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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안보리 성명에, 미얀마 청년들 종로 한복판 길 위에 몸을 던지다

[포토] 미얀마 민주화 기원하는 미얀마 청년들의 오체투지

앞서 유엔은 10일(현지시간) 안보리 이사회를 열고 미얀마 군부의 폭력을 규탄하는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러나 AP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 인도, 베트남 등의 반대로 '쿠데타'를 명시하지 못했고 실질적 제제가 가능한 제제결의가 아닌 의장성명에 그쳤다.

 

12일 오후 재한미얀마청년연대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과 함께 서울 한남동 미얀마대사관에서 종각역 유엔인권위원회까지 오체투지를 시작했다.

 

▲ 12일 오후 미얀마 청년들이 고국의 쿠데타를 규탄하며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이날 오체투지에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재한미얀마청년연대,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 모임 등이 참가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코로나 방역 기준을 맞추기 위해 8명이 오체투지에 나섰다. ⓒ프레시안(최형락)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0일(현지시간) 미얀마 군부의 폭력 규탄 성명서에 합의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 이날 오체투지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의 주도로 이뤄졌다. ⓒ프레시안(최형락)
▲ 오체투지에 참여한 미얀마 청년ⓒ프레시안(최형락)
▲ 오체투지에 나선 이 청년은 고국의 이야기를 하다 눈물을 흘렸다. ⓒ프레시안(최형락)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31215373919395#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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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협력 끊겠다"…미얀마 군부 첫 제재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입력 : 2021.03.12 18:31 수정 : 2021.03.12 21:04

 

정부가 12일 군부 쿠데타로 유혈 사태가 발생한 미얀마에 대한 첫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한 군·경과의 협력을 중단하고, 전략물자 수출을 보다 까다롭게 하는 것이 골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시아 정상 중 가장 먼저 미얀마 당국의 대응을 규탄하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정부 차원에서 실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외교부, 기획재정부, 국방부, 법무부 등 7개 부처는 이날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군과 경찰 당국의 무력 행사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방·치안, 전략물자 수출, 개발협력 등 3개 분야의 대응 조치를 발표했다.

국방부는 미얀마 측과 추진하던 국방정례협의체나 미얀마 군 장교에 대한 신규 교육훈련을 중단한다. 경찰청 역시 치안 분야 업무협약(MOU) 체결을 중단할 계획이다. 화학물질 등 산업용 물자 수출 심사를 강화하고, 2019년 1월 이후 수출된 적이 없는 최루탄 등 군용물자의 경우도 수출을 아예 불허한다. 정부는 또 인도적 목적의 사업을 제외하고 개발협력사업 전반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국 내에 거주하는 미얀마인들에 대해선 인도적 특별체류조치를 실시해 미얀마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임시 체류자격으로 국내에 머물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국내에는 근로자와 유학생 등 미얀마인 2만5000∼3만명이 있다.

정부가 민주주의 악화를 우려하며 제3국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한 것은 드문 일이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포함해 아시아 국가 중에서 미얀마 유혈사태 확산에 대응하는 조치를 내놓은 나라도 한국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민주화운동 등 민주화 경험을 지닌 한국이 그 위상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가치 외교’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보조를 맞출 필요성도 고려했을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만큼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중요하게 느끼기 때문에 여러 차례 성명 발표 이후 실질적 조치 단계로 접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미얀마 정세와 국제사회 동향을 지켜보며 추가 대응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우선적으로 공적개발원조(ODA) 중점협력국인 미얀마에 대한 유·무상 원조 규모를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2019년 기준 미얀마에 제공된 ODA 규모는 유·무상 합쳐 약 9200만달러로로, 국가별로는 세 번째로 많았다. 재검토 대상에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지원을 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한·미얀마 경협 산업단지’ 등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무상 원조 사업을 재검토하되, 민생과 직결된 사업이나 보건·방역 등 인도적 지원 사업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정부의 제재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민간 부문 투자까지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한국 기업의 미얀마 투자 등 국제사회도 문제제기하는 부분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는 점은 아쉽다”며 “ODA 재검토 과정에서 시민사회 의견 수렴 절차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12일 군인들이 시위대가 쌓은 바리케이드 뒤편에 서 있다. 양곤/AP연합뉴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12일 군인들이 시위대가 쌓은 바리케이드 뒤편에 서 있다. 양곤/AP연합뉴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3121831001&code=910302#csidx5086e3b22159f2da641898740e0c7c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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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국방장관이 방한하는 진짜 이유?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1.03.12 14:54
  •  
  •  댓글 0
 
 
 
 

제5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 의제와 쿼드 플러스, 그리고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

▲미 국무부 안토니 블링컨(Antony J. Blinken) 장관(왼쪽)과 로이드 오스틴(Lloyd Austin) 국방장관(오른쪽)이 오는 17일 방한한다.[사진 : 뉴시스]
▲미 국무부 안토니 블링컨(Antony J. Blinken) 장관(왼쪽)과 로이드 오스틴(Lloyd Austin) 국방장관(오른쪽)이 오는 17일 방한한다.[사진 : 뉴시스]

미 국무부 안토니 블링컨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오는 17일 일본을 거쳐 방한한다.

이들은 방한 기간 제5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의 방한은 ▲1000여 개 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한미 연합군사훈련,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도 주한미군 주둔비(방위비분담금) 13% 인상, ▲성주 사드(THAAD)도 모자라 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작전통제권 이양 노골적 거부 등 한미 간 국방외교 현안이 미국의 의도대로만 결정된 데 따른 한국의 반발을 무마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들의 한국 방문에는 더 큰 그림이 있다. 그것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에 한국군을 첨병으로 삼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집권과 동시에 대중국 포위전략을 수립한 바이든 행정부는 12일(현지시각) 4자(미국, 일본, 인도, 호주) 협의체인 ‘쿼드’ 정상회의에서 대중국 포위에 주력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포할 예정이다. 그리고, 미 국무‧국방장관을 일본과 한국에 보내 전략 이행에 필요한 조치를 동맹국에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분석은 쿼드 정상회의와 미 국무‧국방장관의 방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공식 발표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9일 쿼드 정상회의 발표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쿼드를 조기에 개최한 것은 사실은 우리가 인도·태평양에서 동맹, 파트너와의 긴밀한 협력에 두고 있는 중요성을 보여준다”라면서, 중국을 미국의 심각한 전략적 경쟁 대상이라고 밝혔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석좌는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 수장이 첫 해외 순방지로 일본과 한국을 택한 것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따른 것”이라면서, “중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구사하는 회색지대 전략은 물론 미사일 등 중국의 전통적인 도발에 대한 억지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명백히 밝혔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이 한국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린치핀(linchpin, 중심축에서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연결한 고리)에 비유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미국의 코너스톤(cornerstone, 주춧돌)은 일본이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위해 결성한 쿼드의 주력군은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다.

최근 쿼드 정상회의를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을 쿼드 회원국에 추가(쿼드 플러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의 쿼드 가입은 한국군이 주일미군 휘하에 들어감과 동시에 일본 자위대와의 군사동맹 체결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반발이 예상된다. 그 때문에 이번 쿼드 정상회의에서 쿼드 플러스가 결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쿼드에 가입하지는 않지만, 회원국에 준하는 조치가 마련될 공산이 크다.

가령 이번에 합의된 주한미군 주둔비(방위비 분담금) 134억 원이 주일미군 F-35전투기와 탐색구조헬기 HH-60 정비 비용으로 지출되는 것과 같은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국방장관이 방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에서 누구를 만나 어떤 협의를 할지 아직은 동선이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미국의 두 장관이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갈등 심화’를 우려하는 한국의 처지를 고려할 리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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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역사저널 그날>의 ‘역사 모독’

3월 9일 방송 ‘아웅 산 묘소 테러’ 시청 소감
 
강진욱  | 등록:2021-03-12 14:24:39 | 최종:2021-03-12 14:36:2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KBS <역사저널 그날>의 ‘역사 모독’
- 3월 9일 방송 ‘아웅 산 묘소 테러’ 시청 소감

강진욱 <1983 버마> 저자

함부로 범접해서는 안 될 우리 현대사가 언젠가부터 딴따라들이 멋대로 씨부리는 연예 이야기 소재로 전락했다. 겸허히 역사를 배워야할 자(者)들이 역사 연구의 권위자로 행세한지도 꽤 됐다. 3월 9일 KBS <역사저널 그날>의 ‘전두환 암살 미수,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편은 차라리 역사 모독이다. 전두환네 안기부가 온갖 거짓말로 더럽힌 우리 현대사를, 안기부식 언설로 재차 유린했다.

논의의 형식부터가 문제였다. 진행자는 다섯. 앵커와 역사 교수 박태균(서울대 국제대학원), 역사 교사 이상석(서울 모 중학교), 그리고 ‘추임새 남녀’ 둘(배우 이시영과 독일인 다니엘 린데만). 박 교수는 꽤 유명한 이다. <한계레신문> 등 소위 진보 언론에 글을 많이 싣는다. 글은 좀 엉성한 편이다. 작년에 임용고시에 합격했다는 이 교사는 코로나 시대에 막 ‘뜨는’ 신세대 교사란다.

그 진위가 의심되는 논쟁적 사건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섭외해야 한다. 중견급 교수는 그렇다 치고 초짜 교사까지, 똑같은 의견을 가진 둘을 붙여 놨다. 어쩌잔 말인가. 거기다 사건의 맥을 짚어야 할 앵커까지 추임새 넣는데 신을 냈다. 니나노판과 다름이 없었다.

구성도 엉성했다. 전두환과 그 정권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디스’를 해야 한다는 시류 감각인지 ‘전비어천가’를 남발하던 80년대 ‘땡전뉴스’를 연속 틀어놓고 낄낄댔다. 전두환과 그의 시대를 혐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듯 싶지만, 이게 아웅 산 묘소 테러와 무슨 상관이 있나. 영부인이 화려한 옷차림으로 해외 순방에 나선다는 멘트는 사족(蛇足), 이철희-장영자 어음 사기 사건이나 대도 조세형 얘기는 ‘개밥에 도토리’다. 전파의 낭비고 시청자 우롱이다. 구성이 엉성한데 내용인들 알찰까.

역사적 사실에 대한 깊이 있는 관찰과 사유 대신 전두환네 안기부가 정.리.해. 놓.은. 조작된 결론으로의 회귀 본능이 너무 강했다. 아웅 산 묘소 테러는 전두환 정권의 안기부가 은폐한 진상을 밝혀야 할 문제. 전두환 정권의 공식 해설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 필수다. 그런데 <역사저널 오늘>은 사건에 얽힌 숱한 의혹들은 건성 핥으면서 전두환네 안기부식 해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농후했다. 차라리 장세동의『일해재단』(1995)나『전두환 회고록』(2017)을 펴 놓고 강설을 하지! 전두환과 그의 시대에 대한 냉소는 그냥 시늉이었다는 얘기다.  

하나하나 보자. 먼저 사건의 정의. 이시영이 “북한의 시도는 자살골”이라고 언급하자 앵커가 “이때부터 북한은 범죄집단으로 낙인찍혔다. 반공정신이 고취돼 전두환을 곤란하게 했던 많은 이슈들이 모두 묻혔다”고 맞장구를 치고, 곧바로 박 교수가 말을 보탰다. “그런 게 한 두 가지가 아니거든요 ... 아, 진짜 (북한은 남한의 민주화에) 도움이 안 되는구나 ... 이런 생각을 할 때가 많은데 ... 아, 이게 정말 북한 내부 사정 때문에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볼 때는 뭔가 한 발 한 발 발전해서 나아가는데 찬물을 끼얹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런 순간의 하나였다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발언이다. 그의 논지는 ‘우리 남한 국민들이 민주화를 위해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에 맞서고 있는 판에 북한이 되지도 않을 요인 암살 테러를 감행하다 실패해 괜히 전두환 정권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으로 읽힌다. 박 교수는 아마도 ‘6.25 남침’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모르지만, ‘남한이 발전하는데 북한이 방해했다’는 말을 입증할 수 있을까. 그는 이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와 이 교사는 또 “사건이 정리된 뒤 ‘늑대사냥’이라는 외교전을 펼쳐 북한을 고립시키는데 성공”했고, “1983년 말 남북한의 수교국 수가 120대 102”라며 남한이 북한을 압도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전두환을 죽이려다 실패한 덕분에 전두환 정권이 승승장구했다는 말이다.

<역사저널 오늘> 출연진의 말대로 문제의 테러를 저질렀다는 북측이 얻은 것은 ‘1’도 없고 모든 것을 잃었다. 적어도 사건 직후 한.미와 서방국들이 외교전에 급피치를 올릴 때 북측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듯 했다. 만약 냉철한 판단력을 발휘해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면, ‘이거 북한이 한 거 맞아?’라는 의문을 가져야 마땅하다. 희극과도 같은 전대미문의 사건을 기획하고 실행한 측이 모든 것을 잃었다는 말이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시영이 “미얀마와 북한의 관계가 생각보다 끈끈했던 것 같거든요”라고 했듯이 버마는 북한에게 비동맹 우방이고 형제국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버마에서 북측이 전두환을 죽이려 했다는 이야기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남한 대통령을 시해하려면 남한에서 하면 될 일이다. 굳이 버마에까지 가 전대미문의 사건을 일으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 이유가 없다. 그 ‘국제사회의 이목’은 바로 미국과 전두환네가 노린 바였다. <역사저널 오늘> 팀이 떠벌린 ‘도끼만행 사건’(미루나무 사건, 1976.8.18) 때와 마찬가지!

미루나무 사건 당시, 북측의 경고를 무시하고 미군 병사들이 도끼를 들고 미루나루를 자르러 갈 때 이미 미국 측은 비디오 영상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고, 이때 촬영된 영상 자료를 유엔 등 외교무대에서 틀어대며 북측의 외교를 무력화시켰다. 이 사건 이후 유엔이나 비동맹회의 어디에서도 북측의 주한미군 철수 안은 회의 안건에 오르지 못했다. 1974년에 이어 1975년 30차 유엔총회에서 미군 철수안이 가결되고 곧 31차 유엔 총회와 비동맹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이 사건이 촉발된 것이다. 이때 미국 등은 ‘국제사회의 이목’이 가져다주는 쾌감을 만끽했을 것이고, 이런 짜릿한 쾌감을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었을 것이다. 아웅 산 묘소 자작테러 발생 시점에 맞춰 미주여행업자협회(ASTA) 세계총회(9.25∼30)와 국제의원연맹(IPU) 총회(10.2∼13)가 연달아 서울에서 열린 것은 한.미 양측이 아웅 산 묘소 테러를 준비하며 미리 국제사회의 이목을 서울로 집중시킨 정황이다.

(사진 좌 : 1983.9.13 조선일보)(사진 우 : 1983.4.30 조선일보)

버마 아웅산 묘소 테러는 특히 IPU 총회가 한창 진행 중일 때 일어났다. 전두환은 IPU 총회 개회 연설을 하고(10월 4일) 버마로 향했고(10월 8일), 그가 버마에서 돌아왔을 때(10월 10일) IPU 총회장은 이미 ‘북괴 성토장’이 돼 있었으며, ‘북괴 규탄’ 분위기 속에서 IPU는 폐막했다.

북측은 ‘미루나무 사건’ 등으로 인해 외교력이 많이 약화됐지만 1980년대에도 비동맹권에서 상당한 지위를 누리고 있었고, 이들 비동맹권 국가들의 힘을 바탕으로 유엔 무대에서도 여전히 남한보다 우위의 외교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한 번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엄청난 사건을 조작함으로써 북측의 비동맹에서의 우위와 유엔 무대에서의 만만찮은 위상에 일대 타격을 가했던 것이다. 

아웅 산 묘소 테러는 이렇게 치밀한 계산 아래 벌인 자작테러(라고 판단해야 한)다. 이런 판단에 이르기 위해서는 전두환네가 정리했고 신문과 방송이 너절하게 떠벌린 이야기만 주워 모아서는 곤란하다. 이런 허접한 이야기들을 면밀히 살펴 그것들 사이의 연관성을 추리하고 전두환 정권이 떠드는 이야기의 허점을 찾아내 파고들어야 한다. 이처럼 사건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키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새로운 사실들을 찾아내고 이전의 허접한 이야기들 속의 감춰진 내막을 들춰내는 것이 바로 역사 연구다.

박 교수가 이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그가 1983년 전후 및 1980년대 한반도 정세를 깊이 관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한반도 문제 또는 남북관계는 한미관계와 북미관계를 종속변수라는 사실은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1980년대는 레이건 정권이 나카소네 정권과 전두환 정권을 또는 레이건 정권과 나카소네 정권이 전두환 정권을 불쏘시게 삼아 한반도 정세를 전쟁 일보전 상태로 몰고 갔다는 사실을.

<역사저널 오늘>의 누군가가 언급한 KAL기 격추(1983.9.1) 사건이 바로 미국이 한국의 민간 항공기를 동원해 소련 군사 시설을 정탐하려다 빚은 참사였다. 레이건 정권은 곧바로 소련을 ‘악의 제국’(Empire of Evil)이라고 낙인했다. 그러면 곧이어 북한을 ‘악의 제국의 아류’ 쯤으로 낙인할 수 있을 법한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게 돼 있다. 레이건 정권은 전두환 정권과 협잡해 소련의 동맹국인 북한을 궁지에 몰 궁리에 골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KAL기가 소련 공군 미사일을 맞고 격추된 지 3주가 지난 9월 22일 대구의 미국문화원 문 앞에서 폭탄이 터졌다. 그러자 전 정권과 미국은 곧바로 ‘북괴의 소행’이라고 외쳐댔다. 또 18일 뒤인 10월 9일에는 버마 아웅 산 묘소 테러가 일어난다. 전 정권은 “대구 미 문화원 사건 때와 똑같은 폭탄이 터졌다”고 떠들었다.

