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월러스틴의 『유럽적 보편주의: 권력의 레토릭』(창비, 2008)에 내가 근래에 고민하는 문제와 맞닿은 논의들이 전개되어 있다. 월러스틴의 논의는 두 가지 축이 전개되는데, 하나는 기존의 논의를 요약해서 반복하는 것, 즉 세계체계의 역사성과 그 위기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세계체계를 구성하는 지식구조에 대한 것이다. 물론 월러스틴은 전자를 전제로 후자를 포섭한다. 탈식민주의적 비판은 이렇게 월러스틴의 논의 안에 자리를 잡는다.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는 것인지는 차츰 고민해봐야겠다. 나는 민족과 민중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개별적 특수성과 관계적 보편성의 변증법적 결합을 고민했는데, 물론 역사성으로서의 민족(해체과 구성)과 정치성으로서의 민중(주체)으로 좀더 세밀하게 나아갔고, 민족이 내재성을 근거짓는 역사적이고 인식론적 범주라면 민중은 당대의 모순에 근거하여 역사의 진보의 방향과 당파성을 설정하는 주체의 범주로 보았다. 역사성으로의 우회를 통해 개별적 특수성을 밝히는데 비판적/해체적인 사유(또는 니체적 사유)가 주요하다면, 모순을 중심으로 당대의 구조를 분석함을 통해 주체를 소묘하는데는 과학적이고 개념적인 사유(또는 헤겔/마르크스적 사유)가 주요하다.
비오리엔탈리스트가 되는 것은 우리의 인식과 분석과 가치진술을 보편화해야 할 필요성과, 보편적인 것을 내놓는다고 주장하는 다른 사람들이 특수주의적인 인식과 분석과 가치진술을 잠식하는 것에 맞서 그 특수주의적 뿌리를 지켜내야 할 필요성 사이에서 발생하는 끊임없는 긴장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일종의 끊임없는 변증법적 교환 속에서 우리의 특수한 것을 보편화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보편적인 것을 특수화할 필요가 있고, 이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종합에도 다가갈 수 잇을 것이다. 물론 이 종합에 즉각적으로 이의가 제기될 것이다. 이것은 쉬운 게임이 아닌 것이다. 90쪽.
보편적 보편주의는 사회적 현실에 대한 본질주의적 성격 부여를 거부하고, 보편적인 것과 특수한 것 모두를 역사화하며, 이른바 과학적인 것과 인문학적인 것을 단일한 인식론으로 재통합하고 약자에 대한 강자의 '개입'을 위한 모든 정당화 근거들을 고도로 객관적이고 지극히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 138쪽.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