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덧붙이는 글 | 전상봉 시민기자는 서울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단 조세정의 실현” 증세 공론화에 박차

문재인 정부가 상위 1%도 채 안 되는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조세정의부터 실현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그간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부자감세 정책 등으로 왜곡된 세제를 정상화해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조세저항을 줄이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보편적인 증세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증세 불가피론 대두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대로 문재인 정부가 임기 5년간 100대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려 178조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증세 카드를 무턱대고 꺼내 들다가는 만만치 않은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정치권 내에 팽배하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 집권 말기에 도입한 부가가치세(VAT)는 당시 정치상황과 맞물리면서 조세저항에 직면했고, 노무현 대통령 때에도 종합부동산세 도입으로 조세조항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 정책 기조를 임기 내내 유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일단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한정해 증세를 해내겠다는 방침이다. 본격적인 조세개혁의 칼을 빼 들기에 앞서 조세정의를 우선 실현하겠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증세 논의에 불을 당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것은 증세가 아니라, 조세정의 실현하는 정상화"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며 "일반 중산층과 서민들, 중소기업들에게는 증세가 전혀 없다. 이는 5년 내내 계속될 기조"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조세의 수직적 형평성 제고라는 기본 원칙은 임기 내내 유지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러한 기조는 국정기획자문위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기에 앞서 제시한 '새 정부의 조세개혁 방향'과 다르지 않다. 국정기획위는 "조세개혁을 위해 대기업과 대주주, 고소득자, 자산소득자에 대한 과세는 강화하는 한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중산·서민층에 대한 세제지원은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재정의 건정성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상위권인 반면, 지난 10년간 소득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조세·재정 정책의 소득재분배 개선 효과는 최하위권에 속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이다. OECD는 지난 3월 구조개혁평가보고서를 통해 하위 20%인 1분위의 가처분소득 비중이 회원국 평균을 밑돈다고 지적하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조세·사회이전시스템의 약한 재분배 효과 등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은 현재 초대기업에 3%, 초고소득자에 2%씩 세 부담을 늘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애 대표는 지난 20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 2천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한 과표를 신설해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적용 ▲5억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23일 민주당에 따르면 현재 과세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는 과세표준 2천억 원 이상 초대기업은 116개사로, 전체 신고대상 기업의 0.019% 수준이다. 또 과세표준 5억원 이상인 초고소득자는 4만 명으로 전체 국민의 0.08%에 불과하다. 이들에 대한 과세를 통해 연간 3조8천억원 이상의 세수 증대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세정의 실현" 증세 공론화에 박차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5년 동안 필요한 178조원을 조달하는 데 턱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부는 세수확충(77.6조원), 초과세수 증대(60.5조원), 비과세 정비 등(17.1조원), 세외수입 확대(5조원), 지출구조조정(60.2조원) 등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보편적인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조세정의 실현'을 목적으로 내세운 이번 방침이 결국은 본격적인 증세 논의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부자감세 등 불공평한 조세정책을 바로 잡는 것으로 조세정의가 실현된다면 반대로 조세저항은 보통 낮아지기 때문이다. 조세정의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증세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높인다면, 이후 보편적 증세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문 대통령도 증세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고소득자·고액상속·고액증여자들에 대한 과세 강화, 자본소득 과세강화,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등 단계적인 증세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정부의 조세정의 실현 방향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들의 증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다수이지만, 부자증세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경향이다.
지난 5월 23일 국회의장실이 한국갤럽에 의뢰한 설문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결과에 따르면, 새 정부의 공약 실천을 위한 증세에 대해 찬성은 45.2%, 반대는 51.3%로 반대 의견이 다소 우세했다. 반면 새 정부 공약 실천을 위한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과 대기업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각각 85.5%, 82.3%가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국회의장실은 "국민 상당수는 부자증세를 통해 재원 마련과 소득재분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이번에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한정해 증세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일단 여론은 호의적일 것으로 여권은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정권 초기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높은 만큼, 증세 공론화 작업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을 수 있다.
당·정·청이 한 목소리를 낸 것도 이러한 배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직접 먼저 나서 '증세' 카드를 꺼내기보다는 여당 대표와 정부가 먼저 증세 논의에 불을 붙이면서 청와대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모양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2019년 이후 새 정부의 조세·재정 개혁의 구체적인 내용과 로드맵은 기획재정부 주관 하에 구성될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24일 오전 국회에서는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김동연 경제부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주제로 한 당정협의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증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문 대통령은 오는 27~28일 일자리 창출 및 상생 협력을 주제로 기업인과의 대화를 갖는데, 이 자리에서 증세와 관련된 설명과 설득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여당이 증세 방침을 못 박으면서 향후 정치권에서 증세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내각 인사와 추가경정예산, 정부조직 개편이라는 산을 넘은 문재인 정부가 다음으로 넘어야 할 산이라고 볼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이번 '부자증세'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21일 논평을 통해 "이번 대기업 및 부자증세가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온 우량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적대감의 발로가 아니기를 바란다"며 "무리하고 졸속인 문재인 정부 대선 공약의 부담을 대기업과 고소득층에게만 전가시킨다면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증세를 위해선 일단 국민의 동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22일 논평에서 "증세없는 공약이행은 당연히 허구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증세를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와 동의가 우선돼야 한다. 증세야말로 공론화위원회의 구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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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통과된 추경안 표결 현황 ⓒ국회의안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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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무려 45일 만입니다. 22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과한 추경안은 의원 179명이 본회의에 참석해, ‘찬성 140표, 반대 31표, 기권 8표’를 얻어 통과됐습니다. 