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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가 되고 싶은 아베 신조

[기고] 정치후진국 일본의 암울한 미래

 

 

오는 11일 제주에서 열릴 예정인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가할 일본 자위대가 자국 함선에 욱일기(旭日旗)를 달고 오겠다고 고집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해상사열 때 일제 전범기인 욱일기를 달지 말라고 일본에 요청했으나 자위대 통합막료장(한국의 합참의장 격)인 가와노는 지난 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자위함기(욱일기)는 해상자위관의 자랑이므로 내리고 관함식에 갈 일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해상자위대가 욱일기를 앞세워 제주항에 들어온다면 국내의 반일감정이 극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욱일기의 대한민국 영토 진입을 끈질기게 주장하는 일본 해군의 배후에는 그 나라 총리 아베 신조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 20일 열린 자유민주당(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아베는 "앞으로 헌법 개정에 매진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 9조 1항에는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초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해당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그 행사를 국제분쟁의 해결수단으로 영원히 포기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9조 2항은 이렇다. "전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과 그 밖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 

 

아베는 일찍이 2013년 9월 미국의 보수단체에서 연설하면서 "나를 우익 군국주의자라고 불러도 좋다"고 말한 바 있다. 총리라는 인물이 군국주의자를 자처하는데도, 사학 비리 등 여러 가지 추문에 관련된 혐의가 사실로 입증되었는데도, 그에게 선뜻 총리 3선을 안겨주는 집권 자민당이야 말로 '정치후진국 일본'이라는 오명을 자초한 극우적 수구집단임이 분명하다. 자민당이 만들어진 1947년부터 현재까지 총리를 지낸 인물 33명 가운데 24명이 그 당 소속이다. 자민당이 더러 다른 정당과 연정을 한 적은 있지만, 일본은 '자민당 1당 지배 국가'라는 비판을 벗어날 수 없었다. 


아베는 이 달에 안에 열릴 임시국회에 '전쟁 가능한 국가'를 뼈대로 하는 개헌안을 제출하겠다고 한다.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지만, 군국주의를 위해서라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가 필사적으로 개헌을 이루려고 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불행하게도 일본이 군국주의의 첨병이 될 수 있는 군대를 보유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일본의 가상적국이 될 가능성이 높은 나라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일본은 한반도의 어느 지역에서 자국민의 안전이 위태로워졌다는 이유 등으로 군대를 상륙시키겠다고 주장하거나, 실제로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미국과 중국이 그것을 방관하지는 않겠지만, 군국주의자 아베가 어떤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아돌프 히틀러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1939년 8월 31일 밤 폴란드 국경에 인접한 독일 도시의 방송국에 폴란드 군복을 입은 독일 요원들이 침투해 그곳을 점거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독일의 자작극이었다. 그것을 구실로 독일은 9월 1일 선전포고도 하지 않고 폴란드를 선제공격했다. 그것이 제2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이었다. 

 

아베 신조는 일제가 저지른 침략과 학살, 인권유린을 완전히 부정하는 일본 극우세력의 대표이다. 그는 일제가 조선을 식민지로 삼아 40년 가까이 억압하고 착취한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조선의 여성들을 성노예(속칭 위안부)로 강제 동원해 혹사한 만행도 '10억 엔'으로 해결하려 들었다. 중일전쟁 당시인 1937년 일본군이 난징 주변과 시내로 도망친 중국 국민당군 '잔당'을 수색한다는 명분으로 6주 동안 포로들과 민간인 30만여명을 학살한 사건도 아베는 시인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그는 일제의 잔재인 '교육칙어'를 부활시키려 드는가 하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중고교 교과서에 싣게 만들었다.

 

아베가 이끄는 일본은 과거사 청산이라는 면에서 같은 전범국가였던 독일과 정반대 길로 달려왔다. 뉘른베르크 재판을 시작으로 나치전범 응징에 나선 독일은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범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90세가 넘은 노인조차 기소해서 재판을 받게 하고 있다. 그렇게 철저한 역사 청산이 독일을 '정치 선진국'으로 만드는 동인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아베 신조의 할아버지 아베 간은 보수적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반전, 평화, 친노동을 지향했다. 그런데 아베 신조는 태평양전쟁의 '1급 전범' 용의자로 꼽혔다가 도쿄 맥아더사령부의 '배려'로 기소를 면한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가 되어 자위대가 정식 군대로 개편되면 '하일, 히틀러'를 연상시키는 '하일, 아베' 소리를 듣고 싶다는 것일까? 

 

나라와 사회를 발전시키는 차원에서 일본이 안고 있는 최대 약점은 청년 세대를 포함한 시민사회의 정치적 역동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독재와 부정부패를 자행하는 정권을 응징하기 위해 4월혁명, 광주민중항쟁, 6월항쟁 같은 투쟁이 잇달아 일어났다. 특히 지난 2016년 10월 말에 시작된 촛불집회는 23차에 걸쳐 연인원 1700만여명이 참여하는 거대한 혁명으로 발전했다. 그 결과로 국정농단의 주범인 박근혜와 최순실은 감옥으로 가서 1·2심에서 장기형을 선고받았고, 이명박도 그 뒤를 따랐다. 아베가 한국의 정치지도자라면 비슷한 처지에 빠졌을 것이다. 

 

아베는 근년에 모리모토학원과 가케학원에 특혜를 준 사건 때문에 정치적 사망선고 직전에 이른 적이 있다. 그는 고위 관료들을 동원해 거짓말을 하게 하고 증거를 인멸함으로써 가까스로 궁지를 벗어났다. 역설적으로 그의 장기는 미국의 트럼프 정권에 비굴할 정도로 아부하면서, 미국보다 강경하게 북한 제재론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던 그는 올해 들어 남한과 북한이 극적으로 화합하고 트럼프가 거기에 호응하자 무임승차 하듯이 북한을 향해 추파를 보내고 있다. 

 

어쨌든 아베가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일본의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졸자 취업률이 98%로 역대 최고라는 사실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는 꿈같은 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아베노믹스'가 돈을 마구 찍어내어 유동성을 높이는 정책을 일삼음으로써 고용률을 높이고 경기를 향상시킨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2018년 들어 한반도에서는 민족 자주와 자결의 기운이 거세게 치솟아 오르고 있다. 가까운 시일 안에 통일이 되지 않더라도, 지금 같은 추세로 남북의 평화공존과 협력을 향한 노력이 계속된다면 우리 겨레는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 공동 번영의 길로 함께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베가 군국주의 개헌을 한다 하더라도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 그의 야욕을 여지없이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cckim999@naver.com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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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경찰서의 '민중의 몽둥이' 흑역사

[동작 민주올레] 동작지역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역사 탐방⑪ - 노량진길

18.10.05 10:39l최종 업데이트 18.10.05 10:39l

 

지난해 2017년은 촛불혁명의 승리로 우리 사회 민주화의 새로운 전기를 맞은 해이고, 내년 2019년은 3.1혁명(3.1운동) 100주년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여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유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서울 동작구를 '동작 민주올레'라는 이름으로 구석구석 탐방하면서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탐방은 총 6개 길(대방길, 노량진길, 흑석길, 상도길, 현충원길, 신대방길)로 나누어 진행하며, 코스별로 6~7회에 걸쳐 연재한다. <대방길> 연재를 마치고, 이번에는 <노량진길>이다. - 기자 말

'동작 민주올레' – <노량진길> 4회

▶ 코스안내 : ①노량진 삼거리 - ②노량진 수산시장 - ③노량진역 광장 - ④옛 노량진경찰서(현 동작경찰서) - ⑤컵밥 거리 - ⑥가톨릭노동청년회 - ⑦사육신공원 - ⑧노강서원 터 - ⑨노량진 나루터(노들나루공원) - ⑩한강인도교(한강대교)
 

동작경찰서 노량진역에서 바라본 동작경찰서. 2006년까지는 노량진경찰서였다.
▲ 동작경찰서 노량진역에서 바라본 동작경찰서. 2006년까지는 노량진경찰서였다.
ⓒ 김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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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민중의 지팡이'인가, '독재정권의 하수인'인가... 옛 노량진경찰서

노량진역 광장 맞은편에 있는 동작경찰서는 2006년까지 노량진경찰서였다.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이기는커녕 '민중을 향한 몽둥이' 역할을 하던 독재정권 시기 노량진경찰서는 동작구민, 특히 중앙대·숭실대생들에게는 원성의 대상이었다.

중대생들의 '총학생회장 구출 투쟁'에 맞선 노량진경찰서

 

1990년 5월 29일부터 노량진경찰서 입구에서는 중앙대생들의 연좌농성과 경찰의 강경진압이 반복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 특이한 광경은 중앙대 총학생회장 김영진이 전날 노량진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강제 연행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대학가에서 동료 학생의 연행에 대하여 끈질기고 거세게 항의시위를 벌이는 대학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중앙대 학생들은 노량진경찰서 앞에서 연좌농성·화염병시위·평화행진 등을 병행하면서 시위를 벌였다. 무려 119명이 연행되는 상황에서도 '총학생회장 구출-전대협 사수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

이들의 핵심 전술은 학과별로 돌아가면서 노량진경찰서 앞 연좌농성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여학생들이 머리채를 잡히고 뺨을 맞는 일까지 발생하자 지나가던 시민들은 경찰에 심한 야유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노량진경찰서는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중앙대 학생들의 시위에 강공으로 맞선다. 화염병으로 맞서는 대학생들에 대해서는 구속으로 대응하고, 연좌농성이나 평화시위를 하는 대학생들에 대해서는 전원연행으로 맞선다.

노량진경찰서는 경찰서 입구에서 농성하던 중앙대 학생들을 29일에는 69명, 30일에는 25명을 연행하는 등 무려 119명을 연행한다. 급기야 31일 새벽에는 중앙대 학생들이 노량진경찰서 정문초소에 화염병까지 던지는 일로 비화하자, 박진용 학생 등 2명을 '화염병 사용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연행하여 구속하기도 한다.

이때 중앙대 학생들과 노량진경찰서의 항의시위와 경찰의 연행·구속이라는 악순환이 무려 다섯 차례나 반복되었다고 한다.('학생회 간부 구출-강경 진압 악순환', 한겨레신문, 1990. 6. 2) 
 
중앙대 학생들과 노량진경찰서의 대결을 보도한 한겨레신문(1990. 6. 2) 노량진경찰서가 당시 중앙대 총학생회장 김영진을 구속하면서 시작된 중앙대 학생들과 노량진경찰서의 대결은 구출작전과 강경진압이라는 악순환을 5차례나 반복했다.
▲ 중앙대 학생들과 노량진경찰서의 대결을 보도한 한겨레신문(1990. 6. 2) 노량진경찰서가 당시 중앙대 총학생회장 김영진을 구속하면서 시작된 중앙대 학생들과 노량진경찰서의 대결은 구출작전과 강경진압이라는 악순환을 5차례나 반복했다.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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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서 난동을 부린 노량진경찰서 사복 경찰들

이보다 며칠 전인 1990년 5월 24일에는 노량진경찰서 소속 "사복경찰 200여 명이 숭실대 구내로 들어가 학생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돌을 던지고 쇠파이프 등을 휘둘러 건물 유리창 80여 장이 깨지고 교직원 승용차 3대를 부서지게 하는 등 한동안 난동을 부렸다".

경찰은 시위 학생들이 건물로 달아나자 "교문에서 50m 떨어진 과학관으로 쫓아가 사과탄을 던져 넣으며 총장실 대형유리창 4장과 1층 로비의 거울과 괘종시계 등을 부수기도 했다". 노량진경찰서 소속 사복경찰들의 이러한 난동은 하루 전에 이어 이틀째 계속됐다('전경, 숭실대서 난동', 동아일보, 1990. 5. 26).

사건의 발단은 5월 22일 수배 중이던 숭실대 학생 양재봉이 교문 앞에서 경찰에 강제 연행되면서 시작됐다. 학생들은 곧바로 노량진경찰서 소속 백운파출소로 몰려가 화염병을 던지면서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파출소 유리창이 깨지고 경찰 오토바이 2대가 불타자 경찰은 M16 공포탄을 쏘면서 시위대를 해산시키기도 했다. 분이 가시지 않은 경찰은 다음날인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숭실대 교내로 진입하여 '난동'을 부리기에 이르렀다.

결국 조요한 당시 숭실대 총장이 직접 노량진경찰서를 방문해 한만석 서장에게 연행 학생 25명 전원을 석방하라는 요구와 함께 강력히 항의하는 일로 발전한다. 관할 경찰서장은 "기물파손의 95%는 학생들이 한 짓"이라고 거짓 해명한다. 여론이 들끓자 치안본부마저 자체 감찰팀을 동원하여 노량진경찰서를 감찰하겠다고 나서며 사태를 무마한다.

당시 노량진경찰서가 숭실대에서 보여준 보복테러를 벌이는 듯한 행태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 본연의 모습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이는 공권력을 가장하여 '공폭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차라리 조폭 집단의 모습에 어울렸다. 
 
<전경, 숭실대서 난동>(동아일보, 1990. 5. 25) 노량진경찰서 소속 사복경찰들이 보여준 숭실대 난동 사건은 마치 조폭집단의 보복테러 행태와 비슷했다.
▲ <전경, 숭실대서 난동>(동아일보, 1990. 5. 25) 노량진경찰서 소속 사복경찰들이 보여준 숭실대 난동 사건은 마치 조폭집단의 보복테러 행태와 비슷했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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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한 노량진경찰서의 흑역사

노량진경찰서는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인 1966년 영등포경찰서에서 분리돼 만들어졌고, 지금의 자리에는 1967년 건물을 신축하면서 들어섰다. 그러다 보니 노량진경찰서는 출범과 함께 독재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량진경찰서의 흑역사는 경찰서가 시작된 지 불과 몇 개월도 안 되는 1967년 2월 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여성 인권 유린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방동 '서울시립 부녀보호소'에서 158명의 원생들이 탈출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때 노량진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출동하는데, 이들이 휘두른 곤봉에 윤아무개씨와 장아무개씨 등 2명이 부상을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집단탈출 소동-시립부녀보호소원생들', 경향신문, 1967. 2. 9).

이후에도 노량진경찰서는 1970년에는 235명의 집단탈출을 주도한 황아무개씨를 비롯한 9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는 등 '서울시립 부녀보호소'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인권침해 사건을 해결하는 데 나서기보다는 외히려 이를 덮는 데 경찰력을 동원하고 행사한다.
   
서울시립 부녀보호소 집단탈출 사건을 보도하고 있는 경향신문(1967. 2. 9) 노량진경찰서는 여성 인권침해의 상징적인 장소 대방동 <서울시립 부녀보호소>에서 탈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출동하여 서울시의 인권침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였다.
▲ 서울시립 부녀보호소 집단탈출 사건을 보도하고 있는 경향신문(1967. 2. 9) 노량진경찰서는 여성 인권침해의 상징적인 장소 대방동 <서울시립 부녀보호소>에서 탈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출동하여 서울시의 인권침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였다.
ⓒ 경향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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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경찰서의 흑역사는 관할구역에 있던 중앙대와 숭실대, 총신대 학생들을 상대로 더 자주 일어났다.

1971년 10월 16일 새벽 이인근 등 중앙대 학생 4명을 시위주동 혐의로 연행해 5일 만에 석방했다는 기사를 시작으로 언론에 등장하는 것만 따져도 독재정권의 하수인 노릇은 1973년 숭전대(숭실대의 당시 이름) 학생 600여 명의 반유신투쟁을 진압하면서 최경열 등 3명을 연행한 일, 1974년 반유신투쟁에 나선 김철웅 등 중앙대 학생 3명을 연행하여 구류에 처한 일, 1975년 중앙대생 2명과 숭전대생 2명을 연행한 일 등 계속 됐다. 매년 반유신투쟁에 나선 대학생들에 대한 탄압을 지속적으로 행해왔던 것이다.

이러한 노량진경찰서의 흑역사는 1980년 광주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수백의 시민들을 학살하고 들어선 전두환 군사정권 때에 그 도를 더한다. 1980년 광주의 진실을 알리려는 중앙대, 숭전대, 총신대 학생들의 헌신적 활동은 1980년 9월 개강과 함께 채플시간에 계엄해제와 독재타도를 주장하는 유인물을 배포한 숭실대 학생들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노량진경찰서는 광주의 진실을 알리려고 하는 대학생들의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시위주동 학생들을 잇달아 연행하고 구속하는 것으로 맞선다.

1981년 3월 23일 중앙대 도서관 3층 열람실에서 유인물 배포하며 교내시위를 주도한 박문수, 김증래, 오춘성 등 3명의 학생을 구속하는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5월 7일 마찬가지로 도서관 3층 열람실에서 시위를 주도한 중앙대생 박영권과 이상 등 2명을 구속한 일, 1982년 9월 도서관 4층에서 '학우에게 보내는 글'을 배포하면서 밧줄 시위를 주도한 중앙대생 이근원과 임재선 등 2명을 구속한 일, 같은 해 11월 교내시위를 주도한 중앙대생 김연명을 구속한 일도 다 노량진경찰서가 한 일이다.

1983년부터는 시위가 더 자주 발생함에 따라 구속자도 급증했다. 숭전대에서는 교내시위를 주도한 김상림과 최성남 등 2명(3월), 소유진, 윤석호, 윤성환 등 3명(6월), 배정섭, 배영환 등 2명(11월), 함지호, 이기원, 박재국 등 3명(11월)이 잇달아 구속된다. 중앙대생들도 교내시위를 주도한 윤민탁, 박수일 등 2명(5월)과 이도형, 김민수 등 2명(6월), 기형노, 배정미 등 2명(10월)이 잇달아 구속됐다.

1985년 2.12총선을 앞두고 민정당 동작지구당사 앞에서 '독재타도' '민정당 독재 결사반대' '전두환 타도' 등의 구호를 외치며 횃불시위를 벌이다 연행된 14명도 노량진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구속(3명) 또는 구류 처분을 받았다. 같은 사건으로 수배 중이던 숭전대 조혜란 학생도 노량진 육교 위에서 다시 시위를 벌이다 노량진경찰서에 연행돼 구속됐다.

노량진경찰서의 흑역사는 신대방동에 있던 1970년대 민주노조의 상징 원풍모방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데도 흔적을 남기고 있다. 원풍모방 노동자들은 한국모방 시절이던 1972년부터 '노동조합 정상화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해 9월 노량진경찰서가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역할을 맡아 방용석과 정상범 등 노조 간부 2명을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한국모방 노조간부 구속을 알리는 동아일보 기사(1972. 9. 6) 노량진경찰서는 관할구역에 있던 대표적인 민주노조 원풍모방 노조를 탄압하는 데도 앞장섰다.
▲ 한국모방 노조간부 구속을 알리는 동아일보 기사(1972. 9. 6) 노량진경찰서는 관할구역에 있던 대표적인 민주노조 원풍모방 노조를 탄압하는 데도 앞장섰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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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11월 남부경찰서가 새로 생기면서 원풍모방 노조의 관할이 바뀐 관계로 한동안 잠잠했던 노량진경찰서는 1982년에는 검찰과 안기부, 보안사와 구청, 노동부 등 관계자와 함께 '동작구 지역 공동 대책회의'(4. 19)와 '확대지역 노동대책회의'(동작구와 영등포구, 7. 9)에 이종석 당시 노량진경찰서장이 잇달아 참석하여 원풍모방 노조 와해 방안 마련에 앞장서기도 했다.

