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대청소1
사무실에서 봄맞이 대청소를 했다.
평소 책상 정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열심히 하는 터라 자리 주변은 별로 치울 것이 없었고...
(본디 청소를 귀찮아하는데, 회사 책상 정리만은 의식적으로 열심히 한다.
건망증으로 인한 사고 방지 차원에서다.)
지난 연말에 다녀온 워크샵 이후로 반찬들이 쌓여만 가던 냉장고를 비웠다.
(중간중간 몇 번 버렸음에도, 해결이 안 나는 애들이 있었다.)
냉장고를 비우고, 냉장고 칸막이들을 꺼내서 닦고... 걸레질을 좀더 하고...
힘쓰는 일 못할 것 같아서,
(우리집 냉장고는 닦은 지 한 달 넘는 것 같다만)
냉장고 청소가 제일 친숙하다 싶어서 맡았는데... 어디서 뭐가 무리였는지...
아마도 먼지를 많이 먹어서였는지...
갑자기 목이 붇더군. 급히 일을 쉬고...
포도 주스 반 잔과 냉동실에 있던 엿을 좀 먹었다.
그래도 당분 부족... 요즘 설탕 기피라 웬만하면 손 안 대는 유자차도 한 잔 마셨다.
한 시간 만에 목은 가라앉았지만, 목의 통증은 바로 혓바늘로 전화되었다.
그렇게 빠른 전환은 처음이었다.
피곤해서 배도 안 고파 하면서... 평소 같으면 그냥 팽개쳐두고 퇴근할.... 메일 답장 쓰고...
회사 내부 게시판에 보고서를 두 건이나 써서 올리고....
인터넷 서점에 미리보기 파일 만들어 보내야 하는 J차장 도와주고...
시간이 잘도 흘렀다.
오늘 하루도 빡시고 바빴구나.
주간님께 회사 카드까지 받아 우삼겹 먹으러 가자는 P차장을 비롯한 남자 동료들 뿌리치고...
새로 도착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 DVD며 네루다 자서전을 들고 돌아왔다.
집앞 야채가게에서는 맛있는 거 해먹는다고 토마토와 피망, 버섯을 샀다.
아주머니는 주말이라 피망이 신선하지 않다고 피망은 공짜로 주셨다.
이렇게 꽉 찬 하루... 의욕적인 귀가..였으나...
그러나 집에 와서 신발을 벗은 순간 마음이 달라진다.
청소는 뒷전, 설겆이도 하지 않고...
어제 저녁에 만들어둔 카레나 한 사발... 오며 가며.... 해치워 주시고...
(그래도 어제는 사과도 갈아넣고, 꿀도 뿌리고.. 제법 정성을 다한 야채카레였다.)
음악이나 들으려다가 노트북이 접지가 안 되어 전자파 차단 멀티탭까지 사왔걷만 소용이 없다.
몇 달 동안 침만 꿀떡꿀덕 삼키다가 무려 11만 4천 원이라는 거액을 주고 새로 산
Enzer 라디오(스피커 겸용)가 나 이 노트북 싫다고, 애가 이기적이라고
어찌나 비명을 질러대던지.... 오히려 상태가 더 나빠졌다.
그거 해결해 주려고, 지식in 뒤지고..
멀정한 정품 아답터 두고 호환되는 접지형 아답터를 살지,
노트북 전용 전자파 차단기를 살지... (둘 다 4만 원쯤 한다. 흑.. 돈 아까.)
각종 노트북 액서사리 전문 쇼핑몰만 돌아다니다가...
결국 또 아무것도 결정 못하고 탈진.
디비디는 꺼내지도 못했고, 가방 꽉 찼다며 품안에 꼭 감싸서 들고 온
두툼한 책은 책상에 던져둔 채 펼치지도 않았다.
이 글을 쓰며 방을 둘러본다.
혹시 꽃샘추위가 올지 모르니 아직 겨울 옷은 집어넣지도 않았다.
이사를 하지 않기로 한 대신... 이사 비용으로 서랍장을 하나 사기로 마음을 먹었지.
집을 옮기지 않는 대신 방 분위기를 이사 못지 않게 바꾸기로 했는데...
도무지 각은 안 나오고... 기운도 딸리고.... 인테리어는커녕 방 청소도 대충대충...
누구는 놀러와서 제법 아늑하다 해주었지만.... 역시 어수선하다.
1주에 한 번 청소하고, 두 달에 한 번쯤 안 입고 안 쓰는 물건 버리고...
그래도 버리고 버려도... 또 버릴 것이 나온다.
4월이 되기 전에 봄맞이 청소를 해야지.
또 이렇게 계획만 세우는구나. 실천보다 계획이 많기론 나도 어디 가서 빠지질 않네.
버뜨.... 할 수 있어. 아자아자!!!!!!!!
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꼭 하자.
방 배치 어케 바꿀지... 연구 끝나면.. 끄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