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정오 12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이 국힘당 중앙당사 앞에서 ‘사살 망언 이승복 사퇴! 살인정치 자행하는 국힘당 해체! 대학생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앞서 지난 6일, 이승복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김건희 특검법을 거부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면담 요청을 하러 간 대학생들에 대해 개인 페이스북에 “사살, 진심 사살. 이유 국가보안시설 침투”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와 관련해 윤겨레 대진연 회원은 “국힘당은 늘 국민을 지배 대상으로 바라보며, 걸림돌이 되면 제거해야 한다는 천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승만도 그저 탄압이 답인 줄 알았고, 전두환 역시 그러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모든 독재 정권이 청년을 탄압하고 진실을 가리려고 했다”라며 “이승복 시의원의 망언은 그저 사과로 넘어갈 수 없다. 자신과 뜻이 다르다는 이유로 국민을 사살하라는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건 본인이 학살의 후예임을 인정하는 꼴이다”라고 분노를 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가 서 있는 땅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행동할 수밖에 없다. 국힘당을 규탄하고, 처벌하고, 마침내 아픈 역사의 반복을 끊어낼 것이다. 그 첫걸음이 바로 국힘당 해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민소원 서울대진연 대표는 “윤석열이 권력을 이용해서 휘두르고 있는 거부권에 분노하며 면담을 요청하러 찾아간 대학생, 국민들에게 ‘사살’이라니, 이승복 시의원이 국민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강우주 대진연 회원은 “이승복 시의원의 과거 망언만 봐도 충격 그 자체다. 소각장 철회를 요구하는 마포구 주민들을 향해 ‘시끄럽다, 조용히 해’라고 이야기하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묵살했었다”라며 이승복 시의원 사퇴를 강력히 요구했다.
김용환 대진연 회원은 “국민이 부여한 막강한 권한을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행위다. 헌법에도 거부권의 남용은 탄핵 소추의 사유가 된다고 명시돼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렇게 국민을 무시하며 독재를 일삼는 윤석열 정권이기 때문에 이승복과 같은 자들이 사살을 운운하며 살인정치를 이어가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을 탄핵하자고 외쳤다.
다음으로 상징의식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이승복 시의원과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 위에 ‘사살 망언 이승복 사퇴해야 합니다’, ‘거부권 남발 윤석열 탄핵해야 합니다’가 적힌 경고장을 붙였다.
기자회견을 낭독한 참가자들은 국힘당 당사에 기자회견문을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경찰의 제지에 가로막혔다.
참가자 일동은 국힘당 당사 앞에서 선전물을 들며 “사살 망언 이승복은 지금 당장 사퇴하라”, “살인정치 자행하는 국힘당은 해체하라”, “거부권 남발하는 윤석열 정권 탄핵하자” 등의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사살 망언’ 국힘당 이승복 시의원은 사퇴하라!
지난 1월 6일 새해 벽두부터 두 눈을 의심케 하는 망언이 있었으니, 국힘당 소속 이승복 시의원이 ‘사살, 진심 사살. 이유 국가 보안시설 침투’라는 글을 본인의 계정에 남긴 것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에 분노해 용와대로 찾아가 면담을 요청하다 체포된 대학생들에게 위와 같은 막말을 내뱉은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비판이 일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글을 삭제했다. 더 큰 문제는 본인의 막말에 대해 사과는커녕 ‘욱’해서 그랬다는 변명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이승복 시의원에게 묻고 싶다. ‘욱’하면 잔인한 막말이 정당화되는가?
이승복 시의원의 문제 되는 발언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과거에도 소각장을 철회하라는 마포구 주민들을 향해 “시끄럽다. 조용히 해”라며 국민들을 철저히 무시하는 말을 내뱉은 적이 있다. 지난 시절부터 철저히 국민 무시로 일관하고, 이제는 국민을 사살의 대상으로 보는 국힘당 이승복 시의원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국힘당 안에 국민을 향해 잔인한 막말을 일삼아 왔던 자들은 이승복 시의원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제 국민을 두고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며 칼춤을 휘둘러댔던 학살자 이승만, 20여 년간 독재정권에 항거한 무수히 많은 이들을 간첩이라 부르며 고문하고 학살한 박정희, 대한민국의 봄을 애타게 염원하던 광주시민들을 폭도, 빨갱이라며 학살을 저지른 전두환정권이 이들의 전통이자 뿌리가 아니던가. 이로 미루어보아 이승복 시의원의 ‘사살’ 망언은 결코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다. 국민들을 오로지 지배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걸림돌이 되는 국민들은 제거해야 한다는 국힘당의 역사적인 모습에서 비롯한 것이다.
대진연은 이승복 시의원의 망언을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이승복 시의원에 대한 고소, 고발은 물론 규탄 투쟁을 해나갈 것이다. 또한 온갖 거부권 남발로 국민들을 고통 속에 빠뜨리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탄핵하기 위한 투쟁을 더욱 거침없이 전개해 나갈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아마 인류의 미래 어딘가에는 분명 '전기차 시대'가 위치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언제'인지를 말하기 위해서는 좀 더 복잡하고 어려운 얘기를 해야 한다. 일단은 몇 가지 데이터를 놓고 상대적으로 좀 쉬운 얘기부터 시작해 보도록 하자.
주춤거리는 유럽 전기차 시장
전기차로의 전환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팬데믹 이전만 해도 이 전환은 하이브리드(hybrid) 단계를 거쳐 순수 전기차로 이동하리라는 것이 업계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팬데믹을 겪고 기후위기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급등하면서 이 상식은 완전히 뒤집힌다. 하이브리드 단계를 건너뛰고 순수 전기차로 넘어가는 추세가 분명해진 것.
그러나 팬데믹이 지나고 엔데믹이 시작되면서 추세에 변화가 생겼다. 팬데믹 기간 중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던 유럽 쪽 데이터를 보면 2022년부터 전기차로의 전환이 주춤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아래 표)
유럽에서 전기차 수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올라왔지만 속도가 식어버리는 것도 빨랐다. 2020~2021년에 매년 2~3배씩 성장하던 전기차 판매량이 2022~2023년에는 시장 점유율이 연간 3% 포인트씩 성장하는 수준으로 낮아졌다.
표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판매량에 포함된 나라들은 우선 유럽연합(EU) 회원국 26개 나라, 그리고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유럽자유무역협정(EFTA) 체결국인 3개의 나라(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위스), 마지막으로 최근 EU를 탈퇴한 영국의 판매량을 모두 합산한 것이며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가 발표한 자료를 기초로 삼았다.
아직 4분기 판매량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여서 매년 1~3분기까지의 누적 판매량을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4분기에 특별한 변화 요인이 없었기 때문에 4분기 데이터가 공개된다 하더라도 추세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 봐도 될 것이다. 위 표에 기반해 그래프를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미국과 글로벌 업체들 상황도 마찬가지
전기차 하면 모두들 테슬라(Tesla)만 쳐다보는데 그건 시야를 너무 좁히는 결과를 낳는다. 테슬라의 성장세가 눈부신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미국에서 테슬라 혼자 앞서나가고 있을 뿐 다른 업체들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는 점을 함께 보아야 한다. GM, 포드 등 글로벌 업체들의 전기차 전환 포부는 장대하였으나 최근 보이는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먼저 지난해 7월 말, 포드의 CEO 짐 팔리(Jim Farley)는 새로운 생산 전략을 발표하게 되는데, 생산전략의 변화 핵심은 지속적으로 적자가 이어지는 전기차 증산 계획을 연기한 것이다. 대신 이윤율이 높고 판매도 성장하고 있는 내연기관차 픽업트럭 등 상용차 부문에 투자를 더 확대하겠다는 것.
GM 역시 전기차 전환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CEO 메리 바라(Mary Barra)는 특히 공개석상에서 GM이 자랑해온 전기차 전용 Ultium 플랫폼을 활용하는 전기차에 공급할 배터리 모듈 조립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GM은 자신의 시그니처 전기차 모델로 선정한 GMC 허머와 캐딜락 Lyriq 생산 목표치는커녕 그 1/1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GM은 미국에서 총 7.5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전년(3.9만 대) 대비 2배 가까운 성장을 했지만, 외관만 그렇게 보일 뿐이며 총 판매량(259.4만 대) 대비 비중은 고작 2.9%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오래 전에 출시해 곧 생산 종료에 임박한 쉐보레 볼트(Bolt)가 몇 년째 GM 전기차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의 경우 볼트 판매량이 전기차 전체의 80%를 넘었음. 수치 출처 : GM 본사 보도자료)
포화 상태에 이른 중국 시장
지난해 중국 시장은 사상 최초로 3천만 대 이상의 자동차 판매량을 기록했다. 글로벌 판매량이 아직 8~9천만 대 수준인데 중국에서만 전세계 1/3 이상의 자동차를 빨아들인 것이다. 또한 중국의 경우 유럽과 달리 전기차 판매량은 여전히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이 벌써 30%대에 진입한 상태이다.
위 그래프는 유럽과 마찬가지로 3분기까지의 중국 시장 판매량을 분석하여 그려본 것이다. 판매량 데이터는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의 자료를 활용했다. (단위 : 만 대) 참고로 여기서 '전기차'라 함은 배터리전기차(B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수소연료전지차(FCEV) 3가지를 의미한다. 플러그인을 제외한 하이브리드는 전기차에 포함되지 않는다. 유럽이나 미국 역시 이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중국이라고 직선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중국 메이커들의 성장은 이제 중국 내수시장을 포화상태로 만들어 버렸고 점점 과잉생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해외 수출시장을 개척해야 하는데 바로 그 대목에서 미국과 유럽의 보호무역이라는 강력한 견제 앞에 직면해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해외 수출시장 개척은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으며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되어 수출된 차량 수는 491만 대로 이제 독일·일본을 넘어 글로벌 자동차 수출 1위 자리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제재에 나서면서 완성차업체 철수를 단행하자 중국 메이커들이 러시아로의 수출을 늘리며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로?
한국 시장 역시 전기차 판매량이 팬데믹 기간 동안 급속도로 높아졌으나 유럽 시장과 똑같이 2022년부터 열기가 식어버린 상태이다. 3분기까지의 전기차 판매량을 연도별로 그래프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지난해(2023년)의 경우 전기차 판매량은 2022년 대비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이 걱정해야 할 일은 이것만이 아니다. 앞서 살펴보았던 주요 시장들, 즉 유럽과 중국, 미국 시장이 한국 자동차산업의 주요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시장이 고전하고 있다는 점만이 아니라 이들 모두 상당 수준의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면서 한국 업체들의 수출에 수많은 장애물을 설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7년에 미국, 2011년에 EU, 2015년에는 중국과 각각 FTA를 체결한 바 있다. 북반구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미국·EU·중국은 3개의 가장 중요한 생태계이자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이들 3개의 생태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각각 엄청난 갈등과 경쟁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이 3개의 권역과 모두 FTA를 체결한 나라가 전세계에 몇 개나 있을까? 적어도 필자가 알기로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만큼 3개의 생태계로부터 그동안 견제를 덜 받아왔다는 얘기다. 한국 자본주의가 (자본가들 입장에서) 운이 좋았거나 아니면 줄타기 외교를 잘해왔다고 볼 수도 있다. 그 덕에 현대기아를 중심으로 한국의 완성차업체들은 이 3개 권역으로 자유로운 수출과 무역을 통해 상당한 이윤을 축적할 수 있었다.
그런데 팬데믹을 거치면서 공급망이 산업과 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되고, 3개의 생태계·경제권 모두가 각자 자기들만 공급망을 독점하겠다며 다른 생태계·경제권을 절멸시킬 수도 있는 갈등과 경쟁 시스템으로 진입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자본주의가 누려왔던 중요한 이점들은 이제 모조리 사라지고 위기 앞에 적나라하게 노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전기차 시대'라는 예정된 미래가 오는 속도보다 수출 시장 진입장벽이 높아짐으로 인해 생산 절벽의 시대가 더 빨리 도착할 지도 모른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 그 어느 때보다 위기 경보가 울릴 가능성이 높은 지금, 이를 극복하려면 어떤 계획과 준비가 있어야 할까. 다음 글에서 본격적으로 다뤄보도록 한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를 또다시 국회에 요구하고 나섰다. 실제로는 야당인 민주당에 요구한 것인데, 노란봉투법 등 야당이 통과시킨 민생법률안들에 대해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입법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재의요구를 반복해 온 윤 대통령의 태도도 비상식적인데다, 하필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라는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다.