1986년 '신길동 가두투쟁'과 노량진경찰서

노량진경찰서는 연행된 대학생들을 가혹하게 다루는 곳으로도 유명했다. 1986년 당시 대학생과 노동자가 연대해 전태일 열사 26주기 '신길동 가두시위'(11. 13)를 벌였다. 이날의 시위는 보름 전에 있었던 건대사건(10.28)으로 무려 1276명의 대학생이 구속된 직후였음에도 1000여 명의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시위는 장시간 격렬하게 진행돼 전두환 군사정권에게 큰 충격을 줬다. 더군다나 이들은 전두환 군사정권과 타협해 추진하는 개헌을 기만이라고 규정하고, '전두환 군사정권을 타도하고 제헌의회를 소집하여 민족민주헌법을 제정하자'는 급진적 주장을 내세웠다.  

이에 치안본부로부터 사전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찰서장이 대기발령 조치까지 당하자 노량진경찰서는 연행한 학생들을 구타하는 등 보복성 가혹행위를 벌이기도 한다. 이 '신길동 가두시위'로 현장에서 연행된 대학생과 노동자 40명 중 37명을 포함하여 총 48명이 구속됐다.
 
1986년 '신길동 가두시위' 소식을 알리는 동아일보 기사(11. 14) 노량진경찰서는 '신길동 가두시위'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고 경찰서장이 대기발령 조치를 당하자 연행된 노동자와 대학생들에게 가혹행위를 하기도 하면서 무려 48명을 구속한다.
▲ 1986년 "신길동 가두시위" 소식을 알리는 동아일보 기사(11. 14) 노량진경찰서는 "신길동 가두시위"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고 경찰서장이 대기발령 조치를 당하자 연행된 노동자와 대학생들에게 가혹행위를 하기도 하면서 무려 48명을 구속한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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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경찰서 → 동작경찰서, 이름 바꿨지만...

노량진경찰서는 2006년 동작경찰서로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독재정권 시기 독재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충실히 한 과거의 유산을 여전히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단적으로, 최근 노량진수산시장 사태에서 수협 측의 강제 철거 시도와 이에 맞서는 시장 상인 간에 발생한 여러 폭력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동작경찰서가 일방적으로 수협의 편을 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은 동작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와 기자회견, 대중 집회까지 열면서 "동작경찰서는 편파수사를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의 동작경찰서 앞 집회 장면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은 집회를 통해 "동작경찰서가 편파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의 동작경찰서 앞 집회 장면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은 집회를 통해 "동작경찰서가 편파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김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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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노량진경찰서의 편파수사에 대한 문제제기는 2016년 겨울 이수역 7번 출구 노점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구청의 노점상에 대한 집단감금, 집단폭력 사건에서도 나왔다. 노점상 한 명이 노점상 철거과정에서 철거에 동원된 용역에게 집단감금, 집단폭행 당했다고 고소한 사건에 대해 처음 경찰은 '혐의 없음'으로 처리했다가 검사의 재수사 요구에 직면해 일부 용역의 폭력 혐의를 확인해 검사에 보고하지만, 동작구청의 '교사' 여부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수사로 일관하다 결국 '혐의 없음' 처리했던 것이다.     

촛불혁명의 결과 정권이 교체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상황에서도 경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마음은 대단히 착잡할 수밖에 없다. 적폐청산은 역시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자동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걸 동작경찰서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동작경찰서가 이제라도 새로운 시대 흐름에 부응하여 '권력이나 자본의 하수인'이 아니라 진정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주길 다시 한 번 소망해본다. 

* 이어 [동작 민주올레] 동작지역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역사 탐방⑫(노량진길 5회)가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학규는 동작역사문화연구소 공동대표 겸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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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째 우리의 외침 외면하면 인권의 정부가 아니다

[목요집회] 26년째 우리의 외침 외면하면 인권의 정부가 아니다
 
 
 
박한균 기자 
기사입력: 2018/10/04 [22:39]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남북정상이 합의한 10.4선언이 발표된지 11주년이 되는 2018년 10월 4일 오후 2시 탑골공원 앞에서 1190회 민가협 목요집회가 열렸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사회를 맡은 이종문 한국진보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남북정상이 합의한 10.4선언이 발표된지 11주년이 되는 2018년 10월 4일 오후 2시 탑골공원 앞에서 1190회 민가협 목요집회가 열렸다.

 

사회를 맡은 이종문 한국진보연대 대외협력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전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서 정상회담 논의를 한다고 한다. 이에 북은 제재를 풀어달라고 구걸하지 않겠다는 말로 당당한 기개를 보여줬다. 우리도 양심수 풀어달라고 구걸한 적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양심수 석방하고 인권 대통령으로 설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당당하게 이 땅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26년 째 이 자리에서 외치고 있는 우리를 외면한다면 인권의 정부가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양심수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 조순덕 민가협 상임의장.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조순덕 민가협 상임의장은 ‘평화의 시대, 양심수를 석방하라’라고 외치면서 여는 발언을 시작했다.

 

조순덕 상임의장은 “26년 간을 목요집회를 이어가고 있는데 남북정상회담, 10.4선언을 축하하는 나라 분위기 속에서도 촛불정부가 양심수를 감옥에 가둬놓은 현실이 안타깝다. 한 명의 양심수도 감옥에 남지 않도록 힘쓰자”라고 말하면서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다.

 

▲ 임방규 통일광장 비전향 장기수.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다음으로 임방규 통일광장 비전향 장기수는 “오늘은 10.4공동선언 11주년을 맞아 남측 대표단들이 평양에 간 날이다. 이렇게 정세는 급변하지만 미군은 우리 땅 오가는 것을 자기들에게 허가 받으라는 말로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미제를 몰아내지 않고서는 자주적인 통일도, 민주화도 이뤄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속적인 투쟁을 독려했다.

 

이에 사회자는 “2007년 10월 4일, 6.15공동선언의 실질적 이행에 대해 합의한 것이 10.4선언이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권이 그 합의를 무력화시키고 모든 약속을 파기한 바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공동선언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말로 이행 의지를 밝혔다. (대표단들이)개성공단 뿐 아니라 경제협력 문제를 해결하고 온다고 하니 큰 박수로 지지해주자”고 말했다.

 

▲ 지난 8월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대북사업가 김호 씨의 아버지 김권웅 씨.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또한 지난 8월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대북사업가 김호 씨의 아버지 김권웅 씨는 “존경하는 서울 시민 여러분, 어린 초등학생, 유치원생 아이들이 자고 있는 집을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가) 압수수색하고 사랑하는 내 아들을 잡아갔다. 이런 억울한 일이 어디 있는가. 많은 이들이 남북을 오가고 만나는 평화시대에 사업 상 북한 인사와 접촉 한 이유로 한밤 중에 사람을 잡아가는 것이 가당한 일인가. 제발 우리 아들을 풀어 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이어 사회자는 “독립군 때려잡던 치안유지법이 1948년 10월 19일, 더 이상 동족 살상을 못하겠다는 군인들을 학살하고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만든 법이 국가보안법이다. 더 이상 애꿎은, 선량한 시민들을 이 법으로 탄압할 수 없다는 것을 당당하게 외쳐야 한다”며 “국가보안법 철폐하고 김호를 석방하라!”고 외쳤다.

 

▲ 내란음모 사건으로 5년 간 수감되었다가 지난 9월 29일 석방된 김홍열 전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과 아내 정지영씨.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내란음모 사건으로 5년 간 수감되었다가 지난 9월 29일 석방된 김홍열 전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의 아내 정지영씨.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내란음모 사건으로 5년 간 수감되었다가 지난 9월 29일 석방된 김홍열 전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은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조작사건, 국가보안법이라는 시대의 악법으로 징역살이 5년 만에 이렇게 밝은 햇빛 아래 민가협 어머님들과 양심수 후원회 회원님들, 구속노동자 회원 여러분 앞에서 감사의 인사를 드리게 됐다. 정말로 익숙한 풍경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지난 5년 간의 낯선 풍경은 참으로 국가보안법이 어떤 법인지, 왜 야만적인 법인지, 온 몸으로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반드시 철폐시켜서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사는 새 세상을 만드는 데 앞으로의 모든 힘을 쏟아 붓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이석기 전 의원이 갇힌 지 6년이 되고 있다. 그의 석방은 자주, 통일, 평화, 번영을 앞당기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은 명분도 이유도 없다. 이석기 의원을 반드시 석방시키고 국가보안법을 철폐시키는 길에 힘을 모아 나가자”고 석방 인사를 전했다.

 

김홍열 전 위원의 아내 정지영 씨는 “내가 한 때 김호 씨의 아버지처럼 그 자리에 있던 때가 아프게 떠오른다. 많은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얼마 전 아들도 군대에서 첫 휴가를 나와서 식탁에서 밥을 먹고 가족 사진도 찍었다. 그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요즘이다. 아직도 감옥에 있는 분들도 하루 빨리 일상에 돌아오기를 바란다. 지금껏 함께 지켜와 주신 분들께 감사한다”고 인사를 덧붙였다.

 

한편 ‘남북경협사업가 김호 국가보안법 증거 조작사건 시민사회 석방대책위(이하 대책위)’는 오는 8일(월)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김호 씨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11시 10분에는 중앙지법 502호에서 김호 씨의 첫 재판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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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트럼프와 '시간 게임' 해야 한다"

[인터뷰]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2018.10.04 08:32:36
 

 

 

 

"흥미롭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것은 보수적 범주에 속할 수 있는 사람이 정형화된 사고의 틀을 뛰어넘어 전혀 다른 차원에서 평화의 문제와 가치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프레시안에 보내온 서평을 통해 홍석현 이사장의 책 <한반도 평화 만들기>를 극찬하며 "저자는 남북한 간 평화공존의 긴 과정을 거친 이후의 과제로 통일을 내다보는 시각을 통해 민족 문제를 접근한다"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보기 : 홍석현의 평화 구상이 가치 있다고 보는 이유)

보수언론의 사주를 지낸 한국사회 최상층에 속하는 이가 보수의 관성에서 벗어난 시각을 제기한 점에서, 통일만이 평화를 실현하는 길이라는 익숙한 접근법을 탈피해 '평화'를 우선적 목표로 제시한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에 이르는 여정을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에 비유했던 홍 이사장의 후속작이 이달 중순 출간된다.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가제). 불과 1년 전까지 '말 폭탄'을 뿜어대던 북미 정상이 마주앉을 정도로 평화가 손에 잡힐듯한 상황이지만, 완전한 평화까지는 여전히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메타포 같다.  

급물살을 타는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반영해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새 책에 담았다고 한다. 새 책 출간을 앞두고 3차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의 일원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홍 이사장을 만나봤다.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놓고 벌이는 북미 간 줄다리기에 홍 이사장은 북한의 '프런트 로딩'을 강조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해외 반출이나 핵무기 일부를 해체하는 수준의 과감한 선행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계적‧동시적 맞교환을 요구하는 북한의 주장에 일리가 있더라도,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입장에선 "북한이 신뢰를 줄만한 행동을 아직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행동을 지렛대로 미국의 조야를 설득하면서 반 발, 한 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간 게임'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북미 협상 자체에 우호적이지 않은 미국 여론과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국내정치적 위기를 고려할 때, 신경전이 길어지면 북한이 실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김 위원장이 리더로서 신속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한이 원하는 제재 해제 조치도 "트럼프 마음을 움직여야 가능하다"고 했다. 
 
홍 이사장은 이어 "북한 비핵화 문제는 국제문제라는 시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면서 동북아 역학관계 상 '북한 비핵화 실패 → 일본 핵무장 → 중일 패권경쟁'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했다. 
 
또한 홍 이사장은 북미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국제 문제로 미중 갈등을 지목하며 "이렇게 빨리, 심각하게 갈 줄 몰랐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미중 갈등의 원인을 "중국의 군비 확충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라며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었어도 미중 충돌은 언젠가 벌어질 일이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미국 주류들이 전반적으로 현단계에서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남남갈등'을 경계했다. 홍 이사장은 "국회에서 비준할 수 있는 합의를 만들어서 굳혀나가는 작업이 대북정책이고 남남갈등 줄여나가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또한 북한 경제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며 야당을 향해 "퍼주기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고, 문 대통령에게는 "북한을 설득한 만큼 야당 지도자, 보수와도 많은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한편 홍 이사장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사이에 벌어진 '한반도 평화체제 논쟁'에 대해선 "통일을 가슴에 안고 평화의 길을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통일로 이어질 것"이라며 "'통일이냐 평화냐' 하는 문제를 지금은 얘기를 안 하는 게 좋다"고 지나친 과열을 경계했다. 
 
다음은 지난 1일 박인규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이사장이 진행한 홍석현 이사장 인터뷰 전문. 
 

▲ 홍석현 한반도 평화 만들기 재단 이사장 ⓒ한반도평화만들기

"1994년 만난 김대중 대통령에게 지적 충격" 
  
프레시안 : 1990년대부터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많이 기울여 왔는데,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홍석현 : 내가 1974년 스탠퍼드대 대학원생으로 공부할 때, 케임브리지대학의 맑시스트인 조앤 로빈슨 교수가 온 일이 있다. 그 분이 북한을 다녀와서 1964년 발간한 <코리안 미러클>이라는 소책자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 로빈슨이 말한 코리안 미러클은 대동강의 기적이었다. 한강의 기적은 그 다음이었다. 당시 북한은 정말 못사는 나라인줄로만 알았는데 일인당 소득이 우리보다 높았다는 것(일인당 GDP가 2배)을 알고 쇼크를 받았다. 우리나라보다 잘산다는 북한을 다시 보게 된 첫 번째 계기였다. 남북의 경제력이 역전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이후였다. 물론 폐쇄경제인 북한 경제는 이후 더 이상 의미 있는 성장이 어려웠다.
 
두 번째는 내가 원불교 신자인데, 원불교 3대 종법사인 대산 김대거 종법사님이 1986년부터 통일 말씀을 하시면서 관심을 가지라고 했다.  
 
그러다 1994년 만난 김대중 선생이 결정적이었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소위 '이부영 조문 파동'이 났을 때, 김대중 선생이 나를 일산 자택으로 불렀다. 이희호 여사 조카인 내 친구와의 연으로 김대중 선생과는 어릴 때부터 오랜 인연이 있었다. 그런 인연으로 편하게 여기셨는지 김대중 선생이 '다른 신문은 몰라도 홍 사장은 공부를 한 사람인데 왜 그렇게 하느냐'면서 서너 시간동안 강의를 하시더라. 그때는 내가 통일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았을 때였는데, 상당히 깊은 지적 충격을 받았다.  
 
돌아와서 중앙일보 내부적으로 토론을 많이 했다. 당시 한완상 부총리가 물러나고 김영삼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강경노선으로 바뀌었을 때인데, 중앙일보는 1995년 초 대북 포용정책에 관한 사설을 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했다. 북한 붕괴론이 나올 때였으니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갖지도 않았다.  
 
프레시안 : 예산의 1%를 대북 지원에 쓰자는 제안도 했었는데.
 
홍석현 : 2002년에 '예산 1%' 얘기를 했다. 2008년에도 다시 한 번 했다. 진보 정권 때 내가 던진 화두였다. 당시에 정책화됐으면 계속 살려나갈 수 있었을 텐데, 홍석현이 던진 화두라서 수용하기 어려웠던 게 아닌가 싶다.  
 
1% 예산을 말한 이유가 있다. 선진국들은 ODA(공적개발원조)를 많이 한다. GDP의 0.17%가량 된다. 우리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한 지원 금액과 함께 예산의 1% 가량을 적립하면 0.15% 정도 수준은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먼 나라를 지원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 동포인 북한을 위한 적립은 해나가자고 한 것이다. 그런 뜻에서 제안했지만 메아리는 없었다. 그 때 적립하기 시작했으면 지금은 70~80조 원 정도 됐을 것이다. 
 
"ICBM 해외 반출 등 '프런트 로딩'으로 트럼프 마음 움직여야"
 
프레시안 : 문재인 대통령과 평양 방문을 함께 하고 돌아왔다. 방북이 처음은 아닌데,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자면? 
 
홍석현 : 20년만의 두 번째 방북이다. 첫 방북은 1998년이었다. 사석에서 만난 유홍준 교수와 정치적으로는 방북이 안 되니 문화 코드로 접근해보자고 해서 유홍준 교수, 고은 시인, 김주영 소설가와 함께 방북을 했다.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당시 일주일 간 일정을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다 짜주기도 했다. 
 
첫 방북을 생각하면 곧 다시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벌써 20년이 됐다. 1998년 8월에 처음 갔을 때는 '고난의 행군' 막바지였다. 김치가 없을 정도로 북한이 어려울 때였다. 원로자문단 일원으로 이번에 가보니 엄청나게 바뀌었다. 겉모습만 보면, 50~60층 아파트들이 즐비한 대동강변 려명거리도 그렇고 외관상으로는 주민들 옷차림도 많이 좋아졌다.
 
특히 경제발전에 대한 북한의 열망이 가장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우리가 60~70년대에 '과학입국'을 강조했던 때처럼, 북한 어린아이들이 과학자가 꿈이라고 할 정도로 과학자를 우대하는 분위기였다. 과학자들 덕에 핵이 완성됐다는 생각도 가진 것 같았다. 최근 신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김책공대 70주년 기념식에서 목례하는 사진을 봤는데, 그만큼 과학입국에 관한 열망, 경제발전에 대한 큰 열망이 가장 인상 깊었다.  
 
프레시안 : 5~6월만 해도 곧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고 종전선언도 곧 이룰 수 있을 듯한 분위기였지만, 이번 문 대통령 방북 때도 비핵화가 가장 중요한 의제였다. 이번 방북의 성과와 의미를 평가하자면? 
 
홍석현 : 6월 전까지는 기대수준이 굉장히 높았다. 개인적으로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문이 추상적이어서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본다. 폼페이오 장관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큰소리를 친 것에 비하면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4.27 판문점 선언보다 진일보한 합의 수준이 나와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북미 정상이 만났다는 상징성 이상으로 진척되지 못했다. 거기서부터 험난한 길이 예고됐다. 
 
이런 상황에서 평양 남북 정상회담은 비핵화를 의제화한 것이 성과다. 물론 평양 정상회담도 기대를 모두 충족시키지는 못했지만,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발사대를 참관인을 두고 폐지하기로 한 점,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달았지만 영변 핵시설 폐기 용의를 밝힌 점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본다. 제일 중요한 성과는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를 문 대통령이 재점화한 것이다. 비핵화 과제는 우리도 당사자이지만, 핵심적으로는 북미가 풀어야 할 과제다. 이를 재점화하고 의제에 올려놓은 것은 상당한 성과다. 
 

▲ 홍석현 한반도 평화 만들기 재단 이사장 ⓒ한반도평화만들기

프레시안 :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독특한 개성 가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톱다운 방식 담판이다. 하지만 싱가포르 회담 이후 실무관료들의 견제나 저항이 있고 미국 내 여론이 좋지 않다.  
 
홍석현 : 미국의 기득권층이나 싱크탱크, 의회 양당, 백악관 내에서조차 북한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 하지만 톱다운 방식은 북한에게는 최대의 축복이다. 트럼프 같은 성향을 가진 대통령이 아니라면 여기까지 오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북한도 그런 인식 가지고 있다고 본다.
 
다만 북한이 좀 더 빨리 '시간게임'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오랜 세월에 거쳐서 체결한 이란 핵 협정마저 파기한 미국을 믿지 못하는 북한 입장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조금 더 빨리, 과감한 행동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있다.
 
프레시안 : 북한은 미국이 취한 조치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 하나밖에 없는 반면, 풍계리 실험장 폐쇄 조치 등은 불가역적인 조치 아니냐고 반발한다. 
 
