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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복귀를 결정한 이유

[분석] 윤 총장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법무부 징계위 일부 절차상 하자 인정

20.12.25 02:25l최종 업데이트 20.12.25 02:25l
 왼쪽부터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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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싸움 모두 윤석열 검찰총장의 승리로 끝났다.

법원이 지난 1일 윤 총장의 직무배제명령을 집행정지한데에 이어, 24일에는 법무부가 윤 총장에게 내린 2개월 정직 징계처분의 집행을 정지시킨 것이다. 법원이 윤 총장에게 내려진 법무부의 징계 효력을 무력화시킨 셈이다. (관련기사 : 윤석열, 검찰총장직 복귀한다  http://omn.kr/1r4rl))

이날 윤 총장의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은 "이 사건 징계처분으로 신청인(윤 총장)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으며,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어느 정도 인정된다"면서 "현 단계에서는 이 사건 징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함이 맞다"고 판단했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일부 절차에 문제가 있던 점을 인정했다.

"윤석열, 본안청구 승소가능성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재판부는 통상 집행정지 사건에서 고려하는 긴급한 손해에 대한 판단만 한 게 아니라, 윤 총장의 징계사유 및 징계 절차의 정당성 여부도 상당부분 고려했다. ▲윤 총장의 본안 소송 승소가능성 ▲징계절차의 절차적 정당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포함한 기타 집행정지 요건 등에 대해 판단했다.


먼저 재판부는 윤 총장이 2개월 간의 징계처분으로 인해 일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찰총장의 법적 지위, 신청인의 검찰총장 임기(2년)를 고려하면 이 손해는 당사자가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련한 경우의 유·무형 손해에 해당한다"고 했다.

다만 '징계처분은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대한 보복이다', '윤 총장 사직을 목적으로 이 사건 징계 처분을 했다'는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윤 총장의 정직으로 검찰 조직 전체가 손해를 입게 되며,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윤 총장의 징계 사유들도 함께 검토하며 최종적으로 "(윤 총장이) 본안소송 승소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징계 사유가 될 여지도 있지만, 혐의로 단정지을 근거도 충분하다고 볼 수 없어 윤 총장에게 승소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윤 총장의 징계 혐의 대부분이 명확하게 소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먼저 윤 총장의 징계 혐의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됐던 '판사 분석 보고서'에 대해 재판부는 "해당 문건이 악용될 위험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하며 차후 이와 같은 종류의 문건이 작성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다만 위 자료가 공소유지를 위해 어떻게 사용돼 왔는지, 판사 개인정보의 취득방법은 무엇인지 등의 추가 심리 여지가 많다고 했다. 또, 이 자료가 재판부에게 불리한 여론구조를 형성해 판사를 공격하려 했다는 추 장관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 총장의 최측근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연루된 채널A 사건의 감찰과 수사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감찰 방해 징계사유는 일응 소명됐다"면서도 "수사 방해 징계사유는 일응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제출된 소명자료로는 정확한 판단이 어려워 본안 재판에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윤 총장이 지난 10월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때 정치를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키는 언행을 했다는 혐의를 두고 재판부는 "윤 총장의 (퇴임 후 봉사하겠다는) 발언을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라며 "(징계위의 근거는) 추측에 불과해, 비위사실 인정의 근거로 적절치 않다"고 언급했다.

재판부 "징계위 의결과정에 절차적 하자 있었다"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복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 배제 결정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 배제 결정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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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 사건 징계처분 절차에 징계위원회의 기피 신청에 대한 의결과정에 하자가 있었다"라며 징계위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을 내놨다.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변호인의 기피신청에 대한 의결을 할 때 재적위원(7명)의 과반수가 되지 않는 3인 만으로 기피의결을 했는데, 과거 대법원 판례에 비춰보면 의사정족수가 미달된 결정은 무효라는 설명이다.

다만 윤 총장 측이 주장한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의 자격요건, 예비위원 지정 여부, 심의 과정에서의 방어권 침해 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징계기록 및 징계위원 명단을 미공개한 것을 두고 "업무 공정 수행 등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여지가 있다"면서 "신청인의 징계기록 공개 신청이 일부 제한됐다 하더라도 곧바로 위법으로 추단되는 건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이어 "신청인은 (징계위 과정에서) 실제로 기피신청권도 충분히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징계심의과정에서도 신청인의 반대심문권과 최종의견진술권이 박탈됐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징계 과정에서 논란이 된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의 자격 요건에 대해서도 "추 장관이 정 교수를 위원으로 위촉하고, 직무대리위원으로 지정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궁지에 몰린 추 장관, 본안 소송의 향방은

한편, 이날 판결은 추후 본안소송에서 다뤄질 사법 판단까지 어느 정도 다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본안 소송에서 다뤄져야 할 징계절차 및 징계위 구성의 적법성, 윤 총장 징계사유의 타당성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문에 기재했기 때문이다.

이번 판단은 윤 총장의 징계 청구권자였던 추 장관과, 징계를 재가한 청와대에 후폭풍을 몰고올 전망이다. 재판부가 징계위의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한 점, 윤 총장의 징계 상당부분을 놓고 혐의 유무죄를 따져볼 여지가 많다고 명시한 점, 최종적으로 윤 총장에게 직무 복귀 결정이 내려진 점 등은 윤 총장 징계의 정당성에 손상을 입혔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열릴 본안소송에 있어서도 윤 총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추 장관은 이번 법원 판단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윤 총장은 법원 결정이 공개된 직후 "사법부의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그리고 상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윤 총장은 25일 오후 1시에 출근해 대검 차장과 사무국장으로부터 부재중 업무 보고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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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강 부지사가 말하는 임진각 집무실에 담긴 비밀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12/25 09:43
  • 수정일
    2020/12/25 09:4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0/12/2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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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 임시 집무실에 있는 개성공단 재개,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  © 김영란 기자

 

▲ 11월 10일부터 12월 22일까지 43일간 이재강 부지사는 매일 파주 통일대교에서 '개성공단 재개, 유엔사 규탄' 내용으로 1인 시위를 했다. [사진출처-이재강을 기다리는 사람들 페이스북]  

 

▲ 임진각 평화누리 바람의 언덕에 차린 이재강 부지사의 임시 집무실  © 김영란 기자

 

지난 11월 10일부터 12월 22일까지 43일간 임진각 평화누리 바람의 언덕에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임시 집무실이 있었다.

 

경기도는 11월 9일, 개성공단이 한눈에 보이는 도라산전망대에 개성공단 재개를 바라는 마음으로 평화부지사 집무실을 마련하고자 했다. 하지만 유엔사가 승인을 거부해 11월 10일 천막으로 된 임시 집무실을 마련했다. 

 

이 부지사는 임시 집무실을 철수하는 12월 22일까지 매일 파주 통일대교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그 기간 이 부지사의 임시 집무실에는 43일간 약 120여 개 기관·단체 350여 명이 지지 방문을 했다.   

 

지난 22일 이 부지사의 임시 집무실을 철수하기로 한 것은 두 가지 이유다.

 

첫 번째로 내년 1월에 민관협력으로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촉구하고 범국민 실천 활동을 이끌어 낼 목적으로 ‘개성공단 재개선언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를 출범하기로 개성공단 기업인, 국회의원, 종교계·학계 대표,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지난 22일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연대회의 준비위원으로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이종걸 민화협 상임의장·권영길 평화철도 이사장·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심규순 도의회 기재위원장·장영란 민주평통 경기지역회의 부의장·이희건 전국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 경기도 이사장·김서진 개성공단 기업협회 상무·한국 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강주석 신부·우희종 사회대개혁 지식네트워크 대표·김진향 개성공단지구지원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했다. 

 

두 번째로 연대회의 참석자들이 이 부지사에게 “연대회의가 만들어질 예정이니, 평화부지사께선 도청으로 복귀해 코로나19 대응 등 어려운 현안 해결에 나서 달라”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 6.15청학본부 회원들과 간담회를 하는 이재강 부지사  © 김영란 기자

 

임시 집무실이 철수하기 전 22일 오전, 이 부지사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부지사는 왜 도라산전망대에 집무실을 만들고자 했는지, 개성공단 재개가 되어야 하는 이유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왜 11월 19일에 도라산전망대에 현장 집무실을 만들고자 했을까. 

 

“11월 9일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날이에요. 남북의 장벽도 허물자는 마음에서 도라산전망대에 집무실을 마련하고자 했죠. 도라산전망대에서는 개성공단이 한눈에 보이거든요. 남북이 함께 개성공단을 재개한다고 선언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사무실을 마련하고자 했죠.”  

 

이 부지사는 유엔사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정전협정에 의하면 유엔사가 비군사적인 일에 관여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유엔사는 비군사적인 일에 계속 개입을 해왔던 거죠. 그것이 자의적 해석인지, 관행인지... 우리가 몰랐던 것이죠. 유엔사 존재 자체도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이미 유엔 총회 등에서 판명이 났죠. 영어 명칭을 보면 미군통합사령부의 의미이지, 유엔사라는 의미가 아니에요. 그리고 종전선언,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되면 유엔사나 미군의 주둔 근거는 없어질 것입니다. 혹시 이것이 두려워 개입하고 간섭하는 것이 아닌지... 유엔사가 비군사적인 일에 개입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요. 도라산전망대에 집무실 설치를 막은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고 내정간섭이고 주권침해입니다.”

 

이 부지사는 지난 12월 15일,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삼보일배’를 했다. 왜 그날이었을까.

 

“2004년 12월 15일 개성공단에서 첫 제품, 통일냄비가 생산된 날이에요. 그때 신세계 백화점에서 냄비가 모두 완판되었죠. 처음부터 12월 15일에 삼보일배할 계획이었어요. 원래는 도라산전망대까지 삼보일배하려 했으나 125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의미를 살려 1.25km 했죠. 통일대교 1.25km, 315배 했는데 통일대교를 처음으로 걸어서 건넌 사람이 되었어요. 통일대교는 차만 다니는 규정이 있다고 합니다. 삼보일배하는 데 개성 송악산이 보여 울컥했죠.”

 

▲ 이재강 부지사는 지난 12월 15일 개성공단 재개 염원을 담아 삼보일배를 했다. [사진출처-이재강을 기다리는 사람들 페이스북]  

 

이 부지사는 개성공단이 애초 계획대로 건설되었다면 세계적인 공업단지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개성공단이 거의 작동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그동안 개성공단에서 일어난 누적 금액이 3조 8,000억이 됩니다. 예를 들면 1억 달러를 투자해서 30억 달러를 번 것이에요. 퍼주기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런데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125개 입주 기업이 990억의 자산을 거기 남겨두고 왔어요. 그분들은 자산을 거의 두고 와 경제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데 코로나까지 겹쳐 3중고를 겪고 있잖아요. 41개 기업이 경기도에 있어요. 경기도는 이 기업들에 지원을 하고 있어요. 개성공단은 남측의 자본, 기술이 북의 토지, 노동과 결합한 남북경제공동체 실험의 장이었죠. 만약 2008년에 민주개혁 정권이 들어섰다면 개성공단은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되었을 거예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만 평을 내놨는데 우리가 사용한 부지는 40만 평뿐이었죠. 남은 부지를 공단화한다면 세계에서 제일 큰 공업단지가 될 것입니다.”

 

이 부지사는 북의 경쟁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경쟁력 측면에서 북을 따라갈 수 없어요. 베트남이나 중국이 북 인력보다 우수하지 않아요. 북의 인력 엄청 우수하죠. 그런데 인건비는 북의 노동자가 해외에서 일하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했어요. 당시에 100달러 정도였으니... ”

 

이 부지사는 비핵화가 아니라 평화를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핵화를 말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아요. 북은 비핵화 입장을 이미 밝혀 왔잖아요. 이것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비핵화 이야기가 아니라 평화를 말해야 해요. 평화 프레임이 되면 비핵화는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지금 이미 입주 기업들을 비롯해 모두 개성공단 재개 준비를 해놓았어요.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개성공단 재개 선언이야말로 평화의 시작이고, 개성공단 폐쇄로 막힌 평화도, 폐쇄된 평화도 다시 길이 생길 것입니다.”   

