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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들 “인권 강화 지시 환영… 차별금지법 제정해야”

56개 인권단체들 “인권위원 독립적인 인선절차 제도화도 필요” 공동성명
▲사진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각 기관의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수용률을 높이라고 지시한 것에 인권단체들은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도 조속히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독립성 있는 인권위원 인선절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등 전국의 56개 인권단체들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 대통령의 인권위 관련 지시사항을 발표한 지난 25일 ‘인권위 권고 수용률 높이겠다는 새 정부의 국정운영을 기대하며’란 제목으로 공동성명을 발표, 먼저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고 인권정책을 수립하는데 중요한 방향이 될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인권단체들은 “오늘 발표가 진정성이 있으려면 새 정부는 먼저 그동안 이행하지 않았던 인권위의 권고를 이제라도 적극 수용해야 한다”면서 특히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곤, “이번 발표가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차별금지법은 필요치 않다는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꾸는 것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이려면 또 대표적인 동성애자 처벌조항으로 인권위가 지난 2011년 권고한 군형법 92조의 6의 폐지는 물론, 백남기 농민을 사망케 한 물대포 등 경찰 과잉진압과 무차별적 사진 채증 등에 대한 권고 역시 새 정부가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인권단체들은 “독립적인 인권위원 인선절차를 제도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처럼 무자격 인권위원들이 인권침해나 차별 사건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일이 없도록 인권위원 인선 기구와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인권위법엔 임명권자(대통령, 국회, 대법원장)만 있고 인선 절차와 기구가 없어서다. 이렇다보니 인권위원들은 임명권자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실정. 인권단체들은 지난해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이 권고한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단일한 후보추천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 다원성과 다양성, 독립성이 보장된 인권위 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그러면서 “새 정부가 인권위 권고를 선별적으로 수용한다면, 그것은 인권이 실현되는 국정운영이 아니라 인권을 기만하는 국정운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충고하곤 “우리 인권단체들은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이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실질적으로 집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net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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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항소심 제5차 공판 ④] 한주호 준위의 작업과 제3의 부표

한주호 준위가 작업하다 숨진 장소는 함수가 아니었다
 
신상철 | 2017-05-28 21:35:0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천안함 46명의 희생자 외에 UDT 베테랑 한주호 준위의 죽음은 희생자와 구조지원에 나섰다가 침몰하여 전원 사망한 금양호 선원들 그리고 추락한 링스헬기 조종사의 희생과 함께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한주호 준위 사고 순간 같은 작업현장에 있었다는 UDT대대장 권영대 중령의 기록에 의하면 한주호 준위는 2010년 3월 28일 오후 권 중령과 함께 헬기편으로 백령도에 도착하여 오후에 바로 함수 수색작업에 투입됩니다.

김정오 상사와 함께 제1조로 투입된 한주호 준위는 함수를 발견치 못하고 올라왔으며 다음 제2조로 투입된 박현규 상사조가 함수를 발견한 후 부이를 설치한 것으로 권 중령은 자신의 저서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인 3월 30일 오후 함수 수색을 위해 잠수에 투입되었던 한주호 준위는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되었고, 산소감압장치가 있는 미 살보함으로 이송되어 응급조치를 받았으나 끝내 사망합니다.

여기까지가 정부와 국방부의 공식발표로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으며 권영대 중령의 저서에 기록된 내용과도 동일합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 대한 다른 기록과 증언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KBS 기자들에 의해 취재되어 2010년 4월 7일 저녁 KBS 9시뉴스로 특종 보도됩니다. (아래 동영상을 클릭하시면 동영상 뉴스를 보실 수 있습니다.) 

( KBS 9시 뉴스 - 한주호 준위 다른 곳에서 숨졌다 )
( 동영상 - https://youtu.be/eOtaHsM6erk )

KBS는 <"다른 곳에서 숨졌다"> 제하의 단독 보도를 통해 "한 준위가 당초 군 당국이 발표한 곳과 다른 제3의 지점에서 숨졌다는 증언이 새롭게 나왔다"며 군 당국은 한 준위가 함수 부분에서 수색작업을 하다 의식을 잃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고 한주호 준위는 이곳 함수가 아닌 다른 곳에서 수색작업을 하다 의식을 잃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KBS 황현택, 최영윤, 이병도 세 기자는 “한 준위는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의 함수로부터 1.8Km, 함미로부터 6Km 떨어진 곳인 함수도 함미도 아닌 제3의 부표에서 숨진 것으로 보인다”며 함수로부터 북서쪽 해상, 용트림 바위 바로 앞 빨간색 부표가 설치된 곳을 지목합니다. 

함미와 함수 침몰지점에 크레인이 배치된 것은 4월4일(함미)과 4월5일(함수)이었습니다. 따라서 한 준위가 사망한 3월30일에는 오로지 빨간 부표만 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한주호 준위와 UDT 동기인 예비역 이헌규 씨는 3월29일 다른 예비역 동지회원들과 함께 백령도에 들어와 한 준위 작업팀에 합류하여 함께 잠수하였으며 당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증언합니다.

이헌규씨가 한 준위와 함께 작업한 장소(제3의 부표 지점)에 3월29일 한 준위가 어군탐지기를 이용하여 그 위치를 찾았으며 직접 부이를 띄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함수와 함미는 그 하루 전인 3월28일 저녁 8시와 10시경 각각 발견되어 부이가 설치되었고 더구나 이번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권영대 중령의 증언에 의하면 ‘어군탐지기’를 이용해 함수를 찾은 사실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변호인 : 함수를 발견할 당시 ‘어군탐지기’를 사용한 사실이 있는가요?
증  인 : 없습니다.

(2017. 5. 18 제5차 항소심 공판에서 권영대 증인의 증언)

그러면 이헌규 UDT예비역 대원이 증언하였던 29일 한 준위가 어군탐지기를 이용하여 발견하고 부이를 설치한 곳에는 무엇이 있었으며 한 준위는 그곳에서 무슨 작업을 하다가 사망한 것일까요?

사실 그 비밀을 푸는 것이 바로 천안함 사건의 진실이며, 천안함 사고 첫 이틀 동안 함수와 함미 수색도 뒤로 한 채 매달려야 했던 제3의 부표가 설치된 그 곳 해저에 가라앉은 대형구조물에서의 작업내용이 천안함 사건의 열쇠입니다.

"자식같은 후배들을 위해 물에 들어가는데 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중략)

이헌규씨는 "해치(함정의 출입구)도 도면이 없으니 어느 부분인지도 모르겠고, 해치의 크기가 사람이 손을 쭉 뻗어 동그라미를 만들 정도의 구멍인데 군이 보유한 산소통 가지고는 들어갈 수가 없다. 군용은 산소통이 2개고 민간은 1개기 때문이다. 그 구멍속에서 뭘 구조하나"라고 지적했다.

[출처: 중앙일보] UDT전우회, "군과의 협력이 아쉽다"
http://news.joins.com/article/4089250

이헌규씨는 인터뷰 모두에 무슨 이유에선지 "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못해 아쉽다"며 말문을 엽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접근한 해치가 “사람이 손을 쭉 뻗어 동그라미를 만들 정도의 구멍”이라고 언론과 인터뷰를 하였으며 그 사실을 법정에 증언석에 나와서도 인정하였습니다.

2015년 6월22일 천안함 1심 제38차 공판에서 저는 이헌규씨에게 해치의 샘플 사진을 제시하여 자신이 제3의 부표 아래에서 보았던 대형구조물의 해치가 어떤 형태였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그는 둥근 형태의 해치를 지목하더군요.

천안함 제38차 공판에서 이헌규씨가 지목한 해치

그것은 참으로 놀라운 사실입니다. 이헌규씨가 접근하였던 대형구조물의 해치는 천안함 함수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 판명된 것입니다. 국방부가 주장하듯 UDT 대원들이 함수에 접근하기 위해 설치했다는 하잠줄이 설치된 천안함 함수에는 저런 해치가 존재하지 않으며 사람이 서서 다닐 정도의 대형 사각 해치가 세 개나 있기 때문입니다.  

 
2010. 4. 24 인양중인 천안함 함수. 
천안함 함수의 좌현 출입구는 모두 대형 4각 해치이다

천안함과 동급의 초계함인 영주함의 해치.
사람이 서서 출입하기에 충분하며 180도 열려 고박되게 되어 있다. 

국방부가 주장하는 바 UDT대원들이 함수에 접근하여 하잠줄을 설치했다는 해치는 위의 사진과 같은 이것은 이헌규씨가 증언한 “군이 보유한 산소통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해치”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한 주호 준위가 작업을 하다가 사망한 장소와 UDT 권영대 중령이 작업을 지휘한 장소가 같은 곳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곳인지 그것은 현재 ‘진실게임’의 중심에 있는 중요 사안이 되었습니다만, 권영대 중령이 작업을 지휘하였던 곳이 함수가 아닌 다른 곳이었다는 사실은 그의 ‘머리’와는 달리 ‘몸’이 기억하는 사실로 인해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밝혀지게 됩니다.

이른 바 <수심의 문제>이며 그것은 권영대 중령이 저술한 책 <폭침, 어뢰를 찾다>에 몇 차례에 걸쳐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고맙게도 그 또한 법정에서 그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해 주었습니다. 이번 항소심 공판에서 매우 비중있게 다루어졌던 ‘수심의 문제’- 다음 편의 글에서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신상철

덧글 : 제3의 부표의 의혹과 관련하여 상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께서는 2015. 6. 30 재판부에 ‘피고인 의견서’ 형식으로 제출한 [법원제출 의견서] ‘제3의 부표’관련 UDT 대원 증언에 대하여 - 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천안함 항소심 제5차 공판 ①] 거짓의 향연 - 폭침 어뢰를 찾다 ? 
[천안함 항소심 제5차 공판 ②] 암초 충돌했다고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 
[천안함 항소심 제5차 공판 ③] 박성균 하사만 몰랐던 ‘골든타임’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1003&table=pcc_772&uid=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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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과 김상조 : 재벌개혁을 추구한 실용주의적 활동가들

 
 
이상민 전문기자
발행 2017-05-28 20:43:58
수정 2017-05-28 21: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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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인선이 발표되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인선이 발표되면 찬반양론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찬반양론은 보통 진영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예를 들어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에 반대했던 사람이라면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사건의 정부 측 대리인 이인걸 공안검사가 청와대 행정관에 임명되는 걸 반대하고, 같은 이유로 김이수 헌재 재판관의 소장 지명에는 찬성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새 정부의 인사 중에 유독 찬반양론이 많은 인물이 있다. 흥미로운 건 이 찬반양론에는 진영논리를 초월한 무엇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얘기다.

장하성, 김상조는 한 쪽에서는 경영의 자율성을 해치는 ‘사회주의적 과격 단체’를 이끄는 사람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외국자본의 이익에 봉사하는 ‘신자유주의의 첨병’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어느 한 사람이 이렇게 상반되는 평가를 동시에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가진 이미지 중 어느 것이 진실에 부합하고 어느 것은 오해에 지나지 않을까? 법정에서는 보통 쌍방의 주장에 다툼이 없는 부분을 먼저 나열하고 다툼이 있는 부분은 증거를 통해 드러난 부분만 판단한다. 이런 형식으로 장하성, 김상조를 판단해 보고자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양지웅 기자

주장에 다툼이 없는 부분들

먼저 주장에 다툼이 없는 부분이다.

장하성, 김상조는 소액주주운동을 이끈 재벌개혁론자다.

장하성, 김상조가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라는 사실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다. 다만, 두 사람의 학문적 접근방식은 차이가 있다. 장하성은 경영학자고 김상조는 경제학자다. 장하성은 기업의 회계, 재무 구조를 통해 기업지배구조, 재벌 구조를 파악하지만, 김상조는 금융, 금융관계법, 경제구조를 통해 재벌 구조를 파악한다.

시작은 달랐지만 재벌이라는 종착지는 같다. 장하성, 김상조 모두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서 재벌 집중도가 주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재벌 내에서의 ‘총수 집중도’를 강하게 비판한다.

특히, 이들은 소액주주운동이라는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을 한국에 도입한 인물이다. 재벌 총수의 독점적 의사결정에 맞서는 기존의 방법은 노동조합을 통한 실력행사가 거의 유일했다. 그러나 장하성, 김상조는 사실상 사문화 되었던 상법상의 소수주주권을 발굴해 주주총회 참여, 회계보고서 열람청구나 주주대표소송 같은 방법론을 처음 사용해 재벌 총수를 효과적으로 견제하는 성과를 냈다.

주장에 다툼이 없는 건 또 있다.

장하성, 김상조는 상아탑 학자가 아닌 현실 참여 활동가(activist)라는 점이다.

보통 대학 교수가 ‘현실 참여형’이라는 얘기를 듣는다면 정부의 각종 위원회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장하성, 김상조는 정치인과 관료가 마련해 준 자리에서 활동하지 않았다.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를 거쳐 경제개혁연구소, 경제개혁연대, 그리고 소위 ‘장하성 펀드’ 등을 직접 만들어서 정치권과 관료에 대항하는 활동을 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교수들이 만드는 대개의 연구소처럼 학자들이 학회를 만들고 논문을 발표하는 연구소가 아니다. 회계사, 변호사, MBA 출신 미국 변호사, 시민단체 출신 박사 등 실무형 전문가들이 상근으로 근무하며 시장과 기업, 국회의 법제정 동향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연구소다.

자매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경제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그 입장이 현실화 될 수 있는 정치적 행동을 하는 ‘애드보커시 NGO’다. 특히 이들은 ‘장하성 펀드’라는 펀드를 만들고 운용자문을 함으로써 시장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장하성 고려대 교수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장하성 고려대 교수ⓒ양지웅 기자

‘장하성 펀드’는 지금 어떻게 되었나

장하성, 김상조는 우리나라의 재벌의 기업 지배구조가 매우 낙후하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은 경제 정의 차원의, 그러니까 낙후된 기업지배구조가 불평등을 발생시킨다는 정도에서 머물지 않는다. 나쁜 지배구조는 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며 결국 시장의 비효율을 낳는다고 생각한다.

장하성 펀드의 정식 명칭은 ‘라자드 한국 기업지배구조개선 펀드’ 이다. 단순히 시세차익을 얻는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일정부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지분을 획득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해서 발생한 효율로 주식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펀드다.

라자드 측이 투자를 청산하여 장하성 펀드가 문을 닫은 현재 시점에서 장하성 펀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러나 장하성 등 재벌들의 지배구조 문제를 연구하는 학문 활동에 그치지 않고 이를 변화시키겠다며 시장에 직접 참여한 이들은 단순한 학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활동가라고 봐야한다.

