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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칼럼] 정치가 실패하면 사랑이 무너진다

 
신성아의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마티,2023)을 읽으며, 지난 여름 더위를 잊어볼 양으로 읽었던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의 『엘레나는 알고 있다』(비채,2023)를 떠올렸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추리소설 작가가 쓴 이 작품은 성당 종루에서 목매단 리타(44세)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경찰은 그녀의 죽음을 자살로 결론짓고 사건을 종결했으나, 파킨슨병으로 딸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어머니 엘레나(63세)는 리타가 절대 자살했을 리 없다고 믿는다. 오래전에 사망한 남편이 어린 딸에게 성당의 십자가가 번개를 끌어당긴다는 것을 가르쳐준 이래로 리타는 비바람 치는 날이면 낙뢰가 무서워 성당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레나는 알고 있다. 딸은 타살당하지 않았다.
 
간병 ⓒpixabay

국회의원 보좌관이던 신성아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소아백혈병 진단을 받자 직장에 사표를 내고 딸의 전속 간병인이 되었다.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마티,2023)은 약 1년 6개월 넘게 딸을 간병해온 지은이의 간병일지로 볼 수도 있지만, 내용은 간병일지라는 개인 경험을 훨씬 뛰어넘는다. 지은이는 이 책 곳곳에서 “정치의 실패는 사랑을 무너트린다”(119쪽)라고 말한다. 정치의 공적인 특성과 사랑의 사적인 특성상 정치와 사랑은 물과 기름이라고 알려져 있지 않던가.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정치를 한 마디로 설명하면 이견 조정과 합의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 간의 숱한 갈등이 폭력 사태나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고 대개 공동체 안에서 해결되는 것은 정치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시스템에서는 생명 존중, 인권 보호처럼 모두가 동의하는 공통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견이나 차이를 어떻게든 극복하고 협력하며 우리는 그것을 정치라고 부른다.”(110쪽) 이견이나 문제를 토론과 타협을 통해 조정하고 해결하는 정치의 존재 방식은 고스란히 사랑에도 적용되어야 하고, 사랑으로 결실을 본 가족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사랑도, 가족의 시발도 원래는 타인이었던 사람들로 구성되는 것 아닌가. 여기에 정치(이견 조정과 합의)가 없을 수 없지만, 우리는 가족은 정치의 행위자가 될 수 없으며 스위트 홈은 정치와 가장 거리가 먼 곳이라고 생각한다.

가족 안에서는 정치를 찾기 힘들다. 가족 안에서의 정치는 정상가족의 재생산을 위한 정치다. ‘건강한’ 부부싸움을 하고, 자녀에게 절대적 안정감을 주고, 내 안의 어린 나를 돌아보고 부모님을 용서하라는 식의 조언이 가족 안에서의 정치를 대신한다. 정상가족 재생산을 위한 가족 내 정치는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가부장제와 남녀역할분담론을 되풀이 한다. 예컨대 지은이의 사례에서처럼, 집안에 중병 환자가 생겼다면 남편과 아내 가운데 누가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할까. 바로 아내(여성)다. ‘답정너’가 정해져 있는 곳에 정치는 없다. 공감과 이해에 선행하는 자유의 존중, 이것이야말로 모노가미의 윤리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자본주의는 가부장제를 유지하면서 여성에게 재생산(가사노동·돌봄노동)을 떠맡겼다. 가족을 가장 잘 돌볼 수 있는 방식은 남성 단독 생계부양자 모델이라는 주장을 하는 세상 물정 모르는 남성도 있지만,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해고와 폐업이 일상화된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맞벌이가 대세인지는 오래되었지만, 여성이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전담하는 원칙은 달라지지 않았다. 통계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남편의 가사 노동 시간은 2004년 32분이었다가 2019년에 이르러서야 54분이 된다. 1년에 약 1분 20초씩 늘어났다는 말인데, 자본주의와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본성으로 부여한 이 굴레를 벗어나려면 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14세기 흑사병을 능가하는 한국의 인구 감소
고정된 성 역할의 낡은 프레임을 바꾸지 않는 이상
출산율은 한 계단도 오르지 못할 것


작년 12월 2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의 인구감소 상황을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CNN 방송은 같은 달 29일 한국이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때문에 충분한 군인 수를 유지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은이는 해결의 묘수가 없는 출생률 낙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여성들이 사회 진출이 늘어나며 엄연히 공적 역할을 획득했는데 남성들은 가정 내 역할을 바꾸지 못했다. 순전히 아빠들의 직무유기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남성들이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도록 도와야 할 사회가 기존의 고정된 성역할을 은밀한 방식으로 강화해온 탓이 크다. 이 낡은 프레임을 바꾸지 않는 이상, 한국의 출산율은 단 한 계단도 오르지 못할 것이다. 인구절벽, 출생률 쇼크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시책이 아니다. 모두가 삶의 질을 올리고 행복을 추구하는 데 마땅히 필요한 과정이다.”(84쪽)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는 가정에서의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 ‘남성 독박 징병’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유사 이래 여성이 재생산 노동을 담당하게 된 것과 ‘병역 성평등’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와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  ⓒ뉴스1

『엘레나는 알고 있다』에 나오는 리타는 파킨슨병으로 아이나 같아진 어머니를 돌보는 게 적성에 맞지 않았다. 신성아의 말처럼, 모든 여성이 모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신사임당이 병원에 가면 나이팅게일이 될 것이란 환상을 버려야 한다.(63쪽) 리타는 아이(=어머니)를 돌보는 과중한 일 때문에 자살을 했다. 엘레나는 딸이 자신을 버렸다는 것과 자신이 딸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을 부인하고 싶어서 딸이 타살됐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신성아의 논픽션과 피녜이로의 소설에도 비중 있게 나오듯이 중병을 앓는 환자가 있는 가족이 당면한 최고의 걱정은 병원비와 약값이다. 병원비와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자족이 동반 자살을 하거나, 부모와 자식이 가족을 버리는 일도 자주 있다. 정치가 실패하면 사랑이 무너진다는 말은 이 점에서도 옳다. 의료와 복지 정책의 실패는 도처에서 사랑을 무너트린다. 신성아가 “한국 정부가 암과 전쟁을 선포하고, 현행 건강보험을 개혁해 어디서든 암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177쪽)라고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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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막걸리 잔에 반응한 소나무... 눈물이 났다

[시력 잃고 알게 된 세상] 왜곡된 기억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24.02.10 18:40최종 업데이트 24.02.10 18:40
눈이 내린다. 세상에 뭔가가 또 더해지려나 보다. 하나를 더해 2024년을 만든 숫자는 여지없이 내 나이에도 하나를 더해 놨다. 그런데 내 맘속에는 더하기 대신 빼기만이 요란하다. 

눈이라도 맞아볼까, 조심조심 도서관을 나서는데 문득 두 개의 추억이 번개처럼 스쳐 간다. 벌써 재작년이 돼 버린 오마이뉴스에서 누린 18주간 연재의 감동과 기쁨 그리고 눈 내리던 며칠 전의 기억. 갑자기 내 맘속도 더하기로 바뀌었다. '시력 잃고 알게 된 세상' 연재를 마치며 힘들었다고 핑계 대고 요란스럽게 감사 인사까지 했지만, 언제나 그리웠던 그때가 아니었던가. 조금 뻔뻔할지 몰라도 다시 한번 용기를 내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었다. 그리고 쇠뿔도 단김에 빼라 했으니 며칠 전 그 이야기로 감히 다시 나서본다.

한 송이 두 송이 기분 좋은 눈꽃을 맞으며 도서관으로 향하던 그날 아침, 갑자기 사나운 일단의 목소리가 그 눈꽃들을 날려 보냈다. 

말다툼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바로 봤는데, 어디서 거짓말이야, 거짓말이..."

나도 몰래 고개가 그 목소리를 좇았다. 시력을 잃은 지 이미 10년이 넘었건만, 여전히 이 버릇은 나아질 줄 모른다. 발걸음을 멈춘 채 보지도 못하는 눈을 껌뻑이는데 좀 전의 그 목소리에 질세라 더욱 앙칼진 목소리가 뒤따랐다.

"도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그날 내가 여기서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고 있었단 말이에요."
  

▲ 말다툼 기억이란 건 때론 내가 본 게 아니라 내가 생각한 것일 수도... ⓒ 김미래/달리

 
무슨 일로 아침부터 저렇게 열을 낼까 싶어 귀를 기울이는데 도우미님이 잡은 팔에 힘을 주며 끌어당겼다.

"그냥 가요. 아무래도 주차 문제 같은데,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감정싸움하는 것 같네요."

점점 멀어지면서도 끈질기게 뒤통수를 쫓아오는 그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들으면서 걷다 보니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사람들의 확증 편향이 어떤 때는 기억조차 왜곡한다는 것이었다. 같은 사건을 목격한 목격자들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정반대의 진술을 하는 것도 그런 예 중 하나라고 했다. 이젠 희미해진 두 사람의 목소리도 바로 그런 게 아니었나 싶어 맘이 무거웠다.

"에이, 저 두 사람, 그동안 뭔가 쌓인 게 있었나 보네. 아침부터 별것 아닌 걸로 저렇게 열 내는 거 보니까."

씁쓸한 미소를 주고받으며 도서관에 거의 다다를 때는 눈송이가 제법 커져 있었다. 손등으로 받아 보니 살짝 차가운 무게까지 느껴진다. 

그런데 불현듯 왜곡된 기억이 나쁜 건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나처럼 중도에 시력을 잃은 사람은 다른 감각 기관이 상실한 시각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마치 보는 것처럼 끊임없이 영상을 만들고 장면을 그리고 있다. 

시력을 잃기 전에도 나는 기억력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지금은 그런 소리를 더 자주 듣는다. 그래서 머릿속 영상과 장면을 재현해서 신나게 기억을 풀어갈 때가 많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나를 믿지 못하게 됐다. 아주 생생하게, 아주 또렷하게 기억하는 장면인데, 가만히 따져보니까 그건 내가 시력을 잃은 후의 일이었다. 분명히 볼 수 없었던 장면이 마치 방금 본 것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반대의 경우도 그랬다. 분명 볼 수 있었을 때의 기억이지만, 개연성도 떨어지고 증명할 수도 없는데 장면 장면이 너무도 또렷했다. 만든 기억이 분명한 거 같은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그렇게 만들어진 기억은 대부분 좋은 것들이었고, 그로 인해 낭패를 본 적도 없었다. 오히려 기분도 좋아지고, 비록 눈물을 흘릴지언정 삶을 아름답다고 느끼게 한 적이 많았다. 얼마 전에 남한산성에서 떠오른 추억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가족 모임이 있어서 남한산성에 갔다.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뭔가 내 볼에 와 닿았다. 차가웠지만 느낌이 좋았다. 혹시 하는 사이 이마에도 콧잔등에도 기분 좋은 차가움이 와 닿았다. 

"눈이 오나 보네?"

몇 년 만에 미국에서 친정을 찾은 사촌 여동생이 내 손을 잡고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면서 답했다.

"응. 막 내리기 시작했어."

찻집에서 두 시간 남짓 즐겁게 수다를 떨고 나오는데 눈발이 더 세졌다. 지난번 내린 눈인지 지금 쌓인 눈인지 내 발자국이 제법 크게 뽀드득 소리를 냈다. 문득 머릿속에 아련히 멋진 영상이 펼쳐지면서 슬그머니 입꼬리가 올라갔다.

