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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동정 넘어 韓민주주의 힘 보여달라" 해외입양 피해인들, 정부에 공개서한

[인터뷰] 해외입양인들 "진실규명이 끝인가? 한국 민주주의 성숙 보여달라"

김성수 <함석헌 평전> 저자 | 기사입력 2026.10.18. 08: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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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로부터 해외입양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인정받은 입양인 56명 가운데 일부가 10월 19일 이재명 대통령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그리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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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원회가 피해사실을 진실규명한 지 1년이 넘도록 정부의 실질적 후속조치가 없다며, 기록열람과 DNA 데이터베이스 확대, 한국국적 회복 등 지금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다음은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이번 공개서한에 서명한 23명의 해외입양인들과 인터뷰 한 내용을 정리한 것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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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규명 이후에 무엇이 오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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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은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규정한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해외입양제도가 기록위조와 허위이력 작성, 부실한 감독, 기본권침해로 얼룩져 있었다고 진실 규명했다. 부모가 살아 있는 아이들이 고아로 기록되었고, 아이들이 납치되었으며, 기록은 변조·파기되거나 공개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과하고 해외입양인 대표들이 정부관계자와 면담한 것도 해외입양인들은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과는 2025년 10월 2일에 있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그간 고통 받은 해외입양인과 가족, 그리고 원가정에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는 10월 1일부터 대한민국이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의 공식 당사국이 된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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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해외입양인들이 느끼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서명자들은 이번 서한을 낸 배경을 묻는 필자의 질문에 "결정적인 한 순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은 대단히 중요했지만, 그다음에 무엇이 오는지 까지 알려주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기록은 어떻게 열람하는지, 잘못된 정보는 어떻게 바로잡는지, 기록이 믿을 수 없을 때 가족은 어떻게 찾는지, 국적회복은 어떻게 되는지 등 실무적 질문이 남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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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접근부터 추모센터까지 여섯 가지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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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은 즉각 시행해야 할 조치로 여섯 가지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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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모든 기록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 보장이다. 서한은 개인정보 보호관련 법률이 입양인의 정보접근을 막는 데 빈번하게 쓰인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낸 답변에서 행정안전부가 가족관계 기록정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9개월 가까이 추가 조치는 없었다는 것이다. 친가족 찾기 업무도 여전히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이 맡고 있다. 입양기관에서 아동권리보장원으로 기록을 넘기는 과정에서 자료 관리부실과 분실 가능성 같은 문제도 있었다고 서한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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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국가 DNA 데이터베이스 접근확대와 전국적 DNA 채취 캠페인이다. 현재 해외입양인은 경찰청의 실종아동 DNA 데이터베이스에만 등록할 수 있고, 모든 입양인이 그 자격을 갖춘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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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입양인과 가족을 위한 전담 국가지원기관 설립이다. 기록열람, 통역·번역, 가족 찾기, 한국어 교육, 주거·취업·법률 지원, 트라우마를 고려한 상담을 한곳에서 제공하고 한국의 친가족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서명자들은 "기관의 이름보다 어떻게 작동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여러 기관을 아우를 권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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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국적회복이다. 서한은 "우리 가운데 누구도 자발적으로 (국적)시민권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국적)회복책임이 입양인이 아닌 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절차는 무료여야 하고 번역비 등도 정부가 부담해야 하며, 복수국적이 제한되는 나라에 사는 해외입양인의 법적지위를 고려한 경로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모든 해외입양인이 국적회복을 원하는 것은 아니며 그 선택은 개인의 몫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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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모든 피해 구제정책 설계에 입양인과 가족이 참여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서명자들은 "오랫동안 아이들을 대신해 어른과 기관이 결정해 왔다"며, 정책이 만들어진 뒤 의견을 묻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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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째는 기록보존과 증언수집, 교육, 상설 추모공간을 아우르는 해외입양 연구·추모센터 설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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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명은 극히 일부"…"기다릴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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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은 피해가 56명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약 14만 명에서 20만 명의 아이들이 해외로 보내졌고, 56명은 필요한 기록에 접근할 수 있었기에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조사를 받았을 뿐이다. 바로 그 기록이 없거나 접근할 수 없어 조사 기회조차 얻지 못한 해외입양인이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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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사례로 이른바 '고아호적'을 들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당국이 친족이 살아 있음을 알면서도 아이들을 고아로 분류한 것을 인권침해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확인된 뒤에도 입양인이 가족을 찾도록 돕는 조치는 거의 없었다고 서한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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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은 제3기 진실화해위원회 출범이 또 다른 지연의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서명자들은 "이미 가능한 조치가 또 한 번의 긴 조사를 기다려야 할 이유는 없다"며 진실규명과 실질적 조치가 함께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시간문제도 거론했다. 초기세대 해외입양인과 한국의 부모가 모두 고령이 되어 "5년, 10년의 지연은 누군가에게는 가족을 영영 만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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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과 동정을 넘어 회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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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자들은 한국사회가 해외입양인을 환대하며 '귀향'을 말하는 것이 진심 어린 마음에서 나온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어른이 되어 돌아온다고 잃어버린 유년기와 언어, 가족관계, 국적이 복원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들은 공론의 초점이 환영과 동정에서 회복과 화해로 넓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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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오늘의 국민에게 죄책감을 요구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해외입양은 개별가정의 사적 선택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법과 제도, 입양기관, 복지정책이 만든 구조 속에서 이루어졌고, 이 역사를 한국의 역사로 인정한 뒤 어떤 책임이 따르는지 묻자는 것이다. 연구·추모센터도 슬픔의 공간에 머물지 않고 교육과 성찰, 만남의 공간이 되어야 하며, 어두운 역사를 공개적으로 돌아보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힘과 성숙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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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보다 '대화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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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인들이 정부에 가장 먼저 바라는 것은 입양인·가족대표와 마주 앉는 일이다. 진실화해위원회 결과의 후속조치와 구제문제를 맡을 책임부처를 정하고, 행정으로 가능한 조치와 입법이 필요한 조치를 가려내며, 일정표를 제시해 달라는 요청이다. 정부가 응답하지 않을 경우를 묻는 필자의 질문에는 대응을 전제하기보다 대통령의 사과와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이 열어 놓은 기회를 살리고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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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자들은 "우리는 캠페인을 계속하기보다 의미 있는 회복절차에 에너지를 쓰고 싶다"고 밝혔다. 서한에는 현재 23명이 이름을 올렸으며, 서명자들은 동료 해외입양인과 가족, 연구자, 인권옹호자에게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공개 서한에 서명한 입양인들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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