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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폐쇄 5년, 즉각 재개 선언하라"

개성공단비대위, "못할거면 차라리 청산하라" 항의·요구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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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0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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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폐쇄 5년에 즈음해 개성공단비대위는 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성공단 재개를 즉각 선언하라. 못할거면 청산하고 보장하라'고 항의하고 요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개성공단 폐쇄 5년에 즈음해 개성공단비대위는 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성공단 재개를 즉각 선언하라. 못할거면 청산하고 보장하라'고 항의하고 요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개성공단 재개 즉각 선언하라. 못할거면 청산하고 보상하라."

폐쇄 5년이 되었지만 재개 전망이 불투명한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이 정부를 향해 더 이상 희망고문을 하지 말고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하던지, 못한다면 차라리 청산절차를 밟자고, 항의하고 요구했다.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개성공단비대위, 대표 공동위원장 정기섭)는 9일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성공단 폐쇄 5년, 개성공단비대위 입장문'을 통해 "지금까지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를 선언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자주적으로 개성공단 재개선언 조차 하지 못한다면 이제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개성공단의 청산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기업인들이 바라는 바는 "정부가 개성공단을 재개할 의지가 확고함을 분명히 밝혀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보상법률이 없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보상을 하지 않고 있지만,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 제한의 경우에도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헌법 제23조에 따라 개성공단기업들의 피해보상을 위한 정부입법의 특법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 서한에서도 "정부의 위법한 공단폐쇄로 인해 입은 막대한 피해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고 실제 피해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보험금 위주의 대출성 지원을 받았지만 곧 개성공단이 열릴 것이란 희망으로 버티고 기다려왔다"며 지난 5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개성공단 재개에 미국의 동의를 구해야만 하는 우리 정부의 어려움을 안다"고 하면서 "그러나 지난 정부의 위법한 공단폐쇄 조치로 유발된 피해를 떠안고 하루 하루, 한해 한해 힘겹게 버티고 견뎌 온 개성기업들에게 기약없이 기다리라고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정부의 공단재개 의지라도 밝혀주셔야 한다고 믿는다"고 거듭 공단 재개 선언을 촉구했다.

개성공단비대위는 재겅공단 재개 즉각 선언 등 요구사항을 담아 청와대에 전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개성공단비대위는 재겅공단 재개 즉각 선언 등 요구사항을 담아 청와대에 전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통일부는 개성공단 중단 5년 정부 입장을 묻는 기자단 질문에 "정부는 그간 개성공단 재개 여건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 내는데 어려움도 있었고,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며 "개성공단이 중단된지 5년이 도래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개성공단 재개는 2018년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인 만큼, 남북이 함께 공단 재개의 여건을 마련하여 합의가 이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이 복원되는 가운데, 개성공단 재개를 논의할 수 있는 날이 조속히 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통일부의 이날 입장은 △2016년 2월 10일 일방적 공단 폐쇄에 대한 정부의 책임 △관련 기업인들의 재산상 손실에 대한 보상 △공단 재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계획 등 개성공단비대위가 묻고 요구한 핵심은 다 빠진 것이어서 매우 아쉽다.

개성공단비대위는 특히 "2018년 초 유동자산 피해에 대해 추가지원을 무기삼아 입주기업들의 의사에 반해 개성기업들이 투자자산 및 유동자산 피해에 대한 정부지원에 대해 이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확인서를 받고 마치 기업피해지원을 원만히 마무리한 것처럼 포장"했다며, 이는 기획재정부와 통일부의 횡포였다고 지적했다.

공단재개 못할거면 청산하고 피해보상하라!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9대로 제한된 차량이 임진각 통일대교까지 차량시위를 벌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개성공단비대위는 개성공단 재개선언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매단 차량 9대로 인근 종로구 효자공영주차장을 출발해 서대문사거리, 합정역, 자유로를 거쳐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까지 이동하는 차량 시위를 진행한다.