언젠가 김상조 교수가 사석에서 하는 농담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경영학이 학문이냐?”고 농담을 하면서 (많은 경제학자는 경영학이라는 학문을 무시하는 농담을 즐긴다) “나는 장하성 교수의 학문적 업적을 존경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많은 활동가, 운동가를 무수히 많이 만나본 사람이지만 내가 평생 만난 사람 중 가장 뛰어난 활동가로서 장하성 교수를 존경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김상조 교수의 ‘농담’과는 달리 장하성이 김우찬 KDI교수 등과 공동으로 쓴 『지배구조로 그 기업의 시장가치를 예견할 수 있는가, 한국의 사례로부터』라는 논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논문 톱10에 속한다. 참고로 김상조가 문재인 캠프에 합류하면서 장하성, 김상조에 이은 세번째 경제개혁연구소 소장직은 논문 공동저자인 김우찬이 맡게 되었다.

장하성 교수는 ‘장하성 펀드’의 자문 수수료를 ‘두둑’하게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장하성 교수가 받은 자문 수수료는 장하성 재단(공식명칭은 2020 재단이다)에 전액 기부되어 지역공동체, 시민사회운동, 아시아연대 활동에 사용되고 있다. 장하성 펀드는 문을 닫았지만 장하성 재단은 지난해에도 약 7,000만원을 기부했다. 청년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 등에 각각 1,500만원을 지원하는 식이었다. 최근 들어 청년 문제를 연구하는 학문적 관심을 넘어 청년단체를 지원하는 활동을 해 온 장하성이 김상조의 말처럼 활동가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논쟁에 속하는 지점들

이제부터는 주장의 다툼이 있는 부분, 그러니까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을 다루고자 한다.

첫째, 외국금융자본의 앞잡이 설.

진보진영에서 나오는 비판 중에서 가장 날카로운 것은 장하성, 김상조가 ‘외국 금융자본의 앞잡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SK그룹-소버린 사태, 그리고 ‘장하성 펀드’가 외국 자본인 라자드라는 사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외환은행과 론스타사태 때문이다.

2003년 다국적 자본인 소버린자산운용이 SK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주)의 지분 14.99%를 취득한 일이 있다. 외국인이 적대적 M&A를 통해 한국 대기업을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최초로 현실화된 사건이다. 그런데 당시 (장하성 등이 이끌었던) 참여연대는 분식회계 등 SK그룹의 지배구조가 가진 여러 문제점에 대해 주총 에 참석해 주장을 펴거나, 각종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는 ‘소액주주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소버린자산운용은 이 과정에서 폭락한 SK(주) 지분을 매입하고 최태원 회장의 퇴진과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 계열사와의 부당 거래 근절 등 지배구조 개선안을 요구했다. 소버린의 요구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를 이끌고 있었던 장하성, 김상조의 주장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장하성은 소버린이 1조 5,000억원이라는 분식회계를 한 경영진에게 지배구조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평가한다. 소버린이 주식을 장내에서 매입하기 시작한 지 2주만에 최대주주로 부상하게 된 것은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았기 때문이다. (소버린의 매집으로 주식가격이 반등하자 SK의 채권단 은행들도 주식을 매도했다.)

다시 말하면 소버린은 지배구조개선을 통해 SK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믿었기 때문에 2년 4개월 동안 455%라는 기록적인 수익률을 얻었다는 것이다. 만약 투기와 투자의 차이를 단기적 시세차익 여부로 평가한다면 소버린은 2년 4개월 동안 한 주도 매매하지 않았으니, 몇 달 이상 보유하지 않는 한국의 개인투자자는 물론 기관 투자자에 비해서도 단기 투자자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장하성은 소버린의 행위가 ‘먹튀’는 맞지만 국부유출은 아니라고도 주장한다. SK의 시가총액은 소버린이 보유하는 동안에 5조 원이 증가했다.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으로 5조원의 ‘국부’가 국내에서 창출되었고 이는 소버린이 가져간 8,000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규모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상조는 소버린의 행태에 대해 보다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한다.

당시 참여연대의 행동에 대해 비판이 있으면 겸허히 수용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기업지배구조의 불완전함을 먼저 해결하지 못하면 외국자본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소버린이 SK(주) 주식 매입 당시 시가총액(약 2조원)은 SK(주)가 보유한 SK텔레콤의 지분 20%에 해당하는 가치(약 3조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즉, SK(주)가 들고 있었던 SK텔레콤 주식이 ‘무수익자산’을 넘어 ‘무가치자산’이 되는 터무니없는 현실을 해결하지 않고는 외국자본의 공격을 막을 방법은 없다는 의미다.

장하성 펀드는 해외 투기자본의 다른 이름이다?

이제 장하성 펀드의 ‘출신성분’에 대한 논란을 생각해보자.

왜 장하성 펀드는 라자드 자본으로 이뤄졌을까?

일명 장하성 펀드의 정식 명칭은 앞서 말한 것처럼 ‘라자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다. 장하성 교수와 그가 이끄는 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이 펀드의 투자 자문을 역할을 맡아 약 6년간 지속되었다. 그런데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펀드의 실체가 국내자본이 아니라 적대적 M&A 투자 경력이 있는 라자드 자본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보면 당혹스럽다.

당연히 장하성은 해외 자본만을 상대로 장하성 펀드에 들어와 줄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자금도 펀드에 참여했다. 그러나 역시 해외자금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큰 것은 사실이다. 이는 장하성 펀드에 국내투자자들이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단기 투자차익을 노리는 해외 펀드 위주로 투자를 받고자 해서 생긴 일은 아니다. 실제로 장하성 펀드에 참여한 외국 투자기관을 보면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캘퍼스)이나 버지니아대학, 조지타운대학 재단 등 단기 차익을 노리는 성질의 자본이 아니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론스타의 매각과정에서 김상조가 내놓은 주장을 보자.

김상조는 론스타의 ‘몰수’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고 그 연장선에서 하나은행이 론스타 지분을 인수해 외환은행을 합병하는 걸 사실상 찬성했다. 그러나 동시에 김상조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취득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밝히고자 많은 노력을 한 사람이다.

그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경영할 수 없는 비금융주력자(금융자본이 아닌 산업자본)에 해당된다는 주장을 담은 질의서를 금감위에 보냈고, 외환은행의 주총에 참여해 같은 주장을 펼쳤다. 법원에 여러건의 정보공개 소송을 낸 것도 그다.

김상조가 론스타 주식 ‘몰수’를 주장하지 않은 것은 몰수라는 방법론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고 결론이 지어지고 그래서 외환은행의 대주주자격이 박탈된다 하더라도 주식취득을 무효화하는 방법보다는 과징금, 벌금 등의 범죄수익 몰수의 방식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전반적으로 김상조는 론스타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보다 론스타를 승인한 감독당국을 비판하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을 했다. 이는 론스타 류의 문제가 한국에서 재발하는 것을 막고 투기자본의 폐해를 막는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그의 설명이었다.

소액주주운동은 신자유주의적 발상인가?

장하성, 김상조의 소액주주운동이 주주자본주의 운동이며 이는 ‘신자유주의의 트로이의 목마’라는 주장도 있다. 이들의 활동으로 인해 ‘이해관계자(stakeholder) 자본주의’나 이를 넘어서는 진보적인 사회로의 전환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장하성, 김상조가 주주자본주의 첨병이라는 부분에서 두 사람의 대응에는 차이점이 있다.

장하성은 주주자본주의 비판이라는 논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재벌 총수가 사실상 모든 인사권을 가진 현 상황에서 과도한 인센티브와 단기 성과주의가 가진 문제점을 주주자본주의가 가진 문제점으로 설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즉 단기 성과주의는 주주자본주의가 가진 본질적인 속성이 아니라, 주식시장 제도와 기업 경영의 ‘형태’ 때문이고, 나아가 한국에서 주주들의 압력 때문에 회사가 근시안적인 경영을 했다는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주주가 아니면 회사의 채권자가 더 많은 권한을 가지게 되는데 이 경우에도 문제점이 더 많다는 것이다.

김상조는 다소 조심스럽다. 주주자본주의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어느 편을 들기보다는 주주자본주의로 해석되는 일련의 행동들은 다만 ‘방법론’이라는 것이다. 자신은 이상적인 경제모델을 설계하는 상아탑 학자가 아니라 ‘경로의존성’과 ‘제도적 상호의존성’을 고려하는 현실 참여적 활동가로서 보다 현실 개입능력이 있는 방법론을 시행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상조는 주주행동주의의 이론적 기반이 주주자본주의에 있다는 걸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주행동주의의 가치를 이념적 이유에서 거부하면 진보의 주요한 수단을 버리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구(舊)자유주의의 기본인 소유권의 개념조차 미천한 한국 현실에서는 소수주주권이라는 수단을 통해 구자유주의적 개혁과제를 실현하는 것은 충분히 개혁적이라고 설파한다.

물론 이런 운동이 단계적(특히, 80년대식 사구체 논쟁의 잣대로 평가한다면) 운동이며 자본의 수단을 이용한 자본주의체제 내의 운동이라는 비판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렇다면 노동조합이 사용자를 상대로 임단협을 진행하는 것도 고용의 주체로서 자본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체제내의 운동이라는 비판과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불필요한 이념논쟁으로 실천의 여지를 축소할 필요 없다는 뜻이다.

결국 김상조는 주주 자본주의, 또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같은 30년 뒤에 도달될 최종 목표를 설정해 놓고 운동하는 사상가나 이념가는 아니다. 단지 30년의 과도기 동안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위험요소들을 관리하는 것을 자신의 책무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을 보며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문재인(왼쪽부터) 대통령,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을 보며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문재인(왼쪽부터) 대통령,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수현 사회수석.ⓒ뉴시스

청와대 정책실장 장하성과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장하성, 김상조가 소액주주운동을 도입한 이유는 시장을 감시하는 장기투자자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소액주주는 기업을 개선하기보다는 주식을 팔고 나가는 것이 더 간편하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공적연금이나 대학기금 등이 적극적 감시자 역할을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러한 역할을 하는 장기투자자가 존재하지 않기에 이들은 시민단체를 통해서, 또는 직접적 시장참여자로서 재벌을 감시했다.

장하성, 김상조의 역할은 우리나라 경제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사상가나 이념가라기보다는 현실 참여적인 활동가 성격을 띠었다.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송곳도 필요하고 망치도 필요하다. 굳건한 장벽을 망치로 쳐서 넘어뜨리는 사람도 물론 필요하지만 송곳을 정확한 곳에 찔러 넣어 효율적으로 현실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이들이 주도했던 경제개혁연대의 창립선언문에는 이런 말이 있다. “구체적 성공 경험을 축적하여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확립하고, 이를 통해 결코 과거로 되돌아 갈 수 없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한다.” 이러한 역할에 천착한 사람이 바로 장하성, 김상조다. 거대 담론을 제시하기 보다는 현실 개입 능력을 최대한 확보하는 실무적인 운동방법이 장하성, 김상조의 운동방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정거래위원장 같은 재벌을 감시하는 실무 집행부서의 장으로서의 김상조와 실질적인 액션플랜을 마련하는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의 장하성은 그 역할에 어울릴 것 같다.

장하성, 김상조를 경제사상이라는 큰 틀에 넣는다면 케인스주의자라고 평가될 수 있겠다.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장하성, 김상조는 국가 개입의 현실적 수단인 관료를 신뢰하지 않는다. 관료를 단순히 청와대의 눈치만 보는 ‘영혼 없는 집단’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관료 특유의 조직논리로 무장되어 있고 재계의 이해관계와 유착된 ‘모피아’라는 게 이들의 인식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관료를 비판하던 사람도 장관이 되거나, 혹은 대통령이 되어도, 관료의 영향에 휘둘렸던 사례는 무수히 많다. 관료들이 가진 정보와 논리를 뛰어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관료가 가진 정보와 논리를 디테일에서도 뛰어넘을 수 있는 현실 참여형 전문가가 조직의 수장이 되면 어떨까?

“모피아에게 정책적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고 모피아를 개혁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국정철학과 컨트롤 타워를 확립하는 것이 성공적 개혁의 필요조건”이라는 김상조의 말을 ‘이제 공무원이 된’ 그들이 성공적으로 실천할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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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한 발 앞서가는 대담한 외교 펼쳐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05/29 07:48
  • 수정일
    2017/05/29 07:4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고] 북한 비핵화, 어떻게 짝을 맞출 것인가
 
 
그동안 여러 추측으로만 떠돌던 트럼프 행정부 대북 정책의 윤곽이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4대 대북정책으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모든 대북제재와 압박을 가하고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를 추진하지 않고 △최종적으로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최종적으로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대목이다. 성급한 결론이기는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북미 간 대화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볼 수가 있다는 지적은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지난 4월 말 대북 기조를 의회에 공개하기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포함한 군사옵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만약 이러한 기조가 실제 북한 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무력 사용을 배제한다는 의미라면,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끝내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와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화 강조가 향후 구체화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흐름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인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도전과 기회 

20여 년이 넘도록 한국외교의 중심이 북핵 해결에 놓여왔음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 하에서 향후 펼쳐질 북핵 외교의 진자운동(振子運動) 역시 한반도 분단이라는 지정학적 조건이 배태하고 있는 양축(남북관계 축에서 동북아의 국제정치 축까지)을 오고가면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북핵문제는 지금까지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는)국제정치 축으로 바싹 옮겨진 채 '도발-위기-협상-일괄타결-합의파괴'라는 순환적 패턴으로 진행되어 왔다. 

북한은 6자회담 등에 참가하면서도 미국과의 양자회담에만 집착했다. 혹자는 이를 두고 '반미적 사대주의'라고도 했다. 북한은 이렇게 한국을 의도적으로 '투명인간'처럼 취급하려고 했다. 북핵 문제에서 한국을 '왕따'시키려는 북한의 전술은 "북한 핵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관련하여 예상할 수 있는 대북 정책 방향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한 평화번영정책과 유사한 경로를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를테면, 남북한 관계와 동북아에서의 국제질서라는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한 '하이브리드' 정책이 만들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남북한 관계에서 "남북 군사관리체계를 구축하여 우발적 충돌방지, 군사적 긴장완화와 군비통제를 추진"함과 동시에 "북핵 문제 완전해결 단계에서 평화협정체결"을 내걸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남북한 신뢰구축과 군비통제를 실현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원대한 그림을 그렸다.

