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근교 출신이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는 프랑스인 사진작가 호맹(boulesteixromain)이 한국 풍경 촬영기를 연재합니다. 다양한 풍경 사진은 물론, 이에 담긴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기자말]
파리 근교 일드프랑스에서 나고 자랐지만 전체 일생의 3분의 1 이상을 서울에서 보내고 있는 나는 멋진 자연 풍경을 렌즈에 담아내는 것에 가장 큰 매력을 느끼는 사진작가다. 물론 일을 하다 보면 인테리어나 제품 사진을 찍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하지만, 동시에 높은 산이나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 일출과 일몰이 자연이나 도시와 함께 만들어내는 하모니를 포착하기도 한다. 나는 이 일을 10년 넘게 개인 프로젝트로 진행해 오고 있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이 나라와 도시 자체도 낯설었지만, 개인적으론 사진작가로서의 활동을 이제 막 시작하던 중이었다. 모든 풍경이 새로웠으며 빨리 이 멋진 자연 풍광, 그리고 일출과 일몰을 아름답게 찍어야겠다는 욕심이 넘쳤다. 풍경 촬영 전에는 높은 건물의 옥상이나 산, 대교 등에 올라가 보는 답사가 꼭 필요하다.
열정이 넘치던 나는 어떻게든 빨리 어떤 사진사도 가보지 못했을 법한 뷰 포인트를 찾고, 비슷한 풍경을 찍더라도 누구보다도 새로운 시각으로 이를 보여주겠다는 집념에 사로잡혀 정말 여기저기 올라다녔다. 특히 서울 시내 및 근교에 위치한 산은 물론 봉까지 전망이 좋아 보이는 곳은 꼭 올라야만 했다.
한국은 도시 근처에 작은 산이 많아 매력적이다. 가끔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알프스 산맥의 스키 슬로프, 2주간의 피레네 산맥 하이킹과 호텔에서의 꿀맛 같았던 식사를 생각하면 유럽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특히 서울의 비교적 낮은 산은 큰 부담없이 오를 수 있어 좋은 데다,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고, 산 입구까지도 지하철만으로 아주 편하게 닿을 수 있으니 등산을 좋아하는 사진작가로서는 정말 행운이다.
파리를 기준으로 당일치기 몇 시간 만에 등산을 다녀온다는 건 거의 불가능이다. 물론 차로 네 시간 정도 이동하면 천 미터도 채 안 되는 산에 닿을 수 있긴 하지만... 제대로 된 등산을 즐기려면 이미 몇 달 전부터 기차표는 물론 차 렌트, 숙소 등등 모두를 큰돈 들여 예약해놔야 한다!
▲ 나의 개인 홈페이지에 업로드한 풍경사진 스크린샷. 한국 사진이 압도적으로 많긴 하지만 고향에 갈 때마다 찍은 프랑스의 풍경 사진도 꽤 있고, 확실히 각기 대조되는 매력을 풍긴다. 시계방향으로 DDP, 여의도 불꽃축제, 성산 일출봉, 경복궁 경회루, 동대문, 경상북도 보은, 에즈(프랑스 남부지방 마을), 건국대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 가운데에는 프랑스의 샤모니 몽블랑(Chamonix Mont Blanc). ⓒ boulesteixromainfrederic
10년 넘게 이렇게 한국의 풍경을 찍다 보니 해볼 만큼 해봐서일까, 아니면 반복되는 작업에 좀 지쳐서일까? 불현듯 이제 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올해 들어 풍경사진을 찍는 관점을 바꾸기 시작했다.
사진은 풍경만을 보여주는 과정이 아니라, 나 자신을 찾는 작업임을 오랜 기간에 걸쳐 깨닫기도 한 터다. 남들보다 좋은, 남들과 다른 풍경을 담아내겠다는 욕심에서 급하게 뛰어다닌 모든 발걸음에는 나의 불안함이 스며 있었다. 물론 그 과정이 엄청 신나긴 했지만!
올해부터 나는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 이를 성장시키기 위해 촬영의 모든 과정에서 의미를 찾고, 또 배우고자 하고 있다. 정상에서 최종적으로 찍게 될 사진의 프레임에만 나를 가두지 않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풍경에 가능성을 열어두며 좀 더 천천히, 더 풍부하게 즐겨보고자 하는 것이다.
현명하며, 인내심 있고, 결과만큼 작업 과정에도 충실한 사진작가가 되기! 이를 목표로 나의 촬영 여정을 당신과 함께 나누며 나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이고자 한다. 처음 소개하고자 하는 풍경은 지난 8월, 정말이지 싱그러웠던 여름날 찾았던 관악산 문원폭포다.
거칠지만 우아한, 문원폭포의 다채로운 얼굴
나는 매년 여름 산을 이곳저곳 찾아 폭포 촬영을 한다. 생각보다 폭포 물이 말라 있어 좋은 촬영이 되지 못했던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런데 올여름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왔다. 한국에서 생활하며 가까이서 접한 홍수는 2011년 우면산 산사태뿐이었는데, 올해에도 크고 작은 비 피해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비가 살짝 잦아들었을 때 문원폭포를 찾았다. 자연이란 '연악한 괴물'이 태연히 거센 물줄기를 콸콸 내뿜는 동안, 계곡은 물길 따라 찰랑찰랑 흐르고 있었다.
관악산에 위치한 문원폭포는 지하철 과천정부청사역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시작되는 등산 코스를 따라 20분 정도만 더 가면 만날 수 있다. 사실 등산로는 두 개가 있는데 그중 더 낮은 1등산로를 선택한다면 편안한 하이킹을 즐길 수 있긴 하나 사진 찍는 사람 입장에서 특별히 매력적이진 않다. 대신 좀 더 높은 2등산로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준다, 그야말로 장엄하다!
▲ 이 아름다운 장관을 보라, 벌써부터 달려가고 싶지 않은가? ⓒ boulesteixromainfrederic
사실 전에도 이 폭포에 와 본 적이 꽤 있다. 나름 자주 왔던 이유는, 폭포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주변 환경이 아주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폭포의 물줄기가 시작되는 꼭대기의 모습은 전형적인 중간 사이즈의 폭포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아래로 눈을 살짝 돌려보자. 폭포가 바위의 등을 타고 지그재그 춤추며 일련의 곡선을 만들어가는 이 모습은 특히 우아하다.
폭포 자체가 온전히 포효하는 에너지와 이런 우아함을 동시에 목격하다 보면 그야말로 자연의 기적적인 '수완' 같다. 물줄기가 수많은 표면에 부딪치며 어마어마하게 큰 소리를 내뿜는 순간, 이 곡선은 올여름 그 화나 있던 '장맛비 괴물'보다는 왈츠를 추는 발레리나의 모습에 가깝다.
▲ 나무와 바위가 폭포를 담아내고있는 모습이 맘에 든다. 이 구도의 촬영 중 단연 맘에 들었던 사진. ⓒ boulesteixromainfrederic
▲ 올해 우기가 아닌 날 찍었던 이 폭포의 사진. 평범한 여름날엔 건조하고 안개가 끼어 ‘노쇠한’ 모습이다. ⓒ boulesteixromainfrederic
▲ 물줄기가 만들어내는 우아한 곡선을 좀 더 가까이서 보여주는 사진. ⓒ boulesteixromainfrederic
한국에 오기 전, 나는 한국의 폭포를 떠올리며 막연히 높고, 물줄기가 곧고 세차게 퍼부어지는 절벽과 깊고 푸르른 웅덩이만을 상상했다. 하지만 이는 한국 폭포의 극히 일부였다!
대부분의 폭포는 숲속에 숨어 있으며, 대부분 아주 높지도 않고, 물줄기는 직선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대신 경사진 바윗면이 적당한 각도를 만들어냄으로써 폭포 물이 곧바로 떨어지지 않고 좀 더 부드럽게 흐르게끔 한다. 이는 마치 거친 바윗면이 이를 타고 흐르는 물과 함께 만들어낸 혈관 같기도 하다.
▲ 물살이 돌에 부딪쳐 만들어내는 패턴도 멋지지만, 이 구도에서는 폭포 위의 또 다른 폭포처럼 보이지 않는가? ? ⓒ boulesteixromainfrederic
거센 물줄기와 단단한 바위가 만들어내는 풍경만이 전부가 아니다. 폭포 주변을 에워싸고있는 식물은 또 다른 감상 포인트다.
▲ 이 사진은 사실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사진에 보이는 끈적끈적한 바윗면을 지나 다른 식물과 곁들여 이 노란 꽃을 담아보려 했지만 카메라와 함께 이동시 미끄러질 위험이 컸기에 이 꽃에 주인공 자리를 내주었다. ⓒ boulesteixromainfrederic
또, 식물만 있는 건 아니다. 올여름 한국에 쏟아진 어마어마한 양의 비로, 이곳저곳에서 피어나는 버섯을 아주 많이 볼 수 있었다.
▲ 산에서 발견한 이 버섯은 어떤 종류인지 잘 모르겠네요, 어떤 종류인지 아는 분이 있다면 가르쳐 주세요! ⓒ boulesteixromainfrederic
▲ 이 사진은 생기넘치던 계곡을 떠나, 관악산 등산로에 숨어있던 한 우물을 포착한 것이다. ⓒ boulesteixromainfrederic
이번 폭포 촬영에서 나는 꽤 직선적으로, 있는 그대로를 보기 쉽게 담아봤다. 하지만 마지막 사진에서는 살짝 예술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 흑백사진 촬영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사진을 통해 좀 더 다른 미학을 추구해보고, 나의 스타일을 좀 더 넓혀보고자 했다.
흑백 사진을 통해 연출할 특별한 질감, 그림자 등 친근한 아이템을 찾아 헤맸고 그 결과가 사진 속의 바위다. 깊이 패인 물줄기가 아무리 바위를 때려부수려 한들, 지금도 아주 굳건히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바위는 오랜 기간 이 곳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장마가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계곡물을 반으로 가르며. '회복력(resilience)'에 대한 시를 읊으며.
*문원폭포에 방문하고 싶다면 등산로 영상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원고 번역 및 편집 : 김혜민
덧붙이는 글 | 사진작가 호맹의 홈페이지 호맹포토(http://www.romainphoto.com)의 Blog에 문원폭포는 물론, 다양한 풍경사진 촬영기가 영어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romainphoto_outside)에는 하이킹 사진 외에 더 많은 한국의 풍경 사진이 담겨있으니 많이 많이 들러서 감상해주세요!
정부가 7일 낙태죄를 유지한 채 임신 주 수 등에 따라 예외적 허용한다는 취지의 형법 등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여성계와 법조계는 “정부가 사실상 낙태죄를 부활시켰다”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라”라고 촉구했다.
대학생 페미니즘 연합동아리 '모두의 페미니즘' 회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임신 중단에 허락은 필요 없다,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9.24ⓒ김철수 기자
법무부·보건복지부가 이날 입법 예고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기존 낙태죄 처벌 조항을 그대로 둔 채, 임신 주 수에 따라 예외적 허용 조건을 신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에 따르면 임신 14주까지는 여성 요청이 있으면 임신중지를 허용한다. 이후 24주까지는 ▲성범죄에 의한 임신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친족간 임신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여성의 건강을 심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일부 허용한다. 이때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있는 여성은 상담을 받고 24시간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
임신 주 수 따라 처벌?
“과학적·법적 근거도 없다”
낙태한 여성에 대한 처벌 조항을 남겨두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는 지적이다. 여성계·의료계·노동계 등이 모인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처벌이 전제됨으로써 여성의 건강권과 평등권, 자기결정권은 온전한 헌법상의 권리로서 보장받지 못하는 요건이 구성됐다”라며 “여성의 권리는 국가의 허락에 의한 ‘조건부’의 권리가 된다. 처벌을 끝내 유지하며 권리 자격을 심사하겠다는 태도에 강한 분노를 표한다”라고 질타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역시 이날 성명서를 통해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대립하지 않는다고 본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언급하며 “이는 임신·출산으로 인한 모든 불이익은 여성이 감당하게 하고, 낙태한 여성을 형사처벌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생명을 보호한다고 자위했던 위선의 시대를 끝내라는 언명”이라고 말했다.
