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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인을 보호하기 위한 예멘의 홍해 봉쇄는 국제법에 의해 전면적으로 뒷받침된다. 하지만 미국은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계속하는 봉쇄와 집단학살에 대한 처벌을 면하도록 하기 위해 이 나라를 무자비하게 폭격하고 있다.
2025년 4월 1일, 크레이그 모카이버*
* 전 UN 인권최고대표 뉴욕사무소장으로 집단학살에 반대하며 2023년 10월 사직했다. UN 인권최고대표 뉴욕사무소장의 사직서 (번역문)
원문: Yemen is acting responsibly to stop genocide and the U.S. is bombing them for it
미국이 예멘을 폭격하는 이유는 예멘이 국제법이 요구하는 대로 팔레스타인에서의 집단학살과 불법적인 봉쇄를 중단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문 논평이 아닙니다. 법과 사실 면에서의 진술입니다.
이러한 사실 중 어느 것도 서방 언론사의 보도나 논평에 언급되지 않았으며, 미국과 같은 가해 정부의 성명에서는 더더욱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공개적으로 집단학살을 저지르려면 진실을 억압하고 법을 흐리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제법은 명확합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모든 국가가 이스라엘 정권이 ①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② 피점령지 가자지구 주민을 집단학살하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중단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고, 유엔 총회(UNGA)도 이를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법적 발견은 집단학살, 침략, 무력에 의한 영토 취득, 자결권을 침해하는 행위의 금지를 포함한 최고 수준의 국제법 규칙(소위 강행규범과 대세적 의무)에 근거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무는 모든 국가를 구속합니다. 예멘은 홍해에 면한 (이스라엘) 항구인 에일라트에서 이스라엘 정권에 재보급하려는 선박에 봉쇄를 가함으로써 이를 충족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행동했고,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이 가한 봉쇄와 집단학살에 대한 대응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요약하자면, 미국은 팔레스타인에서 국제 범죄를 계속 저지르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처벌을 면제하기 위해 예멘을 무자비하게 폭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미국은 국제사법재판소의 법적 판결을 위반하였고, 두 가지 국제범죄, 즉 침략범죄와 집단학살 공모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반면 예멘인들은 이 상황에서 인권 옹호자이자 인도주의적 개입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분명히, 미국 정부와 그에 아첨하는 미디어 기업들이 내세우는 선한 사람-악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는 진실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입니다.
팔레스타인에서의 집단학살에 대한 국제적 경각심은 2023년 10월에 울리기 시작했으며 집단학살이 진행됨에 따라 점점 더 커졌습니다.
세계 193개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① 미국, 영국, 독일을 비롯한 일부 서방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함께 집단학살을 자행했습니다 .
② 다른 국가들, 특히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은 집단학살에 가담해 집단학살 기계에 연료, 예비 부품, 외교적 지원, 기타 필수적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③ 모든 지역의 많은 국가가 단순히 침묵과 수동적 태도를 선택했는데, 이는 집단학살을 예방하고 중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국제 인도법을 시행해야 하는 국제법상 의무를 위반하는 것입니다.
④ 네 번째 국가 그룹은 안전보장이사회와 유엔 총회에서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외교적 조치를 취하거나 국제사법재판소와 국제형사재판소에서 가해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이스라엘 정권에 반대했지만, 가해 정권에 대한 물질적 지원을 차단하거나 이스라엘 군인과 불법 유대인 정착민의 공격으로부터 팔레스타인 인민을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⑤ 하지만 국제법에 따른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한 가장 작은 규모의 또 다른 그룹이 있습니다 .
이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스라엘을 집단학살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습니다. 그리고 매우 중대한 사례로는 예멘이 있습니다.
예멘(수도와 대부분의 인구는 안사르 알라의 사실상 통제 하에 있고, 남부는 유엔에서 인정한 경쟁 집단이 통제하고 있음)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대한 대응으로, 이스라엘 정권이 가자지구에서 봉쇄와 집단학살을 계속하는 한 이스라엘 정권에 재보급을 하기 위해 홍해로 향하는 선박을 봉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예멘과 지부티 사이의 홍해 입구에 있는 좁은 해협인 바브 알-만다브(Bab al-Mandab, 적절하게도 “눈물의 문”이라는 의미)의 병목 지점을 이용합니다.
예멘은 2023년 11월 이스라엘 선박에 탑승하면서 이러한 집중적인 부분적 봉쇄를 시작했고, 가자지구에서 가장 최근의 휴전이 발표될 때까지 봉쇄를 유지하다가 이스라엘이 휴전을 파기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불법적인 봉쇄 공격을 재개한 후에야 홍해 봉쇄를 재개했습니다.
실제로 예멘인들은 1월에 가자지구에서 휴전이 이루어졌을 때 홍해 봉쇄를 전면 중단하고, 이스라엘이 3월에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 공격과 본격적인 공격을 재개했을 때에야 홍해 봉쇄 재개를 발표함으로써 봉쇄의 순수한 인도주의적 의도를 증명했습니다.
물론 정권에 물자를 공급하는 선박은 아프리카를 돌아서 홍해 봉쇄를 피할 수 있었지만, 이는 운송 비용이 상당히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이스라엘로 향하는 일부 선박은 봉쇄를 깨려고 시도했고 예멘(후티) 군대에 의해 경고를 받거나, 탑승당하거나, 징발되거나, 군사적으로 교전당했고, 예멘인을 공격하거나 봉쇄에 맞선 서방 군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봉쇄는 효과를 거두어 이스라엘로의 선박 운송이 80% 이상 차단되었고, 궁극적으로 이스라엘의 항구인 에일라트가 파산했으며, 아슈도드(수에즈 운하 경유)를 통한 공급이 줄어들어 정권에 재보급이 심각하게 방해를 받았습니다.
이에 미국은 예멘을 공격하기 위한 대규모 폭격 작전을 개시했습니다 . 예멘은 이 지역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이며, 미국은 20년 이상 예멘을 폭격하면서 국제법을 위반하고, 그 과정에서 민간인을 학살하고, 기근, 의료 위기, 강제 이주 상황을 악화시켰습니다. 또한 미국 군인을 위험에 빠뜨리고 더 광범위한 지역 전쟁의 위험을 초래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 납세자의 돈을 수십억 달러나 낭비했습니다. 또한 자국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거짓말을 했는데, 이 모든 것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자행하는 집단학살을 돕기 위한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였습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 국제법은 분명히 예멘 편입니다.