 

이 부지사는 개성공단도 중요하지만, 남북이 철도를 연결해 물류를 이동했을 때의 경제적 효과도 말하며, 한국 경제가 사는 길이 남북경제공동체에 있다고 강조했다. 

 

▲ 이재강 부지사  © 김영란 기자

 

이 부지사는 미국이 대북전단금지법을 반대하는 속내도 짚었다. 

 

“미국이 이데올로기 공세를 시작한 것이에요. 대북전단살포 자금이 미국에서 오고 있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잖아요.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어요. 지금 미국이 반대하지만, 우리의 의지는 강력합니다. 흔들림 없이 갈 수 있다고 봅니다. 대북전단살포하는 행위는 남북관계를 가로막기 행위이기에 철저히 막아야 합니다. 저부터 미국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앞장서서 막겠습니다.”    

 

또한 이 부지사는 간담회에서 남북 지방정부의 교류협력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현재 50여 개 지방 정부가 참여한 ‘남북협력 지방정부 협의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내년 1월에 출범할 예정이죠. 시·군·구가 참여하고 있는데 남북 지방정부의 교류협력을 하려고 합니다.”  

 

개성공단이 다시 문을 열고 평화통일을 상징하는 많은 제품이 만들어지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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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재개선언’ 위한 민간주도 협력기구 내년 1월 출범 예정

  • 기자명 위정량 통신원 
  •  
  •  입력 2020.12.2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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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경기도 평화부지사 현장집무실에서 열린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위한 연대회의 준비위원회’ 참석자들이 회의를 마치고 기념 촬영 중인 장면. [사진-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지난 22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경기도 평화부지사 현장집무실에서 열린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위한 연대회의 준비위원회’ 참석자들이 회의를 마치고 기념 촬영 중인 장면. [사진-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민관협력을 통해 남북 양측에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촉구하고 범국민 실천 활동을 이끌어 낼 목적으로 ‘개성공단 재개선언 연대회의’가 새해 1월 중 출범할 전망이다.

22일 경기도 이재강 평화부지사는 개성공단 재개선언 촉구 집무실 이전 43일 차에 이르러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정관계·시민사회단체·종교계·학계 등 대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개성공단 재개선언 촉구를 위한 연대회의 준비위원회’(상임대표 함세웅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 아래 ‘연대회의 준비위원회’)를 꾸렸다”고 밝혔다.

이 부지사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날 ‘연대회의 준비위원회’에 참여한 인사는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이종걸 민화협 상임의장·권영길 평화철도 이사장·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심규순 도의회 기재위원장·장영란 민주평통 경기지역회의 부의장·이희건 전국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 경기도 이사장·김서진 개성공단 기업협회 상무·한국 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강주석 신부·우희종 사회대개혁 지식네트워크 대표·김진향 개성공단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이다.

이어 이 부지사는 “이제는 개성공단 재개선언을 촉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모아 남북정부가 자주적으로 만나게 할 때”라면서 “우리 땅, 우리의 평화, 우리 손으로”라며 결기를 모았다.

또한 23일 경기도는 “지난 22일 이재강 평화부지사 파주 임진각 현장집무실에서 ‘연대회의 준비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추진 방향을 합의했다”고 재확인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지난 15일 이재강 평화부지사가 통일대교에서 ‘삼보일배’를 통해 제안한 ‘개성공단 재개선언을 위한 범국민운동 전개’ 구상에 관해 정관계·기업·시민단체 등이 호응한 결과”라며 “연대회의 명칭과 조직체계 및 향후 방안 등에 관한 사항을 논의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도 통일기반조성팀 관계자는 “‘개성공단 재개선언을 위한 연대회의’는 각계각층 구성원들과 함께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실질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을 모색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맡을 민간 주도 협력기구”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함세웅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을 상임대표로 추대했으며 ‘연대회의 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내년 1월 출범식을 준비하되 실무적인 부분은 경기도가 주도적으로 준비키로 합의했다.

지난 22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경기도 평화부지사 현장집무실에서 열린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위한 연대회의 준비위원회’ 참석자들이 회의 중인 장면. [사진-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지난 22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경기도 평화부지사 현장집무실에서 열린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위한 연대회의 준비위원회’ 참석자들이 회의 중인 장면. [사진-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이 밖에 이날 준비위원들은 평화부지사에게 “연대회의가 만들어질 예정이니 평화부지사께선 도청으로 복귀해 코로나19 대응 등 어려운 현안 해결에 나서달라”고 거듭 건의했다. 경기도는 이 건의를 따라 현재 운영 중인 임진각 현장집무실은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이재강 평화부지사는 “그간 경기도 노력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당초 목적했던 재개 선언에 이르지 못하고 수원으로 돌아가게 돼 송구스럽다”면서 “앞으로 코로나 정국을 돌파할 수 있게 노력하면서도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위한 연대회의가 활발히 활동 하도록 협력할 계획이다. 특히 개성공단 재개 선언 캠페인, 전문가 포럼 등 개성공단 재개 선언과 관련된 다양한 방안을 민관이 함께 시행해 나가자”고 요청했다.

한편 경기도는 “개성공단 재개선언을 목표로 지난 11월 10일부터 43일간 현장집무실을 운영했으며 약 120여개 기관·단체 350여명이 격려방문을 통해 지지를 보내왔다”며 “특히 삼보일배와 함께 진행된 ‘개성 잇는 메시지창’ 행사에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500여명이 넘는 인원이 동참해 경기도 의지에 힘을 보탠 바 있다”고 그간의 연대 성과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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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정의당, 변창흠 임명 '부적격' 당론 채택

입력 : 2020.12.24 09:56 수정 : 2020.12.24 10:05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잠시 눈을 감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잠시 눈을 감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의당이 24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과 관련해 ‘부적격’하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정의당은 이날 상무위를 열고 변 후보자에 대한 당의 입장을 부적격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장관 인사청문위원인 심상정 의원은 상무위 모두발언에서 “변 후보자의 정책과 전문성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부적격’ 판단을 내린 것은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그의 발언이 단순한 말실수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일련의 문제 발언을 통해 드러난 후보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저급한 인식과 노동인권 감수성 결여는 시대정신과 역행하고 국민 정서와 크게 괴리된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이어 “국토부 장관으로서 치명적인 결격 사유다”라며 “재난시대에 생명과 인권에 대한 인식은 고위공직자 적격 심사의 대전제라는 것이 정의당의 확고한 당론이라는 점을 국민께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정치권 안팎에선 변 후보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를 하청 노동자 김모군의 실책이라고 한 발언이 알려진 뒤 정의당의 판단에 주목한 바 있다. 하지만 정의당은 지난 22일 의원총회에서 변 후보자의 적격 여부 판단을 유보하고 최종 결론을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로 미뤘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240956001&code=910402#csidx51b65b440c097a89a093a346df0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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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시에 군부대 조사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김형남의 갑을,병정] 난도질 된 군인권보호관법

20.12.24 09:48l최종 업데이트 20.12.24 09:48l


2014년 4월 육군 제28사단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병사가 응급실에 실려 갔다. 군은 병사의 가족에게 냉동 만두를 먹다 기도가 막혀 사고가 난 것이라 설명했다. 병사는 이내 유명을 달리했다.
당시 병사의 몸에는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할 만큼 멍 자국이 많았는데 헌병(현 군사경찰)은 병원을 방문해놓고도 상부에 단순 질식사라 보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료 병사가 선임들이 망자를 구타한 사실을 증언했고 가해자들이 긴급 체포되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망자의 사인은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이었다. 가해자들은 상해치사로 기소되었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난 7월 말 군인권센터의 폭로로 진짜 사인이 드러났다. 진짜 사인은 좌멸증후군 및 속발성 쇼크였다. 모두 구타로 인한 내·외상에 의한 것이었다. 폭행 후 음식을 먹다 죽은 것과 맞아 죽은 것은 명백히 다른 일이다. 후자는 엄연한 살인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사인을 조작했다. 이것이 윤 일병 사건이다.

이후 가해자에게는 살인죄가 적용되었고 모두 처벌받았다. 하지만 누군가의 양심선언과 인권단체의 폭로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윤 일병의 진짜 사인은 세상에 드러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운이 좋아야 진실에 닿을 수 있는 이 이상한 구조 속에서 윤 일병이 떠난 뒤로 6년이 지나도록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사인을 조작하는데 일조한 이들은 단 한 사람도 처벌받지 않았다. 유족들은 아직도 그들과 싸우고 있다.

 

고개숙인 '윤일병 사망사건' 가해 병사들 16일 오전 '윤일병 사망사건' 재판이 열리는 경기도 용인시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가해 병사들이 피고인 석에 앉아 있다.
▲ 고개숙인 "윤일병 사망사건" 가해 병사들 16일 오전 "윤일병 사망사건" 재판이 열리는 경기도 용인시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가해 병사들이 피고인 석에 앉아 있다. 2014.9.16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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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있는 복병 

다시 시간을 돌려 2014년 국회로 가본다. 윤 일병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 뒤로 군에 대한 불신은 최고조에 달했다. 국민은 철책 속의 폐쇄된 공간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저 군이 해주는 말을 믿다가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대안이 필요했다.

그해 11월 국회는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위가 마련한 대안 중에는 군 옴부즈맨 제도 도입이 있었다. 국민의 불신과 불안을 해소하고 구타·가혹 행위를 일소하려고 장병 인권침해 구제를 위한 독립 기관을 설치하자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국회는 2015년 7월 24일 군 옴부즈맨(군인권보호관) 제도 도입을 포함한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 혁신 과제의 조속한 이행 촉구 결의안'을 여야 합의에 따라 재석의원 222인 중 216인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반대 의원 2명, 기권 의원 4명 중 지금도 국회에 남아있는 사람은 군 장성 출신인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뿐이다.

그로부터 1주일 뒤인 7월 30일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황영철 의원이 국가인권위원회에 군인권보호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여야 의원 27명이 골고루 이름을 올렸다. 같은 해 제정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도 군인권보호관 설치가 명기됐다(제42조). 그러나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폐기됨에 따라 군인권보호관 설치는 좌절된다.

그렇게 끔찍한 사건으로부터 몇 년이 흐르자 군인권보호관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뚝 떨어졌다. 20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으나 회의 테이블에도 못 올려보고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에서 군인권보호관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도 그랬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성호 전 위원장과 최영애 현 위원장이 나란히 군인권보호관 설치 추진을 공표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군인권보호관 설치를 가로막는 복병은 곳곳에 있었다. 군인권보호관 문제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조직, 인력, 권한.

조직 문제는 군인권보호관의 지위와 관련된 것이었다. 황영철 의원과 백혜련 의원은 국회가 추천하는 인권위 상임위원을 2명에서 3명으로 늘려 늘어난 자리를 군인권보호관으로 하고자 했다. 인권위도 그렇게 추진해왔다.

인력 문제는 군인권보호관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조사관을 충원하는 일이었다. 현재 인권위에는 군 관련 문제를 전담하는 군인권조사과가 있는데 인력은 8명뿐이다. 황영철·백혜련 의원은 직제상 군인권본부를 두고 인력을 확충하고자 했다.

권한 문제는 불시 방문 조사권과 자료 제출 요구권에 관한 것이었다. 제도 도입 배경을 되짚어 보면 군인권보호관이 부대에 통보하지 않고 조사를 갈 수 있느냐 없느냐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자료 제출 요구권도 마찬가지다. 황영철·백혜련 의원 안은 전시·비상사태를 제외한 불시 방문 조사권을 명시했고 자료 제출 요구권도 부여했다. 방문 조사 시에는 전문가도 동행할 수 있게끔 했다.

