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 주석은 우파를 좋아해.

2008/02/14 17:28 베껴쓰기

 마오쩌둥: 나는 우파를 좋아합니다. 당신(닉슨)은 우파, 소속정당인 공화당도 우파라고들 합니다. (중략) 우파 사람들이 정권을 잡는 편이 좋습니다.

닉슨 : 좌파가 말로밖에 할 수 없는 것(중국 방문)을, 우파는 실행에 옮길 수 있답니다.

- 윌리엄 버 편, <헨리 키신저: 최고 기밀 대화록>

 

중도파나 좌파가 뭔가를 하면 나라를 말아먹는다는 둥, 코드가 잘못되었다는 둥 다들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서 뭐라고 하지만, 우파, 그것도 극우파가 생각지도 않은 일을 하면.. 참신하다는 둥,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는 둥... 하는 현상을 닉슨의 중국 방문 때 두 국가 지도자가 스케일 있는 위트로 짚어낸 대화다.

 

오늘 아침에도 30분이나 미적미적하다가 겨우 7시 4분 전에야... 헬스장으로 향했다. 집에서 나온 지 2분 후... 생각났다. 운동화를 안 가지고 나왔다. 보통 이게 귀찮아서 개인 라커를 신청하는 법이지만, 다른 헬스장은 6개월에 14만 원 하는 시대에 한 달 8만원짜리 피트니스 센터를 끊은 것만으로도 과용이라(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라 하는 수 없었다) 라커까지 끊을 수는 없었다.

집에 가서 신발 가져와 봐야 불과 5분 차이... 그러나 이미 의욕은 꺾였다. 집에 온 나는 따뜻한 방바닥에(요새 춥다고 보일러는 또 얼마나 땠던가) 드러눕고 말았다. 잠을 자기엔 찬바람 맞은 머리가 너무 제정신이었다. 뭐 읽을 책 없나 책상을 두런두런.... 그러다 눈에 들어온 책이 일전에 열도의 한국인에 관한 책을 같이했던 K교수(전 D일보 논설위원)가 번역했다고 증정한 한일관계사 책이었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일본 아사히신문의 논설주간이 정리한 70년대 이후 일본의 대對 아시아 외교사랄까... 자민당을 각 계파별로 정리해서... 계파별 외교 노선을 다루고.... 그러면서 고이즈미랑 아베 총리를 비판하는 책이다. 

 

일본 책에, 번역서이고, 신문기자가 쓴 글이라 좀 딱딱한 맛은 있고... 도무지 머릿속에서 그림문자로만 보이는 일본 인명들이 수십 명씩 등장하지만... 게다가 이런 장르의 글은 별로 읽어 본 적은 없다만... 아침에 하는 30분짜리 독서로는 제법 흥미로웠다. 나름 역사책이라 그런가? 그 책의 첫머리를 시작하는 내용이 위의 붉은 글씨다. 첨엔 뭔 말인가 했다. 이해가 안 가서. 한참 읽고서야... 아베 신조가 총리가 되자마자 중국을 간 것도... 자민당에서 제일 극우파라서 그렇다는... 배경 설명으로 등장하는 얘기다. 정치를 잘 몰라서 그런가,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는 해석이었다.

 

씨줄과 날줄을 오고가며... 계속해서 해석이 등장한다. 이래서 신문 기자는 매일매일의 역사가...라고 내가 예전에 K교수의 책 보도자료를 쓸 때 썼었지. 끝까지 읽을랑가는 모르겠다만.... 뭐랄까. 요새 일드에 빠져 있다 보니.... 일본에 대한 관심이 약간 생기기도 했고, 또한 일본에 대한 정치적, 문화적 감정의 이분법 속에서 뭘 좀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달까... 아직까지는 재미있게 읽힌다.

 

오에 겐자부로의 <회복하는 인간>을 예스24 카트에 잡아놓고 월급날을 기다리고 있는데... (번역이 엉망이라는 독자 서평 때문에, 안 그래도 어려운 겐자부로 글에 압박은 느낀다만)... 뭐랄까... 또 이 한 시기... 일본의 문화적, 정치적, 문학적 심성을 맛보게 된다고 할까.

 

미리 반칙해서 읽은 책의 마지막 장은... 한일 관계에 관한 어느 일본인 학자의 말을 저자가 옮기는 것으로 끝난다.

 

일본에게 한국은 잊어버리기 쉬운 과거를 항상 일깨워 주는 귀중한 이웃이다. 한편 한국에게 일본은 "더 다양한 사회가 행복하다"고 일러주는 이웃이다. 일본인은 한국인의 "숨 막힐 듯한 열기"에 곤란해하면서도 덕분에 역사의 연속성에 대한 무지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렇지만 일본인은 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의 말을 순수하게 듣는 귀를 가졌다. 그것을 한국인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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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4 17:28 2008/02/1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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