이후 임진각 디엠지생태관광지원센터에서 열리는 '개성공단재개선언 범국민연대회의' 출범식에 개성공단 재개선언을 지지하는 각계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개성공단 폐쇄 5년,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입장문(전문)

개성공단 폐쇄 5년, 우리 기업들은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공단 재개는 기약이 없고 납북교류협력은 모두 닫혔다. 5년 동안 우리 개성기업인들은 하나둘씩 쓰러져갔지만 위법한 공단 폐쇄에 대해 정부의 어느 누구도 사과하거나 책임지지 않았고 우리는 잊혀진 존재가 됐다.

정부정책 변경으로 발생한 국민의 재산권 제한손실에 대해 헌법23조는 법률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보상법률이 없어서 정부는 보상하지 않았다. 5년 동안 우리는 하루하루, 한 해 한 해 힙겹게 버티며 참고 기다렸다. 정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부가 개성공단 재개를 즉각 선언하고 실질적으로 공단이 재가동 할 때까지 기업이 생존할 수 있도록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를 선언하지 않고 있다. 우리 기업인들이 바라는 것은 정부가 개성공단을 재개할 의지가 확고함을 분명히 밝혀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미국의 지나친 관여로 자주적으로 개성공단 재개 선언조차 하지 못한다면 이제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개성공단의 청산을 요구한다. 정부는 개성공단을 청산하고 개성공단기업 피해보상을 위한 특별법을 정부입법으로 제정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과 보장약속을 믿고 투자한 우리에게 지난 정부 위정자의 갑작스런 정책변경과 강제적 폐쇄조치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정부는 마땅히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를 즉각 선언하라.

2. 정부는 기업이 생존할 수 있도록 지원대책을 마련하라.

3. 잘못된 판단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한 책임자를 처벌하라.

4. 위 요구사항을 정부가 수용하지 못한다면 정부는 개성공단을 청산하라.

5. 지난 정부의 중대한 판단실책과 돌발적인 정책변경으로 발생한 기업피해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요구한다.

 

2021년 2월 9일

개성공단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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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손소독제 제품들서 '독성물질' 메탄올 검출 첫 확인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입력 : 2021.02.09 06:00 수정 : 2021.02.09 09:39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민들이 자주 사용하는 손소독제 다수에 실명, 신경계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물질 메탄올이 포함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어린이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있는 손소독제 제조공정을 철저히 관리하는 동시에 시민들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고영림 교수 등 연구진은 시중에 유통 중인 손소독제 34종을 구매해 성분을 분석한 결과, 33개 제품에서 메탄올이 확인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지난달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발표했다. 해외에서는 지난해 메탄올이 포함된 손소독제가 판매 중지되는 사례가 있었지만, 국내에서 다수의 손소독제에 메탄올이 함유됐다고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3월 한 건물의 엘리베이터에 비치돼 있는 손소독제의 모습. 김영민기자.

지난해 3월 한 건물의 엘리베이터에 비치돼 있는 손소독제의 모습. 김영민기자.

 

33개 제품 중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물티슈 내 메탄올 함량 기준치인 20ppm이 넘는 메탄올이 검출된 제품은 14개로 집계됐다. 메탄올 농도가 가장 높은 제품의 경우 기준치의 28배가 넘는 567.02ppm이 나왔다. 연구진이 이번 분석 결과를 물티슈 기준치와 비교한 것은 국내에 손소독제 메탄올 함량에 대한 기준치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2017년 식약처는 이 기준치를 넘은 메탄올을 함유한 물티슈를 판매 중지하고 회수 명령을 내렸다.