소나무에 건배를

나는 남한산성을 무척 좋아한다. 대학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진로를 찾지 못한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 남한산성 8킬로미터 성곽을 따라 달려 보았다. 좋았다. 마음도 달래고 기분도 나아지고. 하루, 이틀, 매일 달리다 보니 엉뚱하게도 기록에 도전하고 있었다. 심장이 터지도록 빗물처럼 땀을 흘리면서 미친 듯이 달리고 또 달렸다. 한 달쯤 지났을까. 결국 비탈에서 굴러 여기저기 생채기가 난 뒤에야 달리기를 멈췄다.

겨울의 남한산성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눈만 오면 배낭을 짊어진 적도 있었다. 배낭에는 두툼한 방석과 그것을 넣고도 남을 커다란 비닐 주머니, 펄펄 끓는 물을 담은 보온병에 사발면 하나와 종이컵 몇 개 그리고 막걸리 한 병이 늘 함께했다.

지금은 남한산성 성곽이 잘 복원돼서 성곽을 따라 쉽게 걸을 수 있지만, 그때는 달랐다. 특히 남문에서 동문을 지나 북문까지 이르는 길은 성곽도 많이 무너져 있었고, 길이라 할 수 없는 위험한 곳도 제법 있었다. 

그래도 난 주로 눈 쌓인 이 길을 걸었다. 인적도 드물었고, 경치는 물론 운치도 좋았다. 무엇보다 이 길에는 사발면에 막걸리 한 잔이라는 내 나름의 멋부리기와 딱 어울리는 곳이 많았다.

몸에 열도 좀 나고, 뱃속도 출출함을 호소하면 나는 길을 벗어나 배낭을 내려놓았다. 비닐 주머니에 담긴 방석을 깔고 앉아 사발면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면이 익는 그 몇 분을 기다리지 못하고 종이컵 한 잔 가득 막걸리를 따른 뒤, 눈 덮인 소나무 숲이나 무너진 성곽에 건배를 청했다. 아, 거의 30년 전의 일인데 지금도 군침이 돌고 가슴이 설렌다.

그곳 길이 험하기는 했지만 주말이나 휴일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대부분은 그냥 길을 따라 나를 지나쳐 갔지만, 가끔 길을 벗어나 내게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다.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건네기만 해도 나는 그분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었다. 재빨리 종이컵을 꺼내 막걸리 한 잔을 가득 부었다.

"막걸리 한 잔 하실래요?"

다음 순간 난 훌륭한 젊은이로 불렸고 때론 흥을 아는 보기 드문 멋쟁이가 되어 있었다. 아, 진짜 딱 한 분, 아니 중년의 부부라고 하는 게 맞겠는데, 다른 좋은 자리 다 놔두고 굳이 별로 편하지도 않은 내 등 뒤에 앉아서, 지지리 궁상이고 음주 산행은 절대 안 된다며, 내가 사발면에 막걸리를 다 비울 때까지 계속 혀를 찼다.

내가 이런 호사를 누리던 곳은 남장대 터를 지나 동문으로 가는 내리막길 근처나  동문을 지나 장경사에서 동장대 터에 이르는 깔딱 고개 근처였다. 어느 날 이 두 장소를 모두 지나쳐 북문까지 간 적이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눈이 엄청 많이 내렸고, 그래서인지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해 살짝 불안했던 날로 기억한다.

지금은 복원 공사로 완전히 해체됐지만, 그때 북문은 성문 위에 기와 누각까지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나는 누각으로 들어가 처마 밑 주춧돌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발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늦은 만큼 서둘러 막걸리를 따랐다. 늘 그랬듯 건배를 청하려 종이컵을 치켜들고 내가 온 길을 바라봤다. 내 발자국이 어느새 눈에 덮여 희미해지고 있었다.

크고 작은 소나무가 저마다 눈 모자를 쓰고 멋진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려내고 있었다. 정말 말로는 도무지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이요 기쁨이었다. 나는 가장 멋있고, 제일 크고 최고로 당당해 보이는 소나무를 향해 잔을 들어 보이며 평소 하지 않던 윙크까지 해 보였다. 

그리고 막 잔을 입으로 가져가려는데 놀랍게도 그 나무가 내게 맞장구를 치는 게 아닌가. 커다란 소나무의 가장 높이 뻗은 가지에서 눈덩이가 툭 떨어지면서 살짝 가지가 치켜 올라갔다. 그건 분명 잔을 치켜 올리며 내 건배에 호쾌하게 응하는 멋진 친구의 모습이었다. 나무는 계속 가지를 흔들면서 보석 같은 눈꽃들을 사방으로 날려 보내기까지 했다. 

기억의 왜곡이고, 너만의 착각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환상적이고도 몽환적인 장면은 여전히 내 기억 속에 또렷하게 설레는 느낌으로 남아 있다. 
  

▲ 소나무에 건배 진실로 아름다운 나만의 추억은 꼭 진실일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 김미래/달리


나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나는 그때의 감동을 사촌 여동생에게 전해 주고 싶었다. 동생이 내 팔을 잡고 주차장까지 함께 오는 동안 남한산성에 관한 찬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제 강점기, 마구 잘려 나가던 우리 소나무를 여기 남한산성 주민들이 힘을 합쳐 지켜낸 역사도 유명하지만, 눈 덮인 소나무가 그려내는 한 폭의 수묵화도 빼놓을 수 없거든."

혹시 내가 미끄러지지나 않을까 조심스럽게 내 팔을 잡고 안내하면서도 여동생은 내 말에 연방 감탄과 맞장구를 쳐 주었다. 하지만 주차장은 너무나 가까웠고, 내 말을 뒷받침하기에 그날의 날씨는 그때와 너무 달랐다. 

"아, 그랬구나. 근데, 오빠, 지금은 나무에 눈도 별로 안 쌓였고, 눈이 녹아서 길이 너무 진창이야. 조심해야 해. 자, 이제 차에 다 왔어."

결국 시각이란 엄청난 놈은 여동생의 눈을 통해, 아름다운 나만의 환상을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현실로 야멸치게 바꿔 버렸다. 눈꽃을 휘날리며 내게 인사하던 그 나무는 그렇게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를 흙과 섞여서 진창이 돼 버린 조금은 지저분한 현실이 차지해 버렸다.

늦은 밤, 비록 왜곡된 나만의 환상일지라도, 모처럼 다시 떠오른 이 소중한 추억을 글로 남기려 자판을 두드리는데 문득 눈 내린 남한산성에 가고 싶었다. 그리고 눈모자를 쓴 그 소나무에게 다시 건배를 청하고 싶었다. 눈물이 났다. 몸도 살짝 흔들렸다. 창피해서 소리 내지 않으려 입을 앙다무니 몸이 더욱 떨렸다. 왜인지는 몰랐다. 그냥 그 기억과 함께하고, 그 기억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눈물이 나고 몸이 떨렸다. 그런데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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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무죄 선고 재판부가 쓴 ‘트릭’들

민변·참여연대 판결 분석 좌담회…“승계 목적 맥락 파악 않고 사건 쪼개서 봐”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재용 1심 판결 내용과 앞으로의 과제” 삼성물산 불법합병 1심 판결 분석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2.07 ⓒ민중의소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승계 관련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이 ‘트릭’을 사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회장 승계라는 주된 목적 아래 추진된 정황을 배제한 채, 사건을 쪼개 개별 범죄 혐의의 위법성을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민변 민생경제위원회·참여연대는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삼성물산 불법합병 1심 판결 분석 좌담회’를 열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지난 5일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 미래전략실과 공모해 각종 부정행위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연루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사건을 종합적으로 보지 않고, 범죄 혐의를 세분화해 별도 행위의 위법성을 고려하면서 왜곡된 판결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이동구 변호사는 “재판부는 일련의 과정을 보지 않고, 사건을 쪼개서 봤다”며 “트릭을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범죄 혐의를 쪼개서 보면 그 자체로는 범죄 행위가 잘 성립되지 않는다”며 “그 행위들이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하고, 그 행위들로 이득을 얻는 자가 있고, 그자가 행위들을 주도·사주했으면 범죄 행위가 성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행위에 대해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지 않고 불법성과 타당성을 판단하면 법원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일갈했다.

합병 전후 삼성 주요 계열사 지분구조를 보면, 이 회장이 합병의 최대 수혜자라는 점이 드러난다. 합병 전 이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으나,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4%가량 보유했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 가치는 낮추는 게 유리했다. 합병을 거치면서 이 회장은 합병회사 지분을 16.4%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합병 후 이 회장의 삼성전자 간접 지분은 크게 늘었다. 합병 전 제일모직을 통한 삼성전자 간접 지분이 0.32%였는데, 합병 후에는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이 더해지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간접 지분이 0.91%로 올라갔다.

“승계만을 위한 합병 아니라면 불법 용인한다는 것인가”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회장 승계라는 주된 목적하에 추진됐다고 봤으나,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승계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은 아니었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보도자료에서 “합병에 합리적인 사업상 목적이 존재하는 이상 합병에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됐다고 하더라도, 합병 목적이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본질을 회피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병 민생경제위원회의 김종보 변호사는 “합병의 가장 큰 목적이 이재용의 지배력 확보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승계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거나 약탈적 합병이 아니라면서 무죄를 선고한 건 본질을 회피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동구 변호사는 “재판부도 승계작업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다”면서 “합병이 승계만을 위한 건 아니었다고 했는데, 판결의 핵심이 되는 논거”라고 짚었다. 이어 “승계작업만을 위한 게 아니라면 관련한 모든 불법이 용인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해 정면 반박하기 어려우니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재판부 판단은 앞선 판결과 모순된다. 합병의 성격은 이미 국정농단 사건에서 규정된 바 있다.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와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승계작업을 도와달라고 청탁하며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건넸다고 인정해, 이 회장에게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승계작업이란 이재용이 최소한의 개인자금을 사용해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이라고 규정하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승계작업 일환으로 진행된 현안”이라고 판시했다.

삼성 내부 문서는 이 회장 승계가 합병의 주된 목적이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2012년 작성된 ‘프로젝트-G’ 문건을 보면, 합병 목적으로 ‘물산 지배력 확대’를 명시했다.

합병 발표 직전인 2015년 4월 작성된 ‘M사 합병 추진(안)’에도 합병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사업성 필요에 따른 것이라는 내용이 전혀 없다고 김 변호사는 짚었다. 그는 “삼성그룹의 지배력 확보에 관한 내용만 있다”며 “제일모직이 물산을 흡수합병하는 이유는 의결권 지분 확대였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프로젝트-G 문건에서 말하는 ‘물산 지배력 확대’는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를 의미한다”며 “합병에 관해 ‘회장님’, ‘사모님’, ‘부회장님’, ‘BJ(이부진)’, ‘SH(이서현)’의 지분율이 명시돼 있다”고 짚었다.

M사 합병 추진(안)에 대해서도 “건설·상사·바이오·레저 등 사업상 목적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이, 합병 주체에 대해서만 고민한다”며 “사업상 합병이 필요했으면, 삼성물산이 제일모직 흡수합병해도 된다. 사업을 구조조정하거나 삼성물산이 다른 기업과 합병해도 됐다”고 지적했다.

