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크를 만나다.
한번도 그런 만남을 꿈꿔 본 적은 없었다.
<슈퍼맨>에 나오는 클라크의 이미지랄까. 반듯하고 친절한 청년.
말 못할 가정사 같은 건 없었을 듯한 사람.
외동으로 곱게 자라, 테니스 같은 걸 배우며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
학교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해 별 문제 없이 직장 생활을 해온 사람...
퇴근하고, 저녁 먹고, 운동하고, 가볍게 TV를 보고, 11시면 잠자리에 드는 사람이라니...
술은 좋아하지도 않고, 먹으면 배가 아픈 음식은 삼가할 줄 알고....
시작한 운동은 몇 년째 꾸준히....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의사의 칭찬을 받을 정도로 올라갔단다.
퇴근 후 일거리를 들고 간 내게(마무리를 못해 어쩔 수 없었다고나 할까)
일을 무지 좋아하시나 봐요...라더군. 내가 일 중독자라도 되는가?
(역시 이 직업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있다면 프리랜서들 정도?)
이런 사람하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이상하게 꼬인 문제 같은 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람.
특별하게 아픈 경험이 없는지, 살아 온 이야기도 그리...
딱히 좋아하는 음악/취미는 없지만...
음악도, 책도, 운동도, 좋은 음식도, 친구도.... 부족함 없이 접하고 있단다.
첫 인상만으로 한 사람을 규정짓는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진짜... 신문에서 정형화하는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다.
무언가 오염된 게 있으면 거기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정제된 백설탕의 순수랄까?
낯설고 어색한데... 흠잡을 데가 없다니... 난감한 경우였다.
떠들고 질문하기도 이제 쉽지 않더군. 나이가 들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