추경안이 통과됐지만, 그 여파는 주말 내내 이어졌습니다. 추경안 표결을 앞둔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 남아 있던 국회의원이 146명에 불과해, 한때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299명 중 150명 이상), 출석 의원 과반 찬성)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자 표결은 2시간 30분 동안 지연됐고, 결국 11시 54분에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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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안 표결에서 의결정족수가 부족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언론은 참석하지 않은 민주당 의원 26명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작 ‘제 식구’ 26명은 추경표결 빠져… 與 “망신이다” (조선일보) 추경안 표결에 불참한 의원을 보면 민주당 26명, 자유한국당 76명, 국민의당 10명, 바른정당 7명이었습니다. 압도적으로 자유한국당이 많지만, 모든 비난은 민주당을 향하고 있습니다. 표결에 불참한 의원을 퍼센트로 계산해보면, 민주당 21%, 자유한국당 71%, 국민의당 10%, 바른정당 35%입니다. 자유한국당이 제일 높습니다. 민주당이 여당이고, 추경안을 통과시키려는 입장임을 감안한다면 21% 불참률은 높습니다. 그래서 비판을 받아도 마땅합니다. 그러나 비판의 강도가 자유한국당과 비교하면 거의 1:9 수준으로 모든 비난이 몰려있습니다. 특정 정파나 시민도 아닌, 언론이 무조건 민주당이 잘못했다는 이상한 잣대로 추경안 표결을 보도하는 태도는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쳐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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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안 표결 정족수가 부족했던 이유를 보면 민주당 의원의 불참도 있지만, 표결 직전 퇴장한 자유한국당에 놀아난(?) 민주당의 안일한 자세도 한몫했습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제1야당이 국회의장의 중재를 받아들여 본회의 참여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 정족수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원래 자유한국당은 ’24일 월요일 본회의’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22일 새벽으로 바꿨고, 또다시 오전에 통과시키겠다고 합의했습니다. 본회의를 계속 연기한 자유한국당은 반대 토론만 진행하고 표결 직전에 퇴장해버렸습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와는 ‘22일 오전 9시 30분 본회의 개의’라는 의사일정에만 합의했을 뿐 표결까지 한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자유한국당을 무조건 믿은 민주당도 문제이지만, 정치적 꼼수를 부린 자유한국당의 태도 또한 비판받을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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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11일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반대에도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키려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족수가 채워지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추경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한나라당이 추경안을 예결특위에서 통과시키면서 국회법을 위반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한나라당, 추경안 ‘졸속처리’ 끝내 무산) 추경안은 본회의에 앞서 예결특위 전체 의원 50명 중 최소한 26명이 돼야 의결 정족수를 채워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 의원 29명 중 7명이 불참해 의결정족수 1명이 부족했습니다. 한나라당은 의원 1명의 상임위를 바꿔(사·보임) 겨우 정족수를 채워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예결특위 가결 처리 뒤에야 사·보임 처리가 이뤄졌기 때문에 추경안 통과 자체가 무효가 됐습니다. 추경안이 통과되지 못하자, 한나라당은 다시 예결위 전체회의를 소집하려고 했지만, 위원장이 이미 산회를 선포했기 때문에 국회법 (같은 날에는 회의를 재소집할 수 없음)에 따라 무산됐습니다. ![]() 정세균 국회의장은 “우리 국회는 너무 부끄러운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렸습니다. 여도 야도 저는 패자라고 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맞는 말 같지만,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정치인 모두가 잘못했다는 말은 ‘정치인 모두를 믿지 못한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킵니다. 교통사고에도 과실을 정확히 따지듯, 누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확실히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을 무조건 옹호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왜 불참할 수밖에 없는지 과정 또한 인지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상황을 제대로 살펴보고 난 이후에 비판하는 것과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개인이 민주당 불참 의원을 비판하는 것은 자유로운 의견이자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언론이 세세한 과정은 숨긴 채 특정 정당의 논리를 무조건 대변하는 듯한 보도는, 항상 경계해야 할 권력밀착형 보도라고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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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 내정자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고용노동부 장관에 더불어민주당 3선 김영주 의원(62)을 내정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내정자는 노동 문제와 노동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폭넓은 친화력을 바탕으로 이해관계 조정 능력이 탁월하며 검증된 정무 역량으로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각종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어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시간과 비정규직 축소 등 노동 현안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적임자”라고 했다.
김 내정자는 서울 무학여중 2학년 당시 농구를 시작해 1973년 실업 명문 서울신탁은행(서울은행)에 입단했다. 하지만 체력적 한계로 3년 만에 은퇴하고 은행원으로 변신한 뒤 서울신탁은행 노조 간부를 거쳐 한국노총 금융노조 여성 첫 상임 부위원장을 지냈다.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 발탁으로 새천년민주당 노동특위 부위원장을 맡아 정계에 진출했다.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통합민주당 당시엔 초선으로 사무총장까지 맡았다. 18대 낙선 후 19∼20대 총선 서울 영등포갑에서 당선돼 3선 고지에 올랐다.
김 내정자는 입장문에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이라는 중책에 내정돼 매우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노동부는 ‘일자리 대통령’을 천명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께 약속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핵심 부처”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경제적 불평등으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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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호송차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은 여성 교도관의 부축을 받아 걸어가는 동안 발을 절뚝이는 모습을 보였다. … 재판부가 ‘몸 상태가 괜찮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7월14일자 뉴시스)
7월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자신과 최순실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 36차 공판. 18대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의 오늘은 초라했다. 박근혜는 무너졌다. 1년 전, 아무도 이런 오늘을 상상할 수 없었다.
2017년 현직 대통령을 탄핵시킨 한국사회 명예혁명은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지속됐던, 박근혜와 이재용으로 상징되던 권위주의정권과 재벌, 그 구체제에 대한 심판이었다. 박근혜와 함께 수구 보수 세력도 함께 무너졌다. 검찰과 언론을 손에 쥐고 있던 살아있는 권력 박근혜는 어떻게 무너진 걸까. 집권초기부터 불통과 소송으로 언론을 상대했던 박근혜는 결국 조선일보마저 ‘부패기득권세력’으로 명명하며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
“박근혜와 사사로운 관계로 형성된 비선이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며 국정을 농단했다”는 영화 같은 프레임은 너무나 강력했다. 이 프레임은 TV조선이 시작하고 한겨레가 숨을 불어넣고 JTBC가 완성했다. 박근혜와 최순실은 눈앞에 보이던 정해진 최후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이 프레임을 부술 수도, 덮을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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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17일 재판에 출석하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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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프레임’ 덮고 싶었던 박근혜
이정현 단식→김제동→송민순 회고록→개헌
국정농단 프레임의 시작은 한겨레였다. 한겨레는 9월20일 1면 톱기사 ‘대기업돈 288억 걷은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최순실 단골 마사지 센터장’에서 민간인 최순실을 공공재단 설립과 운영의 숨은 실세로 지목했다.
