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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작전통제권 환수, 어떻게 할 것인가

  •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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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6.05.09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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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부적 문제인 대미종속 심리와 불안감의 극복
2. 임기내 조기 합의가 안 되면 ‘시한 통보 후 환수’가 답이다
3. 완전한 작통권 환수를 위한 연합사 해체 및 한미 병렬적 지휘체계 수립
4. ‘재래식-핵통합’을 일반적 협력체계로 전환하고 여타 연합작전에서 독자적 작전통제권 행사
5. 중장기적으로 주한미군 없는 한미동맹 관계 정립

1. 내부적 문제인 대미종속 심리와 불안감의 극복

안보도 정치나 경제 현상 못지않게 심리적 측면이 크다. 주권의 관점에서 작통권 환수의 답은 단순명료하다. ‘본래 내 것이니 그냥 맡겼듯이 그냥 돌려받는 것’이다. 나머지는 세부사항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세부사항들이 답을 흔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오랜 세월 미국의 영향과 미군의 통제 아래 살아온 한국 국민과 군인들 다수는 미국에 대한 의존과 종속이 체질화되었다. 이 심리는 미국의 품 안에서 편안을 느끼는 반면 미국의 심기를 살펴 비판하거나 거부하는 언행을 삼가며 미국의 ‘부재’와 진노를 두려워한다. 작통권 환수를 복잡하고 어렵게 만드는 근본원인이다.

정치와 군의 지도층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대부분은 북한에 대한 적대감과 공포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통권을 환수하면 연합사가 해체되고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북한이 남침하여 적화통일이 될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 불안심리가 남한 사회에 아직도 질기게 남아 있다. 보수 언론과 정치세력은 편향적 여론을 들이대고 수시로 이념공세를 펴면서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을 가진 정부의 작통권 환수를 방해한다. ‘표’의 노예가 된 정치인은 ‘국민의 눈높이’와 ‘현실’을 일치시키며 ‘신중’해지고 실무자들은 계속 미국과 ‘긴밀한 협의’만 하고 있다.

미국의 한국담당자들은 한국의 이런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를 매우 정확히 파악하고 ‘요리’한다. 미국(군)은 세계 5위의 막강한 한국군에 대한 통제권한을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작통권을 돌려주더라도 최대한의 이익을 챙길 대로 챙기고 일부 핵심 권한은 계속 유지하려 것이다. 한국의 안보를 위해, 한미동맹을 위해, 아니 미국을 위해 그렇게 하게 할 것인가.

인간의 신념과 심리는 고치기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 말 자체가 버리지 말아야 할 귀중한 신념이다. 작통권 환수의 근본적인 장애요인인 대미종속 심리와 불안감을 극복하는 ‘비책’은 없다. 그냥 가장 먼저 정부와 정치지도자(들)부터 해야 한다. 군대도 각성할 일이다. 정부와 군은 국민대중에게 중요한 정보를 공개하고 설명하고 설득하고 자신감을 가지도록 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민사회도 뜻을 같이하여 정부를 비판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2. 임기내 조기 합의가 안 되면 ‘시한 통보 후 환수’가 답이다

재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4월 22일 미국 상원청문회에서 작통권 전환에 대하여 발언한 내용은 좋지 않은 예감을 들게 한다. “2029년 1분기까지 조건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치적 편의주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대개 목표연도는 실제로 이루어지는 해를 의미하므로 트럼프대통령의 퇴임(1월 중순)과 맞물리는 2029년 1분기가 돼서야 ‘조건 달성’이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3단계 검증을 완료한 후 한미양국 정상이 승인해야 효력이 발생하도록 되어 있는 실제 전환은 미국의 차기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어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이재명대통령의 임기는 끝나지 않기 때문에 ‘임기내’라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브런슨의 작통권 전환에 대한 진의는 ‘정치적 편의주의’를 운운한 데서 드러난다. 이재명 정부가 임기내를 목표로 한 것은 안보보다 정치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다. 합의대로 시한 없이 철저히 조건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미국 군인으로서 미국의회에 나가 미국 의원들에게 답변한 내용을 두고 한국정부가 법적 조치를 취할 수는 없겠지만 이재명 정부를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명백한 내정간섭성 망언을 한 것은 틀림없다. 이런 경우 대통령이 일개 미군장성에 대하여 직접 언급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국방부나 합참은 엄중히 경고하면서 오히려 그것을 ‘임기내’ 목표를 재강조하고 확고하게 못박는 기회로 역이용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이 어떠하든 한국은 일단 현재의 전환 방식과 절차를 따르면서도 나름의 독자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그걸 바탕으로 미국과 협의하고 목표를 관철해야 한다. 임기내는 마지노선이 될 수는 있지만 임기말까지 가면 정치일정이나 선거 분위기에 따라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자주 보아온 풍경 아닌가. 바람직한 환수 시점은 임기 ‘반환점’인 2027년 말이나 2028년 초로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따라 검증이나 정상회담(전환에 대한 최종 승인) 일정 등을 역산하여 맞추어야 한다. 먼저 미국을 설득하고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보고 그게 안 되면 정치적 결단으로 그냥 ‘통보’해야 한다. ‘감히’ 한국이 미국에 통보한다고? 왜 안 되는가?! 이는 결코 미국에 대결적이지 않고 미국도 반대할 명분이 없지만 아마 작지 않은 용기는 필요할 것이다.

작통권 환수를 통보하는 실제 방법으로서 대통령이 연합사령관에게 ‘공식서한’을 보내는 것을 생각해 봄직하다. 1950년 7월 어느날 이승만대통령이 편지 한 장으로 유엔군사령관(지명자)에게 작전지휘권을 부여(assign)했듯이 예컨대 2027년 7월 어느날 이재명대통령이 연합사령관에 같은 방식으로 그 권한을 ‘해제(de-assign)’하는 것이다. 환수니 전환이니 하는 말을 쓸 필요조차 없다. 왜냐하면 해제된 권한은 원래의 주인(한국군과 그 통수권자)에게 당연히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역사적인’ 문서에는 그동안의 미군의 작전통제와 한국 안보에 대한 기여에 대하여 치하하고 감사하면서 미래의 한미동맹이 더 높은 차원에서 계속 호혜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신념을 담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자면 이 서한통보 방안은 현재 진행중인 전환절차의 마지막 단계로서 한미 정상이 승인한 후에라도 효력 발생일을 공표하는 데에 활용하여 형식상으로나마 주권국가로서의 위신을 살리는 것이 좋을 듯하다.

3. 완전한 작통권 환수를 위한 연합사 해체 및 한미 병렬적 지휘체계 수립

앞의 글에서 상론했듯이 현행 ‘미래연합사’ 창설(사실상 ‘개칭’) 방안은 작통권 행사 관련 본질적인 모순과 현실적인 비효율성을 내포하고 있다. 사령관인 한국군 대장이 미군 4성장군과 한미연합 참모들을 지휘통제할 때 언어, 미군과의 힘관계와 협조, 유엔사와의 지휘권 충돌 가능성 등의 문제가 있고 더 나아가 재래식-핵통합체제에서의 핵작전과 한미일 3국간 ‘동맹급’ 군사협력 체제에서의 연합작전의 지휘통제 문제 등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소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노무현정부에서 처음 합의했던 대로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지휘계통을 분리하되 여러 수준에서 필요한 협조기구를 두는 것이다. 한국은 한국군에 대하여 완전한 작통권(지휘권까지)을 행사하고 주한미군은 자체적인 지휘통제체계를 운용하는 ‘병렬형’ 지휘 및 군사협력 체계다. 성서의 구절대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마태복음 22장 21절) 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와서 ‘미래연합사’ 관련 합의를 되돌려 병렬형 구조를 다시 만드는 일은 ‘임기내’ 목표 달성과 미국측과의 재협상 등에서 일견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군의 지휘체계는 합참에서부터 각군 작전사령부와 예하부대들까지 이미 잘 짜여져 합동작전을 원활히 수행할 능력을 갖추었다. 한국군의 지휘능력은 20년 전에 버웰 벨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에 의해 ‘확인’된 바 있다. 그는 병렬형 지휘구조 기반의 작통권 환수에 대비하여 한국군이 주도하여 실시한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을 참관하면서 한국군 장성들의 지휘능력을 관찰해 보았다. 그 후 2006년 9월 4일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에게 전달한 비밀(2009년 1월 해제) 서한에서 “한국군은 미군의 지원과 함께 오늘에도 전구 전쟁 수준에서 고위급 전투지휘를 수행할 능력을 갖추었다(It’s my assessment that the ROK military is capable today of executing high level battle command at the theater of war level, with our support)”고 보고했다. 이에 대하여 이틀 후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귀관의 2009년까지의 (작통권) 전환 구상은 귀관이 관찰한 바에 근거할 때 군사적으로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It sounds like your idea of a turnover by 2009 makes military sense, based on what you saw.)”라는 내용의 회신을 보냈다. (환수 시한이 2012년보다 3년 빨랐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오늘날의 한국군 지도자들의 능력이 20년 전에 비해 크게 퇴화하지 않았다면 임기내 환수와 함께 병렬형 지휘구조를 출범시키는 일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측과 합의가 안 되어 미래연합사 체제로 작통권을 환수한다면 이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사령부를 해체하고 병렬형 지휘구조를 수립해야 한다. 사실 이것도 미국이 합의해 주어야 가능한 것이 아니다. 다만 최적의 협조체계 수립을 포함하여 가능한 한 ‘좋은 분위기’에서 이루어지도록 외교적 조치들을 취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병렬형 지휘구조에서는 한국군 전구사령부(최상위 ‘합동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 사이의 지휘권 충돌 가능성은 거의 없어지고 유엔사가 존속하는 동안 ‘협력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과제만 남게 된다. 유엔사는 본래 유엔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미군이 지휘하는 다국적군 ‘통합사령부’이고 오히려 정전체제의 관리라는 명목으로 비무장지대에 대한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 조속히 해체하거나 주한미군과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재래식-핵통합’을 일반적 협력체계로 전환하고 여타 연합작전에서 독자적 작전통제권 행사

핵전쟁을 가정한 ‘한미연합 핵작전’은 미국이 절대적인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한국의 재래식 첨단무기를 총동원하는 ‘재래식-핵통합(CNI)’개념이다. 작통권을 환수하면 여기서도 한국군은 미군의 지휘나 통제를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등한 지위를 전제로 하는 병렬형 지휘구조에서 핵작전 역시 역할 분담과 상호 지원을 통해 연합작전을 수행하는 ‘일반적인’ 군사협조체계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

사실 핵전쟁은 군사작전보다는 정치의 영역이다. 일어날 가능성이 극히 낮으며 일단 일어나면 공멸로 가는 길이기에 세부적인 군사작전 계획과 훈련이 무의미할 수 있다. 적절한 수준의 억제력을 유지하면서 외교적 수단으로 방지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전략이다. 따라서 ‘핵작전 및 핵억제 지침’은 ‘핵억제’로 한정하고 더 높은 정치외교적 차원의 협력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의 핵포기를 대가로 미국은 핵우산을 제공(해야)하기 때문에 핵억제에 대해서도 과도한 ‘강화’ 노력을 기울이면서 미국에 대한 종속을 심화시킬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평화적인 남북관계의 복원·유지·발전이 핵억제에 더 효과적일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임이 자명하다.

한미일 3국 및 그 이상의 다국적 연합작전에서도 한국군은 협조는 하되 고유한 작통권을 행사해야 한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국의 군사전략은 중국에 대한 견제로 확고히 재정립되었다. 바이든정부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사실상의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려 놓았다. 2023년 8월 캠프데이비드 3국정상회담에서 정상들은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3자 차원에서 서로 신속히 협의할 것을 공약(commitment to consult)”으로 합의했다. 후속으로 2024년 7월에는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3자안보협력틀(TSCF)’을 출범시켰다. “3자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제도화하여 한반도, 인도태평양지역,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례 한미일 연합군사훈련 ‘자유의 최전선(Freedom Edge)’이 실시되고 있다. 한편 일본은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재편하고 그 일환으로 2025년 3월 ‘통합작전사령부(JJOC)’를 창설했으며 그에 발맞추어 주일미군은 작전기능을 대폭 강화한 ‘통합군사령부(JFHQ)’로 전환되고 있다. 이대로 계속 가면 향후 한미일 3국 작전사령부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미군이 주도하는 사실상의 통합적 연합사령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한미일 군사협력뿐 아니라 동맹관계에 있는 필리핀을 포함한 ‘다자 동맹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말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국이 유사시 사이버 네트워크에서 정보를 긴밀히 공유하고 연합작전에서 나서는 소위 ‘킬웹(kill web) 구상을 밝혔다. 이러한 다자간 군사협조체계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함께 대만이 위치한 동중국해와 동남아의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한다는 것이며 다국적군의 지휘통제는 당연히 미국이 행사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작통권을 환수한 후에도 미국의 군사전략에 엮여 미군의 지휘통제를 받으면서 치명적인 국익손상을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국적 군사협력은 한국의 자주권과 평화를 침해당하지 않는 범위내로 제한하고 정치외교적 수단을 우선시하며 군사훈련도 가능한 한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5. 중장기적으로 주한미군 없는 한미동맹 관계 정립

작통권 환수는 단순히 한국군의 군사주권을 되찾아 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미동맹의 미래를 새로 설계하고 구현해 나가는 것이다. 한국의 국력과 군사력에 걸맞게 한미 군사관계의 모든 면에서 철저히 국익중심의 자주적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동맹의 성격을 전쟁수행을 위한 군사 협력과 지원의 관계에서 평시 평화를 유지하고 위기를 관리하며 전시에도 평화의 회복을 제1의 목표로 추구하는 ’평화동맹‘으로 바꿔야 한다. 그에 따라 주한미군은 최소한의 규모로 줄이거나 완전 철수 후 ’원격‘ 군사협력 체계를 수립하는 방안도 모색해 보아야 한다. 현재 70년 넘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여 평화동맹의 성격을 적시하고 주한미군 기지 사용 관련 주권침해 조항도 없애야 한다.

한국이 군 작통권을 환수하고 군사 정책과 전략의 자율성을 견지하면서 새로운 한미 군사협력 관계를 수립한다고 하여 미국과 적대적이 되지 않는다. 한미동맹이 와해되지도 않는다. 여전히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고 핵심적인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더 높은 전략적 차원으로 진화발전해 나갈 수 있다. 오늘로 다시 돌아오면 문제는 역시 ’정신‘에 있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숭미주의‘를 떨쳐내고 용기있게 결단하고 지혜롭게 실행하는 정부와 군과 국민의 정신이다. /끝/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s://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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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안 상정 포기 우 의장 조롱한 국힘..."외교결례, 사과하라"

▲'개헌안 표결 무산'에 울분 토한 국회의장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신청으로 개헌안 표결이 또 다시 무산된 데 대해 울분을 토하다 눈물을 닦고 있다. ⓒ 남소연

[기사보강 : 8일 오후 6시]

"이러고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의심과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우원식 국회의장이 작심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이 개헌안에 대해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예고하자, 기가 차다는 듯 반응을 보였다. 우원식 의장은 제1야당을 향해 울분을 토한 뒤, 결국 이날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을 비롯한 50여 개 법안들의 상정을 포기했다.

대표적인 '개헌론자' 우원식 의장은 결국 개헌의 문턱까지 와서 야당의 발목잡기에 고개를 넘지 못했다. 전반기 국회의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그는 "산회를 선포한다"라며 의사봉을 세 번 강하게 내려쳤다. 의사봉을 두드리는 그의 입술은 꽉 깨물려 있었다. 그렇게 제435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는 23분 만에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도리어 그를 향한 조롱성 비아냥을 내어 놓았다.

우원식 "국힘, '불법 계엄 반성' 소리는 다 어디로 간 건가"

▲산회 선포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개헌안 표결을 다시 시도하기 위해 이날 본회의 개회를 선언한 우 의장은 국민의힘이 개헌안과 50개 민생법안 전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개헌안을 상정하지 않고 산회를 선포했다. ⓒ 남소연

전날(7일) 투표 불성립으로 표결이 무산된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은 당초 8일 국회 본회의에 재상정될 예정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을 위시한 여권의 강행 의지는 컸지만, 국민의힘이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표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이틀 연속 반복될 공산이 큰 가운데, 국민의힘은 여기에 필리버스터까지 예고했다. 개헌안은 물론이고 나머지 민생 법안들에도 모두 반대하고 나서며 의사 진행 저지를 시도한 셈이다.

그러자 우원식 의장은 "헌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고 오늘로서 이 절차를 중단한다"라며 "국민 투표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선거인단에 등록한 재외 국민 여러분, 그리고 관계기관에도 유감의 뜻을 표하고 국회의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우 의장의 작심 비판 "국민의힘 정략과 억지 주장으로 39년 만의 개헌 무산"

이후 우 의장은 "매우 아쉽다. 정말 몹시 안타깝다"라며 국민의힘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개헌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분명하고 쟁점이 없어서 여야 간에 얼마든지 합의가 가능한, 사실상 내용에 반대가 전혀 없는 개헌안을 놓고도 개헌의 문을 열지 못했다"라며 "정략과 억지 주장을 끌어들여 39년 만에 개헌을 무산시킨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번 개헌안은 전부 다 국민의힘이 국민들께 약속했던 내용들"이라며 "졸속 개헌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의장이 숱하게 제안했다. 그때마다 거부하고 대답하지 않은 것이 국민의힘"이라고 반박했다.

우 의장은 그간 지속적으로 밟아온 개헌 과정들을 언급하며 "이런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졸속 개헌이라는 것이다. 내용에는 반대할 게 없고 졸속 개헌이라고 하는데 제가 이렇게 여러 차례 제안했던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국민의힘은 가까스로 만든 개헌 기회를 걷어찼을 뿐만 아니라 공당으로서 국민께 한 약속을 실천하는 책임도 같이 걷어찬 것"이라며 "'불법 계엄을 반성한다', '반대한다'고 한 소리는 다 어디로 간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지만, 우 의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계엄을 꿈도 못 꾸게 하는 개헌을 필리버스터까지 걸면서, 이러고도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로 무기를 선고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의심과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힐난했다.

그는 "부끄럽고 두렵게 여기기를 바란다"라며 "이렇게 해서 만약에 20년, 30년 후에 이런 불법 내란이 또 벌어진다면 정말 국민의힘은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말씀드린다"라고 꼬집었다.

"합의된 민생법안 필리버스터는 국민에게 몽니 부리는 것"

우원식 의장은 또 이날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었던 다른 50개 법안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이 모두 무제한 토론을 신청한 점도 맹비판했다. 우 의장은 "이번에 본회의에 제가 올린 50개 안건은 여야 합의로 법사위를 통과한 민생법안들"이라며 "그런 법안들에 대해서 필리버스터를 걸겠다니 법안이 통과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가"라고 직격했다.

이어 "합의된 민생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국민들에게 몽니를 부리는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육아휴직 확대 법안 통과를 바라는 한 '워킹맘'으로부터 온 문자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정말 속 터진다. 속 터져"라며 "국민들의 삶에 필요한 법을 멈춰 세우는 것은 협상이 아니라 민생을 인질로 붙잡는 것"이라고 야당을 겨냥했다.

우 의장은 "필요한 법안을 제때제때 처리해야 국민들 불편이 줄어든다는 상식적인 국회 운영에도 어깃장을 놓는 이 상황이 저는 정말 분통이 터지고 눈물이 나올 것 같고 정말 화가 나고 답답하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눈가를 잠시 손으로 훔치기도 했다.

그는 "전반기 국회가 시작부터 험난했고 또 그 과정에 매우 험난한 과정들이 있었다"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어 국민의힘의 행태를 겨냥해 "과오와 잘못을 반성도 하지 않고 불법 비상계엄을 꿈도 못 꾸게 하는 개헌까지 막아가면서, 국민들의 민생법안도 이렇게 막는 무도한, 국민과 국회 어디에도 아무 이득이 없는 이 무책임한 관성"으로 규정하면서 "규탄받아야 마땅하다"라고 말했다. 이 가정에서 우 의장은 중간중간 감정을 추스르며 간신히 말을 마무리했다.

국힘 "우원식 의장, 졸업여행 가야 해서 안건 못 올린 것"

▲국회의장에게 항의하는 송언석 원내대표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신청으로 개헌안 표결이 또 다시 무산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고 있다. ⓒ 남소연

우 의장의 발언 도중 본회의장에서부터 격렬하게 항의했던 국민의힘은 본회의가 끝난 후 우 의장을 거세게 비난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원식 의장이) 10일부터 졸업여행 가야 해서 안건을 못 올린 것"이라고 폄훼했다. 우원식 의장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해외 순방을 소화해야 하는데, 필리버스터 때문에 이 일정을 소화하지 못할까 봐 안건 상정을 포기한 것이라며 비꼰 것이다.

박충권 의원도 본인의 페이스북에 "필버 무산시키셨으니, 마지막 해외출장(졸업여행) 맘편히? 잘 다녀오시라"라고 적으며 조롱에 동참했다.

