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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 또다시 무산

또다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무산되었다. 아니, 이번에는 대회가 아예 열리지조차 못했다. 미리 예고되었던 상황이었던 만큼 민주노총 집행부나 각 연맹이나 지역의 간부들이 충심으로 온 몸을 던져 노력했더라면 최악은 피할 수 있었을텐데, 집행부는 여전히 네탓이오만 연발하면서 회의장을 점거한 동지들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으니 큰일이다.

 

일주일쯤 후에 대의원대회를 다시 열겠다고 하지만, 집행부가 사회적 교섭안을 고수하는 한 일주일 아니라 한달이 지나도 오늘 상황은 재현될 수밖에 없다. 집행부가 힘으로 밀어부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언제나 깨달을 것인가. (근데, 오늘 현장에서 있었던 중집위에서는 분명히 날짜를 정하지 않고 대대를 일단 연기하기로 결정했는데, 왜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은 구태여 1주일 이내에 소집하겠다고 발표했을까, 회의를 시작하면서 1주일 순연시키겠다고 하더니 그 생각이 지워지지 않은 탓은 아니었을까, 그런 식으로 사회적 교섭안을 강행처리해야 된다는 생각이 민주노총 집행부의 뇌리에 완강하게 또아리를 틀고 있어서 다른 대안은 들어설 공간조차 없는 것일까, 쩝, 이렇게 썰렁한 상상을...-,.-)

 

4월 총파업 투쟁 조직이 큰일이라며 맥이 풀려 돌아온 위원장에게, 집행부가 남 탓하고 있다고 우리도 그러지 말고, 빨리 책임있는 간부들 불러모아 대책을 내보라고 했더니 한숨만 내쉰다. 하긴 위원장한테만 미룰 일도 아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30분이라도 차분하게 앉아 글쓰고 있을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니, 이쯤에서 글쓰기는 일단 멈추고 생각을 집중해서 현 사태의 해법이나 궁리해야겠다. 좀 정리되면 다시 쓸란다.(2005.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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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어제 오후에 잠깐 짬이 나서 쓰다가 다시 회의에 불려들어가면서 저장해두었던 것이다. 미완의 글이지만 그냥 여기에 남겨둔다)

 

다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주에는 각 조직과 단체마다 간담회, 토론회, 좌담회, 결의대회 등등 다양한 형식의 논의의 장이 벌어졌고, 여기저기 팽팽한 긴장감이 넘쳤다. 우리 연맹만 하더라도 그렇다. 사회적 교섭과 관련한 논의는 긴장감이 도를 지나쳐서 아차 하는 순간에 서로에 대한 짜증과 고성으로 폭발한다. 모두가 이대로 가면 파국이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해법은 판이하다.

 

<노동과 세계> 좌담회에 가서 현 사태를 해결하는 방안을 가볍게 제안했었다.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안은 상정하지 말고, 민주노총의 공식 의결기구에서 최종적으로 통과되었던, 2004년 사업계획의 교섭방침-기업별 교섭을 넘어 산별교섭, 대정부교섭, 사회적 교섭 등 중층적, 총체적 교섭구조를 마련한다-에 근거해서 집행부가 일정한 한도 안에서 사회적 교섭에 관한 대정부협상을 추진하는 내용으로 대의원들이 동의를 구하자는 것이었다.

 

좌담회에서의 제안 정도로  끝났는데, 뾰족한 대책없이 정면충돌할 상황이 되었으니 주말에 여기저기서 이른바 "이성우안"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제안은 해놓았지만 지금 분위기에서 집행부든 아니든 그것에 쉽게 동의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파국을 피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는 심정은 여전하다. 이대로 가면, 내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 확실하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누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가. 일단은 집행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사회적 교섭안을 상정하지 않는 결단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집행부 스스로 그런 결단을 내리고자 고민하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집행부 안에도 강온의 다양한 견해들이 있어서 서로 운신의 폭을 제약하고 있는 듯하다. 자승자박의 상황인 셈이다.

 

그렇다면 집행부가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설득하거나 그것을 강제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데, 워낙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조정력이나 지도력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누군가 나서서 중재라도 할라치면 독박  쓸일 있냐고 도리어 타박하는 분위기까지 있으니, 모두가 언행에 조심스럽다.

 

민주노총 중집위를 열어야 한다고 여기저기 떠들어댔는데, 조금 전에 확인한 바로는 오늘 중으로는 어려운 듯하다. 오전에 있었던 총연맹 상집에서는 중집위를 소집하는 분위기에서 위원장에게 위임을 했는데, 중집위를 구성하고 있는 각 산별연맹 대표자들이나 지역본부장들이 시간이 없다거나 중집위를 소집하면 뭐하느냐 하는 식의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서 열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뻔히 내일 일어날 일을 예측하면서 책임있는 논의의 자리조차 갖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괜시리 위원장에게 따졌다.

 

회의가 또 이어진다. 에라 모르겠다. 밤에 시간나면 계속 쓰자. (2005. 3. 14)

 

밤에 시간나면 쓰자고 해 놓고서, 1차, 2차, 3차, 4차... 취하도록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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