임신 주 수에 따라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조항은 과학적,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신 주 수는 ‘추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낙폐는 “임신 주 수에 대한 판단은 마지막 월경일을 기준으로 하는지, 착상 시기를 기준으로 하는지에 따라 다르다. 임신당사자의 진술과 초음파상의 크기 등을 참고해 ‘유추’되는 것일 뿐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없다”라며 “주 수에 따른 제한 요건을 둔 것은 단지 처벌 조항을 유지하기 위한 억지 기준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민변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 형사 처벌의 기준으로 삼으려면 임신 주 수를 특정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초음파 검사를 해도 태아 크기 등에 비춰 임신 주 수를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임부가 과연 임신 23주 5일째인지 24주 1일째인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라고 짚었다.
여성의 현실과도 괴리된 지점이 있다. 보통 임신 시작일은 마지막 생리 시작일을 기준으로 하는데, 생리 주기가 규칙적이지 않거나 임신증상이 특별히 없는 사람이라면 임신 14주 차까지 임신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낙태죄 위헌을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11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인공임신중절 이른바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오자 기뻐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임신 14주 차~24주 차에 사회·경제적 사유로 임신중지를 원할 경우 상담과 숙려기간을 의무로 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여성의 임신중지 시기를 늦출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여성은 이미 자신의 사회적, 경제적 조건에 대한 숙고를 거쳐 임신중지를 결정하며, 이 조건들은 대부분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라고 했다. 모낙폐는 “프랑스에서도 2015년 숙려기간 규정을 폐지했고,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의무 숙려기간 없이 상담은 당사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받도록 한다”라며 “이에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유엔 자유권위원회, 세계산부인과위원회 등에서도 거듭 폐지를 권고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임신 24주 차 이후 임신중지를 무조건 처벌하는 데 대해서 민변은 “헌법상 기본권 제한 원칙인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강간 피해자가 장애, 나이 등으로 인해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24주 이후 임신중지를 하면 처벌받는다. 수술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24주를 넘긴 여성도 마찬가지”라며 “여성은 임신을 지속해 건강을 해치거나 임신중지를 하고 처벌받아야 한다. 여성을 기본권 주체로 보지 않는 태도가 극명하다”라고 비판했다.
임신 주 수를 고려하는 데서 중요한 방향은 ‘언제부터,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가 아니라 ‘안전한 임신중지르 위해 어떤 시기에, 무엇을 보장할 것이냐’가 돼야 한다고 모낙폐는 강조했다. 지난해 2월 보건사회연구원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신중지 경험 여성 중 95.3%가 12주 이내에 수술을 받았다. 주 수 제한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지적과 함께 자신의 건강을 해치면서도 임신중지를 선택한 여성들의 삶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여성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낙태죄 폐지 위해 모인 참가자들이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낙태죄, 여기서 끝내자 집회를 열고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임신중지 시술에 대한 의사의 진료 거부권을 명시한 점, 미성년자의 경우 동의 요건을 규정한 점도 여성의 건강권을 해치는 조항으로 지목됐다. 개정안에는 의사가 시술을 거부할 경우 관련 상담기관에 안내토록 할 뿐, 의료기관 연계 의무는 규정하지 않았다.
모낙폐는 “현재 산부인과의 지역별 격차도 매우 큰 상태에서 여성들은 상담기관과 의료기관을 찾아 전전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여성들의 건강권을 크게 침해할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아르헨티나에서 강간으로 인해 임신한 11세 소녀가 임신 초기 임신중지를 요청했으나, 동의 요건 제한과 의사의 거부로 인해 시술이 지연됐고, 3주에 이르러 태아가 생존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제왕절개수술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낙태죄 폐지하면 ‘낙태 남용’한다?
낙태죄가 폐지되면 여성들이 낙태를 ‘남용’한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지난 6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낙태 허용 사유에) 사회·경제적 사유라는 불분명한 기준이 들어있다. 너무 포괄적이고 낙태를 남용할 소지가 굉장히 농후해진다”라고 말했다.
이에 여성 누리꾼들은 “자신의 몸을 해치는 낙태 수술을 어떻게 남용할 수 있냐”라며 “낙태를 남용한 건 과거 국가가 정책적으로 낙태를 권장하고 여아 낙태가 성행하던 시기 가능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서지현 검사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간통죄 폐지가 간통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듯, 낙태죄 폐지가 낙태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낙태죄’가 두려워 낙태하지 않는 여성은 없다. ‘불법화된 낙태’로 고통받는 여성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안과 달리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는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이날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모낙폐는 “새로운 낙인과 허용의 기준이 아닌 임신중지를 필수의료행위로서 공공의료 영역에서 보장하는 법과 정책이 필요하다”라며 “위기 임신에 대한 예방 사업이 아닌 임신중지와 유지, 출산과 양육 전반의 성과 재생산의 권리에 대한 지원 사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라. 더는 여성을 기만하지 말라. 우리는 처벌도 허락도 필요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시작된 국회 국민동의청원 ‘낙태죄 전면 폐지와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에 관한 청원’은 3일 만에 3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최근 일련의 흐름에 이 정부 및 민주당은 물론, 일부 진보세력 내에서도 ‘자주·민주·통일’ 노선에 부합하지 않는 수정주의 노선을 들고 나오는 경향이 발견된다.
해서 이 글은 <평화를 넘어, 통일로!!!>라는 주제 하에 총 3회에 걸쳐 연재되는 방식으로 ‘자주·민주·통일’ 노선의 정당성을 재확인하고, 왜 통일담론이 계속 유효해야 되는지를 시론(時論)해본다. (필자 주)
글 싣는 순서는 아래와 같다.
1. 왜, 통일담론이어야 하는가?
2.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첫 단추를 잘못 끼웠는가?
3. 시대와 노선: ‘자·민·통’ 노선의 불변성
1. 들어가기에 앞서: 연평도 실종 공무원 사건발생에서 얻어야 하는 교훈
연평도 실종 공무원 사건은 분명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런 만큼, 사건발생이 여러 날 지났지만, 지금도 대한민국은 논란으로 뜨겁다.
보수언론들은 문재인 정부의 친북성을 부각하기 위해, 보수야권은 정권재탈환을 위한 정쟁의 도구로, 문재인 정부 지지 세력들은 파산직전의 남북관계를 회복시켜 나가려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자 난리다.
하지만, 이 글은 그러한 1차적 시각을 좀 뛰어넘으려 한다.
왜냐하면 현상은 ‘피격’이라는 불행으로 와 닿았지만, 본질은 ‘분단체제’가 극복되지 않는 한 제2의, 제3의 불상사는 언제든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문제가 똬리를 틀고 있어서 그렇다.
2. 분단체제가 갖는 함의: 분단극복 없는, 평화는 없다
그래놓고 이번 연평도 공무원 실종사건을 접해보면 하나의 우발적인 사건이 얼마든지 북미, 남북 관계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음이 가장 적나라하게 실증된다.
먼저, 미국의 움직임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은 공무원 실종 4시간 만인 22일 일본 가데나 공군기지에 있는 전략정찰기 코브라볼(RC-135S)을 오후 7시 16분께 서해 주변 상공에 띄웠고, 군용기 추적 전문 트위터 계정인 <노 콜사인>(No Callsigns)에 따르면 한국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 아이'일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오후 9시 48분엔 미상의 비행체가 인천에서 약 100km 떨어진 서해 상공에서 서쪽 방향으로 비행했음이 확인됐다. 또한 그 시각 주한미군은 오산 공군기지에 있는 '탱크 킬러'라 불리는 A-10(선더볼트-Ⅱ) 대전차 공격기 3대를 인천과 서해 일대에 전개했다. (<뉴스1>, 9월 25일자 보도)
다음으로, 대한민국 내에서 발생한 갈등들이다. 군사적으로는 ‘불필요한’ 군비경쟁과 군사적 충돌의 위험도 배가된다.(실제 NLL를 둘러싼 갈등은 첨예화 되었다.) 정치권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정쟁으로 하세월이다. 국민들은 정권지지 성향에 따라 이념갈등으로 네편, 내편으로 나눠진다. 거기다가 북에 대한 인식은 ‘무찔러야’ 하는 적대국가로 돌변된다.
위 두 진단으로부터 공무원이 피격될 무렵 북미군사 상황이 얼마나 긴장됐고,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었음을, 또 가장 적나라하게 분단비용적 측면을 보여준다.
그 전제하에 한반도의 정확한 상태를 진단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남과 북은 지금까지도 완전히 전쟁이 종식되지 않는 휴전상태이다.
둘째, 한반도는 현재까지도 분단을 종식시키지 못한 미(未)통일 상태이다.
그럼으로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평화체제 수립은 분단극복과, 종전을 거쳐 항구적 평화체제구축으로 나아가야 함을 알 수 있다.
해서 이번 연평도 공무원 피격사건도 진정한 교훈이 국민의 생명안전이라는 ‘실체적’ 진실과 함께, 오히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분단체제 극복없는 평화없다’는 한반도 문제의 구조적 이해이다.
즉, 분단체제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숙명의 문제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말이다.
달리는, 이 분단체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제2의, 제3의 일촉즉발의 위기정세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 또 분단체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절대 종전선언, 한반도 평화 체제가 구축되지 않음도 분명하다.
그러니 그 어찌 분단체제 하에서 평화가 관리될 수 있다는 말인가? 허구이다. 가능하지 않는 가설일 뿐이다.
결과, 분명하게 드러나는 한 가지 사실은 제가 일관되게 주장해오고 있는 ‘분단체제 하에서의 평화추구는 허구이다’가 증명된다. 연장하면 분단체제가 평화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는 민주당과 일부 개혁진보세력들의 평화공존론도 허상임이 분명하다.
3. 우리는 분단체제에서 왜 평화가 아닌, 통일담론에 눈을 돌려야만 하는가?
동시에 위 인식으로부터 우리는 한반도에서의 분단극복정책은 반드시 평화·통일정책이라는 수fp의 두 바퀴로 접근되어져야 함도 알 수 있다. ‘평화’라는 한쪽 바퀴로만 굴러갈 수 없음이 분명하게 증명된다는 말이다.
복잡하지도 않다. 아주 간단명료한 인과적 결론이 이를 중명한다.
다름 아닌, 한반도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각축장이 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숙명이 존재한다. 이를 국운 도약의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전적으로 우리 민족(국가)의 힘에 달려있다.
같은 논리로 분단도 통일이라는 민족적 염원을 갖는다. 분단으로 인해 불완전한 국가주권이 형성되어 있고, 국가구성원인 민족이 대립과 갈등으로 국력이 엄청 소모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분단국가는 필연적으로 통일을 지향하게 되어있고, 분단극복과 연동되지 않는 평화란 있을 수 없다.
즉, '통일의 진전 없는 평화 없고, 평화진전 없는 통일진전도 없다'와, '남북관계가 진전될 때만이 평화도 앞당겨 질 수 있다'는 논리적 인과관계가 그렇게 성립하는 것이다.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사)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 외 다수가 있다.
연휴 중이던 지난 4일, 원로 사회학자 이이효재 선생이 돌아가셨다. 이이효재 선생은 대한민국의 1세대 사회학자일 뿐만 아니라 여성운동의 거목이기도 하다. 더구나 1924년생이라 향년 96세다. 삶의 행적만 찬란하고 풍성한 게 아니라 한 세기를 거의 채운 그 시간의 무게 역시 압도적이다. 그래서 누구든 선생의 부고 앞에서 한 개인의 운명을 넘어 역사라는 차원을 실감하며 새삼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20여 일 전에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한 밝기로 우리를 비추던 별 하나가 떨어졌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이이효재 선생과 동갑이다. 20세기 이탈리아 좌파정치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자 오늘날은 무엇보다 위대한 언론인으로 기억되는 로사나 로산다(Rossana Rossanda)가 그 사람이다.
