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남한을 '적대국가'로 규정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들어 남북관계 단절을 위한 조치에 착수하더니 결국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들고 나왔다. 이에 안보 위기가 실제 군사 충돌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16일 리영희 재단이 '무너진 남북관계와 위기의 한반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주관한 좌담회에 패널로 참석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은 있지만 전면전으로 확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전과 달리 남북 모두 군사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사전 조치들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전 장관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이 '해상국경선'을 언급하며 서해에서 경계선 사수 의지를 굳건하게 밝혔으나, 현실에서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 전 장관은 "서해에서 군사 전력을 비교해 보면 북한이 이를 밀어붙일 해군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북한이) 정치적으로는 해상국경선이 진전된 안을 발표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 역시 "해상전력을 비교해보면 북한이 보통 열세가 아니라 완전한 열세"라며 "김정은이 일단 이야기는 해놨기 때문에 이걸 취소할 수는 없을 것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해상국경선을 만들긴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전 교수는 "일단 이야기는 해놓고 발표를 늦추는 방법, 실제 해상국경선 효력 실행을 늦추는 방법도 있고 민간선박은 묵인하고 군함의 경우 위험사격으로 대응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군사 충돌이 발생하면 과거와 달리 규모가 훨씬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충돌이 육지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가능성이 '제로'(0)는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확전 여부와 관련 김 전 장관은 "핵심은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에 없다는 데 있다. 실제 2010년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을 때 대응 과정에서 확전을 조절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미국이었다. 미국이 조절했기 때문에 확전으로 나아가지 않은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용인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김 전 장관은 남북 간 전면전보다는 긴장이 높은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위기 국면은 결국 협상 국면이 되어야 해소되는데, 지금은 남북관계 측면이나 미국의 대북 정책을 보더라도 협상 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확실성이 아닌 불확실성이 작동하는 것인데, 최근 거시경제 지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안보 불안까지 이어지면 주식시장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전 교수는 "기회비용도 고려해봐야 한다. 남북관계가 좋지 않고 악화되면서 잃어버리는 기회비용의 손실이 어마어마하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미국, 일본, 대만, 중국, 러시아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다른 나라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며 "전면전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도 중요한데, 위기가 발생하면 당장 전쟁 위협을 피해서 대화와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정부가 하지 않으면 국회에서라도 이야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장관은 현 상황에 대해 "한국전쟁 이후 70년 동안 전쟁에 가까이 갔던 적도 수 차례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그 문턱을 넘지는 않았었다"라며 "통일이라는 목표를 열어둔 채로 현실적인 두 국가 체제를 어떻게 평화롭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것 같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민족주의적 접근으로 만들 수 있는 남북관계의 공간이 크지 않다. 여전히 당위론이 있고 사명감을 가질 수는 있는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확하게 매듭을 찾고 어떻게 풀어 가는가에 대한 외교적 노력 및 쟁점에 대한 이해 등이 있어야 한다"며 "조금 더 문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심층적인 공감대를 마련해야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좌담회는 지난 16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다음은 좌담회 주요 내용이다.
▲ 16일 리영희재단이 주관하는 좌담회가 정욱식(왼쪽)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의 사회로 열렸다. 이날 좌담회에는 김연철(가운데) 전 통일부 장관과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가 참석했다. ⓒ프레시안(이재호)
정욱식 : 최근에 이러다 전쟁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을 정도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둘러싸고 지난 1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해상국경선'을 설정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NLL를 둘러싼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서해에서는 남북 해군 사이에 1999년, 2002년, 2009년 세 차례 교전이 있었고 2010년에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와 지금의 위기 양상이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서해에서의 충돌은 우발적 성격이 강했다. 꽃게잡이철 어업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남북 간 충돌이 벌어지곤 했는데, 지금은 충돌 위험이 예고되고 있는 것 같다. NLL을 사수하겠다는 남측의 의지와 이를 불허하겠다면서 해상국경선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북한, 여기에 남북이 적대 관계로 바뀌면서 북한이 실력행사에 나설 것 같은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김연철 : 큰 틀에서 보면 전면전쟁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다는 것이 미국이나 한국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인 것 같다. 한국전쟁 이후 70년 동안 전쟁에 가까이 갔던 적도 수 차례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그 문턱을 넘지는 않았었다.
다만 우발적 충돌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2018년 9.19 군사합의가 사실상 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도 파기가 됐는데, 이 합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일종의 완충공간을 만들어 충돌을 예방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합의가 파기되면서 완충공간으로 설정된 부분에서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NLL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면, 서해에서의 해상경계선인데, 정전협정 때 이 부분을 합의 못해서 이후 이를 둘러싸고 문제가 생겼다. 물론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중략)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시하면서 NLL을 법적‧공식적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합의를 통해 유지해오긴 했다.
1990년대 군사적 충돌 당시와는 달리 지금은 충돌을 예방할 수 있는 남북 간 각자의 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우리 같은 경우 군사 충돌의 빌미가 됐던 꽃게조업과 관련, 지금은 어로 한계선을 설정해서 해양경찰 차원에서 이를 넘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그럼에도 우발적 충돌 배제를 위해서는 국면을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장렬 : 지난달 초 북한이 대규모 포병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포탄이 전부 NLL 이북으로 낙하하긴 했는데 과거와 다른 점은 포탄 수가 상당히 많아졌다는 점이다. 또 NLL은 함정 간 충돌이 진짜 문제인데, 아직 이 정도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말한 '해상국경선'도 정확하게 선이 그어지진 않았다. 1999년 9월 서해5도 주민들이 겨우 빠져나오도록 통로를 내주고 나머지는 전부 '중간선개념'이라고 해서 임진강 하구에서 중간으로 그어버렸던 '조선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이 있었는데, 이번에 이것을 쓰지는 않을 것 같다. NLL을 기준으로 보면 대청도와 연평도 사이에 푹 파인 곳이 있는데 거기에서 남쪽으로 좀 내려온 정도로 선을 그을 것 같다.
만약 이를 계기로 남북의 함정들이 동원되고 그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군사적으로 봤을 때 해안포가 있는 북한이 좀 유리한 측면이 있는 부분도 있다. 해상국경선 발표한 날 지대함 순항미사일인 '바다수리-6형'도 나왔는데 이 미사일이 다량 배치되는 것도 문제다.
또 군사 충돌이 발생하면 과거와 달리 규모가 훨씬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충돌이 육지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가능성이 '제로'(0)는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충돌 발생 여부에 집중하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갈등을 완화시키고, 실수로라도 군사 행동이 나왔을 때 확전이나 전면전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도를 미리 마련할 수 있을 것이냐가 핵심이다.
한편 지난달 벌어진 NLL에서의 북한 포 사격은 경고의 의미가 있다. 남측에서 먼저 9.19 군사합의 중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완충구역과 관련한 합의인 1조 3항을 효력정지, 즉 사실상 파기했고 서해에서도 그런 기미가 보이니 자신들도 군사합의 무시하겠다, 조심하라 라는 경고의 표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
▲ 15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오전 해군에 장비하게 되는 신형 지상대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 사격 시험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정욱식 :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영토선을 명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월 말 즈음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해서 헌법 개정을 통해 해상국경선을 선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하나?
김연철 :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통상적으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공간이 육상에서 비무장지대가 있고 해안에는 서해가 있고, 물론 동해도 있긴 한데 서해부터 이야기해보면 북한이 국경선 개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아마 정치적인 수준에서는 기존의 북한 해역에 대한 기본 입장을 주장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민간선박 관련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군함이다. 민간선박 관련된 사항은 몇 번의 충돌을 겪으면서 나름대로 우리도 해경에서 신중하게 조치를 취하고 있고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보여진다. 그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
군사훈련차원에서 해상사격이나 군함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북한이 자기들이 설정한 해상경계선을 군사적으로 지킬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서해에서 군사적 전력을 비교해 보면 북한이 이를 밀어붙일 해군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정치적으로는 해상국경선이 진전된 안을 발표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욱식 : 북한이 과거처럼 경비계선을 선언하는 수준으로 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해상국경선을 명확하게 하고 넘어오면 군사적 대응 하겠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서해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남북의 비핵 전력을 비교해보면 게임이 안되는 수준이고 함정 전력은 더욱 그런데, 북한이 피해가 많을 것 같은 상황에서 이를 감수하려고 할까?
문장렬 : 그건 어렵다. 해상전력 비교해서 본다면 북한이 보통 열세가 아니라 완전한 열세다. 다만 북한은 해안포가 있고 해상으로 사격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전력은 그렇게 뒤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남한은 공군력이 있다. 공군력은 우리가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위를 점하고 있다.
김정은이 일단 이야기는 해놨기 때문에 이걸 취소할 수는 없을 것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해상국경선을 만들 건데, 남한 민간선박이 평소처럼 왔다갔다하는 것을 그냥 놔두자니 김정은이 했던 말이 있고, 공격하자니 전쟁이고.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궁금하다.
한 가지, 실행을 늦추는 방법이 있다. 일단 이야기는 해놓고 발표를 늦추는 방법이다. 또 실제 해상국경선 효력 실행을 늦추는 방법도 있고 민간선박은 묵인하고 군함의 경우 위험사격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해법은 간단하다. 서로 대화해서 9.19 이전으로 돌리자고 하면 되는데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굉장히 어렵다.
정욱식 : 북한이 확전 위협을 통해 오히려 위험 수위를 낮출 수도 있지 않을까? 핵을 갖고 있으니까 미국이 확전을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김연철 :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평가할 때 일단 핵 억지가 유지된다는 것을 가정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 능력이 과거와 비교해서 굉장히 성장했고 한미 양국의 확장억지도 굉장히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예전보다 훨씬 정교한 대응체제가 마련돼 있다. 그래서 상호 핵 공격 가능성에 대해서 일종의 억지가 유지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전면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핵 억지가 유지될 때 우발적 충돌이나 제한적 전쟁의 가능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가 있는데, 사실 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지만, 또 핵이 있어서 제한적인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핵보유국인 인도-파키스탄의 경우 제한된 지역에서 제한된 전쟁이 벌어졌다. 상대방이 전면 공격하면 핵 전쟁이 일어나니까 상대도 이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차원에서의 제한적 전쟁이었다. 지금 한반도 문제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어떻게 약화시키느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북한이 완충공간을 분쟁화시키겠다고 전략적으로 검토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는 군사적 충돌만 있는 건 아니고 굉장히 다양한 수준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직접적인 충돌이 아니라고 해도 긴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식들이 있다.
우리가 서해만 이야기하는데 동해에도 해상경계선 문제는 없지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울릉도 북쪽에 대화퇴 어장이 있는데, 여기는 한국, 북한, 일본, 러시아의 어업 경계선이 겹치는 곳이다. 몇 년 전 북한이 우리 어선을 몇 시간 나포한 적도 있다. 이렇듯 예상하지 못한 공간에서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군사적 충돌이 벌어졌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대응 과정에서 확전으로 얼마나 비화할 것이냐의 문제다. 여기서 핵심은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에 없다는 데 있다. 실제 2010년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을 때 대응 과정에서 확전을 조절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미국이었다. 미국이 조절했기 때문에 확전으로 나아가지 않은 것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용인할 수 있나? 올해 말 대통령 선거도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차원에서 어떻게 해서든 긴장을 완화시키려는 발언을 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이재호)
문장렬 : 확전 여부도 우리가 자주적으로 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해상국경선을 설정하긴 했지만 그걸 넘는다고 북한이 무조건 군사적인 공격을 하기 보다는 경고 방송도 하고 민간 함정에 대해 제지도 하는 등 강화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넘어온다고 바로 공격하는 상황은 상상할 수 없을 것 같다.
북한의 해상국경선 설정은 아주 심각하고 첨예한 위기 요인이 됐다는 것이지, 이것이 바로 위기 또는 분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미리부터 너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합리적으로 대응하면 되는 것이다.
이 대응을 정부나 군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법적인 장치를 통해 국가안보 또는 전쟁 위험성과 관련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국회 동의 등의 또 다른 통제 방안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 : 우발적 충돌과 함께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동안 안보 불안이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어도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한국 증시 저평가)'가 작동하지 않았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했을 때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으로는 있었으나 아주 단기적으로 회복됐다.
이는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도 작용했겠지만 위기 국면을 협상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책 당국의 노력과 의지, 방향 등에 대한 판단이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긴장이 높은 상태가 장기화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위기 국면은 결국 협상 국면이 되어야 해소되는데, 지금은 남북관계 측면이나 미국의 대북 정책을 보더라도 협상 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확실성이 아닌 불확실성이 작동하는 것인데, 최근 거시경제 지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안보 불안까지 이어지면 주식시장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 꼭 전쟁이 일어나야 심각한 것이 아니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로 장기화되는 것도 심각하다. 이것이 미칠 영향도 살펴야 한다.
문장렬 : 기회비용도 고려해봐야 한다. 남북관계가 좋지 않고 악화되면서 잃어버리는 기회비용의 손실이 어마어마하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미국, 일본, 대만, 중국, 러시아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다른 나라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
역사적 책무 측면도 있다. 100년 가까이 된 분단 상황에서 우리세대가 미래세대에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우리가 제국이 되고 강대국이 되는 이런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서로 협동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을 엄청나게 훼손하고 있는데, 이걸 다시 회복시켜야하는 중요한 지금 시점에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전면전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도 중요한데, 위기가 발생하면 당장 전쟁 위협을 피해서 대화와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정부가 하지 않으면 국회에서라도 이야기해야 한다.
트럼프, 재집권하면 김정은과 만나나
정욱식 :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수 있을까?
문장렬 :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방위비 분담금 문제다. 지금 1조 원 좀 넘는 금액을 부담하고 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50억 달러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면 윤석열 정부가 30억 달러 정도로 협상하면서 잘했다고 자평할 수도 있다. 그 외에 다른 문제도 걱정은 된다. 주한미군 철수 등도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주한미군 철수하면 독자 핵무장 주장이 나올 수 있는데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능력은 이미 박정희 대통령 집권 말기인 1970년대 말에 갖췄다. 하지만 핵무기를 가지게 되면 미국과 적이 되고 국제적인 제재 받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의 공적이 된다. 그걸 감당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감당해서라도 핵무장을 했을 때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지 봐야 한다.
핵무장을 하지 않으면 평화가 유지할 수 없나? 그렇지도 않다. 스페인과 영국, 독일과 프랑스 등은 세계 패권을 두고 싸웠지만 지금은 동맹과 유사한 사이가 됐다. 그러한 경제적이고 합리적이며 평화지향적인 방법이 있는데 극구 핵무장을 하겠다는 것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정욱식 :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하면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김연철 :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 북한 입장에서도 한 번 당했는데 두 번 당할까? 북한은 다시 외교적인 협상을 해서 성과를 가져가는 부분에 대해 기대를 크게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일단 하노이 회담의 결과 및 그것이 주는 심리적 타격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이후 북한 외교정책이 국방 중심으로 바뀌고 협상을 중재했던 대남 부분을 싹 정리하면서 남북관계가 악화되기도 했다.
미국 쪽의 경우 하노이 회담의 실패 구조가 똑같이 작동한다고 본다. 트럼프가 왜 마지막에 결렬시켰냐의 문제인데, 이건 북한과 협상으로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익이 미국 국내 정치적 차원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견줘봤을 때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즉 북한과 '스몰딜' 보다는 '노딜'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 구조는 여전히 작동한다. 오히려 미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그 때보다 높으면 높아졌지 낮아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북한 핵 능력이 2019년 이후에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됐다는 점도 문제다. 이렇게 되면 협상 내용도 훨씬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 북미가 만나서 협상 내용을 조율한다고 했을 때 하노이보다 훨씬 어려운 협상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
▲ 2019년 2월 28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을 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욱식 : 북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면 북핵과 미사일 동결하고 그에 따른 상응조치로 한미 대규모 연합 훈련, 미국 전략자산 전개 등을 중단하거나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등의 주고 받기는 가능하지 않나?
김연철 :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접근해서 해법을 모색하면 점진적‧단계적 방식도 가능하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본다.
일부에서 비핵화 모델에서 군축 모델로 전환하자고 하는데 이는 지혜로운 담론이 아니다. 비핵화 모델도 점진적‧단계적 방식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그 중간에 동결, 군축단계 등이 있는 건데, 최종 목표로 비핵화를 삭제하는 것과 살려놓는 것은 그 정책 효과가 굉장히 다르다. 장기적 목표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굳이 닫을 필요가 있을까? 그걸 닫아놓고 대국민 설득이 가능한가? 쉽지 않다.
정욱식 : 비핵화가 목표라고 공표하면 북한과 대화 가능성 자체가 희박해지지는 않을까?
김연철 : 우리가 과정으로서 비핵화로 접근한다고 했을 때 2018년 김정은도 핵을 가질 이유가 없고 미래세대에 넘겨줄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즉 과정이나 상응체제를 어떻게 마련할지에 달려있다. 비핵화 목적을 살려둘지 말지의 문제는 협상에서 얼마든지 지혜로운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 비핵화와 군축을 대비되는 것으로 접근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시다에 손짓하는 김정은, 북일 정상회담 성사될까
정욱식 : 그런가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 5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노토반도 지진에 대한 위문 전문을 보냈다. 이후 북한과 일본이 최근 대외적으로 접촉에 대한 입장을 주고 받고 있다. 북일 간 회담 성사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김연철 : 외교는 다변화하면 할수록 협상력이 높아진다. 북한이 러시아와 관계를 중심으로 경제, 군사, 외교적으로 생존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맞다. 북미관계의 경우 미국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는 예상하기 어렵다. 그런 차원에서 남북관계 악화와 북미관계 장기 교착 국면에서 북일 관계를 나름대로 일종의 외교적인 카드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일본도 북일관계 정상화가 전후체제 청산이라는 차원에서 나름 역사적 의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접촉을 꾸준하게 진행되면서 서로 조율해 나가는 과정인데,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북일 관계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납치문제에 대한 해법인데, 북한이 일본이 원하는 수준을 맞춰줄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다. 격차가 크다.
일본도 대북협상이 갖는 위험부담이 있다. 국내 정치적으로 대북협상을 통해 기시다 정부가 낮은 지지율을 만회할 수 있냐고 하면 그건 어렵다. 북한 협상은 양면성이 있고 장기적이다. 접촉을 할 수는 있겠지만 2000년대 초반의 북한과 일본 간 있었던 역사적 대합의를 복원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
문장렬 : 일본인 납치자가 지금 12명인데 8명은 사망했고 4명은 북한이 부인하고 있다. 이를 검증하면 혹시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일본이 원하는대로 와서 다 조사하고 검증 해보라고 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 이건 일본 국내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큰 문제는 식민지 배상 문제다. 또 북한이 핵 실험 하고 미사일 개발하면서 실질적 안보위협이 된 상황을 단기간 내에 해소하기 불가능하다. 북한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일단 대화를 시작하면서 외교 지평을 확대하려는 것 같다.
지난 14일 쿠바가 남한과 수교해서 북한이 뼈아프겠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북한은 이 문제에 신경도 안 쓴다. 쿠바는 북한의 영원한 형제국이고 수교하는 건 그들의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은 북한대로 대한민국과 국가 대 국가 관계니까 일본, 미국과 관계 개선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보다 미국, 일본과 대화를 먼저 시작하려고 할 것 같다.
한편으로는 김정은이 반제국주의 외교를 강화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소위 말하는 '정상국가' 차원에서 국방과 외교 등을 해나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이재호)
정욱식 : 현 시점에서 중국의 역할은 어떨까? 예전에는 미국이나 중국이 막후 또는 공개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해서 긴장 완화 조치를 하거나 4자 또는 6자회담으로 가기도 했는데 지금은 가능할까?
김연철 : 한반도정세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이 그 부분이다. 예전에는 사실 '중국역할론'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2019년 12월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엄청난 도발을 예고했다가 그냥 넘어갔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게 중국이 나름 외교적 역할을 통해 한반도 정세를 관리했던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 남북미중 4자회담 형식으로 전후체제를 청산해야 하는데, 당연히 미중관계가 어느 정도 뒷받침이 돼야 지속가능한 평화체제로 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중 간 전략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전반적인 미중 대화 기조가 약화됐다. 지금은 속도조절 차원에서 정상회담을 비롯해 여러 논의하고 있지만 과거와는 다르다.
북핵 문제나 한반도 정세 안정화에 있어서 미중 간 협력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한반도 질서와 관련해 부정적으로 예측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제일 안타깝다. 물론 아직까지 중국도 한반도 정세 안정화가 중국 국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의 역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도, 미국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군사분계선이 남북 경계뿐만 아니라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분단선'이 되고 있는 부분도 주목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차이가 좀 있다. 북러 관계를 보면 일단 북한의 첨단 미사일 분야에서 러시아의 영역이 강화되고 있다. 경제 부분은 북한과 러시아 모두 유엔 제재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과 전략경쟁 속에서도 유엔 제재를 비롯해 국제규범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외교적 협의에 있어서도 여전히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이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한중관계가 지금은 거의 파탄 상태라는 점인데, 중국과 외교 관계를 복원해 정세 안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전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한반도 정세 긴장이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욱식 : 남북관계는 무너졌고 한반도 평화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과 그에 대한 해결 방법이 있다면?