손소독제에 든 메탄올 성분은 눈이나 입, 피부로 흡수되거나 강한 휘발성으로 인해 코로 흡입될 수 있다. 연구진은 엘리베이터 같은 좁은 공간에서 손소독제를 반복적으로 수십회 사용할 경우 미국 정부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ACGIH)의 단시간 노출허용기준(STEL)인 250ppm의 10% 정도의 메탄올에 노출된다고 밝혔다. 이는 체중이 적고 호흡량이 많은 유·소아들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한 양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만성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물질의 위험성은 해당 물질이 지닌 유해성(독성)과 얼마큼 자주 해당 물질에 노출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손소독제에 든 메탄올의 함량이 매우 낮더라도 메탄올의 독성이 매우 높고 많은 시민들이 빈번히 손소독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많은 이들이 메탄올로 인한 건강 악영향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어린이들은 낮은 농도에서도 어른보다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무색의 액체인 메탄올은 매우 독성이 강한 물질로 식약처는 지난해 9월 배포한 ‘손소독제 안전사용을 위한 질의응답’ 자료에서 메탄올에 오염된 손소독제를 사용할 경우 중독 위험이 있으며, 삼키는 경우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식약처는 이 자료에서 “메탄올에 노출되는 경우 구토, 시력 흐림, 실명, 발작, 신경계 손상 및 사망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탄올과 비슷한 성질을 지닌 메탄올은 다른 물질을 녹일 때 사용하는 유기용매로 자동차 워셔액, 부동액, 향수, 포름알데히드 용액, 페인트 제거제, 세제, 살균제, 소독제 및 공업용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된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FDA)의 메탄올 성분이 확인된 손소독제 77종을 회수 조치했고, 메탄올이 든 손소독제를 마시고 최소 7명이 사망했다. 또 3명은 중태, 3명은 시력 감퇴, 1명이 영구실명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한 가정에서 소독을 위해 메탄올 희석액을 실내에 분무했다가 가족 전체가 구토,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실려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2016년에는 인천의 한 사업장에서 파견노동자들이 메탄올에 노출돼 실명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한국소비자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유통되는 15종의 손소독제를 분석한 결과 메탄올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당시에도 메탄올이 전혀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량한계 미만의 메탄올만 검출되었기 때문에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량한계란 어떤 물질에 포함된 성분의 양을 분석할 때 신뢰할 수 있는 최저의 양이나 농도다. 학계에서는 정량한계 미만으로 검출되었을 경우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수준의 낮은 수치라고 여겨 검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제품의 경우 같은 제품 내에서도 특정 물질의 농도가 크게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지난 5일 현재 1627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것으로 확인된 가습기살균제의 경우 유독물질 농도가 같은 제품끼리도 최대 19~32배가량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이번 손소독제에서 검출된 메탄올은 업체들이 에탄올 대신 고의로 넣은 것이 아니라 제조공정에서 생긴 불순물인 것으로 추정된다. 메탄올이 검출된 모든 제품에서 함량은 1% 미만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을지대 연구진은 논문에서 정부는 손소독제의 메탄올 함량 기준을 마련하고, 제조업체들도 메탄올이 함유되지 않도록 원료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진은 소비자들이 손소독제를 오남용하지 않도록, 특히 어린이들에게 적절한 사용방법을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공장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손 소독제 용기. 어른이 쓰기 쉽도록 대개 지면에서 1m 높이에 설치되다보니 아동들의 눈에 소독제가 들어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텍사스대 제공

공공장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손 소독제 용기. 어른이 쓰기 쉽도록 대개 지면에서 1m 높이에 설치되다보니 아동들의 눈에 소독제가 들어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텍사스대 제공

국내외 전문가들은 메탄올이 든 손소독제뿐 아니라 에탄올만 포함된 제품도 오남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에서는 빌딩이나 상점 입구, 심지어는 가정에서도 손소독제를 비치해 놓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FDA는 물과 비누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해 6월 배포한 메탄올 함유 손소독제 관련 주간리포트에도 알코올을 기반으로 한 손소독제의 섭취를 방지하도록 지속적으로 경고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포함돼 있다.

어린이들의 경우 에탄올만 들어있는 손소독제 역시 어른의 보호하에 사용해야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연구진은 지난달 말 자국의 독성물질통제센터(PCC) 자료를 분석해 손 소독제에 의한 아동의 안구 손상사고 비율이 한 해 사이 7배나 늘었다고 밝혔다. 로스차일드 재단병원 등 연구진은 손 소독제에 의한 아동의 안구 손상이 늘어난 건 공공장소에 손 소독제가 비치되는 일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 공공장소에서 손 소독제 때문에 아동이 안구를 다친 사례는 모두 63건이었는데, 2019년에는 한 건도 없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6월 대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비치된 손 소독제로 인해 5세 아동이 눈에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공장소에서 손 소독제가 어른이 쓰기 편한 위치에 비치되는 일이 많아 이를 사용하던 아이들의 눈에 튀는 사고 위험이 있다. 손 소독제에는 에탄올이 60% 이상 들어가는데 에탄올이 안구에 접촉하면 각막의 상피가 벗겨지고, 극심한 고통을 유발한다. 적절히 대처하지 않으면 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식약처는 “어린이는 소량의 손소독제를 마셔도 알코올 중독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손소독제를 어린이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고 어린이가 사용 시 보호자가 주의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또한 “유아는 피부가 약하고 민감하기 때문에 알코올 제제인 일반적인 손소독제 사용 시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어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2090600011&code=610103#csidx7bcdb17c05ce87a86783d170bb73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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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랫줄에 홍어 너는 집, 올해는 구경도 힘듭니다