동북아에서의 질서와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는 "주변 4국과의 협력외교를 강화하고 동북아 더하기 책임공동체를 형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 줄곧 강조해 온 '동북아 균형자론'을 버전(version)만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북핵 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기조도 노무현 정부의 한미동맹에 대한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 
 

▲ 문재인(오른쪽에서 세 번째) 대통령이 지난 16일 미국 대표단으로 한국을 찾은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한반도 위기로 가는 길은 대화로 포장되어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국가안보실 1·2차장에 대화파(또는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앉혔다. 북한의 거듭되는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얼핏 보면 대화가 우선적으로 강조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월 21일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부 장관 인사를 발표하면서 "과거 정부에서는 안보를 국방의 틀에서만 협소하게 바라본 측면이 있었다. 지금의 북핵 위기 상황에서는 우리의 안보에서 외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는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공조와는 별개로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외교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그럼에도 "지옥으로 가는 길은 호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마르크스의 문구처럼, 대화로 포장된 길이 자칫 한반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이 없으리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김정일 시대에 김일성의 비핵화 유훈 언급은 위장 전술임이 드러났다. 2012년 7월 일본 <도쿄신문> 등 일부 언론은 조선노동당 내부 문서를 인용하여 "김정일이 생전에 대량의 핵무기를 생산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김정일 사망(2011년 12월 17일)전까지 두 차례의 핵실험(2006년 10월 9일, 2009년 5월 25일)을 하였으며, 2012년 4월 개정 헌법의 서문에는 김정일이 사망 전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전변(轉變)시켰다고 명시했다.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 약 2주 뒤인 2011년 12월 30일 북한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돼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를 알렸다. 이듬해 4월에는 당 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당·정 권력까지 모두 차지하면서 사실상 권력 승계를 마무리했다.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진 3대 세습이었다. 

그리고 불과 집권 14개월만인 2013년 2월 12일에 3차 핵실험을 감행하여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공고히 할 데 대한 법'을 채택(2013년 4월 1일, 최고인민회의)하였다. 이는 김정은 시대에서도 핵무기 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신호탄이었다. 지금까지 북한은 4차(2016년 1월 6일), 5차(2016년 9월 9일) 핵실험을 이어 오고 있다.

5차 핵실험 후 북한은 "핵탄두가 표준화, 규격화됨으로써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보다 타격력이 높은 각종 핵탄두들을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올해 4월 14일 평양에서 가진 <에이피>통신 인터뷰에서 "최고지도부가 적절하다고 판단을 내리면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것"이라며 6차 핵실험이 외부의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북한 <노동신문>은 5월 25일 자 논평에서 미 대북정책의 '관여' 정책에 대해 "겉으로는 대화와 협상, 평화의 간판을 쓰고 있지만 실지로는 우리를 안으로부터 무장 해제시켜보려는 극히 위험천만한 계책"이라며 "양키식(미국식) 오만과 양면성의 극치"라고 힐난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와 대화 병행에 북한 특유의 강(强)의 전술로 맞대응한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반도 상공에 위기의 먹구름을 모으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한미동맹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는 일반적으로 가상의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는 억지(deterrence)와 공격을 받았을 때 이기는 방어(defense)로 구성된다. 따라서 국가안보 수준을 단기간에 높이는 방법은 타국과의 군사동맹을 맺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억지로서의 한미동맹이 그랬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동맹을 '굳건한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고차원의 협력관계로 구축'하는 것으로 천명했다. 나아가 확장억제(지)력(extended deterrence) 강화 등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억지와 방어 역할을 모두 포함하는 동맹을 유지하는 데에는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에 대한 인식은 '가치'(values) 측면보다는 경제적 측면이 강해 보인다. 따라서 동맹유지에서 오는 이득에 그 비용을 뺀 순이익을 어떻게 보느냐가 핵심이다. 

그렇다면 동맹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해야 할 때 문재인 정부가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전제는 한국이 부담해야 하는 주한미군 비용의 상한선이 주한미군 주둔에서 오는 이익보다 커서는 안 된다(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외에, 한국과 미국 사이의 근본적인 정책적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를테면, 북한을 두고 한미가 항상 합의에 의한 일관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한 것은 아니었다. 이는 미국과 한국이 전략적으로 고려하는 대상과 수준에서 상이성(discrepancy)이 존재해 왔다. 

일례로, 동북아에서 한국과 미국의 공동의 적이 누구인지가 불분명하다. 일반적 견해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관심은 우선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으로 한국을 완충 지역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인식이 그러하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장기 외교전략은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끊고 친중국적이거나 중립적이 되도록 변화시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실감이 나지 않는 일개 '중국몽'으로 치부할 수 있으나 중국의 포석은 먼 곳을 향하고 있다. 적어도 태평양의 절반은 자국의 세력권으로 편입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간의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과의 일전에 대비하여 유리한 국제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현대판 실크로드로 불리는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Initiative)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미국은 일본과의 동맹 강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 미일동맹은 태평양 지역 안정을 위한 주춧돌(corner stone)이라고 했다. 아베의 일본은 오래 전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진입했다. 여기에다 미국은 한국까지 끌어들여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체결(2016년 11월 23일)토록 중재했다. 이른바 한미일 삼각연합 카르텔의 형성이었다. 아직은 느슨한 형태이지만 상황에 따라 더욱 조여질 수도, 아니면 반대로 진행될 여지는 남아있다. 

요약하면,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국제정치 환경은 남북관계와 동북아 국제질서가 교차되는 지점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북한 비핵화에 필요한 관련국들의 협상 카드는 레고(Lego) 장난감으로 비유할 수 있다. 어떻게 짝을 맞추느냐는 방법적 문제만 남아있다. 짝을 맞추기가 지연될수록 북핵 능력은 강화되고, 협상의 조건 역시 까다로워진다. 

게다가 정권교체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 체제를 보장한다는 의미가 아닌 이상 현재로서는 북한 핵 능력 강화 대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상황으로 굳어지기 전에 미국과 북한을 상대로 대담한 외교전략을 짜야한다. 그리고 이는 국제관계에서 힘(power)을 바탕으로 하는 현실주의와 국가의 의도(intention)를 강조하는 자유주의 시각을 절묘하게 배합하는 전략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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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이·효순이는 정말 ‘교통사고’로 희생된 것이었나

 

[프레임 전쟁] 7화 미군 장갑차에 의한 중학생 사망 사건, 정권·언론도 ‘미국’ 앞에 나약했던 굴욕의 15년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2017년 05월 28일 일요일

‘미군 차량 부주의로 여중생 2명 사망’

‘미선이·효순이 사건’으로 알려진 중학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2002년 6월13일은 전국동시 지방선거일이었다. 앞서 5월31일 한일 월드컵 개막 후 우리나라 월드컵 축구 대표팀과 포르투갈 팀의 조별 예선 경기를 하루 앞둔 날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은 미군 장갑차가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마을 도로를 주행하다 중학교 2학년 여학생 2명을 치여 그 자리에서 숨지게 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날이었다. 그리고 이 죽음은 한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오마이뉴스 등에서 사고 당일 이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지만 대부분의 일간지는 다음날 관련 기사를 단신으로 처리했다. 조선일보는 이마저도 보도하지 않았다.  

당시 기자들에 따르면 이날은 지방선거일이어서 사건 기자들도 아침부터 선거 관련 취재로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지나갈 무렵 의정부경찰서로 한 장의 팩스가 들어왔다. ‘미군 장갑차에 치여 여중생 2명 즉사.’ 그때 기자들의 입에서는 “하필 오늘같이 바쁜 날…”이라는 푸념이 나왔다. 

다음 날 신문에는 ‘미군차량 치여 여중생 2명 사망’(한겨레), ‘미군 차량에 치여 여중생 2명 사망’(경향신문), ‘미군 궤도차 덮쳐 여중생 둘 사망’(중앙일보) ‘미군차에 치여 여중생 둘 사망’(동아일보) 등 경찰발 기사가 지면 구석에 짤막하게 실렸다.

 

 

지난 2002년 7월3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미군 장갑차 희생 여중생 49재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효순·미선양 영정을 앞세우고 경찰과 대치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02년 7월3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미군 장갑차 희생 여중생 49재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효순·미선양 영정을 앞세우고 경찰과 대치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2002년 12월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여중생 압사사건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토론회’에서 발표된 민언련의 일간지(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한겨레) 보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6월17일 미군 측이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서둘러 현장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어느 신문도 제대로 문제제기 하지 않았다.

 

민언련은 “6월20일에는 미국의 일방적인 자체 조사결과가 한미 합동으로 발표됐지만 이에 대해서는 한겨레만 21일자 사회 2면 2단으로 단순 보도했을 뿐 그 방식과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를 담지 못한 한계를 남겼다”며 “미군 측이 최소한의 사과도 하지 않고 사고 차량 운전병은 아무런 처벌 없이 군내 생활을 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추이가 계속됐지만 이에 대해 언론은 침묵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건 초기 조선일보의 침묵은 은폐 수준에 가까웠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6월20일이 돼서야 미군 추모행사를 첫 보도한 조선일보는 7월부터 미군 측의 입장을 중점 보도하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고심 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중학생 사망 사건 관련해 쓴 사설의 첫 시작은 “내년은 한·미 군사동맹 50주년이 되는 해다”였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한·미 동맹관계는 이제 그 연륜에 걸맞은 성숙함을 갖출 때가 됐으며, 건강한 동맹을 유지하는 핵심적 요소 중 하나가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자세”라며 “이 사건이 일종의 ‘운동 확산’의 모양새로 가게 하는 양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같은 경향은 피해자 가족들이나 한·미 양국 국민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그동안 이 사건 보도에 소홀했던 이유를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결국 조선일보는 사고 발발 직후 미군 측의 무책임한 태도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문제로 국민의 억울한 죽음이 규명되지 않았는데도 피해자 국민을 위로하기보다 한·미 관계 악화를 가장 걱정하고 있었다.  

언론의 무관심 속 미군 장갑차에 중학생 2명이 스러졌다 

반면 한겨레는 6월20일 ‘미군훈련과 두 소녀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일찌감치 불평등한 SOFA 규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겨레는 “미군 주둔과 군사훈련이 어쩔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라 해도, 이런 어이없는 안전사고를 ‘공무 중 다반사’로 처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미8군이 소녀들의 죽음에 조의를 표시하고 위로 모금을 하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것이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을 좀 더 평등하게 개정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또 미군이 설치한 고압선에 감전돼 팔다리를 자른 채 1년 가까이 투병생활을 하다 장갑차 사건 사흘 전 세상을 떠난 전동록씨 사례를 들며 “그 사건에 대해서도 미군당국은 ‘과실치사’라며 단돈 60만 원의 위로금을 전달했을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빈발하는 안전사고를 줄이는 길은 사고에 대한 투명한 조사와 엄격한 처벌”이라며 “우리 국민에게 피해를 준 사건의 조사에 우리의 사법당국이 참여해야 함은 당연하다”고 주문했다. 

 

지난 2007년 6월1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선이, 효순이 5주기 촛불 문화제' 행사에 시민들이 참석해 심미선·신효순양 사망 5주기를 추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인철 전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은 6월26일 경향신문 기고문(월드컵에 묻힌 것들)에서 “나를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미군이 공무수행 중 발생한 사고라며 일방적으로 조사하고 끝내려 한다는 것과 우리가 재판관할권 조차 없다는 것”이라며 “더욱 기막힌 일은 이 사고에 대해 항의하러 간 우리 여고생들과 시민단체에 무릎을 꿇고 사죄해도 시원찮을 미군이 무장한 채 총부리를 들이댔다는 것이다. 미군의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고 개탄했다.

 

미군이 사고 발생 후 유족에게조차 알리지 않은 채 서둘러 현장조사를 벌인 후 “사고 차량 차장이 30m 앞에서 여중생을 발견하고 무선으로 두 차례 운전병에게 정지 명령을 내렸지만 소음으로 듣지 못했다”는 발표도 결국 허위로 밝혀졌다. 미군은 “훈련을 주민들에게 미리 통보했다”고 거짓말했다가 주민의 항의를 받고서야 “다음부터 꼭 알리겠다”며 번복하기도 했다. 

한겨레 등 보도에 따르면 실제 장갑차량 운전병은 미군 조사에서 사고 당시 다른 곳과 교신해 선임 탑승자의 경고를 듣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7월2일 운전병 워커 마크 병장은 “사고 당시 중대장, 지휘부와 무전교신을 하고 있었다”며 “선임 탑승자가 ‘정지’라고 고함지르는 것을 들었을 때 차량 오른쪽 바로 앞에 빨간 셔츠를 입은 소녀를 보았다”고 기록돼 있다. 

이후 11월 한국 검찰은 운전병과 관제병이 통신장비가 불완전한 상태에서 장갑차량을 운행하는 등 명백한 과실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사용한 장비를 조사한 결과 통신장비에 여러 결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관련자 진술과 장비 상태 등을 놓고 볼 때 이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장갑차를 출발시키고 운행을 계속해 사고를 초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 군사법원 배심원단은 운전병과 관제병 모두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다. 

미군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사고 초기 일부 언론이 지적했듯 미군이 ‘과실치사’를 입증하고 유족에게 최소한의 도리를 표하는 방법은 공정하고 철저한 재조사였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원만한 처리’와 한미동맹 강화를 내세우며 되레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과격성을 우려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검찰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고의성이 없는 과실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단했다. 

 

▲ 지난 2005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고 신효순 심미선 3주기촛불 추모제가 열렸다.  사진=민중의소리
지난 2005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고 신효순 심미선 3주기촛불 추모제가 열렸다. 사진=민중의소리
 
6월27일 희생 학생 유가족 측이 사고 장갑차 운전병과 관제병, 중대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에 고소한 후 동아일보는 29일자 사설에서 학생들의 죽음을 ‘교통사고’에 비유했다.

 

 

동아일보는 “고의로 사람을 죽인 살인과 교통사고 등에 의한 과실치사는 법률적으로도 엄연히 구분된다”며 “조사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번 사고는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여학생 강간 사건이나 주한미군 영안실에서 독극물을 한강에 방류한 범죄와는 달리 고의성이 없는 과실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동아일보는 “일부 시위대가 미군기지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미군 병사 9명이 다쳤다”고 하면서도 미군의 공개 사과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취재 기자가 폭행당한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민의 정서를 감안해 유족들 위로 △충분한 보상 △유사 사고 재발 방지 노력을 ‘원만한 처리’라고 하면서도 SOFA 규정의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았다. 

그러던 동아일보는 11월20일 미군 군사법원 배심원단이 미군 장갑차 관제병에게 무죄 평결을 내리자 그제야 ‘이래서 SOFA 개정하자는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는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자는 격이다. 