문장렬 : 7.4 남북공동성명이 50년 됐고 남북기본합의서가 나온 지 30년이 넘었다. 여기에 더 이상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 문제는 실천이다.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제대로 된 평화세력이 집권해서 제대로 된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같은 정부가 집권하면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김연철 : 현재 상황이 지속성도 있고 새로운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전쟁 이후 70년이 흘렀는데 그 기간 동안 반복되는 부분도 있었다. 평화로운 한반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부분, 그리고 분단체제 극복을 위해 통일이라는 목표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통일이라는 목표를 열어둔 채로 현실적인 두 국가 체제를 어떻게 평화롭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것 같다.
여전히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를 민족주의적 접근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경향이 남아있는 것 같은데, 민족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 졌다.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핵문제 해법, 평화체제 조성 등과 관련해서 최소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와 연결되어 대북정책을 봐야 할 것 같다.
민족주의적 접근으로 만들 수 있는 남북관계의 공간이 크지 않다. 여전히 당위론이 있고 사명감을 가질 수는 있는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확하게 매듭을 찾고 어떻게 풀어 가는가에 대한 외교적 노력 및 쟁점에 대한 이해 등이 있어야 한다. 조금 더 문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심층적인 공감대를 마련해야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다.
물론 민족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어차피 통일은 민족의 재결합이고 민족공동체인 것이다. 그 부분을 부정하는 건 아니고, 문제를 해결할 때 민족공조로 풀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뜻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왜 문재인 정부에서 민간교류가 잘 안됐냐, 금강산이나 개성공단 왜 풀지 못했냐고 하는데 집권 첫 해인 2017년에 그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유엔 안보리 제재가 작동하고 있었다.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미국과 '워킹그룹'을 왜 하냐는 비판들이 있었는데 당시로서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 인도적 지원을 하려면 제재 면제를 받아야 한다. 그걸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에 가서 받아야 한다. 즉 정부와 시민단체가 협의해서 제재 면제 신청서를 뉴욕 유엔 본부에 제출하면 유엔은 이걸 미국에 준다. 이 단계를 줄이기 위해 한미 간 제재 면제 관련한 실무협의체로 만든 것이 워킹그룹이었다. 즉 제재 면제 과정을 간소화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물론 워킹그룹을 남북관계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더 잘 운영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은 가능하다고 본다. 거기서 미흡한 부분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걸 왜 했냐고 비판하면 좀 답답해진다. 정부가 국제법을 어길 수는 없지 않나. 또 시민단체든 기업이든 제재 위반하면 벌칙을 받는다. 훨씬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북한 관련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데, 저는 오히려 남북관계 공간이 굉장히 협소했는데 말이 너무 앞섰다고 생각한다. 실천할 만큼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200여 국내외 단체들은 20일 오전 국회본관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범국민·해외동포 전쟁반대 평화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수천년 이 땅의 주인으로 살아온 주권자로서 대한민국 국민과 해외동포들은 남북이 적대와 전쟁 상태를 끝내고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의 길로 되돌아올 것을 온 마음으로 촉구한다.”
200여 국내외 단체들은 20일 오전 11시 국회본관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범국민·해외동포 전쟁반대 평화선언문’을 발표, ‘전쟁 반대, 오직 평화!’를 외쳤다.
김진향 촛불행동 공동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전쟁 반대와 오직 평화를 염원하는 범국민·해외동포 일동’ 명의로 발표된 평화선언문은 “한반도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는 관념이 아닌 엄혹한 현실”이라며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전쟁을 막기 위해 우리는 주권자의 의무와 책임으로 모든 노력,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정부는 전쟁을 촉발하는 전쟁연습을 중단하고 평화협상에 나서라”, “전 국민과 해외동포들은 전쟁 반대, 평화 선언에 함께 나서자”고 촉구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첫 포문을 열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앞서 이들은 윤미향 의원실과 지난달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북관계 근본변화와 한반도 위기 이해”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고,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발표자 김광수 ‘(사)부산평화센터 하나’ 이사장의 ‘통일 전쟁’ 관련 발표내용을 문제삼은 바 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힘에 의한 평화는 이 땅의 평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군사 위기를 고조시키고 남북관계 악화 단절로 귀결되었다”면서 “3월 예정된 한미연합연습과 북의 동계 군사훈련의 막바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척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남북 모두 적대와 대결을 멈추어야 한다. 서로를 자극하고 힘으로 누르려는 대결적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적대를 멈추고 전쟁을 반대하며 평화를 선언하는 행동에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종교계를 대표해 조헌정 예수살기 대표는 “오늘 우리는 전쟁의 위기 속에 살고 있다”며 “우리 종교인들과 시민들이 힘을 합쳐 오늘 이 시간이 단순히 구호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행동으로 나아가야 하겠다”고 촉구했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미국에는 항공모함이 통틀어 11척이 있다... 그 5척의 항공모함이 오는 4월에 한반도에 총집결한다”며 “한미일 전쟁 동맹이 대규모로 전면 가동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전쟁 획책을 하는 저 윤석열 일당을 타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이성만 의원과 임지현 여산생명재단 박사, 우희종 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 등이 발언했으며, 해외에서 이재수 미주희망연대 의장, 한정화 독일 코리아협의회 대표, 임미아 재불한인여성회 전 회장이 녹음으로 뜻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진향 공동대표는 “오늘까지 200여 개 소속 단체들이 입장을 표명해 줬고, 3월에도 4월에도 계속 나아갈 것”이라며 2월 27일 만민공동회, 3월 국가보안법 폐지 활동 등이 예정돼 있고, 매주 시청앞 촛불광장에서 ‘탄핵의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며 “탄핵의 촛불을 평화의 촛불로 이어가는 데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창간 24주년 기획 - 2024 대한민국] 참혹한 부동산 정책... 몇 년 후가 더 걱정된다
24.02.21 07:11ㅣ최종 업데이트 24.02.21 07:11
윤석열 정부 3년 차, 대한민국은 괜찮은가? 저출생, 경기침체 등 한국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국내외적으로 높다. <오마이뉴스>는 창간 24주년 기획으로 2024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펴보고 오늘의 위기를 진단하며 내일의 해법을 모색한다. [편집자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송마을 5단지를 방문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입주자 대표,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대표 등 주민들과 함께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부동산만큼 한국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은 드물다. 투기 광풍이 불어서 집값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투기수요가 사라져서 거래가 두절되고 집값이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다. 국민 여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정부도 부동산시장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는 지난 문재인 정부가 28회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고,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윤석열 정부도 벌써 여러 차례 대책을 발표한 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하는 부동산 대책의 내용이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서, 일반 국민이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부동산 전문가들조차 잠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제도 변화를 놓치기가 십상이다. 기득권층이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잘 쓰는 방법이 제도와 법률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 정부가 발표하는 부동산 대책의 내용을 보면 이 말이 꼭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제도와 법률이 복잡하다고 해서 일반 시민이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자신은 물론이고 자식과 이웃과 나라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제도가 복잡하긴 하지만 간명하게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부동산 문제를 발생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면, 무엇이 본질적이고 무엇이 부차적인지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원인 두 가지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사람이 마음대로 사고팔아서는 안 되는 땅을 자산으로 만들어 사고팔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불로소득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토지를 비롯한 부동산에서는 소유해서 빌려주기만 해도 지대소득이 발생하고, 가만히 갖고 있기만 해도 가격 변화로 인한 자본이득이 발생한다. 이 두 가지는 임금이나 이윤과는 달리 땀과 노력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질상 불로소득으로 분류된다.
부동산시장의 가격변동은 다른 어떤 시장보다 폭이 크고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자금력이 있고 민첩한 사람은 그 변동을 활용해 이익을 챙길 수가 있다. 한국에서 부동산 불로소득은 불평등과 양극화 그리고 경제적 불안정의 최대 원인이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동산시장에서 불로소득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많은 사람이 부동산 자본이득세(한국에서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면 불로소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불로소득을 사전에 발생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발생한 불로소득을 부분적으로 환수하는 수단이라는 근원적 한계를 가진다. 게다가 한국의 양도소득세와 같이 실현자본이득을 대상으로 과세하는 부동산 자본이득세는, 양도하지 않으면 내지 않는 세금이기 때문에 부동산 소유자로 하여금 매각을 꺼리게 만드는 동결 효과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한계를 갖지 않는 다른 정책 수단이 있다. 바로 19세기 후반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가 주창한 토지보유세다. 이 세금은 지대소득을 환수할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변동을 줄여서 자본이득도 축소하기 때문에,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효과가 매우 크다. 또 동결 효과와 같은 부작용도 낳지 않는다.
부동산 문제를 유발하는 또 다른 원인은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국민의 주거 여건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이다. 사실 일반 국민 중에는 부동산에서 불로소득을 얻으려는 욕구가 별로 없는 사람도 많다. 그들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고, 삼시 세끼 밥 제대로 먹고, 밤에는 등 붙일 공간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일반 국민이 밤에 안심하고 등 붙일 공간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면 연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5.2년 모아야만 한다니(2022년 기준),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집을 임차해서 살려고 하니 전셋값도 집값 못지않게 비싸고, 월세로 살려면 매달 지불해야 할 임대료가 월급의 1/3 내지 1/2에 달한다. 나머지 돈으로 살아가려면 삶이 팍팍해질 수밖에 없고, 좀 여유를 부리려면 빚을 져야만 한다.
부동산과 비슷한 것이 주식인데,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주식은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익과 손실이 발생하지만, 부동산의 경우 게임에 관심도 없고 참여할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 손해를 입는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무책손실(無策損失)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 사회에서 부동산 불로소득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으면 보통 사람이 등 붙일 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워지는 주거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한국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노무현 정부
▲ 2003년 11월 19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이정우 정책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땅을 자산의 하나로 인정한 채로 그것을 시장경제에 맡겨둬서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할 수가 없다. 또 시장은 일반 국민 모두에게 등 붙일 공간을 마련해 줄 수도 없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 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 요컨대 올바른 부동산 정책의 양대 축은 불로소득 차단·환수 정책과 공공임대주택 대량 공급 정책이다.
여기서 왜 꼭 정부가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물론 정부가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할 수도 있지만, 이는 건물과 함께 공공성이 높은 땅을 민간에게 넘겨버리기 때문에(국공유지가 한번 민간에게 넘어가면 다시 회수할 수가 없고, 넘어간 다음에는 불로소득 취득의 수단으로 활용되기 쉽다), 국가가 맡아서 할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정부 가운데 양대 부동산 정책을 제대로 추진한 정부가 있을까. 말로 그렇게 하겠다는 정부는 있었지만, 실제로 두 가지 정책을 끈질기게 추진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유일하다. 노무현 정부는 보유세 강화 정책을 임기 초부터 임기 말까지 흔들림 없이 추진했으며(종합부동산세는 그 정책의 핵심 성과였다), 연간 '장기' 공공임대주택 10만 호 공급이라는 목표도 제대로 달성했다.
노무현 정부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처럼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정책을 펼친 정부는 없었다. 노태우 정부가 토지공개념 3법을 제정하는 등 상대적으로 충실한 자세로 부동산 문제에 접근했지만, 한국 부동산시장 전체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은 아니었다. 노태우 정부의 토지공개념 3법은 토지의 소유와 이용에 관한 일반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근간으로 법률과 제도를 마련하는 정공법이 아니라, 6대 도시 소유 상한 이상의 택지, 개발 사업지, 유휴 토지 등을 대상으로 준조세를 부과하는 예외주의적 입법에 그쳤다.
보수 정권과 부동산 시장만능주의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허물고 후퇴시키는데 몰두한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였다. 두 정부는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환수 정책을 무력화했을 뿐만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반토막 내서 전월세난을 촉발하기도 했다. 두 보수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뒷받침했던 것은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였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는 1990년대 초반에 출현하여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 과정에서 크게 성장했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은 부동산시장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투기가 일어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더라도 방임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은 부동산 조세, 특히 보유세를 활용하여 투기수요를 억제하려는 정책을 혐오한다.
노무현 정부를 공격했던 '세금폭탄론'의 진원지는 이들이다. 또 부동산시장의 모든 문제가 공급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공급부족론 내지 공급확대론을 피력한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을 어렵게 만드는 재건축 규제 등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 이들은 민간 분양주택의 공급에만 관심을 둘 뿐 공공임대주택은 철저하게 외면한다. 한 마디로,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는 이론이라기보다는 특정 계층의 이해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에 가깝다. 투기를 정당화함으로써 투기꾼을 옹호하고, 공급확대론으로 토건업자를 옹호하며, 보유세 무용론으로 부동산 과다 보유자를 옹호한다.
시대적 소명을 외면한 문재인 정부
▲ 2019년 11월 1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자,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다. '촛불정부'를 자처했고 노무현 정부 계승자로 불렸던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했던 것처럼 한국의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전세로 살던 많은 시민이 앞으로 집값 올라갈 일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하에 계속 세입자로 머물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시대적 소명과 시민들의 기대를 외면한 채 근본정책 마련을 등한시하고 부동산시장을 적당히 마사지하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정책을 펼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대통령의 '지지율 집착증'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항간에 퍼져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 민심이 대대적으로 이반한 데는 이런 사정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한다.
아무튼 부동산 가격은 계속 폭등했고, 급기야 문 대통령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통해 자산 불평등을 날로 심화시키고, 우리 사회 불공정의 뿌리가 되어온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는 일까지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라고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이 모든 과정의 총체적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패배, 정권 교체 후 치러진 지방선거 패배였다.
정치 초보자인 윤석열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자리하고 있다. 단순히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했다는 정도가 아니라,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하려는 의지가 없었고 정책 실패로 생기는 서민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약해서 초래된 결과였다. 게다가 정권 말기에는 허겁지겁 취득세·종부세·양도소득세를 모조리 강화한다거나 수도권의 주택공급을 전부 공공주도로 추진한다거나 하는 무리한 정책을 쏟아내기도 했다. 타이밍을 놓친 과격한 정책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는 기대 난망이었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의 '화려한 부활'
▲ 지난 2022년 11월 23일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 계획 및 2023년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윤석열 정부가 마음대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주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기에 기세가 꺾여 숨죽이고 있던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규제로는 부동산값을 잡을 수 없다든가, 공급을 확대해야 하는데 세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정책을 망쳤다든가,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소유자의 권리를 지켜주고 공급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든가 하는 내용의 기사들이 언론 지면을 장식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라는 그늘에서 부동산 시장만능주의가 마치 곰팡이처럼 퍼지고 있었던 셈이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이니 당연히 옳다고 여겼던 것일까. 아니면 정권 핵심부에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이 포진한 탓일까. 아무튼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이 주창하던 정책들을 마구 쏟아냈다.
그중에는 획기적인 대출 규제 완화 정책도 들어있고,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유례없는 정책도 들어있다.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부동산 PF 부실을 막으려는 정책도 한 축을 차지한다. 한마디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 경기부양'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부동산 문제 해결의 양대 축을 이루는 두 가지 정책이 결정적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유세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윤석열 정부
우선, 윤석열 정부는 종부세를 필두로 부동산 보유세를 크게 완화했다(한국의 부동산 보유세는 국세로 종부세가 있고, 지방세로 재산세가 있다). 부동산 보유세는 '부동산 공시가격 × 공정시장가액비율 × 세율'이라는 공식으로 계산한다. 국세인 종부세는 한 사람이 전국에 걸쳐 가지고 있는 부동산 가액을 합산한 다음 기본공제를 빼고 위의 공식을 적용한다. 따라서 보유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본공제의 수준, 공시가격의 현실화율, 공정시장가액비율 그리고 세율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 네 가지 변수를 모두 건드려 보유세액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결과는 참혹하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과 2023년 사이에 전체(주택+토지) 종부세의 과세대상자는 101.7만 명에서 49.9만 명으로 격감(51%)했고, 세수는 7.3조 원에서 4.7조 원으로 크게 줄었다(36%). 주택분 종부세만 가지고 따지자면, 과세대상자는 93.1만 명에서 41.2만 명으로 줄었고(56%), 세수는 4.4조 원에서 1.5조 원으로 격감했다(66%). 다주택자에게 한정해서 보면, 과세대상자는 72.4만 명에서 24.2만 명으로(67%), 세수는 3조 원에서 0.4조 원으로 줄어서(87%)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더 크다. 윤석열 정부의 보유세 완화 정책의 혜택이 다주택자에게 집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재산세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낮췄으니 세 부담이 가벼워지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각한 상황인데 이를 막으려면 부동산 보유세 완화가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조절을 위해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은 보유세 말고도 여럿 있다. 거래규제·금융규제·개발규제·가격규제 등을 적절히 조합·완화하는 것이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정책은 정권의 소재나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근본정책에 해당한다. 이를 경기조절용으로 활용하면 부동산 정책이 냉열탕식으로 흐를 수밖에 없고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해진다.
종부세 완화를 두고 지난 1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이 바라는 주택' 민생토론회에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것'이라는 엉뚱한 발언으로 자화자찬했지만, 그것은 중산층 서민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명백한 부자 감세 정책일 뿐만 아니라, 부동산 근본정책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반역사적인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이와 비슷한 짓을 저질러서 결국 2015년 이후 수도권 집값 상승의 토양을 만든 것처럼, 윤석열 정부의 보유세 완화 정책도 몇 년 후 더 심한 투기 광풍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게다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정책까지 무력화해서 사전적이든 사후적이든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사라져버렸으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심히 걱정스럽다.
서민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아람누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장에 맡겨두어서는 안 되고 반드시 국가가 챙겨야 하는 또 하나의 정책이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이 공급 부족에 있다고 진단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위주로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위해 건설업자와 주택 소유자에게 큰 불로소득을 안겨주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택공급을 확대해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분으로 건설업자와 부동산 부자들의 이익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반면에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어서, 윤석열 정부가 서민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분양과 공공임대를 합친 공공주택 100만 호 공급 계획(5년간)을 세웠는데, 이 목표가 문재인 정부 5년간의 공급물량 77.6만 호보다 많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집 없는 사람은 부담 가능한 집을 살 수 있고, 세를 살더라도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주거 사다리"를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2023년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서민층의 주거문제를 엄청나게 챙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공공주택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공공분양 주택은 민간의 사유지를 강제 수용해서 공공택지를 조성한 후, 정부가 직접 집을 짓고 그 땅과 집을 민간에게 다 넘기는 유형이다. 이는 사실 고도의 공공성을 전제해야만 할 수 있는 사유지 강제수용으로 정부가 땅장사·집장사를 벌이는 것이다. 이런 일을 국가가 해서 되겠는가. 그 일은 민간에 맡기고,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과 토지임대부 주택(땅은 국가가 가지고 건물만 민간에 분양하는 주택)의 공급에 주력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63.2만 호에서 50만 호로 줄이는 대신 공공분양주택 공급은 14.4만 호에서 50만 호로 3배 이상 증가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공공임대주택 50만 호 가운데 장기 공공임대주택이 얼마나 될지도 궁금하다. 실질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이라고 하기 어려운 5년 임대 또는 10년 임대의 비중이 상당하지 않을까 의심된다). 이는 국가의 집장사 활동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니 도저히 칭찬해 줄 수가 없다. 그것도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이면서 추진하겠다는 것이므로, 윤석열 정부의 공공주택 정책의 순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대신에 공공분양주택 예산은 대폭 늘렸다.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광주 북구갑)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매입임대주택의 예산은 2022년 대비 4조 6834억 원이나 감소했다.
올해 들어 발표한 부동산 대책(1.10대책)에서는 공공주택 공급의 민간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여기서 말하는 공공주택이란 공공분양 주택을 뜻하는 것일 터이다). 아울러 공공주택 공급을 민간 단독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윤석열 정부가 국가의 주택공급 정책을 건설업자 지원책 정도로 여기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인 것은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 전월세난이 발발한 것은 여기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러나 두 보수 정부는 노골적으로 서민을 외면하는 주택정책을 추진하지는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 주택이라는 포장지를, 박근혜 정부는 행복주택이라는 포장지를 사용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아예 드러내놓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적대시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2월 개최된 제1차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서 "공공임대주택을 굉장히 선(善)으로 알고 있는 분이 많습니다만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지어서 공급하다 보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상당한 재정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에 납세자에게 굉장히 큰 부담이 되고,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의 부담 요인으로, 또 경기 위축 요인으로 작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철학이 이러니, 윤석열 정부 임기 중에 서민의 주거문제가 조금이나마 해소되리라고 기대하기는 글렀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양대 축이 되어야 할 정책들의 수레바퀴를 사정없이 거꾸로 돌리고 있다. 그러니 2024년 이후 한국의 부동산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등 붙일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서 서민들이 겪을 고통은 얼마나 더 커질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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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은 이래저래 지출이 많았다. 설날도 있었고 세뱃돈도 솔솔찮게 나갔다. '이 달을 넘기기 전에는 장 보러 안 나가야지' 결심했다. 당분간 냉장고를 파먹는 '냉파족'이 되기로 다짐했다. 식비를 줄이려 냉장고에 남아있는 재료들을 활용하려 했는데, 막상 밥때가 되어 냉장고를 열어보니 대파와 양파, 풋고추 등 야채칸 한편에 늘 있어야 할 '붙박이 야채'가 다 떨어졌다.
