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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이후에는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불편하다. 진보네 블로그에 오면 답답하고 갑갑하고... 진정할 수 없는 작은 떨림 내지는 긴장이 계속된다. 이러다 블로그에서 도망갈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은 다 생까고 별 일 없는 듯 시시껄렁한 일상이나 얘기해 보련다.
푸른빛 속옷? 나와 짝꿍의 속옷을 다 합쳐봐도 푸른빛이 도는 속옷은 없다. 이거 내 취향까지 드러내자니 민망하기는 한데, 내 속옷은 다 하얗다. 나의 이런 취향은 그냥 어려서부터 하얀 속옷 입고 살다보니 그리 된 것 같다. 뭐 별로 속옷에 관심도 없고.
나의 하얀 속옷은 하얀 면옷이기 때문에 좋은 점이 있다. 열라 삶아도 끄덕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면은 적절히 삶아 주면 수명도 더 길어진다. 뽀송뽀송한 느낌은 상쾌하다. 면의 좋은 질감을 오래 유지하는 비결이 바로 삶기! 그래서 나는 속옷과 수건은 항상 삶아 빤다.
내가 너무 게을러서 짝꿍이 '네가 삶을 때까지 못 기다리겠다'며 쌓여 있는 속옷과 수건을 통째로 세탁기에 돌려버린 적은 몇 번 있었으나, 그래도 꾸준히 속옷과 수건은 부지런히 삶아왔다. 삶기 경력이 늘다 보니 몇 가지 속성 삶기 등 얍삽한 수도 늘었지만 피해야 하는 빨래 삶기도 알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색깔 짙은 수건은 따로 삶아야 한다는 것.
나는 짙은 빨강색과 파란색 수건을 싫어한다. 이건 삶으면 색소를 왕창 내뱉어 다른 빨래를 물들인다. 곱게 물들이면 모를까 얼룩이져 기분이 상한다. 물론 사용하기에 불편은 없지만. 그래서 색깔 있는 수건들은 비슷한 색깔끼리만 삶고 아주 짙은 건 아예 따로 삶는다. 가끔 아차해서 내 속옷이나 하얀 수건 중 분홍빛이 도는 것도 있긴 하다.
조금 전에 빨래를 삶았는데 이번엔 속옷 삶기. 부엌에서 사용하는 행주와 작은 수건도 함께 삶았다. 근데 삶다보니 푸른빛이 돌기 시작했다. 뭘 잘못 넣었나?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하얀빨래가 대부분이었고 색깔이 있긴 하지만 여러 번 삶았어도 색이 묻어나지 않았던 옅은 빛깔의 행주 뿐이었다.
세탁기로 헹구고 탈수한 다음에 빨래를 널어보니 범인이 잡혔다. 부엌에서 사용하는 작은 크기의 수건이었다. 이 수건은 옅은 연두색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물이 배어나지 않을 소재로 보였다. 그러나 같이 삶은 게 화근이었다.
왼쪽 사진에도 보이듯이 가늘지만 짙은 녹색의 선, 불과 5mm밖에 되지 않는 선에서 푸른빛 물감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 수건은 처음 사용한 건데 이럴 줄 몰랐다. 들통 안에서 함께 부글대던 다른 하얀 속옷 모두를 푸른빛이 돌게 만들어 놓고 뻔뻔하게 널려 있는 모양새도 얄밉다.
어찌되었든 내가 사고를 쳤으니, 살짝 푸른빛 도는 내속옷은 입고 다녀야지 어쩌겠나. 하지만 짝꿍 속옷 망친 건 어쩌나. 짝꿍이 어디가서 속옷 자랑할 일은 없겠지만 옷이라는 게 안에 입나 밖에 입나 자기 만족인데 그리 이쁘지도 않은 푸른빛 속옷이 만족스러울까 싶다. 착한 짝꿍은 괜찮다고 할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좀 미안하다.
아직도 빨래 삶기 내공이 모자란가 보다. 살림의 수련은 끝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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