실거주의무제는 주변보다 시세가 낮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이 투기세력이 아닌 무주택 자가점유자에게 돌아가게 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무주택실수요자 타령을 하면서 이 제도의 폐지를 야당에 거듭 촉구 중이다.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시행사 대표인지 혼동스러울 지경이다.
'실거주의무제' 폐지 논란 일으킨 장본인이 민주당 압박?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4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주 임시국회에서 우주항공청법,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등 101건의 법률안이 통과됐다"면서도 "아직도 민생 현장에 애타게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법안들이 많이 잠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에 대해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법을 어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잘못된 입법으로 집값이 많이 올라갔다. 무분별한 규제로 국민의 주거이전 자유와 재산권 행사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 서서 주택법 개정에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고 했다.
위 발언에선 '실거주의무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적개심을 뚜렷히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실거주의무제에 대한 강렬한 적의만 있을 뿐 이치에 닿는 말이 하나도 없어 황당하다.
먼저 실거주의무제 폐지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윤 대통령이란 사실을 분명히 해야겠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동주택은 주변보다 시세가 현저히 저렴하기 때문에 청약에서 당첨되는 순간 시세차익이 발생한다.
하여 관건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공동주택의 속성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세차익이 가급적 투기꾼이나 다주택자가 아닌 무주택 실거주자에게 귀속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다. '분양권 전매제한'이나 '실거주 의무제' 같은 장치들이 설사 투기세력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주택에 청약이 가능하다 해도 청약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방파제 노릇을 해 왔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작년 초 미분양 위기에 빠진 둔촌주공을 구하기 위해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극단적으로 단축하고 '실거주 의무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하는 바람에 전국에서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이 몰려들었다. 그 결과로 둔촌주공은 완판 같지 않은 완판에 성공했다.
▲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정당계약 마감일인 지난 2023년 1월 17일 시민들이 둔촌동 견본주택에서 상담하고 있다.
문제는 '분양권전매제한' 기간 단축은 입법사항이 아니지만 '실거주의무제' 폐지는 입법사항이라는 사실이다. 윤 정부는 압도적 원내 1당인 민주당과의 논의나 공감대 형성도 없이 일방적으로 '실거주의무제' 폐지를 공언한 후과를 치르는 중이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다 책임지지도 못할 일을 무책임하게 벌여놓고 이제와서 민주당더러 협조하라고 억지를 부리는 윤 대통령을 보면서 후안무치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건 자연스럽다.
윤 대통령은 무주택 실소유자들을 걱정해 주는 척을 하고 있는데, 둔촌주공 등의 실거주의무가 있는 공동주택에 실제로 거주할 의사가 있는 무주택실거주자들은 실거주를 전제로 계획을 세운터라 아무 문제가 없다. 정작 문제는 순전히 투기 목적으로 둔촌주공 등의 일반분양 물량을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이다. 이들은 실거주 의사가 전혀 없기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들의 처지를 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나서서 대신 근심하는 건 정말 가당치 않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주거이전의 자유와 재산권 행사를 '실거주의무제'가 제한하고 있다고 강변하는 윤 대통령을 보고 있자니 대한민국의 대통령인지 부동산 불로소득 추구에 눈이 먼 시행사 대표나 투기꾼인지 분간이 어려울 지경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실거주의무제'는 투기꾼들이 아니라 무주택 실거주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다. '실거주의무제' 폐지를 오매불망 바라는 건 전적으로 단기 시체차익을 노리면서 분양받은 주택에 거주할 의사도, 계획도 없는 투기꾼들이다.
'실거주의무제' 폐지에 쏟는 정성,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쏟길
'실거주의무제' 폐지에 쏟는 윤 대통령의 정성과 노력은 정말 갸륵(?)하다. 윤 대통령은 작년 12월 19일에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국회에 신속한 여야 합의 처리를 요청했다 한다. 말이 여야 합의이지 야당인 민주당에 요청한 셈이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아파트 4만 7000여 호 중 3분의 1 가까이가 내년에 입주를 앞두고 있다"며 "1년 가까이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주택법 개정안이 이번 임시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논의를 서둘러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며 민주당을 압박한 것이다.
민주당이 통과시킨 민생법안들에 대해 판판이 재의요구를 하며 헌법이 의회에 부여한 입법권을 사실상 형해화시키고 있는 윤 대통령이 민주당에게 그것도 개악입법을 요구하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이렇게 뻔뻔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을 가로막는 국민의힘을 규탄하며 한동훈 비대위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끝으로 한 마디만 보태자. 윤 대통령은 '실거주의무제' 폐지에 쏟는 정성의 십분의 일만이라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쏟길 바란다. 목숨을 끊고 희망을 상실한 수만명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겐 냉담하기 이를 데 없던 윤 대통령이 투기꾼들만 이익을 볼 '실거주의무제' 폐지에 올인하는 건 정말 볼썽사납다.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경호원들에 끌려 나오는 진보당 강성희 의원. 사진=진보당 제공
윤석열 대통령 손을 잡고 국정기조 전환을 주문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을 대통령 경호원들이 팔다리를 든 채 끌고 나오는 사건이 발생하자 경향신문이 사설을 내고 “야당·국회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태도가 상징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일보는 현장 사진기사 제목에 “소란 피운 뒤 끌려나가는 진보당 의원”이라고 했다.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강성희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 뒤 말을 계속하려 하자 경호원들이 강 의원을 제지했다. 윤 대통령이 자리를 벗어나자 경호원들은 강 의원 입을 틀어막고 팔다리를 붙든 채 행사장 밖으로 끌어냈다. 강 의원은 끌려 나가면서 “걸어갈 테니까 놓으라고. 놓으라고. 여기가 대한민국이냐”고 소리쳤다.
강성희 의원은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통령과 악수를 하긴 했는데 바로 손을 놨다. 계속 잡고 있을 상황도 아니었고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얘기를 하니까 경호원들이 잡아서 밀쳐놓은 상황”이라며 “제가 대통령 손을 잡고 힘을 주고 진로를 막고 그랬다고 하는데 그럴 공간도 없었다. 국정기조 변화 요구 한마디에 경호원들이 사지를 들고 입을 틀어막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의원을 내동댕이친 것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해야될 문제라고 본다. 대통령이 의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필요하고 그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강성희 의원이 악수를 했을 때 일단 소리를 지르면서 대통령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잡은 손을 자기 쪽으로 당기기까지 했다. 경호처에서 계속해서 손을 놓으라고 경고했고, 대통령이 지나간 뒤에도 계속 고성을 지르면서 행사를 방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는 당연히 경호상의 위해 행위라고 판단될 만한 상황이었고, 그래서 강성희 의원을 퇴장 조치한 것”이라고 했다.
▲19일자 주요아침신문 1면 모음.
경향 “21세기 국회의원 현실” 국민 “소란 피운 뒤 끌려나간”
▲ 19일자 경향신문 1면 사진기사.
▲ 19일자 국민일보 5면 사진기사.
경향신문은 19일자 1면에 강 의원이 끌려나가는 사진을 실으며 <대통령에 직언하면 끌려 나가는 나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사진 제목은 “21세기 국회의원의 현실”이다.
잇따라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국회와 소통하지 않는 정권의 태도가 반영된 것이라 꼬집었다. 경향신문은 사설 <대통령 행사서 국정 비판한 진보당 의원 들어냈다니>에서 “명백한 과잉 경호이고,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구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독재를 넘어 황제가 되려고 하나’라는 강 의원과 야권의 규탄을 직시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은 야당·국회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태도가 상징적으로 드러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집권 후 야당과의 협치·소통은커녕 툭하면 ‘종북 주사파’ ‘이권·이념 카르텔’로 공격하는 적대적 야당관을 보여왔다. 시행령 통치, 거부권 행사로 국회를 무시하고 무력화하는 국정도 일상화”라며 “그런데도 여권은 과잉 충성과 ‘용산 줄서기’ 경쟁에만 급급한 상황이다. 강 의원에 대한 강압적 대응은 윤석열 정부의 편협한 편가르기 국정의 후과라는 말인데 지극히 타당하고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했다.
반면 다른 아침신문은 ‘고성’, ‘소란’을 강조했다. 국민일보는 현장 사진기사를 5면에 실으며 “소란 피운 뒤 끌려나가는 진보당 의원”이라고 했고 동아일보는 4면 기사 제목에 “尹에 고성 항의 진보당 의원 끌려나가”라 했다. 조선일보도 5면에서 “尹에 고성 지르다 끌려나간 진보당 강성희”라 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재수사에 엇갈린 아침신문 시선
▲ 19일자 한국일보 10면 기사.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관련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재수사하겠다고 밝히자 이를 바라보는 아침신문 시선이 엇갈린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선택적 수사’라고 비판했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세계일보는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검찰은 18일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가 송철호 전 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재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이들을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공공수사2부에 사건을 배당했고 수사 대상은 조국 전 장관, 임종석 전 실장, 이광철 전 비서관, 송철호 전 울산시장,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이다.
임종석 전 실장은 지난해 출마를 선언했고 조국 전 장관도 출마 가능성이 있다. 한겨레는 19일자 <울산시장 선거개입 조국·임종석 재수사, ‘총선용’ 아닌가>에서 “무슨 근거로 재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재판에서 공개되지 않은 다른 증거라도 있다는 말인가. 이 사건 수사는 ‘조국 사태’ 이후 문재인 정권 청와대와 검찰이 극단적으로 대립할 때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어 “검찰은 김건희 여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으로 23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의견서까지 법원에 제출하고도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뭉개다시피 한다. 또 ‘윤석열 사단’으로 알려진 이정섭 검사의 비위 의혹에 대한 수사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 보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아냥도 감수하며 모른 체한다. 반면,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는 득달같이 달려든다. 이러니 검찰이 ‘정치 편향’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 19일자 경향신문 사설.
▲ 19일자 조선일보 사설.
경향신문도 김건희 여사와의 차이를 짚었다. 경향신문은 사설 <울산시장 사건 재수사하는 검찰, 그럼 김건희는 뭔가>에서 “이토록 법원 판단을 중시하는 검찰이 김 여사가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련 재판 결과는 무시하고 있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법원은 지난해 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주가 조작에 김 여사 계좌가 최소 3개 활용되고, 2010년 10월 이후 2차 작전 시기에도 김 여사 계좌가 사용됐다고 인정했다”며 “김 여사 따로, 야권 따로인 검찰의 수사 잣대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재수사가 불가피한 일이라고 봤다. 조선일보는 19일자 사설 <너무 늦은 ‘울산 선거 공작’ 재수사, 결론은 신속히 내야>에서 “이런 규모의 사건을 청와대 비서관 차원에서 벌일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검찰은 비서관 일부만 기소하고 그 윗선인 임 전 실장 등은 불기소 처분했다. 그렇게 비정상으로 끝난 수사를 이제야 다시 하라고 결정한 것”이라고 평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수사 과정에서 임 전 실장이 문 대통령을 대신해 송 시장에게 출마를 요청했다는 메모가 송 시장 측근의 업무 수첩에서 나왔다”며 “검찰은 재수사 대상을 임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등 5명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책임자는 문 전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그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그의 부하들이 총동원됐는데 그 외에 누가 책임자인가. 이 사건 수사를 막기 위해 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팀을 공중분해 시키고 검찰총장도 몰아냈다. 왜 이렇게 했겠나”라고 했다.