박근혜는 언론에 등장한 최순실을 덮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KBS는 북핵 도발가능성 기사를 연일 주요하게 배치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단식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오직 최순실 보도만 안 나가면 그만이었다. 이정현 대표가 단식을 벌이는 사이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을 해체하고 관련 자료를 파쇄 했다. 당시 국감 국면에서 새누리당은 전방위적으로 최순실과 연결될 수 있는 모든 국감 증인 채택을 거부했다. 최경희 이대 총장까지 증인에 세울 수 없었다.
10월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백남기 농민 부검영장을 발부했다. 공권력에 의한 외인사였던 백씨의 사망진단서엔 ‘병사’라고 적혀있었다. 언론은 백남기 사인을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러워졌다. 비슷한 시기 김제동씨가 뜻밖의 논란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의원이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김 씨 출석을 요구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군 장성 아내를 아주머니라 불렀다가 영창에 갔다”는 발언이 군의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것. 종편은 시간 날 때마다 김제동 영창 논란을 띄웠다.
10월4일부터 10일까지 7일간 미르·K스포츠재단의혹을 쟁점으로 다룬 보도는 35건. 이중 JTBC보도가 25건이었다. 다른 방송사는 사실상 입을 닫고 있었다. 모든 게 순조로워 보였다.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동’처럼 덮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정부여당은 “최순실이 누군데 왜 그리 목을 매느냐”(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며 오히려 기자들에게 따져 묻기도 했다.
그러나 안이한 인식이었다. 당장 조선일보가 청와대와 날을 세웠다. 조선일보는 “최순실 단골 마사지센터 운영자가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됐고 재단 사무실과 마사지센터, 최씨 집, 박근혜 대통령 사저는 다 한곳에 모여 있다”며 정부여당이 관련 증인채택을 막는 것을 두고 “국민 무시”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로선 이미 프레임을 돌릴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10월15일, 정부여당은 그 흔한 종북 프레임을 꺼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책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2007년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 때 정부가 기권 결정 전 북한 의견을 물었고, 이 때 문재인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내용이 회고록에 등장했다. 친박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북한 종속 국가도 아닌데 북한에 알아봐서 결정하자? 국기를 흔들 문제”라며 날을 세웠다. ‘문재인 종북’ 프레임이었다. 새누리당은 “내통”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쓰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방송은 이 논란에 집중했다. MBC는 2012년 NLL대화록 파문을 언급하며 야당의 안보관은 틀렸다는 새누리당 논리를 적극 선전했다. KBS도 다르지 않았다. TV조선은 문재인 때리기에 집중했다. 이 프레임은 사실 한겨레-조선일보-중앙일보-경향신문-동아일보가 최순실을 매개로 느슨히 걸려있던 ‘논조의 연대’란 고리를 잘라내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러나 통하지 않았다. 당시 동아일보는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여권이 국면 전환 카드라도 잡은 듯 문 전 대표와 민주당을 몰아붙이고 있는데 박수 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라고 쏘아붙였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었다. 이대 학사비리의 경우가 그랬다.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실장은 10월17일자 칼럼에서 “130년 전통의 사학이 5년 임기 대통령 측근, 심지어 공식 직함도 없는 학부모에게 휘둘려 학칙까지 바꾼 것보다 비선 실세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대 영문과 출신인 김 실장의 이 칼럼은 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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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10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발언을 다루고 있는 KBS 보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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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밤, JTBC ‘뉴스룸’의 특종이 등장한다. 손석희 앵커가 말했다. “JTBC 취재팀은 최순실씨의 컴퓨터 파일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받아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 씨가 연설문 44개를 파일 형태로 받은 시점은 모두 대통령이 연설을 하기 이전이었습니다.” 영화보다 영화 같았던 ‘아젠다 키핑’의 한 장면이었다. 이 보도로 JTBC는 ‘최순실 국정농단’이란 프레임을 개헌 프레임으로부터 지켜냈다.
정부-여당-극우단체의 ‘손석희 죽이기’
JTBC는 민간인 최순실이 드레스덴 선언을 비롯한 각종 대통령 연설문을 미리 전달받았으며, 최씨의 지시에 따라 연설문이 고쳐졌다고 단독 보도했다. 그러자 TV조선은 마치 JTBC보도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10월25일 민간인 최순실이 강남 모처에서 대통령 박근혜의 옷을 ‘손수’ 고르는 영상을 단독 보도했다. 그리고 25일 오전 한겨레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의 충격적 인터뷰를 내보냈다. “최순실이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cm 두께의 대통령 보고 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다.” 10월26일, 여야가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 합의하며 박근혜는 무너졌다.
하지만 박근혜와 최순실은 순순히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10월26일 이후 100일 동안 국가(청와대와 국정원)-자본(전경련과 대기업)-극우집단(극우시민단체와 새누리당)은 조직적으로 JTBC 흔들기에 집중했다. 집회→형사고발→인신공격→농성으로 이어진 일련의 흐름은 비판언론을 탄압하는 박근혜의 마지막 악수(惡手)였다. 이는 메시지를 공격할 수 없을 경우 메신저를 공격하는, 고전적인 수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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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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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만든 프레임은 새누리당 의원을 통해 언론에 전파되며, 어버이연합·박사모·엄마부대 등 박근혜 지지단체에 ‘임무’를 부여했다. 이들 친박·극우성향 단체는 당장 10월 31일부터 11월 9일까지 상암동 JTBC 사옥 앞에 집회를 신고하고 태블릿PC 보도가 조작됐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11월4일, 검찰이 태블릿PC가 최 씨의 것이라고 파악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소용 없었다.