이처럼 조직을 넓히고, 인력을 확보하고, 권한을 확충하는 일이다 보니 정부 부처 곳곳에서 반대가 터져 나왔다.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그리고 국방부가 그랬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가 인권 관련 부서를 신설하려 하면 행안부와 기재부는 '인권위에 군인권보호관을 설치할 텐데 왜 예산과 인력을 중복으로 쓰냐'라고 하고, 인권위가 군인권보호관을 설치하려 하면 '국방부에 인권 부서가 생길 텐데 왜 예산과 인력을 중복으로 쓰냐'라고 하며 반대했다"라고 말했다.

권한과 관련해서는 당연히 국방부의 반대가 심했다. 박근혜 정권 때에는 아예 국방부 관료들이 대놓고 여당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군인권보호관을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닌 국방부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고 대통령 공약사항에 국가인권위원회에 군인권보호관을 설치하는 것이 포함되자 국방부는 불시 방문 조사권과 자료 제출 요구권을 무력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이런 이유로 군인권보호관은 여야 합의로 설치를 결의한 시점으로부터 5년이 지나도록 설치되지 못했다.

안 만드느니만 못한 법

그러던 중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군인권보호관 설치를 골자로 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내용은 19대, 20대에 발의된 법안과 사뭇 달랐다. 결론적으로 세 가지 쟁점에서 모두 후퇴했다. 군인권보호관은 기존 인권위 상임위원 중 한 명이 겸직하고, 조직 확대에 대한 조문은 사라졌으며, 불시 방문 조사권도 수사 중 사건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권도 삭제되었다.

조승래 의원 안이 보장하는 군 인권 보호를 위한 인권위의 권한이란 이미 지금껏 인권위가 수행해온 역할과 다를 것이 없다. 사실상 기존 상임위원 한 명에게 군인권보호관이란 감투를 하나 더 얹어준 것 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셈이다.

제일 황당한 것은 조사의 대상이 되는 국방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불시 방문 조사권이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군인권보호관은 군부대 방문 조사 시 부대장에게 취지와 일시, 장소를 통지해야 하고 미리 통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국방부 장관에게라도 통지해야 한다. 게다가 국방부 장관은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 국가 안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 심지어 작전 임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사항 등의 갖가지 모호한 이유로 진행 중인 방문 조사를 중단시킬 수도 있다.

법안이 황영철·백혜련 안과 비교해 퇴보하다 못해 기존 인권위법에는 없는 조사대상 기관의 자의적 조사중단권까지 부여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도 옴부즈맨을 설치해 놓고 조사 대상 기관이 옴부즈맨의 조사를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을 마련해 둔 나라는 없다. 이 법이 탄생하게 된 연원을 따져보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군인권보호관은 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제도다. 그런 제도를 군의 입맛대로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윤 일병의 어머니는 "승주(윤 일병)로 인해서 군대가 많이 좋아졌다고 해서 그것을 위안으로 삼는다"라고 말한다. 군의 인권 상황이 그 시절에 비해 상당히 개선된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다. 끔찍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할 제도 장치가 촘촘하게 잘 갖추어지지 않는 한 언제 건 비극은 반복될 수 있다. 누가 죽어야 법과 제도가 개선되는 상황은 그만 보고 싶다.

조직도, 인력도, 권한도 갖추어 주지 않고 감투만 하나 얹어둔 채 군인권보호관이 폐쇄적인 군을 상대로 독립적으로 활동하면서 신뢰할 만한 결과를 만들길 바란다면 큰 오산이다. 이런 제도라면 안 만드느니만 못하다. 끔찍한 사건으로부터 6년이 지나도록 옴부즈맨 하나 제대로 설치를 못 하다 엉망 법안을 빚어낸 국회는 윤 일병과 또 다른 수많은 윤 일병들의 영전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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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이른 코로나19 전담병원 간호사들 “이러다 무너진다”...당국에 긴급면담 요구

보건의료노조, 환자 중증도별·질환군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및 파견인력 사전교육 실시 등 촉구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20-12-23 16:50:35
수정 2020-12-23 16: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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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서울시서남병원지부장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의료인력 소진·이탈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현장 고충 발언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0.12.23.
김정은 서울시서남병원지부장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의료인력 소진·이탈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현장 고충 발언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0.12.23.ⓒ뉴시스  
 
“더는 버티기 힘들다. 이러다가 무너진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중증환자가 폭증하면서 정부가 병상·인력 확보 등과 관련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요양기관 집단감염 증가로 식사·용변까지 도움이 필요한 중증환자가 늘면서 간호 인력의 업무가 폭증하고 있다. 이에 병원 인력을 모두 코로나19 대응에 전념해도 부족한 판국인데, 일부 전담병원은 추후 충분한 손실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등을 우려해 일반병실 운영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기존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의 치료를 담당하던 의료 인력의 임금과 파견의료 인력의 임금 차이가 3~4배까지 벌어지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 기존 의료 인력들이 퇴사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23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현장 상황을 전했다.

나순자(오른쪽)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의료인력 소진·이탈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현장 고충 발언 뒤 눈물을 훔치는 김정은(가운데) 서울시서남병원지부장을 위로하고 있다. 2020.12.23.
나순자(오른쪽)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의료인력 소진·이탈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현장 고충 발언 뒤 눈물을 훔치는 김정은(가운데) 서울시서남병원지부장을 위로하고 있다. 2020.12.23.ⓒ뉴시스

일반 코로나19 중증환자도 버거운데
물밀 듯 들어오는 치매·정신질환·와상 환자
부족한 인력…임금격차로 인한 박탈감

 

현재 국립중앙의료원과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공공병원의 경우 중증환자가 급증하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그런데 환자 상태 분류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현장에서는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수경 국립중앙의료원 지부장은 “경증환자라고 전달받고 준비했는데, 막상 환자가 도착했을 때는 숨도 많이 차고 걸을 수도 없는 경우가 있다”며 “그럼 그때서야 의료진들이 부랴부랴 산소 투입과 휠체어를 준비하고, 그러는 사이에 환자들은 불만을 터뜨리며 힘들어한다”라고 말했다. 또 “더 심한 경우 구급차에서 내리자마자 병원입구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라며 “일반 환자 심폐소생술을 할 때도 의료 인력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상황에 코로나 확진환자 경우엔 보호구까지 갖추어서 투입되어야 하고 예상치 못한 여러 문제로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된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 치매·정신질환·와상 환자까지 전담병원으로 쏟아지고, 이에 따른 충분한 인력 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기존 병원 인력이 탈진 상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현섭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지부장은 “현재 급격하게 늘어나는 환자 중에서는 간병 등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많다”라며 “간호 인력들은 한 번 (격리 병동에) 들어가면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 파악, 증상 조절을 위한 투약, 호흡곤란 해소하기 위한 산소 처치, 욕창 처치, 식사 보조, 기저귀 갈기 등에 이어 화장실 가는 것도 보조하고 있고, 택배 물품 전달, 혈액검사 등 전반적인 일도 맡아서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지부장은 “급격하게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라며 “격리병동 안에서 레벨D 복장으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일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채 한 번 들어갈 때마다 2~3시간씩 물에 빠진 것처럼 홀딱 젖은 채로 나오는 우리 전담병원 직원들은 지칠 대로 지쳐서 악으로 버티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정은 서울시서남병원 지부장 또한 “중증 환자가 많아지다 보니, 환자에게 처치하는 절차도 더욱 많아졌다”라며 “업무가 끊이지 않아 숨쉬기조차 힘들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치매 환자는 주삿바늘을 뽑아버리고 (의료진을) 발로 차고 도망가면 붙잡으러 가야하고, 기저귀 갈아드리고 밥도 먹여드려야 하는 등 끊이지 않는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어제 한 동료는 과도한 업무로 흉통까지 겪었다”라고 전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선 급하게 파견 인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충분한 훈련을 거칠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지부장은 “2월부터 진행된 코로나로 열심히 일하던 경력 간호사들을 사직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병원은 신규 인력으로 채워졌으며, 정부에서는 파견 인력을 보내줬다”라며 “하지만 병원마다 시스템은 천차만별이니 그 병원 시스템에 적응시키기 위해 이때까지 감염병 환자 치료에 매진하던 경력 간호사들에게 이들의 트레이닝까지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의 안전과 직결된 부분이니 허투루 할 수 없고, 단시간 트레이닝으로 시스템에 적응할 수 없는 실정이니, 신규 인력이나 파견 인력에게 중요업무는 맡기지 못하게 되고, 지금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은 점점 과로하다 사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이러다간 간호사들이 공공병원에 남아있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견 인력과 기존 공공병원 인력 간 임금 차이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담병원에서 일하는 기존 간호사의 월 수령액은 257만8000원인 반면, 민간의료인 모집 인건비에 기초한 파견 간호사의 한 달 근무 기준 수령액은 총 930만원(23일 근무수당+위험수당+전문직 수당 기준, 숙소지원·야간근무수당 미포함)에 이른다고 한다. 이영석 지부장은 “이런 현실이 사기 저하, 박탈감으로 (이어지면서) 현장에서는 갈등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거의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버티던 직원들의 퇴사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의료 인력과 파견 인력 임금 격차
기존 의료 인력과 파견 인력 임금 격차ⓒ보건의료노조 제공
이현섭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지부장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의료인력 소진·이탈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답병원 현장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2.23.
이현섭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지부장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의료인력 소진·이탈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답병원 현장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2.23.ⓒ뉴시스

노조, 현장 상황 반영한 대책 마련 촉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긴급면담 요구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기존의 대책을 세심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중환자 간호사를 양성하는 등 일부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 있는 조치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 환자 중증도별·질환군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 치매·정신질환·와상 환자 등 별도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에 대한 추가적인 인력운영대책 마련 ▲ 보조인력 및 방역인력 지원 확대 ▲ 파견인력 사전교육훈련 실시 ▲ 코로나19 기간 동안 공공의료기관 인력 한시적 확대 및 인건비 지원 ▲ 기존 인력과 파견 인력 간 위험수당 격차로 인한 박탈감 문제 해소 ▲ 코로나19 환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충분하고 신속한 손실보상 조치 ▲ 공공병원 전담병원 전환에 따른 의료취약계층 의료공백 발생하지 않도록 전원 가능한 지정병원 마련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문에서, 보건의료노조는 “감염병 진료체계가 붕괴되지 않도록 시급히 보건의료인력을 중심으로 감염병 진료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라며 “코로나19 환자 상태별 적정인력 기준을 만들면서, 공공병원의 정원을 확충하고, 파견인력 교육·훈련 방안을 마련하는 등 인력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무엇보다 보건의료노동자의 소진 및 이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신속하고도 적절한 손실 보상을 통해 정부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병상수·인원수 꿰맞추기로는 안 된다”라며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의료 인력이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파악하여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의료인력 대란과 진료체계 붕괴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기반한 의료인력 운영체계와 진료체계의 정비를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긴급면담과 의료현장방문 간담회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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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이장희 “국제법상 근거 없이 한국 법안 수정 요구는 주권침해”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0/12/24 10:09
  • 수정일
    2020/12/24 10:0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한균 기자 | 기사입력 2020/12/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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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희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정부가 늦게나마 4.27 판문점선언과 9.19 남북군사분야 합의서에서 한 약속을 이행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미국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정책과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대북전단금지법’이 한미동맹이 공유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등의 비판을 했다. 특히 미국 의회 산하 기구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내년 1월 새 회기 시작 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등을 검토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주시보는 이와 관련해 이장희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서면 대담을 진행했다.

 

[기자] 한국의 법안을 가지고 다른 나라 기구가 청문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어떤 곳인가?

 

[이장희] 전 세계 인권 문제를 다루는 미 의회 초당적인 기구이다. ‘톰 랜토스’는 Thomas Peter Lantos라는 미국 정치인의 이름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 유대인으로 제2차 대전 기간 중 독일의 침공을 받았을 때 나치 수용소에 끌려갔다가 탈출하여 1947년에 미국에 이주했다. 그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교수, 국제 정치고문 등으로 활동하다가 1980년 민주당 소속으로 연방하원의원 캘리포니아주의 샌프란시스코 남부 교외 선거구에서 출마해 당선, 1981~2008년 사망할 때까지 미국 하원의원으로 재직했다.