[아웅산 묘소에서 발견된 폭발물이 대구 미 문화원 폭발 사건 때의 폭발물과도 유사한 점이 많다고 ... 대구 미 문화원 폭발 사건 때의 폭발물도 아웅 산 묘소에서 터지지 않은 채 발견된 폭발물과 크기가 거의 같고, 배터리가 같은 일본 회사 제품이며 성능도 비슷한 것으로 미루어 같은 수법과 재료로 제조된 것이 틀림없다고 ... ] (<동아일보> 1983.10.13)

미국은 아웅 산 묘소 사건 직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리려 했다.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낙인한데 이어 북한을 테러국가로 낙인하려는 속셈이었던 것. KAL기를 소련 영공에 들이밀고 대구 사건과 버마 사건을 잇따라 조작해 소련과 북한 두 나라를 국제사회에서 밀어내려 한 것은 1983년 한.미 양국이 20만 대병력을 동원해 거의 석 달 동안 팀스피리트 훈련을 벌이며 북한을 괴롭히고, 이 해 미국이 ‘스타워즈’(별들의 전쟁) 구상을 천명하며 군사적으로 소련을 압박한 것과 정확히 아귀가 맞아 떨어진다.

또 대구 사건은 대한민국 대표 고문기술자 이근안(李根安)까지 동원해 수많은 이들을 족쳐대며 ‘간첩의 소행’으로 만들려다 실패한 사건임이 최근 드러나고 있다. 그러면 이 사건에서 사용된 것과 똑같은 폭탄이 터진 아웅 산 묘소 사건은? 전두환 정권이 떠벌린 것처럼 ‘북괴의 소행’이야?   

신참 역사교사 이 씨는 아웅 산 묘소 테러 한 해 전인 1982년 북측이 아프리카의 가봉을 방문한 전두환을 죽이려다 실패했다는 해괴한 ‘썰’을 풀었다. 그는 이 ‘썰’의 원조가 탈북자 고영환(高英煥)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이 자가 어느날 갑자기 국가정보원의 방계 조직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부원장 직함을 달고 나타나(이는 거짓말에 권위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극우 성향의 두 개 종편 TV에서 이 ‘썰’을 풀었다. “아 글세, 내가 자이레 주재 북한대사관에 있을 때 말입니다. 전두환 대통령을 시해하려고 가봉에 데리고 갔던 자들이 바로 아웅산 테러범이었더란 말입니다아~~”.

고영환이 남한에 온 때가 1991년 9월이고, 문제의 ‘썰’을 집중적으로 푼 때는 2010년대 중후반이다. 그러면 남한에 온 지 거의 20년 동안 묵비권을 행사했어? 그러다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어? 이 자의 말에 대해 그 누구도 진위를 가린 바 없고, 그의 말을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어떤 증거도 정황도 없다. ‘고영환의 썰’이 등장하기 앞서 그 ‘썰’의 습작 쯤 되는 글이 <신동아> 2004년 5월호에 실렸다.「김정일, 1982년 아프리카 가봉에서 전두환 암살 노렸다」. 이 글에서는 고영환이라는 이름조차 없었다. 글 말미에는 사건 당시 경호실장이었던(1981∼1985) 장세동의 코멘트가 붙어 있었다. “그러한 정보를 책임자였던 내가 몰랐을 리 없으므로 잘못된 정보일 것으로 본다. 구체적인 사실과 근거를 확인한 뒤에 기사화해 달라.”

( 신동아 2004년 5월호)

장세동이 청와대 경호실장과 안기부장 자리를 연달아 차지하며 전두환 정권의 2인자로 군림하던 시절에는 없었던 각본을 누군가 뒤늦게 조작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고영환의 썰’은 허접한 각본을 다듬고 또 다듬으면서, 월간지와 주간지, 종편TV, 보도채널, 각 신문과 방송, 통신 순으로 ‘거짓 썰’의 확산 범위를 넓혀가며 완성한 작품이다. 이런 허황된 ‘썰’을 공영 TV에 나와 마구 떠벌려도 되나! <역사저널 오늘> 팀의 허접한 역사 해설은 계속된다. 아웅 산 묘소 테러의 보복작전을 준비했다는 같잖은 이야기.
 
[이 상황을 조금 더 심각하게 느낀 거는 군대였어요. 육사 12기 출신들을 중심으로 해서 계획을 세웁니다. ‘벌초계획’(이상석) ... ‘아, 싸악 쓸어버리겠다는?’(다니엘) ... 60년대 후반하고 너무도 비슷한 상황이 돼 버린 거네요. 1.21 사건 이후 684부대(실미도부대)를 창설할 때와 ... 패러글라이더 이용해서 30명의 특수부대원을 평양에 떨어뜨린 다음에 네 시간 만에 주석궁을 폭파시키고 김일성을 암살시키는 거였죠. ... 실제 훈련을 받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 훈련하는 내내 북한 말투를 쓰고 자다가 일어나며는 ‘김일성 장군 만세!’ 뭐 이런 액션도 취했다고 합니다.(이상석) 자연스럽게 입에 붙어야 하니까 그런 연습을 한 거군요.(앵커)]

‘망치작전’이라고도 불리는 ‘벌초계획’은 아웅 산 묘소 테러의 보복작전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이 벌초계획이 나올 때 아웅 산 묘소 자작테러가 기획됐다(고 본다). 바로 이 시점에 버마와 한국 양측에서 아웅 산 묘소 테러가 성공하는데 필요하고 충분한 조건들이 짜맞춰졌고, 이 벌초계획(또는 망치작전)은 아웅 산 사건을 북한의 공작인 것처럼 조작하는 ‘다대포 대간첩 작전’(1983.12.9)에서 딱 한 번 그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이다(『1983 버마』참조).

이런 정황은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어디서 떠도는 말과 글의 제목만 보고 이를 아웅 산 보복작전이라고 떠벌리면 곤란하다. <월간조선>은 2010년 5월호 글 「비화 : 28년 전 백령도 해상에서 대북 보복작전 계획 있었다」에서 “망치작전[벌초계획의 딴 이름]은 일명 ‘812계획’에 의해 탄생했다”며 “1981년 8월 12일 북한의 미그21기 편대가 백령도 상공에 침공해 저공비행을 실시한 사건으로 인해 서해 5도의 안보 위협이 증폭되자 북한의 대남 무력 도발 의지를 사전에 봉쇄하고 도발 시 보복작전을 통한 전술적인 대응 차원에서 시작된 계획”이라고 전했다.

[1980년대 초 북한군의 잦은 도발에 대응,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구체적인 북한 침투 작전 계획이 수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망치작전’으로 불리는 이 계획은 1982년 1월부터 2년 10개월 동안 해병대 요원들을 선발해 백령도 인근 NLL(북방한계선) 해상에서 기만작전을 펼치며 북한의 월례도 등 3개 목표 지역에 침투해 ▲군사시설 파괴 ▲요인 암살 ▲납치.교란 등 2시간 만에 작전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 작전 계획은 1980년 11월 전남 횡간도 무장간첩 침투, 1981년 8월 북한 미그기 백령도 상공 침공 및 미 정찰기 SR-71(블랙버드) 격추 시도 등 고조된 남북 대치 상황에서 수립된 것으로 ... 1981년 10월 전두환 대통령은 국군의 날 행사에서 “단순히 적의 도발을 물리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도발에 대한 철저한 응징력도 함께 갖춰야 한다”면서 ... 망치작전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 그의 설명 ... “해병대 각 부대에서 1차로 선발된 요원들은 1982년 4월까지 포항에서 훈련을 받은 후 백령도로 이동해 소대 규모로 훈련 및 작전을 펼쳤습니다.” ... 1981년 9월 UDT, 공수 교육 등 이미 특수 교육을 이수한 인원 중 최정예 대원을 뽑는 것으로 1차 요원 선발이 시작 ... 이듬해[1982년] 1월부터 ‘망치 교육’이라 불리는 ‘특수침투훈련’을 받고 백령도로 파견 ... 1983년 10월 말까지 총 300여 명의 요원이 6차례에 걸쳐 투입 ... 작전에 참여했던 한 장교는 “육군에서 실시한 ‘벌초계획’도 같은 시기에 계획된 것”이라며 ... ]

초짜 교사 이 씨가 떠벌린 주석궁 폭파 계획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이 <월간조선> 글이 나오기 며칠 전 <주간조선>에 실려 있었다.

[지난 4월 12일 <주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육사 12기 출신 군 지휘관들이 주도한 벌초계획은 패러글라이더를 이용해 특수부대를 평양으로 파견, 주석궁을 폭파하고 김일성을 사살한 뒤 육로 또는 해로를 통해 돌아오는 비밀계획이다. 이 계획은 전두환 대통령이 “북한과 똑같은 짓을 할 수는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표명해 1983년 12월 경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월간조선> 2010년 5월호)

1981년 8월 작전이 시작됐다는 사실은 도외시한 채 ‘보복 작전’이라는 단어와 ‘아웅 산 테러’라는 단어를 결합한 주간지 제목만 보고 그대로 떠벌린 것이다. 하는 짓이 딱 봉숭아학당 수준이다. 아웅 산 묘소 사건 등 논쟁적 사건과 관련된 보도 또는 이야기는 그것이 등장한 배경과 발설(자) 및 전파(자) 과정과 그 면모를 먼저 살펴야 한다. 그래야 그 보도 또는 이야기 속에 숨겨진 저의를 파악할 수 있다. <역사저널 오늘> 출연진은 이런 노력은 고사하고 주간지가 전달하는 자투리 팩트 몇 개 듣고 와서는 헛소리만 늘어놨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뒤에 딱 전두환 대통령의 재가만 떨어지면 됐는데, 전 대통령은 오히려 다른 반응을 보여요.(이상석) 어, 왜요?(이시영) 전방 부대까지 직접 찾아가서 보복공격 하지 말아라 ... (이상석) [10.20 전두환 대통령 대국민담화 화면과 자막 : “본인은 이번이 우리의 평화의지와 동족애가 감내할 수 있는 최후의 인내이며 만약 또다시 이와같은 도발이 있을 때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힘의 응징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을 ... ” 더 나아가서 보복을 하게 되며는 반역으로 간주하겠다 이렇게 엄포도 놓죠.(이상석) 저렇게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데 왜 그랬을까요?(이시영) 사실 본인을 목표로 했고 분노가 차 있을텐데 ... (다니엘)]

자작테러를 저질러 놓고 무슨 보복? ‘보복작전’은 ‘우리가 보복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또 다른 자작극을 의미한다. 앞에서 언급한, ‘벌초계획’(망치작전)의 대미를 장식한 ‘다대포 대간첩 작전’ 그것이다. <역사저널 오늘> 제작진의 정치적 우편향도 심각하다. 출연진이 버마 사건 범인들에 대해 나눈 대화.

[둘 다 사형을 선고받습니다. 테러범 1985년 진모는 교수형, 강민철은 수사 협조 참조 사형 무기한 연기 ... 살아남았어도 사는 게 아니죠. 북한은 계속해서 발뺌을 하고 있고, 남한은 데려올 의지도 없고. 이후 강민철이 남한으로 가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그것마저 무산이 돼 버려요. 그러다가 2008년에 감옥에서 사망을 하게 되죠.(이상석) 양쪽에서 버려진 테러리스트가 됐네요.(이시영) 사실은 그런 사람들은 외교를 해서 빨리 데리고 와야 돼요. 그래야만 사실 우리가 이 사건의 전모를 정확하게 조사를 해 가지고 ... 해 놓을 수가 있는데 ... (박태균)]

진모(본명 김진수)가 사형을 당했는지 - 아니면 한국으로 몰래 송환했는지 -그 진위가 확인된 적이 없는 낭설들을 마치 확인된 사실인양 이야기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사실인양 퍼뜨리는 것은 호사가들의 습성이다. 강민철(본명 강영철)을 한국으로 데려왔어야 한다는 박 교수의 주장은 어떤가. 가정이지만, 만약 강민철이 송환됐더라면 틀림없이 ‘제2의 김현희’가 됐을 것이다. 실제로 강민철 송환에 가장 열을 낸 자가 바로 김현희 사건(KAL 858편 여객기 자작테러) 당시 안기부 대공수사국장이었던 정형근(鄭亨根)이었다. 이 자가 의원 배지를 달고 난 뒤인 2006년부터 갑자기 강민철을 데려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때 정형근(및 그와 통하는 국정원 내 일부 세력)이 내세운 주장은 ‘강민철이 잘못을 뉘우치고 한국에서 살기를 원한다’였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정부는 국정원 내 일파(대공수사국)의 이 구상을 거절했다. 그러자 정형근 등 국정원 공안 세력은 강민철을 우선 제3국으로라도 빼내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때는 ‘강민철이 남도 북도 다 싫다더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강민철 송환 공작에 대해서는 라종일의『아웅산 테러리스트 강민철』에 소개돼 있다. 제3국으로의 강민철 송환 공작에는 종교계의 국제적 마당발 김장환 목사도 개입돼 있다고 라 씨는 밝혔다. 박 교수도 이 정도는 알고 있을 터. 그런데도 강민철을 데려왔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극우 세력에 편승해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공격하고 안기부-국정원의 반북적대 놀음에 동조하는 것과 같다.

그가 주장하는 것처럼 아웅 산 묘소 테러가 북측의 소행이고 강민철이 북측이 보낸 공작원이라면 더더욱 그를 남한에 데려올 이유가 없다. 그가 북한 공작원이라면 남한으로 가서 살겠다고 말했을 리도 없다. 그렇게 말했다는 ‘썰’ 자체가 웃기는 얘기다. 이런 웃기는 이야기가 떠도는 배경과 그 진위를 따져봐야 할 역사학자가 무작정 극우 세력이 벌이는 정치 공세에 가세하는 꼴이라니!

강민철은 국정원 대공수사국이 키운 공작원일 개연성이 높다. 강민철 송환 공작은 - 필시 강민철 등을 버마에 보낸 조직이 - 그를 다시 서울로 데려오기 위한 수작이었음이 분명하다. 만약 전두환 정권의 안기부가 그를 ‘북한 공작원’으로 조작하지 않았다면, 만약 그가 버마 경찰에 붙잡혔을 때 고백했던 것처럼 “서울에서 왔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면, 그는 다시 남한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안기부 대공수사국 간부들의 농간에 속아 초기 진술을 번복하고 스스로 ‘북한 공작원’인 것처럼 행세했다. 그 스스로 국내로 돌아와야 할 권리를 포기한 것이다. 매우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그러면 남한 공작원이 북한 공작원 흉내를 내기는 쉬울까? 쉽다. 그렇게 훈련을 받으니까. <역사저널 오늘> 멤버인 이상석 교사가 ‘벌초계획’ 운운하며 한 말이 그 것이다. “실제 훈련을 받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 훈련하는 내내 북한 말투를 쓰고 자다가 일어나 ‘김일성 장군 만세!’ 뭐 이런 액션도 취했다.” 남한 공작원이 북한 말투를 익혀야 하는 이유는, 북한 공작원 흉내를 내기 위한 것 말고 또 있을까. 전두환 정권을 떠받치던 육사 12기들이 1981년 8월부터 기획한 ‘벌초계획’에 따라 양성된 특수부대원들 중 일부가 아웅 산 묘소 테러에 동원됐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역사저널 오늘>팀이 ‘건너 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저널 오늘> 제작진이 연출한 강민철 심문 장면. 이시영이 “갑자기 저렇게 (자신이 북한에서 왔다고) 털어놓는 이유가 뭐예요?”라고 묻자 박태균 교수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대답을 내 놓는다.

[이게 아마 제가 생각할 때 가장 큰 이유는 북한에 대한 배신감 때문인 거 같애요. 내가 지금 이러고 왔는데 결국 나만 희생되는 거 아닌가. ... 수류탄을 쥐여 줬는데 이 수류탄이 적을 죽이기 위한 수류탄이 아니고 자폭용 수류탄을 줬다는 거예요 ... 굉장한 배신감을 느끼게 ... 결국은 우리한테 이렇게 해서 ... 뭐, 조국을 위해서 뭘 해라라고 얘기했지만 나는 이렇게 희생양 되면 끝나는 거 아니냐 ... 라고 하는 부분들이 충격으로 온 게 아닌가.(박태균) 나는 이렇게 버려지는구나 ... 하는 배신감이 컸겠네요.(앵커)]

자폭용 수류탄 이야기는 맞는 이야기다. 수류탄 핀을 뽑다 강민철은 한쪽 손을, 또 다른 범인 진 모는 양 손을 잃었다. 그런데 ‘간첩의 배신’ 각본은 철 지난 심파. 김신조가 한 이야기고 김현희가 한 이야기이며, 중앙정보부와 안기부가 연 ‘간첩들 기자회견’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다. 북측 지도자의 친필 지령까지 받았다는 자들이 어느 날, 어느 순간 갑자기 ‘배신감’에 사로잡혀 남한 정보당국에 귀의(歸依)하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친다는 같잖은 이야기다. 김신조나 김현희 등이 연루된 사건들 모두 조작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잘 나가는 서울대 역사학자가 이처럼 논쟁적 문제의 심각성은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박정희.전두환 시절의 구태를 반복하는 꼴이란!

수류탄 핀을 뽑다 손이 잘린 강민철과 진모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을 것이다. 그래서 강민철은 처음 버마 경찰에 붙잡혔을 때 자신은 “서울에서 왔고 어머니가 영등포에 살고 있다”고 말했을 것이다. 조직이 자신들을 버리려한 데 대한 배신감에 사무친 반항이었을 것이다. 전두환네 공안 세력과 외교 진영이 총동원돼 버마 정부를 압박하며 ‘배후는 북한이야’를 외치는 상황에서도 버마 수사당국이 사건의 배후를 북한이라고 단정하지 못한 이유다. 버마 당국은 사건 발생 한 달여 뒤인 10월 17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 그냥 “코리언이 범인”이라고만 밝혔다. 범인이 남쪽에서 왔는지 북쪽에서 왔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전두환 정권은 안기부 대공수사국 성용욱 국장과 한철흠 과정을 버마로 급파했다. 자작테러의 책임을 북측에 뒤집어씌우기 위해서는 ‘마지막 카드’를 써야 했다. 그것은 성 국장과 한 과장이 강민철이 느꼈을 배신감을 누그러뜨리고 그를 달래 진술을 번복하게 만드는 것. 성 국장 등은 무슨 말로 강민철을 설득했을까? “너 어떻게든 살아야 하지 않겠냐?” 이 한 마디였다.