이들 단체는 JTBC를 자극하기 위해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과 JTBC 기자가 죄수복을 입은 합성이미지를 제작해 유포하는가 하면, JTBC 기자가 ‘올해의 여기자상’을 수상한 프레스센터 행사장까지 쫓아가 압력을 행사했다. 11월10일에는 어버이연합 등이 JTBC의 태블릿PC 입수 경위를 수사해달라며 손석희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했다. 12월9일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친박·극우성향 단체는 “JTBC 태블릿PC 조작이 없었다면 탄핵은 불가능했다”는 프레임을 들고 나왔고 새누리당은 당내 태블릿PC진상규명위원회를 꾸린다고 호들갑을 떨며 동조했다.
2017년 1월10일 박사모·엄마부대·자유총연맹·어버이연합 등 친박·극우성향 단체들은 ‘태블릿PC조작 진상규명위원회’라는 결사체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그해 1월17일부터 방송통신심의위가 위치한 방송회관 1층 로비를 점거하고 JTBC 심의제재를 주장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JTBC 태블릿PC 조작’프레임을 매게로 한 가짜뉴스는 ‘여당과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로 그럴듯하게 포장돼 일부 극우성향 인터넷매체와 MBC 같은 소수 주류매체의 호응 속에 확대 재생산됐다. 태블릿PC조작 진상규명위는 “제대로 취재하는 곳은 MBC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최순실의 태블릿PC는 시빗거리가 될 수 없었다. 검찰은 JTBC가 제출한 태블릿PC의 인터넷망을 추적해 태블릿PC 이동경로와 최 씨의 동선이 겹친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태블릿PC가 최순실의 것이라고 결론 냈다. 무엇보다 태블릿PC에 대한 증거능력 의혹 제기가 무의미해질 정도로 국정농단 증거는 차고 넘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각종 음모론과 조작설들은 전염병처럼 번졌다. 헌법재판소 결정을 지연시키고 어떻게든 현 국면을 반전시키고 싶은 의도의 결과물이었다.
이 무렵 변희재는 “손석희·홍정도를 국가내란죄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측 변호인단은 변희재를 ‘태블릿PC 전문가’로 재판에 증인 신청하면서 변희재는 JTBC 공격의 중심인물이 됐다. 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에서도 섭외할 의향이 없는 변희재를 박근혜·최순실이 ‘키맨’으로 선택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그들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반증이었다. 2017년 2월12일 변희재 등 200여 명은 평창동 손석희 집 앞에 몰려가 기자회견을 열고 “손석희를 죽이러 왔다”는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국정농단 세력 최후의 프레임
“이번 사태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전 언론사의 보복”
“지금은 자유주의와 공산주의의 전쟁입니다. 광화문 촛불의 목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아닙니다. 국가전복입니다!”
서울 시청 앞 광장 태극기집회에서 등장한 구호의 공통점은 언론에 대한 불신이었다.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국면에서 조중동을 포함한 대다수 보수언론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자 친박·극우세력의 ‘설계자’들은 대응논리가 필요했다. 이들은 언론을 사태의 원인으로 규정했다. 대통령 박근혜가 단독인터뷰 대상으로 제도언론이 아닌 ‘정규재TV’를 선택한 것도 이러한 대응논리에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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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반대를 요구하던 서울역 보수단체 집회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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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점은 최순실이라는 비선과의 부적절한 관계였는데 언론보도만큼 심각한 사안이 아니며 탄핵 사안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인식은 태극기집회에 참여하는 대중의 인식과 유사했다. 태극기집회 참여자들은 현장에서 ‘언론개혁’을 주장했다. 이노근 전 새누리당 의원은 JTBC 등 언론사들을 가리켜 “쓰레기 언론을 소각로로 보내자”고 주장했다.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 같은 ‘언론조작·왜곡보도’ 프레임이 친박·극우세력의 중심 이데올로기가 된 것을 가리켜 “한국 언론은 긴 불신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허위·왜곡보도의 주체로 언론을 설정했을 때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대변하고 지지층을 끌어모을 수 있는 문화적 상징으로 태극기를 선택했다. 태극기집회의 관념은 ‘조작·왜곡보도→탄핵→좌파의 국가전복→대한민국 위기’로 이어지는, 확장성을 잃어버린 낡은 구호의 반복이자 구체제의 집단 기억이 쏟아내는 ‘최후의 발악’을 의미했다.
가짜뉴스는 태극기의 세를 늘려나가는 일종의 바람잡이 역할을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7년 3월 내놓은 ‘가짜뉴스 인식’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50대의 경우 카카오톡을 통해 가짜뉴스를 접한 비율이 45.6%로 나타났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의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분석한 중앙일보-구글 뉴스랩 팀에 따르면 이들의 타임라인에선 ‘손석희 거짓말’, ‘변희재의 의혹 제기’, ‘태극기집회 수백만 명 참가’와 같은 뉴스들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3월10일, 박근혜가 파면됐을 때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던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나라가 망했다고 절규했다.
시간은 흘러 4월 21일 방송학회 정기학술대회. 키노트 스피치 연사로 참여한 손석희 사장은 국정농단 국면을 이렇게 회상했다. “광장의 프레임은 ‘이게 나라냐’였다. 국가에 대한 실망이었다. 이것이 헌법 수호로 넘어갔다. 동시에 ‘세월호 7시간’ 프레임이 강력하게 등장했다. 이것은 이번 사건의 주체가 되는 집단들을 연결시켰다. 블랙리스트 역시 헌법의 문제였다. 중요도에 비해 대중적 인식은 ‘그게 뭐 이번 정부만 그랬을까’ 같은 게 있었지만 우리는 이 사안을 중시했다.”
그는 국정농단 국면에서 등장했던 ‘태블릿PC조작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음모에 의한 정권전복 사건으로 프레임을 바꾸는 방법이 태블릿PC 조작이었다. 집중적 공격을 받았다. 내가 시내에 많이 다녔다. 포승줄에 묶인 모습으로.(웃음) 연구해볼만 한 사건이다. 한참을 참다 법적 대응을 했지만, 결론이 나는 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다. 일일이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조작프레임은) 굉장한 집요한 노력과 인프라 제공이 있었다. 저널리즘 자체가 중대한 이슈에서 많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박근혜가 무너진 자리에 들어선 새 정부는 ‘적폐 청산’을 주요 아젠다로 들고 나왔다. 겨울 내내 광장을 비췄던 촛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아젠다였다. 세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정의로운 언론과 시민이 만들어낸 명예혁명은 현실 속 끝없는 프레임 전쟁 속에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프레임 전쟁’ 연재를 마칩니다.