9월 25일에 로마에서 거행된 로산다의 추도식에는 이탈리아에 유독 큰 상처를 입힌 코로나19 탓에 많은 이들이 참석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7만 명 넘는 이들이 온라인 중계 사이트에 접속해 추모의 마음을 나누었다. 백 년도 훨씬 넘게 좌파의 아성이던 토스카나에서 극우파가 주지사 선거에 거의 승리할 뻔할 정도로(로산다가 사망한 다음날, 결선투표에서 중도좌파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이념 지형이 오른쪽으로 잔뜩 기운 요즘 이탈리아에서 이는 결코 예사롭지 않은 숫자다.
그만큼 현대 이탈리아 사회에서 로사나 로산다라는 이름은 한 개인을 넘어 역사를 상징한다. 영광의 순간도 없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상처를 남긴 역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 잃은 남은 자들이 손에 쥔 유일한 지도인 역사. 그리고 이 역사는 이탈리아인들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얼마간 빛을 던져주는 이야기보따리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의 좌파 일간지 '일마니페스토'가 자사의 설립자이기도 한 로산나 로산다의 부고를 알리는 기사를 냈다. ⓒ일마니페스토 누리집 갈무리
▲일마니페스토 페이스북 계정에 로사나 로산다 추모 기사가 올랐다. 사진은 로산다의 자서전 '지난 세기의 소녀'에 표지에 사용된 사진이다. ⓒ일마니페스토 페이스북 갈무리
10대 소녀 빨치산에서 68세대의 믿음직한 선배로
한반도의 비슷한 세대와 마찬가지로 로산다 세대는 세계사의 가장 거대한 혼란 속에서 성년을 맞이했다. 이탈리아는 본래 나치 독일의 동맹국이었지만, 1943년 연합군이 남부 이탈리아에 상륙하자 내전에 휩싸였다. 겁먹은 파시스트 고위층이 무솔리니를 축출하고 항복을 선언했지만, 곧바로 독일군이 개입해 무솔리니를 구출하고는 북부 이탈리아에 그를 수반으로 한 괴뢰정부를 세웠다. 졸지에 사실상 독일군 점령지가 된 북부 각지에서는 민중의 무장 항쟁이 시작됐다. 공산당, 사회당, 행동당 같은 좌파뿐만 아니라 기독교민주당, 자유당까지 투쟁에 함께 했다.
슬픈 역사와 함께 한국어에 편입된 단어 '빨치산'이 이때 북부 이탈리아 젊은이들에게는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시험 같은 것이 되었다. 이 세대에 속한 작가 이탈로 칼비노는 초기작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이현경 옮김, 민음사, 2014)에서 당시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바로 이런 젊은이들 가운데에 막 대학에 입학한 19세의 로사나 로산다도 있었다. 로산다는 '미란다'라는 조직명으로 밀라노 시내에서 지하 저항 세력의 연락책으로 활동하며 정치 세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다.
10대 소녀 빨치산 '미란다'가 택한 정치조직은 공산당이었다. 그 또래의 다른 많은 이들도 비슷했다. 반파시즘 투쟁을 가장 치열하게 펼친 조직은 공산당과 행동당이었고, 그 중에서도 공산당에게는 러시아 10월 혁명의 후광이 따랐다. 빨치산에 가담했다가 해방 이후 쭉 좌파 정당들 편에 선 이 세대 덕분에 이탈리아는 이후 반백년 동안 자본주의 세계에서 급진좌파 세가 가장 강한 나라가 됐다. 로산다 역시 공산당 밀라노 지부에서 상근자로 일하며 이런 시대 분위기를 이끌었다.
당 활동 초기부터 로산다는 잡지 지면을 통한 문필 활동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1950년대에 한때 200만 당원을 보유하며 곳곳에 민중의 집을 건설하고 당원 수보다 훨씬 더 많은 발행 부수로 일간 <루니타>('단결')를 내던 공산당은 이탈리아 문화계에서는 여당이나 다름 없었다. 이런 문화 투쟁의 중요한 무기 가운데 하나가 주간지 <리나쉬타>('재생')였는데, 로산다는 이 잡지의 편집위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때의 명성으로 당의 문화 담당 책임자가 됐다가 1963년에는 하원의원에까지 당선된다.
로산다 인생에서 가장 화려했던 이 시절을 보노라면, 참으로 서글픈 감상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탈리아에서 로산다가 속했던 세대의 동년배들이 한반도에서는 어떤 삶을 살았던가? 이탈리아에서는 반파시스트 내전이 좌우 내전으로 이어지지 않게 어쨌든 막았고, 이후 반세기 가량 이어진 제1공화국에서는 “이탈리아는 노동에 기반한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 1항처럼 좌파가 적어도 제1야당으로서 민주공화국의 한 축이 됐다. 그러나 우리는 내전을 피하지 못했고, 냉전의 양 진영이 이 땅에서 맞붙었으며, '미란다'처럼 이상과 그 실천에 투신했던 한 세대가 파괴되고 말았다. 회한과 우울 없이는 마주할 수 없는 역사의 갈림길이다.
이렇듯 냉전 시기에 두 반도의 운명은 극명히 대비됐다. 하지만 영광의 시절이 마냥 지속될 수만은 없었다. 좌파의 양적 성장이 내부 모순에 대한 영구 처방이 될 수도 없었다. 1960년대에 학생운동이 폭발하고 노동운동이 급진화하자 이탈리아 공산당 안에는 조르조 아멘돌라를 중심으로 한 우파와 피에트로 잉그라오를 중심으로 한 좌파가 등장해 격렬히 논쟁했다. 로산다는 잉그라오 좌파의 이론가였고, 학생운동에 연대를 표한 몇 안 되는 공산당 지도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국내의 급진적 사회운동들보다도 공산당에 더 심각한 충격을 준 것은 1968년 '프라하의 봄'을 짓밟은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이었다. 이때 이탈리아 공산당 안에서 소련의 행태를 준열히 비판하고 나선 이들은 잉그라오 좌파의 차세대 지도자들인 루치오 마그리와 루치아나 카스텔리나 그리고 로사나 로산다 같은 이들이었다. 당 집행부는 처음에 이들의 비판을 묵인하는 듯 보였지만, 로산다 등이 <일 마니페스토>('선언')라는 독자 저널을 발행하고 나서자 더는 가만있지 않았다. <일 마니페스토> 그룹은 출당 당했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한 시기의 종말에 그치지만은 않았다. 뜻밖에도, 새로운 시기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1971년 <일 마니페스토>는 일간지로 변신해 60년대에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경험한 수많은 이들, 즉 이탈리아의 68세대와 만났다. 로사나 로산다는 이 신문의 편집을 맡아 68세대가 가장 신임하는 언론인으로 새 삶을 시작했다. 평생의 동지인 마그리나 카스텔리나가 좌파 정당 활동에 계속 개입하는 와중에도 로산다만은 <일 마니페스토>를 무대로 좌파 문화 전반의 방향을 모색하고 개척하는 데 집중했다.
이 시기에 <일 마니페스토>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는 중국 사회주의 체제와 제3세계 해방운동이었다. 이 무렵 한국 사회에서도 리영희, 박현채 등을 통해 비슷한 관심이 젊은 세대 사이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또한 <일 마니페스토> 지면은 신좌파 여성 활동가들이 새로운 페미니즘 사상과 운동을 태동시키는 무대가 되기도 했다. 역시 같은 시기에 한국 사회에서는 이이효재와 그 제자들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대중적인 여성운동을 시도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로산다가 후반생을 바친 신문 <일 마니페스토>는 좌파의 다음 세대를 위한 자기 혁신 운동의 핵심 기관이었고, 20세기 말의 이 혁신 시도는 1980년대부터 남한에서 부활한 좌파 문화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공산당 신문 <루니타>가 폐간된 지금도 일간 <일 마니페스토>는 계속 발간 중이다.
▲일마니페스토가 페이스북에 올린 로산다의 과거 사진 ⓒ일마니페스토
로산다가 남긴 물음 – 자본주의가 한계에 부딪힌 시대에 변화의 주체는?
안타깝게도 로산다는 행복하기에는 너무 오래 살았는지 모른다. 그렇게 강성했던 이탈리아의 급진좌파는, 아니 좌파 전체는 1990년대 이후 계속 침체와 쇠퇴의 길을 걸었다. 현실사회주의 붕괴 이후 공산당은 사회민주주의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좌파민주당으로 변신했다. 로산다와 동지들은 한사코 반대했지만, 어쨌든 여기까지는 그나마 괜찮았다. 문제는 이탈리아판 '민주대연합' 노선의 대두였다.
부패한 기독교민주당이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라 불리는 대대적인 정치 비리 수사 이후에 와해되자 이탈리아에서는 우파가 정치 지도에서 거의 사라질 판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언론 재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선배인 영국의 마거릿 대처처럼 우파 포퓰리즘과 신자유주의를 기묘하게 뒤섞은 신약을 선보이며 우파를 기적적으로 되살렸다. 아니, 단지 되살리는 정도가 아니라 선거에서 거듭 승리하며 장기 집권했다.
좌파민주당을 비롯한 나머지 모든 정치 세력은 “베를루스코니만 아니면 된다”는 깃발 아래 총결집했다. 이탈리아판 '반이명박-반박근혜 민주대연합'이다. 이런 대연합을 유지하기 위해 좌파민주당은 당명에 붙어 있던 '좌파'마저 떼어 버렸다. 단지 당명만 짧아진 게 아니라, 당의 이념까지 창당 당시에 선언한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에서 미국식 자유주의로 바꿨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는 급진좌파가 기세를 부리는 나라에서 졸지에 제도 정치 안에 좌파 전체가 사라진 나라로 돌변했다. 한국 진보 세력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에 밟은 퇴행 과정을 이탈리아인들은 30여 년으로 늘여 경험한 셈이다.
로산다는 만년을 이런 못 볼 꼴을 보며 보내야 했다. 그러나 짜증나고 탄식이 절로 나오는 상황 속에서 그녀는 오히려 씩씩했다. 한동안 기피하던 정당 정치에도 다시 개입했다. 지금 이탈리아 정계에서 좌파의 전통을 제대로 이었다고 할 수 있는 조직은 '이탈리아 좌파'(이하 좌파당) 정도인데, 이 당의 지지율(2-3% 대)은 정의당만도 못하다. 하지만 로산다는 이 당을 반격의 최후 보루라 여기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증손주뻘 당원들에게 자극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것은 로산다가 2017년 좌파당 당대회에 보낸 서한이다. 이 서한을 낭독하는 순간, 장내 분위기는 사뭇 숙연했고, 어쩌면 비장하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90세 노인이 무슨 선동문을 전달한 것은 아니었다. 서한의 내용 전체는 하나의 커다란 물음이었다. 화두였다.
지구 자본주의는 지금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 로산다의 90 평생에도 이런 일은 처음이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지겨운 예언이 아니다. 내로라하는 주류 경제학자들이 이런 진단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역시 90 평생 처음으로 변화의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 좌파는 오랫동안 노동계급이 그런 주체라 했지만, 이제는 변화의 주체 자체를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나 변화의 주체가 불분명하다면, 자본주의가 벽에 부딪히더라도 진정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 커다란 위기의 시대에 변화의 주체는 도대체 누구인가?