강민철이 안기부가 보낸 공작원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안기부 대공수사국 국장과 과장이 버마로 급히 가 그를 만나 이런 이야기를 할까? 강민철이 북한 공작원이라면 남한의 안기부 대공수사국 국장과 과장이 만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 빤한 추리도 못 하나? 정상적인 사고력을 지닌 이라면 마땅히 이렇게 생각할 일이다. 혹시 박 씨의 정치적 우편향이 그의 정상적 사고를 저해하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그의 언설에는 극우적 색조가 배어 있다. 

[아쉬운 게 ... 돌아가신 분들 추모는 제대로 했는가 ..처음에는 반공궐기대회하고 추모대회하고 그렇게 했는데, 1984년 남북관계에 훈풍 ... 훈풍이 부니까 북한을 비난하는 궐기대회도 못 열고 .. 추모 행사 열자니 북한을 비난하는 게 되고, 추모하는 부분도 점차 줄어들어가는 ...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을 하게 되는 거죠.(박태균)]

박 교수는 아웅 산 묘소 테러 사건의 유족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알까? 남편이나 아버지 또는 아들을 잃은 유족들은 경제적으로 부족함은 없었다. 전두환의 안기부가 ‘일해재단’을 통해 기업체의 돈을 뜯어 유족들에게 거액의 위로금을 줬고, 부인네들과 자녀들의 직업과 학업 등 유족들의 장래를 전폭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20년이 되는 시기까지 거의 매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아야 했다. 일종의 감시였다. 유족들 거의 대부분은 ‘반북반공전사’가 됐다. 특히 몇몇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화해정책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박 교수도 이들의 견해에 동조하는 뉘앙스다. 전두환 시절의 그 끔찍한 관제 궐기대회를 계속 했어야 한다는 말인가.

박 교수는 또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라고 단정하면서 “북한은 남한의 독재자를 제거하면 남한을 혼란에 빠뜨려 적화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한다. 이 말은 과거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등등 이 땅의 민주화와 통일을 방해한 정권이 녹음기처럼 틀어주던 곡조다. 시대착오. 북측 지도부를 동네 양아치 집단으로 여긴다. 북맹(北盲. 조선(북한)에 대한 무지)의 극치. ‘시대착오+북맹’은 남북관계가 얽힌 한국현대사에 대한 그의 해설이 엉터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역사저널 오늘>의 엉터리 역사 해설은 지적할 것이 한 둘이 아니지만 일일이 논할 수가 없다. 강민철 등 “테러범들의 소지품 중 100여 점이 북한 공작원들이 갖고 있던 물품과 거의 일치했다”거나 “남한 경호팀이 사건 발생 사흘 전 안전 점검을 했지만 범인들이 그 다음날 폭탄을 설치해 폭탄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둥 ... 강민철네가 무슨 증거 수집상이야? 증거가 될 만한 물품은 한 점이라도 없애려고 안 했을까? 그게 아니고, ‘나 북한 공작원이야!’하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려 한 거지!

남한 경호팀은 사건 발생 사흘 전(10월 6일) 에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안전 점검을 다 했는데, 범인들은 그 다음날(10월 7일) 폭탄을 설치해 10월 9일 사건이 일어났다고? 그 말이 맞는다면 경호팀과 폭탄 설치조는 한 팀으로 봐야 한다. 똘똘한 초딩들이 <역사저널 오늘> 방청석에 있었다면 손을 번쩍 들고 이렇게 질문했을 것이다. “사건 발생 하루 전이나 대통령 등이 묘소에 헌화하는 당일 아침에는 왜 안전점검을 안 했어요?”(초딩 1) “안전 점검을 한 뒤에는 아무도 거기를 안 지키고 그냥 비워뒀나요?”(초딩 2) “그러려면 뭣 하러 사흘 전에 안전점검을 했을까요?”(초딩 3) “당신들 바보 아니에요?”(초딩 4) ... ...

범인들이 소지한 권총의 일련번호가 과거 남파공작원들에게서 획득한 권총의 일련번호와 같다는 이야기는 신빙성이 있다. 남한 정보당국은 남파공작원들에게서 빼앗은 벨기에제 브라우닝 권총을 수 십 정 갖고 있을 테니까. 그 중 몇 개를 강민철 등에게 들려 보내놓고, 나중에 일련번호가 같은 총 몇 개를 가져갔을 것이다.

전두환이 버마에 간 이유를 묻는 질문에 박 교수는 끝끝내 네 윈의 상왕식 통치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갔다는, 가당찮은 낭설을 되풀이 주장한다. 왜 예정에도 없는 버마에 갔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순방 일정이 다 짜인 상태에서 5월 중순 갑자기 전두환의 청와대가 이범석 외무장관에게 버마 방문 일정을 끼워 넣으라고 지시한 내막을 샅.샅.이. 살펴야 한다. 박 교수는 이런 내막을 들여다볼 의지도 없겠지만, 아마도 그럴 능력도 없어 보인다.

이 밖에도 범인들이 타고 왔다는 북한 화물선 ‘동건애국호’에 대한 이야기나 대통령 전두환과 경호실장 장세동 등 4명만 뒤늦게 출발한 것을 두고 이 4분이 대통령에게는 천우신조였다는 같잖은 얘기 등은 모두 장세동의『일해재단』이나『전두환 회고록』에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이들이 하는 얘기를 아무 저항감 없이 그대로 되뇌는 <역사저널 오늘> 출연진은 자신들이 얼마나 몰지각한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 (*몰지각(沒知覺) = 어떤 것을 알아서 깨닫거나 분별하는 능력이 전혀 없음을 일컫는 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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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시장상인, 코로나에 농산물값 급등…이중고 그 이상

팟값 7천원대...재난소득으로 10단 사면 끝
코로나19, 농산물값 상승에 시장상인 시름 겹겹
식품사·마트 “가격상승, 제품에 영향 커...예의주시 중”

11일 취재진이 찾은 수원시 팔달문 인근의 전통시장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 11일 취재진이 찾은 수원시 팔달문 인근의 전통시장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파 한 단의 최곳값이 1만원을 넘은 지 수일 째다. 좀처럼 진정될 줄 모르는 농산물 가격의 고공행진은 전통시장 상인과 마트, 식품 가공 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본지는 10일 경기 수원시 팔달문 인근의 전통시장 일대를 둘러봤다. 흔하게 먹던 파를 비롯해 농수산물 가격이 급상승해 전통시장의 활기 또한 전보다 무거워진 분위기다.

 

못골종합시장의 한 채소가게 상인은 “며칠 전까진 여기서도 파 한 단에 6000~7000원까지 했다. 그나마 오늘은 (도매가가) 좀 나아져서 5000원대에 판다”며 “가격 올랐다고 하던 것도 한 이틀 전까지다. 시장에서 팔기야 이만하지만, 사람들은 마트를 자주 찾는 편인지라 이렇게 내놔도 안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농산물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상황 속 수원시 팔달문 인근의 전통시장 안 가게에 쌓여있는 고추들 (사진=현지용 기자)&nbsp;
▲ 최근 농산물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상황 속 수원시 팔달문 인근의 전통시장 안 가게에 쌓여있는 고추들 (사진=현지용 기자) 

 

지동시장에서 고추와 고추기름을 파는 상인도 “김장철 땐 고추 찾는 손님들이 그래도 꽤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찾는 손님들도 줄어들어 쌓아두기만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외부활동에 제약을 받자 전통시장 손님들까지 발길이 뜸해져 피해를 보고 있다. 일부 상인은 장사의 어려움으로 취재진의 물음에 날카롭게 반응하기도 했다. 미나리광시장의 다른 상인은 “코로나라도 올 손님들은 온다. 하지만 코로나 전에는 주중에도 여기 일대에 손님들이 붐볐다”고 사정을 토로했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하는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달 농산품들의 가격은 전년대비 크게 상승했다. 가장 가격이 크게 오른 파의 경우 1kg 평균값은 지난 4일 7575원에서 지난 10일 7455원으로 120원 하락했다. 이외 고구마, 배추, 고추, 양파, 사과·배 등 농산물 상당 품목의 가격 전반이 평균 20~30% 가량 올랐다.

 

11일 취재진이 찾은 수원시 팔달문 인근의 전통시장 모습&nbsp; (사진=현지용 기자)
▲ 11일 취재진이 찾은 수원시 팔달문 인근의 전통시장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농산물 가격 상승에 우려하는 입장은 시장상인과 소비자뿐만 아니다. 소비자를 비롯해 식품 가공·조미료 회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한 대형 식품회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농산물 값이 고공행진하다 보니, 파나 고추 등 가격이 크게 오른 품목은 이를 함유하는 제품들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현재 농산물 비축분이 있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조만간 봄이 지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당장의 제품 가격 인상까지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대형마트도 이에 대해 주목하는 모양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일부 농산물은 단단한 껍질의 과일처럼 일정 정도 비축에 용이함을 가진 상품이 아니다. 쉽게 보관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현재로선) 농가와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현지용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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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남주는 왜 재벌집 담장을 넘었나

[손호철의 발자국]3. 전남 해남 : '무장강도'를 찾아서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제일 좋아하는 여행코스는 강진과 해남이다. 글이 막히거나 세상 돌아가는 것이 답답하면 차를 몰고 강진으로 달려가 '뿌리의 길'을 지나 다산초당으로 올라간다. 초당을 내려와 강진시장서 귀리밥을 먹은 뒤 해남의 땅 끝으로 달려가 산꼭대기에 위태롭게 자리 잡고 있는 초미니 암자 도솔암에 올라 남해바다를 바라보면 속세의 모든 번뇌를 잊게 된다.


 

다시 서쪽으로 차를 달려 진도 앞바다에 가면 명량대첩의 울둘목이 나온다. 우수영의 진도대교 밑에서 눈을 감고 울둘목의 회오리바다가 내는, 울부짖는 것 같은 소리를 듣고 있으면 온몸으로 느껴지는 이순신의 고독과 민중들의 처절한 신음소리, 분노에 찬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마지막으로 찾는 곳은 '무장강도'의 생가다. 현대사 답사에 "웬 무장강도냐?"고 의아해할 것이다.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 그 무장강도의 이름은 김남주(1946~1994)다. 그렇다. 시인과 무장강도.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이지만, 분단체제가 최종 봉인된 1953년 후 이 땅의 시인 중, 아니 예술가중 가장 '실천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 김남주는 무장강도의 전력을 가지고 있다.  


 

▲ 전남 해남에 있는 '민족시인', '혁명시인' 김남주의 생가 ⓒ손호철
▲ 김남주 생가 바로 앞의 풍경. 해남 농촌 가난한 농가에서 자란 그는 그 뿌리를 잊지 않았다. ⓒ손호철

해남읍에서 5킬로미터 떨어진 삼선면 봉학리 마을회관 앞에 위치한 김 시인의 생가에 들어서면 상징 같은 굵은 뿔테 안경을 쓴 그의 동상과 여러 시비들이 맞는다. 그 시비들 사이로 보이는 시인의 생가에는 어울리지 않는 작은 건물이 있다. 흰색으로 칠해진 이 투박한 건물에는 앞쪽으로 난 작은 창에 철막대기들이 몇 개 설치되어 있다. 김 시인이 살던 감옥을 재현해 놓은 것이다.


 

▲ 김남주 생가에 있는 김남주 시인의 흉상 ⓒ손호철
▲ 생가 뒷편에 만들어놓은 감옥의 모형. 이 같은 감방에서 김 시인은 근 10년을 보내며 결국 병을 얻었다. ⓒ손호철

머슴의 아들로 태어나 호남의 인재들이 다니던 광주일고에 들어간 그는 부모님과 가족들의 기대를 잔뜩 받았지만, 획일적인 입시교육에 실망해 자퇴했다. 검정고시로 전남대에 들어가서도 가족들의 기대와 달리 운동권이 된 그는 유신에 저항해 지하신문을 만들어 배포하다가 감옥살이를 했다. 그리고 해남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시인이 됐다. 그는 가족, 특히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자신의 심정을 <그리고 나는>에서 다음 같이 노래했다.


 

그러나 나는 / 면서기가 되어 / 집안의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했다. 

황금을 갈퀴질하는 금판사가 되어 / 문중의 자랑도 되어주지 못했다. 

나는 항상 이런 곳에 있고자 했다 / 인간적인 의무가 있는 곳에 

용기 있는 사람이 필요한 곳 / 착취와 억압이 있는 바로 그 곳에 (이하 생략)


 

▲ 김남주 소개돌 위에 핀 붉은 코스모스 잎이 뜨겁게 살다 처연하게 진 그의 삶을 상징하는 것 같다. ⓒ손호철

유신 말기인 1978년 12월부터 강남의 부유층들의 집에 강도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1979년 4월 27일 아침 10시, 당시 재벌 2세들의 문란한 사생활로 문제가 된 '7공자'들의 한 명으로 알려진 최원석 동아건설 사장집에 3인조 무장장도가 침입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재빨리 출동해 격투 끝에 주범은 잡히고 두 명은 도주했다. 도주한 두 명 중 한 명이 김남주 시인이었다.


 

수사팀에는 김근태 전 의원을 고문한 '남영동의 저승사자' 이근안이 있었다. 그는 최 씨 일가로부터 강도들이 '혁명군자금'을 운운했다는 진술을 듣고 연이은 강도 사건이 단순한 강도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고 이를 추적해 이 사건이 비밀조직인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의 전위조직인 한국민주투쟁국민위원회(민투)의 소행인 것을 밝혀내고 남민전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결국 김 시인은 남민전 동지들과 함께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받았고, 15년을 선고받아 생가에 지은 작은 감방 같은 감방에서 9년 3개월을 살다가 민주화가 되면서 형집행정지로 1988년 석방됐다. 놀라운 것은 김 시인이 쓴 510편의 시 중 360편이 감옥에서 쓴 것이라는 사실이다.


 

▲ 김남주의 시 '자유', '사랑은'을 새겨놓은 시비와 대나무숲이 조화롭다. ⓒ손호철

이탈리아는 무솔리니가 지배하던 1930년 파시즘 시대에도 집필을 허용해 공산당 당수였던 안토니오 그람시는 감옥에서 <옥중수고>라는 불후의 명작을 썼다. 우리는 군사독재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소위 민주화가 된 노태우 정부, 김영삼 정부 초기까지도 감방에서 펜과 종이를 소지하지 못하도록 했다. 김 시인은 우유를 싼 못을 갈아 은박지에 쓰거나 연필심을 구해 화장지에 어렵게 쓴 시를 더 어렵게 밖으로 내보냈다.


 

▲ 김남주의 시집인 <진혼가>. 그는 감옥에서 은박지에 못을 갈아 시를 써서 몰래 밖으로 내보냈다.

그는 한국시 중에서 가장 혁명적인 강력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그의 '종과 주인'은 충격적이다.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고 

주인은 종을 깔보자 

종이 주인의 목을 베어버렸다 

바로 그 낫으로


 

김 시인은 이처럼 뜨거운 열혈투사였지만, 고문과 오랜 감옥 생활에서 얻은 병으로 49살의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두어야 했다. 도대체 남민전은 무엇이고, 왜 김남주는 무장강도 행위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었는가? 이 모두는 유신이 낳은 비극이다.


 

박정희 정권은 유신 선포 후에도 민청학련 등 학생들의 저항이 일어나자 이를 짓밟기 위해 1960년대에 무리하게 이들을 기소했다. 문제가 됐던 대구 지역 혁신 세력인 인혁당 사건 관련자들이 조직 재건을 위해 재건위를 만들었다고 조작해 핵심인사들에 사형선고를 내렸고 대법원 판결 직후 사형을 집행했다(이에 대해서는 '손호철의 발자국' 27회 '대구 인혁당', <한국일보> 2021년 2월 8일자 참조).


 

국제법학자협회가 '사법사상 가장 암흑의 날'이라고 평한 이 사건은 민주화 후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조작사건으로, 박 정권은 고문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사형집행 후에도 가족들에게 사체를 돌려주지 않고 화장을 하는 반인륜적인 행패를 부렸다.


 

"민주화를 위해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쐈다." 박정희의 오른 팔인 중앙정보부장으로 박정희를 사살한 김재규의 최후진술이다. 박정희의 심복의 심정이 그러했으니, 민주화운동 세력, 특히 인혁당의 동지들의 심정은 오죽 했겠는가?
 

 

인혁당의 동지로 1차 사건 때 옥살이를 했으나 민청학련 때는 도주해 사형을 피한 이재문은 동지들의 사형 소식에 날로 심해지는 유신의 횡포를 목격하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1976년 2월 또 다른 지하당이었던 통혁당 관계자 신향식, 남조선혁명전략당 김병권과 만나 유신을 끝장내고 우리 사회를 제대로 민주화하기 위해서는 남베트남해방과 베트남통일의 기초가 된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과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남민전을 조직하기로 합의했다.


 

김남주 시인으로부터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사건 발표 당시 한 대기업의 파리주재원으로 근무 중이어서 다행히 체포를 피하고 정치적 망명을 신청해 택시기사로 일했던 이야기를 나중에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라는 베스트셀러로 쓴 홍세화, 이후 보수 정치인으로 탈바꿈해 이명박의 오른팔이 된 이재오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이 합류했다.

 

이들은 유신 붕괴 직전 체포되어 10‧26, 5‧18 등의 격변 속에서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형 등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재문은 81년 옥중 병사하고 신형식은 82년 사형이 집행됐다. 이근안은 이후 잡혀온 시국사범들에게 이재문이 옥중 병사한 것은 자기의 고문 때문이라며 겁을 줬다고 한다.

