저 물러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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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양보가 아니라 교환이다. 내려놓는 것은 자신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이고, 얻는 것은 자신의 정책을 다음 정부도 수용하게 하는 정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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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인공지능에 산업의 미래를 맡긴 판단이 옳았는지는 10년쯤 지나야 드러난다. 그 10년을 버티게 하는 힘은 투자 규모에서 나오지 않는다. 헌법이 정한 대로 대법관을 임명하고 자신의 재판을 법원에 맡기는 일, 그리고 그렇게 지킨 정당성 위에서 사업을 완주하는 일. 지금 대통령이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성과는 바로 그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현철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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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재활용 안 할 거야? 자본주의적 쓰레기 처리법

[2026 공동리포트 - 세계의 쓰레기] 쓰레기 수출하던 호주의 반전

26.09.15 07:25ㅣ최종 업데이트 26.09.15 07:25

세계 주요 도시의 쓰레기 배출·수거·재활용 시스템을 취재하여 각국의 실질적인 자원순환 체계와 시민 부담 방식을 진단하고 국내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대안과 시사점을 모색한다.[편집자말]

한국의 쓰레기 배출 현장은 정교함과 시민 노동을 바탕으로 유지된다. 시민들은 지자체 종량제 봉투를 구매하고, 페트병 라벨을 떼어내며, 플라스틱·캔·유리·종이·비닐류 등을 분리배출한다. 음식물 쓰레기 역시 전용 수거함이나 종량제 봉투로 배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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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호주에는 도덕적 의무나 정밀한 시민 노동이 없다. 종량제 봉투도, 번거로운 재활용품 분류도 필요 없다. 지방정부별로 시스템이 조금씩 다르지만, 내가 사는 지역의 경우 모든 쓰레기는 한꺼번에 빨간색 아니면 노란색 쓰레기통에 쏟아붓고, 청소차 운전기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계 팔로 그 쓰레기통을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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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충 막 버려도 정말 괜찮은 거야?" 싶을 정도로 쓰레기 버리기에 무심한 호주, 도대체 이들은 어떻게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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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주택가에서 수거를 기다리는 휠리빈이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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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주택가 골목에는 집집마다 2~3개씩 늘어선 바퀴 달린 대형 플라스틱 쓰레기통, 일명 '휠리빈'이 자리하고 있다. 호주 폐기물 행정은 종량제 봉투 판매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주택 소유주에게 부과하는 지방세에 '폐기물 처리 부과금'을 포함하는 정액형 모델이다. 주택 소유자는 연간 약 300~600호주달러(29~59만 원) 수준의 폐기물 비용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지자체로부터 120L 또는 240L 규격의 표준 휠리빈을 무상 대여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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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재활용 배출의 핵심은 '단일 투입 혼합 수거' 체계다. 시민들은 플라스틱, 캔, 유리, 종이를 별도로 분류하거나 묶지 않고 하나의 통에 한꺼번에 던져 넣는다. 비닐봉지에 담아 묶지 않고 낱개로 넣는 규칙만 지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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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거 과정 역시 고임금 구조에 맞춤화된 1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설계되어 있다. 운전기사 한 명이 탑승한 트럭은 차내 조이스틱을 조작해 로봇 팔로 휠리빈을 들어 올려 트럭 적재함에 비운 후 원위치에 내려놓는다. 수거 인력의 차상 작업과 직접 상차를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근골격계 질환 및 자상 사고를 크게 줄이고 수거 속도와 인건비 효율을 극대화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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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환경국의 숨겨진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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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뚜껑이 달린 쓰레기통에는 나뭇가지, 잔디 깎은 풀, 낙엽, 주방 음식물 쓰레기가 들어간다.이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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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쓰레기를 한꺼번에 버리면 기계 팔이 빠르게 수거해 가지만, 이 편리한 시스템의 이면에는 심각한 구조적 모순이 숨겨져 있다. 배출 단계에서 혼합 수거된 폐기물은 수거 차량의 압축과 하차 과정에서 유리병이 깨져 미세 파편이 종이와 플라스틱 표면에 박히고, 용기 내 잔여 음식물이 침투하면서 오염도가 5~15%에 달한다. 선별장으로 반입된 폐기물 중 최대 20~30%는 재활용하지 못하고 잔재물로 분류되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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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호주가 '깨끗한 청정국'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고비용이 소요되는 정밀 선별과 세척 공정 대신, 자본의 논리에 따라 처리 공정의 상당 부분을 해외로 외주화했기 때문이다. 2018년 이전까지 호주는 연간 약 125만 톤 이상의 폐플라스틱, 폐지, 혼합 폐기물을 중국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으로 대량 수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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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8년 호주의 취약한 쓰레기 처리 모델이 한순간에 붕괴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오염도 0.5%를 초과하는 비가공 폐기물의 수입을 금지하는 '내셔널 소드' 정책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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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도가 5~15%에 달한 호주산 재활용품이 중국 항만에서 반송되었다. 수출 판로가 차단되자 호주 전역의 물류 창고와 적환장은 쓰레기 더미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갈 곳을 잃은 재활용품 수십만 톤이 일반 매립지로 직행했다. 2019년에는 빅토리아주의 대형 폐기물 선별 기업이 막대한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파산하면서 수십 개 지자체의 재활용 처리 체계가 마비돼 사상 초유의 폐기물 대란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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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직면한 호주 정부는 2020년 '재활용 및 폐기물 감축법'을 제정하여 미처리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혼합 폐지의 해외 수출을 단계적으로 법적 금지했다. 미처리 폐기물을 해외에 떠넘기지 않고 국내 처리 역량을 확대한다는 국가적 원칙이 강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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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호주 정부는 관련 산업계와 공동으로 약 10억 호주 달러(9900억 원) 규모의 재생 현대화 기금을 조성하고 대대적인 인프라 혁신에 착수했다. 근적외선 카메라와 인공지능(AI) 기반 다중 광학 선별기를 도입해 플라스틱 재질(PET, HDPE, PP)에 따라 분리하고, 2차 유리 파쇄 라인을 구축하여 파쇄 유리를 도로포장용 골재나 건설 자재로 전환하는 등 선별 시설의 첨단 자동화를 가속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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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장 포화 위기와 소각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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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회사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재활용품과 일반쓰레기 통이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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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길이 차단되고 국내 폐기물 처리가 의무화되면서 호주는 심각한 매립지 포화 위기에 직면했다. 시드니나 멜버른 같은 대도시권은 인구 밀집과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인해 추가 매립지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호주는 전통적인 단순 매립 방식을 폐기하고 가격 통제와 첨단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자원순환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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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매립장 반입 폐기물에 대해 일부 대도시권에서는 톤당 170호주달러(16만 8000원)를 웃도는 높은 매립세를 부과했다. 매립 비용을 재활용 선별 비용보다 훨씬 비싸게 책정함으로써, 민간 업체들이 매립을 피하고 자원 회수 쪽으로 눈을 돌리도록 시장 상황을 강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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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묻기만 하던 관행을 탈피해 서호주를 시작으로 유럽식 첨단 폐기물 에너지화 플랜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재활용이 불가능한 잔재 폐기물을 고온 소각해 전력과 산업용 증기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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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매립지 부피를 차지하던 건설·철거 폐기물과 파쇄 유리 처리를 위해 공공 도로 공사 입찰자가 재생·재사용 자재 사용을 최적화할 방안을 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무거운 폐자재가 매립지로만 유입되지 않고 토목 원자재 시장으로 흡수되도록 수요 생태계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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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주에 위치한 크위나나 폐기물 에너지화 시설. 연간 약 40만~46만 톤의 잔재 폐기물을 고온 소각하여 약 5만 5천 가구에 전력을 공급한다.ACCI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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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만의 자원순환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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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길이 막힌 후 뒤늦게 자원순환 개혁에 뛰어든 호주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매우 독창적이다. 시민의 도덕적 양심이나 무보수 분리 노동에 호소하는 대신, 철저한 '금전적 보상 체계'와 '민간 기술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를 중심으로 순환 경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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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캔이나 페트병을 회수기에 넣으면 개당 10센트를 돌려주는 용기 보증금제가 있다. 이는 노란색 혼합 휠리빈의 한계를 극복한 핵심 장치로, 재활용 센터로 수거되는 캔이나 페트병 중 이물질 혼입 없는 단일 재질 용기 비율이 대폭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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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지 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된 음식물 쓰레기는 생분해성 봉투에 담아 유기물 수거통에 배출하면 고온 발효 과정을 거쳐 친환경 퇴비로 자원화하기도 한다. 침대 매트리스, 소파, 가구, 가전제품(냉장고, 세탁기 등)과 같은 대형 쓰레기는 1년에 1~2회 정기적으로 무료 수거하여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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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회사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담기 위해 사용하는 생분해성 규격 봉투이대원

1인당 연간 약 27kg의 섬유류를 소비하고 이 중 약 23kg을 폐기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패션 소비국인 호주는 패션 분야에도 혁신적인 재활용 기술을 도입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헌 옷이 매립지로 향했으나, 최근에는 디지털 역물류 및 첨단 재활용 스타트업들과 결합해 순환 경제 모델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은 폐섬유를 이용해 방음 패널, 단열재, 포장 완충재를 만들기도 하고, 폴리에스터 원료를 추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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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호주는 쓰레기 처리에 있어 철저히 '자본주의적 효율성'과 '기술'의 힘에 기댄다. 매립지엔 엄청난 세금을 부과해 재활용을 안 할 수 없게 만들고 그 돈으로 최첨단 인프라를 구축해 기계가 알아서 척척 분류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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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차가운 자본주의와 뜨거운 기술이 결합한 호주의 순환 경제는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쓰레기 외주화라는 과거의 실패를 딛고 구축한 호주의 치밀한 생존 전략이 과연 어떤 결실을 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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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쓰레기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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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목숨 팔아 얻는 국익이라는 건 없다! 미국은 당장 꺼져라!”

 

미 대사관 앞 촛불문화제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6/09/1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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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강요 국제 깡패 트럼프를 규탄한다!”

“호르무즈 파병 압박 미국을 규탄한다!”

“골목 깡패 트럼프는 이제 그만 지구를 떠나라!”

 

주권자 국민이 14일 오후 7시 30분 주한 미국 대사관 인근 광화문역 2번 출구 앞에서 진행된 촛불문화제에서 미국을 향해 호령과 포효를 쏟아냈다.

 

  © 박명훈 기자

 

이날 문화제는 ‘파병강요 국제깡패 트럼프 규탄 시민학생 농성단’이 주최했다. 

 

농성단이 지키고 있는 장소에 퇴근하고 한달음에 온 시민들이 속속 모여 참가 인원이 계속 불어나더니 약 100명이 됐다.

 

사회를 맡은 안정은 대학생 농성단원은 “지난주 목요일에 시작한 파병 강요! 국제 깡패 트럼프 규탄! 시민 학생 농성단도 어느덧 벌써 5일 차를 맞이했다”라면서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하다 보면 정말 많은 국민분이 응원해 준다. 그래서 느꼈다. 파병 반대가 확고한 민심이다! 이러한 민심을 미국은 결코 꺾을 수 없다!”, “주권자 국민은 지칠 줄 모른다!”라고 확언했다.

 

구본기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전래 동화 ‘심청전’의 주인공인 심봉사가 자신이 눈을 뜨기 위해 친딸인 심청을 공양미 300석에 팔아먹은 점을 언급하며 “우리 집 불화 면하자고 남의 집 귀한 자식 물귀신 만들 수 있는가!”, “미국이 협박한다. 대한민국의 안보며, 경제며 험한 꼴 보기 싫으면 우리 자식들 목숨줄 내놓으라고 묻는다. 미국이 이렇게 말하면 우리가 우리 자식들 목숨줄 내줘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설령 미국이 말하는 그 험한 꼴, 당장 우리가 보게 되더라도 우리가 자식들을 전쟁터로 보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우리 자식들 목숨을 제물로 바쳐서 얻는 국익 따위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라면서 “단 한 명도 보낼 수 없다! 미국은 당장 꺼져라! 자식 목숨 팔아 얻는 국익이라는 건 없다! 미국은 당장 꺼져라!”라고 외쳤다.

 

  © 박명훈 기자

 

황중현 대학생 농성단원은 “대미 수출 의존도가 70%인 캐나다도 미국의 통상 압박에 정면으로 부딪치는데 (대미) 의존도가 17%밖에 안 되고, 반도체, 배터리, 조선 등의 비대칭 자산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라면 더욱 미국에 당당히 맞서야 하지 않겠는가!”라면서 “우리는 미국의 이런 야만적인 협박에 응할 수 없다”라고 피력했다.

 

이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파병이 아니라 주권국가로서 당당한 태도다. 미국에 강력한 주권자의 분노를 보여줘야 한다”라면서 “우리 청년들의 피와 국민의 세금은 미국의 패권주의의 희생양이 아니다”, “평화를 지키고 국익을 지키는 힘은 미국에 대한 굴종이 아니라 우리의 당당한 목소리에서 나온다”라고 확언했다.