동아일보는 “이번 사건의 경우 한국 검찰은 미군 측에 재판관할권 포기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그 결과 전원 미군 장병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무죄 평결을 내놓았고 그것이 한국민의 정서를 자극한 것”이라며 “이번 불행한 사고가 SOFA 개정 등 한미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지금껏 SOFA 개정을 요구해 온 시민단체엔 ‘지나친 반응은 잘못’이라는 훈계도 빼놓지 않았다. 동아일보 식 ‘원만한 처리’가 되지 않은 것은 정부·여당의 책임도 큰데도 이에 대한 비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목소리로 평결에 유감을 표명했다는 정치권과 법무부가 국민의 질타를 함께 받고 있는데도 동아일보는 모른 체했다.

의문사를 ‘교통사고’로 치부한 언론, 미군을 변호했다 

무력한 한국 정부를 대신해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집회를 열고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요식행위’라며 재판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 경찰은 미군 2사단 앞으로 몰리는 시민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경찰에 둘러싸여 집단으로 구타당한 시민은 호흡곤란 상태에서 사진기자들에 의해 발견돼 병원에 실려 갔다. 병원과 집회 현장 사이를 구급차가 7차례나 다녀갔으며, 이미 쓰러진 여학생을 발로 짓밟고 방패로 머리를 내리찍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분을 못 이겨 실신한 대학생도 있었겠는가.” 

당시 경찰의 과잉진압을 묘사한 한겨레 사설 중 일부다. 한겨레는 11월24일 사설에서도 시위대의 분노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우리 정부의 태도에도 겨누어져 있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이번 평결 결과를 두고 ‘재판을 투명하게 진행하려는 미군 당국의 노력을 평가하며, 이와 같은 결과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외교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외교부냐”며 “정부는 언제까지 미국의 눈치만 보고 있을 것인가. 국민의 뜻을 알았다면 바로 소파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소파 재협상의 뜻을 밝힌 각 당도 빈말에 머물지 말고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기간 미군 장갑차 사건 관련 한겨레의 보도량도 급증했다. 지난 2003년 발표된 ‘미군장갑차사건의 담론분석 :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기사 비교’(정선희) 석사학위 논문을 보면 한겨레는 6월에 9건, 7월 43건 8월 25건, 9월 9건, 10월에 6건을 보도했다. 이후 11월18일 가해자인 미군에 대한 재판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보도량은 11월은 53건, 12월엔 134건으로 늘었다. 

한겨레가 이 사건에서 주로 사용한 ‘프레임’(frame·틀 짓기)은 한미 간 불평등 관계를 강조하고 SOFA 개정을 주장하는 ‘패권국·SOFA 개정’과 촛불시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미확산’ 프레임이었다. 반면 조선일보는 한미 동맹의 틀 안에서의 SOFA 절차 조정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동반자·법률체계’와 ‘반미저지’ 프레임 비중이 컸다.

특히 한겨레는 미군 장갑차 사건에서 미국을 패권국의 오만한 이미지로 부각하고 책임자의 처벌과 SOFA 개정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패권국·SOFA 개정’ 프레임이 67.9%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 사건 초기부터 자리 잡은 ‘패권국·SOFA 개정’ 프레임은 ‘반미확산’ 프레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이는 11월 ‘미군 무죄’ 보도 이후 촛불집회가 미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처음 이 사건 관련 시위가 이미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거부감과 SOFA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시민단체 위주의 행동이었다면, 11월 이후의 촛불시위는 그동안 미국에 대한 큰 반감이 없었던 일반 시민이나 대학생·청소년층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2015년 6월13일 미선효순추모비건립위원회 등 10여개 단체가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고(故) 신효순·심미선 양의 13주기 추모제를 열기위해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사고 현장까지 영정을 들고 가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지난 2015년 6월13일 미선효순추모비건립위원회 등 10여개 단체가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고(故) 신효순·심미선 양의 13주기 추모제를 열기위해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사고 현장까지 영정을 들고 가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반미’ 촛불 끄려 했던 조선일보, 미군 무죄·SOFA 불변

 

이런 흐름에 조선일보는 국가 안보나 경제 상황, 동맹 관계 유지를 위해 반미 정서를 억제해야 한다는 프레임으로 맞섰다. ‘[반미·북핵] 외국인 투자심리 움찔… 증시에 부정적’(12월14일), ‘“한국상품 불매·미 자본철수 등 악영향” 재계, 반미운동 자제 호소…경제5단체 성명’(12월17일), ‘[사설] 경제5단체의 반미 걱정’(12월18일) 등 반미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내용의 기사가 연일 쏟아졌다.

 

게다가 12월11일 ‘어린이에게 혈서 쓰게 하는 분위기’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한 초등학교 여학생들이 미군 장갑차 사망 사건 재판을 다시 하라고 요구하며 혈서를 썼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반미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강하게 경계했다. 

 

조사결과 학교나 주변에서 이 어린이들에게 ‘혈서’를 부추긴 사람들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12월18일자 칼럼에서도 “어린이에게 시위 현장이나 유세장의 경험이 나중에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지, 아이가 자라면서 균형 잡힌 세계관을 갖는 데 그런 경험이 장애가 되지는 않을지 한번 생각해볼 일”이라며 그때 시국에서 어린이들조차 느꼈던 미국에 대한 분노를 ‘위험한 정치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평화로운 촛불집회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미선이 효순이를 위한 촛불 추모제’를 바라보는 보수 언론의 시각이 당시 얼마나 우려스러웠는지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지금은 부모가 아이의 손을 잡고, 심지어 유모차까지 끌고 나오는 게 촛불 문화제의 상징적인 모습이 됐지만, 광화문을 둘러싸고 있는 보수언론에게 촛불의 번짐은 ‘위기감’을 주는 일이었다.  

보수언론은 꽃도 채 피워보지 못한 만 14살 중학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의해 비참한 죽음을 맞은 사건을 ‘교통사고’ 수준으로 깎아내리고 진상을 호도했다. 주한미군, 나아가 미국과의 본질적인 문제를 개선하고 진실을 밝혀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없도록 하기보다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반미 감정의 확산을 막는 프레임으로 진실을 가렸다.

다음은 지난 2015년 신경림 시인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신효순·심미선양 13주기 추모제에서 낭송한 추모시 ‘다시 그날은 오는데’ 중 일부다.

‘산과 들을 말리고 나무와 곡식을 태우면서  

또 유월이 왔구나.  

효순이 미선이 너 귀여운 우리의 딸들을  

우리가 이 땅에 되살려야 할 유월이 왔구나.  

이제 거꾸로 너희가 별이 되어  

우리 갈 길을 가리켜주는 유월이 왔구나.  

우리의 꿈을 지켜주고  

쓰러지려는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다시 그날이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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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쎈 무기는 평화..군사긴장 완화위한 남북대화 즉각재개”

'평화군축 세계 여성의 날' 맞아 ‘2017 여성평화걷기’ 진행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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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27  23: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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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없는 한반도, 생명·평화·상생의 한반도를 기원하는 ‘2017 여성평화걷기’가 27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과 민통선 내 생태탐방로, 평화누리길 일대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쟁없는 한반도, 생명·평화·상생의 한반도를 기원하는 ‘2017 여성평화걷기’가 27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과 민통선 내 생태탐방로, 평화누리길 일대에서 진행됐다.

평화를만드는여성회와 경기여성네트워크,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0여개 단체들로 구성된 2017여성평화걷기조직위원회(공동대표 김성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이사장, 최병일 경기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5.24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여성의 날’(이하 평화군축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이 땅에 전쟁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세계에 알리며 한반도를 전쟁없는 땅, 생명·평화·상생의 땅으로 만들고자 여성평화걷기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평화걷기에는 조직위원회 참가 단체 회원들과 가족 단위 참석자들, 청소년 학생 등 1,000여명이 참가했으며, 민통선내 생태탐방로와 평화누리길 일부구간을 걷는 전체코스 6.5km와 어린이·노약자를 위한 거북이코스 4km 구간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더할 나위 없이 청명한 날씨 속에 참가자들은 좌우의 민통선 철책과 늦은 모내기가 진행되고 있는 논밭 사이를 걸으면서 2시간여에 걸쳐 평화에 대한 명상과 대화를 나누었다.

평화걷기를 마친 참석자들은 평화누리공원에서 평화의 어울림 행사를 갖고 ‘2017 여성평화걷기 선언문’을 발표했다.

평화걷기에 앞서 진행된 식전 행사에서는 지난 24일 평화군축 여성의 날을 맞아 채택한 ‘문재인 정부에 보내는 여성들의 요구문’이 낭독되기도 했다.

   
▲ 2017 여성평화걷기조직위원회 공동대표인 최병일 경기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김성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이사장이 개회 인사를 하고 윤후덕 국회의원, 이재준 경기도의회 의원이 축사를 했다.(사진 왼쪽부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전쟁, 절대 안된다', '여성의 힘으로 평화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017여성평화걷기조직위원회는 지난 2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한 ‘전쟁없는 한반도와 동북아를 위한 여성의 역할’ 주제 심포지엄에서 △남북대화와 협상 즉각 재개, △남북교류협력 재개, 이산가족 재결합 조속한 추진, △평화통일 정책과정에 여성 참여 동수로 확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 군비경쟁 비용을 시민복지로 전환, △DMZ의 평화적 이용, △순수 남북문화예술교류 제도화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한편,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은 1981년 유럽 11개국 NGO 49명의 여성들이 모여서 5월 24일을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 for Peace and Disarmament)’로 정하고 1982년부터 중동 등 분쟁지역을 중심으로 실제 평화행동에 돌입한 것을 그 기원으로 한다.

한국에서는 지난 1997년 ‘평화를만드는여성회’가 5월 24일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첫 기념식을 가지고 ‘북한 임산모와 어린이 돕기’ 캠페인을 벌이며 군축을 호소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한국YWCA연합회, 경기여성네트워크, 문화세상이프토피아,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등 2017 여성평화걷기조직위원회 대표들이 평화걷기 행사 참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이날 평화걷기 행사에는 조직위원회 참가단체 회원들과 가족, 학생 등 1,000 여명이 참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본격적인 평화 걷기에 앞서 고양호주리댄스팀이 시범을 보이고 참가자들이 평화의 몸풀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당면한 평화 현안으로 사드 한국배치 문제가 빠질 수 없다. '사드가고 평화오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안김정애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왼쪽)와 장미란 한국YWCA 평화통일위원장이 지난 24일 채택한 문재인 정부에 보내는 여성들의 요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여성의 힘으로 평화를!' 2017 여성평화걷기 시작.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화창한 봄날 평화누리 공원에서 평화걷기를 하니 수녀님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전쟁없는 한반도, 상생.평화, 생명의 세상을 위하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아이들의 평화로운 잠을 위하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전쟁은 안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전쟁은 안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민통선내 생태 탐방로와 평화누리길 일부구간을 걷는 전체코스 6.5km와 노약자를 위한 거북이코스 4km 구간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전쟁없는 한반도! 생명, 평화,상생의 한반도를 기원하는 시민들의 평화걷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대안학교 불이학교의 밴드 노란구름팀이 평화걷기를 마친 참가자들이 평화누리공원으로 들어오는 사이 새롭고 흥겨운 공연을 준비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노란구름 밴드 친구들이 패기있는 의리의 응원 춤사위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고양시에서 활동하는 라온제나 여성합창단과 고양여성합창단을 주축으로 고양 YWCA 합창 단원들과 시민들이 자유롭게 결합한 시민합창단이 ‘상록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평화걷기 참가자들과 함께 불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평화로운 평화누리 공원 행사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분단1, 2, 3, 4세대를 대표해 임가형, 장채원, 문선영, 이은형 님이 여성평화걷기 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제일 쎈 무기는 평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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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드 전문가 “한미 정부, 사드 미본토 방어용인 것 숨기려 거짓말”

▲사진출처 : 미 국방부 홈페이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미 본토 방어용이란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한미 두 나라 정부가 거짓말을 했을 것이라고 미국의 한 미사일방어체계 민간 전문가가 말해 관심을 모았다.

▲시어도어 A. 포스톨 교수 [사진 : 뉴시스]

시어도어 A. 포스톨 MIT대 과학기술 및 국가안보정책 담당 명예교수는 지난 26일 tbc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전화인터뷰에서 “사드 시스템은 초기 설계단계부터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제와 직접 데이터가 오가도록 설계돼있지만 (다른 나라)정부들은 미국으로부터 ‘그렇지 않다’는 정보를 받은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포스톨 명예교수는 그래서 “제가 짐작을 하자면 양쪽(미국과 한국 정부)이 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까, 두 정부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어서 둘 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포스톨 교수는 특히 미국 정부가 한국을 속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사드배치의 근본 목적을 (한국에)전혀 얘기하지 않았다.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한국을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동맹에 대한 태도가 아니다. 미국인으로서 정말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며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스톨 교수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배치 비용을 한국이 지불하라고 말한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럼 미국은 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려는 것일까? 포스톨 교수는 “사드는 요격능력은 별로지만 레이더는 굉장히 강력하다. 사드 레이더가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해 상당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것을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시스템에 직접 제공할 수 있다”며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방어시스템으로 중국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한국 사드배치에 반발하는 이유에 대해선 “중국도 사드가 군사적인 능력 면에서 별것이 없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분노하는 것은 미국 정부가 중국에게 한 굉장히 중요한 약속, 즉 미국의 영토방어미사일시스템이 중국이 아니라 북한만을 겨냥하고 있다는 약속을 사실상 어긴 것”이라며 군사적 위협보다는 외교적 의미가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포스톨 교수는 한국 사드배치는 “미국 정부가 중국과 남한 정부를 상대로 솔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굉장히 부적절하며 나아가 동북아시아 정세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포스톨 교수는 사드의 실제 미사일방어능력에 대해선 “군사적으로 실제 공격 상황에서는 전혀 (방어에)유용하지 않다”며 낙제점을 매겼다. 이유는 이렇다. 사드가 작동하는 외기권은 공기밀도가 매우 낮아 공기저항이 없다. 그래서 미사일 인근의 어떤 물체도 모두 기만탄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요격이 어렵다. 더욱이 사드에 부착된 적외선센서에는 기만탄이나 탄두 모두 빛나는 점으로만 인식된다. 그래서 북한이 탄도탄을 발사하면 쉽게 사드를 피해갈 수 있다. 만약 일정한 고도에 다다랐을 때 미사일을 조각내면 탄두와 다른 미사일 조각들이 공중회전을 하며 날게 되는데 사드 센서엔 모두 똑같은 빛나는 점으로 보일 뿐이다. 뭐가 실제 탄두고 뭐가 기만체인지 알 방법이 없다. 아주 간단한 것으로도 사드를 쉽게 속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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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28주년, 5천여 교사들 “朴정권의 폭압 ‘법외노조’ 철회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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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7/05/28 09:00
  • 수정일
    2017/05/28 09:00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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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결성 28주년, 5.27 전국교사결의대회 “교육적폐 청산하자”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민중의소리
 

28주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전국의 교사들이 모여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된 법외노조 통보 철회와 교육적폐 청산을 촉구했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5천여명의 교사들은 “법외노조 통보를 즉각 철회하고 교원 노동3권 및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법외노조 철회 문제는 촛불 정부인 문재인 정부가 새로운 교육개혁을 향해 나아가려 할 때 통과해야 할 첫 번째 관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전교조는 대회 결의문을 통해 ▲법외노조 통보 즉각 철회 ▲교원 노동3권 및 정치기본권 보장 ▲경쟁교육과 특권학교 등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폐기 ▲교원정책 2대 적폐인 성과급과 교원평가 폐지 등을 촉구했다. 또한 ▲학교자치제도의 법제화를 위한 실천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위해 끝까지 함께 행동할 것을 결의했다.