 

 
▲ 남민전 재판 장면. 이재문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의문사위원회 자료사진
▲ 남민전의 리더였던 이재문의 묘소는 모란공원 묘지의 민주민족열사 묘역에 자리잡고 있다. ⓒ손호철

검찰은 남민전에 대해 김일성 지시를 받지 않았지만 북한의 대남간첩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민전은 북괴에 지시에 의한 남한의 혁명세력이 아니라 남한 출신 인사의 자주적 혁명단체"이고 '북한과 접촉이 이루어질 경우 대등한 입장에서 접촉한다'는 것이 공식적 입장이었다. 즉 통혁당 등 과거의 지하조직들과 달리 북한과 연계되지 않는 독자적인 조직이었다. 보수언론들도 과거와 달리 '자생적 공산주의집단'인 '코레콩(코리안 베트콩)'이 등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남민전의 강령은 당시 민주화운동으로 볼 때는 다소 급진적일 수 있지만, 80년대나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차라리 '온건한' 내용이었다. 남민전의 10대 강령은 1. 국제제국주의의 신식민지 체제와 그 앞잡이 박정희의 유신 독재를 타도하고 민족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연합정권 수립, 2. 폭넓은 진보적 민주정치 실현, 3. 민족자주적인 자립경제 수립, 4. 경자유전 원칙에 의한 토지개혁 단행, 5. 남녀평등 실현, 지방색 타파, 6. 민족자주적 교육 실현과 민족문화 계승발전, 7. 국가와 인민을 보위하는 군대 건설, 8. 평화와 중립의 자주외교 실현, 9. 7‧4남북공동선언의 원칙과 토대 위에 조국의 평화적 통일 촉진, 10. 일체의 침략전쟁 반대, 세계평화 옹호이다. 

논쟁이 된다면 투쟁 방식이다. 남민전은 유신에 반대하는 유인물 '민중의 소리'를 만들어 여러 차례 배포했다. 그러나 '상식'을 넘어선 유신과 싸우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전통적 방법 이외의 '비상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예비군훈련장에서 소총 1정을 빼돌려 비축했고 혁명군자금 마련을 위해 무장강도와 같은 '비전통적'인 방식을 채택했다. 또 인혁당재건위 사형수 가족으로부터 8인의 속옷을 받아 그것으로 해방 직후 여운형이 만들었던 조선인민공화국(인공)의 인공기를 닮은 깃발을 만들었다.


 

하지만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과 보상심의원원회는 유신이라는 당시 상황, 즉 "암울했던 폭압적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미 사망한 이재문 등 3명과 신청을 하지 않은 홍세화, 이재오 등은 제외한 김남주 등 29명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 정부의 판정이 인정하듯이, 남민전과 무장강도는 유신이 얼마나 양심적 지식인들을 극한으로 몰고 갔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일종의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고 있는 김 시인의 집을 나서자 무장강도까지 불사했던 열혈투사 김남주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같이 가자 

앞서 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하고 가자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주고 / 내가 넘어지면 네가 일으켜주고 

해방의 길 통일의 길 가시밭길 하얀 길 /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김남주의 '가장 따뜻한 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의 시비 ⓒ손호철
 
손호철

화가를 꿈꾸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로 진학했다. 독재에 맞서다 제적, 투옥, 강제 징집을 거쳐 8년 만에 졸업했다. 어렵게 기자가 됐지만, '1980년 광주 학살'에 저항하다 유학을 갔고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일하며 진보적 학술 활동과 사회운동을 펼쳐왔다. <국가와 민주주의>, <한국과 한국 정치>, <촛불혁명과 2017년 체제> 등 이론서와 <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보다>, <레드 로드-대장정 13800KM 중국을 보다> 등 역사 기행서를 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31118353239001#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31118353239001#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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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보름] 0.97... 한국 초기 속도, 영국만큼 빠르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3/12 09:41
  • 수정일
    2021/03/12 09:4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초기 13일간 접종 상황 비교해보니... 효과 발휘하는 견고한 백신 접종 인프라... "잘하고 있다"

21.03.12 07:10l최종 업데이트 21.03.12 07:10l
그래픽: 이은영(ohmyey)
 26일 오전 서울 금천구 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회차 접종에 앞서 의료진이 주사기에 백신을 채우고 있다.
▲  지난 2월 26일 오전 서울 금천구 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회차 접종에 앞서 의료진이 주사기에 백신을 채우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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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2일)로 한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지 딱 보름째. 이미 백신 접종이 시작된 주요 국가들과 초기 13일째 접종자 수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100명당 0.97명으로, 영국(0.99명)과 비슷한 접종 속도를 나타냈다. 이스라엘(11.53명), 덴마크(1.96명) 등이 보다 빨랐지만 이 국가들은 인구 수가 1000만 명이 채 안되는 규모임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초기 접종 속도는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에서는 영국과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11일 0시 기준으로 1분기 접종 대상 중 67%, 총 50만635명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1차)했다. 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부터 3월 10일까지 13일간 하루에 약 3만8500명씩 접종한 셈이다. 국민 100명 당으로 환산하면 0.97명이다. 오늘 공개되는 12일 접종 수치까지 합치면 접종자 수는 국민 1%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본격적인 '대량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고 볼 순 없다. 1분기에는 의료진과 요양병원시설 종사자 위주로 접종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출발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비슷한 시기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일본, 콜롬비아, 호주 등과 비교하면 속도가 매우 빠르고 진행이 순조롭기 때문이다.

[초기 13일 접종 속도] 100명당 영국 0.99, 한국 0.97, 독일 0.67... 미국 0.59... 일본 0.03
 

큰사진보기 코로나19 백신 접종 13일째 기준 인구 100명당 접종자 수
▲  (원 출처: Ourworldindata 사이트)
ⓒ 이은영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를 통해 백신 접종 후 13일째의 '인구 100명 당 백신 접종자 수'를 살펴보면, 한국의 백신 접종 속도와 비슷한 국가는 영국이다. 영국은 백신 접종 13일째인 지난해 12월 20일 67만5286건, 인구 100명당 0.99명을 접종했다. 유럽 내에서 영국은 백신 접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지난 2월 28일 영국은 접종 83일만에 1차 접종자 2000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은 독일(0.67명), 스페인(0.59명), 벨기에(0.23명), 이탈리아(0.87명), 프랑스(0.12명)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접종 13일째와 비교해봐도 접종 속도가 빠르다. 유럽 국가들은 접종을 시작했던 지난해 12월에 확진자 1만 명이 훌쩍 넘는 대규모 집단감염을 겪으면서 백신에 대한 수용률이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초반 2주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유럽 국가들의 초기와 달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보관 및 유통의 용이성이 한국에서 빠른 접종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보다 며칠 앞서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한 콜롬비아(0.33명)와 호주(0.3명)도 한국에 비하면 접종 속도가 매우 느리다.

반면 일본은 상황이 심각하다. 접종 13일째인 지난 1일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자 수가 0.03명에 불과했다. 한국보다 9일이나 접종 시작이 빨랐지만, 현재도 접종자 수는 10만 명(3월 9일 기준)을 겨우 넘긴 상황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정부의 허가가 나지 않은 점, 백신 잔여액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특수 주사기가 확보되지 않은 점, 백신에 대한 일본 국민의 불신 등이 접종 속도가 떨어지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 평가] "잘하고 있다"... 보건소의 힘
 
 거창보건소의 백신 접종 대기.
▲  경남 거창보건소에서 백신 접종 대기중인 사람들. 코로나19 백신 접종 국면에서 전국의 보건소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거창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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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문가들은 현재까지의 백신 접종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운송이나 보관 등에서도 큰 문제는 없이 진행해 나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또한 "현재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대규모 백신 접종을 해 본 경험이 있고, 행정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실행하는데 있어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백신 공적 인프라'가 속도전에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백신 접종은 복잡한 과정을 동반한다. 운송·보관·장소·접종자 선정 등을 작동시킬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다행히 한국은 치료 영역은 물론 백신 접종 인프라가 질적·양적으로 충실하게 갖춰져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데는 보건소의 역할이 컸다"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다른 나라 경우 지자체 '보건과'에서 행정관리만 한다면, 우리는 '보건소'에서 행정과 동시에 직접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며 "앞으로 일반 의원에서도 백신 접종을 진행하겠지만 '찾아가는 접종' 등을 시행하려면 공적 인프라의 존재 여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지난해 독감백신 무료접종 당시 하루에만 최대 180만 명을 접종한 바 있다(첫날인 2020년 10월 19일). 충분한 물량만 확보된다면 탄탄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규모 접종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양동교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자원관리반장은 지난 10일 기자들 앞에서 2차 접종용 물량을 1차 접종에 미리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국내에서 생산돼 비교적 공급이 안정적이므로, 2차 접종 지연을 우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11일 방역당국이 65세 이상 고연령층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허가하며 3월 중 37만 6천 명을 추가로 접종한다고 발표한만큼, 백신 접종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변수 ①] 4~5월 백신 공급 우려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26일 인천국제공항 회물터미널에 도착해 관계자들이 백신을 옮기고 있다. 극저온 상태로 암스테르담에서 인천공항까지 대한항공 화물기를 통해 도착한 백신은 이후 군 수송지원본부 호위 하에 서울국립중앙의료원 등 5개 도시의 접종센터로 안전하게 배송된다.
▲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2월 26일 인천국제공항 회물터미널에 도착해 관계자들이 백신을 옮기고 있다. 극저온 상태로 암스테르담에서 인천공항까지 대한항공 화물기를 통해 도착한 백신은 이후 군 수송지원본부 호위 하에 서울국립중앙의료원 등 5개 도시의 접종센터로 안전하게 배송된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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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초기 성적일 뿐,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 면역에 도달하는까지는 변수가 많다.

무엇보다 2분기부터는 한국이 확보한 백신 물량이 부족할 수 있다. 유럽 역시 올해 1~2월 백신 접종이 한창일 당시 공급 물량이 부족해 애를 먹은 만큼, 빠른 백신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한국에 들어온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5만 명분, 화이자 백신 5만8500명분이다. 이달 중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국제 백신기구 코백스 퍼실리티를 거쳐 34만 5000명분, 화이자 백신은 50만 명분이 들어올 예정이다. 

2분기 중에는 5월말부터 6월까지 개별 계약으로 들어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50만 명 분, 4~5월 중 코백스퍼실리티를 통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0만 5000명 분, 6월까지 화이자 300만 명분이 들어온다. 
   
문제는 2분기에는 만 65세 이상이 접종대상인데, 총 812만 5천 명 규모다. 자칫 수급에 지연이 발생하면 4~5월에 백신 부족 현상을 겪을 수도 있다. 2분기 중에 도입되기로 한 노바백스, 얀센, 모더나 백신 등도 아직 공급 물량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예방접종 시스템이 굉장히 잘 갖춰져 있다. 들어오는대로 접종하면 될만큼 준비는 잘 되어있다"라며 "다만, 확보한 백신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변수 ②] 이상반응 대응이 백신 신뢰도 좌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서울 도봉구 보건소에서 요양병원·요양시설 종사자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받은 뒤 이상반응 관찰실에 대기하고 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 서울 도봉구 보건소에서 요양병원·요양시설 종사자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받은 뒤 이상반응 관찰실에 대기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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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이상반응 역시 접종 확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증 부작용이나 사망에 대한 공포도 있지만, 막상 백신 접종을 시작하자 젋은층 사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발열·통증·오한 등을 겪었다는 반응이 속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대의 이상반응 신고 비율(3.0%)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항원이 들어갔을 때 면역학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강도가 좀 더 면역이 활발한 젊은 층에서 세고, 이상반응을 좀 더 세게 겪는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따라서 정부가 아나필락시스 쇼크같은 중증 이상반응이 아닌 통상 일어날 수 있는 이상반응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 접종이 일반인으로 확대될수록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대중의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는 의료진이 사실상 의무적으로 백신을 맞는 상황이라 괜찮을 수 있지만, 일반인들이 고열이나 통증에 시달릴 경우 접종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상반응에 대해서는 명확한 당국의 발표가 있어야 일반인들이 안심하고 접종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장규 진해드림요양병원 병원장은 "백신 접종 후 발열 때문에 응급실에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사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괜찮아지는데 불안하니까 응급실로 몰리는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대규모 접종을 하게 되면 응급실이 마비될 수 있다. 더구나 코로나 증상과 겹치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의 대응도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39도 이상이 아니면 괜찮다. 사실 병원에 가도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는다"라며 "정부가 백신 접종한 사람에게는 책임 지고 유급 휴가를 줄 수 있도록 하면서,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변수 ③]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독감 백신 접종 당시 '접종 후 사망자' 소식을 실시간 속보로 보도한 언론이 백신의 신뢰를 전반적으로 하락시켰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언론이 자정작용을 통해 백신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는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까지 독감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에 사망한 사람 중 백신과 인과성이 확인된 사례는 없었다.(관련 기사: 언론은 '백신 신뢰' 어떻게 흔들었나... "속보 경쟁에 엉망진창" http://omn.kr/1sap0)

기모란 교수는 "언론이 사망 사례를 이야기할 때도 접종군과 비접종군을 대조해서 봐야 하는데, 그런 과학적인 태도를 갖지 않는다"라며 "이상반응을 역학조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사망자를 매일매일 카운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기 교수는 "마치 사망 사고가 백신 때문에 생긴 것처럼 보도하는게 사회적으로 어떤 이득이 되나"라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세 이상 허용하면 접종 후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언론이 어떻게 보도할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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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투기’ 의혹, 미흡한 법에 특수통 와도 ‘무관용 처벌’ 어렵다

강석영 기자 getout@vop.co.kr
발행 2021-03-11 20:25:50
수정 2021-03-11 20: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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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 법적평가와 제도개선방안 긴급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조수진(왼쪽부터) 민변 사무총장,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이강훈 참여연대 실행위원, 박현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2021.03.11.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 법적평가와 제도개선방안 긴급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조수진(왼쪽부터) 민변 사무총장,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이강훈 참여연대 실행위원, 박현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2021.03.11.ⓒ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둘러싸고 정부와 야당의 입씨름이 치열하다. 정부는 ‘무관용 원칙’(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처벌하고 ‘패가망신’(정세균 국무총리)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국민의힘은 검찰이 수사하지 않아 ‘물타기’ 결과가 예상된다며 사퇴한 전 검찰총장까지 호명했다.

그러나 둘 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바로 보지 못 했다고 이번 의혹을 폭로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참여연대 측은 지적했다.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공직자 토지 투기를 막을 법 제도 자체가 미흡하다는 취지다. 법이 부실하니 날고뛰는 특수통이 수사한다고 한들 강력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다.

투기자 처벌과 이익환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반복되는 투기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실행위원)는 “한 해 두 해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과거 신도시 대규모 투기를 경험하고도 한국사회는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 참여정부인 2003년 2기 신도시 조성 당시 투기에 가담한 공무원 27명을 포함 455명이 구속됐다. 노태우 정부 시절 1989년 1기 신도시 당시 987명이 구속됐는데 그중 131명이 공직자였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태는 오랫동안 축적된 한국사회 시스템의 문제”라며 “정치권이 누구에게 손가락질할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만든 법 제도가 문제라는 걸 자성하길 바란다”라고 꼬집었다. 민변·참여연대 측은 11일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 법적 평가와 제도 개선 방안’ 긴급토론회에서 관련 개정안을 비롯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정부 합동조사단이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한 11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하남교산공공주택지구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1.03.11.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정부 합동조사단이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한 11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하남교산공공주택지구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1.03.11.ⓒ뉴시스

투기의심자 처벌 어려운 이유

 

이날 정부는 1차 합동조사 결과 투기의심자 총 20명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모두 LH 소속이다. 이들을 처벌하려면 신도시로 지정될 것을 미리 알고 토지를 샀는지가 입증돼야 한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거래였는지 밝혀야 한다는 의미다.

적용될 수 있는 법률은 크게 부패방지법과 공공주택 특별법 두 가지다. 부패방지법 제7조의2(공직자의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는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본인뿐 아니라 제3자가 얻은 이익도 몰수·추징 대상이다.

공공주택 특별법 제9조 제2항은 공공주택사업에 참여한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주택지구 지정 관련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누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문제는 ‘업무처리 중’ 신도시 지정 지구를 알게 된 경우만 처벌하도록 한정한 부분이다. 미공개 정보와 업무 관련성이 없다면, 다시 말해 투기의심자가 신도시 지정 관련 업무를 하지 않았다면 현실적으로 처벌이 어렵다.

이에 처벌 범위를 ‘미공개 중요정보’로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변·참여연대 측이 제안한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보면, ▲공공주택 업무와 관련해 재직 중 얻은 재산상 이익의 취득 여부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불특정 다수가 알도록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할 경우 처벌하도록 했다.

처벌이 된다고 해도 솜방망이 수준이다. 공직자보다 민간인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를 더 엄격하게 처벌하는 실정이다. 자본시장법상 민간인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범죄 수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안은 공직자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형량을 높이되, 이득이 5억 이상 50억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징역을,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누설만 해도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미공개 정보를 누설한 공직자만 처벌되는 것도 문제다. 현행법상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아 거래한 제3자는 처벌되지 않는다. 신도시 지정 업무를 하는 공직자에게 정보를 받은 동료 직원 또는 가족들이 토지를 사들였어도 위법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에 ▲미공개 중요정보의 제3자 제공 및 이를 이용한 거래 금지 ▲미공개 중요정보를 알게 된 자의 이를 이용한 거래 금지 등이 개정안에 담겼다.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 법적평가와 제도개선방안 긴급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3.11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 법적평가와 제도개선방안 긴급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3.11ⓒ뉴시스

가장 우려되는 지점으로 차명 거래가 꼽힌다. 공직자가 지인을 통해 토지를 사들였다면, 적발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날 발표된 정부의 1차 조사 대상은 공직자 본인 실명이었다. 서성민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전수조사에서 실명 먼저 파악해야 한다. 수사가 이뤄지고 있으니 자금 흐름을 통해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범죄 단서가 나오지 않았는데 강제수사를 통해 모든 계좌를 추적하는 건 무리”라며 제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투기했다고 형벌로 그 이익을 몰수·추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투기를 제한하는 법 제도는 있어도 투기 그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개발 이익이 공공에 환수되지 않는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며 과거 폐지된 토지초과이득세법 및 현행 개발이익환수제도의 대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후 처벌보다 사전 방지를 위해 상시적인 부동산 거래 신고 및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공공주택사업 관련 공직자는 자신과 배우자, 부모·자녀 등이 관련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투기 여부 검증을 위해 2주 이내 거래 사항을 서면으로 신고해 투기 여부를 검증하자는 취지다.