중앙일보도 사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조국·임종석, 철저한 재수사를>에서 “사건이 발생한 지 6년이 돼 가지만 아직도 관련 의혹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며 “당시에도 검찰이 두 사람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靑 울산시장 선거개입’ 재수사, 윗선 끝까지 밝혀내라> 사설을 내고 “이 의혹의 정점에 문 전 대통령이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검찰은 총선을 앞둔 만큼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했다.
‘저출생’ 정책 경쟁 펼친 여야에 국민 “세부 내용 똑같은 대목 적지 않아”
▲ 19일자 국민일보 1면 사진기사.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앞다퉈 ‘저출생 정책’을 던졌다. 국민의힘은 육아휴직 활성화에, 더불어민주당은 금전적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여당은 △저출생 대책 컨트롤타워로 부총리급 ‘인구부’를 신설해 여성가족부 통폐합 △남성의 유급 출산휴가 1개월 의무화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 현행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인상 △초3까지 유급 자녀돌봄휴가 신설(연 5일) △임신 중 육아휴직 배우자에게도 허용 등의 내용이다.
야당은 모든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로 1억원을 대출해주는 ‘결혼·출산지원금’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첫 자녀가 태어나면 대출은 무이자로 전환되고, 둘째를 낳으면 원금의 절반인 5천만원 감면, 셋째를 낳으면 원금 전액이 감면된다. 아이 한 명당 월 20만 원의 아동수당(8~17살)과 월 10만 원의 펀드로 모두 1억원을 지원하겠다고도 공약했고, 여당의 ‘인구부’에 맞서 민주당은 저출생 대응 전담부서로 ‘인구위기 대응부’를 만들기로 했다.
국민일보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여·야·정 저출생 협의체’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국민일보는 19일자 사설에서 “우연히 겹친 일정에 모처럼 정책 대결”이라며 “여당은 ‘부모의 육아를 돕는다’에서 ‘부모의 일을 돕는다’로 정책의 시선을 넓히는 데 중점을 뒀다. (중략) 야당은 출산 기피의 원인을 자산·소득 불평등에서 찾았다. 출산이 경제적 격차를 벌리는 요인이 돼선 안 된다며 파격적인 출산 인센티브를 꺼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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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대통령실이 내놓은 강성희 의원 퇴장 ‘보도 참조’ 영상 보니
대통령실 경호원들이 현직 국회의원 사지를 들어 끌고갔다
울산선거 개입 유죄에 국힘 “文, 국민에게 사죄하라”
▲ 19일자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실제 공약도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나란히 총괄 부처를 신설하자 했고, 육아휴직을 신청 즉시 개시토록 한다는 등의 세부 내용이 똑같은 대목도 적지 않다”며 “문제의식과 위기의식과 일부 정책수단까지 일치한다면 여야가 이 거대한 문제에 맞서 함께 일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당장 공통된 부분부터 입법 절차에 나설 수도 있고, 총선에서 여야 공동 공약을 도출해 사회적 논의를 앞당길 수도 있으며, 아예 여·야·정 저출생 협의체를 꾸려 입법과 행정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컨트롤타워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18일 전주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경호원들에 의해 끌려 나가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1.18. ⓒ뉴시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18일 오전 지방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를 하다가 인사말을 나눈 후 경호원들에 의해 사지가 들려 끌려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상황이 발생한 현장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이 열린 전북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행사장이었다.
복수 방송사들이 송출한 현장 영상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내빈들과 순차적으로 인사하는 과정에서 강 의원과도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하면서 간단한 인사말을 나눴다. 영상에는 강 의원이 윤 대통령에게 5~6초 정도 인사말을 한 뒤에 윤 대통령이 자리를 옮기고, 경호원들이 강 의원을 둘러싼 채 사지를 들어 끌어내는 장면이 담겼다. 경호원 중 한 명은 강 의원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기도 했다.
진보당은 “강 의원이 윤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국정기조를 바꿔야 합니다’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순간 대통령 경호원들이 달려들이 강 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 끌어내고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에서 기자단에 공유한 현장 상황은 영상 속 장면 및 진보당의 상황 설명과 차이가 있었다.
대통령실이 공유한 현장 자료에는 “윤 대통령 입장. 중앙 좌석 쯤으로 왔을 때 윤 대통령 근처 좌석에 있던 강 의원이 윤 대통령과 악수하고 나서 길을 막고 소리지르며 소동을 일으켜 경호원 3~4명이 제지하고 행사장 밖으로 퇴장 조치”라고 적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나 “강 의원이 악수를 할 때 일단 소리를 지르면서 대통령 손을 놓아주지 않고, 잡은 손을 자기 쪽으로 당기기까지 했다”며 “경호처에서 손을 놓으라고 경고했고, 대통령이 지나간 뒤에도 계속 고성을 지르면서 행사를 방해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경호상 위해 행위라고 판단될 만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 영상에는 강 의원이 고성을 지르면서 소동을 일으켰다고 볼 만한 장면이 확인되지 않았다.
진보당은 “강 의원이 소동을 일으키거나 대통령을 가로막은 적이 없음을 말씀드린다”며 “주최측 안내에 따라 지정된 자리에서 대통령이 입장하는 과정에 기립해 악수를 하고 인사말을 나누는 통상적인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밀수사에 사용하는 검찰 특수활동비의 씀씀이가 컸습니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엔 이전 지검장보다 50% 이상은 더 썼습니다. 특징 중의 하나는 명절을 앞두고 돌린 돈 봉투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법무부장관 때 국회에 나와서 '명절 때 수사가 몰려서'라고 변명했는데, 말이 되나요? 대부분 떡값이겠죠."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의 말이다. 하 대표는 "특수활동비를 용도 외에 사용했다면 업무상 배임이나 국고손실죄"라면서 "4월 총선 때 각 정당에게 특별검사 도입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고, 22대 국회에서 도입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3년5개월간의 법정 싸움... 검찰특활비 자료 10만 쪽 받아 지난 5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 '농본' 사무실에서 하 대표를 만났다. 여러 단체들이 책상 1~2개 놓고 둥지를 튼 지역센터 마을활력소 건물 2층의 두어 평 남짓한 사무공간인데, 귀촌 7년차인 그의 활동반경은 마을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곳은 권력형 세금도둑을 잡으며, 한편으로는 산업폐기물 없는 농촌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국구 시민운동가'의 진지였다. 지난해 9월부터 '하승수의 추적 검찰 특활비'(https://omn.kr/25lmr)를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하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인 2019년 10월 검찰 특활비에 대한 정보공개를 거부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확정판결 했고, 3년 5개월에 걸친 법정 싸움에서 승소한 하 대표는 10만여 쪽에 달하는 자료를 받아 분석해왔다.
▲ [이 사람, 10만인] “한동훈은 ‘동료 시민’ 입 밖에 내지 말라”...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인터뷰 #검찰특활비 #특별활동비 #윤석열
검찰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나 정보 수집 활동에 쓸 수 있는 예산이다. 규모는 연 80여억 원. 세금도둑잡아라 등에서의 문제제기 때문인지 올해는 72억 원으로 10%가 줄었다. 하 대표는 "특활비 절반은 검찰총장이 각 부서나 일선 검찰청에 정기적으로 배분해주고, 나머지 절반은 사실상 검찰총장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쌈짓돈'이었다"고 분석했다. 기밀수사는 언제, 어느 곳에서 돌출할지 모른다. 따라서 이를 정기적으로 특정한 곳에 분배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 하 대표는 "불법 사용 문제가 제일 잘 드러나는 건 지검·지청 단위에서 확인된 특활비의 쓰임새"라면서 이 같은 사례를 소개했다. 기념촬영, 렌탈비, 케이크... "이게 기밀수사와 뭔 상관?"
"특수활동비는 주로 현금으로 썼는데 지청 단위에서 카드로 쓴 게 0.5% 정도 나왔습니다. 소액이지만 이걸 검증했더니, 엉망이었습니다. 할로윈데이 때 파리바게트에서 케이크를 샀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셨습니다. 공기청정기 렌탈비, 기념사진 촬영에도 특활비를 사용했습니다. 지역 맛집 식당에서 밥 먹은 자료도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돈을 주니까 아무데나 쓴 겁니다." 하 대표는 "특활비 배분 규모가 다소 큰 지검에서는 기밀 수사가 연말에 몰려있는 것도 아닐 텐데, 돈이 남으니까 연말에 몰아서 돈을 나눠줬다"면서 "지검장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길 때에도 특활비가 집중적으로 쓰였는데, 자기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을 굳이 남겨두고 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분석 결과, 특활비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서울중앙지검이었다. 하 대표는 "과거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지검장이었을 때 특활비를 압도적으로 많이 썼고, 특히 명절을 앞두고 사용한 게 많았다"면서 "설과 추석 명절, 두 번씩 총 4번에 걸쳐 총 2억5000만원의 현찰을 봉투에 담아서 명절 떡값처럼 돌렸다"고 말했다. 명절 때 돈 봉투 돌린 '윤석열 지검장'의 이율배반
▲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2023년 7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대검찰청으로부터 건네 받은 윤석열 검찰 총장 재임 당시 2019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치 특수활동비 및 업무추진비 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돈 봉투를 돌렸을까? 자료 분석 과정에서 발견된 특활비 현금수령증을 보면 대상을 유추할 수 있다. 검찰은 사용내역을 제대로 알 수 없도록 사용처 등을 가린 채 자료를 공개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냈던 2019년 3월 23일자 현금수령증 지급기록에서 수기로 작성된 이름이 발견됐다. 하 대표는 "검찰이 미처 지우지 못한 이름은 현 금융감독원장인 이복현 당시 특수2부 부부장검사였다"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비자금 조성과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날, 이 원장에게 200만 원이 지급됐는데, 부장이나 차장에게는 더 많은 돈 봉투가 전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수사하고 있었다. 검찰은 이들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3년6월이 확정됐다. 국고손실죄는 벌금형도 없고, 손실이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억 원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무거운 죄이다. 하 대표는 "당시 전임 국정원장들은 재판 과정에서 특활비를 사적으로 쓰지 않고 결국에는 국정 수행에 그 돈이 들어갔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밀 수사 그 외의 목적으로 쓰는 것 자체가 배임이고 업무상 국고손실죄가 된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며 "검찰은 불법적으로 특활비를 쓰면서 국정원 특활비를 수사했다"고 지적했다. 80억 특활비 절반이 현금으로... 씀씀이 컸던 '윤석열 총장의 금고'
▲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우)가 오마이TV '이 사람, 10만인' 코너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씀씀이가 컸던 윤석열 지검장이 검찰총장이 됐어요. 통상 검찰총장은 특활비 절반을 대검 각 부서나 일선 검찰청에 정기적으로 나눠줬고, 대검 운영지원과가 나머지의 특활비를 관리해야 하지만 돈을 현금화해서 검찰총장 비서실로 전달했습니다. 돈 봉투 만찬 사건을 일으켰던 이영렬 전 서울지검장의 판결문을 보니 지검장 비서실에도 금고가 있었어요. 이렇게 거액의 현금을 금고에 보관하는 것 자체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겁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금고'도 존재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하 대표는 "총액은 모르겠지만, 1년에 수십억 원 단위로 현금화된 특활비가 금고로 들어갔을 것"이라면서 "연말에 금고에는 돈이 남아있었을 텐데, 결산 보고에는 '불용액 0원' 처리를 했다, 운영지원과에서 현금화해서 총장 비서실로 돈을 보낼 때 이미 잔액을 0원 처리해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금도둑잡아라' 등은 지난해 검찰 특활비 사용의 문제점들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했었다. 하 대표는 "우리들의 지적에 대해 검찰은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법령과 지침에 따라 용도대로 쓰고 있다'고만 반응했다"고 말했다. 결국 하 대표는 "우리는 그간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해왔고, 지난해 7월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등의 시민단체가 해당 청원을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게시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서 국회 법사위에 청원이 회부됐다"고 밝혔다. 검찰 특활비 불법 사용이 '조직범죄' '국기문란'인 까닭 하 대표는 검찰이 2017년 5월 이전 자료를 불법 폐기한 것을 '조직범죄'로 규정했다. 그는 "대검찰청뿐만 아니라 전국 지청에 있는 특활비 자료를 다 없앤 건 어마어마한 문제를 덮으려고 조직적으로 나선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검찰이 잘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2017년 하반기에도 대검찰청에서 지급된 2억 원은 현금 수령증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2017년 5월은 검찰 '돈 봉투 만찬' 사건이 터진 직후였다. 그해 4월 21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검찰국장이 서울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서 검찰 특별수사본부 간부 6명과 검찰국 1, 2과장에게 돈 봉투를 건넨 게 드러나서 사회적으로 파장이 일었다. 이 때 이 지검장은 직권 면직됐고, 그 후임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인물이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하 대표는 "윤 대통령은 직권 면직된 이 전 지검장의 후임으로 지검장이 됐는데도, 특활비 불법 사용은 계속됐고, 2017년 5월 이전의 자료가 폐기된 것도 그 때였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돈 봉투 만찬사건 이전에는 특활비 사용이 지금보다 더 엉망이었을 텐데, 불법의 증거를 다 폐기해버렸다"고 말했다.