장바구니 두 개를 챙겨 시장에 갔다. 내 또래 50대 주부들은 크게 두 부류이다. 시장파와 마트파. 나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시장파'를 고수하고 있다. 시장은 마트보다 식재료가 더 신선하면서 저렴하고 제철 식품이 더 다양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소량 판매와 접근성의 편의성 때문에 마트를 이용하는 '마트파'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마저도 옛날 얘기가 돼가는 것 같다. 소비재 시장의 골리앗, 온라인몰의 출현은 '쿠팡파'를 탄생시켰다. 쿠팡이 신선식품 시장에 뛰어들면서, 동네 터줏대감 마트는 물론, 시장을 위협하던 대형 마트마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필수 야채를 사러 나갔지만 비싼 가격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아 빈 바구니로 시장만 한 바퀴 돌았다. 가장 먼저 충격을 안긴 것은 대파 가격이었다. 대파 한 단에 오천 원이다. 대파가 무슨 고기도 아니고, 장식용으로 쓰는 고급 야채도 아닌데 2500원이면 사던 대파가 5000원이라니, 두 배로 올랐다.
시장의 배신이다. 한 소쿠리 3000원이던 감자나 고구마는 개수는 더 적어진 채 5000이 되었고, 몇 개 더 담겼다 싶으면 1만 원이란다. 풋고추는 보통 때의 반보다 몇 개 더 담아놓고 같은 가격을 받으니 체감 물가 상승률은 40%다. 시장에서 야채 소쿠리 3000원짜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웬만하면 다 5000원이 시작 가격이었다.
신선식품 고물가의 정점은 과일이었다. 상품성 있는 사과나 배 한 개는 5000원이고 겨울철마다 2만 원 전후로 사 먹던 귤 5킬로는 최소 3만 원은 줘야 한다. 사과는 이제 박스나 소쿠리 단위는커녕, 한 개, 두 개, 낱개로 사 먹어야 하는 과일이 되었다.
예전에는 사과가 비싸면 귤 사 먹고 귤이 비싸면 사과 사 먹었는데, 이번엔 과일들끼리 무슨 가격 담합이라도 했는지 차별없이 비싸니 과일 모두에게 비싼 대접을 해줘야 한다. 그냥 '사과, 배, 귤'이라고 부르면 안 될 것 같다. '금사과, 금배, 금귤'로 불러야 한다.
해외에 장기 여행을 다녀온 지 한 달이 지났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물가 높기로 소문난 도시들은 듣던 대로 서비스 요금이 높고 외식비가 비쌌다. 그러나 평소에 다들 이용하는 마트 물가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저렴해서, 마트 나들이만큼은 언제나 즐거웠다. 식재료로 가득 채운 장바구니는 행복 그 자체였다.
여행에서 돌아왔는데도 내 머릿속 물가 시계는 1년 전으로 세팅되어 있는지 적응이 잘 안 된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장바구니 물가만 오른 게 아니었다. 가스와 전기요금도 올랐고 목욕비와 이발·미용비도 올랐다. 지하철과 버스 요금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히려 내 수입이 줄어들었다
지난주에는 딸아이 자취방을 구하러 서울에 갔었다. 처음에는 딸아이를 독립시키는 부모 마음이라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고 관리가 잘 된다'는 오피스텔을 구해 주고 싶었다. 6평도 안 되는 강남의 오피스텔은 월세 70만 원이 최저가 수준이었다.
비싼 월세값도 놀라웠지만 채광도 좋지 않아 답답한 데다가, 한 사람이 겨우 누울까 말까 한 살인적인 크기에도 그 가격이라 더 경악했다. 결국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60만 원짜리 다세대 원룸을 얻었다. 중소기업에 갓 취업한 사회초년생이 적은 월급으로 월세를 어떻게 감당할까 싶다.
서울의 주거비가 높은 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니 그렇다 치고, 서울과 지방 할 것 없이, 공공요금과 교통비, 서비스요금, 외식비 등 '내 수입 빼고' 모든 게 다 올랐다. 아니다. 가만히 숨만 쉬고 있었을 뿐인데 내 구매력이 줄었으니, 엄밀히 말하면, 내 수입이 안 오른 게 아니라 오히려 내 수입이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 고물가 시대를 어떻게 버텨갈까. 써봤자 별 뾰족한 수 없다고 던져두었던 가계부라도 다시 집어 들어야 하나? 정말 쉽지 않은 요즘이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15일 전태일기념관 공연장에서 열린 '2024년 2월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북한의 대남전략 변화 의미와 대응방안’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북한이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령역에 편입시키는 문제”의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천명했지만, “경제 발전에 주력하겠다”는데 강조점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15일 오후 서울 전태일기념관 2층 공연장에서 열린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북한의 대남전략 변화 의미와 대응방안’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24일 끝난 정치국 확대회의까지 세 차례의 중요한 회의가 있었는데, 이 회의에서 서로 상반된 두 개의 메시지가 나왔다”며 이같이 해석했다.
세 차례 중요 회의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2023년 12월 26일-30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회의(1월 15일) △조선노동당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1월 23-24일)이다.
정창현 소장은 “하나는 북한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민족 문제의 해법, 특히나 남북관계를 두 개의 교전국으로 새롭게 규정하는 약간은 충격적인 그런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며 “유사시라고 하는 그런 전제가 있지만 어쨌든 충돌과 확전 그리고 그런 사태가 벌어질 경우에는 점령, 평정, 수복하겠다라고 하는 단어까지 사용하면서 전쟁 준비, 전쟁의 위기가 굉장히 고조되어 있다”는 점을 먼저 짚었다.
이어 “또 다른 메시지는, 사실은 이게 훨씬 더 많이 사실 강조되어온 내용인데, 경제 발전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라며,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예시하며 “비약적인 경제 발전 그것도 지금 낙후되어 있는 지방을 발전시키겠다고 하는 것을 강조를 하고 있다”고 대비시키고, “강조점은 후자(경제발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북남관계가 더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관계”라면서도 “현시기 우리 공화국정부에 있어서 가장 중시하고 품을 들여야 할 지상의 과업은 인민생활을 하루빨리 안정향상시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창현 소장은 “서해가 굉장히 위험한 상시 분쟁지역화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되고 있다”고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자료 제공 - 정창현]
물론, “어제(14일)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 지도를 하면서 해상 국경선 얘기를 했다”며 “서해가 굉장히 위험한 상시 분쟁지역화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되고 있다”고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4일 지대함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시험을 현지지도하면서 “명백한 것은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국경선을 적이 침범할시에는 그것을 곧 우리의 주권에 대한 침해로, 무력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정창현 소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한반도에서 전면전은 안 일어날 걸로 본다”며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북에서 포를 쏜 곳을 ‘원점 타격’하기 위해 남측 전폭기가 이륙했지만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폭탄을 탑재하지 못했고 국방부도 확전은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는 사례를 제시하고 “지금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할 수 있는가? 굉장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북한이 저렇게 강하게 얘기하는 것은 오히려 역으로 좀 서로 서로 충돌은 피하자라고 하는 그런 의도가 더 담겨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보름만에 깜짝 제출된 ‘지방발전 20×10 정책’
정창현 소장은 북한의 대남전략 변화 요인으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최고지도자의 권위 훼손, 실리론 약화와 원칙론 강화 △사회주의 전면 발전 추구, 세대교체, 사회통제 강화 △국제질서 다극화, 대미 장기전, 남한 사회 현실 인식 등을 꼽았다.
먼저 “사회주의 건설 전면 발전기에 자신들은 이미 들어서고 있고 그러한 방향으로 앞으로 10년, 15년을 가겠다”라는 구상이며, 이는 협동농장을 국영농장으로 전환, 국유화를 완성함으로써 “남과 북이 사상과 이념, 체제에서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 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거기에 이제 북이 얘기하는 2개의 국가, 2개의 민족이라고 하는 근거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은 2036년 조선노동당 11차 대회 전까지 ‘우리 국가 제일주의’를 시대정신으로 ‘사회주의건설 전면발전기’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자료 제공 - 정창현]
북한은 2036년 조선노동당 11차 대회 전까지 ‘우리 국가 제일주의’를 시대정신으로 ‘사회주의건설 전면발전기’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의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다”는 발언(2022.8.19)은 이같은 흐름에서 나왔다는 것.
정 소장은 또한 “국제질서가 미국 중심의 유일 패권 체제에서 다극화되고 블록화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며 ‘실리’를 추구하는 국제정세에 주목하고 “미국이 새로운 대화의 틀을 미리 만들어서 가지고 오지 않는 한 미국과의 대화 협상은 없다”는 입장에 근거해 “북이 지금 제일 첫 번째 대상국은 러시아라고 얘기를 하면서, 적절하게 중국하고는 정치, 경제적 교류, 주로 경공업 중심의 어떤 교류를 생각하는 거고. 러시아는 군사적인 부분과 안보, 그 다음에 중공업 부분, 이런 부분들을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겠다고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는 제출되지 않았던 ‘지방발전 20×10 정책’이 불과 보름만인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중요 의제로 제기된 점도 지적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거창한 혁명”이라며 “이것이 가능한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자문자답을 내놓은 대목에도 주목을 돌렸다. 그 사이 뭔가 대책이 마련됐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한 셈이다.
북 세대교체 영향도...“좌편향으로 결정됐을 수도”
정창현 소장의 강연에 참석자들은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질문을 이어갔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 소장은 대남전략 변화의 중요 계기로 북한 내부의 세대교체를 꼽고 “남북이 많은 대결적인 속에서도 그래도 또 대화를 하고 교류를 하고 하는데 앞장섰던 북측의 2세대, 2.5세대들이 이제 다 퇴장했다”면서, 아울러 “지금 이런 논리적인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북의 통일전선부가 아니라 외무성이나 군부”라는 점도 짚었다.
특히 “북한의 새로운 세대들은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었던 다음 세대들”이며, “온전하게 어려서부터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익숙해져 성장한 세대들”이라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이(민족공조) 성과를 다시 얻기 위해서 또 남쪽하고 뭘 합의를 하고 막 이렇게 해서 공력을 들이는 것보다 그냥 서로 건들지 말고 서로 자극만 안 하고 일단 따로 살아보자라고 하는 생각이지 않겠느냐”고 추정했다.
나아가 “지금까지 남북관계를 담당했던 사람들이 전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속에서 상당히 좌편향적으로 이 부분이 결정됐을 수도 있다”며 “지금 당면 정세에 맞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방향으로 얘기하고 이런 부분까지는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두 국가 두 민족으로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북이 굉장히 잘못된 선택이라는 얘기를 할 수 있다”고 비판적 평가를 내놓았다.
특히 6.15북측위원회와 범민련북측본부 등 남북해외 3자연대 기구를 일방적으로 해체한데 대해서는 “결국은 되돌아보면 ‘남쪽에서의 평화운동 통일운동이라고 하는 실체가 과연 존재하는가’라고 하는 (북측의) 회의가 아니겠느냐”면서도 “어쨌든 3자 연대기구”라며 “북의 일방적인 발표, 통보에 대해서 우리가 좀 유감 표명을 좀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운동, “앞으로의 10년 동안의 좋은 기회”
정 소장은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왜 저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며 “흔쾌하지 않다”는 심경을 밝히고 “이 기회에 한국 내에서의 진보 또는 시민, 평화통일 운동이 새로운 출발점을 가지고 이론적으로나 조직적인 측면에서나 또 함께하는 대중적인 측면에서나 새로운 형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내용 중 하나로 “연방연합제 또는 연합연방제를 어떻게 이론적으로나 운동적으로 발전시켜서 이것을 남쪽의 진보운동, 평화통일운동의 이론으로서 발전시켜 나가는가를 강조하고 싶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정창현 소장은 북한의 대남전략 변화를 통일운동의 성찰과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그는 특히 “새로운 단체는 좀 더 평화운동 중심으로 남쪽에서 대중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그리고 새로운 주체들을 10년 플랜이든 20년 플랜이든 세워서 좀 키워내는 노력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며 “남과 북이 이제 딴 나라로서 간다면 거기에 맞게끔 우리 스스로가 대한민국 내에서의 진보적인 사고와 진보적인 운동을 하는 새로운 이론적인 틀을 (마련)할 수 있는 앞으로의 10년 동안의 좋은 기회라고 볼 수도 있지 않느냐”고 애써 긍정적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중국이나 러시아나 미국에 있는 해외동포와의 교류는 굉장히 강화할 거라고 본다”며 “이제는 해외의 조직이 중심이 돼서 남과 북을, 딴 나라지만 남과 북을 좀 이렇게 아우르는 어떤 느슨한 형태의 3자 연대 방식을 좀 생각해 봐야 되는 거 아닐까”라고 제언했다.
총선 51일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문제로 갈등이 폭발했다. 현재 국회부의장인 김영주 의원이 하위 20%를 통보받자 탈당했다. 그는 모멸감을 느낀다고 했다. 또한 비명계 현역 의원을 제외한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가 실시돼 논란이다. 홍영표 이인영 기동민 송갑석 설훈 의원 등의 지역구에서 여론조사가 실시돼 반발을 샀다. “당이 쪼개질 최대위기”(한국일보)라는 진단까지 나왔다. 경향신문 칼럼니스트는 근본원인을 분석했다. 정권심판론에 취한 민주당이 디올백에만 매달렸고, 당 대표를 비롯한 주류는 희생하지 않은채 공천 개입에 나선 점을 지적했다. 최근의 민주당 지지율 하락 추세도 이런 원인에 의한 예견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개혁신당 내부 주도권 다툼으로 제3지대 통합이 일주일여 만에 어그러질 위기에 처했다. 개혁신당은 19일 국회 본관 1층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공동대표가 김만흠·김용남 공동 정책위의장과 협의해 총선 캠페인과 정책 결정 권한을 위임하기로 의결했다. ‘이준석계’ 개혁신당 세력이 총선 전권을 장악했다. 이낙연계의 새로운미래는 20일 오전 입장을 발표해 결별로 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19일 집단사직서를 제출했다. 20일엔 종합병원 전공의도 집단휴진에 돌입한다. 정부는 첫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통보하는 등 강경 입장이다. 2020년 의사들의 총파업 보다 이번 단체행동 여파가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공천 내홍 폭발, 탈당 도미노 이어지나
민주당 공천 갈등이 심상치 않다. 현역 국회부의장인 민주당 김영주 의원(4선·서울 영등포갑·사진)은 1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오늘 민주당이 제게 의정활동 하위 20%를 통보했다”며 “이제 민주당을 떠나려고 한다”고 탈당을 선언했다. ‘하위 20%’를 둘러싼 첫 탈당 케이스다. 김 부의장은 “지금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사당으로 전락했다”면서 “영등포 주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모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친명도 아니고, 반명도 아니다”며 “민주당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이재명을 지키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정체불명의 여론조사도 문제다. 민주당이 지난 주말 홍영표·이인영·송갑석 의원 등 친문계·비명계 의원 지역구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19일 파악됐다. 현역 의원을 빼는 대신 이 대표의 영입인재, 친명계 신진 인사들을 넣어 국민의힘 후보와의 경쟁력을 조사해 문제가 됐다.
서울신문은 1면 기사 <김영주, 하위 20% 통보에 탈당… “민주당 이재명 사당으로 전락”>에서 홍영표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말 이상한 여론조사 때문에 당이 굉장히 혼란스러운 것 같다”며 “민주당이 ‘사천’을 하고 있다면 국민이 외면할 것이기 때문에 원칙을 지키는 경선을 통해 공천하면 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문학진 전 의원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장막 뒤에서 특정집단과 특정인들을 공천하려 벌이는 일련의 행태에 대해 개탄한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최근 진행되는 여론조사 기관들은 당이 선정한 공식기관이 아니라는 점도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이유”라며 “당은 앞서 공천 적합도 조사 등을 위해 6개 여론조사 기관을 선정했는데, 최근 여론조사를 진행한 ‘한국인텔리서치’와 ‘지식디자인연구소’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2024년 2월20일자 8면
중앙일보는 8면 기사 <[단독] 홍영표 뺀 “정체불명 여론조사”…이재명 시장 때 용역업체 작품>에서 “해당 여론조사를 한 업체는 ‘한국인텔리서치’로, 이는 현재 여심위 등록 업체인 ‘리서치디앤에이’의 옛 사명이었다”며 “리서치디앤에이는 이달 초 ‘당원 50%, 일반국민 여론조사 50%’로 진행되는 민주당 총선 경선 ARS투표 시행업체로 추가 선정된 업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민주당 당직자가 “당초 중앙당 선관위에서 PT 발표를 거쳐 3개 업체를 선정했는데, 뒤늦게 리서치디앤에이가 추가돼 4곳이 되었다”며 “무척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고 썼다.
특히 중앙일보는 “‘한국인텔리서치’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 도전을 앞둔 2013년 ‘성남시 시민만족도 조사’ 용역을 받아 수행했었다”며 “업체 대표 김모(60)씨는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인 7만여 명의 개인 정보를 특정 후보들에 건넨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시스템 공천 어디가고 비선 밀실 공천만?
민주당의 이 같은 불투명한 공천에 여러 신문들이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민주당, 시스템 공천 어디 가고 ‘비선·밀실’ 얘기만 나오나>에서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천 과정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며 “민주당이 공언한 시스템 공천은 자취를 찾기 어렵고 ‘비선·밀실 공천’ 논란이 당을 뒤덮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새 술은 새 부대에”라며 공천 물갈이를 예고했다. 경향신문은 “친명 지도부가 공관위를 제쳐두고 배후에서 좌지우지하는 것은 공천이 아니라 사천(私薦)”이라고 규정했다. 이 신문은 “친명 지도부·중진 의원들 중에는 선당후사 자세로 헌신과 희생을 자청하는 이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이유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콕 찍어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압박하고 있으니, 의구심을 사는 것 아닌가”라며 “공천 파동으로 당을 두 쪽 내고 유권자를 실망시킨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한겨레는 5면 기사 <민주당 ‘하위20%’ 반발 탈당 불붙나…이재명 갈등수습 ‘고비’>에서 “‘밀실 공천’ 논란 등으로 당이 격렬한 내홍에 휩싸인 가운데 이재명 지도부가 제때 위기를 수습하지 못하면 추가 탈당이 이어지고 수도권에서 당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민주당 안에서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일보도 1면 기사에서 “하위 20%에 해당하는 현역의원이 31명에 달해 추가 탈당에 봇물이 터질 수도 있다”며 “민주당이 총선을 50일 앞두고 당이 쪼개질 수도 있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봤다.
▲한겨레 2024년 2월20일자 5면
중앙일보도 사설 <‘밀실 사천’ 논란 민주당, 이리 가면 참패 피할 수 없다>에서 “혁신 공천과는 거리가 먼 정략적 계산만으론 총선 참패를 피할 수 없다”며 “반민주적 밀실 사천이 성공을 거둔 전례는 없다는 사실을 민주당이 깨닫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경향 칼럼니스트 “디올백에만 매달린 이재명의 공천 위기 예견된 결과”
이 같은 민주당의 내홍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는 26면 <이재명 대표가 맞닥뜨린 ‘진실의 순간’ [김민아 칼럼]>에서 선거 패배 전에는 경고음이 울리는데, 그 위기 신호신호 세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진’이나 ‘찐’ 같은 접두사의 부상이다. 2016년 총선 때 ‘진박 감별’ 운운하던 새누리당의 경우다. 김 칼럼니스트는 “주권자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장난치다간 심판당한다”고 썼다. 둘째는 당내 주류의 자기희생 없는 물갈이이며, 셋째, 근거 없는 낙관론이다. ‘샤이 진보’ ‘샤이 보수’를 거론하며 자당 지지층 가운데 ‘숨은 표’가 있을 거라 기대하는 경우다. 김민아 칼럼니스트는 “민주당은 지금 세 가지 다 해당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16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37%)이 민주당(31%)을 앞지른 결과를 두고 오차범위 내 격차이지만, 민주당이 밀리는 추세임엔 분명하다고 제시했다.(자세한 조사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위원회 참조) 김 칼럼니스트는 “예견된 결과”라며 “민주당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승리 이후 정권심판론에 취해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파격적 쇄신도, 피부에 와 닿는 정책도 없었고,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효과적으로 견제하지도 못했다”며 “‘디올 백’에만 매달렸다. 공천 과정에선 이 대표가 직접 개입하며 무원칙·불투명 논란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여권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국을 돌며 공약을 ‘살포’하고 있다.