 

이해연 동작관악촛불행동 공동대표는 “(미국은) 외교적으로도 미국 중심의 외교, 반북 반중 외교 정책을 하라고 압박하면서 우리를 ‘미국 안의 개구리, 고립된 섬’으로 만들어 왔다”라면서 “더 이상 우리의 안보를 미국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평화는 한반도에서 5천 년 동안 함께 살아온 우리 민족끼리 이루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수진 남양주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지금 미국은 망해가는 제국”이라며 이란전쟁에 관해 “예전처럼 미국이 공격만 하면 상대방이 와르르 무너질 것이라는 건방진 생각으로 무턱대고 시작한 전쟁 아닌가!”라면서 “(정부는) 국민의 목숨을 지키는 일이 최고의 국익이라는 생각으로 파병 검토를 당장 멈춰라! 파병 반대를 외치는 광장의 국민을 믿고 당당히 파병 요구를 거부하라!”라고 역설했다.

 

참가자들이 미국의 협박에 절대 흔들리지 않고, 당당히 맞서 승리하겠다는 결의를 담아 노래 「바위처럼」에 맞춰 율동했다.

 

한편, 주최 측은 내일부터 문화제를 같은 장소에서 오후 7시로 시간을 앞당겨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 박명훈 기자

 

  © 박명훈 기자

 

  © 박명훈 기자

 

  © 박명훈 기자

 

▲ 대학생 농성단원들이 율동하고 있다.  © 박명훈 기자

 

▲ 율동을 따라하는 참가자들.  © 박명훈 기자

 

▲ 왼쪽부터 구본기 공동대표, 황중현 단원, 이해연 공동대표, 김수진 공동대표.  © 박명훈 기자

 

▲ 사회를 보는 안정은 단원.  © 박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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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제넨셀 포렌식 때 ‘이재명·이낙연·김승원’ 검색

제넨셀 창업주 강세찬 교수, 포렌식 현장 목격 증언

압수수색 검색어에 식약처 아닌 민주당 의원 이름

2022년 11월 수사보고서엔 김승원 ‘친이재명계’ 인맥 분석

한동훈 공개 녹취에서 빠진 ‘식약처 복마전’ 대목

2026-09-15 01:05:31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사 제넨셀의 창업주 강세찬 경희대 교수가 압수수색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검찰이 압수한 컴퓨터를 포렌식으로 훑을 때 넣은 검색어가 민주당 정치인 이름이었다. 강 교수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세 사람의 이름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와 얽힌 알선수재 사건 수사에서 나온 검색어치고는 방향이 엉뚱하다. 김승원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오늘 열린다.

 

키워드 자체가 민주당 의원들이었다

 

강 교수가 압수수색을 받은 곳은 한 곳이 아니었다. 그는 "제 사무실, 제 연구실, 제넨셀 등 여러 군데를 동시에 진행하더라"고 말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검찰이 지정한 곳으로 갔다고 했다. 변호인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사실도 그때는 몰랐다. 영장도 온전히 보지 못했다. 강 교수는 "그 앞부분만 보여주고 내용은 보여주지 않았다"고 했다. 브로커 양수진씨의 알선수재 혐의 참고인 조사라는 설명만 들었다.

 

검색 과정은 회사 직원들이 옆에서 지켜봤다. 자기 컴퓨터를 뒤지는데 안 볼 수가 없었다. 강 교수는 "하나씩 선별해서 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막 가져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키워드 자체는 민주당 의원들이 나온 것들이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름을 넣는 장면은 당시 제넨셀 홍보이사가 봤다고 전했다.

 

이름을 몇 개나 넣었는지 묻자 강 교수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 잘 모른다고 답했다. 다만 자신이 아는 것은 세 명이라고 했다. "이낙연, 이재명, 그다음에 김승원"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들이 이 문제를 항의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수사 검사의 태도에 대해서도 그는 기억을 꺼냈다. "엄청 짜증내더니만, 잘 안 됐는지 갑자기 바뀌었다"는 것이다.

 

브로커 양씨의 인맥에 대한 평가도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주장과 달랐다. 강 교수는 양씨가 "국민의힘 인사들, 윤석열 쪽과 관계가 있었던 것 같더라"고 말했다. 정치 성향이 아니라 사업 때문에 여기저기 많이 알고 지냈다는 설명이다. 한 의원이 이 사건을 '민주당 오빠들 게이트'로 부르는 데 대해서는 이렇게 답했다. "그 오빠들 많죠, 다른 데도요."

 

2022년 11월 수사보고서에 적힌 ‘친이재명계’

 

검찰의 시선이 어디를 향했는지는 초기 수사보고서에 남아 있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 검사가 2022년 11월 작성한 문건이다. 여기에는 김승원 후보자의 이력과 인맥이 정리돼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남욱 변호사의 변호인단에 속했다는 내용이 있다. 민주당 내 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는 대목도 적혀 있다. 2021년 이재명 대선캠프에 합류했다는 내용도 있다. 2022년 9월 민주당 법률위원장에 임명된 이력도 적혔다. 식약처 인허가 사건 수사 초기에 굳이 정리할 이유가 없는 정보다.

 

보고서에는 언론 기사도 첨부됐다. 뉴데일리 등이 김승원 후보자와 이재명 캠프의 관계를 다룬 기사들이다. 화천대유와 김만배씨, 원유철 전 의원 등의 이름이 함께 적힌 부분도 확인됐다.

 

사건은 1년쯤 뒤 자리를 옮긴다. 식품의약범죄조사부가 맡던 수사가 형사5부로 재배당됐다. 형사5부는 정치인과 기업 비리를 다루던 부서다. 재배당 시점도 눈에 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근인 이진동 검사가 2023년 9월 서울서부지검장으로 부임한 직후였다. 그때 법무부 장관이 한동훈 의원이었다.

 

수사를 받던 양씨도 같은 의문을 남겼다. 양씨는 검사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힘 쪽 의원님에게 부탁했다면 이렇게 오래 수사를 받을까 싶다." 이 진술은 조서에 그대로 남아 있다. 김승원 후보자는 제넨셀 관련자들의 재판에 나와 다른 이야기를 했다. 담당 검사가 피의자들에게 한 말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김승원 국회의원의 옷을 벗기겠다"는 말이었다. 검사 12명이 2년 넘게 매달린 이 수사는 2024년 12월 기소유예 처분으로 끝났다.

 

한동훈이 잘라낸 ‘복마전’

 

한 의원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녹취에는 날짜와 제목이 또렷하게 붙어 있었다. 2021년 10월 7일 통화라는 표시가 먼저 나온다. 그 아래 "식약처 승인되는 순간 완전히 수천억 벌 수 있는 거잖아"라는 김 후보자의 말이 놓였다. 기자들이 제목으로 뽑기 좋은 형태였다. 그러나 원문은 이보다 훨씬 길다.

 

원문에서 양씨는 제넨셀의 임상시험 승인이 늦어지는 사정을 길게 설명한다. 담당자가 바뀌어 결과 발표가 미뤄졌다는 이야기다. 해외 치료제는 70만원인데 국내에서 만들면 10만원 수준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문제의 발언은 그 뒤에 이어진다. 앞에는 "거기 식약처, 그게 복마전인 것 같더라"는 말이 붙어 있었다. 뒤에는 로비가 치열해 심사가 늦어진다는 취지의 설명이 따라온다. 제넨셀이 수천억을 번다는 말이 아니라 식약처 인허가 시장을 두고 한 말이다. 한 의원이 공개한 판본에서는 이 앞뒤가 모두 사라졌다.

 

이어지는 대목도 빠졌다. 김 후보자는 전화를 걸어주겠다고 먼저 말하지 않았다. 자료를 메일로 보내달라고 요구했고, 다음날 출력해 검토했다. 그리고 "햄스터 상대로 한 것 같은데 95%가 회복됐네"라며 수치를 짚었다. 수입 치료제보다 값이 크게 내려간다는 점도 함께 거론했다. "국부 유출과도 관계가 있으니까"라고 했다.

 

최재성 전 의원과의 녹취에서도 같은 방식이 반복됐다. 양씨는 최 전 의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식약처장님한테 부탁할 건 아니고 왜 딜레이가 되는지 확인만 해달라고 그랬다." 승인을 내달라는 부탁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한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이 문장이 없다. 김 후보자와 양씨의 마지막 통화는 2023년 2월이다. 그 뒤로 두 사람 사이의 대화 녹취는 나오지 않는다. 돈이 오간 흔적도 확인되지 않았다.

 

브로커 통화에 등장한 국민의힘 인사들

 

양씨의 통화 상대는 대선을 기점으로 바뀐다. 2022년 3월 15일 녹취에서 강 교수는 국민의힘 쪽에 붙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양씨는 이 자리에서 "구순성 아저씨가 도움이 되겠다"고 했다. 조달청 사업 이야기였다. 양씨가 구씨에게 연락하자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자료 다 달라, 내가 조달청장이랑 이야기 좀 해볼게"라는 말이었다. 양씨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런 게 좋아, 말을 하면 되게 빠르게 진행돼."

 

구순성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오랜 경호관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때 세월호 참사 7시간 행적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 양씨의 인맥은 군 쪽으로도 뻗어 있다. 녹취에는 임호영 전 연합사 부사령관이 등장한다. 김용현 전 경호처장과 경쟁 관계로 거론되던 군 인사다. 양씨는 그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올해 잘 될 거니까 좀만 버텨봐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2023년 5월 24일 찍힌 사진도 공개됐다. 중소기업 관련 행사에서 양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나란히 선 장면이다. 정권이 바뀌자 상대를 갈아탄 브로커의 궤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이쪽 이름이 하나도 없다.

 

기소계획서는 어디서 나왔나

 

남은 의문은 자료의 출처다. 한 의원이 공개한 문건 중에는 기소계획서가 있다. 검찰 내부 문건이고 재판 기록에 첨부되지 않는 자료다. 변호인도 기자도 정상적인 경로로는 볼 수 없다. 민주당 의원들이 유출 경위를 고발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문건이 정치인 손을 거쳐 밖으로 나온 전례는 이미 있다. 고발 사주 사건이다. 문건을 작성한 손준성 전 검사는 무죄를 받았다. 김웅 전 의원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고리가 끊겨 있었기 때문이다. 중간에 제3자가 끼어들었을 가능성을 법원이 배제하지 않았다.

 

한 의원은 검찰에서 받았다고 말하면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에 처음 신고했던 인물도 자신이 한 의원에게 건네지 않았다고 했다. 브로커 양씨도, 강 교수도 준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둘이다. 검찰로부터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면 누구를 거쳐 받았는가. 법무부 장관 시절 본인이 들고 나온 것은 아닌가.

 

한 의원은 자신이 잘라낸 문장들에 대해서도 아직 아무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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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폭 피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수정 2026-09-14 08:26

피폭자 지원 특별법, 2세 고통은 외면

한정순 회장과 이남재 원장 등 특별법 개정 호소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한지 어느덧 81 년이 지났다 . 당시 약 70 만명의 피폭자 가운데에는 조선인도 약 10 만명이 있었다 . 이들은 오랜 세월 ‘ 강제 징용 - 피폭 - 외면 ’ 으로 이어진 삼중고를 겪으면서 경계인의 삶을 살아왔다 . 2016 년에 ‘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 이 제정되었지만 , 국가 보호의 책임은 부족했고 대를 이어 피폭의 고통을 받아온 후손들에게는 보호의 손길조차 뻗치지 못했다 . 올해 정기 국회에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한정순 한국원폭 2 세환우회 회장과 이남재 한국원폭 2 세환우쉼터 합천평화의집 원장을 9월 9일 한겨레신문사 인근 식당에서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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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정기국회에서 <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는데 , 기존 특별법과 어떤 차이가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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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폭피해자들과 22 개 범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 한국인 원폭피해자 및 피해자 자녀지원법 추진공동대책위 ’ 의 지속적인 요구로 2016 년 5 월 29 일 제 19 대 국회에서 ‘ 한국인 원폭피해자 지원법 ’ 이 통과되었다 . 주요 내용은 법적 피해자는 당시 피폭 현장에 있었던 1 세로 한정하고 원폭피해자 지원위원회 심의를 통해 의료와 장례비를 지원하고 추모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 하지만 이 법안에는 국가적 보호책임이 명시되지 않았다 . 대를 이어 피폭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2,3 세를 법적피해자에서 제외하였고 , 전국적인 실태조사 , 지원사무국 설치를 누락한 반쪽짜리 형식적인 지원법이었다 . 이에 2016 년 9 월 원폭 2 세환우회와 원폭 2 세환우쉼터인 합천평화의집이 중심이 되어 ‘ 원폭피해자지원법 개정추진위원회 ’ 를 구성해 개정안 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 주요내용은 법적 피해자를 2 세로 확대해 의료비와 장례비 , 그리고 2 세 피해자단체를 지원하고 , 국가 돌봄 차원에서 원폭피해자 유일의 공동생활시설인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 입소하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이다 .”( 이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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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안의 골자 가운데 하나는 원폭 피해자 2 세에 대한 지원인데 , 2 세도 고통 받고 계신 분들이 많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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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합천에 피해자들이 많은데 2,3 세들은 부모의 피폭으로 유전체 변형이 나타나 평생을 병마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 사회적 편견과 차별 , 그리고 유전적 질환으로 자신의 신분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 . 2002 년 고 김형률 열사가 조직하여 만든 한국원폭 2 세환우회에 가입하여 각종 질환을 호소하고 커밍아웃한 환우는 1350 여명에 불과하다 .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것은 국가 지원은 없는데 피폭의 유전적 질환으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면 결혼과 직장 등 사회생활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 2004 년 12 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 의뢰해 ‘ 한국인 원폭피해자 2 세 건강영향조사 ’ 를 진행한 바 있다 . 그 결과 피폭 2 세도 3.4 〜 89 배의 높은 질병 발생률을 보인다고 보고한 바 있다 . 1991 년과 2018 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및 2013 년 경남발전연구원의 조사보고서에도 원폭피해 2,3 세에게도 피폭후유증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 지금도 합천에는 다운증후군 , 지적장애 , 정신질환 , 대퇴부무혈성 괴사증 , 피부질환 등 병을 앓고 있는 2 세들이 많다 .“( 한정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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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원폭 투하의 당사국도 아니고 일본처럼 전범국도 아닌데 국가의 책임을 인정해달라는 요구를 낯설게 느끼는 국민도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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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원폭피해자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받는 피해자이다 . 그동안 한국의 원폭피해자들은 일본정부를 상대로 34 차례의 지난한 소송투쟁을 통해 피해자로서 최소한의 인권과 권리를 회복해왔다 . 이 과정에서 한국정부는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오히려 소송을 방해했다 . 1965 년 한일협정 과정에서 일제의 강제동원으로 발생한 원폭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배상 문제를 거론조차 하지 않았고 , 2011 년 헌법재판소의 원폭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부작위 결정에도 일본과 미국정부를 상대로 한 어떠한 외교적 노력도 하지 않았다 . 더욱이 한국인 원폭피해자 전모를 규명하는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고 , 추모공원 조성 등은 물론 제도적 지원대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 피폭 80 년이 지나도록 자국의 원폭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비 하나가 없다 . 이렇듯 한국정부는 국민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보편적 인권과 국가의 보호책임을 외면하면서 자국의 원폭피해자들을 방치해 왔다 .”( 이남재 )

