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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음, 블로그에 글 올릴 시간은 부족하고
뭔가 쓰고 싶기는 하고
그럴 때마다 혼자만 보기로 메모해 두고 지나가는데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가니 어지럽기가 내 방 같다.
틈틈이 복구하도록 하자.
그러니까, 2월 13일이었구나,
천안에서 산별교육하나 끝내고 대전으로 돌아오는데
오후 3시가 지나도록 점심을 먹지 않아 배가 무척 고팠다.
마침, 가문비가 3학년 언니들 졸업식 있다고 학교 안간다고 했던 게 생각나서
전화를 걸었다.
가문비도 그 시간까지 점심을 먹지 않고 친구랑 산책하고 있더라.
-너, 틈새라면 먹을래?
=응!!
그렇게 해서 오후 4시에 아파트 후문에서 만난 우리 부녀는
궁동의 틈새라면집에 가서 빨계떡과 계떡을 맛있게 먹었다.
먹으면서 생각하니,
딸과 분식집에 와서 라면 먹은 것이 처음이기도 하고
앞으로 몇번만 이런 일 있고 나면 어느새 대학가고 집떠나고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사진 하나 찍어 두었다.
가문비는 중학교 1학년이다.
전에도 한번 여기에 썼는데,
시험 때만 되면 가문비 또래 학생들이 다니는 학원들은
아예 2-3주일 전부터 휴강을 하고 시험공부하라고 다그친다.
가문비는 그 학원방학 동안
별로 공부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것 하며 지낸다.
내일부터 목요일까지 4일 동안
하루에 서너과목씩 기말시험을 친다는데
아까 5시쯤 지나서 성당에 간다고 나섰다.
나서면서 하는 말이,
"뭐, 한두시간 공부 하나 안하나 별 차이 있겠어?"
가문비, 조금 전에 성당에서 돌아왔다.
=친구들은 좀 왔더나?
-아니, 나 혼자였어.
=학생부 미사 보는 거 아니야?
-학생부만 따로 하면 나 혼자 미사 보게?
=전에는 학생들만 미사 보지 않았어?
-신부님이 입원하시고 해서 어른들하고 합쳤어.
봄엔가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얘기했던 적이 있었는데
괜시리 더 거들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지금, 여유있게 드라마 보고 있는 가문비한테
그냥 한마디 툭 던져 본다.
=가문비, 여유만만이네, 내일 시험공부는 다해 놓은 것 같네?
-아니. 그래도 사람에게는 적당한 휴식이 필요한 거야.
목요일 밤에는 연맹 중집 전국순회에 하룻밤이라도 함께 하려고 광주에 갔었다.
밤 10시가 좀 못되어서,
연맹 사업에 대한 위원장과의 간담회가 진행되는 도중에 전화가 왔다.
아내= 지금 어디에요? 큰일 났어요?
나- 왜요?
= 집에 개구리가 들어왔데. 아이들이 무서워서 컴퓨터방에 들어가 있다네. 어쩜 좋아?
- 경비 아저씨 불러서 같이 들어가면 되지요.
= 자기가 빨리 오면 안돼?
- 나 지금 못가.
= 그럼 어떡해?
- 일단 가 보고 얘기해요.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가 왔다.
= (엉엉엉 울면서) 어떡해 어떡해? 개구리가 엉.엉.엉.
- 울지 말고 얘기해 봐. 뭐가 어떻게 됐는데?
= 개구리가, 개구리가 팔짝팔짝 뛰어.
- 뭘 어떻게 했길래?
= 거실 한 구석에 개구리가 있길래 파리약을 뿌렸어. 죽으라고.
- 개구리가 파리약에 죽냐? 개구리는 개구리약을 뿌려야지!(^^)
= 그래서 어떡하냐고?
- 경비 아저씨 부르라고 했잖아요.
= 경비 아저씨도 순찰 갔는지 없어. 엉.엉.엉.
- 그럼 119에 전화걸어.
= 이런 걸 갖고 119를 어떻게 부르냐?
- 경비아저씨 없으면 112동 경비아저씨한테라도 가봐.(작년초까지 우리가 112동 살았다)
= 몰라몰라, 빨리 와요.
- 나 못간다니까! (언성이 좀 높아졌다)
= 왜 화를 내고 그래?!! 끊어!! (전화가 끊어졌다)
조금 있다가 전화를 했더니 집도, 아내의 휴대폰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어디 피난이라도 갔나 보지, 하고 생각했다.
곧 전화가 다시 왔다.
= 경비 아저씨가 와서 개구리 꺼내 갔어요.
- 진작에 그럴 것이지.