전교조는 “전교조가 결성 된지 스물여덟 해, 전교조가 걸어 온 길은 꽃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이었다”고 회고했다.

앞서 전교조는 1989년 결성 당시, 노태우 정권 아래 대대적인 탄압을 받았다. 노동부에 제출한 설립 신고서는 반려됐고, 수많은 교사들이 구속과 징계를 당해야만 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1999년 10년 만에 합법노조가 됐지만, 2014년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다시 법외노조로 몰렸다.

노조는 “노조결성으로 1527명의 교사들이 교단 밖으로 쫓겨났고, 박근혜 정권의 폭압으로 지난 4년 최대의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며 “하지만 참교육 정신과 노동조합의 정체성을 지켜냈고 촛불의 승리가 만든 새 시대의 복판에 당당히 섰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교사들은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결의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다음과 같이 결의를 모았다. 교사들은 “입시경쟁-서열화 교육을 뿌리부터 허물고 숨 쉴 여유조차 없이 건강마저 위협당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행복을 찾아 줄 것”이며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추구하고 점수 따기가 아니라 전면적 발달을 지향하는 참교육 체제를 이뤄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학교자치 법제화로 교육을 민주화하고 경제논리와 성과주의를 교단에서 몰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민중의소리
이날 대회에서 교사들은 비정규노동자들의 휴식 및 교육을 위한 공간마련모금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날 대회에서 교사들은 비정규노동자들의 휴식 및 교육을 위한 공간마련모금에 참여하기도 했다.ⓒ민중의소리

대회사에 나선 조창익 위원장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철회’는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의 첫 번째 관문”이라며 “다시 한 번 법외노조철회를 정중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외노조 철회 사안은 촛불민심과 ILO·OECD·EI 등 국제적 기준과 상식에 의해 강력하게 지지받고 있고, 문재인 정부가 권한을 높이고 있는 국가인권위에서도 이미 박근혜 정권의 법외노조 조처는 철회되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해고자의 즉각적인 원상회복과 전임요구자들에 대한 탄압의 종결이 화급한 사안이기 때문에, 가만히 방안에 앉아서 기다릴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요일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법외노조 통보 철회 소식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29일 오전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법외노조철회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또한 기자회견 직후부터 광화문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할 계획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려는 것은 아니”라며 “미완의 촛불혁명의 과제를 해결해가기 위해 동반자적 관계를 갖기를 바라고 혁명을 완수해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퇴직교사들도 이날 대회에 참여해 법외노조 철회에 대한 연대의 목소리를 냈다. 유한탁 참교육동지회 대표는 “우리는 퇴직하고 학교에서 물러났지만, 못다 한 교육자의 목표를 향해 후배교사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회 중 교사들은 비정규노동자들의 휴식 및 교육을 위한 공간마련모금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전국교사대회가 끝나고 광화문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오후 5시부터 청계광장에서 진행되는 ‘지금당장’ 촛불행동에 참여했다. 전교조 교사들은 ‘최저임금 만원 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촛불행동에 참여해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기본권 보장,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을 함께 촉구했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민중의소리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민중의소리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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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미국에서는 결코 할 수 없다

 
[함께 사는 길] 강은 반드시 와일드해야 한다
 
 
"4대강사업과 같은 경우 미국에서는 결코 할 수 없다. 1950~1960년대였다면 혹시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절대 불가능하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청정수법(Clean Water Act)'이 발효되면서 4대강사업과 같은 일은 벌어질 수 없는 시스템이 됐다. 청정수법 외에도 각 주마다 있는 수질과 어류 보호 관련 다양한 법률이 있기에 불가능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UC 버클리대학 마티어스 콘돌프(G. Mathias Kondolf) 교수는 하천지형학과 환경설계학을 전공한 권위 있는 전문가로서 2010년, 2014년 운하반대교수모임 등의 초청으로 한국의 4대강사업 현장을 조사한 바 있다. 그가 있는 대학으로 찾아가 21세기 미국 물 정책의 특징을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이 위의 말이다. 한마디로 "미국에서는 4대강사업 같은 건 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미국에서 1950년대나 있을 법한 구시대적 대규모 토건사업이 2010년대에 진행된 나라의 국민이라는 점 때문에 부끄러웠을까. 아니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업을 한 사람의 환경운동가로서 4대강사업을 끝끝내 막지 못한 자괴감 때문이었을까.

지난 4월 9일부터 17일까지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은 미 서부 워싱턴 주, 오리건 주, 캘리포니아 주 일대의 댐 철거 현장을 조사하고 아메리카 원주민과 콘돌프 교수 등 관련 전문가를 만났다. 오마이뉴스 김병기 부사장, 정대희 기자,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국장, 김종술 시민기자, 이철재 에코큐레이터와 전문통역으로 김레베카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 연구원이 함께했다. 비용은 지난해 시민 모금으로 마련했다. 
 

▲ 엘와 강 하구 삼각주에서 바라본 올림픽 산은 만년설로 덮여있다. 엘와 강은 올림픽 산의 만년설이 녹은 물에서 발원한다. ⓒ이철재


댐은 모든 것을 가로막는 장벽 

미국 서부는 우기의 끝자락이었다. 푸른 하늘을 보이는가 싶더니, 보슬비와 장대비를 번갈아 퍼붓는 날씨가 이어졌다. 우리 초봄 날씨와 흡사해 딱 감기몸살 걸리기 좋은 상황이었다(실제 일행 몇 명은 감기몸살로 고생했다). 사실 가장 괴로운 건 어림잡아 서울~부산을 여섯 번 왕복할 거리를 승용차로 이동해야 했다는 거다. 이 때문에 아침 6시에 기상해 오전, 오후 현장방문과 인터뷰 등 예정된 일정을 진행하고 다시 이동하면 숙소에 밤 11시, 12시를 넘어 도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정상 달리는 차 안에서 기사를 작성해야만 했다. 일행이 낯선 외국 땅에서 고난의 강행군을 이어간 까닭은 미국의 물 정책의 현황을 통해 4대강사업의 대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연어가 강을 접하는 걸 가로막는 장벽, 연어가 다른 생물과 만나는 걸 막는 장벽, 우리 부족이 연어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장벽, 우리 부족의 문화적인 전통가치를 접하는 걸 가로막는 장벽, 우리 부족의 고유한 가치를 우리로부터 가로막는 장벽, 이것이 바로 댐이었다."

미국 서북부 워싱턴 주 포트엘젤리스(Port Angeles)에서 차로 30여 분 거리에 있는 올림픽국립공원 내 엘와 강(Elwha River). 이 지역 원주민 클랄람 부족(Klallam Tribe) 의회 프란시스 찰스(France Charles) 의장은 이 강에 만들어진 2개의 댐에 대해 '모든 걸 차단해 버리는 장벽'이라 지적했다. 그녀는 원주민들이 당한 100여 년의 고통을 담아내듯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 일행이 찾은 엘와 강은 양쪽 경사진 둔치를 사이로 쪽빛이 감도는 물줄기였다. 급경사로 이루어진 여울에서는 하얀 포말과 시원한 물소리가 뿜어졌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계곡형 강의 모습이지만, 2011년까지만 해도 볼 수 없던 풍경이었다. 이곳에 높이 33미터 크기의 엘와 댐(Elwha dam)이 있었기 때문. 이 댐은 1913년 건설됐다. 1925년에는 엘와 댐 상류 15킬로미터 지점에 높이 64미터 글라인스 캐니언 댐(Glines Canyon dam)이 들어섰다. 둘 다 하류에 위치한 제지공장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됐다. 
 

▲ 강에서 떠내려와 하구에 쌓인 죽은 나무들은 새로운 생명의 서식처가 된다. ⓒ이철재


어도조차 만들지 않은 댐 

지난 100여 년 동안 두 댐은 엘와 강에 기대어 살아가던 원주민들과 생물들에게 재앙이었다. 올림픽국립공원 관리사무소 브라이언 윈터(Brain Winte) 부감독관은 "댐을 건설할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두 댐은 법률에 규정된 형식적인 어도조차 만들지 않았다. 댐 건설에 대해 클랄람 부족이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미국 내무부 소속 인디언국은 이런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댐 건설로 당장 회귀성 어종인 연어들이 치명적인 영향을 받았다. 이는 원주민 부족이 연어 50%를 잡을 수 있도록 연방정부와 맺은 조약을 침범하는 것이었다.  

엘와 강이 있는 올림픽 반도는 태평양 연어 5종의 주요 산란지이자 서식지였다. 특히 100파운드(약 45킬로그램)에 달하는 시누크 연어가 회귀하는 곳이었다. 댐이 들어서자 연어 산란지 및 서식지 90%가 막히면서 연어들이 급감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핑크 연어의 경우 댐 건설 전 연간 28만 마리가 회귀했지만, 댐 건설 이후에는 고작 200~500마리 수준이었다. 다른 연어도 마찬가지였다. 

엘와 강은 원주민 부족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찰스 의장은 "강줄기 따라 우리 선조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며 "방사성탄소 측정 결과 주거지 터는 800년, 조상들의 무덤은 2000년이 넘게 나온다"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연어는 주요 먹을거리이자 생계수단이었다. 또한 전통문화 그 자체였으며, 풍요의 상징이기도 했다. 두 개의 댐이 들어서자 엘와 강의 생태 시스템이 원주민을 부양할 수 없게 됐고, 그에 따라 공동체가 붕괴됐다. 원주민들은 선사시대 이래 삶의 터전이었던 엘와 강을 버리고 타지로 가거나 벌목꾼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댐으로 가로막힌 삶은 4대강사업 때문에 피해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 어민과 주민들의 삶과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반면, 엘와 강은 2011년부터 2년 6개월 동안 두 개의 댐이 철거돼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환경청(EPA) 자료에 따르면, 엘와 댐 등 철거 비용은 2690만 달러(약 305억 원)가 소요되며, 수력발전소 매입 비용, 어류 산란장 개설 등 강 복원에 총 3억2470만 달러(약 3676억 원)가 들어간다.  

댐들이 철거되자 연어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클랄람 부족 어류 연구 담당관 마이크 맥헨리(Mike Mchenry)는 "엘와 강 상류까지 연어가 올라가 산란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장어 등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생물 종도 돌아왔다"며 "현재는 수천 마리에 불과하지만, 30년 후면 20만 마리가 돌아올 것"이라 기대했다.  

엘와 강에서 댐이 철거된 이유는 연어 복원이 가지고 있는 생태계 서비스 이익과 강 복원이 가지고 있는 경제성 때문이었다. 2011년 한국을 방문해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는 국제적 하천 전문가인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독일 칼스루헤 대학)는 유럽과 북미 지역의 댐 철거에 대해 "연어가 상징하는 자연 생태계의 경제성 때문"이라 밝히기도 했다.
 

▲ 클람람 부족 의회 사무실 앞에 세워진 눈물 흘리는 시누크 언어. 지난 100여 년 동안 원주민과 연어의 수난을 상징적으로 말해 준다. ⓒ이철재


대형 댐을 안 짓는 미국, 한국은? 

엘와 댐은 1978년 댐 안전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 철거 논의의 단초였다. 앞서 1963년에는 멸종위기종법이 통과돼 일부 연어가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됐다. 이를 바탕으로 원주민들과 시민단체의 철거 운동이 거세졌다. 이후 1992년 엘와 강 생태계와 어장 복원을 위한 법이 통과됐다.  

브라이언 부감독관은 "댐 철거 전후 경제성을 자세히 비교하는 자료는 없지만, 지금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 말했다. "필요한 전력은 다른 지역에서 공급되고 있으면서도 강의 흐름이 자연적으로 복원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댐이 철거되고 강과 퇴적토의 흐름이 회복되자 '산 후안 데 푸가(Strait of Juan de Fuca)' 해협으로 이어진 엘와 강 하구에서는 사암이 부서지면서 형성된 검은빛의 퇴적토 350만 세제곱미터가 쌓이면서 삼각주가 형성됐다. 

일행은 미국 도착 첫날인 9일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에서 차로 4시간을 달려 엘와 강 하구를 찾았다. 걸어갈 수 있는 삼각주 한쪽의 길이만 대략 2~2.5킬로미터, 폭 0.2~1킬로미터에 이르는 드넓은 삼각주에서 물떼새, 기러기, 갈매기 등 다양한 새들을 확인했다. 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죽은 나무들이 하얗게 탈색되어 흩어져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엘와 강을 둘러싸고 있는 올림픽 산에서 내려온 나무들이다. 이들을 그대로 두고 있는 이유에 대해 마이크 담당관은 "엘와 강의 침식 과정에서 쓰러진 나무들은 다른 생물들의 먹이와 서식처 기능을 하는 등 생태적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강 복원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의미이다.

브라이언 부감독관의 말도 비슷하다. 그는 "엘와 강 복원에 관계된 모든 이들의 공통된 생각은 '강은 반드시 와일드해야 한다'는 것"이라 말했다. 때론 거친 역동성과 생명을 품는 안정성이 존재하는 강이 더 많은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그것이 결국에 사람에게도 자연 그 자체에게도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어 그는 "댐은 무조건 문제를 몰고 온다. 댐을 지을 때 악영향을 경감시킬 수 있는 사전조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잘 안 돼 미국도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댐 철거 정책에 대해 "지역마다 다르다. 댐을 필요로 하는 지역도 있다"면서도 "안전과 경제성 등 때문에 최근 대형 댐을 짓지 않는 추세는 맞다"고 밝혔다. 