합병에 삼성물산의 사업적 목적도 포함돼 합병 목적의 부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재판부 판단에 대해, 주객이 전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회장 승계를 주된 목적으로 합병을 추진하는 와중에 부수적으로 사업성을 고려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총수일가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합병을 하는데, 이왕 합병하는만큼 사업상 시너지를 궁리해 보자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며 “재판부는 주된 목적과 부수적 목적을 구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삼성물산이 경영상 위기를 극복할 여러 방안을 고민한 끝에 제일모직과 합병을 최선의 방법으로서 추진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은 채 합병의 승계 목적을 부인하는 건 무리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02.05 ⓒ민중의소리

“재판부 논거는 총수 이익이 주주 이익이니 범죄 눈 감으라는 것”

재판부는 합병비율이 이 회장에 유리하게 산정됐다는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 합병 비율이 부당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은 1:0.35로 산정됐다. 참여연대는 제일모직 가치를 부당하게 부풀린 요인을 보정한 적정 합병비율이 1:1.18이라는 분석 결과를 낸 바 있다. 이 회장이 취한 부당이익 규모는 2조~3조 6천억원으로 추산했다.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은 다수 판결에서 인정된 바 있다.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였던 일성신약이 합병비율 산정에 있어 삼성물산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합병비율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국정농단 사건 판결도 합병비율이 불공정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은 박 전 대통령 지시를 받아 삼성물산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다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불공정한 합병비율에 따른 국민연금공단 손해를 막아야 할 임무를 위배했다는 판단이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도 삼성물산 주주로서 합병에 반대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에서 국정농단 판결을 근거로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이동구 변호사는 합병 당시 삼성물산 영업이익은 약 6,500억원으로, 제일모직(2,100억원)의 세 배에 달했다고 짚으며 “삼성물산 가치를 제일모직의 3분의 1로 잡은 합병비율이 어떻게 부당하지 않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합병비율 부당성에 대한 재판부 판단은 총수일가를 회사와 동일시하고 승계를 위한 사익추구가 다른 주주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재벌 논리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재판부는 “합병을 통한 그룹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안정화는 물산 및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대주주의 이익이 곧 주주의 이익이라는 논리는 회사법의 기본 원리에서 벗어난 생각”이라며 “총수와 대주주가 잘 되는 게 회사와 주주가 잘 되는 것이니, 기업인으로서 저지르는 범죄에 대해 눈 감으라는 논리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합병비율의 부당함이 부정되면서, 삼성물산의 국내 주주가 불법성을 주장하기 어렵됐다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엘리엇이 한국 정부로부터 손해를 보전받을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해 차별적인 결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김종보 변호사는 “향후 민사에서는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 있으나, 이번 판결에 따르면 합병에 아무런 불법성이 없다는 취지인 것으로 이해된다”며 “이 경우 오히려 해외투자자가 국내투자자 보다 더 보호되는 문제로 이어진다”고 짚었다. 이어 “엘리엇은 한국 정부로부터 돈을 받아갈 수 있게 됐는데, 주주는 누구를 상대로 소송해야 하는가”라고 한탄했다. 또한 “한국은 무슨 죄인가. 왜 이재용과 박근혜 때문에 국가 재정이 피해를 봐야 하는가”라고 했다.

좌장을 맡은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국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엘리엇에 돈을 주고, 그 이득은 이재용이 취하게 됐다”고 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판결이 왜곡된 지배구조에 기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용인하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지적이다.

김 사무처장은 “이번 판결에 따르면, 사업적 목적이었다고 하면 모든 의사결정이 용인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이 지배구조를 개선할 이유가 없다”며 “그간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지목된 문제”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다른 재벌그룹이 합병을 머뭇거리면서 이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재벌 2·3세들이 자기 돈으로 주식을 취득하는 게 아니라, 우연히 얻은 작은 회사를 통해 거리낌없이 그룹의 주요 회사를 지배하게 되는 걸 용인한다는 신호를 준다”고 말했다.

한 공동대표는 “언론은 삼성의 사법 리스크 해소라고 하는데, 이재용의 사법 리스크 해소다. 삼성과 이재용은 다른 존재”라며 “한국의 사법 리스크는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법질서와 정의가 일거 무너졌다”며 “경제적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축을 이루고, 한국의 사회 구조에 대한 신뢰가 붕괴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한국의 경제질서에 신뢰를 보내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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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도, 압박도 안통하는데 '북한 나빠요'만 외치는 윤석열 정부

'자유의 북진' 추진하겠다는 통일부…북한 비판만 하면 납북자 돌아오나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4.02.11. 05:18:17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설 연휴를 맞아 이산가족들과 합동 차례를 지내며 이산가족 문제에 북의 호응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질적인 남북 접촉이 없는 상황에서 통일부의 이러한 촉구가 메아리 없는 외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통일부는 "김영호 장관은 (사)통일경모회에서 주최하고 통일부가 후원하는 '제40회 망향경모제'에 참석하여 이산가족들과 함께 합동 차례를 지낼 예정"이라며 "이 자리에서 격려사를 통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임진각을 찾은 이산가족들을 위로하고, 이산가족 문제는 천륜과 인륜의 문제로서 북의 호응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일부는 김 장관이 "국군포로와 납북자, 억류자 가족들에게 위로의 인사를 전하며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망향경모제는 고향을 찾아갈 수 없는 실향민 및 이산가족들이 임진각 망대반에 합동차례상을 마련하고 함께 차레를 지내는 행사로, 매년 설에 개최되고 있으며 올해로 40번째를 맞이했다. 

 

이제까지 행사에 참석했던 통일부 장관들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실제 이산가족의 전면적 생사확인, 서신 교환, 정례적인 상봉 등은 여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2018년 8월 마지막 이산가족 상봉이 실시됐으니, 관련 행사가 열리지 않은지도 5년 반이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이산가족과 같은 인도적 사안이 분단 80년이 가까워오는 세월 동안 해결되지 못한 데에는 북한의 폐쇄적인 태도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꺼리는 여러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핵심적인 이유로는 남북 간 국력의 차이로 인해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점인데, 오히려 이를 감추기 위해 북한의 가족들은 보통 상봉 때 자신이 받은 훈장 등을 들고 나와 "수령님 덕분에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반복하곤 한다는 게 정 전 장관의 설명이다. 실제 상봉장에는 각 가족들마다 마치 누가 맞춰주기라고 한 것처럼 비슷한 모양의 종이액자에 사진을 끼워 넣고 나오기도 하는데, 이 역시 '보여주기'의 일환이다. 

 

정 전 장관은 기술적·행정적 측면에서도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부담스러워 한다고 전했다. 한국은 이산가족 명단이 전산화 돼있지만 북한은 이러한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남쪽에서 찾는 북쪽 가족이 누군지 알아보고 찾는 것에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고 한다. 

 

가족 중에 월남한 사람이 있어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북한 가족이 이산가족 상봉을 주저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이산가족 상봉은 남한 입장에서는 인도주의적인 문제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은 행사인 셈이다.

 

따라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킬 유인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남북 간 접촉은커녕, 물리적으로 연결돼 있는 통신선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산가족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상봉을 치러내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이산가족뿐만이 아니다. 통일부가 추진하겠다는 다른 사업들도 북한과 접촉이 있어야 가능하다. 지난 5일 김영호 장관은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통일부 장관-4대 연구원장 신년 특별좌담회'에서 "정부는 통일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새해 들어 우리 정부는 자유의 북진 정책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의 북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으나 김 장관은 △핵전쟁 공포로부터의 자유 △연대의 자유 △종교, 언론의 자유 등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의 자유 △헌법 제4조에 명시된 자유민주질서 입각한 통일 등을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의 국정철학을 네 가지 자유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이 언급한 추진 과제들을 북한이 받아줄 가능성은 매우 낮으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사실상 단절하고 나섰다는 데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개의 국가관계이며 전쟁 중에 있는 두 개의 교전국가간 관계"로 규정하고 올해 들어 남한과 관련된 기관 및 단체, 법령, 합의서 등을 폐기했다. 

 

▲ 12월 31일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가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의에서 올해 각 부문 사업을 총화하고 내년 당 및 국가사업의 발전 방향을 확정해 발표했다. ⓒ로동신문=뉴스1

 

만나지 않겠다는 상대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호응을 끌어내기 보다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적절한 대북 정책이라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북한을 비난하고 미국과 함께 또는 독자적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를 쏟아내는 것만 보더라도 북한과 접촉을 염두에 두지는 않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압박을 통한 행동변화는 현 상황에서 불가능에 가깝다. 남한의 압박이 효과가 있으려면 남한이 북한에 영향을 주는 존재여야 하는데, 지금은 개성공단 가동도, 금강산 관광도 모두 중단된 상태다. 북한이 남한에 소위 '아쉬울 것'이 없는 상태에서 압박이 통할 리가 없다. 

 

압박을 통한 행동 변화가 어렵다면 북한 지도 체제를 붕괴시키는, 즉 북한의 정권 교체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역시 쉽지 않다.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적 환경이 북한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심화된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북한의 숨통을 틔워줬다. 북한에 대해 어떠한 국제적 합의도 이뤄내지 못하면서, 핵 고도화를 비롯한 북한의 행동이 제어되지 못한 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시험 발사가 안보리의 결의안에 위배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결의안'(Resolution)은 커녕 중간 단계 수준인 '의장 성명(Presidential statement)'도, 가장 낮은 수준인 '언론 성명(Press Statement)'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북한은 미국과 관계 개선을 후순위로 미룬 듯하다. 북한이 미국과 수교를 추진하는 이유는 안보리 및 미국 제재를 해제하고 세계 경제에 편입되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인데, 북한 입장에서는 현재와 같은 강대국 간 대립이 유지된다면 미국과 어렵게 관계개선을 하는 것보다 특정 진영에서 핵 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 더 편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북한과 접촉할 계획도 없고, 압박은 통하지 않고, 붕괴시키기도 어려운 환경이라면 최소한 북한에 영향력이 있는 국가와 관계를 강화해 간접적으로라도 북한의 행동을 제어하고 영향력을 투사시켜야 하는데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중, 한러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한러 양측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 3일 외교부는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의 발언은 일국의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으로는 수준 이하로 무례하고 무지하며 편향되어 있다"며 이례적으로 강하고 직접적인 어조로 외교 상대국 대변인을 비난하는 입장을 내놨다. 

 

외교부가 이처럼 원색적인 비난 입장을 발표한 이유는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지난 1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노골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1월 31일 윤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북한 정권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한 비이성적인 집단"이라며 북한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는데,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에 대한 입장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위와 같은 답을 내놨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스스로 내놓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어떠한 방안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지금 정부가 북한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유일하게 하는 것은 '북한 나빠요'를 외치는 것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KBS에서 방영된 대담에서 북한을 비이성적인 집단이라고 규정하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든 안 하든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톱다운 방식은 곤란하고, 실무자 간 교류와 논의가 진행되며 의제도 만들고 결과를 준비해 놓고 정상회담을 해야지, 그냥 추진한다고 해서 끌고 나가는 것은 아무 결론과 소득 없이 보여주기로 끝날 수가 있다"며 회담 자체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윤 대통령이 회담에 대해서 이렇게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 것과 대조적으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무리 입장이 다른 대상이라도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면, 최소한 일본처럼 접촉에 나서겠다는 의지라도 보여야 한다. 소득 없는 '보여주기식'의 회담이라도 그 회담이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덧붙여, 정부는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 문제에서 국민에게 밝힌 가장 큰 약속은 북한 인권 개선, 납북자 문제 해결이다. 북한 정권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이 문제들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패션쇼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 해결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정부는 이념적 '주장'을 하는 것만으로 존재의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 지난해 7월 27일 정전협정체결일에 각각 기념행사에 참석한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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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이낙연 합당 선언...제3지대 4개 세력 통합, 당명은 ‘개혁신당’

차기 지도부 구성해 ‘당헌·당규’ 합의키로...설 연휴 뒤 합당대회 개최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왼쪽부터), 김용남 개혁신당 정책위의장, 이원욱 원칙과상식 의원,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제3지대 통합신당 합당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4.02.09. ⓒ뉴스1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통합 신당’을 꾸려 4·10 총선을 함께 치른다.

