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012년 '윤석열 검사' 미국행, 의문이 풀리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2/01 11:01
  • 수정일
    2024/02/01 11:1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取중眞담] '노무현 사위' 국정원 사찰문건 통해 '노정연 수사' 행적 확인

24.02.01 06:19l최종 업데이트 24.02.01 09:39l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큰사진보기2012년 6월 14일자 기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고급 아파트 매입 의혹을 수사하는 윤석열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이 진정 사건으로 내부감찰을 받고 있다"라는 내용이다.
▲  2012년 6월 14일자 기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고급 아파트 매입 의혹을 수사하는 윤석열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이 진정 사건으로 내부감찰을 받고 있다"라는 내용이다.
ⓒ 구영식

관련사진보기

 
2012년 6월 13일,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기자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고급아파트 매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던 윤석열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 1과장과 관련된 취재를 진행하고 있었다. 윤석열 검사가 장모와 관련된 사건들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진정서가 대검에 접수돼 대검 감찰1과에서 그를 감찰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진정서를 이첩받은 대검 감찰1과의 한 관계자는 당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검사의 내부감찰 사실을 인정하면서 "윤 과장도 조사할 계획이고, 조사해서 혐의가 확인되면 징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본인의 확인만 남았다. 윤석열 검사실에 전화를 넣었지만 윤 검사와 직접 통화할 수는 없었다. 할 수 없이 확인하고 싶은 취재내용과 기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남겼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6월 13일, 지하철을 타고 가던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윤 검사였다. 대검의 인지수사(특수수사) 기능을 맡고 있던 '중수 1과장'이 취재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윤석열 검사는 장모 사건 압력행사 의혹에는 "전부 거짓말"이라며 "현직 검사가 어떻게 가족과 관련된 일에 관여할 수 있겠나?"라고 부인했다. 대검의 감찰과 관련해서는 "대검 중수부장이 진정서와 관련된 애기를 하길래 제가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라며 "감찰과에서 많이 조사한 모양인데 아직 소환통보는 받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당시 중수부장은 최재경(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윤 검사와 김건희씨는 3개월 전에 결혼한 상태였다.  

국제반부패회의 참석차 미국 출장, 그러나... 
 

큰사진보기2012년 6월 14일자 기사 중 일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1과장의 미국 출장 관한 내용이다.
▲  2012년 6월 14일자 기사 중 일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1과장의 미국 출장 관한 내용이다.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진정인과 대검 감찰1과, 윤석열 검사까지 확인을 끝내고 <[단독] 노정연 수사 담당 대검 중수1과장, 내부감찰 받아 (http://bit.ly/La8iAp)>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2012년 6월 14일). 그런데 기사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일각에서는 윤 과장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미국으로 출장간 것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대검 감찰1과에서 진정인을 8시간 동안 조사한(2012년 5월 31일) 직후인 6월 1일부터 10일까지 윤석열 검사가 미국 출장을 갔기 때문이다. 노정연씨의 미국 고급아파트 매입 의혹 수사가 끝나지도 않았고, 본인이 내부감찰 대상에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 '과장급 검사'가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출장을 간 것이어서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대검의 한 관계자도 당시 기자에게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출장을 나간 것도 그렇지만 중수1과장이 국제반부패회의에 참석한 것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대검에서는 '내부감찰에 부담을 느껴 10일간 휴가를 떠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당시 대검의 한 관계자는 "윤 과장이 국제반부패회의 참석차 미국에 출장간 것은 맞다"라고 전했고, 윤석열 검사도 기자에게 "국제반부패회의를 주관하는 세계은행에서 수사 실무자를 보내 달라고 해서 제가 가게 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검사는 정말 세계은행 주최로 열린 국제반부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 간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국정원 사찰문건'에 담겨 있었다. 물론 9년 여의 시간이 흐른 뒤에 확인된 내용이지만 말이다. 

노무현 사위 동향 등이 담긴 '국정원 사찰문건' 37건  
 
큰사진보기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최근에 펴낸 책 <곽상언의 시선>. 이 책에는 2021년 1월과 3월에 받은 국정원 사찰문건 일부가 공개돼 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최근에 펴낸 책 <곽상언의 시선>. 이 책에는 2021년 1월과 3월에 받은 국정원 사찰문건 일부가 공개돼 있다.
ⓒ 메디치

관련사진보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노정연씨의 남편인 곽상언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1년 1월과 3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정보 결정 통지서'를 받았다. 이 결정에 따라 총 37건의 국정원 문건이 곽 변호사에게 공개됐다. '내놔라 내 파일 시민행동'이 끈질기게 정보공개를 청구해 얻어낸 의미있는 성과였다.

총 37건의 문건은 대부분 이명박 정권 시기에 작성한 것들로, 주로 곽 변호사의 동향 등이 담겨 있는 '사찰문건'이었다(아래 한문 한글표기는 편집자 주). 

盧(노) 대통령 곽상언 사위, 변호사 개업 관련 가족 중심 조촐한 모임 개최
노 前統(전통) 사위 곽상언 변호사, 사무실 정리 후 정치 입문 시사
곽상언 변호사 관련 동향
곽상언 변호사, 대전에서 OOO
 변호사와 합동 근무
노 前(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 양천지역 출마 관련 고심


곽 변호사는 최근 펴낸 <곽상언의 시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사위'라는 것 외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었다"라며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몰래 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국정원이 나를 사찰할 것이라고 예상해왔는데 예상한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것은 슬프고 허탈한 일이다"라고 토로했다. 

총 37건의 국정원 사찰문건 가운데 '수사' 상황이 기재된 문건은 모두 22건이었고, 모두 이명박 정권 시기에 만들어진 문건이었다. 곽 변호사는 특히 "단 1건을 제외하고, '수사'의 내용이 기재된 21건의 '사찰문건'은 모두 윤석열 검사가 이명박 정부에서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 '대검 중수부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로 승승장구하던 시기에 생성된 문건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윤석열 검사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구지검 특수부장(2009년 1월~2009년 8월),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2009년 8월~2010년 8월)과 중수 2과장, 1과장(2010년 8월~2012년 7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2012년 7월~ 2013년 4월)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칼잡이'(특수통 검사를 일컫는 은어)로서의 경력을 이명박 정부에서 거의 완성한 것이다. 

조갑제가 다시 쏘아올린 '미국 아파트 의혹', '윤석열 검사'가 맡아 
 
큰사진보기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2012년 2월호 <월간조선>에 쓴 <노정연(노무현 딸)과 '13억 돈상자'의 미스터리> 기사.
▲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2012년 2월호 <월간조선>에 쓴 <노정연(노무현 딸)과 '13억 돈상자'의 미스터리> 기사.
ⓒ 조갑제닷컴

관련사진보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2009년 5월 23일)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그의 가족과 관련된 수사기록은 모두 봉인됐다. 서거 당일인 2009년 5월 23일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가족에 대한 수사를 종료한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여기에는 노정연씨의 미국 고급아파트 매입 의혹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노씨가 2007년 9월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의 '허드슨콘도'(포트 임페리얼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2009년 검찰 수사 당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아파트 매입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사건은 종결됐다.  

그런데 보수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2012년 <월간조선> 2월호(1월 17일 발행)에 쓴 <노정연(노무현 딸)과 '13억 돈상자'의 미스터리>라는 기사를 통해 노씨의 미국 고급아파트 매입 의혹을 재점화했다. 노씨가 100만 달러(한화 13억 원)를 환치기하는 수법으로 미국 아파트의 원소유자인 경아무개씨에게 밀반출했다며 아파트 매입 자금 전달경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어 조갑제 대표와 행동을 같이해온 보수단체 국민행동본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대검 중수부가 같은해 2월 본격수사에 나섰다. 

겉으로 보면 '보수언론 보도→보수시민단체 고발→검찰 수사'라는 전형적인 패턴으로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곽 변호사가 받아낸 국정원 사찰문건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과 검찰은 봉인된 '노무현 사건 기록'을 끊임없이 재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6월 9일과 2012년 2월 27일 생성된 국정원 사찰문건에는 각각 이렇게 기재돼 있다. 특히 '결정적 증거 자료 입수하겠음'이라는 문구가 의미심장하다. 
 
'노 전 대통령의 투신 사망으로 사법 처리는 중지되었다 할지라도 관련자들의 도덕·정치적 책임을 묻고 언론보도 등을 통해 국민들도 알고 역사적으로 정리될 필요가 있다면서... ※ 결정적 증거 자료 입수하겠음' (2010년 6월 9일)

'보안 유지하 과거 노무현 사건 기록을 재검토하며 관련자 소환 등 본격수사 개시 타이밍을 재던 대검 중수부는...' (2012년 2월 27일)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사건이 종결된 지 3년 만에 관련 의혹을 재수사했다.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였지만, 사건은 일선지검 외사부가 아니라 대검 중수부에 배당됐다. 대검 중수부는 2009년 노 전 대통령을 수사했고, 당시 수사기록을 캐비닛에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이 수사를 담당한 검사는 대검 중수1과장이었던 '윤석열 검사'였다. 곽 변호사는 자신의 책에서 "그해 우리 집으로 한 우편물이 도착했다, 그 우편물의 제목은 공소장이었다. 그 공소장을 작성한 사람은 '검사 윤석열'이었다"라고 회고했다. 

노정연씨 소환조사 앞두고 미국행...
"국제회의 참석이라는 본래 목적과 함께 일석이조 활동 전개중"

 
큰사진보기곽상언 변호사가 받은 국정원 사찰문건. 2012년 6월 4일 작성된 것으로,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1과장의 미국 출장에 관한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  곽상언 변호사가 받은 국정원 사찰문건. 2012년 6월 4일 작성된 것으로,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1과장의 미국 출장에 관한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 곽상언 제공

관련사진보기

  
이후 검찰은 미국 고급아파트 매입자금을 외화로 바꿔 송금해준 은아무개씨, 현금 13억 원이 담긴 상자 7개를 은씨에게 전달한 이아무개씨, 13억 원을 받은 아파트의 원소유자 경아무개씨, 돈의 출처로 의심받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등을 조사했다. 특히 경씨는 2012년 5월 28일과 29일, 30일 연이어 소환조사를 받았다. 윤석열 검사의 미국행은 노정연씨 소환조사를 앞두고 이뤄졌다.

국정원은 <대검 중수부, 今週(금주) '노정연 13억원 밀반출 수사' 숨고르기 양상>이라는 문건(2012년 6월 4일 작성)에서 검찰이 환치기 형식으로 13억 원을 전달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자금출처가 어디인지, 노정연이 환치기에 적극 가담했는지 등은 추가확인을 통해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6월 10일 윤석열 검사가 미국에서 귀국한 이후 수사상황을 보고받은 후 대검 수뇌부와 노정연 조사 관련 일정을 잡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윤석열 검사의 미국행에 관한 내용을 제법 상세하게 서술했다. 6월 4일부터 8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세계은행 주최 반부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6월 1일 출국했고, 6월 4일 오전(한국시각)까지는 회의 개최지인 워싱턴이 아닌 뉴욕에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윤 검사가 뉴욕에 체류하면서 벌인 '수사활동'에 대해서는 이렇게 적고 있다(OOO는 국정원이 문건을 제공했을 때 지운 부분, 괄호 안 한글 표기는 편집자 주). 
 
- 허드슨클럽 등 현장을 점검하는 한편, 인근 코네티컷州(주)에 거주하는 제보자 OOO 등 주요 참고인이 될 만한 인물을 비공개로 만나면서

- 국제회의 참석이라는 본래 목적과 함께 一石二鳥(일석이조) 활동을 전개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6.8 회의 종료 후에는

- OOO의 단골 도박장소이자 OOO가 노정연에게 급히 100만불을 보내라고 전화한 현장(OOO
의 주장)인 코네티컷주 소재 폭스우즈카지노호텔도 둘러본 후 6.10 귀국할 계획

윤석열 검사가 세계은행 주최 반부패회의 참석을 빌미로 노정연씨의 미국 고급아파트 매입 의혹까지 수사하는 것을 "일석이조"라고 표현한 점이 흥미롭다. 특히 문건에서 "외국 수사기관 관계자가 美(미) 현지에 들어와 사건 관련조사를 임의적으로 하는 것은 불법이니만큼 처신에 각별 유의"라는 '각별한 조언'도 눈길을 끈다. 윤 검사가 사전에 미국 수사기관(FBI)와 협의하지 않고 노정연씨 관련수사를 벌였다면 '불법'이라는 뜻이다. 이는 국정원과 검찰의 긴밀한 공조관계를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이와 함께 국정원은 대검 중수부의 한 관계자가 "(2009년 검찰 수사 때 제기된 '140만 불과) 이번 환치기 100만 불까지 포함할 경우 240만 불에 거래가 완료되었다는 의심도 지울 수 없는 등 액수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현재로서는 어느 것이 맞다고 단정할 수 없고, 확인작업을 거쳐 정확한 액수 확정과 함께, 노정연 조사에 대비한 신문항목 정리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적었다. 

'정치적 기획수사'가 새겨진 국정원 사찰문건
     
큰사진보기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2월 24일 국가정보원 청사를 찾아 2023년도 업무계획을 보고받기 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규현 국정원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윤 대통령. 방명록에는 "자유 수호를 위한 여러분의 헌신과 열정을 굳게 지지합니다"라고 적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2월 24일 국가정보원 청사를 찾아 2023년도 업무계획을 보고받기 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규현 국정원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윤 대통령. 방명록에는 "자유 수호를 위한 여러분의 헌신과 열정을 굳게 지지합니다"라고 적었다.
ⓒ 대통령실 제공

관련사진보기

 
국정원의 곽 변호사 사찰문건 덕분에 기자는 12년 전에 품었던 윤석열 검사의 '미국 출장'에 대한 의심을 어느 정도 풀 수 있었다. 국제회의 참석은 명분이었고 '노정연 수사'가 미국 출장의 실질적인 목적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남는 의문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한다"라고 했던 윤 검사는 왜 '뉴욕까지 방문하면서 노정연씨 수사에 공을 들였을까?'다. 장모 사건 압력행사 의혹으로 대검 감찰까지 받게 되자 '위기탈출'을 위해서 대검 중수과장이던 윤 검사가 직접 뉴욕에까지 가서 수사활동을 벌인 것은 아닐까?

그런데 기자의 개인적 의심을 푸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지금은 대통령이 돼 있는 윤 검사가 '정치적 기획수사'를 이끌었다는 점이다. 노정연씨 검찰수사가 검찰과 국정원의 긴밀한 공조에 의해 진행된 '정치적 기획수사'였다는 것은 국정원의 사찰문건에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수사 템포를 적절히 조절", "정치적 부담도 상당", "대선 정국에 쟁점화되지 않도록 상황 관리", "연말 선거 일정을 앞두고 역풍을 맞을 가능성" 등 국정원 문건 속에 새겨진 단어와 문장이 이를 보여준다. 

심지어 수사팀 안에서 "과태료 처분이나 1년 이하 징역, 벌금형 정도 형벌을 부과하기 위해 정치적 역풍을 각오하고 재판에 세울 필요가 있는가? 차라리 정부가 아량을 베풀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냐?"라는 의견이 있다는 점을 전한 대목에서도 정치적 기획수사의 냄새가 진동한다(한문, 영문에 대한 한글 표기는 편집자 주).    
 