그러자 국회의장실이 반박에 나섰다. 조오섭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언론 공지를 통해 "국회의장은 10~16일로 네덜란드 및 케냐를 대상으로 하는 외회 외교일정을 예정하고 있다"라며 "케냐는 작년 9월부터 무역 및 투자협력 확대를 위한 교류 일정을 논의해왔다"라며 "네덜란드 하원의장의 대한민국 국회 방문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상당기간 준비한 외교 일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외교는 국익을 위해 초당적 방문단을 구성해 국회의장과 민주당, 국민의힘,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들이 함께 하는 일정"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충권과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이 국회의장과 여야 의원들의 공식 해외순방을 '졸업여행'이라고 조롱하는 것은 외교상대국인 케냐 및 네덜란드에 대한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직격했다.

"의회 외교는 국익에 있어 중요한 수단임에도, 국회의장을 공격하기 위한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 악용하는 저급한 인식과 태도에 대한 매우 유감"이라며 "최수진 및 박충권 의원의 외교결례적 발언 철회 및 공식 사과를 요청드리는 바"라고 덧붙였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대단히 유감스럽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 당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안 표결을 위해서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했을 때, 우 의장과 민주당은 단칼에 거부했다"라며 "정 장관 해임건의안이 4월 임시회에서 폐기됐는데, 어제 헌법 개정안 표결이 부결로 끝나자마자 우 의장은 여야 합의도 없는 상태에서 오늘 또 본회의를 열었다. 아주 일방적이고 다분히 감정 섞인 본회의 개최"라고 비판했다.

이어 "야당이 요구하는 본회의는 죽어도 열지 않고 국회의장이 원하는, 민주당이 원하는 본회의는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개최하고 이것이 국회의 모습인가?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송 원내대표는 "12.3 비상계엄도 현행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위헌 결정이 났다. 무슨 개헌을 해서 비상계엄을 막는다는 둥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라며 "여야 합의 없는 독재 개헌을 기필코 국민과 함께 끝까지 막아내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원식#국민의힘#필리버스터#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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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모가 자녀 공격하는 병든 사회…'해든이'는 왜?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psyth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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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에 생각해보는 아동학대·자녀살해

양육에 실패하는 부모들이 왜 늘어나고 있을까

공동체 무너진 채 병든 사회가 병든 부모 만들고

병든 부모가 다시 아이들 병들게 만드는 악순환

공동체 복원, 경쟁 중심 사회제도 개혁 필요

아동 양육은 사회 전체 책임이라는 인식 전환을

5월은 어린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5월을 맞이할 때마다 가족의 소중함과 부모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정반대의 장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어린이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가장 큰 존재는 여전히 부모인데, 그 부모가 오히려 고통과 불행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 극단적인 사례가 바로 최근에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해든이(가명) 사건이다.

“쓸쓸하고 외로운 모습이 차라리 평온해 보인다”

해든이의 친모인 A씨(34)는 지난해 6월 해든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이를 미워했다. A씨는 남편인 B씨(36)가 양육에 적극적이지 않고 외도를 하는 것 같다고 의심했고 자신이 불행한 이유를 해든이에게서 찾았다. A씨는 8월부터 약 두 달간 반복적으로 해든이를 폭행했다. 해든이의 친부인 B씨는 이런 A씨를 방관했다. 결국 해든이는 A씨의 지속적인 폭행으로 인해 2025년 10월 22일에 사망했다. 해든이가 얼마나 심각한 학대를 당했는지는 병원에 이송되었을 때 복부 속 장기들은 썩어서 괴사하고 갈비뼈 등이 부러진 상태였으며, 외부적인 힘에 의한 뇌출혈이 심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부검의는 해든이 사망의 주된 이유를 다발성 외상에 따른 출혈성 쇼크 및 다발성 장기부전이라고 밝혔다. 해든이 사건을 담당했던 재판부는 “안방에서 홀로 침대나 역류방지 쿠션에 누워 모빌을 보고 있는 피해 아동의 모습은 쓸쓸하고 외로워 보이지만, 학대를 비롯한 아무런 위협도 없다는 점에서 차라리 평온해 보인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표현했다.(뉴스1, 2026년 5월 2일)

해든이 사건에서 드러난 것은 해든이가 보호받아야 할 공간인 집이 오히려 가장 위험한 장소가 되었고, 부모가 보호자가 아니라 오히려 가해자였다는 사실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학대가 반복되는 동안 그 누구도 이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23일 전남 순천시 광주지법 순천지원 앞에서 열린 해든이 추모 및 아동학대 근절 법개정 촉구 집회에서참석자들이 생후 4개월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친모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있다. 2026.4.23 연합뉴스

해든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부모에 의한 자녀학대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4월 30일에는 경기도 시흥시에서 생후 8개월인 영아를 때려 숨지게 한 30대 친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친모는 4월 10일 시흥시 자택에서 아들의 머리를 TV 리모컨으로 여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이의 부모는 범행 이후에 병원을 방문했지만, 의료진이 두개골 골절 등 심각한 손상을 이유로 입원을 권했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귀가했다. 이후 친모는 13일에 아이가 의식을 잃자 다시 병원을 찾았지만 아이는 다음 날 숨졌다.(CJB청주방송, 2026년 4월 30일)

부모를 잘못 만났다?

한국에서는 부모에 의한 자녀학대 사건, 심지어 자녀살해 사건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은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부모를 잘못 만났다”는 말로 상황을 정리해버리곤 한다. 한마디로 이런 끔찍한 사건의 원인을 부모라는 개인에게서 찾아 그 개인을 비판하고 성토하는 것이다. 물론 개별적인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에서 멈추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을 가로막게 된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부모 자격을 상실한 부모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이것은 부모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자녀 양육은 결코 부모만의 책임이 아니었다. 대가족 체제에서는 조부모, 친척 등 다양한 어른들이 아이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부모가 실수하거나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존재했다. 따라서 부모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아이는 다양한 어른들을 통해 건전한 가치와 규범을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대가족이 해체된 이후에도 한국에서는 일정 기간 동안은 마을 공동체나 직장 공동체 등이 그 역할을 일부 대신했다. 이웃과 주변 어른들이 자연스럽게 아이의 삶에 개입했고, 최소한의 사회적 감시와 보호가 작동했다. 부모의 영향력이 커지기는 했지만 절대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부터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공동체는 거의 사라졌고, 한국인들은 핵가족으로 고립되었다. 이때부터 자녀 양육은 철저히 개별적인 부모의 책임이 되었으며, 외부의 개입이나 견제는 크게 줄어들었다. 그 결과 부모의 경제력이나 인격 수준, 정신건강 상태 등이 곧바로 아이의 삶 전체를 결정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물론 이런 구조에서도 부모가 건강하고 안정적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부모가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정신적으로 취약할 경우 상황은 급격히 악화된다. 외부에서 이를 보완하거나 개입할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에, 부모의 문제가 그대로 아이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극단적으로는 아이의 생명까지 위협받게 된다.

왜 문제 있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는가?

이제 한국 사회는 부모답지 않은 부모를 비판하거나 처벌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다음과 같은 더 중요한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 “왜 이러한 ‘문제 있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는가?”

문제 있는 부모의 증가 추세를 단순히 개인의 도덕성이나 책임감 부족으로 설명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 오늘날의 한국은 극단적인 개인 간 경쟁 사회다. 생존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개인 간 승자독식의 경쟁에서 이기거나 살아남아야 하고, 사회적 존중을 얻기 위해서는 치열한 개인 간 서열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반인간적인 사회제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건강한 인간관계를 상실하여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불편함이나 고통을 넘어 급속한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진다.(이 주제에 대해서는 <풍요중독사회>, <가짜 정의 권하는 사회> 등의 저서 참고)

오늘날의 한국에서 정신건강이 악화된 개인이 부모가 되었을 때, 그 부모의 문제는 고스란히 자녀에게 전달된다. 양육은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 인내심과 안정감, 공감 능력 등을 요구한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무너진 부모들은 이런 능력을 가지기가 어렵고 그런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그 결과 부모의 스트레스와 분노 등은 가장 약한 존재인 아이에게로 향하게 된다.

정신건강이 악화된 부모가 자녀 양육을 전적으로 책임지면 자녀의 정신건강은 부모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자녀들이 자라나서 부모가 되면 자녀 양육의 질은 더 낮아질 것이다. 즉 사회가 병들면 부모가 병들고, 병든 부모가 자녀를 더 병들게 하고, 그 자녀들이 어른이 되면 사회는 더 병들어 부모와 자녀들을 더 병들게 한다. 이러한 악순환은 세대를 거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 영아’와 관련해 영아학대치사와 시체유기 등 혐의를 받는 30대 친모 A씨가 8일 오전 광주지방 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3.7.8. 연합뉴스

근본적인 사회대개혁의 중요성

소위 부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흔하게 제시되는 방법은 부모 교육이나 상담이다. 물론 이러한 접근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것은 문제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아닌 이미 발생한 문제를 치료하는 방법일 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계속해서 절벽에서 뛰어내린다고 가정해보자. 절벽 아래에다 매트리스를 설치하고 구조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절벽을 향해 나아가도록 만드는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아동학대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학대 이후의 처벌이나 사후 개입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병든 부모를 양산하는 사회적 조건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면,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아동학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다음과 같은 사회개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첫째, 공동체를 복원해야 한다. 가족 외부에서 아이를 보호하고, 부모를 견제하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가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관계를 악화시키고 공동체를 파괴하는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

둘째, 개인 간 경쟁 중심의 사회제도를 개혁해서 정신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안정적인 삶의 기반과 사회적 안전망이 확보되고, 건전한 인간관계와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야 부모들이 보다 건강한 상태에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다.

셋째, 아동 양육을 개별 가정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아이의 삶과 안전은 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나야만 국가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매년 5월이 되면 ‘가정의 달’이라는 말을 반복한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가정은 단순한 혈연적 관계가 아닌, 아이가 안전하고 사랑받고 존중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자 환경이어야 한다. 그런 환경은 부모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해든이와 같은 아이들이 다시는 생겨나지 않기 위해서는, 개별 사건에 대한 분노를 넘어 사회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병든 사회가 병든 부모를 만들고, 그 부모가 다시 아이를 병들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 한, 한국 사회는 똑같은 비극을 반복해서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근본적인 사회개혁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아이들의 고통과 불행을 멈추기 위한 절박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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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미군 “자위 차원서 미사일·드론 기지 등 이란군 시설 타격”

수정 2026.05.08 07:14

선박들이 29일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은 7일(현지시간)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오만만으로 향하던 중 “이란의 무분별한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자위적 차원에서 타격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해군 구축함인 USS 트럭스턴, 라파엘 페랄타, 메이슨 3척이 국제 해협(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중 이란군이 다수의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발사했다”며 “미군 함정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부사령부는 이어 “접근하는 위협을 제거하고 미사일 및 드론 발사 기지, 지휘 통제소, 정보·감시·정찰 거점 등 미군을 공격한 이란군 시설을 타격했다”며 “중부사령부는 사태가 악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현재 위치를 유지하며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폭스뉴스 등 미 언론은 이날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군이 이란 케슘 항구와 반다르아바스 등을 공습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란 반관영 베흐르 통신은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와 인근 호르무즈 해협의 게슘섬 일대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안을 담은 1쪽짜리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합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지만 양국 간 긴장은 다시 고조되는 분위기다.

김희진 기자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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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나토, 러시아, 조선, 한미동맹의 5차 방정식

  • 기자명 이경렬 전 대사
  •  
  •  승인 2026.05.08 06:41
  •  
  •  댓글 0
 
   
 

외교는 어렵다. 루빅스 큐브와 같다. 한 면을 맞추면 다른 면이 헝클어진다. 바둑과도 같다. 한 쪽에서의 전투는 판 전체로 번진다. 중동 정세는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고, 에너지 문제는 러시아 변수로 이어진다. 러시아를 생각하면 나토를 빼놓을 수 없고, 나토에 가까워지면 중국과 러시아가 예민해진다. 그 파장은 다시 조선의 계산법에도 영향을 준다. 그리고 이 모든 선택의 바닥에 한미동맹이 놓여 있다. 세상살이가 다 그렇듯 한국의 많은 외교 현안들은 따로 풀어낼 수 없도록 서로 얽혀져 있다. 여러 항들이 동시에 움직이는 복잡한 다차 방정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6월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을 결정한 이유도 이 방정식으로 풀어야 한다. 윤석열이 3년을 연속해서 참석해온 회의였다. 대통령실이 내세운 공식적인 이유는 중동의 급박한 정세였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유가와 금융시장이 출렁이던 시점이었고 이 대통령은 중동 상황을 “매우 긴급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실제 판단은 훨씬 복합적인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전 정부의 적대정책을 지속한다는 의미를 던진다. 조선에도 호의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없다.

중동 전쟁은 우리의 사활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일이다.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는 곧 경제적 비상사태다. 중동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정부는 대체 공급선 확보에 신경을 곤두세워 왔다. 중동의 포성은 한국의 물가와 환율, 산업 원가로 직결되고 곧바로 민생 문제로 이어진다. 당시 정부가 나토 회의장보다 중동 상황을 더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었던 사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작년의 위기상황은 해를 달리해 다시 우리에게 닥쳤다. 이번에는 전 세계에 메가톤급 충격이 실제로 가해지고 있다.

전쟁 과정에서 한미동맹과 현실의 상충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이 동맹국들에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함파견을 요구했을 때 한국 정부는 ‘신중 검토’와 ‘긴밀 협의’로 일관했다. 한국 정부의 딜레마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미국과의 동맹은 중요하지만 미국의 군사적 요구에 기계적으로 응하다가는 우리의 안위가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요구를 즉각 거부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미국은 5월 4일 ‘프로젝트 프리덤’을 전개하면서 다시금 한국의 군함 파견을 요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한국의 화물선이 피격되었다.

트럼프발 나토 탈퇴 논의는 이 방정식을 한층 더 난해하게 만든다. 미국의 나토 탈퇴가 법적으로 당장 가능한 일은 아니다. 조약상 탈퇴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대통령이 마음먹는다고 바로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실제 탈퇴 이전에 탈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벌써 동맹의 의미가 바뀐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이미 독일 주둔 미군 5천 명 감축을 지시해 지금 실행 단계에 있다. 현재 나토는 공동의 가치보다 비용 분담과 대가를 먼저 따지는 관계로 옮아가고 있다.

변화는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 국방부가 2026년 국가방위전략(NDS)에서 한국에 조선 억제의 주된 책임을 지우고 미국은 역내 분쟁으로 주안점을 이동시키겠다고 밝힌 대목은 비슷한 압박이 한반도에도 이미 가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나토의 변모는 남의 집 불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이 앞으로 감수해야 할 동맹의 가격이 어떻게 청구될지를 미리 보여주는 장면이다. ‘프로젝트 프리덤’ 동참을 거부하는 순간 미국은 주한 미군의 감축도 거론하기 시작할 것이다. 겁먹을 것은 없다. 우리는 동맹의 비용과 편익을 냉정히 계산하기 시작해야 한다.

러시아 변수 역시 다시 따져봐야 한다. 당장 러시아와 본격적인 에너지 협력을 재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제재와 국제정치적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 대부분을 바다 건너 들여오는 한국에게 공급선 다변화는 생존의 문제다. 중동 위기가 장기화될수록 러시아를 완전히 지워버린 에너지 전략은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토 문제는 한미동맹의 연장선으로 다룰 사안이 아니다. 나토에 밀착할수록 러시아와의 외교 공간은 좁아지고, 이는 결국 에너지 안보의 선택지 축소로 이어진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조선 문제를 국제화하고 한미동맹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목적으로 나토에 접근했다. 북러 군사협력을 유럽 안보와 연결하면서 한반도 문제를 국제무대로 끌어올렸다. 나토를 한미동맹의 범위 확장으로 간주하겠다는 의도였고 이는 물론 미국의 의중을 충실히 따른 행동의 결과였다. 나토는 인도·태평양 안보를 유럽과 연결하고 중국을 러시아의 “결정적 조력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나토 옆에 서는 것은 베이징과 모스크바가 보기에 한국이 미국 주도 진영 정치에 더 깊숙이 편입됐다는 신호다.

조선의 ‘중차대한’ 결심이 이 대목에서 탄생했다. 서울은 2023년 7월 나토 정상회의에 재차 참석한데 이어, 8월에는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전의 하노이 회담 결렬과 북중러 밀착, 그리고 한국의 9·19 군사합의 파기라는 배경 요인이 작용하면서 조선은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재정의한 것이다. 여러 사안이 작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윤정부의 나토 밀착이 평양으로 하여금 남한을 같은 민족이 아닌 ‘적대 진영의 일원’으로 못 박게 만든 촉발제가 되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동맹을 강화하는 것과 동맹의 외연을 무한정 넓히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전자가 억지력이라면 후자는 스스로의 외교 공간을 좁히는 족쇄가 될 수 있다. 한미동맹을 강화한다고 해서 한반도가 안정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욱 불안정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요는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한미동맹의 강화를 한반도 안정이라는 등식으로 자동인식 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교의 여러 연관주제들을 도외시하고 하나의 요소에만 시선을 집중해 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외교는 저차 방정식이 아니라 최소한 5차 이상의 고차방정식인 것이다.

지금 우리는 연결된 현안을 각기 떼어 다루는 식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중동에서는 경제와 에너지 안보를 우선하되 군사 개입에는 신중해야 하고, 나토와의 협력도 필요한 범위 안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와는 하루 속히 관계정상화의 길로 나서야 한다. 한미동맹은 안보의 축으로 유지하되 남북관계의 공간까지 닫아버려서는 안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끝까지 조정해 내는 외교의 루빅스 큐브와 바둑의 전략적 해결 능력이다. 끝.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s://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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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유럽에선...쿠팡 탈퇴를 부르는 네 가지 질문

[임상훈의 글로벌 리포트] 쿠팡을 끊기 어려운 사회, 그래도 끊어야 하는 이유

26.05.08 06:38최종 업데이트 26.05.08 06:38

미국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Inc가 1분기 3500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쿠팡Inc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2조 4597억 원(85억 400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성장했다고 5일(현지시간) 공시했다.연합뉴스

쿠팡 논란은 이미 단순한 소비자 불만의 단계를 지나왔다. 빠른 배송의 그늘에 있던 노동환경 문제에 이어, 개인정보 대량 유출, 납품업체와의 거래 질서 논란, 미국 기업 정체성과 로비 의혹까지 겹치면서 쿠팡은 한국 사회가 더는 사적 소비의 영역에만 둘 수 없는 공적 문제가 되었다.

특히 국민 정서를 건드리는 지점은 따로 있다. 한국에서 매출을 올리고, 한국인의 생활 정보를 다루고, 한국 노동자의 밤과 물류 흐름 위에서 성장한 기업이 정작 불리한 순간에는 미국 기업의 얼굴을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이런 의심이 널리 번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쿠팡 사태는 이미 단순한 기업 평판 문제를 넘어섰다.

이 사태에는 네 가지 질문이 들어 있다. ▲ 노동자는 안전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가 ▲ 소비자의 생활 정보는 제대로 보호되고 있는가 ▲ 납품업체와 판매자는 거대 플랫폼 앞에서 공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 ▲ 한국 사회는 외국계 플랫폼 기업에 충분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쿠팡은 이제 물건을 파는 곳만이 아니라 생활, 노동, 정보, 유통이 만나는 거대한 통로가 되었다. 그래서 쿠팡 문제는 특정 기업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생활 기반이 된 플랫폼을 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통제할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이런 점에서 탈팡운동은 단순한 소비 거부가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기업의 물건을 사지 않겠다는 반응을 넘어, 거대 플랫폼 기업에 보내는 시민의 경고다. 소비자는 고객이지만 동시에 주권 국민이다.

어떤 기업의 편리함이 노동자의 위험, 소비자의 정보 유출, 국가 규율의 약화 위에 세워졌다는 의심이 커졌다면 소비는 사적인 선택에만 머물 수 없다. 계속 이용하는 행위는 그 기업의 방식에 보내는 승인 신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이용을 줄이고, 대체 수단을 찾고, 문제를 말하는 행동은 기업과 정치권 모두에게 압박이 된다.

물론 쿠팡을 끊기는 쉽지 않다. 새벽배송, 빠른 반품, 생필품 접근성, 육아와 돌봄의 시간 압박이 많은 사람의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직장과 가사를 병행하는 사람, 아이를 키우는 사람, 가까운 상점에 갈 시간이 부족한 사람에게 쿠팡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하루의 시간을 버티게 하는 장치가 되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더 큰 경고다. 한 기업의 서비스가 없으면 일상의 균형이 흔들릴 만큼 의존이 커졌다면, 그것은 편리함만을 뜻하지 않는다. 끊기 어렵다는 현실은 면죄부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그 기업의 방식에 얼마나 깊이 묶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유럽이 보여주는 방향

이탈리아 로마에서 배달앱 글로보의 배달원이 콜로세움 옆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EPA 연합뉴스

유럽은 이런 문제를 소비자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는다. 개인이 알아서 착한 소비를 하라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국가와 제도가 플랫폼 기업을 공적 규율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 노동자의 처우, 소비자에게 제공된 기업 이미지, 시장 안의 힘,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이 함께 검토 대상이 된다.

