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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5일 아나키 여름 토론회 후기
약 15명 정도가 모여 쌍문동 인포샵에서 즐겁고 영양가 토실토실한 토론회를 가졌습니다.
먼저 이번 발표자인 Nevin이 저번에 요약해서 올린 Food Not Bomb에 관련해서 발표를 하고 중간중간 질의 응답하는 식으로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Nevin은 학교에서 평화학을 전공하고 마틴 루터킹과 간디 등 비폭력주의자들의 사상과 아나키즘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푸드 낫 밤에는 지속적으로 상근 맴버로서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여러 활동에 참여해봤다고 하네요. 통역은 조약골이 수고해주었습니다. 다음은 매닉이 기록한 내용입니다.
발표내용 중 몇몇 인상적인 내용을 적어보면,
- 처음에는 반핵 시위 참가자를 위해 배급을 했지만 나중에는 노숙자 등 배고픈 사람들에게 배급하는 걸로 점점 그 포커스가 "not bomb"에서 "food"로 옮겨졌다.
- 푸드 낫 밤의 원리를 "적극적 비폭력"이라고 말하며, 투쟁도 하지만 투쟁보다는 새로운 대안 사회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둔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 회비를 걷는다거나, 돈을 기부 받지는 않는다고 해요. 또 주류 언론들과는 거의 접촉을 안하고 주로 독립언론들과 연대한다고 하네요.
질문과 대답
*푸드낫 밤이 베지테리어니즘(Vegetarianism)과 베거니즘(Veganism)을 지향한다고 했는데, 베거니즘은 무엇인가?
전자는 계란, 우유 등 낙농제품, 생선을 먹기도 하지만, 후자는 사탕, 빵 등도 먹지 않는 보다 철저한 채식주의자들이다. 젤라틴이나 이스트같은 동물성 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네빈 자신도 미국에 있을 때에는 베건이였지만 한국에 와서는 어쩔 수 없이 동물성을 먹어야 했다고... 덧붙여, 푸드 낫 밤이 베지테리어니즘을 지향하는 것은 1) 동물에 대한 폭력 부정 2) 동물을 대량으로 사육하는 시스템이 유발하는 환경오염, 또 엄청난 양의 사료로 쓰이는 음식들을 배고픈 사람들이 충분히 먹고도 남는다는 점 때문이랍니다.
*"푸드낫 밤은 라이프스타일보다는 개인의 참여에 보다 가치를 부여한다."라는 대목이 있는데, 여기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건 무슨 의미인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상이나 이념, 문화, 환경 등과는 상관없이 참여하고 싶은 모두에게 오픈되어 있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쟤는 조선일보만 읽는 꼴보수인데, 같이 활동을 할 수 없다, 얘는 게스만 입고 스타벅스 가서 커피마시는 애 같은데, 같이 하긴 좀 거시기하다" 이런 생각은 개개인들이 가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참여하려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다는 거 같아요. 저번에 "조갑제가 와도 밥해 줄수 있다" 제목의 투밥 관련 기사가 생각나네요.
*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한다고 했는데, 조직의 구성인원이 많아지면 만장일치라는 게 또 하나의 강요나 억압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결정해야 하는데, 나 혼자 계속 반대해온 경우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어쩔 수 없이 찬성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푸드 낫 밤은 지역마다 작은 그룹이 비교적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고, 시스템이 일단 갖춰지면 의사결정 과정이 보다 간단해진다고 해요. 뿐만 아니라 웬만한 의사결정들은 개개인의 자율과 의지에 맡긴다고 하는군요. 또 구체적인 사안마다 다양한 의사결정 방식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 다른 종교나 시민 자선단체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자선단체는 노숙자들에게 무료음식을 제공하는 데 "조건"을 단다고 하네요. 예를 들어 특정 쉼터에 하루 혹은 이틀을 묵어야 한다든지, 교회에 나와야 한다든지, 성경공부를 해야한다든지 등등. 푸드 낫 밤은 그런 조건이 없는 대신 보다 친숙하게 그들의 삶에 다가가려고 노력한답니다. 푸드 낫 밤의 활동, 식재료를 마련하는 일, 음식을 장만하는 일, 배급하는 일, 설거지를 하는 일, 의사결정 등을 함께 하기도 하면서 노숙자를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똑같은 주체로 보고 그들에게 음식을 찾는 법, 음식을 조리하는 법, 얻은 음식을 함께 나누는 법을 알려준다고 하네요. Empowerment! 다시 말해 뭔가 준 다고 해도 "힘을 주는 것"이 관건이라는군요.
*미국의 푸드 낫 밤의 활동을 보면, 그냥 길거리나 공원에서 음식을 직접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특정 쉼터 등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왜 그런 건가?