- 개정안에 대한 국회와 정부의 반응은 어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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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안에 대해 여야가 이견 없이 공동 발의하였는데 이후에도 국회와 열심히 소통하고 있다 . 지난 4 월 발의된 김선민 의원의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와 충분히 협의하여 발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적극적으로 보건복지부에 정부안을 제출해주도록 요청하고 있다 . 현재 두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 제 2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되어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아직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 그동안 정부기관의 조사보고서에도 권고했듯이 이제라도 우리 2 세들의 절박한 상황을 반영해 국가의 돌봄 책임을 다해주길 바란다 .”( 한정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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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원폭 피해 2 세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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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1957 년 3 월 원폭의료법을 제정하여 자국 피폭자에게 건강수첩을 발급하여 치료지원을 하고 있다 . 1968 년 5 월에는 원폭특별조치법을 제정하여 자국내 원폭피해자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위한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 1994 년에는 피폭자원호법을 제정하여 건강관리 , 생활향상 , 복지증진을 위한 포괄적 지원의 법적 근거를 정비하였다 . 하지만 피폭자원호법 대상에 2 세가 포함되지 않아 피해자로 인정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 . 다만 후생노동성이 정한 피폭 2 세 건강진단조사사업 위탁사업 형식으로 일부 지방정부가 시행요강을 정해 2 세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8 월에 한정순 회장이 피폭 2 세로는 처음으로 나가사키에서 증언을 했는데 , 상당한 방향이 있었다 . 지금까진 피폭 2 세가 일본에서 금기시되어왔는데 , 한 회장의 증언을 계기로 2 세의 고통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 이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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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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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에 정부안 제출을 요구하는 게 핵심이다 . 보건복지부는 2020 년 3 월부터 2024 년 12 월까지 ‘ 한국인 원폭피해자 코호트 구축 및 유전체 분석연구 ’ 를 진행한 바 있다 . 이 조사연구결과를 반영하여 정부안을 내놓기로 약속했다 . 그런데 유전체 변형으로 인한 피폭 인과관계가 13% 확인되었다는 조사보고서가 나왔음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추적관찰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 생명권에 앞서는 인권은 없다 . 유전의 의학적 , 과학적 증명을 넘어 피해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돌봄 역할을 할 정부가 그동안 보호 책무를 방기해왔다 . 인권보호의 규범적 차원에서도 “ 국민에 대한 국가의 보호책임 ” 으로 후손을 법적 피해자로 인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 피해자들과 함께 ‘ 원폭피해자 지원 특별법 개정공대위 ’ 를 사회단체들과 폭넓게 구성하여 정부가 개정안을 조속히 국회에 제출하도록 기자회견 , 국회 공청회 , 서명운동 , 문화행사 등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 나가려고 한다 .”( 이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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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 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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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도 알리지 못한 정호용 죽음…끝내 5·18 사과 없어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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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6.09.14 07:25

  • 수정 2026.09.14 07:38

  • 댓글 0

광주 투입 공수부대에 발포 명령 여부 안 밝혀져

전두환·노태우와 육사 동기, 하나회 인맥 핵심

5·18 당시 네 차례 광주 방문해 진압작전 관여

육참총장·내무·국방장관 거쳐 국회의원 두 번

내란목적살인죄로 징역 7년 확정 뒤 특별사면

12·12 40년 되는 날 전두환 등과 만찬 즐겨

김문수, 지난해 대선 상임고문 위촉했다가 취소

전남도청 추가 희생자 7명 관련 추가 고발 의결

앞으로 진상 규명, 기록과 자료에만 의존할 듯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유혈 진압에 관여한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이 13일 오전 사망했다. 사진은 이날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정 전 장관의 빈소. 2026.9.13 연합뉴스

14일 아침 7시 현재 경기도 수원의 아주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홈페이지 빈소 안내에는 35호실이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연합뉴스>는 전날 밤까지 이 장례식장 35호실의 부고 알림 모니터가 꺼져 있었으며, 장례식장 홈페이지에는 35호실이 '점검 중'이라고 표시돼 있었다.고 보도했는데 몇 시간 만에 이렇게 바뀐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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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실에 빈소를 마련한 유족은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유혈 진압에 관여한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의 유족이다.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주도한 신군부 '핵심 5명' 가운데 한 명이었으며 마지막 남은 생존자가 제대로 된 반성이나 사과 없이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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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다 이 병원으로 옮겨진 뒤 이날 오전 숨을 거뒀다. 유족은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이 빈소 안내를 마다하는 이유는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유혈 진압에 관여한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이 13일 오전 사망했다. 사진은 이날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 빈소 앞에 설치된 고인 부고 알림 모니터가 꺼져 있는 모습. 2026.9.13 연합뉴스

1980년 5월 18일 당시 특전사령관이었던 정호용은 전두환 보안사령관, 노태우 수도경비사령관, 이희성 계엄사령관, 황영시 계엄부사령관과 함께 5·18민주화운동을 무력 진압하는 주요 의사 결정에 관여했던 신군부 핵심 실세였다.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 당시 그는 대구에 주둔한 육군 제50사단장이었다. 전두환·노태우 등과 함께 서울에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강제 연행하거나 병력을 출동시킨 지휘관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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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란 직후 그의 군내 지위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신군부는 12·12에 저항하다 부하들에 의해 체포된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해임하고 그 자리에 정호용을 앉혔다. 신군부가 군의 핵심 전투부대인 특전사를 장악하려는 포석이었다. 정 전 장관이 맡은 특전사 예하에는 이듬해 광주에 투입된 제3·7·11공수특전여단이 있었다. 이들 부대는 광주 시민과 학생을 구타하고 총격을 가한 계엄군의 핵심 병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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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17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도 정 전 장관은 계엄의 전국 확대가 꼭 필요하다고 힘을 보탰다. 계엄 확대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에 대해 그는 '사회 안정을 위해 군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날 밤 비상계엄은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됐다. 정치활동 금지와 대학 휴교령이 내려졌고 국회는 군 병력에 의해 봉쇄됐다. 정치인과 재야인사, 학생운동 지도자들도 체포됐다. 광주에서는 계엄 확대와 휴교령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시작됐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금남로에서 시민들과 계엄군이 대치하고 있다. 김민기는 훗날 공수부대원들이 ‘늙은 군인의 노래’를 부르며 행진하는 모습을 봤다고 회고했다. 사진: 5.18재단(황종건 제공)

그는 이듬해 대장으로 진급한 데 이어 1983년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뒤 1985년 예편했다. 전두환의 육사 11기 동기로 하나회 주축 멤버였던 그는 전두환 정권에서 내무장관·국방장관을 역임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뒤에 대구에서 13,14대 의원을 지냈으나 1996년 과거사 청산 당시 구속돼 1997년 대법원에서 내란모의 및 내란목적살인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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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그의 내란목적살인 혐의에 대해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공수여단에 대한 행정, 군수지원 등의 지원을 하는 한편, 전교사령관에게 공수여단의 특성이나 부대훈련상황을 알려주거나 재진입 작전에 필요한 가발·수류탄과 항공사진 등의 장비를 준비해 예하부대원을 격려하는 등 광주재진입작전의 성공을 위해 측면에서 지원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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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용은 당시 특전사령관을 맡고 있었음에도 광주에 투입됐던 공수부대가 전투병과교육사령부 등 현지 지휘계통에 배속돼 있었기 때문에 자신은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할 권한이 없었다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즉 자신은 광주에 배속된 부대원들을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명령만 내렸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이후 5.18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과정을 통해 정호용이 1980년 5월 20일부터 27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약 81시간 동안 광주에 머물렀던 사실이 확인됐다.

 

진상조사위는 정호용이 처음 광주에 내려간 5월 20일 작전 현안을 보고받는 회의를 주재했다는 복수의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장세동 특전사 작전참모가 회의를 진행했고, 광주에 투입된 3·7·11공수여단장이 참석해 시위 진압 상황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회의는 정호용이 광주를 방문할 때마다 열린 것으로 파악됐다. 전교사 상황실 2층에는 특전사가 별도로 사용하는 상황실도 설치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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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2일 박충훈 당시 국무총리 서리가 광주를 방문했을 때 촬영된 영상에는 정호용이 군 관계자들과 함께 회의하는 장면도 담겼다. 이 영상은 자신이 광주에서 열린 주요 작전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설명과 정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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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용은 전남도청 재진입작전을 하루 앞둔 5월 26일 밤에도 광주로 내려왔다. 법원과 진상조사위는 그가 공수여단의 특성과 훈련 상태를 현지 지휘관에게 설명하고, 작전에 사용할 가발과 수류탄, 항공사진 등 장비를 마련해 배분한 사실을 확인했다. 작전 투입을 앞둔 예하부대원들을 격려한 사실도 인정됐다.

 

그런데도 그는 그 뒤에도 자신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거나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그는 군사반란과 내란 관련 유죄 판결로 지급이 중단된 군인연금을 다시 지급해 달라는 소송에도 참여했다. 법원은 헌정질서 파괴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연금을 제한한 조치가 정당하다고 보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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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2일에는 전두환, 최세창 등 신군부 인사들과 서울의 한 고급 음식점에서 오찬하는 모습이 포착돼 다시 한번 세상의 지탄을 받았다. 군사반란 40년이 되는 날에 관련자들이 함께 식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성 없는 '기념 오찬'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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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전 장관은 2021년 5·18진상조사위에 자신의 책임을 다시 조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자신이 5·18 책임자로 지목된 것은 노태우 정부가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서였다며 내란목적살인죄로 처벌받은 것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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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상조사위는 작전회의와 특전사 전용 상황실, 광주 체류 기록, 전남도청 재진입작전 지원 사실 등을 근거로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전 장관은 진정서를 제출한 뒤 미국으로 출국했고, 조사위의 대면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위는 서면 답변과 기존 자료를 검토한 끝에 정 전 장관을 광주 진압의 지휘·책임선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에서 정호용 당시 특전사령간이 의원들 질의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1988.12.7.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사위는 2024년 기존 형사재판의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던 5월 27일 전남도청 진압 희생자 7명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에 따라 정 전 장관과 당시 공수여단장 등을 내란목적살인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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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의 핵심 책임자이며 제대로 반성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은 고인을 대선 후보 상임고문으로 임명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5월 14일 오후 선대위 추가 인선 명단에 정호용을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종하·이주영 전 국회부의장, 목요상·신경식·유용태 전 헌정회장 등과 함께 후보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고 밝혔다가 '내란 본색' 논란이 일자 그날 저녁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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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이후 46년이 흘러 신군부 핵심 인사들도 모두 세상을 등졌다. 노태우·전두환은 2021년 잇따라 숨졌고, 황영시와 이희성도 2022년 뒤를 따랐고, 이제 정호용마저 세상을 떠나 5·18 당시 발포 지휘체계 등 신군부의 의사결정 과정과 신군부 수뇌부의 개입 과정 등에 대해 핵심 당사자의 입으로 진실을 확인할 길은 사라졌다. 결국 남은 진상규명은 기록과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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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포 결정 과정과 신군부 수뇌부의 개입 정도, 행방불명자 소재와 암매장 의혹, 민간인 집단살해의 책임 소재 등은 여전히 밝혀야 할 과제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까지 사망하면서 5·18 당시 신군부 핵심 관계자에게 직접 진실을 확인하고 책임 있는 사죄를 요구할 기회는 사라졌다"며 "발포 지휘체계와 행방불명자 소재 등 아직 규명되지 않은 과제를 기록과 자료를 통해 끝까지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 현재 정호용과 일가(부부와 자녀) 명의의 부동산 내역. 뉴스타파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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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시대, 사람 지도]노동 출신 3인방 민주당 가장 왼쪽…국힘 김예지 이념 점수 ‘민주당 중간’