첫째, 예멘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국제법상 침략 범죄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행위는 유엔 헌장에 따른 자기방어의 좁은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며, 헌장에 따라 허가되지도 않습니다. 강행규범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상거래를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두 번째로, ICJ와 UN 총회는 모든 국가가 점령 국가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하고, 불법 유대인 정착민의 모든 생산품을 금지하고, 이스라엘 점령군과의 모든 군사, 외교, 경제, 상업, 금융, 투자, 무역 관계를 단절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ICJ와 UN 총회는 모든 국가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사건에 대한 ICJ의 잠정조치명령을 존중해야 하며, 집단학살협약에 따라 집단학살을 예방하고 처벌하기 위해 행동하라는 제3국으로써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확인했습니다.
여기에는 모든 제3국이 잠재적으로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는 국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의무가 포함되며, 제3국이 스스로 그러한 행위를 돕거나 방조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할 의무도 포함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규칙은 강행규범(jus cogens, 예외가 없는 가장 높은 수준의 절대적 규범)이고, 대세적 의무(erga omnes, 즉 예멘과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를 구속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예멘과 미국은 모두 1949년 제네바 조약 에 따라 이스라엘을 포함한 다른 당사자가 잠정조치명령을 “존중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습니다.
예멘은 이러한 의무 이행을 위해 행동하고 있지만, 미국은 그것을 이유로 예멘을 공격해 왔습니다.
따라서 예멘은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막기 위해 개별적으로, 집단적으로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국제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집단학살, 전쟁 범죄, 인도에 반한 범죄, 심각하고 체계적인 인권 침해를 자행하는 정권을 지원)이 자신이 통제하는 지역 또는 그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러한 위반을 중단하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물론, 미국의 공격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1) 예멘에서 안사르 알라가 국가를 대표하는 정권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2)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예멘에 무력 사용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여 예멘의 개입 권리에 이의를 제기할 것입니다.
실제로 예멘은 분열된 국가이며, 다양한 구역을 통제하는 경쟁 세력이 있습니다. 이 나라는 식민지 이후 역사의 대부분 동안 분열되어 왔지만, 예멘의 현재 위기는 2011년 아랍의 봄 시위로 시작되었습니다. 시리아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시위는 진압되었고, 그 후 적어도 2015년부터 격화되고 있는 내전으로 변모했습니다.
갈등의 파괴적인 영향은 미국과 사우디의 잔혹한 공격과 봉쇄로 인해 더욱 악화되었으며, 2023년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이 급증하기 전에 국제 기관들은 예멘을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한 인도적 재앙 지역으로 선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나라의 남부는 유엔이 인정한 대통령 지도 위원회(Presidential Leadership Council)가 주도하고 있으며, 서방과 걸프 군주국도 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사르 알라의 최고 정치 위원회는 수도이자 가장 큰 도시인 사나와 예멘 북부 영토 전체, 국가 인구의 80%, 그리고 전략적 지역인 바브 알-만다브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두 나라 중 후티가 통제하는 예멘이 사실상 가장 강력한 실체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바브 알-만다브에 인접해 있고 인도주의적 봉쇄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실체입니다.
이 “영향력”은 ICJ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특히 집단학살의 경우 행동에 나설 책임이 높아졌음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행동할 (강화된) 의무와 행동 능력이 모두 있기 때문에, 국가가 분열되어 있다는 사실이 집단학살이 포함된 사건에서 결정적이라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안사르 알라가 통치하는 예멘이 국가 지위를 거부당하더라도 무장 집단을 포함한 비국가 행위자들도 국제법, 특히 국제 인도법 규칙에 따라 의무를 지는 것으로 인정됩니다.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이 없는 것과 관련하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분쟁 당사자인 미국에 의해 완전히 무력화되었고, 결과적으로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돕겠다는 목적 하에 전혀 작동하지 않습니다. (미국이 이 억압적인 외국 정권을 대신하여 국제법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는 또 다른 사례입니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국제법의 일부인 조약, 즉 유엔 헌장에서 위임을 받았기 때문에 국제법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제법에 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집단학살 금지와 자결권은 모두 강행 규범이고 대세적 의무입니다. 이것들은 가장 높은 국제법 원칙이며, 절대적 규범이고, 보편적이고 훼손할 수 없는 원칙입니다.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러한 국제법 원칙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조치가 강행 규범을 대체할 수 없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불행동이나 태만도 강행 규범을 대체할(또는 없앨) 수 없으며, 그 규범의 효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속됩니다.
간단히 말해서, 국제법의 강행 규범과 대세적 의무는 안전보장이사회의 권위에서 유래되지 않았으며, 그에 의해 무시될 수도 없고, 그에 의존하지도 않습니다.
더욱이 이 사건에서 국제 사회는 팔레스타인에서 ICJ의 판결을 이행하는 것에 관한 UN 총회 결의안을 채택하여 의도를 표명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평범한 결의안이 아니라 (1) 압도적 다수결로, (2) 소위 평화를 위한 연합 결의안에 따라 소집된 비상 특별 세션의 강화된 권한에 따라 채택된 결의안으로, 이러한 특별한 상황에서 거부권 행사의 방해를 극복하도록 고안된 것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예멘도 유엔 헌장 51조에 따라 모든 국가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무장 공격에 대한 자위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멘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수십 년 동안 계속되어 왔습니다.
그 외에도 예멘은 일부 행동에 대해 자국 영해에서 해양법 집행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UN 안보리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미국 해안 경비대는 마약 밀수 혐의를 포함한 훨씬 더 사소한 범죄에 대한 혐의만으로도 국제 해역에서 선박을 압류, 승선 및 나포합니다. 그리고 집단학살을 막는 것보다 더 중요한 해양법 집행 기능이 있을 수 있을까요?
사실, 해양법(예멘이 비준했지만 미국은 서명이나 비준을 거부하는 국제 조약) 규칙에 따라 다투어보더라도 예멘인들은 ICJ가 선언하고 UN 총회 이행 결의안에서 강화되었으며 예멘이 당사국인 조약(해양법에 관한 조약, 집단학살협약, 제네바 협약 포함)에 명문화된 대로 국제법의 권한에 따라 행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합법적인 구제책은 ICJ에서 분쟁 사건에 대한 결정을 구하거나, 대안적으로 UNGA가 해당 문제에 대한 ICJ 자문 의견을 요청하도록 설득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예멘에 대한 전쟁을 벌일 법적 권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법적으로 명확한 것은 예멘과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ICJ의 판결과 국제법에 대한 권위 있는 해석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ICJ는 이미 모든 제3국을 구속하는 법률에 대한 몇 가지 명확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먼저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장벽에 대한 권고 의견에서, 그다음에는 이스라엘에 대한 집단학살 사건에서 명령한 일련의 잠정조치에서,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와 팔레스타인의 불법 점령을 발견한 권고 의견에서였습니다.