이준석 전 대표의 개혁신당, 이낙연 전 대표의 새로운 미래,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선택, 이원욱·조응천 의원의 원칙과상식 등 4개 세력은 9일 제3지대 통합신당 합당에 합의했다. 난항을 겪은 당명 채택은 이준석 전 대표의 ‘개혁신당’을 사용하기로 했다.

개혁신당 김용남 정책위의장, 새로운미래 김종민 공동대표,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 원칙과상식 이원욱 의원은 설 연휴 첫날인 이날 오후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신당의 공동대표는 이낙연 전 대표와 이준석 전 대표가 맡는다. 최고위원은 각 그룹에서 한 명씩 추천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낙연 전 대표는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겸임한다.

이들은 “기득권 양당의 오만과 독선”을 합당의 명분으로 세웠다. 특히 김종민 의원은 “위성정당이 오만, 독선, 반칙의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명을 개혁신당으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기존 개혁신당에 조금 더 우선권 혹은 유리한 결정으로 볼 수 있지만, 당 전체를 앞으로 운영해 나가는 게 있어서 네 세력이 같이 힘을 모아 결정하는 합의가 담겨있다”며 “아무래도 기존 당명을 가져가는 당과 그렇지 않은 당과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낙연 대표가 당원들과 잘 대화하며 소화해 나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용남 정책위의장은 “새로운미래의 이낙연 공동대표, 함께 협상에 임해준 김종민 공동대표의 통 큰 양보와 결단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각 그룹에 속한 구성원,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방식에 관해 김 의장은 “각 정당, 정치세력의 전권을 위임받아 나온 사람들이 합의했기 때문에 최종적인 합의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 체제에 대해 이원욱 의원은 “두 대표의 지지층이 약간 결을 달리한다. 이번 선거에 있어서 노장층의 조화로운 지도부가 구성돼 결을 달리하는 지지층을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통합신당은 차기 지도부가 구성되는 대로 “합당 실무절차, 당헌·당규, 정강·정책 합의, 총선 공약 합의, 공천관리위원회 인선 등”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나아가 두 공동대표의 총선 출마 계획은 “조만간 각각 발표할 것”이라고 김 의원이 예고했다.

이들은 설 연휴 직후 “조속한” 시일 내에 통합합당 대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이날 합당 합의를 발표하는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 김 의원은 “지역구에서도 대대적으로 양당 독점정치를 깨는 좋은 후보를 발굴해 출마시키겠다는 판단”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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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당일 알바에게 읍소...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습니다



[자영업자의 설날] 매출 압박에 시달리는 자영업자... 이들의 '고단함' 이해하는 사회 되기를

24.02.09 18:13최종 업데이트 24.02.0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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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에도 많은 자영업자들이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자들의 삶은, 명절처럼 국민 대부분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에도 끊임없는 노동의 반복이다. 이들의 근면은 주목할 만하나 그 배경에는 깊은 고민과 어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예전에는 명절이면 가게 문을 닫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변화와 함께, 명절 당일에도 문을 여는 자영업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매출의 압박이다.

십여 년 전만 해도 명절에는 대부분 가정이 차례와 가족 모임에 집중하며 외부 활동을 자제했다. 자영업자들도 그날만큼은 큰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워 자연스럽게 영업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전통적인 명절 관습이 변화하고,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명절 연휴는 물론 당일에도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게 되었다.

 

명절에도 가족과 시간 보내기 힘든 자영업자들

 

사회적 분위기가 이렇게 바뀌다 보니 자영업 중 특히 음식점들의 명절 연휴 영업은 이제 당연한 일처럼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 용산구에서 프랜차이즈 피자를 하는 사장 A씨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했다.

 

"전 창업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동안 명절 연휴 중 명절 당일은 당연히 쉰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작년 명절 때 당일 다음날 가게를 열었더니 동네 배달대행 사장이 당일이 '대목'인 거 몰랐냐고 왜 닫았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서둘러 차례 지내고 저녁에라도 가게를 열까 생각 중입니다.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요? 당연히 매출 때문이죠. 이렇게까지 누가 하고 싶겠어요. 알바에게 나오라고는 못 하겠고 혼자서라도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명절 영업은 휴업하는 가게들로 인해 오히려 고객을 끌어모을 기회가 된다는 계산도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 뒤에는 '구인난'이라는 큰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명절 연휴 기간에는 대부분의 알바들 또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를 원하기 때문에 인력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각종 당근책을 사용하는가 하면, 가족 구성원을 동원해 영업을 지속하기도 한다.

 

광주광역시에서 프랜차이즈 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B씨는 다음과 같이 명절 연휴 상황을 이야기했다.

 

"제 기억에 명절 연휴를 쉬어 본 적이 없네요. 부모님 댁은 미리 가는 거죠. 어쩌겠어요. 이 일이 그런 걸. 이번 설에 일할 알바는 확보했어요. 당연히 명절 근무 인센티브는 지급해야지요. 월급 때 합쳐서 주지 않고 따로 돈 봉투 만들어 당일 줘요. 그래야 기분 좋을 테니까요. 우리 집 애들한테 미안하죠. 명절이면 아내가 가게와 집을 왔다 갔다 하며 챙겨줘요. 애들 좀 더 크면 이렇게는 안 하려고요. 좀 쉬엄쉬엄 일해야죠. 그런데 아직은 해야 하네요."

 

서울시 강동구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C씨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명절이 어디 있어요. 특히 카페는 명절 연휴 때 가족들이 차례 지낸 뒤에 같이 모여 담소 나누는 장소가 되어서 더 잘 돼요. 그러니 쉴 수가 없죠. 그래서 저도 자영업 내내 명절 연휴를 쉬어 본 적이 없어요. 카페 창업 이전에는 편의점을 했거든요. 그때는 24시간 영업이다 보니 제가 37시간을 내리 근무한 적도 있어요. 설에 일할 직원이요? 1.5배 준다고 하면 다 나옵니다."

 

쉬지 못하는 게 '네 선택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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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70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2023'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23.8.10 ⓒ 연합뉴스

 

최근 명절 영업이 확대되는 추세에는 배달 플랫폼의 영향도 한몫했다. 배달 음식 주문 중계 시장을 장악한 이들은 '배달대행' 시장에도 진출하여 일명 '긱워커'로 불리는 플랫폼 노동자들을 끌어들였고 이 때문에 배달 음식점의 최대 고민인 배달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명절 영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현재 상황을 이들 자영업자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B씨와 C씨는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솔직히 말하면, 배민 같은 '배달앱'이 없거나 명절 때 배달 기사를 못 구해 영업이 곤란한 상황이라면 그 핑계로 닫고 싶어요. 어느 누가 명절 때 가족과 함께하고 싶지 청승맞게 가게에 나와 일하고 싶겠어요." -B씨-

 

"그전에 애들이 어렸을 때는 아내와 애들을 처가에 데려다주고 가게를 열었어요. 자영업하는 내내 명절을 지낸 적이 없어요. 그러니 가족들 마음은 불편하죠." -C씨-

 

이처럼 명절에 영업을 결정하는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복잡하며 다양한 요인들이 얽혀 있다. 그리고 이들의 선택 뒤에는 단순히 매출을 높이려는 의도뿐만 아니라, 경제적 압박, 사회적 변화, 인력 관리의 어려움 등 여러 가지 고민이 존재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누군가의 선택이 순전히 개인의 의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특정 직업군이 겪는 애환을 단순히 '네 선택의 결과'라는 식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쉽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 보면, 그 선택이 사회적 압박으로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경우가 적잖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요즘 대한민국은 '각자도생'이라는 시류 속에서 점점 더 메말라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타인의 어려운 삶, 특히 명절에도 쉬지 못하고 일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의 고단함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이는 사회를 더 포용적이며 연대의식이 강한 공동체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명절이 진정으로 공동체 전체가 함께 즐기고 나누는 시간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본다.

 

#설 #명절 #자영업 #프랜차이즈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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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한국은 제1 적대국가·유사시 영토평정' 재확인

건군 76돌 국방성 축하방문...자제 동행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02.09 09:36
  •  
  •  댓글 8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창건 76돌을 맞아 8일 오후 국방성을 축하방문한 자리에서 연설을 통해 '한국을 제1의 적대국가,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유사시 영토 평정'을 국시로 정한 것은 '국가의 영원한 안전과 장래의 평화와 안정을위한 천만지당한 조치'라고 재확인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창건 76돌을 맞아 8일 오후 국방성을 축하방문한 자리에서 연설을 통해 '한국을 제1의 적대국가,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유사시 영토 평정'을 국시로 정한 것은 '국가의 영원한 안전과 장래의 평화와 안정을위한 천만지당한 조치'라고 재확인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제1의 적대국가,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유사시 영토 평정'을 국시로 정한 것은 '국가의 영원한 안전과 장래의 평화와 안정을위한 천만지당한 조치'라고 재확인했다.

[노동신문]은 9일 김정은 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창건 76돌을 맞아 8일 오후 국방성을 축하방문했다고 보도하면서 연설 내용을 전문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얼마 전 우리 당과 정부가 우리 민족의 분단사와 대결사를 총화짓고 한국괴뢰족속들을 우리의 전정에 가장 위해로운 제1의 적대국가,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유사시 그것들의 령토를 점령, 평정하는 것을 국시로 결정한 것은 우리 국가의 영원한 안전과 장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천만지당한 조치"라고 지난 1월 15일 시정연설 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이어 "이로써 우리는 동족이라는 수사적표현때문에 어쩔수없이 공화국정권의 붕괴를 꾀하고 흡수통일을 꿈꾸는 한국괴뢰들과의 형식상의 대화나 협력따위에 힘써야 했던 비현실적인 질곡을 주동적으로 털어버리였으며 명명백백한 적대국으로 규제한데 기초하여 까딱하면 언제든 치고 괴멸시킬수 있는 합법성을 가지고 더 강력한 군사력을 키우고 초강경대응태세를 유지하면서 자주적인 독립국가, 사회주의국가로서의 존엄을 지키고 주변환경을 우리의 국익에 맞게 더욱 철저히 다스려나갈 수 있게 되였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정책전환과 견결한 대적립장은 주권사수의지에 있어서나 군사기술력에 있어서 만반으로 준비된 우리 군대가 있었기에 내릴수 있었던 중대결단이였다"고 군을 치하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대는 더욱 강력한 힘을 가져야 하며 그 불가항력으로써 전쟁을 막고 평화를 무조건 수호해야 한다"며 "적들이 감히 우리 국가에 대고 무력을 사용하려든다면 력사를 갈아치울 용단을 내리고 우리 수중의 모든 초강력을 주저없이 동원하여 적들을 끝내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의 국경선앞에는 전쟁열에 들떠 광증을 부리는 돌연변이들이 정권을 쥐고 총부리를 내대고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해들고있다"고 윤석열 정부를 맹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더욱 강대하고 번영하는 국가건설을 지향하는 우리 당의 목표는 우리의 자주적권리를 빠짐없이 되찾고 당당히 행사하는 것이며 여기서 첫째가는 과제는 국가의 안전을 영구히 확보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러자면 자기를 건드릴수 없는 절대적 힘을 지니고 적들을 다스릴수 있는 강한 힘을 가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제국주의의 패권정책과 횡포무도한 침략책동으로 주권과 령토가 무참히 침해당하고 류혈사태가 일상으로 되고있는 오늘의 세계에서 반제대결전의 걸음걸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수 없는 명백한 승리로 결정지으며 조국과 인민의 존엄을 영예롭게 수호하는 군대는 조선로동당의 령도를 받는 우리 혁명무력뿐"이라고 거듭 군을 추켜세웠다.