 

* 랜토스는 1983년 존 포터 공화당 의원 등과 함께 ‘인권코커스’를 창설해 20여 년간 공동의장으로 활동했다. 2008년 식도암으로 유명을 달리하자 미 하원은 그의 업적을 기려 ‘인권코커스’를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서울경제)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수시로 청문회를 열어 중국, 북 등 전 세계적으로 인권 문제를 다뤘다.

 

초창기인 1988년에 청문회를 열고 중국의 티베트에 대한 ‘인권침해’를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2006년에는 중국의 인터넷 검열 조치에 협조한 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등의 대표를 불러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또한 2006년, 2009년, 2010년, 2018년에 북핵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기자] 다른 나라 기구가 한국 내정에 대한 청문회를 여는 것이 국제법상 문제가 없는가?

 

[이장희] 미국 의회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보편적 인권 보호 기구로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라는 한국 국내법을 가지고 다양한 시각에서 토의하고 청문회를 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청문회에서 나온 특정한 결과를 한·미 간 협정과 같은 객관적, 국제법적 근거 없이 한국 정부의 의지에 반하게 그 관철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국제법상 국내문제 간섭(intervention)이다. 인권은 보편적이다. 북 주민들의 인권이나 접경 지역 주민들의 인권도 모두 소중하고 동등하다. 그러므로 70년 넘게 분단으로 인해 겪은 비무장지대 접경 지역 134만 명 주민의 인간적 고통은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국제법상 근거 없이 국내 법안 수정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주권침해”

 

[기자] 미국은 법안 수정 요구, ‘한미동맹’ 가치 손상 등을 운운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장희]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청문회 개최는 문제없다. 다만 청문회의 결과 법안 수정 요구 같은 것을 한국 정부 의지에 반해 강제하는 것은 국제법상 근거 없이 행하는 명백한 주권간섭이자 주권침해이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절박한 일은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을 충실하게 실천하고 준수하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증진하는 일이다. 대북 적대적 전단 살포는 명백한 4.27 판문점선언 합의 위반이며, 비무장 일대에 명백한 군사적 긴장을 야기한다. 

 

분단국가인 남북 간에는 인권(human rights)보다는 인적교류(human contacts)가 더욱 중요하다. 우선 인적교류를 통해서 상호 접촉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적대적인 대북전단 살포를 통해서 남북인적교류가 단절되는 것은 더욱 사태를 악화시킨다.

 

[기자] 마지막으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통과된 것과 관련해 한마디 소회를 부탁드린다.

 

[이장희] 이른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의 골자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행위 등 남북합의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반대자들이 말하는 근거인 “표현의 자유” 제한과는 무관하다. 남북이 합의한 4.27 판문점선언 제2조 1항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의 금지 및 철폐를 통해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 조성”을 실천하기 위한 법률 개정이다. 군사분계선 일대는 군사적으로 매우 민감한 특수한 지역이다. 이 법은 상대를 극한적으로 자극하는 적대적 전단 살포를 미연에 막아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또한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이 아니다. 헌법 제37조에서 표현의 자유는 국가안보,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도 국가안보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되는 제한된 기본권이다. 이 전단 살포로 조성된 군사적 긴장으로 접경 지역 일대에 남북교류가 모두 끊어지고 관광객이 오지 않아 군사분계선 인근 접경 지역 주민들이 생명의 안전과 생계에 큰 위협을 느끼도록 해서는 안 된다.

 

* 바쁘신 가운데 자주시보와의 서면 대담을 해주신 이장희 교수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박한균 기자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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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숨가쁜 ‘정면돌파전’ 벌이다

[2020 송년특집] 제재·코로나·수해에 맞선 북한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0.12.23 09:24
  •  
  •  수정 2020.12.23 10:47
  •  
  •  댓글 2
 
지난 10월 10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경축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인민'을 강조한 장문의 연설을 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지난 10월 10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경축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인민'을 강조한 장문의 연설을 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 인민들에게 2020년은 혹독한 시련과 맞서 ‘정면돌파전’을 벌여온 투쟁의 해였다. 코로나19와 대규모 수해피해로 큰 타격을 받았지만 국제적 제재와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모든 난관을 자력갱생으로 헤쳐나가야만 했던 것.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0월 10일 당창건 75돌 경축 열병식 연설에서 “지금 이 행성에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한 속에서 비상방역도 해야 하고 혹심한 자연피해도 복구해야 하는 엄청난 도전과 난관에 직면한 나라는 우리 나라뿐”이며 “이 모든 시련은 두말할 것 없이 우리의 매 가정, 매 공민들에게 무거운 짐으로, 아픔으로 되고 있다”고 솔직히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진정 우리 인민들에게 터놓고 싶은 마음속 고백, 마음속 진정은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뿐”이라며 연설에서 40여 차례 ‘인민’을 호명하며 감사를 표했다.

군사적 ‘담보’와 ‘조건부 핵무기 보유국’

지난해 2월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예상과 달리 빈손(no deal)으로 끝난 뒤 10월 스톨혹름 북미 실무협상마저 결렬된 상태에서 지난해 연말 나흘간에 걸쳐 진행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정면돌파전’이 올 한해를 규정지었다.

전원회의 결정은 정면돌파전의 기본전선을 ‘경제전선’으로 삼고 자력부강·자력번영을 이루자는 것이며, “강력한 정치외교적‧군사적 공세로 정면돌파전의 승리를 담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전략무기개발을 중단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나갈 것”이라면서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것”이라고 언명했고, “충격적인 실제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3,4월 포병부대의 포사격 훈련을 비롯한 집중적인 군사훈련이 실시됐고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 재래식 전력만으로도 ‘불바다’를 만들 수 있음을 시위했다. 여기에는 주한미군과 유엔사를 매개로 한반도 유사시 후방기지 역할을 맡고 있는 주일미군까지 사정권에 들어있다는 경고도 내포됐을 것이다.

지난 3,4월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포사격 위주의 군사훈련이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지난 3,4월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포사격 위주의 군사훈련이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10월 10일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기념 열병식에는 새 형의 ICBM 등 전략무기들이 선보였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10월 10일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기념 열병식에는 새 형의 ICBM 등 전략무기들이 선보였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10월 10일 열병식에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새로운 전략무기들이 선보이기도 했지만 ‘충격적인 실제행동’에는 나서지 않았다. 군사적 억제력을 ‘담보’하는 수준에 그치고 겹쌓인 난관을 헤쳐나가는데 힘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열병식 연설에서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것”이라는 선언은 ‘조건부(가역적)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7.27 전승절에 열린 제6차 전쟁노병대회에서도 “우리의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자위적 핵억제력으로 하여 이 땅에 더는 전쟁이라는 말은 없을 것이며 우리 국가의 안전과 미래는 영원히 굳건하게 담보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삼중고에 맞선 정면돌파전

김정은 위원장은 수해 피해 현장을 여러 차례 현지지도하며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였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위원장은 수해 피해 현장을 여러 차례 현지지도하며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였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 언론은 수해 피해지역에 들어선 주택단지들을 여러 차례 보도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 언론은 수해 피해지역에 들어선 주택단지들을 여러 차례 보도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올해 북한의 ‘정면돌파전’은 대외적 제재와 코로나19, 대규모 수해라는 삼중고 속에서 치러졌고, 10월 10일 당창건 75돌 기념일까지 총력 동원에 이어 연말 80일 전투로 이어져 내년 1월로 예고된 제8차 당대회로 귀결시키고 있다.

먼저, 북한은 대외적 제재를 당분간 상수로 놓고 ‘정면돌파전’을 채택했다.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조미 간의 교착상태는 불가피하게 장기성을 띠게 되어 있다”고 전제했다. 제재를 완화시키는데 주력하기보다는 자력갱생에 입각한 자력부강·자력번영하는 길을 걷겠다는 선언이다. 이같은 기조는 “세기를 이어온 조미 대결은 오늘에 와서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로 압축되어 명백한 대결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문구로 압축된다.

올해 북한의 내부 시계는 모두 10월 10일로 맞춰졌다.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조선로동당창건 75돐을 성대히 기념할데 대하여’가 다뤄졌고 평양종합병원 완공일도 이날로 맞춰졌다.

10월 10일 당창건 기념일까지 완공하려 했던 평양종합병원은 목표시한을 지키지 못 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10월 10일 당창건 기념일까지 완공하려 했던 평양종합병원은 목표시한을 지키지 못 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3월 17일 열린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당창건 75돐까지 무조건 끝내기 위하여 한사람같이 떨쳐나서야 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제재로 인한 장비 수입의 어려움과 코로나19 방역과 수해 복구에 힘을 쏟으면서 평양종합병원 건설 시한은 지켜지지 못 했다.

인도적 지원품목에 해당하는 의약품까지 제재로 인해 외부에서 거의 조달받지 못한 가운데 코로나19 방역에 사활을 건 북한 당국은 철저한 ‘봉쇄’ 정책을 고수했고, 외부와의 교역로인 북중 국경지대를 사실상 차단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의 지역 간 이동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의 동맥이랄 수 있는 물류가 현격히 제한된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창건 75돌 경축 연설에서 “한명의 악성비루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라며 “세상이 놀라지 않을수 없는 오늘의 이 승리는 우리 인민들스스로가 이루어낸 위대한 승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는 것이 북한의 공식 입장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태풍 ‘마이삭’ 등 지난 8월 북한 전역이 집중호우로 큰 수해를 입었고, 김정은 위원장도 여러 차례 현지지도에 나섰다. 특히 9월 5일 당 중앙위 정무국 확대회의를 함경남도 현지에서 개최하고 ‘'수도 평양의 전체당원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수도의 우수한 핵심당원 1만2,000명으로 함경남북도에 각각 급파할 최정예 수도당원사단들을 조직”하겠다고 제시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서한에 호응해 나선 1만2,000명의 수도당원사단이 수해복구 현장으로 떠나기 전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서한에 호응해 나선 1만2,000명의 수도당원사단이 수해복구 현장으로 떠나기 전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에 호응해 평양시 당원 30여만명이 탄원해 그 중 1만2,000명의 평양 수도당원사단이 꾸려져 9월 9일부터 11월 20일까지 수해복구 현장을 누볐다. 이들은 당초 10월 10일 당창건 기념일까지 수해복구를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기간을 연장해 활동했다. 인민군에 이어 당원들이 국난극복에 앞장선 것.

북한 언론은 수마가 휩쓸고 간 허허벌판에 새로운 주택단지가 들어선 모습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아름다운 사회주의 국풍’에 따른 ‘기적’으로 평가했고, 김 위원장은 80일 전투가 끝나는 연말까지 피해복구를 마무리할 것을 지시했다.

평양종합병원이나 원산갈마관광지구 등 중점 건설대상들이 기한 내에 완공되지 못할 정도로 내부 사정은 어려웠지만 코로나19 방역과 수해피해 복구 과정에서 당과 군을 내세워 내부 결속력을 다지며 ‘정면돌파전’을 추진했고, 그래도 미흡한 부분은 연말 80일 전투를 통해 극복함으로써 내년 1월 8차 당대회를 맞이하려는 흐름이다.

앞서 8월 19일 개최된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1월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는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를 소집한다고 공포했고,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드는데 맞게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하여 계획되었던 국가경제의 장성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도 빚어졌다“는 자체 평가를 담은 결정서를 채택했다.

경제활동 과정에서 자력갱생, 증산과 속도전, 과학화 등 기존 지표 외에도 질제고와 에너지 절약, 환경보호 등도 강조되는 추세이며, 국가경제사업체계의 내각책임제, 내각중심제를 추진해 온 점도 주목된다.

