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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밤에는 연맹 중집 전국순회에 하룻밤이라도 함께 하려고 광주에 갔었다.
밤 10시가 좀 못되어서,
연맹 사업에 대한 위원장과의 간담회가 진행되는 도중에 전화가 왔다.
아내= 지금 어디에요? 큰일 났어요?
나- 왜요?
= 집에 개구리가 들어왔데. 아이들이 무서워서 컴퓨터방에 들어가 있다네. 어쩜 좋아?
- 경비 아저씨 불러서 같이 들어가면 되지요.
= 자기가 빨리 오면 안돼?
- 나 지금 못가.
= 그럼 어떡해?
- 일단 가 보고 얘기해요.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가 왔다.
= (엉엉엉 울면서) 어떡해 어떡해? 개구리가 엉.엉.엉.
- 울지 말고 얘기해 봐. 뭐가 어떻게 됐는데?
= 개구리가, 개구리가 팔짝팔짝 뛰어.
- 뭘 어떻게 했길래?
= 거실 한 구석에 개구리가 있길래 파리약을 뿌렸어. 죽으라고.
- 개구리가 파리약에 죽냐? 개구리는 개구리약을 뿌려야지!(^^)
= 그래서 어떡하냐고?
- 경비 아저씨 부르라고 했잖아요.
= 경비 아저씨도 순찰 갔는지 없어. 엉.엉.엉.
- 그럼 119에 전화걸어.
= 이런 걸 갖고 119를 어떻게 부르냐?
- 경비아저씨 없으면 112동 경비아저씨한테라도 가봐.(작년초까지 우리가 112동 살았다)
= 몰라몰라, 빨리 와요.
- 나 못간다니까! (언성이 좀 높아졌다)
= 왜 화를 내고 그래?!! 끊어!! (전화가 끊어졌다)
조금 있다가 전화를 했더니 집도, 아내의 휴대폰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어디 피난이라도 갔나 보지, 하고 생각했다.
곧 전화가 다시 왔다.
= 경비 아저씨가 와서 개구리 꺼내 갔어요.
- 진작에 그럴 것이지.
= 아까는 경비 아저씨 없었다니까요.
- 아이들은?
= 책 산다고 해서 서점에 보냈어.
- 그런데 개구리가 왜 들어왔을까?
= 어디 개구멍이라고 있나 보지 뭐.
- 얼마 전에 애들한테 깊은 산 구멍 속에 개구리 노래 가르쳐 줬더니 개구리가 그 노래를 듣고 왔나?
= 내 참, 이게 다 당신이 일찍 안 다녀서 그런거야.
- 개구리가 들어온 거 하고 내가 늦게 다니는 거 하고 무슨 상관이야?
= 맨날 제 시간에 퇴근하면 개구리가 들어온다고 무슨 문제겠어? 경비아저씨도 그러더라, 아저씨는 어디 가셨냐고?
- 알았네요. 잘 계셔!
일층에 사니까 여러모로 편리한 점이 많은데, 이런 일도 있구나.
아내는,
대학 다닐 때 생쥐로 실험하는 것은 곧잘 하면서도,
탈출한 생쥐가 실험실 바닥에 슬금슬금 기어나오면
의자 위에 올라가서 비명만 지르고 아예 내려오지를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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