미공개 정보이용만을 규제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자체를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공직자윤리법은 재산 등록과 주식 백지 신탁 등 내용만 담겨있고 부동산은 제외됐다. 이에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 관련 공직자와 배우자 등 명의로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는 등 소유와 관련해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이해충돌방지법 부칙에 해당 법 시행 전 토지를 매입했어도 시행 후 판매·수용 등을 통해 이익이 생긴 경우 몰수한다는 부진정 소급을 규정하면 위헌성을 피하면서도 투기 이익을 환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충모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권한대행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2021.03.09
장충모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권한대행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2021.03.09ⓒ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이번 계기로 부패와 투기 근절해야”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공개 중요정보가 유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먼저 지적됐다. 신도시 지정 과정에서 국토부 장관과 공공주택사업주는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자체장, 지방공사 등 관계기관과 사전 협의를 거친다. 많은 관계자가 참여하는 만큼 정보 유출을 피할 수 없고, 수사를 통해 유출자를 찾는 문제도 쉽지 않다.

이 변호사는 비밀을 지킬 수 없다면 비밀일 필요가 없게 만들자고 제안했다. 주택지구 예상지역에 몇 해 전부터 투기가 성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취득하는 토지 보상의 공시지가를 사업인정고시일과 가깝게 계산하지 말고 3년 정도 전 시점을 기준으로 정상적인 가격 상승률 등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공공주택지구의 택지를 매각하지 않고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수 있다. 최근 경기도의 기본주택이 이와 비슷한 취지다.

이번 투기의심자들 대부분 농지를 선매입한 만큼, 농지 투기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이 변호사는 헌법에 기초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언급하며 “부재지주를 대폭 용인하는 농지법상 농지의 소유 제도와 비농업인의 농지 취득이 매우 완화된 것이 농지 투기를 불러일으키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농지취득자격증명을 허위로 발급받아 투기한 경우 묘목 등에 대한 농업손실보상이 없도록 하고, 협의양도인 택지 공급 및 주택 특별공급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패와 투기를 근절해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박현근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누구에게 투자라고 보장된 것의 의미와 실체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소수만이 개발 이익을 누려왔고, 선량한 다수의 국민은 소수가 몇 번이나 회전시켜 사유화한 개발 이익을 떠받치고 있었다”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주택 토지 시세차익에 대해 왜 공공이 철저히 개입해야 하는지, 개발 사유화를 막아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 이뤄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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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예산 증가율 적용, 전형적인 미국 퍼주기”

평통사.민변 방위비분담금협정 폐기·재협상 촉구(전문)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1.03.11 23:13
  •  
  •  수정 2021.03.11 23:32
  •  
  •  댓글 0
 
평통사는 1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전면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출처 - 평통사 페이스북]
평통사는 1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전면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출처 - 평통사 페이스북]

“문재인 정권이 정녕 국민적, 역사적 지탄을 받는 정권으로 낙인찍히지 않으려면, 촛불시위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역대 최악의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폐기하는 것이 최소한의 선행 과제다.”

10일 외교부가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내용을 발표하자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은 1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문의 규탄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외교부는 2020~25년 6년간 2020년은 동결, 2021년은 13.9%, 2022-25년은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이 적용되는 11차 SMA가 타결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2021년은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 7.4%에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증액분 6.5%를 더해 13.9% 증액했다고 밝혔다.

평통사는 2021년 13.9% 인상안에 대해 “미국의 무도한 방위비분담 대폭 인상 요구에 굴복한 자신의 잘못과 책임을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비열한 행태”라며 “인건비 최저배정 비율 증대는 미국에 최대 인상률을 보장해 주는 꼼수이자 국민을 속이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국이 인건비 지급 비율을 늘린다고 해서 그것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생계안정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지만 방위비분담금을 전혀 올리지 않고서도, 심지어 더 적은 방위비분담금으로도 한국인 노동자의 인건비를 올리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

평통사는 또는 “방위비분담금 연간 상승률에 물가상승률보다 증가폭이 훨씬 큰 국방예산 증가율을 적용하면서도 다년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미국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주려는 전형적인 미국 퍼주기”라며 “문재인 정부가 국방예산 증가율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그것이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아 미국의 이익을 더 크게 보장해 줄 수 있기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 SMA의 경우 매해 대부분 물가상승률을 적용했지만 이번에 방위비 증가율을 적용했고, 외교부는 “우리 국회 심의를 통해 확정되고 국민 누구나 명확하게 확인 가능한 신뢰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해명했지만 현 정부에서 물가상승률이 1%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대폭 증액임을 알 수 있다.

SMA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해온 평통사는 이 외에도 △방위비분담금은 본래 줄 필요가 없는 돈이며, △막대한 비용의 주한미군 주둔비를 지원하고 있어 전용되거나 남아돌고 있으며, △잠정합의했던 제도 개선마저 포기했으며, △미국 무기 추가 구매 약속 의혹이 있으며, △불법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쓰이고 있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평통사는 “이토록 굴욕적인 11차 특별협정이 그대로 체결, 비준된다면 문재인 정권은 국민과 역사의 지탄을 면치 못하는 귀태정권이 될 것”이라며 “역대 최악의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는 11일 “발표된 협상 결과는 실망을 넘어 분노스럽다”며 “원점에서 재협상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위원회는 “주한미군의 소요와 무관한 우리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미군 주둔비 지원을 인상하는 것은 아무런 근거도 없고 비합리적”이라며 “오히려 우리 정부의 국방비가 늘어날수록 미군에 대한 의존율은 낮아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인상에 합의한 13.9%라는 수치는 트럼프 정부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했던 문재인 정부의 협상 전략에서 나온 수치”라며 “새로운 바이든 정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협상 의지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더군다나 인상안은 코로나 위기가 전면화되기 전에 나온 숫자”라며 “코로나 위기로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에 대응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에도 우리는 많은 토론을 하고 여러 도전을 해왔다”고 짚었다.

 

평통사 기자회견문(전문)

국민의 뜻과 국익을 배반하고 미국 퍼주기에 나선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전면 폐기하라!

-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대미 굴욕적인 최악의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체결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 -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하 특별협정)이 2021년도에는 10차 협정 대비 13.9%를 인상하고 2022년부터 2025년까지는 매년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만큼 인상해주는 것으로 타결됐다. 이는 트럼프 정권의 막가파식 50억 달러 인상 요구에 문재인 정부가 굴복했던 2020년 3월의 잠정합의안보다도 인상률이나 제도개선 등에서 우리 국민의 부담을 더 늘리고 미국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준 안이자 역대 어느 정부 하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상 최악의 굴욕적인 안이다. 이번 11차 특별협정은 ‘갈취’하지 않겠다던 바이든 정권이 가히 ‘갈취’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만큼 트럼프 정권을 뛰어넘는 탐욕을 부린 안으로, 이는 협상을 통해 나온 안이라기보다는 바이든 정권이 불러준 대로 그대로 받아적은 안이요, 아니 스스로 갖다 바친 안으로, 이런 치욕적인 안을 국민 앞에 내민 문재인 정권의 과오는 대국민 석고대죄로도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이렇게 바이든 정권에게는 머리를 조아리면서도 대국민 반성과 사죄는커녕 오히려 이를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이라는 우리의 원칙을 지켜낸 협상”이라고 둘러대는 문재인 정부의 전도된 현실 인식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역대 어떤 정권이 이렇게도 뻔뻔하게 국민을 속이고 우롱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이에 우리는 국민에게 사상 초유의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이 안을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문재인 정권에게 이 안을 즉각 전면 백지화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방위비분담금은 본래 줄 필요가 없는 돈이다!

미국은 1991년부터 불법부당하게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통해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한국에 전가해 왔다. 그러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동맹국들 중에서 특별협정을 체결해 미군 주둔경비를 지원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말고는 없다. 더욱이 한미소파 5조는 시설과 구역을 한국이 제공하고 주한미군 주둔경비는 미국이 전액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방위비분담금은 한국이 베푸는 은전으로 애초부터 주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또한 한국군은 세계 6위의 강군으로, 한국은 주한미군이 없더라도 충분히 한국 방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미국에 방위비분담금을 줄 필요가 없다.

이미 미국에 준 방위비분담금도 불법 전용되거나 남아돌고 있으며, 방위비분담금 말고도 한국은 미국에 막대한 비용의 주한미군 주둔비를 지원하고 있다.

더구나 주한미군은 방위비분담금을 평택미군기지 건설이나 소성리 사드기지 공사비로 불법 전용하고 있으며, 3,280억 원(「2019년도 방위비분담 연례집행종합보고서」)은 아예 쓰지 않고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 현금은 방위비분담금 중 군사건설비에서 쓰고 남은 돈으로, 1년치 군사건설비(2020년 3,710억 원)에 해당한다. 이러한 불용액은 한국의 국가재정법상 한국 국고로 환수되어야 마땅하다.

나아가 한국은 방위비분담금 말고도 막대한 규모의 주한미군 경비를 이미 부담하고 있다. 『2020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주한미군에 방위비분담금(9602억 원)을 제외하고도 약 2조 원(직접지원 8,106억 원과 간접지원 1조 1,469억 원)을 지원했다. 저평가된 기지 임대료나 누락된 미군탄약저장관리비를 추가하면 실제로는 3조 원 이상을 매년 미군에게 지원하는 셈이다. 약 1조 5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주한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비 등까지를 고려하면 한국이 미군에게 지원하는 비용은 무려 3조 1,500억 원―환경오염 정화에 향후 10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에 달한다. 결국 미국의 주한미군 주둔 총경비 37억 5천만 달러(4조 3천억 원, 「미 국방부, 2021 회계연도 국방예산운영유지비 개요」)의 70% 이상을 보전해 주는 셈이다.

따라서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경비 직간집 지원 비용으로 2550명의 미군 1인당를 지원해준다는 셈이다. 2만 5,506명의 주한미군(미 국방부 국방인력자료센터, 2020년 12월 기준) 1인당 약 1억 2,300만 원을 지원해 준다는 셈이다. 이는 2021년 한국군 사병 평균 연봉 661만 원의 18배에 달한다.

13.9% 인상 근거 터무니없다.

문재인 이전의 정부 하에서는 방위비분담금 총액의 인상/인하는 보통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삼았다. 2020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5%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사상 최초로 국방예산 증가율을 적용했는데, 2020년 국방예산 증가율은 5.5%로 13.9%는 물가상승률의 28배에 달한다. 미국의 주한미군 총주둔경비 증가율 0.7%(『회계연도 2021 미군 운영유지비 개요』)에 비춰 봐도 터무니없이 높다.

11차 협정의 13.9% 인상은 이명박 정권 때인 8차 특별협정(2009년) 인상률 2.5%의 5.6배이고, 박근혜 정권 때인 9차 특별협정 인상률 5.8%의 2.4배에 해당한다. 금액으로 비교하면 10차 협정 1조 389억 원 대비 1,441억 원이 인상되는데, 이는 이명박 정권 때의 8차 협정 인상액 160억 원의 9배이고 박근혜 정권 때의 인상액 505억 원의 3배에 달한다.

13.9%의 인상률은 2021년도 방위비분담금이 1.2% 인상된 일본의 인상률 11배가 넘는다. 정부는 “13.9%라는 수치는 제도개선에 따른 인건비 증액분(6.5%)을 감안한 예외적인 증가율”이라면서 13.9%로 인상률이 크게 높아진 것이 마치 주한미군 고용 한국인 노동자들의 생계안정, 즉 무급휴직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미국의 무도한 방위비분담 대폭 인상 요구에 굴복한 자신의 잘못과 책임을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비열한 행태다. 한국이 인건비 지급 비율을 늘린다고 해서 그것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생계안정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지만 방위비분담금을 전혀 올리지 않고서도, 심지어 더 적은 방위비분담금으로도 한국인 노동자의 인건비를 올리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불법전용한 돈이나 현금으로 쥐고 있는 돈으로 인건비를 지급하거나 군사건설비나 군수지원비를 줄여 지급하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건비 최저배정 비율 증대는 미국에 최대 인상률을 보장해 주는 꼼수이자 국민을 속이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방위비분담금 연간 상승률에 물가상승률보다 증가폭이 훨씬 큰 국방예산 증가율을 적용하면서도 다년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미국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주려는 전형적인 미국 퍼주기다.

다년간 계약을 체결한다고 해서 매년 방위비분담금을 인상해줘야 한다는 법은 없다. 일본은 5년 유효기간의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체결하지만 국방비 증가율은 물론이고 물가상승률과도 연동시키지 않는다. 역대 한국 정부도 물가상승률을 연동시킨 적이 있지만 국방비 증가율을 연간 상승률에 연동시킨 전례가 없다. 문재인 정부가 국방예산 증가율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그것이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아 미국의 이익을 더 크게 보장해 줄 수 있기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물가상승률은 1% 안팎에 머물고 있다. 반면 국방예산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에서 평균 7.4%로 이명박 정권의 5.2%나 박근혜 정권의 4.1%보다 훨씬 높다. 국방예산 증가율을 적용하면 2020년 1조 389억 원, 2021년 1조 1,833억 원, 2022년 1조 2,472억 원, 2023년 1조 3,233억 원, 2024년 1조 4,040억 원, 2025년 1조 4,896억 원, 총 7조 6,800억 원이 된다. 문재인 정권 임기에 체결한 10차, 11차 협정기간 동안 무려 8조 7,189억이나 미국에 퍼주게 되는 셈이다.

제도 개악을 제도 개선으로 속이고 잠정합의했던 제도 개선마저 포기해버린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규탄한다!

정부는 방위비분담 인건비 배정 비율 하한선을 75%에서 87%로 확대한 것, 협정 공백 시 전년도 수준의 인건비 선지급을 명문화한 것, 특별협정 개선 합동실무단 공동의장의 격을 과장급에서 국장급으로 올리기로 한 것 등을 제도개선으로 내세우고 있다.그러나 인건비 배정 비율 하한선 확대는 방위비분담금 규모를 유지하거나 삭감하지 않고 방위비분담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제도 개악이다.

협정 공백 시 인건비 선지급 명문화는 한미소파에 의거, 당연히 인건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 미국을 대신해 한국이 그 의무를 떠맡는다는 점에서 제도 개악이다. 더구나 협정이 미체결된 상태에서는 방위비분담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 만큼 협정 공백 시 선지급은 그 자체로 불법이고 원천무효이며, 결코 제도개선이 될 수 없다.

또한 미국이 주한미군 고용 한국인 노동자들을 강제 무급휴직시킨 것은 우리 헌법, 노동법, 한미소파 등을 어긴 불법이다. 그럼에도 이런 불법이 재발하지 않도록 불평등한 한미소파 노무 조항을 개정하고 국내 노동법 준수를 의무화하는 것이 제도개선임에도 이를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불법적으로 한국인 노동자들을 강제로 무급휴직시킨 것은 한국 정부로부터 대폭적인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끌어내기 위한 노림수였음에도 인건비 배정 비율 하한선 확대라는 구실 아래 방위비분담금을 터무니없이 인상해 준 것은 이런 미국의 불법부당한 요구에 굴복한 것이라고 하겠다.

문재인 정권이 이토록 타당성 없는 인건비 인상을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의 원인으로 들먹이는 것은 대폭 인상된 방위비분담금으로 소성리 사드기지 공사비로 쓰도록 하거나 평택미군기지로 들어가기로 한 한미연합사 건물 신축 비용 등으로 불법 전용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아울러 인건비 배정 비율 하한선을 87%로 확대한 것이 미국이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는 불법을 자행하지 못하도록 막는 최종 장치가 되지 못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미국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것은 어김없이 한국이 이를 지키도록 강제했지만 자신들의 이해에 맞지 않을 때는 특별협정의 규정을 무시하고 내팽개치는 불법, 탈법, 편법으로 일삼아 왔다. 인건비를 올려줘서 미국의 손에 쥐어 주기보다는 그 돈으로 또다시 미국이 한국인 노무자의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는 농간을 부릴 때 한국 정부가 직접 지급해 주는 편이 차라리 한국인 노무자에게도, 우리 재정적 측면에도 유리할 것이다.

특히 제도개선과 관련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번 11차 특별협정 타결안이 문재인 정권이 2020년 3월에 잠정합의한 제도개선안조차 따내지 못하고 포기해버렸다는 점이다. 헤럴드경제 보도(2020.4.17)에 따르면 한국은 10차 특별협정 비준 과정에서 국회가 제시한 6개 부대의견(‘작전지원’ 등 추가 항목 신설 불가, 주한미군 경비 전액 부담 금지, 미집행 군수지원 분담금 회수, 특수정보시설 건설에 비한국업체 사용 금지, 주한미군 주둔과 무관한 해외 미군 비용 부담 금지, 역외 미군 장비 정비 지원 폐지 등)을 바탕으로 제도개선안을 미국에 요구했고, 이에 대해 미국 협상단도 상당 부분 수용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런 제도개선 합의가 비록 트럼프에 의해서 최종 거부되었지만 이 잠정합의안이 이번 11차 특별협정 타결안의 기본 뼈대를 이룬다는 점에서 지난 제도개선 합의를 지켜내지 못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바이든 정부와의 협상에서 얼마나 수세적으로 미국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는지 반면에 우리 헌법기관인 국회의 의견은 얼마나 철저히 무시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주한미군기지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는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한국인을 고용한 미군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비용으로, 2014년 협정 타결이 지연됐을 때 미군이 자체 예산 전용을 통해 해결한 사례도 있듯이 마땅히 미국이 해결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제도개선이다.

또한 정확한 소요를 산정해 한국이 원하는 금액을 원하는 곳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소요가 없을 때는 한 푼도 주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제도개선이다.

문재인 정권이 특별협정 개선 합동실무단의 격을 국장급으로 높이기로 했다는 것을 협상의 성과로 드는 것도 서천소가 웃을 일이다. 과연 합동실무단의 격이 낮아서 그 동안 방위비분담금의 평택미군기지나 소성리 사드 기지 건설비로 불법 전용하고 역외 미군 장비 정비 지원, 불법적인 방위비분담금 이자 수취, 특수정보시설 건설에 불법적인 미국업체 사용 등 온갖 불법, 탈법을 자행해 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얼마나 협상 성과를 내세울 것이 없어서 합동실무단의 격을 한 급 높인 것을 제도개선으로 포장할까 생각하니 한국 정부의 궁색함에 참으로 한심한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제도개악을 제도개선이라고 국민을 속이고 잠정합의한 제도개선조차 포기해버린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과 비굴함에 실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의 불법집행에 면죄부를 주려는 한미 당국을 규탄한다!