백두의 혁명정신과 8차 당대회

올 한 해 북한은 당과 내각, 최고인민회의 등 권력기구의 공식회의가 활발하게 열려 수해복구나 코로나19 방역 등 주요 의정들이 공식적으로 다뤄졌고, 인사문제도 빠지지 않고 다뤄졌다. 특히 당 정치국(확대)회의를 비롯해 당 군사위(확대)회의, 당 정무국(확대)회의 등이 수시로 열렸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비롯한 권력기구의 공식회의가 수시로 열려 주요 정책들을 결정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비롯한 권력기구의 공식회의가 수시로 열려 주요 정책들을 결정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회의에서 다뤄진 비판적 내용들도 가감없이 보도됐고, 책임자가 ‘소환’되는 경우도 공개됐다. 11월 15일 개최된 제7기 제20차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엄중한 형태의 범죄행위를 감행한 평양의학대학 당위원회와 이에 대한 당적지도와 신소처리, 법적감시와 통제를 강화하지 않아 범죄를 비호, 묵인, 조장시킨 당중앙위원회 해당 부서들, 사법검찰, 안전보위기관들의 무책임성과 극심한 직무태만행위에 대하여 신랄히 비판되었다”는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7월 평양종합병원 현지지도에서 “건설연합상무가 아직까지 건설예산도 바로 세우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경제조직사업을 진행... 의도와는 배치되게 설비, 자재보장사업에서 정책적으로 심히 탈선하고 있으며 각종 ‘지원사업’을 장려함으로 해서 인민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들씌우고 있다”고 호되게 질책하고 “책임 있는 일꾼들을 전부 교체하고 단단히 문제를 세”우라고 지시했다.

기존의 주체사상을 ‘김일성-김정일주의’로 정식화 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를 앞두고 두 차례 백두산에 올라 ‘백두의 혁명정신’을 강조했고, 북한의 각 단위들은 백두산 혁명유적지를 답사하는 ‘백두산 대학’을 체험하며 사상적 담금질을 했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북한은 올해 외부와 단절된 가운데 정면돌파전을 진행하면서 사상투쟁을 계속해왔다”며 “김일성-김정일주의의 요체가 인민 제일주의이며, 관료주의와 부정부패를 척결하면서 김정은 시대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내부를 철저하게 다진다는 것은 밖으로 뛰쳐나올 준비일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북한 언론은 ‘수입병’과 ‘의존심’에 대한 경고음을 계속 발신했고, 12월 4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12차 전원회의에서는 “반사회주의사상문화의 류입, 류포행위를 철저히 막”을 목적으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채택되기도 했다.

또한 여러 차례의 공식 회의를 거쳐 간부들의 인사가 꾸준히 이뤄졌고,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재룡에 이은 김덕훈 내각 총리가 ‘현지 요해’를 분담하는 체제가 가동되고 있다. 군에서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이 원수 칭호를 받아 김 위원장을 지근에서 수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외부로 통하는 문은 철저히 닫아 둔 채로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오른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대미·대남 부문의 스피커 역할을 도맡고 있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인 리선권이 외무상으로 옮겼지만 후임 조평통 위원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연말까지 80일 전투를 이어가며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은 연말까지 80일 전투를 이어가며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내년은 연초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와 1월 8차 당대회, 그리고 당대회의 결정을 국가적 차원에서 뒷받침할 1월말 최고인민회의 제14기 4차회의가 예정돼 있다.

특히 8차 당대회에서는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제시될 예정이며, 대외정책에서 어떤 메시지를 발신할지 주목되고 있다. 노년당원과 휴면당원 등을 물갈이하고 상당폭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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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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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없는 ‘5심제’](3)재판의 재판…오판만큼 무서운 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seirots@kyunghyang.com

입력 : 2020.12.23 06:00 수정 : 2020.12.23 08:05

 

불확실의 세계 

[헌법에 없는 ‘5심제’](3)재판의 재판…오판만큼 무서운 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
 

헌재의 공권력 감시, 법원은 빠져
‘어쩌면 5심이 가능’한 상황 초래
“법원과 헌재, 합리적 인정 필요”
 

입법·사법 경계 가르기 어려워져
1988년 설계된 사법제도 손봐야
 

아버지는 어떻게 정해질까. 낳아주는 어머니는 확실하지만, 아버지는 그렇지 않다. 민법은 어머니의 배우자가 아버지라고 정했다. 어머니가 혼인 상태가 아니라면 어떨까. 이 아이는 내 자식이라고 인정하는 사람이 아버지다. 이 과정을 인지(認知)라고 부른다. 혼인 외 자녀 출생신고는 보통 어머니가 하지만 아버지가 해도 상관없는데 이때는 인지신고까지 함께 된다.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하려면 아이 어머니가 혼인 상태가 아니라는 증명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가 두 명인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아이를 낳은 어머니가 잠적하는 일이 늘었다. 어머니 인적사항을 모르니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 출생신고가 안 되니 예방접종도 받지 못하고, 건강보험이 없어 병원에도 못 갔다. 아동수당도 못 받고, 학교에도 다니지 못했다. 출생기록이 없으니 버려지고, 불법으로 입양되고, 인신매매 대상이 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2015년 국회가 ‘사랑이법’을 만들었다. 아이 어머니 인적사항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아버지가 가정법원을 거쳐 출생신고를 하게 해줬다. 이 무렵 한국인 남성 A씨는 중국인 여성 B씨와 딸을 낳았다. 결혼하지 않은 사이였다. 그런데 B씨는 중국에서 여권을 갱신해주지 않아 유부녀가 아니라는 증명도 받지 못했다. 출생신고를 못하던 A씨는 사랑이법 소식을 듣고 가정법원을 찾았다. 하지만 법원은 구제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사랑이법으로 불리는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는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라고 돼 있는데, B씨의 신원이 확실했다. 항소심도 신청을 기각했다. 국회가 만든 법이 그렇다는 이유였다.

그러던 지난 6월 대법원이 A씨 신청을 받아줬다. “외국인인 모의 인적사항은 알지만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판결만 헌법재판에서 제외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법을 해석한 것일까, 아니면 법을 만든 것일까.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의회가 법을 만들고, 정부가 법을 집행하고, 법원이 법을 해석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대국가에서 삼권의 경계는 계속 흐려지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행정의 역할이 거대화, 전문화하면서 정부 시행령이 의회 법률을 대체한다. 이런 상황을 의회도 받아들여 중요한 구체적인 내용을 시행령에 위임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현상을 작고 느린 의회가 따라잡기 버겁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법원 역할이 급격히 커졌다. 법원 자신도 사법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설정한다. 요즘 대법원은 “법관의 법형성은 변화하는 사회 현실의 필요에도 불구하고 입법권의 불행사로 인하여 ‘법의 공백’이 발생하였을 때에 사회 현실과 법질서 사이의 간격을 메우기 위한 노력으로서 마땅히 사법권에 포함된다”고 보충의견에서 밝히고 있다. 입법과 사법의 경계를 가르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헌법재판은 입법·행정·사법의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일이다. 다양한 헌법재판 중에서도 핵심은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심판이다.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가리는 절차와 공권력이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살피는 절차다. 그런데 우리 헌법재판소법은 공권력 감시에서 법원을 제외했다. 외국에서는 재판 결과를 헌법재판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독일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법원을 제외한 이유는 1988년 헌재법을 만든 의회의 선택, 즉 정치적 결단이다. 법원의 재판은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일이다. 그래서 대법원이 “법률의 해석과 적용에는 헌법재판소가 관여하지 못한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하지만 헌재가 개소해 헌법재판을 해보니 입법과 사법이 생각보다 쉽게 나뉘지 않았다.

이탈리아나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헌재와 법원 사이에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이에 헌재가 법원의 해석에 일부 관여하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법원이 무시했다. “헌재가 법률을 통제하는 체하면서 사실은 재판을 통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회도 법원도 규범을 만든다 

법률을 통제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조문에 위헌을 결정하는 일이라고 일부에서 말한다. 그게 맞다면 ‘제1호 내지 제4호’라는 조문을 놓고 “제2호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한 헌재 결정(93헌가1)을 거부해야 한다. 헌법재판은 조문(條文)이 아니라 규범(規範)을 심판하는 일이다. 조문은 형식이고 규범은 내용이다. 1980년대 법원은 사죄광고 명령을 자주 내렸다. 근거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하여는 법원은 (중략)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는 민법 제764조다. ‘적당한 처분’으로 법원이 사죄광고를 만들었다.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헌재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제764조가 법원에 광범위한 권한을 줬다면서 없애거나, 사죄광고를 규범으로 보고 그것만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후자를 헌재가 택했고 법원이 받아들였다. 헌재 출범 직후인 1991년 일이다. 이후로는 이런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에 대한 간섭이라며 무시했다.

이렇게 법원 자신은 입법 영역을 넘나들면서도, 헌재에는 한발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헌법재판에 공백이 생겼다. 의회 단계부터 위헌인 법률을 법원이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에는 헌재가 위헌 무효로 만들 수 있지만, 의회 단계에서는 합헌이던 법률이 법원 적용을 거쳐 위헌이 되면 방법이 없었다. 가령 법원은 노동자의 파업을 형법 제314조 제1항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왔다. 헌법 제33조 제1항이 보장하는 파업의 본질적 속성은 업무방해인데도 이를 처벌했다. 의회 단계에서는 합헌이던 업무방해죄가 법원의 적용을 거쳐 위헌이 된 셈이다. 헌재는 이 문제에 “쟁의행위는 고용주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면서도 “법원이 쟁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사항”이라고 2010년 적고 말아야 했다. 더구나 위헌이 의심되는 판결이 드물지 않았다. 법원이 위헌 판단에 서툴다는 뜻이고, 재판이 위헌 상황을 해소하기는커녕 불러온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법제도 재건축 검토할 시점 

헌재가 일정한 판결을 규범으로 인정하고 위헌성을 확인하는 방식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유리할 때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법원이 말하는 이유는 “법원의 해석이 아닌 의회의 입법을 향한 것일 때는 받아들인다”이다. 이렇게 되니 3심제도 아니고 5심제도 아닌 ‘어쩌면 5심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법원 판결에서 규범을 찾아내 위헌으로 판단하는 경우, 헌재가 직접 무효를 선언하기보다 국회에 보내 개정토록 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헌법불합치 결정이다. 이에 대해 “법률 개정 결과에 따라 정작 헌법소송을 제기한 당사자가 구제되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 이런 반론에 대해 “엄밀하게 말하면 위헌법률심판은 개인을 구제하기 위해 만든 절차가 아니다. 헌재가 규범에 위헌을 선고한 결과 개인 권리가 보호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이라는 재반론이 있다. 더구나 판결에서 추출한 규범의 경우 무효만 가능한 헌재가 정밀하게 다루기 어려운 만큼, 국회가 없앨 것은 없애고 채울 것은 채우는 방식이 옳다는 지적도 있다.

중대한 인권침해를 막으려 만든 제도가 헌법재판이다. 헌법재판 대상에서 법원을 제외한 이유는 재판이 인권을 침해하는 일은 없으리란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왔고, 이에 헌재가 법체계를 흔들며 해결했다. 언젠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게 됐지만, 재판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까지 생겼다. 잘못된 재판만큼이나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게 재판이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법원 판사들은 “소송하고 항소하고 상고하고도 다른 재판을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돌이켜보면 적절한 시점에서 소송을 끝내고 생활로 돌아가는 게 나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나에게 적용되면 위헌” 소송이 시작되면서 재판이 끝나지 않는 사회가 됐다.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을 거친 원로 법조인들은 “법원과 헌재가 시민을 위해 서로를 합리적으로 인정하면서 가야 한다”고 말한다. 1988년 설계한 사법제도를 재건축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불확실의 세계에 살 수밖에 없다. 헌법에 없는 5심제가 시작됐다.


