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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갑자기 옛 노트를 읽다가 나의 과거들이 궁금해 뒤지던 중
이 블로그의 시작을 다시 돌아보았다.
물론 진보넷블로그의 시작은 네이버가 삼성꺼라는
이야기를 듣고서 그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맨 처음 글부터 보기시작한 나는
내 진보넷블로그를 한가지로 규정내릴 수 있겠다.
이것은 특정한 시기의 나의 일기이다.
이 블로그의 첫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작년 10월.
그 때부터 지금까지 난 예비 구속자다.
그 당시부터 곧 수감되겠구나 예상하고
삶은 10개월이 넘게 이어져버렸다.
불안과 무계획의 삶이 10개월이 넘어버렸다.
덕분에 블로그도 상당히 알차게 운영하고
얼굴만 알던 사람들과 친해지고
전혀 새로운 좋은 친구들을 여럿 만나게 되었지만...
아마 시간이 흐른 뒤 작년 10월부터 올 8월까지의(이러다 또 늦어지면 어쩌나) 글들을 보면
여러가지를 떠올릴 것이다.
지금 내가 지난날의 특정한 시기들의 내 일기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처럼...
예상보다 훨씬 길어진 덕분에 남은 20대가 짧아져가는 이 시간을 보면서...
이를테면 하늘을 찌를듯 솟아있는 타워팰리스 같은 사람살기 힘든 집들은
돌덩이가 맞다. 그 집을 철거한다는 것은 그냥 돌덩이를 부수는 것이다.
건설회사가 대규모로 뚝딱 만들고 마치 닭장처럼 사람들을 가두어 두는
고층의 아파트들은 그냥 잠을 자는 숙소일 뿐이다.
원래 사람사는 집은 그런것이 아니다.
원래 사람이 꽃과 나무와 벌과 나비와
지렁이와 개미와 함께 살아가는 집은 단순한 돌멩이 흙덩어리가 아니다.
건설회사따위가 지어낸 싸구려 겉치장은 없어도
직접 살아갈 사람이 지어낸 집들은 그 정성과 마음이 들어있다.
그리고 그 집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땀과 채취와 영혼이 담겨있다.
사람들과 더불어 세월을 견뎌온 나무와 바위 모두가
그 집의 식구이자 주인이다.
단순히 국가에 등록된 주소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회사의 돈벌이와 부동산투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집은 완성되어 있는 조그만 한 세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집을 철거하는 것은 국가의 행정구역에서 주소가 하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돌덩이와 나무, 흙덩이를 부수는 일이 아니다.
그 집과 함께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생명을 부수는 일이며
이미 완성된 한 세상을 부수는 일이며
그 집에 담겨있는 사람의 마음을 부수는 일이다.
인간의 마음을 파괴하는 것이다.
대추리 도두리의 빈집이 철거되면
마을에서 쫓겨나는 것은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뿐일까?
우리는 과연 인간의 마음이 세상의 마음이 파괴된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집을 철거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 실제 중장비를 움직이며
그 집들을 파괴하려는 사람들은 과연
인간의 마음이 사라진 세상에서 살아갈 자신이 있을까?
자신이 세상의 마음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대추리 도두리의 마음이 무너지고 커다란 구멍이 생기면
내 마음도 파괴되고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세상의 마음도 파괴되고 복구되기 힘든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이 땅에 집 한채 짓기 위하여 -임문혁
이 땅에 집 한채 짓기 위하여
오직 집만 보면서 달려 왔구나
나무도 새도 보지 못하고
하늘도 별고 바라보지 못하고
잠시 몸담았다 비우고 갈
이 땅에 집 한패 짓기 위하여
멋진 깃발 하나 흔들기 위하여
비오는 새벽에도 들에 나서고
새들 숲속으로 돌아간 밤에도
불 끄고 잠들지 못하였구나
예전에 한 친구가 나에게 주었던 시.
자기 고등학교 선생님이 쓴 시라고 했던가...
사람들 모두 집 한 채 짓기 위해 아둥바둥 살고 있는데,
어디선가는 사람살 집을 만든다고
사람사는 집을 부수고 쫓아내고
또 어디선가는 군사기지 만든다고
사람을 쫓아내고 집을 부수고
이해할 수 없는 나라.