3년 전 서한 내용을 압축한 것이지만, 이를 로사나 로산다가 우리에게 남긴 유언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엄중한 물음이다. 극우파의 부상을 무력하게 바라만 보는 이탈리아 좌파처럼 나 역시 지금 당장 명확한 답을 내놓지는 못하겠다. 노동계급에 여전히 주목하되, 기후 재앙이라는 초유의 전면적 위기에 걸맞게 노동하는 시민 전체로 시야를 확대해야 한다는 정도만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답해야 할 절실한 물음을 지닌 삶은 어쨌든 살아볼만하다. 언제나 그랬듯, 우리는, 다음 세대는 답을 내놓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답은, 역시 늘 그랬듯이, 백지 위에 쓰이지는 않을 것이다. 성취뿐만 아니라 오류와 비극까지 아우르는 인류의 모든 자취들 위에서, 오직 그 위에서 다음 번 한 발자국은 내디뎌질 것이다. 과감하고, 단단하게.
끝까지 꿋꿋했던 이의 모습에서 다른 어떤 메시지를 읽기란 불가능하다. 그녀가 살아냈던 것처럼 우리도 살아나갈 것이다. 뒤늦게나마 동지 로사나 로산다에게 진심을 담아 작별의 인사를 드린다.
10년간 3조 투입에도 수질 오염 심각
정부, 처음으로 ‘바닷물 영향’ 평가
서해보다 1.5m 낮은 수위 유지하며
해수량 6.5배 늘려야 개선 효과 커
올해 안 새만금 기본계획 반영 예정
2010년 4월20일 헬기에서 바라본 새만금방조제 위로 군산과 부안을 연결하는 33㎞의 도로가 나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새만금 유역의 물을 농업·도시 용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수질을 높이려면 해수 유통을 해야 한다는 정부의 연구용역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 10년 동안 새만금 유역 2단계 수질대책에 3조원이 투입됐는데도, 바닷물이 제대로 흐르지 않았던 새만금호의 수질이 더 악화된 사실도 확인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간척사업(409㎢·서울 면적의 약 3분의 2)이자 지난 29년간 한국 사회의 대표적 환경 갈등 사례였던 새만금 사업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6일 <한겨레>는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새만금 2단계 수질개선 종합대책 종합평가 결과 및 향후 추진계획’ 보고서를 입수했다. 이 보고서는 환경부가 연구용역을 의뢰한 전북녹색환경지원센터(환경전문연구기관) 등이 수질대책 추진 상황과 유량 조건, 해수 유통량(갑문 운영)의 조건에 따라 새만금호와 상류지역인 만경·동진강 수역의 미래 수질을 예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서해 평균 해수면보다 새만금호 수면이 1.5m 낮게 유지되는 조건에서 바닷물을 흐르게 했을 때, 수질 개선에 미치는 영향이 유역 2단계 수질대책에 3조원이 투입됐는데도, 바닷물이 제대로 흐르지 않았던 새만금호의 수질이 더 악화된 사실도 확인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간척사업(409㎢·서울 면적의 약 3분의 2)이자 지난 29년간 한국 사회의 대표적 환경 갈등 사례였던 새만금 사업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6일 <한겨레>는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새만금 2단계 수질개선 종합대책 종합평가 결과 및 향후 추진계획’ 보고서를 입수했다. 이 보고서는 환경부가 연구용역을 의뢰한 전북녹색환경지원센터(환경전문연구기관) 등이 수질대책 추진 상황과 유량 조건, 해수 유통량(갑문 운영)의 조건에 따라 새만금호와 상류지역인 만경·동진강 수역의 미래 수질을 예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서해 평균 해수면보다 새만금호 수면이 1.5m 가장 크다는 것이 조사 결과의 핵심 내용이다. 1.5m는 역류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기존에 호수 안에 조성한 토지 이용이 가능하고 해수 유통도 가능한 높이다.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호수와 통하는 바닷물의 양을 현재(한 해 36억800만톤)보다 6.5배(한 해 235억9천만톤) 더 흐르게 했을 때 수질이 가장 안정적인 것으로 예측됐다.
만경·동진 수역의 농업용수는 목표 수질인 4등급이 가능했다. 도시용수가 필요한 동진강 유역에서는 오염기준(COD, T-P)이 목표 수질인 3등급의 경계에 있는 것으로 나왔지만, 2단계 수질대책 완료까지 고려하면 목표 수질인 3등급의 물을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다만 농업용수로 이용하려면 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반면 해수 유통이 차단되어 새만금호가 담수화될 경우, 수질대책을 시행하더라도 농업용수와 도시용수 확보가 곤란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현재 수준의 바닷물을 유통하면 농업용수는 확보하지만 일부 도시지역에서는 수질기준에 맞는 물을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환경부는 이를 토대로 호수 내 오염원 관리 대책과 배수갑문을 운영하는 시나리오별 후속 대책 등 복수의 안을 마련해, 새달 새만금위원회 전체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평가 결과는 국무총리실 소속 심의위원회인 새만금위원회에 전달돼 연내 새만금 기본계획을 정할 때 반영된다. 장기적으로 담수화를 못박은 새만금 기본계획이 변경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1953년 형법 제정 후 66년, 그리고 2012년 헌재의 낙태죄 합헌 판결 후 7년 만의 일이었다.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로부터 해방의 길이 열리는 듯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 대체 입법이 마련돼야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아직 관련 법안이 한 건도 발의되지 않은 상태다. 최근에야 정부가 관계부처와 논의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정부가 준비하는 안은 임신 14주 이내에는 허용하고 14주에서 22주 사이에는 사회 경제적 이유가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안이다. 22주가 넘어가면 현행 처벌 조항이 그대로 적용된다. 즉, 낙태죄를 폐지하지 않고 처벌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셈이다.
이는 지난 8월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임신중지 비범죄화' 권고는 물론, 재생산권을 보장하라는 여성계의 요구에 한참 못 미치는 안이다. 여성계는 줄곧 "임신 주수에 따른 제한은 개인의 신체적 차이를 고려하지 못해 실효성이 없"으며 "처벌은 임신중지를 음성화할 뿐, 비범죄화 하더라도 임신중지 비율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석 달 남짓 남은 낙태죄의 시효를 두고 <프레시안>은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돼야 하는 이유와 재생산권 보장의 필요성에 대해 네 편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우리는 충분하고 숙련된 지역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했다는 이유로 범죄자가 되지 않을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임신중지가 개별 의사의 개인적 재량에 달려 있지 않은 의료 서비스가 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건강보험조합이 다른 표준화 된 의료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임신중지 비용을 부담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 모든 것은 형법 218조(218 StGB)를 폐지해야만 가능합니다. 즉, 형법에서 낙태를 삭제하여 합법화해야 합니다."
위의 내용은 독일 형법 218조의 폐지를 요구하며 얼마 전 국제 서명운동 사이트인 Change.org에 올라온 글의 일부이다. 독일에서도 '낙태죄' 폐지 요구는 현재진행형이다. 나치 시대 때 만들어진 '낙태죄' 조항이 여전히 형법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독일 형법 218조는 임신중지를 한 여성에게 벌금 또는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성폭력으로 인한 임신이거나 의학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 임신 12주 이내에 상담을 받고 3일의 숙려 기간을 거친 경우가 아니면 모두 불법에 해당한다.
작년 3월까지 219조a 조항에 따라 임신중지를 시행하는 의사와 병원이, 자신의 병원에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처벌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재 이 조항은 개정되었지만 여전히 '임신중지 시술을 한다'는 사실 외에는 임신중지에 관한 어떤 정보도 알릴 수가 없다. 이런 현실 때문에 독일의 의료인들은 여전히 의과대학에서 임신중지에 관한 교육 시간은 90분 정도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상담과 숙려기간', '주수에 따른 허용'?..."시기만 늦출 뿐"
또한 임신중지의 의무조항인 '상담과 숙려기간'은 실질적으로 이른 시기에 안전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다. '12주까지는 허용', '상담과 숙려기간의 제공'과 같은 수사로 마치 이것이 여성들을 위한 제도인 양 알려졌지만, 실상은 형법상의 처벌 조항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임신 주수에 따른 제한이나 의무 상담, 강제 숙려기간 제도는 역설적으로 여성이 임신중지에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제때 적절한 처치를 받는 것을 가로막아 여성들의 건강과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독일과 비슷한 방식으로 법을 개정한 국가들에 나타나고 있다. 아일랜드의 경우 지난 2018년 비슷한 방식으로 법을 개정했다. 그러자 상담과 숙려기간 의무제 때문에 되레 임신중지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했다.
가령 상담과 숙려기간 의무제 때문에 3일 전에 상담을 받았던 의사가 3일 후 재방문 했을 때 부재한 상태라면 다시 상담을 받고 3일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 사이 임신 12주를 넘기기도 했다. 상담과 숙려기간 의무제 때문에 합법이던 임신중지가 불법이 되어버리는 상황도 발생했다.
숙려기간은 임신중지 선택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다. '처벌과 허용' 구도를 벗어나지 못한 낙태죄는 실효성이 없었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 출산을 결심하는 여성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임신을 하는 여성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아일랜드의 여성들이 영국이나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로 임신중지를 하러 가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실패한 규제 조치를 도입하겠다는 문재인 정부
지금 정부가 내놓은 '낙태죄'의 개정 입법안은 이처럼 많은 문제들을 드러내며 보건의료 정책상으로도, 성과 재생산 권리의 보장 측면에서도 완전히 실패한 해외 법제의 종합판이다.
상담과 숙려기간의 의무화에 의료인의 거부권까지 더해지면 여성들은 상담을 하기 위한 기관을 찾아야 하고 다시 돌아와 임신중지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해당 병원이나 의사가 거부하면 또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서울 외 지역에는 그나마 찾아갈 수 있는 산부인과조차 매우 적다.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다른 자녀를 키우고 있거나 폭력이나 학대 상황에 있다면, 이 과정 자체가 또 다른 고통이 될 것이다. 성폭력이든 다른 사회·경제적 사유든 여성들은 그에 필요한 권리를 보장받는 대신 자신의 상황을 입증해야 하는 조건에 놓인다.
또한 독일의 현 상황처럼 보건의료인들도 최신의 의료 정보와 기술에서 뒤쳐지게 되고 다시 그만큼 여성들은 더 나은 의료 환경으로부터 멀어지게 될 것이다.
이미 30~40년 전부터 임신중지를 제한적으로 허용했던 여러 국가에서 이런 폐해가 확인되었기에 이제 세계보건기구,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유엔 자유권위원회, 세계산부인과학회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들은 안전한 임신중지에 영향을 미치는 법·정책적 규제 조치와 처벌 조항을 삭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 뿐 아니라 국제 사회의 이런 권고에도 완전히 역행하는 조치인 것이다.
처벌이 아닌 권리의 첫 페이지를 쓸 때다
독일 형법 218조의 '낙태죄'는 "나치 시대의 형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독일 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낙태죄'는 나치 시대의 법, 식민지 시대의 법, 독재 시대의 법으로 남아있다. 주수나 특정 사유를 통한 허용 방식도 마찬가지다. 삶의 조건을 책임져야 할 국가의 의무를 여성과 의사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더욱이 '임신중지가 가능한 사유'는 우생학적 기준으로 '태어나지 말아야 하는 생명'을 선별해 강제 낙태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금까지 수많은 여성들이 홀로 감당해야 했던 임신중지의 시간들은 사회·경제적 불평등, 폭력, 차별과 낙인을 방치하고 여성의 몸을 인구정책의 도구로 삼아온 국가폭력의 역사이다. 2020년의 우리는 이런 무책임하고 차별적인 역사로부터 단절해야 한다. 처벌이 아니라 공공의료 체계를 통한 안전한 임신중지,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하는 법과 정책이 새로운 역사의 첫 페이지로 등장할 수 있게 해야 할 때이다. 형법 '낙태죄'의 온전한 폐지로 그 시작을 열어야 한다.