▲경향신문 2024년 2월20일자 26면
김 칼럼니스트는 “친명·비명을 아우르는 통합적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주류 핵심 인사들의 선도적 희생 없이 위기 돌파는 불가능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디올 백을 넘어서는 새로운 의제와 언어도 필요하다”며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 의혹은 규명돼야 마땅하지만, 이것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고 했다.
개혁신당 통합 열흘만에 붕괴 위기, 결별수순
개혁신당이 통합 열흘만에 결별 위기를 맞게 됐다. 통합 직후부터 이준석 공동대표가 류호정 전 의원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더니 아예 총선 지휘권을 가져가겠다며 이낙연 공동대표를 밀어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 <이낙연-이준석, 합당선언 10일만에 ‘결별 수순’>에서 “제3지대 5개 세력이 뭉친 개혁신당이 합당 선언 10일 만에 총선 주도권 싸움을 벌이며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며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기존에 사용한 당명인 ‘새로운미래’로 당을 등록했다.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이낙연·이준석 신당 열흘 만에 결별 수순>에서 “이낙연 대표 측은 이후 여의도 모처에서 별도 대책 회의를 열었다”며 “이 자리에서 ‘이준석과 성급히 통합한 데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독자 행보를 걸어야 한다’는 의견이 오갔다고 한다. 반(反)윤석열·반(反)이재명 노선을 걷되 옛 민주당·정의당 정체성에 맞는 야권 신당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2024년 2월20일자 1면
경향신문은 1면 기사 <‘총선 지휘권’ 이준석에 전권 부여…자리 박찬 이낙연 “이준석 사당화”>에서 “개혁신당 내부 주도권 다툼으로 제3지대 통합이 일주일여 만에 어그러질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양향자(한국의희망), 금태섭(새로운선택), 조응천·이원욱(원칙과상식) 등 나머지 세력들은 이준석 공동대표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데 찬성하면서 새로운미래가 고립된 형국이라는 진단이다.
경향신문은 기존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내홍을 두고 “가치와 이념, 노선이 다른 세력들이 무작정 통합하면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내재적 한계”라고 평가했다.
거대 양당 극단정치에 새로운 대안 제시한다더니
신문들은 이 같은 극단적인 분열 양상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집안싸움에 날 새는 개혁신당, ‘새정치’ 기치 어디로 갔나>에서 이번 갈등을 두고 “4·10 총선 정책 지휘권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입당·공천을 놓고 벌어진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 양측의 대립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경향신문은 “거대 양당의 양극화 정치 극복을 내건 개혁신당이 주도권 다툼과 정체성 논쟁에 매몰되고 있는 것은 상식 밖”이라며 “통합 비전이던 ‘새로운 개혁정치’ 깃발이 무색하다”고 비판했다. 새 정치의 핵심은 양극화된 정치 극복이며 그것은 정치적 다양성 존중과 다원주의에 기반한다고 제안했다.
세계일보도 사설 <‘떴다방’ 비난 자초하는 개혁신당, 결국 결별 수순 밟나>에서 “거대 양당의 이전투구에 염증을 느낀 중도층에게 선택지를 주겠다고 출범한 개혁신당이 계파 갈등이라는 구태를 똑같이 답습한다는 점에서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두 공동대표가 초심으로 돌아가 양보와 타협의 정치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지 않으면 개혁신당은 과거의 ‘떴다방’처럼 공멸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국민일보도 사설에서 “무당층이 여전히 24%나 되지만 개혁신당 지지율은 4%에 머문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가 이들을 대안세력으로 여기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며 “지도부가 머리를 맞대고 유권자에게 무엇을 말할지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쓴소리했다.
경호처의 입틀막 비판한 동아일보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발생한 대통령 경호처의 이른바 ‘입틀막’ 졸업생 강제 퇴장조치를 두고 동아일보 논설위원도 비판했다. 김승련 논설위원은 30면 칼럼 <[횡설수설/김승련]경호처의 ‘입틀막’,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에서 지난 16일 발생한 이 사건을 두고 “예상 밖 위기와 맞닥뜨리면 몸에 밴 무언가가 툭 튀어나오기 마련”이라며 “최근 불거진 대통령 행사 강제퇴장 문제를 경호처 매뉴얼의 적절성 정도가 아니라 대통령의 정치력과 국정 스타일의 문제로 살펴야 하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김 논설위원은 김성희 진보당 국회의원에 이어 지난주엔 대전 KAIST 졸업식에서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인 석사 졸업생이 소란을 일으켰다가 들려 나간 사건을 두고 “둘 다 경호원 손에 입이 틀어막혔다”고 지적했다. 정치구호이자 의도한 소란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김 논설위원은 “‘입틀막(입 틀어막기)’이라는 신조어가 말하는 과잉 대응 논란은 피할 수 없다”며 “누구나 촬영하고, 실시간 공유하는 세상이다. 옛 시절에 고여 있는 경호처 때문에 대통령이 손해를 봤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2024년 2월20일자 30면
김 논설위원은 “찰나의 대응에 안위가 결정되는 만큼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더라도 기계적 경호는 아쉬움을 남긴다”며 “국회의원을, 대학원 졸업생을 요원 4, 5명이 들어내지 않고 걸어 나가도록 안내했다면? 퇴장시키는 동안 주장을 외치도록 놓아뒀다면? 들어내기와 입 막기는 대통령 안위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 경호였고, 심기 경호였다”며 “경호처 판단에는 우리 대통령이 저 정도 주장도 불편해할 것으로 본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논설위원은 “이런 일을 2번이나 겪고도 용산 참모들이 매뉴얼도 고치지 않고, 대통령의 임기응변 시나리오를 준비하지 않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며 “‘입틀막’만큼은 경호처가 경호 규정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썼다.
종합병원 전공의 집단 휴진 “파행운영 무책임”
의사들의 집단휴진 사태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주요 병원에서 수술 보조와 응급처치 등을 맡는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하면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수술·응급실 운영은 파행이 불가피해진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도 “의사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가 치료를 거부해 환자가 피해를 입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법적인 문제를 떠나 인륜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정부 당국과 의사들 간에 오가는 말들도 비이성적이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정부는 외과 소아과 응급실 등 필수 의료 의사들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책과 함께 보험 등 형사 책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고, 의사들은 의대 증원의 대폭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명백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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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도 사설 <국 병원 비우겠다는 의사들, 무책임의 극치다>에서 “적어도 2020년 전공의 집단휴진 사태 초기엔 응급실과 중환자실, 투석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분야 인력은 참여하지 않았다”며 “이번엔 이런 최소한의 배려조차 보이지 않는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할 의사들이 정부 정책을 중단시키기 위해 ‘병원을 비우겠다’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전공의들은 더 이상 고립을 자초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한겨레는 “의료계 일부에서도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명분 없고, 희소가치에서 나오는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행동’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며 “급속한 고령화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무르익었다. 의사들은 진료 거부를 할 때가 아니라 필수·공공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총선넷(2024총선시민네트워크)의 1차 공천반대, 낙선명단이 공개됐다. 국민의힘 26명, 더불어민주당 7명, 개혁신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총 35명의 국회의원 이름이 올랐다.
공천 부적격자로 가장 많이 지목된 후보자는 추경호 의원(6회)이다. 총선넷은 “다양한 반개혁 법안을 다수 발의하고 윤석열 정부의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 역대급 세수펑크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수해 복구 지역에서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발언한 김성원 후보자(4회)가 이름을 올렸고 3회 이상 공천부적격 후보자로 제안된 인물은 9명. 김기현, 김병욱, 박덕흠, 신현영, 윤상현, 이종성, 임이자, 정진석, 주호영 후보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후보는 “게이가 어떻게 정상화될 수 있냐” 발언해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정서를 키웠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정청래 의원과 함께 전자전송법을 발의해 의료민영화를 부추겼단 비판을 받았다. 당시 시민단체와 의약계는 ‘국민 편의성 증진이 아닌 보험사의 배를 불릴 악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명단에 오른 의원은 총선넷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가 선정했다. 1월 31일부터 2월 15일까지 약 주간 10여 개 연대기구 및 단체에서 89명을 선정했고, 내부 논의를 통해 35명의 1차 공천반대 명단을 확정했다.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은 핵 오염수 망언망동 정치인으로 국민의힘 김기현, 김영선, 박대출, 박덕흠, 유상범, 윤상현, 임이자, 조경태, 태영호, 김미애 의원을 선정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역사 언론을 탄압하거나, 친일을 미화·옹호한 후보로 국민의힘 박성중, 배현진, 윤두현 의원, 무소속 박완주 의원을 선정했다.
앞서 ‘한국환경회의’도 국민의힘 임이자, 하태경 의원 민주당 허영 의원을 환경 악법 다수 발의, 환경단체 폄하 등을 이유로 낙천 대상자로 선정했다.
총선넷은 해당 정당에 명단을 전달하고 공천에서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이미 공천이 확정된 김도읍(부산 북구강서구을), 박대출(경남 진주갑), 배현진(서울 송파구을), 유상범(강원 홍천군횡성군영월군평창군), 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구을),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군), 태영호(서울 구로구을), 추경호(대구 달성군) 의원에 대해서는 공천 철회를 요구했다.
앞서 총선넷은 ▲21대 국회에서 기후와 환경, 평화와 인권, 정치개혁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거나, 반개혁적 입법·정책을 추진한 후보자 ▲인권침해나 차별·혐오 등 사회적 논란을 보인 후보자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후보자 등 선발 기준을 설명했다.
끝으로 2월 마지막 주에는 1차 명단에서 누락된 현역의원과 원외 인사를 중심으로 2차 공천반대 명단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처한 미증유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에 있음을 선언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선언'이 나온 지 올해로 50년이 흘렀다.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 기자들은 편집국에 힘찬 붓글씨로 새긴 걸개를 내걸고 "우리는 자유언론에 역행하는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유 민주사회 존립의 기본 요건인 자유언론 실천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선언하며 우리의 뜨거운 심장을 모아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라고 외쳤다.
언론사에 길이 남을 10·24 동아 자유언론실천선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자유언론실천선언은 잠깐의 성취감을 맛보았을 뿐, <동아일보> 기자들의 강제 해직과 투옥이라는 비극으로 일단락됐다. 그리고 끝내 <동아일보>로 돌아가지 못한 안종필, 김종철, 박종만, 정연주 기자 등 10여 명의 젊은 기자들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이하 동아투위)를 구성해 자유언론실천운동에 투신했다. 평범했던 기자의 삶은 그 후 자의 반 타의 반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한 투사의 삶으로 변모해갔다.
<동아일보>에서 해직당한 뒤 옥고를 치르던 기자 김종철은 1979년 7월 25일, 법정에서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은 최후진술을 남겼다. "한국 언론이 권력의 앞에 서서 권력자가 좋아하는 기사만을 조작까지 하는 그런 비참한 현실을 볼 때 저희로서는 도저히 이것을 그대로 묵과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도저히 매일매일 하루하루 지내는 것이 그런 걸레 같은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서 지내는 것 자체가 고문이었습니다."
<동아일보> 기자 박종만도 같은 날 법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때 과연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언론인으로서 무엇을 했던가 반성을 해 봅니다. (중략) 이제 이 땅에는 언론이 없습니다. 소극적으로 그저 진실 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그런 의미의 죄악만이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그러한 적극적인 죄악까지도 저지르고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이 땅의 언론의 현실입니다."
<동아일보>에서 해직당한 뒤 신문을 만들지 못해 우리 사회 저항의 움직임을 유인물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들은 결국 박정희가 김재규의 총탄을 맞아 죽은 뒤에야 수의를 벗고 구치소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거리로 쫓겨난 후에도 출근 시간마다 동아일보사에서 신문회관이나 종로5가까지 시위를 한 해직기자들. ⓒ동아투
벌거벗은 임금님과 소년의 용기
동아 자유언론실천선언이 나온 1974년은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가 나온 해이기도 하다. 1974년 박정희 유신정권 3년 차를 맞은 그해 언론의 현실이 그만큼 엄혹해서였을까. 선생은 책에서 당대 언론 현실을 이렇게 꼬집었다. "옷을 걸치지 않고도 입었다고 우기는 통치자의 진리와 권위는 임금의 것인가 측근 아첨배의 것인가. 이와 같은 허구와 허위는 통치자들의 속성이어야 하는가. 허위가 진리의 가면을 쓰고 나타날 수 있는 그 사회의 제도와 풍토는 어떤 것일까. 그 많은 백성들 가운데 임금의 알몸뚱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도 많았을 텐데 왜 모두 입을 다물고 사실을 말하지 않았을까. 또는 못했을까."
리영희 선생은 당시 지적 암흑의 상태와 인간적 타락을 개탄하며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 '펜타곤 문서'를 전 세계에 폭로한 대니얼 엘즈버그의 용기를 지식인의 이성으로 보았고, 엘즈버그의 용기 있는 행동이 광기의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는 희망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당대 우리 사회의 어른들은 광기의 사회를 바로잡기는커녕 임금님이 알몸이라고 외친 소년에게 엄청난 임무를 떠맡긴 채 비굴과 자기 모독의 단계를 자처하고 말았다. 소년 뒤에 숨은 비겁한 어른들로 인해 군부독재의 칼날은 그 후로도 10년 넘게 춤을 추었고, 또 다른 소년들의 희생을 겪고 나서야 어른들은 광기의 칼날을 멈춰 세울 수 있었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용기를 내 외치는 것은 그만큼 비현실적인 일이다.
나는 지난해 말 <기자유감>이라는 졸고(拙稿)를 한 권 냈다. 면구스럽지만 <기자유감>에 "나의 사표(師表) 리영희"라는 짧은 글도 실었다. 며칠 전 사인해 달라고 책을 들고 찾아온 후배에게 어떤 글귀를 적어줄까 고민하다가 “벌거벗은 임금님을 외친 소년의 용기”라고 적어주었다. 힘없는 소년의 용기만큼이라도 진실을 향해 발현해달라는 당부였다. 나는 소년의 용기에 비견할 만큼은 안 되지만 어느 날 작은 목소리를 낸 것을 계기로 시청자와 독자들로부터 엄청난 응원을 받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한 몸에 쏟아지는 응원이 날카로운 칼날로 변하는 것도 한순간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우쭐함에 취해 있다 눈 깜짝할 사이 나락으로 가는 선배 기자들을 여럿 보았다. 나의 용기는 그들의 우쭐함과 달리 순수(純粹)를 유지하고 있는가. 매일 자문하고 다짐한다. "나는 그들과 달라야 한다."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 기자 180여 명이 동아일보사 사옥에 모여 언론인 스스로가 언론자유를 쟁취하자는 내용의 동아자유언론실천선언을 실행.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오픈아카이브.
'바이든'이 지워졌고, '날리면'도 사라졌다
하지만 리영희 선생의 바람과 달리, 기자의 용기가 광기의 사회를 바로잡지 못하고 광기의 먹잇감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2024년 1월 12일, 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 성지호, 박준범, 김병일 판사는 역사에 길이 남을 판결을 내놨다.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사태의 정정보도를 청구한 사건에 대해 "사실 확인 결과,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고,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없음이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라며 외교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런데 판결문을 읽어보면 이런 모순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판결문에는 판사의 예단이 가득하다. 판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은'과 '날리면' 중 어떤 발언을 한 것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하더니 그 뒤에는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음이 밝혀졌다"라고 판시했다. 밝혀졌다는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결론은 바이든이라는 것인지, 날리면이라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판결문에서 모순되는 대목은 이뿐만 아니다. 판사는 판결문에서 "발언의 취지, 전후 맥락, 목격자의 진술, 발언자의 해명 등은 개인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위 판단 기준만으로는 진위 여부를 밝히기에 한계가 있다"라고 해놓고, 다음 페이지에서는 "발언의 시각과 장소, 배경, 전후 맥락, 당시 위 발언을 직접 들은 박진 장관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을 향하여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단정했다. 앞서는 전후 맥락과 목격자 진술은 개인의 주관이 개입돼 진위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더니, 뒤에서는 전후 맥락과 목격자 진술을 판결의 논리로 제시한 것이다.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판사의 오지랖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판결문에는 "대한민국이 글로벌펀드에 1억 달러를 기여하기 위해서는 국회 동의가 필수적이다", "만약 야당이 1억 달러 기여에 동의해 주지 않을 경우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라는 판사의 걱정도 담겨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승인 안 해주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를 발언할 2022년 9월 당시에는 이미 다음 해 정부 예산안에 관련 글로벌 보건 기여 사업 예산이 편성돼 있었다. 그것만을 따로 떼서 국회 동의나 승인을 받는 절차가 필요 없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판사는 이를 국가 신뢰도까지 연결해 걱정해 준 것이다. 판사는 여야가 연말에 줄다리기할 전체 연간 예산안 심사에서 혹여 해외 원조 예산이 누락될까 봐 오지랖을 편 것인가. 그러나 여야가 해외 원조 예산을 놓고 줄다리기를 한 적은 없다. 전체 국가 예산에서 해외 원조 예산의 비중은 약 0.1%로 아주 미미하기 때문이다.
판사는 또 당시 뉴욕에서 기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의견을 나눈 것을 두고 "이 사건 발언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하여 이견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단정해 버렸다. 그런데 당시 기자들의 의견 교환 중 바이든이냐 아니냐는 이견이 없었다. 판사는 왜 자의적으로 "기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라고 예단을 한 것일까. 굳이 당시 제기된 이견을 꼽자면 국회니까 한국 국회를 말한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을 낸 기자가 소수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판결문에는 MBC의 음성인식 서비스가 "바이든은"이라는 음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도 판결 논리로 적시돼 있다. 그러나 MBC의 음성 인식 서비스는 편리를 위한 장치일 뿐, 음성분석 기능은 없다. 그저 유튜브 동영상의 자동 자막 생성기(CC)와 같은 것이다. 유튜브가 제공하는 자동 자막에 얼마나 엉터리가 많은지는 써 본 이들은 알 것이다. 네이버 클로바노트도 마찬가지다. 두 서비스 모두 사람의 귀보다 더 잘 들을 수는 없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개그 프로그램에서 '바보 왕자' 역할을 맡은 개그맨이 "스즈측뽕"이라는 유행어를 반복해 시청자들의 배꼽을 빠지게 한 적 있었다. 자신을 세자로 책봉해달라는 희망을 맥락 없이 내뱉어 웃음을 자아낸 것인데 캐릭터에 맞게 발음을 "세자책봉"이라고 하지 않고 "스즈측뽕"이라고 뭉개서 한 것이다. 인간은 알아듣는 "스즈측뽕"을 기계는 알아들을 수 있을까? "스즈측뽕"을 알아듣고 박장대소하는 관객과 시청자들은 가짜뉴스에 현혹돼 웃은 것인가. 황당할 따름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자주 쓰는 용어 중에 "흐즈므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말라"는 말을 이를 악물고 화를 억누른 채 옆 사람에게 할 때 쓰는 우스개 표현이다. 인간들은 알아듣는 "흐즈므르"를 과연 기계는 알아먹을 수 있을까? "스즈측뽕"과 "흐즈므르"를 음성분석의 영역에 집어넣은들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인간의 우월성을 애써 외면하고 어째서 기계에 의존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판결문에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정확히 무엇인지, 바이든 인지 날리면 인지가 담기지 않았다. 듣기 평가 후 2년 동안 결과를 기다려 온 국민은 허탈하기만 하다. 대통령실은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도 "그 모든 걸 포함해서 법원에서 판결을 내린 것"이라는 동문서답을 내놨다. 그 모든 것이 대체 무엇이냐고 물은 것인데 그 모든 것이 포함됐다니. 대통령도, 대통령 참모들도, 재판을 걸어온 외교부도, 판사도, 본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판사는 문제의 발언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을 이렇게까지 옹호해 주었다. "사람의 음성은 (중략) '휘발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중략)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일반 국민에게는 좀처럼 발생하기 어려운 '휘발'이 왜 특정 집단에는 이렇게 자주 발생하는가. 또 왜 이리도 너그러운가.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기주 기자 저 <기자유감>과 '나의 사표(師表) 리영희.' ⓒ이기 언론인(言論人)과 언롱인(言弄人)
다시 리영희를 떠올린다.