군 창건 76돌을 맞아 "우리 인민군대는 잃었던 생존권과 발전권, 자유와 권리를 되찾기 위한 우리 인민의 오랜 기간의 투쟁의 전취물"이라고 하면서 "우리 군대의 영웅적투쟁사에 빛나는 가장 큰 공적은 주권사수라는 본연의 사명에 무한히 충실하여 제국주의의 군사적위협공갈과 전쟁위험으로부터 나라와 인민의 자주권과 존엄을 굳건히 수호하고 평화와 안정을 보장한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사와 더불어 후세토록 빛날 시대정신들과 그에 떠받들린 기념비들도 모두 인민군대가 탄생시킨 것들"이라며, 올해들어 집중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지방공업 일신을 위한 10년혁명'(지방발전20×10정책)에도 군의 역할을 기대했다.

김 위원장의 국방성 축하방문에는 '주애'로 알려진 자제가 동행했으며, 북 매체들은 '존경하는 자제분'이라고 표현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 위원장의 국방성 축하방문에는 '주애'로 알려진 자제가 동행했으며, 북 매체들은 '존경하는 자제분'이라고 표현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 위원장은 8일 진행된 '조선인민군 창건 76돌 경축 연회'에도 참석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 위원장은 8일 진행된 '조선인민군 창건 76돌 경축 연회'에도 참석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이날 김 위원장의 국방성 축하방문에는 '주애'로 알려진 자제와 함께 조용원·리일환·박정천·조춘룡·전현철·박태성 당 비서들이 동행했으며, 강순남 국방상, 정경택 군 총정치국장, 리영길 총참모장과 대연합부대장 등 주요 군 지휘관들이 영접했다.

한편, 북한은 1948년 2월 8일 정규군 창건을 선언하고 이날을 '조선인민군 창건일'로 기념하다가 1978년부터 반일인민유격대 창건일(1932.4.25)인 4월 25일을 '군 창건일', '건군절'로 불렀으나 2018년 1월 22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를 통해 '조선인민군' 창건일을 1948년 2월 8일로 원상회복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동안 군 창건일로 기념해 온 1932년 4월 25일은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로 기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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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곳간 거덜내는 윤석열의 감세 대행진① 재벌감세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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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4/02/10 09:42
  • 수정일
    2024/02/10 09:44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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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감세 시리즈

연초부터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민생토론회를 한다고 해놓고 계속 감세정책만 줄지어 발표하는데 벌써 20여 건이 넘는다. 이에 재벌감세, 금융부자감세, 부동산부자감세 순으로 감세 폐해를 살펴본다.

전체 감세규모

윤석열 정부가 잇달아 감세안을 발표했다. 2022년부터 2028년까지 감세규모는 총 89조원에 달한다(나라살림연구소). 세법개정안에 따른 감세규모는 2028년까지 총 72.4조이다. 이중 법인세는 5년간 13.7조원, 종부세는 6.3조원 규모다.

세법개정으로 인한 2023년도 감세규모는 2.9조원이다. 하지만, 반도체 등 세액공제에 따른 감세 13조원을 합치면 16조원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정부는 2024년 또 각종 신규 감세조치를 연달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추가로 약 6조원 정도의 세수감소가 예상된다. 증권거래세 인하로 2조원, 금융투자소득세 1조 5천억원, 임시세액공제 연장으로 1조 5천억원, 대주주 주식 양도세 과세기준상향으로 7천억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확대로 3천억원 등이 감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 주제로 열린 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서울=뉴시스

재벌감세 시리즈

윤석열 정부의 감세는 재벌에 맞춰져 있다. 대표적 재벌감세는 법인세, 상속세, 투자지원 감세이다.

▢ 법인세 감세

2023년 법인세 감소액은 23조 2천억원이다. 작년 세수펑크가 56조원이고 그중 법인세가 절반이니 얼마나 막대한 규모인지 알 수 있다. 법인세는 기업이 내는 세금이다. 작년 경기가 안 좋아 기업실적이 떨어진 데다가 감세까지 해주었으니 23조원이나 법인세가 줄었다.

법인세 감세는 어떻게 해 주었나.

법인세는 기업 소득구간을 정해서 누진적으로 낸다. 기업 소득이 2억원 이하면 10%, 2억원에서 200억원 사이면 20%, 200억원에서 3000원억 사이면 22%, 3000억원 이상이면 25%를 낸다.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가 너무 많다면서 3000억원 이상의 구간을 없애고, 3%를 깍아 200억원 이상 기업이 모두 22%만 내게 하자고 주장하였다. 3000억 이상 재벌에 대한 감세특혜안이었다. 그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구간별로 1%씩 깍아 9%, 19%, 21%, 24%를 내도록 수정한 것이다.

기업소득이 3000억 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은 작년에 152개였다. 전체 법인 중 0.02%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들 대기업이 낸 세금총액은 41조8520억원이었다. 전체 법인세 중 47.7%에 해당한다. 이 말은 법인세를 대기업이 도맡아 낸다는 뜻이 아니라 이들 재벌대기업의 비중이 큰 만큼 법인세 감세혜택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는 뜻이다.

윤석열 정부는 구간별로 1%씩만 감세한 것에 대해 못내 아쉬워하였다. 대통령실 경제수석이었던 최상목이 기재부 장관이 되었으니 다시 3000억 이상 구간의 24% 법인세를 없애버리는 감세정책을 다시 추진하려고 할 것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법인세가 너무 비싸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런가.

개인사업자는 종합소득세를 낸다. 개인사업자는 1400만원에서 5000만원 사이의 소득이 발생할 경우 종합소득세를 15%를 낸다. 이 소득은 기업법인세 최하위 구간인 2억원 이하가 내는 9%보다 훨씬 높은 세금이다. 10억원 초과하는 구간의 개인사업자 최대세율은 45%이다. 법인세는 24%이다. 누가 더 세금을 많이 내는 걸까.

외국과 비교해 보면 2022년 기준으로 한국의 명목 법인세율은 27.5%로 OECD 국가 38개국 중 10위에 해당한다. 독일(29.83), 일본(29.74), 이탈리아(27.81) 보다는 낮고, 프랑스(25.83), 미국(25.81)보다는 높다. 법인세 실효세율은 19.7%인데, 일본, 영국 수준과 비슷하고 프랑스, 독일, 호주, 캐나다보다는 낮다. 미국과 비교하면 2019년부터 세율이 역전되어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실효세율이 높다. 이걸 가지고 한국 법인세가 너무 높다고 정부와 재벌이 아우성을 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재벌들은 수출소득이 많고 여기에는 외부납부세액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국내실효세율은 이보다 훨씬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

▢ 상속세 감세 추진

윤석열정부가 연초 공언한대로 상속세 완화를 추진할 경우 1조 2582억원까지 세수감소가 예상된다.

호심탐탐 상속세 완화를 노리던 윤석열이 상속세 완화방안을 설명하는 방법도 기가 막힌다. 지난 1월 17일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라는 황당한 제목을 단 민생토론회가 열렸다. 유명한 슈카월드 유투버가 주가를 떨어뜨려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재벌의 사익추구행태를 비판하자, 윤석열은 엉뚱한 대답을 하였다. “소액주주는 주가가 올라야 이득을 보지만, 대주주 입장에선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게 된다. 거기다 할증세까지 있다”고 대답한 것이다. 그러니 상속세를 깍아주면 재벌이 주가를 억누르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로 코리아디스카운트현상도 극복된다는 논리이다. 이건 동문서답이 아니라 의도된 악랄한 궤변이다. 상속세를 깍아주면 재벌이 주가를 올리는 노력을 하는게 하니라 오히려 상속세를 더 깍아달라며 떼를 쓰며 주가를 계속 억누를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상식적이다.

실제 상속세는 얼마나 낼까.

상속세는 상속액이 10억원이 넘어야 발생한다. 30억원이 넘으면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 또한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상속은 20% 할증하기 때문에 최고세율이 60%가 된다. 이것만 보면 상속세를 꽤 많이 내는 것 같다.

그러나 명목세율이 아니라 실효세율로 따지면 평균 18%가 안된다. 과세방식, 구간, 각종 공제 에 따라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중 상속세 공제 혜택만 따져도 ▲기초공제·인적공제와 5억 일괄공제 중 큰 금액을 택해서 깍아준다 ▲배우자라고 공제한다 ▲가업승계한다고 깍아준다. ▲금융재산이라고 깍아준다. ▲동거주택 상속이면 깍아준다 식으로 공제항목도 많다. 게다가 최고세율 상속세를 내야 할 정도의 많은 재산을 물려받는 사람은 2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2만 명이 내는 상속세 현황을 살펴보면, 재작년 상속세 과세표준이 적용된 상속세는 15조6천억원이었지만 실제 과세는 4조9천억원으로 실효세율은 31.4%밖에 안되었다. 명목 최고세율에서 절반에 불과하다. 과세표준이 아니라 실제로 신고한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할 때는 18.5%로 떨어졌다. 전체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해보니 5.1%밖에 안되었다. 또한 명목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상위 10%는 1245명 정도인데 실제 신고재산의 절반인 30%정도만 상속세로 납부하였다.

윤석열의 상속세 완화정책은 상공회의소 청부정책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작년에 세재개편과 관련하여 상속세율 인하‧유산취득세 전환 및 가업상속공제 확대 등 137개에 달하는 '조세제도 개선과제 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이중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 주목해야 한다. 상속세를 내는 방식은 유산세와 유산취득세 방식이 있다. 유산세란 상속유산총액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고, 유산취득세방식이란 피상속인이 각자 유산을 취득한 이후에 그 금액에 따라 상속세를 내는 방식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유산세방식이다. 따라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최대 1조 2582억원까지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사례를 보면 스웨덴은 2005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그리고 자본이득세 30%를 과세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상속세를 폐지했다는 것은 대주주의 지위를 상속받는 것은 용인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상속받은 재산을 이용, 처분하는 과정에서 이득이 발생하면 자본이득세로 30%를 과세하여 세금으로 환수한다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상속재산에 대해는 과세가 진행된다. 주목해야할 것은 대한민국의 경우 상속받은 재산이 부의 축적에 기여하는 비율이 38%가 넘는다는 점이다. 한국 50대 부자의 절반은 상속형 부자들이다. 그들의 능력이 절대 아니다.

▢ 임시 투자세액공제 1년 연장 등

임시 투자세액공제가 올해 1년 연장되어 1조 4500억원 규모의 세수감소가 예측된다.

