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앙겔부처님의 [북한을 왜 찬양하냐고] 에 관련된 글.
앙겔부처 님 덕분에 요즘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전개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제기하신 북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주사파'의 '찬양'이 문제이긴 한데, 자유주의 또는 제국주의와 별 다르지 않은 북한체제 비판도 문제가 아닐까요? 이 문제는 진보 대통합에서 진보신당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던 진보교연에서 제기한 바 있습니다. 물론 충분치 않았고 느닷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지금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이른바 '주사파'를 포함한 엔엘 계열의 북한 '찬양' 또는 '옹호' 그리고 '방어'가 북한 독재 체제의 공고화에 도움이 되는 정도와 그들이 같은 논리적 연관 속에서 제출하는 제국주의 비판이 갖는 사회개혁 및 반전평화 운동에서의 부분적 역할은 조심스럽게 나누어 평가되어야 할 것 같아요.
전자 즉 북한체제 '찬양' 또는 '옹호'는 매우 추상적이고 이념적 차원의 문제이고, 특정한 정세 속에서 남한 운동의 왜곡을 낳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 구체적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대응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외재적 비판으로 머물게 됩니다. 자유주의적 비판과도 다르지 않게 됩니다. 북한 문제를 내부화하는 방식은 바로 이를 남한 사회의 계급 정치와의 관련성 속에서 구체적으로 제기하는 것이라고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 '주사파'가 북한을 찬양한다고 북한 지배계급이 갑자기 큰 힘을 얻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그런 담론이 제기되는 남한에서 그것이 갖는 영향력도 갈수록 약해지고 있구요. 실제로 이념적 전망의 차원에서 보면 북한체제와 남한체제는 동일하게 민주적이지 않다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주요하게 관료 독재와 자본 독재의 차이가 있는 것이지요. 결국 이러한 상호 외재적 비판은 오히려 '정치'를 불가능하게 할 것 같습니다. 정치는 내부로부터만 전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후자 즉 제국주의 세력의 반평화적 긴장 유발 및 전쟁 시도는 남한 민중 뿐 아니라 북한 민중에게 매우 현실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세계적 경제위기와 맞물려 앞으로 더욱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구요. 실제로 엔엘 그룹이 실천하는 남한에서의 통일운동/민족민주운동을 중심으로 식민과 분단의 유제들을 극복하려는 실천은 일정한 진보성을 갖는 것 같는다고 보입니다.
결국 엔엘의 북한 인식의 문제는 오히려 이러한 긍정성을 평가하고 연대하면서, 구체적 정치 속 '왜곡'의 지점에서 토론을 확장해야지, '주사파' 등의 조금은 선정적 표현으로 그들을 분리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물론 이념적 전망의 차원에서 북한 사회주의의 전제성을 비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의 운동을 통해서 실천적으로 제출될 때 대안적 의미를 갖게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저는 소박하게나마 남한의 반미제국주의자들이 제기하는 북한에 대한 '옹호'나 '찬양'을 '주사파' 또는 '종북주의'라고 매도하지 않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댓글 목록
앙겔부처
관리 메뉴
본문
아~~ 제가 말하는 주사파는 진짜 주사파 있잖아요 김정일 장군님의 수려한 용모와 행적을 찬양하고 김일성 장군님의 업적을 찬양하고 진짜로 그러는 주사파들여. "가요에 스며있는 김정일위원장의 겸손성에 대한 훈훈한 이야기"같은 걸 소개해대는...-_- 북한이 더 잘 산다고... 말씀하신대로 전혀 아무 효과도 없고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근데 저런 걸 계속 봐야하니 화딱지가 나서...하지만 제가 쓴 글이 소위 NL 일반에 향하는 종북의 혐의와 같게 읽혔다니 좀더 명확하게 써야 하나 싶기도 하네요. 고쳐야겠어요.