지난해 12월 19일, 국회를 찾은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기자들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질문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기자들의 면전에서 "민주당이 저한테 꼭 그거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닌다고 그러던데요. 여러 군데에다가 공개적으로.."라고 면박을 줬다. 질문한 기자가 "그래서 질문 한 거 아닌데요"라고 짧게 항변했지만 한 장관은 개의치 않고 자기 할 말을 이어갔다. '질문 사주'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들은 기자들은 끝내 한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다.
기자를 우습게 아는 권력자들의 언행은 최근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해법을 논의하겠다면서 도쿄를 찾아 이른바 '오므라이스 환대'를 받았던 2023년 3월 16일, 정상회담 후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기시다 총리가 회담에서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한국 측에게 요구했고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라고 보도했다. "위안부 문제나 독도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라던 윤석열 정부에는 폭탄 같은 보도였다. 그것도 다른 언론사도 아닌, 윤석열 정부가 그렇게 칭송했던 NHK가 쓴 기사이니 말이다.
NHK의 이 보도를 근거로 국내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굴욕외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나는 당시 도쿄에 있었는데,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NHK의 보도를 수습하느라 몹시 분주했다. 굴욕외교 논란이 확산하자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반응은 짜증으로 변해갔다. 한국 기자들에게 "일본의 언론플레이에 넘어가지 말라"는 말을 여러 차례 하는가 하면 "일본 언론이 매번 저런 식인 것 모르느냐", "외교 채널로 항의하겠다"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급기야 며칠 뒤에는 한국 기자들에게 일본 언론에 부화뇌동하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기자들은 부화뇌동이라는 모욕적 표현에 항의하거나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다. 나는 권력으로부터 모욕을 당한 기자들이 어째서 가만히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통령에게 1호기 안에서 따로 부름 받기를 기다리는 기자, 영부인과 셀카 찍기에 바쁜 기자, 모욕을 모욕으로 느끼지 못하는 기자가 허다하다. 이 땅에는 언론인(言論人) 대신 언롱인(言弄人)만 남은 것인가.
1971년 10월 <창조>라는 잡지에 실린 리영희 선생의 '기자풍토종횡기'는 나의 기자 지침서다. 권력에 기생하고 약자에 군림하며, 촌지를 뜯어내고 지성은 퇴보하고, 권력의 발표를 조건반사적으로 받아쓰는, 지금으로부터 53년 전 기레기의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한 글이다. 지금 읽어도 50년 넘도록 어쩌면 그리 변한 것이 없는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우리는 언론인(言論人)과 언롱인(言弄人) 어디쯤 서 있는가.
권력이 되려는 기자들
출입처에 매몰된 기자들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눈앞의 권력에 취약하다. 선거의 해만 되면 엉덩이가 들썩이는 기자들이 줄을 선다. 자신이 출입했던 정치 집단에 들어가 권력이 되려는 기자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출마를 위해 정치판으로 직행한 폴리널리스트들의 실명이 이미 기사에 오르내릴 정도다. 그들은 하나같이 "나는 불편부당하게 기자 직분을 수행했으니 정치를 해도 떳떳하다"라고 말한다.
지난 2019년 5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대담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말을 여러 차례 끊으며 "독재자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냐"는 질문을 했던 KBS 기자, 그리고 같은 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느냐"라고 공격적인 질문을 던진 경기방송 기자가 당시 문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일이 있었다. 참고로 그 경기방송 기자는 그 후 국민의힘에 입당해 정치를 하고 있다. 그리고 2019년 문 전 대통령과 KBS 기자의 대담 직후 중앙일보에는 이런 사설이 실렸다.
- "(중략)...대통령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무차별로 공격하는 비이성적 태도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폭력이다. 다수의 힘으로 겁박해 입을 틀어 막겠다는 발상이고, 결국 여론은 왜곡된다. 악플과 문자 폭탄, 항의 전화 앞에 시달리면 누구든 위축되기 십상이다. 이런 식의 배타성과 패권주의엔 청와대가 분명한 자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사설] '독재자' 질문 향한 융단 폭격 옳지 못하다 中 (중앙일보, 2019년 5월 11일)
<조선일보>도 당시 칼럼을 통해 문 대통령의 언론관을 이렇게 비판했었다.
- "(중략)...진행을 맡았던 기자는 '태도가 불량했다', '독재자 표현을 썼다'는 등의 이유로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중략)...지금 언론 상당수가 자발적이든 어쩔 수 없어서든 친(親)정권 성향이란 건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언론을 만나는 걸 극력 피한다. 그는 야당 때 "정치는 소통인데 박근혜 정부는 정치가 없다. 통하지 않고 꽉 막혀서 숨 막히는 불통 정권"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에게 그 말이 되돌아오고 있다. 이럴 거면 '직접 언론에 브리핑', '24시간 공개' 등의 약속들은 대체 왜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만물상] 또 기자회견 없는 취임 2주년 中 (조선일보, 2019년 5월 11일)
이토록 문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을 비난했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2022년 11월 도어스테핑 충돌 후 나에게 가해진 각종 위협과 폭력에는 입을 다물었다. 오히려 그 신문사 출신의 정치인들이 기자 선배랍시고 나에 대한 비난에 앞장서는 웃기고도 슬픈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나에게 예의가 없다고 비난하다가 돌연 배지를 달겠다며 총선 출마를 선언했고, 장관이 되겠다며 나섰다가 줄행랑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기자를 하다 하루아침에 자신의 출입처였던 권력으로 이동한 기자들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적이 그동안 있었던가.
참고로 2019년 5월 11일자 <조선일보> [만물상] 칼럼을 쓴 기자는 이동훈 당시 논설위원이다. 이동훈 논설위원은 이 칼럼 작성 2년 후인 2021년 6월, 윤석열 캠프의 대변인으로 합류했다. 두 칼럼 모두 5년이 흐른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으니, 이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하겠다.
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
다시 1979년 7월 25일. 법정에 선 30대 초반의 <동아일보> 기자 정연주는 다음과 같은 최후진술을 남겼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한 게 죄라는 겁니다. 나무를 나무라고 이야기한 사실 (중략) 우리들 10명의 동지들, 선배들이 지금 당해야 하는 고통의 원인입니다. 이런 정말 말할 수 없는 처절한 코미디, 이것이 이 땅에 지금 서슴없이 함부로 자행되고 있습니다."
다시 1978년 11월 26일. 당시 반공법으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서대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리영희 선생은 200자 원고지 222매 분량의 긴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그는 자신의 글을 반공법 위반으로 처벌하려는 권력의 광기에 대해 중세 시대 갈릴레오 재판을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다소라도 정치적 성격이거나 정부의 이해관계 또는 체면에 관련된 사건의 재판에서 법원과 법관이 얼마나 독립적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생각해 볼 만하다."
반백 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언론 자유는 여전히 사법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기자들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출국금지를 당하는가 하면, 기자와 언론사 압수수색은 일상이 되고 말았다. 리영희를 필두로 김종철과 박종만, 안종필, 정연주에 이어 2024년에는 어떤 기자가 또 최후진술을 남기고 사라질 것인가. 권력은 또 어떤 언론을 법정에 세울 것인가. 대통령의 발언 하나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참담한 권력과, 부끄러운 사법의 장막을 걷어치울 용기가 지금의 기자들에게 있기는 한 것인가. "걸레 같은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서 지내는 것이 고문"이라던 김종철의 최후진술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진실을 추구하라"던 리영희 선생의 말도 여전히 귓가를 맴돈다. 1974년은 어느덧 2024년이 됐다. 50년 전 그들이 저항하던 자리에 우리가 서 있다. 우리는 지금 떳떳한가.
▲1978년 리영희가 서울구치소 재감 중 작성한 상고이유서 122쪽 중 첫 쪽 (좌), 85쪽 (우). 85쪽 4번째 줄에서 "대단히 유감된 일이지만, 다소라도 정치적 성격이거나 정부의 이해관계 또는 체면에 관련된 사건의 재판에서, 법원과 법관이 얼마나 독립적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생각해 볼 만하다."의 문구가 보인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기주 MBC 기자 최근글보기
인간은 싫건 좋건 위계질서를 이루고 살아가는 동물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형성된 이후부터 그 어떤 사회에서도 이 위계질서가 형성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더 멀리는 문명 형성 이전의 원시 공동체 사회에서조차 인류는 항상 위계질서를 기반으로 사회를 운영했다.
그래서 인류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운명처럼 마주하는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인류는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리더를 뽑고, 어떤 합의를 통해 그를 리더로 인정하느냐에 관한 문제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두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하나는 폭력설이고 하나는 역량설이다.
폭력설은 말 그대로 신체적 위력을 바탕으로 사회 구성원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공포를 심어주는 자가 리더가 된다는 가설이다. 반면 역량설은 뛰어난 역량을 보유한 이가 이타적인 성향을 발휘해 조직에 기여함으로써 구성원들로부터 리더로 추앙을 받는다는 가설이다.
이 두 가설의 특징은 명확하다. 폭력설은 인간의 동물성, 즉 영장류 유인원 시절의 본성을 기원으로 한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리더를 다툴 때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폭력이다.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경우다.
반면 역량설은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로 진화하고 함께 사는 법을 깨우치면서 빛을 발한 가설이다. 유인원과 호모 사피엔스의 중요한 차이 중 하나는 주먹이 먼저 나가느냐, 아니면 지혜를 모아 해법을 함께 찾느냐이다. 인류는 함께 사는 문화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 조직의 역량을 발전시킬 지혜로운 리더를 찾으며 진화해 나갔다.
윤석열의 유인원 리더십
나는 이런 종류의 사태가 한 번이면 모르겠는데 두 번 연속으로 반복된다는 점을 정말 참을 수가 없다. 대통령실 경호원이 강성희 진보당 의원의 입을 막고 사지를 질질 끌고 나간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남의 학교(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연구개발(R&D) 예산을 복원하라”고 항의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학교 졸업생을 또 질질 끌고 나간단 말인가?
우리나라 대통령 경호실이 무슨 깡이 있어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면서까지 경호를 하겠나? 이 말은, 이런 사태가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이유가 경호원들의 의지라기보다 대통령의 성향에서 나온 것이라는 이야기다.
생각해보라. 윤석열 대통령이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강성희 의원 사태가 났을 때 경호실에 “웬만하면 너무 폭력적으로 진압하지 마라”라고 한마디 했을 법 하다. 그랬다면 이런 사태는 절대 반복되지 않는다. 안 그랬으니까, 혹은 “앞으로도 나한테 접근하거나 내가 주인공이어야 할 자리에서 목소리 높이는 놈들은 다 끌어내, 아주 잘 했어!”라고 칭찬을 했으니까 경호원들이 그런 폭력을 또 사용하는 거다.
16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졸업식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항의하자 경호원들로부터 제지를 당하고 있다. (대전충남공동취재단) 2024.2.16 ⓒ뉴스1
우연으로 볼 수 없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은 그게 바로 윤석열 대통령 리더십의 본질이라는 이야기다. 즉 윤 대통령의 리더십은 역량설이 아니라 폭력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견을 지닌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데에는 쥐뿔도 관심이 없다. 그럴 능력도 없다. 그러니 일단 주먹부터 휘두른다. 내가 대통령인데 어딜 감히! 이런 태도를 볼 때마다 이권을 앞에 두고 동족을 서슴없이 제거하는 침팬지가 떠오른다. 대한민국 사회가 거의 유인원 시절로 퇴보하는 중이다.
서번트 리더십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소설 동방순례(Journey to the East)에는 레오(Leo)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레오는 동방을 여행하는 여행단에서 잡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하인이었다.
고작 잡일(?)을 하는 사람이었지만 레오는 매우 즐겁게 일을 했다. 그는 눈에 잘 띄지는 않았지만 겸손하고 다정하며 성실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끌었다. 여행단이 지쳤을 때 레오는 흥겨운 노래를 부르거나 휘파람을 불어 사람들을 흥겹게 만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레오가 사라졌다. 단지 하인 한 명이 사라졌을 뿐인데 여행단은 이상하게도 무기력감에 빠졌다. 레오의 노래와 휘파람 소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니 급기야 여행단은 혼란에 빠졌고 결국 여행은 중단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H.H는 레오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때까지 하인으로만 알았던 레오가 실제로 그 여행단을 후원한 교단의 리더이자 정신적 지도자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던 레오가 그 사실을 숨기고 가장 낮은 자리(하인)에서 여행단을 섬긴 것이다.
경영학자 로버트 그린리프(Robert Greenleaf)는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서번트 리더십은 말 그대로 리더가 하인처럼 조직원들을 섬기고 배려하며 조직을 이끄는 것을 뜻한다.
그린리프에 따르면 위에서 군림하며 이래라 저래라 명령만 하는 리더는 조직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다. 그런 리더는 부하를 믿지 않고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눈에 거스른다고 주먹부터 휘두르는 리더가 조직을 제대로 이끌 리 만무하다.
반면 구성원들을 섬기고 경청하며 존중하는 리더는 조직의 진심을 얻는다. 레오가 하인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 조직을 이끈 진정한 리더였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리더가 바로 현대 문명사회에 어울리는, 역량설에 기반을 둔 리더다.
레오 같은 리더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좀 아무 데서나 주먹부터 휘두르지 않는 정상적인 리더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이게 그리도 어려운 요구인가? 대통령 하나 잘 못 뽑았을 뿐인데 나라가 뒷걸음질을 쳐도 너무 심하게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제3지대 빅텐트 정당인 개혁신당이 통합 합의 일주일 만에 위기를 맞이했다.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 측 간 선거 지휘 주도권 신경전은 물론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입당 문제를 둘러싼 갈등까지 불거진 탓이다. 한 차례 최고위원회의가 취소되고 김종민 최고위원이 이준석 공동대표를 공개 비판하는 등 내홍이 점입가경에 이르렀다.
이낙연 공동대표와 함께 '새로운미래' 출신인 김종민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로운미래 중앙당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준석 공동대표를 향해 '합의 정신을 깨면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준석 공동대표가 이낙연 공동대표에게 선거 캠페인의 전권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2월 9일 합의 원칙의 핵심은 당명은 개혁신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낙연이 한다, 이게 그날 합의의 핵심"이라며 "만약 선거운동의 전권을 준다면 이낙연에게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낙연 대표는 그 요구를 존중한다. 이준석 대표가 그 역할을 마음대로 하게 해주고 싶어 한다"면서도 "그러나 기본 방향과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검토하자는 것이다. 그게 잘못된 것인가, 이게 거절한 것인가. 발목 잡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준석 공동대표는 선거 효율성을 위해 기동력 있게 가야한다지만 엑셀만 있는 자동차는 사고가 난다. 필요할 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며 "이준석 캠프에 선거 권한을 줄 수 있지만 주요 정책에 대해선 선거가 끝나기 전 3~4번 정도 방향 논의 검토를 거쳐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분명히 말한다. 민주주의 원칙, 합의 정신을 지키면 깨질 이유가 없다. 반대로 이걸 안 지키면 합의 자체가 흔들린다"며 "다수결이다, 표결이다 하는 말로 합의정신을 깨는 것은 통합 합의를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준석 공동대표는 이낙연 공동대표 측에 △당 지도부 전원 지역구 출마 △홍보 및 선거전략, 정책 캠페인 등 홍보 전반을 이준석 공동대표가 양측 공동정책위의장과 상의해 결정 △물의를 일으킨 인사의 당직과 공천배제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최고위원은 "이준석 공동대표가 3가지를 제안하고 이 중 2가지를 거절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대안을 갖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입당 문제와 관련해선 "문제 있는 사람을 배제·처벌하려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게 민주 원칙"이라며 "새로운미래 지도부는 대부분 배 전 부대표가 누군지도 모르고 공천을 주자는 사람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국의 총리, 1당 대표까지 한 분이 전혀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당원에게 절차도 안 거치고 '당신 나가' 이런 정치를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당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공천을 안 준다고 선언하고 이것을 이낙연 공동대표에게 공개선언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고 합당 주체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고 쓴소리했다.
김 최고위원의 간담회 이후 이준석 공동대표측 김용남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은 입장문을 내고 "사실관계만 바로 잡는다"며 반박에 나섰다
김 의장은 "이견이 있을 때는 최고위원회에서 다수가 표결로 결정하도록 했다"며 "내일 아침에 최고위원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김 최고위원이 아닌 다른 구성원들의 뜻을 확인하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배 전 부대표 문제와 관련해선 "당원 자격 심사는 모든 정당이 하는 것"이라며 "입당, 출당 등에 대해서 당원 자격 심사를 하는 것을 하지 말자고 하는 의도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정인사에 대해 공천을 할 수 없고 당직을 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문제된다면, '앞에서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우리가 알아서 정리하겠다'라고 뒤로 이야기하는 것은 정당하냐"고 물었다.
이어 "공동 정책위의장 2인과 상의해서 합의문 상의 법적대표인 이준석 대표가 전결로 정책발표를 하자는 얘기가 어떤 문제가 있느냐"며 "이 내용들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월요일 최고위회의에서 다수결로 표결을 하기로 한 상황에서 왜 기자회견을 자청하시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울러 "표결 결과가 불리할 것이라고 예상해서 이렇게 행동하셨다면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공동대표도 따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마지막으로 밝히겠다"면서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는 스스로 주체적인 정치인임을 강조하면서 전장연의 불법적인 시위를 옹호해왔고, 그리고 스스로도 전장연의 반성폭력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주요 직위를 역임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22년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옹호하며 공개적인 발언으로 그에 대한 지적을 장애인 혐오로 몰면서 정의당에서 활동하셨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함께하기 위해서 생각을 정정하거나 과거 발언에 대해서 책임지고 설명해야 하는 주체는 배복주 부대표"라며 "이재명 대표에게 사법리스크를 외치면서 민주당에 꼭 들어가야 한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행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전장연은 과거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와 반미자주대회에도 참여하던 단체인데, 왜 그 단체의 핵심간부가 뜻하는 바를 펼치기 어려운 개혁신당에 들어오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지원하겠다고 인터뷰 하면서 입당하겠다는 것인지 상식적인 수준에서는 이해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당은 각 주체의 대승적인 합의아래 개혁신당 중심으로 이루어진 합당"이라고 강조하며 "앞으로 함께 할 분들께서 당원과 지지자들께 소상히 설명하는 과정이 있길 바란다. 당원 자격심사도 그러한 과정의 일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이낙연 공동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서어리 기자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2월 18일 오후 8시 <오마이TV> '오연호가 묻다'와의 인터뷰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오는 4월 총선에서 '(가칭)조국신당'이 희망하는 목표 의석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가 '조국신당'의 희망 목표 의석을 공개적으로 수치화해서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5일 열린 '조국신당'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는 "더욱 진보적인 강소정당, 원내 제3정당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저는 지금 '원내 제3정당인 정의당보다 더 많이 (의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뛰고 있다. 그렇게 예상하고 있다. 제3당인 정의당 당원들께는 죄송하지만, 지금 정의당은 여러가지 논란이 있는 상황으로 서너 개로 쪼개진 것 같은데... 제(조국신당)가 추구하는 진보적 성향의 강소정당은 현재의 정의당보다는 더 많이 (의석을) 받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날 조 전 장관은 신당 창당 선언 후 개별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오마이TV>와 1시간 30분가량 생방송 인터뷰를 가졌다. 오연호 대표기자와의 일문일답이 끝난 뒤 30분가량 이어진 시청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민감하고 비판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어떤 질문이라도 받겠다'면서 에두르지 않고 즉답을 내놨다.
'조국신당' 당원 가입 현황에 대해 조 전 장관은 "(당원 모집을 한 지) 며칠 안 됐는데, 실명 인증이 확인되지 않은 구글폼 상태에서 이미 1만 명을 넘은 것 같다"면서 "실명 인증이 가능한 시스템에서의 당원 가입은 내일(19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목표에 대해 그는 "희망컨대 (당원) 1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당 창당 행사는 3월 첫째주로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반(反)윤석열 1대1 구도' 만들어야"
조 전 장관은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민주당의 발목을 잡거나 이재명 대표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 그(민주당)보다 더 앞서 뛰어가서 (윤석열 검찰독재와) 싸우겠다고 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조 전 장관은 "영남과 호남은 모르겠지만, 수도권의 경우 근소한 표 차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범민주진보진영에서 여러 사람이 나오게 되면 불상사"라면서 지역구에서는 최대한 '반(反)윤석열 1대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이 민주진보진영의 큰집이고 본진인데 제가 민주당을 망치게 하면 윤석열 정권만 좋아할 것"이라며 그런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은 조국신당과 관련해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 쪽으로부터 공식적인 접촉이나 제안을 받은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총선 국면에서 조국이라는 큰 변수가 등장했는데, 민주당 당직자나 이재명 대표쪽에서 (접촉이나) 메시지가 없었냐'는 물음에 그는 "민주당의 공식 라인에서는 전혀 연락이 없었다"면서 "저와 사적인 친교가 있는 분들에게는 연락이 와서 얘기를 나눈 적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연합당과 관련한 협상 테이블 제안이 온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물음에 그는 "(민주당이) 공식적인 제안을 한다면 당연히 연대의 손길을 내미는데 연대의 손길을 뿌리친다는 것은 이상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협상에 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조 전 장관은 "지금 민주당은 (조국신당과) 같이 가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는데, (조국신당에 협상 테이블을 제안한다면) 그걸 뒤집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그런 가정을 전제로 해서 제안을 해온다면 테이블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비례연합당) 그 테이블에 넣어달라고 (먼저) 부탁하는 것은 기본적인 정치 도의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녹색정의당은 17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례연합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불가피성 이해한다'는 뜻은?