임시 투자세액공제란 기업이 시설 투자를 하면 임시로 추가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이다. 2011년 이후 사라진 제도였으나 윤석열 정부가 2023년에 다시 도입했다. 이를 1년 더 연장하기로 한 것으로 그것이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이 돈을 벌겠다고 알아서 투자를 하는 것인데, 여기에 세금을 깍아준다는 것이 공평하고 실효성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함께 따른다.

임시 투자세액공제는 주로 설비투자에 세액공제비율을 높여준다. 일반기술 설비투자의 경우 대기업은 투자분의 1%~3%, 중견기업은 5%~7%, 중소기업은 10%~12%로 세액공제를 해준다. 신성장·원천기술 투자에 대해서는 대기업(3→6%), 중견기업(6→10%), 중소기업(12→18%) 등으로 공제율이 파격적으로 높아진다. 또 R&D(연구개발)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도 대기업은 25%에서 35%로, 중견기업은 40%에서 50%로, 중소기업은 50%에서 60%로 10%씩 상향조정했다.

그런데 작년 설비투자는 기계류(-7.2%), 자동차 등 운송장비(-0.4%) 등 5.5% 감소했다. 2019년(-5.6%)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경기침체기나 경기전망이 좋지 않으면 세금을 깍아준다고 해서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지는 않는다. 가뜩이나 세수펑크가 심각한 상황에서 효과도 불분명한 이런 방식의 감세는 그냥 기업들에게 국민세금을 퍼주는 것에 불과하다.

민주당 양경숙의원은 “임시투자세액 공제 연장으로 약 1조4500억원, R&D 세액공제율 10% 상향으로 1539억 원, 합계 세수 1조6천억원 정도가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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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해운대 회식비 영수증 없다” 대통령실 주장, 법원서 부정됐다

지난 4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해운대구의 한 횟집에서 회식을 한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부산 해운대 한 횟집에서 진행한 비공개 만찬 회식비 영수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대통령실 주장이 법원에서 부정됐다.

8일 ‘민중의소리’가 입수한 윤 대통령의 회식비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회식비 영수증 등 지출 자료를 보관·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대통령실 주장에 대해 “만찬에 소요된 경비를 대통령실 예산으로 집행한 이상 그에 관한 지출증빙서류 등이 존재할 것으로 보이며, 피고(대통령실) 주장과 같이 피고가 보유·관리하지 않는 정보라는 증거가 제출되지 않은 이상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본안전 항변’은 소송 요건이 성립되지 않으므로 각하해달라는 요청을 말한다. 대통령실은 해운대 회식비 지출 자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라는 소송이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업무추진비 또는 특수활동비 중 어떤 명목으로 집행됐는지를 불문하고, 그에 관한 출납계산서, 지출증빙서류 등이 존재할 것으로 보이고, 그 액수 및 지출주체·원천 등 정보는 그 문서 등에 기록된 내용으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절차상 예산 집행 자료가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것이 분명한데, 정보가 없다는 대통령실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국방 등 국익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대통령실의 정보공개 거부 사유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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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기사 넘칠수록 저출산 오해가 더 쌓인다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기자명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입력 2024.02.09 06:30

 

  • 언론자유를 지키는 힘, 미디어오늘을 지지해 주세요

 

모처럼 여야가 같은 목소리를 냈다. 여당도 야당도 인구부를 신설하자는 총선 공약을 동시에 발표했다. 문제는 여야가 싸운다고 꼭 나쁜 것만은 아니고, 여야가 합의했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란데 있다.

저출산 관련된 기사는 거의 매일 언론에 나온다. 그러나 홍수가 나면 가장 부족한 것은 깨끗한 물이라고 한다. 저출산 관련 기사가 넘칠수록 오히려 저출산 관련 오해가 더 쌓인다. 저출산 관련된 대표적 신화와 진실을 따져보자.

첫째, 우리나라는 저출산 관련 예산을 많이 쓴다? 언론에서 저출산 예산을 꾸미는 수식어는 ‘천문학’이다. 천문학적 예산을 저출산에 썼다며, 무려 380조 원을 썼다는 기사는 종종 나온다. 그러나 우리나라 저출산 관련 예산은 OECD 선진국 대비 많지 않다. 일단 저출산 예산 380조 원의 정체를 알아보자.

이는 지난 2021년 감사원의 ‘저출산 고령화 대책 감사결과’에서 나온 숫자다. 이는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 제정 이후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저출산 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예산액을 의미한다.

시간은 흘러 지금은 2024년이다. 그러나 여전히 언론의 시계는 380조 원에서 멈춰있다. 2023년에도 50조 원은 지출되었다. 2023년까지는 520조 원이 훌쩍 넘는다. 매년 발표되는 저출산 예산을 단순 합산하여 업데이트하는 정도의 성실함이 아쉽다. 특히, 우리나라 저출산 관련 지출이 천문학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면, 15년간 숫자를 더할 것이 아니라 18년간 숫자를 더하는 것이 더 좋겠다.

▲ 저출산 관련 예산 보도 갈무리

우리나라 저출산 예산은 다른 OECD 선진국대비 그리 크지 않다. OECD가 제공하는 통계에 가족지원(family benefit) 분야가 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생기기 직전인 2005년까지는 GDP 대비 0.2% 수준에 머물렀다. 이후 관련 예산이 크게 증가했지만 여전히 OECD 평균 가족지원 관련 지출액에 크게 못미친다.

 

아동수당, 양육수당, 보육 서비스, 아동보호 서비스 등으로 지출하는 금액을 의미하는 가족지원 분야에 우리나라는 GDP 대비 1.4%를 쓴다. 그러나 OECD 국가는 평균 GDP 대비 2.1%를 지출한다. 저출산을 극복한 나라로 칭송받는 프랑스는 가족지원 예산에 GDP 대비 2.7%를 쓴다. 결국 우리나라가 저출산 예산을 천문학적으로 쓰는데도 출산율이 늘지 않는다는 많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 그래프 출처=이상민, 유호림(2024), 보건복지분야 예산 시계열 분석을 통한 보건복지 정책 개선방향 연구

둘째, 출산율을 높일 수 있도록 저출산 예산을 효과적으로 지출해야 한다? 저출산관련 예산을 지출해도 출산율은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380조 원이든 520조 원이든 돈을 썼는데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았다면 반성하고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저출산고령화위원회도 실패를 인정하고 그간의 정책을 전환했다.

그런데 그 전환된 정책은 ‘출산율을 더 높일 수 있는 더 효과적인 저출산 정책을 만들자’가 아니다. 제1차, 제2차 저출산 정책이 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만들고자 했다면 제3차, 제4차 저출산 정책은 오히려 직접적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대책보다는 저출산 문제는 “사회, 경제, 구조, 가치관의 총체적 결과로써의 근본적이고 사회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인을 노동력, 생산력의 관점에 기반한 국가 발전 전략에서 개인의 삶의 질 제고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변화다. 인간은, 그리고 여성은 국가가 돈을 준다고 바로 애를 낳는 존재가 아니다. “정부야 아무리 나대봐야 내가 결혼하나 고양이랑 살지”라는 말이 이를 잘 대변한다. 그 결과 제4차 저출산고령화위원회는 “개인의 삶의 질 향상, 성평등하고 공정한 사회, 인구변화 대응 사회 혁신”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직접적인 출산율 제고 대책에서 간접적인 사회 분위기 개선 대응으로 전환했다.

▲ 2017년 2월27일, 20대 여성들로 구성된 단체 '불꽃페미액션'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 국책 연구기관 센터장의 출산율 하락 대책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영향평가센터장은 최근 포럼에서 출산율 하락의 원인이 여성의 고학력과 사회진출이라며 불필요한 휴학·연수 여성에게 취업 불이익을 주자고 주장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위원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아직 우리나라 언론은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성범죄 방지가 저출산 대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성범죄 방지 뿐만아니라 인권 증진을 위한 간접적이고 근본적인 대응 방안이 저출산 사회를 위해 더욱 필요하다.

과거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성인지 예산 30조 원의 일부만 떼어내도 북한의 위협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성인지 예산은 성인지를 위해 지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예산사업을 성인지적 관점으로 분석하는 예산이라는 점에서 잘못된 말이다.

마찬가지로 저출산 예산 520조 원은 출산율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예산이 아니다. 성범죄 방지를 위한 예산뿐만 아니라 아동학대를 방지하고 부족한 군 인력을 대체하기 위한 무기현대화 사업도 포함되어 있다.

▲ 2021년 8월14일 한국경제신문 보도 갈무리

아동학대를 방지하고 무기를 현대화한다고 출산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동학대는 방지해야 하고 무기는 현대화해야 한다. 그리고 인구구조 변화 대응에 필요한 전체 예산을 인지하기 위해 누군가는 전체 예산을 집계해야할 필요가 있다.

즉, 저출산 예산에는 출산율을 직접적으로 높이기 위한 예산뿐만 아니라 인구구조 전체 변화에 대응하고 이를 인지하기 위한 예산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출산 예산금액을 태어난 아이수로 나누어서 1인당 1억 원이 넘는다는 자극적인 기사는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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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론에게 잘못된 정부 정책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기대한다. 그러나 지난 2020년에 발표한 제4차 저출산고령화위원회의 올바른 정책 방향조차 쫓아가지 못하고 이미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폐기한 직접적 저출산 대책 예산이 필요하다고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언론을 보니 안타깝다.

 

  • # 해시태그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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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드러난 대통령실의 거짓말, '국정조사' 시작해야

[김형남의 갑을,병정] 박 대령이 수사 기록 이첩하자 안보실은 해병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경찰과 통화

24.02.08 17:18최종 업데이트 24.02.08 17:18

▲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일,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 대한 항명죄 군사재판의 두 번째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피고석에 앉아있던 박 대령은 김 사령관이 법정에 들어서자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했다. 서로 다른 처지로 법정에 선 두 사람은 과거 세 번이나 상관과 부하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재판 시작 전 법정 밖에서는 박 대령의 동기인 '사관 81기 동기회'와 '해병대 예비역 연대' 등 해병대 예비역이 "사령관의 한마디면 진실이 밝혀진다. 외압에 굴복말고 정의롭게 대처하라!"는 피켓을 들고 수사 외압에 대한 김 사령관의 양심선언을 촉구했다. 그러나 법정에서 김 사령관이 보여준 모습은 빨간 옷을 입은 이들의 기대와는 달랐다. 김 사령관은 박 대령 측 변호인들이 던지는 질문에 대해 원론적인 이야기를 반복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하거나, 아예 동문서답하거나,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다못한 방청인들은 한숨을 쉬거나 야유했고, 군판사가 한 명을 퇴정시키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럼에도 이날 재판에서는 유의미한 사실들이 분명한 증거로 드러났다. 우선 김 사령관과 임종득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 간의 통화 내역이 공개되었다. 공개된 내역에 따르면 김 사령관은 지난해 8월 2일에 임 차장과 세 번 통화를 했다. 첫 번째는 12시 50분에 임 차장이 전화를 걸어와 7분 52초간 대화했고, 두 번째는 15시 56분에 임 차장이 전화를 걸어와 4분 41초, 세 번째는 16시 13분에 김 사령관이 전화를 걸어 33초간 대화했다.
 

