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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녹색연합 http://www.greenkorea.org/ [삶속의 초록] 박경화님의 포스팅
비누가 없던 시절엔 무엇으로 얼굴을 씻었을까? 조선시대 궁중의 여인이나 양반집 규수들은 녹두가루나 창포가루를 썼고, 서민들은 쌀겨, 쌀뜨물, 밀가루 같은 곡물을 썼다고 한다. 쌀을 씻으면 나오는 뽀얀 물, 변강쇠전에 나오는 '방앗간집 딸년, 저 하얀 피부 좀 보소'라는 구절 역시 방앗간집 딸이 비누를 자유롭게 쓰는데 유리한 위치에 있었음을 뜻한다. 하루에 세 번, 혹은 한 번 밥을 지으며 그냥 흘려 버렸던 쌀뜨물은 얼굴을 씻는데도 좋지만 영양분을 품고 있어 요리할 때도 물 대신 넣으면 구수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우리 시골집에서는 영양분이 잔뜩 들어있는 쌀뜨물을 받아두었다가 소죽을 쑬 때 넣었다. 집안의 재산목록중 손꼽히는 소에게 따로 좋은 걸 먹일 순 없지만 쌀뜨물과 '당가루'라고 하는 쌀겨를 방앗간에서 가져와서 함께 넣었다. 물을 더럽히는 오염원은 산업폐수와 축산폐수, 생활하수 같은 종류가 있는데 이 중에서 생활하수가 90% 정도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다. 집집마다 밥을 지으니 쌀뜨물 양 또한 만만치 않다. 한차례 세숫물도 아끼고, 피부도 보호하고, 요리에도 쓰는 일석삼조. 오늘부터 주방에 쌀뜨물을 받아둘 양동이 하나 준비하자.
1. 불순물이 많은 처음 씻은 물은 받아두었다가 설거지물로 쓴다. 기름기 묻은 그릇을 씻거나 손에 밴 비린내를 없애는 데 좋다. 김치통이나 생선을 담았던 그릇처럼 냄새가 배인 플라스틱 그릇에 쌀뜨물을 부어서 30분 이상 두면 냄새가 없어진다. 야채를 씻거나 걸레를 빨 때 써도 좋다. 코팅이 벗겨졌거나 기름때가 생긴 프라이팬에도 쌀뜨물은 요긴하다. 프라이팬은 사용한 뒤 열기가 남아 있을 때 귤껍질이나 과일껍질로 기름을 한번 닦아내고 쌀뜨물로 씻으면 손쉽다. 음식물이 눌어붙거나 기름때가 생긴 프라이팬은 쌀뜨물을 붓고 뚜껑을 덮어 끓인다. 충분히 불으면 물을 버리고 나무숟가락으로 찌든 부위를 긁어내고 부드러운 수세미로 닦으면 된다. 알루미늄 제품을 처음 쓸 때도 잘 씻은 뒤 쌀뜨물을 넣고 10분에서 15분간 끓이고 쓰면 더 오래 쓸 수 있다.
2. 쌀뜨물에는 비타민 B1, B2, 지질, 전분질이 녹아 있어 된장국이나 여러 찌개의 국물을 낼 때 물 대신 넣으면 구수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이때 불순물이 적은 두 번째 씻은 물이 맑아서 좋다. 카레소스를 만들 때 넣어도 좋고, 우엉이나 죽순, 감자, 토란 무 같은 하얀색 채소를 삶을 때 쓰면 전분입자가 표면을 감싸 산화를 방지하므로 흰색이 더욱 살아난다. 감자의 아린 맛, 우엉의 떫은맛도 없어진다. 죽순은 독성이 있어서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하는데 잡맛을 없애고 맛을 부드럽게 하는데 쌀뜨물이 더없이 좋다. 죽순을 삶은 뒤 찬물에 담글 때 쌀뜨물에 넣으면 수산이 잘 녹아 나고, 죽순의 산화도 막아 주며, 더 부드럽게 해 준다.
3. 화분에서 키우는 화초나 채소의 영양제를 어떤 것으로 살까 고민을 하고 있는가? 쌀뜨물을 주면 물과 거름을 한꺼번에 주는 것이니 더없이 좋다.
4. 더러워진 유리창을 닦을 때 하루 전에 분무기로 쌀뜨물을 뿌려두었다가 다음날 닦으면 반짝거린다. 걸레에 묻혀 마루를 닦으면 왁스칠을 한 것처럼 윤이 난다.
5. 흰빨래를 삶을 때 넣으면 한결 뽀얗게 되고, 삶은 뒤 쌀뜨물에 헹구듯이 몇 번 주물러 주어도 좋다. 이때 첫 번째 나오는 쌀뜨물은 화분의 영양제로 주고, 두 번째 나오는 쌀뜨물을 쓰는 것이 낫다.
6. 쌀뜨물로 설거지를 하면 손이 아주 부드러워진다. 쌀이 담고 있는 각종 영양분이 그대로 녹아내려 쌀뜨물로 얼굴을 씻고 머리를 감으면 훨씬 부드러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각종 비타민류나 미네랄이 풍부한 현미 씻은 물이 더 좋은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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