NL과는 정치적 지향점이 분명 다르지만 남한에서 반제 반미 통일을 기치로 활동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내부로부터만 전개될 수 있는 정치라... 기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사실 그래서 북한 문제에 대해 거의 무지에 가깝게 무관심한 편인데, 그런데 발전적 조건이 만들어지기는 커녕 어째 소식 들을 때마다 더 끔찍해져가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될 것인지 전혀 모르겠고 그래서 답답하고 화가 나요. 분명히 손 놓고 내부로부터의 혁명을 기다릴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감정적으로 마치 전쟁광이라도 된 듯 쳐들어가고 싶다고 쓴 거구요. 또 이렇게까지 판단하기에는 제가 전혀 모르는 지점들이 많은데, 무리수가 아닌가 싶고. 하지만 제가 쓴 내용들이 북한에서 버젓이 일어난다는 증언은 셀 수 없이 쏟아지고, 도저히 모두 조작으로 보긴 힘들구요. 이러다보니 저는 이 문제를 갑자기 정치적 프레임을 떠난 절대악처럼 생각하게 되네요. 그에 동조하며 찬양하는 사람들 짜증나구.
"자유주의적 비판과도 다르지 않게 됩니다. 북한 문제를 내부화하는 방식은 바로 이를 남한 사회의 계급 정치와의 관련성 속에서 구체적으로 제기하는 것이라고 보입니다." 이 말씀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구,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건지 몰라서 답답하고 그러네요. 북한에서는 아랍 소식도 전혀 모른다니 언제 북한의 봄이 올지 암담한... 쓰다보니 제가 상황을 너무 모른다는 점을 여실히 깨닫구.
藝術人生
관리 메뉴
본문
사실 그런 의미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단지 생각나는 것들을 정리하고 한 가지 제안을 드려 본 것입니다. 저는 '주사파' '종북주의' 이런 표현 쓰지 말자고 제안드리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익적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시 고등학생이어서 잘 알지 못하지만 박홍 총장의 '주사파' 발언은 분명 색깔 공세이지만 일정하게 당시 사회운동 내의 파벌주의적 경향과 맞물렸던 것 같습니다. 그 흔적이 제가 대학생이었던 시절에도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많이 반성하고 있어요. 유사하게 '종북'이라는 표현도 당시 민주노동당 내의 비슷한 파벌주의적 구도와 조선일보의 보도가 결합한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파벌주의'는 민족민중적 정치에 미달하는 모습에 대한 묘사적 표현입니다.앙겔부처
관리 메뉴
본문
장군님들을 추종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고 그런 경향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주사파라는 용어를 고수할 생각은 없는데 말씀하시는 게 잘 이해가 안 가요. 그럼 주사파를 대체하는 용어를 만들어야 하는 건지, 주사파 사라지라는 말이 우익적 담론에 입각한 말이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신지...에밀리오
관리 메뉴
본문
크흠... 퇴근 시간 다 되서 +_+ 집구석 가서 트랙백 달아야겠군요 털썩;藝術人生
관리 메뉴
본문
'주사파'는 적절한 이름이 아니라고 생각하구요. 다른 용어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마땅히 떠오지 않네요. 사실 저는 남한에서 그러한 '주사파'의 해악 보다 그런 '주사파'를 보도하고 비난하는 보수우익 매체와 국가보안법으로 그들을 잡아들이는 반공 국가의 해악이 더 크고 이를 비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그리고, 북한에 대해서는 자기해방의 원칙이 중요한데 현재 북한에 대한 인식의 상당부분은 이 원칙이 거의 무시되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적어도 현재의 상황에서 보면 '북한 보다 남한이 낫다'는 판단은 쉽지 않습니다.