더욱이 이번 타결안은 11차 특별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2020년도 방위비분담 예산을 편성·집행한 국가재정법 및 헌법 위반 행위를 덮고 무마하려는 것으로 결코 용인할 수 없다. 11차 특별협정의 유효기간은 2020∼2025년이다. 그러나 2020 회계연도 방위비분담 사업은 특별협정이 미체결된 상태에서 마무리되었다. 이미 회계연도가 지나고 집행을 마친 2020년도의 경우에는 원천적으로 소급적용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020 회계연도를 규율하는 법은 방위비분담이 미체결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한미소파 5조가 적용된다. 따라서 집행된 방위비분담금 7,600억 원은 한미소파 5조에 따라 미국으로부터 돌려받아야 한다. 2020 회계연도는 소급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이 국가재정법과 헌법을 위반해 집행된 불법성이 소각되지 않는다. 11차 특별협정과 같이 이미 회계연도가 끝나고 사업집행이 완료된 경우(2020년도) 소급 적용된 전례도 없다. 그동안 10차례의 특별협정 중 소급 발효된 경우가 네 차례(4차, 5차, 6차, 10차) 있었지만 그때는 다 소급 발효가 적용된 회계연도가 진행 중이었다.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불법 전용과 불법 집행은 이미 관행(?)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번 11차 특별협정 협상에서도 이런 불법 관행 폐지에 대한 우리 국회의 요구가 묵살되었다. 따라서 이 같은 불법 관행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며 그로 인한 우리 국민의 혈세 낭비가 계속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평택미군기지 건설에 사용되는 방위비분담금 불법전용과 수십 년이나 계속되는 주일미군 항공기 등의 해외미군 장비 정비에 쓰이는 방위비분담금의 불법 전용을 합하면 매년 1,912억 원에 이른다. 그만큼 우리 국민은 불필요한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또 방위비분담금을 사드기지 운영비에 쓰지 않는다는 정부의 거듭된 대국민 약속에도 불구하고 2018년 사드기지 탄약고 등 설계비로 5만 달러(6,000만 원)가 쓰였으며, 2021년도에는 4,900만 달러(593억 원)가 집행될 예정이다. 방위비분담금을 사드기지 공사비에 전용하는 것은 한미소파나 특별협정 어디에도 그 근거가 없다. 더욱이 사드 배치에 관한 한미 간 법적 구속력 있는 조약도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미소파와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의 적용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 우리는 이런 방위비분담금의 불법 전용을 용인하는 11차 방위비분담 협정안을 단연코 거부한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 무기 추가 구매 약속에 대한 진상을 밝혀라!

CNN은 방위비분담협정에 한국의 대미 무기구매 약속이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이는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2019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향후 3년간 10억 달러(12조 원)의 미국 무기 구매 계획을 설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이 기왕의 미국 무기 도입 계획에 추가해 방위비분담비를 보충해주는 차원에서 미국 무기 도입을 바이든 정권에 약속해주었다면 그것은 애초 국내에서 도입하기로 한 무기를 미국 무기로 바꾸거나 아니면 도입선을 제3국에서 미국으로 돌리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국방비를 늘려 추가로 미국 무기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었거나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무기 도입 비용과 장비 정비 등 유지비까지 포함하면 2020년에는 5.1조 원, 2021년에는 4.5조 원에 달한다. 따라서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에 미국 무기 도입을 추가로 명시한다면 한국이 미국에 지불하는 돈은 방위비분담금과 무기 도입, 장비유지비 등 매년 6조 원을 넘게 될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매년 50억 달러의 방위비분담금 요구가 사실상 관철되는 셈이다.

방위비분담금이 이미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쓰이고 있으며,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강요하는 데는 남한 방어를 넘어 역외 신속기동군으로서의 임무가 전면화된 주한미군의 대중 봉쇄를 위한 세계패권 전략 수행 비용으로 사용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담겨 있다. 올해 들어 오산의 미 7공군 소속 고고도 정찰기 U-2가 두 차례나 남중국해 대만해협에 동원된 바 있는데, 2019년 방위비분담금이 U-2S 정찰기가 소속된 5정찰대대(오산공군기지)의 항공기 격납고 공사에 140억 원이 쓰인 바 있다. 이는 우리 국민의 세금이 이미 주한미군의 대중국 임무에 불법적으로 쓰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1차 특별협정) 합의는 … 민주적 동맹을 활성화하고 현대화하겠다는 약속을 반영한다"면서 “이 새로운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 동북아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 번영의 핵심축(linchpin)으로서의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해 준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대한 미국의 이 같은 의미 부여는 방위비분담금이 단순히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분담하는 협정이 아니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수행을 뒷받침하는 협정이고 한미동맹이 대중국 견제동맹임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다. 이는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의 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자 ‘준비태세‘ 항목의 신설을 통해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주한미군 및 해외주둔 미군의 역외 작전 비용을 부담하는 협정으로 바꾸려고 했던 트럼프 정부의 불법적 기도와 같은 맥락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바이든 정부와의 사이에 ’(역외) 작전지원‘ 항목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정부의 주장은 믿을 수 없다. 미국이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임을 누누이 강조하고 한국이 책임동맹이나 호혜적 동맹의 입장에서 분담할 수 있는 것은 분담하려고 했다는 백브리핑 내용으로 미뤄 볼 때 11차 특별협정에 대한 바이든 정권의 시각에 한미가 공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으로 한국이 주한미군의 대중국 임무에 대해서 비용적으로 뒷받침할 뿐만 아니라 대중국 견제 임무에 한국이 호응해 갈 것임을 예견케 한다. 그러나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그 법적 근거인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소파가 주한미군의 임무를 한국 방어에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한미군의 대중국 임무 수행에 방위비분담금을 지원한다면 그것은 방위비분담특별협정과 한미소파,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이다. 이에 미국의 불법적인 비용 전가의 통로가 되고 있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더 이상 유지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그간 주한미군기지를 무상으로 제공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미군이 한국 방어 임무를 맡고 있다는 전제하에서였다. 그런데 1957년 주한미군이 유엔사령부가 아닌 미 태평양사령부의 작전통제를 받게 됨으로써 대북 방어보다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미국의 세계전략 수행군으로서의 성격을 갖게 되었다.

최근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연방 법전 10편(군대법)에 근거해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 준통합사령부로서 존재한다”며 “자신은 주한미군사령관으로서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대중국 전략과 연계해 임무를 수행한다”라고 밝혔다. 이제 주한미군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수행 임무를 전면화하고 있으며 미 본토 방어와 세계 패권을 위해 남한에 주둔하고 있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애초에도 줄 필요가 없었던 방위비분담금을 이제라도 즉각 폐기해야 하며, 1957년 이래로 미국으로부터 받아냈어야 할 미군기지 임대료도 전면 받아내야 한다.

이토록 굴욕적인 11차 특별협정이 그대로 체결, 비준된다면 문재인 정권은 국민과 역사의 지탄을 면치 못하는 귀태정권이 될 것이다.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은 물론 이명박, 박근혜 정권보다도 못한 무능하고 대미 추수적인 문재인 정권을 보기 위해 국민들이 2016~17년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키고 문재인 정권의 탄생의 길을 연 것이 아니다. 부동산 실정과 함께 작전통제권 환수에서도 이명박, 박근혜 정권보다 못한, 대미 추수적 안에 미국과 합의하고 임기 내 환수조차 포기한 이 정권을 누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정권으로 보겠는가! 이제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이 물러나야 “나라다운 나라”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정녕 국민적, 역사적 지탄을 받는 정권으로 낙인찍히지 않으려면, 촛불시위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역대 최악의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폐기하는 것이 최소한의 선행 과제다.

2021년 3월 11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상임대표 문규현)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성명(전문)

한국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주한미군 주둔지원 특별협정 협상 결과 규탄한다.
공평과 합리의 원칙에 맞게 원점에서 재협상하라.

어제 2021. 3. 10. 외교부는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 협상이 최종 타결되었으며, 2021년도 총액은 2020년 대비 총액으로 13.9% 증가된 1조 1,833억원이고 이 협정은 2025년까지 유효하며 매년 우리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하여 총액을 정하는 것으로 발표하였다. 발표된 협상 결과는 실망을 넘어 분노스럽다.

방위비분담금의 증액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 지난 2016년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는 한국이 특별협정으로 주한미군 주둔비의 50% 이상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후로 미군의 규모가 늘어나지도 않았고, 한국이 90% 이상 부담하여 진행한 평택 미군기지 건설 사업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신규 건설사업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수천억원의 증액이 왜 필요한 것인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정부는 우리 국방비 증가율을 방위비분담금 인상의 기준으로 삼았는데 주한미군의 소요와 무관한 우리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미군 주둔비 지원을 인상하는 것은 아무런 근거도 없고 비합리적이다. 오히려 우리 정부의 국방비가 늘어날수록 미군에 대한 의존율은 낮아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게다가 지난 2019년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에서 문재인 정부는 최초로 1조원이 넘는 지원금에 합의하였는데, 이 합의는 이미 전년 대비 787억원 증액, 8.2% 인상한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185억원 증액, 2.5%), 박근혜 정부(505억원 증액, 5.8%)와 비교하였을 때도 이미 상당한 증액이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이유 없이 또 상당액을 증액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가 인상에 합의한 13.9%라는 수치는 트럼프 정부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했던 문재인 정부의 협상 전략에서 나온 수치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를 새로운 바이든 정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협상 의지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동맹과의 협력을 중요하게 여기겠다는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정부는 새로운 협상 전략도 없이 기존의 내용으로 합의해 버린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현 미국 정부 인사들도 마찬가지이다. 당시 현 정부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나친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여 동맹을 갈취한다고 비난했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갈취와 다름없는 요구에 대응하며 제시한 13% 인상안을 그대로 관철시킨 것은 역시 동맹 갈취의 연장이 아닌가. 동맹을 존중하고 협력할 의사가 있다면, 주한미군 주둔비의 규모와 분담금의 지원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재조정해야 한다. 더군다나 13% 인상안은 코로나 위기가 전면화되기 전에 나온 숫자이다.

코로나 위기로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에 대응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에도 우리는 많은 토론을 하고 여러 도전을 해왔다. 정부의 한정된 자원을 사용할 때에는 거기에 상응한 근거가 필요하다. 미군이 오염된 토지를 정화하지 않고 반환하여, 이를 치유하는 데 한국이 부담해 온 비용도 수천억원이다. 미군 전투기 소음으로 인한 주민 피해를 보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군은 이를 외면하고, 한국 정부가 대신 부담하는 것도 수백억원이다.

공평이나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이번 협상 결과는 한국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 협상, 원점에서 재협상하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위원장 김종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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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 방지 핀셋 정책, 정밀조준에 실패하다

[기고] 임대주택 분류 체계에 '공공성' 기준 넣어야…

하지만 지역과 가격대와 주택 수를 중심으로 정밀하게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 했던 정부의 의도와 달리 핀셋 정책의 유탄을 엉뚱한 피해자들이 맞고 있다. 법인 대상으로 강력한 세제 규제를 하다 보니 시민들에게 저렴하고 오랫동안 거주할 수 있는 사회주택을 공급하려고 애써온 법인 사업자들의 사업이 위축될 위험이 있었기에 사회주택협회를 중심으로 예외 조항을 요청했다. 정부는 이에 화답해 법인을 활용해 부동산 투기를 하는 사람들은 굳이 집을 지어서까지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으니 건설형 임대주택은 법인 종부세, 취득세, 양도세 중과에서 배제하는 예외 조항을 만들었다. 하지만 핀셋 정책의 부작용을 핀셋으로 해결하려 하다 보니, 결국 놓치는 지점이 생기고 말았다.


 

부동산 투기 방지 핀셋 정책의 유탄을 맞은 공익 추구 법인들


 

시민들에게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살 수 있는 사회주택을 공급해온 함께주택협동조합과 안정적인 삶의 터전을 확보해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에 힘써온 함께사는집 뜨락 주택협동조합은 2021년 말 그대로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맞을 예정이다.


 

토지의 공공성 확보와 사회주택 공급을 통해 시민들의 주거 안정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함께주택협동조합(이하 함께주택)은 마포구 성미산을 중심으로 2014년부터 지금까지 35세대의 주택을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영리 목적보다는 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대안적인 주거 모델을 만들고자 애쓰는 협동조합이기에 주변 시세보다 대폭 저렴하게 시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함께주택의 첫 번째 주택은 허름한 다가구주택을 매입하여 리모델링한 후 시민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모델이었다. 2호는 뜻이 맞는 조합원들이 함께 돈을 내어 집을 지은 임대주택 유형이며, 3호부터 6호까지는 서울시의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정책을 활용하여 토지는 서울시로부터 임대하고 건물은 함께주택이 지어 시민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주택 유형이다. 함께주택의 경우, 2호부터 6호까지는 직접 집을 지었기 때문에 법인이라 하더라도 건설형 임대주택이라는 예외 조항을 적용받지만 매입 후 리모델링한 1호 주택은 건설형 임대주택에 해당하지 않아 종부세율 6%를 적용받아 2500만 원 가량의 종부세를 내야 할 상황이다.

 

▲ 매입 후 리모델링한 함께주택협동조합 1호 주택. ⓒ이성영

함께사는집 뜨락 주택협동조합은 아파트보다 빌라와 다세대주택이 많은 양천구 목2동에서 마을축제, 플리마켓 등 다양한 마을활동을 하던 분들이 모여 만든 주택협동조합이다. 주민 주도 도시재생의 모범사례인 모기동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이 만든 주택협동조합이다. 마을을 살기 좋게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언제든 떠나야 하는 세입자가 아닌 쫓겨날 염려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건물주가 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방식이기에 모기동 마을가꾸기 활동을 하던 핵심 구성원들이 의기투합하여 2016년 1월 11억 원에 빌라를 매입하여 마을 활동의 허브 공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함께사는집 뜨락 역시 건설형이 아니라 매입형 임대주택이기에 6.17 대책의 법인 종부세 중과를 피할 수 없었다. 2021년에 이들이 내야 할 종부세는 3000여만 원에 달한다. 종부세가 이런 수준이면 협동조합이 소유하여 임대하던 건물을 소유자별로 개별등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 협동조합의 틀을 유지하는 마을만들기 운동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파트형 마을공동체 위스테이로 유명한 사회혁신기업 더함 역시 법인 종부세 중과의 유탄을 맞았다. 더함은 주택개발 시행사로서 수익극대화보다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거주 기간을 보장하는 주택 공급과 아파트 커뮤니티 형성에 초점을 맞춘 사회혁신기업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도입했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인 '뉴스테이 정책'은 토지를 저렴한 가격에 민간 건설사에게 넘겨주고 건설 비용까지 저리로 빌려주어 민간 건설사가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든 정책이었다. 막대한 개발 이익을 건설사가 독점하는 뉴스테이 사업 구조에 문제 의식을 가진 양동수 변호사는 뉴스테이 정책의 틈새를 공략하여 민간 건설사가 독점하는 막대한 개발 이익을 아파트 입주자들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이 공유하며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사용할 수 있게 만든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위스테이'를 만들었다.

 

 

위스테이는 현재 남양주 별내 500여 세대는 입주가 끝났고, 고양 지축 지구는 2022년 입주가 예정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위스테이는 개발 기간 중 더함 등 민간이 사업자금을 출자하여 리츠의 주식(아파트 소유권)을 획득하고, 준공 후 입주자들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에 이를 양도하게 된다. 리츠의 주식(아파트 소유권)을 획득한 입주민들은 임차인과 임대인의 권리와 지위를 동시에 누리게 된다. 개발 및 임대기간 중에는 건설임대형으로 분류되어 종부세 비과세가 적용되지만 민간임대 의무 기간이 끝나는 8년(현행 10년) 후에는 '법인 소유의 매입임대주택'으로 분류되어 세율 6%의 종부세 과세대상이 된다.


 

'법인 소유 매입임대주택'에 일괄적으로 매기는 세율 6%의 종부세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500세대 아파트를 소유하며 저렴하고 안정적인 기간을 보장하는 사회임대주택을 영구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의무 임대 기간인 8년이 지나면 막대한 시세 차익을 남기고 매각하는 민간 건설사와 달리 개발 이익과 시세 차익을 커뮤니티에 영구적으로 묻어두어 지속적으로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공익적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했던 사회혁신기업 더함의 시도가 물거품이 될 상황이다. 아울러 저렴하고 안정적인 임대주택을 신속하고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기존의 아파트를 매입하는 방식의 사업도 다 중단한 상황이다.