- 조사방식을 두고 장고를 거듭했던 대검 중수부는... 여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수사 진행상황을 보아가며 수사템포를 적절히 조절하겠다는 내부 입장인데... 수사를 속전속결로 밀어부칠 경우 정치적 부담도 상당한 만큼, OOOO OOOO 등 다른 사건들과 '가닥을 맞춰가며' 템포를 조절키로 하고, 외부적으로는 에둘러 'low key(로우 키)' 스탠스 시현. (2012년 6월 12일)

- OOOOO은 OOOOO에게... 大選(대선) 변수에 노무현 관련수사가 쟁점화되지 않도록 상황관리에 주의를 기할 것을 주문. (2012년 6월 19일)

- 문제는 외화반출의 공범으로서 '불구속 기소'할 것인자, '무혐의'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OOOOO.OOOOO 또한 심적 부담 아래 아직까지 가닥을 잡지 못한 것으로 파악... 무리하게 기소해놓고 공판에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연말 선거 일정을 앞두고 1심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검찰 수뇌부는... '연말까지 노정연 관련 건을 끌고 갈 경우 得(득)보다 失(실)이 많을 수 있다'고 우려... (2012년 6월 19일)

- '11년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되면서 밀반출 금액이 50억 원 이하일 경우 '과태료 처분'토록 법이 완화되었고, 동사건 행위 시점이 '09. 1월인 점을 감안해, 법 개정 이전으로 소급 적용한다 해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인데, 그 정도 형벌을 부과하기 위해 '정치적 역풍을 각오하고 재판에 세울 필요가 있는가'라는 논쟁이 수사진 내에서 대두중으로, ... 차라리 '정부가 아량을 베풀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냐'고 OOOOO에게 의견을 개진했는데, ★'이번 사건 하나만 보지 말고 넓게 보고, 큰 틀에서 결정하자'는 것이 내부 중론... (2012년 6월 22일)

- 수사진들이 불구속 기소 방향을 우려하는 이유는 ... 잘잘못을 떠나 노무현 추종 세력들을 감정적으로 단결시켜 연말 정국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에 기인. (2012년 7월 6일)

추가로 풀려야 할 두 가지 의혹
 
큰사진보기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함께 걷는 문 대통령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윤석열 검사가 뉴욕 방문까지 하며 공들인 노정연씨 수사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마무리됐다(2013년). 앞서 진행된 검찰의 1심 구형량도 '징역 6월'에 불과했다. 전직 대통령의 딸을 상대로 한 대검 중수부의 정치적 기획수사치고는 초라한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법원의 판결로 사건이 종결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두 가지 의혹이 추가로 풀려야 한다. 먼저 대검 중수부에 봉인돼 있던 '노무현 수사기록'의 재검토를 '누가' 허락(지시)했는가다.

곽상언 변호사도 자신의 책에서 "윤석열 검사는 (노무현) 서거 3년이 지난 2012년에 '노무현 대통령 수사 기록'을 재검토했다"라며 "그가 누구의 허락이나 협조를 받아 어떤 방식으로 '보안을 유지'하면서 비공개 수사 기록인 노무현 대통령의 수사기록을 검토했는지 추후 밝혀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정원에 수사정보를 제공한 '대검 관계자'가 누구인지 밝혀져야 한다. 곽 변호사는 "이 문건에 등장하는 사람은 추후 반드시 어느 국가정보원 요원과 어느 정도의 업무 관계를 맺었는지, 그 국가정보원의 요원에게 어떤 정보를 누설했는지 등에 대해 반드시 수사받아야 할 것"이라며 "그의 행위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곽 변호사가 국정원 사찰문건을 받은 시기(2021년 1월과 3월)는 문재인 정부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앞서 기자가 언급한 '두 가지 의혹'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곽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그것을 확인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당시 검찰총장은 윤석열 현 대통령이고, 국정원장은 박지원 전 의원이었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던 인사다. 
 
 
태그:#윤석열#곽상언#노무현#국정원#대검중수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린다? 유권자들의 '여론조사 문해력'은?



[박해성의 여의대교] 여론조사는 해석의 과학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 | 기사입력 2024.02.01. 05:08:39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린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2년 전 여름 난데없는 '문해력 논란'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적이 있습니다. 한 웹툰 작가의 SNS 메시지가 발단이었는데요, 일부 네티즌들이 '심심(甚深)'이라는 한자어를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라는 의미의 한글 단어로 오해하면서 빚어진 일이었습니다. ​

'문해(文解)'는 '글을 읽고 이해함'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문해력은 단지 문자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라기보다 '이해력'까지를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심심'이라는 글자를 읽을 수는 있어도 '심심한 사과'의 '심심'이 어떤 뜻인지 모른다면 '의미적 읽기'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죠.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면서 바야흐로 여론조사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어떤 조사결과를 보면 제1야당인 민주당이 유리할 것 같고, 또 다른 결과를 보면 여야 어느 한 편의 일방적인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같은 시기에 조사된 결과가 왜 서로 다른지 의심이 가기도 하고요. 이런 현상을 이해하려면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숫자의 맥락을 읽어내는 데이터 문해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여론조사가 '해석의 과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발표된 1월 4주차 2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정당 지지도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조사기관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와 리얼미터입니다. 자체 조사결과를 주 1회씩 정례적으로 발표하고 있어 비교하기 적합하다는 판단에서 이들을 선택했습니다.

한국갤럽은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사용해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응답 방식은 전화 조사원 인터뷰인데, 전문 면접원이 전화 수신자와 직접 통화를 하며 조사를 진행합니다. 흔히 '전화 면접조사'라고 합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번호를 무작위로 생성해 추출하는 RDD(random digit dialing) 방식이며, 자동응답 전화조사로 진행합니다. 여론조사를 받으면 녹음된 성우음성이 나오고 보기를 선택해 전화기 버튼을 눌러 응답하는 방식입니다. 편의상 'ARS 조사'라고 부릅니다.

지난 1월 26일 갤럽이 공개한 조사 결과 중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6%, 더불어민주당 35%, 정의당 2%, 기타 정당/단체 5%, 지지하는 정당 없는 무당(無黨)층 22%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격차는 1%포인트인데 통계적으로 오차범위(최대 6%포인트) 내의 차이이므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해석해야 합니다. 29일 발표한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5%, 국민의힘 37%, 정의당 2%, 진보당 2%, 무당층 6%였습니다. 양당 간 차이는 8%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의 격차라 민주당이 우세하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같은 시기의 조사 결과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차이가 크다고 느껴지시죠? 이런 결과를 접하곤 대번에 '여론조사는 믿을 게 못 돼'라는 반응을 보이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한국갤럽과 리얼미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조사기관입니다. 공표한 조사 결과 역시 중앙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누구라도 세부 사항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사가 잘못된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두 기관의 조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차이는 전화 면접(한국갤럽)이냐, ARS(리얼미터)냐, 하는 점입니다. 이를 데이터 표집 방식이라고 하는데요, 조사방법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모드 효과(mode effect)'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모드 효과는 조사 참여자의 성향을 갈라 결과의 차이를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니 서로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방법론이라는 변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겠죠.

리얼미터와 같이 ARS 방식을 사용하는 여론조사에는 정치 고관여층의 응답이 더 많이 표집됩니다. 무당층의 비율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한국갤럽은 22%, 리얼미터는 6%입니다. 내가 정치에 별 관심도 없고 선호하는 정당도 없는 사람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정치·선거 여론조사입니다. 만약 녹음된 음성이 플레이되는 ARS 조사라면 그냥 끊어버리고 맙니다. 그런데 전화를 받았는데 면접원이 잠깐이면 된다고, 잠시만 시간을 내 달라고 호소하면 마음이 약해져 조사에 참여할 수도 있겠죠. 평소 지지하는 정당이 있냐는 면접원의 질문에 '없는데요'라고 응답했다면 나는 22%의 무당층에 속하게 되는 겁니다.

 한국갤럽과 마찬가지로 전화 면접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전국지표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주)코리아리서치인터네셔널/(주)한국리서치 공동)에서도 1월 4주차 조사 결과 무당층이 26%로 나타났습니다. 무당층의 규모로 분석해 볼 때 전화 면접조사는 ARS 조사보다 정치 관심도가 일반적인 수준이거나 관여도가 낮은 응답자의 의견이 다수 포함되는 방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당 지지도 차이도 살펴보겠습니다.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두 기관의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36%, 37%로 거의 차이가 없는데 비해 유독 민주당 지지도만 35%, 45%로 10%포인트나 차이가 납니다. 이런 결과로 볼 때 현재는 정치 고관여층 중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의 사람들이 더 많은 유권자 지형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각 정치 세력에게는 어느 선거나 중도·무당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전략이 승패에 결정적입니다만, 지금은 핵심 지지기반에서 다소 밀리는 국민의힘이 좀 더 절실한 처지에 놓여 있는 상황으로 판단됩니다.

민주당은 공직선거 후보자를 평가하고 심사하고 선출하는 데 ARS 방식의 여론조사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당원과 일반 유권자의 의견을 절반씩 반영한다는 취지입니다만, 앞서 살펴본 모드 효과에 따르면 상당히 적극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의 선택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현재의 방식이 가진 함의를 이해한다면, 더 폭넓게 유권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해 보완할 부분은 없는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미국의 철학자인 제이슨 브레넌(Jason Brennan)은 <민주주의에 반대한다(Against Democracy)>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에서 유권자를 호빗(반지의 제왕), 훌리건(스포츠의 광적인 팬), 벌컨(스타트렉)의 세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호빗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로, 정치에 관심도 없고 지식도 많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훌리건은 꾸준하게 투표에 참여하며 정치에 관해 나름의 확고한 신념을 지녔지만, 정치지식을 편향된 방식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대다수 정치인도 훌리건에 속한다고 합니다. 벌컨은 정치에 관심이 있지만 증거를 바탕으로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려는 이성적인 유권자를 뜻합니다.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네요.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양극화와 사회 분열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혐오뿐 아니라 주요 정치 세력 간, 그 지지층 간 대립과 증오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죠. 각 정당 지도부가 쏟아내는 메시지, 편향적이고 자극적인 유튜브 채널 등이 계속해서 독설에 열광하는 정치 훌리건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이렇게 흘러가는 게 우려스럽습니다. 부디 많은 시민이 편견 없이 정치지식을 습득하기를, 사실에 근거해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기를, 그래서 우리가 더 좋은 공직자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오늘의 여론조사 독해법은, 여러분이 모두 균형 잡힌 뾰족한 귀의 벌컨족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소개해 드렸습니다.

ⓒ픽사베이

한국갤럽 1월 26일치 조사는 언론사 의뢰 없이 자체 시행됐다. 지난 23∼25일(1월 4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다. 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 인터뷰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6.7%였다. 리얼미터가 29일치 조사는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2∼26일(1월 4주차) 전국 18세 이상 2506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0%포인트)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는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선거, 빅데이터, 공공정책 분야의 컨설턴트입니다. 2019년부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2년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지역산업·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아 국가적 과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업인으로서, 비판적 시민으로서의 감수성과 현실을 직시하는 균형감각을 신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고발사주’ 유죄, 경향·한겨레 “손준성 검사 윗선 尹·韓 입장 밝혀라”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한겨레·한국, 1면에 고발사주 손준성 1심 실형 배치

조선일보, 1면에 ‘민주당 돈봉투’ 現 의원 첫 실형 배치

조선일보 “용산 일부 참모, 尹·韓 갈등으로 총선 판 불태울 뻔”

 

기자명박서연 기자

  • 입력 2024.02.01 07:47

  • 언론자유를 지키는 힘, 미디어오늘을 지지해 주세요

▲1일 경향신문 만평.

1일 자 경향신문·한겨레와 조선일보 1면은 달랐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범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한 ‘고발사주’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검사장(대구고검 차장)가 1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손 검사는 더불어민주당에 부정적 여론을 형성할 목적으로 최강욱·유시민 등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검사 출신 김웅 의원을 통해 조성은 전 선거대책위원장 부위원장에게 자료를 전달했다. 1일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 국민일보 등은 1면에 이 소식을 보도했다.

반면 조선일보와 서울신문은 1면에 민주당 돈봉투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현직 국회의원의 첫 실형 판결 소식을 보도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무소속 윤관석 의원에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윤 의원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서 송영길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제공할 6000만 원을 경선캠프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일자 아침신문들.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연합뉴스

한국일보 “‘손준성 보냄’ 텔레그램 결정타” 경향 “손준성, 尹·韓 밑에서 영전”

지난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는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손준성 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을 제외한 다른 혐의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됐다.

법원이 고발사주 의혹에 실체가 있었다고 인정한 건 물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3면 <‘손준성 보냄’ 텔레그램 결정타… 선거 영향 의도 검찰권 남용 판단> 기사에서 “(법원이) '고발사주' 의혹에 실체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은 검사와 정치인의 공모 관계를 보여주는 '물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증거는 다름 아닌 텔레그램(메신저) 대화. 손 검사장과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이 주고받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1일 한국일보 3면.

재판 과정에서 손준성 검사장은 자신과 관련된 혐의를 줄곧 부인하거나 침묵했다. 한국일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소한 이 사건 재판에서, 손 검사장은 자신이 고발장 작성 등에 관여하지 않았고, 제3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며 “재판이 진행될 때는 손 검사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손 검사장 지시를 받고 지씨 판결문 등을 조회한 의혹을 받은 성상욱·임홍석 검사는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하거나 손 검사장의 관여를 부인했다. 김 의원도 법정에서 ‘기억이 불분명하다’며 얼버무렸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그러나 재판부는 물적 증거에 주목했다. 특히 공수처가 제보자 조성은씨 휴대폰을 포렌식해 얻어낸 조씨와 김 의원 간 텔레그램 대화 등이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조씨가 김 의원으로부터 전달받은 메시지의 '발신자 텔레그램 ID'가 손 검사장이 사용하는 휴대폰과 연결된 계정’이라고 지적했다. 인적 장막으로 가려져 있던 손 검사장의 관여 여부가 조씨 휴대폰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경향신문은 3면 <기소된 손준성, 윤 대통령·한동훈 밑에서 ‘영전’> 기사에서 “서울중앙지법이 31일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한 ‘고발사주’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손준성 검사가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과 판결문 등 자료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전달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1일 경향신문 3면.

경향신문은 이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법무부는 2022년 6월엔 손 검사를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서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지난해 9월엔 검사장급으로 승진시켰다”고 짚었다.

 

경향·한겨레 “손 검사장 윗선인 尹·韓, 검찰 불법 행태 입장 밝혀라”

경향신문은 <‘고발사주’ 손준성 징역형, 정치검찰 단죄 사필귀정이다>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대선 때 이 사건에 대해 ‘누구도 고발사주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이던 2022년 6월 손 검사를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서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지난해 9월엔 다시 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재판 중인 대표적 ‘친윤’ 인사를 연거푸 중용한 것이다. ‘정치검찰의 흑역사’로 기록될 사건 당시 손 검사장 윗선인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인지 여부와 검찰의 불법 행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고발사주 의혹의 윗선 여부까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정치적 중립 위반” 고발사주 유죄, 윗선 여부도 밝혀야> 사설에서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어기고 특정 정당과 결탁한 국기문란급 범죄다. 징역 1년의 형량이 가벼워 보일 정도다. 이 사건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윗선’의 개입은 밝히지 못하고 손 검사장만 기소했다. 핵심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 만큼 더 명확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3일 경향신문 사설.

▲3일 한겨레 사설.

조선일보·서울신문, 1면에 ‘민주당 돈봉투’ 現 의원 첫 실형

조선일보와 서울신문은 1면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을 다뤘다. 지난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김정곤 김미경 허경무 부장판사)는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무소속 윤관석 의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게는 총 1년8개월의 징역형과 벌금 600만 원, 추징금 300만 원이 선고됐다.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관석 의원은 송영길 전 당대표의 당선을 위해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게 돈을 제공할 목적으로 경선캠프 관계자들로부터 6000만 원을 받았다. 캠프 핵심 관계자였던 강씨는 윤 의원과 공모해 의원들과 경선캠프 지역본부장 등에게 돈을 교부하는 과정에 관여했다.

조선일보는 1면 <‘민주당 돈봉투’ 윤관석 징역 2년, 강래구 1년8개월> 기사에서 이번 판결이 송영길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은 ‘민주당 돈봉투’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 전 대표를 지난달 4일 구속 기소한 이후 돈봉투 수수 혐의를 받는 의원들에 대한 조사를 해왔다”고 보도했다.

▲3일 서울신문 1면.

▲1일 조선일보 1면.

서울신문도 1면 <‘민주당 돈봉투’ 現의원 첫 실형> 기사에서 “돈봉투 살포의 핵심 인물인 윤 의원과 강 전 위원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돈봉투를 받은 의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사건 핵심 수혜자이자 정점으로 지목된 송 전 대표에 대한 재판이 2일 시작되는 터라 이날 선고 결과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했다.

 

조선일보 “용산 일부 참모, 尹·韓 갈등으로 총선 판 불태울 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마무리된 가운데, 조선일보에서는 이 갈등의 원인이 용산의 일부 참모진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칼럼이 나왔다.

최재혁 조선일보 사회부장은 <[광화문·뷰] “하마터면 총선판 불태워 버릴 뻔”> 칼럼에서 “지난주 초 법조계에선 ‘검찰 분위기’란 지라시(사설 정보지)가 돌았다. 법무부와 검찰에 있는 ‘한동훈 인맥’을 잘라내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문재인 정권에서 조국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 ‘윤석열 검찰총장’이 핍박받을 때 저항했던 검사들이 실명으로 거론됐다. 엊그제까지 ‘친윤(親尹)’ 검사들이었는데 이제 누군가 ‘친한(親韓)’으로 분류해 정리 대상에 올린 것이다. 이들을 퇴진시켜도 검찰 조직은 동요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추가했다”고 썼다.