이탈리아에서는 경쟁시장보호청(AGCM)이 배달앱 글로보와 딜리버루를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다. AGCM은 시장의 공정경쟁과 소비자 보호를 함께 맡는 독립 행정기관이다. 노동 당국만이 아니라 이런 기관이 움직였다는 사실은 플랫폼 노동 문제가 회사와 노동자 사이의 내부 갈등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당국이 보는 쟁점도 라이더 처우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글로보와 딜리버루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보여주었는지, 그 설명이 실제 노동조건과 법 준수, 알고리즘 운영 현실에 맞는지가 조사 대상이다. 플랫폼 기업이 윤리적 이미지를 팔았다면, 그 이미지 역시 검증받아야 한다는 문제 제기다.

여기에 밀라노 검찰과 법원의 움직임도 겹친다. 글로보와 딜리버루의 이탈리아 법인은 노동착취 혐의와 관련해 사법적 감독을 받는 상황에 놓였다. 아직 최종 유죄 판단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플랫폼 노동 문제가 행정조사를 넘어 사법 절차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프랑스에서는 배달앱 우버이츠와 딜리버루를 상대로 형사고발이 제기됐다. 이 역시 판결이 아니라 고발 단계이며, 법적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 문제가 단순한 임금 논쟁을 넘어 취약노동, 이주노동, 인간의 존엄, 형사책임의 언어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사실은 가볍지 않다.

유럽연합은 이 흐름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플랫폼 노동지침은 노동자의 고용 지위뿐 아니라 자동화된 감시와 결정, 알고리즘 관리의 투명성 문제를 다룬다. 이제 쟁점은 노동자가 자영업자인가 직원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알고리즘이 노동을 지휘한다면, 그 알고리즘도 법과 사회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럽이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플랫폼 기업은 더 이상 혁신 기업이라는 이름만으로 면제받지 않는다. 노동자를 어떻게 대했는지, 소비자에게 어떤 얼굴을 보여주었는지, 시장 안에서 어떤 힘을 행사했는지, 알고리즘으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은 책임을 줄이는 이유가 아니라, 더 큰 설명 의무를 요구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한국 사회가 물어야 할 것

공정위가 쿠팡의 동일인을 쿠팡 법인에서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한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한 4월 29일 서울 서초구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용 가방이 야적되어 있다.연합뉴스

쿠팡은 글로보나 딜리버루, 우버이츠와 같은 기업이 아니다. 유럽의 배달앱은 주로 음식 배달을 중개하는 플랫폼이고, 쿠팡은 전자상거래, 물류, 배송, 회원제 서비스를 결합한 거대 유통 플랫폼이다. 그러므로 유럽의 사례를 쿠팡에 그대로 덧씌우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업종이 다르다고 질문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누가 속도를 정하는가, 누가 밤을 떠안는가, 누가 생활 데이터를 가져가는가,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은 어디에 머무는가. 유럽이 배달앱을 향해 던지는 질문은 한국에서 쿠팡을 향해 되돌아온다.

한국 사회가 물어야 할 것은 쿠팡이 얼마나 빠르고 편리한가가 아니다. 그 빠름이 어떤 노동조건 위에 서 있는지, 그 편리함이 어떤 정보 관리와 책임 체계 속에서 유지되는지를 물어야 한다. 소비자가 받은 하루의 편의 뒤에 누군가의 위험과 침묵이 숨어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혁신이라는 말 하나로 덮을 수 없다.

탈팡은 출발점이다. 소비자는 편리함의 수혜자에 머물지 말고, 불편을 감수하며 기업에 경고를 보내야 한다. 모든 사람이 한순간에 쿠팡을 끊을 수는 없더라도, 사용을 줄이고 대체 구매를 찾고 문제를 말하는 행동은 가능하다.

그러나 개인의 불매만으로는 부족하다. 플랫폼이 생활의 통로가 된 시대에는 시민의 압박과 국가의 규율이 함께 가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노동자의 안전, 개인정보 보호, 거래 질서, 기업 책임을 법과 제도로 다시 세워야 한다.

빠른 배송의 가격표는 다시 쓰여야 한다. 그 가격표에는 상품값과 배송비만 적혀 있어서는 안 된다. 누가 밤을 견디는지, 누가 위험을 감수하는지, 누가 책임을 지는지가 함께 적혀야 한다. 거기서부터 탈팡은 단순한 불매를 넘어, 플랫폼 권력을 다시 시민사회 안으로 불러들이는 첫걸음이 된다.

#쿠팡 #미국 #배송 #플랫폼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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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흔들어대는 미국을 박살 내자”...미 대사관 앞 촛불문화제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6/05/0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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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 기자

 

7일 오후 7시 미 대사관 인근에서 “주권모독 브런슨 이 땅을 떠나라”, “전쟁화근 주한미군기지 철거하라”라는 구호가 높이 울려 퍼졌다.

 

이날 ‘주권모독 전쟁화근 주한미군기지 철수 긴급행동’(긴급행동)이 주한미군기지 철수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지난 4월 수요일에 열리던 촛불문화제가 5월부터 매주 목요일에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이날 더욱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왜냐하면 이날 낮 12시 대학생 8명이 미 대사관에 항의 방문을 하다가 모두 연행됐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담아 구호를 외쳤다. 

 

김차환 강남서초촛불행동 회원은 “주한미군기지 철수시키고 자주독립 이룩하자”라는 구호를 외친 뒤 발언을 시작했다.

 

김차환 씨는 “지금 대한민국은 휴전 상태다. 전쟁이 끝난 지 수십 년이 됐다. 종전을 선언해야 하는데 주한미군이 원치 않는다. 왜인가? 대한민국 국군의 작전권을 넘겨주기 싫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이승만 독재정권을 세워서 통일을 방해했고 지금도 통일을 원치 않고 있다. 한반도 통일이 되면 전작권도 넘겨줘야 하고, 주한미군기지도 철수해야 하고, 대한민국 정부를 자기들 맘대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통일방해세력인 주한미군과 주한미군기지 당장 철수시켜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주한미군기지 철수에)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이 나서서 주한미군기지 철수를 국민투표로 정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 국민이 주한미군 주둔을 원하지 않으니 철수하라고 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민은서 도봉촛불행동 회원은 “요즘 뉴스를 보면 대한민국이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미국의 내정간섭이 점점 심각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이재명 정부가 미국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계속 강도를 높여 이재명 정부를 흔들고 공격하며 자신들에게 굴복하라고 하고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가 어떻게 세워졌는가. 우리 촛불시민들의 힘으로 윤석열을 몰아내고 세워낸 새 정부 아닌가. 대한민국 대통령을 공격하고 흔드는 것은 결국 주권자 국민을 굴복시키려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라며 “우리의 주권을 모욕하고 있는 미국에 굴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이 다시는 대한민국을 가지고 전쟁을 운운하지 못하도록 만들자”, “이재명 정부 흔들어대는 미국을 박살 내자”라고 힘주어 말했다.

 

▲ 김차환 씨(왼쪽), 민은서 씨.  © 김영란 기자

 

고은광순 사)평화어머니회 상임대표는 “정부, 국회가 나서지 못하는 ‘미군기지 철거’를 지금 주권자가 나서고 있다. 미군기지 철거 투쟁에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해야 한다”라며 “시민들은 탐욕스러운 미국의 민낯을 최근 확실히 보았다. 미국이 내란당 등 친미·반북·반중 세력을 지지하기 위해 ‘여자 윤석열’ 미셸 스틸을 (한국에) 보내려 한다. (미국의 의도를 안) 시민들이 매주 토요일, 5.18, 7.27, 8.15 등에 모여서 ‘반미주권찾기 운동’을 가열차게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백륭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은 “오늘 대학생들은 주한미군기지 철수와 주한미군사령관 브런슨을 추방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현수막을 들고 미 대사관에 찾아갔을 뿐이었다. 그런데 경찰은 대학생들의 목을 팔로 조르고, 땅에 질질 끌고 가고, 찍어 누르면서 폭력적으로 연행했다. 주권을 모독하고 내정에 간섭하는 미국에 맞서서 자주독립을 위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선 대학생들을 어떻게 그리도 폭력적으로 연행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촛불로 세운 정부를 미국이 흔들고 길들이려 하는 것은 우리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며 “자주독립 국가의 주권자로서 단호히 맞서 싸워 미국을 무릎 꿇리겠다. 기필코 브런슨을 추방시키고 주한미군기지를 철거시키겠다. 대학생들이 맨 앞에서 자주독립기를 휘날리며 투쟁하겠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문혁 중구용산촛불행동 회원이 자작시 「목멱 남산은 내 어미의 심장」을 낭송했다. (시 전문 기사 하단)

 

참가자들이 독립군가를 제창하며 촛불문화제를 마쳤다.

 

긴급행동에는 국민주권당, 도쿄민주실천연대, 독일함부르크촛불행동, 동행풍물패, 미국 내정간섭 반대 대학생 운동본부, 미주양심수후원회, 민족작가연합, 민중민주당, 사)민족문제연구소 고양파주지부, 사)평화어머니회, 시민인권위원회,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용산미군기지온전히되찾기주민모임, 자민통위, 재미노동자투쟁연대, 전국시국회의 자주통일평화위원회, 전북민주동우회, 조선일보폐간시민실천단, 촛불행동, 통일공방, 통일중매꾼, 평화이음, 프랑스민족의집, 한강하구평화센터,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한국중립화추진시민연대, 한민족유럽연대 등이 참가하고 있다.

 

  © 김영란 기자

 

한편 이날 촛불문화제 초반에 갑자기 ‘펑’ 소리와 함께 음향 전원이 모두 꺼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유를 알아보니 누군가 고의로 전원을 고장 낸 것이다. 행사 관계자가 수상한 행동을 하던 20대 초반의 남성을 쫓아가 바로 잡았다. 현재 범인은 경찰로 인계돼 조사받고 있다.

 

주최 측은 반미 투쟁이 거세지자 극우세력이 ‘백색테러’를 자행했다고 분개했다. 극우세력의 방해 속에서도 참가자들은 확성기를 이용해 촛불문화제를 힘차게 진행했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고은광순 상임대표(왼쪽), 백륭 회원.  © 김영란 기자

 

▲ 문혁 회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목멱 남산은 내 어미의 심장」

 

목멱 남산은 내 어미의 심장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철 푸른

저 소나무 철갑을 둘렀다.

 

비단실 뽑아내는 누에같은 너

삼천리를 화려강산으로 만들었다.

너는 내 어미의 포근한 젖가슴의 두 봉우리

내 어릴적 동무함께 뛰놀던

꽃동산.

 

지금 너의 이름은

켐프모스! 이름도 생소하다.

비단실 뽑아내던 누에의 머리에

켐프모스의 빨간 깃대가세워젔다.

포탄의 포적이다.

화마를 부르는 화근이다.

내 어미 앞가슴에, 

내 어미 뜨거운 심장에

내 뛰놀던 꽃동산에

600년 도읍지 서울 한복판이

불바다가 된다.

 

목멱 남산 남녘 

양지바른 곳 녹사평에

수호천사의 너울쓰고

점령군이 틀어 앉았다.

너는 진드기,거머리, 바이러스.

나의 육체가 내 생각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지독한 바이러스의 감염이다.

이 놈들의 탄저균 실험 탓인가?

그게 아니면 미군기지가 오염됐나?

아니 그도 아니면 내정간섭이 심했던가?

맞다! 이 양키놈의 

삥발이 앵벌이 때문이다.

점령군으로 까불대며 행하는 

내정간섭 때문이다.

 

야! 거지 발싸게 만도 못한 양키놈들----

너는 황야의 무법자!

너는 삥발이 앵벌이!

너는 오지랍!

너는 거지 발싸게!

너는 썩은 동앗줄!

 

중동이 불바다가 되였다.

천사같은 어린이가 하늘의 별이되었다.

카우보이 양키놈의 탐욕의 도발로---

전 세계가 몸살이다.

뻔뻔한 녀석이다.

생때 같은 내 자식들의 

피를 빨아대려한다.

호르무즈 검푸른바다에서

낯설은 이국 사막에서

피의 제물로 삼으려한다.

사랑하는 내 자식들을 

침략의 도구로 보낼 수 없다.

 

우리는 반만년을 홍익과 

제세이화 정신으로 살아왔노라.

전화의 폐허속에서도

이웃을 탐하지 않고도

상생의 정신으로

세계 10위권의 

유일한 경제국이다.

 

황야의 무법자 트럼프에게

권하노라.

방빼라!

철수하라!

내정간법하지마라!

전시작전권 환수하라!

상호선린관계를 존중하라!

우리는 평화을 추구하며

민족통일을 이루려한다. 

병오년 오월칠일 태평로 미대사관앞

 

국민주권당 만초노인 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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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판매하는 '전쟁기계' 미국, 군산복합체의 민낯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5/07 09:48
  • 수정일
    2026/05/07 09:4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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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6.05.07 09:15

  • 수정 2026.05.0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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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구조 해부

아이젠하워도 경고, 전쟁기계의 민주주의 위협

양당 카르텔과 로비스트가 만드는 전쟁 생태계

WMD 거짓말에서 드론 암살까지 전쟁의 진화

AI와 테크노 파시스트가 함께한 이란 침략전쟁

연대와 공감으로 전쟁기계 전원을 꺼야 할 때

미군 중부사령부 공보실이 2026년 5월 2일 공개한 이 미 해군 제공 사진은, 2026년 4월 27일 알레이 버크급 유도 미사일 구축함 마이클 머피함(DDG 112)이 군수지원함 헨리 J. 카이저함(T-AO-187)으로부터 해상 보급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야심 차게 밀어붙였던 이란 침략전쟁이 처참한 패배와 끝없는 수렁으로 빠져들면서, 미국의 패권주의는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혼돈의 시기에 출간된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 트럼프와 1조 달러 전쟁기계의 야망>은 미국이 왜 평화가 아닌 파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지를 해부하는, 흥미롭고도 유익한 텍스트이다.

이 책은 2001년 '9.11 테러' 이후에만 해외 군사개입을 통해 최소 40만 명의 사망자와 100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낳은 거대한 '전쟁기계'의 내부 구조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이 책이 묘사하는 미국의 '전쟁기계'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현재 미국은 전 세계 80개국에 걸쳐 약 750곳의 군사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17만 명에 달하는 상시 주둔군을 배치해 두고 있다.

이는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규모의 '지구적 포위망'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분쟁 지역을 살펴보면, 한쪽 혹은 양쪽 모두가 미국이 설계하고 제조한 무기를 들고 서로를 살육하는 비극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미국은 '평화의 수호자'를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파괴와 살육의 도구를 공급하는 가장 큰 '죽음의 상인'인 셈이다.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트럼프와 1조 달러 전쟁 기계의 야망/ 윌리엄 D. 하텅, 벤 프리먼 저/ 백우진 역/ 부키

역설적이게도 이 거대한 군산복합체의 실체를 가장 통렬하게 고발한 인물은 반전 운동가가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이자 5성 장군 출신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였다. 보수적 공화당이 배출한 대통령인 그는 퇴임 연설을 통해 군산복합체가 민주주의를 파괴할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이미 1953년에도 다음과 같은 연설을 남겼다.

“만들어지는 모든 총, 진수되는 모든 군함, 발사되는 모든 로켓은 궁극적으로 굶주리지만 먹지 못하는 자, 추위에 떨지만 입지 못하는 자로부터 도둑질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문장은 전쟁의 비용이 복지와 생존권을 찬탈한 결과임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하지만 아이젠하워의 이 준엄한 경고 이후에도 미국의 전쟁기계는 더욱 거대하고 정교하게 성장해 왔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군산복합체를 단순히 무기 제조 기업들로 한정 짓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군비 확대를 가능하게 만든 공화-민주 양당의 카르텔, 거대 자금을 이용한 로비스트들, 전쟁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싱크탱크, 그리고 국방부의 연구비를 수주하며 지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대학과 학계의 유착 관계를 촘촘하게 분석한다.

더 나아가 미디어와 할리우드, 그리고 오늘날의 게임 산업이 대중의 무의식 속에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환상을 어떻게 심어주는지를 세밀하게 고발한다. 할리우드 영화가 묘사하는 미군의 영웅적 서사와 전쟁 게임이 선사하는 가상 살육의 쾌감은, 실제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현실을 가리고 전쟁을 하나의 '멋진 소비재'로 탈바꿈시킨다.

이러한 긴밀한 연결망 속에서 미국의 군사주의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적 현상이자 생태계로 자리 잡았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이스라엘과 같은 대리 세력에게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며 폭격과 학살을 '외주화'하는 방식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는 베트남 전쟁의 참담한 패배 이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고안된 '닉슨 독트린'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군의 폭격 피해가 발생한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 주 미나브 마을의 초등학교 인근 공동묘지에서 인부들이 수십개의 무덤 구덩이를 파고 있다. 2026.3.4. 로이터 연합뉴스

2003년의 이라크 침공은 이러한 '베트남 후유증'에서 벗어나 미국이 다시 한번 직접적인 무력을 과시하려 했던 위험한 시도였다. 이라크 전쟁의 서막은 거대한 거짓말이었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하고 있다'는 명분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가공할 사기극이었다.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콜린 파월은 이 허무맹랑한 사기극에 앞장섰다.

하지만 비판적이어야 할 미국의 '진보 언론'들조차 "그의 목소리는 힘차고 흔들림이 없었다"며 무비판적인 신뢰를 보냈다. 당시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는 미디어에 의해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 칭송받으며 전쟁의 광기를 부추겼다. 결과는 처참했다. 이라크 전쟁은 민주주의의 이식은커녕 중동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지정학적 대재앙으로 끝났다.

미국 사회에는 베트남전보다 훨씬 심각한 '이라크 후유증'을 남겼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집권한 버락 오바마는 중동에서 지상군을 철수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그는 드론을 활용한 암살과 정밀 폭격이라는 '깨끗해 보이는 전쟁'에 매달렸다. 오바마 집권기 동안 군비는 오히려 증가했고, 드론 공격 횟수는 부시 정권 때보다 무려 10배나 급증했다.

이러한 첨단 기술 중심의 군비 투자와 개발은 오늘날 일론 머스크나 팔란티어(Palantir)의 피터 틸과 같은 '신세대 기술낙관주의적 군국주의자'들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로 전쟁을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 '테크노 파시스트'들은 트럼프의 네오파시스트 세력, 그리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신네오콘(New Neocons)들과 결합했다.

이 기괴한 연합이 일으킨 것이 바로 이번 이란 침략전쟁이다. 그들은 이스라엘이라는 대리 세력을 앞세우고, AI 기반의 최첨단 무기들을 활용하면 단기간에 손쉬운 승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개꿈'을 꾸었다. 그러나 현실은 철저한 실패였다. 이제 트럼프와 미국은 베트남과 이라크를 뛰어넘는, 회복 불가능한 '이란 후유증'에 아주 오랫동안 시달리게 될 것이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도심에서 열린 '왕은 없다'(No Kings) 시위에 참가한 이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3.28 LA EPA 연합뉴스

패배가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오히려 트럼프는 내년 군비 예산을 1.5조 달러로, 기존보다 50%나 증액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군비 축소를 약속하며 다음과 같이 군산복합체를 비판한 적이 있다. “그들은 늘 전쟁을 하고 싶어합니다. 미사일 한 기는 200만 달러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벌어질수록 더 많은 무기를 팔아 더 많은 이윤을 남기는 구조를 지적한 발언이었다. 대통령이 된 트럼프가 태도를 바꾼 이유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 상식적으로 보면, 엄청난 비용을 들여 만든 고가의 무기를 폭격 한 번으로 날려버리는 것은 극도의 자원 낭비이다. 하지만 자본의 논리, 즉 '투자와 이윤'의 관점에서 보면 전쟁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첫째, 군수산업은 거대한 일자리와 수요를 창출한다. 둘째, 전쟁이 발발하면 소모되는 탄약과 무기를 보충하기 위해 군수기업들은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린다. 셋째, 신무기 개발 과정에서 탄생한 기술적 혁신(인터넷, GPS 등)은 민간 산업으로 전이되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넷째, 전쟁으로 초토화된 국가의 '재건 사업'은 건설 자본 등에 또 다른 기회의 땅이 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창조적 파괴'가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쟁의 승자는 약소국의 자원을 무상으로 혹은 헐값에 강탈할 권리를 얻는다. 좌파적 경제 분석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군사적 케인즈주의' 혹은 '영구 무기 경제(Permanent Arms Economy)' 효과로 설명해 왔다. 역사는 이를 증명한다.

세계 자본주의가 1930년대의 대공황을 완전히 탈출하기 위해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불길이 필요했다. 또한 한국전쟁은 패전국 일본의 경제를 부활시킨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베트남 전쟁은 한국 경제 성장의 초기 자본을 마련해 준 토대가 되었다. 미국-소련 냉전기 동안 지속된 군비 경쟁은 역설적으로 미국 경제 장기 호황의 엔진 역할을 했다.

이 책이 인용하듯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같은 진보적 경제학자조차 과거에 "국방부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배경에는 이러한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 아이젠하워의 군축 노선이 미국의 지배적 권력 집단에 의해 거부당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4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로 가기 위해 메릴랜드 주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을 향해 걸어가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4.10 .AFP 연합뉴스

사실 아이젠하워가 평화주의자였기 때문에 군비를 줄이려 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재래식 군사력을 줄이는 대신, 핵무기 같은 전략 무기에 의존함으로써 예산을 아끼고 그 돈을 민간 경제 발전에 투자하자는 '효율적 제국주의'를 지향했다. 하지만 군비 투자 그 자체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된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그런 목소리는 줄어들었다.