상주들은 큰엄마를 보자 금방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부모를 잃은 어린 아이의 서러움과 애처로움이었다. 이미 중년이 돼도 부모를 잃으면 모두 이렇게 어린아이처럼 불안해하고 어쩌지를 못한다. 생전에 일흔이 넘은 아버지가 어느날 회심곡을 들으시다가 "난 이제 아버지도 엄마도 없는 고아다"라면서 몹시 슬퍼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부모를 잃은 자식들은 그렇다. 늘 서럽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그렇다.
엄마와 작은 어머니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부둥켜 안고 서글프게 울기 시작했다. 두 분은 그렇게 한동안 아주 서럽게 '곡'을 했다. 두 분의 '곡소리'에는 스무살이 조금 넘은 꽃 다운 나이에 변씨네로 시집 와서 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긴 세월이 담겨 있었다. 이상하게도 두 분의 곡소리가 내 귀에는 '대화'처럼 들렸다.
'아이고 형님, 아이고 형님, 아이고... 이렇게 허망하게 가네요. 저 사람이. 긴 시간 병상에 누워 고생만 하다가 갔어요. 이제 전 어떻게 살아요. 미우나 고우나 그래도 저 사람 보고 살았는데... 아이고 형님...'
'아이고 자네가 기운을 내야지. 아이고... 자네도 할 만큼 했네... 이제 잘 보내야지. 간 사람은 간 거고... 자네도 그동안 너무 힘들었잖은가...'
'아이고... 아이고...'
마루바닥에 엎드려서 두 분은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는 '곡'을 했다. 피가 섞인 형제는 아니지만 두 분은 누구보다 속속 저간의 사정을 꿰뚫고 있을 것이니 엄마의 눈에는 작은 엄마가 몹시 안스러워보였을 것이고, 작은 엄마에게도 엄마는 그 모진 세월을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두 분의 곡소리가 자식들의 폐부를 찔러댔다. 뒤에 선 두 분의 자식들도 함께 눈물을 쏟았다.
그때 늙은 엄마는 집 안의 '제일 큰 어른'이었다. 작은 엄마와 상주들이 서럽게 쏟아내는 울음을 다 받아주고 다독여 주는 맏어른이었다.
난 그때 좀 거창하게 말을 하면 종부의 '위엄'을 본 것 같았다. 엄마는 학식이 뛰어나지도 않고 따로 종부의 행실에 대해서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엄마 나름의 종부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엄마는 늘 당신으로 인해 '한 집안에 내려오는 전통과 가문이 흐트러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하신다. 늘 당신이 베풀고 넉넉하게 마음을 썼다. 입과 몸가짐이 가볍지 않았고 말을 앞세우기보다는 행동이 빨랐다. 당신이 하신 일을 생색 내지도 않았고 불편한 심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법도 없었다. 남을 시키기보다는 당신이 먼저 했다.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묵묵히' 종부로서의 자신의 삶을 살았다.
큰 일이 있을 때면 늘 엄마와 크고 작은 실랑이가 일었다.
"왜 엄마 혼자서 다 해? 작은 집에서는 아무도 안 오는데?"
"왜 작은 어머니들이 할 일을 왜 우리가 해야 하는데?"
"딸은 오지도 말라면서 왜 일은 우리한테 시켜? 그러니까 이번엔 양도 줄이고 좀 사다 하자."
그럴 때도 엄마는 아무 소리 않고 당신의 일을 했다. 미련 맞아 보일만큼 말이다.
엄마가 생각하는 종부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풍과 전통을 따르고 잘 유지되도록 하는 것', 구체적으로는 조상의 제사를 잘 모시는 것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엄마는 1년에 열 번이 넘는 기제사와 종중 제사를 힘들다 소리 한번 안하시고 지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그만하실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챙겼다. 그것이 당신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조상님들에게 죄를 짓는 것 같다고, 마음이 편하지 않단다. 엄마는 팔십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그렇다고 요즘 사람들이 명절 증후군을 앓고, 시가에 가기 싫어하고, 제사 문제로 다투는 것을 이해못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이 평생 맞다고 걸어온 그 길을 가고 싶어할 뿐이다.
"엄마는 그런 게 좋았어. 힘들다거나 귀찮다는 생각도 안 들었어. 명절이면 식구들 다 같이 모여서 얼굴 보고 하면 얼마나 좋아? 옛날에 1년에 열 번이 넘게 제사를 지낼 때도 엄마가 힘들다고 하는 거 봤니?"
엄마 말이 맞다. 단 한번도 엄마에게서 '힘들다, 내가 왜 변씨네 와서 이 고생이냐'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한때는 '왜 여자만 남자집에 가서 모르는 친척들을 위해 며칠동안 고생을 해야 하느냐? 여자가 그 집 식모냐?'라고 악악대던 나도 지금은 그냥 엄마의 삶을 존중해 드리려고 한다. 전근대적이니 굴종적이니, 부당하다느니, 여권이 어떠니 하는 말들로 엄마의 삶을 상처내고 싶지 않다.
에피소드, 팔순 엄마의 '한 건'
집에 돌아와 엄마와 이런 저련 얘기를 나눴다.
"발인 전날밤 10시가 넘어 내일 납골당에 모신 다음 마지막 제사 제물을 준비했냐고 물었더니 다들 그 생각은 하지 못했던 거라. 그제서야 제물을 챙긴다고 분주해서는... 으그..."
"맨날 그렇게 했는데 왜 그랬을까."
"그러게 말이다. 아니 맨날 제사를 지내면 뭐해. 그 많은 사람들 중에 그거 하나 못챙기고. □□이가 그러더라. 큰엄마가 말씀해주지 않으셨으면 어쩔 뻔 했냐고. 몇 번이나 감사하다고 하더라."
엄마는 그렇게 '한 건' 한 것이 좋으셨던 모양이다. 집 안의 큰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신 것이 못내 자랑스러우셨나보다. 몇 번이나 '의기양양'하게 그 얘기를 하셨다.
"엄마 맞아. 엄마는 우리 집안의 큰 버팀목이야."
노인 한 명은 도서관 하나와 맞먹는다고 한다. 살아온 인생만큼의 지혜가 가득하다는 말일 게다. 비록 보잘 것 없는 변씨 가문이지만, 한 가문의 종부로서의 엄마의 삶... '당신은 누구보다도 가치 있는 삶을 사셨습니다'라고 말씀해드리고 싶다.
▲ 신상철 전 조사위원이 6일 2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은 1심재판 당시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천안함 사건에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10년째 재판을 받아온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위원이 6일 2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강열 부장판사)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학문의 자유’와 ‘중요한 공익적 관심사’라는 이유 등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원심(1심) 재판부는 2016년 1월 25일 검찰의 공소사실 34건 중 32건을 무죄로 선고했지만 ‘고의 구조 지연’과 ‘고의 증거 인멸’을 주장한 두 건의 게시글에 대해 비방목적이 인정된다며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재판장 “중요한 공익적 관심사에 대한 논쟁 봉쇄할 우려”
<미디어오늘> 6일자 보도에 따르면, 윤강열 재판장은 판결요지에서 “피고가 좌초후 충돌 주장하면서 사실여부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포함되고 다소 과격하고 공격적 표현은 비난할 부분이 있고, 내용과 표현의 부적절성의 경우 비판의 여지가 크다”면서도 “그렇다고 형사처벌해서는 안 되고 학문의 자유 영역에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가 게시한 글의 전체적 내용에 비춰볼 때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침몰원인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고, 사고원인에 관한 합조단 발표를 분석 비판해, 사고원인에 대한 본인 나름의 분석을 제시해 공익 목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을 확대해석해, 겉으로 드러난 표현만으로 처벌할 경우 중요한 공익적 관심사에 대한 논쟁을 봉쇄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우선 고려된다”고 무죄선고 이유를 분명히 했다.
▲ 2심재판부도 1심재판부와 같이 민군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를 그대로 인정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천안함 사건은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 해안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절단, 침몰해 40명의 군장병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된 사건으로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은 북한에서 제조한 감응어뢰의 강력한 수중폭발에 의해 선체가 절단되어 침몰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신상철 전 조사위원은 이같은 조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좌초후 잠수함 충돌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다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과 윤종성 당시 민군합조단장, 현역 장교 등으로부터 개인 명의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당했다.
신상철 “사고원인에 대한 진실규명이 종료된 것은 아니다”
▲ 신상철 전 조사위원은 “이 사건이 제 인생에서 50대의 10년을 완전히 가져가 버렸다”고 말했다. 사진은 2011년 11월 인터뷰 당시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신상철 전 조사위원은 6일 승소 후 <통일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재판부가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1심판결을 그대로 원용하고 있는 부분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라면서 “저에 대한 명예훼손이 무죄판결이 났다고 해서 그 사고원인에 대한 진실규명이 종료가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노력은 계속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 숙제는 사실상 현 정부, 그리고 언론에게 과제가 넘어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 전 위원은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이었음을 상기시키고 “결과적으로 현 민주당도 사실 민주당의 추천 조사위원인 저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사실이 없기 때문에 그러한 과정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짚고 “진실규명의 과제 역시 여당인 민주당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남북 간의 관계개선을 갈망하고 있는 현 정부 입장으로 봤을 때에, 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이나 명쾌한 정리 없이 서로 대화를 한다거나 관계개선, 또는 평화모색이라는 것은 불가능한 것 아니겠느냐”며 “북한의 수중 공격에 의한 소행이라면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이에 대한 인정과 사과를 받아야 할 것이고, 만약에 남쪽의 조작에 의한 것이라면 우리는 북쪽에 누명 씌운 것에 대해서 사죄하고 또 유엔까지 가서 거짓 발표를 한 것에 대해 전 세계에 사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철 전 조사위원은 “사실 이 사건이 제 인생에서 50대의 10년을 완전히 가져가 버렸다”며 “이런 사건을 통해서 우리가 정말 밝혀야 할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줄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진실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는 것을 더욱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현재의 판결이 반쪽짜리 판결이라는 점에서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고 개인적 소회를 밝혔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추진하던 2015년 입찰 참여 ‘1’건…건설 직원 900명 이상 감축
조한무 기자 chm@vop.co.kr
발행 2020-10-06 20:03:51
수정 2020-10-06 20: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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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18일 오전 9시부터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성물산 건설부문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뉴시스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추진되던 시기, ‘래미안’을 짓는 삼성물산 건설 부문 직원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에 도움이 되기 위해 삼성물산 몸집을 줄이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피해를 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부회장 승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4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삼성물산 건설부문 직원 660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직원의 8.32%가 승계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구조조정 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물산은 2010년대 들어 직원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1년 6,100명이던 직원은 3년 뒤인 2014년 1분기 7,930명으로 30% 가까이 급증했다. 그러다 이 부회장 승계 작업이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진 2014년 들어 갑작스럽게 인원이 줄어든다. 2014년 매 분기 평균 100명 가까이 회사를 떠났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직전인 2015년 1분기에는 373명의 직원이 정든 회사를 떠났다. 당시 업계에선 “삼성물산이 하급 직원들에게까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비슷한 시기 경쟁사인 대우건설은 직원이 오히려 늘었고, 규모가 비등한 현대건설과 GS건설은 100명 안팎의 변동이 있을 뿐이었다.
경쟁사 수주전 치열한데 삼성물산 뒷짐…수익성 위주 사업 선별 주장도 근거 미약
삼성물산 직원들이 줄어든 이유는 삼성물산의 재건축·재개발 수주 상황과 상당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직원들이 줄어든 2014년과 2015년 서울 강남 등지의 노른자 땅에서 진행되는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서 사실상 모습을 감췄다.
