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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햄스터 마을 만들기

  • 등록일
    2009/05/21 19:18
  • 수정일
    2009/05/21 19:18

찍찍이가 새끼 6마리를 낳았고, 모두 내가 안고 가자고 결심했을때

내 생각은 단순했다.

근친교배금지라는 준엄한 규칙을 간단히 제껴버리는 이들의 엄청난 생식력을 막고

7마리를 모두 기르려면 암/수를 구분해서 2개의 케이지가 필요할 거라는 것.

그래서 3층짜리 케이지를 거금 3만원을 주고 수컷 4 마리를 몰아넣고,

찍찍이 있는 집에는 암컷 두 놈을 넣었다.

그런데 내 앞에선 귀엽기만 하던 찍찍이가 잠깐 떨어뜨려 놓은 사이

제 새끼도 못 알아보는지 엄청난 기세로 애들을 물어제끼는 거다.

새끼들이 찍찍이를 피해 도망가느라 소리를 지르며 난리가 났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어미를 새끼에서 분리, 다행히 3층짜리 빌라가 분리가 가능한 터라

1층을 찍찍이에게 분양해주었다. 그래서가 케이지 3개로 늘어났는데,

이번에는 수컷 2층 빌라에서 소동이 났다. 한놈이 인절미같이 빵빵하게 생긴 두녀석에게

계속 이지매를 당하는 거다. 거 참, 햄스터도 왕따를 하네.

한 일주일 둬보자는 마음에 계속 지켜봤는데도 사이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아비인 볼땡이는 덩치만 컸지 순하디 순한 것이, 오히려 지 새끼들이 암컷인줄 알고

꽁무니를 냄새맡으며 따라다니기만 한다.

그래서 왕따 당하는 불쌍한 수컷을 구제해주기 위해 따로 집을 마련해야했다.

그래서 합이 4개의 케이지가 되었다.

 

아파트 베란다가 햄스터 마을이 되는 건 정말 눈깜짝할 사이.

1년이 되었더니 50마리가 되더라라는 도영의 말이 믿기지 않았건만...

퇴근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찍찍이들 밥주는 일이다.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에는 톱밥 베딩을 갈아준다.

그런데 이 일들이 전혀 귀찮치가 않다.

밥차려 먹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건 정말 손톱육갑도 하기 싫어하는 내가

찍찍이들을 위해서라면 오줌똥 묻은 베딩을 치우고 쓸고 닦는건 일 같이 여겨지지 않는다.

퇴근해서 배란다 문을 열면 낮에 자던 찍찍이들이 일어나 철창에 달라붙어 밥을 달라고 성화다.

밥 먹여주는 사람이 누군지 아는지 암놈들은 이제 내 손에 척척 안긴다.

근데 숫놈들은 먹이를 받아먹을 떄를 제외하곤 아직 좀 쌀쌀맞다.

 

얼마전에 찍찍이가 혼자 기거하는 방이 너무 외로워보이고, 방에 쳇바퀴가 없는터라

왕성하게 활동하는 밤에 베란다에 풀어놨더니 신난다고 뛰어다닌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온갖 것을 다 쑤셔놨다.

화분 분갈이 흙 봉지를 갉아놓질 않나, 스티로폴로 만든 허브 화분에 구멍을 내놓질 않나,

어제는 인터넷 선을 갉아놓았다.

 

하지만 아침마다 "찍찍아 나와라" 하면 고개를  구석에서 쏙 내밀며 나는 반기는 모양이

너무 이뻐서, 선을 갉아대건 베란다를 난장판을 만들건 밤이면 풀어놓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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