▲ 2023년 8월 25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그런데 지난해 8월 2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김 사령관은 "관련해서 (국가)안보실과 통화한 적은 한 번 있습니다. 안보실 2차장이 (해병대수사단이 수사 기록을) 이첩하고 난 이후에, 휴가 중이었는데 들어오면서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서 저한테 전화를 해서 관련 경과에 대해서 잠시 말씀드렸습니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김 사령관은 박 대령 항명 사건 수사 당시 군검찰에 출석해서도 "8월 2일 오후 16시경 인가였던 것 같은데 (휴가 중인 임 차장으로부터) 다급하게 전화가 와서 저에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으셨습니다"라고 임 전 차장과의 통화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확인된다.

법정에서 공개된 김 사령관의 진술서 내용에 따르면 김 사령관은 임 차장이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7월 30일 장관 보고부터 8월 2일 기록 이첩까지의 상황을 설명해줬다고 한다. 그리곤 안보실과 더 통화한 사항은 없었다고도 진술했다. 김 사령관은 이날 법정에서도 '임 차장과 통화한 내용은 휴가 중인 임 차장에게 상황 설명을 해준 것이 전부'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김 사령관의 말을 종합해 보면 휴가 중이라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임 차장은 8월 2일 15시 56분이 되어서야 김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 설명을 들은 것이 된다. 그렇다면 임 차장이 12시 50분에 김 사령관에게 건 전화는 설명이 되질 않는다.

같은 날 10시 30분에 해병대수사단이 예정대로 경찰에 사건기록을 이첩했고, 김 사령관은 이를 인지한 뒤 국방부 차관, 국방부 법무관리관,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과 자신의 참모들에게 정신없이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임 차장의 전화를 받았던 것이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와중에 국가안보실 차장과 해병대사령관이 7분간 잡담을 했을 리는 없고, 당연히 당시 상황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즉, 김 사령관이 15시 56분에 아무것도 모르는 임 차장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어봤다는 국회 증언, 군검찰 진술, 법정 증언은 모두 위증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김 사령관은 법정에서 통화내역이 공개되고 임 차장과 통화 때마다 무슨 대화를 했는지 질문받자 한 번만 분명히 기억나고 나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하다가, 통화 때마다 같은 이야기를 했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경찰에 이첩하고, 국방부가 이를 무단으로 회수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던 와중에 해병대사령관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국가안보실의 2차장과 나눈 통화 내용을 숨겨야 하는 저의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개입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 그간 대통령실의 일관된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의 서로 다른 부서에서 같은 날 동시에 움직였다
 

▲ 2023년 3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오른쪽 두 번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국가안보실 김태효 제1차장(오른쪽), 임종득 제2차장(왼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새로운 사실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공판을 전후로 채 상병 사망 사건 처리 과정에 대통령실이 깊게 개입되어있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이나 의심할 만한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대통령이 혐의자에 해병대 1사단장이 포함된 수사 결과를 듣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진 7월 31일에 대통령실 국방비서관과 해병대사령관이 여러 차례 통화를 나눈 사실이 밝혀졌다.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은 2023년 8월 30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7월 31일 해병대사령관과 통화한 적이 없다'고 증언한 바 있는데, 김 사령관의 통화내역에 따르면 두 사람은 7월 31일 17시에 통화를 했다. 위증을 한 것이다. 대통령실 소속 국가안보실 2차장과 국방비서관이 공통되게 해병대사령관과 나눈 통화를 부인하거나 거짓으로 말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받던 국가수사본부 고위 관계자가 해병대사령관과 국가안보실 2차장이 통화를 한 날,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전화를 걸어 해병대수사단이 경상북도경찰청에 이첩한 수사 기록을 무단 회수하는 과정에 국방부가 협조하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밝혀졌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대통령실의 서로 다른 부서에서 같은 날 동시에 움직였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대통령실에서 세 사람이나 아무 이유 없이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결과와 이를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 관심을 가졌을 리 없다. 작금의 사태가 '대통령의 격노'로 촉발되었다는 수사외압 의혹은 이제 단순한 의혹의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박정훈 대령 공판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이제 고작 김 사령관 한 명을 신문했을 뿐인데도 수사외압 의혹의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 앞으로 수많은 증인의 출석이 예정되어 있다. 밝혀질 진실이 더 많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해병대 고 채 상병과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가 생존한 장병의 어머니와 과거 군 사망사고 유족, 더불어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TF 소속 박주민, 강민정, 홍정민, 신현영 의원, 군인권센터 관계자들이 1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진표 국회의장을 향해 채 상병 사망 사건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그러나 이 재판이 대통령 외압 의혹을 규명할 목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박정훈 대령의 행동이 항명이었는지 아닌지를 밝히는 게 핵심이다. 결국 외압 의혹은 다른 곳에서 밝혀야 한다. 바로 국회다.

특정인을 구명하기 위해 대통령과 그 비서진이 개입했다면 이는 명백한 위법이고, 권력자가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방해한 반헌법적 국가범죄다. 게다가 그간 국회에 출석한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증언이 위증이었다는 사실도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국정조사의 명분은 충분하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정조사는 이미 야당에 의해 요건을 갖춘 국정조사요구서가 본회의에 송부된 지난 11월에 시작되었어야 한다. 그럼에도 국회의장은 여당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정조사 개시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대통령과 그 참모들의 위법행위를 규명하는 일에 여당이 나서서 협조할 리 만무하다. 국정조사가 필요한 사안을 두고 여당이 자발적으로 협조해 주기만을 바라는 것은 국회의장의 직무 유기다. 법률이 정한대로 절차를 밟아 국정조사를 진행시키고, 여당이 협조하도록 견인하는 것이 국회의장의 역할이다.

이미 5만 명의 시민이 국정조사 실시를 청원하는 국민동의청원을 제출한 바 있고, 2월 7일에는 2만309명의 시민이 국회의장 앞으로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하는 서명을 제출했다. '채 상병 사망 사건 국정조사'는 국민의 요구다. 연일 드러나는 놀라운 진실들이 한 때의 뉴스거리로 남지 않도록 국회의장이 결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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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장애에 빠진 3천 명, 지난 4년 동안 도대체 뭘 했나

[정희준의 어퍼컷] 한국 정치 다시 보기 (5)

정희준 문화연대 집행위원  |  기사입력 2024.02.09. 05:01:46 

 

국회의원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복무한다면 '제때 결정'해야 한다. 때맞춰, 적시에 결정하지 않는 정치가 무슨 소용이 있나. 그래서 지난 칼럼(이준석 신당, '쟤가 더 나빠요 정치' 끝낼 수 있을까?)에서 '틀린 의사 결정'이 '지연된 의사 결정'보다 낫다고 한 것이다.

 

지금 기득권 양대 정당은 서로를 비난하기에 바쁠 뿐 국민의 고된 처지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지난 4년 동안 도대체 뭘 했지? 싸운 거 외엔 기억에 없다. 국회의원 숫자만 300명이다. 그들이 거느린 보좌진 숫자는 무려 2700명이다. 3000명이 지난 4년간 뭘 한 건가.

 

결정장애에 빠진 국회 

 

국회의원은 선출된 공직자고 국가를 대표한다. 리더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결정하는 것이다. 직원들은 부서장에게 판단해달라고 하고 부서장은 사장에게 결정해달라고 한다. 그 결정을 미루고 외면하면 그때는 무능이다. 결정을 외면하는 정치인은 자격이 없는 것이다. 

 

21대 국회가 남긴 성과는 기억에 없고 정치를 싸움판, 투전판, 혐오의 전당으로 만들었다. 개혁은 찾아볼 수 없다. 윤석열 정부가 개혁하겠다던 연금·노동·교육 뿐 아니라 양극화, 기후변화 대응, 플랫폼기업 등장으로 인한 여러 문제들처럼 이미 오래된 주제들도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고민해야 함에도 당의 정책과 지역 여론이 맞서게 되면 지역을 선택한다. 

 

타다금지법 입법 사례에서 보듯 수구적이고 비겁한 결정을 하기도 했고 로톡에서 보듯 중재를 외면해 10년 가까이 법적 공방만 벌이게 했다. 국민연금, 재정준칙 등 이미 오래전 국가적 쟁점으로 떠오른 사안들에 대해서도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반대 여론과 집단 민원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그냥 귀찮아서인지 계속해서 다음 국회, 다음 정부로 떠넘기기 중이다. 한마디로 결정장애에 걸린 국회다. 

 

에스토니아는 이미 완벽한 전자정부 

 

이렇듯 국회의 느린 의사결정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바로 전자투표다. 쟁점 법안, 갈등 사안, 국정과 지역이 충돌하는 정책, 정당 간 의견이 대립하는 법안 등을 전자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이다. 외국 사례도 이미 충분히 많고 용도도 다양하다. 사실 IT강국이라는 한국이 왜 이걸 아직까지도 도입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혹시 이걸 도입하면 일을 해야 하니까? 아니길 빈다. 

 

 

 

 

 

 

정치도 마찬가지. 2005년 지방선거, 2007년 총선거를 시작으로 성공적인 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를 구현했다. 오프라인 투표도 가능하고 자신의 선택을 번복할 수도 있다. 이제 47%가 온라인으로 투표한다.

 

이 좋은 걸 왜 안 할까?

그런데 전자투표의 또 다른 미덕은 용도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스페인은 당내 의사 결정, 호주는 정책 이슈에 대한 판단, 러시아는 당내 결정 및 주민투표, 덴마크는 당내 투표, 미국은 부재자투표와 당내 대선 후보 및 선거인단 선정, 우크라이나는 청원 및 자문 투표, 인도는 총선, 스위스는 국민투표 및 주민투표. 

 

물론 찬성이나 반대 어느 한쪽이 높게 나왔다고 해서 바로 결정하기보다는 이를 참고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여론정치만큼 위험한 게 없다. 그러나 이렇듯 전자투표는 정책결정의 근거가 되고 소모적 정쟁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국정의 순발력이 높아진다. 선별적이어야 하겠으나 전자 국민투표는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가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새로운 정치를 가능케 할 것이다. 

 

정치가 빠른 결정을 해주면 국민이 편안해진다. 경제도 잘 돌아가고 당연히 민생도 나아질 것이다. 정치인은 칭찬받을 것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남들 다 하는 이 좋은 걸, 도대체 왜 안 하고 있는 걸까요? 정말 일해야 될까봐 그런 걸까요? 아니길 바랍니다. 

 

▲국회의원 숫자만 300명이다. 그들이 거느린 보좌진 숫자는 무려 2700명이다. 3000명이 지난 4년간 뭘 한 건가.ⓒ연합뉴스
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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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브리핑] 윤석열 대담, ‘조공방송’...차라리 ‘용산 포차’를 찍지 그랬나



 

 

[총선 이슈 브리핑] 2월 8일 D-62

-조만한 파우치?‥진행자 영원히 언론계 떠나라

-홍익표 “진실을 두려워하고, 숨길 게 많은 대통령”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로만 채워진 ‘망작’

-홍준표 “아무도 해명할 생각 않고, 눈치보다 일 커져”

-조국,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

-‘통합형 비례정당’ 원내 진보3당에 공식 제안

-부산 횟집 도열한 회식, 얼마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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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KBS 녹화 대담을 두고 ‘방송 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언론노조는 “공영방송 KBS를 용산 ‘조공방송’으로 전락시켰다”라며 “차라리 ‘용산 포차’를 찍지 그랬나”라고 일갈했다.

이어 “담배를 피우는 전두환 앞에 공영방송 사장이 머리를 조아리던 군사독재 시절 이후 최악의 연극이었다”라면서 “대통령의 술 친구가 낙하산 사장으로 임명되고 임명동의제도를 파괴한 순간 예고된 참사”라고 지적했다.