삼성물산은 2014년 강남구 상아3차, 서초구 방배3구역, 양천구 목제1구역 등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래미안 브랜드로 압도적 1위를 달리던 삼성물산이 빠지면서 강남구는 현대산업개발이, 서초구는 GS건설이, 목동은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있었던 2015년에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됐다. 2015년 사업비 각각 2천억원(행당6구역), 3천800억원(고덕주공6단지) 재건축 사업에 삼성물산은 참여하지 않았고 결국 GS건설이 두 사업 모두를 싹쓸이했다. 같은해 최대규모 재개발 사업인 동대문구 재개발 사업에도 삼성물산은 참전하지 않았다. 당시 재개발 사업은 1조2천억원·4043세대 규모였는데 결국 GS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을 꾸려 사업을 수주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신규 물량을 받지 않고, 기존 현장이 완공되면 담당자들을 내보내면서 직원이 줄어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9월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김슬찬 기자
재건축 규제 완화로 호황기 맞았는데 입찰 참여 1건
2015년 삼성물산의 수주 기피는 비정상적인 경영 전략으로 비쳤다. 무엇보다 시장 여건이 긍정적이었다. 정부가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푼 것이다. 2014년 9월 재건축 연한을 기존 준공 후 4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한 데 이어 이듬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적용을 유예했다.
삼성물산도 2015년을 주택 시장 호황기로 평가했다. 해당연도 사업보고서에서 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와 저금리 정책에 따른 주택·부동산 시장 호조로 국내 건설 시장이 사상 최대인 158조원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래미안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삼성물산이 2000년 론칭한 래미안은 국내 1세대 아파트 브랜드로 줄곧 업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삼성물산은 래미안이 국가고객만족도(NCSI) 한국산업브랜드파워(K-BPI)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BCI) 등에서 10년 이상 연속 1위를 기록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건설 업계에서 주택 사업을 중심으로 한 국내 시장을 세계 건설 시장 침체 국면에서 실적을 만회할 돌파구로 여겨졌다. 2015년 세계 건설 시장은 중국 경제성장 둔화, 유럽 경기침체, 저유가 영향으로 전년 대비 5% 감소했다.
삼성물산은 해외 사업 부실 수주로 실적 악화도 겪고 있었다. 2015년 건설 부문에서 약 774억원의 적자를 냈다. 호주 로이힐 광산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채굴한 철광석을 처리하기 위한 항만·철도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었는데, 기상이변으로 공기를 맞추지 못해 매달 수 백억원의 보상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삼성물산은 향후 발생할 잠재손실을 미리 회계에 반영했다. 게다가 해당 사업은 2013년 수주 당시부터 일각에서 저가 수주 지적을 받기도 했다.
국내 주택 시장 호황·해외 시장 악화·사업성 악화 등 입찰에 적극 나서야 할 유인이 여럿 상존했으나 삼성물산은 재건축·재개발 수주를 구태여 외면했다.
래미안 아트리치ⓒ기타
삼성물산 주가 낮춰야 했던 이재용…시너지 효과는 공염불이었다
삼성물산이 수주를 기피한 건 이 부회장 승계를 위함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가가 낮게 평가돼야 유리한 상황이었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제일모직 지분은 23.2%였고, 삼성물산 주식은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다. 합병이 성사되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06%에 대해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26일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 주식 3주와 제일모직 주식 1주를 맞바꾸는 0.35:1로 결정됐다. 합병 비율은 이사회 직전 1개월 주가를 기준으로 한다. 이 부회장은 2015년 5월까지 주가를 낮춰야 할 유인이 있었던 셈이다. 삼성물산 매출액은 제일모직보다 5.5배, 총자산은 3배 많았으나, 현저히 저평가된 채로 합병이 이뤄졌다.
실제 삼성물산 주가는 2015년 상반기 건설 경기가 호황인 가운데 유독 하락세를 보였다. 2015년 1월 2일 6만700원이던 삼성물산 주가는 같은해 5월 22일 5만5,300원으로 8.9%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건설업 주가지수는 28.7% 상승했다. 주요 경쟁사인 GS건설(33.0%)·대우건설(31.5%)·대림산업(29.6%)·현대건설(17%) 모두 주가가 크게 올랐다. 업계는 상승장을 누리는데 삼성물산만 곤두박질쳤다. 이 부회장 등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내리눌렀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시공사 입찰은 건설사에게 봄철 모내기와 같다. 시공사로 선정이 되면 이후 조합과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해 분양·공사에 들어간다. 시공사 선정은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의미가 있어, 기업 가치를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증권가에서도 건설사 주가 상승을 시공사 선정 영향으로 풀이하는 경우가 많다.
증권가도 삼성물산 주가 부진 원인으로 주택 정비 사업 수주 기피를 꼽았다. 현대차증권은 2015년 4월 보고서에서 “삼성물산 주가는 대형 타 건설사에 비해 주가 상승률이 높지 않은데,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주택공급 계획과 매출액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DB대우증권은 “부동산 업황 개선에도 분양물량 증가 폭이 경쟁사 대비 크지 않아 주택 매출 증가 속도가 빠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KTB투자증권도 5월 삼성물산 주가 부진 원인으로 소극적인 주택사업 전개를 들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이 시너지를 내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렇다 할 합병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시너지로 기업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면 합병 전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 이후에도 합병법인 건설 부문 직원은 매년 감축을 거듭해 올해 상반기 기준 5,5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사업 실적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주주에게 합병 찬성을 호소하면서, ‘2020년 매출 60조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해 합병법인 매출액은 31조원에서 못 미쳤다.
고용은 줄고 사업 시너지도 없다. 합병이 사업적 판단보다 이 부회장 승계를 위한 포석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1일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11명을 자본시장법(부정거래·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오는 22일에는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0.06.08ⓒ김철수 기자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1953년 형법 제정 후 66년, 그리고 2012년 헌재의 낙태죄 합헌 판결 후 7년 만의 일이었다.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로부터 해방의 길이 열리는 듯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 대체 입법이 마련돼야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아직 관련 법안이 한 건도 발의되지 않은 상태다. 최근에야 정부가 관계부처와 논의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정부가 준비하는 안은 임신 14주 이내에는 허용하고 14주에서 22주 사이에는 사회 경제적 이유가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안이다. 22주가 넘어가면 현행 처벌 조항이 그대로 적용된다. 즉, 낙태죄를 폐지하지 않고 처벌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셈이다.
이는 지난 8월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임신중지 비범죄화' 권고는 물론, 재생산권을 보장하라는 여성계의 요구에 한참 못 미치는 안이다. 여성계는 줄곧 "임신 주수에 따른 제한은 개인의 신체적 차이를 고려하지 못해 실효성이 없"으며 "처벌은 임신중지를 음성화할 뿐, 비범죄화 하더라도 임신중지 비율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석 달 남짓 남은 낙태죄의 시효를 두고 <프레시안>은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돼야 하는 이유와 재생산권 보장의 필요성에 대해 네 편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헌법재판소가 2019년 4월 11일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 및 임신한 여성의 승낙을 받아 낙태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2017헌바172, 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 함)을 하면서 정한 입법 시한이 채 3개월도 남지 않았다.
지난 8월 21일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에서는 '처벌에서 지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고 '성과 재생산 건강 및 권리'(이하 '재생산권'이라 함)를 보장하도록 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정부도 입법 절차에 착수한 듯 하다. 낙태를 둘러싼 과거의 소모적인 논쟁을 재현하지 않으면서 짧은 시간에 당사자들인 여성들의 목소리와 경험을 반영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이 사건 결정의 의의와 한계를 재조명하고, 임신중단에 관한 입법 원칙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결정 요지는 위 낙태 관련 조항이 '모자보건법'상의 허용 사유에 해당하지 않은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낙태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모든 경우에 전면적·일률적으로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여 낙태를 처벌함으로써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므로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생산권' 논의 빠진 헌재의 결정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 여부만을 판단하였을 뿐, △평등권 △건강권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 △모성을 보호받을 권리 등 다른 기본권의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국제인권 규범으로 확립된 재생산권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낙태죄가 낙태 억제에 실효성이 없다는 점, 원치 않는 임신의 예방과 낙태감소를 위한 사회적·제도적 여건 마련 등 사전적·사후적 조치를 종합적으로 투입할 수 있으리라는 점 및 형법적 제재와 위하의 문제점 등에 관하여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균형성 판단 부분에서 충분히 설시하였으면서도 이러한 점에 대한 고려없이 낙태죄 입법목적의 정당성이나 수단 적합성을 인정하고 말았다. 그 결과 낙태의 완전한 비범죄화나 단순 위헌이란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또한 주문(主文) 설시 방식에서의 이견을 넘어 헌법불합치 의견과 단순 위헌 의견의 이유설시를 그대로 병기하였다. 이 사건 결정이 임신중단와 관련한 입법 및 정책 가이드로서 충분치 못한 이유들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은 주문에만 미치고 결정 이유에는 미치지 않으며 헌법불합치라는 것은 결국 위헌이라는 점은 더 근본적이다. 그렇기에 이 사건 결정 이유의 자구에 얽매여 몇 주 이후의 임신중단을 처벌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춘 입법이나 정책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이 사건 결정이 갖는 헌법적 함의와 한계, 삼권분립의 원칙과 국민주권 원칙, 헌법재판소가 판단을 생략한 다른 기본권 목록과 그 보장 내용 및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국제인권 규범 등을 종합하여 그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국제인권 규범은 이 사건 결정에서 아예 판단조차 하지 않은 헌법상의 기본권을 포괄하고 있어 훌륭한 준거가 될 것이다.
▲낙태죄 폐지 시위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인권 규범으로 확립된 '재생산권'
재생산권은 인간의 재생산 전 과정(성·임신·출산·양육 등)의 건강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통합적 권리체계로 헌법상 자유권, 평등권 및 사회권 영역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평등권과의 관계에서만 보자면, 국제연합(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에서는 임신중단을 포함하여 오직 여성들만 요구하는 의료서비스를 범죄시하는 것을 여성에 대한 차별로 본다.
재생산권 관련 하나의 근거 규범인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에 따라 협약 당사국들에게 임신중단 합법화는 물론, 안전하고, 접근 가능하며, 지불 가능한 양질의 의료서비스와 임신중단 후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2018년 제7차 한국 정부에 대한 위 협약 이행점검 최종견해에서도 낙태죄의 전면 폐지 등 동일한 취지의 권고를 한 바 있다.
낙태죄 폐지를 넘어 재생산 과정 전반에 대한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낙태를 둘러싼 입법과 정책은 기존의 인구정책적 관점이나 태아의 생명권 논의를 넘어서 재생산 정의, 성평등한 재생산권 보장이라는 큰 틀에서 각 재생산 단계에 맞게 세부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성과 피임, 임신 및 임신중단, 출산, 양육 등 재생산 과정 전반에 대한 정보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사회적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의 위 권고에 따라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단권 보장을 위하여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고, 관련 의료 및 보건 접근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임신중단과 그 후 관련 의료서비스의 제공 및 건강보험 적용도 임신·출산과 동일한 차원에서 제공되어야 할 것이며, 안전한 임신중단권 확보를 위한 제반 물적·인적 자원 확보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러므로 모자보건법도 전면 개정해야 한다.
낙태죄 역사는 여성들의 몸과 삶을 타자화시켜온 역사이다. 윤리와 종교 문제를 법률 문제와 섞어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도록 억압해 온 역사이다. 여성 시민권의 온전한 회복과 성평등한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의 입법을 기대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적정한 기후환경에서만 살 수 있다. 기후조건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변하면 지금의 기후조건에서 번창한 모든 생명체는 멸종을 피할 수 없다. 기후변화를 모르면 그 변화를 조절할 힘(기술)도 가질 수 없다. 제대로 모르는 자연을 다 안다고 착각하는 데서 비극이 싹튼다.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에 우리는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을까? 그럴 시간이 남아있기나 한 것일까? 기후변화가 브레이크 없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떤 기후재난을 겪게 될까? '김해동의 투모로우'에서 이런 문제를 다뤄본다.[편집자말]
교토의정서를 잇는 '2015 파리 신 기후체제'(파리협정)는 내년(2021년)부터 기후변화협약 참가 195개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강제하게 된다. 신 기후체제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금세기말까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섭씨 2℃보다 '훨씬 작게' 제한하며(2℃ 시나리오), 1.5℃까지 제한(1.5℃ 시나리오)하도록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온실가스 방출량을 감축하고자 한다.