결국 군비 확대의 뿌리에는 특정한 정파나 특정한 산업과 기업의 필요를 넘어,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라는 체제 자체의 내적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군사적 케인즈주의'나 '영구 무기 경제'에 지적과 분석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고민과 분석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초적 토대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우리는 '반전 평화 운동에 참여하려면 반드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를 이해하고 반대해야 한다'는 식의 기계적인 결론에 빠져서는 안 된다. 장기적인 이론적 분석과 단기적인 실천적 대응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성마른 어리석음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방향들을 제시하는 것도 장점으로 보인다.

현재 전통적인 반전 평화 운동은 참가자의 감소와 고령화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지적이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집단학살과 미국의 이란 침공이 자행되는 이 위태로운 시기에, 평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충분치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반전 운동은 새로운 세대와 평화를 갈망하는 모든 시민이 쉽고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폭넓은 운동이 돼야 한다.

그 점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운동의 연결'은 더 가슴에 와닿는다. "그동안 이민 개혁, 인종과 경제 정의, 기후변화 대응, '끝없는 전쟁' 종식, 핵무기 경쟁 중단, 가자 지구 학살 저지 등 관련된 각각의 대응을 목표로 한 운동 조직들은 때때로 협력해 왔다. ···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연대와 협력, 그리고 더 넓은 평화 네트워크로 통합이 이루어져야 할 순간이다."

반전 운동은 고립된 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전쟁기계가 1조 달러의 예산과 기술로 무장하고 있다면, 우리는 연대와 공감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그들에 맞서야 한다. 트럼프의 야망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가라앉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전쟁기계의 전원을 꺼버리고 진정한 평화의 길을 되찾아야 할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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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통일, 아니면 핵무기?

[초록發光] 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바라본 한반도 평화

진상현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 기사입력 2026.05.07. 07:32:42

현재 진행 중인 두 개의 전쟁은 모두 핵무기와 관련된다. 먼저 이란전은 미국 측 설명에 따르면, 핵폭탄 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선제 타격이라고 한다. 사실 이란의 핵 개발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 출범 이전에도 다양한 제제를 통해 핵확산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진행됐기 때문에, 굳이 지금 이 시점에서 전쟁이 필요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로 인해 이번 전쟁의 진짜 이유가 이스라엘의 야욕 때문이지 않냐는 의혹까지 확산하는 실정이다. 아무튼 핵확산 방지를 위해 시작된 불가피한 전쟁이라는 설명이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공격이 시작됐던 원인은 둘째치고, 이제는 전쟁을 매듭짓기 위한 종전 협상에 주목해야 한다. 다만 세계 최강의 군사 대국이 막대한 국방 예산을 쏟아부으며 보여줬던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와 달리 이란에서는 정권 교체가 진행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반미 세력의 입지가 강화되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했던 핵시설 검증 및 우라늄 반출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아예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경파가 득세하는 상황이다.

다음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는 핵무기와의 관계가 약간 숨겨져 있다. 물론 직접적으로는 두 국가 사이의 영토 분쟁뿐만 아니라, 유럽 권역의 친서방 혹은 친 소비에트 같은 신냉전 체제의 갈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한편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하기 이전에 보유했던 핵무기를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더라면, 이번처럼 일방적으로 러시아의 침략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우크라이나가 핵보유국이었다면 국가의 안전이 담보됐을 텐데, 원자폭탄을 갖지 못한 약소국이어서 나라의 안위가 위협에 처했다는 후회의 목소리가 등장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한반도로 눈을 돌려 우리나라의 안보를 살펴보자.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의 군사력을 세계 5위 수준이라고 언급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즉, '글로벌 파이어 파워'라는 이름의 민간 업체가 발표하는 비공식 통계를 바탕으로 국방 정책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성 기사가 등장했다. 그렇지만 이 통계는 미국의 중앙정보국이 국가별 군사력 순위를 2007년 무렵부터 공개하지 않으면서, 그나마 접근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의 공신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학술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많은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널리 회자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순위에 국한되지만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군사력이 높은 수준이라는 진단은 비교적 합리적인 평가라고 판단된다.

▲1945년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의 버섯 구름. ⓒBy Charles Levy - U.S.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다만 이 군사력 순위는 보다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즉, 평가 대상국의 핵무기 전력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핵보유국이 전쟁에서 원자폭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재래식 무기에 기반할 경우에 국한되는 전투력만을 비교하는 약점을 평가 업체 자신도 인정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각국의 군사력에서 핵무기의 반영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한국과 북한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국방 전략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순위에서 북한은 군사력이 세계 31위에 불과하지만,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위상을 지니고 있다. 물론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해서 논란의 여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서 지금은 인도나 파키스탄과 마찬가지로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간주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결국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한국도 북한처럼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되곤 한다. 물론 미국이 허가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행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강경한 목소리를 자제하는 편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핵잠수함 개발을 추진하면서, 미국 측에 핵무기 개발의 의지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는 편이 유리하다는 논설이 대내외에서 설득력을 높이는 실정이다.

반면에 일각에서는 한국이 굳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한반도가 통일되면, 자연스럽게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합리적 기대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남북통일과 더불어서 우리는 과연 핵보유국이 될 수 있을까? 이 가능성도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바로 우크라이나를 통해서 한반도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1년 러시아로부터 독립하던 무렵에 우크라이나는 수 천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똑같은 처지의 체제전환국이었던 카자흐스탄과 벨라루스도 다량의 핵미사일과 핵탄두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같은 열강은 이들 군소국의 핵무기 보유를 세계 평화의 위협으로 간주했었다. 게다가 당시 신생 독립국으로 경제난과 각종 어려움을 겪던 우크라이나는 결국 1994년에 이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안전 보장 각서를 체결한 뒤, 핵무기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한반도의 미래를 상상해 보자. 만약에 남북이 지금의 정전협정을 종결하고 단일 국가를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주변국들은 우리나라의 핵보유를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 중국, 러시아 같은 기존의 핵보유국들은 핵확산방지협약을 토대로 위험의 확장을 억제하려고 할 것이며, 이웃 나라 일본은 자국이 보유하지 못한 핵무기를 한국이 갖게 되는 상황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 세계열강은 한국에 남북통일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핵무기의 폐기 또는 인계를 요구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요즘은 국내에서 통일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여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낮아지는 추세다. 심지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불러 본 청소년이 30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헌법은 평화 통일을 민족의 사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통일은 독일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언제 어느 순간에 도둑처럼 찾아올 수 있다. 그러면 그때 우리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지, 아니면 핵무기인지.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2026년 4월 8일 레바논 베이루트 탈레트 알카야트(Tallet al-Khayat)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주거 건물 잔해 아래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epaselect epa12875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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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국힘 공천재난'… 김태규 돈통 4개·김두겸 사조직 동시 도마

6·3 지방선거 앞둔 울산서 출판기념회 헌금 정황과 시장 사조직 의혹 잇따라

남구갑 김태규 북콘서트에 검은 돈통 4개… 시의원 후보 도서비 500만~1000만원 정황

김두겸 시장 사조직 '금섬회' 회장은 정무특보 김재익… 회계장부 정치인 이름 삭제 지시

당원 모집 실적 70% 공천 가중치… 가입서 추천인란 비우라는 요구도

2026-05-07 08:11:51

 

울산이 국민의힘 공천 재난지역으로 떠올랐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갈래 의혹이 한꺼번에 분출됐다. 남구갑 당협 위원장이었던 김태규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 올해 2월 연 출판기념회에서 검은색 돈통 4개를 놓고 시의원 예비후보들로부터 거액의 도서비를 거뒀다는 정황이 첫째다. 김두겸 울산시장의 사조직으로 의심받는 '금섬회'의 회장이 김 시장이 직접 임명한 정무특보로 확인된 점이 둘째다. 두 사안은 6일 뉴탐사 9시 보도에서 함께 공개됐다.

돈통 4개 놓인 출판기념회

김태규 전 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권익위 부위원장과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을 차례로 지냈다. 방통위 부위원장 시절 이진숙·이상인 체제에서 언론 학살의 실무를 맡은 인물로 꼽힌다. 윤석열에 대한 1심 무기징역 구형 직후에는 "예상된 정치 판결"이라는 발언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가 울산 남구갑 당협 위원장에 부임한 시점은 지난해 11월이다. 김상욱 의원이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자마자 박성민 울산시당위원장이 그 빈자리를 김 전 위원장에게 내줬다. 박성민 위원장은 이른바 윤석열 술친구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문제는 올해 2월 열린 북콘서트다. 책 제목은 '법은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다'였다. 국민의힘 중앙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판기념회 개최 자체와 도서비 명목 모금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일선에 내려보낸 직후였다. 그런데도 행사는 강행됐고, 김 전 위원장 측은 약 2,000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김기현·박성민·장예찬·류희림·강민구·석동현·임현철 등이 자리했고, 나경원·윤상현·김문수·황교안 전 총리, 가수 윤형주 등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은 아크릴 돈통과 비밀번호 자물쇠

행사장 입구마다 놓인 것은 검은색 아크릴 돈통 4개였다.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재질에, 위쪽 투입구로만 봉투를 떨어뜨릴 수 있는 구조였다. 봉인은 비밀번호 자물쇠였다. 행사 주관을 맡았던 홍보실장 이원무씨는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그 위로 돈이 한 번 들어가고 나면 다시는 못 꺼낸다. 돈통의 주인은 김태규 위원장"이라고 설명했다. 자물쇠 비밀번호도 김 전 위원장이 직접 설정했고, 행사가 끝나자 돈통 4개는 그의 차 트렁크에 그대로 실렸다는 것이 이씨의 진술이다.

핵심은 이 돈통에 1,000만원, 500만원어치 도서비를 봉투에 담아 넣은 시의원 예비후보가 있다는 점이다. 책값은 한 권에 25,000원이었고, 인쇄 부수는 약 2,200권이었다. 참석자 2,000명이 한 권씩 사 갔다고 가정해도 매출은 5,000만원 안팎이다. 그 액수의 수 배에 이르는 봉투가 한꺼번에 들어갔다면 책값이라기보다 사실상 정치자금에 가깝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 의혹은 이미 국민의힘 공천비리 신고센터에 제보됐고,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에도 고발장이 접수됐다. 기자회견에 나선 한 출마자는 "도서비를 내지 않으면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 뻔했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뉴탐사 통화에서 "터무니없는 말이다. 다 고소 조치해 놨다"고 부인했다. 그는 "체크하는 사람들이 앞에서 다 지켜보고 있는데 그 거금을 어떻게 현금으로 주고 사느냐"고도 했다. 그러나 이원무씨가 묘사한 운영 방식은 김 전 위원장 외에는 누구도 안을 확인할 수 없는 봉인 구조였다. 김 전 위원장은 책 인쇄 부수와 기획사명을 묻는 추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당원 모집 실적 70% 공천 가중치

같은 출판기념회에는 또 다른 장치가 함께 작동했다. 김 전 위원장이 남구갑 공천 평가 기준에 '신규 당원 모집 실적'을 70%까지 반영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운영위원 채점은 30%였다.

이 기준이 공표되자 시·구의원 출마 예정자들은 보험 모집인처럼 당원 가입서를 끌어모았다. 이원무씨 본인이 모은 신청서만 550장이라고 했고, 김 전 위원장은 누적 4,189장을 박 시당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핵심 의혹은 그 다음에 있다. 적지 않은 후보가 자신이 모은 가입서의 추천인란을 비워서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그 모집 실적은 김 전 위원장의 본선 표밭으로 입도선매되는 효과를 냈다는 것이 출마자들의 토로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런 적 없다. 한쪽 말만 듣고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금섬회 회장은 김두겸 시장 정무특보였다

울산 국민의힘의 또 다른 뇌관은 김두겸 시장 쪽에서 터졌다. 김 시장의 후원 사조직으로 의심받아 온 '금섬회'의 회장이 그가 임명한 김재익 정무특보로 확인됐다.

울산시청 담당과 통화 결과, 김재익씨의 정무특보 위촉 기간은 2022년 7월부터 2026년 7월까지다. 시장 임기와 사실상 일치한다. 같은 기간 김씨는 울산시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시 담당자는 "비상임 민간위원 신분이고, 회의 참석 수당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금섬회는 김 시장이 2022년 당선된 직후 선거 캠프 출신들이 결성한 모임이다. 김 시장이 이 모임에 직접 참석해 선거 전략을 설명한 영상은 앞서 공개된 바 있다. "한 곳에 몰려 있지 말고 4인조로 흩어져 박수를 쳐라"는 식의 이른바 괴벨스식 동원 전략이 그 자리에서 전수됐다. 같은 자리에서 김재익 회장도 같은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회계장부에서 사라진 정치인 이름

김재익 회장은 올해 정기총회 자리에서 지난 1월 회계 보고와 달라진 변경 사항을 직접 설명했다. 회비 지출 항목 중 특정 정치인 이름이 적혀 있던 칸을 모두 비우고 '예비비'로 일괄 처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김 회장의 발언은 이렇다.

"그런 예비비라는 항목은 절대 문제가 생기게 돼서 그 항목은 지웠다."

회비 일부가 어떤 정치인에게 얼마나 흘러갔는지가 회원들 앞에 그대로 적시돼 있던 종전 보고에서, 그 꼬리표를 본인 손으로 떼어낸 셈이다. 거명되던 이름 가운데는 김기현 의원과 임현철 남구청장 예비후보가 포함됐다는 게 영상으로 드러난 정황이다.

임현철 후보 명예회원 긴급 추대

같은 회의에서는 임현철 남구청장 예비후보를 금섬회 명예회원으로 추대하는 안건이 긴급 상정됐다. 김 회장이 박수로 의결을 받아내자 임 예비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저는 이미 경선을 통과했기 때문에 요만큼만 도와주시고, 우리 김두겸 시장님 팀을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 "금섬이라는 조직이 우리 시장님과 관계되는 조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선거에 나선 예비후보가 시장 측 사조직 모임에서 마이크를 잡고 시장 지원을 호소한 발언이다. 시기와 장소, 발언 내용 어느 것을 보더라도 사전 선거운동 시비가 일 만한 장면이다.

박맹우 단일화 조건으로 떠오른 두 의혹

이 같은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무소속 박맹우 후보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는 줄곧 "단일화는 절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6일 들어 "단일화의 필요성은 공감한다"면서도 "금섬회와 신천지 관련 의혹 해명, TV 토론 수용이 전제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박성민 시당위원장과 서범수 전 사무총장의 비공개 회동, 그리고 김문수 전 후보가 단일화 압박에 가세한 직후의 변화다.

같은 울산 남구갑에서는 민주당 김상욱 후보가 방검복을 입고 선거운동을 다니고 있다. 울산경찰의 신변보호 협조 요청이 4일부터 받아들여졌다. 위해 우려가 그만큼 구체적이라는 의미다. 강준현·김기표 민주당 대변인은 금섬회 의혹을 두고 두 차례 성명을 냈지만, 기성언론의 후속 보도는 6일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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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개정 헌법에 영토조항 신설...대남적대 표현은 미반영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5/07 09:07
  • 수정일
    2026/05/07 09:1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일성-김정일주의 '서문' 전면 개정...국무위원장 권한 대폭 강화 특징(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5.06 17:32
  •  
  •  댓글 0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회의 [사진-노동신문]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회의 [사진-노동신문]

북한이 최근 헌법 개정을 통해 영토조항을 신설(제2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설된 제2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령역은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령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령해와 령공을 포함한다."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령역에 대한 그 어떤 침해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한의 주권영역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해당 영역에 대한 '불가침성'을 명문화한 것이지만, 명시적인 '대남 적대' 표현은 반영하지 않았다.

6일 오전 통일부 출입기자들과 만난 이정철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헌법 개정에서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국가성을 강조하는 표현과 규정들을 추가했지만 '적대적'이라는 형용사와 관련된 표현을 찾아 볼 수 없어서 남북 평화공존으로 가는 하나의 인프라가 마련될 수 있겠다는 희망적인 판단을 한다"고 말했다.

기존 헌법 제9조에 있던 '북반부의 사회주의 완전 승리,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 실현' 목표 등이 개정 헌법에서 삭제된 것에 대해서는 북이 '두 국가론'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대목이지만 남북의 평화공존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3월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회의에서 개정된 북한 헌법은 기존 '사회주의 헌법'이라는 표현을 떼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이라는 담백한 명칭으로 바꾼데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표현이 순화되고 굳이 사회주의적 성격을 강조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조치들로 헌법을 디자인한 것으로 본다"면서 '정상국가화' 지향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했다.

2023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회의에서 개정된 '사회주의 헌법'과 비교해 전체 구성은 서문과 7개 장 168조로 4개조가 줄었으며, 헌법 명칭 뿐만 아니라 서문과 본문에서 '사회주의' 표현이 대폭 줄고 명시적인 '대남 적대' 표현도 찾을 수 없다는 특징이 확인된다.

서문 뿐만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사회주의 자립적 민족경제노선'을 '자립적 민족경제노선'으로, '사회주의 법무생활', '사회주의 법무제도' 등은 '법무생활', '법무제도'로 단순화한 것이 특징적이다.

개정 헌법은 서문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국가건설과 활동의 유일한 지도적 지침', '국가건설의 총적방향, 총적목표'라고 간단히 언급하고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인민의 리익을 대표하며 사회주의 위업을 위하여 투쟁하는 인민대중중심의 사회주의 국가이다"라고 표현했다.

지난 '사회주의 헌법' 서문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의 주체적인 국가건설사상과 국가건설업적을 법화한 김일성-김정일헌법"이라고 명시한 것을 전면적으로 개정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심 담론인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국가건설과 활동의 근본 원칙으로 정식화하고 대외정책의 기본 이념인 자주·평화·친선'에 '국익수호'를 불변의 원칙으로 추가한 것도 특징.

개정 헌법은 국무위원장의 권한과 위상을 대폭 강화했다.

국가기구에 대해 규정한 제6장에서 국무위원장을 최고인민회의 앞 제1절에 처음으로 배치했다. 또 국무위원장을 기존 '최고령도자'에서 '국가수반'으로 정의(제86조)해 국가 대표성을 부여하고, 국무위원장의 핵사용 권한을 최초로 명시(제89조)해 모든 무력에 대한 통솔권을 명문화한 것이 눈에 띤다.

기존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장을 소환할 수 있는 삭제됐으며,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내각총리 등 국가 중요간부에 대한 국무위원장의 임면권한(제 90조)을 명시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2026) (전문)

서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인민의 리익을 대표하며 사회주의위업을 위하여 투쟁하는 인민대중중심의 사회주의국가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국가건설과 활동의 유일한 지도적지침으로 하며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국가건설의 총적방향, 총적목표로 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국의 해방과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위한 영광스러운 혁명투쟁에서 이룩된 빛나는 전통을 견결히 옹호고수하고 끊임없이 계승발전시켜나간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수령의 유일적 령도체계를 확립하고 자주의 혁명로선을 견지하며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철저히 구현하는 것을 국가건설과 활동의 근본원칙으로 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수령의 구상과 의도대로 국가사업 전반을 조직진행하며 수령의 국가건설사상과 업적을 견결히 옹호고수하고 끝없이 빛내여나간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국가건설과 활동에서 자주적대를 세우고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를 자기 식으로, 자력으로 발전시켜나간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인민대중의 요구와 리익을 최우선, 절대시하며 인민의 복리증진을 자기 활동의 최고원칙으로 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인민정권을 강화하고 그 기능과 역할을 높이면서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을 철저히 수행하는 것을 사회주의건설의 총로선으로 틀어쥐고나간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시대의 변천과 혁명실천의 요구에 맞게 사회전반에 대한 인민정권의 통일적지도와 관리를 끊임없이 강화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3대혁명수행에 대한 국가의 지도적역할을 높여 모든 사회성원들의 혁명화, 기술경제력의 고도화, 사회전반의 문명화를 다그쳐나간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계급로선과 군중로선을 철저히 관철하여 온 사회의 일심단결을 백방으로 강화하고 모든 문제를 인민대중의 애국열의와 창조력에 의거하여 풀어나가며 인민민주주의 독재를 강화하여 사회주의제도와 인민의 권익을 믿음직하게 보위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인민군대를 강화하고 전민무장화, 전국요새화를 보다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며 국방공업을 발전시켜 국가방위력을 끊임없이 향상시켜나간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법률제도를 개선완비하고 법무생활을 강화하여 법이 인민을 지키고 인민이 법을 지도록 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자주, 평화, 친선을 대외정책의 기본리념으로, 국익수호를 불변의 원칙으로 틀어쥐고 대외관계를 확대발전시키며 세계의 평화와 안전, 인류공동의 번영을 위하여 투쟁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진정한 인민의 법전이며 혁명과 건설의 강위력한 정치적무기인 헌법을 튼튼히 틀어쥐고 주체혁명위업을 끝까지 완성해나갈 것이다.

 

제1장 정치

제1조: 우리 나라의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제2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령역은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있는 령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령해와 령공을 포함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령역에 대한 그 어떤 침해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제3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민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다. 공민은 거주지와 체류지에 관계없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보호를 받는다.

제4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은 로동자, 농민, 군인, 지식인을 비롯한 근로인민에게 있다. 근로인민은 자기의 대표기관인 최고인민회의와 지방 각급 인민회의를 통하여 주권을 행사한다.