[슬기로운 코로나 명절] '차례상' 대신 '언택트' 택한 사람들... 영상통화에 적응하는 시골마을 21.02.09 07:56l최종 업데이트 21.02.09 07:56l오창경(och0290) 

'가족이라도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다르면 5인 이상 집합 금지', 2021년 설의 특징입니다. 감염의 위험을 줄이려면 덜 모이고 적게 모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따라 명절 문화에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성묘를 하고, 영상통화로 안부를 묻고, 온라인으로 새뱃돈을 준다는데요. 전통적인 명절의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시민기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편집자말]
지난 추석 차례상 풍성한 명절 차례상이 언제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새로운 문화가 자리잡게 될지 모르겠다.
▲ 지난 추석 차례상 풍성한 명절 차례상이 언제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새로운 문화가 자리잡게 될지 모르겠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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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날씨는 여전히 춥다. 바람이 불어 어깨가 더 움츠러든다. 그 바람 속에 봄이 미세하게 묻어나고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을 여기서 써먹어야 할지 잠시 망설여본다. 전염병 상황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 1년을 훌쩍 넘어서더니 코로나와 함께 맞이하는 세 번째 명절을 앞두고 있다. 감염병의 확산 위기 상황에서 또 다시 맞이하는 시골 마을의 명절 분위기는 더 이상 가라앉을 바닥이 없을 정도다.

시골 마을 마당 빨랫줄에 난데없이 홍어가 걸리기 시작하면 명절이 임박했다는 징조다. 홍어는 우리 고장 제례에서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생선이다. 홍어찜은 명절이나 제례가 돌아오기 전에 미리 꾸들꾸들하게 말려놓았다가 양념을 끼얹어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이다. 올해는 집집마다 담 너머로 서로 큰 홍어를 장만한 것을 자랑하듯 말리던 흔한 풍경이 보이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골목에 모처럼 생기가 흐르고 여인네들의 발걸음 소리가 경쾌해지는 때가 명절을 앞둔 즈음이다. 외지로 흩어졌던 자식들이 다 모여 한 상에서 밥 먹고 떠들썩하게 지내는, 1년에 몇 안 되는 날 중에 하나인 날이 다가오고 있다. 

 

며느리들은 시댁을 향한 발걸음이 무겁겠지만 시골의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손수 장만한 음식들을 조금이라도 더 먹이고 싶고, 커나가는 손주들 모습을 보며 흐뭇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날을 기다린다. 전염병의 상황이 종료되지 않는 한, 앞으로 이런 평범한 명절을 앞둔 일상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이번 설 연휴에 거주지가 다른 가족이 5명 이상 모일 경우 방역수칙 위반에 해당돼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달 31일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는 설 연휴 기간에도 예외 없이 적용한다"며 "직계 가족도 거주지가 다른 경우에는 5인 이상 모임을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조상님 뵙는 것보다 병원 신세 안 지는 게 더 중하지"
 
 지난 2일 부여군 홍산면 장날 풍경. 평소대로라면 대목장이 되었을 홍산장날 모습이 스산하다 못해 참담하다.
▲  지난 2일 부여군 홍산면 장날 풍경. 평소대로라면 대목장이 되었을 홍산장날 모습이 스산하다 못해 참담하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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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부여군 홍산면의 홍산장을 찾아가 보았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 이후 시골 마을의 5일 장터는 더 빠르게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어제까지 하품을 하던 장꾼들의 눈빛이 잠시나마 초롱초롱해지고 좌판의 과일들이 윤기가 돌기 시작하면 시골 장터에 '대목장'이 돌아오고 있다는 뜻이다.