2℃ 또는 1.5℃라는 수치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억제하고 추가로 온실가스 방출량을 더욱 줄여야 기후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수치 모델에서 나왔다. 여기서 '온실가스 방출량을 더욱 줄여야'라는 말은 구체적으로 산업화 이래 대기로 배출하는 총 탄소량을 2900Gt_CO2로 묶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 Gt_CO2 = 모든 온실효과 기체의 총량을 온실효과를 감안해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총질량)
그런데 2011년에 이미 1900Gt(1G=109)를 방출했고 이후로도 매년 45Gt_CO2 내외의 온실가스를 방출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2900Gt_CO2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흔히 듣는 '기후변화 비상행동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10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호소는 이런 계산에서 나왔다.
지구온난화 이해하는 열쇳말, '되먹임'
지구시스템이 열적으로 안정한 상태에 있을 때는 다양한 '되먹임' 작용으로 지표면과 대기의 온도가 일방적으로 상승하든가 하강하지 않고 적당한 온도에서 균형을 이루게 된다(기후의 안정화). 되먹임이란, 온실 기체가 증가하여 기온을 상승시키면 지구의 기온을 결정하는 다른 요인들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쳐서 기온을 더욱 높이든가(양의 되먹임) 낮추는 작용(음의 되먹임)을 말한다.
음과 양의 되먹임 작용 결과 최종적으로 양의 되먹임이 되면 기후시스템은 불안정 상태로 전환된다. 이 경우 인간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방출을 멈추더라도 기후변화(지구온난화)의 진행을 막을 수 없게 된다. 그동안 되먹임 작용을 잘 몰랐고 새로운 양의 되먹임까지 드러나면서 이미 기후시스템은 열적 안정 상태를 벗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 지금까지 알려진 되먹임 작용을 알아보자.
- 열복사 되먹임
모든 물체는 온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를 복사에너지 형태로 방출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복사에너지를 방출함으로써 온도를 낮게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다. 이러한 성질에 따라서 온실기체 증가로 지표면·대기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지구는 더 많은 복사에너지를 우주로 방출해 온도를 더 많이 낮추려 한다. 모든 물체는 자연이 가진 복사에너지 방출의 기본 성질에 따라서 음의 되먹임이 작용한다.
- 수증기 되먹임
지표면과 대기의 온도가 상승하면 대기에 최대로 존재할 수 있는 수증기량이 증가한다. 수증기도 온실 기체이므로 수증기량이 증가하면 지구온난화 효과가 커지고 지표면과 대기의 온도는 더욱 상승한다. 이렇게 양의 되먹임이 작용하는데 이것을 수증기 되먹임이라고 한다.
- 얼음·알베도(반사율) 되먹임
지표면과 대기의 온도가 상승한 상태에서는 지표면의 설빙이 녹아서 설빙 면적이 감소한다. 그러면 지표면 알베도(albedo, 태양 빛에 대한 천체 표면의 반사율)가 감소한다. 그러면 지표면에 흡수되는 태양 복사에너지가 증가해 지표면 온도가 더욱 상승한다. 그러면 지표면의 설빙이 더욱 많이 녹게 된다. 이런 과정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간다. 이런 양의 되먹임을 얼음·알베도 되먹임이라고 부른다.
- 구름 되먹임
지표면과 대기의 온도가 상승한 상태에서는 수증기 되먹임 작용으로 대기 중의 수증기량이 증가한다. 그러면 구름의 양이 증가한다. 구름의 양이 증가하면 지표가 방출하는 장파 복사에너지를 구름이 더 많이 흡수해 지표로 재방출하게 되어 지표면과 대기의 온도가 상승한다(양의 되먹임). 그런데 구름의 양이 증가하면 지구로 입사하는 태양 복사에너지에 대한 알베도(반사율)가 증가한다. 그러면 지구에 흡수되는 태양 복사에너지가 감소해 지표면 온도가 낮아진다(음의 되먹임).
인간 활동으로 생긴 온실 기체가 대기 중에 증가했을 경우 구름의 종합적인 복사 효과는 어떻게 될까? 어떤 구름이 어떻게 변할지가 중요하다. 권운과 같은 상층의 구름이 증가하면 장파 복사에 의해 양의 되먹임이 작용하고, 층운과 같은 하층 구름이 증가하면 알베도에 음의 되먹임이 작용하게 된다. 이 두 가지 되먹임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영향을 끼칠지는 불명확하다.
탄소 배출원으로 전락한 열대우림
인간 활동에 따른 온실기체 증가가 유발할 자연의 되먹임 작용에 더해 삼림과 해양 식물 플랑크톤의 광합성 감소와 동토의 지하에 대규모로 매장되어 있는 메탄 가스의 방출도 지구의 열적 안정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영국 리즈대학 연구팀의 조사에 의하면 열대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1990년에 연간 460억t이던 것이 2010년에는 250억t으로 대폭 감소했다. 불과 30년 동안에 감소한 210억t은 영국과 독일, 프랑스, 캐나다에서 화석연료 사용으로 10년간 방출하는 탄소 배출량에 상당하는 양이다. 2030년경에는 열대우림이 오히려 탄소 배출원으로 전락해버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 기후체제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탄소 감축 목표보다 열대우림의 탄소 흡수량 감소가 더 많은 지경이다.
열대우림은 기온이 32.2℃를 넘어서면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기능이 멈춘다고 한다. 지구의 허파라 불려온 아마존 열대우림은 올해 탄소 배출원으로 전락했으며 탄소 흡수원으로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시베리아와 같은 고위도 동토 지역에서는 기온이 상승하고 잦은 산불이 일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동토가 빠르게 녹아 메탄 얼음(methane hydrate)에서 메탄이 대기로 대량 방출되고 있다.
또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빗물에 녹아 산성비를 만들고 그 빗물이 해양을 산성화해 식물 플랑크톤의 개체 수를 줄여 해양의 이산화탄소 제거량도 줄어들고 있다. 해수 온도 상승에 따른 해수의 이산화탄소 용존량 감소 효과도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를 더욱 압박한다.
기후 변화를 멈출 기회
지구 기후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는 대단히 복잡해 그들 요소 간의 상승 작용(되먹임)을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후시스템의 안정성을 제대로 판정하는 일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문제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온실기체 증가에 따라 기온이 상승할수록 기온 상승을 더욱 조장하는 양의 되먹임이 더욱 커진다는 사실뿐이다. 즉, 대기 중 온실기체가 증가할수록 기후 변화를 멈출 기회가 사라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기후시스템이 안정화 단계를 넘어섰는지 여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저 과학자들의 다양한 추정이 난무할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온실 기체 방출을 멈출 온갖 방안을 시급하게 세워야 한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온실 기체 감축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책무다.
1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43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고 손영미 소장의 영정이 놓혀 있다. 2020.06.10ⓒ김철수 기자
일본 우익단체가 국내에서 불거진 정의기억연대(정의연)과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논란을 근거로 '일본군 위안부' 운동을 부정하고 나섰다.
이에 정의연 측은 위안부 운동이 국내외에서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면서 유엔에 도움을 호소했다.
5일 유엔인권이사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제45차 이사회 결과에 따르면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22일 정의연이 제출한 입장문을 회람했다.
정의연은 해당 입장문을 통해 "위안부 피해 생존자이자 인권활동가인 이용수 할머니의 2020년 5월 7일 기자회견 이후 정의연은 일본과 한국의 우익 미디어와 극우 역사 수정주의자들로부터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우익단체가 유엔인권이사회에 보낸 서한ⓒ홈페이지 캡쳐
실제로 지난 6~7월 개최된 제44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일본 우익단체인 '새역사교과서를만드는모임'(Japan Society for History Textbook), '국제역사논쟁연구소'(Inter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ontroversial Histories)가 보낸 서한을 보면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근거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주장 자체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이 할머니가 성금 사용 문제를 지적한 것과 함께 성노예 표현에 대한 거부감을 보인 점 등을 언급하며 "윤미향 전 이사장이 거짓 증언을 허용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을 향한 국내 논란과 검찰 기소를 언급하면서 "유엔을 이용해 '위안부 문제' 거짓말을 퍼트리고 한국 내외에서 거액의 기부금을 모아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챙겼다"고 비판했다.
일본 우익단체들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사기꾼들에게 속았다"면서 "'일본 위안부'는 결론적으로 매춘부"라며 위안부 문제 자체를 부정했다.
하지만 '위안부'가 성노예제였다는 것은 정의연의 회계 문제 등과는 관련 없으며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식이다. 유엔 내 인권기구들도 이를 인정해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에 대해 "법적 책임을 인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우익 단체들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한국 정부에 이 사안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결과 보고를 요구했다.
또 일본 정부에 대한 권고에 대해서도 "정의협의 주장을 근거로 일본 정부에 계속 잘못된 방향의 권고를 했다"고 비판하면서 사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실관계를 다시 조사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입장문을 통해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자들은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왜곡하고 공격하기 위해 이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며 사소한 회계 실수를 '부패'나 '횡령'으로 왜곡하며 정의연 활동을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활동을 겨냥해 공격이 쏟아지는 상황에 대해 한일 양국 정부에 우려를 표명해 줄 것을 요청했다.
2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45차 정기 수요 시위가 보수단체로 인해 소녀상 곁에서 못하고 보수단체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28년간 매주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열렸던 수요집회는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에서 7월 중순까지 집회신고를 선점했다. 2020.06.24ⓒ김철수 기자
'정의연 논란' 틈타 '소녀상 철거'까지 주장하는 일본 우익 언론
정의연 논란을 틈타 일본 우익세력들의 '위안부' 문제 흡집내기는 더욱 거세진 상황이다.
특히 일본 언론들은 정의연을 향한 의혹을 빌미삼아 "소녀상 철거"까지 주장하는 등 '위안부 문제' 부정에 적극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일본의 우익성향 언론인 '산케이신문'은 지난 5월 20일 논설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증오를 가르치고 있다', '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비판에 귀를 기울여 반일 증오의 상징인 위안부상(평화의 소녀상)을 조속히 철거하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또 "이 씨가 이번에 정의연에 비판의 강도를 높이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반일 집회를 그만둬야 한다는 주장은 옳다"며 수요시위의 중단도 언급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를 향해 정의연 논란을 빌미로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6월 사설을 통해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는 역대 정권에 영향력을 갖고, 한일 간 현안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문재인 정권은 단체와의 관계를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한국 정부를 향해 한일관계를 재검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보성향을 알려진 일본 '아사히신문'에서도 지난 9월 사설에서 정의연과 윤 의원에 대한 논란을 언급하면서 "한국 정부는 인권 문제의 원점으로 돌아가 위안부 합의의 재평가와 이행을 추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과 우익단체들 뿐 아니라 일본 정부도 이 시기를 틈타 "소녀상 철거" 주장을 하고 나서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지난 1일 유럽 방문 중 독일 외무장관과의 영상통화에서 지난달 독일에 세워진 소녀상을 철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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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 ⓒAP/뉴시스
이보다 앞서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 또한 지난달 29일 독일 소녀상에 대해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과 양립할 수 없는 것"라며 "일본 정부는 다양한 관계자와 접촉하고 기존 입장을 설명하는 등 계속해서 소녀상 철거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본 정부와 우익세력들의 최근 행태에 대해 정의연은 "일본 정부, 우익단체는 꾸준히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부인하고, 이미 해결되었다는 식의 왜곡된 정보를 국제사회에 배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의연은 이러한 일본의 역사부정 시도를 수집해 유엔인권이사회와 관련 단체 등에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진실을 알리고, 문제해결을 위한 연대활동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에서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행사에 참가할 대표들이 5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일 보도했다.
