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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밤새 달려 새벽녘에 아마시아 터미널에 우리를 떨궈 준다. 다행히 이번에는 별다른 문제없이 터미널까지 왔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허접한 한국가이드북에는 이곳이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으니 대략 어느 방향으로 가야 숙소 있는 골목이 나오는지 조차 알 수 가 없다. 그저 정류장에 가서 시내 가냐고 물어본 뒤 버스를 탄다. 다행히 아마시아는 그리 넓지 않은 곳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시내가 나오고 여행안내소 표시가 보인다. 가방을 챙겨 내린다. 그러나 여행안내소는 그 커다란 팻말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길가는 사람을 잡고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없다. 결국 배낭을 메고 30분가량을 헤매다 내가 가방을 지키기로 하고 그 친구 혼자 여행 안내소를 찾아 나선다. 내가 차이를 얻어 마시면서 하맘(목욕탕) 아저씨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 사이에 30분만에 돌아 온 그 친구 왈 여행안내소를 찾긴 했는데 아직 문을 안 열었단다.
결국 하맘아저씨가 가르쳐 준 싼 숙소가 모여 있다는 골목길 쪽으로 걸어가 본다. 도무지 숙소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골목길에 하나둘 숙소가 보인다. 헉 그런데 숙소비가 만만치 않다. 이건 초절약여행자 기준이 아니라 날라리 여행자 기준으로도 감당이 안된다. 도미토리는 아예 없고 더블룸이 기본 80리라-대략 5만원이 넘는다-다. 그냥 나오면 60리라-대략 4만원 가량- 까지는 내려가지만 이것도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골목에 있는 십여군데의 숙소를 다 돌아봤지만 가격은 대략 거기서 거기다. 가장 싼 숙소가 35리라까지 깍이긴 했지만 가격 대비 허접하기 이를 데 없다. 결국 마지막에 50리라짜리 펜션을 발견한다. 방이 4개 있는 주택인데 다른 손님이 없어 거의 단독으로 쓸 수 있는데다 전망도 좋고 부엌 사용도 가능하다. 어차피 죄 비싼 거라면 여기서 묵는 것도 좋을 듯싶은데 아.. 이 초절약여행자를 어떻게 꼬시나.. 하는 맘이 든다. 슬쩍 말을 건네보니 좋긴 한데 그냥 35리라짜리에 묵잖다.
15리라 차이라면 두사람이 7-8리라 정도 더 부담하는 셈인데 이 숙소의 경우 부엌이 있으니 밥을 해먹으면 그 정도는 세이브가 될 거라는 말로 다시 한 번 꼬셔본다. 그 말에 넘어간건지 아님 자기도 그 방이 맘에 들었는지 이번에는 그 친구가 양보한다. 결국 50리라라는 거금을 주고 그 숙소에 묵기로 한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물가가 싸다는 동부가 이 정도면 서부는 어떻게 다니나 싶은 생각이 들만큼 아마시아는 숙소도, 음식값도 만만치가 않다. 하긴 그래봐야 한국 물가 정도인데 한국에 돌아가면 그 물가는 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그것도 걱정이긴 하다^^. 여튼 여전히 가늠이 잘 서는 터키 물가에 잠시 당황해하며 아마시아에 도착한지 몇시간 만에 숙소에 짐을 푼다.
저 창문 중 하나가 우리 숙소다
나중에 알고 보니 4개의 방마다 색깔이 다 다르다. 우리는 빨간방에 묵었다^^
숙소가 편하니 어디 나가기보다는 숙소에서 뒹구는 시간이 많아진다. 하긴 아마시아란 곳이 볼거리를 찾아 이리저리 다녀야 하는 곳도 아니다. 근처 슈퍼에서 쌀이며 야채를 사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그냥 터키사람들처럼 오이랑 토마토를 썰어 넣고 레몬즙과 소금만 살짝 뿌려 샐러드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이거 생각보다 간단하고 맛있긴 한데 한국에선 레몬이 너무 비싸 가격대비 효과가 반감될 것 같다- 한국 음식이 먹고 싶으면 쏘세지랑 야채 그리고 케첩을 볶아서 밥 위에 얹어먹는 쏘야 덮밥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그냥 밥이란 야채를 볶아서 볶음밥을 해 먹기도 한다. 밥을 할 경우엔 누룽지 끓여 먹는 것도 잊지 않는다. 둘다 장기여행자인 탓에 고추장이니 라면스프 같은 거야 남아 있는 게 없지만 그래도 뒤져보면 고춧가루 정도는 파는 곳도 있으니 이걸로 오이지를 무쳐 먹기도 한다. 이렇게 음식을 만들어 먹는 걸로 하루를 보내다 심심해지면 그저 골목길을 걷거나 강 주변을 산책하는 걸로 시간을 보낸다. 그도 저도 심심해지면 외곽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갔다가 다시 그 버스를 타고 돌아오기도 한다. 사실 이제 무언가를 보는 거 보다 이런 게 더 맘이 편한 것도 사실이다. 방값이 조금만 싸면 한 며칠 더 뒹굴거리면 좋을 도시지만 며칠이나 뒹굴거리기엔 방값의 압박이 만만치 않다. 결국 사흘을 머물고 아쉬운 마음으로 도시를 떠난다.
마을에서 만난 아주머니들, 반상회라도 하시는 모양이다
언덕에서 내려다 본 아마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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