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풍선
1월 29일의 영화.
작년 부산영화제 때는 혼자 졸면서 봤고.....
(예매 안 하고 내려가 거의 현장 티켓 교환으로 보고 싶은 영화 잘 봤다.)
졸았던 게 좀 아쉬웠던 터라.. 그리고 기억이 잘 안 나면서도 느낌이 좋았던 터라...
맥스무비에서 강냉이 써가며.... 강냉이 응모까지 총 6회를 응모해서 당첨.
(물론 개봉하면 돈 내고 봐도 되지만, 웬지 시사회 당첨되면 더 기분이 좋을 것 같아서)
간만에 유진양과 극장에 갔다.
일상, 파리, 허우 샤오시엔, 줄리에트 비노쉬.... 등 이 영화에 꽂힐 만한 코드는 많았지만...
무엇보다 <카페 뤼미에르>를 보고 내가 어딘가에 썼던 그 말이....
그런 마법이 또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카페 뤼미에르..에서 일어났던 그것...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사이, 그저 바람이 불고, 해야 할 일들을 하고,
햇볕이 비치고, 잠깐 낮잠을 자고... 그런 사이에 삶에서 정말 중요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삶은 결심이 아니라, 아주 조그만 방향성에 의해 바뀌는 것인지도, 발견하는 것인지도.
뭐 그런 것들.... 독하지 못한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인 것만 같아서.
그리고 그 영화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긍정적인 것이라서.
나도 그런 에너지를 받고 싶던 것이라.... 그런 환타지가 필요했던 게지.
카페 뤼미에르의 환타지가... 주인공의 임신을 부모님이 말없이 이해해 준다던지...
그저 친구였던 남자가 자길 정말 아껴준다는 걸 발견한다던지...
아무렇지도 않게 다큐처럼 표현해서....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환상을 준다면.....
빨간 풍선에서는 빨간 풍선의 시점, 즉 전지자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한 시점을 동원해서
이건 판타지야...라고 말해 주고 시작한다.
"하지만 정말 같지 않니? 빨간 풍선이 네 옆을 좇아 다닌다고 상상해 봐.
얼마나 신날까... 외로운 풍선이 너에게 놀자 하네. 살라살랑.
사는 게 외롭지. 다 혼자 해야 하지? 잘 모르겠지? 그래도 살아야 하지?
그래도 넌 잘할 수 있어.. 잘하고 있어."
뭐 그런 느낌을 준다고 해야 하나?
그런 마법이 지금 내게도 필요하다. 내게만 필요한 건 아니겠지만.
그래서 두 번째 볼 때는 눈을 부릅 뜨고 봤고...
졸렸던 머리가 맑아졌고. 역시 행복했다.
한위원 가서 침 맞고.. 바로 영화관으로 달려간 덕분에
엉치는 계속 아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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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 2008/02/17 17: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이거 보는 내내 즐거웠어 시몽은 정말 꽃미남.. 특히 나중에 엄마한테 나도 남자야 할 때...그런 아이라면 정말 보물일 듯 어딘가에 내 빨간 풍선도 존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