리일환 당 부위원장을 비롯해 당 중앙위원회 간부 등이 이들을 맞이하고, 당 중앙위원회 책임 일꾼들은 이날 대표들의 숙소를 방문하는 등 본격적인 당창건 75주년 경축행사 준비에 돌입했다.
▲ 당창건 75주년 경축행사에 참가할 대표들이 5일 평양에 도착하고 있다. [캡쳐사진-노동신문]
▲ [캡쳐사진-노동신문]
<노동신문>은 이날 "당창건 75돌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는 지금 수도 평양이 10월 명절을 성대히 경축하기 위한 준비사업으로 부글부글 끓고있다"며 평양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평양에서는 5일 당창건 75주년 경축 국가미술전람회와 중앙산업미술전시회가 개막되었다.
'승리와 영광의 75년' 주제로 옥류관에서 열린 국가미술전람회는 만수대창작사와 중앙미술창작사 등에서 조선화, 유화, 조각 등 수백점의 미술작품이 출품되어 11월 3일까지 진행되며, '인민사랑의 위대한 헌신'을 주제로 시작된 중앙산업미술전시회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2년 4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지도한 980여점의 도안 등이 전시되어 11월 상순까지 열린다.
▲ 지난 1월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 반미 시위대가 불을 지르며 시위하고 있다.
1. 이란 이슬람혁명근위대 살라미 최고사령관은 현재 미국은 세계에서 고립되어 있고 중동지역에서 철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오늘날 이란을 고립시키려 압력을 가하고 있는 미국은 스스로 고립되었다. 점차 (중동)지역과 세계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정치적 측면에서 소외되고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주일보>
☞ 살라미 "이란, 거대한 전쟁터에서 워싱턴의 음모를 무너뜨리고 중동을 정치적으로 재편하려는 의지 막아내...워싱턴, 예상보다 빨리 쇠락, 스스로 만든 비현실적 상징 찢어, 무력하고 지쳐가고 있으며 쇠약해진 상태에서 철수하고 있다"
☞ 이란, 자체 생산 첨단 항공우주무기전시관 개관
2. 미국 정부는 지난달 27일 이라크 정부에 미 대사관과 미군에 대한 시아파 민병대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는 이유로 대사관 완전 철수 가능성을 이라크 정부에 통보했습니다. WP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알카드히미 총리에게 철수 계획을 알렸다고 전했습니다. <헤럴드경제>
☞ <메흐르통신> "미, 바그다드 미국 대사관 폐쇄, 외교관들 철수 계획...90일 소요" → 폐쇄 계획 철회될 수도
3. 대(對) 이란 최전선 국가로 꼽히는 이라크에서 조금씩 영향력을 줄여가고 있는 미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맞춰 이란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소강 상태였던 이라크와의 정치·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이라크 내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존재가 중동 평화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이라크 내부의 '친미 정책'을 약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최근 후세인 이라크 외무장관이 이란 테헤란을 방문했습니다. 후세인 장관은 로하니 이란 대통령, 자리프 외무장관, 갈리바프 의회 의장 등 고위 관계자들을 모두 만나며 정치·경제적 유대 관계 증진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향후 2주 내 알카드히미 총리의 승인을 받은 이라크 특별위원회가 이란을 방문해 국경, 교통, 무역 관계 진전을 위한 양자 간 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했고, 이라크 주요 도시인 바스라와 이란 호람샤르를 철도로 연결하고 이라크의 주권을 강화하는 각종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습니다. <헤럴드경제>
4.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출신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가 북과 중국의 공동대표단이 올해 초 비공개로 이란을 방문했다고 주장했다고 VOA 방송이 전했습니다. 벡톨 교수는 "정보분석 전문가로서 40여년 동안 북의 움직임을 주시해왔지만, 북과 중국이 이란 방문 공동대표단을 구성한 것은 자신이 아는 한 처음"이라며 "이는 북이 이제 명백히 중국과 함께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 회담 의제가 북과 이란 간 불법 무기 거래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습니다. <연합>
5. 로동신문은 '여러 나라에서 국방력 강화 조치' 제하 기사에서 이란 국영방송을 인용해 "이란군이 최근 잠수함 발사 미사일 '저스크-2'의 사거리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며 "미사일은 선진적인 수중탐지체계를 갖춘 국내산 신형 잠수함 '파테흐' 호에서 발사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이란의 신형 레이더 체계 '소루쉬'와 '미사그'도 함께 언급했습니다.
북은 앞서 지난달 29일에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란의 사거리 700km 신형 해상 탄도미시일 '졸파카르 바시르'의 공개 사실과 함께 '제재를 국방공업을 발전시킬 기회로 전환하고 있다'는 이란군 총사령관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연합>
6. 로동신문은 5일 '위대한 당, 위대한 인민 만세'라는 제목의 장문의 정론에서 김 위원장의 집권에 대해 "흘러간 9년의 해와 달을 합치면 인민이라는 두 글자가 나온다"고 주장하며 "우리 당에 있어서 최우선적인 중대사는 인민의 생명과 보금자리를 보위하는 것"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또 김 위원장이 "사회주의의 길, 얼마나 많은 희생과 고생을 바치고 진한 고통과 아픔을 묻으며 여기까지 온 것인가. 중도반단하면 가슴 아픈 후회의 길이 된다"고 말했다면서 체제 고수를 위해 현재의 노선과 정책 방향에서 탈선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연합>
☞ 김정은 "인민과 후대들에 천년만년 끄떡없을 안전담보력을 마련해주기 전에는 떠난 길을 순간도 멈추지 않을 것이며 그 길에서 꺾이지도 쓰러지지도 않을 것"
☞ 로동신문 "피어린 천만리길도 끝까지 가야 영광의 길이 되고 중도반단하면 가슴 아픈 후회의 길이 된다...(사회주의의 길, 강국의 길)이 성스러운 의무는 무겁다고 벗어놓아도 안되고 힘들다고 피해서도 안되며 멀다고 늦추어서도 안된다"
☞ 로동신문 "20세기 마지막 연대는 사회주의 붕괴라는 가슴 아픈 교훈을 남겼지만 21세기에 자본주의는 영원히 해가 지고 역사의 나침판은 명백히 사회주의를 가리키게 될 것"
7. 김성 유엔주재 북 대사는 지난달 29일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사는 제75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을 통해 "공화국은 인민의 안전을 굳건히 담보할 수 있게 된 현실 위에서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김 대사는 "허리띠를 죄어가며 쟁취한 자위적 전쟁억제력이 있어 조선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이 굳건히 수호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북에 대한 핵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는 어느 일방이 바란다고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면서 "전쟁을 억제할 힘을 가질 때만 평화수호가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연합>
☞ 김성 "코로나 방역형세 안정적 유지관리...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계 건설 목표...자력갱생 정면돌파전 사회주의 경제 건설 총력 집중...유엔 75년, 지배와 예속, 침략과 간섭이 없는 자주화된 세계 바라...쿠바, 팔레스타인, 베네수엘라 지지·연대"
☞ 로동신문 "강력한 전쟁억제력, 인민들의 평화롭고 행복한 삶 굳건히 담보...전쟁 위험 영원히 방지"
8. 국방부는 '유엔군사령부'의 비무장지대(DMZ) 출입 허가 여부 결정과 관련해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출입에 대해서만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습니다. 그동안 유엔사는 비군사적 목적의 출입을 불허하는 등 DMZ 출입 승인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가 처음으로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서 향후 유엔사와의 협의가 주목됩니다. <뉴스1>
9.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이재정 의원이 법무부와 관세청으로 제출받은 '2011년~2020년 8월까지 연도별 주한미군 관련 미약 사범 처리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군사우편물을 이용한 마약 단속은 증가하는 반면에 주한미군 마약사범 기소율은 2017년 28.6%, 2018년 0%, 2019년 26.7%밖에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2015년, 2016년, 2018년에는 불기소율이 100%로 주한미군이 마약 관련 범죄를 저지르고 국내에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주시보>
☞ 이재정 "주한미군의 군사우편물을 이용한 마약 관련 범죄가 줄지 않는 이유는 현행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 때문"
10. 주한미군이 국내에서 일으킨 각종 사고로 우리 정부가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배상금을 먼저 지급해줬지만, 이를 미군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미군이 SOFA의 '독소조항'을 근거로 버티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향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 불합리한 SOFA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법무부와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미지급 분담금 현황' 등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 정부는 미군을 상대로 손해배상액 구상권 청구 92건을 진행 중입니다. 해당 사건들로 우리 정부가 지급한 손해배상액은 898억원으로, 이 가운데 미군 측 부담으로 청구한 액수는 약 671억원입니다. <연합>
11. 지난달 29일 미 육군에 의하면 육군 3보병사단 예하 1기갑여단전투단이 가을 남코리아에 순환배치된다. 미 육군은 2015년부터 남에서 9개월마다 순환배치병력을 교대하고 있는데 따라 올해 2월부터 현재 주둔중인 1보병사단 예하 2기갑여단전투단과 11월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3사단 1여단이 남에 순환배치될 경우 미 대선 이후 새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내년 1월까지 주남미군 감축 가능성도 적어진다.
3사단의 경력은 미국의 제국주의성·침략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습격자>라는 별명처럼 3사단은 주요 침략전쟁에 동원된 대표적인 미 육군부대다. 창설된 지 100년이 넘었으며 1·2차 세계대전, 코리아전, 걸프전, 이라크 침공 등에 모두 참전했다. 코리아전 이후 냉전체제하에서는 소련·동구를 군사적으로 위협하기 위해 최전선인 서독에 배치됐다. 걸프전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는 시가전연습을 전개했으며 이는 이라크전 당시 바그다드를 침공·함락시킴으로써 그 침략적 성격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남과 이라크 간에는 미군 주둔과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가 쥐고 있다는 공통성이 있다. 이라크 침략의 선봉부대였던 3사단이 남에 배치된다는 것은 남과 이라크 둘 다 미국에 의해 군사·정치적으로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외국군의 해외주둔은 국제법상 불법이며 모든 해외주둔 미군의 본색은 침략군이자 점령군이다. 지금은 3사단의 남코리아 배치가 아닌 모든 미군을 철거해야 할 때다. <21세기 민족일보>
12. 북이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 진출 추진을 맹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북은 과거 일본의 침략사와 반인륜적 행위를 언급하며 "과거청산을 한사코 회피하는 일본은 절대로 상임 이사국이 될 수 없으며 그에 대해 운운할 자격조차 없다"라고 반발했습니다.
북 외무성은 "일본은 우리나라를 비법(불법)적으로 강점한 후 100여만 명의 조선사람들을 학살하고 840만여 명의 조선인 청·장년들을 강제로 납치·연행하였다"라며 "20만 명의 조선 여성들을 일본군 성노예로 만들었다"라고 과거 일본이 한반도에서 저지른 만행을 고발했습니다. <뉴스1>
☞ 북 외무성 "일본, 더러운 개 주둥이에서는 언제 가도 상아가 돋을 수 없다"
13.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방문에 앞서 기자들에게 "쿼드(Quad) 파트너들을 만나는 것은 우리가 준비해온 프로젝트"라며 "중요한 발표, 중요한 성과를 얻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국무부는 폼페오가 4일부터 6일까지 도쿄를 방문해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인 '쿼드' 외무장관과 인도태평양 지역 내 긴급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폼페오의 방한은 연기됐습니다. <뉴스1>
14. 예멘 안사룰라 혁명위원회의 의장인 알-후티는 예멘에서 벌어지는 민간인 학살과 파괴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알-후티는 "예멘에 대해 간섭하는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아랍에미레이트와 그 동맹국들은 예멘 인민들에 대한 파괴와 죽음의 근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파르스통신은 "사우디와 지역 동맹국들은 하디 정부를 복귀시키려는 목적으로 2015년 3월 예멘 전쟁을 시작하였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전쟁으로 10만 명이 넘는 예멘인들이 숨졌습니다. <자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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