<시리즈 끝>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230600005&code=940301#csidx9dfe39eec35aae8b4de7c2f841a7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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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체포, 구타, 망명... 벨라루스는 "변화를 원한다"

루카셴카 부정선거에 시민들 격분... 빅토르 최 노래 '변.화'와 함께 싸우는 시민들

20.12.23 08:02l최종 업데이트 20.12.23 08:02l


"변화를 원한다 / 변화를! 우리의 가슴이 요구한다 / 변화를! 우리의 눈동자가 요구한다 / 우리의 웃음과 우리의 눈물속에서 / 우리의 고동치는 혈관 맥박속에서 / 변화를!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의 어느 아파트단지. 밤 9시면 어김없이 구소련의 전설적인 한국계 록스타 빅토르 최(Viktor Tsoi)의 '변화'(Перемен)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주민들은 노래를 따라부르며 초나 플래시로 밖을 비추고, 노래가 끝나면 모두 '벨라루스 만세'를 외친다. 비단 주택가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서 빅토르 최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빅토르 최의 노래는 벨라루스 민주화운동과 민심을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지난 8월 9일 대선 결과, 루카셴카 대통령은 80% 득표율로 여섯 번째 연임이 확정됐다. 벨라루스 시민들은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격분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경찰의 폭력진압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정기집회는 꾸준히 이어졌다. 전국적으로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집회와 파업이 무려 20주 동안 지속되고 있다.

왜 분노하는가
 

 지난 11월 경찰의 구타로 사망한 로만 반데레카를 추모하기 위해 민스크 '변화광장' 한쪽에 추모공간이 생겼다. 벨라루스 시민들은 이곳에서 노래를 부른다.
▲  지난 11월 경찰의 구타로 사망한 로만 반데레카를 추모하기 위해 민스크 "변화광장" 한쪽에 추모공간이 생겼다. 벨라루스 시민들은 이곳에서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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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갈망하는 민스크에는 새롭게 '변화 광장'도 생겼다. 11월 경찰의 구타로 사망한 로만 반다렌카가 거주하던 체르뱌코바 거리를 시민들이 추모의 마음을 담아 비공식적으로 명명한 것이다. 이외에도 루카셴카에 대항하다 납치 살해된 전 내무부장관 유르이 자하란카의 이름을 딴 임시 거리표지판도 눈에 띈다. 

루카셴카 대통령은 26년간의 악명 높은 공포정치로 인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린다. 그는 국민의 반발과 소통을 막기 위해 선거 직후 며칠간 인터넷 전면차단과 함께 20여 개 뉴스 사이트 폐쇄 등 강경조치를 취했다.
 

 루카셴카에 대항하다 살해된 전 내무부장관 유리 자카렌코의 이름을 딴 임시 거리표지판. 유리 자카렌코는 루카셴카 대통령의 살인명령을 거부하며 항거하다 1999년 납치 살해됐다. 시민들이 추모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비공식적으로 명명했다.
▲  루카셴카에 대항하다 살해된 전 내무부장관 유리 자카렌코의 이름을 딴 임시 거리표지판. 유리 자카렌코는 루카셴카 대통령의 살인명령을 거부하며 항거하다 1999년 납치 살해됐다. 시민들이 추모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비공식적으로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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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심은 그를 떠났다. 그의 전통적 지지세력이었던 노인세대와 국영기업 노동자들도 등을 돌리며 총파업에 나섰다. 외교관·경찰도 줄줄이 사직서를 내고 인근 폴란드로 망명하고 있다. '양심상 더 이상의 거짓말은 못하겠다'고 선언하며 사퇴하는 국영방송 앵커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벨라루스 국영 TV & 라디오 방송인 BT의 직원 수천 명도 '정부의 사전 검열 금지'를 외치며 파업에 참가했다 루카셴카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기자들을 '수입'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벨라루스의 모든 TV방송국은 국영이다. 올 하반기 반정부 집회는 1991년 벨라루스가 구소련에서 독립한 이래 최대규모다.


필자는 지난 한 달간 10여 명의 현지인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의견을 취재했다. 그 결과, 현재 이 집회는 평화로운 시위에 대한 국가폭력 및 26년간 독재정권이 자행해온 인권유린에 대한 분노였다.

"적정인원의 몇 배가 넘는 시민을 감옥에..." 
민스크 주택가에서 전경과 시민들이 대치하는 모습 전경들이 “모두 죽여라!”고 소리치며 한 여성을 공격하자, 주위의 여성들이 그녀를 보호하려고 모여들었다. 벨라루스는 현재 국가폭력으로 10명의 시민들이 사망했다.
▲ 민스크 주택가에서 전경과 시민들이 대치하는 모습 전경들이 “모두 죽여라!”고 소리치며 한 여성을 공격하자, 주위의 여성들이 그녀를 보호하려고 모여들었다. 벨라루스는 현재 국가폭력으로 10명의 시민들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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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의 대표적 인권단체 VIASNA의 11월 보고서에 의하면,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5월부터 총 3만 명이 넘는 시민, 인권단체 활동가, 야권성향 언론인들이 체포·구류됐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이들이 심각한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 반정부집회가 시작된 이래 총 10명의 시민이 국가폭력으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폭력을 행사한 경찰 및 전경, 내무부 산하 특별부대요원들은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반면 집회 관련 시민 기소는 총 900건에 이른다.

벨라루스 야권 정치인 베라니카 트삽칼라는 "정부가 적정 인원의 몇 배가 넘는 시민들을 감옥에 수감하는 무리수를 쓰는 가운데, 심지어 누울 자리도 없어 서서 잠을 자는 상황"이라고 폭로했다. 독일 타게샤우방송은 '코로나19 상황과 의사 인력난이 심각한데도 집회에 참가한 180여 명의 의사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응급센터의 한 의사는 "응급실에 실려온 시민들의 폭력 피해를 직접 목격하고 도저히 침묵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국영기업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나서자 벌금형과 해고로 보복했다. 현지인들은 지인들의 체포, 기소, 폭력 피해 사례를 매일 듣는 것이 일상이 돼 버렸다고 한탄했다.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시민
 
벨라루스 국가폭력의 피해자 모습 바이헬프(BY help)라는 NGO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피해자 모습. 벨라루스 시민들은 집회참여로 경찰에 구타당한 이들의 의료지원, 벌금, 변호사 선임비용등을 지원하기위해 다양한 펀딩캠페인을 하고 있다.
▲ 벨라루스 국가폭력의 피해자 모습 바이헬프(BY help)라는 NGO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피해자 모습. 벨라루스 시민들은 집회참여로 경찰에 구타당한 이들의 의료지원, 벌금, 변호사 선임비용등을 지원하기위해 다양한 펀딩캠페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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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무능한 대응이 시민 조직화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이하르(27)는 인터뷰에서 "팬데믹이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이 확진자로 넘쳐나고 의료진이 (장갑같은) 기본적인 물품조차 없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정부의 무관심에 분노한 시민들은 자발적인 지원체계를 조직했다"는 설명이다.

펀딩을 통해 병원에 의료물품을 지원하고 식당은 음식을, 호텔은 숙박을 무료로 제공해 상황을 완화시켰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시민들은 국가의 부재에 회의를 느끼고 시민의 조직화에 더 주력했다. 선거캠페인이 시작된 후 정확한 투표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여러 대안적 플랫폼이 도입됐다.

아울러 선거조작 후 8월 9~11일 사이 국가폭력이 격해지자 시민들은 '바이 헬프(By Help) 같은 펀딩사이트를 만들어 국가폭력으로 다친 시민들의 의료비 지원, 소송비지원, 해고 및 경찰 등의 자발적 퇴직으로 인한 생계비 지원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바이 헬프 공식 페이스북 https://bit.ly/2XShcfz , 페이팔 https://bit.ly/byhelp_paypal ). 

국제사회도 루카셴카 정권의 폭력적 진압을 규탄하고 있다. 세계고문방지기구(OMCT)는 현재까지 국가기관에 의한 강간 등 500건 이상의 고문 사례를 언급하며 "이 수치는 아직 증언에 나서지 못한 이들을 고려할 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국가가 기획하고 조직한 고문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있고, 이런 반인류범죄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런 상황에서 루카셴카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를 두고 "술중독자, 마약중독자, 창녀들이나 참여하는 행사"라는 막말로 비난해왔다. 또한 그는 국민을 '순종적인 양' '멍청한 소떼' 등으로 비유하고, '여성은 정치를 하지 말고 부엌일을 해야 한다' 등 여성 비하발언을 일삼아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폭력적 대응을 자제하고 평화로운 저항을 고수해왔다. 특히 벨라루스 여성들은 경찰에게 비폭력을 호소하며 평화를 상징하는 흰 옷과 꽃을 들고 시위와 행진에 참여했다.  여성들은 전경의 방패에 꽃을 꽂거나 이들을 포옹하기도 하고, 민스크 시내 전체를 잇는 인간띠를 만들어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하는 리투아니아 및 폴란드, 독일 및 유럽 각지에서도 벨라루스 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연대시위가 열렸다.
 
 
▲ 시위대 검거를 위해 벨라루스 민스크 시내를 점령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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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부정선거의 역사 그리고 정황들

왜 벨라루스 시민들은 대선을 불법부정선거라고 믿을까. 사실 벨라루스의 부정선거 논란은 그 역사가 길다. 1996년 이래 벨라루스의 선거는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올해 대선결과도 그중 한 지류일 뿐이다. 루카셴카가 처음 집권한 1994년 대선이 유일한 공정선거였다는 것은 이미 통설이 됐다.

다수의 정치평론가들은 그 배경을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정치시스템에 있다고 언급한다. 그는 1996년 개헌을 통해 초헌법적인 대통령 권력을 장악했고, 2004년 개헌을 통해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독일매체 '도이체벨레' 보도에 의하면 그는 집권 한 달만에 언론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고 아울러 국회해체 및 개헌을 거쳐 식물국회를 만들었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만 해도 반정부 성향 야당 의원은 한 의석도 차지하지 못했고 현재 모든 110명 의원들은 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루카셴카 벨라루스 대통령. 1994년부터 대통령이다.
▲  루카셴카 벨라루스 대통령. 1994년부터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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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B·검찰·사법부까지 모두 장악한 루카셴카 대통령은 그간 자신과 마찰을 빚었던 정적에 아주 냉혹했다. 빅타르 한차르 중앙선거위원장 등 다수의 정적은 독약 테러를 당하거나 행방불명 상태다. 현재 망명중인 유르이 하라우스키(42)는 지난해 9월 독일매체 '도이체벨레'에 1999년 암살단(SOBR) 근무 당시 3명의 정적 납치와 살해사건을 자세히 증언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2006년, 2010년 대선 때도 부정선거 논란이 심각했다.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으나 역시 정부의 폭력진압이 이뤄졌다. 특히 2010년 시민의 저항은 그다음해 4월 11일 15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당한 민스크지하철폭탄사건으로 관심이 쏠리면서 약화되고, 위기에 몰린 정부는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루카셴카 정권은 2010년 대선에서는 경제위기로 외환융자가 다급해지자 야권 인사들도 경선에 참가하는 게 허용됐다. 하지만 루카셴카는 투표 결과 전망이 어두워지자 야권후보들을 2~5년형에 처했다. 

올 8월 대선에서는 유력한 야권 후보 3명의 후보등록 자체가 불허됐다. 인기 블로거 샤르헤이 트시하노우스키는 5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이틀 만에 수감됐고, 전직 외교관이자 사업가인 발레르이 트삽칼라는 기소를 당해 7월 망명길에 올랐다. 또한 거대 러시아 에너지 기업인 가스프롬의 벨라루스 자회사, 벨가스프롬방크 (BelGazpromBank) 은행을 운영한 빅타르 바바르카도 대선 참가의사를 밝혔지만 이후 아들과 함께 6월부터 수감돼 있다. 
 
 벨라루스 대선에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했던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 그는 선거 이후 살해협박을 받고 리투아니아로 망명했다.
▲  벨라루스 대선에 야권후보로 출마했던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 그는 선거 이후 살해협박을 받고 리투아니아로 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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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수감된 블로거의 배우자인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가 대신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빅타르 바바르카의 캠페인 매니저였던 뮤지션 마르야 칼레스니카바와 함께 발레르이 트삽칼라의 배우자이자 IT업계의 비지니스개발매니저인 베라니카 트삽칼라는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를 도와 '여성 트리오' 대선캠프를 꾸리게된다.