오른쪽 끝 국힘, 왼쪽 끝엔 진보당

민주 정중앙 우원식, 국힘은 추경호

김예지 의원 “스스로 보수라 생각”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노동자와 자영업자 등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지키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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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 지식콘텐츠 스타트업인 언더스코어와 함께 2024년 6월부터 지난 7월 초까지 22대 전현직 국회의원 319명의 대표발의 법안과 공개 발언 등을 수집해 분석해보니, 박 의원의 행보는 데이터로도 확인됐다. 이념 점수로 보면 박 의원은 -0.963점으로 민주당 의원 중에서 가장 왼쪽이다. 비슷한 위치에는 이용우(-0.929), 김주영(-0.922) 의원이 있었다. 이 의원은 ‘직장갑질119’ 창립 멤버이고, 김 의원도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이다. 노동계 출신 의원이 민주당의 가장 진보적인 ‘3총사’로 왼쪽에 서 있는 셈이다. 세 의원의 당파성 점수는 민주당의 중간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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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기자와 통화하며 “진보의 제일 끝이라니 부담스럽지만 노동 관련 법안 발의가 많았고,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기자회견이 많아서 그렇게 나온 것 같다”며 “노동문제를 다루면서도 공격적인 언어로 얘기하기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8일 정상 영업을 재개한 홈플러스 아시아드점을 찾아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홍배 의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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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의원 319명을 이념 점수에 따라 줄 세워보면 국민의힘 소속인 유용원(+0.913), 고동진(+0.906), 박수영(+0.901) 의원이 가장 보수적인 인물로 나타났다. 가장 진보적인 쪽에는 정혜경(-1.441)·손솔(-1.413) 진보당 의원이 있었다. 민주당 의원을 이념 점수에 따라 줄 세워봤을 때 정중앙에 있는 인물은 우원식 의원(-0.389)이었고, 국민의힘은 추경호 의원(+0.499)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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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적이 곧 이념은 아니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이념 점수는 -0.422로 민주당 의원들 사이 한가운데 있었다. 참전용사 예우 등에서는 보수 쪽으로, 장애인 권리 옹호 등에서는 진보 쪽으로 평가받았다. 김 의원은 “법안 이름에 ‘복지’가 들어가서 그렇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스스로는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데이터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보훈 법안도 많이 냈고 국가 안보나 범죄 처벌도 중시하고 있다”며 “(진보에 가까운) 노동조합 활동을 강조한다기보다는 당사자 중심(으로 생각한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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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기사

어떻게 분석했나 | 국회의원의 대표발의 법안, 본회의와 상임위 발언, 기자회견문, 주요 포털사이트의 211개 언론 보도에 인용된 발언 등 54만여건을 수집한 뒤, 인공지능(AI) 모델 GPT-5.4를 이용해 이념과 당파성에 따라 7점 척도(+3~-3)로 채점하게 했다. 측정 점수를 ‘베이지언 추론’이란 통계 방법에 적용해 의원들의 이념과 당파성 점수를 추정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신용구간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 점수로 단순 순위를 비교하는 일은 무의미하지만 경향성을 살펴볼 수는 있다. 경향신문 홈페이지나 아래 링크를 통해 인터랙티브 뉴스에 접속하면 보다 자세한 데이터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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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채움 기자

데이터저널리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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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장관 후보직 포기한 용혜인… 조선일보 “청년 정치의 민낯”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9/14 09:16
  • 수정일
    2026/09/14 09:1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아침신문 솎아보기] 민주당 결단 요청에 사퇴… 한국 “정권 부담만 커져”

서울 “여성·청년·진보층 지지 위한 카드, 대통령 지지율 폭락으로 마무리”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 “김승원 강행? 최악의 악수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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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윤수현 기자

  • 입력 2026.09.14 07:36

  • 수정 2026.09.14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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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본소득당 의원직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직 모두 고수하겠다고 밝힌 용혜인 의원이 끝내 장관 후보자직을 내려놨다. 더불어민주당이 결단을 요청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주요 일간지는 청와대의 인사 부실 검증이 이번 문제를 불러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용 의원뿐 아니라 신약 임상시험 부정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이 중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9월14일 주요 일간지 1면 화면 갈무리.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끝내 사퇴한 용혜인… 경향 “청와대 인사 실패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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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이 (사퇴) 결단을 요청했다”며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히면서 주요 일간지는 14일 이 소식을 1면에서 전했다. 아래는 주요 일간지 1면 기사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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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당 결단 요구에… 결국 물러난 용혜인>

국민일보 <與 손절에… 의원 쥐고 장관 놓는 용혜인>

동아일보 <용혜인, ‘민주당이 물러나라 했다’며 자진사퇴>

서울신문 <지지율만 까먹고 결국 물러난 ‘용’>

세계일보 <용혜인 결국 낙마 이젠 ‘김승원 정국’>

조선일보 <龍은 의원직 사수, 與는 김승원 사수>

중앙일보 <용혜인 사퇴… “민주당서 결단 요구”>

한겨레 <용혜인 결국 사퇴… 장관 인사 네 번째 실패>

한국일보 <용혜인, 청문회 전 사퇴… 의원직 안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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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는 1면 보도를 통해 “각종 논란에도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던 용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 사퇴 권유와 여론 악화에 부담을 느끼고 지명 2주 만에 완주 의사를 접었다. 1990년생 정치인을 발탁해 진보 진영과 청년, 여성을 다잡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개각 의도와 달리 2030의 ‘불공정’ 뇌관을 건드리며 정권 부담만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용 후보자가 사흘 만에 백기를 든 것은 김민석 민주당 대표의 ‘최후 통첩성’ 사퇴 권유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용 후보자가 10일 청와대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기자회견을 강행하면서 여권 내부 무게추가 ‘조기 정리’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고 밝혔다.

▲9월14일 조선일보 1면 보도

조선일보는 1면 보도에서 “장관으로서의 전문성, 과거 군소정당 시절 경력 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국민 10명 중 7명이 임명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자 주말 사이 민주당이 자진사퇴를 설득했다고 한다”고 용 의원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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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도 1면 보도를 통해 “장관·의원 겸직 논란 등을 둘러싼 계속된 비판 여론에 김민석 대표가 직접 사퇴를 권유하자 더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성·청년·진보층 지지를 위한 ‘파격 카드’였던 용 후보자 지명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폭락만 남긴 채 마무리된 셈”이라고 했다.

▲9월14일 한겨레 3면 보도

한겨레는 청와대의 부실 검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3면 <검증 단계서 ‘겸직 고수’ 못걸러 공정 민감한 청년세대 반발 초래> 보도를 내고 “허술한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도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며 “청와대는 그간 비례대표 의원직-장관직 겸임 논란 등을 두고 비판 여론이 거셌음에도 ‘인사청문회 개최 뒤 거취 판단’ 입장을 고수했다. 용 후보자가 속한 기본소득당이 범진보 연합정치 구상의 한 축인 데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지명을 철회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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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겨레는 “용 후보자 ‘낙마’로 청와대는 2030 외연 확대와 범진보 야당과의 연대 강화 두가지 목표를 모두 상실하게 됐다”며 “청와대는 ‘30대 청년 여성 장관’이라는 파격과 상징성에 치중하다가 젊은 층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다. 부실 검증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9월14일 경향신문 사설

사설을 통해서도 비판이 이어진다. 경향신문은 사설 <2주 만에 낙마한 용혜인 후보자, 이런 ‘인사 실패’ 다시 없어야>에서 “용 후보자 낙마는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 검증과 정무적 판단 부재가 낳은 ‘인사 실패’다. 청와대는 ‘진보정당 소속 30대 워킹맘’이란 상징성을 앞세웠으나 정작 ‘위성정당 출신 비례 재선’ 경력이 불러올 불공정 논란은 간과했다”며 “검증 과정에서 의원직 포기 여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용 후보자 낙마로 성평등정책 컨트롤타워는 또다시 흔들리게 됐다”며 “청와대는 반복되는 인사 실패를 겸허히 반성하고 검증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9월14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30대 장관 후보자가 보여준 한국 청년 정치의 민낯과 현실>을 통해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은 그가 ‘청년 정치’라고 부르는 것이 무엇인지 어두운 민낯을 보게 됐다”며 “지금 우리 정치에서 청년이 설 자리는 좁다. 조직·자금·인물에서 기성 정치인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용 후보자처럼 기성 정치인들에게 잘 보이고, 그들처럼 행동하는 청년 정치인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9월14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 <용혜인 사퇴… 정치 역행 부른 기형적 위성 정당 다신 없어야>에서 “용 의원을 둘러싼 논란은 결국 ‘기형적 위성정당’이 낳은 이런 폐해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며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제도의 취지를 무너뜨린 책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양당은 지금부터라도 위성정당이 다시는 등장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밝혔다.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남은 건 김승원 후보자… 조선 “김승원 살리려면 대가 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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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의원이 낙마하면서 이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신약 임상시험 부정 청탁 의혹을 받고 있으며, 민주당이 김 후보자를 고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월14일 국민일보 4면 보도

국민일보는 4면 <‘인사청문 슈퍼위크’ 시작… 김승원 통과에 국정 향배 달렸다> 보도에서 “청와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왼쪽 통합’ 인사가 수포로 돌아간 데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가라앉지 않고 있어서”라며 “가파른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추가 악재가 터질 경우 국정동력 회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추가 의혹이 제기되고 낙마할 경우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에 악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9월14일 조선일보 3면 보도.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3면 <용혜인보다 의혹 심각한데… 與 “김승원 밀리면 끝장” 버티기> 보도에서 “두 사람(용혜인 의원과 김승원 후보) 모두 부적격이라는 여론이 많았지만, 특히 김 후보자의 경우 식약처 청탁 의혹이 구체적으로 제기되고 소액 주주 피해 논란까지 겹쳐 정의와 공정, 인권을 담당할 주무 장관으로 문제가 더 심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9월14일 국민일보 1면 보도

한국일보는 4면 <‘김승원 의혹’ 공익신고자 7일째 신변보호 못 받아> 보도를 통해 “김승원 후보자의 ‘코로나19 신약 임상시험 승인 로비’ 의혹을 최초로 공론화한 공익신고자가 일주일째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신변보호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민주당이 사실상 공익신고자 신원을 공개하다시피 한 데 이어, 과거 브로커 양모씨가 주변에 ‘신고자를 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신변보호 결정은 지지부진하다”고 했다. 또 국민일보는 1면 보도에서 김승원 후보 의혹 공익신고자 인터뷰를 통해 신고자가 알 수 없는 이들로부터 협박 전화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9월14일 조선일보 사설

주요 일간지는 용혜인 의원 사퇴로 김승원 후보 의혹을 막을 수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사설 <김승원 법무 후보자 의혹, 용혜인 사퇴로 덮을 수 없다>에서 “용혜인을 버리는 데에만 이미 큰 내상을 입은 여당이 ‘신약 로비 의혹’으로 만신창이가 된 김승원을 살리려면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법무장관 인사는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임무를 맡기려는 목적성 인사라고 의심받고 있다. 검증 측면에서 용혜인 못지않은 실패 사례”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인사 시스템이 이런 식이라면 남은 4년 내내 인사 참사는 반복되고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9월14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용혜인 버리고 김승원 지키기’ 생각도 마라> 사설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이 무너지는 와중에 여권이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려는 것은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를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며 “신약 부정 청탁 사건에 대한 재수사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당사자가 법무부 수장이 되는 것을 누가 납득하겠나. 김 후보자 임명 강행은 정권 위기를 가속화하는 최악의 악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 길을 걸으며 공부하는 학생 모습. 사진=GettyImagesBank

민간기업에 맡긴 수시 지원 시스템… “독과점 구조 개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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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학년도 대입 수시 원서접수를 앞두고 원서접수 대행사 유웨이어플라이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이번 사건이 단순히 민간업체의 관리 실패가 아닌, 정부의 행정 실패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9월14일 한국일보 11면 보도

한국일보는 11면 <민간 기업 두 곳 ‘독점 대행’ 구조… 교육부, 원서 접수 체계 전면 검토> 보도에서 “민간 기업 두 곳의 독점 대행 구조를 둘러싼 원성도 들끓고 있다. 대학들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20여 년 전부터 인터넷 원서 접수 대행을 맡기면서 유웨이와 진학사가 시장을 양분해왔다”며 “교육부는 유웨이 서버 장애 원인을 조사한 뒤 필요시 수사의뢰 등 사법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했다.