제5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모든 국가기관은 민주주의 중앙집권제원칙에 의하여 조직되고 운영된다.

제6조: 최고인민회의로부터 군인민회의에 이르기까지의 각급 주권기관은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원칙에 의하여 비밀투표로 선거한다.

제7조: 각급 주권기관의 대의원은 선거자들과 밀접한 련계를 가지며 자기사업에 대하여 선거자들앞에 책임진다. 대의원이 선거자들의 신임을 잃은 경우에는 언제든지 소환할수 있다.

제8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사회제도는 근로인민대중이 모든 것의 주인으로 되고있으며 사회의 모든 것이 근로인민대중을 위하여 복무하는 사람중심의 사회제도이다. 국가는 로동자, 농민, 군인, 지식인을 비롯한 근로인민의 리익을 옹호하며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한다.

제9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령도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

제10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두리에 굳게 뭉친 전체 인민의 정치사상적 통일에 의거한다. 국가는 사상혁명을 강화하여 사회의 모든 성원들을 혁명화, 로동계급화하며 온 사회를 동지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집단으로 만든다.

제11조: 국가는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을 비롯한 혁명적인 대중운동, 애국운동을 힘있게 벌려 사회주의건설을 최대한으로 다그친다.

제12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해외에 있는 조선동포들의 민주주의적민족권리와 국제법에서 공인된 합법적권리와 리익을 옹호한다.

제13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자기 령역안에 있는 다른 나라 사람의 합법적 권리와 리익을 보장한다.

제14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우리 나라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모든나라들과 완전한 평등과 자주성, 호상존중과 내정불간섭, 호혜의 원칙에서 국가적 또는 정치, 경제, 문화적관계를 맺는다. 국가는 자주와 정의를 지향하는 세계인민들과 단결하며 온갖 형태의 침략과 내정간섭을 반대하고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적, 계급적해방을 실현하기 위한 모든 나라 인민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성원한다.

제15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법은 근로인민의 의사와 리익의 반영이며 국가관리의 기본무기이다. 법에 대한 존중과 엄격한 준수집행은 모든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에게 있어서 의무적이다.


제2장 경제

제16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사회주의적생산관계와 자립적민족경제의 토대에 의거한다.

제17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생산수단은 국가와 사회협동단체가 소유한다.

제18조: 국가소유는 전체 인민의 소유이다. 국가소유권의 대상에는 제한이 없다. 나라의 모든 자연부원, 철도, 항공운수, 체신기관과 중요공장, 기업소, 항만, 은행 등 국가경제의 기본명맥을 이루는 대상은 국가만이 소유한다. 국가는 나라의 경제발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국가소유를 우선적으로 보호하며 장성시킨다.

제19조: 사회협동단체소유는 해당 단체에 들어 있는 근로자들의 집단적소유이다. 토지, 농기계, 배, 중소공장, 기업소 같은것은 사회협동단체가 소유할수 있다. 국가는 사회협동단체소유를 보호한다.

제20조: 국가는 농민들의 사상의식과 기술문화수준을 높이며 협동적소유에 대한 전인민적소유의 지도적역할을 높이는 방향에서 두 소유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키고 협동경리에 대한 지도와 관리를 개선하여 사회주의적 협동경리제도를 공고발전시키며 협동단체에 들어있는 전체 성원들의 자원적의사에 따라 협동단체소유를 점차 전인민적 소유로 전환시킨다.

제21조: 개인소유는 공민들의 개인적이며 소비적인 목적을 위한 소유이다. 개인소유는 로동에 의한 사회주의분배와 국가와 사회의 추가적혜택으로 이루어진다. 개인이 합법적으로 얻은 수입도 개인소유에 속한다. 국가는 개인소유를 보호하며 그에 대한 상속권을 법적으로 보장한다.

제22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인민들의 물질문화생활을 끊임없이 높이는 것을 자기 활동의 최고원칙으로 삼는다. 우리 나라에서 늘어나는 사회의 물질적부는 전적으로 근로자들의 복리증진에 돌려진다. 국가는 인민들에게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조건을 마련해주기 위하여 투쟁한다.

제23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마련된 자립적민족경제는 인민의 행복한 생활과 조국의 륭성번영을 위한 튼튼한 밑천이다. 국가는 자립적민족경제건설로선을 틀어쥐고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를 다그쳐 인민경제를 고도로 발전된 주체적인 경제로 만들며 완전승리한 사회주의사회에 맞는 물질기술적토대를 쌓기 위하여 투쟁한다.

제24조: 기술혁명은 사회주의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기본고리이며 과학기술력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자원이다. 국가는 모든 경제활동에서 과학기술의 주도적 역할을 높이며 과학기술과 생산을 일체화하고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을 힘있게 벌려 경제건설을 다그쳐나간다.

제25조: 국가는 도시와 농촌의 차이, 로동계급과 농민의 계급적차이를 없애기 위하여 농촌기술혁명을 다그쳐 농업을 공업화, 현대화하며 농촌에 대한 지도와 방조를 강화한다. 국가는 농촌에 대한 국가적보장과 지원을 늘여 농업의 물질기술적토대를 강화하고 농촌주민들에게 훌륭한 생활환경을 마련하여준다.

제26조: 국가는 시, 군의 자립적이며 다각적인 발전을 추동하여 모든 시, 군을 문명부강한 사회주의 강국의 전략적거점으로, 자기 고유의 특색을 가진 발전된 지역으로 만든다. 국가는 모든 시, 군들에서 자기 지역의 자연부원, 경제적자원을 적극 개발하고 유용하게 활용하며 지방공업공장의 현대화, 정보화를 다그쳐 지방특색위주의 동시적, 균형적발전을 보장하도록 한다. 국가는 지방발전의 물질기술적토대와 조건을 마련해주고 지방이 자체의 력량과 잠재력을 튼튼히 키워 공고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룩해나가도록 한다.

제27조: 사회주의는 근로대중의 애국적열의와 창조적로동에 의하여 건설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로동은 근로자들의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로동이다. 국가는 근로자들의 로동이 사회와 집단, 자신을 위하여 자각적열성과 창조적적극성을 내여 일하는 보다 즐겁고 보람찬것으로 되게 한다.

제28조: 근로자들의 하루로동시간은 8시간이다. 국가는 로동의 힘든 정도와 특수한 조건에 따라 하루 로동시간을 이보다 짧게 정한다. 국가는 로동조직을 잘하고 로동규률을 강화하여 로동시간을 완전히 리용하도록 한다.

제29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공민이 로동할수 있는 나이는 17살부터이다. 국가는 로동할 나이에 이르지 못한 소년들의 로동을 금지한다.

제30조: 국가는 사회주의경제에 대한 지도와 관리에서 정치적지도와 경제기술적지도, 국가의 통일적 지도와 매개 단위의 창발성, 유일적지휘와 민주주의, 정치도덕적자극과 물질적자극을 옳게 결합시키며 실리를 보장하는 원칙을 확고히 견지한다.

제31조: 국가는 생산자대중의 집체적지혜와 힘에 의거하여 경제를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관리운영하며 내각의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인다. 국가는 경제관리에서 사회주의 기업 책임관리제를 실시하며 원가, 가격, 수익성 같은 경제적공간을 옳게 리용하도록 한다.

제32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민경제는 계획경제이다. 국가는 사회주의 경제발전법칙에 따라 축적과 소비의 균형을 옳게 잡으며 경제건설을 다그치고 인민생활을 끊임없이 높이며 국방력을 강화할수 있도록 인민경제발전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국가는 계획의 일원화, 세부화를 실현하여 생산장성의 높은 속도와 인민경제의 균형적발전을 보장한다.

제33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인민경제발전계획에 따르는 국가예산을 편성하여 집행한다. 국가는 모든 부문에서 증산과 절약투쟁을 강화하고 재정통제를 엄격히 실시하여 국가축적을 체계적으로 늘이며 사회주의적소유를 확대발전시킨다.

제34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대외무역은 국가기관, 기업소, 사회협동단체가 한다. 국가는 대외무역에서 신용을 지키고 무역구조를 개선하며 평등과 호혜의 원칙에서 대외경제관계를 확대발전시킨다.

제35조: 국가는 우리 나라 기관, 기업소, 단체와 다른 나라 법인 또는 개인들과의 기업합영과 합작, 특수경제지대에서의 여러가지 기업창설운영을 장려한다.

제36조: 국가는 자립적민족경제를 보호하기 위하여 관세정책을 실시한다.


제3장 문화

제37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개화발전하고있는 사회주의적문화는 근로자들의 창조적능력을 높이며 건전한 문화정서적수요를 충족시키는데 이바지한다.

제38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문화혁명을 철저히 수행하여 모든 사람들을 자연과 사회에 대한 깊은 지식과 높은 문화기술수준을 가진 사회주의 건설자로 만들며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다그친다.

제39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사회주의근로자들을 위하여 복무하는 참다운 인민적이며 혁명적인 문화를 건설한다. 국가는 사회주의적민족문화건설에서 제국주의의 문화적침투를 배격하며 주체성의 원칙과 력사주의 원칙, 과학성의 원칙에서 민족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사회주의현실에 맞게 계승발전시킨다.

제40조: 국가는 과학연구사업에서 주체를 세우고 선진과학기술을 적극 받아들이며 과학연구부문에 대한 국가적투자를 늘이고 새로운 과학기술분야를 개척하여 나라의 과학기술을 세계적 수준에 올려세운다.

제41조: 국가는 과학기술발전계획을 바로세우고 철저히 수행하는 규률을 세우며 과학자, 기술자들과 생산자들의 창조적협조를 강화하도록 한다.

제42조: 국가는 사회주의교육학의 원리를 구현하여 후대들을 사회와 집단,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투쟁하는 참다운 애국자로, 지덕체를 갖춘 사회주의건설의 역군으로 키운다.

제43조: 국가는 인민교육사업과 민족간부양성사업을 다른 모든 사업에 앞세우며 일반교육과 기술교육, 교육과 생산로동을 밀접히 결합시킨다. 국가는 교육구조와 내용, 방법을 개선하여 교육을 우리의 미래를 마음놓고 맡길수 있는 가장 우월한 교육, 리상적인 교육으로 발전시킨다.

제44조: 국가는 1년동안의 학교전의무교육을 포함한 전반적 12년제의무교육을 현대과학기술발전추세와 사회주의건설의 요구에 맞게 높은 수준에서 발전시킨다.

제45조: 국가는 학업을 전문으로 하는 교육체계와 일하면서 배우는 여러가지 형태의 교육체계를 발전시키며 교육조건과 환경을 부단히 개선하여 유능한 과학기술인재들을 키워낸다.

제46조: 국가는 모든 학생들을 무료로 공부시키고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며 후대들을 위한 사회주의적시책을 확대강화한다.

제47조: 국가는 사회교육을 강화하며 모든 근로자들이 학습할수 있는 온갖 조건을 보장한다.

제48조: 국가는 학령전어린이들을 탁아소와 유치원에서 국가와 사회의 부담으로 키운다.

제49조: 국가는 사회주의보건제도를 공고발전시키며 의료봉사의 질을 개선하고 보건부문의 물질기술적토대를 강화하여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며 근로자들의 건강을 증진시킨다.

제50조: 국가는 민족적형식에 사회주의적내용을 담은 주체적이며 혁명적인 문학예술을 발전시킨다. 국가는 창작가, 예술인들이 사상예술성이 높은 작품을 많이 창작하며 광범한 대중이 문예활동에 널리 참가하도록 한다.

제51조: 국가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끊임없이 발전하려는 사람들의 요구에 맞게 현대적인 문화시설들을 충분히 갖추어주어 모든 근로자들이 사회주의적문화정서생활을 마음껏 누리도록 한다.

제52조: 국가는 체육을 대중화, 생활화하여 전체 인민을 로동과 국방에 튼튼히 준비시키며 우리나라 실정과 현대체육기술발전추세에 맞게 체육기술을 발전시킨다.

제53조: 국가는 혁명적이며 고상한 사회주의생활문화를 창조하고 발전시키며 사회주의생활양식에 어긋나는 현상들과의 투쟁을 강화한다.

제54조: 국가는 사회의 모든 성원들이 언어생활에서 주체성과 민족성을 지키며 평양문화어를 보호하고 적극 살려나가도록 한다.

제55조: 국가는 생산에 앞서 환경보호대책을 세우며 자연환경을 보존, 조성하고 환경오염을 방지하여 인민들에게 문화위생적인 생활환경과 로동조건을 마련하여준다.


제4장 국방

제56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국가방위에서 전인민적, 전국가적방위체계에 의거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나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담보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하여 핵무기발전을 고도화한다.

제57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장력의 사명은 국가주권과 령토완정, 인민의 권익을 옹호하며 모든 위협으로부터 사회주의제도와 혁명의 전취물을 사수하고 조국의 평화와 번영을 강력한 군력으로 담보하는데 있다.

제58조: 국가는 인민들과 인민군장병들을 정치사상적으로 무장시키는 기초우에서 전군간부화, 전군현대화, 전민무장화, 전국요새화를 기본내용으로 하는 자위적 군사로선을 관철한다.

제59조: 국가는 군대안에서 혁명적령군체계와 군풍을 확립하고 군사규률과 군중규률을 강화하며 관병일치, 군정배합, 군민일치의 고상한 전통적 미풍을 높이 발양하도록 한다.

제60조: 국가는 국방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국방공업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 수준을 끊임없이 높여나간다.

제61조: 국가는 온 사회에 군사중시기풍을 세우고 전민항전준비를 빈틈없이 갖추도록 한다.


제5장 공민의 기본권리와 의무

제62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공민의 권리와 의무는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원칙에 기초한다.

제63조: 국가는 모든 공민에게 참다운 민주주의적 권리와 자유, 행복한 물질문화생활을 실질적으로 보장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공민의 권리와 자유는 사회주의제도의 공고발전과 함께 더욱 확대된다.

제64조: 공민은 국가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누구나 다 같은 권리를 가진다.

제65조: 18살이상의 모든 공민은 성별, 민족별, 직업, 거주기간, 재산과 지식정도, 당별, 정견, 신앙에 관계없이 선거할 권리와 선거받을 권리를 가진다. 군대에 복무하는 공민도 선거할 권리와 선거받을 권리를 가진다. 재판소의 판결에 의하여 선거할 권리를 박탈당한자, 정신장애자는 선거할 권리와 선거받을 권리를 가지지 못한다.

제66조: 공민은 언론, 출판, 집회, 시위와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국가는 민주주의적정당, 사회단체의 자유로운 활동조건을 보장한다.

제67조: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 이 권리는 종교건물을 짓거나 종교의식 같은 것을 허용하는것으로 보장된다. 종교를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국가사회질서를 해치는데 리용할수 없다.

제68조: 공민은 신소와 청원을 할수 있다. 국가는 신소와 청원을 법이 정한데 따라 공정하게 심의처리하도록 한다.

제69조: 공민은 로동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로동능력있는 모든 공민은 희망과 재능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며 안정된 일자리와 로동조건을 보장받는다. 공민은 능력에 따라 일하며 로동의 량과 질에 따라 분배를 받는다.

제70조: 공민은 휴식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로동시간제, 공휴일제, 유급휴가제, 정휴양제와 다양한 문화시설들에 의하여 보장된다.

제71조: 공민은 치료받을 권리를 가지며 나이많거나 병 또는 신체장애로 로동능력을 잃은 사람, 돌볼사람이 없는 늙은이와 어린이는 물질적 방조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늘어나는 현대적인 의료시설과 국가사회보험, 사회보장제에 의하여 보장된다.

제72조: 공민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선진적인 교육제도와 국가의 인민적인 교육시책에 의하여 보장된다.

제73조: 공민은 과학과 문학예술활동의 자유를 가진다. 국가는 과학과 문학예술발전에 기여한 공민을 우대한다. 국가는 공민의 지적소유권을 법적으로 보호한다.

제74조: 공민은 거주, 려행의 자유를 가진다.

제75조: 영웅, 전쟁로병, 전시공로자, 영예군인, 혁명렬사가족, 애국렬사가족, 해외군사작전참전렬사 유가족, 사회주의애국공로자, 제대장령, 세대 군관, 인민군 후방가족은 국가와 사회의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제76조: 녀자는 남자와 똑같은 사회적지위와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산전산후휴가의 보장, 여러 어린이를 가진 어머니에 대한 우대, 산원, 탁아소와 유치원망의 확장, 그밖의 시책을 통하여 어머니와 어린이를 특별히 보호한다. 국가는 녀성들이 사회에 진출할 온갖 조건을 지어준다.

제77조: 결혼과 가정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국가는 사회의 기층생활단위인 가정을 공고히 하는데 깊은 관심을 돌린다.

제78조: 공민은 인신과 주택의 불가침, 서신의 비밀을 보장받는다. 법에 근거하지 않고는 공민을 구속하거나 체포할수 없으며 살림집을 수색할 수 없다.

제79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평화와 민주주의, 민족적독립과 사회주의를 위하여, 과학, 문화활동의 자유를 위하여 투쟁하다가 망명하여온 다른 나라 사람을 보호한다.

제80조: 공민은 인민의 정치사상적통일과 단결을 견결히 수호하여야 한다. 공민은 조직과 집단을 귀중히 여기며 사회와 인민을 위하여 몸바쳐 일하는 기풍을 높이 발휘하여야 한다.

제81조: 공민은 국가의 법과 사회주의적생활규범을 지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공민된 영예와 존엄을 고수하여야 한다.

제82조: 로동은 공민의 신성한 의무이며 영예이다. 공민은 로동에 자각적으로 성실히 참가하며 로동규률과 로동시간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제83조: 공민은 국가재산과 사회협동단체재산을 아끼고 사랑하며 온갖 탐오랑비현상을 반대하여 투쟁하며 나라살림살이를 주인답게 알뜰히 하여야 한다. 국가와 사회협동단체 재산은 신성불가침이다.

제84조: 공민은 언제나 혁명적경각성을 높이며 국가의 안전을 위하여 몸바쳐 투쟁하여야 한다.

제85조: 조국보위는 공민의 최대의 의무이며 영예이다. 공민은 조국을 보위하여야 하며 법이 정한데 따라 군대에 복무하여야 한다.


제6장 국가기구

제1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제86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대표하는 국가수반이다.

제87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전체 조선인민의 총의에 따라 최고인민회의에서 선거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거하지 않는다.

제88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임기는 최고인민회의 임기와 같다.

제89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최고사령관으로 되며 국가의 일체 무력을 지휘통솔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에 대한 지휘권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에게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핵무력사용권한을 위임할수도 있다.

제90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다음과 같은 권한을 가진다.

1. 국가의 전반사업을 지도한다.

2. 최고인민회의 휴회중에 최고인민회의 의장, 내각 총리를 비롯한 국가의 중요간부의 사업을 정지시키거나 임명 또는 해임한다.

3. 인민들의 신임을 잃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사임시킨다.

4. 최고인민회의 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채택한 법령·정령·결정·지시가 국가의 발전과 인민의 요구에 부합되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다.

5. 특출한 공로를 세운 대상들에게 국가표창을 수여한다.

6. 다른 나라 외교대표의 신임장을 접수한다.

7. 다른 나라에 주재하는 외교대표를 임명 또는 소환한다.

8. 다른 나라와 맺은 중요조약을 비준 또는 폐기한다.

9. 특사권을 행사한다.

10. 나라의 비상사태와 전시상태, 동원령을 선언한다.

11. 전시에 국가방위위원회를 조직지도한다.

제91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명령·성령을 낸다.


제2절 최고인민회의

제92조: 최고인민회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주권기관이다.

제93조: 최고인민회의는 립법권을 행사한다. 최고인민회의 휴회중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도 입법권을 행사할수 있다.

제94조: 최고인민회의는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선거원칙에 의하여 비밀투표로 선거된 대의원들로 구성한다.

제95조: 최고인민회의 임기는 5년으로 한다. 최고인민회의 새 선거는 최고인민회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진행한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선거를 하지 못할 경우에는 선거를 할 때까지 그 임기를 연장한다.

제96조: 최고인민회의는 다음과 같은 권한을 가진다.

1. 헌법을 수정, 보충한다.

2. 부문법을 제정 또는 수정, 보충한다.

3. 최고인민회의 휴회중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채택한 중요부문법을 승인한다.

4. 국가의 대내외정책의 기본원칙을 세운다.

5.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을 선거한다.

6.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제의에 의하여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부위원장, 위원들을 선거 또는 소환한다.

7. 최고인민회의 의장, 부의장을 선거 또는 소환한다.

8.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서기장, 위원들을 선거 또는 소환한다.

9. 내각 총리를 선거 또는 소환한다.

10. 내각 총리의 제의에 의하여 내각 제1부총리, 부총리, 위원장, 상, 그밖의 내각성원들을 임명 또는 해임한다.

11. 최고검찰소 소장을 임명 또는 해임한다.

12. 최고재판소 소장을 선거 또는 소환한다.

13. 최고인민회의 부문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 위원들을 선거 또는 소환한다.

14. 국가의 인민경제발전계획과 그 실행정형에 관한 보고를 심의하고 승인한다.

15. 국가예산과 그 집행정형에 관한 보고를 심의하고 승인한다.