홍석현 : 인식의 차이다. 북한 주장이 논리적으로는 틀리지 않다. 북한의 조치는 불가역적이고 미국의 조치는 가역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초강대국의 대통령이 아무런 조건 없이 김 위원장을 만나줬다. 이로 인해 얻은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자산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다.  
 
프레시안 : 단계적 동시적 해법도 중요하지만 미국과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 차이도 있으니 북한이 반 발짝은 앞서 나가야 한다는 얘기인가?
 
홍석현 :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는 전문가들의 참관 없이 기자들만 참여했다. 미국 입장에선 비핵화 행동에 들어갔다고 인정할 수 없는 조치다. 또한 나름대로 핵 개발에 이유가 있었더라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건 북한이다. 비핵화는 미국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문제라는 의미다.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신뢰를 줄만한 행동을 아직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논리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수긍할 만한 점도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 회담의 의미를 되새기고, 남한 대통령이 우호적인 이 타이밍을 살려서 행동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프런트 로딩'이 필요하다.  
 
북한 핵무기 숫자와 관련해서, 많게 보는 사람들은 65개 정도로 보고, 북한은 10~20개라고 주장한다. 북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25~30개라고 추정한다. 35개 전후라고 봐도 상당한 양이다. 북한을 의심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지금까지 북한이 비핵화 행동을 했다고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물질 신고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미국이 리스트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신고를 다 할 수도 없고 반쯤만 하면 거짓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프런트 로딩의 의미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해외 반출한다거나 핵무기 몇 개를 해체하는 액션이 있어야 한다.  
 
프레시안 : 해커 박사는 비핵화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처음부터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홍석현 : 해커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 완전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북한이 국제사회와 신뢰를 쌓아가는 반보의 행동이 필요한 것 아닌가 싶다. 국제사회는 지금까지 조치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프레시안 :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성의 있는 조치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언한다면? 
 
홍석현 : 구체적 방안까지 내가 언급할 수는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간게임을 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행동을 지렛대로 미국의 조야를 설득하면서 반 발, 한 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행동으로 구체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리용호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은 터프해 보였지만, 기본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해 북한 리더들이 지금처럼 살 수 없다고 절감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제사회를 움직여야 가능하다는 것을 안다는 뜻이다. 
 
북한 인사들이 방북 기업인들을 최고 VIP처럼 대접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로 경제를 발전시켜보고 싶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쇠도 뜨거울 때 두드려야 하듯이 남쪽에 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서있고 다들 도와주고 싶어 하니 프런트 로딩이든 사찰이든 신고든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 마음을 움직일만한 진정성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북한 입장에선 비핵화 추가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로 제재해제를 바라는 것 같다.
 
홍석현 : 제재 해제가 가장 크다. 중국, 러시아가 사실상 부분적 해제를 하고 있다고 해도 의미 있는 제재 해제가 일어나려면 트럼프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정치적 부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싱가포르 회담처럼 하지는 못할 것이다. 북한의 행동을 약속 받고 실천에 들어가야 회담도 가능하다. 구체적 비핵화 조치가 약속되지 않으면 2차 정상회담은 무산될 것으로 본다. 2차 정상회담까지 가서도 대북 제재가 완화되지 않으면 북한으로서도 허탈할 것이다. 중요한 때인 만큼 김정은 위원장이 파격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 
 
프레시안 : 싱가포르 선언의 요지는 신뢰를 바탕으로 북미 관계를 개선해 나가자는 것이다. 미국의 제재 고수 방침, 선(先)비핵화는 강압적 비핵화라는 비판이 있다.
 
홍석현 : 싱가포르 회담은 북한이 협상을 잘 한 것이다. 그에 기반해 북한은 강압적 비핵화라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국내정치적으로나 국제적으로 북한 주장을 수용하기 쉽지 않다. 북미 간 문제가 아니라 남북 간 문제라면 가능하겠지만, 북핵 문제는 국제문제다.  
 
프레시안 : 종전선언 문제는 어떻게 보나? 
 
홍석현 : 종전선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수용했기 때문에 그 의미에 시비를 따지는 건 의미 없다. 실질적 종전은 평화협정이 체결 될 때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종전선언 자체가 신뢰를 쌓는 정치적 수단으로서 의미가 생겨버렸다. 남북미 정상들이 그 점을 다 인정했다고 본다.  
 
지금은 종전선언의 대칭점에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하느냐로 협상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미국은 지금 상태에선 종전선언을 해주지 않을 것이다. 미국 조야에서 비판하면 제아무리 미국 대통령이라도 로마 황제처럼 할 수는 없다. 10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도 예정돼 있으니 밀고 당기기가 있지 않을까 싶다.  
 
프레시안 :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중간선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많다. 공화당의 선거 전망이 좋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뒤 국내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면 북미 협상의 동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홍석현 : 많은 사람들이 그 점을 우려한다. 북한에 우호적인 사람들도 7~8월에 더 나아갔어야 한다면서 북한이 실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한다. 아직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만 보여줬을 뿐이다.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고, 민주당은 공화당보다는 북한에 우호적이라서 중간선거 이후에 대한 걱정은 덜하다. 평양에서도 중간선거 이후에 대한 면밀한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평양 회담 때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도 많은 이야기를 했으리라 본다.  
 
프레시안 : 세 정상이 노벨상을 같이 받으면 혹시 비핵화 추진에 도움이 될까?
 
홍석현 : 현재로선 내년에 공동 수상을 한다면 최선이겠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생각해보면 노벨상 수상은 후폭풍도 있다. 노벨상과 별개로 나는 김정은 위원장이 나이도 젊고 큰 꿈도 있다고 본다. '북한 주민들이 이렇게 똑똑하고 우수한데 왜 중국보다 못사느냐'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경제를 발전시킬 생각이 있다면 근본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 홍석현 한반도 평화 만들기 재단 이사장 ⓒ한반도평화만들기

"김정은 위원장, 아버지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프레시안 : 지난해 낸 <한반도 평화 만들기>에 이어 곧 새 책을 낼 계획으로 아는데, 어떤 내용을 담았나? 
 
홍석현 : <한반도 평화 만들기>는 내가 가진 여러 생각과 글을 모아서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다소 관념적이다. 이번 책은 남북관계가 급물살 타는 현실을 반영해서 남북 화해와 평화 만들기를 위한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정리한 것이다. 분량은 짧지만 나름대로 완결성을 기했다.  
 
프레시안 : <한반도 평화 만들기>를 통해 동아시아 관점에서 미중 간 이익의 조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미중 갈등 속에 중국 쪽에서도 신형대국관계에 대한 희망을 버렸다는 말도 나온다. 미중 갈등관계가 한반도 평화를 향한 프로세스에 부정적 영향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선 어떤 견해인가? 
 
홍석현 : 미중 갈등이 이렇게 빨리, 심각하게 갈 줄은 몰랐다. 미국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중국 견제는 트럼프 대통령만의 정책이라기보다는 미국 주류의 전반적 사고가 그렇다고 한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었어도 세련도나 속도, 파장에서 차이는 있을지언정 미중 충돌은 언젠가 벌어질 일이었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의 가장 큰 배경은 무역 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군비 확충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군비 확충을 가능하게 하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경제규모다. 중국은 연간 4000억불에 육박하는 대미 흑자를 내고 있다. 또 하나는 기술 경쟁이다. 중국 학생들을 많이 받으면서 첨단기술이 넘어가고 있다는 인식을 미국 주류들이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 단계에서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심각하게 보는 사람들은 1986년 일본 엔화를 절상시킨 플라자 합의처럼, 중국을 상대로 '중국판 플라자 합의'가 나올 때까지 몰아칠 거라고 보기도 한다. 플라자 합의 당시 230엔이던 일본 엔화 가치가 120엔, 80엔으로 폭등하면서 자산 거품이 일어났고 1990년 거품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다. 그때처럼 미국이 중국의 기를 꺾어버리겠다는 얘기다. 
 
나아가서 심하게 말하는 사람은 중국 정치 상황에도 충격파 갈 수 있다고 한다. 중국의 군비 확충에서 비롯된 '투키디데스의 함정(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빚게 된다는 국제정치학 용어)' 같은 것이다. 2025년까지 10대 핵심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중국의 '제조 2025' 구상에 대한 미국의 반격이다. 중국 내에서도 좀 더 도광양회를 해야 하는데 너무 고개를 빨리 들었다는 관점에서 반성이 있는 것으로 안다.
 
결국 미중 갈등은 북한 비핵화에 마이너스다. 친중파인 헨리 키신저가 트럼프와 5번을 만났다. 키신저는 트럼프에게 북핵 문제에 너무 힘을 기울이기보다는 ICBM이나 미 본토에 위협적인 문제 외에는 깊이 관여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선 기간에 남한이나 일본이 핵무장 하면 어떠냐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동북아는 굉장히 어려운 환경에 처한다. 동북아와 한반도 주변국들은 북한이 체제 안전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줘야 한다. 
 
프레시안 : 지난해 나온 저서 <한반도 평화 만들기>를 최장집 선생이 상찬한 이유는 한반도를 넘어선 글로벌 퍼스펙티브가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평화롭고 안정된 동북아시아를 보장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그랜드 바겐'"이며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광범한 교류를 통해 한반도의 통합을 위한 정지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걸림돌은 북한이 아니라 타성"이며 "불행히도 냉전시대의 안보 구조를 더 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한미 안보조약과 미일 안보조약으로 구축된 안보동맹에 의지"하면서 "새 질서나 새로운 접근방식의 제안을 꺼린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동북아는 유럽‧아세안이 통합을 이룬 것에 견줄 기회를 잡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뛰어넘어 새롭고, 어쩌면 전례 없었던 제도들을 만들어냄으로써 세계에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주게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한반도 평화만들기' 33-34쪽, 160-161쪽) 그런 측면에서 이번 책을 소개하자면?
 
홍석현 : 이번 책 내용이 좀 실제적이지만, 책의 기본 맥락은 북한 비핵화 문제는 국제문제라는 것이다. 그 시각을 잃지 않고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걸음도 나가지 못한다. 
 
동북아 관계에서 북한 비핵화가 중요한 이유는 일본에 핵무장의 빌미를 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일본 핵무장은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고 미국도 두려워한다. 만일 북핵이 고착화돼서 일본이 핵을 갖게 될 경우 발생할 중일 패권경쟁이 우리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는 미국에도 최악의 시나리오다. 우리가 깊은 생각을 가지고 북핵 문제를 국제문제로 접근해야지, 남북문제로만 접근하면 오판하기 쉽다.  
 
프레시안 : 말씀을 종합하면, 미중 갈등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실기를 할 수도 있으니 북한이 더 빨리 과감한 조치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홍석현 : 그렇다. 북한에 유일하게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은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도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싶어 하니 이를 레버리지로 잘 활용할 필요도 있다. 경제를 제대로 발전시키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프레시안 : 지난 2000년 조명록 차수와 메들린 올브라이트 장관이 뉴욕과 평양을 방문하며 북미 관계가 수교 직전까지 진전됐지만, 결국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문제를 김정일 위원장이 너무 망설여 무산됐던 것과 비교할 수 있겠다. 
 
홍석현 : 돌이켜보면 안타깝다. 북한을 아끼는 미국의 많은 유력 인사들은 그때 김정일 위원장의 망설임을 제일 아쉬워한다. 김정일 위원장이 좀 더 과감했으면 북미 관계가 해결됐을 것이다. 그때 만약 결단했다면 북미 관계가 풀렸을 텐데 김정일 위원장이 소심했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미국 대선을 계산했다.  
 
지금 상황을 보면 꼭 그때 상황과 비슷하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도 중요한 선거다. 미국 선거를 앞둔 상황이라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도 비슷한 입장에 처했다. 여기서 논리에 빠질 게 아니다. 외교 관료들의 논리는 우수하지만, 리더는 논리까지 넘어설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은 아버지가 했던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김 위원장이 시간 게임을 해야 한다는 말이 그런 의미이다.  
 
"남남갈등 큰 걱정…정권 바뀌어도 변치 않는 대북정책 세워야"
 
프레시안 : 백낙청 선생이 쓴 <흔들리는 분단체제>의 영문판 서문을 쓴 브루스 커밍스는 한반도가 분단체제가 유지되는 한 북한도 제대로 사회주의를 할 수 없고, 남한도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를 이룰 수 없다고 분석했다. 홍 이사장도 <한반도 평화 만들기>에서 남남갈등을 지적했는데. 
 
홍석현 : 분단체제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나라 국민들 중에 통일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하지만 남북갈등보다 풀기 어려운 문제가 남남갈등이다. 분단체제 문제를 이야기하면 남남갈등이 더 격화된다. 통일은 되어야 하지만 지금은 체제문제로 얘기할 때는 아니다. 동서독이 싸우지 않은 나라였던 것과 달리 남북은 전쟁을 한 나라다. 따라서 대북 문제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이루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독일의 동방정책은 빌리 브란트의 진보 정부가 만들어서 헬무트 슈미트로, 보수 정부의 헬무트 콜로 연결된 과정이었다. 일관된 정책을 만들어 가는 작업을 우리도 해야 한다. 통일을 앞세워서 분단체제에 직접적으로 접근하면 남남갈등이 심해진다. 여야 정치권을 보라. 진보 정부가 10년간 폈던 정책을 보수정부가 다 없애는 상황에서 남북문제를 풀 수 있을까. 
 
김 위원장 서울 답방을 생각해보라. 이번 방북 때 옥류관 오찬을 하며 김정은 위원장에게 정말 서울에 올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너무 간곡하게 말씀하시지만 우리 쪽은 태반이 반대입니다'라면서도 연내에 오겠다고 했다. 전날 다른 테이블에선 김 위원장이 '내가 남쪽에서 환영받을 만큼 일을 많이 못했다'고 겸손을 보이는가 하면, '태극기 부대가 데모 좀 해도 괜찮다'며 여유를 보였다고도 한다.  
 
어쨌건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올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나. 내 주변 보수 성향 분들은 김정은이 오면 엄청난 남남갈등 벌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 가서 열심히 설득한 만큼 야당 지도자, 보수와도 많은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도 100% 환영을 받을 수는 없겠지만, 분위기를 만들려면 비핵화 행동을 하고 종전선언과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등 조건들을 갖추려 노력해야 한다. 
 
프레시안 : 남남갈등은 정부 정책을 보는 차이에서 드러난다. 진보 쪽은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낸 성과를 박근혜-이명박 정부가 까먹었다고 보는 반면, 다른 쪽에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부족하다고 본다.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하자면?
 
홍석현 :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대북 정책은 큰 흐름이 같다. 하지만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다. 북한에 핵이 없거나 핵을 막아야 할 때 제기한 포용정책은 과감하고 옳았다. 다만 자민련과 동거정부였던 김대중 정부가 보수와 조금 더 진지한 대화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두 정부 모두 보수야당을 끌어들여 대북정책이 바뀌지 못하도록 하려는 노력이 좀 아쉬웠다. 
 
이명박 정부도 대북 정책을 독점하려는 욕심이 있었다고 본다. 야당과도 대화를 해가며 해야 하는데, 국정원, 통일부, 청와대 비서실까지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고 서로들 경쟁했다. 내 경우 2008년 즈음에 북한에서 초청이 와서 가려고 했었는데, 정부가 가지 못하도록 막아서 무산됐던 일이 있다. 누구든 작은 일이라도 하면 공은 대통령에게 돌아가는 것인데 정부가 다 하려고 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 3000' 정책처럼 돈으로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북한을 이해하는 수준이 낮았던 것 같다.  
 
박근혜 정부는 통일대박 논리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흡수통일을 하겠다는 것 아니었나. 흡수통일, 적화통일 논리를 잊어버리고 남북이 평화를 만들고 함께 번영하고 통일의 열망을 끌어올리면서 대화하는 게 순서 아니었나 싶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도 대북 정책을 당파적으로 이용한다고 보나?
 
홍석현 :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숨 가쁘게 왔다. 집권하자마자 북미 간에 전쟁이라도 할 것 같은 국면을 맞았다. 물론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그 와중에도 미국의 관계자가 북한을 수차례 방문했다고 한다. 그래도 '말 전쟁'을 하던 때였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올해 1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계기로 삼아서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고 4.27 판문점 회담, 6.12 싱가포르 회담으로 이어왔다. 여기까지는 당파적으로 생각했다고 보지 않는다. 전쟁 국면을 평화 국면으로 바꾸는 대단한 일을 했다. 하지만 지금부터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남아 있고, 잘 되면 제재가 부분적으로 풀려서 경협 얘기도 나올 텐데, 야당과 보수가 토라져있지 않나.
 
프레시안 : 이번 방북 때 국회의장단이나 야당과 동행 방북이 무산된 예도 있듯이, 청와대가 방북 초청 과정에서 무례했다는 평가도 있다. 
 
홍석현 : 삼권분립 관계에 있는 국회의장단이 대통령을 수행해 방북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다만 야당 대표는 갈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노력을 좀 더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문제도 있고, 대북 제재가 풀리면 예산이 많이 동원될 텐데 이런 남북관계를 다수결로 할 문제는 아니다. 
 
프레시안 : 반대로 자유한국당은 너무 막무가내로 반대하고 있다는 느낌도 있다.
 
홍석현 : 야당도 협조할 것은 협조해야 한다. 다만 여당이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정권이 바뀌어도 변치 않는 정책에 관한 남북 합의를 만드는 과정을 세워야 한다. 국회에서 비준할 수 있는 합의를 만들어서 굳혀나가는 작업이 대북정책이고 남남갈등 줄여나가는 첫걸음이다. 보수 인사들 사이에 유통되는 카톡 내용을 보면 험악하다. 우리끼리의 신뢰 부족이다.  
 

▲ 홍석현 한반도 평화 만들기 재단 이사장 ⓒ한반도평화만들기

프레시안 : 남북 화해가 되면 성장 동력이 멈춘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일부에선 남한식 천민자본주의 관점이라고 비판한다. 결국 남북 경협이 진행되더라도 남한도 바뀌고 북한도 바뀌어서 인간적이고 친생태적인 경제로 발전하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북한 경제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며, 올바른 남북 경협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홍석현 : 나는 북한 경제의 가능성을 굉장히 높게 본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사업가 출신인데, 지난해 대미 특사로 갔을 때 자기 친구들도 북한에 투자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 로저스홀딩스 회장인 짐 로저스도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 같은 사람이 봐도 북한은 백지 같다. 우선 우수한 인력이 있다. 자원도 우리보다 많다. 백두산이나 원산처럼 관광자원도 많다. 북한 경제 개발의 가능성은 상식적으로 봐도 상당히 크다. 다만 우리가 겪었던 것과 같은 경제개발의 시행착오는 피해야 한다. 친환경적 성장, 분배 정의, 도시 집중이 아닌 균형발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일각에서 '퍼주기' 비판을 하지만, 북한 경제개발의 주체는 북한이 되어야 한다. 일부 투자가 가능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남한은 성실한 조력자다.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이 북한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다고 들었다. 퍼주기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회간접자본에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있지만 국제기관과 함께 들어가면 경제성 있는 투자가 될 수 있다. 
 
프레시안 : 대북 경협을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중단을 겪은 정주영 회장의 예를 생각해보면, 북한에 미국 기업이 먼저 들어가는 게 효과적이라는 말도 있다. 자본 진입의 선후관계 문제다. 
 
홍석현 : 미국 자본도 상당히 들어갈 것으로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돈을 쓰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정부자본이다. 공공섹터 투자는 어렵더라도 민간자본은 얼마든지 대북 투자가 가능하다고 본다. 북한 지도부 마음속을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은 중국보다 미국에 의존하고 싶을 것이다. 미국 자본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많다.  
 