"기록물은 관리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기록물 관리법도 있습니다. 공공기록물을 조직적으로 폐기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통령실도 자료를 폐기하면 안 돼요.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하게 돼 있죠. 대한민국 어느 기관에서도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국기문란 사건인거죠."
따라서 하 대표는 "이 사안은 현직 대통령과 검찰 내에서 돈 봉투를 받을만한 위치에 있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연관된 사안"이라면서 "검찰 출신이 많은 공수처는 조직범죄와 국기문란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특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사법연수원 27기 동기인 한동훈 위원장에게도 할 말이 많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공공선' '동료시민' 언급하지 마라"
▲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와 박중석 뉴스타파 기자가 2023년 7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윤석열 검찰 총장 재임 당시 2019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치 특수활동비 및 업무추진비 자료를 수령해 나오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공공선'을 이야기했잖아요. 공직자의 가장 기본적인 공공선, 일종의 공익은 국민 세금을 잘 쓰는 겁니다. 또한 기록을 잘 관리하고 누가 검증하고자 할 때 투명하게 공개해서 국민세금을 잘 쓰고 있다는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엉망으로 쓴 특활비 정보공개를 거부하다가 법원 판결로 어쩔 수 없이 공개한 영수증도 모두 가리고 제출했습니다. 공공선을 주장한다는 게 기막힌 일이지요.
또 최근에는 '동료 시민'이라는 말도 자주 쓰는데 동료 시민들은 그런 돈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한 장짜리 현금 수령증 쓰고, 월급도 아닌 현금을 수백만 원씩 받아서 어디다 쓰는지 보고도 안 하는 행태는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 기업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죠. 한 위원장이 말하는 '동료시민'이 누굴 말하는 건가요?" 하 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언론의 자유를 흔드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많이 벌이고 있다"면서 "오는 4월 총선 때 검찰 특활비도 하나의 이슈로 만들고 이후에 특별검사가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다음기사 "판검사가 되는 것보다..." 권력 맞선 30년 택한 이 사람으로 이어집니다)
올해 4월 10일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가 80일 남짓 남았습니다. 여느 총선과 마찬가지로 이번 선거 역시 역대급 혈투가 예상됩니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여소야대 국면 타개가 절실합니다. 남은 3년의 국정 성과를 바탕으로 2027년 정권 재창출을 이룬다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면, 국회 과반 의석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상황이 녹록지는 않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2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51%로, 35%에 그친 '여당 다수 당선' 응답을 훌쩍 앞섰습니다. 중도·무당층에서 정부 견제론이 크게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윤석열 정부 실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는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총 300석의 의석 중 180석을 차지하는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선거 이틀 전 여론조사(한국갤럽, 2020.4.13.)에서 문재인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59%에 달했고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지도는 각 41%, 25%로 여권에 유리한 여론환경이 형성돼 있었습니다. 일견 민주당의 압승이 당연해 보이는 상황입니다만, 투표 결과를 분석해보면 해석이 좀 달라집니다.
통상 정당에 대한 지지는 비례대표 선거에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되므로, 당시 비례대표 선거 결과를 먼저 복기해보겠습니다. 의외로 비례 1당은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차지했는데 940만여 표, 득표율 33.8%로 19석을 얻었습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930만여 표, 득표율 33.4%로 17석을 차지했습니다. 정당을 선택하는 비례대표 결과를 보면 양당이 팽팽하게 경쟁하는 구도로 치러진 선거였습니다.
양당의 승패는 79석의 차이가 벌어진 지역구 선거에서 갈렸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민주당의 득표율이 크게 앞섰던 걸까요? 민주당은 모두 1430만여 표를 얻었는데 득표율로 환산하면 49.9%입니다. 미래통합당의 득표수는 1190만여 표로 41.5%에 해당합니다. 두 정당의 지역구 총득표율 차이는 8.4%P였습니다. 그러나 전체 253석인 지역구 의석 비율로 환산하면 민주당은 64.4%, 미래통합당은 33.2%를 차지했습니다. 양당의 의석 점유율은 무려 31.2%P 차이가 납니다.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된 걸까요? 총득표수와 의석 점유율의 불일치 원인은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소선거구 제도입니다. 승자독식의 단순 다수결 제도로, 한 표라도 많이 받은 사람이 당선되는 구조입니다. 결국 우리와 같은 소선거구제 방식에서는 접전지의 선거가 전체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셈입니다.
우리나라의 접전지는 어느 정도나 되길래 득표수와 의석 비중의 차이가 이렇게까지 크게 나타난 걸까요? 2016년에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에서 5%P 이내로 승패가 갈린 지역은 53개로, 전체 지역구 의석의 21%에 달했습니다. 선거구 다섯 곳 중 하나가 초접전지였던 셈입니다. 이 중 민주당이 31개 선거구에서 승리하고, 새누리당은 22개를 차지했습니다. 그 결과 지역구 총 의석은 민주당 110석, 새누리당 105석으로 다섯 석 차이가 났습니다.
4년 후인 2020년 총선에서는 이들 초접전지 중 무려 41개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미래통합당이 얻은 의석은 12개에 불과했죠. 이 승부가 양당의 전국 득표율 차이를 훌쩍 뛰어넘는 의석 점유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용보다는 외형적인 승리만 기억하는 현재의 민주당으로서는 높은 기대치가 관건입니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현재의 의석을 초과하는 승리를 거두어야 하고, 정권 중간평가라는 성격상 지난 총선에서 얻은 180석은 되어야 한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중도·무당층의 윤석열 정부 심판 정서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200석까지 언급하기도 합니다. 전체 의석의 3분의 2에 해당하는데요, 헌법개정이나 대통령 탄핵, 국회의원 제명을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글쎄요, 우리 국민이 과연 그런 선택을 할 거라고 믿는 걸까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한국갤럽, 1.12)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6%, 더불어민주당 34%로 나타났습니다. 두 정당의 지지도 모두 상당 기간 30%대 초·중반 박스권에 갇혀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입니다.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 평가가 59%에 이르는데, 민주당이 이 민심을 끌어안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심판론에만 기대기에는 민주당의 입지가 상당히 취약해 보입니다. 민주당이 과연 어떤 계획으로 이번 총선에 대비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25~30% 수준의 무당층이 존재하는 이런 정치 환경에서 이준석·이낙연 전 대표,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 등 제3지대의 움직임이 여의도 정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건 당연합니다. 이들이 일차적으로 소구하려는 유권자는 정권 견제 필요성에 동의하는 중도·무당층입니다. 신당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낸다면 이들을 놓고 민주당과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되겠죠.
국민의힘은 낮은 국정 지지도로 인해 정부와 차별화하지 않으면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권의 2인자로 불리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여당의 선거를 이끌고 있습니다. 한 위원장은 공식 석상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며 정치개혁 등 정책과 비전 제시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에서 벗어나 여권 내 새로운 구심력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인 것 같습니다.
신당이나 국민의힘이나 성공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신당은 다양한 이념과 스펙트럼, 목표를 가진 세력들의 통합 여부가 관건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라 현재로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한 것 같습니다. 반대로 한동훈 위원장은 수직적 관계에서 출발한 대통령과의 오랜 관계가 아킬레스건입니다. 한 위원장의 독특한 스타일만으로 윤석열 정부와의 차별화를 유권자들에게 설득하기는 힘겨워 보입니다.
저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확연히 달라진 시민들의 선택으로 정치권이 깜짝 놀라게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정권 심판을 위해 영 마음에 들지 않아도 민주당을 선택한다든지, 양당 심판을 위해 흘러간 정치인들을 내세워도 신당을 찍어준다든지, 젊은 정치 신인의 뻔한 위장술에 속아 또다시 혹시나 하며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입니다.
결국 국민의힘과 민주당과 신당(혹은 신당들)이 어떤 인물을 후보자로 공천하는지가 이번 총선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봅니다. 작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교훈으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검사 일색의 국민의힘, 친이재명계 일색의 민주당, 양당 공천탈락자 일색의 신당이라면 쇄신에, 통합에, 새 정치에 실패한 세력으로 규정될 것입니다. 지금 유권자들은 이 모든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으며 현명하게 판단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프레시안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는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선거, 빅데이터, 공공정책 분야의 컨설턴트입니다. 2019년부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2년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지역산업·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아 국가적 과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업인으로서, 비판적 시민으로서의 감수성과 현실을 직시하는 균형감각을 신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피습사건 후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두고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가 정치개혁이나 민주당에 제기된 논란 해소보다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이 국민 다수의 여망인 혁신 경쟁에 뛰어들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혹평했다.
피습 15일 만에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대표는 17일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첫 번째 메시지로 ‘정권 심판’을 내세웠다. 이 대표는 “정상적인 나라가 비정상의 나라로 후퇴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피 흘려 목숨 바쳐 만든 민주주의도 위기를 겪고 있다. 이 정권이 과연 국민과 국가를 위해 주어진 권력을 제대로 행사했는지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이 대표는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불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 보름만인 17일 당무에 복귀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법으로 펜으로 칼로 죽이려해도 죽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이를 두고 주요 일간지들은 18일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한국일보는 사설 <돌아온 이재명, 혁신도 통합도 공허했다>에서 “(이재명 대표) 모두 발언의 절반 이상이 윤석열 정부 비판”이라며 “정작 사당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당내 문제와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거나 공허한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이 국민 다수의 여망인 혁신 경쟁에 뛰어들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1월18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책임을 갖고 주도해야 할 비례대표 선거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으니 다수당 대표의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며 “입법 독주로 존재감을 과시해온 민주당이 기득권과 정치공학에 안주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부자 몸조심하듯 당과 정치 혁신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할 경우 국민의 심판을 면키 어렵다”며 민주당에 대한 강한 비판을 내놨다.
▲1월18일 조선일보 칼럼.
“칼로 죽이려 한다”는 발언에 대한 언론의 반발이 크다. 박상기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는 6면 <법과 펜에 대한 모독> 칼럼을 내고 “제1야당 대표의 목숨을 노린 광기와 증오의 칼날이, 법이나 펜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은 궤변이면서 선동에 가깝다”며 “완전히 다른 이야기인 법, 펜, 칼을 한데 묶은 건 정치적 목적을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화합·통합 빠진 이재명 당무 복귀 메시지, 아쉽다>에서 “기대했던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며 “불의의 정치 테러를 당한 피해자였기에 많은 국민의 걱정 속에 복귀하면서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면 큰 울림이 있었을 텐데 아쉬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1월18일 서울신문 사설.
서울신문은 <李대표 그동안 다짐한 쇄신 약속부터 실천하라> 사설을 내고 “피습 사건이 배후가 따로 없는 개인 범행임이 경찰 수사로 드러난 마당인데도 그는 마치 여권의 조직적 범죄인 양 몰아갔다. 증오의 정치를 끝내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다짐은 대체 왜 꺼낸 것인지 모를 일”이라며 “이제라도 이 대표가 정치 혁신과 당내 민주화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내보여야 할 일”이라고 했다.