= 아까는 경비 아저씨 없었다니까요.
- 아이들은?
= 책 산다고 해서 서점에 보냈어.
- 그런데 개구리가 왜 들어왔을까?
= 어디 개구멍이라고 있나 보지 뭐.
- 얼마 전에 애들한테 깊은 산 구멍 속에 개구리 노래 가르쳐 줬더니 개구리가 그 노래를 듣고 왔나?
= 내 참, 이게 다 당신이 일찍 안 다녀서 그런거야.
- 개구리가 들어온 거 하고 내가 늦게 다니는 거 하고 무슨 상관이야?
= 맨날 제 시간에 퇴근하면 개구리가 들어온다고 무슨 문제겠어? 경비아저씨도 그러더라, 아저씨는 어디 가셨냐고?
- 알았네요. 잘 계셔!
일층에 사니까 여러모로 편리한 점이 많은데, 이런 일도 있구나.
아내는,
대학 다닐 때 생쥐로 실험하는 것은 곧잘 하면서도,
탈출한 생쥐가 실험실 바닥에 슬금슬금 기어나오면
의자 위에 올라가서 비명만 지르고 아예 내려오지를 않았지.
토요일 밤에 모처럼 네 식구가 장보러 갔는데
(요즘은 아내나 가문비 중에서 한 사람은 잘 빠지는 편)
가문비가 난데없이 요가강습 테이프 하나 사야겠다고 해서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세 여자가 우르르 몰려가서
DVD 하나를 골라 왔다.
집에 돌아와서 나는 곧장 컴퓨터 앞에 와 앉고,
거실에서는 연신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무슨 일인가 해서 나가 봤더니
아래와 같은 풍경이 이어지고 있더라.
아내가 한마디 하기를,
"어이, 배나온 아저씨, 여기 술 빨리 깨는 호흡법이 나오는데 같이 하시는 게 어때?"
내가 오래 전에 요리교실에 다닐 때
여름방학을 맞아 가문비도 어린이 요리교실에 다닌 적이 있다.
아빠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이
어린 가문비에게도 흥미를 자아냈던 모양인데,
그래서 그런지 혼자서도 곧잘 무언가를 해먹곤 한다.
오늘, 저녁 무렵,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데 가문비가 전화를 했다.
-아빠 지금 바쁘거든. 조금 있다가 집으로 전화할께.
=아빠, 아빠, 나도 바빠. 잠깐만!!
-(기자양반, 잠깐만 기다려주세요..-_-) 무슨 일인데 그래?
=오븐에 넣는 판 어디 있어?
-글쎄다, 엄마한테 물어보지.
=엄마는 전화를 안받는단 말이야.
-그러면 오븐 윗쪽이나 아랫쪽 보관함에서 찾아봐.
=알았어. 끊어.
집에 왔더니, 아이들 돌보는 할머니가 말씀하신다.
"가문비가 친구들 데려와서 무슨 과자를 굽는다고
아직 저녁도 안먹었어요."
가문비, "아빠, 버터가 모자랄 것 같아 새로 샀는데,
그대로 남았거든. 돈 줘."
나, "여기 있다. 근데 다른 재료들은 어떻게 구했어?"
가문비, "설탕, 버터, 밀가루, 이런 것들은 우리 집에 있고,
초코, 바닐라 같은 것들은 친구집에서 가져 왔어."
작년 엄마 생일날에는 쿠키를 구워서 선물을 대신하더니
내일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선물로 줄 모양이다.
밤에 가문비 방에 들어갔더니 밀폐용기에다 정성껏 담아놓았다.
맛은?
달지도 않고 풍미도 그런대로 봐줄만 했다.
월요일 오전에 가문비네 학교에서 반별로 학예회를 한다고 했다.
가문비가 맡은 것은 '합주'와 '끝인사'라고 했던 것이 뒤늦게 생각이 나서
일요일 밤 늦게 잠자리에 들어가 있는 가문비한테 물어보았다.
-너 끝인사 맡았다며? 한번 해봐.
=(졸린 표정으로) 가을이지만 한낮이 되면 바로 무더위가 시작되는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켜봐주신 학부모님들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도 있었고 실수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들에게는 초등학교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학예발표회였던 이 학예회가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로 초등학교 추억의 한 페이지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상으로 6학년 8반의 학예회를 마치겠습니다.
-야, 벌써 깊은 가을인데 무더위는 무슨 무더위냐?
=나는 덥단 말이야.
-너는 더울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지. 무더위라는 것은 한여름 찌는
듯한 날씨를 얘기하는 거잖아. 아침에 일어나서 다른 표현을 찾아봐.