이스라엘 정권의 팔레스타인 점령이나 팔레스타인에서의 집단학살을 지원하거나, 지원을 촉진하거나, 지원을 중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국제법 위반입니다.
예멘은 이러한 의무를 충족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를 위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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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대학교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의 청탁을 받아 경계연구 3집 2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경계연구 사이트에서 pdf로 보시려면 클릭
뎡야핑(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독립군, 즉 해방운동의 무장 분파들이 16년간 봉쇄된 가자지구의 장벽을 뚫고 나왔다. 알-아크사 홍수 작전이라 이름 붙인 전례 없는 규모의 군사작전이었다. 드론이나 감청 같은 물리적인 수단은 물론, 협박과 매수를 통한 스파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팔레스타인 주민을 촘촘히 감시해 온 이스라엘 점령당국도, 그 감시를 함께 수행해 온 미국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팔레스타인 독립군이 목표한 작전 지역은 가자지구를 둘러싼 이스라엘 점령군의 군사 기지 및 그 기지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에 있는 자체 무장한 키부츠들(Gaza envelope)이었다. 독립군의 예상과 달리 이스라엘 점령군도 키부츠의 민병대도 삽시간에 무너졌다. 가자지구를 에워싸고 있던 이스라엘 특공대 병력이 앞서 서안지구의 불법 유대인 정착민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로 서안지구로 이동해, 기지에 병력이 부재했던 것이 전선의 빠른 붕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가자 주민을 가두었던 장벽이 붕괴되고 이스라엘 점령군이 무력화되자 가자 주민들이 이스라엘로 쏟아져 들어왔다. 가자 주민의 70~80%가 난민으로, 이들 다수는 바로 독립군이 작전 지역으로 삼은 지역들 출신이다. 1948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원주민 인종청소로 들어서고 난민의 귀환을 금지한 이래, 처음으로 고향 땅을 밟은 것이다.
10월 7일 반격에 대한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이번에 팔레스타인이 당할 일은, 특히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스라엘에게 당할 일은 앞선 공격들과 규모가 다를 것임을 직감했다. 이스라엘은 2007년 가자지구 육해공을 봉쇄한 이래 주기적으로 대규모 폭격을 가해 주민 수백에서 수천 명을 살해해 왔다. 어느 경우에나 이스라엘은 구실을 댔지만, 팔레스타인이 감행한 최대 규모의 반격에 대해 이스라엘이 늘 해오던 것보다 공격의 수위를 높일 것이 분명했다. 또한 팔레스타인이 반격을 가할 때마다 그랬듯이 전 세계에서 양비론이 득세할 것과, 더 나아가 팔레스타인이 가해자로 오도될 것도 우려가 됐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모든 예상과 우려를 뛰어넘어 충격적으로 전개됐다. 팔레스타인 독립군들이 이스라엘 민간인 2천 명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집단강간했다는 뉴스가 범람했다. 이런 뉴스는 이스라엘 언론을 통해 이스라엘 점령당국이 퍼뜨린 허위조작정보(가짜 뉴스)였음이 이후 밝혀지게 되지만 초기에 국제 언론은 최소한의 검증도 거치지 않은 채로 자극적인 주장을 사실로 보도했다.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음에도 이스라엘은 첫날부터 가자 주민 집단학살에 착수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특별보고관 프란체스카 알바네제는 “국제형사재판소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자행한 범죄를 진지하게 수사한다면 10월 7일 단 하루 동안 자행한 일을 수사하는 데만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첫 6일 동안 이스라엘은 365㎢ 넓이의 가자지구에 총 4천 톤 상당의 폭탄 6천 발을 투하했다고 밝혔으며, 이로 인해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만 1,417명에 달했다. 7일 차에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연구자 라즈 시걸은 이것이 “집단학살의 교과서적 사례”라고 칭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을 전례 없는 밀도로 학살하고, 그것이 생중계되어 이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와중에도 세계적으로, 그리고 한국에서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 다 문제라는 양비론이 득세했다. 하마스도 그렇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양비론에 기초해 한국 시민사회에는 이전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침공했을 때 즉각 이스라엘을 규탄하던 것과 달리 이스라엘만을 규탄하는 데 대한 망설임과 주저함이 생겨났다. 팔레스타인과 저항 운동에 대한 한국 사회에 여러 가지 몰이해와 편견이 있었음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한국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영어로 뉴스를 보지도 않고, 중동 뉴스는 국제 뉴스 중에서도 비중이 매우 떨어진다. 같은 아시아라기엔 거리도 매우 멀고, 아랍어 사용자도 드물고, 시민사회 차원의 접촉면도 좁다.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이나 중동 출신의 식자들을 만나도 그들이 우리에 대해 아는 것은 남북한 분단과 삼성, 현대 등 대기업 이름 몇 개와 K팝 정도기 일쑤다.