▲1일 조선일보 칼럼.

이 지라시는 윤 대통령이 한 비대위원장에게 비서실장을 보내 사퇴하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돌기 시작했다고 한 뒤, 최재혁 부장은 “여권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진원지로 ‘용산’을 가리켰다. ‘대통령실 참모 중에 상황 판단이 안 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고 썼다.

최재혁 부장은 이어 “한 위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견줄 미래 권력으로 떠올랐다고 하더라도 임기 3년 남은 윤 대통령과 따로 갈 순 없다. 윤 대통령도 본인이 한 위원장을 키웠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지시를 따르는 부하가 아니란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 부장은 “‘윤·한 갈등’ 국면에서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다. 한동훈을 사퇴시키고 어떤 식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었다”며 “이 대목에서 대통령의 눈과 귀를 흐리고 있다는 일부 참모의 처신이 회자하고 있다. 그들은 명품백 입장 표명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은 최순실 사태 초기에 사과했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편다고 한다. 또 한동훈 없이도 집토끼만 지키면 100석은 얻을 수 있다고 한다는 것이다. ‘100석’은 탄핵 저지선”이라고 주장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최 부장 칼럼에 ‘윤·한 갈등’이 수습된 뒤 대통령실 일부 참모를 가리켜 “정치 초짜들이 총선 판을 불태워 버릴 뻔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 손준성 검사, 징역 1년 실형

 

최 부장은 “이제 총선까지 60여 일 남았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정책’과 한동훈의 ‘얼굴’로 선거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파열음도 예상된다. ‘공천’ 자체가 갈등을 일으키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여권 입장에서 나아진 점은 최근 갈등을 겪으면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서로의 입장을 명확히 확인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대통령의 감정선을 건드려 ‘총선 판을 불태울 뻔’했던 용산 참모들의 한계가 이번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라고 했다.

 

  • # 해시태그

 

박서연 기자구독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인터뷰] “국민연금, 낸 만큼 받으라고? 새빨간 거짓말”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2/01 09:33
  • 수정일
    2024/02/01 09:3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전 국민연금 재정계산위 민간위원 남찬섭 동아대 교수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2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자택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1.24 ⓒ민중의소리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31일 공식 출범하고, 본격적인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에 들어간다. 지난해 정부가 '얼마나 내고 얼마나 받을지'(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 알맹이가 빠진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미뤄뒀던 연금개혁 논의가 이제야 시작된다.

공론화위는 1단계로 국민연금의 이해관계자인 노동자·사용자·지역가입자·청년을 대표하는 50명 내외의 의제숙의단을 구성해 여론조사 설문지를 완성한다. 2단계로는 시민 500명 내외로 시민대표단을 구성해 단체 학습을 통해 설문내용을 이해한 상태에서 응답하는 과정을 거친다. 공론화위는 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을 근거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연금특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론화 과정이 시작되기 전부터 우려가 나온다. 공론화위 구성부터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민간전문위원으로 활동하다 사퇴한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판이 웃기게 돌아가고 있다"면서 "지금 보건복지부하고 여당이 완전 재정안정론자들만 다 모아서 (공론화) 의제 자체를 더 정부에 유리한 쪽으로 몰아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공론화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민연금행복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당시 김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내세워 기초연금 공약을 동액지급에서 차등지급으로 후퇴시킨 바 있다. 숙의단에게 공론화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꾸려진 복지부의 '국민연금 미래개혁 자문단'도 대부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재정안정론자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게 구성된 공론화위가 결국 정부가 내세우는 재정안정론에 맞는 결론을 낼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남 교수는 "지난해 국민연금연구원의 연금제도연구실 일부와 재정추계분석실이 복지부가 있는 세종시로 옮겼는데 굉장히 부적절하다"며 "재정 추계하는 추계실을 복지부가 자기 발 앞에 딱 갖다 놓고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어떤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냐면 지난해에 재정 추계 결과가 너무 낙관적으로 됐다면서 다시 추계를 해서 기금 소진 시기를 당긴 결과를 숙의단이나 시민대표단에 제출하고 '이제 우리 다 죽었다'며 위기감을 조성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발표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2040년 최고 1,755조원에 이른 후 급속히 감소해 2055년에 소진된다. 이때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 수)은 2060년 1.21명이 될 것을 가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49년 1.08명까지 회복된 뒤 2072년까지 같은 수치가 유지된다. 가정한 수치보다 낮다. 출산율이 낮을 수록 보험료율 인상은 가파르고 기금 소진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5차 재정계산 결과가 현실보다 낙관적이라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남 교수는 "지금 이런 식으로 재정추계실을 세종에 갖다 놓고, 또 공론화위도 정부 마음대로 다 꾸려서 만약에 기금소진 연도가 당겨지는 계산 결과를 내놓으면, 왜 그렇게 됐는지, 과정이나 수치를 왜 바꿨는지 이런 걸 하나도 알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외부 민간전문가를 중심으로 재정계산위원회,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 재정추계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재정계산을 하고 있다. 법을 근거로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이미 진행했는데, 만약 법에 규정되지 않은 과정을 통해 다른 결과의 재정계산을 내놓는 것은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 교수는 "법에 하도록 돼 있는 재정계산을 작년에 다 했는데도, 만약에 출산율 때문에 정부가 새로 계산을 하고 싶으면 특별법을 만들든지, 법적인 어떤 절차를 거쳐서 해야 할 거 아니냐"라며 "이건 아무런 법적인 통제도 안 받고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구체적인 국민연금 개혁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공론화 과정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남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지금 정부는 공론화 조사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안 정해졌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부담스러운 결정을 공론화위에 떠넘기는 모양새가 돼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 인상은 사실상 불가피하다. 이에 정부는 아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포함한 모수개혁안을 아예 제시하지 않으면서 부담을 국회와 국민에게 전가시켰다.

남 교수는 "정부 스스로의 안이 없으니 공론화위 숙의단이나 시민대표단 500명이 내리는 결정에 모든 짐을 떠넘기는 형국"이라며 "이런 식으로 하는 공론화 조사는 숙의민주주의를 아주 안 좋은 방식으로 소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상균 공론화위원장과 연금특위 여야 간사인 유경준·김성주 의원 등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 출범식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2024.01.31. ⓒ뉴시스

 

"국민연금은 보험상품 아닌 복지제도...낸 만큼 받는다는 건 거짓말"


국민연금 개혁에서 항상 화두가 되는 것은 적립기금의 고갈이다. 일각에서는 적립기금 고갈로 90년대생은 국민연금을 못 받을 것이라는 괴담이 퍼지기도 한다. 그러나 노후보장을 위한 복지제도라는 국민연금의 본질을 생각하면 기금의 고갈은 국민연금의 존폐와 직결된 것은 아니다.

남찬섭 교수는 "정부는 겉으로는 적립기금이 고갈되도 국민연금을 지급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하는 행동을 보면 기금소진론에 갇혀 있다"면서 "공적연금을 운영하는 해외 여러나라 중에 기금이 없는 나라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적립기금 평가액은 지난해 11월말 기준 999조2,420억원으로 집계됐다. GDP 대비 약 45%에 달하는 수준으로, OECD 국가들 중 1위다. OECD 평균은 13.9%(2021년 기준)로, 공적연금을 먼저 시작한 유럽 국가 대부분은 적립기금이 없거나 GDP대비 10% 수준이다.

남 교수는 "기금이 없어지면 보험료가 엄청 오를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국민연금은 '집합적 부양제도'"라며 "국가가 국민들에게 보험금을 받아서 수급자에게 배분해줘야 하는 게 국민연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얼마 냈으니 나중에 얼마를 받겠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급여 산식은 낸 돈을 표시하는 부분이 없다. 소득이랑 가입기간만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민연금 급여 산식을 보면 수급자가 낸 보험료는 아예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국민연금 급여 산식은 '1.2 X (A+B) X (1+0.05n/12)'이다. 1.2라는 숫자는 소득대체율 40%(현재 42.5%)가 나오도록 하는 값이다. A값은 연금수급 직전 3년간 전체가입자 월평균소득의 평균, B값은 본인의 생애평균소득이다. 산식의 뒷부분은 가입기간에 따른 급여율을 정하는 부분으로, n값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다. 40년을 가입했다면 소득대체율 40%를 모두 적용받는다. 즉, 국민연금 급여는 본인의 소득과 가입기간에만 영향을 받는다. 기금의 규모와 수익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남 교수는 "국민연금을 적립방식이라고 소개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국민연금은 낸 보험금이 현재 노인에게 바로 지급된다"면서 "실제 작동방식은 처음부터 부과방식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만으로 급여를 주고도 남는 상황이다. 남는 금액은 적립돼 기금이 된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를 보면 국민연금 수지 적자가 발생하는 시점은 2041년이다. 이때부터 보험료 규모와 급여 규모가 역전돼 기금을 사용해야 하는 시기가 되는 것이다.

적립기금은 애초 설계 당시부터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완충 자금으로 준비됐다. 인구가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국민연금 급여를 받을 시기를 대비한 것이다. 남 교수는 "1988년에 국민연금을 시작할 당시에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동세대로 진출할 때"라며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고 난 다음에는 퇴직 인구가 많아지니까 그 자식세대의 보험료가 올라가는 속도를 낮추려고 적립기금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어차피 사용하도록 설계된 기금인데 소진 시점을 늘리는 방향으로 연금개혁을 논의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지적한다. 그는 "2041년이 되면 매달 들어오는 보험료 수입만으로 연금 급여를 다 지급 못하고, 기금에서 빼서 급여를 줘야 한다. 원래 그렇게 하도록 설계돼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재정안정론자들은 기금이 줄어들면 안 될 것처럼 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을 창고가 터지도록 돈을 쌓고 있는데 정작 마을 노인들은 굶는데도 '마을 창고에 쌓은 돈이 35년 뒤에는 비니까 내는 돈을 더 올려야 한다'는 거다"라며 "이런 나라가 어디있나. 자린고비와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남 교수는 현재 국민연금 개혁안으로 언급되는 '확정기여형'은 국민연금을 민영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확정기여형이라는 게 낸 만큼 받는다고 포장을 하는데 엉터리고 거짓말"이라며 "확정기여형은 말 그대로 보험료 내는 것만 확정시키고 받을 급여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회사에다가 개인연금 넣는 거랑 똑같은 형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개인 민간연금을 부었는데 예를 들어서 연금 상품을 판매한 회사가 중국 펀드에 투자했는데 대박이 나면 많이 받는 거고, 다 날렸다 그러면 그냥 급여도 다 날리는 식"이라며 "그걸 낸 만큼 받는 식으로 한다고 이야기하는 건 완전히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공적 연금도 낸 만큼 받는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2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자택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1.24 ⓒ민중의소리

 

"1,000조원 기금 굴려서 6% 수익...그중 1%라도 사회문제에 투자해야"


남 교수는 수지적자 시기가 정해진만큼 이제부터는 기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에 투자한 부동산 등 자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계획이 있어야 한다. 외국에서도 한국 정부가 기금을 처분해야 하는 시기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기금을 처분하고 원화로 바꿔서 국민연금 급여로 줘야 하는 순간 한국 정부가 '을'이 될 텐데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화 사회, 초저출산 사회를 대비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국민연금 수익률이 평균 수익률이 6%, 민간 수익률이 4%인데 그러면 기금 수익률 중 1~2%는 국민 전체의 공유부라고도 볼 수 있다"면서 "대략 계산해도 50조원에서 100조원 정도일텐데 이걸 청년주택에 투자할 수도 있다. 그게 장기적으로 기금을 안 써서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라고 제안했다.

또 "기금 수익 중에 3~4조원만으로도 무상보육을 하고도 남는다"면서 "청년가족돌봄 문제도 있는데 기금에서 1조원만 써서 공공요양보호시설을 확충하면 그 부담도 충분히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금을 그렇게 썼으면 좋겠는데 재정안정론자는 그런 사업은 일반회계를 써야 한다고 반대하고, 일반회계에서는 재정부담으로 반대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남 교수는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서 조세 지원 방안도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집합적 노후보장 제도라 조세 지원이 들어와야 한다"면서 "독일의 경우 GDP의 25%를 국고에서 지원한다. 우리도 장기적으로는 보험료가 15~16% 수준으로 올라야 하는데 이때 국고가 같이 들어와야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인정해 주는 크래딧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 교수는 "현재 크래딧 제도가 많이 약한 상태인데 출산 크래딧을 육아 크래딧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보완해서 자녀가 둘 있으면 가입기간을 10년 가까이 채울 수 있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군복부 크래딧, 실업 크레딧도 강화해야 한다"면서 "크래딧이 사각지대 해소 효과가 있으니 그쪽에 재정 투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이 노동자를 주요 가입자로 하는 구조인 만큼 노동시장 구조 개혁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남 교수는 "실질 퇴직자가 50대 초반에 나오면 안 된다. 퇴직기가 길어지고, 연금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라며 "지금처럼 젊음을 갈아넣는 노동에서 벗어나서 퇴직 시기를 늦춰야 한다. 주 4일 근무 등으로 노동시간을 대폭 줄여서 가늘고 길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65세 이상 인구가 50%가 넘는 사회를 운영하려면 전체 작동 방식을 바꿔야 한다"면서 "교육제도나 경제활동 시스템이나 퇴직 후에 삶을 어떻게 구조화할 것이냐를 논의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정규직·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등 정규직 외의 노동자들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는 상황도 개선해야 한다. 남 교수는 "국민연금을 가입한 사람만 하는 게 아니고 노동시장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면서 "전통적인 비정규직도 문제지만, 크게 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포착되지 않는 노동자가 많아지는 만큼 노동자 개념을 조정하고 자본의 책임을 끌어올리는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국민연금 공단이 노동시장에 대한 정책을 담당하지 않지만 복지부, 노동부와 협력해서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사용자를 응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적연금은 노후소득보장이 본질적인 기능"이라며 "현재 국민연금은 너무 소득대체율이 낮기 때문에 올려야 하고, 가입기간도 늘리고, 사각지대 해소로 노후소득보장 제도의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 고령화 따라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올리고, 장기적으로는 65세 이상 인구 절반 이상인 사회를 어떻게 구조화할 것인지 노동개혁과 함께 큰 틀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인구고령화 속에서 퇴직 후 노후란 터널을 지나가야 하는데 (그 터널을 지날) 버스의 크기를 키우고 엔진도 새로 갈아 끼워야 한다"며 "크레딧 강화라든지 보험료 지원 강화 등은 버스에 탈 수 있는 출입문 크기를 키우고 (버스에) 오를 수 있는 경사로를 바꾸는 거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안정론은 버스를 키우고 엔진을 갈면, 회사에 쌓아둔 돈이 소진될 테니 버스 크기도 못 키우고 엔진도 못 바꾸겠다고 하는 격인데, 그러면서 버스요금은 '더 내라'고 한다"며 "버스 키우기 등이 동시에 이뤄지면 탄 사람도, 탈 사람들도 필요시 비용은 더 낼 용의가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백겸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윤석열, 당나라와 연합해 고구려 친 신라 김춘추와 닮은꼴



외세를 물리친 고구려

당나라와 손잡은 신라의 민족 배신

고구려는 신라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은 좀체 떨쳐지지 않는다.

외세의 힘을 빌려 동족을 친 신라는 광활한 고구려 땅까지 당나라에 넘겨줬다. 이 때문에 1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신라는 두고두고 원망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지금도 한반도가 외세의 각축장이며, 어디와 동맹을 맺느냐에 따라 국운이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특히 미군을 등에 업고 일본군 자위대를 끌어들여 동족인 북을 치자는 주장이 난무하는 작금의 현실은 아득한 옛날 신라의 잘못을 재현할 것만 같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신라의 삼국통일’에서 우리 민족은 어떤 교훈을 찾아야 할까?

 

외세를 물리친 고구려

신라가 당나라와 동맹을 맺고 백제와 고구려를 차례로 정복했다. 이때가 676년이다.