설 대목을 앞두고 있기에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장으로 향했다. 슬픈 예감은 적중한다더니 명절 대목을 앞둔 장날 풍경은 스산하다 못해 참담했다. 시골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시그니처 이미지 중에 하나인 5일 장날 풍경이 무너지는 현장만 확인한 셈이 되었다.

외지에서 온 장사꾼들은 일찌감치 자리를 떠났고 현지 상인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물건을 사려는 사람보다 장사치들이 더 많았다. IMF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숨을 쉬는 상인들을 두고 사진만 찍어대는 마음이 더 안타까웠다.

단골 정육점에도 들러보았다.

"명절에는 소를 4~5마리씩 잡아도 모자랐는데 이번에는 겨우 한 마리밖에 못 잡았당께유. 아예 사람들이 안 돌아 댕겨유. 사람들이 고기 맛을 싹 잃어버렸나 봐유. 굶어 죽게 생겼슈."

정육점 사장은 그나마 자영업자로서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하소연을 충청도 사람 특유의 완곡함과 익살로 풀어내고 있었다. 재난 지원금이 지급됐던 지난 추석에는 고기를 사러오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외부인들의 출입을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 고기를 찾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애들을 내려오라고 한디야. 즈이덜이 온다고 해도 우리가 못 오게 했당게. 괜히 동네사람들꺼정 민폐를 끼치는 일일랑 아예 허덜 말어야지. 우리 애들이 무증상 확진자일지도 모르는 일이잖여."
 
큰사진보기IMF 때에도 홍산 장날은 이렇지 않았다. 전염병의 상황 속에  시골 5일장터는  점점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 IMF 때에도 홍산 장날은 이렇지 않았다. 전염병의 상황 속에 시골 5일장터는 점점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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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은 17번째 확진자 이후 확진자 발생이 주춤한 상태이다. 군의 철저한 방역도 한몫했겠지만 군민들의 방역 의식이 높다는 뜻이다. 그만큼 외출도 삼가고 외지인들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 자발적으로 자녀들의 방문을 일찌감치 자제시키고 있는 집들이 많았다.

코로나 초기에는 보육시설의 휴원으로 부모님 댁으로 아이들을 내려보내서 시골마을이 모처럼 아이들로 넘쳐나는 보기 드문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재택근무가 정착된 최근, 시골은 아이들은커녕 유령도 살지 않을 것 같은 마을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조상님 뵙는 일이 중하기는 허지만 혹시라도 전염병에 걸려서 식구대로 격리되고 병원 신세를 지거나 하는 것보다 더 중한 일이 어디 있겠어."

우리 동네에서 다복하기로 소문이 난 창녕 조씨 종갓집 종손도 이런 유연한 사고로 전염병의 위기에 대처하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이미 설 명절의 차례상 마련도 대폭 축소하고 자녀들의 고향 방문은 5인 이상 집합금지 방역 수칙이 나오기 전부터 막고 있었다. 노령 인구가 많은 시골에서 전염병의 유행은 치명적이었다. 부여군과 이웃한 서천군에서는 벌써 74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나비 효과인지 부여 군민들은 방역의식이 더 투철해진 것 같았다.

명절을 외지에서 오는 자녀들이 없이 지내기로 일찌감치 결정한 집들이 많아지자 명절을 앞두고 가래떡을 수십 가마니씩 빼던 떡집들이 유례 없던 불황을 맞이했다. 그동안 명절 특수를 누렸던 모든 업종들의 매출이 주춤해지고 장터의 대목장 풍경이 사라진 것이었다.

시골 부모님도 '영통'으로 차례 지내요 

"우리 캠핑장은 명절 연휴기간에 예약이 다 끝났어요. 명절 연휴에 해외로 떠나던 사람들이 캠핑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같아요."