아마 대추리의 주민들도 이땅에 벼 한포기 수확하기 위해서
비오는 새벽에도 들에 나서고
노을 하늘 저 멀리로 달아난 밤애도 불끄고 잠들지 못했을 터인데
멋진 가을걷이 한 번 해보기 위해여 오직 땅만 파고 살았을텐데...
갑자기 이 시를 보면서 대추리 도두리 황새울이 생각났다.
몇일전 완이가 김광진의 '편지' 가사가 쓰여진 배경을 이야기해줬다.
그래서 갑자기 김광진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참 예쁘게 노래를 만든다.
생각해보니 내가 처음으로 앨범이라는 것을 샀던것이
중학교 1학년인가 2학년인가 였는데,
처음 샀던것이 '더클래식1집'이었다.
당시를 생각해보면 화이트를 살까 더클래식을살까 고민했었는데
정말이지 돌이켜보건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김광진의 노래로 mp3를 가득 채우고 있다.
아... 감옥가면 내가 듣고싶은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안그래도 음정박자 못맞추는데, 노래를 안들으면 계속 까먹고
그러다 노래가 나에게 달아나면 어쩌나.
애닮픈 양식이 사라지면 뭘 먹고사나. 이런 걱정이 든다.
그래도 들을 수 있을 때 왕창 듣자.
창밖에 비가 많이 온다. 여우야 도 들어야겠다.
편지 - 김광진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 말
이대로 다 남겨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 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기나긴 그대 침묵은 이별로 받아두겠소
행여 이 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두오
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보아도
사실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 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소
이 맘만 가져가오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두겠소
행여 이 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두오
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보아도
사실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 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소
이 맘만 가져가오
뎡야핑님의 [산울림] 에 관련된 글.
갑자기 지난온 세월이 아득하다.
세월이라하기엔 내가 아직 너무 어리지만...
지난 10년이 아득하고 멀고 심지어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다가 문득 산울림의 '내게 사랑은 너무 써'를 듣게된다.
어제는 정말 오랫만에 커피를 마셨다.
아득한 10년전, 아니 최근 2,3년전까지만 해도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았는데...
나는 언제부터 어떻게 변해오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아직 나는 커피가 쓰다. 술이 쓰다. 사랑이 쓰다. 인생이 쓰다.
커피는 부드러우면서 쓰다.
술은 달달하면서 쓰다.
사랑은 달콤하면서 쓰다.
인생은 재미있으면서 쓰다.
난 아직 어리기 때문인가보다.
생채기 상처투성이의 우둘투둘한 기억들을
온몸으로 지우느라
네 몸은 작아지고 닳아지면서
피부또한 그리도 매끄러워졌구나.
아픔이 닳고 닳아
슬픔이 넘치고 넘쳐
온갖 것들을 다 지워낸 뒤
네 살갖처럼 나도
매끄럽고 부드러워질 수 있을까.
마지막일 것 같던 하루는 계속되었고
언제나처럼 익숙한 일상과는 갑작스레 이별하게 된다.
만남은 언제나 헤어짐을 준비하는 것이고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을 준비하는 것이기에,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것처럼
한 사람이 떠나면 다른 사람이 돌아오고
돌고 돌고 도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기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마치 잠깐 이세상에 들른 것처럼
또 그 곳도 잠깐 들릴 것이기에,
이 세상의 삶이 순식간인것처럼
그곳을 스쳐 지나가는 시간도 찰나일것이다.
다만 더러는 서운하고
더러는 허전하다.
(보고싶은 얼굴들이 무작정 떠오른다)
인권변호사가 대통령을 하고
대통령이 일개 검사들과 대화를 하는 탈권위주의 시대에
민주주의 평화통일의 시대에
인간으로 사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바다를 메꾸고 산을 뚫고 논밭을 갈아없는
개혁정권의 시대에 인간으로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람으로 살기 위하여
이땅에 사람으로 살기위하여
민주주의 개혁정권 탈권위주의 시대에 사람으로 살기위하여
죽을 각오로 싸워야 하는 것인가?