조 전 장관은 지난 13일 부산에서 정치선언을 하기 하루 전인 12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찾아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이날 조 전 장관은 문 전 대통령에게 (조국신당을) 창당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그 말씀을 듣고) 대통령께서는 '불가피성을 이해한다'고 화답을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의 '불가피성을 이해한다'는 말을 이렇게 해석했다.
"(민주당원인 문 전 대통령이) 종합적으로 고려해 봤을 때 제가 민주당에 들어가면 민주당으로서는 여러가지 논란이 커져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현재 제1당이고 앞으로 수권을 준비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진보층 말고도 중도층의 마음도 챙겨야 되지 않겠는가? 중도층의 경우 검찰개혁이나 조국사태 문제 등에 있어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민주당이 조국(신당)을 데리고 갈 경우 여러가지 부담이 생길 수 있다. 그럴 경우 따로 가는 게 맞지 않느냐, 그게 합리적인 선택 아니냐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
이에 앞서 조 전 장관은 지난해 6월 10일 평산마을을 처음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당시 그는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지도도 나침판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 나가겠다"고 썼고, "그때부터 (정치 참여를) 본격적으로 고민했다"고 밝혔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을 만나 '법률적 방법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으니 정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냐는 물음에 조 전 장관은 "그 당시에는 (조국)신당 얘기는 하지 않고, '재판 문제는 변호사들에게 맡겨두고 저는 저의 길을 고민해야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그렇게 해야겠구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날 조 전 장관은 "앞으로 정치의 길로 간다는 결심을 했고, 제가 모셨던 대통령께 인간적 도리로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침신문솎아보기] 여야 공천 관리 평가 엇갈려...조선 “민주당, 총선 공천을 두고 밀실·비선 논란이 확산”
의사 집단 행동 단호한 대응 주문하면서도 정부 역할 강조
기자명이재진 기자
입력 2024.02.19 07:38
수정 2024.02.1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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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여야 공천 관리에 대한 언론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대체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공천은 무난하다고 평가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천에 대해선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뉘앙스의 보도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동아일보는 1면 <[단독]與 TK 현역 25명중 4명만 공천확정… “텃밭 물갈이 시작”>에서 “국민의힘은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 현역 의원 25명 가운데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 등 4명만 단수공천해 나머지 불출마를 선언한 김희국 의원 외 현역 20명에 대한 물갈이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보도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주 현역 컷오프 발표를 앞두고 최소 2개의 ‘비밀 지도부 회의’를 통해 현역 물갈이 등 당내 공천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이다.
민주당 공천 내홍 ‘최고조’
동아일보는 “TK 지역에서 이날 발표된 단수공천과 경선 대상 의원을 제외한 대구 5명, 경북 5명 등 현역 10명은 추가 경선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지만 컷오프나 지역구 재배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TK 물갈이라고 강조했다.
여권의 현역 물갈이 움직임 속에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직접 참석하거나 이 대표 지시로 열리는 비공개 회의에서 일부 핵심 지도부가 컷오프 등 공천 관련 논의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친명 지도부 의원들이 공천 관련 전략이나 현황들을 공유하는 자리”라며 “이곳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공관위나 전략공관위에 무조건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고 전했다고 동아일보는 보도했다. 민주당 공천이 친명계 지도부를 위주로 해서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맥락이 강하다.
▲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 4면 <[단독]친명 비공식회의 2곳서 공천 논의… 친문 “밀실 사천”>에서도 “특히 현역 컷오프 반발에 대한 대응 전략도 이들 비공개 회의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비공개 회의 사실이 알려지자 친문 진영을 중심으로 한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홍영표, 이인영 의원 등 친문 중진 의원들의 지역구를 중심으로 현역 의원을 제외한 친명 예비 후보들의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가 주말 사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사천 논란’이 더욱 커져가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가 언급한 ‘여론조사’와 관련, 조선일보는 1면 <“전국서 정체불명 여론조사”… 野, 밀실공천 논란>에서 민주당 비주류가 “정체불명의 해괴한 여론조사”라고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총선 공천을 두고 밀실·비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며 “전국 각 지역에서 공천을 위한 ‘후보 적합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비주류 특정 인사들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읽힌다는 주장”이라고 보도했다.
일례로 지난 16일 당 비공개 최고위원 회의에서 서울 송파갑 지역에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경쟁력을 물은 여론조사와 관련 “‘지도부’라 불리는 최고위원회의 참석자 대부분이 공천 여론조사의 배경과 목적을 모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광주 서구갑에서도 지난 주말 현역 송갑석 의원을 배제하고 정은경 전남대 의대 교수와 개혁신당 이낙연 대표, 국민의힘 하헌식 후보 등 3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진행됐다고 한다”며 “정체불명 여론조사가 전국 각지에서 동시에 벌어지면서 밀실·비선 공천 의혹은 더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 한겨레 4면
한겨레는 민주당이 ‘공천 내홍’이 커지고 당 지도부의 위기 관리가 실패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한겨레는 4면에서 “공천 심사 과정에서 당내 계파 갈등이 노출되며 여러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 구도가 흔들리고, ‘민주개혁진보연합’을 표방하며 추진하기로 한 야권 비례연합정당 논의도 어그러졌다”고 지적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성인 1002명을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31%, 국민의힘은 37%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시비에스(CBS) 노컷뉴스 의뢰로 지난 15~16일 전국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한 조사에선 국민의힘 44.3%, 민주당 37.2%로 나왔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한겨레는 민주당 지도부의 전략 실패라면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보여주기용’이라도 일관된 방향으로 압박과 회유를 통해 큰 갈등을 노출하지 않은 채 공천을 관리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지도부가 애초에 정권 심판론에만 기대어 총선을 일차원적으로 봐왔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녹색정의당이 비례연합정당 추진 논의에 불참하면서 야권 연합 명분이 약화되고 소수 정당과 협상에서 판이 깨질 경우 이재명 대표 책임론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서울신문도 4면 <민주, 이번주 ‘현역 하위 20%’ 통보 시작… 친문·친명 갈등 폭풍전야>에서 “4·10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친문(친문재인) 대 친명(친이재명) 갈등, 사천(私薦) 논란, 사법리스크, 녹색정의당의 통합형 비례정당 불참 결정 등 악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번 주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이 통보되면 공천 내홍은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서울신문은 “민주당은 녹색정의당 불참 때도 20~23석 수준의 비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자신하지만 조국 신당 등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정당들이 비례 의석을 갉아먹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또 진보 진영 연합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4면 <‘약세’ 험지부터 채웠지만…‘찐명’ ‘부패혐의자’ 산 넘어 산>에서 “민주당은 부정부패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기동민·노웅래·이수진(비례) 의원의 공천 여부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혹으로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 의원들 공천도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4면
특히 “이 대표에게 부정부패 혐의자 공천은 딜레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면 뇌물수수 혐의자를 공천에서 배제해야 하지만, 이는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한 수사가 검찰탄압’이라는 기존 입장과 어긋난다”면서 “이 대표 본인도 대장동 사건 등 부정부패 혐의로 재판받으면서 인천 계양을에서 재선에 도전하고 있다. 부정부패 혐의자가 탈락하면 이 대표와의 공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공천 형평성에 대한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다.
국민의힘 공천 무난하다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공천에 대해선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이다. 국민일보는 3면 <한동훈표 ‘쿨하게 룰대로’ 공천 순항>에서 “현재까지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이 순항 중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과거 ‘옥새 파동’이나 후보가 확 뒤집힌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호떡 공천’ 등 폐해는 사라지고 있다는 긍정론이 제기된다”고 했다. 다만 “서울 강남과 영남 등 국민의힘 ‘양지’에 대한 공천 문제, 현역 의원 물갈이 규모와 향후 경선 등 갈등의 뇌관은 여전해 호평을 내리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영남 지역의 현역 물갈이 폭을 놓곤 “예상보다 작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영남권만 놓고 보면 공천 확정자 21명 중 현역 의원이 18명(83%)으로 집계됐다. 영남권을 포함해 지역구 현역이 컷오프된 사례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4면 <윤재옥·추경호·김도읍·주진우…영남권 18명 단수공천>에서 “과거 총선 공천과 비교해 현역 교체율이 떨어지는 점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불출마 의사를 밝힌 현역 의원은 장제원(부산 사상), 김웅(서울 송파갑) 의원 두 명”이라며 “비례대표 의원 2명만 공천 배제(컷오프)됐고, 지역구 현역 의원 중에선 아직 컷오프 대상이 발표되지 않았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전체 의원의 3분의 1가량이 본선 기회를 갖지 못한 것과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 세계일보 4면
세계일보는 새로운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4면 <평가 엇갈린 한동훈號 첫 공천… 다음은 컷오프·험지 출마 ‘고차방정식’>에서 “1차 공천 심사 결과를 두고 잡음이 없었다는 긍정 평가와 함께 ‘새로운 인물’이 없다는 비판론도 거세다”면서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윤한홍·정점식·서일준·박대출·추경호 의원 등 친윤 주류들이 살아나고 있다”며 “김태호 의원(산청·함양·거창·합천)이 빠진 자리에 신성범 전 의원이 들어가는 등 새로운 인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공천 잡음은 없지만 새 인물도 없다”며 “인공지능·배터리 등 신기술이 쏟아지고 있는데 정작 국회는 이런 신문물을 따라갈 인재를 발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동훈 공천 관리 잘하는 게 김건희 명품백 때문?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공천 관리의 긍정적 평가와 관련해 명품백 효과라고 분석한 칼럼이 나와 흥미를 끈다.
정용관 동아일보 논설실장은 <한동훈과 이재명의 ‘리더십 무게’ 어디로 기울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KBS 대담은 ‘많이 아쉽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지만 여권 총선 전략에는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며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의 후광은 없다’며 공천 불관여를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긴가민가했는데, 현재까지 국민의힘 공천 과정을 보면 윤심(尹心) 논란이 뚜렷이 부각된 건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는 역설적으로 명품백 효과가 아닐까 싶다. 국정 지지율이 낮은 윤 대통령이 명품백의 늪에서 제때 효과적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당에 대한 장악력도 약해진 것”이라며 “한 위원장이 총선 공천의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쥘 수 있는 상황적 요인이 됐다는 점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득실 계산이 복잡하게 됐다”고 했다.
▲ 정용관 동아일보 논설실장 칼럼.
한동훈 비대위원장 리더십과 관련해 “용산의 사퇴 요구 및 반격을 거치며 한 위원장의 존재감은 더 커졌다. 총선 전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또 충돌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양쪽 다 팽팽한 긴장 속에서도 선을 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사 집단 행동 단호한 대응 주문하면서도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정부종합청사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전공의들을 향해 “의료 현장과 환자 곁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한 총리는 “절대적 의사 수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의료개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6일 오후 6시까지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23개 병원, 715명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한 총리의 담화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처벌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입장이다
언론은 정부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흔들리지 않고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의사 못 이긴다”는 의료계 오만… 이번엔 용납 안 될 것>에서 “‘정부는 의사를 못 이긴다’는 오만으로 집단행동을 강행하는 것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면서 “정부는 과거 3차례나 의료계 단체행동에 물러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4년 전인 2020년에는 코로나19가 워낙 심각한 상황이라서 정부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의사면허 취소가능성 등의 경고가 더 이상 빈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도 사설 <말기암 수술도 연기… 이러면서 국민과 환자 위하는 척하나>에서 “이들은 의대 증원 반대 명분으로 국민과 환자를 내세운다. 의료비 폭증과 의료 질 하락을 낳아 결국 국민과 환자의 부담과 불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약분업(2000년), 취약지역 비대면 진료(2014년),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 증원(2020년) 등 이전 파업 때도 그랬다. 그들은 늘 그런 식으로 밥그릇을 지켰지만, 정작 국민들은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직업윤리 망각한 전공의 집단행동, 윤 정부 물러서지 말아야>에서 “어떤 이유가 됐건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직업윤리를 망각한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당장 치료받지 않으면 생사가 위태로운 환자와 가족들이 발만 동동 구르게 될 현실을 의사들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환자를 볼모 삼아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려 하는 것은 인륜과 도리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했다.
의사들의 집단 행동을 비판하면서도 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한 보도도 눈에 띤다.
동아일보는 <환자 떠나는 의사 무책임하지만 이것 막는 것도 정부 일>이라는 사설에서 “의사들은 2000년부터 의약분업, 비대면 진료,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세 차례 파업했고, 그때마다 자신들 요구를 관철했다. 대체 인력이 없는 직종의 집단행동에 정부는 매번 속수무책이었다”며 “이번에도 의사 증원을 지지하는 여론만 믿고 있다가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할 것이다. 가용 행정력을 모두 동원해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막고, 집단행동을 강행하더라도 비상진료체계를 빈틈없이 가동하는 것은 보건의료 행정을 책임진 정부의 일”이라고 했다.
▲ 조선일보 2면
조선일보은 2면 <[기자수첩] 의사 대하는 정부의 감정 섞인 언어>에서 “정부 곳곳에서는 ‘대국민 상대 협박’ ‘타협은 없다’ ‘국민을 인질로 삼았다’부터 ‘죽음’ ‘반의료’ 등의 과격한 발언이 나왔다. ‘국민 대 의사’ ‘환자 대 의사’의 대결 구도를 만들려는 것 같다”면서 “정부 정책에 대해서 누구든 반발할 수 있고, 그 때 정부가 할 일은 정책의 정당성을 국민에게 차분하게 설득하는 것이다.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증원 계획에 대해 ‘로드맵’을 설명하고, 이를 수십 번이고 수백 번이고 되풀이해야 한다. 정부의 언어는 편 가르기가 아니라 설득의 언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품백 수수 의혹 이후 첫 공식석상 김건희 여사? 사진은 비공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오찬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 발표 이후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라고 하는데 오찬에 김건희 여사도 함께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15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김 여사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경향신문은 “오찬을 함께한 데는 관저라는 장소의 특수성과 함께 김 여사가 국빈 방미 전후 넷플릭스 측과 교류해온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향은 서면 브리핑과 대통령실이 배포한 사진에서 김 여사 참석 사진은 공개되지 않았다면서 “명품 가방 수수 문제 이후 언론 노출을 차단하는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6면 <윤 대통령, 배우 이정재·넷플릭스 대표와 오찬>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실었다. 김건희 여사는 없었다.
▲ 경향신문 5면
안형준 MBC 사장, 방송 민영화에 “민주주의 흐름 거슬러”
안형준 MBC 사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YTN 민영화와 관련 “민영화라기보다는 사주를 찾아주는 공영방송의 사영화 아닌가”라며 “기업의 영리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국민이 주인인 방송이 많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는 결과다. 공영방송 민영화는 민주주의의 흐름을 거스르는 잘못된 정책 방향”이라고 밝혔다.
▲ 안형준 MBC 사장 한겨레 인터뷰
MBC 민영화 가능성에 대해선 “이렇게 인위적으로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민영화할 경우, 현명한 우리 국민들이 가만히 두고 보진 않을 것이다. 과거에도 일각에서 엠비시 민영화를 검토해본 적이 있는데, 현재 방문진과 정수장학회가 갖고 있는 엠비시 주식을 특정 사주나 세력이 사려면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방송법에서는 대기업의 방송사 지분 소유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민영화 주장을 할 수는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대통령 대담 재방송해놓고 세월호 방송은 연기하라?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 <[미디어세상] 미래가 현실을 좌우?>에서 “KBS 제작1본부장은 ‘다큐 인사이트’에서 4월18일 방송 예정했던 ‘세월호 10주기 방송-바람이 되어 살아낼게(가제)’ 방송을 6월경으로 연기하라고 지시했다”며 “그런데 연기 지시 이유 중 하나가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올해 총선은 4월10일 치러진다. 4월18일 세월호 특집을 본 시청자들이 4월10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투표로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발한 상상력의 결과”라고 꼬집었다.
▲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 경향신문 칼럼
김 교수는 “미래의 방송이 현재의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세월호라는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극복하려는 프로그램은 막으면서, 대통령에게 변명의 기회만 제공했다고 비판받는 프로그램(대통령 대담)은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함에도 재방송을 결정했다. 정작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주체는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영상업계 종사자들이 “다 죽었다”라고 호소하는 이유
텍스트를 최대 1분 분량의 영상을 구현하는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새 인공지능 모델 ‘소라’(Sora) 출시를 앞두고 광고·영상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한겨레는 2면에서 “한두줄 짜리 짧은 텍스트로 ‘실제 촬영물인지 가늠하기 힘든 영상’을 생성해내는 소라가 등장하자, 광고·영상 업계에서 놀라움과 당혹감 섞인 반응이 나온다”며 “특히 숏폼 등 1∼2분짜리 짧은 영상을 제작하는 광고·영상 제작 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며 ‘일자리 위협’에 대한 두려움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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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의 진화...영화 같은 영상, 이제 텍스트만 입력하면 끝
▲ 한겨레 2면
영상업계 종사자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지금 발전 속도로 보면, 내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피부로 와닿는다”며 “현재 소라가 내놓는 영상의 완성도를 보면, 스톡 영상(단일 주제 영상 클립)이나 광고에서 짧게 쓰이는 영상을 만드는 제작 업체들은 머지않아 소라에게 잡아먹힐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소라 출시로 그동안 인공지능 기업들과 창작자들 사이에서 갈등을 빚어 온 인공지능 지식재산권 문제도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면서 “오픈에이아이는 소라 훈련에 얼마나 많은 영상을 사용했고, 그 훈련 영상들이 어떤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3년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중국 국방부가 주최한 베이징샹산논단(北京香山論壇)이 진행되었다. 베이징샹산논단은 중국 국방부가 2006년부터 개최해오는 다자 안보회의다. 2023년 10월에는 전 세계 90개 국가 대표단 및 국제기구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제10차 베이징샹산논단이 진행되었다.
2023년 10월 31일 중국의 영자 언론매체 글로벌 타임스(Global Times) 보도에 의하면, 중국인민해방군 전략가 허레이(何雷) 중장은 제10차 베이징샹산논단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중국 정부가 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게 되면, 그 전쟁은 중국 인민이 지지하고 참여하는, 정당하고 합법적인 전쟁으로 될 것이며, 외세의 간섭을 분쇄하는 전쟁으로 될 것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은 최소의 사상자, 최소의 손실, 최소의 비용으로 조국통일을 완수할 것이다.”
승리의 신심 넘치는 그의 발언에서 “외세의 간섭을 분쇄한다”라는 말은 유사시 중국을 공격하기 위해 접근한 미 제국 항모타격단을 중국인민해방군이 괴멸시킨다는 뜻이다. 또한 그의 발언에서 “최소의 사상자, 최소의 손실, 최소의 비용으로 조국통일을 완수할 것”이라는 말은 전쟁피해를 최소화하고, 대만통일전쟁과 중미전쟁을 조기에 결속한다는 뜻이다. 만일 중국인민해방군이 미 제국 항모타격단을 괴멸시킬 수 있다면, 전쟁피해를 최소화하고 대만통일전쟁과 중미전쟁을 조기에 결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인민해방군은 실제로 미 제국 항모타격단을 괴멸시킬 수 있을까? 이 의문을 풀어줄 전쟁 모의시험 결과가 나왔다. 미 제국의 수도 워싱턴 D.C.에 있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023년 12월 초 중미전쟁 모의시험을 실시했다. 미 제국 일간지 월스트릿저널(WSJ) 2023년 12월 6일 보도에 의하면,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실시한 중미전쟁 모의시험에서 미 제국은 항공모함 2척, 순양함 및 구축함 20척을 잃었고, 중국은 각종 전투함 50척을 잃었다고 한다. 중미전쟁 모의시험에서 미 제국이 항공모함 2척, 순양함 및 구축함 20척을 잃은 것은 항모타격단 2개가 괴멸되었음을 의미한다.