본고에서는 한국 시민사회에 있었던 오해를 저항 운동에 대한 오해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구도에 대한 오해로 나눠 살펴보고 그 오해를 해소해 보고자 한다. 하지만 한국만의 쟁점이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연대 운동이 공유하는 쟁점들이기도 하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한 키부츠에서 아기 40명을 참수했다거나, 다른 키부츠에선 임산부의 배를 갈라 태아를 꺼냈다는 등의 끔찍한 뉴스는 10월 7일 5세 이하 전체 아동 사망자가 6인이었고, 해당 키부츠에 임산부가 없었다는 등의 후속 보도를 통해 간단하게 가짜 뉴스로 판명됐다. 행사 직전에 토요일까지 하루 연장됐던 음악 축제의 일정을 하마스가 몰랐다는, 즉 사전에 계획한 바가 없다는 것도 이스라엘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적극적인 날조를 통해 이미 이스라엘은 1948년 이래 이어온 팔레스타인 식민지배의 역사를 감추고, 10월 7일에 유대인을 증오하는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이 갑자기 유대인의 국가 이스라엘을 침략했다는 프레임을 일반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가자 집단학살 개시 후 이스라엘이 레바논, 시리아 침공까지 정당화하는 만능 논리가 된 “자위권” 행사라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민간인 사망자가 2천 명이라던 초기 집계는 전체 사망자 1,400으로 줄었다가 다시 최종 전체 사망자 1,139명, 민간인 사망자 695명으로 줄었다. 사망자가 200명가량 줄어든 이유에 대해 이스라엘은 새카맣게 불탄 시신들의 신원 확인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즉 200명가량은 팔레스타인 독립군과 가자 주민 들의 시신이었다는 얘기다. 하마스가 집단강간을 자행했다는 이스라엘 정부의 주장에는 그 어떤 피해자 진술도, 피해 사실 접수도, 증거 제시도 따르지 않았지만 다른 잔혹 행위보다 시효가 길었다. 이후 여러 탐사 보도를 통해 목격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모든 보도와 공식 문서가 이들의 허위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미 가짜 뉴스로 판명된 뉴스를 자세히 열거한 이유는 이런 잔혹 행위들을 하마스가 저질렀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이 한국 사회에 자연스럽게 수용된 것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육해공을 작년 기준 16년간 봉쇄 중이었기 때문에, 가자지구에는 물자가 현저히 부족했고, 독립군이 비행기나 탱크 같은 중화기를 보유할 수가 없었다. 만약 보유했다면 지금 시리아에서 보듯 점령군이 폭격으로 다 파괴했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초기 미디어 투어를 열어 하마스의 짓이라며 파괴적인 현장을 공개했는데, 그렇게 집을 통째로 허물고, 수백 명을 자동차와 함께 새카맣게 불태워 죽이는 것은 물리적으로 이스라엘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런 자세한 사정은 모를 수 있다. 하지만 하마스가 그런 잔혹 행위를 벌였다고 쉽게 납득한 것은 여전히 충격적이었다. 하마스는 IS와 전혀 다르다. 하마스가 IS와 같은 잔혹한 방식으로 학살과 강간을 자행할 수 있다는 가정은 매우 위험하다. “하마스=IS”라는 이스라엘 점령군의 프로파간다는 하마스 전투원을, 나아가 이들을 지지하는 가자 주민을 악마화하고, 인간 이하의 존재로 만들어 집단학살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아니고, 이슬람주의가 곧 극단주의인 것도 아니다. 기독교, 불교, 힌두교 등 모든 종교에 극단주의 세력이 있듯이 이슬람에도 있을 뿐이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IS와 하마스는 서로 적대하며, IS는 이스라엘이 아닌 하마스를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IS가 급부상했던 2014년 팔레스타인에 갔을 때 만나는 사람마다 묻지도 않은 IS 얘기를 꺼내며 우린 IS가 아니라고, IS는 이슬람이 아니라고 억울함을 호소하던 것이 떠오른다. 어쩌면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주창한 이슬람=테러=비문명 공식이 우리 사회의 무의식에 내재화됐던 걸지도 모른다. 이슬람 자체를 IS류의 극단주의와 동일시하며 폄하하는 서양과 그 서양의 영향을 받은 전 세계의 시선 속에서, 이스라엘은 정의 구현과 해방이라는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테러로 둔갑시키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전도시키고 해방 운동의 정당성을 쉽게 훼손할 수 있었다.
나는 절대 다수의 한국인들처럼 세속주의자이고, 이슬람주의에 관한 특별한 관심이 있지도 않다. 다만 팔레스타인의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삶의 중심에 두고 그 가르침을 실천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안다. 삶이 곧 정치라면, 이들이 이슬람을 자신들의 정치로 받아들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른 한편으로 팔레스타인 사회는 세속주의 전통도 강하다. 세속주의자들과 이슬람주의자들은 민족해방운동의 대의를 이끌기 위해 대중의 신임을 두고 경합해 왔다. 세속주의자로서 이슬람주의 정치에 동의하지 않지만, 잔학 행위를 계획하고 저지르는 것이 결코 이슬람주의 정치에서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팔레스타인 사회도, 저항 세력도 우리만큼 문명화되었고 우리만큼 인간답다는 것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초기에는 하마스가 고의적으로 잔학 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스라엘 측의 내러티브가 세계적으로 수용되었다. 실제로 음악 축제 현장에서 364명이 살해됐다(당시에는 260명이라고 발표됐으나 최종 집계가 정정되었다.). 당시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 연대자들의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하마스와 가자 주민을 분리한 것이다. 잔학 행위를 저지른 것은 하마스일 뿐, 가자 주민들은 하마스를 지지하지 않는 무고한 희생자라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의 식민 통치의 폭력이 극에 달했고, 팔레스타인인들이 결국 억압자로부터 배운 폭력과 야만의 언어를 사용하게 된 것은 고통스럽지만 필연적인 귀결이라는 것이었다.
첫 번째 주장은 첫날부터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은 이스라엘로부터 주민들을 구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의 발로였겠지만 정직하지 않은 태도였다. 집권 세력으로서의 하마스에 대한 가자 주민들의 지지가 점점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민족해방운동의 지도부로서 결행한 해방 작전이 지지받지 못한 것은 아니다. 10월 7일 당일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야외 감옥’에 갇혀 있던 가자 주민들은, 아니 모든 팔레스타인 민중은 환호했다. 집단학살 시작 후 행해진 여론 조사들에서도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지지한다는 가자 주민이 더 많았다. 필요한 것은 가자 주민 중 누가 하마스를 지지하는가 여부를 기준으로 무고한 사람을 가려내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논리와 같을 뿐이다.
첫 번째 주장은 팔레스타인 해방은 지지하지만 무장 투쟁은 답이 아니라거나, 혹은 무장 투쟁을 국제법의 테두리 내에서 행해야만 지지할 수 있다는 선 긋기로 이어졌다. 두 번째 주장은 이런 조건부 지지에 대한 반발이기도 했다. 첫 번째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잔인한 식민주의 폭력에 비슷한 종류의 폭력으로 응수했던 앞선 해방운동 사례들이 호출됐다. 팔레스타인이 75년 넘게 식민지배를 받으며 사회가 폭력적으로 변하는 동안 세상이 외면했다는 반성도 뒤따랐다.