=알았어...
-그리고 그 다음 학부모 어쩌고 하는 거 있잖아?
=어.
-선생님들이 학부모나 학부형이라는 말 쓰지만 니네들이 그런 말 쓰냐?
그냥 엄마 아빠나 어머니 아버지라고 하는 게 더 낫지 않아?
=글쎄용...
-아무튼 니들 눈높이에 맞는 표현으로 조금만 고쳐보는 게 좋겠어. 알았지?
=응.
학예회는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라고 했다. 11시 30분부터 내가 속한
연구소에서 평가제도에 관한 노사합의서 서명이 있을 예정이라서, 좀 일찍
사무실에서 나와 학교에 갔다.
프로그램은 다채로왔고, 아이들은 저마다 열심으로 솜씨를 발휘했다.
이윽고 가문비의 끝인사 순서, 아침에 늑장을 부리다가 허겁지겁 달려갔는데
제대로 하는지 조금은 걱정이 된다.
"벌써 운동장에서는 낙엽들이 굴러다니고 날씨가 쌀쌀해졌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켜봐주신 어머니 아버지들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몇 시간 사이에
'무더위'가 '쌀쌀한 날씨'로 바뀌고 '어머니 아버지'들을 등장시킨 것 말고
이어지는 내용은 간밤에 준비한 것과 다르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침착했다.
남들 앞에만 서면 얼굴부터 발개져서 한마디 말도 못했던 저 나이 때의 내가
아련하게 떠올랐다.
-끝인사를 하는 가문비-
-아이들이 꾸민 칠판
-가문비가 메모한 프로그램: 자기가 좋아하는 이재승이 등장하는 것까지
일일이 연필로 표시해 두었더군.
-개그도 하고...(아마 개그콘서트의 어떤 장면을 패러디한 듯; '표'자 아래가 이재승)
-바이얼린 합주도...(왼쪽이 이재승)
-가문비도 합주 순서에 등장했다
-형형색색으로 꾸민 교실 뒷편에서 엄마들은 진지하기만 하다. 시간관계상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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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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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집떠날 걱정까지..ㅎㅎ부가 정보
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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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랑 같이 분식집에서 라면 먹고 싶어지네요 ㅋㅋ 왠지 몇마디 하다가 다툴것 같지만...부가 정보
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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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리>> 걱정이라기보다는, 지난 15년에 비하면 앞으로 4년은 너무 짧으니까요...ㅎㅎ샤♡>> 아빠랑 왜 다퉈요? 우리는 한번도 다툰 적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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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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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계떡과 계떡이 뭐예요??부가 정보
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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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궁동의 추억. 비빔만두도 먹고 싶어요.부가 정보
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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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버지랑 같이 라면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돌아가신 아버지께 라면 사달라고 뗑깡을 부릴 수도 없고... 흙흙 ㅠㅠ부가 정보
야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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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9개월된 딸이랑 집에서 같이 목욕을 하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더랍니다...라면과는 다르겠지만서도...부가 정보
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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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프>> 빨계떡..계란을 푼 매운 라면(빨개요), 계떡..그냥 계란을 풀어넣은 라면, 안 매워요.도키>> 비빔만두? 안먹어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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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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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라면 사줄 자식을 만드시는게...?ㅋㅋㅋ..야스피스>> 오, 느껴져요, 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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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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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계떡은 계란을 푼 빨간 떡라면일걸요 ㅎㅎ부가 정보
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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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하하, 안그래도 '떡'(라면)을 빼먹었다고 점심 먹으면서 생각했는데, 그새 친절한 안내를 해주셨네요. 고맙습니당~~부가 정보
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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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만두가 뭐냐면요, 튀긴 만두와 양념한 야채를 섞어서 먹는 거에요. 쫄면 위에 올라가는 야채와 양념이라고 해야 하나, 막국수에 들어가는 야채와 양념이라고 해야 하나. 튀긴 만두만 먹는 것에 비하면 맛도 좋고 영양균형에도 좋아요. 궁동에 그거 있다고 선배가 자랑해서 결국 그거 먹으러 갔었다니까요.부가 정보
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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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키>> 아 해 먹어 봐야겠다..땡큐~부가 정보
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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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만두와 만두오렌지탕수의 조립법이옵니다. 고수께 이런 걸 말씀드리는 것도 쑥스럽군요.http://blog.naver.com/0ju1113/70015218133
http://blog.naver.com/0ju1113/7001499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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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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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키>> 대단히 감사하옵니다. 방명록에도 간단한 답글이 있으니 보시고..^^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