운명의 날이 오면, 미 제국은 중국의 대만통일전쟁을 저지하려고 광분하면서 중미전쟁을 도발할 것이다. 미 제국군은 중미전쟁에 항모타격단을 2개가 아니라 4개 이상 출동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12월 1일 월스트릿저널 보도에 의하면, 2021년 11월 30일 미 제국 해군 제7함대 사령관 칼 토머스(Karl O. Thomas)는 미 제국이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캐나다, 도이췰란드 해군들을 끌어들여 열흘 동안 진행한 6개국 합동전투훈련 마지막 날, 항공모함 칼 빈슨호(USS Carl Vinson) 함상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로씨야의 전쟁도발을 억제하려면 “항공모함이 4척 정도 있어야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항공모함이 4척 정도 있어야 좋다”는 말은 중국의 전략 종심을 타격하는 전투훈련에 미 제국 항모타격단 4개를 출동시키면 좋겠다는 뜻이다.
미 제국은 왜 중국의 전략 종심을 타격하는 전투훈련에 항모타격단을 4개나 들이밀려는 것일까? 미 제국 항모타격단 4개가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바다의 넓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965,000㎢에 이른다. 미 제국이 항모타격단 4개를 동시에 출동시키면 중국의 영해와 인접한 4개 바다에서 종심 타격훈련을 감행할 수 있다. 4개 바다는 서해(중국에서는 황해), 동중국해, 남중국해, 필리핀해다. 대만은 중국 영토이므로, 대만 동남쪽 필리핀해에도 중국 영해가 인접해 있다. 그러므로 중국인민해방군은 4개 바다에서 미 제국 항모타격단 4개를 동시에 맞서는 전투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2. 서해 전략 통로 노리는 미 제국 항모타격단
2023년 한 해 동안 미 제국은 중국 영해에 인접한 4개 바다 중에서 특히 어느 한 바다에 무력을 집중시키면서 중국의 전략 종심을 타격하는 전투훈련을 계속 감행했다. 미 제국이 중국의 전략 종심을 타격하려고 노리는 바다는 한(조선)반도와 중국 대륙 동쪽 사이에 있는 서해다.
서해는 보하이만(渤海灣)과 연결되었고, 보하이만은 베이징과 베이징의 외항 텐진(天津)을 포괄하는 중국의 수도권으로 직통하는 내해다. 이런 지리적 조건은 서해야말로 중국이 전략적으로 가장 중시하는 바다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런 서해에서 가장 중요한 해역은 수많은 민간 선박들과 군함들이 드나드는 전략 통로다. 서해 전략 통로는 제주도와 중국 장쑤성(江蘇省) 사이의 좁은 해상교통로를 말한다. 유사시 미 제국 항모타격단이 서해 전략 통로로 접근하면 중국의 전략 종심을 타격할 수 있다.
그래서 미 제국은 제주도와 중국 장쑤성 사이의 해상교통로에서 동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해역에 항모타격단, 전략폭격기, 전략잠수함을 순차적으로 들이밀면서 중국의 전략종심을 타격하는 전투훈련을 수시로 감행하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미 제국이 그 해역에서 감행해온 도발적 군사행동은 다음과 같다.
2월 2일 서해 전략 통로에서 가까운 서해 상공에서 미 제국 B-1B 전략폭격기가 미 제국 공군 F-22 스텔스 전투기와 F-35B 스텔스 전투기, 한국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와 함께 중국의 전략 종심을 타격하는 전투훈련을 감행했다.
2월 27일부터 3월 3일까지 미 제국 해군 이지스 구축함 라파엘 페랄타호(USS Rafael Peralta)가 서해 전략 통로를 통과해 제주 해군기지에 은밀히 입항했다. 그들은 제주 해군기지에서 한국 해군과 전술회의를 진행했다.
3월 25일부터 26일까지 서해 전략 통로에서 동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해역에서 미 제국 항공모함 니미츠호(USS Nimtz)를 지휘함으로 하는 제11항모타격단이 중국의 전략 종심을 타격하는 전투훈련을 감행했다.
7월 29일 서해 전략 통로에서 동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해역에서 미 제국 잠수함 애너폴리스호(USS Annapolis)가 한국 해군 구축함 및 잠수함과 함께 대잠수함전 훈련을 감행했다.
10월 9일부터 10일까지 서해 전략 통로에서 동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해역에서 미 제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USS Ronald Reagan)를 지휘함으로 하는 제5항모타격단이 중국의 전략 종심을 타격하는 전투훈련을 감행했다.
11월 22일 미 제국 잠수함 산타페호(USS Santa Fe)가 서해 전략 통로를 통과해 제주 해군기지에 입항했다.
11월 26일 서해 전략 통로에서 동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해역에서 미 제국 항공모함 칼 빈슨호를 지휘함으로 하는 제1항모타격단이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한국 해군 구축함과 함께 중국의 전략 종심을 타격하는 전투훈련을 감행했다.
12월 17일 미 제국 잠수함 미주리호(USS Missouri)가 서해 전략 통로를 통과해 부산 해군기지에 입항했다.
12월 20일 서해 전략 통로에서 동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해역에서 미 제국 B-1B 전략폭격기가 미 제국 공군 F-16 전투기, 일본 항공자위대 F-2 전투기, 한국 공군 F-15K 전투기와 함께 중국의 전략 종심을 타격하는 전투훈련을 감행했다.
2023년 4월 11일 조선일보 단독보도에 의하면, 2023년 3월 18일 ‘자유의 방패’라는 작전명칭을 내건 한미연합군 전쟁연습 중에 일본 오끼나와(沖繩)에 주둔하는 미 제국 해병대 제3사단과 미 제국 공군 제1특수작전비행대대가 227mm 다련장 로켓포를 특수작전기에 실어 전라북도 군산 공군기지로 공수해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했다고 한다. 227mm 다연장 로켓포에서는 사거리가 300km인 에이태큼스 미사일(ATACMS Missile)도 쏠 수 있고, 사거리가 500km인 최신형 프르즘 미사일(PrSM Missile)도 쏠 수 있다. 그날 미 제국군은 군산 공군기지에서 중국 쪽으로 에이태큼스 미사일을 발사해 70~100km 떨어진 해상표적들을 정밀타격했다. 이 발사훈련은 미 제국군이 군산 공군기지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서해 전략 통로를 통과하는 중국인민해방군 항모타격단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위에 열거한 사정을 살펴보면, 중미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중국인민해방군은 서해 전략 통로로 접근하는 미 제국 항모타격단을 괴멸시켜야 종심 타격위험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인민해방군은 자국 함대 중에서 가장 강력한 함대인 북해함대를 서해에 배치했고, 산둥(山東)반도와 랴오둥(遼東)반도에 각각 북부전구 전투부대들을 배치했다. 총병력이 약 20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민해방군 북부전구는 육군, 해군, 공군이 통합된 강력한 집단군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은 미 제국이 유사시 서해 전략 통로로 접근해 중국의 전략 종심을 타격하려는 전투훈련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2024년 1월 28일 일본 일간지 요미우리신붕 보도에 의하면, 중국인민해방군 해군은 서해 전략 통로 인근을 지나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 경계선 일대에 호위함 3척을 24시간 고정 배치했다고 한다. 또한 중국인민해방군은 서해를 방어하기 위한 전투훈련을 실시하면서 미 제국의 무력도발에 대처해왔다.
3. 순항미사일 발사해도 미 제국 항공모함 격침시키지 못한다
서해를 방어하기 위한 중국인민해방군의 전투훈련들 가운데 최근에 진행된 전투훈련에 관한 정보가 2024년 1월 27일 프랑스 빠리(Paris)에 본부를 둔 온라인 군사정보지 해군 소식(Naval News)에 실렸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2024년 1월 3일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중국인민해방군 전투훈련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방영했는데, 거기에는 서해를 방어하는 중국인민해방군 북부전구 관하 해안방어대대가 장거리 해상 타격훈련을 실시하는 장면이 들어있다.
2) 동영상이 보여준 장거리 해상 타격훈련은 잉지(鷹擊)-62 지대함 순항미사일 발사관 3문을 각각 탑재한 4축8륜 발사대차 4대와 사격 통제차량 1대가 사격지점에 횡대로 방렬하여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이다.
3) 중국 언론매체가 보도하는 중국인민해방군 동향을 추적, 공개하는 일본인 이세 미도리(Ise Midori)가 밝힌 바에 따르면, 그날 장거리 해상 타격훈련은 산둥반도 항구도시인 하이양(海陽)시 외곽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진행되었다고 한다.
중국인민해방군 북부전구 관하 해안방어부대는 랴오닝반도에 2개 여단이 배치되었고, 산둥반도에 3개 여단이 배치되었다. 그러므로 위에 인용한 동영상은 산둥반도에 주둔하는 3개 해안방어여단 가운데 어느 한 여단에 소속된 대대 전투원들이 하이양시 외곽에서 잉지-62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2023년 12월 1일 중국에서 발행되는 군사 전문지 ‘함선지식(艦船知識)’이 「통일전쟁의 서막, 대만에 대한 연합화력공격 삼부곡」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동영상을 사회관계망 엑스(X)에 올렸다. 그 기사에 의하면, 중국의 대만통일전쟁은 3단계로 진행되는데, 3단계 통일전쟁 씨나리오 중 제2단계에서 해안방어여단들이 잉지 계열 순항미사일을 집중 발사한다는 것이다.
잉지-62 지대함 순항미사일은 사거리가 500km다. 유사시 중국인민해방군 해안방어여단이 산둥반도 남쪽 해안지대에서 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면, 남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제주도와 중국 장쑤성 사이의 해상교통로에서 얼씬거리는 적함을 타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중국인민해방군 북부전구 관하 해안방어여단 소속 대대 전투원들이 잉지-62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장거리 해상 타격훈련은 유사시 서해 전략 통로로 접근하는 미 제국 항모타격단을 타격하는 전투훈련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유사시 중국인민해방군이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면, 미 제국 항모타격단을 괴멸시킬 수 있을까? 미 제국 항모타격단에는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이지스 구축함들(aegis destroyers)이 배속되었는데, 유사시 그 구축함들은 함대공 미사일방어체계를 가동해 항모타격단을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지스 구축함의 함대공 미사일방어체계는 중국인민해방군 해안방어여단이 발사한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을까? 이 의문을 풀어줄 해답은 2021년 9월 15일 미 제국 연방의회 산하 연구기관 의회조사국(CRS)이 갱신, 발표한 ‘해군 이지스 탄도미사일방어 프로그램 보고서’라는 제목의 문서에 들어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미 제국 해군 이지스 구축함에 설치된 미사일방어체계는 순항미사일에 효과적인 대응 수단으로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 제국 해군 구축함에는 RIM-161 함대공 미사일이 탑재되었는데, 미 제국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의하면, RIM-161 함대공 미사일로는 순항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유사시 중국인민해방군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해 미 제국 항모타격단을 괴멸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대함 순항미사일이나 함대함 순항미사일에 장착된 재래식 탄두는 파괴력이 약해서 미 제국 항모타격단을 타격해 함체에 손상을 줄 수는 있어도 거함들을 괴멸시키지는 못한다. 이를테면, 잉지-62 지대함 순항미사일에 장착된 탄두는 중량이 300kg밖에 되지 않는다. 300kg밖에 되지 않는 탄두로 101,000톤급 항공모함을 격침시키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중국인민해방군이 지대함 순항미사일에 전술핵탄두를 장착해 발사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술핵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면, 미 제국 항모타격단을 능히 괴멸시킬 수 있다. 하지만 중미전쟁에서 중국인민해방군이 전술핵무기로 미 제국 항모타격단을 공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왜냐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쟁에서 전술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물론 암시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1) 중미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인민해방군은 “세계 최강”의 핵무력을 가진 미 제국군과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러므로 시진핑 주석은 중미전쟁에서 전술핵무기로 미 제국군을 공격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수 없는 것이다.
2) 만일 중미전쟁에서 전세가 불리해진 중국인민해방군이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전술핵공격을 단행하면, 미 제국군도 전술핵공격으로 보복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핵교전이 벌어진다. 그런데 중국인민해방군은 주요 군사 시설들만 지하 갱도화했다. 지하 갱도화하지 못한 많은 전략거점과 군사 시설들을 반항공망으로 방어하겠지만, 중국의 반항공망이 중국의 대도시들과 공업지대를 완벽하게 방어해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한 중국 인민들은 핵전쟁 대피훈련을 받지 못했다. 이런 불비한 형편은 중국이 미 제국의 전술핵공격 위험에 상당 부분 노출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미 제국의 전술핵공격 위험에 상당 부분 노출된 중국이 자국에 대한 미 제국군의 전술핵공격을 유발시킬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대신 중국인민해방군은 강력한 작전성능을 가진 첨단무기를 사용해 미 제국군을 집중 공격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중미전쟁은 중국의 첨단무기들과 미 제국의 첨단무기들이 불꽃 튀기는 대격돌을 벌이는 미증유의 전쟁으로 될 것이다.
4. 탄도미사일 발사해도 미 제국 항공모함 격침시키지 못한다
순항미사일보다 파괴력이 훨씬 더 강한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이므로, 중국인민해방군은 대만해방전쟁에서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집중적으로 발사해 대만군의 전쟁능력을 조기에 제거할 것이다.
그런데 미 제국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이지스 구축함은 중국인민해방군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탄도미사일은 이지스 구축함의 미사일방어망을 뚫지 못한다. 중미전쟁에서 중국인민해방군이 탄도미사일을 집중 발사해도 미 제국 항모타격단을 괴멸시킬 수 없다는 것은 최근 실전 상황에서 입증되었다. 이를테면, 홍해에 배치된 미 제국 이지스 구축함들은 2023년 12월 19일부터 2024년 2월 7일까지 예멘의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11발을 전부 요격했다.
순항미사일도 안 되고, 탄도미사일도 안 되면, 중국인민해방군은 미 제국 항모타격단을 어떻게 괴멸시킬 수 있을까? 이 의문을 풀어줄 해답은 중국 홍콩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화남조보(SCMP) 2023년 6월 28일 기사에 들어있다. 기사에 의하면, 중국인민해방군 제91404부대 군사연구원들이 학술지 ‘중국함선연구’에 발표한 논문에서 사상 처음 기밀 해제된 ‘지(Z) 전쟁 씨나리오’에 관해 서술했다고 한다. ‘지 전쟁’은 국력을 총동원하는 전면전을 뜻하는 군사용어다. 보도에 의하면, 제91404부대 군사연구원들은 ‘지 전쟁 씨나리오’에서 중국인민해방군 해군이 미 제국 해군과 맞붙어 사활적인 격전을 벌이는 전투상황을 예상했는데, 미사일방어망을 뚫는 극초음속 미사일로 미 제국 해군을 공격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들의 제안에 의하면, 중국인민해방군의 극초음속 미사일(hypersonic missile)은 미 제국 항모타격단을 괴멸시킬 수 있는 위력적인 타격 수단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파괴력이 강하고,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고, 타격 명중률이 높기에 미 제국 항모타격단을 괴멸시킬 수 있다. 그래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항모 살수(Carrier Killer)’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그러면 중국인민해방군이 어떤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는지 알아보자.
2023년 3월 미 제국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공군 소속 병사가 미 제국의 군사기밀문서 수 백 건을 온라인에 유출시킨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당시 유출된 군사 기밀문서들 중에는 2023년 2월 28일 미 제국 합동참모본부 정보국이 작성한 극비보고서(top-secret report)도 있다. 극비보고서에 의하면, 2023년 2월 25일 중국인민해방군은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는 높은 확률(high probability)을 가진” 둥펑(東風)-27이라고 부르는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는데, 그 미사일은 12분 동안 2,100km를 날아갔고, 평균 비행 속도는 마하 8.6(초속 2.95km)이고, 종말단계의 비행 속도는 마하 10(초속 3.43km) 이상이라고 했다.
그에 비해, 미 제국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이지스 구축함에서 발사하는 RIM-161 함대공 미사일은 최고 비행 속도가 마하 8.74(초속 3km)이다. 이런 사정을 비교하면, RIM-161 함대공 미사일로는 둥펑-27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비행 속도만 번개처럼 빠른 게 아니라, 낮은 고도에서 변칙궤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RIM-161 함대공 미사일로 요격하지 못한다. 둥펑-27 극초음속 미사일이 비행하는 도중에 미사일 본체에서 분리되는 극초음속 활공체는 변칙궤도로 비행하는데, 그 비행궤적을 열거하면 발사 후 고도억제비행, 정점고도에서 낙하비행, 수평활공비행, 수직상승비행, 좌우활공비행, 돌진낙하비행 순이다.
미 제국 연방의회에 정보를 제공하는 회계감사원(GAO)은 2018년 12월 17일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항할 현존하는 무기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5. 극초음속 미사일 2발로 미 제국 항공모함 격침시킨다
중국인민해방군의 극초음속 미사일과 미 제국 항모타격단의 운명적인 대결이 과연 어떤 결말로 끝날 것인지를 예고해준 정보자료가 있다. 그것은 중국 산시성(山西省) 중베이대학 연구진이 중국인민해방군의 모의 전쟁시험 컴퓨터 프로그램을 빌려서 실시한 모의전쟁시험의 결과다. 이 모의 전쟁시험 결과는 중국에서 발행되는 학술전문지 ‘측시기술학보(測試技術學報)’ 2023년 5월호에 실렸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중미전쟁 모의시험에 출연한 항모타격단은 101,600t급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USS Gerald R. Ford)를 지휘함으로 하고, 9,800t급 순양함 1척, 9,500t급 구축함 1척, 8,500t급 구축함 3척으로 편성되었다. (2017년에 취역한 최신형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에는 최첨단 레이더 체계와 최첨단 전자전 무기체계가 설치되었다. 그래서 이 항공모함의 가격은 약 128억 달러로 추산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투 장비다.)
2) 중미전쟁 모의시험에서 중국인민해방군은 중국 영해에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를 반복적으로 보냈는데도, 미 제국 항모타격단이 경고를 무시하고 남중국해에 있는 중국의 어느 작은 섬에 바짝 접근하면서 영해를 침범했다.
3) 중미전쟁 모의시험에 출연한 중국인민해방군은 자국 영해를 침범한 미 제국 항모타격단을 향해 극초음속 미사일 24발을 집중 발사했다.
4) 중미전쟁 모의시험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의 타격 명중률은 80%로 나타났다.
5) 중미전쟁 모의시험에 출연한 미 제국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는 중국인민해방군이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2발을 맞고 격침되었다.
6) 중미전쟁 모의시험에서 중베이대학 연구진은 한 번에 8발씩 세 번에 걸쳐 총 24발을 발사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공격을 20차례 반복했다. 그랬더니 항공모함 1척, 순양함 1척, 구축함 4척으로 편성된 가상의 미 제국 항모타격단에서 평균 5.6척이 격침되었다. 중미전쟁 모의시험은 중국인민해방군이 극초음속 미사일 24발을 발사해 미 제국 항모타격단을 괴멸시킨다는 결과를 내왔다.
미 제국 항공모함이 중국인민해방군 극초음속 미사일 2발을 맞으면 격침될 수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미 제국은 중국의 전략 종심을 타격하려는 전투훈련에 항모타격단을 수시로 들이밀고 있다. 최근 미국 해군연구소(U.S. Naval Institute)는 중국의 전략 종심을 타격하는 전투훈련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미 제국 항모타격단의 동향을 추적하면서 얻어낸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미국 해군연구소가 공개한 정보에 의하면, 2024년 2월 5일 현재 미 제국 항공모함 2척이 제7함대 작전구역에서 대기하는 중이라고 한다. 미 제국 제7함대 작전구역에 중국 근해가 들어있으므로, 미 제국 항공모함 2척은 사실상 중국 근해에서 대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 해군연구소가 제7함대 작전구역에 대기하는 중이라고 지목한 미 제국 항공모함 2척은 시어도어 루스벨트호(USS Theodore Roosevelt)와 칼 빈슨호다.
그런데 2024년 2월 5일 미 제국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USS Abraham Lincoln)가 미 제국 캘리포니아주 최남단에 있는 쌘디에고 해군기지에서 출항해 제7함대 작전구역을 향해 항행하기 시작했다. 미국 해군연구소가 예측한 바에 의하면, 에이브러햄 링컨호는 중국 근해에 들어가기 전에 서태평양에서 약 1개월 동안 전투준비태세훈련(COMPTUEX)을 실시하고, 2024년 4월경에 필리핀해 북동쪽 해역(대만 동남쪽 해역)에 도착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대서양에 배치된 미 제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USS George Washington)는 일본 요꼬스까(橫須賀) 해군기지에서 수리를 받고 있는 미 제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USS Ronald Reagan)와 작전임무를 교대하기 위해 2024년 4~5월 중에 중국 근해로 이동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2024년 4~5월 어느 날, 미 제국 항공모함들인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칼 빈슨호, 에이브러햄 링컨호, 조지 워싱턴호가 중국 근해에 전부 집결하게 된다. 이것은 미 제국 항모타격단 4개가 중국 근해에 나타나 중국의 전략 종심을 타격하는 전투훈련을 감행하게 된다는 것을 예고해준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2021년 11월 30일 미 제국 제7함대 사령관 칼 토머스는 중국의 전략종심을 타격하는 전투훈련에 항모타격단 4개가 출동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제7함대 사령관이 예고한 대로 미 제국은 오는 4~5월에 항모타격단 4개를 중국 근해에 집결시켜 사상 최대의 종심 타격훈련을 감행하려는 것이다.