북한이 비핵화 문제에서 미국 조야에 감동 줄만큼 한다면, 미국 정부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북한산 제품에 대한 무관세 협정 정도는 해줄 수도 있다고 본다. 북한이 좋은 방향으로만 움직인다면, 경제가 발전하고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국가가 돼 저절로 체제보장도 되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 북한 인권문제도 남남갈등의 주요 의제다. 진보 쪽에선 생존권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나? 
 
홍석현 : 북한 인권 문제에서 나는 진보 쪽과 생각이 비슷하다. 이번 평양 방문에서 보니 저번 방북했을 때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해도 북한은 정말 어렵다. 오랜 기간 영양 부족에 시달렸던 북한 주민들의 체구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가 전쟁 없이 해결되는 게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다만 북한 인권문제는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제기하는 정치범 이슈 같은 인권 문제 정도에는 동참해야 한다. 내가 2005년 주미대사를 지낼 때,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 표결에 우리 대사관만 찬성하자고 했다. 남북관계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제사회가 추진하고 모든 나라가 지적하는 문제에는 같이 가야 한다. 
 
프레시안 : 최장집 선생은 평화를 정착시킨 뒤에 통일을 생각해도 된다는 입장이고, 백낙청 선생은 지금 가는 길이 남북연합으로 가는 길이라고 본다. 양국론과 연합론 사이에도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두 분의 논쟁이 치열하다. 단순화 하면 통일이냐 평화냐 논쟁인데, 이에 대한 견해는? 
 
홍석현 : 백낙청 선생과 최장집 교수님은 제가 오랜 동안 존경해왔고 개인적 친분도 있는 분들이다. 하지만 나는 '통일이냐 평화냐' 하는 문제는 지금은 얘기를 안 하는 게 좋지 않나 싶다. 물론 학자들은 할 수 있다고 보지만, 양국론은 너무 심하고 통일지상주의도 지금 흐름과는 동떨어져 있다. 남남통일부터 우선 했으면 좋겠다. 통일을 가슴에 안고 평화의 길을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통일로 이어질 것이다. 두 분 견해에 차이가 있지만, 실천적 방안에서는 큰 차이가 있을까 싶다. 통일이냐 양국이냐, 그건 내 머릿속에는 비껴놓고 있다. 통일을 가슴에 새기고 평화 만들기의 길을 갈 때 통일의 길이 열린다. 독일의 경우,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한 통일이 된 배경은 동독 주민들이 하고 싶어 했고 서독 주민들도 거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진정한 통일을 이야기하려면 적어도 20년은 지나야 하지 않을까.
 
프레시안 : 홍 이사장 저서에 상당부분 공감을 하면서도, 미국의 의도가 항상 선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경계해야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미국은 베트남에서 10년 이상 전쟁을 벌였고 현재 중동지역에서 15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전쟁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빌미가 되지 않았나. 
 
홍석현 : 동의한다. 국제정치에선 어느 국가도 선하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 동북아다. 군비경쟁으로 인한 갈등이 높고 미중도 충돌하고 있다. 
 
그래서 쉽진 않겠지만 동북아 국가들과 인도를 포함하고 미국까지 참여하는 나토 같은 공동 방위체가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중일 간 군비경쟁이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동북아에서 미국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프레시안 : 와다 하루키 선생도 2000년대 초에 펴낸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이라는 책에서 미국이 동북아 공동안보에 들어와야 한다면서 적어도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정당한 국익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홍석현 : 김정일 위원장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통일이 되더라도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 균형자로서 미국이라는 존재가 필요하다. 미국이 빠진 동북아는 한반도에 재앙이라고 본다. 통일이 된 후에도 공동방위체의 일원으로서 미국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을 밝혀 달라. 정치에는 관심이 완전히 없는 건가?
 
홍석현 : 내가 살아온 길을 돌이켜보면,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일관된 것은 있다. 국제기관과 정부, 신문사 일을 하면서 공적 가치에 대한 추구가 늘 있었다. 물론 사업도 했지만, 돈을 벌기보다는 공적인 가치에 시간을 더 많이 썼다.  
 
남북관계는 트랙이 잡힌 뒤로 줄곧 하게 됐다. 시작은 김영삼 정부 때 했다. 내 주변에서는 옛날식 표현으로 빨갱이 사고라고 나를 이상하게 봤다. 진보 정부 때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도 한 번도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 무슨 자리에 오르려는 것이 아니라, 길은 보이는데 환경이 안타깝다 보니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이 화두이자 나의 가야 할 길이 된 것일 뿐이다. 
 
임경구 기자 hilltop@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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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노동자의 온전한 권리를 쟁취할 것임을 선언한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10/04 10:39
  • 수정일
    2018/10/04 10:3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공무원노조, 11월 9일 연가투쟁 선포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10/04 [08:1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공무원노조가 해직자 복직과 노동3권 쟁취 등을 위한 연가투쟁에 나설 것임을 선언했다. (사진 : 공무원노조)     © 편집국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가 해직자 복직과 노동3권 쟁취를 위한 투쟁에 나선다.

 

공무원노조는 2일 오후 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해직자 원직복직노동3·정치기본권 쟁취전국공무원노동조합 11월 9일 연가투쟁 선포 200인 기자회견을 열고 “11월 9일 5천명의 연가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노동자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태도는 적폐정권의 관료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상호 신뢰를 견지해야할 대정부교섭 진행 중에도 정부는 5년 만에 가장 낮은사실상의 임금동결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고 지적했다나아가 공무원노조는 정부가 연금개악 도발을 했으며, “온갖 몽니를 부리며단체교섭까지도 교착상태에 빠트리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노조는 우선 민주노조를 건설하다 희생된 136명의 해직자를 원직복직 시킬 것이라며 이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복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표방했던 노동존중 사회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노조는 온전한 노동자의 지위를 얻기 위한 노동3권도 반드시 쟁취할 것이라며 단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단체교섭권에 대한 광범위한 제약단체행동권의 원천적 봉쇄로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은 노동3권이 아니라 0.5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공무원노조는 정권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앞세워 직무와 전혀 관련 없는 행위조차도 정치적인 잣대로 재단하고가혹한 형벌을 가했다며 공무 수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는 공무원도 국민의 권리인 정치기본권을 당연히 행사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자회견 후 <공무원 제단체 문재인 정부 규탄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참가자들.     © 편집국

 

기자회견 후 2시부터는 성과주의폐기 약속불이행일방적 임금안 결정불성실교섭’ <공무원 제단체 문재인 정부 규탄대회>가 열렸다공무원 노동자들은 요구가 무시될 경우 11월 9일 연가투쟁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투쟁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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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연가투쟁 선포 200인 기자회견문]

 

문재인 정부는 해직자 원직복직의 약속을 이행하고,

노동3권과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라!

 

공무원노조는 11월 9일 연가투쟁을 성사시켜

공무원 노동자의 온전한 권리를 쟁취할 것임을 선언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공직사회를 내부로부터 혁신함으로써 올바른 나라상식과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를 만드는 데 주체가 될 것을 선언하며 창립하였다.

 

공무원노조는 그동안 끊임없이 공직사회 개혁과 공무원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해 투쟁해 왔다.

 

적폐정권을 몰아낸 촛불혁명 이후에도 공무원노조는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 등 민중의 명령을 완수하고 민중행정을 통해 공직사회를 개혁하여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건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또한, 110만 공무원을 대표하여 민주노조 건설과정에서 희생된 해직자의 원직복직공무원노동자로서 당연히 보장되어야할 노동3권 및 정치기본권을 위해 인내심을 갖고 문재인 정부와 협상에 임해왔다.

 

그러나 공무원노동자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태도는 적폐정권의 관료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상호 신뢰를 견지해야할 대정부교섭 진행 중에도 정부는 5년 만에 가장 낮은사실상의 임금동결을 기습적으로 발표했으며심지어 부총리는 공무원연금 같은 경우 이미 개혁했지만다시 제도개선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연금개악을 도발하기도 했다그 와중에 정부는 온갖 몽니를 부리며단체교섭까지도 교착상태에 빠트리고 말았다.

 

14만 조합원의 인내심은 이제 한계에 달했다공무원노조는 대의원대회와 현장 조합원들의 의지를 담아 실질적 행동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오늘 해직자 원직복직노동3권 및 정치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한 11월 9일 오천대오의 연가투쟁을 선포한다.

 

우선 민주노조를 건설하다 희생된 136명의 해직자를 원직복직 시킬 것이다이들이 명예를 회복하고 복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표방했던 노동존중 사회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오로지 국민의 편에 서서국민의 이익에 맞는 행정을 추구하기 위한 공무원노조의 활동에 복무한 해직자가 명예회복을 하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정의이다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약속한 바대로 해직자 원직복직의 약속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

 

공무원이 온전한 노동자의 지위를 얻기 위한 노동3권도 반드시 쟁취할 것이다단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단체교섭권에 대한 광범위한 제약단체행동권의 원천적 봉쇄로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은 노동3권이 아니라 0.5권에 불과하다공무원의 노동삼권이 온전하게 회복되어야 공무원이 정권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기본권을 획득하여 공무원도 한 사람의 국민으로 자신의 입장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정정당당한 사회를 만들 것이다정권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앞세워 직무와 전혀 관련 없는 행위조차도 정치적인 잣대로 재단하고가혹한 형벌을 가했다공무 수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는 공무원도 국민의 권리인 정치기본권을 당연히 행사하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원직복직의 약속을 이행하고, ILO협약 비준과 더불어 공무원의 온전한 노동3권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우리는 119일 5천명의 연가투쟁을 선포한다.

 

정부는 알아야 한다우리의 요구가 무시될 경우 119 연가투쟁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투쟁의 시작이 될 것이며 그 투쟁의 파고는 끝없이 높아질 것이다.

 

2018년 10월 2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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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한반도 비핵화

<기고> 고승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
고승우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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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04  09: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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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2019년 이후 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하는 이 협상은 미국이 새롭게 제시한 전략자산 전개 비용 분담 요구를 둘러싸고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는 얼마 전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절충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

한반도가 정전이후 60여년 만에 대 지각변동을 시작하고 세계가 이를 주시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한미 방위금 분담금 협상(이하 협상으로 표기)은 향후 한반도 상황은 물론 한국민의 혈세 사용과 관련해 주목 할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이 협상은 △남북한과 미국 등이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면서 평화체제 달성이후에도 주한미군 계속 주둔 등 한미동맹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미국이 한미연합 훈련 등을 계기로 한반도 및 그 주변으로 전략자산(핵추진 항공모함이나 원자력 잠수함, 장거리 전략 폭격기 B-1B와 B-52 등)을 전개하는 비용을 한국이 분담하라며 방위비분담 항목에 ‘작전지원’을 신설하고 그에 따라 분담액 증액을 요구해왔고 한국은 ‘방위비 분담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협상의 중요성을 살피기 위해 그 근거부터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이 협상은 미군사력을 한국에 배치하는 것을 미국의 ‘권리(right)’로 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의 부속협정 성격인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하위법인 방위비분담금협정(SMA)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SMA의 성격은 그 상위법인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의 특성을 담고 있어 미국이 갑, 한국이 을인 한미동맹의 기울어진 운동장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미동맹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핵심은 그 4조에 담겨 있다. 미국에 일방적인 특혜를 부여하는 조항인 4조는 “상호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 ; The Republic of Korea grants,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ccepts, the right to dispose United States land, air and sea forces in and about the territory of the Republic of Korea as determined by mutual agreement”로 되어 있다. 이 4조의 첫 부분 ‘상호합의에 의하여’는 SOFA에 의한 합의를 가리킨다. 이 조약은 무기한으로 유효하고 단지 어느 당사국이든지 타당사국에 통고한 후 1년 후에 본 조약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협상이나 보완 등의 규정도 없고 폐기되지 않는 한 미국의 ‘권리’를 행사하는 조건에서 무기한 주둔이 가능하다.

한국전쟁 종전 직후 1953년에 만들어진 한미상호방위조약은 21세기 지구촌에서 찾아보기 힘든 불평등 조약으로 그 집행 과정에서 수반되는 주한미군 시설과 구역을 한국이 제공하기 위해 SOFA가 1967년 발효되었다. 이어 SOFA에 포함되지 않았던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경비를 한국이 일부 부담토록 예외조치로 SMA이 만들어졌다. SMA는 한국에 부담을 가중시키기 위해 서면협상도 가능하게 되어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는 SOFA, SMA 등을 통해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특혜를 누릴 수 있는 핵심적인 법적 근거가 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서의 군사적 ‘권리’를 행사하기 때문에 주한미군에 의한 환경오염 등에 대한 합당한 의무조차 지지 않으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도 매번 증액되어 한국은 2018년 현재 1조원 가까운 천문학적인 액수를 부담하고 있다.

SOFA의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 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다. 즉, 주한 미군이 한국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한국 정부가 정치, 경제, 사회적 편리를 제공하는 사항을 규정한 한·미 간의 협정이다. 당연히 미국이 슈퍼 갑이다. 평택 미군 기지가 세계 최대가 된 근거의 하나다.

SOFA는 한국이 시설과 부지를 무상으로 미국에 제공하고 미국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한미는 1991년 SMA를 만들어 미국이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유지비용의 일부를 한국이 부담토록 해왔다. SMA는 SOFA 5조 1항(미측은 한측에 부담을 과하지 아니하고, 주한미군 유지에 따른 경비를 부담한다)의 예외적, 특별 조치를 규정한 협정이다.

SMA에 의해 2018년 한국의 방위비 분담액은 9천602억 원으로 책정돼 있다. 한미 두 나라는 1991년 제1차 협정을 시작으로 총 9차례 특별협정을 맺었으며 2014년 타결된 제9차 협정은 오는 12월31일로 마감되기에 2019년 이후분에 대해 연내에 타결을 봐야 한다. 미국과 SMA를 맺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인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만 동원되는 게 아니라 미국 본토의 병력과 자산도 증원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하면서 미국의 전략자산전개 비용 등을 구조적으로 한국에 분담시키는 항목 신설을 수용토록 요구하면서 고 있다. 미국의 이런 요구는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규정된 ‘권리’를 근거로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은 SMA는 기본적으로 주한미군의 주둔에 관한 비용 문제이기 때문에 작전지원 항목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고 있으나 법리적, 현실적 이유 등으로 미국의 요구 일부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와 SOFA, SMA에 이어 전시작전통제권을 주한미군 사령관이 행사하게 되면서 미국이 한국의 군사주권을 상당부분 대행하는 구조가 정착되었다. 미국이 대북 카드로 기회만 있으면 내미는 선제공격 카드도 미국의 한국에 대한 군사적 권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를 100% 부담하라’고 한 발언도 한미동맹관계의 특수성을 근거로 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군은 불평등한 군사동맹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앞세워 주한미군기지의 오염 책임을 인정하고 조치에 나선 적이 2009년 이후 없다. 이는 불평등한 SOFA,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 공동환경평가절차(JEAP) 때문이다. SOFA, LPP 등이 한국에서 볼 때 너무 불평등한 것은 이들 협정 등의 모법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불평등 때문이다. 용산미군기지 오염 문제를 규탄할 때 SOFA를 들먹이지만 사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지적해야 한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50년대 말부터 전술핵무기를 남한에 배치하는 등 맘먹은 무기는 다 남한에 들여왔다 빼가는 일을 되풀이 하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미군이 2017년 상반기 군산비행장에 배치한 무인폭격기 등이 그런 예다. 논란이 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도 미국이 이 조약 4조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이었고 한국은 ‘허여’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한미 간에 사드 배치를 놓고 줄다리기를 했다는 언론보도나 정치권의 설명은 눈 가리고 아옹 하는 식의 기만적 언사에 불과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불평등성은 필리핀, 일본의 미국과의 군사동맹 내용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필리핀과 미국의 상호방위협정은 1991년, 1947년에 합의된 기지 협정이 폐기되면서 미군이 필리핀에서 전면 철수했다. 그러나 9.11사태이후 미국과 필리핀의 안보조약이 재건되어 2014년 두 나라는 조약이 아닌 협정의 형식으로 12개 항의 방위협력강화협정(ECDA)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필리핀에 영구적인 군 주재나 군사기지를 만들 수 없고 핵무기의 필리핀 진입은 금지된다. 미군은 이 협정에 따라 필리핀 정부가 허가하는 지역, 주로 필리핀군에 의해 소유, 통제되는 지역과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미군은 환경 보호 조치 등은 필리핀 법규 등을 준수해야 한다. 이 협정은 미국, 필리핀 두 나라가 태평양지역에서 외부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두 나라 외무장관이 이 조약의 적용문제 등을 협의한다. 무력을 동원한 공격 등이 두 나라에 의해 취해졌을 경우 이를 유엔 안보리에 즉각 보고한다. 이 협정은 10년이 시한이며 어느 한 쪽이 종료의 의사를 통보한 뒤 1년이 지난 뒤 폐기될 때까지 유효하다.

국가 간 관계는, 서로 상대방의 손바닥 안에 있는 협상 카드를 확인하면서 벌리는 게임과 같다. 주한미군 문제의 경우 남측 정부가 트럼프와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한반도 비핵화 추진의 큰 판이 깨질 것을 두려워하면서 과거 정부가 취했던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언론이나 통일운동권은 어떤가? 언론과 운동권은 정치권이 아니다. 정치권이 하지 못하는 논리를 펴야 한다. 그러면서 정치권을 리드라고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주한미군에 대해 한국 정치권과 운동권, 언론이 침묵하는 것을 미국, 중국 등이 깔보면서 업신여길 것이라는 점을 상상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남북한 정상이 실질적 종전선언과 군축 조치에 대한 합의를 하자 주한미군은 한반도 뿐 아니라 동북아 안정에 필수적이라며 평화체제가 합의된다 해도 그 철수는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을 연일 내놓고 있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감군 또는 철수 가능성을 내비치자 미 의회는 주한미군을 2만2천명 이하로 감축할 경우에 의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트럼프를 제외하고 여야나 전문가들이 하나 같이 한미동맹과 지속과 주한미군 계속 주둔을 합창하고 있다.

미국 조야가 주한미군을 결사적으로 챙기는 것은 그 전략적 중요성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은 중국의 목을 겨누는 비수이면서 일본의 핵무장을 저지하고 한국군의 대북 군사행동을 억제하는 등 그 효용성이 엄청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점은 한미간에 진행되고 있는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반영되어 한국의 부담이 경감되어야 한다. 분담금 인상은 절대 불가하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 등의 우월적 지위와 한국 정부에 대한 통제력을 앞세워 한미군사훈련이나 대북선제 공격 카드를 대북협상 용으로 휘두르고 있다. 만약 한미동맹관계를 필리핀과 미국의 군사협정 관계 수준으로 정상화시킨다면 대북 선제공격 카드를 미국이 활용할 수 없게 되고 미국의 대북 협상 태도가 정상적이 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특히 미국은 이란핵합의에서 탈퇴하는 등 믿을 수 없는 군사대국으로 국제적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북한 비핵화 합의이후 이를 이행치 않는 등의 방식으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불장난을 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확보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한미군사동맹의 정상화다. 한미군사관계의 정상화는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급선무다. 중국은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할 능력을 지녔고 지금도 사드로 취했던 관광 제한을 다 풀지 않고 있다. 한국이 미국에 종속된 형식의 군사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역행한다.