나‧당 연합군이 침공해 오기 전 60여 년 동안 고구려는 수나라와 당나라의 침략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수나라를 물리친 장수가 바로 살수대첩(612년)을 지휘한 을지문덕 장군이다. 이후 수나라가 망하고 당나라가 들어섰다. 당나라를 세운 당태종도 고구려를 침공했다. 고구려는 안시성 전투(645년)에서 당나라 50만 대군을 물리쳤다.

고구려가 이렇게 오랑캐(수‧당나라)의 침략을 물리친 덕분에 신라 진흥왕은 화랑도를 개편하는 등 평화롭게 국력을 키울 수 있었다.

 

당나라와 손잡은 신라의 민족 배신

648년 신라는 김춘추를 당나라로 보내 공동으로 백제와 고구려를 치자고 제안한다. 김춘추는 대동강을 경계로 ‘이남은 신라가 차지하고 이북 땅은 당나라가 차지한다’는 비밀협약을 맺고 돌아온다.

신라 김유신은 당나라 소정방으로 하여금 계백 장군이 이끈 백제를 치게 한다. 이렇게 백제를 정복한 나‧당 연합군은 고구려를 협공한다.

당나라 이세적이 30만 원정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침략한다. 이에 맞서 싸우던 연개소문 장군이 안타깝게 전사(665년)한다. 이 틈을 타고 당나라는 평양성 정벌에 나섰고 신라군도 이에 호응해 남쪽에서 공격하니 고구려는 더 버티지 못하고 멸망(668년)한다.

당나라는 옛 고구려의 그 광활한 영토에 안동도호부를 설치해 지배력을 행사한다.

뒤늦게 정신 차린 신라는 고구려 잔존세력과 함께 국토회복에 나서지만(나당전쟁), 겨우 평양 북부지역 일부를 되찾는 데 그쳤다.

 

고구려는 신라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나당 동맹을 체결하기 전 신라 김춘추는 백제를 치자며 고구려에 원병을 요청했다. 하지만, 당나라와의 전쟁에 여념이 없던 고구려는 응하지 않았다. 이에 신라는 당나라 군대와 연합해 백제와 고구려를 침공했다.

고구려는 이런 신라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민족을 배신하고 외세와 연합한 신라. 하필이면 고구려가 혈전을 벌이던 당나라와의 동맹. 더구나 고구려 땅 대부분을 갖다 바친 굴욕까지.

민족 내부 문제에 외세를 끌어들이면 결국 이런 사단이 난다.

북미 간 군사대결이 첨예한 정세에서 미국과 동맹을 맺고 대북 선제공격 운운하는 것은 민족 배반 행위 아닌가? 대북 군사동맹에 일본 군국주의를 끌어들였다가 장차 어떤 후과를 치를지 상상해 봤는가?

오늘날 윤석열 정권의 이런 행태가 그 옛날 신라 김춘추의 매국배족 행위와 무엇이 다른가.

단재 신채호 선생은 김춘추를 외세의존적인 음모가라고 비판했다. 어쩌면 북은 지금 고구려가 신라를 보듯 윤석열 정부를 대하는지도 모른다.

 

강호석 기자sonkang114@gmail.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양승태의 무죄, 긴급조치9호 피해자들은 '재판거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기고] 피해자들의 권리회복도 중요하다

장정수 긴급조치사람들 이사 | 기사입력 2024.01.31. 05:04:10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무죄 판결이 정당하느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그러난 무죄판결은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검찰이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자신이 사용하던 개인용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는 디가우징(degaussing)해서 데이터가 지워져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압수수색 영장도 법원이 기각했다.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나올 수밖에 없게 처음부터 세팅돼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의 무죄선고로 사법농단과 재판거래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 피해자들의 문제는 무죄선고와 관계없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법농단을 최초로 폭로했던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판개입사실은 인정된다면서 무죄라면, 재판거래 피해자들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고 지적한 것처럼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있다.

사법농단과 재판거래의 최대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긴급조치9호 피해자들의 경우 절반이상이 여전히 재판거래의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희 독재정권하에서 민주화 투쟁에 참여하다가 긴급조치9호 위반으로 구속됐던 민주인사들로 구성된 (사)긴급조치사람들이 30일 발간한 '긴급조치 재판거래 백서'를 보면 그 피해 현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긴급조치 재판거래 백서' 바로가기 ☞ : 클릭)

백서에 따르면 긴급조치9호 피해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재판거래 피해상황을 조사한 결과 총 192명의 소송제기 피해자들 가운데 53%에 달하는 102명이 패소확정판결을 받아 사법농단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백서에 수록된 긴급조치 국가배상소송 재판사례에 따르면 패소확정판결을 받은 102건 중에서 45건은 1심에서는 피해자들이 모두 승소했으나 재판거래를 위해 짜여진 각본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받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에 모두 패소했다.

사법농단과 재판거래로 인해 국가배상소송에서 패소확정판결을 받은 긴급조치피해자들은 2022년 8월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긴급조치9호는 위헌, 위법이라고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력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배상의 길이 꽉 막혀 있다.

그 대상을 1000여명에 달하는 긴급조치9호의 전체피해자들로 확대하면 약 60%이상의 피해자들이 재판거래로 국가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농단 관련자들에 대한 법원의 무죄판결도 문제지만 그 피해자들의 구제방안에 대해 사법부가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피해자의 관점에서 보면 긴급조치 재판거래의 본질은 헌법적 기본권의 수호를 본령으로 하는 사법부가 재판거래를 통해 조치피해자들의 헌법적 권리인 재판청구권(헌법 27조)과 국가배상청구권(헌법 29조)을 박탈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긴급조치 재판거래 백서'에는 대법원의 수뇌부가 어떻게 긴급조치 사건을 비롯한 각종 시국사건에 대해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통해 청와대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이끌어 냈는지를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백서에 따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휘하의 대법원 조직인 법원행정처의 기획조정실이 2015년 7월 작성한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BH설득방안'이란 문건에는 '정부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구체적 협력사례'로서 대통령 긴급조치 사건이 언급되고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음"이라고 전제하고 긴급조치9호 피해 국가배상소송을 무력화시킨 대법원의 두 판결(2013다217962, 2012다48824)을 '국정협조사례'로 적시하고 있다.

특히 이 문건은 긴급조치에 대해서 "대통령 긴급조치가 내려진 당시 상황과 정치적 함의를 충분히 고려함"이라고 부연암으로써 문제의 대법원 판결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나온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또 사법농단의 핵심인물 중 한사람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기획실장으로 있을 때인 2015년11얼 직접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이란 문건에도 동일한 내용이 기술돼 있다.

이는 긴급조치9호 국가배상 소송의 무더기 패소를 초래한 대법원의 두 판결이 청와대와 상고법원 설치 흥정을 위해 사전에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사법적 단죄도 이뤄져야 마땅하지만 그 피해자들의 권리회복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사법부는 물론이고 국회, 행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장정수 긴급조치사람들 이사 최근글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해영의 지정학 산책] ICJ 결정, 전말과 이후

 
서아시아 평화의 중심고리는 가자전쟁의 종식에 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US-backed)’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 극우정권의 프로파간다와는 달리 여전히 아직 가자지구를 평정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하마스 등 저항세력의 강력한 항전에 심각한 군사적 타격을 입고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 극우정권은 이스라엘 북부 즉 레바논 헤즈볼라와의 확전을 도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은 230만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게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단말마의 고통을 강요했다. 이들이 선택한 것은 하마스와의 힘든 전쟁보다 비무장의 어린이와 여성들을 상대로 한 쉬운 전쟁 즉 학살이었다. 이스라엘군은 단위시간에 가장 많은 어린이와 여성들을 학살한 전쟁사를 통틀어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할, 최고로 용감한 군대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자행한 이 집단학살에 가장 치열하게 팔레스타인 민중들과 연대한 쪽은 예멘의 안사르 알라와 남아공이었다.

먼저 예멘의 안사르 알라 정부의 입장은 간명하다. 이스라엘이 제노사이드를 멈추면, 홍해 봉쇄도 멈춘다. 이 들의 입장은 무엇보다 한국 정부도 가입되어 있는 ‘제노사이드 방지와 처벌에 대한 협약’ 제1조에 근거한다. “제1조 체약국은 집단살해가 평시에 행해졌는지 전시에 행해졌는지를 불문하고 이를 방지하고 처벌할 것을 약속하는 국제법상의 범죄임을 확인한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인구 전체의 1% 이상을 학살했다. 어찌 보면 이들의 목표는 하마스 소탕이 아니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인종청소다. 하마스 제거는 핑계이고 또 그 핑계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가운데 사상자는 계속 늘고 있다.

안사르 알라 정부는 자신들이 이스라엘 향발의 화물 선박을 봉쇄한 것은 바로 이 제노사이드협약 1조에 근거한 국제법상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마찬가지 예멘 정부뿐만 아니라 이 협약에 가입한 전 세계 100개 이상의 나라 역시 이 협약에 근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집단살해를 “방지”하고 “처벌”할 의무가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이 협약에 가입함으로써 제1조상의 의무를 이행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안사르 알라 정부에 대해 미영은 자신의 일부 우호국을 줄 세워 예멘을 침략했고 지금 이 시간에도 홍해전쟁은 진정될 기미가 전혀 없다. 미국은 “규칙기반 국제질서” 수호를 개전 사유로 내걸었다. 미국이 말하는 ‘규칙기반 국제질서’는 국제법이 아니다. 미국이 임의로 정한 자신만의 이익 특히 미국 석유자본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군사행동이다. 미국은 안사르 알라의 봉쇄를 불법이라고 규정한다. 마찬가지 아래에서 보게 될 남아공의 이스라엘 ICJ 제소도 처음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예멘군의 대응은 이스라엘 향발 선박뿐만 아니라 미, 영선박에 대한 공격으로 확장되었다. 미영을 제외한 예컨대 중러 심지어 얼마 전까지도 교전국이었던 사우디의 선박도 자유 통행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포항에서 출발한 지브롤터 이글이라는 선박이 예멘의 공격을 받은 바 있다. 행선지를 밝히지 않고 항해 중이었던 이 선박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기 위해 폴란드로 향하거나 이스라엘로 가는 중이었다는 ‘설’이 있다.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 설립 70주년 행사 모습. 2016. 4. 20. ⓒ뉴시스

‘글로벌 다수’(Global Majority)의 국제법 대 미국의 특수이익의 표현인 ‘규칙’과의 싸움에서 남아공은 국제법을 선택했다. 12월 29일 자 ICJ의 언론보도문에 따르면, 남아공이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과 관련 ‘제노사이드 범죄의 방지와 처벌에 대한 국제협약’ 상의 의무 위반에 대한 소송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신청서에 따르면, “더 광범위한 팔레스타인 국적, 인종적 집단의 일원인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을 파괴하기 위한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이를 자행함으로써 이스라엘에 의한 행위와 태만은 그 성격에 있어 제노사이드적이다.” 그리고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국가기구, 국가의 대리인 그리고 이스라엘의 지시, 명령, 통제 혹은 그 영향력 하에 행동하는 기타 인물과 단위들을 통한 이스라엘의 행위는 제노사이드 협약상의 의무를 위반하였다.”

또 남아공은 “이스라엘이 특정하게 2023년 10월 7일 이후 제노사이드를 방지하는 데 실패했으며 또한 제노사이드에 대한 직접적이고 공공연한 선동을 처벌하는 데에도 실패했고” 나아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이스라엘인에 대한 제노사이드 행위에 종사했고, 종사하고 있으며, 향후 종사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특히 남아공은 국제사법재판소 규칙 제74조 “잠정조치(provisional measures) 지시의 신청은 다른 모든 사건에 우선한다”에 의거 “잠정조치의 지시”를 신청했다. 국제사법재판소 규칙 제74조에 따르면 잠정조치 신청이 있을 시, 재판소장은 재판소가 개정 중이 아니라 하더라도 즉시 재판관을 소집하고 당사자의 구두변론을 위한 변론기일을 지정해야 한다. 규칙 제75조는 나아가 재판소는 ”상황“에 따라 ”직권으로“ 잠정조치 지시가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해 이스라엘국가에 대해 무력행위를 즉각 중지할 것을 지시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현재 이스라엘에 의해 자행되는 팔레스타인 인종청소와 전범행위는 명백한 국제법위반이다. 그렇지만 제노사이드 범죄의 경우 단순한 주장만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인종말살을 위한 “특정 의도(intent)”를 입증하는 문제다. 하지만 신청국 남아공의 신청문에서도 언급되듯, 이스라엘 정부, 전시내각, 고위공무원, 군 지휘관 등은 수많은 경우에 공공연하게 팔레스타인 인종청소를 발언, 지시, 선동해왔다. 이를 입증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남아공의 제소로 개시된 이스라엘 정부에 의한 팔레스타인 민간인 집단살해에 관한 국제사법재판소 변론기일은 1월 11~12일 양일간으로 결정되었다. 이 기간 개최된 변론 절차에서 남아공이 우선적으로 청구한 것은 “잠정절차의 지시”이다. 즉 본안에 앞서 이스라엘군에 의한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집단살해 사안의 긴급성과 회복 불가능성에 근거 “잠정조치”를 법원이 “명령(order)”하라는 취지다.

남아공 측의 이스라엘 집단살해죄 여부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도 출석해서 자기 방어에 나선다. 이스라엘의 변론전략은 이스라엘군의 작전은 하마스의 테러에 대한 정당한 방어권의 행사라는 데에 집중되었다. 이스라엘 정치인이나 보통 사람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무죄의 민간인이란 없다”라는 것이다. 즉 자신들이 보기에도 너무 많은 민간인들을 죽였다고 생각하는지, 절반이 아이들인 이들 죽은 팔레스타인인 모두가 하마스 공범이라는 식으로 자기합리화해 왔다. 아무튼 이스라엘 측 분위기는 다 죽이는지 불가능하다면 시나이사막에 갖다 버리자는 것이었다. 이 원계획이 좌절된 이후 남미나 유럽으로 ‘수출’하는 쪽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그러다 콩고와도 협상을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의 잔학행위는 일반적인 전쟁법상의 비례성과 군사적 목적성이라는 법원칙을 현저하게 일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스라엘 측 논변이 수용될 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우세했다. 이럴 때 시오니스트들의 가장 오래된 방어전략이 이 모든 것이 ‘피의 비방(blood libel)’ 즉 ’반유대주의‘라는 말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정당방어 행위를 집단살해 혹은 인도에 반한 죄라고 말하는 것은 반유대주의적 비방전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담론전략은 이제는 색이 바랐다고 해야겠다. 이스라엘을 가장 큰 위협에 빠트린 것은 네타냐후 극우정권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잠정조치 즉 일종의 가처분이 인용되면 어떻게 되는가. 남아공이나 이스라엘이나 모두 유엔 회원국이자 제노사이드협정의 당사국이다. 즉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이나 차후의 최종판결은 구속력을 가진다. 그래서 규칙 제 74조 제4항에 의거 재판소장은 잠정조치 신청에 따라 내려진 “모든 명령”이 “적합한 결과”를 가져오게끔 당사국이 행동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규칙 제 78조에 따라 재판소는 당사국이 자신의 지시를 이행했는지 여부에 대한 정보요구권을 갖는다.

재판소는 국제사법재판소 규칙에 의거 그 결정을 유엔 사무총장에게 통보하고 사무총장은 이를 유엔 안보리에 즉각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여기에 있다. 만일 이스라엘 정부가 재판소의 잠정조치 명령을 불이행할 시는 어떻게 되는 걸까? 하지만 지금까지의 판례와 해석에 따르면 재판소의 결정이 안보리에 통보되더라도 안보리가 이를 반드시 다루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즉 미국이 비토하면 재판소의 결정이 있더라도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 혹은 국제연합 평화유지군 등과 같은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을 앞두고 예상대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지지하는 글로벌 신앙고백이 시작되었다. 독일 총리 숄츠가 첫 주자였다. 숄츠의 ‘신호등정권’ 즉 사민-녹색-자민당은 역대 최약체다. 그런데 이스라엘을 위해 이 재판에 ‘개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녹색당-실은 ‘갈색’당-출신 부총리와 외교장관 역시 이스라엘 지지를 선언했다. 제노사이드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영국은 그냥 안 봐도 된다. 미국의 속주이자 바람잡이이자 푸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언제나 그랬다. 영국이 하는 말은 그냥 흘려들어도 글로벌 판세를 읽는 데 별 상관없다. 또 하나 항상 미국 시키는 대로 하는 정부가 캐나다다. 트뤼도가 등장 이스라엘이 3만명 죽여도 그건 제노사이드 아니란다. 재판부의 결정이 내려진 후에도 영국은 ‘상당한 우려’를 공식 표명했고, 캐나다는 국방장관이 등장해 재판부의 제노사이드 결정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발표했다.

