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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 비자 받느라 아무것도 못했다

 

카트만두의 유명한 여행자 거리인 타멜 거리는 카오산까지는 아니어도 거의 없는 게 없는 여행자들의 천국이다. 한동안 추운 곳을 다녀서 그런지 적당히 덥고 적당히 여행자들로 붐비는 이곳에 오니 고향에라도 온 듯 편안한 기분이 든다. 여행자 거리의 분위기는 태국이나 별다를 바가 없는데 현지인들의 생김새나 복장-남자들도 그렇지만 여자들은 거의 전통의상인 사리나 펀잡을 입는다- 등에서 아.. 내가 다른 문화권으로 넘어 왔구나를 실감하게 된다. 또 하나 강렬하게 다른 문화권임을 증명해 주는 건 거리 곳곳에 보이는 낡은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배기가스와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쓰레기인데 뭐 지저분하기가 중국 저리 가라다. 사람들에 말에 의하면 이 정도는 인도에 비해 아주 양호한 정도라니 이미 수차례 들어오긴 했어도 새삼 인도가기가 두려워진다.


주로 아침을 해결한 여행자 거리에 있는 빵집, 이 정도만 되면 좋으련만..


일단 카트만두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비자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다. 다음 나라인 인도 비자는 물론 인도에서 받기 어렵다는 파키스탄 비자까지 두 종류의 비자를 모두 이곳에서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일단 여권을 맡기지 않아도 된다는 인도 대사관부터 가본다. 인도 대사관은 타멜 거리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인도 비자는 먼저 접수만 해 두고 사흘 뒤 오전에 찾아가 여권을 맡기면 오후에 찾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는데 미리 여권을 맡기지 않아도 되는 관계로 그 사이 파키스탄 비자를 받을 수 있으니 아주 감동적인 시스템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인도비자를 접수해 둔 뒤 바로 파키스탄 대사관으로 가려는데 먼저 와 있던 한국 사람이 파키스탄 비자 신청을 하려면 힌국 대사관에 가서 레터를 먼저 받아야 한단다. 결국 택시를 타고 한국 대사관에 가서 레터를 받고 나니 비자 발급시간이 지나 있다-대부분의 비자업무는 오전에만 본다-


다음날은 다시 파키스탄 대사관을 찾아간다. 내리는 위치도 정확히 모르면서 사람들의 말대로 일단 5번 버스를 탄다. 얼마쯤 가니 안내군이 파키스탄 대사관이라며 내리라는데 같이 탄 일본 친구 하나가 여기가 아니니 내리지 말란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비자 찾으러 간다는 일본 친구를 따라 간다. 가보니 파키스탄 대사관이 맞다. 에구 안내군 믿었다간 그날도 비자 신청 못 할 뻔 했다. 파키스탄 비자는 별문제 없는 한 1박 2일 만에 나온다. 이때까지 내가 받아본 비자 중에 국경 비자를 제외하곤 가장 빨리 나오는 비자가 아닌가 싶다. 다음날 파키스탄 비자를 찾고 나니 어느새 카트만두에 도착한 지 사흘이 지나 있다. 그래도 그나마 인도비자는 여권을 안 맡겨도 되고, 파키스탄 비자는 1박 2일 만에 나오니 망정이지 보통의 경우였으면 거의 두주 가까이를 비자 기다리느라 카트만두에 묶여 있을 수도 있을 뻔 했다.


파키스탄 비자를 찾은 날은 금요일, 인도비자는 사흘 만에 나오긴 하지만 토, 일요일은 기간에서 제외되어 월요일에 다시 찾아가면 되니 그래도 어영부영 일주일 가까이 걸리는 셈이다. 그 사이 티벳에서 같이 넘어온 일행은 비자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작가아저씨는 네팔에서 한국으로 귀국이고, 대구 청년은 한국에서 인도 비자를 받아왔다- 트레킹 준비나 하고 있겠다면서 먼저 포카라로 떠난다. 이들과는 이미 같이 트레킹을 하기로 약속을 해 둔 터다. 월요일 인도 비자를 받으면 다음날 바로 포카라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카트만두를 둘러 볼 시간은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이 고작이다. 나랑 비자 받으러 같이 다니던 사진작가 친구는 카트만두는 이미 세 번째라 더 이상 가보고 싶은 곳이 없다며 그냥 숙소에서 잠이나 자겠다는데 뭐 같이 다니자 할 수도 없어 한국 식당에서 공짜로 받은 지도 한 장 들고 거리로 나서본다.


일명 몽키템플 가는 길, 계단의 압박이 상당하다.


몽키템플 안의 탑, 저 눈이 네팔의 상징인 듯 여러 가지 관광상품에 사용되기도 한다.  


사진작가 친구도, 포카라로 먼저 떠난 일행도 아무도 네팔 가이드북이 없다. 카트만두에 도착하자마자 복사판 론리 <이스탄불 투 카트만두>를 하나 사긴 했는데 그간 비자내느라 바빠서(?) 채 들춰보지도 못했고 사람들에게 어디가 좋아요? 물어봐도 카트만두에는 볼 거 없어요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할 수없이 영어로 된 가이드북을 뒤져 토요일 오전 중에는 옛 왕궁터이자 네팔의 여신인 쿠마리가 살고 있다는 쿠마리 바할이 있는 두바르 광장과 일명 몽키템플이라는 슈와얌부나뜨, 오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투파가 있다는 부다나뜨와 한두사원이자 화장터로 유명한 파수파흐나뜨, 그리고 일요일엔 카트만두 근교에 있는 고도 박다푸르 이렇게 다녀오면 되겠다. 계획은 야무지게 세워 놨는데.. 오전에 두바르 광장과 몽키 템플을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오니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게다가 혼자서 심심해진 사진작가 친구는 다른데 가봐도 볼 거 없으니 맥주나 마시자고 살살 꼬드긴다. 이번에는 내가 넘어가 준다.


두바르 광장, 광장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게는 입장료를 받는데 그냥 빙 돌아 아무 골목으로나 들어가면 대충 입장료를 내지 않고도 광장으로 연결된다.


두바르 광장의 여인네들, 노래도 부르고 음식도 먹으며 앉아있는데 그냥 소풍이라도 나온 건지 아님 뭘 기다리는 건지는 모를 일이다.

    

뭐 나도 이제 굳이 가이드북에 나오는데 다 찾아가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상태도 아니니 그저 타멜 거리나 둘러보며 한국게스트하우스에서 한국 음식이나 먹고 맥주나 마시며 주말과 일요일을 보낸다. 월요일은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인도대사관에 들르는 것으로 하루가 간다. 화요일에 포카라로 떠나면 수요일에 바로 트레킹을 하기로 약속을 한 터라 안나푸르나 퍼밋도 카트만두에서 미리 받아둔다. 결국 두 개의 비자를 받아 들자마자 포카라로 향하는 셈이다. 혼자였다면 조금 더 늘어졌을 텐데 역시 일행이 생기니 일정이 조금씩 타이트해진다. 이때까지 많이 늘어졌으니 이도 나쁘지는 않다 싶지만 그 사이 늘어지는 습관이 몸에 밴 탓인지 이렇게 빨리 카트만두를 떠나는 것이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해 조금은 아쉬운 맘이 들지만 글쎄 더 남아 있는다고 뾰족한 수가 있을 같지도 않아 조금은 어정쩡한 마음으로 카트만두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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