초반의 혼란스러운 며칠 동안 나 역시 팔레스타인 독립군이 학살을 자행했다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을 소화하기 위해 애썼다. 하마스는 혐의를 부정하고 있지만, 혹시 내가 모르는 새 하마스가 극단주의로 전향했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 하지만 도저히 가능하지가 않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 중 가장 큰 분파지만, 결코 하마스 혼자 싸우는 것이 아니다. 팔레스타인 독립군은 2014년 이스라엘이 가자 주민 2,310명을 학살한 당시 오랜 정파적 반목을 깨고 합동 작전실을 꾸렸다. 그 이후 주기적으로 공동 군사 훈련을 하는 등 이스라엘에 맞선 본격적인 무력 투쟁을 함께 예비해 왔다. 10월 7일 알-아크사 홍수 작전은 하마스가 단독으로 계획했지만, 당일 바로 좌우를 막론한 모든 정파가 전선에 뛰어들었다. 날짜와 시간은 공유되지 않았어도 이미 오래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던 것이다. 이 모든 저항 세력이 수년간 준비한 작전이 고작 민간인 학살일 리가 없다. 그것이 엄청난 역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계산을 못할 리도 없다. 국내 정치의 문제도 있다. 한 번 싸우고 나면 끝인 게 아니다. 해방운동이 민간인 학살을 군사작전이랍시고 계획하면 전 세계적으로 공격을 받을 것이 자명하고, 그래서 팔레스타인이라는 대의를 훼손할 것도 자명하며, 팔레스타인이 점해온 이스라엘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일거에 잃게 된다. 팔레스타인 대중의 신임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정치 조직들이 대중과 유리된 결정을 내릴 리 없다. 또 앞서 언급했듯이 통째로 불태워진 수십 대의 자동차 등 피해 규모는 팔레스타인의 조악한 무기로 가능한 규모가 아니었다.
10월 7일 민간인 사망자에 대한 하마스의 입장은, 당연히 학살을 기도한 바 없고, 이스라엘 점령군과 교전 과정에서 민간인이 희생됐다는 것이었다. 이는 8일 후인 10월 15일 이스라엘 생존자가 함께 있던 인질들이 이스라엘 점령군의 탱크에 살해됐음을 이스라엘 방송국을 통해 증언하며 뒷받침되었고 이후 시차를 두고 이스라엘 군인들의 증언도 잇따랐다.
이스라엘의 오랜 식민지배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사회는 놀라울 만큼 건강하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국제 뉴스에 촉각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정치의식이 높다. 공동체 내 상호 부조 시스템도 견고하다. 식민 통치에 맞선 투쟁의 역사가 영국 위임 통치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만큼 길고 다양한 투쟁의 전통을 자랑한다. 팔레스타인 민중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아동부터 노인까지 전 생애에 걸쳐, 전 세대에 걸쳐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스라엘의 식민 통치에 저항해 왔다. 무장 투쟁은 이와 동떨어진 극단적인 조류가 아니다.
팔레스타인 민중이 결코 무오류의 신화를 자랑하는 것은 아니다. 신화 속 존재가 아닌 이상, 이 세상의 그 어떤 해방운동도, 아니 그 어떤 집단도 오류를 범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팔레스타인인 아무도 자신들이 오류를 범한 적이 없다거나, 자신들이 행한 모든 행동이 정당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잔혹한 식민자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지 치열하게 실행하고 논쟁하고 비판하고 경합한다. 그런데 팔레스타인에 대한 ‘조건부 지지’는 이 모든 걸 무시한다. 아무리 그래도 어떤 경우에도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초월적인 위치에서 경고한다. 발화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는 현재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집단학살의 주요 정당화 논리 중 하나와 교집합을 이루게 된다. 즉 팔레스타인인들 또한 “테러”를 저지른 잘못이 있으며, 완전히 무고한 피해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비인간화는 의식의 차원에서 당신은 열등하다고 선언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민간인 살해를 정당화하는 집단(아무도 정당화한 적 없다!)은 우리보다는 덜 인간답다고 느껴지고, 그들이 당하는 폭력에 대해서도 나와 같은 인간이 당하는 것보다 덜 문제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이스라엘은 수십 년간 이렇게 팔레스타인인을 비인간화하기 위해 국가적 자원을 동원해 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해방운동 세력은 뭘 하든 정당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오직 낱낱의 행위를 정당한가 아닌가라는 판사적 관점으로 재단한 뒤 양쪽에 각각 이만큼의 잘못이 있다고 훈수 둘 수 없다는 것이다. 비유컨대 정말로 공평하게 팔레스타인이 행한 폭력을 똑같이 기술하자면, 이스라엘이 행한 폭력으로 1만 권의 책을 쓴 뒤에야 1만 1권째 책에 팔레스타인의 폭력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마스가 각종 잔학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은 이스라엘이 날조한 것이지만,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독립군이 이스라엘 민간인을 인질로 포획한 것은 사실이다. 사실 시온주의 세력이 집단학살을 정당화하는 핵심 포인트로 삼는 것도 이스라엘 민간인 사망자보다 이스라엘 군인을 포함한 인질 문제이다. 이를 얘기하기 전에 10월 7일 알-아크사 홍수 작전부터 살펴보자.
알-아크사 홍수 작전이 목표한 작전 지역은 첫머리에 밝혔듯이 가자지구를 둘러싼 이스라엘 점령군의 군사 기지 및 그 기지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에 있는 자체 무장한 키부츠들(Gaza envelope)이었다. 작전의 목적은 ① 작전명을 따온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 침탈 저지와 ② 이스라엘 감옥에 감금된 수감자 전원 석방 등 해방운동의 주요 의제를 포괄한다.
이스라엘이 1980년에 불법으로 영토 병합한 동예루살렘은 장래 팔레스타인 수도로 국제사회가 약속한 곳이지만, 트럼프 정부 시기 미국은 동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영토로 승인했다(트럼프 정부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점령하고 1981년 영토 병합을 선언한 시리아 골란 고원도 이스라엘 영토로 승인했다). 동예루살렘에 위치한 알-아크사 사원은 종교를 떠나 팔레스타인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이스라엘 정치가들은 팔레스타인을 도발하고 싶을 때마다 알-아크사 사원이 위치한 하람 앗-샤리프를 침탈해 왔지만, 이것이 팔레스타인의 뇌관임을 알기 때문에 이스라엘 경찰은 하람 앗-샤리프에서 유대인의 예배를 금해 왔다. 그러나 2021년 이후 불법 유대인 정착민들과 이스라엘 경찰은 국제법을 위반하며 일상적으로 사원을 침탈하고 신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알-아크사 사원 일대를 탈환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사회에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은 알-아크사 사원 침탈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수없이 경고해 왔다.