▲1월18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당무복귀 이 대표, 선거제 ‘비례’ 문제부터 해결해야> 사설을 통해 이재명 대표가 선거 룰 개정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비례대표 선출 방식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여야 협상이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이런 식이면 지난 총선의 재판이 될 수 있다”며 “이 대표는 이날 당무 복귀 뒤 ‘공정하고 혁신적인 공천’을 다짐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비례대표 선거제부터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월18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복귀한 이재명, ‘야당 심판·사당화’ 불식시킬 리더십 보여야>에서 “총선이 83일 앞인데, 제1야당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 가닥을 못 잡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며 “야당 심판을 피할 수 있는 힘은 통합에서 나온다. 패권 공천 논란을 불식하려면 공정성을 제1원칙에 두고, 통합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원로·중진 그룹과 미래 세대가 선대위를 구성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했다.
‘상속세 완화’ 부자감세 추진하는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상속세 완화 등 ‘부자감세’ 정책 추진을 시사했다. 한국의 과도한 상속세로 인해 기업들의 ‘가업 승계’가 불가능해지고, 안정적 고용·투자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논리다. 상속세 완화는 재벌 기업들의 민원 사항이기도 하다. 소득불평등이 주요 화두인 상황에서 상속세 완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따라붙는다. 또 윤 대통령은 금융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 정책도 꺼내들었다. ‘국내투자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도입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가입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이 넘는 사람들이 내는 것으로, 해당자는 소수다.
▲1월18일 경향신문 5면.
경향신문은 5면 <윤 대통령 “국민 뜻 모아달라” 상속세 완화 추진 시사>에서 “총선을 앞둔 시점에 연일 감세 의지를 부각하며 실현 가능성도 낮은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며 “상속세 등을 조정하려면 관련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야당이 반대할 경우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1월18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 <금융고소득자 감세 ‘민생정책’이라니, 국민 모독하나>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민생토론회 이름으로 새해 들어 각종 선심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정부가 이번에는 금융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감세 카드를 꺼내들었다”며 “금융 고소득자 감세가 정부 주장대로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강조한 17일 코스피지수는 2.47%, 코스닥지수는 2.55%나 떨어졌다. 이날 주가 급락은 다른 변수 탓이 크겠지만, 금융 고소득자 감세 계획이 시장에 별 기대를 불러일으키지 못했음을 정부는 눈여겨보기 바란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영태 한국일보 논설위원, 대통령에 기자회견 요구
이영태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칼럼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신년 기자회견 개최를 요구하고 나섰다. 곤혹스러운 질문을 받을까 두려울 수 있지만 ‘소통’이라는 목표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칼럼 <피해선 안 될 대통령의 숙제> 칼럼에서 “학창시절 MT 단골 메뉴이던 ‘진실게임’에서 난처한 질문을 받고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달라야 한다. 청와대 문을 닫고 용산 시대를 연 명분은 오직 하나, ‘소통’이었다”고 했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기 도어스테핑을 61차례 실행하는 등 언론 소통에 대한 모양새를 갖추긴 했다.
▲1월18일 한국일보 칼럼.
이영태 위원은 “그런 윤 대통령이 지금은 불통의 대명사라던 박 전 대통령보다도 못하다는 얘길 듣는다”며 “박 전 대통령은 ‘수첩공주’라는 비판을 안고도 기자회견을 5차례 했다. 선택이 아니라 책무임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새해 들어서도 용인 고양 수원 등을 차례로 돌며 현장 민생 토론회를 하지만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데서 국민들의 갈증은 해소될 리 없다”며 “국민들은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해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을 듣길 간절히 바란다. 영부인이 아무런 설명 없이 한 달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해법일 순 없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경기 고양 일산동구 고양아람누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1.10. ⓒ뉴시스 최근 윤석열 정부가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지원 및 예방강화’ 대책을 내놨지만,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핵심 요구사항인 ‘선구제 후회수’ 방안은 언급조차 하지 않은데다, 전세사기를 예방하기는커녕 양산하는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지원엔 ‘혈세 낭비’를 운운했던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건설사 부실 PF에 수십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피해자들의 거센 반발이 나왔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정부가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1.10 부동산 대책)’에는 ‘전세사기 피해지원 및 예방 강화’ 대책이 담겼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이번 정부 대책에서 가장 납득하기 힘든 대목은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을 위해 정부가 보증금 채권을 매입해 보증금을 먼저 돌려받을 수 있게 하고, 해당 비용은 공공이 임대인에 대한 구상권 청구로 회수하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은 피해자들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해 온 피해지원책이다. 그동안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선구제 후회수’ 요구를 “혈세 낭비”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이번 1.10 부동산 대책에서 정부는 건설사들의 부실한 PF 살리기에 수십조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건설 산업 활력 회복’이라는 명목하에 건설사 자금 흐름 개선 및 사업장별 재구조화·정상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정부는 25조원 규모의 공적 PF 대출 보증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PF 대출 대환보증을 발급해 높은 이율의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대환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외에도 ▲ PF 대출 시 건설사의 책임준공 의무에 대한 이행보증 확대(3조원→6조원) ▲ 비주택 PF 보증 도입 확대(3조원→4조원) ▲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에 대한 특별융자 확대(3천억원→4천억원)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간 건설사들이 영리활동을 하면서 생긴 위기를 정부가 적극 나서 구제해주겠다는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정부 대응과는 대조적이다. 앞서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전세사기를 “사인간 계약에 따른 피해”라며 피해자 구제에 대한 선을 그었다. 현재도 정부·여당은 ‘선 구제 후회수’로 피해자를 지원하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원회는 정부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김주호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 실무지원팀장은 “공적기금은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세입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최우선변제금 2조~3조원가량을 지원하지 못하겠다던 정부가 민간 건설사들의 경영 실패로 인한 PF 부실에는 수십조원을 지원하겠다고 한다”며 “대체 누굴 위한 정책이냐”고 비판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촉구 기자회견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2023.12.21 ⓒ민중의소리
‘실효성 없는’ 전세사기 지원책 남발하는 윤석열 정부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해 내놓은 대책들에 대해선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해 피해주택에 대한 협의매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감정가액에 협의매수 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세입자 외 다른 채권자가 없는 주택부터 우선 협의매수 대상으로 삼아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대책위는 이 같은 정책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협의매수 대상 주택의 범위가 협소해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주호 팀장은 “협의매수를 통해 보증금 반환 속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협의매수가 이뤄지는 대상이 전체의 1/100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대상을 넓히는 게 우선돼야 한다. 신탁·비주거용오피스텔·근린생활시설·불법건축물 등까지 매입 대상을 확대하지 않으면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1만994명 중 LH에 매입 신청을 한 건수는 141건(1.3%)에 불과했다.
김 팀장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예전부터 피해주택 공공매입의 문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면서 “정부의 이번 대책은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또 정부가 다가구주택 매입요건을 ‘임차인 전원 동의’에서 ‘피해자 전원 동의’로 완화한 데 대해서도 사실상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다세대주택과 달리 소유권이 하나인 다가구주택은 임차인 전원동의를 받아야만 공공매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선순위 채권자인 임차인과 후순위 임차인간에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보증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큰 선순위 임차인은 경매를 원하고, 보증금 회수 가능성이 낮은 후순위 임차인은 공공매입을 원하는 식이다. 정부는 이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임차인 전원 동의’였던 규정을 ‘피해자 전원 동의’로 바꾸겠다고 했다.
문제는 여러 임차인이 한 임대인과 계약하는 다가구주택의 특성상 임차인 모두가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즉 ‘임차인 전원 동의’를 ‘피해자 전원 동의’로 바꾸더라도 사실상 달라지는 건 없다는 의미다.
김 팀장은 “국토부는 지난 11월 후순위 임차인들의 동의만 얻어도 LH가 주택 매입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면서 “정부의 이번 발표는 기존 약속을 어긴 셈이다. 후순위 임차인들의 동의만 얻어도 공공매입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약속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법률전문가 대행 비용(1인당 140만원) 지원 규모도 오히려 당초보다 후퇴했다고 짚었다. 김 팀장은 “지난해 10월 6일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보완방안’에는 법률 전문가 지원 한도액이 1인당 250만원으로 돼 있다”다며 “정부는 약속했던 지원을 축소하고도 마치 지원을 확대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택 아파트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단기등록임대 부활?... 빌라왕 김대성 양성하는 꼴”
정부는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공인중개사 잘못으로 계약 당사자 피해 발생하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나 보증보험회사가 중개사 대신 피해 금액 보상을 보증하는데, 연간 보증 한도(공제 한도)를 상향 또는 차등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이번 1.10 부동산 대책에서 오히려 전세사기를 부추기는 정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주택을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앞으로 2년 내 준공되는 60㎡이하의 소형 신축 주택(아파트 제외)을 사는 개인에게 취득세, 양도세, 종부세를 산정할 때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또 다주택자는 양도세·종부세 중과를 적용받지 않는다. 조정지역에서 2주택은 8%, 3주택 이상은 12%인 취득세 중과 때도 배제된다. 취득세는 2026년까지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추후 연장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도 확대한다. 종부세 합산·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은 지난 정부가 단기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하며 없어졌다. 하지만 현 정부는 현재 10년인 임대의무기간을 6년으로 낮춘 단기 등록임대(아파트 제외) 부활시킨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이 전세사기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짚었다. 과거 단기등록임대주택과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세제혜택이 갭투기를 부추겼으며, 전세사기·깡통전세의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예고한 비아파트에 대한 각종 세제혜택은 결국 1,6,00여명의 피해자를 발생시켰던 ‘빌라왕’ 김대성을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해서라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결국 전세사기의 위험을 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경기도 수원 장안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 주제로 열린 세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1.15. ⓒ뉴시스 정부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부풀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제시한 수치는 346만개다. 한국은행이 산출한 고용 창출 지표를 대입한 수치는 110만개로, 격차가 크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서 창출되는 직간접 일자리는 총 346만개로 전망된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는 2047년까지 23년간 총 622조원이 투입된다. 삼성전자가 500조원, SK하이닉스가 122조원을 투자한다. 경기 남부 일대 2,102만㎡ 면적에 총 16개의 반도체 공장이 구축된다. 2030년 기준 770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로 계획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반도체관에서 연 민생토론회에서 “앞으로 20년에 걸쳐서 양질의 일자리가 최소 300만개는 새로 생길 것”이라며 “당장 올해부터 향후 5년 동안 158조원이 투자되고, 직간접 일자리 95만개가 새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고용 창출 효과가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임금근로 일자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임금근로 일자리는 2,058만개로, 전년 동기 대비 38만개 늘었다. 정부 전망으로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서 매년 15만개의 일자리가 생기는 건데, 한국에서 한 해 동안 생기는 일자리의 40%에 달하는 셈이다. 반도체는 고용 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산업이다. 한국은행의 최신 통계인 2019년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고용유발계수는 1.8명이다. 모든 산업을 통틀어 고용유발계수가 반도체보다 낮은 산업은 담배(1.26명)와 석유정제(0.99명) 등 소수에 불과하다. 자동차 산업은 6.2명이다. 반도체 산업 고용유발계수는 제조업 평균 4.7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산업 평균 7.4명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자본집약 산업인 반도체로 대규모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니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반도체 투자가 향후 한국 일자리 창출의 반 정도를 떠맡게 된다는 뜻이고, 앞으로 한국은 고용 문제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된다”며 “수치가 지나치다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통상적인 고용 창출 효과 산출 방식을 대입해 보면, 숫자가 안 맞는다. 고용유발계수는 특정 산업에서 최종 수요가 10억원 발생할 때 모든 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임금근로자 수를 이른다. 가령 자동차 산업 경우 투자가 이뤄지면 완성차뿐 아니라 타이어(고무) 등 부품 생산에 따른 고용유발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투자 금액인 622조원에 반도체 산업 고용유발계수 1.77명을 적용하면, 110만명 수준이다. 정부 전망치의 3분의 1도 안 된다.