참고문헌
<박근혜 무너지다>, 정철운, 메디치
<손석희 저널리즘>, 정철운, 메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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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 ⑥] 강정에서 보내는 노신부의 편지
제주해군기지 반대 싸움이 시작된 지 올해로 꼭 10년이 되었습니다. 평화로운 마을 공동체는 파괴되었고 아름다운 연산호도, 구럼비 바위도 사라졌습니다. 작년에 완공된 해군기지에는 미국 군함들이 수시로 드나듭니다. 강정 뿐만이 아닙니다. 제주 전역이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강정을 파괴한 것도 모자라 주민 동의 없는 제2공항이 성산에 지어지려 합니다. 제주 전역을 행진하며 제주의 평화를 기원하는 제주생명평화대행진(7/31~8/5)을 앞두고 제주의 평화를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속 게재합니다. - 기자 말
☞이전기사 : 제주 바다 망가뜨리더니, 오름 싹둑 잘라 제2공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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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띠잇기가 진행되면 문정현신부는 춤추는 사람들 근처에 서서 진행하는 차량에게 메세지를 보여주고 있다 | |
| ⓒ 혜영 | |
제주에서 벌써 7번째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섬의 여름은 습도와 함께 오더군요. 태평양에서부터 불어오는 후텁지근한 바람은 두터운 해무가 되어 강정마을에 덮쳐 옵니다. 처음 강정에 와 여름을 보낸 곳은 구럼비 바위였습니다. 작렬하는 햇살에 바위는 맨발로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고,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에 땀이 줄줄 흐르던 그 여름을 저는 6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병을 낫게 해주고 아이를 갖게 한다는 할망물에서 물을 길어 먹으며, 버틸 수 없이 더울 때에는 용천수에 몸을 맡겼습니다. 구럼비 곳곳에서 솟아오르던 용천수는 바로 먹어도 될 정도로 깨끗했고, 잠깐만 들어가 있어도 뼛속까지 차가웠습니다. 이 물이 없었다면 그 여름을 어떻게 보낼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저는 구럼비에서 해가 지고 뜨는 모습을 바라볼 때에 제가 믿는 하느님이 이곳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더 이상 보태거나 뺄 것도 없이 평화롭고 따뜻했던 구럼비와 중덕바다는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2011년 9월 2일 구럼비로 향하던 모든 곳에 팬스가 쳐지고 더 이상 갈 수 없게 되었을 때, 깊은 절망에 매일 미사 때마다 '구럼비야 사랑해'를 힘차게 불렀고 그 외침은 오늘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애타는 마음과는 다르게 2012년 3월 7일 구럼비 발파가 시작된 이래 해마다 마을의 모습은 급격히 달라졌고 마을의 해안선은 해군기지에게 점령당했습니다. 2016년 2월 26일 준공식을 앞두고 우리를 가로막던 팬스가 하나둘 철거되기 시작했습니다. 구럼비로 향하던 작은 길, 곳곳에 있던 하우스와 밭들, 그리운 구럼비 바위는 꿈처럼 사라졌고 그 위에 불의와 폭력의 해군기지가 불을 번쩍이며 완공 되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물론 이곳에 이주해 온 지킴이들은 깊은 절망 속에 그 기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군사주의에 맞서 평화운동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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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20일 미군함 입항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 ⓒ 엄문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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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정투쟁10년을 알리는 인증샷캠페인을 시작하며 마을에 살고 있는 지킴이들과 해군기지 정문앞에서 | |
| ⓒ 호수 | |
해군기지에서 트는 군가 소리가 마을에 들려오고 시시때때로 울어대는 군함의 뱃고동 소리는 온 마을을 때립니다. 한국 군함만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캐나다에서도 강정 해군기지에 와 군사작전을 논의합니다. 미군을 중심으로 해 외국군함이 강정해군기지에 기항하며 군사작전을 펼치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중국을 자극합니다. 사드배치로 인해 한국과 중국의 군사적 대립과 긴장이 높아진 것처럼, 이곳에서의 미군주도의 외국군 훈련이 정례화 되고 빈번해 질수록 군사적 대립과 긴장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제주에 공군기지를 만들려는 시도도 계속되어 현재 연구용역예산까지 책정된 상태라고 합니다. 지난 10년의 투쟁과정에서 한 목소리로 우려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저는 더욱 이곳을 지켜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군사기지, 군사주의에 맞선 평화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같이 더운 날이면 숨이 턱턱 막히지만 매일 강정의 평화를 노래합니다. 고맙게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나가다 들리기도 하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오기도 합니다. 그동안 못 와봐서 미안하다고 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힘에 부쳐 주저앉고 싶지만 아직까지 강정을 기억하고 함께 하는 분들의 힘으로 하루하루 버텨나갈 수 있습니다.
이 뜨거운 여름, 올해에도 어김없이 평화대행진이 열린다고 합니다. 첫해에는 저도 걸으며 함께 했는데, 이제는 걷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쉬는 장소에 맞춰 가 사람들과 악수하고 격려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강정에, 제주에 오는 마음이 고마워서 저도 힘을 내 함께 하려고 합니다.