두 번째 주요 목표인 수감자 석방 역시 동예루살렘, 난민 귀환권과 함께 대표적으로 꼽히는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의 주요 의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협상에 임하는 것은 오직 수감자(포로)를 교환할 때뿐이다. 이스라엘은 열 차례 넘게 수감자 교환에 응했고, 마지막 교환 때인 2011년 와파 알-아흐라르 협상 때는 이스라엘 병사 한 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1,027명을 교환했다. 이때 하마스 지도부 일원인 야히야 신와르도 석방됐다(신와르는 2024년 10월 16일 이스라엘에 살해됐다). 이후 2023년까지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계속 수감자 교환 협상을 제시했지만 이스라엘은 거부했다. 이스라엘 지도부는 애초에 이런 손해 보는 협상을 원하지 않는다. 군인이 포로로 포획될 바에야 살해하는 게 낫다는 ‘한니발 지침(Hannibal Directive)’이라는 군내 정책이 있을 정도다(앞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10월 7일 이스라엘 인질들을 살해했다고 언급한 것이 바로 이 한니발 지침이 작동한 결과였다.이스라엘 언론 보도: “10월 7일 정오, 이스라엘군은 명시적으로 지침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투입된 모든 전투 부대에 ‘한니발 지침’을 사용하도록 명령했다. 명령은 하마스 테러리스트들 중 일부가 인질을 데리고 있다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자지구로 돌아가려는 모든 시도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중단하라는 것이었다.”). 2011년 협상도 5년을 끌다가 여론에 밀려 할 수 없이 응했던 것이었다.
10월 7일 작전을 결행하며 발표한 하마스의 성명은 와파 알-아흐라르 협상에 따라 석방됐던 수감자들을 이스라엘이 다시 체포해 협상을 위반했음을 지적하며 수감자 석방이 주요한 목표임을 명시했다. 다시 체포된 이 중에는 45년간 복역하며 최장기 정치 수감자로 기네스 기록에 오른 나엘 바르구띠가 포함된다. 작년 기준 이스라엘 감옥에 무기 징역으로 복역 중인 팔레스타인 정치 수감자는 총 559명으로, 이들을 해방시킬 방법은 수감자 교환 외에 없다.
2021년 9월 6일에는 이스라엘에서도 강력한 보안을 자랑하던 길보아 감옥에서 정치 수감자 6인이 탈출한 일이 있었다. 숟가락과 접시, 주전자 손잡이 등으로 화장실 아래 터널을 파서 같은 방에 복역하던 전원이 함께 탈출한 것이다. 이 사건은 팔레스타인 사회에 크나큰 반향을 일으켰다. 며칠 간의 도주 끝에 결국 전원이 체포됐고 하마스는 이들을 반드시 풀어주겠노라 공언한 바 있다.
독립운동가들을 감금해서 해방운동을 분쇄하는 것은 식민 통치의 전형적인 전략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해방운동 지도부를 암살하는 한편 대다수는 감옥에 투옥시켰다. 예를 들어 여론 조사마다 차기 팔레스타인 대통령으로 가장 선호되는 정치가 마르완 바르구띠는 20년 넘게 옥살이 중이다(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독립운동 진영 전체의 위임을 받아 수감자 교환 협상에 임하고 있다. 하마스가 석방을 요구하는 주요 팔레스타인 정치 지도자로 파타의 마르완 바르구띠,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의 아흐메드 사다트, 하마스의 압둘라 바르구띠 등이 있다).
2023년 8월 기준으로 이스라엘이 가둔 팔레스타인 정치 수감자는 약 5천 명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독립운동가인 것은 아니다. 2015년 불법 유대인 정착민의 공격을 받았지만 오히려 그들을 공격했다는 죄명으로 13살에 수감돼 성인이 된 지금까지 복역 중인 아흐마드 마나스라 등 그저 무고하게 갇힌 민간인은 지금도 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은 행정구금 제도를 활용해 재판은커녕 기소도 하지 않은 채로 팔레스타인 주민을 무단 납치·감금해 왔다. 어떤 죄를 지었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찾아보겠다며 납치해 우선 6개월간 가둔다. 6개월간 죄를 못 찾으면 더 찾아보겠다며 다시 6개월을 임의로 연장한다. 이런 식으로 6개월 단위의 무기한 연장이 가능하다. 2023년 8월 기준으로 이렇게 불법적인 행정구금을 당한 팔레스타인 주민은 약 1,200명이었다. 집단학살 시작 후엔 이스라엘이 테러범을 색출하겠다며 가자 주민을 강제수용소에 대량으로 감금했다 풀어주길 반복하고 있어서 불법 행정구금당한 사람은 5천에서 1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행정구금으로 갇혀 있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인질이다. 수십 년간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인 인질이 이스라엘 감옥으로 납치돼 고문당하고 강간당했다. 행정구금에서 풀려나기 위해 단식 투쟁을 많이 하지만, 이스라엘은 건강이 완전히 훼손될 때까지 결코 석방시켜 주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 중 하나인 이슬람 지하드의 명망 높은 활동가 카데르 아드난은 단식 투쟁 끝에 네 차례 풀려났지만, 다섯 번째로 행정구금당한 2023년, 86일간의 단식 투쟁에도 이스라엘이 석방시키지 않아 끝내 감옥 안에서 사망했다.
‘인질’이라는 단어는 오직 가자지구에 끌려간 이스라엘인을 칭할 때만 사용되고 있다. 이스라엘인 인질은 모두 풀려나야 한다. 그렇다면 팔레스타인인 인질은 어떤가? 이스라엘인 인질 백여 명의 석방이 무엇보다 긴급하다고 주장하려면 앞선 76년간의 팔레스타인인 인질은 차치하더라도, 현재 무단 감금당한 팔레스타인인 인질에 대해 최소한 동일한 수준에서라도 석방을 요구해야 한다.
팔레스타인 독립군의 목표는 이스라엘인 포로를 최대한 많이 포획해, 팔레스타인 정치 수감자 전원과 맞교환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군인만이 아니라 ‘민간인’을 인질로 삼는 작전을 펼쳤을까?
어쨌든 민간인을 인질로 포획한 것은 전쟁범죄라고 규탄하기 전에, 하마스의 설명을 들어보자. 하마스는 민간인을 살해하는 것이 작전의 일부가 아니었듯 민간인을 인질로 포획하는 것도 계획한 바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결과까지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하마스 공직자 가지 하마드는 인터뷰에서 “물론 몇몇 사람이 실수를 저지른 것은 분명”하지만 “하마스의 결정, 하마스의 정책” 차원에서는 군인을 인질로 데려가는 것이 목표였다고 밝혔다.
2011년 수감자 교환 협상을 성공시키는 등 이스라엘 측 그림자 협상가로 일해 온 게르숀 바스킨 역시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질로 잡을 계획이 없었고, 여타 팔레스타인 집단과 개인들이 민간인을 인질로 잡은 것을 당혹스러워했다고 설명한다. “이들(여타 팔레스타인 집단과 개인)은 마땅한 계획 없이, 이들(이스라엘 민간인)을 통해 무엇을 얻을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서 사람들을 가자로 데려왔습니다. 이미 전쟁 나흘 차부터 저는 하마스와 여성, 어린이, 고령자, 부상자를 위한 협상을 논의했는데 매우 손쉬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마스가 이들을 가지고 무엇을 협상할지 계획을 세워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마스는 이들을 치우길 원했습니다.”