댐 철거 및 강 복원의 경제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복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엘와 강 사례처럼 경제적이면서도 강 복원에 따른 생태계 서비스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4대강사업과 같은 잘못된 정책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면, 이를 바로 잡는 복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 강을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는 것이 곧 돈을 버는 일이다. 그것이 사람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 엘와 댐 철거 자리. ⓒ이철재

leecj@kfem.or.kr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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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앞에서 '촛불시민' 비하한 국가보훈처 강사

 

[발굴] 통일교육인 줄 알았더니 "촛불집회는 선동 탓"... 서울 A초 강의 중단 사태

17.05.27 18:55l최종 업데이트 17.05.27 18:55l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2011년 나라사랑교육 강사단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2011년 나라사랑교육 강사단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 국가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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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에서 보낸 '나라사랑교육' 강사가 초등학생들 앞에서 촛불시위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다가 강의를 중단당하는 사태가 터졌다. 교사들이 '촛불 비하 강의'에 대해 집단 항의했기 때문이다. 

국가보훈처 강사, 자유총연맹 간부에 '태극기 집회' 활동까지

27일 서울 A초등학교와 서울시교육청,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우익단체인 자유총연맹의 양일국 대변인은 지난 24일 오전 11시 40분쯤 서울 A초에서 강의 시작 20분 만에 강단에서 내려왔다. 당초 예정된 전체 강의 분량은 40분이었다. 

 

이날 강의는 서울시교육청의 '통일·나라사랑교육 기본계획' 지침에 따라 이 학교가 국가보훈처에 강사를 신청해 진행됐다. 이 학교는 통일교육주간을 맞아 학생 통일교육 차원에서 이번 행사를 기획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강의 수강자는 이 학교 6학년 여섯 개 반 전체 학생 150여 명이었다. 

이날 강의를 직접 지켜본 교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강사로 나온 양 대변인은 2008년 광우병 우려 사태로 터진 '이명박 정권 규탄 촛불시위'를 겨냥해 비난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6학년 한 교사는 "강사가 강의 초반에 2008년 촛불집회 사진을 보여주면서 '너희들 촛불집회를 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을 던지더니 '몇 년 전에도 촛불집회가 있었다'고 운을 뗐다"라면서 "그런 뒤 촛불집회에 참여한 많은 시민들이 MBC <PD수첩>과 일부 연예인 등 소수 몇 명의 거짓 발언에 선동당한 것처럼 폄하했다"라고 당시 강의 내용을 전했다. 이 교사는 "문제의 강사가 당시 촛불시위를 지지한 연예인들 사진을 화면에 쭉 띄우더니 '거짓말쟁이다, 나쁜 사람들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교사는 "해당 강사가 통일교육을 할 줄 알았는데 20분 강의시간 가운데 15분 정도를 촛불시위 비판에 써버렸다"라면서 "6학년 교사들이 '사실과도 맞지 않는 파당적인 정치발언'을 하는 강의를 계속 이어가게 할 수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해당 강사의 강의록을 받아봤더니 '촛불집회' 등의 내용에서 일탈행위를 발견했다"라면서 "이는 정치적, 당파적 편견을 강의에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한 학교 통일안보교육 강사 서약서 위반"이라고 밝혔다. 

국가보훈처는 말썽을 빚은 양 대변인에 대해 강의 중단조치를 내렸다. 양 대변인은 이달 중 모두 네 차례의 강의가 예정돼 있었는데, 이미 두 번은 강의를 진행한 상태다. 이 기관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강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강사를 해촉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이 지역 초중고에 보낸 '통일·나라사랑교육 기본계획'이라는 지침.
▲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이 지역 초중고에 보낸 '통일·나라사랑교육 기본계획'이라는 지침.
ⓒ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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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대변인은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등이 벌인 태극기 집회 등에 참여해온 인물이다. 

양 대변인은 지난 2월 9일 탄기국 관련 단체가 연 토론회 '국민들은 왜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나오는가!'에서 사회를 맡기도 했다. <미디어워치> 보도를 보면 양 대변인은 같은 달 23일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와 함께 밴드를 구성해 집회의 열기를 높였다. 

이에 대해 양 대변인의 해명을 듣기 위해 자유총연맹 대변인실에 전화를 걸고 쪽지를 남겼지만 당사자와 직접 통화할 수 없었다. 이 단체 대변인실 관계자는 "국가보훈처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나온 발언이기 때문에 그 기관의 해명을 듣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 대변인이 반론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대해 "저희 쪽은 그렇게 판단했다"라고 답했다. 

전교조 "나라사랑교육 명목 반민주교육 중단해야"

전교조 서울지부 관계자는 "이른바 나라사랑교육이란 명목으로 학교에 오는 강사 중 일부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촛불 시민을 비하하는 등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라면서 "이런 비상식적이고 반민주적인 강사들이 학교에서 어린 아이들을 더 이상 가르치도록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국가보훈처는 올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소속 4500여 개교에서 나라사랑교육을 벌인다. 이 교육은 2011년 박승춘 전 보훈처장이 나라사랑교육과란 부서를 신설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올해 해당 교육을 전국 초·중·고에서 진행하는 강의요원은 모두 302명이다. 하지만 이 기관 관계자는 "강의요원의 신상을 언론은 물론 국회에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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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곰은 기차 좋아하고, 표범은 녹차 좋아해

조홍섭 2017. 05. 26
조회수 1385 추천수 0
 
철길에 떨어지는 곡물 수송 화차의 낙곡, 치인 동물, 개미 등 선호
인도 동북부 차나무 밭은 빽빽한 하층 숲이 은신처 제공, 표범 몰려
 
Niels de Nijs-1.jpg» 철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수컷 어린 회색곰. 연구자들이 곡물 수송열차에서 떨어진 곡식을 측정하기 위해 설치한 장치를 물어뜯고 있다. Niels de Nijs
 
대형 포식동물은 훼손되지 않아 먹이가 풍부한 곳, 다시 말해 인적이 드문 곳에 살기 마련이다.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사람이 바꾼 환경이 종종 이들을 불러들이기도 한다. 쓰레기 매립장은 대표적인 예이다. 유럽황새와 터키의 불곰이 매립장에서 먹이를 구하느라 오랜 이동 경로를 바꾸고 있다(■ 관련 기사쓰레기를 사랑한 야생동물의 비극).
 
쓰레기 매립장뿐이 아니다. 도로나 철도는 야생동물을 죽이고 또 그것이 다른 야생동물을 불러모은다. ‘로드 킬’로 잘 알려진 도로 말고 철도 또한 야생동물에 큰 영향을 끼친다.
 
철도는 도로보다 교통량은 적지만 야생동물이 입는 피해는 더 클 수 있다. 무엇보다 기차는 야생동물을 피할 길이 없고 정지하는 데도 시간이 더 걸린다. 차체가 커 동물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덜 개발된 지역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 충돌사고가 나도 사람이 입는 피해가 거의 없으니 관심도 덜하다.
 
지역에 따라 철도는 도로보다 더 큰 피해를 야생동물에 입힌다. 캐나다 밴프 앤 요호 국립공원도 그런 곳으로, 이 지역에 사는 회색곰 전체 개체수가 약 60마리인데 이제까지 19마리가 기차에 치여 숨졌다.
 
Wing-Chi Poon_1280px-Reflection_at_Two_Jack_Lake.jpg» 캐나다 로키산맥에 위치한 밴프 국립공원 모습. Wing-Chi Poon, 위키미디어 코먼스
 
모린 머레이 캐나다 앨버타 대 생물학자 등은 이 국립공원에서 회색곰 21마리에 위성추적 목걸이를 부착해 이들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한편 배설물을 분석해 철도의 이용과 영향을 조사했다. 과학저널 <플로스 원> 24일 치에 실린 이들의 논문을 보면, 회색곰은 철도를 광범하게 이용했다.
 
곰이 철도를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곡물을 실은 화물열차에서 적지 않은 곡식이 철도에 떨어진다. 특히 수확기인 가을철에 곰들은 떨어진 낱알을 많이 섭취했다.
 
곡물에는 자연계에서 찾을 수 없는 풍부한 영양분이 들어있다. 밀과 보리에는 탄수화물이 많고, 캐놀라 씨에는 지방이, 렌틸콩에는 다량의 단백질이 들어있어 곰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먹이이다. 철길에서 150m 거리 안에서 확보한 곰 배설물의 43%에서 곡물이 나왔다.
 
철도는 숲에 생긴 열린 공간이어서 민들레, 개미 같은 새로운 생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곰들은 이런 새로운 먹이를 놓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철길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사슴 등 다른 동물은 외면하기 힘든 단백질원이다. 곰들은 일정 영역의 철길을 자신의 영역으로 확보해 매일 순찰하면서 먹을 것이 생겼는지 확인했다. 철도는 이들의 손쉬운 이동통로 구실도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회색곰 21마리 중 17마리는 하루의 9% 미만을 철도에서 보냈지만 나머지 4마리는 20% 이상을 보내는 등 철도 이용률이 매우 높았다는 것이다. 4마리 가운데 3마리는 청소년기의 어린 개체였는데, 1마리는 전체 무리에서 가장 큰 우두머리 수컷이었다. 
 
경험 없는 미성숙 개체가 철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면 기차에 치일 위험도 커진다. 반대로 우두머리 수컷은 위험을 회피할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보이는데, 국립공원 철길의 절반을 제 영역으로 차지해 다른 개체들이 철길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그럼으로써 사고 위험도 줄이는 구실을 하는지가 관심거리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한편, 철도에서 7㎞ 떨어진 곳의 곰 배설물에서도 곡물이 확인돼 곰이 씨앗의 확산시키는 구실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운송되는 곡물 가운데는 유전자 조작 캐놀라 종자가 들어있어 외래종이 퍼져나갈 우려도 제기됐다.
 
KALYAN VARMA-1.jpg» 표범 한 마리가 차나무 밭에서 죽은 가우어(야생 들소)를 먹고 있다. KALYAN VARMA
 
인도 북동부에서는 표범이 차나무밭에 자주 출몰한다. 동부 히말라야의 생물 다양성이 높은 이 지역에는 소규모의 자연보호구역 외에 대규모 차나무밭이 농지, 마을과 함께 펼쳐져 있다.
 
아리트라 크쉐트리 야생동물보전협회(WCS) 인도 지부 연구자 등은 <플러스 원> 17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이 지역에 서식하는 표범이 남긴 표식을 바탕으로 활동영역을 조사한 결과를 밝혔다. 놀랍게도 야생지역 밖에 있는 차나무밭의 25%에서 표범이 아주 자주 드나들었다.
 
이 지역에서는 2009∼2016년 사이 표범과 사람이 조우한 사례가 350건에 이르고, 5명은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차나무밭에 드나드는 표범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일은 없었다. 
 
크쉐트리는 “이번 연구에서 표범이 많이 이용하는 지역이라고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도 잦지는 않음이 드러났다. 상처를 입은 사람 얘기를 들었더니 표범과의 조우는 대낮에 차나무밭에서 일하던 사람과 사이에 우발적으로 일어났고 부상 정도도 경미했다”라고 이 협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표범은 울창해서 숨기 좋은 차나무 밭 근처에 굴을 파고 새끼를 낳곤 한다. 사람 공격은 이런 번식지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논문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표범이 개발이 많이 이뤄진 지역을 피해 빽빽한 하층 식생이 있는 차나무밭을 찾아오는 것으로 보았다. 크쉐트리는 “연구 결과는 넓은 영역을 지니는 포식 동물에게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인위적인 지역도 보전을 위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사람과의 충돌을 효과적이고 사전적으로 줄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urray MH, Fassina S, Hopkins JB, III, Whittington J, St. Clair CC (2017) Seasonal and individual variation in the use of rail-associated food attractants by grizzly bears (Ursus arctos) in a national park. PLoS ONE 12(5): e0175658. https:// doi.org/10.1371/journal.pone.0175658
 
Kshettry A, Vaidyanathan S, Athreya V (2017) Leopard in a tea-cup: A study of leopard habitat-use and human-leopard interactions in north-eastern India. PLoS ONE 12(5): e0177013.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17701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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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수난의 시대, 비평을 되살려야

 

문재인 시대의 언론, 실패를 반복하는 가시밭길로 가야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7.05.26 08:                   

        문재인 대통령의 첫 수석비서관 보좌관 회의는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에겐 대단히 만족스러운 신호를 남겼다. 받아쓰기가 필요 없고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한, 그야말로 ‘회의’라는 말의 본래적 의미에 맞는 방식으로 수석비서관 보좌관 회의를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낸 말은 “이 회의가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인 만큼 참모들에게는 이견을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반대 의견이 있었다는 것까지 함께 (언론에) 나가도 좋다”, “대통령이 나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품지 말고 이상한 느낌이 들면 황당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어도 자유롭게 얘기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말은 언뜻 보기에 참모들을 단순히 독려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민주주의라는 개념의 가장 중요한 본질을 언급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어찌됐건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가장 큰 권한과 책임을 가진 이는 대통령 본인이다. 참모들로서는 대통령의 의견과 철학을 거스르는 발언을 꺼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 의견’이 없으면 토론이 되지 않는다. 이 회의에서 토론이 되지 않으면 올바른 국정운영은 불가능하다. 보수정권의 지난 9년간 문제도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참모들에게 그것이 ‘황당한’ 수준의 것일지라도 이견을 말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그래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의민주제를 따르는 나라에 야당과 여당이 맞부딪치는 의회가 반드시 존재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많은 국민들은 “싸우지 않는 국회를 보고 싶다”고 하고 정치인들은 이에 곧잘 “일하는 국회를 보여 주겠다”고 화답하지만 ‘싸우지 않고 일하는 국회’는 사실 불가능하다. 정치인에겐 싸우는 것이 일이고, 뒤집어 말하면 이는 곧 ‘정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싸우지 않는 것은 정치를 하지 않는 것이고, 정치를 하지 않는 국회란 곧 일을 하지 않는 국회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권력과 언론, 독자 간의 갈등 구도도 마찬가지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권력은 힘이 세다. 언론의 임무는 이를 감시하고 비판하며 ‘공론’을 조성하는 것이다. ‘공론’이 조성되는 과정을 정치의 언어로 하자면 ‘숙의’일 것이다. 권력이 숙의를 통한 공론을 생산적인 방식으로 존중하는 것은 바람직한 통치의 기본이다.