옆 동네에서 캠핑장을 운영하는 지인에게는 이런 소식을 들었다. 명절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고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캠핑장을 찾는다고 하더니 하늘 길이 막히자 낚시 등 혼자 즐기는 레저 산업은 명절 특수를 누릴 모양이다. 가라앉는 직종이 있으면 새롭게 부상하는 업종도 생기기 마련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이미 시골마을의 명절 풍속도는 물론 사회 전반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중이다.
 
큰사진보기 고향에 내려오지 못하는 상황을 자주 영상 통화를 통해 해소하다 보니 시골 사람들의 스마트폰 사용 범위가 날로 확장되는 중이다.
▲  고향에 내려오지 못하는 상황을 자주 영상 통화를 통해 해소하다 보니 시골 사람들의 스마트폰 사용 범위가 날로 확장되는 중이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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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관찰한 시골마을의 코로나 시대의 새 풍속도 중에 하나는 시골 마을 사람들의 영상통화 사용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음식점 등에서 밥을 먹다가 자녀들의 영상통화 요청을 받기도 하고 새롭고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면 자녀들에게 영상 통화를 거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됐다. 이런 추세라면 시골마을에서 차례를 지내는 모습도 비대면 앱을 사용하거나 영상통화로 중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기의 급격한 발달에서 소외되었던 계층인 시골 사람들이 코로나 팬데믹 세상이 불러온 비대면 세상에 오히려 빨리 적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은 씨족공동체 문화와 제례를 통해 끈끈하게 이어져 내려온 가족 문화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괜찮아유. 우리에겐 영상 통화가 있으니께. 우리 새끼들이 보고 싶을 때는 이 손 안에서 다 볼 수 있는데 뭔 걱정이래유. 코로나가 빨리 끝나는 게 우선이잖어유."

딸에게 영상 통화하는 법을 배운 지인은 코로나 상황 이후 친정에 자주 오지 못하는 자녀들과 수시로 영상 통화를 하는 것으로 안부를 묻고 가족애를 달래고 있다고 한다. 전염병의 시대가 시골마을 사람들을 빠르게 스마트한 세상으로 빠져들게 하는 의외의 효과를 거두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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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먹는 문제 해결부터 첨단과학기술 발전까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2/09 09:49
  • 수정일
    2021/02/09 09:4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화제의 책] 유영구의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1.02.09 09:26
  •  
  •  수정 2021.02.09 09:27
  •  
  •  댓글 0
 

연초 내외의 관심 속에 8일간 개최된 북한의 제8차 노동당대회를 마무리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사회주의경제건설은 오늘 우리가 총력을 집중하여야 할 가장 중요한 혁명과업”이라며 “국가경제발전의 새로운 5개년계획을 반드시 수행하기 위한 결사적인 투쟁을 벌려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8차 당대회를 생중계하다시피 하던 언론의 관심은 이미 다른 곳들로 돌려진지 오래고, 북한이 과연 당 대회에서 마련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대외적인 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고 있다. 새로 등장한 미국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만이 ‘뉴스’일 따름이다.

과연 북미관계 개선이나 제재 해제라는 외부적 여건의 변화 없이 북한의 경제발전이 가능할까? 여기에 답이라도 하듯, 우리로서는 종잡기 어려운 북한 경제를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 일관되게 ‘계승’되는 맥락과 그 속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혁신’의 방향을 짚어주는 길라잡이 책이 출간됐다.

1,400쪽 역작, 내재적 접근과 도표화가 특색

유영구,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경인문화사, 2020.12. [자료사진 - 통일뉴스]
유영구,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1,2』, 경인문화사, 2020.12. [자료사진 - 통일뉴스]

유영구 전 현대사연구소 이사장의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1,2』가 그것이다. 경인문화사에서 출판한 이 역저는 1,2권이 각각 700쪽 분량으로 총 1,400여 쪽에 이른다. 한 마디로 북한경제의 이론적 기초와 현실적 과제, 기본부문과 혁신부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팩트북이자 백과전서인 셈이다.

