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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를 하다가...

아침, 회의를 시작하면서,

올해를 시작할 때 열심히 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는데

지난 두달을 되돌아보니 여러가지 아쉬움이 있으니

3월을 맞아 다시금 새롭게 마음을 다잡아

더 잘 하겠노라고 짧게 말문을 텄다.

 

그런 것 같다.

연초에 했던 결심은 1월이 지나면 흐릿해져버리고

달초에 했던 다짐은 한 주일이 지나면 스멀스멀 사라지고

아침에 세웠던 계획 따위야 저녁이 되면 정체불명이 되는 것,

사는 것이 그런 것 같다.

 

거기에다가

나란 인간은 참 물러터진 것이

시시각각 채찍질하고 담금질하지 않으면

하루하루가 위태위태하다. 

 

어쩌랴, 어제의 것들을

끊임없이 반추하고 곱씹어서라도

그래서 엇비슷한 반성과 반성을 거듭할지라도

그렇게 살아온 인생, 그렇게 부딪혀온 세상을.

 

정회를 하고 점심을 먹다가

봄이라는데 생각이 미쳐서

오래 전 기록들을 더듬어 봤더니

이런 것이 하나 있더라.

 

정말...

4년이 지났는데 내 삶의 조건은

변한 게 없는 듯.

 



봄. 봄. 봄. 한라산에도!

봄. 봄. 봄. 지리산에도!

봄. 봄. 봄. 설악산에도!

봄. 봄. 봄. 백두산에도!

야호!

 

눈보라와 함께 3월이 왔습니다.

3월을 봄이라고 불러도 좋겠지요.

이번에는 봄이 아주 오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 봄이 오지 않아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겨울이 너무나 깊었기 때문입니다.

겨울의 상처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그 고통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처를 여미고 고통을 덜어내고

함께 새롭게 일어서는 일은

언제나 우리 모두의 책임이지만

겨울은, 그 계절 속에 파묻혔던 나는

굳이 그것들을 외면하려 했습니다.

이제, 굳이 3월이 봄이라면,

봄, 답게, 나도 더욱 부지런해져야겠습니다.

그동안 못썼던 글, 편지, 일기 따위라도

매일같이 쓰면서

지금 나에게 부족한 것들 감출 수 있을만큼

많이 많이 치열해져야 하겠습니다.

(2001.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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