평소에도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대만을 ‘방어’해주겠다고 떠들어대는 미 제국이 그처럼 광란적인 도발 행동을 준비하는 것은 최근 양안 관계(중국과 대만의 관계)에서 발생한 정치변동과 무관하지 않다. 정치변동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라이칭더(賴淸德)가 2024년 2월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당선되었고, 오는 5월 20일 총통 취임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총통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차이잉원(蔡英文)보다 라이칭더는 더 종미적이고, 더 반중국적이다. 그런 정치 무뢰한이 총통직을 틀어쥐면 무슨 정치군사적 변란을 일으킬지 아무도 모른다. 종미적이고 반중국적인 라이칭더의 집권은 대만을 무력으로 평정하려는 중국의 통일전쟁 의지를 더욱 강고하게 만들어준다.
미 제국이 2024년 4~5월에 항모타격단 4개를 중국 근해에 집결시켜 중국의 전략 종심을 타격하는 전투훈련을 감행하면, 전쟁 위기가 극한점에 이르게 될 것이 뻔하다. 하지만 미 제국이 항모타격단 4개를 동원한 전략 종심 타격훈련으로 중국을 아무리 위협해도, 대만을 통일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억제할 수 없다. 중국의 대만통일전쟁 의지는 언제나 불가항력적이고, 미 제국의 중국 종심 타격훈련은 언제나 자멸적이다.
서울시청과 숭례문 사이 대로에서 ‘민주세력 총단결로 탄핵국회 건설하자’를 주제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77차 촛불대행진’이 열렸다. 이번 집회는 2월 전국 집중으로 진행됐다.
본대회 사회를 맡은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노래패 ‘우리나라’의 가수 백자 씨가 윤석열 대통령이 출연한 KBS 대담을 비판·풍자한 개사곡 영상 「탄핵이 필요한 거죠」를 유튜브에 올렸다가 강제로 삭제됐는데, 대통령실에서 입김을 넣은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영상을 다시 올렸으니 시청해 달라”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실 경호원이 최근 윤 대통령의 카이스트 연설 도중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항의한 카이스트 졸업생을 끌고 나간 사례를 언급하며 “윤석열의 공안탄압이 도를 넘고 있다. 이렇게 하면 국민이 두려워할 줄 아나 본데 오히려 윤석열 몰락까지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느껴진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을 끝장내는 총선이 돼야 한다”라고 했다.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시민들이 구호를 외쳤다.
“민주세력 총단결로 탄핵국회 건설하자!”
“민주세력 똘똘 뭉쳐 윤석열을 탄핵하자!”
“전쟁선동 이념선동 윤석열, 한동훈 일당 몰아내자!”
“학살자 독재자 이승만 찬양하는 친일 매국노 몰아내자!”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한 윤석열을 탄핵하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기만한 국힘당을 해체하자!”
“뇌물수수 특급 범죄자 김건희를 특검하라!”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윤석열 정권을 “검찰 쿠데타 세력”, “민생파괴, 국익파괴, 민주파괴, 평화파괴 정권”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22대 총선은 누가 뭐래도 윤석열 탄핵을 추진할 탄핵국회를 건설하는 총선이다. 탄핵을 추진할 세력, 탄핵에 동참할 세력들은 모두 뭉쳐야 한다. 지역구와 비례투표에서 윤석열 정권에 그 어떤 어부지리도 주지 말아야 하고 사표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라며 “그러나 이재명 체포 영장 가결을 결정한 정의당과 촛불의 명령인 적폐청산을 거부하고도 적폐청산을 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자랑한 자는 단결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촛불행동은 윤석열 탄핵안 발의에 동의하는 ‘촛불후보’를 모집 중이다. 이날 촛불행동은 17일 기준 국회의원 예비후보 53명이 촛불후보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3월부터 거리와 인터넷 공간에서 탄핵국회 건설을 위한 국회의원 지지-낙선 운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류성 극단 ‘경험과상상’ 대표는 격문을 낭독하며 “국민의 머슴으로 국민에게 보고하고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공직자 윤석열, 당신은 국민의 소리에는 귀 막고, 대통령 공보실로 전락한 KBS와 대본 읽기 쇼로 국민의 눈과 귀를 우롱했다”라면서 “민주공화국 법치국가 대한민국을 지키려는 자, 모두 나서 윤석열을 끌어내리자”라고 외쳤다.
유형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위원장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정작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거부하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행태에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라면서 “국민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국회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정권을 심판하고 159명의 청년이 서울 한복판에서 황망하게 떠난 이유를 반드시 밝혀야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한 놈이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긴 놈이 강한 놈이라는 말이 있다. 저는 단언한다. 악의 무리와 싸우는 우리는 끝까지 버텨서 결국 강한 사람들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검사판 하나회가 몰락하고 이 정권의 폭주가 멈추는 날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끝까지 함께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시민들을 향해 “4월에 열릴 정치 한일전, 역사 한일전에서 승리할 자신 있나?”라면서 “내년 2025년이 되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이승만이 탄핵당한 지 100년째다. 광복 80주년이기도 한데, 우리에게는 이승만 탄핵 100년을 힘차게 맞이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은) 친일 정권이기 때문에 우리가 (총선에서) 진다면 (아직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도, 독도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부의 적, 윤석열 같은 토착왜구에게서 독도를 지키기 위해 4월 한일전을 반드시 (승리로) 완수하자”라고 당부했다.
전남 진도에서 온 정미정 씨, 전북 전주에서 온 김춘열 씨는 윤석열 탄핵을 이뤄내자고 힘주어 발언했다.
앞서 본대회 직전 구본기 촛불행동 공동대표가 진행한 현장인터뷰가 진행됐다.
경기 양평에서 온 초등학교 5학년 학생 ㄱ 양은 인터뷰에서 선전물을 직접 만들어 할머니, 동생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ㄱ 양은 “(선전물에) 국민 열받게 하는 데 뭐 있는 윤석열이라고 썼는데 모두 동의하실 말 같다. 12살인 제가 봐도 (윤석열은) 너무 답답하다”라고 했다.
천안아산촛불행동에서 활동하는 시민 ㄴ 씨는 “매주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3월 10일 일요일에도 촛불집회를 계획하고 있다”라면서 “우리가 여기서 절대 포기할 순 없다. 우리 아이에게 다수의 국민이 마음을 먹었을 때 평화적, 합법적으로 최대 권력자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꼭 보여주고 말겠다”라고 외쳤다.
‘김복동의 희망’에서 활동하는 시민 ㄷ 씨는 “일본에 있는 탄압받는 조선학교 아이들을 꼭 챙겨달라는 (김복동 할머니의) 유지를 받아서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줘 왔는데 (윤석열 정권 때문에) 지금 막혀 있다. 아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일본에도) 못 가고 있다”라면서 “여러분들이 관심을 주시면 김복동 할머니가 살아생전 계셨던 공간을 살리고, 일본의 배상과 사죄를 받을 때까지 힘차게 투쟁하겠다”라고 했다.
촛불합창단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예술단 ‘빛나는청춘’은 윤석열 탄핵의 소망을 담아 노래 공연을 펼쳤다.
본대회를 마친 시민들은 숭례문, 을지로입구역, 종각역, 안국동 사거리를 거쳐 세종대로 사거리로 행진했다. 도착지인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정리집회가 열렸다.
구산하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 선전위원장은 정리집회 발언에서 총선을 앞두고 미국과 서방 각국의 항공모함 7~8척이 한반도에 모여드는 소식을 전하면서 “그동안 수많은 전쟁 위기가 있었지만, 이렇게 핵추진 항공모함이 총집결하는 일은 있어 본 적이 없는 일”이라고 분노를 토했다.
그러면서 “수개월째 전쟁 중인 중동에도 단 한 척의 미국 항공모함만 배치돼 있다. 한 나라의 국방력과도 맞먹는 항공모함이 (한반도에) 몰려드는 것,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며 “전쟁하자고 북한을 대놓고 자극하고 압박하는 것 아닌가? 김건희 특검 위기, 총선 패배 위기, 탄핵 위기를 전쟁으로 돌파하려는 윤석열을 미국 형님이 적극 지지해 주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유미선 과천촛불행동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진보세력이 똘똘 뭉쳐서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도록 전국 각지에서 총력을 기울여달라. 윤석열 탄핵, 검찰독재 종식을 위해 싸우는 우리 촛불 후보들을 22대 국회로 반드시 진입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뒤늦은 얘기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는 다소 위험한 역사관을 지녔다는 점에서 요즘 국내 극우주의자들의 환호를 받는다는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의 노선을 닮아 있다. 그래서라도 늦게나마 다루고 언급할 필요를 느낀다. 물론 <건국전쟁>마냥 그렇게까지 노골적이지는 않다. 의도적으로 역사를 왜곡하려는 심사보다는 공부가 게을리 된 까닭에, 자신들이 역사를 비뚜로 다루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치기로 가득하다. 그래서 오히려 안타까워진다. 그러나 그 때문에 또 한편으로는 더욱 더 교묘한 면이 있다고도 느껴진다. 안 그런 척, 독립운동가들을 우회적으로 '까고' 민중의 힘이나 의지보다는 한 개인의 활약이 커뮤니티와 더 나아가 대중과 나라를 구한다는 미몽을 보여 주려 애쓴다. 무엇보다 역사란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데에만 골몰해 역사적 사실을 선택적으로만 나열하면서 한낱 유희의 도구로 전락시킨다는 느낌을 준다. 긴 러닝타임의 10부작을 보고 있으면 드라마 속 크리처의 탄생이 갖는 개연성에 자꾸 의구심이 생긴다. 웬 괴물일까? 그것도 알고 보면 일본의 괴수 영화 '고지라' 에서 가져 온 것 아닐까.
시간대 배경도 그렇다. 1945년 벚꽃이 피기 시작하기 직전에 시작해 벚꽃이 질 때까지이다. 주인공 장태상(박서준)과 윤채옥(한서희)은 극 중간중간 이렇게 중얼거린다. "사쿠라가 후루마데." 벚꽃은 3말4초에 잠깐 확 폈다가 금방 떨어지는 나무 꽃이다. 일주일 정도밖에 가지 못한다. 그러니 '사쿠라가 후루마데'라면 시간이 없다는 메타포이다.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이야기라는 것을 암시한다. 벚꽃이 피고 질 때이니까 드라마 속의 정확한 시간대는 1945년 3월말이 된다. 일본이 패망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는 애기가 된다. 독일은 5월에 항복했으니 이제 세계 전쟁은 거의 끝으로 가고 있는 시점이다. 그런데도 경성 바닥에 괴수가 등장해 사람들을 죽인다? 일본 제국주의가 보여주는 단말마의 비명이라 해도 너무 황당한 설정이다. 차라리 1937년 즈음이 더 설득력이 있었을 법 해 보인다. 생체 실험을 위해 관동군이 설립한 731부대는 1936년에 만들어졌고 이듬 해인 1937년에 중일전쟁이 터졌으니까. 그러니 1945년의 일본이 조선에서 생체실험을 한다는 건 고증을 통한 상상력이 나가도 너무 나간 셈이 된다.
장태상은 일본 경무국에 끌려가 고문 당한 후 경무대장 이시카와(김도현)로부터 춘월관 기생 명자(지우)를 찾아 내라는 지시를 받는다. 명자는 이시카와의 애첩이고 그의 아이를 가진 상태로 실종됐다. 장태상은 경성 최고의 전당포이자 금은방인 금옥당의 주인이다. 그는 모르는 사람이 없고 그를 모르는 사람도 없다. 그를 통하면 못 찾는 물건이 없으니 못 찾을 사람도 없다. 그는 오로지 돈의 이익으로만, 생존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사람이다. 이시카와는 장태상이 명자를 찾아 내지 않으면 그의 금옥당을 몰수하겠다고 협박한다. 여러 일이 귀찮아질 것 같다는 예감 때문에라도 장태상은 명자를 찾아 나선다. 그의 수하에는 손발 격인 나월댁(김해숙)과 구갑평(박지환)이 있다.
▲<경성크리처> ⓒ넷플릭스
당시 경성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는데 부녀자들이 납치돼 살해당한 후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태상은 명자를 찾아 돌고 돌아 그녀가 이치카와의 부인마에다 유키코(수현)의 부름을 받고 옹성병원의 원장 이치로(현봉식)에게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돌아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장태상은 옹성병원을 뒤질 생각을 한다. 한편 경성 바닥에 웬 이상한 남녀가 거리를 기웃대고 다니기 시작한다. 윤중원(조한철)과 윤채옥 부녀인데 만주에서 내려 온 토두꾼들이다. 일종의 바운티 헌터(현상금 사냥꾼)를 말하는 것으로 부녀라는 설정이 특이해 보인다. 아버지가 너무 젊고 모던하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것도 1940년대가 아니라 2020년대 식이다. 부녀는 아무도, 그리고 아무 것도 믿지 않는 아나키스트들로 보인다. 이들은 10년 전부터 사라진 아내이자 엄마인 최성심(강말금)의 흔적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니는 중이다. 이들의 귀착지 역시 옹성병원이다. 장태상과 윤채옥은 운명적으로 만나, 운명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다니며, 운명적으로 사랑하게 되지만 결과는 운명적으로 그리 순탄하지 못하다.
얘기의 시작은 그럴 듯해 보이지만 드라마 내내 인물들의 행동 동기가 불분명한 것을 넘어 억지 춘향 격으로 꿰어 맞추기 시작하기가 다반사다. 무엇보다 행동의 이념적 근거가 매우 비역사적이거나 심지어 반역사적이다. 예컨대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 속 등장인물인 첸(陳)은 국공(國共)간 합작(合作)하라는 코민테른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국민당 지도부를 향한 테러를 멈추지 않는다. 그가 믿는 것은 '행동'이고, 행동을 통한 실존의 입증이며, 인간의 (생의) 조건을 만들어 나가는 실천이다. 첸은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라기 보다는 무정부주의자에 가깝다. 그는 특정한 집단이나 민중 스스로가 역사를 바꾼다고 믿지 않는다. 첸이 갖고 있는 역사적 허무주의는 숱하게 봐 온 비극적인 사건으로 다져진 것이다. 그는 역사의 동인을 개인의 행동에서 찾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테러리스트이지만 철학적이다.
<경성 크리처>의 주인공 장태상에게 첸과 같은 철학적 역사관을 기대하기란 요즘 세태를 놓고 볼 때 비난과 비아냥을 '바가지로' 들을 일이다. 그러나 장태상이 왜 배금주의에 빠져 있는(척 하는)지, 그가 목도한 독립운동이나 저항운동의 이중성 그 위선은 무엇인지 드라마 내내 속 시원하게 밝혀지는 적이 없다. 그냥 저런 저항, 이런 투쟁은 사실 다 개인의 이기와 권력에의 욕망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는 식의 무작정한 혐오 만을 노출한다. 친구 준택(위하준)은 독립운동을 한다며 껍죽대기 일쑤이고 이북에서 온 무장투쟁가 이인혁(연제욱)은 옹성병원 감옥에서 저 혼자 먼저 살겠다고 나대다가 장태상의 도움으로 살아 남는다. 이후 이인력은 장태상의 생각과 행동에 존경을 표한다. 거사를 위해 숨겨 놓은 다이너마이트를 기꺼이 그에게 양도할 정도다. 옹성병원을 폭파하기 위해 떠나는 장태상에게 이인혁은 존경심과 애정이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드라마는 훨씬 이전부터 기꺼이 손발을 오그라뜨리는 방향으로 노선을 잡는다. 그럼에도 대부분 이 대목에 이르러서야 진정으로 시청을 중단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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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이랍시고 하는 사람들은 기껏해야 위스키 하우스인 월광 바에 모여 마담 나영춘(옥자연)의 서빙을 받으면서 희희낙락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전부이다. 이들은 명분만을 내세우며 매명 욕구에 가득 차 있다. 독립은 무슨 독립. 독립은 운동이 아니라 놀이일 뿐이다. 광복단이라는 표시로 안중근의 단지(斷指) 시늉을 하는 것도 그냥 멋부리기 정도로 보일 뿐 감흥을 주지 못한다. 도무지 긴장감이 없다.
장태상은 그런 그들에게 스스로를 의도적으로 희화화하면서 그들과 그들 자체를 폄하한다. 장태상에게는 조선이니 일본이니가 없다. 그 구분이 중요하지가 않다. 없거나 중요하지 않은 건 좋은데, 그리고 그건 장태상의 마음이지만, 당시 조선이니 일본이니가 중요했던 사람들 전체를 마치 역사적 위선자였던 것처럼 묘사하는 건 선을 넘었다. '윤색의 윤리학'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작금에 유행하고 있는 이른바 '운동권 청산론'과 이론적 바탕을 같이 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게 된다. 장태상이 투쟁 아닌 투쟁에 뛰어 들게 된 것은 오로지 윤채옥을 향한 사랑 때문일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그 과정에서 그의 행동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김원봉 같은 캐릭터, 의열단의 항거같은 모멘텀이 있었어야 했다. 인간은 돈만 좇는 이기적 존재에 불과하다고 철석같이 믿으며 고문으로 죽은 생모가 남긴 유언, "살아라, 살아 내야만 한다"를 신조어로 삼고 있는 남자가 아무리 사랑에 눈이 먼다 한들 강고한 투쟁가로 변신하기까지는 그 과정에서도 몇 번을 망설이고 몇 번을 배신하든지 아니면 누군 가에게 큰 감화와 지도를 받는 인간적 행태가 뒷받침돼야 했었다.
그럼에도 장태상은 갑자기, 그리고 단호하게 싸우기 시작한다. 역사의 사명을 믿지 않던 자가 단호하고 용감해지며 희생적이 되어 간다. 이건 거꾸로 역사의 정의를 내세우지 않는 사람들, 거기서 비껴 서 있었던 비운동권 사람들이 오히려 더 용감하고 더 희생적일 수 있다는 논리를 지니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럴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그것이야 말로 역사의 진정한 이중성이다. 드라마는 그 양면을 다 보여 줄 수 있을 때 풍부해진다. 그러지 못하면 드라마의 서사는 급격하게 경박해진다. 바로 <경성 크리처>가 천박함과 경박함의 줄기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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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상의 주변 인물은 일경의 잔혹한 고문에 못 이겨 모두가 그를 배신하는 것으로 나온다. 나월댁은 장태상이 생모 심순덕(우정원)을 불어 죽게 한 장본인이었고 구갑평 역시 고문을 못 이겨 장태상이 애국단의 핵심 멤버라고 허위 자백한다. 친구 준택은 약간의 고문에도 벌벌 떨며 장태상이 독립운동의 라인이라고 진술한다. 장태상은 모두가 고문 때문에 자신을 배신했다는 걸 알며 모두가 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 들인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배신'이 아니라 '모두'라는 것에 있다. 우리들 중에 누군 가는 배신할 수 있다. 모두가 다 그럴 수도 있지만 모두가 아닐 수도 있다. 모두가 다 그렇다는 체념론에 근거하게 되면 역사청산이나 반민특위는 불필요한 일이 된다. 이광수의 배신이나 최남선의 배신도 친일인명사전에 기록할 필요가 없는 일이 된다. 결국 '우리 모두'는 다 배신하게 되는 존재이니까. 이런 체념론을 두고 흔히들 뉴라이트 역사관이라 부른다.
<경성 크리처>의 작가 강은경이 의도적으로 이런 극본을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출을 맡은 정동윤 감독도 그렇게까지 못돼 보이지는 않는다. 배우들 박서준 한소희 등도 이 드라마 전체가 풍기는 이상한 냄새를 맡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여진다. 어쩌면 그냥 무지와 순진함의 소산일 수 있다. 사회가 비판의 예각이 둔해졌을 때 만들어질 수 있는 이야기일 뿐일 것이다. 그러나 무지가 사람을 죽인다. 순진한 척 사회를 망가뜨린다. 그걸 다 떠나서 주변의 사랑하고 애정하는 사람들을 해치게 한다. 사람이 역사적으로 무식하면 안되는 이유이다. 순진 무식이 <경성 크리처> 스스로를 괴수로 만든 요인이다. 이 드라마의 시즌2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기다리는 이유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오동진은 신문,통신,방송사 문화부 기자로 경력을 시작했다.영화전문지 FILM2.0과 씨네버스의 창간멤버와 편집장을 지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과 부산국제영화제 마켓 운영위원장이었다. 현재 영화 글만 쓰고 산다.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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