16. 내각 위원회, 성을 내오거나 없앤다.

17.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내각, 최고검찰소, 최고재판소의 사업정형을 보고받고 대책을 세운다.

18. 최고인민회의에 제기되는 조약의 비준, 폐기를 결정한다.

제97조: 최고인민회의는 정기회의와 림시회의를 가진다. 정기회의는 1년에 2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소집한다. 림시회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대의원 전원의 3분의 1 이상의 요청이 있을 때에 소집한다.

제98조: 최고인민회의는 대의원전원의 3분의 2 이상이 참석하여야 성립된다.

제99조: 최고인민회의는 의장이 사회하며, 의장이 없을 때에는 부의장이 사회한다.

제100조: 최고인민회의에서 토의할 의안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국무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과 최고인민회의 부문위원회가 제출한다. 대의원들도 의안을 제출할 수 있다.

제101조: 최고인민회의는 법령과 결정을 낸다. 최고인민회의가 내는 법령과 결정은 그 회의에 참석한 대의원의 반수 이상이 찬성하여야 채택된다. 헌법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전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여야 수정, 보충된다.

제102조: 최고인민회의는 법제위원회, 예산위원회, 외교위원회 같은 부문위원회를 둔다. 최고인민회의 부문위원회는 위원장, 부위원장, 위원들로 구성한다. 최고인민회의 부문위원회는 최고인민회의 사업을 도와 국가의 정책안과 법안을 작성, 심의하며 그 집행을 위한 대책을 수립한다. 최고인민회의 부문위원회는 최고인민회의 휴회중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지도 아래 사업한다.

제103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불가침권을 보장받는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최고인민회의, 그 휴회 중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승인없이 체포하거나 형사처벌을 할수 없다.


제3절 국무위원회

제104조: 국무위원회는 국가주권의 최고정책적 지도기관이다.

제105조: 국무위원회는 위원장, 제1부위원장, 부위원장, 위원들로 구성한다.

제106조: 국무위원회의 임기는 최고인민회의 임기와 같다.

제107조: 국무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임무와 권한을 가진다.

1. 국가의 중요정책을 토의결정한다.

2.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령, 정령, 국무위원회 결정, 지시집행정형을 감독하고 대책을 세운다.

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명령, 성령, 국무위원회 결정, 지시에 어긋나는 국가기관의 결정, 지시를 폐지한다.

4. 최고인민회의 휴회중에 내각총리의 제의에 의하여 제1부총리, 부총리, 위원장, 상, 그밖의 내각성원들을 임명 또는 해임한다.

제108조: 국무위원회는 결정, 지시를 낸다.


제4절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09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최고인민회의 휴회중의 최고주권기관이다.

제110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위원장, 부위원장, 서기장, 위원들로 구성한다. 최고인민회의 의장, 부의장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을 겸임한다.

제111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임기는 최고인민회의와 같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최고인민회의 임기가 끝난 후에도 새 상임위원회가 선거될 때까지 자기 임무를 계속 수행한다.

제112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임무 권한을 가진다.

1.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한다.

2. 최고인민회의 휴회중에 제기된 새로운 부문법안과 규정안, 현행 부문법과 규정의 수정, 보충안을 심의채택하며 채택실시하는 중요 부문법을 다음번 최고인민회의의 승인을 받는다.

3. 불가피한 사정으로 휴회기간에 국가의 인민경제발전계획, 국가예산과 그 조절안을 심의하고 승인한다.

4. 헌법과 현행부문법, 규정을 해석한다.

5. 국가기관들의 법준수집행을 감독하고 대책을 세운다.

6. 헌법,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령, 정령, 최고인민회의 법령, 결정, 국무위원회 결정 지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결정, 지시에 어긋나는 국가기관의 결정, 지시를 폐지하며 지방인민회의의 그릇된 결정집행을 정지시킨다.

7.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위한 사업을 하며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선거사업을 조직한다.

8.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과의 사업을 한다.

9. 최고인민회의 부문위원회와의 사업을 한다.

10. 최고인민회의 휴회중에 내각 위원회, 성을 내오거나 없앤다.

11. 최고인민회의 휴회중에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서기장, 위원, 최고인민회의 부문위원회 성원들을 선거 또는 소환하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문위원회 성원들을 임명 또는 해임한다.

12. 최고재판소 판사, 인민참심원을 선거 또는 소환한다.

13.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 제기되는 조약의 비준, 폐기를 결정한다.

14. 지방인민위원회의 주권사업을 지도한다.

15. 훈장과 메달, 명예칭호, 외교직급을 제정하며 훈장과 메달, 명예칭호를 수여한다.

16. 대사권을 행사한다.

17. 행정단위와 행정구역을 내오거나 변경시킨다.

18. 다른 나라 국회, 국제의회기구들과의 사업을 비롯한 대외사업을 한다.

제113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전원회의와 상무회의를 가진다. 전원회의는 위원전원으로 구성하고, 상무회의는 위원장, 부위원장, 서기장으로 구성한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임무와 권한을 실현하는데서 중요한 문제들은 전원회의에서, 그밖의 문제들은 상무회의에서 토의결정한다.

제114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정령과 결정, 지시를 낸다.

제115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자기 사업을 돕는 부문위원회를 둘 수 있다.

제116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자기 사업에 대하여 최고인민회의앞에 책임진다.


제5절 내각

제117조: 내각은 국가주권의 행정적집행기관이며 전반적국가관리기관이다.

제118조: 내각은 총리, 제1부총리, 부총리, 위원장, 상과 그밖에 필요한 성원들로 구성한다. 내각의 임기는 최고인민회의 임기와 같다.

제119조: 내각은 다음과 같은 임무 권한을 가진다.

1. 국가의 정책을 집행하기 위한 대책을 세운다.

2. 헌법과 부문법에 기초하여 국가관리와 관련한 규정을 제정 또는 수정, 보충한다.

3. 내각의 위원회, 성, 내각직속기관, 지방인민회의의 사업을 지도한다.

4. 내각직속기관, 중요행정경제기관, 기업소를 내오거나 없애며 국가 관리기구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세운다.

5. 국가의 인민경제발전계획을 작성하고 그 실행대책을 세운다.

6. 국가예산을 편성하고 그 집행대책을 세운다.

7. 공업, 농업, 건설, 운수, 체신, 상업, 무역, 국토관리, 도시경영, 교육, 과학, 문화, 보건, 체육, 로동행정, 환경보호, 관광, 그밖의 여러 부문의 사업을 조직집행한다.

8. 화폐와 은행제도를 공고히 하기 위한 대책을 세운다.

9. 국가관리질서를 세우기 위한 검열, 통제사업을 한다.

10. 사회질서유지, 국가 및 사회협동단체의 소유와 리익 보호, 공민의 권리 보장을 위한 대책을 세운다.

11. 다른 나라와 조약을 맺으며 대외사업을 한다.

12. 내각 결정, 행정명령, 지시에 어긋나는 행정경제기관의 결정, 지시를 폐지한다.

제120조: 내각총리는 내각사업을 조직지도한다. 내각총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를 대표한다.

제121조: 내각은 전원회의와 상무회의를 가진다. 내각전원회의는 내각성원전원으로 구성하고, 상무회의는 총리, 제1부총리, 부총리와 그밖에 총리가 임명하는 내각성원들로 구성한다.

제122조: 내각은 결정과 행정명령, 지시를 낸다.

제123조: 내각은 자기 사업을 돕는 비상설부문위원회를 둘 수 있다.

제124조: 내각은 자기 사업에 대하여 최고인민회의와 그 휴회중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앞에 책임진다.

제125조: 새로 선거된 내각총리는 내각성원들을 대표하여 최고인민회의에서 선서를 한다.

제126조: 내각 위원회, 성은 내각의 부문별집행기관이며 중앙의 부문별관리기관이다.

제127조: 내각 위원회, 성은 내각의 지도밑에 해당 부문의 사업을 통일적으로 장악하고 지도관리한다.

제128조: 내각 위원회, 성은 위원회회의와 간부회의를 운영한다. 위원회회의와 간부회의에서는 내각 결정, 행정명령, 지시 집행대책과 그밖의 중요한 문제들을 토의결정한다.

제129조: 내각 위원회, 성과 부문별관리기능을 수행하는 내각직속기관은 지시를 낸다.


제6절 지방인민회의

제130조: 도(직할시), 시(구역), 군인민회의는 지방주권기관이다.

제131조: 지방인민회의는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선거원칙에 의하여 비밀투표로 선거된 대의원들로 구성한다.

제132조: 도(직할시), 시(구역), 군인민회의 임기는 4년으로 한다. 지방인민회의 새 선거는 지방인민회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해당 지방인민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진행한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선거를 하지 못할 경우에는 선거를 할 때까지 그 임기를 연장한다.

제133조: 지방인민회의는 다음과 같은 임무와 권한을 가진다.

1. 지방의 인민경제발전계획과 그 실행정형에 대한 보고를 심의하고 승인한다.

2. 지방예산과 그 집행에 대한 보고를 심의하고 승인한다.

3. 해당 지역에서 국가의 법을 집행하기 위한 대책을 세운다.

4. 해당 인민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장, 위원들을 선거 또는 소환한다.

5. 해당 인민위원회와 하급인민회의, 인민위원회의 그릇된 결정, 지시를 폐지한다.

6. 해당 인민위원회의 도(직할시), 시(구역), 군급기관들의 사업정형을 보고받고 대책을 세운다.

제134조: 지방인민회의는 정기회의와 림시회의를 가진다. 정기회의는 1년에 1~2차 해당 인민위원회가 소집한다. 림시회의는 해당 인민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대의원전원의 3분의 1 이상의 요청이 있을 때 소집한다.

제135조: 지방인민회의는 대의원전원의 3분의 2 이상이 참석하여야 성립된다.

제136조: 지방인민회의는 의장과 부의장을 선거한다. 의장은 회의를 사회한다. 의장이 없을 때에는 부의장이 회의를 사회한다.

제137조: 지방인민회의는 결정을 낸다.


제7절 지방인민위원회

제138조: 도(직할시), 시(구역), 군인민위원회는 해당 인민회의 휴회중의 지방주권기관이며 해당 지방주권의 행정적 집행기관이다.

제139조: 지방인민위원회는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장, 위원들로 구성한다. 지방인민위원회 임기는 해당 인민회의 임기와 같다.

제140조: 지방인민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임무와 권한을 가진다.

1. 인민회의를 소집한다.

2. 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위한 사업을 한다.

3. 인민회의 대의원들과의 사업을 한다.

4. 인민회의 휴회중에 해당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사무장, 위원들을 선거 또는 소환한다.

5. 인민회의 휴회중에 해당 재판소의 판사, 인민참심원을 선거 또는 소환한다.

6.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령, 정령, 최고인민회의 법령, 결정, 국무위원회 결정, 지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결정, 지시, 내각 결정, 행정명령, 지시, 내각 위원회, 성과 부문별 관리기능을 수행하는 내각직속기관 지시, 해당 지방인민회의, 상급 인민회의 결정, 지시를 집행한다.

7. 해당 지방의 모든 행정사업을 조직집행한다.

8. 지방의 인민경제발전계획을 작성하며 그 실행대책을 세운다.

9. 지방예산을 편성하며 그 집행대책을 세운다.  

10. 해당 지방의 사회질서유지, 국가 및 사회협동단체의 소유와 리익의 보호, 공민의 권리보장을 위한 대책을 세운다.  

11. 해당 지방에서 국가관리질서를 세우기 위한 검열, 통제사업을 한다.  

12. 하급인민위원회 사업을 지도한다.  

13. 하급인민위원회의 그릇된 결성, 지시를 페지하며 하급인민회의의 그릇된 결정의 집행을 정지시킨다.  

제141조: 지방인민위원회는 전원회의와 상무회의를 가진다. 지방인민위원회 전원회의는 위원전원으로 구성하며 상무회의는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장들로 구성한다. 지방인민위원회의 임무와 권한을 실현하는데서 중요한 문제들은 전원회의에서, 그밖의 문제들은 상무회의에서 토의결정한다.  

제142조: 지방인민위원회는 결정과 지시를 낸다.  

제143조: 지방인민위원회는 자기 사업을 돕는 비상설부문위원회를 둘 수 있다.  

제144조: 지방인민위원회는 자기 사업에 대하여 해당 인민회의 앞에 책임진다. 지방인민위원회는 상급인민위원회와 내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지도 밑에 사업한다.  


제8절 검찰소와 재판소

제145조: 검찰소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준법성감시 및 기소기관이다.  

제146조: 검찰사업은 최고검찰소, 도(직할시), 시(구역), 군검찰소와 특별검찰소가 한다.  

제147조: 최고검찰소 소장의 임기는 최고인민회의 임기와 같다.  

제148조: 검사는 최고검찰소가 임명 또는 해임한다.  

제149조: 검찰소는 다음과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1.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들이 국가의 법을 정확히 지키는가를 감시한다.  

2. 국가기관의 결정, 지시가 헌법,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령, 정령, 최고인민회의 법령, 결정, 국무위원회 결정, 지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결정, 지시, 내각 결정, 행정명령, 지시에 어긋나지 않는가를 감시한다.  

3. 범죄자를 비롯한 법위반자를 적발하고 법적책임을 추구하는 것을 통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과 사회주의제도와 국가와 사회협동단체 재산, 인민의 헌법적 권리와 생명재산을 보호한다.  

제150조: 검찰사업은 최고검찰소가 통일적으로 지도하며 모든 검찰소는 상급 검찰소와 최고검찰소에 복종한다. 

제151조: 최고검찰소는 지시를 낸다.  

제152조: 최고검찰소는 자기 사업에 대하여 최고인민회의와 그 휴회중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앞에 책임진다.  

제153조: 재판소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재판기관이다.  

제154조: 재판은 최고재판소, 도(직할시)재판소, 시(구역), 군인민재판소와 특별재판소가 한다. 판결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이름으로 선고한다.  

제155조: 최고재판소 소장의 임기는 최고인민회의 임기와 같다. 최고재판소, 도(직할시)재판소, 시(구역), 군인민재판소의 판사, 인민참심원의 임기는 해당 인민회의 임기와 같다.  

제156조: 특별재판소의 소장과 판사는 최고재판소가 임명 또는 해임한다. 

제157조: 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1. 재판활동을 통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과 사회주의제도, 국가와 사회협동단체재산, 인민의 헌법적권리와 생명재산을 보호한다.  

2. 모든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들이 국가의 법을 정확히 지키고 계급적 원쑤들과 온갖 법위반자를 반대하여 적극 투쟁하도록 한다.  

3. 재산에 대한 판결, 판정인 집행하며 공증사업을 한다.  

제158조: 재판은 판사 1명과 인민참심원 2명으로 구성된 재판소가 한다. 특별한 경우에는 판사 3명으로 구성하여 할수 있다.  

제159조: 재판은 공개하며 피소자의 변호권을 보장한다. 법에 정한데 따라 재판을 공개하지 않을수 있다.  

제160조: 재판은 조선말로 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재판에서 자기 나라 말을 할 수 있다.  

제161조: 재판소는 재판에서 독자적이며 재판활동을 법에 의거하여 수행한다.  

제162조: 최고재판소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재판기관이다. 최고재판소는 모든 재판소의 재판사업을 감독한다. 

제163조: 최고재판소는 지시를 낸다.  

제164조: 최고재판소는 자기 사업에 대하여 최고인민회의와 그 휴회중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앞에 책임진다.  


제7장 국장, 국기, 국가, 수도

제165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쓴 붉은 띠로 딸아 올려감은 벼이삭의 타원형테두리안에 웅장한 수력발전소가 있고 그 우에 혁명의 성산 백두산과 찬연히 빛나는 붉은 오각별이 있다.  

제166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기는 기발의 가운데에 넓은 붉은 폭이 있고 그 아래우에 가는 흰 폭이 있으며 그 다음에 푸른 폭이 있고 붉은 폭의 기대 달린쪽 흰 동그라미안에 붉은 오각별이 있다. 국기의 세로와 가로의 비는 1:1.65이다.  

제167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는 우리 조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유구한 력사, 찬란한 문화와 영광스러운 투쟁전통을 대를 이어 고수하고 길이 빛내여나가며 조선로동당의 령도밑에 사회주의조국을 영원한 인민의 나라, 세계적인 강국으로 만방에 떨쳐갈 애국의 신념과 의지를 담고있는 전인민적인 송가이다.  

제168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는 평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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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설, “볼썽사나운 요즘 민주당 행태, 선거 압승 전망에 취했나”

기자명정민경 기자

  • 입력 2026.05.07 07:41

▲코스피가 전장보다 447.57포인트(6.45%) 오른 7,384.56으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2026년 5월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 지수가 6일 ‘7000피’를 넘긴 가운데, 7일 발행하는 주요 일간지들은 1면 머리기사(톱기사)를 일제히 ‘코스피 7000 시대’와 관련한 기사로 배치했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447.57포인트(6.45%) 뛴 7384.56에 마감하며 사상 처음 7000선을 돌파했다. 언론은 7000피 시대를 열 수 있었던 이유로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들을 대거 사들인 것을 꼽고 반도체 업황 호조가 주가 상승을 한동안 견인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언론은 지수가 급등하는 시기, 동시에 단기 과열과 ‘빚투’(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 현상이 많아졌다며 경고를 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 <7000 축포, 그 속에 묻힌 경고음>이라고 뽑고 주식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이 겪는 ‘FOMO’(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현상과 빚투 현상을 우려했다. 또한 경향신문은 자산 격차로 인한 양극화가 심화되다며 자본소득 과세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실물 경제도 고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 전망됐다.

다음은 주요 일간지 1면 머리기사의 코스피 7000시대 관련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반도체 타고…‘2→7’ 딱 1년 걸렸다>

국민일보 <‘반도체 파워’에 외국인 러시…7000피 뚫었다>

동아일보 <AI 엔진 달고, 단숨에 7000피 질주>

서울신문 <7000 질주 코스피>

세계일보 <코스피 7000시대…‘빚투’도 사상 최대>

조선일보 <7000 축포, 그 속에 묻힌 경고음>

중앙일보 <스마트 개미, 7000피 열다>

한겨레 <아찔한 반도체 랠리 코스피 7천도 넘었다>

한국일보 <7000피 시대, 반도체 랠리의 힘>

▲7일자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코스피가 빠른 속도로 올라왔음을 강조했다. 해당 기사에서 경향신문은 “불과 1년 사이 1000 단위 지수선을 다섯 차례나 돌파하며 올해 들어 세계 주요국 중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며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를 대거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업황 호조가 한동안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했다.

한겨레도 1면 기사에서 “지난 2월25일 6000을 넘어선 이래 70일 만이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여파를 뚫고 전 세계적인 ‘반도체 랠리’를 선도하는 모양새”라며 단기적인 상승 이유로는 “이달 들어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4일 5%대 급등한 데 이어 이날도 지수가 폭등한 것은, 노동절·어린이날 국내 증시가 쉬어가며 그간의 미국 증시의 상승분을 쫓기 위해 투자 심리가 과열된 영향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상승을 이끈 주요 종목은 반도체 대형주다. 한국일보는 1면 기사에서 “AI발 반도체주 랠리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26만6,000원, SK하이닉스는 160만1,000원으로 각각 14.4%, 10.6% 상승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최근 AI 에이전트 등 신규 서비스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기대가 투자심리에 불을 붙이고 있다”며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엔비디아와 알파벳 등 전 세계 13곳에 불과하다”고 했다.

▲7일자 조선일보 1면.

다만 언론은 동시에 급한 상승에 ‘포모’와 함께 ‘빚투’ 현상이 우려된다고 짚었다. 세계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 <코스피 7000시대… ‘빚투’도 사상 최대>로 뽑고 “증권가에선 올해 코스피가 최대 8500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우세하지만, 증시 폭등 이면에는 변동성 확대 징후도 뚜렷하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전장 대비 4.20포인트(7.52%) 급등한 60.07을 기록했다”며 “이런 가운데 빚투 지표로 통하는 신용융자잔액은 연초 27조원대에서 4일 기준 35조원대까지 불어났고, 반대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대기 자금 성격의 대차거래 잔고는 174조원대에 이른다”고 했다.