한미동맹 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할 필요성은 미국의 20세기 초 한반도 정책이었던 카스라-테프트밀약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이 1905년 7월 카스라-테프트밀약을 통해 일본의 한반도 강점을 묵인한 뒤 그해 11월 대한제국의 외교권과 국방권을 일제가 강탈한 ‘을사늑약’이 체결되었다. 미국은 1919년 3.1항일운동이 발생하자 미국 공관이 일제의 만행을 외면하고 미국 언론의 보도를 철저히 통제해 일제를 실질적으로 지원했다.

미국은 일제가 항복한 이후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독도 문제를 제외함으로써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근거를 제공했다. 이는 미국이 한반도 정책에서 카스라-테프트밀약을 참고하거나 준수한 결과의 하나로 해석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현재와 같이 유지할 경우 미국은 그 특권을 양보하거나 포기할 것으로 생각키 어렵다. 정치권이 이를 외면한다 해도 언론, 통일운동진영은 반드시 그 문제점을 지적해 시정토록 견인해서 후환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국이 최근 남북한 관계개선에 대해 엇박자를 놓는 일이 벌어지면서 빈축을 사고 있는데 주한미군사령관이 장악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가 남북철도 및 도로 개설 작업에 제동을 거는 것과 같은 작태는 그냥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미국은 남북한 관계 개선이 진전된다 해도 한미군사동맹을 앞세워 그것을 무력화시킬 개연성이 적지 않다. 국가 간 관계에서 궁극적인 근거는 조약이나 협정이기 때문이다. 남북한이 군사적 충돌이나 전쟁 불가를 외친다 해도 미국이 한국에 대한 군사적인 ‘권리’를 행사하려 덤벼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야 한다.

한미군사관계의 정상화는 사드 논란이 심했던 2016-17년에 그것을 추진할 수 있었던 절호의 찬스였지만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학계는 이를 놓쳐버렸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전후의 시기에도 한미군사동맹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 최근의 사드 문제에 대한 대응에서 그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런 점에서 진보정치권, 시민단체, 학계가 적극 나서서 한미동맹 문제를 제기하고 국제적으로 여론화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노력해야 한다.

지금처럼 한국의 정치권이나 학계, 통일운동 진영 등이 한미군사동맹에 대해 그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는 모습은 19 세기 말 조선 시대보다 더 심각하다. 지금은 한국이 정보강국이라고 하는데 국제사회가 다 알고 있는 불평등한 한미군사관계에 대해 침묵하는 비정상은 시급히 정상화되어야 한다. 그래서 미군 철수를 주장할 때 미 대사관이 아닌 청와대 앞에서 하는 식으로 시각 교정을 해야 한다. 한미동맹관계의 폐기할 수 있는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지체해서는 때를 놓친다. 시급히 한미동맹을 정상화시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을 구축하고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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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톡] 자유한국당이 만든 ‘야식비 정국’

스스로 불리한 정국으로 바꾼 자유한국당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8-10-03 19:01:37
수정 2018-10-04 01: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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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심재철 의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지난 9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심재철 의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지난 9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뉴시스

"와인바가 아니고 24시간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 먹었으면 문제가 될 게 없죠!"

청와대가 밤 11시 넘어 사용한 업무추진비의 내역을 두고 발끈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야식계'에서 가장 뒷줄에 서있는, 삼각김밥까지 나왔습니다. 그야말로 점입가경입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비공개 정부 자료 불법 유출' 논란이 이제는 '야식'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사상 유례 없는 '야식비 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됐을까요?  

궁색한 폭로전의 실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빨랐다'
 

당초 비인가 자료 유출 경위를 둘러싼 기획재정부와 심 의원 간의 잡음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이번 사태가 '야근' 논란으로까지 번지게 된 건, 심 의원의 '궁색한 폭로전' 때문이었습니다.

심 의원은 위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며 한국재정정보원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잇따라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확보 경로가 불법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허위 자료는 아닌 만큼 내용은 구체적이었습니다.

심 의원은 이를 토대로 청와대가 기획재정부의 예산집행지침에 맞지 않게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가뜩이나 국회와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 등 '눈 먼 돈'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정국인 만큼, 심 의원의 폭로에 여론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곧 이어진 '팩트 체크'가 다시 여론을 환기시켰습니다. 청와대는 심 의원 못지 않게 구체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조목조목 반박했고, 그 결과 심 의원의 폭로전은 요란한 빈수레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심 의원은 '유흥업소', '최고급 식당 코스요리', '와인바'와 같은 다소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면서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사용이 마치 도덕적으로 크게 잘못된 것처럼 몰아 갔지만, 실제 내역을 확인한 여론의 반응은 냉담했던 것이죠.  

기재부 자료를 불법으로 다운 및 열람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재부 자료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재부 자료를 불법으로 다운 및 열람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재부 자료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심 의원은 저녁 기본 메뉴로 1인당 10만원 내외인 고급 음식점에서 업무추진비가 사용된 건수가 총 70건, 1197만3800원(1건당 평균 17만1054원)에 달했고, 고급 스시점에서 사용된 것도 473건, 6887만7960원(1건당 평균 14만5619원)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모두 청와대 인근에 위치합니다. 하지만 1인당 평균값으로 환산한다면 체감할 수 있는 가격대는 훨씬 더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 심 의원은 "업무와 연관성이 없는 주점에서 사용되는 등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건들도 총 236건(3132만5900원, 1건당 평균 13만2700원)에 달했다"며 '호프', '펍', '주막', '이자카야', '와인바' 등이 포함된 상호명을 자체적으로 분석해 집계한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심 의원이 지목한 일부 주점을 여러 언론과 네티즌들이 잇따라 직접 찾아 가서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 일반 직장인들도 자주 찾을 만한 평범한 가게로 보인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면서 심 의원의 주장은 더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기자도 얼마 전 이들 중 한 곳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기자가 간 곳은 청와대 인근 막다른 골목에 위치한 작은 주점으로, 여러 종류의 수제맥주·외국맥주와 함께 1만원대의 돈가스, 떡볶이 등의 음식을 팝니다. 업종 분류도 '유흥주점'이 아닙니다. 이곳은 낮부터 자정까지 영업하는데, 일대 가게에 비하면 늦게까지 영업하는 편이라 청와대 직원들도 종종 찾는다고 합니다. 점심 식사를 하러 오는 사람들도 볼 수 있습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3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여론 상으로 심 의원이 판정패를 받은 것으로 본다"라며 "우연히 (디브레인에) 들어가 봤는데 업무추진비와 관련해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항목들이 있더라, 이것에 대해 검증을 하라고 하면 되는데, 뭔가 뒤에 엄청난 게 있는 것처럼 얘기하니까 국민이 볼 때는 약간 짜증이 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됐다면, 심 의원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더 이상의 섣부른 공세는 자제해야 했을 것 같습니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도 있죠. 청와대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한 상태인 만큼, 그 감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물러서면 그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자유한국당 홍지만 홍보본부장이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재철 의원이 공개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업소를 설명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지만 홍보본부장이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재철 의원이 공개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업소를 설명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주화입마에 빠진 듯한 자유한국당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버렸다'
 

하지만 여기서 끝날줄 알았던 자유한국당의 '궁색한 폭로전'은 마치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진 듯 계속 이어집니다.  

때는 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심 의원이 '맞고발' 상대인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과 '소득 없는' 싸움을 벌인 뒤였습니다. 자유한국당 홍지만 홍보본부장이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폭로(?)에 나섰습니다.  

언론사 카메라 앞에 선 홍 본부장은 청와대의 업무추진비가 사용된 식당 등을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직접 가봤다며 이자카야, 와인바 등 식당 내부 사진들을 공개했습니다. 홍 본부장은 이를 토대로 '국정운영 업무 특성상 365일 24시간 업무', '불가피한 사유로 일반식당 영업 종료한 늦은 시간 간담회 등 업무 시 주점 사용' 등의 청와대 해명은 "거짓 해명"이라고 몰아 갔습니다. '직접 가보니 취객의 시끄러운 소리 등으로 간담회나 회의 개최 자체가 불가능했다', '장소도 협소하고 음악소리도 시끄러웠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홍 본부장은 정말 심야 근무가 끝난 후라면 주점이 아닌 주변의 '24시간 순대국밥집'을 이용하거나 청와대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먹으면 될 일이라고 강변했습니다. "어제 가본 업체에서 5분 거리에 24시간 운영하는 해장국집, 순대국밥집이 있었다"는 '깨알' 정보까지 제공하면서 말이죠.  

이러한 홍 본부장의 긴급 기자회견이 이미 불난 여론에 부채질을 한 것이었다면, 김성태 원내대표의 이어진 방송 출연은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었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KBS '오늘밤 김제동'에 출연해 "직장인들 입장에서 보면, 야근하다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11시 넘어서 야근하면 사비로 사먹어야 하는 건가요?"라는 방송인 김제동 씨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요즘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24시간 편의점이 다 있는데 그런 편의점에 가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했으면 심 의원이 문제를 삼아도 국민들 보기에도 그렇다." 한 마디로, 한밤 중 야근으로 인해 업무추진비를 정 쓰고 싶으면 편의점에서 쓰면 된다는 주장입니다.

기재부 자료를 불법으로 다운 받고 열람·공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질문하고 있다.
기재부 자료를 불법으로 다운 받고 열람·공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질문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소득주도성장론에 총공세 펼치던 자유한국당, 
정작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선 '심재철 폭로전'이 핵심 이슈로 부상

다시 되돌아가봅시다. 사실 '야식비'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아니었습니다.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심 의원의 국회 사무실 보좌관이 디브레인에 접속해 자료를 다운로드 받다가 문제가 불거졌던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위법성 여부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다가 심 의원과 기재부가 검찰에 '맞고발'을 하게 된 상황입니다. 만약 여기서 그쳤더라면, 심 의원실 압수수색 등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정부를 향해 "국회 무시"라고 비난하는 것으로 논란이 일단 마무리됐을지도 모릅니다.

'야식비 정국'이 오기 전까지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기조인 소득주도성장론을 비판하고 여론전을 집중적으로 펼치면서 나름의 효과를 보고 있었습니다. 중간에 '출산주도성장'이라는 대안을 꺼내들어 비판 여론을 불러 일으키긴 했지만 말이죠.  

그렇게 문재인 정부 경제 심판론을 키워가던 자유한국당은 지금 스스로 폭탄을 끌어안은 형국입니다. 심지어 정부가 긴장하고 있을 듯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경제와 직접적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심 의원이 핵심 이슈가 됐으니,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나올 법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계속 가느냐, 아니면 회군 하느냐. 과연 내일은 자유한국당이 어떤 길을 선택할까요? 


* ‘정치톡’은 정치팀 기자들이 여의도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이슈의 전말을 옆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풀어내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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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당겨진 북미회담에도 “북한에 넘어가면 안 돼”

[아침신문 솎아보기] 신문들 “북미 대화 분기점 될 가능성” 점쳐… 한겨레·한국일보 “미국 결단 필요해”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2018년 10월 04일 목요일

북미 협상 2라운드가 열린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오는 7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다고 2일(현지시각) 밝혔다. 8월 말 4차 방북을 앞두고 취소한 이후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예상보다 방북이 일찍 이뤄진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11월6일 미국 중간선거 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핵심 의제는 나와 있다. 북한의 비핵화 초기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 2차 북미 정상회담 등이다. 북한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과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 의사를 밝혔다. 이후 지난달 23일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 특정한 핵시설과 무기체계에 관해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한겨레신문 3면
▲ 한겨레신문 3면

 

북미간 물밑조율도 이뤄졌으리라 예상된다. 한나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대화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우리는 거기로 가서 대화를 지속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를 정도로 자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방북 전 김정은 위원장 면담 일정을 공개한 점은 이례적이다. 방북 앞뒤로 도쿄, 서울, 베이징을 방문하기로 한 것도 처음이다. 이번 방북이 ‘비핵화 진전이 충분하지 않다’며 지난 한 차례 취소한 이후 한 달여만에 성사됐다는 점에서도 이번 협상의 성과를 점칠 수 있다. 

4일 아침신문들은 7일 방북에서 북미 양측 간 협상이 진전하리라고 입을 모았다. 협상 방향을 두고는 견해가 갈렸다. 다수 신문이 양쪽에 유연성을 발휘하라고 요구한 반면, 조선일보는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4일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폼페이오, 7일 평양서 ‘비핵화 빅딜’ 시작” 

국민일보 “북‧미 ‘빅딜’ 접근… 중간선거 전 정상회담 가능성”

동아일보 “‘10말11초’로 당겨진 김정은-트럼프 회담” 

서울신문 “평화가 시작됐다” 

세계일보 “최순실 K스포츠재단 ‘버티기’로 41억 낭비” 

조선일보 “청년은 ‘알바 절벽’” 

중앙일보 “평창 온 유커 5887명 돈 벌러 눌러앉았다” 

한겨레 “폼페이오 7일 방북…‘빅딜’ 문턱까지 왔다” 

한국일보 “남북 지뢰 제거 시작… DMZ의 가을, 평화를 맞다”(사진)

침신문은 북미 양측의 협상 성과 의지가 강하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이 짧고 김정은과 면담도 예고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북한의 ‘선 비핵화 조치’를 강조해온 기존 입장과는 다소 달라진 기류”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영변 핵시설 폐기 및 사찰 수용과 종전선언 등 미국의 상응조치를 맞바꾸는 ‘빅딜’의 실마리를 찾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양측 대화가 교착된 이후 미국과 북한은 각기 상대방의 요구와 기대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라고 했다. 

 

▲ 4일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
▲ 4일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

한국일보는 “북한이 미국에 더 파격적인 제안을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양측 간에 종전선언이 기정사실화한 만큼, 핵 신고가 다소 불완전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원하는 과감한 비핵화 조치들이 이뤄진다면 북한의 핵 신고나 초기 조치 여하에 따라 단계적으로 제재를 풀어준다는 조건부 약속 형태의 합의가 도출될 개연성이 있다”는 전문가 전망을 실었다. 

많은 신문이 양쪽의 ‘빅딜’을 위한 양보를 주문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미국이 ‘선 비핵화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압박적 태도를 풀고, 북한도 국제사회를 납득할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함으로써 실효성 있는 ‘빅딜’을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신문도 “(미국은) 제재 완화와 연락사무소 설치, 인도적 지원, 예술단 교류 같은 적대관계 해소의 상징적 행동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북한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내 강경파를 납득시킬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신문들은 나아가 미국의 결단도 요구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북한이 평양 공동선언과 트럼프 대통령를 향한 비공개 메시지를 전한 이상 “미국이 종전선언 및 제재 문제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으리라 본다”고 했다. 또 “두 지도자의 결단에 의한 톱다운 방식으로 진전을 이루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실험장 사찰과 영변 핵시설 폐기까지 거론하면서 상응조치를 요구한 이상, 미국이 호응하지 않는다면 방북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 4일 조선일보 사설
▲ 4일 조선일보 사설

반면 보수신문은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를 두고 선을 그었다. 동아일보는 “미국은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선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디테일의 악마’를 넘어서지 못하면 비핵화 협상의 동력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영변 이외의 핵무기‧물질‧시설까지 망라한 신고서를 받아내고 이것을 검증하는 게 핵심”이라며 “이것이 되면 비핵화이고 안 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향해 “미국이 11월 중간선거를 위해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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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과 국가보안법은 평화통일의 양대 장애물

주한미군과 국가보안법은 평화통일의 양대 장애물
 
주권연대, 호소문 통해 주장
 
문경환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10/03 [12:52]  최종편집: ⓒ 자주시보
 
 

국민주권연대(이하 주권연대)는 오늘(3일) 호소문을 발표해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모두 나설 것을 호소했다.

 

주권연대는 9월 평양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와 통일이 가까워오지만 두 가지 장애물이 있다고 지적했다.

 

두 가지는 바로 주한미군과 국가보안법이다. 

 

아래는 호소문 전문이다. 

 

▲9월 평양정상회담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호소문]모두 다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떨쳐나서자

 

온 국민에게 기쁨과 감동을 안겨준 9월 평양정상회담을 보며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의 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꼈다. 

 

이제 우리는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하나씩 제거하면서 힘차게 전진해야 한다. 

 

첫 번째 장애물은 바로 주한미군이다. 

 

이번 평양정상회담의 모든 과정을 볼 때 주한미군이 있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며 오히려 통일에 방해만 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적인 4, 5월 판문점 정상회담이 있은지 반년도 안 돼 다시 정상회담을 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4.27 판문점선언이 기대만큼 빠르게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가로막는 핵심 장애물은 주한미군이었다. 

 

주한미군은 유엔사를 앞세워 남북철도연결을 가로막고 대북제재를 운운하며 남북교류협력을 방해했다. 

 

오죽하면 평양정상회담 전날 있었던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폐기가 문제가 아니라 유엔사 해체가 문제라며 미국을 규탄했겠는가. 

 

유엔사는 유엔의 이름을 도용했을 뿐 실체를 들여다보면 주한미군사령관이 자동으로 유엔사령관을 겸직하는 등 주한미군과 전혀 다르지 않다. 

 

또 새로 지명된 주한미군사령관은 내년에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깨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한반도 전쟁 위기의 핵심이 바로 주한미군임은 세상이 다 알고 있다. 

 

만약 북한의 핵개발이 전쟁 위기의 원인이라면 북한이 핵개발을 하기 전에는 왜 전쟁 위기가 있었는가.

 

주한미군이 존재하고 대북전진기지로서 주한미군기지가 남아있는 한 한반도에는 전쟁 위기가 상존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통일을 가로막과 전쟁 위험을 부추기는 주한미군은 이 땅을 떠나야 한다. 

 

주한미군에 들어가는 혈세는 또 얼마인가. 

 

한국국방연구원의 2015년 분석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한 해 5조원 이상을 부담한다고 한다. 

 

이것도 모자라 미국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라, 전략무기 전개비용을 내놔라 요구하고 있다. 

 

연간 5조원이면 전국의 모든 대학생에게 반값등록금을 넘어 거의 무상교육을 실시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도 서민과 청년은 살림살이를 펴지 못하고 힘든 경제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서민경제 활성화와 국민복지에 쓰여야 할 예산이 주한미군에게 들어가고 있으니 이 얼마나 모순인가. 

 

주한미군이 그간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각종 범죄, 특히 성범죄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며, 이 땅을 얼마나 오염시켰는지는 굳이 열거할 필요조차 없을 지경이다. 

 

우리가 왜 이런 범죄집단, 환경파괴집단을 연간 5조원이나 줘가며 ‘모시고’ 살아야 하는가.

 

일각에서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더라도 주한미군은 동북아 평화유지군으로 전환해서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우리 국민이 고통을 계속 참아야 할 이유도 없을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로 동북아에 새로운 평화체제가 들어서는 마당에 멀리 태평양 건너 미국이 이 땅에 평화유지군을 보낼 이유도 없다. 

 

온 국민이 주한미군 철수 운동에 한 목소리로 떨쳐나서야 한다. 

 

미군철수를 위해 11월 3일 자주독립선언대회에 총궐기하자!

 

평화통일의 두 번째 장애물은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은 국민의 눈과 귀, 입을 틀어막아 자유를 억압하는 반인권 악법, 정치활동을 제약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반민주 악법이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은 무엇보다 통일을 가로막는 반통일 악법이다.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모든 통일논의를 가로막으며 통일운동을 탄압하는 수단이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자주통일의 시대, 국가보안법은 이미 휴지조각이 되었다. 

 

이번 평양정상회담을 보며 많은 국민들이 말로, 글로 이미 너무 많은 ‘고무찬양’을 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의 진심이 보였다”, “생중계로 보니 김정은 위원장 멋지더라”, “북한의 환대가 눈물겹다”, “북한 지도부들이 우리를 배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북한의 성의에 우리도 화답해야겠다”, ...