정부 제시 수치 가운데 상당수는 공장·전력망 공사 인력으로 추정
정부가 산출한 신규 일자리를 분야별로 보면, 직접 고용 창출 효과로 193만명을 제시했다. 클러스터 내 공장 건설이 진행되면서 공장에 들어갈 반도체 장비 생산이 늘고, 원자재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인근 상권 활성화와 도로·전력·용수 등 인프라 건설 확대를 들면서 간접 고용 창출 효과를 142만명으로 전망했다. 다만, 구체적인 인과관계와 산출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인근 상권이 얼마나, 어떻게 활성화된다는 건지, 그로 인해 어떤 일자리가 얼마나 생긴다는 건지 불명확하다. 공장 운영 전문인력으로는 11만명을 잡았다.
일반적으로 고용 창출 효과를 평가하는 지표인 고용유발계수에서 직접적으로 유발되는 노동량은 반도체를 생산하는 인력에 한한다. 즉, 공장 운영 전문인력 11만명이 이에 해당한다. 간접적으로 유발되는 노동량은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기업이 구입하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의 일자리를 의미한다. 정부가 임의로 ‘직접 고용 창출 효과’라고 이름 붙인 193만명 가운데 공장 건설 인력을 제외한, 반도체 산업 내에서의 소부장 분야 인력이 포함된다.
정부가 ‘간접 고용 창출 효과’로 제시한 142만명은 고용유발계수에 반영되지 않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기업이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야 고용유발계수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도로·전력·용수 등 인프라는 투자금 측면에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와 별개의 사업이다. 정부는 클러스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 전력망을 구축할 계획인데, 비용이 총 12조 5천억원으로 추산된다. 동해안에서는 원전·석탄화력발전 전력을, 호남에서는 태양광발전 전력을 끌어온다.
정부가 전망한 346만개의 고용 창출 효과 상당수는 반도체 공장과 전력망 구축 건설 인력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 2일 평택시 고덕산업단지 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배관 연결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7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윤 대통령이 말한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만 놓고 보면 고용 유발 효과가 그렇게 안 나올 것”이라며 “나머지 건설 설비 투자에서 늘어나는 인력을 종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고용 유발 효과가 높지 않아 직접적인 고용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세부적인 근거 없이 장밋빛 전망만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산업통상자원부
향후 투자 집행 여부도 불확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대한 기업 투자가 계획대로 이뤄질지도 불확실하다. 반도체는 기술 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경기 변동의 영향도 많이 받아, 20년이 넘는 장기 투자 계획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정부 발표는 새로운 게 아니라, 기업의 기존 계획을 모아서 내놓은 것”이라며 “투자 계획이 얼마나 지켜질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프라 구축을 비롯해 양산 검증을 위한 테스트베드와 인재 확보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미중 갈등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대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투자는 국내외 여건이 조성돼야 현실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고용 창출 효과를 부풀린 데에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날, 당초 올해 종료 예정인 반도체 세액공제를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기술 분야의 시설투자에 대해서는 대기업 기준 15%의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지난해 3월, 이른바 ‘K칩스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세액공제율이 8%에서 대폭 상향됐다. 정부는 최근 3년간 연평균 투자 금액 대비 투자 증가분에 대해 10%p를 추가 공제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도 연장할 방침이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지난해 종료된 상태다.
대기업 투자에 25% 고율의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특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투자 유인 효과가 미미해 기업의 기존 투자 계획에 대해 세금을 깎아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세로 세수가 줄어, 정부의 재정 여력도 약화되는 실정이다. 정부로서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내세워 반도체 세액공제 연장의 정당성을 강조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반도체 세액공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대기업 퍼주기다’ 이런 얘기들이 있지만, 이거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정세은 교수는 “정부가 감세를 강행하면서, 산업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든다는 이유로 대기업에 과도한 이익을 몰아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우려된다”며 “투자 효과를 과장해,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이 미미하고 부의 쏠림이 심화되는 문제를 덮어버리겠다는 태도로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있는 서울 목동 방송회관 16층 방심위 민원상담팀 앞. 김준희 언론노조 방통심의위 지부장이 취재진에 노조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재령 기자
▲ 수사관들과 실랑이 벌이고 있는 방통심의위 직원들. 사진=박재령 기자
이른바 ‘가짜뉴스 대응’에 주력하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위원장의 ‘민원신청 사주’ 의혹으로 전례 없는 혼돈을 맞고 있다.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던 야권 추천 위원들을 상대로는 해촉 건의가 의결됐고 의혹 관련 안건이 상정될 때마다 회의는 파행됐다. 방심위원장의 아들, 동생, 조카, 처제까지 등장한 민원의 경위는 아직 ‘미궁’이지만 경찰은 민원인 정보 유출을 이유로 방통심의위 직원들을 먼저 압수 수색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5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 위치한 방통심의위 사무실에 수사 인력 10여명을 보내 6시간가량 압수 수색했다. 민원 열람 기록 등을 확인할 수 있는 16층 민원상담팀과 서버 관리 등 전산 총괄을 맡고 있는 19층 운영지원팀이 대상이었다. 경찰은 ‘위원장’과 ‘뉴스타파’를 키워드로 검색한 자료도 확인했다. 압수품이 정확히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엔 응답하지 않았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달 27일 ‘민원신청 사주’ 의혹보도 이후 류희림 위원장이 ‘개인정보유출은 중대 범죄 행위’라며 수사를 의뢰해 벌어진 강제수사다. 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 지부장은 “위원장 가족과 지인으로 추정되는 민원인들의 민원 내용을 열람한 직원들이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한 압수수색으로 보인다”며 ‘공익제보자 색출’을 우려했다.
▲ 경찰 수사관들이 1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부 직원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민원상담팀 등을 압수수색 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으로 구성된 언론장악 저지 공동행동(준비위원회)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청부심의 정치심의 류희림 위원장을 압수수색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윤유경 기자.
정작 위원장 본인에 대한 수사 경과는 나오지 않아 ‘선택적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23일 공익제보자는 류희림 위원장이 가족, 지인 등을 동원해 방통심의위에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보도 관련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넣었다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윤성옥 심의위원은 지난 15일 “압수수색을 받아야 할 사람은 류희림 위원장”이라며 “선택적 압수수색이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헌법 가치이고 정의인가”라고 되물었다.
전례 없는 상황에 언론노조는 “양심의 손가락이 류희림 위원장의 위법 행위를 지적했더니 그 손가락을 부러트리겠다는 협박”이라고 비판했고 언론개혁시민연대는 “(경찰의 압수수색은) 공익신고를 기밀 유출로, 공익신고자를 범죄자로 몰아가려는 전형적 보복 수사”라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윤석열 대통령은 범죄자 류 위원장을 해촉하고, 그의 낯부끄러운 범죄행위를 낱낱이 조사해 투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야권 추천 위원 2인에 대한 해촉 건의가 의결돼 여야 4대1 구조를 앞둔 상황도 전례 없는 일이다. 지난 12일 여권 추천 위원들 요구로 열린 임시 전체회의에서 옥시찬·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에 대한 해촉 건의가 의결됐다. 대통령 재가가 이뤄지면 여권 추천 위원(류희림·황성욱·김우석·허연회)이 야권 추천 위원(윤성옥) 수를 압도하게 된다. MBC와 KBS 등에 ‘과징금’ 결정을 내렸던 방송심의소위원회엔 야권 추천 위원이 1명도 안 남는 상황까지 예고되고 있다.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심위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마치고 입장 발표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유진, 윤성옥, 옥시찬 위원. ⓒ연합뉴스
김유진 위원은 16일 미디어오늘에 “해촉이 결정되면 부당성에 대해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문제 제기하는 것이 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류희림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없다. 공익신고자 색출 행위에 대한 법적, 도덕적 책임도 져야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해촉을 재가한다면 최근 6개월간 야권 추천 위원만 5명 연속 해촉되는 상황이벌어지게 된다. 지난해 8월 정연주 위원장(문재인 대통령 추천)과 이광복 부위원장(국회의장 추천)이 해촉됐고 지난해 9월엔 정민영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이 해촉됐다. 옥시찬·김유진 위원이 대통령 추천 몫이라 윤 대통령은 자신의 몫으로 보궐위원을 임명할 수 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원 사주’ 의혹이 올라올 때마다 회의가 ‘파행’되는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야권 위원 해촉 건의를 의결한 것도 의혹에 대한 비판 발언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의혹 관련 안건이 상정된 지난 3일 전체 회의에 불참해 회의를 무산시켰고 지난 8일 전체 회의에선 회의를 두 차례 정회한 후 위원장이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옥시찬·김유진 위원에 대한 대통령 해촉 재가가 나오지 않아 정상 참석이 가능하자 16일로 예정돼 있던 정기회의도 불참해 무산 시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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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방송통신심의위 압수수색에 “직원들 겁박 의도”
이런 가운데 언론계도 대응에 나섰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16일 방통심의위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에서 “압수수색을 하러 갔으면 류희림과 위원장실을 뒤져야지 왜 직원들을 괴롭히고 제보자를 색출하겠다고 법석을 피우나”라며 경찰을 비판했다. 언론장악 저지 공동행동(준)은 오는 17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류희림 위원장을 업무방해,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추가 고발할 예정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창당 준비 중인 ‘개혁신당’의 당원 자격 조항이 더불어민주당의 당헌과 똑같다고 밝혀졌다.
이에 개혁신당이 의원 자리를 위해 내실 없이 졸속으로 급조된 당임을 입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인다.
16일 현재 개혁신당 홈페이지에 공지된 당헌은 ‘당원’에 관한 것과 더불어 ‘당비규정’ 등에 관한 것이 전부다.
그런데 이 조항은 더불어민주당의 당헌 ‘제2장 당원’ 부분의 ‘제4조 자격조항’과 표현과 글자 수까지 모두 똑같다.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신당의 본질이 드러난 것이라는 반응이다.
당초 이 전 대표는 ‘반윤’을 명분으로 내세워 신당 창당에 나섰지만, 실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윤연대’를 제안하자 이를 거부하며 기회주의적 면모를 보인 바 있기 때문.
그 결과 이준석 신당은 금배지를 달고자 하는 욕망 이외에는 어떤 공통성도 없는 비주류 인사들이 중구난방으로 모인 당이 되었고, 그것이 이번 ‘당헌 복붙 사태’에서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이는 최근 이 전 대표가 행한 ‘비빔밥 연설’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14일 이 전 대표는 제3지대 ‘미래대연합’ 창당준비위 출범식에 참석하여 “고명이 각각의 색감과 식감을 유지한 채 올라가는 것이 비빔밥의 성공 비밀”이라며 제3지대로 이전투구 중인 여러 정치인을 상찬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조응천(대구·고기), 이원욱(보령·버섯), 김종민(논산·쌀), 박원석(고양·행주치마), 정태근·금태섭·이준석(서울·미나리), 양향자(화순·더덕), 이낙연(영광·고추) 등 제3지대 정치인의 출신지와 특산물을 열거하며 “비빔밥 구성 요건이 갖춰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멋진, 삐까뻔쩍한 식당에서 국민에게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위 인사들은 공천 경쟁에서 탈락한 것 외에는 어떤 공통점도 없다.
당장 미래대연합에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민·조응천·이원욱 의원과 국민의힘 출신 정태근 전 의원, 정의당 출신 박원석 전 의원이 핵심이다.
‘비빔밥’이라고 잘 포장했으나, 어떤 가치 지향도 입증하지 못하는 ‘푸성귀’들만 모인 셈.
이 전 대표의 개혁신당과 미래대연합 등 제3지대 정당들은 설 이전에 통합을 해야 한다고 말을 모으는 분위기지만, 애초 공통가치가 없는 만큼 통합 가능성은 미지수다.