ICJ 홈피에는 현 15인의 판사 면면이 게시되어 있다. 재판장 미, 부재판장 러를 비롯, 슬로바키아, 프랑스, 모로코, 소말리아, 중국, 우간다, 인도, 자메이카, 레바논, 일본, 독일, 호주, 브라질 출신들이다. ICJ 판사들이 통상의 예로 보자면 순수하게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리라 믿는다면 이는 국제정치맹이라고 하겠다. 출신국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고도로 ‘정치적으로’ 표결한다. 게다가 미, 영이 나서서 판사들을 매수하고 겁박할지 모른다. ICJ의 현 재판장 조안 도노휴(Joan Donoghue)는 판사로 임명되기 전 미 국무성 법률고문이었다. 그 인맥을 타고 들어와 2021년부터 재판장을 맡고 있다. 도노휴 판사는 며칠 전 1월 11일 일본 외무장관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방문했을 때, 일본 출신 ICJ 판사인 유지 아와사와(Yuji Iwasawa) 등과 함께 회동을 가졌다. 뿐만 아니다. 미 국무 블링컨 역시 이즈음-특히 작년 영국이 배후에서 작용했다는 설이 있는-푸틴을 기소한 국제형사재판소 검사장 카림 칸과 국제사법재판소 재판장 도나휴를 면담했다는 말이 한때 돌았다.

그래서 독일은 원래부터 반대표로 예상했었던 표다. 숄츠가 ‘개입’한다는 의미는 그렇게 ‘지시’하겠다는 말이다. 재판장인 미국표도 그랬다. 호주도 같은 앵글로색슨표다. 인도의 모디 정부는 기본적으로 강한 반이슬람이라 이스라엘 편이었다. 일본은 미일동맹표다. 우간다는 미국을 따를 것으로 봤다. 그래서 보자면 우선 미국, 인도, 독일, 일본, 호주, 우간다는 제노사이드 아니라고 할 것이다. 여기 6표다. 반면 슬로바키아, 모로코, 소말리아, 자메이카, 레바논, 브라질 등 6표는 거의 확실하게 제노사이드 표다. 지금까지 6:6 동률이다. 그런데 이번 재판에는 ‘임시’재판관 2명이 추가되었다. 청구인 측인 남아공과 피청구인 측인 이스라엘 재판관이다. 그래서 재판관은 15인에서 2인이 늘어나 17인이다. 하지만 이 2표의 향배는 확정적인 지라 사실상 남는 표는 러시아, 중국, 프랑스 3표다. 제노사이드 ‘잠정조치(가처분) 명령’ 결정을 위해선 9표가 필요했다. 남은 3표 중 2표가 제노사이드를 지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의외였다. ICJ가 남아공의 이스라엘 제노사이드 중단을 위한 잠정조치 신청을 받아들였다. 아래 결정문을 보자.(괄호안은 찬반 표결 결과)
 

ICJ 결정문과 찬반 투표 결과

1.이스라엘 국가는 가자에 대한 제노사이드를 방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shall take all measures).(15:2)
2.이스라엘 국가는 이스라엘군이 그 어떤 제노사이드도 자행하지 않게끔 보장해야 한다.(15:2)
3. 이스라엘 국가는 제노사이드를 공공연히 선동하는 모든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16:1)
4.이스라엘 국가는 가자지구의 열악한 생존조건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적이고 실효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16:1)
5. 이스라엘은 제노사이드협약에 관련된 행위에 대한 증거보존을 위해 실효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15:2)
6. 이스라엘은 1개월 이내에 본 법정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취한 모든 조치를 본 법정에 보고해야 한다(15:2)


쟁점별로 이루어진 표결에서 전부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우간다의 줄리아 세부틴데(Julia Sebutinde)였다. 이스라엘의 임시 재판관은 쟁점 1, 2, 5, 6에는 반대표를 하지만 우간다의 재판관이 반대표를 던진 쟁점 3, 4에 의외로 찬성표를 던졌다. 쉽게 낙관하기 어려웠던 표결에서 사실상 압도적인 표차로 남아공이 승리한 것이다. 물론 남아공이 요구한 즉각적인 전투중지(cease-fire) 대신 “이스라엘군은 그 어떤 제노사이드도 자행되지 않게끔 보장”해야 한다는 우회적 결과를 얻어 냈다. 사실상 전투중지 없이 모든 제노사이드의 중단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그 효과 면에서는 동일하다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의 결정은 어디까지나 ‘잠정조치’(가처분)일 뿐이다. 그리고 그 결정은 제노사이드를 ‘방지’하기 위해 이스라엘 국가와 군은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을 ‘명령’한 것이 골자다. 이것이 제노사이드인지 아닌지는 사실 본안소송에서 다투게 될 것이지만, 이번 결정에서 명령한 것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본안소송에서 제노사이드 최종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놀라운 세기적 재판의 결과 이후 이제 가자에서 총성은 멈췄을까.
 
2024년 1월 28일 현재 가자지구 사상자 ⓒ알자지라

위에서 보듯 1월 28일 현재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26,792명이다. 부상자는 약 7만명이다. 실종자는 8,0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데 사실상 사망자로 보면 된다. 그렇다면 약 3만5천명이 사망했고 이중 어린이 숫자는 1만3천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ICJ 판결 48시간이후까지의 이스라엘 상황 ⓒ유럽-지중해 인권 모니터
‘유럽-지중해 인권모니터’라는 단체가 ICJ 판결 48시간 이후까지의 이스라엘 동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1) 이스라엘의 공격에 의해 가자지구에서 373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고 643명이 부상했다.
2) 가자 남부 칸유니스 지역 병원이 공격받고 포위가 계속되고 있다.
3) 칸유니스지역 주민들이 나세르 병원에 수십 구의 사체를 매장하도록 강요받았다.
4) 이스라엘 포위와 공격에 의해 사망한 사체를 매장할 4개의 대형 묘지가 칸유니스에 만들어졌다.
5) ICJ 결정 이전과 비교 절반도 안 되는 87대의 구호 트럭만이 가자지구에 들어왔다. 6) 구호 트럭을 기다리던 팔레스타인인들이 살해되었다.
7) 이스라엘군이 보안 검문소를 설치했고 칸유니스 난민캠프 서쪽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학대했다.
8)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15% 면적을 차지할 완충지대를 설치하기 위해 가자장벽 동쪽 경계로부터 1.000~1,500미터 내에 있는 거주지 전부를 파괴했다.
9) 누구보다 네타냐후 총리와 재무장관 등이 중심이 되어 ICJ 결정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발언을 의도적으로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영국, 캐나다 등을 중심으로 한 ‘규칙기반 국제질서’ 진영들의 ICJ 국제법 사보타지운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격화되는 중이다. 특히 미, 영, 독일, 캐나다, 호주, 이태리, 스웨덴, 일본 등 소위 집단서방이 일치단결(?)해 가자지구 구호활동의 중추를 담당하는 유엔난민구호기구(UNRWA) 분담금 납입을 거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이른바 ‘정착민’은 이스라엘군의 지원을 받아 인질석방을 구호로 내걸고 구호차량의 가자진입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ICJ 결정이후 현재 가자는 이들 ‘규칙기반’ 집단서방의 사보타지에 의해 새로운 기아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상태라 하겠다.

이미 남아공은 미영을 학살공범으로 ICJ 제소를 준비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와 슬로베니아는 불법점령으로 이스라엘을 ICJ에, 멕시코, 칠레는 전범 혐의로 이스라엘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했다. 벨기에와 아일랜드는 남아공의 소송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번 결정이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더라도 미영불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 경우 압도적으로 친팔레스타인 표결을 해 온 유엔 총회에 이 사안이 회부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이 지금처럼 ICJ 명령을 노골적으로 불복하고 미영독, 캐나다 등 극소수 국가의 뒷배를 믿고 학살행위를 지속할 경우 이스라엘을 유엔에서 배제하고 팔레스타인국가를 정식 승인한다든지 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미 지금 목도하고 있는 첫째, 유엔 안보리의 완전한 균열과 둘째, 유엔 안보리와 유 엔총회의 균열로 귀결되어 국제사회는 앞을 내다볼 수 없을 ‘퍼펙트 스톰’의 대혼란으로 갈지도 모를 일이다.
 
“ 이해영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尹, 9번째 거부권 행사...경향신문 “조자룡 헌 칼 쓰듯 휘둘러”

[아침신문 솎아보기] 이태원참사 특별법 거부…동아일보 “정부 차원에서 참사 원인, 과정 속시원하게 정식 설명한 적 없다”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통령 사과 촉구 칼럼 중앙 “대통령 원래 그런 자리”

전장연 집회 기자 강제 퇴거 사태, 경향 “헌법위배” 한겨레 “서울시 기조 반영”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4.01.31 07:40

  • 수정 2024.01.31 07:43

  •  

  • 언론자유를 지키는 힘, 미디어오늘을 지지해 주세요

▲ 1월25일 의정부제일시장 상인들과 오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31일자 경향신문 1면 사진기사.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이후 법안 수 기준 9번째 거부권 행사로 역대 대통령 최다다. 주요 아침신문 9개 중 8개 신문이 이를 1면에 보도했지만 조선일보는 8면에 보도했다. 다수 신문이 여야 모두의 책임을 묻는 양비론을 편 가운데 동아일보는 “서울경찰청장 등 23명이 기소됐지만 포괄적 책임을 진 정부 고위직 인사는 없었다”며 “야당 역시 총선 후로 특조위 구성을 미루는 등 ‘정쟁 요소’를 막판에 뺐다지만 설명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0일 국무회의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및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특별법(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의결하며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재적 위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법안을 반대하는 국민의힘이 112석을 가지고 있어 법안 폐기가 유력하다.

‘독단적 정부’ 지적한 신문과 ‘극단적 갈등’ 양비론 편 신문

▲ 31일자 국민일보 1면 사진기사.

대다수 신문이 1면에 거부권 행사 소식을 전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거세게 항의하는 유족들의 항의 사진도 담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말고도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50억 클럽 특검법 총 8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거부권을 반복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다. 경향신문은 31일자 1면에 <끝내 거부권… 위로도 없이 돈 내밀었다>고 했고 한겨레는 <이태원 진상규명 끝내 거부>라고 했다.

▲ 31일자 조선일보 8면 기사.

다수 신문은 단순 여야 갈등 구조로 사안을 봤다. <尹, 이태원법 거부권 총선정국 대치 격화>(국민일보), <尹, 이태원특별법 거부권 희생자 유가족-야당 반발>(동아일보), <입법폭주·거부권 악순환 민생 발목 잡는 ‘대결 정치’>(세계일보) 등의 제목을 1면에 달았다. 중앙일보와 서울신문은 윤 대통령의 추모시설 건립 대안 발표를 1면 제목에 포함시켰다. 조선일보는 이를 8면에 다뤘다.

 

사설 논조도 엇갈린다. 경향신문은 31일자 사설 <맹탕 수사하고 이태원법도 거부한 국가의 불통과 독단>에서 정부 책임론을 폈다. 경향신문은 “매번 참사 책임을 물어야 할 윗선·실세 앞에서 수사는 길을 잃었다. 그러고도 참사 유족·피해자들의 진상 규명 요구를 받아 만들어진 특별법까지 다시 거부한 윤 대통령의 독단적 결정이 개탄스럽다”며 “헌법이 입법부 견제를 위해 엄격한 요건으로 제한한 재의요구권을 마치 조자룡 헌 칼 쓰듯 마구 휘두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사설 <‘이태원 참사’ 진상조사 막겠다고 거부권 쓴 윤 대통령>에서 “검찰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처벌을 미루고 뭉개다 기소심의위원회의 공개 권고를 받고 나서야 마지못해 기소했다. 이런데 누가 수사 결과를 믿겠나”라며 “다수 국민의 참사 원인을 밝히자는 특별법안에 거부권을 들이댄 것은 참담한 일이다. 정쟁을 핑계대지만, 진상규명 요구를 정쟁으로 몰고 간 것은 정부·여당 책임이 절대적”이라고 했다.

▲ 31일자 동아일보 8면 사설.

반면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서울경찰청장 등 23명이 기소됐지만 포괄적 책임을 진 정부 고위직 인사는 없었다. 정부 차원에서 참사의 원인과 과정을 속시원하게 정식 설명한 적도 없다”면서도 “야당 역시 총선 후로 특조위 구성을 미루는 등 ‘정쟁 요소’를 막판에 뺐다지만 설명이 더 필요하다. 세월호 사건 등 참사 때 위원회를 반복 구성했지만 소득이 별로 없었던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누구까지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하냐는 문제는 결론짓기가 애매할 수 있다. 하지만 사법적 책임 이전에 관련 당국자가 정치적·도의적 책임이라도 지면서 국민 감정을 누그러뜨렸어야 했는데 전혀 그런 조치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정부의 무신경한 모습에 불만 여론이 팽배하면서 민주당의 ‘특별법 공세’가 가능해진 것이다. 앞으로 이태원특별법은 다시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여야는 이제라도 다시 협의를 시작해 특별법의 위헌적 하자를 제거하고 합의 처리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통령 사과 촉구 중앙 “대통령 원래 그런 자리”

▲ 31일자 중앙일보 칼럼.

중앙일보가 윤석열 대통령 사과를 촉구하는 데스크 칼럼을 냈다.

고정애 중앙SUNDAY 편집국장대리는 31일자 칼럼 ‘시시각각’(윤 대통령 사과할 수밖에 없다)에서 “대통령의 사과에도 일종의 법칙이 있다. 자신들이 하지 않은 일엔 기꺼이 사과하려고 한다”며 “대통령하고 가까운 사람과 관련될수록 더욱 그렇다. 마냥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숙여야 한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고정애 편집국장대리는 “사례는 많다”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문제 등을 거론한 뒤 “지난해 11월 말 첫 보도 이후 대통령실의 침묵(내지 방치) 속에서 퍼지던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논란이 임계점을 넘어 대통령과 여권 2인자가 충돌하는 사안으로 커졌다. 윤 대통령이 주저하는 사이 김 여사의 처신 문제였던 게 대통령의 국정수행 방식(또는 판단력)에 대한 문제가 됐다. 국민을 가장 앞세워야 할 대통령이 가족을 앞세우느라 국민과 맞서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고 대리는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공보처 장관을 지냈던 오인환을 인용해 “아들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YS는 가족들과도 편치 않은 입장이 됐다. (중략) 고뇌 속에 YS는 별건 수사 시비에 상관없이 아들을 구속해 법정에 세우는 결단을 내렸다. 냉소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정치 9단의 YS가 자신이 살기 위해 아들까지 희생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 뒤 고 대리는 “대통령은 원래 그런 자리고, 그래야 하는 자리다. 모두 윤 대통령의 입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전장연 기자 강제 퇴거 사태에 경향 “헌법 위배 소지, 언론 자유 침해”

▲ 31일자 한겨레 12면 기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집회 현장에서 비마이너·레디앙·경향신문 기자 등이 서울교통공사 보안관에 의해 강제 퇴거된 가운데 경향신문이 “언론 자유 침해”라는 사설을 냈다. 한겨레는 기자들에 강경 대응한 서울교통공사를 놓고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라 시의 기조가 즉각 반영되는 구조”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31일자 사설 <취재기자 강제 퇴거한 서울교통공사, 언론 자유 침해다>에서 “지난 22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참사 23주기’ 집회를 취재하던 경향신문 기자 등이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보안관에 의해 강제 퇴거당했다. 해당 기자들이 신분을 증명했지만 막무가내로 역사 밖으로 끌려나갔다”며 “이틀 뒤 서울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환승 통로에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 해고 철회와 복직 투쟁’ 기자회견을 취재하던 비마이너 기자 등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시민의 집회권을 제약하는 것도 모자라 언론 자유까지 침해한 서울교통공사를 비판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언론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가 불가분의 관계이며, 이를 제약할 때는 분명한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의 강제력 집행은 자의적이며, 헌법과 법률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헌법과 법률이 왜 있는지 인식을 찾기 어렵다. 승객 편의를 명분으로 역사 내 집회 강경 대응을 주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시를 최우선한 것은 아닌가”라고 했다.