이스라엘 인질 가족대책위의 전 대변인에 따르면 “10월 9일이나 10일에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하지 않는 대가로 모든 민간인 인질을 석방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석방된 86세 인질은 초기에 하마스가 자신과 다른 여성을 풀어주려 했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거절해서 석방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오히려 가자지구를 무차별 폭격해 이스라엘인 인질 3분의 1을 살해했고, 보여주기식 무리한 구출 작전으로 인질을 죽게 하고, “성공적”이라 칭해진 인질 4인 구출 작전 때는 누세이라트의 난민 274명을 학살했다. 최근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인질이 억류된 건물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후 해당 건물을 재차 폭격해 인질을 살해했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인질 문제에서 하마스를 규탄하는 만큼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목소리는 찾기 힘들다.
그렇다면 하마스 전투원이 행했을 수 있는 전쟁범죄에 대한 하마스의 입장은 어떠한가?
하마스는 혐의에 대해 재판을 통해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2024년 1월 하마스 창립자 중 한 명인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이렇게 썼다. “2015년 이래 하마스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저항 운동에 대해 진행 중인 조사에 대한 관할권을 인정하고 협조해 왔다. 이스라엘은 그렇지 않았다. 2015년 이래 하마스는 근거 없는 주장과 외침이 아닌 증거와 사실에 근거해 ICC에 출두해 ICC의 심판을 받고 싶다는 의사를 거듭 표명해왔다. 이스라엘은 그렇지 않았다.”
사실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은 국제법의 권위를 인정하고 즐겨 인용하며, 국제사회에 국제법이 효력을 발휘하도록, 즉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준수하도록 강제할 것을 촉구해 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질서에 기반해 정립된 국제법은 태생적으로 피식민지/포스트 식민지에 가하는 제약이 크지만 여전히 팔레스타인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2024년 7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팔레스타인 땅에서 이스라엘의 존재(presence) 자체가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ICJ는 이미 2004년에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땅의 주민을 상대로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권고적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는 것은 이스라엘만이 아니다. 국제 인도법은 국가와 사업체에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에 공모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지만 절대 다수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의 불법 행위를 규탄하는 수많은 유엔 결의안은 이스라엘에 아무런 제재도 부과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에 부여한 국제사회의 면책은 현재 가자지구 집단학살에서 정점을 찍었다.
유엔 총회 결의안 194에 따라 1948년을 전후해 이스라엘이 추방한 팔레스타인 난민들에게 고향 땅으로 귀환할 권리가 보장되지만, 이스라엘은 완강히 귀환을 금지해 왔다. 현재 국제사회의 담론은 최소 6백만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난민이 현대 이스라엘의 고향 땅으로 돌아온다는 건 이스라엘이라는 기정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환상이라고 치부한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군이 10월 7일 가자지구를 둘러싼 장벽을 부수고 나오는 모습은 실현 불가능한 망상이라고 치부되던 70년 넘은 꿈과 권리가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과 민중의 사고가 국제법의 테두리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법은 1967년 이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군사점령만을 적극적으로 다룬다. 1948년 건국을 전후한 이스라엘의 인종청소는 다루지 않는 반면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의 22%에 해당하는 동예루살렘·서안지구·가자지구를 이스라엘이 1967년에 군사점령하고 이를 지금까지 이어온 것은 불법이며 이곳에 유대인 정착촌을 짓는 것도 제4차 제네바 협약을 위반하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본다. 때문에 미국조차도 서안지구의 악명 높은 정착민들을 제재한다는 발표를 하고, 또 이스라엘에 정착촌을 더는 확장하지 말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해 온 것이다.
팔레스타인 민중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유대인 정착민(settler)들은 환대해야 할 이주민이 아니다.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땅에 살아온 유대인 원주민과도 무관하다. 유대인 정착민들은 19세기 말부터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추방하고 땅을 빼앗아 유대인만을 위한 국가를 만들겠다며 유럽에서 건너온 식민자들, 시온주의자들이다. 시온주의자들은 정착촌(settlement), 식민지(colony), 키부츠(kibbutz), 모샤브(moshav), 나할 정착촌(Nahal settlement) 등 뭐라고 부르든 속성이 같은 식민자들의 마을을 만들고, 빼앗은 땅을 지키기 위해 자체 무장한 민병대를 중심으로 요새를 구축한다. 나할 정착촌처럼 아예 군인들이 만든 마을군도 있다. 10월 7일 알-아크사 홍수 작전 때 피해 사례로 자주 거명된 나할 오즈, 니르 오즈 같은 곳들이 그렇다.
이런 정착촌들이 확장해서 지금의 이스라엘 국가가 되었다. 국제법은 이 중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 안에 있는 이스라엘인들의 정착촌만을 전쟁범죄로 규정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 민중에게는 가자지구를 둘러싼 정착촌과 서안지구 및 동예루살렘 안에 있는 정착촌, 그리고 그곳에 있는 자체 무장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역사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 중 작년에는 가자지구를 둘러싼 정착촌들이 알-아크사 홍수 작전의 대상이 됐을 뿐이다.
태국 측 인질 석방 협상가 레르퐁 사이예드는 태국인 인질들을 처음으로 석방시킨 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전한다. “하마스는 태국 국민과 태국 당국에 이 메시지를 들려주길 바랐다. 국경 지역은 분쟁 지역이며 전쟁 중이고 하마스는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범법자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마스는 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의 국적이나 여권을 볼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것은 괜찮다고 말한다.” 가자지구를 둘러싼 정착촌은 가자지구를 가두는 장벽 옆에 농장을 운영하고 그 농장들은 태국인 노동자를 대거 고용하고 있다.
식민자 공동체들이 단순한 민간인 마을로 둔갑할 만큼의 세월이 흘렀다. 인종청소와 집단학살로 건국된 과거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마치 중세 시대의 일에 현대의 도덕률을 들이미는 것과 같은 비논리적이고 몰역사적인 태도로 몰각되기도 한다. 이렇게 나크바의 생존자와 후손들은 시대착오적인 인물이 된다. 이스라엘인도 그 땅에 평화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들 말한다. 사실이다. 팔레스타인인도 평화를 원하는 이들과 공존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오직 그들이 식민자로서 팔레스타인 민중을 학살하고, 추방하고, 파괴하며 군림하는 한 맞서 싸우겠다는 것뿐이다. 함께 살기를 방해하는 것은 피식민자가 아니라 언제나 식민지배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식민지배, 군사점령 대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상호적인 갈등과 분쟁”, “폭력의 악순환”이라는 규정을 즐겨 사용한다. 이를 통해 어떤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정의와 해방의 문제를 크고 작은 책임이 있는 양 당사자의 문제로 축소·왜곡하는 프레임에 봉사한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지배를 같은 층위에 놓고 “전쟁”을 일반화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는 힘의 우열이 바뀔 수 있는 대등한 두 주권 국가 간의 갈등이나 분쟁이 아니다. 남북 관계에 대한 비유도 많다. 하지만 남북한 어느 쪽도 다른 쪽을 군사점령하고 식민화하고 있지 않다.