조선일보도 1면 기사 <7000 축포, 그 속에 묻힌 경고음>에서 “주가가 단기에 급등하면서 ‘FOMO(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에 빚을 내서 뛰어들거나 아예 너무 과열됐다고 보고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며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빚투(빚내서 투자)’를 뜻하는 신용융자 잔고가 지난달 29일 사상 처음 36조원을 넘어섰다. 신용융자 잔고는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갚지 않은 금액이다. 또 공매도 잔고는 지난달 27일 올해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었다. 공매도는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파는 투자 기법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FOMO, 빚투, 양극화, 고물가 문제 진단에 자본소득 과세 제안도

특히 이같은 우려는 사설에서 공통적으로 더욱 짙게 나타났다. 7000피 시대를 환영하는 동시에 FOMO 현상에 따른 빚투, 양극화와 고물가, 반도체 업에 집중된 주식 시장 문제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다음은 코스피 7000 시대와 관련된 이슈를 다룬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코스피 7000 돌파, 환호만 하기엔 그늘도 짙다>

국민일보 <코스피는 ‘새 역사’… 실물경제는 물가 불안, 반도체 쏠림>

동아일보 <1년 새 3배로 뛴 코스피… ‘반도체 편중’ ‘변동성 과잉’ 극복이 숙제>

서울신문 <코스피·수출 신기록 속 커지는 인플레 경고음, 적극 대비를>

세계일보 < ‘코스피 7000’에 취하지 말고 변동 장세 대비를>

조선일보 <파죽지세 코스피 7000 돌파, ‘반도체 쏠림’이 숙제>

중앙일보 <본격화하는 고물가 쇼크, 안전벨트 단단히 맬 때>

한겨레 <코스피 7000 돌파, 변동성·자산격차 심화 대응해야>

한국일보 <7천피 새 역사 쓴 증시, 반도체 쏠림과 ‘빚투’는 경계를>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코스피 7000 돌파, 환호만 하기엔 그늘도 짙다>에서 “실적 대비 여전히 저평가된 국내 증시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자산가격 급등에 따른 ‘빚투’(빚내서 투자), 양극화 등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며 빚투 외에도 “자산가격 상승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주식 상당수를 상위 소득자나 기관이 보유하고 있어 주가 상승 혜택은 소득별로 차이가 크다. 먹고살기도 빠듯해 주식에 투자할 돈조차 없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극화 완화 대안은 여야 합의로 2024년 말 폐지된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해 자본소득 과세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7일자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 역시 사설에서 “윤석열 정부가 2024년 증시 위축을 이유로 폐지한 금융투자소득세를 비롯해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방안을 다시 적극 검토해야 한다. 코스피가 7000을 돌파한 지금, 더는 논의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짚었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코스피의 상승 흐름은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실물 경제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짙다”고 했다. 이어 “우리 경제는 미국·이란 전쟁이라는 돌발변수를 마주하면서 부실한 에너지 공급망을 노출하는 중이다. 이는 고스란히 물가로 분출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1년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21.9%나 뛴 석유류 물가가 주범이다. 국제유가가 촉발하는 인플레이션의 전형적 경로”라 경고했다.

동아일보 사설은 ‘반도체 쏠림 현상’도 우려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쌍발 엔진’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건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며 “두 종목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는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호황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지만, 해외 AI데이터센터의 투자·건설 차질 같은 작은 뉴스 하나에도 증시가 요동칠 정도로 변동성이 커졌다”고 했다.

▲7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 <본격화하는 고물가 쇼크, 안전벨트 단단히 맬 때>에서 “처음 보는 지수 7000고지에 희희낙락할 때가 아니다. ‘빚투 지표’인 국내 증시의 신용융자 잔액이 36조원 선까지 급증했다. 이젠 투자자 스스로 안전벨트를 매고 위험관리를 해야 할 시기가 됐다”며 “정부 재정이 물가를 더 불안하게 하지 않도록 절제와 균형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증권사에서 빌린 돈인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역대 최대인 37조 원을 넘은 것도 심상찮은 신호이다. ‘나만 소외된 것 아닌가’란 두려움과 조바심에 뒤늦게 무리해 투자에 나서는 셈이다. 단기 대박을 노리고 주가 하락에 돈을 거는 인버스에 투자했다 손실만 커진 이들도 적잖다.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위험 거래에 대해선 당국의 적절한 관리도 필요한 때”라고 했다.

경향신문 사설, “볼썽사나운 요즘 민주당 행태, 선거 압승 전망에 취했나”

한편 더불어민주당이 6일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특검법안’ 추진을 6·3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재선출된 뒤 “특검법 처리 시기·절차·내용과 관련해 지방선거 이후 국민과 당원 의견을 수렴하고 숙의 절차를 거쳐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은 사설 <볼썽사나운 요즘 민주당 행태, 선거 압승 전망에 취했나>에서 “지난달 30일 법안을 발의한 지 일주일 만이다. 특검법에 ‘공소취소’ 내용까지 담아 야당에 ‘대통령의 셀프 사면’ 공격 빌미를 주면서 유리하던 선거구도가 급변하자 뒤늦게 정신을 차린 것”이라며 “영남권은 물론 서울과 수도권 격전지에서 국민의힘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을 감안하면 여전히 현실의 엄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듯 보인다.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우려를 표명한 공소취소 조항은 명료하게 삭제하는 게 순리”라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선거 압승 예상에 들떠 아예 분별력을 상실한 듯 보인다”며 최근 정청래 대표와 하정우 부산 북갑 보선 후보의 ‘오빠 해봐요’ 논란과 ‘돈선거’ 잡음 등을 언급했다.

관련기사

▲7일자 경향신문 사설.

중앙일보도 이와 관련해 사설 <국민은 ‘대통령 공소취소 특검’이 옳은지 여당에 묻고 있다>를 싣고 “옳은 법안이라면 연기할 이유가 없고, 연기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일 텐데 가타부타 설명은 없었다. 너무도 당연한 궁금증에 여당은 답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임명해 본인 연루 사건의 공소취소 등 면죄부를 줄 수 있게 한 입법이 과연 민주국가에서 옳은 일인지 묻고 있다”며 “특검법의 정당성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당장의 선거는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이재명 정부의 성공에 커다란 걸림돌을 만들게 된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 <첫 연임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 앞에 놓인 과제>에서 “조작 전모가 규명된다면 공소취소를 통해 조작 피해자의 고통을 신속히 중단시키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원칙을 지키면서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할 경우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숙의를 통해 찾아내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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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국의 대중국 전진기지가 아니다

  • 기자명 이경렬 전 대사
  •  
  •  승인 2026.05.06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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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 뉴시스
ⓒ 뉴시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4월 21일 미 의회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 “정치적 편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주제넘은 시건방진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또 다른 핵심 사안을 거론했다. ‘권역 지속지원 허브’(RSH)라는 낯선 용어였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밀접한 개념이다. 한국을 미국 군사자산의 ‘유지·보수·정비’(MRO)를 위한 거대한 수리소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한국의 항만과 조선소와 정비시설은 미국의 전쟁 수행 능력을 증강하는 군사 인프라가 된다. 중국이 볼 때 한국은 미군의 전진기지가 아닐 수 없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한마디로 미국이 제멋대로 한국을 이용하겠다는 말이다. 병력과 장비의 출입 자유는 물론이요, 전략적 가치가 있는 한국의 모든 거점을 구애받지 않고 쓰겠다는 저의다. 그러니 한국을 미군 지원의 허브로 삼는 것은 그러한 전략 하에서 당연한 일이다. 한국은 고정되어 있는 ‘항공모함’이요 미군 무기와 장비의 정비소 밖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어쩌다가 우리나라가 이러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일개 미군 장성 따위가 한국을 갖고 노는 모습이라니 쓴웃음만 나오는 형국이다.

물론 우리의 책임이다. 비록 숭미 극우정권이 주된 비판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주적이라고 일컬어지던 정권들 역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숭미정권도 결국 국민들이 선택한 결과였지 않은가. 우리는 지난 80년 가까이 미국이 하자는 대로 전부 순응하고 굴종해 왔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한미동맹의 강화”라는 구호다. 그리고 그것만이 우리 외교의 단 하나의 원칙이고 방향타였다. 그러다보니 주한미군은 당초의 대북방어라는 주둔 목적을 벗어나 어느덧 중국을 겨냥하는 실체가 되었고 한국은 그런 미국을 떠받치는 기지가 된 것이다.

미국은 아직도 북한의 위협을 미군 주둔의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 군사적 배치는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사드 레이더의 운용이 대북 방어용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지난 2월 중순 미국은 우리에게 사전 보고도 허락도 없이 서해상에서 대규모 공군 훈련을 하면서 중국 전투기와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했다. 중국이 한국을 미국의 대중국 전진기지로 여기는 것은 결코 과민한 반응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한중관계의 완전한 복원을 말할 수 있겠는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중국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1월 한미 양국 외교장관의 공동성명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it’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문구를 박음으로써 안전판을 마련했다고 믿었겠지만, 미국은 그건 “당신 생각일 뿐”이라고 일축했을 것이 뻔하다. 왜냐면 ‘개입’의 주체를 영어로만 ‘it’로 표기해놓고 ‘그것’이 미군인지 한국인지를 의도적으로 흐려버렸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그것을 주한미군이라고 생각했지만 미국은 한국이라고 보고 있다.

요는 그것이 미군이든 한국이든 우리 입장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이나 한국군이 대만해협 분쟁에 휘말리는 것이든 주한미군이 대중 전쟁에 출동하는 것이든, 한국이 결국 지역분쟁에 휘말리게 되는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란전쟁에서 이란의 공격으로 대파되는 중동 지역 내 미군기지의 모습을 잘 보았듯이, 주한미군이 중국과의 분쟁에 참전하는 즉시 중국은 미군 기지가 있는 한국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혹자는 대만해협에서의 사태 발발 가능성이 없다면서 기우를 버리라 하겠지만 안보에 ‘설마’란 없는 법이다.

더군다나 미국은 국가안보전략(NSS) 및 국가방어전략(NDS) 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최우선의 경계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이라는 중국의 전략적 파트너들을 때리고 있는 판국에 언제 어디서든 양국 간에 ‘사달’이 날 가능성은 저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미국은 MRO 기지를 한국에 조성함으로써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한층 더 강화하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중국에 대한 도발 의지를 더욱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 와중에 한국은 바야흐로 미국의 더 확실한 전진기지로 변모하려는 중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변화가 평시의 항만 운영과 정비 계약, 군수지원 협약 같은 일상적 절차를 통해 조용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평택과 부산의 항만, 거제와 울산의 조선·정비 설비가 미군 함정과 수송자산의 상시 순환 거점으로 굳어지면 한국은 직접 총 한 발 쏘지 않아도 미국의 역외 작전을 떠받치는 후방기지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과 중국이 맞붙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기지만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미군을 지원하는 한국의 수많은 거점들이 중국 미사일의 목표가 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MRO를 두고 조선업의 일감이 늘어나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면 문제의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숭미주의자들은 바로 그러한 측면을 강조해 한국인을 현혹시킬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목적은 산업협력이 아니라 군사 인프라의 확장이다. 본질은 한국이 얻을 얼마간의 경제적 이득과 국가 안보를 맞바꾸는 위험천만한 거래라는 것이다. 2006년 1월 공동성명은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그것’이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 했지만, MRO는 자칫 한국민의 동의로 ‘그것’이 개입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분명한 대책을 세울 때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 2006년 문서의 ‘그것’은 주한미군이라고 확실히 규정해야 한다. 또 MRO 협력은 철저히 경제적으로만 이용하고 군사안보 목적과의 결합은 막아야 한다. 그리고 전작권은 당장 회수해야 한다. 한미연합 체제를 파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전진기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을 절대 선으로 떠받드는 자세를 떨쳐내는 일이다. 그리하여 자주의 길을 걷는 것만이 주한미군 때문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끝.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s://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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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제2의 이재명 배출 선거? 제1의 우리 구청장 뽑는 선거!

[도쿄의 변혁, 서울도 가능할까] ① 주민 추천으로 당선된 기시모토 사토코(岸本聡子) 스기나미구 구청장

이재호 기자(=도쿄) | 기사입력 2026.05.06. 07:13:59

2022년 6월 일본 수도 도쿄의 23구 중 한 곳인 스기나미구에서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세 번째 임기에 도전한 다나카 료(田中良) 구청장이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았으며 기존 일본에서 정치 활동도 하지 않았던 여성 후보 기시모토 사토코(岸本聡子)에게 187표 차이로 패배했다. 이 선거 승리로 사토코 후보는 스기나미구 최초 여성 구청장이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사토코 구청장이 시작한 새로운 정치 흐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 해인 2023년 열린 구 의회 의원 선거에서는 전체 48명 의원 중 절반인 24명의 여성 의원이 당선되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의원이 절반을 차지하게 됐다. 도쿄의 자치구 의회에서 이렇게 많은 여성 구의원이 배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사토코 구청장의 당선 이후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구의원 선거에 많은 여성 후보와 신인 후보들이 출마했고, 실제 이러한 움직임이 결과로 이어지자 일본에서는 이를 '스기나미의 변혁'이라고 불렀다.

스기나미구의 이런 변화는 특정 정당이나 인물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토코 구청장은 '주민을 생각해 주는 구청장을 만드는 모임'이라는 구민들의 자발적 모임에서 추천을 받아 구청장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 모임은 자민당과 남성 중심의 구정을 바꾸기 위해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특정 정당이 아닌 다양한 정당과 세대, 성별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정당이 공천하는 후보에 주민들이 표를 주는 것이 아닌, 주민이 스스로 지역을 대표할 후보를 발굴하고 적극적 선거 운동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일본뿐만 아니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국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지역의 문제를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한다는 지방자치제도의 목적을 실제 구현한 사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도쿄 스기나미구를 찾아 사토코 구청장과 '주민을 생각해 주는 구청장을 만드는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도모토 히사코(東本久子) 구민, 그리고 2023년 구의회 선거에서 당선된 블랑샤르 아스카 녹색당 의원, 데라다 하루카 (てらだはるか) 입헌민주당 의원 등을 만나 스기나미구의 변화상을 듣고 직접 들여다봤다. 주민들이 일궈낸 스기나미구의 변화가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한국 사회에 '선거'라는 절차 뒤에 가려진 지방자치의 본질을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관련 연재는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 도쿄 스기나미구에서 기시모토 사토코(岸本聡子) 스기나미구 구청장을 만났다. ⓒ프레시안(이재호)

주민들의 고민이 곧 나의 고민이었다

'스기나미의 변혁'을 불러온 사토코 구청장은 출마 전 20여 년 간 해외에서 생활했다. 2003년부터 국제 정책 싱크탱크 비정부기관(NGO)인 '트랜스내셔널 연구소'(TNI)에서 활동하던 그는 벨기에에 거주하고 있던 때 구청장으로 출마하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그는 "처음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 중에서 후보자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제가 정책 지원 정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며 본인이 직접 출마할 생각은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주 고민스러웠다. 가족들도 모두 벨기에에 있었고 하던 일도 있고, 출마하면 생활 거점도 바뀌는 것이라 단기간에 결정한다는 것에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완전히 새로운 전략, 경력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방자치의 민주화나 공공정책을 통한 민주적 정치를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특히 공공서비스, 공공재, 민주적인 관리 운영 등을 연구한 학자로서 스기나미구가 안고 있는 과제들을 들었을 때 이건 공공정책의 문제라고 느꼈다.

제 경험과 스기나미구의 고민,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 합치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렇지 않았다면 출마가 무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연구와 관련 운동을 하면서 정치를 통해서 이를 현실화하고 싶었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사토코 구청장은 선거를 불과 두 달 앞두고 출마를 결심했다. 짧은 선거 운동 기간에 단연 주목받았던 것은 여성 선거 운동원의 비중이 컸다는 점이다. 스기나미구에는 총 18개의 전철 및 기차역이 있다. 모든 역에 여성 운동원들이 나서서 사토코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뛴 것이 화제가 되었다.

이처럼 여성들이 주도하는 선거 운동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사토코 구청장은 "지역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면서 여성이 힘을 발휘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통상 선거는 단체나 운동원, 운동원 가족 등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정당 관계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참여하기 어렵다. 기존 운동원들은 대부분 남성 중심이었다"며 "선거에서 일반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라고 그간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사토코 구청장은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 선거의 경우 개인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즉 하고 싶은 사람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열려 있고, 실제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라며 특정 집단에 주도되지 않는 선거운동 특색으로 인해 여성들의 힘이 발휘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스기나미구가 가지고 있는 자발적 시민운동의 전통도 이러한 흐름이 만들어지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사토코 구청장은 "스기나미구의 뿌리 깊은 시민 자치는 정말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1946년부터 1958년까지 비키니 환초에서 미국의 핵무기 실험이 이어졌다. 1954년 스기나미구의 오기쿠보 마을 회관에서 핵실험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이 운동의 시발점은 여성들이었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생선을 아이들에게 먹일 수 없다는 이유였다. 40일동안 이어진 운동에 구민의 70%가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아주 역사적인 일인데 당시 스기나미구가 핵무기에 반대하는 세계의 운동 중심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으로 스기나미구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됐다.

1950~60년대 여성들의 활동으로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 낸 사례가 있는데 바로 어린이집이다. 여성이 사회활동을 시작한 이후 어린이집을 만드는 운동이 시작됐다. 아이를 맡기지 못하면 여성들이 일을 하지 못하다 보니 생긴 변화였다.

이어 학교가 종료된 이후 아이들이 갈 수 있는 '아동관'이라는 곳도 만들었다. 한 초등학교에 하나의 아동관을 만들었다. 스기나미구에는 주민들이 함께 이러한 시설을 만들어 간 역사가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동관은 자민당 소속의 구청장이 구정을 맡은 이후 점점 기능이 축소되어 갔다. '행정의 합리성'을 이유로 아동관의 역할과 기능을 재편한 것이다.

사토코 구청장은 "시민자치의 상징인 아동관을 행정 합리성만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깊은 분노"가 주민들에게도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사토코 구청장은 취임 이후 아동관의 공적 기능을 이전으로 회복하고 확대하려고 시도했다.

"구청 직원들의 태도가 바뀌었어요"

사토코 구청장은 취임 이후 아동관의 기능 복원뿐만 아니라 초중등학교의 무상급식을 추진하는 등 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인프라 중심 대 사람 중심', '밀실 결정 대 함께 결정', '사후적 행정 대 참여 행정 기반의 예방 행정'을 언급하며 취임 이후 후자의 방향으로 구정을 운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 2024년 여름 사토코 구청장이 구정책 보고를 위해 구민들에게 배포한 홍보 팸플릿. ⓒ사토코 구청장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구청장 취임 이후 주민들로부터 이전과 가장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받는 부분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토코 구청장은 "자주 듣는 말은 직원들 태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구청 직원들이 마을 자치회 등에 대해 '민원만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지금은 직원들이 구민들을 시간과 환경, 정보가 주어지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행정으로는 절대 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내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지역의 과제나 정책에 대해 취임 이후 3년 동안 구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채널을 만들어왔다. 주민들과 대화에 나선 직원도, 참여한 구민도 새로운 관계성이 형성됐고 공무원들도 구민들이 구정에 대해 생각해주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실제 구청 직원들이 구민과 접촉을 넓힌 이후에 밝힌 소감이기도 하다. 구민 입장에서는 직원들과 처음으로 같은 과제를 논의하는 계기가 됐다."

구민들의 참여로 당선된 구청장이 취임 이후에는 구민들의 참여로 구정을 운영하는, 지방자치의 이상적인 모습일 수는 있지만 직원과 주민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피곤했을 것이다. 지금도 아마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경험이 쌓이면 보이는 세계도 바뀐다. 힘들지만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구청 직원이 하는 일이 이상하게 많기도 하다. 꼭 안 해도 되는 일, 전례에 맞춰 해야하는 일 등이 있다. 이전 일도 하고 새로운 일도 해야 한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거기서 무엇을 하고 안 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

구민 참여가 구정의 모든 것은 아니다. 행정의 일부이고 지역의 과제이기도 하다. 협의를 통해 새롭게 시행하려는 정책, 나라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구민과 함께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정책을 하고 싶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정답이 없는 사회를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운영하는 것은 아주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위험요소가 많다."

사토코 구청장이 당선된지 4년째 되는 올해 스기나미구는 다시 구청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2022년과 올해는 정치적 상황이 매우 다르다. 지난 2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역사에 남을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4년 전 주민들의 힘으로 사토코 구청장이 당선됐다고 해도 이번에는 자민당의 기세를 막기 어려울 수도 있다.

사토코 구청장은 전국적인 정치 상황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긴 하겠지만 스기나미구만의 특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앙 정당 정치와 지방자치가 좀 다르다. 물론 일반적으로 일본의 지자체는 자민당 지배하에 있긴 한데, 스기나미구는 예외다. 자민당이 아닌 중의원도 있고 자민당이 아닌 다른 야당 출신이 승리하기도 했다. 당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된 결과다."

그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국 정치인이나 유권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일본이 한국 정치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은 정치인에게 설명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한국 사람들이 지켜야 한다고 보는 민주주의와 일본이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의 온도 차가 있는 것 같다. 그러한 가운데 오히려 일본 지방자치제의 정신은 한국에서 배우는 것이 많이 있다"라고 말했다.

사토코 구청장은 "한국은 (정치 무대의) 대립과 갈등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지방자치는 구민들의 생활을 지킨다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대립과 갈등이 심할 이유가 없다"라며 "한국이든 일본이든 풀뿌리 민주주의, 당연한 생활을 당연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지방자치의 목표이자 의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민의 추천으로 주민과 함께 4년 간 구정을 꾸려온 구청장의 묵직한 소회였다.

(통역 : 구와에 히로유키)

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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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김민기’와 한국가요 ‘별의 순간’

곽병찬 언론인

chankb19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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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찬의 청년 김민기 이야기]⑮

최경식의 설득으로 탄생한 앨범 김민기

한국 포크의 효시, 우리 가요 100대 명반

김지하 영향,시대의 고민·이웃의 고통 품어

앨범 김민기 5개월만에 시판·방송 금지

1971년 9월 1일 양희은의 1집 <양희은 고운노래 모음>이 발매됐다.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꼭 이름을 올리는 앨범이다. 여기에 실린 10곡 가운데 7곡이 번안곡이고 나머지가 우리 포크였다.