 

만약 이런 말들을 만약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했다면 당장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너도나도 ‘고무찬양’을 마음껏 하고 있어 도저히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수 없다. 

 

정권에 따라 적용하고 말고를 마음대로 정하는 게 과연 민주사회에 있을 수 있는 법인가?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것도 국가보안법 위반인가?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국가보안법의 존재라는 이 모순을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이제 국가보안법의 수명은 끝났다. 

 

냉전시대의 유물, 독재의 잔재인 국가보안법을 과감히 폐지하여 평화와 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평양공동선언 이행하여 평화와 통일을 안아오자!

평화와 통일 가로막는 주한미군 철수하라!

평화와 통일의 걸림돌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2018년 10월 3일

국민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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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트럼프가 사랑을 외친 진짜 이유는?"

[정세현의 정세토크] 북미 협상 재개되려면 북한에 희망줘야
2018.10.03 02:03:35
 

 

 

 

지난 9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개최되면서 북한과 미국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국면을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실무접촉을 하자는 미국의 제안에 북한은 아직 답변을 하지 않았고, 10월 초로 예상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일정 역시 아직 잡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북한은 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이 종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도 구태여 이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선 문제를 전문으로 다룬다는 사람들이 60여 년 전에 이미 취했어야 할 조치를 두고 이제 와서 값을 매기면서 그 무슨 대가를 요구하는 광대극을 놀고있다"고 미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급진전을 볼 것 같던 북한의 대화가 소강국면을 맞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은 미국과 상응조치와 관련한 전망이 있어야 나갈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 교환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계속 일단 만나자고 고집을 부렸을 가능성도 있다"며 "그러다 보니 북한은 어차피 협상에 나가봐야 미국이 이전과 똑같은 소리만 할 것 같으니, 일단 미국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식으로 버티고 있는 것 아닐까 싶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지난 9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영변 핵 실험장 폐기까지 거론하면서 비핵화와 관련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상응 조치에 대해 북한 측에 별다른 약속을 해주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봐야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북한에 비핵화와 관련한 상응 조치를 약속해주지 않는 것일까? 정세현 전 장관은 "지난 9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쥐어 준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아름다운 것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폼페이오 장관 이하 실무진의 입장에서 볼 때는 북한이 그렇게까지 나온다면 이건 북한이 다급하다는 이야기이고, 그러니까 북한이 항복할 날이 머지않았기 때문에 조금 더 목을 졸라야겠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말한 것 역시 이러한 맥락으로 보인다. 가만히 보니까 북한이 급한 것 같으니, 여기서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종전선언을 해주고 제재도 일부 눈감아 주겠다든지,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5.24조치를 해제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시비를 걸지 않겠다든지 등 북한에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하면서 하나씩 이행하면 그에 따른 반대급부가 간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희망 없이 압박만 하면 협상이 원만히 이뤄지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한편 일부에서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일부를 북한 외부로 반출하는 조치를 통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추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중재자 또는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아이디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북한이 그 안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은 만약 자신들이 그렇게 하면 추가적으로 미국이 무엇인가를 또 요구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북한이 악질이기 때문이 아니라 약자이기 때문"이라며 "약자 입장에서는 강자와 약속했다가 그 강자가 변심하면 죽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일부 핵무기 반출을 그대로 받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는 2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지난 9월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북미 간 협상이 교착기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실무 협상도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2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종전선언과 비핵화를 바꾸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실제로 북미 간 협상에 진척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정세현 : 우선 빈에서 실무접촉을 하려면 사전에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우리에게 비핵화만 요구할 것인지, 아니면 상응조치에 대해 미국이 준비가 됐는지와 관련해 상황을 살펴보려고 할 것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상응조치와 관련한 전망이 있어야 나갈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 교환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미국이 일단 만나자고 요구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은 어차피 협상에 나가봐야 미국이 이전과 똑같은 소리만 할 것 같으니, 일단 미국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식으로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빈에서의 접촉을 위한 물밑 작업 과정에서 북한이 받아들이기에 실망스러운 이야기가 미국 쪽에서 나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폼페이오 장관도 빈의 실무협상 결과를 가지고 평양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게 잘 안되니까 늦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런 부분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의 밑바탕에 흐르는 정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는 둥,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 역시 협상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마음이 변할 것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스타일로 봐서 그 편지가 정말 아름다우려면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히 항복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갔어야 했을텐데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의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것이죠. 말은 요란한데 실제 행동은 일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다 보니 북한은 지금 협상에 나가는 것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프레시안 :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었던 6월까지의 일정을 돌아보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지난 4~6월과 비슷한데요. 그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실질적인 진전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실무선에서는 진전을 위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세현 : 지난 9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쥐어 준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아름다운 것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폼페이오 장관 이하 실무진의 입장에서 볼 때는 북한이 그렇게까지 나온다면 이건 북한이 다급하다는 이야기이고, 그러니까 북한이 항복할 날이 머지않았기 때문에 조금 더 목을 졸라야겠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실무자들은 북한에 반대급부를 주지 않고 일을 끝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공짜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한 것 역시 이러한 맥락으로 보입니다. 가만히 보니까 북한이 급한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서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9일(현지 시각)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가진 중간선거 지원 유세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면서 북한과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이런 판단에는 미국 외교의 전통적인 경향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겁니다. 미국 외교는 지금까지 상호주의가 아니라 일방주의적인 측면이 많았습니다. 이런 태도가 자연스러운 미 국무부 관리들이나 국방부 실무진들 생각에는 북한이 비핵화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특별히 겁날 것은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종전선언을 하고 나면 미군 철수 주장이 나오고 한미 동맹이 이완되지 않겠냐는 것이 미국 실무자들의 생각일 겁니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이 종전선언과 주한미군은 무관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믿지 않듯이 이 말도 믿기 어렵다는 정서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을 겁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지난 8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언은 아직 이르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이건 워싱턴 내의 분위기를 종합해서 발언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이 말에 미국 실무 관료들의 대북관과 종전선언에 대한 생각이 들어있는 것이죠. 

아마 폼페이오가 빈 실무접촉을 건너뛰고 북한에 가더라도 미국은 북한에 종전선언을 해줄 수는 있지만, 대신 1대1 교환은 있을 수 없고 1대2, 1대3, 1대4 정도로 북한이 종전선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가능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려면 하고 아니면 말아라 라는 식이죠.  

프레시안 : 교착 상태가 이어지다 보니 일부에서는 북한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의 일부를 먼저 국외로 반출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핵 탄두나 ICBM을 미리 일부라도 먼저 외부로 반출하자는 것인데요. 가능할까요?

정세현 : 중재자 또는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아이디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문제는 북한이 그걸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은 만약 자신들이 그렇게 하면 추가적으로 미국이 무엇인가를 또 요구할 것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북한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북한이 악질이기 때문이 아니라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약자 입장에서는 강자와 약속했다가 그 강자가 변심하면 죽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일부 핵무기 반출을 그대로 받기가 어려운 겁니다.  

그런 두려움이 없다면 상대가 못 미더운 구석이 있어도 협상이 마음대로 안될 경우 '주먹으로 해결한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이렇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미국을 믿지 못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겁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영변 핵 시설 폐기는 앞으로 핵을 만들지 않겠다는 이야기이고, 이는 곧 사실상 미래핵의 포기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를 했음에도 미국이 북한의 이빨을 다 빼놓고 시작하자는 식으로 핵과 장거리 미사일 내놓으라고 조이고 들어가면 북한은 그렇게 하면 어떻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냐, 그런 식의 협상은 있을 수 없다면서 상호주의로 가자고 주장할 겁니다. 북한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이 채택됐을 때부터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을 강조했고 이를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9월 29일(현지 시각)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유엔 총회 연설도 상호주의를 강조했습니다. 리 외무상은 자기들이 미래핵의 일부인 풍계리 핵 시험장을 파괴하고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해체를 시작했으면 미국이 제재 일부라도 좀 풀어줘야 하는데, 전혀 바뀌는 것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나 일방적으로 핵을 내려놓지는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이는 끝까지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 아니라, 조건이 맞으면 핵 무장을 해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미국 내 상당수 전문가들은 결국 북한이 핵을 숨겨놓고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미국은 인공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북한의 핵 활동을 감시했고, 그와 관련한 움직임이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는데 이제와서 북한이 핵을 숨기면 자기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요? 이건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입니다. 

물론 북한이 일부 핵무기나 ICBM의 반출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참모들이 다른 길이 없으니 그렇게 해서라도 일단 결심하라고 뒷받침을 해준다면 할 수도 있죠. 그러나 북한의 주요 참모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답방을 가는 문제를 가지고도 반대했던 사람들입니다. 핵무기나 ICBM을 미리 반출하는 식으로 가다가는 '아야' 소리도 못내고 죽는다고 보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김정은 위원장은 아무래도 기다리는 쪽을 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9월 29일(현지 시각)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 올해 안으로 가능할까  

프레시안 : 미국은 현재 핵을 먼저 내놓으라는 것이고 북한은 지금 이 단계에서 최소한 종전선언이나 경제 제재 완화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세현 : 리용호 외무상의 유엔총회 발언은 북한이 종전선언 이후 제재가 조금이라도 완화되길 바라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종전선언을 해주고 제재도 일부 눈감아 주겠다든지,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5.24조치를 해제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시비를 걸지 않겠다든지 등 북한에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합니다.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하면서 하나씩 이행하면 그에 따른 반대급부가 간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희망 없이 압박만 하면 협상이 원만히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한국 정부가 5.24 조치를 해제하고 여기에 미국이 시비를 걸지 않는다고 한다면 다른 제재도 느슨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북중, 북러 간 교역도 일정 부분 회복될 수 있고요. 북한은 그 정도만 되도 좋다고 생각할 겁니다.  

종전선언과 관련해서 북한은 이미 확실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미국에서 종전선언이 미군 철수를 불러오는 걸로 전제하면서 비핵화 최종 단계에서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좀 더 확실하게 나가자는 생각으로 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나서서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철수는 별개라고까지 이야기했죠. 

그런데도 미국은 종전선언을 해주고 '플러스 알파'로 무엇인가를 더 받아내자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려면 자신들이 좀 더 기다리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습니다. 즉 북한이 좀 더 내놓기를 기다리면서 버티고 있는 형국으로 보입니다. 

프레시안 : 향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관건은 북미 간 실무 협상이 열릴 것이냐에 달려있는 것 같은데요.  

정세현 : 시작은 정상 간 합의로, 즉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이른바 '톱 다운' 방식으로 시작했지만, 구체적 협상으로 들어가면 결국 실무자가 만나야 합니다. 빈에서 실무협상을 하고 여기서 성과가 나와야 그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이어지고, 이후 북미 정상회담의 얼개가 짜여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에게는 많은 행동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아무런 확답을 주고 있지 않습니다. 비핵화 관련해서 실제 핵 무기 내놓고 파괴하라고 했고, 그래서 북한은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하면 파괴한다고 했는데도 미국은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9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영변 핵 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걸 가지고 북한이 영변 외에 다른 곳에도 핵 시설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마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 시설의 90%는 여기에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영변 핵 시설의 폐기는 북한 입장에서 상당히 큰 행동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무엇이 나올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 데다가, 그거 말고 숨기고 있는 것 또 내놓으라고 하면 북한이 미국과 실무접촉에 나설 수 있을까요?  

프레시안 : 북미 정상회담이 미국 의회 중간 선거 전에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데, 올해 안에 개최하는 것은 가능할까요?  

정세현 : 처음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카드를 가지고 중간선거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 지형을 만들고 싶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게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극적 효과가 날 때까지는 북한을 쪼아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프레시안 : 그런가하면 최근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요. 이같은 상황이 북핵 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정세현 : 이 부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스타일과 인성까지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미중 무역 갈등 문제에서 미국의 대중 압력 강도를 줄이기 위한 하나의 카드로 종전선언에 대해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러고 나니까 미국은 그건 그거고 이제 무역 문제를 본격적으로 따져보자고 하면서 여기에 남중국해 문제까지 끼워 넣고 있습니다. 

'말 타면 견마 잡히고 싶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종전선언과 관련해 미국의 입장을 편하게 해주니까 무역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압력을 넣으면서 거기서 큰 양보를 받아내려고 남중국해 문제를 격화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동아시아 상황이 신냉전과 같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요. 실제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해를 가지고 갈등을 보이고 있는 영국과 러시아 등의 신냉전이 재현되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그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은 중국이 유라시아의 주인이 되는 것을 막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배후에 위치하고 있는 북한을 자신들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일대일로'를 뒤에서 견제하려면 북한과 수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이죠. 만약 이렇게 되면 미국의 '엑스밴드 레이더'가 평양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미국 실무자들의 생각은 이와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한반도에서 냉전 구조가 끝나면, 그래서 북미‧북일 수교까지 진행되면 미중 간 남중국해 쪽에서의 신냉전이 힘을 받지 못한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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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고통을 당하고 이렇게 사진으로 남게 됐다”

“분단 고통을 당하고 이렇게 사진으로 남게 됐다”정지윤 사진전 '귀향(歸向)-비전향 장기수 19인의 초상'
김재선 통신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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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03  11: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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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송환을 희망하는 비전향 장기수 사진전이 2일 청운동에 있는 류가헌 갤러리에서 열렸다.[사진-통일뉴스 김재선 통신원]

2차 송환을 희망하는 비전향 장기수 사진전이 2일 오후 6시 청운동에 있는 류가헌 갤러리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지난 8월 4일 경향신문에 비전향 장기수에 관해 포토다큐 기사를 쓴 정지윤 기자의 사진전이다.

사진전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귀향(歸鄕)이 아닌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의 귀향(歸向)으로 표현한 점이 이채롭다.

‘비전향.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는 말이다. 자신이 믿는 사상이나 이념을 그와 배치되는 방향으로 바꾸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와 격리되어 감옥에 장기간 수감된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비전향 장기수라 부른다’라고 한다.

   
▲ 전시장을 찾은 참가자들. [사진-통일뉴스 김재선 통신원]
   
▲ 전시를 참관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재선 통신원]

‘류기진, 김동섭, 문일승, 김교영, 이두화,  서옥렬, 허찬형, 양원진, 최일헌, 박정덕, 박순자, 오기태, 박종린, 김영식, 강담, 박희성, 양희철, 이광근, 그리고 김동수. 

평균 나이 87세.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37년까지, 이 19명의 복역기간을 모두 합치면 384년이 된다’라는 설명이다.

이날 사진전에는 주인공 비전향 장기수, 학계 언론계 인사들, 관심 있는 시민들 그리고 양심수후원회 회원들이 참석했다. 비전향 장기수들은 자신들의 사진을 둘러보고 자칫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도 있는 자신들을 위하여 사진전을 열어준 데 대하여 주최 측에 고마움을 표했다. 

전시된 사진을 보면 분단으로 인한 고통과 곡절 많은 평생의 삶이 묻어나 보이며 이들의 출생 연도와 출생지 그리고 오랜 복역 기간이 소개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 축사를 하고 있는 권오헌 양심수 명예회장. [사진-통일뉴스 김재선 통신원]

축사에서 권오헌 양심수 명예회장은 분단으로 이런 고통을 당하고 이렇게 사진으로 남게 됐다며 남북 관계가 잘 풀려서 신념의 고향으로 빨리 송환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서 한홍구 교수도 강제 전향의 부당성을 지적했으며, 양원진 선생도 일생을 내가 걸어온 길이 맞는다고 생각하고 양심에 따라 살아왔는데 우리들을 이해해 주는 분들이 많아서 고맙다고 했다.

경향신문 포토다큐 기사를 읽고 이들에게 1,900만원을 선뜻 기부한 실향민 이승화 선생도 분단의 아픔에 안타까움을 느꼈으며 당연한 일을 했다며 겸손해 하였다.

전시장에 참석한 비전향 장기수 박희성 선생은 단 하루를 살더라도 신념의 조국으로 돌아가 60년 가까이 떨어져 산 가족들과 함께 살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진전은 이달 14일까지 열린다.

   
▲ 행사 후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통일뉴스 김재선 통신원]
   
▲ [사진-통일뉴스 김재선 통신원]

 

   
▲ [사진-통일뉴스 김재선 통신원]
   
▲ [사진-통일뉴스 김재선 통신원]
   
▲ [사진-통일뉴스 김재선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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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물고기? 이 세상에 '잡어'는 없다

무미(無味)·무취(無臭)인 '생선회'

 

 

 

등록 2018.10.03 11:25수정 2018.10.03 11:25
 
1991년 대학 2학년 때, 식품가공학과 전공 필수과목인 수산가공학 수업을 들었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몇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그때 한참 '참치 캔' 선전을 할 때였다. 참치 캔에 든 DHA(물고기 기름 속에 존재하는 불포화 지방산)를 먹고 머리가 좋아지려면 하루에 한 트럭 분을 먹어야 효과가 있을까 말까 하다는 이야기와, 생선회는 무미(無味)·무취(無臭)라 구별하기 어렵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한 트럭 분의 참치 캔 이야기는 다들 웃어넘겼지만, 생선회가 무미·무취라는 것에는 다들 '에이, 설마' 하며 교수님의 말씀을 반신반의했다. 간장이나 초장이 그래서 필요하다는 말씀이었다. 다만, 근육 조직이 달라 자주 접하는 생선을 씹는 느낌으로는 구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교수님 말씀의 핵심이었다. 

지금이야 숙성한 회를 맛보기 쉽지만, 숙성회가 익숙하지 않았던 그 당시에 생선회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 숙성이라고 한 가지 더 알려주었다. 단백질이 효소에 분해되면서 글루탐산 등 감칠맛 성분이 증가해야 제대로 생선회가 맛이 든다고 했다.

생선회를 눈 감고 먹는다면
 

▲ 생선회는 눈을 감고 먹는다면 어종 구별은 불가능에 가깝다. 눈으로 근육 모양새를 보고 판단할 수는 있어도 향과 맛으로는 구별이 힘들다. ⓒ 김진영

 
생선회는 눈을 감고 먹는다면 어종 구별은 불가능에 가깝다. 눈으로 근육 모양새를 보고 판단할 수는 있어도 향과 맛으로는 구별이 힘들다. 참돔, 민어, 농어 세 가지 회를 안주로 소주 한 잔 마신 적이 있다. 주인장의 설명을 들으며 회 모양새만 기억하면 세 가지를 구별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한잔 술이 두 잔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어려워진다. 물론 모양새로는 구별할 수 있지만 맛으로 절대 구별하기 어렵다. 초밥왕의 '쇼타'나 맛의 달인인 '지로' 정도가 돼야 구별하지 않을까 싶다. 

이름을, 혹은 모양새를 모른다면 세 가지 회의 맛은 구별하기 어렵다. 8월 말 세 어종의 가격 차이는 크다. 한여름에 수요가 달리는 민어가 가장 비싸고, 참돔이나 농어 가격은 비슷하다. 올해는 민어가 많이 잡혀 예년에 비해 가격이 내려갔지만, 낚시로 한 마리씩 잡아올린 건 그물로 잡은 것보다 가격이 몇 배나 비쌌다.

몇 주 전, 동해로 황열기(표준명 노란볼락) 낚시를 다녀왔다. 황열기는 볼락과의 생선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우럭과 사촌지간이다. 우럭은 회유하지 않고 텃새처럼 태어난 바다를 벗어나지 않지만, 황열기는 수심이 깊은 바다에 살다가 산란 때는 낮은 바다로 올라온다. 

