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곰의 출현이 고령 사회와 연관이 있을까요?
"다큐에 나왔듯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농업 인구에도 그대로 적용돼요. 방송에 나온 기준 시점인 1965년 무렵부터 지금까지 농업 인구가 10분의 1로 줄었습니다. 농민이 줄고 고령화되면 차도 못 들어가는 산비탈 논밭을 손으로 농사짓기 어려워져 결국 포기하게 되죠. 그러면 예전엔 사람이 농사지으며 야생동물 접근을 막아주던 땅이 버려진 경작지가 되고, 거기에 곰이 좋아하는 오디나무가 자라거나 숲이 우거져 곰이 몸을 숨기며 내려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요. 원래 산과 마을·도시 사이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했던 경작지가 원시림화되면서 곰이 내려오기 좋은 전진기지로 변하는 셈이죠. 분명히 연관이 있습니다."
- 곰과 사람이 다시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배워야 할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프로그램에서 다룬 것처럼, 인간과 곰의 영역을 분리하는 '조닝'이 중요해요. 핵심은 완충지대를 만드는 거예요. 노출되는 걸 싫어하는 곰의 특성을 이용해 풀을 깎아서 못 나오게 만드는 거죠. 사람도 곰의 영역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도록 정해진 등산로만 다니고요. 저희도 산에서 촬영할 때 배낭에 방울을 달고 다녔어요. 곰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피하는 동물이라, 방울 소리가 나면 다가오지 않거든요.
이런 지식이 없었을 때 벌어진 게 홋카이도의 상케베츠 사건이에요. 처마 밑에 옥수수를 말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다 보니 곰이 내려왔던 거죠. 지금 홋카이도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두꺼운 철제 박스에 넣어 곰이 꺼내 가지 못하게 하는 등 대비가 잘 돼 있어요. 결국 영역을 분리하고 곰이 섣불리 인간 사회로 내려오지 못하게 하는 노력, 그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봅니다."
- 곰과 인간을 분리하면 공생이 가능할까요?
"저는 그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라고 봅니다. 인간은 인간 자리에서, 곰은 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죠. 미국의 옐로스톤을 보면 곰, 늑대, 바이슨 같은 큰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는데, 미국 사람들은 그런 야생이 살아있는 국립공원을 자랑스러워하잖아요. 인간과 야생동물의 영역이 분리돼 있고, 그렇게 안전하게 공존하니까 자랑스러운 국립공원이 된 거예요.
우리나라도 생각해보면 '곰을 싹 다 죽여서 안전한 나라'가 자랑스러울까요, 아니면 '자연이 잘 보존된 곳에 커다란 야성이 살아있는 동물이 있는 나라'가 더 자랑스러울까요. 저는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 연출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자연 다큐 촬영지로서 일본을 재발견한 게 즐거웠어요. 우리나라는 숲이 그리 깊지 않고 동물도 작고 제한적이어서 드론을 띄워도 웅장하게 연결되는 그림보다는 아주 미세하게 들어가야 아름다워지거든요. 그런데 일본은 자연의 규모나 다양성 면에서 탁월하면서도, 아프리카나 남미 같은 대륙에 비해 접근성은 훨씬 좋아요. 게다가 인구 변화나 자연 보호 같은 면에서 한국과 공통점이 많아 시사하는 바도 커서, 연출하면서 일본이 정말 매력적인 촬영지라는 걸 느꼈습니다."
- 렌즈 너머로 일본의 황폐화된 농경지와 야생화된 마을들을 지켜보시면서, 연출자로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에 어떤 변화가 생기셨는지 궁금합니다.
"일본의 황폐화된 농경지와 늘어난 빈집을 보면서 든 생각을 말씀드릴게요. 사람이 떠나면 그 자리에 동식물이 들어오는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빈집은 금방 수풀로 덮이고 버려진 과수원은 밀림처럼 변해버려요. 야생동물이 찾아오지 않도록 나무를 베는 작업을 빨리 해야 하는데, 함께할 사람이 없어요. 곰에 맞서려면 마을 전체가 뭉쳐야 하는데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그럴 사람이 없는 거죠. 사람이 줄어서 생긴 문제를 사람이 없어서 풀지 못하는 악순환입니다.
사람과 분리된 공간에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큐도 훌륭하지만, 밤에 잠복해 있으면 저 멀리 도시 불빛과 사람 냄새가 늘 느껴져요. 특히 한국에서는 인간 사회와 완전히 분리된 자연을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에, 자연도 사회나 환경 문제와 연결 지어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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