▲9월14일 한겨레 10면 보도

한겨레는 10면 <수시 마감 연장에 형평성 논란… “왜 민간에 맡기나” 비판도> 보도를 통해 “전국 수험생의 대입 지원을 좌우하는 시스템이지만 교육부와 대교협의 감사·관리 대상도 아니다”라며 “정부는 공통원서는 대교협을 통해 작성하되, 대학별 원서접수는 민간업체를 통하도록 해오다가 이번 사고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9월14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공정성 논란 부른 대입수시 원서 접수 먹통 사태>를 통해 “대학 입시에서 ‘공정’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민감하다”며 “특정 민간 대행사에 원서접수를 의존하는 현행 독과점 구조를 전면 개편하지 않으면 근본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단순히 기술 보완에 그칠 게 아니라 국가 차원의 통합접수 시스템 구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9월14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원서접수 폭주에 서버 먹통, 주먹구구 대입 행정의 민낯> 사설에서 “사상 초유의 이번 사고는 교육 당국의 주먹구구식 대입 관리와 위기 대응의 민낯을 보여준다”며 “원서접수 서버 이중화와 최대 부하 테스트를 강화하고 장애가 발생하면 즉시 모든 대학의 경쟁률 공개를 동결하는 등 비상대응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 안일한 자세로 수험생들에게 혼란과 피해를 야기한 담당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영화 가능한 사랑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국내 영화 투자사 외면한 ‘가능한 사랑’, 베네치아 영화제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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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의 영화 ‘가능한 사랑’이 제83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해고 노동자를 주제로 한 이 영화는 국내에서 투자자를 찾지 못했고, 결국 넷플릭스 지원을 통해 선보였다. 이창동 감독은 시상식에서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믿고 제작이 가능하도록 해준 넷플릭스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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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9월14일 세계일보 2면 보도

세계일보는 2면 <넷플릭스 업은 ‘가능한 사랑’ 오스카도 넘본다> 보도에서 “‘가능한 사랑’은 국내 투자사들이 외면해 제작이 무산될 뻔했다가 넷플릭스 투자로 세상에 나온 작품”이라며 “이 영화의 넷플릭스행은 지난해 한국 영화계 안팎에 쇼크를 안겼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인 이창동의 신작조차 투자 유치를 하지 못해 OTT로 향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라고 했다.

▲9월14일 한겨레 2면 보도

한겨레는 2면 <“영화는 무엇을 할 수 있나”… 비극·폭력에 내몰린 인간 응시> 보도에서 “‘박하사탕’에서 1980년 광주의 국가 폭력이 개인에게 남긴 상처를 그리는 등 무거운 현실을 응시해온 이 감독은 ‘가능한 사랑’에서 대기업 해고 노동자 부부와 부유한 부부를 한 글에 담으면서 계급과 관계, 소통의 가능성에 대한 주제를 담았다”며 “‘가능한 사랑’이 완성되기까지는 영화 외적인 고비도 있었다. 영화 산업의 불황으로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해 새로 만든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됐으나 나머지 예산에 대한 투자사를 끝내 찾지 못해 극장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지원을 받아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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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엔 풀이 먼저 일어났는데 지금은 왜 안될까' 정의당 대표의 질문

▲9일 정의당 중앙당사에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는 양경규 신임 대표. ⓒ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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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보다 풀이 먼저 일어나던 시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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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규 정의당 신임 대표가 기억하는 1987년은 지도자가 바람을 일으켜 대중을 움직인 시대가 아니다. 풀이 먼저 분노했고 먼저 일어났다. 앞장선 사람은 흩어진 분노를 묶고 투쟁을 조율하면 됐다. 뚝심이 있고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 것이 지도자의 중요한 자질이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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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정반대라고 했다. "선풍기를 갖다 붙이고 왕부채로 부쳐도 풀이 일어나지 않는 시대"다. 조직된 노동자에게 비정규직·영세사업장·플랫폼 노동자와의 연대를 호소하기는 훨씬 어려워졌다. 노동과 자본의 대립만으로 기후와 젠더, 인종과 전쟁까지 설명할 수도 없다. 조합원은 과거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판단한다. 지도자가 더 공부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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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구로구 정의당 중앙당사에서 만난 양경규는 '정의당 신임 대표'라는 현재 직함도 중요하지만, 한국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전 과정을 증언할 수 있는 당사자라는 점이 특히 중요하다. 대한상공회의소 노동조합에서 출발한 그의 이력은 노동조합운동이 독자 정치세력화를 결의하고 정당을 세운 시기부터 원내 진출과 분열, 재통합 시도, 사회운동과 정당의 이완, 정의당의 원외화까지를 한 줄로 잇는다. 새 대표에게 당의 쇄신책을 묻기 전에 그가 지나온 노동운동과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시간을 먼저 물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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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가 자신의 삶을 설명하며 꺼낸 말은 투쟁도 희생도 아니었다. '자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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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존 그리고 자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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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대표가 노동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거창한 이념이 아니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들어간 직장은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곳이었다. 박정희·전두환 정권을 거치며 굳어진 병영식 위계가 일터에도 이어졌다. 1987년 민주화의 바람이 직장 안으로 들어오자 "이렇게는 못 사는 것 아니냐, 우리도 일어서자"는 분위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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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대한상공회의소 노조 활동 중 촬영된 사진. 맨 왼쪽이 양경규. ⓒ 양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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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구체적인 이념보다 삶과 생존 그리고 자존의 문제로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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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의 근로조건과 인간적 대우에서 출발한 일이 평생의 운동으로 이어질 줄은 당시에는 몰랐다. 그는 학생운동을 거쳐 현장에 들어온 '학출 노동자'가 아니었다. 현장에서 먼저 부딪치고 실천한 뒤 부족한 것을 공부했다. 자신을 "자연발생적인 PD(민중민주 노선을 뜻하는 말- 편집자주)"라고 부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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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때문에 다른 삶을 포기했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고 했다.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갈수록 맞설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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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성경 구절이 있잖아요.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이 세상과 부딪히는 데 자신감과 자유로움이 있었다는 뜻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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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유의 대가를 가족이 함께 치렀다는 사실도 빼놓지 않았다. 해고된 뒤 오랜 생활고가 이어졌고 가족은 그의 선택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몫을 희생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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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양 대표는 수배 생활 중 부모를 모두 여의었다. 두 분의 임종은 지키지 못했다. 장례식에는 갔느냐고 묻자 그가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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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궁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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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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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 공공부문 총파업 뒤 수배된 그는 5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빈소를 지켰다. 발인 날 새벽에는 변장하고 빠져나와 명동 농성장으로 돌아갔다. 그해 9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경찰과 협상해 발인과 삼우제까지 마친 뒤 출두하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발인 날은 민주노총 임원 선거일이었다. 장례를 마친 뒤 "부위원장에 당선됐다"는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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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민주노총 부위원장 시절 단병호 위원장과 함께한 양경규(맨 왼쪽). ⓒ 양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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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되물은 것은 자신의 고생을 특별한 이야기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훨씬 어려운 조건에서 이름 없이 운동한 사람이 많았고, 직장에서 월급을 받으며 노조 활동을 시작한 자신은 오히려 편하게 운동한 편이라고 했다. 개인의 고생을 앞세우기보다 그 시대를 함께 지나간 사람들을 먼저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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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박수를 받았고 지금은 왜 받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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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선 출발점은 임금과 노동조건이라는 '내 호주머니'의 문제였다. 그런데 한 사업장의 승리가 이웃 사업장으로 번지고, 공공부문의 승리가 전체 노동자의 조건을 끌어올렸다. 다른 사업장의 승리를 곧 내 승리로 받아들이면서 연대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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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적 조합주의였지만 밖으로 드러난 모습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었고, 그 수익자는 시민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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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이 바꾼 것은 임금만이 아니었다.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뽑지 않게 된 것이 절차적 민주주의의 진전이라면, 직장에서 '노'라고 말하는 문화는 일상의 민주주의를 바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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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같은 사장한테 삿대질을 하고 '노'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 한국 사회의 기본 구조를 바꿔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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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사업장의 요구를 걸고 싸웠지만 그 성과가 아직 노조가 없는 노동자와 시민의 삶까지 바꾸던 때였다. 노동운동이 격렬하게 싸우면서도 사회의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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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업장이 안정되고 기업별 노조가 자리 잡으면서 노동운동은 자기 울타리 안으로 좁아지기 시작했다. 회사가 잘돼야 임금이 오른다는 이해가 강해지면 노동자는 계급의 주체보다 회사의 종업원으로 묶인다. 기업별 노조는 노동자의 계급의식을 깨우면서 동시에 조합주의를 강화하는 모순을 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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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조직노동은 이미 일정한 생활기반을 가진 노동자가 중심이다. 그들에게 사업장 바깥의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와 함께 세상을 바꾸자고 설득하기는 과거보다 어렵다. 양 대표가 "왕부채를 부쳐도 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대중을 탓해서가 아니라 달라진 노동운동 리더십의 조건을 말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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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조합원이 더 많은 정보를 알고 판단합니다. 조합원보다 더 공부하고 더 많이 알지 않으면 이들을 움직일 리더십을 갖기 어려워요. 뚝심이 있고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 것만으로 지도자의 자질이 확보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노조 간부라면 공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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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넘어 노동운동이 사회 전체의 조건을 바꾸는 힘을 이어가려면 조직과 정치가 함께 달라져야 했다. 1995년 출범한 민주노총은 산별노조 건설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양대 과제로 세웠다. 전자는 기업별 노조의 벽을 넘기 위한 것이었고, 후자는 투쟁으로 얻은 힘을 제도의 변화로 이어가기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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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이 가르쳐준 '여의도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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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97년 노동법 개정 총파업은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선언과 교육에서 실제 정치조직 건설로 넘어가는 변곡점이었다. 당시 전문노련 위원장이던 양 대표는 노사관계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교섭을 투쟁 준비의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쪽이었다. 노동자들은 1996년 12월 26일부터 1997년 1월 18일까지 24일간 이어진 3단계 전면 총파업과 이후 산발적인 파업과 집회투쟁 등을 통하여 정부의 사과와 법안 재논의를 끌어냈다. 노동운동이 정치적 쟁점을 걸고 벌인 전무후무한 규모의 파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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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회로 돌아간 법은 일부만 고쳐 다시 통과됐다. 막대한 투쟁력을 보여주고도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곳에 노동자의 자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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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한 파업이었지만 정치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파업이 됐죠.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수백 번의 교육보다 단 한 번의 투쟁으로 깨달았어요. 투쟁의 정치와 여의도의 정치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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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5월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이 된 양 대표는 권영길 위원장의 대통령 선거 출마와 국민승리21 결성을 위한 조직사업을 맡았다. 산별연맹과 지역본부, 대공장을 돌며 100차례 가까운 간담회와 정치교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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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모이라고 하면 다 모이던 시대"였지만 생각까지 같지는 않았다. 김대중 후보를 통한 정권교체가 먼저라는 쪽과 현장투쟁·산별노조 건설에 집중해야 한다는 쪽이 맞섰다. 양 대표는 조합원과 지도부의 간극보다 지도자들 사이의 간극이 더 컸다고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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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밖에서는 전국연합과 사회운동 세력, 서로 다른 좌파 정치세력까지 한자리에 모아야 했다. 정치세력화에는 동의해도 어떤 정당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달랐다. 현장 조합원의 기대와 변혁정당을 구상한 정치활동가의 목표 사이에도 거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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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9월 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약 2000명이 모인 국민승리21 발족대회에서 양 대표는 사회를 봤고 권영길은 대통령 후보로 추대됐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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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어렵게 노동자들을 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차는 다음 정거장이 어딘지도 모른 채 그렇게 출발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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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6월 11일 아시아나항공노조 파업 현장에 함께한 양경규 당시 공공연맹 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 양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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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을 키운 배타적 지지, 정치를 맡기는 대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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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승리21은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으로 이어졌다. 양 대표는 민주노총의 모든 정치활동을 민주노동당을 통해 한다는 배타적 지지 방침을 대의원대회에 제출했다. 민주연합론자와 일부 좌파 세력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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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배타적 지지를 이념의 당위가 아니라 당을 존속시킬 현실적 수단으로 설득했다. 대의원들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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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진보정당이 선거 뒤 해소된 것은 대중적 기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선거에서 패배해도 살아남는 당이 되려면 대중적 기반이 있어야 합니다. 민주노총이 만든 당마저 다시 문을 닫는다면 한국에서 진보정당은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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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적 지지는 선거 뒤에도 민주노동당이 성장할 조직적 기반이 됐다. 2004년 국회에 진출했고 2006년 지방선거에는 전국에서 802명이 출마해 81명이 당선됐다. 무상급식과 무상의료처럼 훗날 상식이 된 의제를 제기하며 보수 양당 체제를 넘어설 가능성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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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방식은 부작용도 낳았다. 노동자는 현장을 맡고 정치는 당에 맡기는 대리주의가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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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는 노동운동을 하고 정치는 너희가 알아서 해라, 우리는 돈 대주고 당비 내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생겼어요. 앞으로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배타적 지지를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올바른 방식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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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의 공간은 현장이었고 정당 활동의 공간은 지역이었다. 하루 종일 교섭하고 조합원과 부딪친 노동자가 퇴근 뒤 지역 당 회의까지 계속 참석하기는 어려웠다. 노동자의 실질적 참여가 줄면서 당은 정치활동가의 무대가 됐고, 노선 차이에 인사와 패권 경쟁이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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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자주·민주·통일 계열이 민주노동당에 본격 결합하면서 당의 외연은 넓어졌지만, 북한과 통일 문제, 민주당과의 관계, 독자적 계급정치를 둘러싼 자주파와 평등파의 노선 대립도 선명해졌다. 여기에 비례대표 순번과 지역위원장, 당직과 인사를 둘러싼 경쟁이 얽히면서 정파 갈등은 더욱 격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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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 참석한 양경규 당시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공공연맹) 위원장. ⓒ 양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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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분당 때 양 대표는 끝까지 반대했다. 민주노동당의 실패를 NL의 패권주의만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PD 계열의 실력 부재와 노동운동·정당운동의 분리에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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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 간 대립 때문에 활동가들이 피곤한 줄은 알겠는데, 활동가가 피곤하다고 대중을 피곤하게 하지 마라. 꼭 분당하고 싶으면 대중을 설득한 다음에 나가라. 번갯불에 콩 튀어 먹듯이 나가지 말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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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진보신당에 가지 않고 오랫동안 무당적 상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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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에는 풀이 먼저 일어났고 지도자는 그 분노와 희망을 묶었다. 지금은 지도자가 왕부채를 들어도 풀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그 사이 노동운동과 진보정치는 세상을 바꿨고, 동시에 자기 울타리와 진영 안에 갇혔다. 그 성취와 실패를 모두 지나온 양경규가 다시 정의당 대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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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운동을 통해 세상을 이해했고, 그 이해 속에서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과거를 잘 아는 사람이 얻은 자유가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을 자유까지 뜻한다면 이제 답해야 할 것은 하나다. 1980년대의 답안지 없이 오늘의 풀을 어떻게 다시 일으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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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②] "1980년대의 답안지로 2020년대 문제를 풀 수는 없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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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규#정의당#진보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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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꺼진 뒤 굶어 죽은 '성공 사례'... 북향민 증언 소비의 민낯