한겨레도 31일자 12면에서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되는 9호선 집회와 기자 강제 퇴거 등이 발생한 4호선 집회를 비교했다. 한겨레는 “메트로9호선 쪽의 대응은 정반대다. 전장연은 지난해 11월 출퇴근길 지하철 시위 장소를 혜화역으로 바꾸기 전까지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같은 시위를 17차례 진행했는데, 이곳에서 강제 퇴거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대합실에서 이뤄진 침묵시위조차 위법이라며 강제 퇴거시킨 교통공사 쪽과 대비된다”고 했다.

한겨레는 “전장연 시위에 대한 상반된 태도는 두 회사의 지배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메트로9호선은 부산은행이 지분 100%를 소유한 민간기업이고, 교통공사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라 시의 기조가 즉각 반영되는 구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장연 시위를 ‘사회적 테러’라고 비난하는 등 수위를 높이면, 교통공사 쪽도 시위 대응 수준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세월호 10주기, 시사인의 특별한 ‘100명 인터뷰’

  • 유승민 “윤 대통령, 김건희·해병대·이태원·MBC 문제가 총선 해법”

  • [영상] “한동훈, 윤석열 아바타 아니라면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용해야”

  • 이태원참사 특별법 438일만 통과…국민의힘 퇴장, 권은희만 찬성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30일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 측의 시위 진압 등 행위가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등 위법성이 있다는 의견서를 교통공사에 제출하려 했지만 공사 측은 수령을 거부했다. 공사 측은 사전에 교감된 부분이 아니라 (수령에)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 # 해시태그

 

박재령 기자구독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이 위헌이라니...대통령 거부권에 유가족 오열

 

 

정부여당, 셀프 진상규명 시도 막히자 공정성 운운

“특조위가 국민기본권 침해? 전혀 근거 없어”

인파에 떠밀린 건 원인 아닌 현상...여전히 진상규명 필요

정부, 유가족 서로 못 만나게 하고, 장례 빨리 치르라 압박...“이게 지원이냐”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마저 거부권을 행사했다. 참사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30일 한덕수 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신속하게 재가했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이 반헌법적이고 공정하지 않다는 구실을 내세웠다.

유가족들은 국무회의 내내 정부청사 앞에서 처절하게 항의했지만, 끝내 정부는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묵살했다.

유가족들은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헌법 가치"라며 "159명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윤석열 정부야말로 위헌정부”라고 규탄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 기자회견을 하던 중 국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거부권)이 의결되자 슬퍼하고 있다. 2024.01.30. ©뉴시스

정부여당, 셀프 진상규명 시도 막히자 공정성 운운

이날 오후 시청 앞 희생자 분향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유가족들의 분노와 절규로 가득찼다.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특별법에 담긴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구성이 공정하지 않다는 정부 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당초 여당이 특별법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던 까닭은 특조위 위원장 추천권을 정부·여당이 가져가겠다는 시도가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정부 실정을 조사하는 기구에 친정부 인사를 추천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것.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조사 대상이 되어 진실이 규명되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냐”며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위해 정부 영향에서 자유로운 조사기구를 구성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강조했다.

“특조위가 국민기본권 침해? 전혀 근거 없어”

정부가 거부권 행사 근거로 내놓은 입장에 대한 상세한 비판도 제기됐다.

정부는 거부권 행사 근거로 ▲특조위가 영장 없이 동행명령을 하거나 압수수색 영장 청구의뢰를 하여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 ▲특조위 구성의 중립성 결여, ▲특조위의 사법부·행정부 권한 침해 우려, ▲국정조사 등을 통한 기존의 충분한 진상조사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윤복남 변호사는 “특조위의 동행명령권과 영장 청구 의뢰권은 이전 세월호 특조위나 사참위(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가졌던 권한”이라며 “과거 조사위 활동에서도 위헌성이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중립성 결여 주장에 대해서도 “특별법상 특조위원 11인은 여야가 각각 4인을,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와 협의하여 3인을 추천하도록 하는 구조인 만큼 충분히 공정하다”고 일축했다. 만약 국회의장이 야당 인사라는 게 문제라면 ‘관련단체’를 특정하지 않았으니 다양한 의견 전달을 하면 된다는 말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거부권) 의결 대한 유가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1.30. ©뉴시스

인파에 떠밀린 건 원인 아닌 현상...여전히 진상규명 필요

특조위가 사법부·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할 것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윤 변호사는 “행정부가 재난원인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경우 그 역할을 대신할 독립적 조사 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해외 사례에 비춰도 보편적”이라며 “특조위는 기본적 조사를 수행하는 기구이고 사법 판결을 내리는 기관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정부에 의한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진 바 없다. 경찰 수사는 용산경찰서장, 용산구청장 등 일부 관련자만을 기소하는 데 그쳤고, 국회 국정조사는 출석 자체를 회피하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한 자들이 너무 많았다.

이에 윤 변호사는 “특수본은 사건 발생 74일이나 되어서야 군중 유체화(사람이 인파에 떠밀리는 현상)를 원인이라 얘기했지만, 그건 모두가 알고 있었던 현상에 불과하다”며 “참사 이전에 왜 경비대를 배치하지 않았는지, 119 신고 대응이 왜 지연되었는지는 여전히 아무도 모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엔 자유권 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이태원 참사에 대한 독립적인 기구 설립을 권고한 데에는 합당한 근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유가족 서로 못 만나게 하고, 장례 빨리 치르라 압박...“이게 지원이냐”

정부의 생색내기용 변명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내세우는 유가족들에 대한 전담 공무원 배치와 장례지원, 의료비 지원 등에는 어떤 내실도 없고, 오히려 사건을 덮으려는 치졸함이 돋보였다는 것.

이와 관련해 조인영 변호사는 “장례지원 과정에서 배치된 전담 공무원은 장례식장에서 유가족들이 서로 못 만나게 하고, 장례를 빨리 치르라 독촉하기까지 했다”며 “의료비 지원의 경우 유가족에게는 문자 한 통으로 안내하고, 참사 생존자에게는 그조차도 하지 않아 의료비 지원을 받지 못한 희생자들이 즐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부실 대응을 감시 감독하기 위해서라도 특별법 제정을 통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거부권 의결과 더불어 정부가 발표한 ‘희생자·유가족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 계획’에 대해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 위원장은 “1년 넘게 무수히 호소하고 절규할 때는 단 한 번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철저히 외면하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피해자를 위하는 척 하는 것은 거부권 행사에 대한 반발을 막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특별법을 통한 특조위가 아닌 어떤 것도 정부 측과 논의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거부권 행사로 말미암아 안전사회로 나아갈 길이 요원해진 가운데, 국회 재의결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재의결은 국회의원 출석 2/3가 찬성하면 가결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여러 발 발사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4.01.30 11:29
  •  
  •  수정 2024.01.30 15:21
  •  
  •  댓글 1
 

합동참모본부(합참)이 “우리 군은 오늘(1.30) 07시경 북측 서해상으로 발사한 미상 순항미사일 수 발을 포착하였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제원에 대해서는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분석 중”이라고 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미측과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으며, 북한의 활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알렸다.

30일 오전 국방부 정례브리핑 계기에 ‘순항 미사일 발사 장소가 육상인지 해상인지’에 대해 질문을 받은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분석 중”이라고 짧게 대꾸했다.

아울러 “(지난 28일 신포에서의) 발사 플랫폼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로 특정하지 않고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을 하고 있다”면서 “어느 한쪽이라고 무게를 두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성준 공보실장은 “현재 북한군은 동계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알렸다. 지난 24일과 28일에 이은 이날(30일) 북한군의 순항미사일 발사가 동계훈련의 일부로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지난 28일 북한이 시험발사한 '불화살-3-31형'. [사진 갈무리-노동신문]
지난 28일 북한이 시험발사한 '불화살-3-31형'. [사진 갈무리-노동신문]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24일 서해상으로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 첫 시험발사를 단행했다. 사흘 뒤인 28일에는 함경남도 신포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역시 ‘불화살-3-31’형을 발사했다.

대량파괴무기인 탄도미사일과 달리, 정밀타격무기인 순항미사일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따른 금지 대상이 아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전쟁위기] 접경지역 군부대 앞을 뒤흔든 ‘대북 적대 훈련 중단’ 외침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4/01/29 [18:04]
  •  
 

▲ 대진연은 29일 포천과 연천 군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달아 열었다. 포천의 승진훈련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 김영란 기자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은 29일 접경지역인 포천과 연천 군부대 앞에서 연달아 ‘전쟁 부르는 대북 군사훈련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진연은 윤석열 정권의 대북 적대적인 군사훈련에 의해 한반도 전쟁 위기가 최고조로 달하고 있다며 ‘극우 전쟁광 윤석열 탄핵’, ‘무책임한 즉·강·끝 신원식 국방부장관 파면’, ‘대북 적대적인 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했다.

 

특히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의 횟수와 미국 핵전략 무기의 한반도 진입 횟수 등에 관해 전임 정권과 윤석열 정권을 비교하면서 현 전쟁 위기의 주범이 윤석열 정권이라고 성토했다.  

 

대학생들의 구호 소리와 연설은 군부대 앞을 뒤흔들었고, 동네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다.

 

  © 김영란 기자


먼저 정오에 포천 8사단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용환 회원은 “지금의 정세는 전쟁을 코앞에 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이렇게까지 전쟁 위기가 고조 된 이유는 한·미·일 전쟁 동맹의 강화 때문”이라며 “전임 정권은 단 한 차례도 한·미·일 연합훈련을 진행하지 않았는데 윤석열 정권은 지난해에만 8번이나 했고 연초부터 해상과 공중에서 훈련을 했으며 또 벌일 예정”이라며 한·미·일 연합훈련의 심각성을 짚었다.

 

▲ 포천 8사단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 구한이 통신원

 

조서영 회원은 “윤석열 정권에서 전쟁에 미친 자는 비단 윤석열뿐만이 아니다”라며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라’는 ‘즉·강·끝 원칙’을 말했다. 전쟁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전쟁을 부추기고만 있다”라며 “윤석열의 정권 위기, 총선 위기, 김건희 특검 위기를 과거 이승만 정권 때처럼 전쟁으로 돌파하려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윤겨레 회원은 “윤석열 정권에 의해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지금, 가장 위험한 지역은 서해이다. 북한이 ‘국제법’에 근거해 그은 군사분계선과 남한이 ‘임의로 설정한’ 북방한계선이 겹쳐 있어 군사적 충돌이 언제라도 생길 수 있다”라고 서해상의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짚었다.

 

이어 오후 12시 30분 연천 5사단 앞에서도 기자회견이 열렸다.

 

5사단은 지난해 12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해 이른바 ‘선조치 후보고’를 언급하며 대북 적대적인 발언을 했던 부대이다,

 

“군사 충돌 야기하는 윤석열을 탄핵하자!”

 

▲ 연천 5사단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 김영란 기자

 

힘찬 구호에 이어 문한결 회원은 “지난 17일 진행된 한·미·일 해상훈련은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일 해상 연합훈련이다. 이 훈련은 핵전쟁을 시사한 강력한 전쟁 도발”이라며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이런 훈련을 미일과 다년간 하기로 합의했다. 동포에게는 핵미사일을 겨누고 전범기를 단 일본 자위대와는 전쟁 훈련을 이어가겠다니, 이게 제정신인가”라고 호통쳤다.

 

이어 “전쟁을 막기 위해서 윤석열의 전쟁 도발을 막아야 한다. 특히 계속해서 미국의 핵무기를 들여오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는 일은 기필코 막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영란 기자

 

서원진 회원은 “윤석열은 대통령 후보 시절 때부터 ‘선제타격’, ‘확전 각오’, ‘주적은 북한’ 등등 북한을 자극하는 망언을 내뱉었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후에는 2017년에 29건이었던 한미연합훈련이 2023년에 281건으로 10배 가까이 대폭 증가하여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었다”라며 “국민의 안전, 생명 이런 건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본인의 정치적 이득만을 신경 쓰는 자는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땅에서 나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윤민 회원은 “전쟁훈련을 한국과 미국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있다. 한·미·일 전쟁동맹을 강화하며 일본 자위대가 다시 우리 땅 한반도에 들어오고 있다. 전범기를 내건 일본이 우리의 하늘, 땅, 바다에서 전쟁훈련을 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전쟁 훈련이 예정되어 있다”라며 “한·미·일 전쟁동맹을 이대로 두면 진짜 이 땅 한반도에서 전쟁이 난다. 전쟁을 불러오는 한·미·일 연합훈련 당장 중단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영란 기자

 

포천 8사단과 연천 5사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던 대진연 회원들은 오후 2시 포천의 승진훈련장 앞에 모였다.

 

포천의 승진훈련장은 올해 초 북한을 겨냥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였던 곳이다. 승진훈련장 앞에 도착하니 훈련이 진행 중인지 포사격 소리가 들렸다. 

 

대진연 회원들은 힘찬 구호를 외치고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남북관계 악화시키는 대북 강경 정책 즉각 중단하라!”

“정권 위기 탈출용 전쟁 위기 조장 윤석열을 탄핵하자!”

“탄핵이 평화다. 전쟁을 부르는 윤석열을 탄핵하자!”

“극우전쟁광 신원식 국방부장관 즉각 파면하라!”

 

  © 김영란 기자

 

안성현 회원은 “윤석열과 신원식은 접경지역에서 북한을 상대로 한 전쟁 연습의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또한 군부대에는 ‘선조치 후보고’를 요구하며 틈만 보이면 전쟁을 시도하고 있다”라며 “(윤석열 정권의) 계속되는 대북 적대 행동과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전쟁 훈련의 결과는 전쟁이다. 즉각 대북 적대 군사훈련을 중단하라”라고 말했다.

 

임정민 회원은 “진짜 도발은 누가 하는가. 집권 초부터 선제타격이라는 말로 전쟁광의 전쟁 의지를 내보이고, 6년 만에 국방백서의 주적 표현을 다시 적어낸 윤석열의 그 행보가 바로 도발 아니겠는가”라고 윤석열 정권을 비판했다.

 

김조은 회원은 “새해가 된 지 한 달도 안 지났는데, 벌써 전쟁을 불러오는 연합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힘에 의한 평화를 말하던 윤석열과 미국이 전쟁 위기만 최고조로 끌어 올리고 있다”라며 “한반도에 전쟁만을 불러오는 한미연합훈련 지금 당장 중단하라”라고 힘주어 말했다.

 

  © 김영란 기자

  

대진연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면서 포천 승진훈련장을 향해 “전쟁을 원하는 자는 정권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윤석열 아닌가. 패권 유지를 위한 미국 아닌가. 전쟁을 불러오는 군사훈련 즉각 중단해야 한다”라며 “역대 최대 규모 전쟁훈련 당장 멈추라. 미국의 전략자산 당장 그만 들여오라. 전쟁을 불러오는 모든 대북 적대 행동 멈추라. 전쟁 부르는 윤석열을 탄핵하자. 윤석열 탄핵이 평화”라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 승진훈련장을 향해 큰 소리로 대북 적대 훈련 중단을 외치는 대진연 회원들.  © 김영란 기자

 

한편, 연천 5사단 앞에서 대진연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주민은 학생들을 격려하며 음료수를 갖다줬다. 

 

주민 ㄱ 씨는 “주민들도 전쟁이 일어날까 봐 불안하다. 지금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일어나면 그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라며 “어른들도 각성해 대통령을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각계의 투쟁과 움직임이 연초부터 활발해지고 있다.

 

▲ 포천 승진훈련장 앞에서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에 1인 시위를 하는 대진연 회원.  © 김영란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선거철만 되면 '경청', 끝나면 '강제철거'

"세금내고 장사하고 싶다"

노점상 특별법. 2년 째 계류 중

불법이라면서 선거철엔 경청, '모순적'

2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 및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선거철, 정치인들의 배경이 되곤 하는 노점상. 이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세금내며 장사하고 싶다”고 절규했다. 헌법 15조에 명시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달라는 소리다.

사실 정치인은 민심을 얻으려고 노점상을 이용하지만, 정작 이들의 고충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에 국회 본청 앞에서 29일 열린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 및 기자회견’. 이 자리에 참석한 노점상인들은 “30만 명의 국민이 노점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관련한 법 제도가 하나도 없다”며 “당당하게 세금 내고 장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2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 및 기자회견’ ⓒ 김준 기자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점상인들”

2022년 1월 ‘노점상 생계 보호 특별법’이 5만 명 청원을 달성해 국회에 발의됐다. 그러나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청원 소위원회에서 단 1차례 논의가 됐을 뿐,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언론은 이들을 ‘탈세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불법 상인’이라고 호도한다. 그러나 노점상인들은 세무서에서 세금을 내려 해도 낼 수 없다. 세금계산서와 영수증 발급 의무가 없는 면세 대상이기 때문이다.