2곡은 김민기가 작사 작곡한 ‘아침이슬’과 ‘그날’이었고, 나머지 1곡은 고은 작사 김광희 작곡의 ‘세노야’였다.

녹음은 김민기가 멜로디 파트를 맡고 시각장애인 가수 이용복이 12줄 쇠줄 기타로 리듬을 맡았으며, 피아노 반주는 김광희가 맡았다. 다들 둘째가라면 서러울 가객이었지만, 제 노래를 내주고 또 반주까지 해줬다. 그게 당시 포크를 하는 이들의 모습이었다. 이 음반은 김진성 CBS 피디 등 양희은을 아끼는 이들이 당시 잘 팔리던 트로트 가수 이해성, 신태성 씨를 앞세워 킹레코드사를 설득한 결과였다,

양희은의 따끈따끈한 음반을 받아 든 최경식의 머리에 문득, 저 깊은 곳에서 영혼을 울리는 ‘김민기’의 낮고 묵직한 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양희은의 맑고 높은 목청과 선명하게 대조되는 소리였다. 그는 곧 김민기를 찾아 나섰다.

예상은 했다. 김민기는 어눌하지만 단호하게 ‘싫다’라고 했다. “희은이가 불렀으면 되지 않았느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경식의 고집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그는 김민기보다 열여덟이나 많은 대선배였다.

같은 노래라도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그 맛과 의미가 달라진다. 외국엔 자작곡 포크 앨범이 수도 없이 나오는데 우리나라엔 하나도 없다. 포크는 나와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나의 노래로 전하는 것 아닌가, 우리에게도 그런 앨범이 나올 때도 됐다…. 설득은 집요하게 이어졌고, 김민기는 마침내 손을 들었다.

최경식의 끈질긴 설득이 없었다면 1971년 발매된 앨범 김민기는 빛을 보지 못했을지 모른다. 사진은 김민기가 YWCA 청개구리집에서 노래하고 있는 모습. 마이크를 기타 가까이 대어주고 있는 양복입은 이가 최경식 피디다.

사진출처: 국제신문

최양숙은 우리나라 최초의 샹송 가수로 알려져있다. 김민기는 최경식의 요청으로 최피디의 여동생 최양숙에게 가을편지의 곡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별의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오스트리아의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저서 <인류의 별의 순간>에서 한 말이다. “극적 긴장이 가득한 운명적인 순간이 닥치면 하루 만에, 혹은 한 시간 만에, 심지어는 단 일 분 만에 훗날을 좌우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한 순간은 개인의 삶에서도 드물고 역사에서도 드물다. 내가… ‘별의 순간’ 혹은 ‘별처럼 빛나는 순간’이라 이름한 이유는 이러한 순간들이 부질없이 지나간 세월 속에서 밤하늘의 별처럼 영원히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츠바이크는 이 책에서 ‘사색하는 인간’ 키케로와 ‘제2의 모세’로 추앙받던 이상주의자 우드로 윌슨이 우왕좌왕하다가 인류사 위대한 전진의 기회를 놓친 것과, ‘냉소적이며 대담한’ 혁명가 레닌은 조국에서 혁명이 일어나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망명지 스위스에서 러시아로 돌아감으로써 혁명의 완성자가 된 사실을 비교하며 ‘별의 순간’을 설명했다.

김민기는 물론 이들과 달랐다. 우왕좌왕하지도 않았고, 단호하게 결단하지도 않았다. ‘소 뒷걸음질 치다가’ 그 순간을 잡았을 뿐이지만, 그건 대중가요와 예술가곡 등 우리 노래판에도 ‘별의 순간’이었다.

최경식과 김민기의 담판으로부터 한 달 보름쯤 뒤인 10월 21일 앨범 <김민기>가 발매됐다. 우리 음악가가 작곡하고 노래하고 출시한 첫 포크 음반이었다. 이로 말미암아 1971년은 ‘한국 포크의 원년’이 되었고, 앨범 <김민기>는 한국 포크의 효시가 되었다. 앨범 <김민기>와 함께 우리 음악계에는 자작곡 앨범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고, 한국의 대중음악은 서방 세계와 견줘도 손색없는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최경식은 1958년 부산MBC에서 음악 피디로 사회에 발을 디딘 한국의 1호 음악 전문 피디였다.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해박한 지식과 깊은 안목, 음악인에 대한 따듯한 배려로 존경을 받던 대중음악계의 맏형이었다. 1960년대에는 ‘재야 대통령’ 장준하가 발행하던 <사상계>에 음악 평론을 기고하던 저항적 음악인이기도 했다. 당대 지식인 운동의 한 축이었던 YMCA ‘시민 논단’을 창립하는 등 민주화에도 힘을 보탰다.

그는 일찍이 김민기 노래의 가치를 한눈에 알아봤다. 그것이 “거리 시위에서 불리면 운동가, 운동장에서 불리면 응원가, 장례식에서 불리면 장송곡, 예배당에서 불리면 찬송가가 되리라는 것”을 예감했고, 또 실제로 그것을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했다. 1970년 말 김진성 피디와 함께 김민기를 ‘젊은이의 840 CBS’ 프로그램에 초대해 그의 목소리로 ‘아침이슬’을 세상에 처음 송출한 것도 그였다. 1987년 7월 2일, 5공 정권이 6·29 항복선언을 했다지만 ‘아침이슬’이 여전히 금지곡으로 묶여 있을 때 KBS 라디오 <밤의 플라타너스> 프로에서 이 노래를 17년 만에 처음으로 송출한 것도 그였다.

최경식의 주도로 1971년 11월 발매된 앨범 김민기 표지사진. 표지 바탕이 하얀색이다. 한국 포크의 효시로 꼽히며 100대 명반 중 상위권에 속하는 음반이다.

사진은 2025년 11월 발매한 앨범 김민기 복각 LP 판 이미지. 출처 :학전 제공

앨범 <김민기>의 수록곡 10곡 가운데 ‘바람과 나’ ‘저 부는 바람’ 두 곡을 제외하면 모두 김민기가 짓고 부른 노래였다. 김민기의 노래 8곡 가운데 ‘친구’는 1968년에, ‘아침이슬’ ‘아하, 누가 그렇게’ ‘꽃 피우는 아이’ ‘길’ ‘그날’ ‘종이연’ ‘눈길’ 등 다른 곡은 1970~1971년 시대의 격동 속에서 탄생했다.

이 앨범이 ‘한국 포크의 효시’로 인정받는 것은 단지 시기적으로 앞섰기 때문만은 아니다. 수록된 곡들의 예술적 수준이 팝의 원조 국가 노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2007년 <경향신문>과 음악 전문 웹진 가슴네트워크(이하 ‘웹진’)가 공동 기획하고 웹진이 선정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이 음반이 평론가 52인 중 35인의 추천을 받아 3위에 올랐을 때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선정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이 음반은 당시까지 서구 모던 포크의 번안 수준에 머물렀던 한국의 이른바 통기타 가요가 한국 젊은이들의 정신과 감성을 표현하는 음악 양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음반이고, 스스로 작사 작곡하고 노래 부르는 싱어송라이터 시대의 도래를 알린 음반이며, 대중가요가 그저 그런 사랑과 이별, 눈물뿐 아니라 깊은 철학적 사색과 시대적 고민을 담는 예술적 산물일 수 있음을 보여준 음반이기도 한 까닭이다.”

음악평론가들이 대체로 인정하듯이 국내 대중음악계에 형식적인 면(연주, 편곡)에서 혁명을 가져온 건 신중현과 그가 이끌던 ‘신중현과 엽전들’이었다. 이들은 한국에 록과 흑인음악을 도입하고 또 재해석해 한국 대중음악의 풍토를 흔들었다. 그러나 노랫말, 감성, 메시지, 가락과 장단 등 노래의 내용적인 면에서 혁명을 가져온 건 김민기였다. 그런 내용을 앨범 하나에 집약한 것이 그의 1집 <김민기>였다. 단순히 사랑과 이별 같은 흔한 주제가 아닌 철학적 사색과 시대적 고민을 담은 시적인 노랫말이나 메시지도 대중음악으로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김민기의 노래들은 확인했고 또 일깨웠다.

당시 음악평론가와 포크를 사랑하는 이들은 환호했다. 해방이 되고 사반세기가 지났지만 가요는 여전히 식민지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이들이었다. 그들은 ‘남의 다리나 긁는’ 번안 포크에 진력이 나 있었다. 나와 우리의 지금 이야기를 노래하고 또 듣고 싶었다. 한대수가 잠깐 맛만 보이고 사라진, 그런 노래들이 가능성이 아니라 굳건한 실체로 눈앞에 나타났다.

특히 환호한 것은 청년 학생들이었다. 암울한 시대 벗이 되고, 힘이 되어줄 우리의 노래가 드디어 내 곁으로 왔다. 골리앗과 맞선 다윗의 심정으로 그 시대에 맞서 싸우는 이들에게는 든든한 무기였다. 그동안 이들이 시위에 나설 때 부른 노래들이란 구전가요인 ‘해방가’, 찬송가 풍의 번안곡 ‘우리 승리하리라’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들에게는 서로를 격려하고 앞서 나아가도록 고무할 노래가 절실했다. 김민기의 노래는 시위에선 총이자 총알이었다.

노래들 가운데 ‘아하 누가 그렇게’는, 작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분신한 노동자 전태일의 꿈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돼 불렸다. ‘그날’은 ‘꽃이 한 송이도 없는, 아니 꽃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 꽃밭(현실)’을 고발하고, ‘꽃 피우는 아이’는 ‘꽃은 시들어 땅에 떨어져, 아이도 앓아누운’ 암울한 현실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해됐다.

기지촌 혼혈아의 절망을 그린 ‘종이연’은 당시의 민족적 현실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김민기가 앞으로 가게 될 길, 그의 노래가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예고편이기도 했다.

‘혼혈아’는 한국전쟁 이후 외세에 의해 난자된 우리의 몸과 정신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그들은 분단과 전쟁이라는 민족적 비극 속에서 태어났지만, 이웃들이 감싸기는커녕 치부로 여겨 숨기고 따돌림을 당했다. 어쩌면 ‘나 대신 역사적 운명을 진 이들이었지만’ 정부는 물론 이웃들조차 그들을 ‘문둥이’ 보듯 했다.

“헬로 아저씨 따라갔다는 엄마/ 철길 저편엔 무슨 소리일까/ 하늘나라 올라갈 나팔 소리인가?” 등이 서늘해지는 대목이다. 노래 속의 아이는 하늘로 퍼지는 나팔 소리처럼, 이 참혹한 나라와 시대에서 떠나고 싶다. 그것만이 현실의 질곡에서 벗어나는 길이었다.

‘종이연’의 원래 제목은 ‘혼혈아’였다. 당시 검열 기구였던 한국예술문화윤리위원회(예윤)이 이 제목을 거부해, 노랫말에 나오는 여러 낱말 가운데 하나인 ‘종이연’을 제목으로 삼았다. 예윤은 1975년 등장한, 한국 문화예술의 저승사자, 공연윤리위원회의 역할을 맡았던 이른바 ‘민간 자율기구’였다.

그 시대에 버려진 아이는 혼혈인만이 아니었다. 당시 ‘공돌이’ ‘공순이’라고 멸시하던, 주변부로 내몰린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도 그 부류에 속했다. 김민기는 그곳에서 ‘시대의 전형’을 찾았고, 그것을 노래로 표현하고 드러내는 ‘음악적 리얼리즘’을 추구했다.

그가 그런 작업을 의식적으로 혹은 의지적으로 한 게 아니었다. 그는 타고나기를 물처럼 낮은 곳으로 흘러가 그곳에 동화되고, 하나 됐다. 이런 품성이 적극적으로 발현되는 계기가 있었다면, 그것은 1971년 말 선배 화가 오윤의 손에 이끌려 참여한 ‘폰트라’(poem on the trash, ‘쓰레기 더미 위의 시’를 줄여 만든 명칭)라는 이름의 모임이었을 것이다. 이 모임을 이끌던 미학자 김윤수, 시인 김지하, 화가 오윤 등의 영향 속에서, 그는 의식적으로 시대의 전형과 민족적 형식을 찾아 나섰다.

김민기 3집 표지사진. 김지하의 요청으로 만든 금관의 예수 삽입곡, 주여, 이제는 여기에.가 수록되어 있다. 폰트라 회원들이 김민기의 노래를 들은 뒤 오윤이 한국의 밥 딜런이라고 소개하자, 누군가 폰트라 그 자체라고 하고, 김지하는 음유시인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앨범 <김민기>의 노래들은 노랫말, 메시지, 선율, 감성, 음악적 구조에서 혁명적이었을 뿐 아니라, 음악사적으로도 한국 대중음악계의 이정표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대중가요는 일제부터 내려온 노래들이나, 이른바 ‘선진국’ 노래들이 대종을 이뤘다. 한편엔 트로트, 다른 한편엔 모던 팝이 양대 축을 이루고 있었다. 대중은 지금 여기의 삶과 동떨어진 이들 노래를 통해 현실의 고단함을 잊게 하거나, 욕망을 내뱉었다. 특히 ‘사랑 타령’은 당시 가요의 절대 문법이었다.

앨범 <김민기> 수록곡은 이런 노래들과 비교하면, 중고교 음악 교과서에 실린 노래 같았다(실제로 먼 훗날 ‘아침이슬’과 ‘작은 연못’은 중고교 교과서에 실렸다). ‘사랑’이라는 말 자체는 물론 애상의 맥락 자체가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당시 유행가로는 절대로 성립할 수 없을 법한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 시대에 대한 고민, 이웃의 고통 따위로 채워져 있었다.

당시 ‘인간의 노래’을 꿈꾸던 가수 권진원에게 이 앨범은 하나의 전율이었다. “(사랑이란 말이 이 음반에는) 딱 한 번 나오는데 그것도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사랑, 에로스가 아닌 아가페였다.”

이 앨범 발매 뒤 김민기가 가장 자주 듣던 질문 가운데 하나도 ‘어떻게 당신의 노랫말엔 사랑이란 말이 단 한 번도 들어가지 않느냐’라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다.

“친구들이 그렇게 끌려가고 구속되고 군대에 강제로 징집되고 있는데,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어떻게 그런 노래를 할 수 있겠어요.”

‘조개껍질 운운’하는 노래는 윤형주의 ‘라라라’를 두고 한 말이었다. 이 노래는 1969년 여름 대천해수욕장에 놀러 갔다가 만난 여성들을, 속된 표현으로 ‘꼬실’ 속셈으로 윤형주가 지었다는 게 가요계의 속설이었다. ‘라라라’는 1970년대 청춘들이 생각 없이 가장 많이 부르던 노래, 당시를 대표하던 한국의 유행가였다. 윤형주가 제목도 붙이지 않아 처음엔 노래의 도입부를 그대로 인용해 제목으로 삼았다. 1972년 윤형주의 첫 앨범 ‘그님’이 나올 때쯤에야 ‘라라라’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런 풍토에서 나름대로 파격적인 가창과 메시지를 선보인 송창식, 조영남, 이장희의 노래도 크게 보아 ‘사랑의 문법’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김민기와 인간적으로 가까웠던 이들이었다. 송창식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형’이었고, 조영남은 민기가 인정하는 술친구이자 선배였다. 이장희와는 이른바 ‘지음(知音)’의 관계였다. 이들은 ‘청개구리’ 행사에도 참여했고, 양희은 등 후배들이 오비스캐빈이나 금수강산 무대에서 용돈을 벌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김민기가 하는 일이라면 발 벗고 도와주던 이들이었다.

앨범 <김민기>의 기획자이자 제작자, 그리고 ‘물주’이기도 했던 최경식은 이 앨범 재킷에 이런 발매사를 올렸다. 젊은 시절이나 말년이나 하나도 변하지 않은 김민기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귀한 글이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언젠가 방송국에서 민기에게 내가 ‘김민기 논(論)’을 쓰겠다고 했더니 김민기가 ‘김민기 놈?’ 하고 되물어 거기 있던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던 일이 생각난다. 민기는 그렇게 나이가 어울리지 않게 쓸쓸한 친구다.

그의 노래 속엔 대체로 콧대 높고 줏대 있는 ‘젊은 한국’이 도사리고 있다.

시간이 남아, 돌아가며 오래 기다려야 하는 스튜디오 밖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기타로 조용히 클래식 소품을 연습해 보던 그의 모습이나, 어느 날 오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함빡 비를 맞아 뼛속까지 젖었을 그가 맨발로 내 사무실에 걸어 들어오던 일(그는 금붕어처럼 뻐끔하니 입을 벌린 구두를 버리고 왔다고 했다)이며, 뭇사람에게 미움을 받으면서도 국산품 노래를 고집하던 일 등등. 그러한 그의 일상생활은 그의 음악 속에 미화되거나 위장됨이 없이, 있는 그대로 소박하고 순수하게 구현돼 있다.

이번 첫 디스크를 위해 특별히 음악적인 헌신을 보여준 정성조 쿼텟과 김광희 양에게 고마움을 금치 못한다. 한마디로 민기는 ‘복도 많은 놈’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다. 앞으로가 그의 가능성과 창조력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본격적인 ‘김민기 논’은 그때 그날로 미루기로 하겠고, 끝으로 이 디스크가 민기의 참가치나 숨은 실력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금석이 되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많은 분에게 권한다.”

최경식이 본격적으로 ‘김민기 논’을 쓸 기회는 오지 않았다. 이듬해부터 김민기는 불온한 ‘놈’으로 정권에 찍혔고, 앨범 <김민기>는 발매는 물론 시판, 방송도 금지됐다. 이후 박정희, 전두환 정권 아래서 김민기는 저의 이름으로는 어떤 활동도 할 수 없었다. 최경식은 유신체제가 마지막 발악을 하던 1979년 미국으로 아예 떠나버렸으니 더 논할 수도 없었다.

발매 금지의 직접적인 이유는 문리대 신입생 환영회에 초청받아, 신입생들에게 그의 노래 ‘꽃 피우는 아이’와 번안곡 ‘우리 승리하리라’, 그리고 구전가요 ‘해방가’를 가르친 것이었다. ‘해방가’는 학생 데모 때 불리던 몇 안 되는 구전가요였고, ‘우리 승리하리라’는 본래 찬송가로 불렸지만, 미국의 피트 시거가 포크 송으로 편곡하면서 반전 민중가요로 불렸다. 정권의 코털을 뽑은 노래는 김민기의 ‘꽃 피우는 아이’였다. 노랫말 가운데 ‘무궁화꽃이 피지 못하는’ 대목에 자극을 받은 정보기관이 발매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음반사를 압박해 시중에 깔린 음반을 모두 회수해 파기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김민기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던, 이 노래는 무궁화꽃 한 송이 피우지 못하는 불모의 시대를 비판한 반정부 가요로 해석할 여지가 다분했다. 레코드사가 초판을 500부만 찍은 것은 참으로 다행이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975년 유신정권은 대중예술에 대한 더 엄격한 통제를 위해 ‘공연 활동 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김민기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와 있던 모든 노래가 ‘공식적인’ 금지곡으로 낙인찍힌 것은 이때였다. 이전까지의 발매 금지, 방송 금지 따위의 조처는 권력과 그 부역자들의 자의적인 처분이었다. ‘가요계 정화’ 이후 당국은 변칙적으로 발매되고 유통되는 음반까지도 색출해 파쇄했다. 앨범 <김민기>에 대한 2차 확인 사살이었다.

최경식은 앨범 제작 당시 CBS의 음악 담당 부서 책임자였다. 앨범 재킷의 크레딧 칸에 기획 제작자로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 없었다. 그래서 가까운 지인의 이름을 올렸는데, 이것이 화근이 되어 훗날 김민기는 오랫동안 팔자에도 없는 ‘저작권 소송’을 벌여야 했다.

앨범 <김민기>가 불과 5개월 만에 판매 금지되자, 이 앨범은 오랫동안 지하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됐다. 1987년 김민기의 노래가 해금되자, 그 지인은 자신이 앨범의 제작자라며 다른 레코드사에 저작권을 팔았고, 이 레코드사는 김민기의 뜻과 무관하게 CD로 복각해 앨범 <김민기>를 출시했다.

1987년 무단 복각해 만든 불법 앨범 김민기 표지사진. 앨범 바탕이 하얀색이 아니라 보랏빛이 나는게 특징이다..

김민기는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만큼은 절대로 참지 않았다. 돈 때문이 아니라, 창작자를 능멸하고 죽이는 짓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 그는 ‘가짜 제작자’와 레코드사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걸었고, 장구하고도 지긋지긋한 재판 끝에 이 해적판 CD의 발매와 판매를 중단시켰다.

1971년 앨범 출시와 함께 김민기는 장안의 명사가 되었다. ‘청개구리 홀’을 드나드는 가수 지망생이나 일반 청소년 음악 애호가 사이에서 그는 경이로운 존재가 되었다. 오비스캐빈이나 금수강산 등 상업적인 무대에 서는 가수들 사이에서도 김민기는 이제 그 뒤를 따라야 할 존재가 되었다. 당시 포크에선 최고라고 자부하던 송창식이 괜히 이런 말을 한 게 아니었다.

“김민기가 먼저 노래를 시작했다면 나는 아예 데뷔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아카이브K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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