▲북한인권 증언의 무대와 스튜디오 ⓒ 조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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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나 인터뷰 섭외를 받으면 질문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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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넘어오셨어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가족은 어떻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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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지를 받을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여기에 성실히 답하고 나면 내 이야기는 정해진 모양의 그릇에 담기게 된다. 내가 요즘 무슨 고민을 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 어떤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지 묻는 질문은 종이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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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은 지난 30여 년 동안 거의 하나의 형식으로만 전달되어 왔다. 무대는 바뀌었다. 1990년대에는 기자회견장이었고, 2000년대에는 국제회의장이었고, 2010년대 이후로는 방송 스튜디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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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골격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겪은 사람이 나와서 겪은 일을 말하고 보여주는 형식이다. 증언은 이 운동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국제사회를 움직인 힘이었다. 그런데 같은 형식이 어떤 자리에서는 역사의 기록이 되고 어떤 자리에서는 한 회분의 콘텐츠로 소비된다. 이 글은 그 갈림길을 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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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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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1일 유엔인권이사회는 결의안 22/13호를 채택해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를 설치했다. 47개 이사국 중 어느 나라도 표결을 요구하지 않았다. 조사위원회 설치 결의안 가운데 처음으로 투표 없이 통과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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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I는 그해 7월부터 서울과 도쿄, 런던, 워싱턴에서 공개 청문회를 열었다. 80명 이상의 탈북민과 전문가가 공개 증언했고, 북에 남겨진 가족의 안전 등을 고려해 240여 건의 비공개 인터뷰도 진행했다. 이 조사 결과는 372쪽 분량의 보고서로 2014년 2월 17일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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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 침해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하다며 국제법상 반인도범죄로 규정했다. 용기 내어 증언해 준 사람들의 힘이 만들어 낸 결과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공적 기록으로 남기기로 한 사람들이 없었다면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을 다루는 방식은 지금과 달랐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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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한국의 안방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2011년 12월 1일 종합편성채널 네 곳이 동시에 개국했고, 사흘 뒤 북향민이 출연하는 토크 프로그램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가 첫 방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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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출연자들은 굶주림과 탈출과 이별을 이야기했다. 방청석은 울었고, 다음 주에는 다른 출연자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이 프로그램은 종편 최장수 기록을 세우며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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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의 청문회장과 서울의 스튜디오에서 말해진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굶주림, 수용소, 국경, 헤어진 가족. 한쪽의 말은 반인도 범죄를 입증하는 증거가 되었고, 다른 쪽의 말은 일요일 밤 편성표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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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노력이 있었다. 2016년 북한인권법이 제정됐고, 통일부 산하에 북한 인권 기록센터가 만들어졌다. 이 센터는 하나원에 입소한 북향민들을 면담해 인권 침해 사례를 기록해 왔다. 2017년부터 2025년까지 4001명을 면담 조사했다. 조사 방식과 내용의 차이가 있더라도 증언자 수로만 보면 COI보다 열 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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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보고서와 텔레비전 예능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미국 의회나 영국 의회와는 달리 한국 국회에서 북한인권 증언을 지속적이고 제도적으로 듣는 자리는 충분히 마련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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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단체들이 증언 행사와 캠페인으로 꾸준히 자리를 만들어 왔지만, 그 자리에 오는 사람은 대개 이미 관심을 가진 이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인권 이야기가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닿는 가장 넓은 문은 예능 스튜디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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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가 만들어낸 증언의 변주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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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프로그램의 이력에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2011년 12월, 첫 방송 때 이 프로그램은 시사교양으로 편성되어 있었다. 북향민 출연자들이 이산가족이나 실향민 출신의 일반 주민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며 삶을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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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몇 개월 뒤 젊은 여성 출연자들을 앞세운 <미녀들의 수다> 포맷으로 개편되면서 예능으로 옮겨 갔다. 카테고리가 바뀌자, 무대에 서는 사람도 자리도 함께 바뀌었다. '탈북 미녀'라는 말도 이때 본격적으로 전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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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야기를 하는 젊은 여성 출연자들이 등장하면서 시청률이 높아졌고, 비슷한 프로그램이 다른 채널에서도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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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대에서 증언이든 예능 프로그램에서 증언이든, 북향민들이 북한 인권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이는 북한 체제의 실패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북한의 인권탄압 실상을 알리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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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향민들의 증언이 쏟아지며 무대도 많아졌고, 증언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개인의 경험에 의존한 증언이 여러 무대를 통해 반복되면서 부풀려지거나 과장되는 설명이 더해졌다. 개인의 경험이 북한 전체의 모습처럼 일반화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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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과장된 증언을 모두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들이 겪어온 삶에는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사람의 증언을 북한 전체의 모습으로 이해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확증편향이 생긴다. 한 사람의 경험은 북한 사회를 이루는 100개의 퍼즐 조각 중 한 조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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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증언도 여러 번 반복하고 나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이야기가 매끄러워진다. 어느 대목에서 사람들이 숨을 죽이는지, 어디서 말을 멈춰야 효과가 좋은지를 몸이 먼저 안다. 고통의 경험이 다듬어지고 각색되어 대중 앞에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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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증언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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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의 인권침해 참상을 증언한 사람은 여럿이었지만, 그중 신동혁씨의 증언 번복 사건이 유독 크게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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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15년 1월 자신이 수용소에서 겪은 일과 관련한 증언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고 인정했다. 이후 고문 시기와 가족의 처형 장소 등에 대해서도 일부 내용을 정정했다. 그는 수용소에서 겪은 일에 대한 기억이 너무 고통스러워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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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측은 신씨의 일부 증언에 오류가 있더라도 보고서의 결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COI 보고서 발표 직후부터 보고서가 조작된 것이라며 비난해 왔고, 이 일을 기존 주장을 뒷받침할 호재로 활용했다. 당사자 사회 안에서도 자극적인 거짓 증언이 진짜 증언까지 의심받게 만든다는 우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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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의 기억은 시간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기억에 시간적 오차가 있을 수 있다. 증언 시장이 부풀림을 유도하기도 한다. 더 참혹한 이야기에 더 큰 무대가 주어지면서, 담백했던 증언에 드라마적 요소가 가미되고 이야기는 조금씩 세지는 쪽으로 흐른다. 이 과정에서 의도적인 과장이나 조작도 발생한다. 이것은 다르다. 증언을 과장하고 왜곡하는 것은 결국 공동체에 피해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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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북향민 증언에서 두 가지를 본다. 하나는 우리가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에게 무엇을 요구해 왔는가이다. 우리는 그에게 생애 가장 참혹한 기억을 수백 번 반복하기를 요구했다. 사람의 기억이 그런 반복을 견디도록 만들어져 있던가. 더구나 말하는 사람 자신이 그 기억에 대한 죄책감까지 안고 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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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화자와 청자가 있는 이 운동의 생태계다. 2015년 한 사람의 증언이 흔들리자 운동 전체가 함께 흔들렸다. 그만큼 이 운동의 무게가 몇몇 증언자의 어깨에 실려 있었다는 뜻이다. 몇몇 증언자들은 스타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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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무대에서는 거짓되거나 과장된 이야기가 재생산되고 있다.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다. 출연자가 있고 시청률은 높다. 고통의 문화산업이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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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으로 포장된 동정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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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증언이 청자에게 일으키는 첫 감정은 연민이다. 방청석의 눈물도 시청자의 눈물도 진심이다. 방송이 끝난 뒤 후원 계좌로 모이는 성금도 진심이다. 나는 그 진심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그 진심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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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린 시청자에게 무대 위 그 사람은 어떤 존재로 남을까. 도와야 할 사람. 안쓰러운 사람. 저런 일을 겪고도 살아남은 사람. 다 따뜻한 마음이다. 그런데 이 목록에 좀처럼 들어가지 않는 항목들이 있다. 함께 일할 동료. 조언을 구할 선배. 같은 문제로 목소리를 낼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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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을 깎아내리려는 게 아니다. 연민에서 시작된 후원이 사람을 살렸고 제도를 만들기도 했다. 문제는 연민 말고는 아무 관계도 맺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함께 일해 본 적도, 무언가를 같이 만들어 본 적도 없이 안타까워하는 마음만 오갈 때 그 마음은 상대를 도움이 필요한 자리에 붙박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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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설문조사를 하면 북향민을 직장동료나 배우자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응답은 낮다. 2022년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향민에 대한 포용 온도는 40.3점으로, 외국인 거주민의 44.6점보다 낮았다. 어떠한 관계로도 엮이고 싶지 않다는 응답은 북향민이 22.2%로 외국인의 두 배를 상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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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동료나 배우자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응답 역시 낮았다. 고통의 서사가 예능의 소재로 소비되는 동안에도, 정작 현실의 삶터에서 그들을 곁에 두려는 마음의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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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연민에는 유효기간도 있다. 같은 이야기, 같은 톤, 같은 구도가 되풀이되는 사이 보는 사람은 지친다. 피로는 무관심이 아니라 자기방어다. 매번 강한 감정을 요구받는 사람은 어느 순간 자신을 지키려고 채널을 돌린다. 눈물로 시작한 관계가 외면으로 끝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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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꺼진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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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과 짝을 이루는 또 하나의 이야기 형식이 있다. 구원의 서사다. 위험한 여정, 극적인 탈출, 그리고 자유의 품에 안기는 결말. 이 형식은 모금에 특히 효과적이었고 실제로 많은 동참을 확보하고 구출을 가능하게 했다. 다만 이 이야기에는 특징이 하나 있다. 이야기가 한국 도착에서 끝난다는 것이다. 카메라는 인천공항 도착에서 꺼진다. 그리고 사람의 삶은 정확히 거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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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꺼진 다음의 시간은 통계나 사건을 다루는 뉴스에서나 확인된다. 2025년 기준 북향민의 실업률은 5.4%로 일반 국민의 2.8%보다 높고, 직장 근속 기간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북한이탈주민의 자살 관련 지표도 일반 국민보다 높다. 2025년 국정감사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의 자살률이 일반 국민보다 약 4배 높다는 자료가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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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보다 무거운 장면도 있다. 언론에 성공 사례로 소개됐던 북향민이 어느 날 백골이 되어 1년이 지난 뒤에야 발견된 일이 있었다. 굶어 죽지 않으려고 목숨 걸고 국경을 넘은 모자가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굶어 죽은 일도 있었다. 카메라가 켜졌을 때 그들은 성공 사례였고 자유를 찾은 사람이었다. 꺼진 뒤에는 고립되지 않기 위해 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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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잡히지 않는 것들도 있다. 이력서에서 북한 출신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정체성 지우기, 아이 학교에 부모 출신을 어디까지 말할지 고민하는 순간, 명절에 갈 곳이 없어 텅 빈 도시를 걷는 시간. 이런 시간은 통계에도 방송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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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말하기 시작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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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권한을 자기가 갖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권한이 있어도 증언을 필요로 하는 시장(market)이 같은 것을 요구하면 나오는 이야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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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유튜브 등에서는 북향민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채널이 늘고 있다. 스스로 말하는 채널이라고 자유로운 건 아니다. 조회수는 자극적인 것을 보상한다. 북한의 충격적인 이야기가 더 잘 팔리는 건 유튜브에서도 마찬가지다. 질문지가 사라진 자리를 알고리즘이 채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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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료 받고 나가는 방송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증언의 소비가 작동된다. 탈북의 경험, 고통의 경험을 스스로 상품으로 내놓는 것이다. 이걸 비판만 하는 건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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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몇몇 유튜버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자기 PR(홍보)의 콘텐츠라 이 또한 고통을 승리로 승화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고통의 기억을 고통스럽게 말해야만 한다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고통을 고통스럽게 증언하면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모두가 고통스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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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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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 증언의 복합적인 이야기들 ⓒ 조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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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증언의 양면성에 대해 적었으니, 이제 실제로 우리가 전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을 적어 두고 싶다. 대단한 변화가 아니라 습관에 가까운, 의식하려는 노력만 기울여도 가능한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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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만드는 쪽부터 보자. 우선 질문지의 마지막 칸을 비워 두는 것이다. 준비한 질문을 다 물은 뒤에 오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느냐고 묻는 것만으로도 자리의 성격이 달라진다. 답이 없어도 상관없다. 그 질문이 있었다는 사실을 상대가 안다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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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향민들에게는 한국에 도착한 이후가 더 중요하다. 그동안 탈출의 여정을 다뤘다면 오늘의 삶은 어떤지,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다음에 무엇을 하려는지를 같은 비중으로 다루는 것이다. 편집에서 가장 먼저 잘려 나가는 것이 대개 이 대목인데, 시청자에게는 그때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여운으로 남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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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기획하든 기획 단계에 당사자를 부르는 것도 중요하다. 섭외는 이미 정해진 그릇에 사람을 담는 일이고, 기획은 그릇을 함께 만드는 일이다. 회의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한 명 달라지면 나오는 질문이 달라지고, 질문이 달라지면 방향도 결과물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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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람을 다시 부르는 것도 중요하다. 한 번의 출연은 사연을 남기지만 세 번의 만남은 관계를 남긴다. 두 번째 만남부터는 대개 질문지가 필요 없어진다. 한 사람을 에피소드로 소비하지 말고, 장편으로 따라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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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쪽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한 사람의 증언을 들었을 때 그것을 북한 전체 모습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증언하는 사람이 언제 어느 지역에서 어떤 처지에 있던 사람의 이야기인지를 한 번 더 확인하고 그 사람의 경험으로만 이해하면 된다. 앞서 말했듯, 퍼즐 한 조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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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북향민을 만나는 자리를 북한 이야기를 듣는 자리로만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강연 초청에 머물지 말고 사업 파트너로, 증언자나 간증자 말고 발제자로 부르는 자리가 늘어야 관계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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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를 피하고 싶다. 북한의 참혹한 현실은 계속 말해져야 한다. COI 보고서를 가능하게 한 증언자들의 용기는 이 분야가 가진 가장 귀한 자산이고, 기록으로서의 증언은 앞으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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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누구를 탓하려고 쓴 것이 아니다. 방송을 만든 사람도, 눈물을 흘린 시청자도, 무대에 오른 북향민도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했다. 다만 그 성실함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가 우리가 바라던 것과 달랐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돌아보아야 할 것은 어떻게 질문할 것이며, 어떻게 말할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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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우리 사회는 북향민들에게 탈북 스토리만을 요구해 왔다. 이제는 그들에게 꿈을 물어보자. 그리고 그 꿈들의 동료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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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일의 북한인권]