앙겔부처
관리 메뉴
본문
음... 제가 좁은 세계에서 살고 있어서, 저로서는 좌파나 인권활동가들이 "북한에 대해서는 자기해방의 원칙"을 강조하는 것밖에 보질 못 했고, 이 입장이 옳다는 걸 알고 저 역시 이런 입장을 지지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당장의 상황을 조금도 바꿀 수 없다는 것에 무력감을 느낍니다. 아랍의 봄도 모르더라는 얘기는 내부통제가 아직도 이렇게 심한데 언제 해방이 될지 하고 조급한 마음에 와닿았고.어쨌든 전체 사회에서 균형있는 시각으로 보자면 미미한 주사파들의 북위 선양 활동 지적질보다 국보법 이슈가 훨씬 중요한 것은 사실이고 실제 운동도 그렇게 행해지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주사파도 아니고, 주사파에 대한 비판이 덜 중요하다고 해서 행해질 필요가 없거나 행해져서 안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장군님을 추종하는 경향을 우익과 대별되는 내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용어 문제는 생각해 보겠습니다
藝術人生
관리 메뉴
본문
덕분에 제 생각도 많이 정리된 것 같습니다. 북한 인식과 내재성에 대해서는 몇 가지 더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지만 나중에 좀 더 고민을 해서 독립적 글을 써 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용어 관련해서 제안 드린 것은 제 느낌에는 '주사파'와 '종북주의'가 거의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 용어들은 우익적 담론에 의해 포장되어 대중 매체에서 통용되기 시작한 표현이라는 것이지요. 거기에 일조한 일부 좌파도 있는 것 같구요. 따라서 조선일보나 우익이 비판하는 것과 다른 의미로 다른 맥락에서 "장군님 추종세력"을 비판하는 것이라면 그들에 의해 다른 목적과 맥락에서 만들어진 표현을 쓰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daydream
관리 메뉴
본문
북한주민이 외부소식을 전혀 모른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아래 기사를 참조하세요.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0/11/2011101100354.html
북한이 2009년 화폐개혁 이후 큰 혼란을 겪고 있다는 얘기는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화폐개혁 이전에는 북한 주민들이 자기들이 못사는 이유가 남한과 미제 때문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통일이 되면 다 죽여버리겠다고 이를 갈고있었는데 화폐개혁 이후에는 김정일 때문에 이렇게 못산다면서 빨리 남한과 통일해야 잘살 수 있다는 쪽으로 여론이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극심한 경제위기로 인해 가족이 붕괴되고 성범죄와 마약 등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체제위기를 겪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붕괴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daydream
관리 메뉴
본문
언제 북한의 봄이 올지 암담한게 아니라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가 벌써 언제적부터 나온 얘긴데.. 대체 포탈은 안보는겁니까. 포탈보면 오매 그 얘긴데.휴
관리 메뉴
본문
역사에 가정은 의미 없다지만, 전 20세기 냉전이 현실 사회주의 블록의 승리로 끝났다면 남과 북이 어찌 달라졌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놈의 자본주의 덕분으로, 남한은 미국 일본 없이 저 혼자서도 저런 참상 안겪고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겠죠? 인권도 쑥쑥 증진되고?당연히 일인 권력자에 대한 추종을 좋은 것으로 볼 수야 없죠. 그러나 사회주의를 지지한다는 이들이, 20세기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은 왜 하나같이 다들 일인, 일당에게 권력을 집중했는가, 그렇게 만든 현실적 조건은 무엇이었나 우리는 그걸 어떻게 극복해야하나 고민 없이 그냥 쟤넨 독재자다 왕조세습이다 피상적으로 욕하는게 책임있는 자세인지는 모르겠네요. 카스트로는 왜 욕 안하는지. 거긴 삼대세습이 아니라 형제세습이니까?
북에 사는 사람들은 참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 저런 극악무도한 체제를 지금껏 지지해온 이유는 그저 철저히 세뇌되었기 때문이겠죠.