 

급한 불 끄기 - 사회적 기업 및 사회적 협동조합 소유 임대주택 종부세 합산 배제 허용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주택을 매점매석하는 다주택자들을 규제하려던 정책이 오히려 양질의 주택을 지속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며 공익적 가치를 증진시키려 애쓰던 부동산 분야의 사회적 경제 주체들을 고사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부동산 투기의 원인을 정조준하는 근본적인 정책이 아니라 현상에만 집착하는 대증요법 중심의 핀셋 정책이 낳은 부작용이다. 지난 정책에 대한 아쉬움은 뒤로하고, 부동산 분야의 공공성 증진을 위해 애쓰는 사회적 경제 주체들의 숨통을 틔우는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동산 분야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법인 종부세 중과 정책의 유탄을 맞은 이유는 현행 임대주택 분류 체계의 한계에 있다. 현행 임대주택 분류 체계는 공급형태(매입형, 건설형)와 공공의 관여 정도(공공주택특별법상 공공임대주택, 민간임대주택특별법상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민간임대주택특별법상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로 분류되어 있으며 종부세 합산 배제는 공공임대주택 유형과 6억 미만 매입형 민간임대주택, 9억 미만 건설형 민간임대주택에만 적용하고 있다. 임대주택 분류 체계 속에 '저렴한 양질의 주택 공급, 안정적인 거주 기간 확보, 커뮤니티 활동 강화, 지역사회 공헌 등과 같은 공익적 가치'라는 기준이 없기에 부동산 분야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유탄을 맞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공공성'이라는 기준이 임대주택 분류 체계에 들어가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아울러 공익적 가치를 높이려는 사회적 경제 법인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다주택 법인에 대한 세제·대출 규제에 대해 사회적 경제 주체들은 예외로 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6월 1일이 종부세 부과 기준일이기에 법령과 시행령 전반을 개정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6월 1일 사회적 경제 주체 법인들의 종부세 중과이므로,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에 종부세 합산 배제 임대주택에 공공성을 담보하는 '사회적 기업 및 사회적 협동조합' 소유의 임대주택을 포함시킨다면 종부세 중과 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한 사회적 경제 주체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일단 급한 불을 끄고 '공공성' 기준을 임대주택 분류 체계에 넣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


 

그간 수익극대화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기간을 보장하는 주택을 공급하려 애써온 법인들이 다주택자 법인 활용 부동산 투기 방지 정책의 유탄을 맞고 있다. 핀셋정책을 하고자 한다면 정밀함이 핵심이다. 법인 활용 부동산 투기 세력을 향한 세금폭탄이 엉뚱한 곳에 떨어져 피해를 주지 않도록 정밀한 보정이 필요하다. 척박한 환경에서 힘겹게 사회적 경제의 싹을 틔우고 있던 개척자들의 고사를 막기 위해 국토부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31014193397986#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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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백신 맞았습니다, 언론이 좀 과장한 것 같아요

[체험기] 접종 첫째날, 그리고 이튿날 나는... "부작용 있나요" 묻자 약사는 이렇게 답했다

21.03.11 07:29l최종 업데이트 21.03.11 07:29l


나는 미국에 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 65세 이상에게 우선으로 접종하는 와중에 내게도 기회가 찾아온 것은, 미국에서 필자의 직업이 백신접종 필수(Essential) 직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우여곡절'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이유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가이드라인만 봐서는 도무지 제대로 된 접종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 같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되는 시스템으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은 정상적이기 어렵다는 게 필자의 최근 경험에 의한 결론이다. 이 시스템은 보건 및 의료진과 사회안전 질서를 위해 필요한 극소수의 인원에게만 접종하던 시절의 환경을 반영한 것이라 추측되는데, 특히 65세 이상의 일반인으로 범위를 확대하면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드러내고 있다. 

자격여부 확인 어렵고 우선접종 대상자인지도 모호
 

큰사진보기  미국 코로나 백신을 맞으러 간 대형마트 내 약국 모습.
▲  미국 코로나 백신을 맞으러 간 대형마트 내 약국 모습.
ⓒ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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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선의 시작은 신청서를 제출하고 자격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부터 발생한다. 65세 이상이거나 필자처럼 필수 직종에 종사하면 우선 접종 대상자에 속한다. 주 보건 당국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그 즉시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65세가 아니라면, 신청자는 접종 시기를 나중에 알려주겠다는 상투적인 대답만 듣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아직 자신의 접종 순서가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접종 신청서를 받는 웹사이트가 사실 몇 곳이 더 있다. 접종을 전담하는 의료기관이나 하청 업체에서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고, 보다 구체적 계획과 일정을 받을 수도 있다. 보건 당국의 웹사이트에서 무성의한 반응을 접했던 소비자로서는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기분이 들 것이다. 


또 다른 혼선은 이들 사설 업체의 웹사이트에서는 접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의료 및 보건 관련의 직종을 제외한 나머지 직종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환자의 경우 어떤 상태가 우선 접종 대상자로 되는지에 대한 구분도 모호하기만 하다.  

주변에서 지인들이 겪는 사정을 통해서도 그 불합리성을 알 수 있다. 국토안보부 산하의 직장에서 일하는 한 지인은 매일 수백 명 사람과 접촉하는 필수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신청서조차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교도소 교정 요원으로 근무하는 이웃 역시 접종 시기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며 볼멘소리로 보건 당국의 정책을 비판한다.

반면에 보험 설계사로 집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지인은, 필수 직종에 해당한다면서 이미 한 달여 전에 백신을 맞았다고 한다. 동물 병원과 은행에 다니는 종사자 중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접종을 마친 경우가 있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는 지난 4일, 퇴역 군인에게도 백신 접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질병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퇴역 군인에게 대상을 확대한 것이라서 사회에 던져주는 메시지는 파격적이었다. 백신 접종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의 반영으로 보인다. 

다만 암, 당뇨와 같이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주변 환자들이 우선접종 대상자에서 벗어난 것이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호흡기 환자라든가 과체중에 한해서만 접종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모호한 규정 탓에, 중증 환자들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저항력이 일반인보다 떨어지는 환자들은 나이, 질환의 종류, 병력과 상관없이 우선접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백신 두고 빚어지는 미국 내 혼선, 왜일까 생각해보니

이러한 불합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한두 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백신 할당량이다. 대형 의료 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소규모 의료 기관이나 하청 업체는 매일매일 그 할당량이  정해진다. 배급제로 전달되는 백신은 반드시 정해진 기간 안에 모두 소비해야만 한다. 

아직도 주류 사회 백인 노년층에서는 백신 접종을 거부하거나, 일부 과대 선전된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접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남아도는 백신을 어떻게든 소비해야 하는 하청업체의 입장에서는, 우선 접종 대상자의 경계를 허문 뒤 눈치 있고 발 빠른 신청자에게 특혜를 줄 수밖에 없는 특이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두 번째 추정은 연방정부와 주 정부 간의 정책 불일치다. 연방정부에서 내놓은 가이드라인과 프로토콜을 주 정부에서는 다르게 적용하거나, 전혀 따르고 있지 않다는 추론을 세울 수 있다. 필자가 거주하는 워싱턴주는 민주당의 아성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바이든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 이유는, 백신 접종률을 평균치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반대 경우도 있다. 아이다호주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다호주 질병통제국에서는 백신이 남아돌 정도로 여유분을 확보하고 있다고 홍보하는데, 이것은 그 주의 백신 접종률이 다른 주보다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주민 대다수가 공화당 골수 지지자이며 백신을 거부하는 현상이 만연해 있다. 연방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으려는 주 정부의 정책이 한 몫하기 때문이다. 

조만간 미국 내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접종이 시행된다. 시급히 시행착오를 정비해 시스템을 보완하지 않으면 대규모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접종 시 본인을 확인하는 절차를 위해 신분증과 의료보험 카드를 보여줘야 한다. 65세 이상이라면 의료혜택이라 할 수 있는 메디케어 증명서를 지참하면 되는데, 문제는 의료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다. 절대 빈곤층이거나 외국인 또는 불법 체류자의 경우 백신을 맞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CDC에서는 미국 내 모든 거주자에게 무료로 접종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코로나 백신, 내 차례가 왔다 

며칠 전 내가 사설 업체로부터 접종 통지를 받고서 찾아간 곳은 초대형 마트 안에 설치된 약국이었다. 접종 장소는 현재 거주지와는 상관없이 무작위로 정해지는 것 같았다. 일반 약국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하고 있으므로 전혀 생경한 경험은 아니었다. 줄을 서거나 오래 기다리는 일은 없었다. 간단히 인적 정보와 보험 카드를 다시 입력하고,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확인했다. 백신 접종 뒤 모든 의료적 책임을 본인의 소재로 하겠다는 각서에 서명하고 순서를 기다렸다.  

칠순 가량 돼 보이는 부부 한 쌍이 미리 기다리고 있었고, 내 뒤로 중년 여성 한 분. 이렇게 세 명이 그 시간대 접종 대상자였다. 15분가량 기다리는 동안, 미리 나눠준 모더나(Moderna) 백신 기본 정보가 담긴 팸플릿을 꼼꼼히 읽어볼 수 있었다. 모더나 백신 또한 다른 백신과 마찬가지로 1차 접종 뒤 4주 후 2차 접종을 맞아야 한다. 
 
  접종지에서 받은 모더나 백신 설명서. 주로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  접종지에서 받은 모더나 백신 설명서. 주로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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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안내서의 대부분을 할애한 것은, 말 많고 의견이 분분한 '부작용'에 관한 것이었다. 부작용을 설명하기 위해 백신의 작동원리를 설명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고, 덕분에 백신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부작용에 관한 설명은 이미 설명해 놓은 것이 많고 또 전문가가 아닌 관계로 여기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내 차례가 돼 약사와 대면하면서 이것저것 질문이 오고 갔다. 약사는 나의 상태와 혹시 기저질환이나 다른 병을 앓고 있는지 물었고 직업에 관해서도 물어봤다(아마도 마지막 자격 테스트가 아니었나 싶다). 기자 정신을 발휘한 나의 질문은 부작용에 관한 것이었다.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대답을 해주리라 기대했는데, 역시나 기대 이상으로 구체적인 것을 알려주었다.

"백신 접종에 부작용 있나요" 약사의 대답

약사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설명해줬다. 백신 부작용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고 한다. 지극히 일반적인 부작용과 지극히 개인적인 부작용이 그것이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99% 넘는 접종자가 지극히 일반적인 부작용을 경험한다고 한다. 하루나 이틀 정도 근육통을 동반하는 등 독감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증상과 유사하게 경험하는데, 이는 거의 예외가 없다고 한다. 
 
백신 접종 인증 샷 백신 접종 인증 샷
▲ 백신 접종 인증 샷 백신 접종 인증 샷
ⓒ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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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접종 뒤 실신하거나, 심장발작 또는 사망에까지 이르는 극심한 부작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부작용에 해당한다고 한다. 사람마다 면역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극히 희박한 경우라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본 적이 없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설명하기 어렵다면서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일반인이라면 심각한 부작용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면서 나를 안심시켰다.

내 차례가 왔다. 두근두근거리며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드디어 백신을 맞았다. 약사는 접종 뒤 15분 간 그 자리를 뜨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요구했다. 만약 이상 반응이 일어나면 즉시 알려주거나 911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매년 맞는 독감 백신과는 다르게, 코로나 백신 반응은 즉시 나타났다. 필자가 예민한 탓일 수도 있겠으나 약간의 어지럼증이 나타났고 서서히 몸에서 반응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선입견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접종 뒤 15분간 지켜봤으나, 특이한 반응이 없어 그 자리를 뜰 수 있었다.  

본격적인 반응은 2시간 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사 부위 통증이 점점 강도를 높여갔다. 어릴 적 맞았던 콜레라 주사의 기억이 떠올랐다. 간혹 미약하게 메스꺼운 느낌이 나타났고, 집중력 또한 흩어지고 있었다. 일상생활에 지장 줄 정도는 아니었다. 불편함을 느꼈으나 식욕은 떨어지지 않았고, 피곤함 덕분인지 그날은 잠을 깊이 잘 수 있었다. 

백신에 의한 면역 반응은 둘째 날에도 이어졌다. 첫날보다는 반응이 격했다. 말로는 표현하기 미묘한 몇 가지 증상이 더해졌다. 개인적으로 일반적인 독감 백신보다 몇 배가량 강도가 세다고 생각했다. 먼저 맞은 경험자들의 접종 후기를 읽어보면, 그들도 이틀째가 힘들었다고 공통으로 대답했다. 전날 만난 약사 역시 이틀째가 힘들 것이라며 귀띔해 주었다. 

주사 부위 통증은 파상풍 백신이나 대상 포진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통증과 맞먹었다. 다른 백신과 구분되는 것은, 유독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과 더불어 약한 두통이 드문드문 발생하는 것이었다. 가끔 팔과 다리와 허리 등에서 산발적으로 근육통이 발생하기도 했다. 마치 통증이 온몸을 돌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특히 움직이는 것이 귀찮을 정도로 온몸에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소파에 의지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약사의 권고대로 '푹' 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흘(3일)째 되는 날, 언제 백신을 맞았나 싶을 정도로 거의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주사 부위에 약간의 통증이 남아 있었고, 잠시 잠깐 집중력이 흩어지는 듯한 증상이 스쳐 지나갈 정도였다.  

이제 4주 후면 2차 접종을 받는다. 어떤 이는 2차 접종이 더욱더 힘들었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다고도 한다. 사람마다 반응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다만, 계란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특히 힘들다는 속설이 들린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계란 알레르기가 있다면 미리 알아보거나, 백신 접종 뒤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기 바란다. 

일부 언론이 말하는 백신 부작용, 그 정도는 아닙니다
  
코비드 백신 접종 증명서 코비드 백신 접종 증명서
▲ 코비드 백신 접종 증명서 코비드 백신 접종 증명서
ⓒ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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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은 말하고 싶다. 일부 한국 언론에서 떠드는 백신 부작용에 관한 기사들은, 지나치게 과장되고 선전·선동을 위해 쓰인 기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다른 나라 언론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백신 자체를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고 부작용을 과하게 강조하는 것 같아 눈살이 찌푸려진다. 적어도 언론이라면 국민의 삶과 직결된 보건, 방역과 관련해서는 인본적 태도를 견지해야 하고 고도의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부작용은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개인마다 부작용이 약하게 나타날 수도 있고 극심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지구촌을 위기로 몰고 간 팬데믹 사태를 하루빨리 끝내려면 지금으로서는 백신 접종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느낀다는 것은 곧 항체가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 정도의 고통은 감수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사회구성원의 하나로서 해야 할 마땅한 도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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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주식대박' 국민연금, 일산대교 통행료 '개미고통' 외면하나

2038년까지 고속도로 10배 통행료 부과
공단 "주무관청서 결정" 인하 시큰둥
24일 '일산대교 통행료 조정' 국회토론회

일산대교 모습 (사진= 경기사진공동취재단)
▲ 일산대교 모습 (사진= 경기사진공동취재단)

 

국민연금공단이 테슬라 주식 투자 성공 등으로 지난해 수십조원의 차익을 실현한 가운데, 과도한 통행비용 징수로 논란이 되는 일산대교 통행료의 인하가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고양, 김포, 파주 지역 주민들은 일산대교 사용시 값비싼 이용 요금을 내고 있다. 오는 2038년까지는 일산대교㈜가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사업 재구조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주민들은 향후 20여 년동안 비싼 통행료를 계속 지불해야하는 상황이다.

 

국민연금공단이 100% 주주인 일산대교㈜는 앞서 2010년 7월과 2013년 5월 적자를 이유로 일산대교 통행료를 100~200원씩 두 차례 인상했다. 현재 일산대교의 통행료는 경차 600원, 소형(1종) 1200원, 중형(2·3종) 1800원, 대형(4·5종) 2400원이다.

 

일산대교의 길이가 1.84㎞인 것을 감안하면 소형 기준 1㎞당 660원을 받는 셈이다. 이는 수도권 제1순환도로 109원,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189원 등에 비해 3~5배 비싸다. 특히 1㎞당 49원인 일반 고속도로와 비교하면 일산대교 통행료는 10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나섰다. 이 지사는 지난달 15일 통행료 조정을 위해 일산대교 사업 자금재조달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24일에는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통행료 조정을 위한 국회토론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 8일에는 이한규 경기도 행정2부지사를 단장으로 한 ‘일산대교 통행료 관련 전문가 TF’도 구성돼 자금재조달 협상 개시를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원성과 경기도의 이같은 열정을 애써 외면하는지 민자사업자인 일산대교㈜는 “일산대교 통행료는 경기도와 체결된 실시협약에 의해 주무관청인 경기도가 결정했다”는 형식적인 입장으로, 별다른 대책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도가 일산대교 사업 재구조화를 요구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도는 적자구조를 개선해 국민 세금을 절약하고 통행료를 낮추라는 요구를 일산대교㈜측이 계속 거부하자, 지난 2015년 2013년분 MRG 비용 41억9300만원을 지급하지 않는 등 초강수를 꺼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일산대교 측은 협약서에 따라 권리를 보호받아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사업 재구조화를 거부하며 MRG 비용 미지급에 대해 도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승소했다. 요금 인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수도권제1순환도로 통행료 인하방식으로 계약기간을 늘리되 요금은 인하하는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국토교통부와 수도권제1순환도로(당시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 구간 통행료를 33%를 인하하는 대신에 30년인 운영 기간을 20년 추가로 연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이 도로의 민자사업자 서울고속도로㈜의 지분을 86% 보유하고 있다.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은 민자로 건설된 탓에 ㎞당 요금이 132.2원으로, 재정사업으로 추진한 남부구간(㎞당 50.2원)보다 2.6배 비싸 개통 때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김천만 일산대교 통행료 무효화 범시민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기간을 늘리고 요금은 인하하는 방법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어떻게든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며 “국민을 위한 국민연금공단이라면서 왜 그 국민에 경기도는 빠져있는지 모르겠다. 반드시 일산대교 매각 등을 통해 통행료 무효화는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이지은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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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LH땅투기 촉발 전국 부동산 투기 잡힐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3/11 10:40
  • 수정일
    2021/03/11 10:4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30년 간 폴리네시아 주민 90% 피폭 피해
세계 원전산업 다시 확대 중
‘부동산 투기’ 특수본 수사 인력 10배 증원

 

9일(현지시각) 프랑스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디스클로즈’는 기밀 해제된 프랑스 군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1966~1996년 동안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이뤄진 핵실험으로 주민 12만5000여명 중 11만명(약 90%)이 피폭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에 보상을 신청한 1만 명의 11배 규모다.

디스클로즈는 피폭 보상이 이뤄지는 국제 기준보다 5배 이상 높은 피폭량이 확인된 주민이 1만1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직접 방사능 피해를 입은 주민 중엔 15세 미만 어린이도 600명 정도 포함돼있다고 전했다.

▲11일 조선일보 14면
▲11일 조선일보 14면
▲11일 한겨레 14면
▲11일 한겨레 14면

 

디스클로즈는 지난 2여년 동안 2000건 가량의 프랑스 국방부 문건과 기후 자료 등을 분석하고 현지 조사를 병행해 분석 결과를 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 소속 과학자들과 영국 환경 범죄 조사 기관 인터프르트가 협업했다.

11일 관련 보도를 인용한 한겨레는 디스클로즈의 분석치가 2006년 프랑스 원자력에너지위원회(CEA)가 실시한 피해 규모 평가보다 2~10배 더 컸지만 이를 프랑스 당국이 50년 가까이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폴리네시아에서 프랑스로 이주한 63세 카트린 세르다라는 여성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가족 중 8명이 암에 걸렸는데, 이게 과연 정상이냐’고 말했다”며 “일간 르피가로는 보건 전문가들을 인용해 ‘폴리네시아 주민들과 핵실험에 참가한 군인들 사이에서는 갑상선암과 백혈병 발병 사례가 정상치보다 많다’고 했다”고 전했다.