① 왜 북한 인권은 고립되었는가 https://omn.kr/2jdfj

②같은 '인권'인데 왜 다른가... 북한 인권 운동 30년의 단절사 https://omn.kr/2jheb

덧붙이는 글 | 조경일 작가는 현재 피스아고라 대표로 활동한다. 정치개혁, 분단체제 해체 등을 연구하며 주체적 시민의 참여를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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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탈북증언#탈북스토리#북향민#탈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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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등의 해일에 직격당한 미국, 소비심리도 뚝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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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6.09.13 07:30

  • 수정 2026.09.13 08:42

  • 댓글 1

트럼프 비웃듯 경유값 사상최고 찍어

속수무책 백악관…휘발유도 5달러 전망

호르무즈 이어 홍해도 비상, 엎친 데 덮쳐

고유가 습격에 미 소비자심리 47.8로 추락

서서히 고개드는 '기대 인플레이션'

유가 급등의 쓰나미가 미국을 강타 중이다. 경유 가격이 사상 최고를 찍은데다 휘발유가격도 무섭게 폭등 중이다. 유가 급등이 물가 전반에 빠르고 확실하게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백악관은 사실상 대책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원유의 주 수송로인 호르무즈가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위협받는 가운데 홍해마저 후티반군의 감제를 받는 처지가 됐다. 유가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고유가의 습격에 소비의 나라 미국은 휘청거리고 있다. 소비자심리가 역대 두번째로 낮은데다 기대인플레이션마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을 나락으로 밀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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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치 찍은 경유값에 미국 소비자들 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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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공화당의 사상 첫 중간선거 전당대회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11월 3일(중간선거일) 투표할 것을 맹세한다”며 당원과 유권자들에게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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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날 공교롭게도 물가 민심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경유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유가정보업체 가스버디는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6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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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자동차협회(AAA)도 11일 평균 경유 소매가격이 갤런당 6.06달러를 기록했다고 거듭 확인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의 갤런당 3.71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63.3% 치솟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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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유소에서 팔리는 평균 경유 가격이 갤런당 6달러를 넘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화폐가치를 감안한 실질 가격으로 따져보면 2008년 금융위기(갤런당 7.20달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6.56달러) 때만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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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이란 전쟁 이후의 가파른 가격 상승에 따른 경제적 고통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유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경로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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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는 미국 내 주요 운송수단인 트럭과 기차의 연료다. 특히 전국 구석구석으로 물품을 나르는 트럭의 연료비 상승은 식료품과 생활필수품 가격을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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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 슈퍼마켓 7500곳으로 구성된 독립식료품연합은 연료비가 식료품 가격의 약 15∼30%를 차지한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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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7월 물가지수에서 전체 식료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7% 올랐는데, 냉장·냉동 운송이 필수인 해산물 가격은 7.0%, 신선 과일은 4.9%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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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전쟁 이후 일부 판매자에게 3.5%의 연료 할증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페덱스, UPS, 연방우정청(USPS)도 일부 배송 소포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게 됐다.

 

미국 포틀랜드 주유소,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폭등하는 유가상승 영향 전방위로 확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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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 가격은 운송비뿐 아니라 생산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농산물을 재배·수확하는 농기계, 수산물을 포획하는 어선에 경유가 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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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는 일부 지역에서 난방용이나 전력 생산에도 사용된다. 또 건설용 중장비와 버스 같은 대중교통의 연료로도 쓰여 경유 가격 상승은 다른 비용 상승으로 일파만파 확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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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경유 가격은 장바구니 물가로 직결되고, 선거의 표심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생활비 부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의 책임론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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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통신은 “이 문제는 전국에서 가정 난방에 난방유를 사용하는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메인주, 그리고 오하이오·캔자스·아이오와 같은 수확철을 앞둔 농업주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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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오하이오·아이오와 등은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격전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들 지역에서 갤런당 6달러가 넘은 경유 가격은 공화당 후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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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와 함께 국제유가에 연동하는 휘발유 역시 평균 소매가격이 4.29달러까지 올랐다. 이란 전쟁 직전의 2.98달러와 비교하면 44.0% 오른 가격이다. 제프 커리 원자재 전략가는 선거일까지 휘발유 가격이 5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극도로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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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휘발유 가격이 중간선거 판세에 ‘발등의 불’이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전략 비축유 방출 외에는 뚜렷한 정책 수단이 거의 없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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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호르무즈·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에너지 수송 병목 현상이 지속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타격까지 겹쳐 수급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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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에 출연해 디젤 가격이 “중대한 우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이 할 있는 건 우려 뿐이라는 뜻이다.

 

미 몬태나주에서 농기계 운전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주요한 중동 원유 수송로인 홍해마저 후티 반군의 지배 아래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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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제한에 이어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의 전략적 요충지까지 장악하면서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를 실어나를 수 있는 대체 수송로마저 위협받고 있다. 유가 급등에 기름을 붓는 일이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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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이날 예멘의 전략적 홍해 항구도시 모카를 장악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 측 병력을 몰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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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카는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28일 이란을 공격한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을 제한하면서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사우디 원유의 주요 대체 수송로로 활용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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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후티가 모카를 장악하며 홍해에 대한 통제력을 확대하면서 이 대체 항로마저 위협받게 됐다. 해상 데이터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해 홍해를 빠져나간 사우디 원유 화물은 단 2건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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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도 여전히 전쟁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전쟁 전 하루 약 130척이 통과했던 호르무즈 해협의 이달 하루 평균 통항량은 19척으로 급감했다. 지난 10일에는 단 9척만 해협을 통과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 지역에서 동서 파이프라인이 화재로 파손됐음을 보여주는 위성 사진, Planet Labs / AFP=연합뉴스

미 해군이 이란 반대편인 오만 연안에 가까운 항로를 확보해 일부 원유 수송을 유지하고 있지만 선박 공격이 잇따르면서 운항 위험도 커지고 있다. 지난 7~8월 오만 인근 해역에서는 최소 23척의 선박이 공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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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수송로도 차질을 빚고 있다. 앞서 사우디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홍해로 원유를 운송하는 데 이용해온 동서 송유관이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홍해와 육상 송유관까지 주요 원유 수출 경로가 동시에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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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 차질은 원유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의 원유 수출은 지난달 최소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해양정보업체 윈드워드는 이란을 제외한 걸프 산유국의 지난달 원유 수출이 전쟁 이전의 약 3분의 2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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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이날 장중 배럴당 108달러를 넘어 전쟁 이전보다 약 50%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대체 수송로까지 잇따라 차질을 빚으면서 중동이 수십 년 만에 가장 심각한 에너지 공급 위기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수송망 비상, 자료 : 로이터통신 등

고유가 여파에 미 소비자심리 47.8로 급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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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시간대는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9월 소비자심리지수(예비치)가 47.8로 집계됐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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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51.7) 대비 7.5% 하락한 것으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51.4도 밑돌았다.

이 수치가 이달 말 확정치에서도 유지될 경우, 해당 조사가 시작된 이래 두 번째로 낮은 기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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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현재 경제 여건 지수는 8월 51.9에서 9월 50.9로, 향후 전망을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는 같은 기간 51.5에서 45.8로 떨어졌다.

 

소비심리 하락 (PG)

전월 대비 7.5% 하락하며 예상치도 하회…기대인플레 4.6%로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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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물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도 커졌다.

미 소비자들의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8월 4.0%에서 9월 4.6%로 상승했다. 미·이란 전쟁 발발 전인 2월의 3.4%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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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장기 인플레이션 전망을 반영하는 5년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같은 기간 3.3%에서 3.4%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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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벌인 미국-이란 전쟁이 유가를 천정부지로 앙등시켜 소비의 나라 미국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광경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상황이 더 심각한 건 호르무즈도, 홍해도 미국이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정치지도자를 잘 못 뽑은 댓가를 미국의 유권자들이 처절하게 치르고 있는 것인데, '정치가 곧 경제'라는 명제는 변하지 않는 진리다.

 

미 아칸소주의 한 월마트 매장. AFP 연합뉴스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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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이창동 베네치아 영화제 수상에 “한국 영화 빛나는 여정 응원”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9/13 10:44
  • 수정일
    2026/09/13 10: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심우삼기자

  • 수정 2026-09-13 10:37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이창동 감독의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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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창동 감독님의 ‘가능한 사랑’이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며 “수상을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작품 ‘가능한 사랑’은 12일 저녁(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열린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은사자상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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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우리 영화의 다양성이 더욱 넓어지고, 좋은 작품들이 세계 관객들과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창동 감독님과 모든 배우·제작진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앞으로도 한국 영화의 빛나는 여정을 응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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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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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삼 기자

안녕하세요 한겨레 심우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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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은 매국적 결정...'침략국가'의 국민될 수 없다"

파병반대평화행동, 1차 시민대행진..."반드시 막아야 한다"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9.12 22:08
  •  
  •  수정 2026.09.13 00:07
  •  
  •  댓글 1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를 비롯한 전국 374개 시민 사회단체와 조계종 사회불교위원회를 비롯한 종교계, 정의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을 비롯한 정당들이 망라된 '침략전쟁규탄파병반대평화행동'(파병반대행동)은 12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미국의 침략전쟁 중단과 정부의 호르무르 파병 거부'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를 비롯한 전국 374개 시민 사회단체와 조계종 사회불교위원회를 비롯한 종교계, 정의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을 비롯한 정당들이 망라된 '침략전쟁규탄파병반대평화행동'(파병반대행동)은 12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미국의 침략전쟁 중단과 정부의 호르무르 파병 거부'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면서도 국방부 군조사단이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의 미군기지와 함정 기항지를 현지조사 하는 등 파병 준비 정황으로 드러나는 가운데 '파병반대'를 외치는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조계종 사회불교위원회 등 종교계, 정의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을 비롯한 전국 374개 시민사회단체·종교계·정당들이 망라된 '침략전쟁규탄파병반대평화행동'(파병반대행동)은 12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미국의 침략전쟁 중단과 정부의 호르무르 파병 거부'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미국대사관과 청와대 앞까지 진출하는 '호르무즈 파병반대 시민대행진'을 진행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서만 1천여 명이 넘는 대규모 시민 결집이 이루어졌다. 