쉼터와 연계를 맺으면 보다 쉽게 식재료를 기부 받을 수 있답니다. 낯선 단체에서 나와서 식재료를 기부하라고 하면 상인들이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네요. 그래서 좀 이름난 자선단체나 쉼터의 이름을 살짝 갖다 붙이면 기부가 잘 이루어진답니다. 나중에 푸드 낫 밤이 일정 궤도에 올라서고 인지도를 얻으면 이런 구라를 칠 필요가 없어진답니다. 또 쉼터 등에는 음식준비 시설이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고 하네요. 한편 필리핀의 푸드낫 밤의 경우에는 멤버들이 할 수 있는 만큼만 준비해서 활동을 한답니다. 무리하게 기부를 받지 않고 얻을 수 있는 만큼만 얻어서 준비를 한 대요. 이점에서는 투밥과 좀 비슷하다는 얘기가 있었고요.
* 어떻게 음식이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는가?
미국같은 경우는 정해진 장소에 정규적인 배급 시간을 정해서,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게 끔 한답니다. 찌라시등을 뿌리기도 하고요. 반면 필리핀에서는 스퀏커뮤니티나 빈민가, 배고픈 지역이 이곳 저곳에 널려있기 때문에 "음식 왔어요"하고 소리만 지르면 애들이 막 뛰어 나와 쫓아다닌다고 하네요.
*유기농을 어떻게 확보하는가?
모든 식재료가 유기농이기는 힘들지만, 유기농상점이나 지역 농산물 상회 등에서 재료를 구입하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대규모 상업, 수출농작물에 대해 반대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
발표와 질의 응답이 끝나고 나서 투쟁과 밥 활동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주로 투쟁과 밥과 푸드 낫 밤이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서 얘기했습니다.
다른점
1. 식재료를 구하는 방식. 푸드낫밤이 식재료를 기부받는 대신에 투쟁과 밥은 돈을 기부받아 식재료를 산다. 남아도는 음식을 나누자는 측면에서는 푸드낫밤이 더 급진적인 듯.
2. 이주노동자 명동 농성단과 연대하는 투밥은 농성단원들이 원하는 고기를 요리해줘야 할 경우가 많다. 반면 푸드 낫 밤은 연대의 대상이 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의도하는 대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 고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고기의 나쁜 점과 채식의 장점을 홍보한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투쟁과 밥의 한계'로 흘러왔습니다.
1. 식사준비만으로도 너무 빠듯하다, 각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지와 여력이 더 이상 없는 듯이 보인다. 왜 그럴까?
2. 그 이유는 아마도 이주노동자 명동 농성단이라는 특정한 하나의 조직하고만 연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명동농성단에서는 때론 투밥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기존 노동자 투쟁과 연대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식사를 하고 나면 정리집회를 해야 하고, 정리 집회를 할 때는 "대표"의 연대발언을 해야하는 식이다. 그러한 틀들이 답답하고, 또 의사소통하기가 힘들다. 투밥이 이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 아닌 사람들의 연대의 통로가 되긴 했지만 결국에는 투밥의 활동이 새로운 투쟁이나 활동에 대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기존의 농성단 틀에만 매몰되어 매너리즘에 빠지고 말았다.
3. 투밥은 강한 조직화보다는 개개인의 자발과 자연스러움에 더 가치를 둔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기본적인 조직화를 무시했기 때문에, 지속성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활동이 일회적이고 겉도는 듯 하다, 무언가에 천착하거나 넓혀나가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보다 강력하게 조직화를 했더라면 오히려 지속성을 막았을 것이다. 강요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즐겁게 참여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4. 투밥의 경우에는 한 두 사람에게 책임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푸드낫밤의 경우는 이럴 때 어떻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네빈이 대답.
만약 7명이 있는데, 3명이 더 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활동 역량에 맞게 활동을 축소한다. 일을 더 열심히 해보자는 의지가 있을 경우에는 보다 합리적으로 일이 할당 될 수 있도록 조정한다. 푸드낫 밤의 구성원들은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해준다"라는 생각으로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먹거리를 만드는 데, 함께 만들어 먹자"는 개념으로 푸드낫 밤 활동을 일상화하고 있다. 무언가를 해준다는 생각을 할 때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고 지겨워지지만, 내 걸 내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하면 그건 바로 자연스런 내 삶의 일부가 된다. (이 대목은 매우 새겨 들을만 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습니다. 결국은 내 삶이 자연스럽게 그들과 스며들어야 한다는 얘기 같아요. 그 일은 내가 가진 특권, 소비패턴, 생활패턴 등을 전반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언뜻 들더군요. 좀 어려워 보이지만, 당장 다 바꾸는 게 아니라 조금씩 한가지씩만 바꾸면 될 것 같기도 해요^^)
이후... 기록자 매닉이 자리를 뜬 관계로 그 뒤에 어떤 논의들이 오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약골이 신곡 발표회가 있었지 않았나 싶은데요, 혹시 끝까지 남았던 사람은 이어서 정리해주면 고맙겠습니다. 또 정리가 안된 부분 있으면 보충들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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