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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5월 4일(목) 오후 7시. 대추리 침탈에 항의하기 위한 집회가 있었음.

광화문에서.

 

짝꿍하고 저녁 먹느라고 좀 늦게 도착했는데,

정확한 장소를 몰라 교보생명 근처에서 찾음.

사람들이 어디론가 가길래 따라 갔더니 동아일보 앞.

비염 땜에 치료 받고 있는 말걸기는 최대한 좋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외곽에서 뺀질뺀질.

 

궁금했던 거.

왜 여기서 이러고 집회하고 있지?

 

바로 근처에서는 'Hi 서울 축제' 일환인지 청계천 연등제가 있었고,

저녁부터 사람들은 청계천 근처에 바글바글.

다음날이 휴일이긴 한가 보군.

'Hi 서울 축제' 전야제는 세종로 여기저기 커다란 스크린에서 방송.

효리의 춤도 보이더군.

(효리의 춤은 '퇴폐'보다는 '일상' 혹은 '일상의 적막'으로 느껴졌음.)

 

내 느낌은,

거대한 빌딩 숲 여기저기서 돌아가는 도심 한가운데 시위대가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도심의 일상에는 아무런 메시지도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수백 명이 모여도 고독, 고립으로 여겨질 뿐 반항이나 거부, 개떼같은 개김과 같은 느낌은 못 받았음.

다만, 교통 체증으로 인한 짜증만이 감성의 영역인 듯.

 

2시간이 넘는 집회 시간,

즉 경찰차가 둘둘 둘러싸고도 남는 시간.

이 시간이 지나서야 진출을 도모.

허리가 잘려 KT와 교보생명 사잇길까지 진출.

이 때는 교통 체증도 없는 깊은 밤 술레잡기 같은 느낌.

솔직히 이때만 잠깐의 긴장과 재미를 느낌.

 

대추리 침탈에 대한 보복, 혹은 그로 인한 격렬한 투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그래도 좋고),

어떤 방식이든 '난리'를 쳤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기냥 2~3백 명 뿐이라도 저녁시간 차들로 엉킨 세종로 일대를 마비시키든가.

30분 안에 다 잡혀가더도.

그럼 나중에 온 1~2백 명이 또 '난리'치면 되잖아.

 

지나가는 시민한테 '니들은 자존심도 없냐'는 말 한 마디 값은 했어야 하지 않나 싶은거지.

이 정도는 되어야 대추리에서 생명과 안전을 위협 받은 수 많은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아니었는지.

 

하는 것도 없이 블로그와 인터넷과 TV를 보고선 나름대로 부글부글 대다가

간만에 출두한 집회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