저자는 중앙일보 북한문제 전문기자를 거쳐 월간 민족21 편집기획위원을 지낸 언론인이자 『박병엽증언록2-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공저) 등을 쓴 연구자로서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을 모두 활용”해 “사실의 힘에 천착하고자 했”다고 서문에 밝혔고 실제로 그러하다. 많은 도표와 원문 인용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히면서도 1,2권 각각 900여 개의 미주가 깨알같이 따라붙어 전문서적으로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내재적 접근법’을 활용해 ‘있는 그대로의 북한 바로보기’를 시도한 점이야말로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이고, 충실한 북한 원문자료 분석이 돋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비롯해 현지지도 행보와 지침들을 가감없이 다루고 한발 나아가 이를 도표로 일목요연하게 제시한 대목은 저자만의 특기랄 수 있다.

예를 들어 김정은 위원장이 삼지연군을 현지지도한 내용의 경우 7건의 북측 보도기사 원문 중 상당량을 그대로 싣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인민경제 선행부문과 중요공업부문의 현지지도 등’(표 3-26) 도표에는 2012년 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69건의 현지지도 일자와 활동내역, 보도 일자가 정리돼 있다.

무엇보다도 북측 주요 법률이나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 문건을 도표로 분석해 제시한 대목은 저자의 독특한 장기다. 북한의 ‘사회주의헌법’과 ‘토지법’에서 소유권의 법적 근거를 찾아 도표로 보여준다든지(표 1-17) 김정은 위원장의 ‘5.30담화’의 주요 내용을 원칙과 실리, 혁신성, 사회주의기업 책임관리제로 내용을 나누어 도표화 해(표 1-30) 제시하는 식이다.

먹는 문제 해결부터 첨단과학기술 발전까지

이 책 제1권은 북한의 경제발전전략의 중요성과 정신적 기초, 정치적 기초, 경제적 기초를 살피고, 김일성 시대, 김정일 시대, 김정은 시대로 이어지는 ‘북한 경제발전 전략노선의 변천과정’을 짚어보고 있다. 북한 경제가 놓인 기초와 역사를 종횡으로 위치짓는 것으로, 김정은 시대의 북한 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작업을 충실히 다진 셈이다. 무려 700쪽에 걸쳐.

제2권은 김정은 시대의 경제발전 전략의 방향과 과제를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와 현지지도 분석에서 출발해 기본부문과 혁신부문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기본부문은 △먹는 문제 해결 △인민생활의 획기적 향상 △인민경제 선행부문과 중요공업부문 발전 △국토관리와 환경사업 개선 △지방경제 살리기 △자력자강과 대외경제협력 확대 등 6개 분야로, 혁신부문은 △재정은행사업의 변화 모색 △첨단과학기술의 발전 △군수-민간경제의 결합 등 3개 주제로 나누어 상세히 살피고 있다.

특히 혁신부문에서 다룬 재정은행이나 군수-민간경제 결합은 다른 책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내용들이며, 첨단과학기술 분야도 인공위성과 로켓부문부터 보건의료부문까지 원문에 기초해 폭넓게 다루고 있다.

외부 전문가들을 인용한 북한의 식량배분 체계(그림 3-1)나 북한의 유일적 군수산업 지도체계(그림 3-6)와 북한의 군수공업 관리체계(그림 3-7) 등은 들여다보기 어려운 북한 내부 체계를 한눈에 보여준다.

“북 경제정책, 일관성과 합리성 확인할 수 있다”

북한 경제에 관한 한 팩트북으로 손색이 없는 이 책의 백미는 역시 저자의 시각과 전망을 27 꼭지에 담은 ‘제4장 결론: 예측과 단상’이다.

저자는 “북한이라는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식의 불가측성을 문제 삼는 의견을 접할 때가 많다”며 “북한의 전략적 노선을 체계적으로 검토한 이 책은 북한의 노선과 정책의 발향에서 불가측성이 그리 높지 않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경제정책 담론을 지속적으로 접하면 그 나름의 일관성과 합리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김일성-김정일주의의 해석권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변화하는 현실에 발맞추어 이론의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점이 북한의 사상이론전선의 특성”이라고 규정하고 “세계를 지향하고 지식경제시대에 필요한 경험을 넓히는 과정에서 설령 부작용이 일부 있더라도 긍정적 파급효과는 그 부작용을 상쇄하고 남을 것”이라며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서 ‘총대’를 매는 고위 정책당국자와 경제하자들이 더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희망사항까지 내놓고 있다.