낮은 바다라고 해도 사는 곳이 동해안이다 보니 황열기가 잡히는 곳의 수심은 60~100m 정도다. 잡히는 때가 따로 정해져 있어 황열기는 고급 어종으로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30cm 조금 넘는 것이 몇만 원 할 정도로 우럭보다 몇 배 비싸다. 

그렇다면 '황열기가 우럭보다 비싼만큼 맛도 더 좋을까?'라는 질문에는 '아니오'라고 확실히 답할 수 있다. 몇 마리 잡은 황열기와 포획금지 크기를 겨우 넘긴 대구포를 떠서 전을 부쳤다.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하고 달걀 옷을 묻혀 부치고 나니 뭐가 뭔지 구별이 안 되었다. 질감으로 부드러운 건 대구, 약간 씹는 맛이 있는 건 황열기로 추측했다. 

담백한, 다시 말하자면 맛이 심심한 게 특징인 흰살생선은 회뿐만 아니라 조리해도 맛으로는 구별하기 어렵다. 혹시나 해서 조림이나 구이를 해봐도 식감의 차이가 조금 날 뿐이었다. 서해의 작은 포구로 출장 갔을 때 먹었던, 잡어 취급받는 노래미(놀래미) 구이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잡어 취급 받던 곰치, 물메기, 전어가 지금은
 

▲ 몇 주 전, 동해로 황열기(표준명 노란볼락) 낚시를 다녀왔다. 황열기는 볼락과의 생선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우럭과 사촌지간이다. ⓒ 김진영

 
크기가 2m까지 자라는 돗돔을 말할 때 '전설'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어마어마한 크기에 상어도 잡아먹는다는 소문, 일 년에 몇 마리 잡히지 않는 희소성까지 더해져 전설의 물고기가 되었다. 1990년대까지 전라남도 신안의 작은 섬 가거도에는 돗돔잡이 배가 12척이나 있을 정도였으니 지금처럼 그렇게 전설 속의 물고기는 아니었다. 

일본에 출장갔을 때 다른 생선과 함께 돗돔을 맛볼 기회가 있었다. 한 접시에 다른 회와 같이 나왔는데 별반 맛이 뛰어나지는 않았다. 그냥 먹어왔던 생선회와 큰 차이를 못 느꼈다. 오히려 제철 맞은 전갱이가 내 입에는 더 착착 달라붙었다. 

돗돔을 다른 생선과 먹다보니 궁금증이 생겼다. '고급 생선과 잡어의 구분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다. 돌돔·참돔·감성돔과 자리돔, 민어와 조기에서 차이는 다른 것보다는 잘 잡히는 것과 덜 잡히는 것의 차이일 뿐, 맛의 관점에서는 큰 차이는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비싼 생선이 꼭 가장 맛있고 싼 생선이 맛없는 건 아니다. 생선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입맛에 맞느냐는 거다. 아무리 비싸도 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맛없는 거다. 그것이 아무리 전설의 물고기일지라도. 세상에 잡어는 없다. 잡어 취급 받던 곰치나 물메기, 그리고 전어가 계절의 진미로 대접받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우리가 각각의 맛을 몰랐을 뿐, 잡어(雜魚)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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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합동훈련때 정보함 슬쩍 띄운 중국의 속셈

[윤석준의 차·밀] 불협화음 어떻게 나왔나
 
윤석준  | 등록:2018-10-03 09:00:53 | 최종:2018-10-03 09:31:2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러시아 국방부는 2017년 11월에 유럽에서 실시한 Zapad 2017(West 2017) 훈련에 이어 올해에는 시베리아 동부 연해주에서 중국과 몽골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Vostok 2018(영어명: East 2018)’ 군사훈련을 9월 11일부터 14일 동안 실시했다.

[출처:신화망]

약 30만 명의 지상군, 1,000대의 전투기, 헬기와 무인기 그리고 약 80척의 전투함이 참가함으로써 러시아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군사훈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Vostok 2018 군사훈련에는 중국이 처음으로 참가하였다. 이는 미국 주도의 1강 군사대국 구도에 대응하여 러시아와 중국 양자 간 전략적 군사협력을 미국에 보내려는 묵시적 목표를 나타내고 있었다. 당시 중국은 약 3,500명의 지상군과 약 900대의 지상 차량과 전차 그리고 약 30대의 항공기 등을 참가시켰으며, 해군 함정 참가 여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불협화음 어떻게 나왔나

그런데 Vostok 2018 군사훈련에서의 중·러 간 전략적 군사협력 모양새가 좀 이상하게 되었다. 
  
러시아 주관하에 실시된 Vostok 2018 군사훈련 기간 중에 중국 해군이 훈련 지역과 인접된 해역에 Type 815A 동디아오(東調)급 정보수집함(AGI) CNS-856를 보내 훈련과 관련된 러시아군의 군사정보를 은밀히 수집하였기 때문이다.

[출처:신화망]

CNS-856은 중국 후동중화 조선소에서 건조된 가장 늦게 건조된 정보수집함으로 이전의 정보수집함 보다 공(功)을 더 많이 들인 군사정보 수집기능이 우수한 함정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우수한 정보수집함이 미국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십 국가인 러시아에 대해 활동한 것이다. 
  
그 동안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증진시키고 있었으며, 이를 지속적으로 미국에게 시현하여 미국을 견제하고자 하였다. 아마도 이번 중국의 Vostok 2018 훈련 참가도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특히 이번 훈련 기간 중에 블라디보스톡에서 러시아 주관 하에 개최된 『동방경제포럼(East Economy Forum)』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함께 참석해 중·러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미국에게 시현하고 있었다.

2018년 9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참석 차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출처:중앙포토]

그런데 지난 9월 17일자 『미 해군연구소 뉴스레터(USNI Newsletter)』가 미 해군 관계관을 인용하여 “중국 해군 동디아오급 Type 815A형 CNS-856 정보수집함이 러시아, 중국 그리고 몽골군 간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인접 해역인 한반도 동해에 나타나 각종 러시아군의 군사정보를 수집하였다”고 보도하여 중국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아마도 러시아는 이미 알고도 중·러 간 불화음을 보이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을 고려하여 일부러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며, 미국은 이를 활용하여 중·러 간 갈등을 유발시킬 목적으로 공개하였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문제는 중·러 간 Vostok 2018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가운데 갑자기 적국(敵國) 훈련을 대상으로 군사정보 수집 활동을 의미하는 중국 해군 CNS-856 정보수집함의 은밀한 활동이 미국에 의해 공개된 것이다. 만일 미국의 보도대로 중국 해군이 러시아의 Vostok 2018 훈련 중 발산되는 각종 군사정보를 수집하는 은밀한 스파이 활동을 실시하였다면, 이는 러시아 입장으로는 매우 불쾌한 행위이었을 것이며, 중국으로는 체면을 구긴 형국이 되었을 것이다.
  
군사전문가들은 그 동안의 중·러 간 군사협력을 주로 러시아가 중국에게 첨단 군사과학기술을 제공함으로써 중국이 일방적으로 러시아에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상호의존적 관계로 저평가해 왔다. 실제 러시아는 중국군의 현대화에 필요한 각종 첨단 탄도 미사일 관련 항공우주기술, 함정용 X-band 레이더 등 탐지장비 완성품, 스텔스 전투기 엔진 및 전자전 장비 등을 제공하였으며, 중국은 다소 앞서 있는 무인기(UAV) 관련 일부 군사과학기술을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을 뿐으로 중·러 간 군사협력은 서로 상호보완성이 없는 일방통행(one-way)식의 군사과학기술 협력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출처:신화망]

특히 최근에 이르려 중·러 간 군사협력이 미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연합훈련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었는 바, 그 수준은 남중국해, 동해, 흑해, 지중해 그리고 발틱해에서의 중·러 간 해군협력으로 나타나 겨우 미 해군의 해양통제 기득권에 도전하는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 하에 Vostok 2018 중·러 군사훈련 기간 중에 중국 해군이 군사정보 수집 활동을 실시한 것은 그 동안 중러 군사협력 관계를 관찰해 왔던 군사전문가들에게 매우 예외적 사례로 인식되었다. 
  
그 동안 중국 해군이 미군 주도의 군사훈련에 대해서는 은밀한 스파이 활동을 마다하지 않았으나, 러시아에 대해서까지 스파이 활동을 실시한다고는 예측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2014년과 2016년 동안 중국과 러시아는 각기 미 해군 주도의 림팩훈련에 군사정보수집함을 보내 림팩훈련 참가국의 훈련 양상, 장비와 무기체계와 관련된 군사기술정보를 수집하였으며, 이는 당시 림팩훈련에 참가한 국가에게 매우 껄끄러운 장애 요인이었다. 
  
특히 공해상에서 작전하는 해군 군사정보수집함의 작전을 국제법으로 제재할 이유가 없었으며, 만일 훈련 중에 중국과 러시아 해군 정보수집함을 의식해 전파발사금지(EMCON)을 취하면 훈련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단지 훈련 참가 함정에 탑재된 각종 장비와 무기체계의 암호화와 주파수 변경 주기 등의 우수성을 보이는 것 외는 특별한 방안이 없었다. 
  
『미 해군연구소 뉴스레터(USNI Newsletter)』는 중국 해군이 2014년도 림팩훈련에 처음으로 참가할 시에 미 해군 항모타격단(CSG)이 훈련하는 해역에 동디아오급 정보수집함 CNS-851을 보내 군사정보 수집 활동을 실시하여 미 태평양사령부의 항의를 받았으며, 금년 림팩훈련에 초청을 받지 못하자, CNS-853을 보내 림팩훈련 참가국의 훈련 상황을 감사하면서 군사정보 수집 활동을 실시하였다고 보도하였다. 
  
러시아 역시 2016년 림팩훈련에 Project 1826 Bal'zam급 Pribaltika (SSV-80)을 보내 은밀히 군사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상호 합의 하에 교호로 은밀한 군사정보 수집 활동을 실시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하에서의 동일한 행위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의 군사정보 수집 능력

현재 중국군은 독자적 전술(戰術: warfare) 개발에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중국은 군 현대화에 의해 신형 전력을 확보하는데만 정신이 없었지, 이를 어디에 배치하여 어떻게 운용하여 상대국 또는 경쟁국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보장하는가에 대해서는 소홀하였다. 2016년 국방개혁을 통해서야 비로서 중국군은 전투에서 승리를 위한 전술 개발 필요성을 인식하여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전술 개발에 있어서의 근원적 문제는 장비와 무기체계만 갖추었지 장비와 무기체계에 들어가야 할 소프트 웨어인 전술적 데이터와 전술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실전 경험 부족이다. 중국군은 미군 보다 양적으로 우세하나, 실전 경험과 전술 및 교리 개발 사례가 미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였으며, 있었어도 1979년 중·월 국경전쟁과 1974년 1월의 남중국해 서사군도, 1988년 5월의 남사군도에서 베트남과 제한전에서의 재래식 전술이었다. 일부 중국 군사전문가들은 정말 당시에 “개념없이 전투를 치렀다”고 자백하고 있다.
  
둘째, 상대방에 대한 정보수집이 거의 없었다. 전투는 적의 전술을 미리 파악하여 이에 대응하는 대응전술을 개발해 전장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근데 적의 자료가 없으면, 대응 전술을 개발할 수가 없으며, 이에 따른 장비와 무기체계를 개발할 수가 없다. 
  
특히 그 동안 중국군은 대부분의 장비와 무기체계를 러시아로부터 도입해 역설계하다 보니, 중국과 러시아를 잘 이해하는 미국 등의 서방 방산업체들이 개발한 장비와 무기체계와 비교 시 항상 한 수(數) 뒤에 처져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지난 1월 10∼11일 동안 발생한 일본 영해와 인접된 해역에서의 중국 해군 상(商)급 핵잠수함의 강제 수면위 부상(浮上)과 2009년 3월과 5월에 미 해군 해양조사함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수중음향 자료를 조사해 간 사례에서 나타났다.

[출처:봉황망]

셋째, 아무 도움없이 중국 혼자 해야 했다. 미국의 경우 동맹국 또는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과 협력하여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정보를 수집해 이를 융합함으로써 대응전술 개념을 정립하고 이에 따른 장비와 무기체계를 개발한다. 예를 들면 동아시아의 경우 일본, 호주, 싱가포르 및 인도의 E-2D, P-8A/I 및 각종 고고도 무인기(UAV) 운용과 유럽 나토의 E-8 공중조기정찰기 운용이었으며, 특히 러시아와 인접된 북유럽 3국의 군사정보 수집 수단과 협력하여 러시아의 군사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군은 겨우 KJ-1000, KJ-500 공중조기경보기 등을 운용하는 수준으로서 이를 함께 공유할 동맹국 또는 파트너십국가가 아직은 없다. 그러니 림팩훈련과 Vostok 2018에 중국 해군 정보수집함을 보내 독자적 군사정보를 수집함으로써 주최국의 항의를 받아 체면을 구기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3가지 원인은 중국군이 얼마나 절박하게 미국, 동맹국 또는 경쟁국의 군사정보 수집과 데이터 축적을 필요로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 중국군은 독자적 전술 개발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정보수집 활동에 나서고 있으며, 중국 코앞인 동아시아에 전진 배치된 미군 전력만이 아닌,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무작위 정보수집에 나서고 있다. 최근 중국 해군 JB-9 해군정찰기는 한반도 주변 한국방공식별구역에 6회에 걸쳐 들어와 각종 군사정보를 수집하였다.  

중국의 러시아 군사정보 수집 범위와 수준

이 와중에 러시아 전술도 필요하였다. 즉 미국 전술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미국과 경쟁하는 러시아군의 전술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미국에 대응하여 개발한 장비와 무기체계들에 대한 정보는 바로 중국이 미국에 대응하는 장비와 무기체계에 대한 기본적 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중국군이 이번 Vostok 2018 훈련에 참가하면서, 군사훈련 기간 중에 발산되는 각종 러시아군의 군사정보를 수집한 목적이었다. 
  
이러한 의도 하에 중국 해군은 동디아오급 정보수집함을 가장 적합한 수단으로 인식하였다고 평가된다. 
  
이에 1999년 말에 이르려 6,000톤 규모로 원해에서 군사정보 수집이 가능한 Type 815G형 동디아오급 정보수집함 CNS851 1척을 중국 후동중화 조선소에서 최초로 확보하여 동해함대 사령부에 배치하였으나, 대부분은 정보수집 기능은 작동수 경험과 운용술에 의존하는 수동이자 수집수단도 파라볼라(parabolic) 안테나 수준이었다. 이것으로는 미국과 일본이 발산하는 신호정보를 수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를 개선하고자 2009년부터 2018년까지 같은 조선소에서 건조된 중국 해군 정보수집함은 함정 외면상으로 첨단 전자정보(ELINT), 통신정보(COMINT) 등의 신호정보(SIGINT) 및 암호수집(decrypt) 안테나 장비를 추가하였으며, 특히 수집된 군사정보를 실시간으로 육상지휘소에 전달하는 링크체계 구축을 위해 함교 신호갑판 위에 원통형 위성통신(INMARSAT) 체계를 추가로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중국 해군은 이러한 정보수집함을 이용하여 러시아군의 주요 군사정보를 수집하였을 것이다. 우선 과거에는 주로 통신감청(COMINT) 등에 의한 동향(動向) 파악이었는데, 이번 Vostok 2018 훈련 관련 러시아군의 각종 신호정보(SIGINT)에 포함되는 전자정보(EMINT)와 수중음향정보(ACUINT) 및 암호해독(decrypt) 등의 성능이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신형 장비 군사정보이다. 이번 Vostok 2018 기간 중에 러시아는 각종 신형 장비와 무기체계들을 훈련 시나리오에 적용하였을 것이며, 중국 해군 정보수집함은 이점을 노렸을 것이다. 실제 러시아는 S-400 등 각종 신형 장비를 훈련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신화망]

이는 2017년 초반에 미 육군 사드(THAAD)의 한국 배치가 논의되자, 2017년 7월에 중국 해군이 정보수집함 CNS-854를 일본 쓰가루 해협을 통과해 알래스카와 인접된 베링해에 전개하여 미국의 탄도 미사일 방어체계 관련 정보를 수집한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중국 해군 정보수집함의 베링해 진입은 2015년 중국 해군 기동전투단이 베링해에 진입한 이후 정보수집함이 미 해군 작전구역에 진입한 최초 사례였다.
  
아울러 수집기간이 길어 상당한 분량의 군사정보를 수집하였을 것이다. 중국군이 Vostok 2018 군사훈련 기간 중에 공중 수단을 보내는 것은 정보수집 기간이 짧고 상대국에 의해 제한을 받아 위험하다. 그러나 해군 정보수집함은 러시아 영해 밖 공해 또는 국제수역에서의 군사정보 수집은 합법적이며, 항해의 자유 권리 보장에 의해 제한받지 않는다. 중국 해군 정보수집함의 경우 최소 6개월 이상의 수집기간을 갖고 있어 관련 해역에서 훈련 기간 이전/후 기간 동안 대기하면서 전자기 공간으로 발산되는 수많은 러시아 장비와 무기체계 관련 군사기술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출처:인민망]

결국 중국군은 이번 러시아 주관의 Vostok 2018 훈련에서 중국군이 보유한 러시아 모방형 장비와 무기체계 관련 전술 개발을 위한 소프트 웨어 역할을 할 러시아 군사정보를 축적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 역대응하는 전술을 쉽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군의 독자적 전술 개발 가능성

아마도 중국군은 해군 정보수집함에 의해 무작위로 수집한 러시아군의 각종 군사정보를 중국이 자신감 있어 하는 ‘빅데이터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분석기법’에 의해 정밀히 분류하여,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의 전술 시나리오(scenario)와 작전 절차(procedure)를 재구성함으로써 대응전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중국 해군은 미국이 동아시아에 전진 배치된 미군 첨단 전력과 기지에서 발산되는 전자기 스펙트럼을 무작위로 수집하여 이를 바탕으로 미군 전술을 어림짐작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금년 들어 한반도에 대한 중국 해군 JB-9 정찰기 활동이 6회에 이르고 향후 점차 더 증가될 것으로 전망되는 평가에서 증명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해군은 상대국에 의해 제한을 받는 기존의 공중 수단에 추가해 해상에서의 장기간 합법적으로 정보수집 활동을 할 수 있는 해양 정보수집함을 지속적으로 건조하고 있으며, 현재 해양정보수집 함정 규모로는 세계 1위 수준이다. 해양정보 스집 활동은 공중 보다 정보수집 시간이 길고 상대국과의 갈등이 없으며, 국제법에 의한 항행의 자유 권리에 따라 영해로 진입하지 않는 한 무한정 정보수집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해군은 최근 6년 동안 Type 815G/A형 동디아오급 정보수집함을 같은 조선소에서 무려 6척(CNS852-859)을 지속적으로 건조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미 해군 주관의 림팩(RIMPAC) 훈련시에 중국 해군 Type 815A형 동디아오급 정부수집함이 미 해군 로날드 레이건 항모타격단이 훈련하는 인접 공해에서 정보수집을 하여 러시아군으로부터 수집한 군사정보와 함께 분석하여 대응전술을 개발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중국 해군 동다이오급 정보수집함이 주로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 지역, 미 해군 잠수함 주요 이동해역 그리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한반도 주변 해역에 배치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중국 해군이 동디아오급 정보수집함을 주로 동해함대 사령부와 북해함대 사령부에 배치되는 주된 이유이다.