2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 및 기자회견’ ⓒ 김준 기자

한국도시연구소가 2021년 9월부터 10월까지 민주노련과 전국노점상총연합에 가입한 노점 중 수도권, 대전, 울산 지역의 상설 노점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월평균 운영 소득은 131만 2000원이었다. 100만 원 이하는 54.9%로 절반이 넘었고 평균 채무 금액은 약 7,400만 원에 달했다.

이 와중에 노점상은 강제 철거 위협도 받는다. 지난해 청량리 일대에 마차를 운영하는 노점이 동대문구청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지난해만 동대문구청에서만 20회 이상 철거가 진행됐고, 노점이 없어진 곳에는 대형화분이 들어섰다. 철거 이유는 근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입주민들의 ‘민원 우려’였다.

노점상인들은 “비록 도로를 점유하고는 있으나 도로의 본래 기능인 원활한 통행권을 충분히 보장했기 때문에 정비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행정대집행법상 강제 철거 요건인 ‘심히 공익을 해할 것’이라는 요건에도 부합하는지 입증되지 않았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복지국가에서는 가난은 나라가 구제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 복지국가의 핵심이지만 세금을 들여 노점상인들을 마구잡이 폭력단속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현실이 이런데, 선거철마다 노점상을 찾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은 “정치인들이 선거 때면 노점상을 찾아와 서민 코스프레를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척결해야 할 제1순위 대상이었다”며 “이런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2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 및 기자회견’ ⓒ 김준 기자

2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 및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의 노동당 전원회의 및 최고인민회의 분석과 전망

[기고]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신년토론회 개최 / 장창준

  • 기자명 장창준 
  •  
  •  입력 2024.01.29 11:11
  •  
  •  댓글 1
 

장창준 / 한신대학교 통일평화정책연구센터 소장,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연구위원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가 지난해 연말 북측 전원회의와 올해 초 최고인민회의 내용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토론회를 지난 18일 개최했다.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가 지난해 연말 북측 전원회의와 올해 초 최고인민회의 내용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토론회를 지난 18일 개최했다.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북이 지난해 말 전원회의, 올해 초 최고인민회의를 연이어 개최하여 2023년을 평가하고, 2024년을 전망·계획하였다. 두 회의에서 나온 통일 관련 ‘충격 발표’ 때문에 다소 묻힌 경향은 있지만, 북은 2023년을 의미 있게 평가하고,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경제발전 5개년계획 4년 차를 맞는 올해의 계획을 제시했다.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는 지난 1월 18일 두 회의의 내용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토론회를 개최하여 북의 사회주의 경제, 식량과 농업 등의 현황을 살펴보았고, 대외 정책과 대남 정책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토론회는 변학문 소장(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3명의 발표 후에 최장호 박사(대외경제경책연구원), 엄주현 박사(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이연희 사무총장(겨레하나)이 토론하였다.

2023년 북 경제 평가 “구체적 수치 제시 성과 강조, 전반적인 생활 수준 유지·개선”

북 경제에 대해 발표한 최은주 박사(세종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북은 1) 단기과제로서 현행 생산을 활성화하고, 중장기 과제로서 정비보강 전략을 병행 추진하는 한편 2) 당의 중점 정책으로 제시한 농업, 건설, 지방발전, 미래세대 정책을 추진했다.

북은 전원회의에서 1) 12개 중요 고지를 모두 달성했으며 특히 제1항목으로 선정한 알곡 생산 목표를 초과 수행하는 것을 최고 성과로 제시했다. 또한 2) 2020년 대비 국내총생산이 1.4배 상승했다고 밝히고, 중요지표 생산량을 초과 달성했다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3) 당의 중점 정책 중 지방발전 관련 성과를 별도로 제시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8차 당대회 과업 수행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고비, 극한점을 돌파”하였다고 자평했다.

이와 관련하여 최은주 박사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여 성과를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2020년 이후 거듭된 부진 속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2023년에는 주요 부문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제시하여 경제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주민 생활과 직결된 시장 물가 또한 안정세 및 하락세를 보여 전반적인 생활 유지와 개선이 가능해졌을 것으로 내다봤다.

쌀과 옥수수의 가격이 2022년 3/4분기부터 안정세를 유지했다. (최은주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쌀과 옥수수의 가격이 2022년 3/4분기부터 안정세를 유지했다. (최은주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최은주 박사에 따르면 이런 성과는 북의 투자 증대, 무역 증가, 자연환경 호조 등의 복합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다. 8차 당대회 이후 추진된 금속, 화학, 기계공업 등에 대한 투자 사업 중 일부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고, 대외 무역이 회복세로 접어들어 원부자재 수급 문제가 개선되어 공장 가동에 따른 부담이 감소했다. 농업 옉산을 별도로 책정하여 확대 편성하고, 영농물자를 수입하거나 증간했으며, 양호한 기상 여건 등이 작용하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3년 1/4분기부터 가격이 내리기 시작했고, 2/4분기부터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최은주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2023년 1/4분기부터 가격이 내리기 시작했고, 2/4분기부터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최은주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다만 최은주 박사는 경제 전반에서 회복세를 보인다는 평가는 가능하지만, 구체적인 수치들과 관련해서는 고려해야 할 지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북이 2020년 대비 국내총생산이 1.4배 증가했다고 하였으나, 기준 가격 설정 등의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정확한 평가를 하는 데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총량 및 생산 측면의 성과가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르게 배분되는지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24년 북 경제 전망 “예산 확대 편성, 지방발전 20×10 정책 제안”

최은주 박사에 따르면 2024년 북의 경제정책은 2023년의 기조, 즉 현행 생산 활성화(단기)와 정비보강 전략(중장기)의 병행 추진을 지속하는 것이다. 당면 과제로 12개 중요 고지를 다시 선정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다만 예산은 확대 편성하는 흐름이다. 최은주 박사는 2023년 경제 성과를 반영하여 예산 수입 및 지출 규모 모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 이후 1% 안팎의 증가율을 유지했는데, 2024년 예산 계획에서 수입은 2.7%, 지출은 3.4% 증가했다. 경제 부문은 전체 증가율보다 낮은 2.4% 늘었고, 국방 부문은 동결되었다.

최은주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최은주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예산 증가와 더불어 수도와 지방의 차이, 지역간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장기 정책으로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제시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정책은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20개 군에서 지방공업공장을 현대화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한다. 정책의 목표는 시, 군을 단위로 자체의 자원, 원료 등을 활용하여 기초식품, 식료품, 소비품을 보장함으로써 주민들에게 기초적인 생활 편의와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최은주 박사에 따르면 북은 지금까지 시, 군 강화 노선을 제시하고 지방 경제발전을 추진해 왔으나 지역의 낙후성을 개선하는 데서 미진했다고 자평하고, 지방 경제발전을 당면 문제로 인식하여 빠르게 착수하면서도 10년에 걸친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정책의 추진 여건은 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요인이 많다고 최은주 박사는 지적했다. 우선 대북 제재의 경우 실효성 있는 조치를 추가하기 쉽지 않다. 대외경제관계 재개의 물질적, 제도적 장애물로 작용하던 방역 조치도 완화되어 무역이 회복하고 관광 등이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다. 자연재해 영역에서도 북은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대외적 측면에서도 북은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경제 교류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2023년과 2024년 북의 농업 “북 경제와 농업 평가의 키워드는 정상화”

농업 평가에 들어가기에 앞서 김일한 박사(동국대학교)는 북 경제의 키워드를 “정상화”라고 제시했다. 북 경제 상황 전반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북의 거래수익금(부가가치세)은 완연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가기업리득금(법인세) 역시 소폭이지만 반등하고 있다. 그 결과 예산 수입 및 지출 역시 증가세로 접어들었다. 이는 코로나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이라고 김일한 박사는 평가했다.

거래수익금, 국가기업리득금, 예산이 모두 증가 추세를 보인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거래수익금, 국가기업리득금, 예산이 모두 증가 추세를 보인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시장 환율 역시 안정적 추세를 보이며, 이 역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일한 박사는 무역 재개 기대감에 따라 환율이 정상화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코로나 펜데믹 기간 널뛰던 환율이 펜데믹 종료 후 안정세를 보였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코로나 펜데믹 기간 널뛰던 환율이 펜데믹 종료 후 안정세를 보였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김일한 박사는 지난해 식량 생산 관련하여 북이 알곡 생산 목표를 103% 달성했고 “최근년간에 볼 수 없었던 높은 수확고”라고 평가한 것을 지적했다. 김 박사는 올곡식(봄작물)과 가을작물이 각각 10~20% 정도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2023년 550~600만 톤 정도 생산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렇다면 이런 북의 평가는 어느 만큼 신뢰할 수 있을까. 김일한 박사는 이를 위해 육종과 품종 개량 등 영농과학기술, 종자와 비료 그리고 농기계 등 농자재 공급, 물길 공사와 저수지 등 농업 인프라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에 대한 구체적 평가를 진행했다.

첫 번째 요소인 영농과학기술 영역을 보면, 북 과학기술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이라 할 수 있는 2.16과학기술상 수상 과제 총 118개(2012~2023년) 중 농·축·수산 분야가 17개를 차지했다. 즉 영농과학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2012~2022년 북한의 학술지 「생물학」에 총 2,479개의 논문이 게재되었는데, 이 중 식량작물 관련 논문이 294개로 가장 많았다.

농축산 수산분야가 에너지 분야에 이어 2.16과학기술상을 두 번째로 많이 받았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농축산 수산분야가 에너지 분야에 이어 2.16과학기술상을 두 번째로 많이 받았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생물학 연구 동향에서도 농림수산식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그 중에서도 식량작물 관련 논문이 가장 많이 게재되었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생물학 연구 동향에서도 농림수산식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그 중에서도 식량작물 관련 논문이 가장 많이 게재되었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두 번째 요소인 비료와 농기계 등 농자재 공급 관련하여 김일한 박사는 흥남비료연합기업소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등에서 비료 생산이 활발하게 이뤄졌고, 농기계의 생산과 공급에서도 발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2년 9월 5,500대의 농기계가 생산되었고, 2023년 9월에도 10,000여 대의 농기계가 생산된 사실을 제시했다.

세 번째 요소인 농업 인프라 역시 식량 증산에서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김일한 박사는 지적한다. 2만 4,000여km의 관개물길보수, 1만 2,000여 개소의 지하수시설 건설 또는 확장, 2,400여km에 걸친 관 연장 공사, 3,000여 개소의 양수장 신설 등 관개체계가 정비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강령호담수화공사, 해안방조제영구화공사, 청천강-평남 관개물길공사가 완료되었다.

지난해 북은 많은 지역에서 관개를 위한 물길 공사를 진행했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지난해 북은 많은 지역에서 관개를 위한 물길 공사를 진행했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한편 김일한 박사는 2024년 농업 예산이 0.1% 증가한 것에 불과하지만, 2023년에 이미 14.7% 증액했기 때문에 타 분야에 비해 적은 비중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올해 역시 북의 농업은 지난해의 정상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북의 대외·대남 정책 “전쟁 대비,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전환”

전원회의와 시정연설에서 밝힌 북의 대외·대남 정책은 우리 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특히 남북 관계를 통일 지향 관계에서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새롭게 규정하고, 전쟁이 일어날 경우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언급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3대헌장기념탑 철거 발언은 조국통일 3대 원칙, 연방제통일 등 김일성 집권기부터 북이 추진해온 통일정책을 전면 무효화하는 ‘충격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장창준 박사(한신대학교 통일평화정책연구센터 소장)는 한반도 현실에 대한 북의 냉정한 진단에서 나온 근본적 방향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장창준 박사에 따르면 북은 “한미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전쟁을 막겠다”는 강한 억제 의사와 더불어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제2의 사명, 즉 선제공격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했다.

또한 장창준 박사는 7차 당대회와 8차 당대회에서 나온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북의 대남 정책 변화 과정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7차 당대회에서 북은 평화적 통일과 비평화적 통일이 모두 가능하지만,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하려는 입장을 피력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평화 조치였다. 그러나 2019년을 거치면서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개선하려는 북의 시도는 좌절되었다. 북은 남측과 미국이 자신의 평화 노력을 거부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 8차 당대회에서 북은 미국과의 강대강 대결을 채택했고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교착상태를 수습할 것인가 전쟁인가 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장창준 박사는 8차 당대회에서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북남 선언들을 무겁게 대하고 성실히 리행”할 것을 요구하고, “남조선 당국이 계속 우리를 몰아붙이려고 할 때에는 우리도 부득불 남조선을 달리 상대해 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 문구를 인용하며, 북의 대남정책 변화는 한미 양국이 자신들의 평화적 통일 정책을 거부하고, 적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결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창준 박사에 따르면 당분간 혹은 장기간 남북, 북미 대화와 교류는 열리지 않을 것이며, 가장 극심한 전쟁 위기 상태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비무장 지대와 NLL 인근에서 남북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으며, 사소한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확률이 아주 높은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비무장지대와 NLL 인근에서 모든 군사행동을 중단하는 것이 한반도 정세 관리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토론자들, 우리 사회의 대북 사업에 대한 성찰 필요성 강조

토론에 나선 엄주현 박사(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에 따르면 북의 보건의료 부문에서는 2023년 한해에만도 합성의약품 생산공장 건설, 중앙질병예방통제소 신축, 도 차원의 표준약국 건설 등 많은 변화가 있었고, 각 도와 4개 직할시에 있던 도인민병원, 시인민병원의 명칭을 도종합병원으로 변경했다. 여기에 더해 위생방역소의 명칭을 질병예방통제소로 모두 변경하는 등 보건의료체계 전반을 손보고 있다.

엄주현 박사는 “북이 이렇게 변화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계속 ‘인도적 지원’만을 얘기했다”면서 남쪽 사회에서 대북 교류사업에 대한 평가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그동안 추진한 교류 협력을 돌아보고 과연 그 행동이 평화를 위해 기여했는지 등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연희 사무총장(겨레하나) 역시 토론에서 ‘북이 남측을 대등하고 책임있는 협상 상대로 보지 않는 것’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또 대화가 열리겠지, 하는 생각은 안일한 인식이다.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한미-한미일 동맹체제가 더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에, 이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대화의 입구가 열리지 않을 것이고 열린다 해도 반복이라는 것을 북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사회가 자주적인 주권행사가 가능한 사회인가, 평화체제로 이행할 동력이 있는가, 이런 질문 앞에 ‘없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라며, “결국 한미동맹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서 “남북이 다시 통일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과 역량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앞으로 통일운동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인터뷰]이광수 “서민이 빚내서 다주택자 집 받아주라는...정말 나쁜 정책들”

불황 때마다 되풀이되는 부동산 PF 위기... “망하게 두고 시장 원리 따라야”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민중의소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1.24 ⓒ민중의소리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면 주식, 부동산을 다뤄왔는데, 이 분야를 다루는 전문가들이나 경제지들이 굉장히 보수적이라고 느꼈다. 그러다 그들과 다른 시야로 보는 경제지를 만들어 경제와 정치 얘기를 같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만든 게 지금의 ‘광수네복덕방’이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치우쳐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부동산 시장을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광수네복덕방’을 열었다. 한 달에 두 번 부동산 관련 리포트를 내고, 무료로 배포한다. 이 대표는 “‘내가 왜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 어쩌면 거기에 사회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 건 아닌지’라는 고민을 던져주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 이 대표의 가장 큰 관심사는 ‘가계’다. 가계의 소득, 가계의 자산, 그리고 가계의 벌이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제대로 분석해야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 1인당 GDP가 3만5천불이라고 하는데, 그럼, 4인 가족 기준 1년에 1억 넘게 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그런 가계는 거의 없는데 우리는 그렇게 가정하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걸 깨야 한다. 정부나 개인이 어떤 고민을 할 때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런 걸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과거 부동산 정책만 되풀이 하는 윤석열 정부


지난 24일 <민중의소리>와 만난 이광수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서 나오는 부동산 정책들에 대해 “너무 뻔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들”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국면에서 과거 보수 정권들이 내놓았던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는 현재까지 집값 부양책으로 점철된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다.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대출도 풀어줬다. 가장 최근엔 재개발·재건축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또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혜택도 늘리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순서도 거의 똑같다. 처음에는 ‘규제지역 해제’처럼 시행령만 바꾸면 되는 정책을 추진하고, 그래도 집값이 떨어지면 법을 바꾸는 ‘세제혜택’ 등의 정책을 내놓는다”면서 “그래도 안 되면 금융시장을 건드려 대출을 완화하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민중의소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1.24 ⓒ민중의소리

기존 부동산 정책들과의 차이점으로는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 역시 잘못된 정책이라고 했다. 특히 이 대표는 작년 1월 말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을 지목하며 “정말 나쁜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돈 없는 서민들에게 ‘빚내서 집 사라’라고 등 떠미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대출받는 대상은 무주택자들, 서민들이 대부분이다. 고금리 상황에서 돈 많은 사람들은 대출을 받지 않는다”며 ”더 충격적인 건 이렇게 대출을 받은 사람들에게 집을 파는 게 돈 많은 다주택자들이다. 돈 없는 사람들이 빚을 내서 다주택자들이 파는 집을 받아주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의 보금자리론에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 등을 통합한 정책대출 상품이다. 무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소득과 상관없이 집값이 9억원 이하면 고정금리로 5억원을 대출해 준다.