올해부터는 특별히 강정과 더불어 제주의 군사화문제를 알리고 연대를 호소하기 위해 '제주평화대행진'으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비록 강정에 해군기지가 지어졌지만 더 이상의 군사화를 막고자함입니다. 또, 제주 해군기지가 전 세계의 외국군이 기항하며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는 일에 저항하고자 함입니다. 내 몸이 허락하는 한 현장을 지키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기에 여기서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이곳에 와 불의의 현장을 함께 목격하고 평화를 배워 나갑시다.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실을 위해서 정의를 위해서 끝까지 함께 해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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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년부터 시작된 매일미사, 지금도 여전히 오전 11시면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진행한다. | |
| ⓒ 에밀리 | |

글 | 윤지영 변호사
근로기준법은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이다. 최저기준이라는 것은 첫째, 최저기준에 못 미치는 노동조건은 효력이 없고 최저기준으로나마 노동조건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것, 둘째, 최저기준조차 지키지 못하면 그 자체로 범죄행위가 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근로기준법은 헌법에 근거한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노동권을 명시하고 있다. 힘의 불균형을 속성으로 하는 노사관계에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함으로써 불균형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함이다. 특히 노조를 통해 집단적으로 대항할 수 없는 노동자에게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은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된다. 그러나 정작 누구보다도 이러한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이 절실한 영세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1. 당사자들의 현실
4인 이하 사업장의 노동자에게는 근로기준법 중 임금, 근무시간 및 휴일, 해고에 관한 주요 규정, 즉 노동조건에 관한 주요 규정들이 적용되지 않는다. (일부 규정들이 적용되기는 한다.) 연차휴가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여름휴가를 떠날 수도 없다. 일주일에 하루 쉬는 것이 이들에게 허용된 유일한 휴식이다.
4인 이하 사업장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나 상황을 이야기할 경우 사용자는 가차 없이 해고한다는 점, 둘째, 따라서 노동자들은 자기의 권리를 말하기를 꺼려한다는 점, 셋째, 그 결과 주휴수당처럼 4인 이하 사업장에 일부 적용되는 제도들도 실제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임금도 최저임금에 간신히 맞춰져 있는 상황이다. 4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들도 현재는 퇴직금을 받을 수 있지만 적용 비율은 35.1%(전규모 평균 71%), 근로계약서도 작성해야 하지만 적용 비율은 33.8%(전규모 평균 61.4%)에 불과하다. 남성보다 여성이 많고, 청소년 및 노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요컨대,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은 지위와 노동 여건이 취약한 사람들, 특히 사용자 대 노동자의 비중이 낮아서 자기 권리를 말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오히려 적용이 안 되는 현실이다. 사용자에게는 법망을 피해가기 위한 탈출구로서, 노동자에게는 부당한 대우를 감내하게 하는 족쇄로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제도가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4인 이하 사업장은 영세하다는 허구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합헌이라고 판단하면서 '소규모 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언급했다. 그러나 4인 이하 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경영 상태는 제각각이다. 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여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2017년 3월 간호조무사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있었다.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는 16만6000명인데, 이중 64.7%가 의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의원이 4인 이하 사업장이다 보니 시간외수당, 연차휴가 등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는 것이 이날 토론회의 주 발제 내용이었다. 고소득 자영업자라고 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직업은 아직도 의사이건만, 이들 역시도 근로기준법을 따질 때에는 영세사업자로 취급되는 것이다.
또한 통계청의 '자영업 현황분석'에 의하면, 한 명이라도 고용하는 사업장의 연간 매출액은 1억5천만 원 내지 3억 원이고, 4명을 고용하는 사업장의 68.1%는 연간 3억 원 이상이다. 이는 4인 이하 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의 경영 상황은 나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4인 고용 사업장과 5인 고용 사업장의 매출 규모는 별반 차이가 없다. 그만큼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정하는 4인 이하, 5인 이상의 기준은 작위적이고 현실에 맞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들이 앓는 소리를 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높은 임대료와 원청이나 가맹본사가 가져가는 막대한 수수료, 카드 수수료 등이다. 자영업자를 벼랑 끝으로 내몬 주체는 과연 누구인가.
4인 이하 사업체는 도소매업(26.0%), 숙박․음식업(22.0%), 공공·수리·개인서비스업(11.0%), 제조업(10.4%), 사업지원·출판영상·방송·오락·문화(9.1%) 순으로 많다. 이들 업종에만 80% 가까이가 몰려 있다. 그런데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공공·수리·개인서비스업은 가맹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의 위계가 형성되어 있고, 제조업, 사업지원·출판영상·방송·오락·문화은 위탁과 도급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의 위계가 형성되어 있다. 4인 이하 사업주들의 상부에는 재벌, 공공기관, 대기업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들은 4인 이하 사업주들을 착취하며 이익을 취하고 있다. 결국 4인 이하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았을 때 당장의 영향은 영세사업주들에게 미치겠지만, 그 본질은 재벌의 이익 극대화 욕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리고 조물주보다 높이 있다는 건물주가 버티고 있는 것이다.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의 효과를 과연 누가 누리고 있는지 따져 볼 일이다.
3. 영세사업주와 노동자들을 오히려 힘들게 할 것이라는 주장의 허구
4인 이하 사업장은 영세하다는 논리는 따라서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할 경우 사업주가 인력을 감축하고 도산해서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로 이어진다. 그런데 한국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고용을 줄이겠다는 비중은 4%에 불과하고 고용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비중이 94%에 이르렀다. 사업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원이기 때문에 고용을 줄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4인 이하 사업체들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도소매업, 숙박․음식업, 공공·수리·개인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전체 노동자의 18.7%를 차지하면서 소득 하위계층인 4인 이하 사업장의 노동자들의 삶의 수준이 나아지면 경기 활성화로 인한 매출 확대로 일자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역이론도 가능하다. 노동 빈곤층의 축소, 사회 양극화의 축소를 통해 사회의 불안정성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4인 이하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국가 경제에도 이롭다.
4. 근로감독이 어렵기 때문에 적용 배제한다는 논리에 대한 반박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의 근거로 근로감독의 어려움도 자주 지적되었다. 근로감독의 한계가 헌법상 기본권의 제한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은 차지하고서라도, 실제로는 4인 이하 사업장에까지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할 때 근로감독은 보다 편이하고 강력하게 집행될 수 있다. 최저임금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최저임금이 모든 사업장에 전면 적용됨으로써 최저임금 적용 사업장인지 여부를 두고 복잡하게 판단해야 하는 불편은 사라졌다. 또한 그만큼 최저임금의 의미 및 최저임금 미지급에 대한 단속의 효과는 커졌다. 지금은 어정쩡한 상태로 적용되는 조항과 그렇지 않은 조항이 나뉘어 있다 보니, 근로감독을 하면서도 하나하나 따져야 하는 불편이 크다. 특히 4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되는 조항과 적용되지 않는 조항이 서로 얽혀 있다 보니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모든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되면 근로기준법의 의미와 효과도 새삼 강조될 것이다.