부정선거의 구체적인 증거도 다수 존재한다. '유럽들소'(주브르, Zubr), '목소리'(골로스, Golos), '정직한 사람들'(The honest people) 등 사회적 플랫폼이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는 여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웹사이트로 운영되는 주브르는 대선 중 벌어진 불법사례에 대해 신고를 받았는데 총 1403개 투표소에서 6532건의 신고사례가 있었다. 공인된 선거감시인의 투표소 입장 거부는 817건, 유권자 투표소 입장거부는 705건, 불투명한 개표 카운팅 167건 등이었다. 골로스 플랫폼은 사전등록한 유권자가 자신이 선택한 후보를 찍은 투표용지 이미지를 제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합계를 공식 정부자료와 비교했는데, 야권후보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의 득표수가 크게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조작의심을 받는 정부 공식 보고서에 의하면, 민스크의 299개 투표소에는 아무도 야권 후보 트시하노우스카야를 선택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플랫폼을 활용한 공동보고서는 약 1/3의 투표소에서 투표결과 조작이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는 벨라루스 민주화운동
 
벨라루스 여성들은 꽃을 들고 민스크 곳곳에서 긴 인간띠를 만들었다. 지난 8월 여성들이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 손팔찌와 꽃을 들고 수도 민스크 곳곳에서 긴 인간띠를 만들며 연대하는 모습.
▲ 벨라루스 여성들은 꽃을 들고 민스크 곳곳에서 긴 인간띠를 만들었다. 지난 8월 여성들이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 손팔찌와 꽃을 들고 수도 민스크 곳곳에서 긴 인간띠를 만들며 연대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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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서 벨라루스 민주화운동은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루카셴카 대통령과 '맞장'을 뜬 야권대표 여성 트리오의 리더십은 변화를 갈망하던 시민들에게 예상치 못한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비폭력 저항을 지향해 온 다수 여성 시민들의 집회 참여와 연대방식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세계각지에서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유럽의 인권단체 '뉴 유러피언즈(New Europeans)'는 11월 12일 '벨라루스 여성들'에게 '올해의 뉴 유러피언상'을 수여했다. 유럽의회는 지난 12월 16일 벨라루스 야권 세력이 임시 구성한 시민위원회(Coordination Council)의 지도자들에게 올해의 '사하로프인권상'을 수여하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벨라루스 시민들 다수는 공정한 선거와 평화로운 정권이양을 외치는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가 승자라고 믿는다. 그는 살해협박을 받은 뒤 리투아니아에 망명 중인데, 벨라루스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알리고 민주화운동 지지를 호소하며 유럽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독특한 카리스마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션 출신 마르야 칼레스니카바는 선거후에도 집회 현장을 찾으며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독려해왔다. 그는 9월 복면마스크를 한 요원들에 의해 거리에서 납치된 후 출국을 강요당했다. 그러나 자신의 여권을 찢으며 이를 거부했다. 현재 구속 중인 그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선동죄'로 기소돼 최고 5년 징역형에 처해졌다. 유럽과 북미 29개국 국회의원 270명은 그와 정치범들의 석방을 요청하는 공식 서한을 루카셴카에게 보낸 바 있다. 벨라루스엔 현재 총 146명의 정치범이 있다. 

유럽연합은 10월 2일 부정선거 및 야권탄압에 연루된 벨라루스 관계자들에 대해 입국비자 금지와 자산 동결을 결정했다. 현재 루카셴카를 비롯해 59명이 제재 리스트에 포함됐고, 29명과 7개 기관 추가가 추진 중이다. 특히 벨라루스와는 16~18세기 같은 연방에 속했던 폴란드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폴란드는 벨라루스 야권을 대표하는 시민위원회의 지도자들에게 사무실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국가폭력 피해자를 위한 무료 의료지원과 경찰의 정치적 망명도 지원하고 있다.

바르샤바에 망명 중인 22세의 유력한 야권 언론인 스테판 푸틸로도 이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약 200만 명이 가입한 텔레그램 뉴스채널 '네흐타 라이브(НЕХТА Live)'를 운영하며 민주화운동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또한 그는 루카셴카의 과거 전력과 범죄를 폭로한 다큐(Lukašenka. Criminal records)를 통해 한 달 100달러에 불과한 은퇴연금과 경제난으로 민생 고통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대통령 자신은 초호화 궁궐같은 관저를 18채나 대관한다는 사실 등 그의 부도덕성을 비판했다.
 
 루카센카 대통령의 과거 전력과 범죄를 폭로한 다큐의 한 장면. 한 할머니는 한달 연금 100달러 정도로 생활하고 있는데 감자 2개를 살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가게를 나와야 했다. 그는 더 이상의 인터뷰 답변을 거부하며 눈물짓고 있다. 현재 벨라루스의 노년층도 매주 ‘은퇴자 집회’를 열고 있다.
▲  루카센카 대통령의 과거 전력과 범죄를 폭로한 다큐의 한 장면. 한 할머니는 한달 연금 100달러 정도로 생활하고 있는데 감자 2개를 살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가게를 나와야 했다. 그는 더 이상의 인터뷰 답변을 거부하며 눈물짓고 있다. 현재 벨라루스의 노년층도 매주 ‘은퇴자 집회’를 열고 있다.
ⓒ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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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벨라루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루카셴카의 유일한 동맹은 러시아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경제적 협력(EFSD)을 비롯, 정치적 동맹(State Union)및 군사동맹(CSTO)도 맺으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국가의 공식 공용어도 러시아어와 벨라루스어다. 러시아는 벨라루스 정부 부채 60%(102억 달러)의 채권자이기도 하고, 루카셴카에게 15억 달러의 긴급융자를 약속한 바 있다.

벨라루스 상황에 푸틴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루카셴카는 서방의 압박 증가로 러시아의 지원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또한 푸틴은 향후 정세에 따라 루카셴카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은 있지만, 벨라루스를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 두고 싶어한다고 여겨진다.

이에 반해 루카셴카는 옐친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던 1996년 러시아내 권력까지 탐내며 연방조약(State Union)을 체결하지만, 2000년 푸틴의 등극 이후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꾀하며 러시아의 자국 내 군사기지 설치 요구를 거부해오고 있다. 그러나 돈과 자신의 안위를 위해 벨라루스의 독립도 양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벨라루스 민주화운동이 2014년 우크라이나의 친유럽 '유로마이단'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데 있다. 친유럽 또는 반유럽의 문제가 아니라, 자국 내 독재타도 그리고 투명·공정 선거를 통해 국민 스스로 정치적 운명을 결정하고자 하는 자기존중 의지의 발현이다. 야권 지도자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는 이미 이 점을 여러 번 공식 석상에서 밝혔다.

"범죄로부터 눈을 돌리지 마세요"
 
 
▲ 전쟁을 방불케하는 벨라루스 민스크의 국가폭력
ⓒ radiosvabo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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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는 사하로프상을 수상하면서 유럽과 전 세계를 향해 더 적극적으로 벨라루스 시민들과 "지금" 연대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내정간섭이 아니라 의무"라는 주장이다.

그는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비록 앞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줄어든다고 해도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벨라루스 시민의 변화의 의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독자적으로라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승리를 위해 얼마만큼의 대가를 치르느냐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대선 며칠 전 루카셴카는 정치범 석방을 요청한 서방의 지도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유일했다고 밝혔었다. 실제 그는 2015년 모든 정치범을 석방했고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조치 역시 곧 풀렸다. 

벨라루스 시민들은 "지금이 아니면 결코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긴밀한 연대를 통해 개인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민주시민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있다. 군사독재정권 아래 민주화운동 당시 국제연대가 절실했던 한국 사회, 우리가 이들의 손을 함께 잡아줄 수는 없을까. 벨라루스 시민들은 "범죄로부터 눈을 돌리지 마세요"라며 4개월 넘게 호소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벨라루스어 표기법을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사진 및 동영상의 사용은 현지 취재원들에 위임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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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강 부지사, 개성공단 재개 범국민운동 예고

전문가들과 온라인 토론서 ‘민관 협력’ 강조

  • 기자명 위정량 통신원 
  •  
  •  입력 2020.12.22 10:01
  •  
  •  댓글 0
 
경기도와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은 21일 DMZ생태관광지원센터 회의실에서 개성공단 재개 중요성과 향후 추진 방향에 관해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 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경기도와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은 21일 DMZ생태관광지원센터 회의실에서 개성공단 재개 중요성과 향후 추진 방향에 관해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 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경기도와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사장 김진향, 아래 지원재단)은 21일 DMZ생태관광지원센터 회의실에서 개성공단 재개 중요성과 향후 추진 방향에 관해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경기도 이재강 평화부지사, 김진향 지원재단 이사장, 현대아산 백천호 상무, 경희대 미래문명원 김민웅 교수, 남북물류포럼 김영윤 회장,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우희종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날 이재강 평화부지사는 기조발언을 통해 “개성공단 재개는 미국의 승인이나 대북제재 틀 속에 갇혀서는 불가능하다”며 “재개 선언부터 하고 제재를 넘어 국제적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남북이 머리를 맞대 지혜를 모으는 것으로 평화는 시작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지난 40여 일간 임진각 현장집무실 추진, 삼보일배 등을 진행하며 개성공단 재개에 관한 각계각층 많은 분들의 뜨거운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확인만큼 이제는 민관이 다함께 손을 잡고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정관계·시민단체·종교계·학계 등 각계계층이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위한 구체적 실천에 동참할 수 있는 범국민운동을 전개하려 한다”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참여를 당부했다.

이는 이재강 평화부지사가 지난 15일 통일대교에서 진행한 삼보일배를 완주한 후 ‘민관 협력기구 설립을 통한 범국민운동 전개’ 구상을 밝힌데 이어 다시 한 번 민관협력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재강 평화부지사와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재개에 한 목소리를 냈다. [사진 - 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이재강 평화부지사와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재개에 한 목소리를 냈다. [사진 - 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이날 참석자들 역시 그간 경기도의 노력에 공감과 성원을 표하며 새로운 대안마련과 남북 간 긴밀한 협력 등을 통해 개성공단 재개를 이끌어 내야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개성공단 재개 창의적 해법’을 주제로 주제발표에 나선 지원재단 김진향 이사장은 “개성공단 재개 자체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담보한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설명하고 북측의 원부자재로 만든 제품을 북측에 공급하는 방식의 과도기적 운영방법을 도입하는 등 남북이 협력해 새로운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전문가 입장에서 발표에 나선 현대아산 백천호 상무는 “대북제재 수단으로서 개성공단 중단이 아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비핵화 등을 위한 출발점으로서 (개성공단) 재개가 필요하다는 점을 새로 들어서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협의하고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웅 경희대 교수는 “개성공단 기능을 의료 관련 클러스터로 바꾸는 작업을 통해 코로나19 등 인류 전체 위기에 대응하는 인도주의적 산업 체제를 가동하는 것으로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은 “개성공단이 주는 정치·경제·사회적 이익이 분명한 만큼 우리도 우리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면서 “당장 개성공단 재개를 선언하고 재개를 위한 면밀한 전략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인원 최소화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가운데 진행했으며 행사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함께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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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의 위수탁계약서가 노예계약서가 된 이유

마트산업노조 “정부,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 권리 보장해야”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20-12-22 17:24:13
수정 2020-12-22 17: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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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마트산업노조 제공 
 
 
 
 
 
코로나19 위기로 대형마트 온라인 주문 물량도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그 부담을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이 떠안아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용자의 권리만 명시된 위수탁계약서로, 배송노동자의 권리는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2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온라인배송노동자 착취하는 대형마트 규탄! 노예계약인 위수탁계약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수암 마트노조 온라인배송지회 지회장은 “하루 1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중량물로 인한 육체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노동자의 권리를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형마트 온라인주문도 폭증하고 있다. 주문이 폭증하면 마트가 배송노동자들과 협의하여 업무 부담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충분치 않아 그 부담이 그대로 배송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은 건당 배송물량도 늘어나 더욱더 무거운 물량을 배송해야 하는 상황에서, 늘어난 주문량을 처리하기 위해 평소보다 1~2시간 이상 추가로 일하고 있고, 일부 배송노동자들은 쉬기로 한 날까지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노조가 이날 공개한 사진을 보면, 온라인배송 차량에 배송해야 할 물량이 가득 찼다. 이 중에는 딸기·귤 등 25개 상자 또는 컨테이너 5개 분량을 한 집에 배달해야 하는 경우 등도 있었다. 노조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물량을 한 번에 주문 받아서 배송을 해야 해도, 건당 수수료는 똑같다”라고 설명했다. 또 “늘어난 물량 때문에 9시30분에서 10시쯤 출근해서 오후 10시쯤 퇴근하거나 그보다 더 늦은 시간에 퇴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1회차에 나가는 배송물량
1회차에 나가는 배송물량ⓒ마트산업노조 제공
박스 포장 또한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노조 관계자는 설명했다.
박스 포장 또한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노조 관계자는 설명했다.ⓒ마트산업노조 제공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가 이같이 업무를 일방적으로 떠안게 된 이유는 ‘불공정한 위수탁계약’ 때문이라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 측은 “위수탁계약서에는 사용자의 권리만 있고 노동자의 권리는 찾아볼 수 없다”라며 “언제든지 계약해지가 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배송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할 수밖에 없고, 정해진 휴일이나 근무일을 대형마트가 마음대로 바꿔도 제대로 항의조차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제공한 각 운송사의 위수탁계약서를 보면 “단체행동, 파업 등으로 인하여 ‘위임인의 업무 지장이 심각하게 초래되는 경우”, “불법노동조합 설립 또는 노동조합에 산발적으로 가입하였거나 단체행동을 할 징후 및 단체 행동을 하였을 때” 등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까지 계약해지 사유로 정하고 있다.