대전(오후5시 으능정이거리)과 부산(오후5시, 서면 부전도서관 맞은편 놀이마루 앞), 울산(오후5시, 롯데백화점), 광주(후5시, 금남로 회화나무숲), 경남(오후 5시30분, 진주 경상국립대 후문 볼래로광장/오후 6시30분, 창원시청 사거리), 전북(오후5시, 전주 풍남문광장)에서 동시다발로 '후르무즈 파병 절대반대' 목소리가 터졌다. 강원도에서는 13일 오후 4시 춘천 명동거리에서 집중선전전이 벌어진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침략범죄"이며, "우리 헌법 제5조는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유지에 기여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파병 절대 불가'를 강하게 외쳤다.

서울 시민대행진에서는 '파병하면 탄핵이다'라는 피켓도 등장했다.

'호르무즈 파병반대 시민대행진'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호르무즈 파병반대 시민대행진'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파병반대행동측은 '국회의 호르무즈 파병반대를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12일 오후 비공개 전국대표자회의 직후 청와대 앞으로 자리를 옮겨 대통령의 파병거부 결단을 촉구한 뒤 일주일 후인 19일 오후 대대적인 '호르무즈 파병반대 제2차 시민대행진'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선우 스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미국의 부당한 파병요구 단호히 거부하라 

모든 생명은 존엄하며, 그 어떤 국익과 동맹의 명분도 생명의 가치보다 앞설 수는 없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중동 정세의 안정을 바라는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한미 동맹의 외교적 신뢰와 우리 선박의 안전한 통항이라는 현실적인 국익 사이에서 깊은 좌우 우명과 딜레마에 빠져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적 군사 행동으로 촉발된 이 분쟁은 명분 없는 침략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란 정부 역시 한국군의 파병을 직접적인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며 엄중히 경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러한 위협 속에서 수많은 시민 사회단체는 대한민국 헌법 제5조가 명시한 침략적 전쟁의 부인과 국제 평화 유지의 정신을 들어 파병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다.

우리 청년들을 죽음의 바다로 내몰고 대한민국 전체를 전쟁의 당사자국으로 만들 수 없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지극히 정당하고 상식적이다.

이에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불살생 가르침에 따라 준엄하게 선언한다.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낳고,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의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다. 섶을 지고 불속에 뛰어들라고 하는 강대국의 부당한 압박에 굴복하며 우리의 소중한 자녀들을 이기적인 전쟁의 도구로 희생시킬 수는 없다.

국익이라는 이름의 포장지가 생명의 무게보다 무거울 수는 없으며, 타국의 피 위에 세워지는 평화란 존재할 수 없다.

정부는 동맹의 쇠사슬에 묶여 침략전쟁의 죄를 함께 짊어지는 어리석은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 당국은 당장 좌고우면을 멈추고 주권 국가로서 미국의 부당한 파병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하라.

군사적 파병이 아닌 외교적 대화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통해 중동의 평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대한민국의 품격이자 진정한 국익을 지키는 길이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선택하는 용기야말로 부처님이 말씀하신 진정한 대자대비의 실현이다. 정부는 단호하게 평화의 길을 택하라.

 

김종훈 진보당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건 결코 국익이 될 수 없다

진보당은 명분도 없고 잘못된 침략 전쟁에 파병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전당적으로 긴급 행동을 시작했다.

모든 당력을 모아서 반드시 이 잘못된 침략 전쟁을 파병하는 것을 앞장서 막아내겠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

트럼프가 벌이는 이 잔혹한 침략 전쟁에 어떤 명분이 있으며, 이 전쟁에 한국이 참여해야 할 그 어떤 이유가 있나?

국익을 계산해 봐야 된다고 하는데, 국익에 도움이 되면 사람을 죽여도 되는 것인가?

미군의 폭격으로 한 초등학교의 운동장이 180명 어린 생명들의 무덤이 되었다. 그 죽음을 두고도 어떤 이익을 계산해 봐야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가?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국가가 되는 것은 국익이 될 수 없다.

트럼프는 하나를 주면 둘을 내놓으라 하고, 둘을 주면 셋을, 셋을 주면 10개, 20개를 내놓으라는 사람이다.

그런 트럼프에게 이제 우리나라 군인들 생명까지 바쳐야 될 그 어떤 이유가 있나?

이재명 대통령께 말한다. 국민을 믿어야 한다. 내란에서 이 나라를 구해준 국민을 믿어야 한다. 계엄군의 총뿌리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고, 맨몸으로 장갑차를 막아 나섰던 국민들을 믿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이 중요하다, 어쩔 수 없다고 아첨하는 굴욕적인 관료들, 파병을 해도 괜찮을 거라고 국민을 속이는 사람들은 트럼프한테 고개 숙여야 한다며 대한민국을 굴종의 길로 가게한 그 배신자들이었다.

위대한 국민을 믿고 당당히 가길 바란다.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고 대한민국을 수호해 온 위대한 주권자인 우리가 파병을  반드시 막아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지켜내자.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 평화를 우리 스스로 지켜내자.

 

김숙영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민주권정부라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시민단체 대표이기 이전에 11월 군 입대를 앞둔 청년을 둔 한 부모의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왜 우리 청년들이 트럼프가 일으킨 침략 전쟁의 뒷처리를 감당해야 하나?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하면서 국민의 안전과 국가 이익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민의 안전을 희생해도 된다는 말인가?

경제적 이익과 국민의 생명이 충돌한다면 정부는 당연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군입대를 앞둔 청년을 둔 부모에게 국가 이익을 위해 파병을 검토한다는 말은 결코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전쟁이 벌어지는 지역에 내 아들이 갈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다.

트럼프가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켰다. 호르무즈 파병은 국내 법으로나 국제법으로나 정당화할 수 없는 전쟁일 뿐이다. 그 전쟁의 비용을 다른 나라에 떠넘기다 못해 이제는 그 전쟁에 군사적 부담까지 대한민국이 나눠야 하나?

이란은 대한민국이 어떤 식으로든 군사적 개입을 한다면 보복을 하겠다고 선포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우리 군 장병과 국민, 우리 선박과 기업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은 커지는 것 아니겠나?

우리 청년들의 생명은 경제적 이익과 맞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로서 단호하게 말한다. 국민주권 정부라면 대한민국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진정한 국익은 우리 국민이 안전하게 살아갈수 있도록 하는 것, 진정한 국가의 책임은 청년들에게 더 많은 위험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청년을 지키는 것이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에 요구한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를 즉각 중단하라. 그리고 분명하게 선언하라.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의 침략 전쟁에 참전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대한민국 청년들을 전쟁터에 보내지 않겠다고 국민의 생명보다 앞서는 국익은 없다고...

이재명 정부가 어떤 방식이든 파병을 결정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임을 단호하게 밝힌다.

 

청년 노동자 고건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침락자의 오명을 뒤집어 쓰고 싶지 않다

내일 모레 예비군 훈련을 받는다. 
저는 내일 모레 예순 훈련을 받습니다. 전쟁이 터지면 언제든 사지로 내몰릴 수 있는 처지이다.

빛의 혁명을 거쳐 들어선 이재명 정부가 내란 수괴 윤석열도 감히 하지 못한 해외 파병을 추진한다는 사실에 깊은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다.

그때 우리가 꿈꿨던 '다시 만날 세계'는 전쟁걱정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나라 아니었나? 그 염원을 떠안고 탄생한 정부가 어떻게 우리 청년들을 불구덩이로 내던질 수가 있나?

호르무즈 파병은 단순히 이란과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란에서의 확전은 중동을 넘어 세계의 화약고인 이곳 동북아까지 연쇄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힘없고 죄없는 청년들이 그 값을 가장 혹독하게 치를 것이다.

한 사람의 청년으로서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우리가 앞으로 수십년을 살아갈 이 나라가 전쟁에 휩쓸리지 않도록, 침략자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지 않도록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결국은 주권자 국민이 이긴다. 내란에 맞섰던 우리가 평화로운 미래를 지켜내기 위해 끝까지 함께 투쟁하자.

 

유은비 한국 YWCA연합회 활동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힘으로 굴복시켜 얻는 거짓 평화에 동원되기를 거부한다.

협상 중이던 이란을 향해 먼저 미사일을 퍼부은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이었다. 아무 정당한 명분도 없이 한 나라의 주권을 짓밟고 시작한 명백한 침략 전쟁이다.

지금 우리 정부는 바로 그 침략 전쟁에 우리 군대를 보낼 것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국제 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명시한 헌법의 엄중한 약속을 정면으로 저버리는 행위이다.

우리 국민 모두에게 정당하지 않은 침략전쟁에 부역하는 오명을 뒤집어 씌우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침략의 아픔을 겪어본 나라이다. 우리의 땅과 삶이 짓밟혔던 그 역사를 기억한다면 지금 마땅히 침략을 당한 이들의 편에 서야 하는 것 아니겠나?

그런 우리가 강대국이 압박한다고 고개를 숙인다면 어떻게 정의를 말하고 평화를 말할 수 있겠나?

미국이 말하는 평화는 힘센 자가 강요하는 침묵일 뿐이고, 호르무즈는 손에 쥐고 통제해야 할 길목일 뿐이다.

우리는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굴복시켜 얻는 거짓 평화에 동원되기를 거부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 당장 호르무즈 파병을 비롯해 모든 군사적 기여에 관한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 미국의 부당한 파병 압박을 단호하게 거부하라.

국회는 파병에 대한 헌법상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하고, 정식 절차를 우회하는 어떤 군사적 개입에도 반대하라.

그리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향한 불법적인 침략과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

 

양경규 정의당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비전투요원 꼼수쓸 생각말라...전쟁에 협력하는 것 자체가 전투 참여

왜 대한민국은 파병을 해서는 안 되는가? 명분 없는 전쟁이어서 파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어떤 전쟁도 명분있는 전쟁은 없다. 전쟁은 모든 세계 시민을 굶주림과 빈곤으로, 절망적인 죽음으로 몰아넣었으며, 불평등과 기후위기에 시달리게 만들고 또 다른 전쟁을 만들면서 세계를 전쟁터로 만든다. 우리는 전쟁 자체를 반대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분명히 들어야 한다. 이 전쟁은 세계 시민이 모두 인정하고 우리 국민 모두가 우려하는 침략 전쟁이다.

이재명 대통령 침략전쟁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 헌법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되지 않도록 강력히 촉구한다.

두 번째,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나라의 총뿌리를 돌리는 국가의 이익을 우리는 거부한다.
우리 국민 누구도 나의 행복을 위해서 세계 시민의 불행을, 세계 시민의 죽음과 이란 국민의 죽음을 원치 않는다.

우리에게 진정한 국익이 있다면 그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다. 지금 정부가 말하는 국익은 대한민국의 이익이 아니고 미국의 위기를 말하는 것 아닌가?

다음으로 기후위기와 이주민, 난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세계를 뒤엎는 현실에서 최소한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고민하던 세계의 질서는 힘의 논리에 의해 퇴행하고 있다.

트럼프가 주도하는 전쟁은 역사를 퇴행시키고 있다. 이 야만의 역사에 결코 동참해서는 안된다, 

끝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비전투요원, 기술요원 등의 핑계를 대면서 파병의 정당성을 주장하지 않길 바란다.

전투지역에 비전투요원은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이 전쟁에 협력하는 것 자체가 바로 전투에 참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꼼수로 국민을 우롱하지 않길 바란다.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청와대 앞까지 행진을 마치면서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파병을 찬성하는 자는 매국노"라며, "지난 8일 김민석 민주당대표가 '미국 입장이 뭔지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집권여당이 그러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또 "다음 주에 청와대 국가안보회의(NSC), 그 다음 국무회의를 거쳐서 파병을 찬성하는 자들은 국회에 동의 절차를 넘길 것"이라며 "우리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의 압력에 굴할 것인지, 아니면 이땅의 평화와 국익을 지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킬 것인지 두 갈래길에서 둘 다 만족시킬 수있는 선택은 없다"고 하면서 이재명 정부와 집권 여당의 '파병반대' 결단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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