양 당사자 간의 문제로 보게 되면 양비론을 피할 수 없다. 양비론은 어느 순간, 이스라엘이 지나치긴 하지만 팔레스타인도 일정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원인과 결과를 전도시키는 밑그림으로 작용한다. 팔레스타인이 저항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식민화를 멈출 것이라는 기이한 논리로 귀결될 수 있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틀린 사고지만, 지금은 특히 발화자의 의도와 무관하게도 집단학살 정당화 논리와 일치하기 때문에 한층 위험한 관점이다.
사실 그대로 부르는 것이야말로 객관적이다. 식민자와 피식민자, 점령자와 피점령자라는 역전 불가능한 억압의 구조에서 출발해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
그러면 식민자 사회도 단일한 것이 아니며, 팔레스타인 민중은 이스라엘의 노동자·빈민 계급과 연대해서 함께 해방을 맞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 자체로 옳고 아름다운 이상이지만 프랑스와 독일의 노동자 계급이 단결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이것은 “양측”에 동일하게 부과된 과제가 아니라 식민자 사회에 부과된 과제여야 한다. 피식민자에게 식민자 사회의 해방까지 견인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요구가 아닌가. 이스라엘 노총 히스타드루트가 이스라엘 식민지배 체제의 일부로 기능해 왔으며, 현재 가자 주민 집단학살에 조합비로 자금을 지원했다는 점을 제외해도,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라는 인종차별의 구조 하에 사는 누구도 이 구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이스라엘 인구의 20%를 점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을 이등 시민으로 규정하는 65개 넘는 법체계 속에 일터에서 유대인을 상관으로, 혹은 같은 일에 종사하며 임금 차별을 받는 동료로 마주친다.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일상에서 이스라엘의 노동자 계급을 점령군으로 마주친다. 오직 식민자 노동 계급이 식민자로서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에만 연대와 단결이 시작될 수 있다.
이스라엘 좌익들은 2023년에 소위 “민주주의 시위”를 통해 네타냐후 정권을 축출하고 개혁을 이룰 수 있었던 기회를 10월 7일 하마스가 망쳤다고 개탄한다. 네타냐후와 신와르가 오랜 공생 관계에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그렇지 않다. 식민지배 체제와 아파르트헤이트는 개선되고 개혁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다른 곳에서도 그랬듯 억압의 구조 자체를 해체해야만 “양측 다”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새로운 미래의 기회가 열린다.
이스라엘 민간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얘기는 너무 당연해서 공허하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명제가 어떤 맥락에 위치하는지를 봐야 한다. “모든 사람의 목숨은 소중하다”(All Lives Matter)는 상식이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의 대항마로 제시될 때 끔찍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조건 없는 이스라엘 인질 석방”이라는 구호는 가자 주민 집단학살이 계속되더라도 이스라엘인 인질만은 구해야 한다는 인종주의로 귀결된다. 이스라엘의 가자 주민 집단학살이 1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식민지배와 군사점령이라는 상시적인 억압도 우리가 처한 억압과 질적으로 달랐지만, 집단학살이라는 정세는 모든 걸 압도한다. 다양한 유엔 기구가 매일 같이 가자지구 상황이 종말론적이라며 온갖 수치를 보고한다. 가자지구 아동 96%가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다고 느낀다는데, 이에 대해 누구도 아니라고 말해 줄 수가 없다. 어떤 통계로도 처참한 현장을 전달할 수 없다.
이런 정세에서 연대자들에게 기대되는 것은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에 대한 훈수가 아니다. 운동에 성역은 없다. 더 나아가기 위해 분명 우리는 서로를 비판하고 비판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가자지구 주민들은, 가자지구 저항 세력들은, 팔레스타인 독립군들은 토론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들은 그 모든 가능성을 박탈당한 채 15개월간 버텨 왔고, 앞으로도 더 버텨야 한다.
당위로만 접근하지 말자. 판사 역할을 자임하지 말자. 낱낱의 행위가 정당한가 아닌가 평가하지 말자. 그들의 정치가 옳은가 그른가 지금 논하지 말자. 연대자는 어떤 경우에도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팔레스타인 대의를 훼손해서도 안 된다. 집단학살 가해자들의 논리와 교집합을 이뤄서는 더더욱 안 된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에 대해 잘 모른다. 잘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서양을 통해 편향된 정보를 수용한 결과 부지불식간에 왜곡된 상을 갖게 됐다. 권위 있는 국제 언론들은 그간 고수해 온 모든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면서까지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주장을, 혹은 날조를 사실로 둔갑시켜 왔다. 그래서 우리는 편향된 정보를 객관적인 사실로 오인해 왔다. 한국에 번역된 팔레스타인 지식인이나 활동가들의 담론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고민할 때조차 유대인 혹은 이스라엘 학자들을 경유해 왔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합의된 모든 규칙을 무너뜨리며 집단학살을 수행하고 있다(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 집단학살 시작 후 1년간 미국은 이스라엘에 사상 최대 규모로 군사 지원을 보냈다. 앞서 매년 38억 달러씩 보내던 것을 집단학살 후엔 약 5배에 달하는 최소 179억 달러를 보낸 것이다.). 이에 맞서는 팔레스타인 민중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뒤집어엎는 싸움의 최전선에서 저항하고 있다. 버티고 있다. 온몸으로 투쟁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팔레스타인 민중으로부터 우리는 배워야 한다. 팔레스타인에 연대하기 위해, 우리의 싸움을 지속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더 집중하고 더 많이 행동하자. 집단학살이 장기화될수록 막막해지고 무력감을 느끼는 것도 자연스럽다. 지쳤다면 잠시 쉬다 오면 된다. 미약하게 여겨질지라도 작은 힘들이 보태져 집단학살 종식을 단 몇 분이라도 앞당길 수 있다. 단 몇 분으로 수백 명이 살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팔레스타인인들도 포기하지 않는데 우리가 포기할 수는 없다.
팔레스타인은 우리에게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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