온라인배송노동자들 위수탁계약서
온라인배송노동자들 위수탁계약서ⓒ마트산업노조 제공

이에 노조 측은 대형마트 측에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형마트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을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하고 협의해야 할 대상으로, 마트 직원으로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자회견문에서, 노조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주문이 나오지 않자, 대형마트는 반강제적으로 무급으로 쉬게 했다”라며 “하지만 최근 온라인주문이 다시 늘어나자, 예정되어 있던 휴일을 없애는가 하면 갑자기 근무일수를 늘려 업무를 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배송노동자들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라며 “노동자들은 계약서를 절대로 어겨서는 안 되지만 사용자는 마음대로 어겨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강조했다.

또 “대형마트 배송노동자들은 대형마트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는 여전히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며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잇달아 교섭에 나서라고 하고 있지만, 운송사는 여전히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정부는 실태조사를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대형마트와 운송사가 교섭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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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재판장님" 사법농단, 법정의 기록](32)법복 벗고 피고인과 증인으로 만난 두 악연…‘법원의 존재 이유’를 묻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입력 : 2020.12.20 20:46 수정 : 2020.12.20 23:40

 

 

다시 처음으로 

지난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왼쪽 사진)과 판사 출신인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각각 피고인과 증인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의원이 사법농단 재판에서 증언한 것은 의혹이 불거진 지 3년10개월 만에 처음이다. 법정에선 2017년 2월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의혹을 받는 법원행정처 조치와 관련해 이 의원이 작성한 진술표를 놓고 공방이 오갔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왼쪽 사진)과 판사 출신인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각각 피고인과 증인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의원이 사법농단 재판에서 증언한 것은 의혹이 불거진 지 3년10개월 만에 처음이다. 법정에선 2017년 2월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의혹을 받는 법원행정처 조치와 관련해 이 의원이 작성한 진술표를 놓고 공방이 오갔다. 연합뉴스

 

국제인권법연구회 놓고 충돌
3년10개월 만에 법정서 만나
이탄희의 ‘진술표’ 공개에
임종헌은 ‘경위서’로 맞서
사법농단 진실 놓고 공방
 

지난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311호 중법정의 증인석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42)이 앉았다. 이 의원은 판사이던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발령받은 뒤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하려는 법원행정처 조치에 반발하고 사표를 냈다. 그는 사법농단이 세상에 알려지는 단초가 된 상징적 인물이다. 임 전 차장과 이 의원은 그 후 법복을 벗었고 두 사람은 이날 피고인과 증인이라는 서로 다른 입장으로 법정에서 마주했다. 의혹이 불거진 지 3년10개월 만이다.

사법농단은 법원 조직 전체가 함께 반성해야 하는 사건일까, 개인의 욕심이 법원에 화를 부른 사건일 뿐일까. 사표를 낸 게 “제 개인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던 이 의원은 이젠 조금 달라졌다고 했다. “사법농단을 계기로 법원이 직업윤리를 다시 세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 전 차장이 판사 시절 많이 말했다는 ‘법원은 판사들의 것’ ‘우리는 그 법원을 위해서 일한다’는 것에 이 의원은 동의할 수 없다고도 했다. “법원은 국민의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차장과 공모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측은 사법농단의 성격을 임 전 차장 ‘개인의 욕심’에서 기인한 것으로 규정한다. 자신이 대법관이 될 수 있는 키를 갖고 있던 대법원장과 청와대에 잘 보이기 위해 임 전 차장이 각종 부적절한 일을 벌였다는 취지다. 이 전 실장은 물론 양승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들도 몰랐던, 임 전 차장만의 독자 행동이라고 했다.

■ 진술표에 빼곡히 적힌 2017년 2월 

재판에선 이 의원이 사법농단에 대한 대법원의 1차 자체 조사 때 작성했다는 ‘진술표’가 공개됐다. 대법원장 인사권의 문제를 짚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를 기획할 때부터, 법원행정처로 인사발령난 뒤 연구회 와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 대화한 날짜와 시간·장소, 상대방, 어떤 수단으로 대화했는지, 대화 내용이 상세히 담겨 있다. 이 의원은 경험한 사실을 아주 면밀하게 진술표에 적었다고 했다.

진술표에 의하면, 2017년 1월15일 이수진 당시 부장판사(현 민주당 의원)가 두 차례 전화 통화에서 말했다는 내용은 이렇게 적혀 있다. “행정처 높은 분에게서 내게 전화가 왔다. 나보고 연구회에 전달하라는 취지인 것 같다. 학술대회를 대법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학술대회 안 했으면 한다.” 이수진 의원은 법정에 나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학술대회를 막으라고 했다”며 “(저는) 막으면 안 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민걸 전 행정처 기조실장
“임 전 차장 사욕이 화 불러”
법원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이 전 상임위원은 이탄희 의원에게도 전화해 학술대회를 철저히 법원 내부 행사로 진행하고, 언론에 보도되지 않게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진술표엔 나온다. 2017년 2월14일 대법원 사무실에선 이런 말을 했다고 돼 있다. “행정처는 정보를 취합하는 소스가 엄청나게 넓다. 연구회 모임에서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 내용도 다 알고 있다. 기조실 컴퓨터에 보면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파일들이 있다. (…) 판사들 뒷조사한 파일들이 나올 텐데 놀라지 말고, 좋은 취지에서 한 거니까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 ‘뒷조사 파일’과 관련해 이 전 상임위원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에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임 전 차장이 스스로 책임을 수긍한 것으로 이해되는 대목들도 있다. 이 의원이 사표를 낸 뒤 전화 통화에서 법원행정처의 연구회 중복가입 금지조치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타깃으로 한 정책 결정이라고 들었다는 말을 하자, 임 전 차장이 ‘그 부분은 내 책임 50% 인정한다’고 답했다는 부분이다. 이 의원은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는 외부로부터 사법부의 존립을 수호한다. 그래서 결집을 해야 한다. 그런데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일부 정치적인 판사들이 오히려 행정처를 와해 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라고 설명했다고 했다.

임 전 차장 측은 이 의원이 당시 격앙되고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서 상황을 다소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이라는 취지로 신문했다.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은 프레임일 뿐, 법관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명단을 행정처에서 작성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전 상임위원의 말은 ‘지시’가 아니라 ‘부탁’이라며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해서 질책이나 불이익을 받은 적도 없지 않느냐고 따졌다.

임 전 차장은 30분가량 직접 이 의원을 신문했다. 이 의원이 진술표를 작성했을 시기 자신도 나름의 ‘경위서’를 작성했다며 진술표와 경위서 내용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역시 당시 경험하거나 인식한 내용을 경위서로 작성해서 제출했습니다. (경위서 내용을) 지금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당시엔 기억을 토대로 작성된 것임이 분명합니다. (…) 경위서엔 피고인이 증인에게 ‘법원행정처는 국회·행정부·언론 등 대외관계에서 법원 입장을 대변하고 기관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기본 역할이기 때문에 법원행정처 전체 업무 중 연구회 관련 업무는 극히 미약하다, 증인이 직접 법원행정처에 부임해서 근무해보면 오해가 해소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기재돼 있는데 증인은 혹시 이런 말을 들은 기억은 없나요?”(임 전 차장)

“없습니다. 그 당시 그렇게 차분하게 대화하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이 의원)

“경위서엔 또 피고인이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키는 게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설령 (연구회가) 없어져도 그와 유사한 단체가 필연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없애는 과정에서 내부 반발 등이 심각할 텐데 어떻게 없애겠냐’ 이런 말을 했다고 돼 있는데 기억 안 나시나요?”

“오래돼서 구체적 기억은 없습니다.”

이 의원은 연구회 중복가입 금지조치가 직권남용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당시 생각했다고 했다. “법적인 본질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라고 생각했습니다. 중복가입 해소조치의 정당성을 허위로 알리라는 지시는 불법적인 행동에 동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하지 않은 것입니다.”(이 의원)

대법원 법원전시관에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 제103조 조항이 전시돼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법원 법원전시관에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 제103조 조항이 전시돼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임종헌, 대법관 되려고 한 것 아니냐” 

지난 3일엔 임 전 차장이 이민걸 전 실장 재판에 증인으로 섰다. 임 전 차장 자신도 재판을 받는 피고인으로,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어 증언을 거부할 게 예상됐다. 그럼에도 이 전 실장 측 민병훈 변호사는 임 전 차장에게 증언을 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사법부 구성원의 자긍심과 명예’를 위해서라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 전 실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줄곧 임 전 차장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거리 두기를 해왔다.

임 전 차장은 검사와 변호인의 질문 전부에 대해 증언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증언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했다. 민 변호사는 그의 앞에서 ‘대법관’ 이야기를 꺼냈다. 임 전 차장이 자신이 대법관이 되는 데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대법원장과 청와대가 좋아할 만한 일을 수행하고, 반대로 장애가 될 수 있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법원개혁 여론은 잘라내려 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법원행정처 차장은 ‘대법관 0순위’로 불렸고, 2016년부터 양 전 대법원장 임기가 끝나는 2017년 9월까지는 대법관 3명이 바뀌는 시기였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후보추천위원회가 있지만 사실상 대법원장이 낙점하고 청와대가 선호하는 사람이 대법관 후보가 됐다.

“증인은 법원행정처 차장으로서 대법원장으로부터 대법관으로 제청되기에 가장 좋은 보직에 있었고 국제인권법연구회라는 걸림돌을 제거할 필요가 있었으며 인사검증 과정을 책임지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 3월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는 상황에서 (문제점을) 검토한 것은 증인의 대법관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데 맞습니까?”(민 변호사)


민 변호사의 신문을 듣던 임 전 차장은 증언의 막바지에 이르러 소회를 밝혔다. “최근 중남미 어느 국가에서 대통령을 역임한 가난한 노정객이 정계를 은퇴하면서 국민들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그분이 한 말을 제 상황에 빗대어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제가 육십 평생 살아오면서 내 마음의 정원에 남에 대한 증오를 심지 않았습니다. 인간들이 타인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갖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살아오면서 가지게 된 큰 교훈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린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지난 10월 정계를 은퇴하면서 한 연설을 따온 것이다. 법적 책임을 면하려 자신을 대법관 자리에 욕심낸 사람으로 추궁한 이 전 실장 측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은 이탄희 의원을 신문하면서도 “진실공방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202046005&code=940301#csidx465e546e78e1d429478babae3c2de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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