아직도 더 많은 죽음이 필요한 것일까?
아직도 더 많은 피가 필요한 것일까?
아직도 더 많은 바다와 산과 들이 눈물흘려야 하는 것일까?
농사지을 사람이 아스팔트에서 맞아죽는
이 야만의 시대에
노동할 사람이 방패에 찍혀죽는
이 야만의 시대에
신부와 승려가 길거리에서 굶어가야할
이 야만의 시대에
제 몸뚱아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열손가락 모두 피범벅이 되어야하는
그래도 그 손에 검은 잉크 쳐바르는
이 야만의 시대에
인간으로 죽는 일은 너무도 어렵다.
인간으로 죽지 못하고 사람으로 죽지 못하고
경찰에 맞아 죽고
방패에 찍혀 죽고
도시사람들을 위해 무참히 깎아내린 산
폭우에 휩쓸려 죽고
바다를 막아버려 죽어버린 갯벌과 함께
그 갯벌에 빠져 죽고
죽음을 살아 끝끝내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은
이 야만의 시대에는 불가능한 일일까?
거짓 개혁과 민주주의 시대에
사람으로 살기위해서는
죽음조차 각오해야만 하는 것인가.
모든 생명에 대한 예의가 사라지는 야만의 시대에
인간으로 죽기위해서는...
인간으로 살기위해서는...
끝끝내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구나 그렇듯 나도 나의 육체가 나이를 먹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체력이 떨어지는 것도 싫고 피부가 노화 되는 것도 싫고 머리가 빠지는 것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억지로 세월을 거스르지는 않으련다.
나는 억지로 젊어지기 위해서 추해지기 보다는 아름답게 나이먹고 싶다.
영화 송환의 포스터를 장식하고 있는 할아버지처럼
그런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사람으로 나이먹고 싶다.
여기 아름답게 나이 먹어가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그의 피부는 유독 새까맣게 그을려 있는데
그가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시절 논밭의 햇살과 더불은 것인지
그가 노동자, 장애인 소수자들의 친구로 거리의 햇살과 함께한것인지
그 모두인지는 모르겠다.
덕분에 그는 그의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일은 없게 되었다.
한 때 그와 함께 했을법한 이들은 이제는 꽤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올라서있다.
금뱃지를 달기도 하고, 교수가 되기도 하고, 변호사가 되기도 하고
하다못해 어느 단체 대표라도 되어있다.
양복쟁이가 되어있고 번듯한 사무실에서 이런 여름에는 에어컨과 함께 일을 할 것이다.
그런데 그는 아직까지 그냥 활동가다.
활동가로서 황새울 논바닥을 뒹구르며, 이제는 그보다 20살도 더 어린 전경들과
몸을 맞대고 아직도 길바닥에서 싸우다 연행되고 유치장에 들락날락하고 있다.
그가 집에서 어떤 아버지인지, 어떤 남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집에는 그리 많이 충실하지 못했을것이라 짐작한다.
게다가 그는 너무나 썰렁하다. 아무리 그의 나이를 감안해 주더라도...
그는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참 아름답게 나이를 먹어간다.
사람이 나이 먹으면서 욕심이란것이 덕지덕지 붙기 마련인데
그는 욕심이 붙을 자리에 솔직함을 드러냈다.
나이가 들면서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일 수록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 부족함은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솔직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은 길거리의 향기를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무서운 것은 주름이 아니라 욕심과 허영과 자만인 것이다.
솔직해지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계속 발견해가는 사람은
나이가 먹을수록 아름다워진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높은 곳을 탐하지 않으며 자기 자리를 지켜가는 사람의
꾸준함과 솔직함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그가 빨리 우리 곁으로와서 예의 그 썰렁한 말한마디라도 건네주면 좋겠다
오늘 촛불집회 뒷풀이에서 그와 함께 택시를 타고
아저씨에게 "아저씨 온수들려서 역곡들려서 부천역 가주세요"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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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특정한 시기의 나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그대에게나 다른 모든이들에게 축복. 남은 20대...충분히 아름답게 살 수 있을꺼야. 힘내.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