특히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제3지대 정당 ‘새로운미래’를 준비 중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연일 이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나 이 전 대표 주변에선 “우리 지지율이 더 높을 텐데 굳이 민주당 출신들 손을 잡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말이 계속 나온다.
이에 이 전 대표 역시 “떴다방 같은 결사체엔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는 더불어민주당 당헌을 아예 베끼는 무책임한 처사를 볼 때 무색해 보인다.
제3지대 정당들이 우후죽순 난립하는 가운데, 이들 전부가 결국 ‘떴다방’으로 기능하여 ‘정권심판론’을 희석할 뿐이라는 회의 섞인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언젠가 네가 나한테 와서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비는 날이 있을 거다', 딱 이렇게 말하고 가더라고요."
-유현주 씨, 이하 2023년 12월 7일 인터뷰
이규태(74) 일광그룹 회장. 회장님이자 고모부인 그는, 자신의 밑에서 20여 년간 일한 직원이자 처조카인 유현주(46) 씨에게 독한 경고의 말을 남겼다.
유 씨는 23년 전을 떠올렸다. 스물세 살의 유 씨는 이 회장에게 일손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고모부인 이 회장과는 평소 왕래가 없었다. 당시 이 회장은 서울 성북구에 있는 우촌초등학교를 인수했다. 그는 유 씨에게 학교 행정실에서 일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자 학교법인 일광학원 전 이사장. ⓒ연합뉴스
당시 유 씨는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었다. 열심히 일했고, 한 지점의 운영을 맡을 정도로 인정도 받았다. 몸은 힘들지만 만족스러운 일자리였다. 솔직히, 고모부 밑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편찮으신 아버지는 유 씨가 집안어른 밑에서 안정적으로 지내길 원하셨다. 아버지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어쩔 수 없었다.
우촌초 행정실로 출근한 지 한 달쯤 지났을까, 이 회장의 부인(유 씨의 고모)은 유 씨의 친구 박선유 씨까지 불러서 학교에 취직시켰다. 둘은 함께 이 회장이 시키는 대로 밤낮 없이 일하면서도, 남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
"이 회장은 저를 처조카라고 인정을 안 하고, 그냥 '야', '너'라고 불렸어요. 자기 비서나 측근들은 추켜세워 주면서 저는 아예 바닥 취급 했어요."
-유현주 씨
이 회장이 이사했을 때는 이삿짐을 정리했다. 회장이 정원에서 파티를 하면 음식을 나르고 설거지를 했다. 이 회장의 부인이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고 하면 요리도 했다. 식모가 따로 없었다.
이 회장은 종종 유 씨를 '거지 취급' 했다. 이 회장이 불러서, 잘 다니던 직장도 때려치운 유 씨였다. 그런데 이 회장은 자기가 유 씨를 먹고살게 해줬다며 생색을 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참았다. 그렇게 20년을 일했다.
▲이규태 회장이 교회에 타고 온 벤츠-마이바흐 승용차. 출고가 3억 원대의 최고급 세단이다. ⓒ셜록
"여기까지 찾아오는 건 경우가 아니지. 뭐하고 사는 사람인진 몰라도."
지난 7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교회 주차장에서 이규태 회장을 만났다. 그는 출고가 3억 원대의 최고급 세단인 벤츠-마이바흐에서 내렸다. 약 200억 원의 세금을 체납해 국세청 고액체납자 명단에 올라 있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었다. 그는 기자와 카메라를 밀쳐낸 뒤, 뒷일은 주차관리인들에게 맡기고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셜록>은 이 회장과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며칠간 연락이 되지 않고 사무실도 찾을 수 없어서 교회로 그를 찾아간 길이었다. 첫 만남에서 기자에게 "경우"를 강조한 그는, 2015년 배우 클라라에게 "목 따서 보내버릴 수 있다"며 협박하고 성희롱 한 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그는 일광공영(현 아이지지와이코퍼레이션)을 설립한 1세대 무기중개상으로, 일광그룹 산하에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사회복지재단, 사립학교 재단 등을 뒀다.
이 회장은 2009년 러시아제 무기를 도입하는, 이른바 '불곰사업'과 관련된 횡령·배임 사건으로 구속된 바 있다. 2015년에는 방위사업청의 사업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군무원 2명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또 한 번 구속됐다.
그는 구속 수감된 상태로 유 씨에게 '은밀한' 지시를 내렸다. 그의 옥중 지시는 앞으로 펼쳐질 '결정적 사건'의 뿌리가 된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결과 보고서,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공소장과 불기소결정서, 서울북부지방법원 판결문 등을 종합해 당시 상황을 확인했다.
▲이규태 회장은 과거 배우 클라라를 협박한 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셜록
"읽은 후 바로 파기하라."
이규태 회장이 감옥에서 보낸 편지는 항상 이 문장으로 끝났다. 구속 수감 중인 이 회장은 자신의 '집사 변호사'를 통해 처음에는 손편지, 그 다음에는 음성 녹음이나 영상 파일을 유현주 씨에게 보냈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이규태 회장이 보낸 손편지는 약 200건에 달한다.
"학교 돌아가는 상황을 (감옥에 있는 이 회장에게) 보고하고, 이 회장 지시 아니면 학교 돈을 10원도 못 쓰는 시스템이었어요."
-유현주 씨
엄밀히 말해 당시 이 회장에게 학교에 관한 지시를 내릴 권한은 없었다. 이 회장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학교법인 일광학원의 이사장을 지냈지만, 당시엔 그의 임기가 이미 끝난 때였다. 그러나 이 회장은 자신의 가족과 측근에게 이사장 자리를 연이어 맡겼다. 이사회도 측근으로 구성했다.
2018년 대법원은 이 회장에게 징역 3년 10개월과 벌금 14억 원의 형을 확정했다. 범죄수익은닉, 조세포탈, 뇌물공여,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가 인정됐다. 이 회장은 집사 변호사를 통해 유 씨에게 음성 녹음을 보냈다. '가석방을 위해 벌금을 내야 하니 돈을 만들어내라'는 취지의 지시였다.
2015년부터 수사와 재판 과정을 거치면서 발생한 변호사 수임료만 약 23억 6500만 원. 게다가 가석방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벌금 14억 원을 완납해야 했다.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거나, 은행 대출을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묘안이 바로 '교비 횡령'이었다.
학교법인 일광학원이 운영하는 우촌초는 대한민국에서 학비가 가장 비싼 사립초등학교다. 2022년 기준 학부모 부담금은 연간 1468만 원에 달한다. 2019년 당시 우촌초의 이월금은 약 50억 원. 성북강북교육지원청 관내 다른 사립초의 이월금 평균이 약 2억 1000만 원인 것에 비하면 상당한 액수다.
회장님은 이월금을 노렸다. 그리고 '한탕'을 준비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우촌초. 학비가 연간 1468만 원에 달하는 사립학교다. ⓒ셜록
이 회장이 준비한 비장의 카드는 바로 '스마트스쿨' 사업이었다.
태블릿PC, 학습용 로봇 등을 도입하는 스마트스쿨 사업의 통상적인 비용은 3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그 비용을 약 24억 원으로 부풀리고, 범행을 모의한 A 업체가 입찰에 선정될 수 있도록 입찰을 방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A 업체에게 용역대금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교비를 빼돌리려는 것이었다.
"이 회장이 저한테 음성 녹음 파일을 보내서 '야 이 새끼야, 나 보고 여기(교도소) 얼마나 있으라는 얘기야'라고 했어요. 돈 안 만들어준다고 욕을 듣고 말았어요. 그래도 처음엔 학부모 핑계, 교장선생님 핑계를 대고 거절할 수 있었죠."
-유현주 씨
하지만 유 씨가 모른 척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았다. 2018년 11월 이 회장이 가석방되자 스마트스쿨 사업은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자신의 측근으로 구성된 기획홍보실을 학교에 설치하고, 유 씨와 최은석 교장을 독촉했다.
"나중에 감사받으면 분명히 문제가 될 거 아니까 저랑 교장선생님이 책임지게 하려고 한 거예요."
-유현주 씨
20년 동안 '회장님'으로 모셔온 사람. 게다가 고모부와 처조카로 얽혀 있는 관계. 이 회장의 검은 지시를 따르는 건 어찌 보면 쉬운 길이었다. 하지만 유 씨는 쉬운 길이 아니라 옳은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공익제보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이규태 회장은 스마트스쿨 사업비를 부풀려 교비를 빼돌리려 했다 ⓒpixabay
2019년 5월 교직원 유현주 씨와 그의 친구이자 동료인 박선유 씨, 그리고 최은석 교장과 이양기 교감 등 6명은 서울시교육청에 이규태 회장의 전횡을 제보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즉시 감사에 나섰다. 그 결과 스마트스쿨 사업 계약은 취소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회장의 강압에 의한 추진'을 중요한 문제로 지적했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스마트스쿨 사업이 부당한 까닭은 교육활동을 담당하는 교장 이하 교직원들의 자체 판단과 결정에 의하여 사업이 추진되지 않고 전 이사장 이규태의 강압에 의하여 추진되어 스마트스쿨 사업 예산 집행을 통하여 부당한 사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혐의가 매우 크다는 점임."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보고서, 2019. 9. 11.
서울시교육청은 특별감사 결과에 따라 학교법인 일광학원 임원 전원에 대해 '승인 취소'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학교 법인은 이를 거부했다. 교직원 수십 명, 학부모 수백 명은 학교 정상화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반성조차 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사학의 특성을 앞세워 관할청의 행정명령과 우리 사회의 법 질서마저 우롱하는 비리사학의 오만함에 대해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며 부적절한 관용으로 인해 용서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2020. 8. 27. 우촌초 학부모 탄원서 중
2021년 12월 검찰은 이 회장과 스마트스쿨 사업 추진에 가담한 학교 관계자 등 12명을 기소했다. 업무상횡령, 강요, 입찰방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 아직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유현주 씨 등 6명의 공익제보자들은 2022년 참여연대 '올해의 공익제보자상'을 받았다.
▲우촌초 공익제보자들은 2022년 참여연대 '올해의 공익제보자상'을 받았다. 사진은 이양기 교사(왼쪽)와 교직원 박선유 씨. ⓒ참여연대
"(이 회장이) 학교에 찾아와서, (공익제보는) 없었던 걸로 넘어가 줄 테니까 (스마트스쿨 사업) 하라고 해서 제가 안 하겠다고 했어요. 그때부터 저를 해고하고 학교 못 나오게 하고, 그다음부터 고소·고발을 하고…"
-유현주 씨
이 회장이 유 씨를 해고하는 과정은 집요할 정도였다. 직위해제와 부당 인사발령, 해고와 재해고로 이어지는 과정은 2019년 6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무려 2년 4개월간 진행됐다. 사이사이 서울시교육청과 국민권익위원회, 지방·중앙노동위원회 등의 구제 조치가 있었지만, 학교 법인은 끝내 유 씨를 해고하고야 만다. 다른 공익제보자들에게도 해임 등 중징계가 내려졌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학교 법인과 이 회장은 무더기 고소·고발을 쏟아냈다. 유 씨는 총 10건의 고소·고발을 당했다. 횡령, 위증, 입찰방해, 사문서위조, 손해배상청구 등 이유도 가지가지였다.
학교 법인은 공익제보자들의 사생활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리기도 했다. 학교 인터넷 공지시스템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거짓 소문을 알렸다. 공익제보자들은 당시 학교 법인 이종명 이사장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 전 이사장 등이 정식재판을 청구해 1심이 진행 중이다.
학교 법인은 3년째 유 씨의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 유 씨가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유현주 씨는 혼자만의 감옥에서 우울과 싸우고 있다. ⓒpixabay
"아무도 벌 주는 사람이 없는데, 혼자 벌 받고 있는 거예요. 창살 없는 감옥에 나 혼자 갇혀서 벌 받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유현주 씨
최근 유 씨는 침실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의 하루는 방 안에 가만히 누워 천장을 보면서 시작되고,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다가 끝난다. 빈 집에 앉아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으니까.