▲11일 전국단위 아침 종합일간지 9개 1면 모음.
▲11일 전국단위 아침 종합일간지 9개 1면 모음.
▲11일 경향신문 8면
▲11일 경향신문 8면

 

경향 “기후 변화 방패 삼아 원전산업 ‘기지개’”

경향신문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10주기를 다루며 참사 10년 만에 원전산업이 다시 확장되고 있는 세계 동향을 조명했다. “무대를 마련해 준 것은 기후변화”라며 “재생에너지만으로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화력발전소를 모두 대체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원전에 길을 열어줬다”고 배경을 지적했다.

현재 중국이 건설 중인 원전 16기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50기 가량의 원전이 건설 중이다. 경향은 “실제 일본은 전체 전력 생산에서 지금은 한 자릿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원전 비중을 20%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7일 교도통신 여론조사 결과 시민의 76%가 탈원전을 지지했지만 국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11일 경향 9면
▲11일 경향 9면

 

또 다른 지면에선 적체된 해양쓰레기 문제를 조명했다. 10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18~2020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을 보면 국내 해안가에서 매년 평균 11만4212톤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간 해안가에 밀려온 쓰레기는 연평균 7만8396t톤이고 수중에 잠긴 침적쓰레기는 2만8504t톤, 바닷물에 떠 있는 부유쓰레기는 7312톤 등으로 총 34만2637톤의 양이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에는 9만5631톤, 2019년 10만8644톤, 2020년에는 13만8362톤이다.

지난 3년 평균치로 폐플라스틱이 전체 해안쓰레기의 60.8%(1884㎏)를 차지했다. 목재가 770㎏, 유리가 129㎏ 등으로 뒤를 이었다. 유형 별로 보면 음료수병이나 뚜껑이 26.2%를 차지했고, 스티로폼 부표(20.7%), 어업용 밧줄(17.1%), 비닐봉지 등 필름형(11.8%) 등이 뒤를 이었다.

▲11일 한국 6면
▲11일 한국 6면

 

경실련 “집값, 공공이 값싸게 분양하면 될 문제인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연일 불거지는 가운데 10일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실패한 부동산 대책으로 평가받는데도 집값이 잡힐 거라고 말하지 않나. 이 정도면 정부가 무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서울 집값 잡으려고 2기 신도시 만들었는데, 집값이 과연 안정됐느냐? 투기에 나선 LH 직원들은 3기 신도시로 폭리를 챙길 수 있다고 확신했을 것”이라며 “투기 전문가들을 고위직에 임명해놓고 공기업과 공무원에게만 공정과 공익을 강조하면 소용이 있겠냐”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투기를 근절하는데 실패했다고 진단하며 “민간에서 지은 10억원짜리 집 옆에 정부가 3억원짜리 집을 분양한다면 누가 10억원에 집을 사겠냐"며 "공공이 값싸게 분양하면 집값이 떨어질 텐데 엉뚱한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도 말했다.

▲11일 국민 1면
▲11일 국민 1면
▲11일 국민 5면
▲11일 국민 5면

 

한편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광명·시흥지구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인 광명시청 소속 6명, 시흥시청 소속 8명, 경기도의회 의원 1명이 신도시 발표 전부터 토지 수천㎡를 취득한 것을 나타났다. 11일 언론은 ”LH가 촉발한 투기 파문이 신도시 전체 공무원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경찰 수사는 전국 단위로 확대된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합수본)’로 격상되면서 인력은 70여명에서 770여명으로 증원됐고 전국 18개 시·도경찰청도 모두 합수본에 투입됐따. 합수본은 각 지역에서 제기되는 부동산 투기 의혹을 샅샅이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경향신문은 LH 직원들의 매입 토지 대부분이 농지인 점과 관련해 “느슨한 ‘농지법’이 투기를 키웠다”며 “사실상 ‘누구나 논밭 살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를 고치지 않고서는 이번 LH 투기 의혹 같은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1일 경향 1면
▲11일 경향 1면

 

비농민의 농지 취득 자격은 꾸준히 완화돼왔다. 1994년 농지법이 제정된 후 거주요건, 통작거리제한 등의 기준이 사라졌고, 이후에도 수차례 개정되면서 상속 예외, 주말농장 예외, 기업연구소 예외, 대학생 체험영농 예외 등 비농민의 농지 소유를 가능케하는 예외 조항이 양산됐다.

경향은 “현행 농지법은 연간 90일 이상 농사를 짓거나, 1000㎡ 이상 규모의 농사를 지을 경우, 또는 농지에서 연 120만원의 수익을 거두기만 하면 1000㎡보다 큰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농민 자격을 준다”며 “농업회사 출자자 기준이 완화되면서 기획부동산업자들이 농업회사를 차려 땅을 산 뒤 지목을 전용, 지분을 쪼개 파는 사업모델을 탄생시키는 꼼수도 가능해졌다”고도 지적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조삼모사’ 비판

11일 언론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정산을 위한 2020~2025년 유효 기간의 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두고 “미국에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외교부가 10일 발표한 협정에 따르면 분담금은 2019년 수준으로 동결하지만 올해부터 2025년까지 방위비 분담금 인상률에 전년도 국방예산 인상률을 적용하기로 정했다. 올해는 13.9%를 인상해 총액 1조1833억 원을 낸다.

▲11일 동아 6면
▲11일 동아 6면
▲11일 한국 3면
▲11일 한국 3면

 

동아일보는 이에 “다년 계약에 분담금 인상률을 국방예산 증가율에 연동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그동안은 인상률에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했다. 9차 협정(2014∼2018년)은 물가지수와 연동하되 4%를 넘는 상한선도 있었다. 협정 첫해를 제외한 4년간 매년 인상률이 1% 안팎에 그쳤다”고 비교했다.

한국일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50% 인상 요구와 비교하면 13.9%는 선방한 수치로 보이지만 함정이 있다”며 “국방비 상승률을 연동한 탓에 매년 인상분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2025년 한국 분담 총액은 1조5000억원을 넘는다”고 분석했다. 결국 “4년 안에 애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요구한 '50% 인상'에 접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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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국방장관, 17일 동시 방한... 5년 만의 한미 ‘2+2 회의’ 개최

바이든 행정부, ‘동맹 강화’ 전략 한일과 ‘2+2 회의’ 연속 개최... 대북 발언 나올지도 주목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21-03-11 08:21:10
수정 2021-03-11 08:21:10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자료 사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자료 사진)ⓒ뉴시스/AP pool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일본을 거쳐 오는 17일 한국을 동시에 방문한다.

미 국무부는 10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블링컨 장관이 17∼18일 한국을 방문해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2+2 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이날 블링컨 장관이 17일부터 18일까지 방한한다고 발표했다.

미 국무부는 이번 방한이 “동맹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하고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에서 평화와 안보, 번영을 증진하는 협력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외교부는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의 금번 방한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장관급 대표단의 첫 방문으로, 한반도 문제·지역·글로벌 협력에 대한 양국 간 소통과 공조를 강화하고, 한미 동맹을 한층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오스틴 장관의 방한에 관해 “이번 순방은 인도-태평양 지역, 특히 일본·한국과의 동맹과 파트너십을 재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약속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은 18일 5년 만에 제5차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2+2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미 간에 ‘2+2 회의’는 지난 2016년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게 마지막이다.

이번 미국 국무·국방장관의 한일 동시 방문은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강화’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에 한일 양국과 동시에 ‘2+2 회의’를 개최해 중국 견제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의 4개국 협의체이자 ‘반중(反中) 연대’로 일컬어지는 ‘쿼드(Quad) 정상회의’가 오는 12일 처음 열리는 만큼 미국이 이번 방한에서 이에 관한 설명과 함께 한국의 입장 표명을 요구할지도 관심사다.

또 미국 두 장관의 이번 방한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관해 어떠한 발언을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번 ‘2+2 회의’에서도 양국의 공동성명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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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김학의 무죄'를 만들었다

[손호철의 발자국] 2. 전남 구례 : 안종삼·문형순 생애를 생각한다

"나는 지금부터 여러분들을 모두 방면합니다. 나는 반역으로 몰려 죽을지도 모르지만 내 혼이 480명의 가슴 속에서 지킬 것이니 새 사람이 되어 주십시오. 선량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말입니다."

 

1950년 7월 안종삼 구례경찰서장(1903~1977)이 한국전쟁 발발과 함께 구금하고 있던 보도연맹원 480명을 사살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고심을 하다가 명령을 어기고 이들을 석방하며 한 이야기이다(보도연맹은 과거 좌익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가입시킨 조직으로, 한국전쟁 직후 있었던 이들의 학살에 대해서는 '손호철의 발자국'3. "죄 지을지 모르니 미리 죽인다", <한국일보> 2020년 8월 25일자 참조).


 

"나에게 고마워할 필요 없습니다. 대신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1950년 8월 제주의 문형순 성산포경찰서장(1897~1966)이 구금 중인 221명의 보도연맹원을 사살하라는 지시를 어기고 석방하며 한 이야기이다.


 

그렇다. 한국전쟁으로 수많은 보도연맹원들이 학살당했지만 자신의 양심에 따라 명령에 불복종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구한 경찰들도 있다. 언론에서는 이들에 대해 '한국의 쉰들러'라고 부르기도 한다. 쉰들러는 공직자가 아니었고 따라서 상부의 사살 명령을 직접 어기고 목숨을 구한 것은 아니었기에, 이들은 '쉰들러 그 이상'이다.

 

의인의 '등급'을 매기는 것은 말이 되지 않지만, 비교를 하자면, 자신의 아들과 친척을 죽인 가해자들의 목숨을 구한 여수의 손양원 목사와 영광의 박남도 씨가 최고 수준이다('손호철의 발자국'15. "좌익의 우익 학살 또한 똑같이 비판받아야 한다", <한국일보> 2020년 11월16일자 참조). 자신의 목숨을 걸고 명령을 불복종하며 수많은 목숨을 구한 안 서장, 문 서장 등이 그 다음이고, 쉰들러는 그 다음일 것이다.


 

인민군이 장악했다가 인천상륙작전으로 후퇴한 구례 지역으로 안 서장이 돌아와 보니 구례는 다른 지역과 달리 '피의 보복' 없이 평온했다고 한다. '恩深洞庭湖 德高方丈山(은심동정호 덕고방장산 : 은혜로움이 동정호 같이 깊고 덕이 방장산 같이 높도다)'. 1951년 그가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나자 마을 사람들은 10폭 병풍과 함께 써줬다는 한시다. 그는 이 시구의 끝 자를 따서 호를 호산(湖山)으로 지었고 이후 전남도의원 등으로 활동했다(오세구의 블로그, '구례-안종삼 서장').

 

2012년 7월 24일, 그가 480명의 목숨을 살린 지 정확히 62년이 되는 날, 구례경찰서는 그의 동상을 세웠다. 그 동상 앞에 서자 존경심에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 구례경찰서에 설치되어 있는 안종삼 전 구례결찰서장의 동상 ⓒ손호철

제주 지방경찰청에도 규모는 작지만 문형순 서장의 흉상이 설치되어 있다. 제주4.3평화공원 기념관에는 '집단학살 속의 의로운 사람들'이란 부분에 그의 사진과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 제주시에 있는 제주도경찰청 청사 앞에는 4.3 의인 문형순 전 서귀포서장의 흉상이 설치되어 있다. ⓒ손호철
▲ 제주 4.3평화공원 기념관에는 문 서장의 용기있는 선행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손호철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모퉁이에 문 서장이 "부당하므로 불이행"이라고 써서 답신한 학살명령서이다. 많은 친일 경찰들과 달리 평안도 출신으로 일찍이 만주로 넘어가 만주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한 뒤 독립운동을 했던 그는 해방 후 남쪽에 내려와 경찰에 투신했다.('손호철의 발자국', "토벌대의 두 얼굴 : 차일혁과 김종원", <한국일보> 2020년 12월 7일자에서 지적했듯이, 독립군 출신 경찰과 군인 대부분이 '친민중적'이었다면, 백선엽, 김종원 등 학살의 주범들은 대부분 일본군출신이었다). 4.3 때도 모슬포경찰서장으로 지역좌익 1백 여 명의 명단을 입수하고도 이들을 처형하는 대신 설득해 자수시켜 훈방시켰다.


 

▲ 4.3기념관에 전시 중인 해병대 정보참모의 학살명령서. 우측 상단에 문 서장은 "부당하므로 불이행"이라고 써서 돌려보냈다. ⓒ손호철

평생 독신으로 살아 제주도에서 병사한 그는 제주시 평안도민 공동묘지에 묻혀있다. 그곳을 찾았지만 특별한 표시판이 없어 한참을 헤매다가 평안도민회 총무에게 전화를 해 간신히 찾았다. 그의 인품만큼 커다란 나무가 감싸 안고 있는 그의 묘 앞에서 그의 용기와 인간미에 존경심을 표했다.


 

▲ 제주 평안도민 공동묘지에 있는 문 서장의 묘. 낡은 비석으로 찾기 어려웠는데 2020년 12월말 제주경찰서가 새로 비석을 세웠다. ⓒ손호철

최근 제주를 들를 일이 있어 간 김에 문 서장의 묘를 다시 찾았는데, 제주경찰서가 새 비석을 설치해 찾기가 쉬워졌다. 문제는 그 후에 발생했다. 공동묘지로 들어가는 길은 비포장도로 내리막길로 풀로 덮여 있었는데 풀 밑은 완전히 진흙 밭으로 렌트한 SUV가 빠져나오지 못해 구난차를 불렀지만 구난차도 빠져 나오지 못해 거금을 주고 다시 오프로드 차를 불러 8시간 만에 간신히 빠져나왔다.


 

하루 종일 굶고 일정 망치고 예상 밖의 거금까지 날리고 말았는데, 문 서장 같은 '의인'이 아니라 '악인'을 찾아갔다가 그랬다면 열 받아 쓰러졌을 것이다.

 

 

"여보, 그들을 풀어주세요." 

"그러면 내가 죽는대." 

"그들을 죽여 놓고 당신이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신이 죽더라도 그들은 살려야 지요."


 

모든 의인들의 생애가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이들에 비해 구한 사람들의 수는 적지만, 충북 영동의 이섭진 용화지서 주임(1921-1989)도 의인 중의 한 명이다. 상부 지시에 의해 마을의 농민 등 40명의 보도연맹원을 소집해 놓고 그는 고민에 빠져 부인에게 상의했다. 그는 부인의 설득에 따라 이들을 풀어주고 이들을 가둬 놓은 곳이 허술해 이들이 도망쳤다고 허위보고했다(박민순, "총살 직전 보도연맹원 40명 목숨 구한 시골지서 주임", <오마이뉴스> 2018년 1월22일).

 

그는 명령을 어기고 사람들을 구한 것이 소문이 나서 영동경찰서에 불려가 조사를 받아야 했고, 변두리 보직만 맡다가 일찍 옷을 벗어야 했다. 용화리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에 낡은 비가 하나 세워져 있다. 세월에 파여 이제 읽기조차 어려워진 글귀에 '지서주임 이섭진'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놀라운 것은 그 다음 글이다.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 '영원히 잊지 않는 비'라! 목숨을 구한 가난한 농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곡식을 모아 세운 소중한 비석이다.


 

▲ 충북 영동 용화리의 또 다른 의인 이섭진 지서주임을 기리기 위해, 생명을 구한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곡식을 모아 세운 감사비 ⓒ손호철

충북 괴산군 증평면 증평지서장 안길룡은 더욱 비극적이다. 충북도경 보안과에 근무했던 윤태훈 씨의 증언에 따르면, 안지서장은 보도연맹원 중 억울한 사람들을 풀어줬다가, 헌병대에 의해 근처로 끌려가 즉결 처분 당했다고 한다.

 

증평지서를 찾아가 물어봤지만, 그런 사람이 근무했었다는 사실조차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안종삼 서장, 문형순 서장이 '인권 경찰'의 표상으로 존경을 받고 있는 것과 너무 대조적이라, 안타까웠다. 나는 증평지서 앞에서 물었다. "과연 나는 안 지서장처럼 나의 목숨을 버리고 무고한 사람들을 구할 용기가 있는가?" 자신의 양심에 따른 이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안 지서장에게 묵념을 드리고 무거운 마음으로 증평을 떠났다.
 

▲ 억울한 보도연맹원들을 구해줬다가 즉결처분당한 인길룡 증평지서장이 근무했던 증평지구대 ⓒ손호철

이 같은 양심적인 명령 거부의 전통을 이어받은 사람이 안병하 치안감(1928-1988)이다. 보도연맹원 학살 거부로부터 30년 뒤인 1980년, 전두환 등 신군부가 광주에서 시민 학살을 자행할 때, 안병하 전라남도경찰국장은 진압 경찰관의 무기 사용과 과잉 진압을 금지했다. 그 때문에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면직 당했으며, 병마에 시달리다 1988년 사망했다. 2017년 정부는 시민 보호의 정신을 높이 평가해 그를 치안감으로 특진추서했고 2020년에 그의 평전도 나왔다.

 

이와는 다소 결을 달리하지만, 일부에서는 제주 4.3과 관련해 제주주민 학살을 위한 출동을 거부한 여수14연대의 '항거'(이에 대해서는 '손호철의 발자국'14. "국가보안법의 단초가 된 여순사건의 비극" <한국일보> 2020년 11월 9일자 참조), 부마항쟁에 대한 박정희의 강경진압 노선에 저항해 박정희를 사살한 김재규의 10.26 거사 역시 이 같은 양심적 명령 거부의 예라고 주장한다.

 

 
▲ 여수 14연대의 제주출병 거부가 '정당한 항쟁'이라는 주장과 관련해, '여순항쟁탑'이라는 이름이 주목을 끄는 순천의 여순기념탑 ⓒ손호철
▲ 김재규의 암살 재현 장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박정희 암살 역시 양심적 명령거부이므로 김재규를 민주화유공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30917312037149#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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