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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눈물이 나

  • 등록일
    2008/04/15 10:21
  • 수정일
    2008/04/15 10:21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자꾸 눈물이 나.

별 일도 없이 참 이상한 일이지.

만원 전철 속에서

지난 일요일에 산 현악사중주를 엠피쓰리에 담아

들으면서,

회사앞 노점에서 카페라떼를 사들고

출근시간 15분전에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켰어

그냥 어제와 같은 풍경, 그것 뿐이었지

이메일을 확인하고 참세상 메일에 진재현의 대추리 글을 읽고

그래서 대추리가 생각났고, 다른 블로그들을 보면서

권정생 선생님의 유서를 읽었고

문정현신부님의 프레시안 기사를 읽었을 뿐

그리고

성 프란체스코의 평화의 기도가 무었이었더라 궁금해하며

인터넷을 찾아보니 어렸을 때 성당에서 곧잘 부르곤 하던 성가 기도였어.

 

오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아픔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을을 심게 하소서

 

오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오류가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이 있는 곳에 광명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심게 하소서

 

오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위로받기 보다는 위로하며

이해받기 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 보다는 사랑하며

자기를 온전히 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이니

 

오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요즘 요가를 하면서 자주 눈물이 나곤 해

호흡을 하다가 무언가 가슴에 울컥 치솟는 것 같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게 어떤 생각이 가슴에서 정처없이 떠돌기도 해

그게 고통에 대한 상념인지

고통이 아름다운 건지

아름다움이 고통인지

미움이 사랑인지 사랑이 미움인지

마음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다가

참 사람들이 아프구나, 참 슬프구나 하는... 풍경으로 변하면

그 풍경이 나에게 진한 감동을 주고

그 감동에 취해 하염없이 울다보면

죽봉 때리는 소리에 깨어 일어나

눈물을 닦지.

 

하지만 회사에서 불연듯 이렇게 눈물이 나진 않았었어

다행히 어제 오늘 감기 때문에 콧물이 줄줄 나고

그래서 옆 사람들이 내가 우는 걸 눈치채진 않은 것 같아

 

그리고 기뻐

마음의 병이 나아가는 것 같아

하지만 너무 낙관하지는 않을래

지나친 낙관은 또한 지나친 비관을 낳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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