‘조만한 파우치’?‥진행자 영원히 언론계 떠나라

김건희 여사가 수수한 명품 가방을 ‘조만한 파우치’라고 말한 박장범 앵커도 말밥에 올랐다. 언론노조는 “명품백을 명품백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진행자 박장범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자리에서 물러나 영원히 언론계를 떠나라”라고 비판했다.

진실을 두려워하고, 숨길 게 많은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진실을 두려워하고, 숨길 게 많아 겁을 내는 떳떳하지 못한 대통령을 봐야하는 국민들은 더 답답하고 고통스러웠다”라며 “KBS를 통해, 녹화 후 편집한 홍보용 영상을 내보낸 것은 오히려 국민과 괴리된 불통만 확인된 시간이었다”라고 비판했다.

대담이 아니라 국민께 말대답한 것

진보당 손솔 대변인은 "온갖 의혹에 자기변명만 늘어놓은 윤 대통령의 말에 보는 국민들 속만 더 문드러졌다"라며 "대담이 아니라 국민께 말대답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로만 채워진 ‘망작’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신년 대담은 형식과 내용 모두 국민과는 동떨어진 ‘망작’”이라면서, “ 윤 대통령이 불편하게 여길 질문은 모두 생략됐고, 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로만 채워진 이번 대담은 역설적으로 기자회견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라고 논평했다.

홍준표 “아무도 해명할 생각 않고, 눈치보다 일 커져”

여권 반응도 냉담하다. 김경률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윤 대통령의 김 여사 언급에 대해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도 “국민의 기대를 채우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김 여사 명품 가방과 관련해 “초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논란만 키우다가 국정이 되어버렸다”며 “아무도 적극 나서서 해명할 생각은 하지 않고 눈치보고 미루다가 커져 버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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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심에서도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장관은 법정을 빠져나오면서 “많이 부족하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라며 “검찰 독재 행태를 온몸으로 겪은 사람으로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조 전 장관은 “최대한 법률적으로 해명하고 소명하기 위해서 노력을 할 것”이라며 “이것이 안 받아들여진다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겠다”며 총선 출마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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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형 비례정당’, 원내 진보 3당에 공식 제안

더불어민주당이 ‘통합형 비례정당’ 출범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민주당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 추진단장을 맡은 박홍근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녹색정의당, 진보당, 새진보연합 등 3개 원내 정당과 연합정치시민회의 연석회의를 조속히 개최할 예정”이라며 진보정당들의 참여를 공식 제안했다.

박 의원은 공동 총선 공약, 민주적 선출 시스템 구축, 지역구 후보 단일화 등을 선거연합의 원칙으로 내걸었다. 박 의원은 “적정한 시한까지 합의에 이르지 않았을 경우 우리는 합의에 동의하는 정당 그룹과 합의된 영역을 중심으로 우선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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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횟집 도열한 회식, 얼마 나왔나?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해운대의 한 횟집에서 진행한 회식비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지금까지 “국가안전보장과 국방, 통일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 국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공개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미 만찬이 종료됐고 장소와 참석자 등도 보도돼 정보가 공개돼도 국가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지 않다”면서 “대통령 국정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정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작년 4월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부산을 찾은 윤 대통령이 회식 뒤 일렬로 도열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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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명품백 언급못한 KBS앵커… “권언유착” 비판 봇물



KBS 출신 고민정 “명품백 언급못해 충격 참 비루해” 최경영 “권언유착 쇼”

박성제 “파우치? 한심해” 박주민 “방송장악 측은해, 김건희는 성역인가”

홍익표 “어용방송” 조응천 “다큐 드라마”

 

기자명조현호 기자

  • 입력 2024.02.08 11:49

  • 수정 2024.02.08 11: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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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신년대담을 진행한 박장범 KBS 앵커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를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질문의 논점을 대통령과 여당 입장에서 해 비판이 봇물을 이룬다. KBS 출신 인사들은 “충격, 비루하다”, “권언유착”이라고 비판했고, 정치권에서도 “낯부끄러운 홍보영상”, “어용방송”, “다큐드라마”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장범 KBS 앵커는 지난 7일 밤 10시부터 KBS 1TV로 방송된 <KBS 특별 대담-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을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만 백’을 어떤 방문자가 김건희 여사를 만나서 놓고 가는 영상이 공개됐다”, “저렇게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몰래카메라를 장착하고 대통령 부인에게 접근할 수 있었을까, 의전과 경호의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니냐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사람들이 했다”고 질문했다. 이어 “여당에서 정치공작의 희생양이 됐다고 얘기하는데 동의하느냐”고도 했다. 여당 입장에서만 질문하고 저런 고가의 가방을 대통령 부인이 받은 것은 문제가 아니냐,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야당의 입장이나 국민이 의심하는 관점의 질문은 누락했다.

이에 KBS를 포함한 언론인 출신 인사들은 충격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KBS 아나운서 출신의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오전 BBS불교방송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저한테는 좀 의아하고 충격적이었던 건 (앵커가) 명품백을 명품백이라고 말하지 못하더라”라며 “그게 참 비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KBS 공영방송이 어쩌다 저 지경까지 갔나”라며 “명품백을 말하지 못하는 앵커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KBS의 조직원들이 자괴감을 느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수신료를 내고 계신 국민들도 이게 공영방송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서 참 씁쓸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방송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대통실을 방문한 박장범 KBS 앵커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고 의원은 윤 대통령이 사과도 하지 않은채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라고 한 것을 두고 “매정하게 끊지 못해서 그게 뇌물”이라며 “그걸로 죄의 대가를 치르는 거다. 사과는 마무리가 아니라 시작이었는데, 사과조차 없었던 대담”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퇴사한 최경영 전 KBS도 8일 오전 페이스북에 “KBS 박장범 기자는 ‘이른바 파우치논란’이라고 불러왔었느냐. 어?”라며 “KBS는 그랬느냐. ‘조그마한 백이죠’? 어색하다. 궁색하네. 민망하지”라고 지적했다. 최 전 기자는 “방송용으론 명품백, 세간에선 디올백이라 불러왔는데…언론사가 스스로 세상을 멀리하고 용산과 애정하니 그걸 이른바 권언유착, 전문용어로 쇼라고 하더라”고 비판했다. 박성제 전 MBC 사장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KBS 앵커가 스스로 '파우치'라는 단어를 생각해냈다면 한심한 일이고, 대통령실이 사전에 '파우치'로 불러 달라 요구하고 KBS가 수용했다면 더 한심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전날 대담 방송을 두고 “낯부끄러운 홍보영상에 불과했다”며 “(국민들의 사과여론에도) KBS 앵커는 ‘외국회사의 자그마한 파우치’로 축소하고, 그 장면을 보면서 의정과 경호문제를 가장 먼저 생각했을 것이라고 본질을 왜곡했는데, 방송이 장악됐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측은함까지 느껴졌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KBS와 대통령은 김건희씨 보호를 위해 금품수수에 대한 사과는커녕 유감도 표시하지 않았다”며 “김건희씨가 현 정부의 최우선순위고 이 관련된 치부와 범죄는 어쩔 수 없는 성역이 돼 버린 것이냐”고 반문했다.

 

▲박장범 KBS 앵커가 지난 7일 밤 방송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신분이 검증안된 사람이 접근한 이유가 뭐냐고 질문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김성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대통령의 신년회견이 공영방송 KBS가 연출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변질한 것을 보았다”며 “유감과 사과 기대했다가 우롱당했다고 느꼈다”고 비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KBS 책임도 매우 크다”며 “박민 사장 취임과 함께 KBS 점령해서 전두환 시절 어용방송으로 되돌아갔다”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KBS의 정권홍보 방송 전락을 지켜보는 것도 국민에게 큰 고통이었고 실망이었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미국 백악관 최장수 출입기자였던 헬런 토마스 여사가 ‘대통령에 질문할수 없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다. 질문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왕이 된다’고 한 말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검사시절의 대통령께서 지금 영부인과 가족을 대하는 잣대로 수사를 하셨다면 절대 스타검사 윤석열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 아나운서 출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오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언급도 하지 못한 공영방송 KBS의 박장범 앵커에 대해 비루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BBS 아침저널 영상 갈무리

손솔 진보당 대변인도 기자회견에서 앵커가 사건의 위중함을 축소한 점을 두고 “KBS는 대통령이 듣기에 불편하지 않은 말들로만 골라 대담하며, ‘KBS는 완전히 대통령 편이다’고 어필하고 싶었던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신지혜 새진보연합 대변인도 이날 “KBS는 대통령이 하고픈 말을 다 하게 해주는 언론사라고 으스대고 싶었느냐”고 되물었다. 곽대중 새로운선택 대변인도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방송이었다”며 “공영 방송국의 전파를 남용한 역대 최악의 대통령 홍보물이었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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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훈 김건희 명품백 수수 질문에 “국민 걱정할 부분 분명”

  • 서울신문 논설위원 “윤 대통령 대국민 소통 위상·존재감 너무 쪼그라들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민주당을 탈당한 뒤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상민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평균적 국민의 기대에 비추어 보면 그걸 채우기는 좀 어려웠을 것”이라며 “해명과 함께 사과도 필요하지 않았을까. 오히려 툭툭 털고 나갔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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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최고인민회의 전원회의 개최...남북경협 관련 법안, 합의서 폐지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02.08 09:51
  •  
  •  댓글 0
 
북한이 7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30자전원회의에서 북남경제협력법,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과 그 시행규정들, 관련 합의서들을 폐지했다고 밝혔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이 남북간 경제협력에 대한 법 규정과 관련 합의서를 폐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30차전원회의에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북남경제협력법,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과 그 시행규정들, 북남경제협력관련합의서들을 페지함에 대하여》를 전원일치로 채택하였다"고 8일 보도했다.

앞서 최고인민회의는 지난 1월 15일 제14기 제10차회의에서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지하고 내각과 해당기관에서 후속대책을 세울 것이라는 결정을 발표했다.

북남경제협력법과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 및 그 시행 규정과 관련 합의서를 폐지한 것은 이때 언급한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보인다.
 
북남경제협력법은 지난 2005년 7월 6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1182호로 채택, 제정되었다. 법 제1조와 2조는 건설, 관광, 기업경영, 임가공, 기술교류와 은행, 보험, 통신, 수송, 봉사업무, 물자교류를 비롯한 남북경제협력 분야에서 남측과의 경제협력에 필요한 제도와 질서를 엄격히 세워 민족경제를 발전시키는데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남경제협력법은 9개의 남북경협합의서 발효와 함께 채택되었으며, 북남경제협력의 원칙으로 △전민족의 이익을 앞세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 보장 △호상존중과 신뢰, 유무상통을 제시했다. 같은 해 남측에서는 남북관계기본법이 제정됐다.

남측의 투자와 관광을 허용하는 금강산관광특구법은 지난 2011년 5월 31일 채택되었으나 이번에 폐지됐다.

전원회의에서는 남북경협 관련 법안 폐지와 함께 문평지구에 대한 국토건설총계획 관련 정령을 채택하고 중앙재판소 판사를 소환, 선출했다.

이날 회의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강윤석·김호철 부위원장, 고길선 서기장을 비롯한 상임위원회 위원들이참가하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내각사무국, 성, 중앙기관의 해당 일꾼들이 방청한 가운데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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