문제는 오늘날 이런 이상적 모델을 말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거다. 언론은 “잘한 것은 칭찬하고 못한 것은 비판한다”는 명분으로 온갖 기술을 동원해 사건을 요리하며 자기 이익을 챙긴다. 정치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 결단했다”고 말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조차 뒷돈을 주고받는 데 익숙하다. 권력은 언론을 장악하고 정치를 무력화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과거 같으면 은폐되고 조작됐을 스캔들은 오늘날처럼 미디어가 정보를 거의 완전히 지배하는 사회에선 의도치 않은 실수들을 통해 대중(이 아래부터 나오는 ‘대중’에는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포함된다) 앞에 낱낱이 밝혀진다. 대중은 더 이상 민주주의의 이상을 말하는 자들을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제 대중은 정치와 언론의 ‘엘리트’들이 말하는 명분이 아니라 자신들과 보다 비슷한 처지에 있다고 인식되는 네티즌, SNS이용자, 팟캐스트 진행자의 주장을 더욱 신뢰한다. 특별한 영민함을 지녔지만 기성의 체제에 포섭되지 못한 정치인이나 언론인들은 이러한 새로운 흐름에 망설임 없이 편승한다.

어떤 사람들은 ‘작가’를 자처하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내놓은 ‘진보어용지식인론’을 이런 사례의 하나로 지목하지만, 이게 권력의 ‘입각을 하라’는 요구에 대한 답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잠재적 정치인(?)이 택한 방어적 제스추어에 불과한 걸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그의 이런 ‘선의’를 인정하더라도 이는 결국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일들의 연속이 이른바 ‘진보언론’을 둘러싸고 일어난 사태들의 보편적 배경이다.

어떤 사람들은 대중을 꾸짖거나 액면 그대로의 요구를 받아주는 것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소용이 없다. “역시 저들이 내세우는 ‘저널리즘’이란 허울뿐”이라는 확증편향적 인식의 근거를 제공할 뿐이다. 단기간에 대중의 믿음을 바꿀 수단은 없다. 그렇다면 남는 방법은 정치와 언론이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장구한 노력을 거듭하는 것뿐이다. 얽힌 매듭을 단칼에 잘라내는 것과 같은 쉽고 확실한 해결책은 단언컨대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더 이상 사건 자체의 내용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이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오직 이 문제가 누구의 책임이며 배후에 어떤 사익의 논리가 작동하였는지일 따름이다. 그래서 오늘날 대부분의 ‘논쟁’이라는 것은 ‘왜 누구에게는 이러했는데 다른 이에게는 저러했는가’라는 ‘내로남불’의 논리를 따지는 것이거나 ‘너는 과거에 나를 속였으니 지금도 나를 속일 것’이라는 자격론, ‘네가 나를 기만하니 나도 너를 기만하겠다’는 무차별적 응징의 논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 과정에 애초의 ‘사건’은 사라진다.

그런데 사실 이는 대상을 구매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판단으로 상품의 생사여탈을 결정할 수 있는 ‘소비의 논리’이며, 이런 구조 속에서는 정치와 언론 역시 ‘상품’의 지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상품은 스스로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상품이 되기를 자처한 정치와 언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다 같이 망하는 일뿐이다. 그럼에도 왜 대중은 소비의 논리를 쉽게 채택하고 나머지 방식을 그토록 빨리 기각하는가? 그것은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이야말로 오늘날의 대중이 가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체제적 정체성이기 때문이 아닌가?

따라서 정치와 언론이 공론 조성과 숙의를 가능케 하는 공론장을 다시 복구해야 한다면 안락한 환경에서 벗어나 체제에 도전하는 어떤 결단을 내리는 것이 급선무이다. 정치는 대중이 오늘날 상실한 생산자이자 주권자이자 통치자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를 거듭해야 하고, 언론은 사건의 본질을 간파하고 이를 탁월하게 다뤄내고야 마는 저널리즘의 본령을 구해야 한다.

즉, 대안을 만들고자 하는 정치와 언론은 우리가 지금 스스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체제적인 것이라는 사실에서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목도하는 이 현상은 심지어 세계적이다. 저널리즘이 불능화 되고 정치가 마비된 세계를 확인해보고 싶다면 눈을 들어 시리아를 보라. 가짜뉴스가 언론을 대체하고 있어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어떤 정보도 전적으로 신뢰할 수가 없다. 내전 외에는 어떠한 정치적인 갈등 해결책도 찾을 수 없다. 세계는 오랫동안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공공성과 공정성을 꼽아왔다. 뉴미디어의 시대는 여기에 다양성을 더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 상황이 앞의 디스토피아를 만든 또 하나의 요인이다. 공공성과 공정성을 다양성이 잠식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관철시키는 선순환을 만들려면 다시 매체 간의 생산적 비평을 말하는 게 필수다. 미디어비평지의 창간은 이를 저널리즘의 방식으로 모색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였을 것이다. 이러한 몸짓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쉽게 살아왔다. 돌아보면 그저 ‘반MB’를 외치는 건 얼마나 손쉬운 일이었는가. 문재인 시대이기 때문에 대안을 꿈꾸는 정치와 언론은 과거 9년보다 더한 절박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오히려 문재인 시대이기 때문에 정치와 언론은 숱한 실패를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나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대중의 요구에 답하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이 가시밭길을 가야만 한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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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6명, '이낙연 총리 임명에 문제 없다'

 

미디어오늘 의뢰 에스티아이 여론조사 결과 현재 나온 의혹 문제 없다 의견 우세해...문재인 정부 초기 논쟁 이슈에 대해 힘 실어주는 분위기도 감지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2017년 05월 27일 토요일

부인의 위장 전입신고가 사실로 드러나고 아들 병역 면제 의혹과 대가성 입법 발의 의혹을 받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청문 보고서 채택에 반대하면서 임명 동의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국민 10명 중 6명은 이 같은 의혹이 총리 임명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왔다.

미디어오늘이 25일과 26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청문회에서 나온 이낙연 총리 지명자와 관련한 몇가지 의혹들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67.1%가 총리 임명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총리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5.9%,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7.0%로 나왔다. 

지지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83.9%), 국민의당(70.0%), 바른정당(53.7%), 정의당(72.1%) 지지층에서는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라는 응답이 우세한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는 ‘총리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다(53.8%)’는 응답이 더 많았다. 지역별로는 호남지역에서 86.5%가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답해 이낙연 총리 임명에 대한 지지의사가 가장 높았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5대 인사 원칙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대통령이 해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특히 한국당은 총리 후보자로서 도덕성이 미달한다고 보고 있지만 국민 여론의 체감온도와는 떨어져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주)에스티아이 박재익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 주고자 하는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며 "임명동의에 부정적인 야당에게는 이 같은 국민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청문회를 앞둔 다른 후보자들 또한 이른바 '위장 전입'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청와대의 대응 기조에 따른 여론의 반전 가능성 또한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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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자 총리 임명 문제를 포함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복원 및 감사 문제, 개혁 추진 문제 등에 대해서도 상당히 우호적인 여론이 감지된다.

일례로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4년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에 반대했던 김이수 헌법재판관을 소장 후보자로 올리면서 진보당 해산 반대를 첫 번째 인사 요청 사유로 밝혔는데 김 재판관의 진보당 해산 반대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50.1%가 김 재판관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김 재판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25.9%, 잘 모르겠다는 24.0%로 나왔다.  

앞으로 김이수 헌재소장의 인사청문회에서 진보당 해산 반대 의견에 대한 색깔론 같은 정치공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체로 김 재판관의 '소신'에 동감하는 방향으로 여론이 기울여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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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첫 시험대로 일자리확충을 위한 10조원 편성 추가 경정예산이 국회를 통과할 것인가가 화두로 떠올랐다. 여론은 '일자리 확충이라는 새 정부 주요 정책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예산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73.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대로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현실에 맞지 않으므로 예산을 통과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16.7%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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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를 철거하고 공사 이전 상태로 복원 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환경을 살리기 위해 공사 이전 상태로 복원시키는 것에 찬성한다'는 67.4%, '4대강 문제가 심각한 것이 아니므로 복원시키는 것에 반대한다'는 24.2%, 잘 모르겠다는 8.4%로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전격 4대강 공사에 대한 감사를 지시하자 이전 이명박 정권에 대한 앙갚음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는 여론이 높게 나오면서 4대강 감사도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를 대신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두고 각 기관 업무보고를 받고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점검하는 등 발 빠르게 개혁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개혁을 우선에 두고 정책을 보다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56.9%, '통합에 우선을 두고 정책을 보다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34.9%로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소통과 개혁을 내세운 만큼 정권 초기 과감한 개혁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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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문재인 정부의 남북교류 개선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시기상조라는 응답이 많았다.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적절한 일이다'라는 응답은 42.6%로 나왔다. 반면 '현재 남북상황을 봤을 때 부적절한 일이다'라는 응답은 50.0%로 나왔다.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남북 대화 국면이 무르익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교류 개선은 무리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튼튼한 안보' 정책과 별개로 남북관계 개선 문제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만을 대상(사례수 1000명 중 856명)으로 이유를 물은 결과 소통에 가장 후한 점수를 준 것으로 나왔다.

'국민과의 소통을 잘하고 있다'는 50.7%, 이어 '정책 추진을 잘하고 있다'가 23.2%로 나왔다. '참모진과 내각 인사를 잘하고 있다'는 17.1%로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매우 잘함' 63.9%, ‘어느 정도 잘함’ 21.7%로 잘함이 85.6%로 나왔고, ‘별로 잘 못함’ 4.8%, ‘매우 잘 못함’ 3.4%로 잘 못함이 8.1%로 나왔다.

한편, 대선 이후 야당의 통합 문제도 앞으로 정치 지형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독자 정당을 유지하는 것이 정치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쪽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나왔다. 

'국민의당이 앞으로 어떻게 행보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지금대로 독자 정당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응답이 39.4%로 나왔고,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이 낫다'는 응답은 29.0%로 나왔다. '바른정당과 통합하는 것이 낫다'는 응답은 12.7%에 그쳤다. '기타/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8.9%였다. 

'바른정당이 앞으로 어떻게 행보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지금대로 독자 정당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응답이 50.3%로, 자유한국당과 통합하는 것이 낫다(14.4%), 국민의당과 통합하는 것이 낫다(16.5%)는 응답보다 월등히 높았다. 기타/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8.8%였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59.4%, 자유한국당 14.5%, 국민의당 7.4%, 정의당 4.8%, 바른정당 4.2% 순으로 나왔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조사 개요> 

조사 제목 : 미디어오늘-(주)에스티아이 5월 월례조사 

조사 기간 : 2017년 5월 25-26일 

조사 대상 :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 

조사 방식 : 휴대전화 RDD 자동응답방식 

표본 추출 방법 : 성별, 연령별, 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라 표본수를 할당하여 추출

가중값 산출 및 적용 방법 :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값 부여 (2017년 4월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표본 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본오차 ±3.1%p

응답률 : 6.3%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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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고교 혁명', 넘어야 할 몇 가지 산

 

[분석] 탄력받는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 "절대평가, 교과서 자유발행 등 필요하다"

17.05.27 10:08l최종 업데이트 17.05.27 13:45l

 

학생, 교사, 학부모를 이른바 '교육3주체'라 말하고, 그중에서도 학생을 교육 제1주체라고 말한다. 그러나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에서 과연 학생이 교육주체인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교육내용·교육방법·교재 및 교육시설은 학습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개성을 중시하여 학습자의 능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강구돼야 한다"라고 교육기본법 제12조에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학생은 철저하게 '객체'였고 어떤 의미에서는 교육이 아닌 '사육'을 받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전문가들에 의하면,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학생의 선택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기보다 학교가 정한 교육과정에 학생들을 맞추는 경향이었다. 학생의 흥미와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과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선발 중심, 대입 중심의 획일화된 틀과 수능 문제풀이 중심의 시스템에 갇혀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로 갈수록 수업시간에 졸거나 다른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소수의 우수 학생 중심의 수업 관행으로 다수의 학생들이 학습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또한, 결과와 서열, 지식 중심의 평가 관행 역시 여전하다. 학교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수업과 평가에서 학생이 그 중심에 서 있지 못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문재인 대통령, 고교학점제 통해 진로맞춤형 교육 추진
 

지난 3월 교육공약 발표 "교사가 수업을 개설하고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는 완전히 다른 교실을 만들겠다”
▲ 지난 3월 교육공약 발표 "교사가 수업을 개설하고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는 완전히 다른 교실을 만들겠다”
ⓒ 문재인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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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후보시절 "우리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연속 꼴찌를 차지하고 있고, 아이들 절반 이상이 '수업시간이 불행하다'고 말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불행의 배경에는 과도한 경쟁교육이 있다, 꿈이 없는 아이들은 거칠어진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배경 아래, 올해 대선에서는 "필수과목을 최소화하고 학생들에게 교과 선택권을 부여하는 고교학점제 통해 진로맞춤형 교육을 추진하겠다, 교사가 수업을 개설하고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는 완전히 다른 교실을 만들겠다"라고 약속했다. 사실상 고교학점제를 대선 핵심 공약으로 내건 셈이다. 

이에 따라 '고교학점제'는 시험학교 확대 운영 등의 방식으로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새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교육부는 "학생의 과목 선택권 강화 차원에서 고교학점제 공약에 공감한다"라며 "도입 시기와 구체적 방안에 대한 연구와 의견수렴 등을 거쳐 계획을 세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고교학점제란 고등학교에서도 대학처럼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으로 나눈 후,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며 필요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로 현재 핀란드,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학교는 다양한 수준의 강의를 개설하고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강의를 선택할 수 있다. 과목은 필수, 전문심화, 자유선택으로 구분되는데, 수준에 따라 최고 14단계까지 구분되며, 필수과목이 제한적인 반면 선택과목의 폭이 넓다.

문재인 캠프에서 교육정책을 총괄한 김상곤 전 교육감은 고교학점제의 도입 시기에 대해 "단계적 도입이라고 해서 무기한으로 여유를 둘 수는 없다"라면서 "최소한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서 어느 정도 틀과 방안이 마련돼 현장에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희망하는 학교에 우선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임기 내에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학교 내 개설 강의를 최대한 늘리고, 지역 내 학교 간 학점 연계를 확대하는 한편 온라인 수업도 개설하는 방향으로 고교학점제를 단계적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학처럼 낙제 학점을 받을 경우 해당 과목에서 과락하게 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재수강제도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교학점제 관련 공약을 살펴보면, 진로설계코칭을 강화하되, 1단계로 학교 내 개인맞춤형 선택 교육과정을 도입한 뒤, 2단계로는 학교 간 연합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3단계로 지역사회 연계형 교육과정운영을 거쳐, 마지막 4단계 온라인 기반형 교육과정까지 나아가는 구상이다.