그는 자신을 "은둔형 인간"이라고 설명했다. 칩거 생활 2년째, 잠에 들지 못한 지도 그쯤 됐을 것이다. 의사가 더 이상 처방을 늘릴 수 없을 정도로 약을 많이 먹어도 잠은 오지 않는다.
"의사가, 제 정신이 약을 이긴 거라고, 그래서 약이 안 듣는 거래요. 약 먹고 자려고 서너 시간 누워서 노력해도 머릿속에 자꾸 생각이 드니까…. 동트고 7~8시 정도 되면 몸이 힘들어서 한두 시간 졸고, 또 일어나서 하루 종일 깨어 있어야 해요."
-유현주 씨
우울, 불안, 강박, 공황, 대인기피…. 가끔 동생들이 찾아오거나, 친구이자 동료로서 공익제보에 함께했던 박선유 씨가 '생존 확인'을 하러 오는 게 대인관계의 전부다. 사람을 만나는 건 싫지만, 그렇다고 외로움과 친하지도 않다.
"의사가 잠깐이라도 햇볕을 보라고 하는데, 사람 마주치는 것도 싫고 스치는 것도 싫어서 쓰레기 분리수거 할 때도 밤 12시 넘어서 아무도 안 다닐 때 나가요. 혼자 있을 때가 제일 편하고…. 이젠 그마저도 외롭죠."
-유현주 씨
유 씨가 기자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나오는 길이 얼마나 힘들고 멀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가 잠에 들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이다.
"문제가 해결돼야 약을 줄이거나 잠을 자겠죠."
▲대종상영화제 행사에서 배우들과 함께 선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 그는 대중문화계에도 넓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연합뉴스
유 씨에게도 의지가 활활 타올랐던 때가 있었다. 학교 대신 경찰서, 검찰청, 법원으로 출근 도장을 찍었다. 죄를 지은 사람이 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대형 로펌 소속 변호인단을 고용해 대응했고, 홀로 싸워야 하는 유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빠졌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 ‘어떻게 고모부한테 이럴 수 있지?’라고 저를 이상하게 보는 거예요. 그때마다 저는 이런 얘기를 했어요. 가족 같지 않은 가족인데 왜 자꾸 그걸 강조하냐고. 이 회장 측에서는 처조카가 뒤통수 쳤다고 주장하고, 저는 또 그게 아니라고 설명해야 했어요."
-유현주 씨
소름끼쳤던 순간은 이 회장과 함께 검찰에서 대질신문을 받을 때였다. 평생 "현주야"라고 다정하게 부른 적도 없는 고모부 이 회장은 신문 현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이 새끼야…."
그러면서 이 회장은 유 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유 씨는 손이 벌벌 떨리고, 온몸에 땀이 줄줄 흘렀다. 심장이 튀어나가는 것 같았다. 옆자리에 앉은 이 회장은 '가엾다', '불쌍하다', '어이없다'는 말을 연발했다. 그는 너무도 당당했고, 벌벌 떨고 있는 건 오히려 유 씨였다.
"제 40대 인생은 이 회장과 싸우면서 의미 없이 없어져버리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와서 포기할 수도 없고. 무조건 싸워야 되고, 무조건 직진인데, 정말 살 수 있게 이기고 싶어요."
-유현주
학교 법인이 유 씨를 상대로 제기한 10건의 고소·고발 건 중 5건은 이미 유 씨가 승소하거나 혐의 없음으로 끝났다. 나머지 건들은 아직도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다. 공익제보에 함께한 최은석 교장과 서울시교육청 감사관 등도 고소·고발에 시달리고 있다.
▲이규태 회장은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원로장로로서 대표기도를 했다. 주제는 '반성'이었다. ⓒ셜록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비는 날이 있을 거다."
이 회장이 처조카이자 20년간 자신을 모신 직원인 유 씨에게 했던 그 말. 유 씨는 가끔 그 말을 곱씹는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눈 감고 시키는 대로 했으면 됐을 텐데, 제가 안 그랬기 때문에 이 사달이 생긴 거죠. 주변에 계신 분들도 증언을 해주다가 이렇게 (불이익을 받게) 된 거잖아요. 그분들께 미안하지만, 어저께 변론기일에도 (법정에서) 말했어요. 제가 이렇게 (공익제보) 한 거 후회 안 한다고."
-유현주 씨
▲이규태 회장과의 인터뷰를 시도하는 <셜록>
<셜록>은 이 회장, 학교법인 일광학원, 우촌초의 반론을 듣고자 여러 차례 입장을 요구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지난 4일과 5일 이 회장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그는 "통화할 수 없다"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문자메시지로 재차 반론을 요청했으나, 답장은 오지 않았다.
지난 5일에는 이 회장에 대한 질의서를 가지고 일광그룹 사옥을 방문했다. 대표번호로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건물 관리인은 “지금 공사를 하고 있다”며 일광그룹 관계자에게 질문지를 전달하겠다고만 했다.
▲기자는 일광학원 간판이 걸려 있는 사무실을 수소문해 찾아갔다. ⓒ셜록
일광그룹과 계열사 사무실이 임시 이전했다는 건물도 찾아갔다. 우촌초 바로 옆 상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학교법인 일광학원', '사단법인 포사람', '사회복지법인 일광복지재단' 간판이 걸려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일광그룹 사무실은 어디 있는지 모른다"며 "나가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7일에는 이 회장이 다니는 교회 주차장에서 그를 만났다. 질의서와 명함을 건넸지만, 기자의 팔과 카메라를 밀치고 교회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학교법인 일광학원과 우촌초에도 반론 취재를 시도했다. 지난 2일부터 3일간 매일 우촌초 행정실 직원과 통화했지만 행정실에선 "일광학원의 사무실 위치나 전화번호를 모르고 교장, 교감도 연수 중이라 3월에 출근한다"고만 답했다.
지난 4일에는 일광학원과 우촌초등학교에 대한 질의서를 각각 우촌초 행정실 측에 등기우편으로 보냈다. 다음 날 우편물 수령 사실이 확인됐지만, <셜록>은 아직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회의 시정연설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행사 영역을 합법적으로 규정'하기 위한 헌법화 필요성을 제기하며 대한민국을 철저한 타국,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한다는 전제 아래 두개 국가론을 선명하게 설명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대한민국은 화해와 통일의 상대이며 동족이라는 현실모순적인 기성개념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철저한 타국으로,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회의 시정연설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행사 영역을 합법적으로 규정'하기 위한 헌법화 필요성을 제기하며 밝힌 기본 전제이다.
지난해 연말 9차 당전원회의 보도에서 "북남관계는 더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중에 있는 두 교전국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였다"고 한 인식의 연장선상이다.
김 위원장은 헌법에 북의 국가주권이 행사되는 영토, 영해, 영공에 대한 정치적, 지리적 정의를 반영해야 한다고 하면서,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령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영토조항의 핵심내용을 언급했다.
또 새 헌법 조문에 △'삼천리 금수강산', '8천만 겨레'와 같이 북과 남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잔재적인 낱말들을 사용하지 말 것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을 명기하고 △현행 헌법의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표현을 삭제할 것 등을 주문했다.
다음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개정된 헌법을 심의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헌법 개정과 함께 △남북교류협력의 상징인 경의선 북측 구간을 회복 불가한 수준으로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놓을 것 △접경지역의 모든 남북 연계 조건들을 철저히 분리하기 위한 단계별 조치를 엄격히 실시할 것 △평양 남쪽 관문에 꼴불견으로 서 있는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철거도 지시했다.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이날 최고인민회의에서 "근 80년간의 북남관계사에 종지부를 찍고 조선반도에 병존하는 두개 국가를 인정한 기초 우(위)에서 우리 공화국의 대남정책을 새롭게 법화하였다"는 발표도 나왔다.
9차 당전원회의 결론에 이어 '대남부문에서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할데 대한 노선'에 대해 한층 선명하게 언급한 것이다.
예상했지만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특히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에 담긴 조국통일3대원칙인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표현을 삭제하고, 조국통일3대원칙과 고려민주연방공화국 통일방안(1980.10),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1993.4)을 묶어 '민족공동의 통일강령'으로 규정(1997)한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의 철거를 지시한 것에 대해서는 '두개국가 병존'을 상수로 인정하는 '평화공존론', 나아가 '통일포기론'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에 해당하는 '통일'원칙과 방안, 강령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듯한 연설내용이 촉발한 반응이다.
분명 '수령의 유훈통치'를 절대규범으로 삼고 있는 북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그동안 '선군정치'를 당 중심으로 정상화시키고 특수부문(당·군사분야)의 개입을 배제하며 내각이 경제사업 전반에 대한 장악력과 지도력을 꾸준히 강화하도록 해 온 것을 감안하면 상황변경에 따라 선대의 통일노선에 대담한 변경을 가하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수 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10월 금강산을 현지지도한 자리에서 "국력이 여릴(약할)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며, 금강산관광사업을 현대그룹과 함께 추진했던 선대의 결정을 뒤집는 과감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공화국의 민족력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 버려야 한다"는 과격한 발상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다시 9차 당전원회의 결론을 살펴보자.
"장구한 북남관계를 돌이켜보면서 우리 당이 내린 총적인 결론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개 제도에 기초한 우리의 조국통일로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를 《주적》으로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하여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의 기회만을 노리는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이며 "우리가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때문에 미국의 식민지 졸개에 불과한 괴이한 족속들과 통일문제를 론한다는 것이 우리의 국격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다."
15일 시정연설의 관련 대목은 이렇다. "쓰라린 북남관계사가 주는 최종결론은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을 꿈꾸면서 우리 공화국과의 전면대결을 국책으로 하고있고 나날이 패악해지고 오만무례해지는 대결광증속에 동족의식이 거세된 대한민국 족속들과는 민족중흥의 길, 통일의 길을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여러 전제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을 추구하며 '대결광증속에 동족의식이 거세된' 대한민국과는 통일의 길을 함께 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분명하다.
같은 민족이라는 수사적 표현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조선반도에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가 병존한다'는 현실 인식이 자리잡은 다음엔 '쌍방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의 합의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북의 입장에서 볼때,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란 '동족(같은 민족)'이라는 수사속에 지금까지 계속 반복되어 온 '착오'이기 때문이다.
2018년과 2019년 운전자론을 주창한 문재인 정부에 호응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나갔다가 성과없이 수모를 당한 뒤 더욱 굳어진 불신이 배경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향후 장기간 남북간 교류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북이 평화공존론을 주창한다거나 통일의 길을 포기했다고 예단하는 것은 여러가지 무리가 따른다.
내용이야 어떻든 시정연설에서 '민족중흥과 통일의 길'을 이상적인 목표로 언급하고, 불가피하게 전쟁이 벌어지면 대한민국을 완전 점령, 수복해 '공화국영역'에 편입하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결국 '통일'의 문제이다.
'대한민국 완전 점령, 평정, 수복 후 공화국영역에 편입' 언급을 근거로 북이 무력통일 노선으로 전환했다고 해석하는 것 역시 과잉으로 보인다.
"전쟁이라는 선택을 할 그 어떤 리유도 없으며 따라서 일방적으로 결행할 의도도 없지만 일단 전쟁이 우리 앞의 현실로 다가온다면 절대로 피하는데 노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정연설은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데 따른 실제 안보 위협에 대한 표현이자, 억제를 위한 강력한 경고로 읽힌다.
어쨌든 한국을 배제하겠다는 북의 의지가 확고한만큼 '대남 부문의 근본적인 방향전환'은 한반도 문제 해결과정에서 철저히 미국을 상대하는 기조로 전개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강력한 핵무력 보유에 더해 발전하는 북의 실체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두개 국가로 남북이 병존하는 가운데 통일문제에 비우호적인 남쪽의 여론환경도 일거에 해결하려는 계획일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러·중과의 전략적 협력이 최상의 수준에 도달한 대외 환경의 호기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중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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