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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일산주민과 만나다

라오스 국경을 넘어 태국쪽 국경도시인 총멕에서 방콕행 버스를 타니 12시간을 꼬박 달려 다음날 새벽에야 북부터미널에 내려준다. 같이 국경을 넘은 일본인 커플과 택시를 같이 타고 카오산에 도착하니 6시가 조금 넘어 있다. 이 시간에도 체크인이 가능할까 하면서도 일단 위치도 좋고 좀 깨끗한 게스트하우스들부터 하나씩 들어가 보기 시작한다. 그러나 좀 그럴듯한 게스트하우스들은 죄다 방이 풀이란다. 카오산 로드는 벌써 성수기가 시작된 모양이다. 예닐곱 군데를 돌아도 빈 방은 단 하나가 없다. 그나마 좀 친절한 곳은 체크아웃이 12시이니 11시쯤 다시 와 보라는 말이 고작이다. 먼저 아침을 먹고 숙소에 붙은 카페에서 방이 나기를 마냥 기다린다. 10시가 지나 11시가 되어도 원하는 방은 나오질 않는다. 결국 12시가 훌쩍 넘어서야 트윈룸이 하나 나온다. 방은 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체크인을 하고 나니 방이 좀 작은 듯도 하다. 하지만 그나마 방을 잡은 것만 해도 어디냐 싶다.


한잠을 자고 일어나 가방을 찾고 빨래도 맡기고 인터넷에 여행기까지 올리고 나도 아직 일산주민이 오기까지는 서너 시간이나 남아있다. 술을 마시기도 뭣해 그저 방에서 음악이나 듣다가 조금 빨리 약속장소로 나가본다. 밤1시가 넘은 카오산 거리는 그야말로 가관이다. 낮에 의자가 놓여 있던 길거리에 어느새 비닐 장판 비스름한 것이 깔리고 그 위에 족히 백명은 넘어 보이는 서양애들이 퍼질러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게 아닌가.. 어이구 인간들아 늬들 상태도 과히 좋지는 않아 보인다 하면서도 대체적으로 과거에 우리가 술마시던 모습이 겹쳐져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일산주민은 예상과는 달리 혼자 우아하게 택시를 타고 등장한다. 뭐 아무리 찾아도 신혼여행 온 부부만 백여 쌍 봤을 뿐 배낭여행자는 없어서 그냥 혼자 타고 왔다는데 막상 만나니 뭐 어제보고 다시 본 듯 그만그만하다.


첫날 좀 늦기는 했어도 그냥 넘길 수 없어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와 마신다. 뭐 익숙한 이름들이 오가는 방에 같이 있으니 일산주민 왈, 여기가 방콕인지 가라뫼인지 구별이 안 간단다. 하긴 방분위기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딱 가라뫼다 해가며 낄낄거리다 잠이 든다. 담날은 뭐 당연하게도 늦게 일어난다. 오후가 시작될 무렵 왕궁 근처와 사원 두 개을 들렀다 보트를 타고 다시 돌아오니 어느새 저녁이다. 담날은 버스를 타고 방콕 시내를 다녀온다. 여기도 시내에는 크리스마스트리도 있고 산타클로스도 보이긴 하는데 날씨 탓인지 영 연말분위기가 나는 것 같지는 않다. 방콕이라는 도시가 딱히 볼 것이 있는 것도 아니라 그저 내키는 대로 다니다 뭐 먹을까 고민이나 하고, 심심하면 타이 맛사지도 받았다가, 얼굴마사지도 받았다가, 내친 김에 머리도 자르고 나니 어느새 이틀이 지나있다.


방콕에 더 이상 머무를 이유도 없어 일단 북부 쪽으로 먼저 갔다가 남부 쪽 해변으로 가기로 루트를 정하고 치앙마이로 가는 밤차를 예약해 둔다. 대략 치앙마이-치앙라이-아유타야-끄라비-피피-방콕의 일정이 될 듯한데 크리스마스는 북부에서, 새해는 남부에서 보내게 되는 일정이다. 일산주민이 돌아가는 날은 1월 9일이지만 그전에 앙코르와트를 들렀다 돌아갈 예정이니 1월 5일 경에는 헤어져야 할 것 같아 1월 6일자로 미얀마 비행기표도 같이 조정해 둔다. 사실 일산주민이 오지 않았다면 치앙마이 정도는 몰라도 남부 쪽으론 얼씬도 안했을 텐데 태국을 두루두루 볼 수 있게 된 것도 고마운 일 중의 하나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뭐 가장 고마운 것은 썰렁하기 이를 데 없는 연말을 같이 보낼 술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이지만 말이다^^


 


기억나나.. 태국여행에서 같이 먹었던 푸퐛퐁 커리와 홍합탕. 그 집에 한글간판과 한글 메뉴도 생겼다는 사실을 함께 전한다.


방콕에서 찍은 사진이 없이 치앙마이에서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린다. 뭐 한 일주일만에 상태 나빠진 일산주민의 모습을 보라..


사실 방콕 여행기는 일산주민이 쓰기로 했는데 계속 게으름을 부리는 통에 먼저 써버렸으니 이어지는 치앙마이 여행기를 안숙이 쓰라는 캠페인이라도 벌여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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