고교학점제 도입되면 교실에서 잠자는 학생은 사라진다
 

지난 5월 18일 새 정부 교육정책 설명하는 김상곤 전 교육감  “희망하는 학교에 우선 시범학교를?운영하고 임기?내에?전국적으로?확대할?계획”
▲ 지난 5월 18일 새 정부 교육정책 설명하는 김상곤 전 교육감 “희망하는 학교에 우선 시범학교를?운영하고 임기?내에?전국적으로?확대할?계획”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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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공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제도로 평가된다. 학생들에게 수업선택권을 주는 대표적인 학교인 '신현고' 사례에서 보듯, 가장 큰 변화는 교실에서 잠자는 학생들이 없다는 것. 

평소 학생 선택권 강화를 주장해왔던 방용호 부천교육지원청 교수학습국장은 크게 반겼다. 그는 "학교는 학생을 위한 공간이다, 그러므로 학생이 중심이 돼야 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학생중심의 교육을 위해서는 학생이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잘 살펴야 한다, 그 요구를 거스르지 않고 따라가다 보면 학생은 행복해 하고 학부모는 어깨춤을 추며 교육은 신바람이 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 진로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과정을 다양하게 열어주는 것은 학생 선택권을 강화하는 정책 중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라면서 "가장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진로집중과정은 학생의 삶과 유의미한 수업으로 연결되기에 한층 더 의미 있는 학교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된다"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경직된 교육과정이 유연하게 바뀌어 학생들이 자기 진로를 찾아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면서 "재수생과 반수생을 줄여 소모적 교육이 생산적 교육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 국장은 고교학점제(학생들에게 교과 및 교과목 개설 요청권 보장, 단위학교 차원에서 다양한 진로트랙 운영, 최소 이수학점과 총 이수학점 충족 시 졸업 인정, 학점 미이수 과목에 대해서는 재수강제도 도입, 학교 밖에서의 학습 경험에 대해 요건 충족 시 학점 인정) 및 무학년제 운영(교과 선택권 확대를 위해 선택교육과정은 무학년제 운영, 수학 영어 위계형 교육과정의 경우에는 학습 수준에 따라 무학년제 운영, 학습 진도, 개인의 수준 등에 따라 다양한 학습 단위 구성, 수준별에 따른 다양한 교과목의 세분화 추진)의 필요성에 대해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한 바 있다.

대선 기간에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이범 교육평론가는 "고교평준화는 선발을 배제한 다양화와 개인화를 지향한다"라고 운을 뗀 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획일화돼 있고 그 중에서도 일반고 '공통필수' 수학은 명백히 과잉"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고교학점제는 평준화 체제 속에서의 교육과정 다양화를 가능하게 하고, 입시 준비의 합리화를 의미하기도 한다"라면서 "현재의 입학사정관제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비교과 영역을 축소하고 교과전형으로 통합해야 하는데 교과의 선택권 확대를 통해 학생의 특성을 나타내는 방식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학생 수 감축에 따른 교원 정원 감축의 문제를 고교학점제를 통해 해소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미 충남 삼성고 등에서 고교학점제를 현실화했다"라고 덧붙였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들의 적성과 수준과 관심에 따라 다양한 과목들 간의 조합과 융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학년제 하에서 대학과 유사한 과목선택제를 도입하는 방안, 오전에 필수과목을 수업하고 오후에 선택과목을 수업하는 방안(홍콩 모델), 무학년제로 운영하여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방안(핀란드 모델) 등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다.

취지는 공감... 하지만 "준비 부족" 우려 목소리도
 

[자료사진] 국회에서 열렸던 관련 토론회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에서 과연 학생이 교육주체인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 [자료사진] 국회에서 열렸던 관련 토론회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에서 과연 학생이 교육주체인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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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입시경쟁 위주의 현 교육체제 속에서 가능하겠는가, 이상론 아니냐? 충분한 준비 없이 졸속으로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부작용이 클 것이다,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기간이 확보돼야 한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고교학점제가 고교 서열화를 막으면서 학생 맞춤형 교육과 교육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좋은 제도지만, 수능에서 아랍어가 좋아서 선택하기보다는 점수를 따기 위해 선택하듯 학생들이 적성과 소질보다는 대입 유불리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고교학점제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서는 막대한 인적·물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 그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진단이다.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려면 교사 확충과 교실 여건 마련, 교원 양성 제도 개선 등도 필요하고 내신 절대평가, 대입 제도 개선 등 선행하거나 병행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설명이다. 

학생들도 과연 적은 숫자가 선택한 과목도 폐강되지 않고 개설될까 궁금해 했고, 설사 개설되더라도 현재와 같은 내신 9등급제에서는 수강생이 적은 과목의 경우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 받기 쉬운 과목이나 인기과목 위주로 선택하는 이른바 '쏠림현상'이 일어나지 않겠느냐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또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제도이지만 중간에 진로가 바뀌는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대표는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고, 공부 잘하는 소수의 학생을 위해 들러리로 전락한 많은 학생들을 위해서도 고교학점제는 필요하다"라면서도 "무학년제와 절대평가로 전환해야만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무엇보다 교사들의 자발적 의지가 중요하기에 동의와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혁신학교처럼 희망하는 학교 위주로 '선택형 교육과정'을 확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당장 완전한 절대평가 도입이 어렵다면 과도기적으로 완화된 형태의 상대평가를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고교학점제 성공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4가지

미양고 이기정 교사는 "학생에게 과목 선택권을 주면 국영수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실제로는 국·영·수 비중이 더 낮아질 것"이라면서 "특히 수학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학교에 선택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무학년 학점제와 더불어 학급별(교사별) 평가제도, 절대평가제, 교과서 자유발행제 등 평가체제 전환이 필수적"이라며 "국민들도 일정 정도 부작용과 혼란을 감수하겠다는 뒷받침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철두철미한 준비없이 섣부르게 도입하면 학교현장에 갈등만 불러일으키는 무의미한 제도로 끝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현 참교육연구소장은 "정착시키는 데 현실적·교육학적 어려움이 예상된다"라며 "충분한 논의와 많은 검토 필요하다,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학년 학점제를 통해 학교교육을 입시 준비교육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겠다는 것도 한국의 교육현실에서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대학 입시에서 수능 비중이 높다면 학생들은 수능에서 중요한 과목만 집중 선택할 것이고, 반면에 내신의 비중이 높다면, 학생들은 점수를 쉽게 딸 수 있는 과목, 공부에 흥미가 적은 학생들이 몰리는 과목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무학년 학점제로 인하여 학교 교육이 대입 준비에 도움이 안 된다면 사교육이 폭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핀란드 등 교육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도 고교학점제 도입 등 학생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우리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대평가 전환 없이 시범학교 위주로 도입하면 실효성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일시에 전국적으로 확대하자니 무리수가 따르고, 새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듯하다. 

또한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워 보인다. 어렵사리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을 이뤄내더라도 대학이 변별력을 이유로 심층면접이나 본고사 부활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또 다른 형태의 사교육이 팽창할 수도 있어, 고교학점제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한편, 조희연 교육감은 고교학점제에 대해 "잠자는 학생들 깨우는 맞춤형 교육"이라면서, 서울특별시교육청 차원에서 고교학점제의 원활한 현장적용을 위해 교육과정 전문가, 현장 교원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다. TF는 고교 학점제 활성화를 위한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등 평가 방법 혁신과 수능 개선, 교원 수급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희연 교육감 고교학점제는 “잠자는 학생들 깨우는 맞춤형 교육”
▲ 조희연 교육감 고교학점제는 “잠자는 학생들 깨우는 맞춤형 교육”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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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텔스 전투기’, “베끼고, 훔치고, 창조하라!”

 
[밀리터리 차이나-윤석준의 ‘차밀’]
 
윤석준  | 등록:2017-05-27 13:49:01 | 최종:2017-05-27 14:00:3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밀리터리 차이나-윤석준의 ‘차밀’] 중국 ‘스텔스 전투기’, “베끼고, 훔치고, 창조하라!”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는 분야 중 하나가 ‘항공기’다. 특히 군용 항공기 분야에서는 매우 열세다. 중국 군용기 대부분이 구소련 항공기 역설계·역공정 모델인 데다 엔진 개발도 쉽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일까. 중국이 2012년부터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록히드마틴 F-35에 대적하는 선양 젠(J·殲)-31(수출형 FC-31), F-22 랩터에 필적하는 청두 젠(J·殲)-20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주하이(珠海) 에어쇼에 모습을 드러냈고, 중국 공군의 제5세대 전투기로 분류된다. 

 

 

 

 

중국의 최신예 스텔스기 젠-20 [출처: 중앙포토]

게다가 최근 미국이 F-35B 스텔스 전투기의 해외 첫 실전 배치 지역으로 일본을 택했다. 중국도 스텔스 전투기인 J-20 생산과 J-31 개발로 맞서고 있다. 스텔스 경쟁은 미국과 중국의 동북아 군사 주도권 경쟁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물론 중국 J 시리즈 전투기가 진짜 ‘스텔스’기라는 전제하에서다.

 

 

중국이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 ‘젠-31’이 흰 연기를 내뿜으며 창공을 가르고 있다. 2012년 10월 31일 오전 선양의 비행장에서 젠-31의 첫 시험비행이 실시됐다고 중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출처: 중앙포토]

중국 전투기, 정말 스텔스기일까. 외형부터 보자. 2012년 10월 31일에 비디오 설명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J-31은 길이 17.3미터, 무게는 28톤으로 약간 더 커졌다. 디자인만큼은 스텔스형으로 보였다. 레이더도 중국산 다기능위상배열(AESA) 탑재했다고 밝혔다.

2014년 중국 에어쇼에서 시험비행 중인 ‘J-31’ [출처: 유튜브]

시험비행은 실망스러웠다. 급상승 기동이 없었으며, 회항 기동도 없는 단순 근접 비행(fly-by)이 대부분이었다. 이를 두고 지난 3월 22일 영국 IHS 제인 디펜스 위클리는 “중국 스텔스기 J-31의 시험비행을 보면 스텔스기의 기본인 항공역학 성능이 부족해 보인다”는 평가를 내렸다.

 

 

상단은 미국 F-35형태를 모방한 중국 J-31, 하단은 왼쪽부터 미 F-22, 중 J-20, 미 F-35, 중 J-31[출처: 영국 가디언지]

가장 큰 문제는 엔진이다. 중국 독자형 ‘WS-15’ 엔진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투기에 쓸 엔진을 러시아제 살류트(Salyut) ‘AL-31F’ 또는 ‘AL-31EF’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엔진은 재연소 기능(애프터 버너)이 없이는 초음속 비행이 불가능해 적외선으로 항공기가 지나간 자리(항적·infrared footprint)가 그대로 드러난다. 

*재연소 기능(애프터 버너): 초음속으로 급가속하기 위해 제트 엔진에 장착하는 재연소 장치

두 번째, 디자인이다. 항공역학 기술이 제대로 적용됐는지가 미지수다. 중국은 지난 20년간 러시아 수호이 전투기 디자인을 모방해왔다. 최근에는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22와 F-35를 그대로 흉내 내기까지 한다. 하지만 J-20과 J-31 스텔스 전투기를 살펴보면 1960년대 F-117과 B-2 폭격기 외형 따라 하기에만 급급한 것 같다. 

 

 

F-35 전투기가 탑재한 장비 [출처: 중앙포토]

스텔스 기능은 외형뿐만 아니라 복잡한 기술 체계가 뒷받침돼야 제대로 작동한다. 스텔스 효과를 위해 필요한 기술을 보자. 레이더 저반응을 위한 비행통제장치, 재연소 기능 없이도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강력한 엔진, 열처리된 동체 표면, 플라스마 외형 코팅 등이 필요하다. 특히 레이더는 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AESA)가 필수다.

‘스텔스 효과가 있다’고 보는 기준은 이렇다. 외형 디자인과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는 재질까지 갖춰졌다고 본다면 적대공 레이더가 탐지 가능한 면적(Radar Cross Section)을 0.1㎡를 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J-20, J-31 모두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양산(量産)이 미뤄지고 있다.

세 번째, 작전 능력이다. 스텔스기는 적의 지휘부, 군사지휘소 그리고 은닉된 핵심 군사시설을 목표로 원거리 정밀타격 임무를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지휘통제소와 직결되는 동시에 전략적 정보자산을 직접 활용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중국 J-20과 J-31은 아직 시제기 수준으로 재래식 전투기가 하는 해외 육상기지나 항공모함에 뜨고 내리는 임무에 그치고 있다. 그만큼 종합적인 기능과 체계가 미흡하다는 얘기다. 

 

 

F-35 탑재 전술핵 이용한 북 벙커 파괴 개념도 [출처: 중앙포토]

마지막으로 ‘외형적 요건을 진정으로 갖췄는가’다. 스텔스는 원거리 통신체계, 정밀 레이더 안테나, 공중 급유구를 반드시 내장해야 한다. 각종 장비가 돌출돼 있을 경우 전자기파를 더 방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J-20과 J-31은 완전한 ‘내장형’ 디자인이 아니다. 그냥 외형만 미국 스텔스기를 모방했을 뿐이다. 지난해 11월 16일 영국 IHS 제인 디펜스 위클리는 “스텔스기는 무장(폭격물)을 투하하기 위해 무장고(武裝庫·Bay)를 여는 순간 레이더에 노출된다”며 “불과 1~2초 순간인데 이를 고려한 위장 기술이 있어야 하지만, 중국 공군이 보유하고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이런데도 중국 공군은 스텔스기가 꼭 필요할까. 회의적이다. 스텔스 전투기는 상대적으로 우세한 국가와 인접했을때 전략적 억제수단으로 쓰인다. 일본이나 호주가 대표적이다. 해외 원거리 작전을 수행하는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도 스텔스기를 선호한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하고는 단독으로 개발한 돈이 없어 ‘못’한다고 보면 된다. 

 

 

수평으로 날다 갑자기 수직상승하는 ‘수호이(SU)-35’ 전투기 [출처: 러시아 국영 타스(TASS) 통신사]

무리한 투자라는 세간의 지적에도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스텔스기 개발을 멈출 생각이 전혀 없다. 중국은 자체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 J-20의 대량 생산해 실전 배치하기 전, 전력 공백을 메우려고 ‘수호이(SU)-35’ 전투기 24대를 사들이기로 했다. 실상은 중국이 러시아제 최신예 전투기 기술 특히, ‘엔진 기술’을 탐내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기술 이전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물밑 다툼이 벌어진 점도 러시아 언론을 통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중국은 ‘수호이(SU)-27’을 거의 복제하다시피 해 젠(J·殲)-11B를 만들어 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외형은 미국 F-22/35, 성능은 러시아 ‘수호이(SU)-35’급 중국제 스텔스기가 양산될 수도 있다.

글=윤석중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정리=차이나랩 김영문

 

 


출처: http://blog.naver.com/china_lab/221014034769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4209&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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