정부가 집값이 하락하기도 전에 각종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부동산 시장엔 상승과 하락 사이클이 있는데, 그건 정책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그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여론을 의식해 집값이 아직 빠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집값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집값 하락을 막지 못한 각종 부양책이 결국 부작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이 대표는 우려했다. 부동산 침체기엔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던 각종 부양책이 향후 부동산 호황기가 다시 왔을 때 ‘집값 폭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정부의 부양책들이 집값 하락을 막진 못하겠지만, 집값이 빠질 만큼 빠졌을 땐 이 부양책들로 인해 급반등할 가능성이 커진다. 집값이 갑자기 빠르게 반등하면 자산시장은 다시 또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규제완화나 세제혜택 등이 집값 하락의 큰 흐름을 바꾸지 못하겠지만, 바닥을 찍었을 땐 급반등의 원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국민이 바라는 주택’ 민생토론회 ⓒ뉴시스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1기 신도시 주민들, 박수칠 게 아니라 분노해야”


최근 정부가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 역시 정비사업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정부는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 지어진 지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시장이 활성화되면 공급물량이 늘어나 집값도 안정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정부의 이 같은 정책과 그 의도를 두고 “틀린 주장을 너무 뻔뻔스럽게 한다”고 황당해했다. 이어 “정부가 직관적인 말들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현재 정비사업시장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공시비 인상 등으로 인해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특출나게 사업성이 높은 게 아니라면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에 뛰어들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재개발·재건축을 쉽게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단순히 정비사업을 쉽게 할 수 있다고 해서 공급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건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너무 일차원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히려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가 열악한 지역의 정비사업 추진을 더 늦추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지역이 많아지면, 진짜 필요한 지역에 대한 개발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설사들의 특성상 사업성 높은 지역 위주로 사업을 추진하려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건설사들은 기왕이면 돈 되는 지역의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싶어 한다”며 “당연히 서울에 있는, 좋은 입지를 가진 사업을 위주로 추진하게 될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는 1기 신도시 주민들이 반길 일이 아니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일산에 가서 재개발·재건축을 쉽게 해주겠다고 하니까 일산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제 우리도 빨리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것”이라며 “근데 그건 틀린 생각이다. 재개발·재건축이 가능한 곳들이 많아지면 ‘우리가 더 늦어질 수도 있겠구나’하고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앞서 지난 달 10일 일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아주 확 풀어버리겠다”며 지어진 지 30년 이상 된 집은 안전진단 없이도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일부 현장 참석자들이 박수로 화답하는 모습이 방송 전파를 탔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민중의소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1.24 ⓒ민중의소리

이 대표는 “1기 신도시의 경우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인해 이미 재건축 사업 추진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번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게 됐다”면서 “이번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야말로 1기 신도시 주민들이 진짜 분노해야 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재건축 연한(30년)이 도래한 아파트는 모두 173만채에 달한다. 이번 규제완화로 인해 이들 아파트 단지는 입주민들이 마음먹기에 따라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졌다.

이 대표는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장이 많아지면 건설사들이 그걸 한 번에 할 순 없다. 캐파(역량)는 정해져 있다”면서 “그렇다면 건설사들이 어떤 사업을 먼저 하겠나. 1기 신도시보다 사업성이 좋은 서울 위주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사람들이 정책을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데 그걸 얘기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서 “일방적으로 정부의 주장을 전하는 전문가들이나 언론들도 문제다. 이들이 제대로 된 정보와 의사판단을 막고 있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정부가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추진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도 했다. 기껏 국회에서 1기 신도시 특별법을 통과시켰는데,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특별법을 무력화시켰다는 것이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8일 열린 본회의에서 이른바 ‘1기 신도시 특별법’이라고 불리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의결한 바 있다. 특별법 내용의 핵심은 1기 신도시가 노후함에 따라 도시 재정비를 위해 아파트 용적률을 높이고 안전진단을 면제하는 등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정부가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추진할 의지가 강했다면,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이후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강화했어야 하는 게 맞다. 그럼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은 더 빠르게 추진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특별법을 만들고,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이 추진되기도 전에 관련 규제를 다 풀어버렸다. 특별법의 의미가 사라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무조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도시 생태계에서 노후주택이 맡고 있는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노후주택의 경우 신축에 비해 임대료가 낮아 저소득층이나 서민들의 주거지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 데, 무턱대고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할 경우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도심에서 노후주택은 저소득층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한다. 임대료도 싸고, 일하는 직장과도 가깝기 때문에 감안하고 사는 것”이라며 “그런데 당장 오래된 집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다 허물고 다시 짓는다면 이들은 주거 공간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도시의 주거 생태계에 노후주택의 역할 역할이 중요한 만큼 단계별로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며 “뉴욕 같은 도시에서도 할렘을 없애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공사 현장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불황 때마다 고개 드는 ‘부동산 PF 위기’
“‘한국형 PF’의 문제... 망하게 두고 시장 원리 따라야”


부동산 시장 침체기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부동산 PF 위기’와 관련해서 해서는 한국만의 독특한 PF 구조를 문제로 지목했다.

해외 부동산 PF의 경우 사업 초기에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아 토지를 구입하는 구조는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본PF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차이를 보인다. 시행사(혹은 시행사가 설립하는 SPC)의 초기 자금력 차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우 건설단계에서 조달하는 본PF의 자금으로 토지 구입 자금을 상환하는 반면 해외에서는 투자자들로부터 추가 자금을 확보해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고 토지 담보를 해제한 후 건설자금만 조달한다.

이 대표는 “쉽게 말해 우리나라는 돈이 없어도 사업을 할 수 있다. 대출 방법의 문제인데, 브릿지론을 일으켜 땅을 사면 땅만 보고 다시 대출을 해주는 식”이라며 “반면 해외에서는 빌리는 회사의 신용과 사업성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 해당 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자산 등을 다 살핀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PF 부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결국 대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사실상 LTV(담보인정비율)만 보고 대출을 해주는 한국의 대출방식은 맞지 않다. 해외처럼 기업의 상환능력까지 고려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그래야 이후 부동산 시장 악화로 땅값이 떨어지거나 사업 진행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 PF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권을 동원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시기만 늦출 뿐”이라고 꼬집었다. 대부분의 부동산 PF 문제가 호황기 때 비싸게 사들인 땅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부동산 가격이 갑자기 급등하지 않는 한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정부는 부동산 PF 위기가 한국의 경제 위기라고, 그래서 막아줘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르다”며 “그냥 터지게 놔둬야 한다. 그래서 못 버티는 건설사들이 갖고 있던 땅이 부동산 시장에 싸게 나오고, 그럼 누군가 땅을 싸게 사서 그만큼 저렴하게 집이 지어 판다. 그게 시장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부동산 PF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조금씩 터뜨리면서 가야 하는 게 맞다. 그게 연착륙이다”라며 “하지만 정부가 억지로 그걸 막으면서 한 번에 터질 수 있는 상황을 초래했다. 정부가 한국 경제 위기를 만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에 대해서도 “그냥 뒀어야 한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자기 자산이 1조원인 회사가 부동산 PF를 10조원 가까이 들고 있다. 부채비율이 1천%에 달하는 셈이다”라며 “이런 기업을 두고 워크아웃이다, 법정관리다 줄다리기할 게 아니라 경영실패의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그게 자본주의고, 유한책임을 도입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 침체기일수록 정부가 저소득층, 주거약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관련 정책에 주력해야 한다고 봤다.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집을 더 싸게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런 시기일수록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을 확장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집값을 부양하려 종부세를 깎아줄 게 아니라, 잘 거둬 확보한 세수로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면 서민들의 주거를 안정시키는 데 더 큰 효과를 거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민중의소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1.24 ⓒ민중의소리

“ 윤정헌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조선일보 “비례대표 2년 순환제 정의당, 간판 내리는 게 정의”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의당 비례대표 2년 순환제 실시에 “나눠 먹기” 비판

윤석열·한동훈 만남에 국민 “한 곳 바라본 윤·한” 경향 “위기 계속될 수밖에”

정청래, 선거제 전 당원 투표 제안에 “강성 당원 동원” “준연동형 결단해야”

 

기자명장슬기 기자

  • 입력 2024.01.30 07:37

  •  

  • 언론자유를 지키는 힘, 미디어오늘을 지지해 주세요

▲지난 16일 정의당 의원총회 모습. 사진=정의당

정의당이 ‘비례대표 2년 순환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하자 ‘의원 나눠먹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이 되면 2년만 하고 사퇴해 비례대표 후순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의원직을 승계하고 물러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났다. 이날 만남으로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갈등이 봉합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신문에선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여전히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결정하지 않고 있다. 친명계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근 의원 단체대화방에서 병립형(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전 당원 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 30일 서울신문 만평

정의당, 비례대표 2년하고 후순위에 의원직 물려주기로

정의당이 오는 4·10 총선에서 당선된 비례대표 의원에 대해 2년 뒤 임기직을 사직하고 후순위 의원에게 남은 2년 임기를 승계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정의당은 “선순위를 부여받은 사람들이 다음 2026년 지방선거에 지역 후보로 출마하게 하는 한편 2028년 총선에서는 의원 출신 지역구 후보는 늘리는 차원에서 검토됐다”고 했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한국 정치사에 최초로 ‘비례대표 2년 순환제’를 도입할 것을 결정했다”며 “비례대표 2년 순환제는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더 다양한 목소리를 원내 정치에 반영할 실험적인 수단으로 제시돼왔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30일 사설 <이럴 바엔 정의당은 간판을 내리는 것이 정의다>에서 “‘나눠 먹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며 “개인의 욕심을 위해 헌법을 농락하고 정치를 희화화하면서 당 이름은 ‘정의’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국회의원 임기는 헌법에 4년으로 규정됐다.

▲ 30일자 조선일보 사설

앞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1·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대법원에서 형의 확정되기 전 의원직을 그만뒀다. 조선일보는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이 의원직을 승계해 넉 달짜리 국회의원이 되고 현재 6석인 정의당 의석을 4월 총선까지 지킬 수 있다”며 “그래야 투표용지에 ‘기호 3번’이 된다. 이 꼼수 사직 안건은 국회에서 찬성 179표, 반대 76표로 통과됐다. 한심한 국회의 한심한 작태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정의당이 녹색당과 선거연합정당을 결성한 것에 대해 “나라와 선거를 희화화한 현행 선거법이 결국 개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비례 의석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떴다방’식 정당을 만든 것”이라며 “이런 정의당은 간판을 내리는 것이 한국 정치를 위한 진정한 ‘정의’일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한동훈, 민생 논의…김건희 얘기는 없어

국민일보는 1면에서 <다시 한곳 바라본 尹·韓>이란 기사와 함께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진을 함께 실었다.

▲ 30일자 국민일보 1면

국민일보는 “총선이 72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번 회동을 통해 공동전선을 재구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이번 회동에서 4월 총선 공천 문제, 김건희 여사 리스크 논란, 김경율 비대위원 거취 문제, 이태원참사특별법에 대한 대응 방안 등 당정 간 갈등 소지가 있거나 민감한 정치 현안은 거론되지 않았다. 껄끄러운 이슈를 올리지 않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았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도 1면에서 두 사람의 만남을 “총선까지 ‘원팀’으로서 위기를 함께 돌파하겠다는 화합 의지를 보여주고,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등 갈등의 도화선이 된 민감한 이슈 해법 등에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만남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5면(정치) <尹·韓 2시간37분 회동…“김여사·김경율 얘기는 없었다”>에서 두 사람의 만남 사실을 건조하게 전했다. 부제 “당정 갈등 ‘해빙’에 공감대”를 제외하면 국민일보와 달리 이번 만남에 의미를 해석하지 않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6일 만에 같은 시선…마음도 같을까>란 제목으로 두 사람 모습을 담은 사진기사를 실었다. 같은면에서 <‘명품백’ 덮고 “민생”…여론 진화하는 윤·한>에서 “사태를 촉발한 핵심 쟁점을 덮는 형식으로 갈등을 매듭지으려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민생에 의기투합하는 모양새로 갈등도 다 풀린 걸로 국민이 보길 원할 수 있지만 ‘20년 인연’인 두 사람의 잇단 회동에서도 당면한 김 여사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여권 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여권이 (김 여사 문제에) 계속 침묵한다면 민생을 챙긴다는 명분은 흐려지고 국민적 시선 돌리기로 보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미 윤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보내 여당 비대위원장 사퇴를 압박한 당무 개입 논란이 불거졌고, 김 여사 리스크와 수직적 당정관계 해소 없이 어떻게 국민 신뢰를 얻겠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윤 대통령은 국민이 궁금해하는 현안에 대해 진솔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방 소통일 수밖에 없는 TV 방송사와 대담 계획을 접고,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앞에 당당히 나서기 바란다”고 했다.

▲ 30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비례제 결정 않는 민주당, 전 당원 투표 뒤에 숨나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이 비례제 선출 방식을 ‘전 당원 투표’로 정하자고 제안하자 홍익표 원내대표도 “(전 당원 투표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거들었다. 병립형 제도로 회귀와 준연동형 제도 유지 사이에서 결정을 하지 못해 ‘표 계산’ 중이라는 비판을 받은 가운데 병립형 회귀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30일자 경향신문 만평

병립형 선거제는 지난 20대 총선까지 적용한 방식으로 지역구 의석과 무관하게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의석을 나눠 갖는 방식이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으로 지난 21대 총선에서 처음 적용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민주당 또다시 ‘전 당원 투표’ 뒤에 숨으려 하나>에서 “소속 의원 절반 가량인 80명은 ‘병립형 퇴행은 윤석열 정부 심판 민심을 분열시키는 악수 중의 악수’라며 반발하고 있다”며 “당 안팎에선 더는 밀릴 수 없다고 판단한 지도부가 결국 입맛대로 하려고 강성 당원들을 동원하려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4년 전 총선 때 준연동형을 밀어붙이면서 내걸었던 ‘사표방지와 소수정당 존중’ 약속도 공염불로 전락할 처지”라고 했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 참여를 두고 전 당원 투표(74.1%)로 결정했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는 ‘귀책사유가 있으면 무공천한다’는 당헌을 전 당원 투표로 뒤집었다. 중앙일보는 “당심과 민심 간 큰 괴리가 우려되는 판국에 이번엔 병립형 회귀를 위해 전 당원 투표를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인 양 동원하려는 모습”이라며 “책임회피성 알리바이 시도라는 쓴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 尹대통령-한동훈, 2시간37분 만나 무슨 얘기했나…민주 “꽁꽁 숨기나”

  • [영상] 박찬대 “김건희 스캔들 글로벌 핫이슈...외신, 정확·정직 보도”

  •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 “‘갈라치기 국정’ 尹대통령, 배현진 피습 사건 성찰 삼아야”

▲ 30일 중앙일보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이재명 대표 지체 말고 ‘준연동형 비례제’ 결단하라>에서 “실제 국민의힘과 병립형을 합의하면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이 거대 정당의 ‘야합’ 프레임으로 공격받고, 정치 혐오를 키워 투표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 점에서는 연동형이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야권연대가 주도해 정권심판론을 키우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 해시태그

 

슬기 기자구독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