5.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모든 노동자들에게 이로운 제도
모든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되면 그간 적용에 있어서 애매모호했던 부분들이 해소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의미도 강조되고 근로감독도 수월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5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이득이 된다. 법의 적용 여부를 두고 시비할 일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자본은 그동안 끊임없이 사용자책임을 지지 않으려 시도했고, 근로기준법을 적용 받는 노동자들을 줄이려 했다. 근로기준법을 적용 받는 노동자들이 줄어들게 되면 근로기준법의 적용은 원칙에서 예외로 변질되고,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특권이나 시혜인 것처럼 오해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근로기준법에 따른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귀족 노동자의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게 뻔하다.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한 것이 근로기준법이기 때문에 모든 노동자들이 빠짐없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을 때에 노동권의 의미도 되살아난다.
6. 외국법과의 비교
일본 노동기준법은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며, 우리나라처럼 사업장의 노동자 수를 기준으로 하여 적용상의 예외를 두고 있지 않다. 독일은 근로시간․휴가․해고 제한에 관한 각각의 개별 법률(근로시간법, 영업법, 폐점시간법, 연소자보호법, 임금계속지급법, 연방휴가법, 해고제한법 등)을 두고 있는데, 해고제한법이 1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적용을 제외시키고 있는 것을 빼고는 특별히 사업장의 노동자수를 적용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 프랑스도 우리나라처럼 단일 노동법전을 가지고 있는데, 사업장 규모에 관계없이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미국의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의 적용범위는 개인과 기업에 대한 것으로 나뉘는데, 개인 적용의 경우 공무원을 제외한 노동자가 이에 해당하며, 기업 적용은 사업자가 2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을 것과 연간 매상․거래총액이 50만 달러 이상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듯 외국의 경우 노동자 수를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법적용을 배제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7. 시대에 맞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
근로기준법은 1953년 제정된 이래 적용 범위에 변동이 있어 왔다. 15인 초과 사업장에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던 것이 몇 번의 변동을 거쳐 1998년에 지금의 제도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동은 당시의 사회적, 경제적 상황을 반영한다. 특히 87년에는 민중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의 파급 효과로서 적용 범위와 적용 규정의 대폭 확대가 있었다. 노동기본권의 적용 범위는 고정된 원칙이 아니라 시대의 산물로서 시대적 배경과 투쟁 속에서 쟁취되어 온 것이다.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정 속에서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노동기본권의 적용 확대가 이루어진 적이 있다는 점도 새겨야 한다. 적용범위의 변화가 멈춘 지 벌써 20년이 되었다. 지금이야말로 노동기본권 전면 확대를 주장할 시기다.
* 이 글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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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21 16: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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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증세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증세 논의에 시동이 걸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기업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과 부유층 소득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거론하고 나서면서다.
국정기획자문위가 내놓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가 나오면서 증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증세를 둘러싼 논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증세의 방향과 범위를 확정해야 할 시기"라고 말하며 증세 공론화에 힘을 실었다.
문재인 대통령 "증세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
국정기획위는 지난 19일 100대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선 앞으로 5년간 178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위해 세입 확충으로 82조6천억원을, 세출 절감으로 95조4천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여기서 증세 논쟁을 촉발시킨 부분은 바로 세입 확충 방안이다. 국정기획위는 세입 확충의 73%가 넘는 60조5천억원은 초과세수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매년 세금이 더 걷힐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이를 두고 재원 확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여당 현직의원이기도 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다음 날인 20일 오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재정당국에서 내놓은 재원조달방안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소득세 최고구간을 조정하겠다고 했고, 법인세율도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국정기획위가 내놓은 방안은) 너무 약한 것이 아니냐"며 "국민에게 우리 경제 현실을 정확히 알리고, 좀 더 나은 복지 등을 하려면 형편이 되는 쪽에서 소득세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정직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TV토론에서 "제 공약은 고소득자의 소득세와 고액상속세를 높인다는 것"이라며 "자본소득에 대한 세금과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이고, 그래도 부족하면 법인세 명목세율까지 (증세로) 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국정기획위는 문재인 정부의 5년 청사진을 그리면서 증세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게 김 장관의 지적이다.