藝術人生
관리 메뉴
본문
식민과 분단의 문제는 이미 문제가 아니라고 여겨지는 듯이 보이는 남한의 사회운동과 진보좌파 지식계의 보편주의적 시좌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보입니다. 이러한 시좌의 적용 대상은 남한을 넘어 북한 그리고 다른 어딘가까지 계속 확대될 수 있습니다. 위험하지요. 물론 제가 보기에는 식민과 분단, 나아가 근대성의 문제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평등 자유와 같은 보편주의적 가치들도 궁극적으로 실현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역사적 맥락과 동시에 그 속에서 형성된 복잡한 관계들을 제거하고 남한과 북한을 자기만족적 체제로 타자화해서 비교하는 방식은 남한에서 내부를 인식하는데도 장애가 됨은 불문가지입니다. 마르크스주의를 포함하여 현대와 당대의 유럽기원적 정치사상이나 이론들에 대한 참고도 필요하겠지만 먼저 급선무인 것은 이러한 역사구조적 관계를 지금 토론되는 이러한 문제들과 연결지어서 내부적으로 풍부하게 발굴하고 해석해내는 작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 안에서 북한에 대한 우리 내부로부터의 인식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좋은 의견 고맙습니다.휴
관리 메뉴
본문
예술인생님의 작업이 제겐 좀 어렵지만, 뭔가 중요한 것이라는 느낌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좋은 결과 내시길 기다립니다.ou_topia
관리 메뉴
본문
용어사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주체사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우선 이북사회와 주체사상의 연관성이 문제가 되겠죠. 달리 표현하면 이북사회가 주체사상이 관철된, 주체사상으로 지탱되는 사회인가를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북 연구가 사실 송두율 이후 90년대에 들어서 일부 그렇게 진행되었다고 봅니다. 저는 이북이 주체사상이 관철된 사회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곳 블로거 gynacosmos님과는 달리 „북한은 중국에게 브라자 빤쓰 다 벗어던져가면서 애걸“ (http://blog.jinbo.net/gynacosmos/trackback/30)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중국에 의지할 수 밖에 없겠지만 주체사상을 브라자 빤쓰인양 벗어던져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옷이야 갈아 입을 수 있겠지만 자기 뼈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요.„식민과 분단의 문제는 이미 문제가 아니라고 여겨지는 듯이 보이는 남한의 사회운동과 진보좌파 지식계의 보편주의적 시좌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보입니다.“ 절대 동감합니다. 냉전 종식으로 독일은 통일을 이룩했습니다. 근데 냉전구도가 종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는 아직 분단상태입니다. 그래서 한반도의 분단은 냉전외 다른 요인이 있다고 봅니다. 그게 식민/제국주의가 아닌가 합니다.
이와 관련 주체사상과 식민/제국주의의 연관성을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북 주체사상의 경로와 함께 그 발전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주사파’란 용어사용을 문제시하는 핵심은 한반도 분단의 극복이 (인권증진 등을 다 포함한) 자본주의의 우월성이란 (물리적 power/violence 포함한) 담론의 틀안에서 이루어질 것인가 아니면 제국주의의 (전세계적인) 극복이란 틀안에서 이루어질 것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태지역에서 식민/제국주의 문제는 다른 양상으로 대두될 것이라고 봅니다. 관련
작년 11월 „미국은 태평양 국가“라는 오바마의 호주 의회 연설이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이후 미안마 등에서의 미국의 행보도 눈여겨 봐야 할 것 같구요.
아무튼 한반도 분단은 독일분단보다 더 큰 (세계사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藝術人生
관리 메뉴
본문
그렇습니다. 용어의 문제가 단순히 용어의 문제인 경우는 없지요.한반도의 전쟁과 분단은 국제적으로 냉전을 촉발시켰지만 한반도에서는 식민/제국주의의 역사적 맥락이 갖는 제약 속에서 인식될 수 밖에 없다고 보입니다. 특히 한국전쟁을 '내전'으로서 인식하는게 남한과 북한을 본질주의적이고 동질적인 것으로 상호 타자화하는 유/무의식적 지식방식을 성찰하는데 중요할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의 학문이 갖는 역사에 대한 이해는 구미적 현대 학문의 체제를 모방형성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피식민과 (반)독립 및 분단의 역사적 경험이 인식론적 틀에 환원된 측면이 강한 것 같은데요. 거기에는 분단으로 주어진 강제되고 왜곡된 현대화의 맥락도 있지만, 역사적 운동의 주체로 등장했던 민중의 이념이 지식인의 이념으로 환원되는 과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식인의 이념은 다시 구미적 학문 틀에 근거한 것이었구요. 이 부분은 제가 중국을 경유하여 복원하고자 하는 한반도와 아시아의 역사적 이념과 관련되는데 아직 많이 추상적인 상태입니다.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엔 '역사학'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인 것 같네요. 정치를 고민하는 분들이 더욱 '역사'를 참조하는 노력을 함께 많이 했으면 하는 희망을 갖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