[출처:신화망]

궁극적으로 2001년 4월 1일에 남중국해 상공에서 발생된 미 해군 EP-3 정찰기가 중국 공군 J-8Ⅱ 간 충돌사고가 중국군에게 군사정보 수집의 중요성을 교훈으로 준 사건이었다면, 이번 Vostok 2018 군사훈련시에 중국 해군 정보수집함의 활동은 러시아에게 중국이 마냥 미국에 대응하는 전략적 파트너십 국가가 아님을 교훈으로 증명해 준 사건이었다.

글=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정리=차이나랩

윤석준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이자, 예비역 해군대령이다. 2011년 12월31일 제대 이전까지 수상함 전투장교로 30년 이상 한국해군에 복무했으며, 252 편대장, 해본 정책분석과장, 원산함장, 해군본부 정책처장, 해본 교리발전처장 및 해군대학 해양전략연구부장 등을 역임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4659&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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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의병 사진으로 끝난 ‘미스터 션샤인’

유일한 의병 사진으로 끝난 ‘미스터 션샤인’

[아침신문 솎아보기] 영국 기자가 1907년 찍은 유일한 의병 사진, 조선일보, ‘무지개 카스텔라’ ‘치즈빵’ 200만개 팔렸다

이정호 기자 leejh67@mediatoday.co.kr  2018년 10월 02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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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광풍 잠재울 단 하나의 방법!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국토보유세,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근본 처방

 

 

 

작금의 부동산 광풍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박원순 시장 모두가 책임이 있다.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왜냐하면 정부 출범 후 이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부동산공화국’과 정면 대결을 벌인 참여정부의 계승자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역사적 책무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그저 단기 시장조절 정책과 주거복지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은 등한히 했다.
 
이 글에서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하여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근본정책 수단을 소개한다.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조세저항 문제까지 해결할 방안은 현행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는 대신 국토보유세를 도입해서 세수 순증분을 전 국민에게 토지배당으로 똑같이 분배하는 것이다. 토지보유세와 기본소득을 결합하는 방안인데, 이는 전 국민이 국토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갖고 있음을 전제한다.  
 
국토보유세의 원리를 모든 특권으로 확장해서 특권과세를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 특권을 해체할 최선의 방안은 특권이익에 무겁게 과세하는 것이다. 동원 가능한 정책 수단으로는 국토보유세 도입, 재벌·대기업 법인세 중과, 누진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상속세·증여세 최고세율 인상, 자연자원 이용료와 환경오염세 정상화 등을 들 수 있다. 특권과세로 생기는 수입은 전액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사용할 수도 있고, 국가 소멸을 저지하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 투입할 수도 있다. (필자) 
 
부동산 광풍, 누구의 책임일까? 
 
지난 7월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에 불어 닥친 광풍이 누구의 책임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9년 동안 줄기차게 밀어붙인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에 책임을 돌린다. 예컨대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의원은 9월 13일 국회 본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이명박 정권이 지방 부동산 띄우기 정책을 펼친 지 3년 만에 지방 부동산 시장에 광풍이 불었고, 박근혜 정권이 분양가 상한제 실질적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3년 유예, 재건축 조합원 분양주택 수 3채 허용 등 부동산 투기 조장책을 펼친 지 3년 만에 서울 부동산 시장에 광풍이 불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시절의 인위적 금리 인하도 한몫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과 수구 언론들은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의 규제 일변도 수요억제 정책과 부서 간 정책 혼선을 꼽는다. 예를 들어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 같은 이는, 서울 아파트값이 박근혜 정권 50개월 동안 10.2% 상승한 데 반해 문재인 정부 16개월 동안 26%나 뛰었음을 지적하며, 노무현 정부 때와 똑같은 정책을 펼치는 문재인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과세·규제 강화를 포기하고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해야만 서울의 부동산 광풍을 잠재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말을 들으면 이 말이 맞는 것 같고, 저 말을 들으면 저 말도 맞는 것 같아서 헷갈리는 독자도 많을 성 싶다. 그래서 이 문제는 정확한 팩트 체크로 진실을 가릴 필요가 있다. 우선,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책임을 돌리는 박영선 식 견해부터 살펴보자. 이 견해는 양 정권이 실시한 부동산 경기부양책의 실상을 드러냄으로써 부동산 광풍의 역사적 배경을 밝힌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지만, 문재인 정부의 정책 오류에 완전히 눈을 감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부동산 정책의 효과가 3년 뒤에 나타난다고 한 것도 근거가 없는 이야기다. 
 
사실 문재인 정부에 면죄부를 주기에는 정책 오류가 적지 않고 또 크다. 대선 공약 발표 때부터 매년 10조 원, 5년간 50조 원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여 부동산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집권 후 내내 보유세 강화에 극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적당히 관리는 하겠지만 '부동산공화국'을 건드리는 근본 정책을 실시할 생각은 없음을 드러냈다. 부동산 시장 참가자들은 정부의 이런 태도를 투기해도 괜찮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또 임대주택의 실태를 파악하고 임대료 상승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등록 임대주택에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여 투기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했고, 보유세 강화 없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시행하여 '똘똘한 한 채'로 투기 수요가 집중되게 만들기도 했다. 이에 더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여의도 통개발과 강북 개발 계획을 연이어 발표해서 강남 지역에 붙었던 불을 서울 전역으로 확산시켰다.  
 
다음으로,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야당과 수구 언론의 견해에 대해 살펴보자. 이 견해는 정부의 정책 혼선과 이전 정부 때보다 훨씬 빠른 부동산 값 상승세를 지적한다는 점에서 타당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노골적인 부동산 경기부양을 시도했다는 명백한 사실과 박근혜 정권 때의 재건축 규제 완화와 금융 규제 완화가 강남 지역 부동산 광풍의 시발점이었다는 사실에 애써 눈을 감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재건축 규제 완화는 투기 광풍의 원인으로 작용했던 정책임에도 그것을 해법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논리적 결함도 심각하다. 
 
명백한 역사도 자꾸 반복해서 말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9년 동안 줄기차게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투기 억제 장치가 전면 해제된 상태에서 작금의 부동산 광풍이 불었다는 사실이 분명함에도, 자유한국당은 모른 척 오리발을 내밀고 있으니 말이다. 이명박 정권은 종합부동산세 무력화, 도심 내 공급을 중심으로 한 공급확대 추진, 금융 규제와 일부 재건축 규제 외의 모든 투기 억제용 규제 장치 철폐를 추진했다. 세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은 수도권 시장을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지방 광역시에서는 2009년부터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지방의 부동산 투기 열풍은 2015년 내지 2017년까지 지속되었다.  
 
박근혜 정권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 폐지, 개발이익 환수 제도 무력화, 재건축 규제 완화, 금융 규제 완화 등의 투기 조장책을 펼쳤다. LTV(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활용한 금융 규제는 이명박 정권조차 감히 건드리지 못한 최후의 투기 억제 장치였음에도, 박근혜 정권은 그것마저 풀어버린 것이다. 이때 주역은 경제부총리를 맡고 있던 최경환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대대적인 부양책에도 꿈틀하지 않았던 서울 부동산시장은 2014년 하반기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바로 최경환이 펼친 '초이노믹스'의 영향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결론적으로 작금의 부동산 광풍은 누구의 책임인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박원순 시장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왜냐하면 정부 출범 후 이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부동산공화국과 정면 대결을 벌인 참여정부의 계승자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역사적 책무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보유세 강화를 시종 일관 외면했고, 어떤 철학으로 정책을 펼치는지 한 번도 밝히지 않았다. 부동산 문제는 그저 단기 시장조절 정책과 주거복지 정책으로 대처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6.13 지방선거 후 3개월 만에 대통령 지지율이 30퍼센트 포인트나 떨어지고 서울 아파트 시장의 매수우위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위기 상황이 발생하자 부랴부랴 발표한 9.13대책도 단기 시장조절 정책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고가주택과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핀셋증세', '찔끔증세'에 지나지 않아서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고 부동산 값이 폭등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재테크를 잘하면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번 부동산 광풍으로 고위 정책 담당자들의 주택 가격이 수 억 원씩 폭등했다는 뉴스가 언론에 보도돼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회사원이 월급을 아껴 쓰고 열심히 저축하더라도 평생 3억 원을 저축하기 어렵다. 그런데 단 몇 달 사이에 집값이 올라서 재산이 4억 원, 5억 원 불어난다고 하니, 억장이 무너질 일 아닌가?  
 
일반 국민들은 이런 소식에 분개하다가 마침내 자신들도 투기 대열에 합류한다. 수많은 국민이 투기 열풍에 휩쓸린 다음에 급기야 가격 거품이 꺼지면 뒤늦게 뛰어든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하우스푸어로 전락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이런 일은 다시 일어난다. 수 십 년 동안 부동산 투기 때문에 골병이 든 이 나라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담대한 약속으로 집권에 성공한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불로소득 문제는 외면하고 '깔짝깔짝' 가격 조절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사실 작금의 부동산 광풍을 잠재울 단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동안 시장에 잘못된 정책 신호를 줘서 부동산 광풍을 야기한 정책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시장에 가장 확실한 신호로 작용할 것이다. 그와 함께 5년간 50조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도시재생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여 부동산 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꺾어야 한다. 9.21대책에서 발표한 수도권 신도시 개발 방침도 지금은 철회하는 것이 옳다. 조정대상지역에 한정한 임대사업자 혜택 조정은 전국적으로 또 기존 사업자까지 포함해서 시행해야 한다. 단, 일정 기간 시행을 유예해서 다주택자에게 보유 주택을 매각할 시간을 줄 필요는 있다. 개발 규제, 금융 규제, 거래 규제 등은 시장 상황에 맞춰 강도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 보유세는 일단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과 공시가격 현실화 및 형평성 제고를 통해 과표를 현실화하는 방법으로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토보유세, 부동산공화국을 해체할 근본정책 
 
하지만 단기 시장조절 정책을 논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은 아니다. 아래에서는 어떻게 하면 부동산공화국을 해체할 근본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진행하자. 
 
                                     <그림 1> 부동산공화국 해체를 위한 정책 개념도 
 
<그림 1>은 부동산공화국 해체를 위한 정책 개념도를 그려본 것이다. 부동산공화국 해체라는 궁극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첫째, 올바른 정책 철학을 갖추어야 하고, 둘째, 그 철학에 부합하는 근본 정책 수단을 도입해야 하며, 셋째, 정책 담당자들이 사익에 휘둘리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올바른 정책을 세울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과 부동산백지신탁제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국토보유세와 그 원리를 확대한 특권과세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기로 하자.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효과적으로 차단·환수하고 모든 국민에게 토지에 대한 권리를 평등에게 부여해야 한다. 그 목적에 가장 잘 부합하는 정책수단은 부동산보유세, 특히 토지보유세다. 토지보유세는 부동산 소유자가 차지하는 지대소득을 줄일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자본이득(capital gain)을 줄인다. 게다가 올바로 설계할 경우 양도소득세의 결함인 동결효과나 조세전가를 유발하지도 않는다(양도소득세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에 효과적일 것 같지만, 소유자로 하여금 매물을 내놓지 않도록 만들거나 가격 폭등기에 조세전가를 초래하는 결함이 있다). 중립성, 경제성, 투명성, 공평성 등의 조세원칙에 비추어서도 토지보유세는 최상의 평가를 받는다. 
 
그러므로 한국의 부동산 불로소득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보유세 강화에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인가이다. 정책 추진의 기본 방향과 목표, 그리고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보유세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비토 논리가 퍼져 있기도 하고 조세저항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경제 관료들이 추진하기를 기피하는 정책 과제이기도 하다.  
 
필자의 생각으로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조세저항 문제까지 해결할 방안은 종부세를 폐지하는 대신 그보다 장점이 많은 국토보유세를 도입해서 세수를 충분히 확보하고, 그것을 전 국민에게 토지배당으로 똑같이 분배하는 것이다. 이는 토지보유세와 기본소득을 결합하는 방안으로, 전 국민이 국토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갖고 있음을 전제한다. 마치 주식회사의 주주들이 회사에 대해 보유 주식 수만큼 소유권과 배당받을 권리를 갖는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 국토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이 똑같이 한 주씩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토보유세는 종부세와 달리 토지에만 부과하고, 극소수의 부동산 과다보유자가 아니라 전체 토지보유자에게 부과한다. 건물에 과세하지 않는 것은 건물보유세가 건축 활동을 위축시키는 비효율을 낳기 때문이다. 조세저항 문제를 염려하겠지만 그것은 국토보유세 세수 순증분을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n씩 분배하는 토지배당으로 해결한다. 국토보유세는 현행 보유세 제도의 근본 문제로 지적되는 용도별 차등과세를 폐지하고 모든 토지를 인별 합산하여 누진과세한다. 토지보유세를 모든 토지에 동일한 방식으로 부과할 경우 조세의 중립성이 구현되지만 용도별 차등과세를 할 경우에는 토지 이용에 왜곡이 발생해서 효율성이 저해된다는 것은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게다가 지금의 용도별 차등과세는 주택 따로, 별도합산 토지 따로, 종합합산 토지 따로 나누어 각 범주 내에서 인별 합산 과세하기 때문에, 여러 유형의 부동산을 두루 많이 보유한 사람들에게 유리하다.  
 
국토보유세 도입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추진한다. 첫째, 현행 국세 보유세인 종부세를 폐지한다. 둘째, 지방세인 재산세는 현행대로 유지한다. 셋째, 재산세 납부액 중 토지분은 환급한다. 넷째, 전국에 소유하는 모든 토지를 용도 구분 없이 인별 합산해서 과세한다. 다섯째, 전체 토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과세한다. 여섯째, 공시지가를 과세표준으로 삼는다. 일곱째, 비과세·감면은 원칙적으로 폐지한다. 여덟째, 국토보유세 도입에 따른 세수 순증분은 모든 국민에게 1/n씩 토지배당으로 분배한다.  
 
필자는 한신대 강남훈 교수와 공동 집필한 한 논문에서 국토보유세를 도입해서 세수를 15.5조 원 늘리고 이를 전 국민에게 1인당 연간 30만 원씩 토지배당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전강수·강남훈, 2018, '기본소득과 국토보유세', 김윤상 외,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 경북대학교 출판부). 그 논문에서 우리는 이 방안을 시행할 경우 전체 가구의 94퍼센트가 순수혜 가구가 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제시했다. <표 1>은 종부세와 국토보유세를 비교한 표이다. 과세의 보편성, 조세원칙, 조세저항 완화 장치 내장(內藏) 여부, 제도의 지속 가능성 등 모든 측면에서 국토보유세는 종부세보다 뛰어난 세금임을 알 수 있다. 
 
                                       <표 1> 종부세와 국토보유세의 비교 

 

종부세

국토보유세

과세의 보편성

극소수 부동산 소유자 대상

모든 토지 소유자 대상

조세원칙에 따른 평가

가장 나쁜 세금 중 하나인 건물과세도 포함

가장 좋은 세금인 토지보유세만 부과

조세저항 완화 장치

없음

내장

제도의 지속 가능성

납세자와 수혜자 완전 불일치

납세자와 수혜자 일치

  
특히 국토보유세는 종부세와는 달리 조세저항을 완화할 수 있는 장치를 내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MF의 권고에 따라 현행 종부세와 재산세만으로 보유세를 GDP의 2퍼센트 수준으로 강화할 경우 심한 조세저항이 불가피하다. 반면 국토보유세 15.5조를 걷는 방안은 토지배당 지급으로 전체 가구의 94퍼센트에게 순수혜를 누리게 하므로, 과세 대상자의 절대 다수가 지지하여 소수의 부담자들이 펼칠 조세저항에 대해 강력한 방파제의 역할을 할 것이다. 즉, 종부세가 과세 대상자 전원의 저항을 유발하는 조세라면, 국토보유세는 과세 대상자의 94퍼센트가 지지할 조세이다.  
 
국토보유세 세수 순증분으로 지급하는 토지배당은 생애주기별 배당이나 특수배당 등 다른 기본소득과 결합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순수혜 가구 비율은 더 늘어나고 수혜액도 증가할 것이다. 토지배당을 비롯한 모든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그것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국토보유세를 기본소득과 결합하여 도입할 경우 예상되는 사회경제적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토보유세 도입은 부동산 공화국과 부동산 특권에 직격탄이 될 것이다. 이 세금이 본격적인 효과를 발휘할 단계가 되면,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지대추구 경향이 줄어들 것이며 그만큼 생산적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다. 둘째,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보유하는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토지를 매각할 것이므로 토지 소유 불평등을 완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 토지 매입에 몰두해 온 재벌·대기업들도 더 이상 필요 이상의 토지를 처분할 것이고, 그만큼 생산적 투자가 증가할 것이다. 부동산 소유 불평등 완화는 소득 불평등 완화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 지가와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화로 주거비용과 창업 시 토지비용이 하락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임금 부담과 높은 토지비용 때문에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의 회귀 가능성도 높아진다. 넷째, 모든 국민이 토지배당을 받게 되면, 자신이 민주공화국의 실질적 주인이라는 의식이 고양될 것이다. 
 
특권과세 강화로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특권과세 강화는 국토보유세의 원리를 모든 종류의 특권으로 확장하는 방안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사회 곳곳에 깊이 뿌리내린 특권들이 많다. 예를 들면 부동산 특권이 대표적이고, 교육특권, 일자리특권, 재벌·대기업이 누리는 독점이윤과 초과이윤, 세습자산, 환경 파괴와 자연자원 사용으로 누리는 특권 등 이루 헤아리기가 힘들다. 부동산 특권이 부동산 소유자에게 임대소득과 자본이득을 안겨주며 임대차 시장의 ‘힘의 비대칭’을 이용한 임차인 수탈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사회 상위 1%가 획득하는 과도한 소득은 그들의 노력과 생산성에 상응하는 것이라기보다 그들과 그 가족들이 누리는 교육특권과 일자리특권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노력과 생산성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불평등이 아니라 특권이익으로 인한 불평등이 커지면, 그 사회는 계급사회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계층 사다리가 끊어지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진다. 일반 국민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땀을 흘려도 먹고살기가 힘들어진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점점 사라진다. 한국은 이미 이런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출산율이 극단적으로 떨어지는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출산율의 극단적 저하는 국가가 소멸 과정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약 20년이 지나면 한국 지자체의 약 30%가 인구 감소로 기능 정지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 하니 이미 지방 소멸은 가시화되고 있고 봐야 한다. 특권을 해체해서 계층 사다리를 복원하고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지 않는 한, 이 과정을 되돌릴 길은 없어 보인다.  
 
특권을 해체하는 최선의 방안은 ‘특권이익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것을 과세의 제일 원칙으로 수립하여 실행하는 것이다.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으로는 국토보유세 도입, 재벌·대기업 법인세 중과, 누진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상속세·증여세 최고세율 인상, 자연자원 이용료와 환경오염세 정상화 등을 들 수 있다.  
 
특권과세로 생기는 수입은 국토보유세 수입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이 수입은 전액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사용할 수도 있고, 국가 소멸을 저지하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 투입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요람에서 대학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국가재건 프로젝트는 어떨까? 연간 30조원 정도를 투입하겠다는 담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아기사랑주택, 무상조리원, 무상탁아소, 무상어린이집, 무상유치원, 무상고등교육 등을 대거 공급하여 출산 때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다.  
 
요즘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데에는 주택문제와 일자리 문제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지만 출산 직후 육아문제도 그에 못지않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복지를 확대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초대형 국가프로젝트이다. 이와 같이 특권 해체로 공정한 경쟁을 복원하고 '요람에서 대학까지' 국가가 책임짐으로써 희망을 복원할 수만 있다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일도 불가능한 꿈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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