여당 대표도 나섰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같은 날 오후에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법인세 및 소득세 과세구간을 하나 더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추 대표는 "세입 부분과 관련 아무리 비과세 감면과 실효세율을 언급해도 한계가 있는 만큼, 법인세를 손대지 않으면 세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소득 200억원 초과에서 2천억원 미만까지는 현행 법인세 22%를 유지하면서, 2천억원 초과 초대기업에 대해서는 과표를 신설해 25%로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추 대표는 "이렇게 법인세를 개편하면 2조9천300억원의 세수효과가 있고 이 돈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자영업자 재정지원,4차산업혁명 기초기술지원 등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추 대표는 또 "소득 재분배를 위한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으로 현행 40%로 되어있는 5억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2%로 늘려야한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21일 열린 2차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이것은 증세가 아니라,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정상화"라며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과표 500억 기준을 말씀하셨지만, 당은 2천억원으로 대상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안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원래 재원 대책 중에는 증세가 포함돼 있었지만 증세의 방향과 범위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 이제 확정해야 할 시기인데, 어제 소득세와 법인세 증세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해줬다"며 "대체로 어제 토론으로 방향은 잡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기획재정부에서 충분히 반영해서 방안들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며 "다만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반 중산층과 서민들, 중소기업들에게는 증세가 전혀 없다. 이는 5년 내내 계속될 기조"라며 "중산층, 서민, 중소기업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청와대는 당이 세제개편 방안을 건의해옴에 따라 민주당과 정부와 함께 관련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논쟁 불붙나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증세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여당은 추 대표의 제안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우윈식 원내대표는 같은 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추 대표의 제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동의를 거치면서 논의해야 되는 부분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현재) 초대기업이나 초고소득자 중심으로 세금이 적다.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세금이) 줄였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정상화하는 논의를 이제 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가 신경쓰이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초고소득자, 초대기업에 세금을 더 걷는 게 지방선거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우 원내대표는 "오히려 중소자영업자, 비정규직에 제대로 일한 만큼 대가를 줘서 내수가 돌아가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사내유보금만 늘어나고 지나치게 대기업으로 몰려있지 않나"라며 "이걸 정상화시켜서 기업으로 일방적으로 쏠리고 있는 이 소득을 비정규직과 중소자영업자 보호하는 데 쓰고 국민의 생명과 삶을 지키는 부분에 좀 더 쓰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지금 한쪽으로만 몰린 돈을 이제 정부를 통해서 소득재분배하는 그런 모양을 우리가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부 국무위원들도 추 대표의 제안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원내대표는 "(전날 회의에서) 추 대표의 이야기하는데 딱히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수야당은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이현재 정책위의장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무리한 공약을 위해 세금인상으로 국민의 부담을 전가시키는 증세는 신중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같은 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정부여당의 포퓰리즘을 위한 졸속 정책, 준비와 대책없는 증세 요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우리는 정부 여당 일각에서 나오는 '부자 증세'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그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이 역시 합리적 증세 논의를 물타기하고 속내를 숨기려는 행태로 보이기 때문"이라며 "더 가진 사람이 더 내는 구조는 맞지만 어느 일방의 희생만 강요하는 식은 곤란하다. 지금은 정치권과 국민이 솔직하게 머리를 맞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증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이찬열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면, 재정투자를 줄이고 세입을 늘려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우려스럽다"며 "재정지출 절감이나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는 박근혜 정부에서 해오던 것으로 과연 문재인 정부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증세 없는 복지는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허구로 드러났다"며 "대통령께서는 국민 앞에 솔직해져야 한다. 공약 과제 중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밝히고 특히 증세의 필요성에 대하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을 해야 된다고 본다"고 당부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100대 국정과제가 발표됐을 때 제가 법인세 인상 등 부자증세를 하지 않고는 실현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며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 폼페오 미CIA국장, 북과 대타결 암시 | |||
| 기사입력: 2017/07/22 [00:44] 최종편집: ⓒ 자주시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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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정보국(CIA) 폼페오 국장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타결을 은근히 암시하는 발언을 내놓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제도권 언론에서는 정 반대로 '김정은 축출'을 시사했다고 해석 보도하고 있는데 그의 발언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는 틀렸음이 명백하다.
21일 미국의소리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0일(현지시간) 미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안보포럼에서 행한 연설에서 “핵무기에 있어 가장 위험한 건, 이를 통제하는 인물”이라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이 둘을 분리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이 '분리'라는 말을 국내 언론들은 '축출'로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폼페오 국장은 김 위원장이 완전한 핵무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면서, 김 위원장의 손에서 그 능력을 없앨 수 있다고 밝혔다. 즉, '분리'라는 말을 더 이상 완전한 핵무기를 갖추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폼페오 국장은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미 정보당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선택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으며 자신의 발언이 북한의 정권 교체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고 미국의소리나 연합뉴스 등에서 공히 보도하였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길은 김정은 위원장 축출이다. 하지만 꼭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하였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대화를 통해 더 이상의 핵무기를 개발을 막아 완전한 핵능력을 갖지 못하게 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는다.
물론 '꼭'이란 수식어를 붙여 축출 가능성 여지도 남기기는 했다. 하지만 기본은 축출이 아니다. 21일 연합뉴스의 관련보도를 보면 폼페오 국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비이성적인 인물로 보는 시각이 있으나 자신이 보기에는 정권유지라는 핵심 목표를 제대로 이해하는 정상적 인간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이어진 질의응답 순서에서 폼페오 국장은 정권 교체 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김정은 정권의 축출이 미국에 "전적으로 좋은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번째 문 뒤에 무엇이 있을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런 이어진 말들을 보면 핵무기와 김정은 위원장의 분리가 '축출'로 해석하기보다는 전격적인 북미대화를 암시한 것일 가능성이 더 크다.
폼페오 국장은 바로 전격적인 북미대타결을 암시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을 쏘면서 완전한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한 핵무장력 강화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크고 작은 선물보따리를 미국에게 마구 선물하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벌써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준비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둥,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시험 준비를 위해 북 잠수함이 기동하기 시작했다는 둥, 북의 대미 압박성 움직임 보도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바로 그 안전 담보는 주한미군철수를 포함한 북미평화협정체결이 될 것이다. 북미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전후 배상문제 처리와 종전선언, 양국관계정상화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엄청난 세계사적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이런 암시성 발언을 한 두번만 날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북미대화가 추진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특히 북미대타결은 사실상 미국 패권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에 결코 쉽게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 다만 이번 폼페오 국장의 발언을 김정은 위원장 축출 의사 표현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말이며 미국도 이제는 북미대화를 심각하게 모색하거나 전쟁을 해서라도 북핵을 없애지 않고서는 마음 편히 살 수 없는 심각한 국면에 처했다는 것이다.
폼페오 국장도 이번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제1의 고민은 북핵문제라고 분명히 말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지금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고민하고 있는 것이며 일단 기본 가닥은 대화로 잡고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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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7 국가재정전략회의 첫날 회의에 참석해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와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8월 초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제안한 ‘초고소득자·초대기업 증세’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1일 “추 대표가 제안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세제개편안에 법인세·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초고소득자·초대기업 증세’를 제안했고 일부 국무위원들은 이에 대해 공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지출 개혁 등도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 목표로 하는 재원조달액을 마련하기 어려울 수 있어 공평과세 실현과 재원확보를 위해 세율 인상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 내부에서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소득세·법인세율 인상을 장기적 과제로 봤지만 당에서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속도가 빨라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틀째인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 이후 ‘초고소득자·초대기업 증세’에 대한 조율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제개편안을 늦어도 8월 초에는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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