나아가 보다 구체적으로 “해외유학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산업시찰과 현장연수(산업연수)를 정기적으로 빈번히 조직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거나 “해외의 석학·전문가·기술자들을 평양에 초청해 강연회와 토론회를 조직하면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방안 제시는 물론 “북한이 추구하는 혁신과 관련하여 아마존의 ‘끊임없는 혁신’을 탐구하는 것에서 좋은 착상을 얻을 수 있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이같은 저자의 예측과 단상들이 원리적이면서도 구체적인 것은 그만큼 그의 연구와 고민이 깊을 뿐만 아니라 지적 세계가 풍성하기 때문일 것이다. 각 장이나 절 도입부에 인용하는 고금의 명저들이나 본문에 인용되는 전문가들의 세세한 자료들까지, 전업 연구가가 아닌 저자가 얼마나 폭넓은 지적 영토를 구축하고 있고 얼마나 치열하게 저술에 임했는지 엿볼 수 있다.

물론 이 책도 어디까지나 북한의 공식 보도나 문건을 기준으로 북한 경제를 분석하고 있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직접 가서 확인해 볼 수 없는 탓에 북한 주민들의 실제 경제생활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저자도 상세히 알 길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지도에서 솔직하게 드러내는 문제점들을 통해 현장의 분위기를 접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남북 당국자들, 저자의 제안에 귀기울여 보길

김정은 위원장은 8차 당대회 ‘결론’에서 “오늘 우리 혁명의 외부적환경은 의연 준엄하고 첨예하며 앞으로도 우리의 혁명사업은 순탄하게 이루어지지 않을것”이라고 전제하고, “우리의 내부적힘을 전면적으로 정리정돈하고 재편성하며 그에 토대하여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하면서 새로운 전진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2018년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 승부수를 던진 뒤 다시 한 번 정면돌파로 새로운 전진의 길을 찾아가는 북한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펼쳐질까. 이 책을 곁에 두고 언제든 펼쳐 볼 수 있다면, 북한 경제 관련 이슈들을 점검할 수 있고 북한경제에 대한 큰틀을 세워 접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마어마한 분량에 겁먹었다면, 저자의 지혜가 압축적으로 녹아 있는 4장 결론 27꼭지부터 읽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남과 북 당국자들까지 나란히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을 통해 한 번쯤 북한 경제의 맥락을 짚어보고 저자의 제안에 귀기울여 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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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홍보 기사에 덮혀버린 노동자 사망 사고

노동자 사망 포스코, CEO ‘소통’ 행보로 도배
보수·경제신문 산재 청문회에 ‘기업 고충’ 부각... 여야 선심성 공약에 조선 ‘여당’ 비판·한겨레 ‘야당’ 비판
 
 

 

오늘의 1면 : 김명수, 미얀마, 설.

9일 아침신문이 주목한 키워드는 ‘김명수’ ‘미얀아’, 그리고 ‘설’이다. 한겨레와 동아일보는 1면 사진기사를 통해 미얀마 쿠데타 이후 시민들이 저항하는 가운데 경찰이 물대포 등 공권력을 동원해 진압하는 모습을 담았다.

보수신문은 김명수에 주목했다. 동아일보는 1면 톱 기사를 통해 최근 대법원이 단행한 법원 법관 인사를 두고 판사들 사이의 비판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본인 임명동의안에 대한 국회 인준 표결을 앞두고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직접 야당 의원을 상대로 한 로비를 부탁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소식을 1면 톱 기사로 다뤘다.

▲ 9일 아침신문 1면 모음.
▲ 9일 아침신문 1면 모음.

설을 앞두고 설 관련 기사도 1면에 나왔다. 경향신문은 “님아, 동해 망상 IC를 건너지 마오” 문구가 담긴 설연휴 고향방문 자제 현수막을 1면 사진으로 썼다. 국민일보 1면 사진은 부산에서 설 구호품을 전달하는 대한적십자사 봉사자들의 모습을 담았다.

한겨레는 ‘최숙현 사건 그 후’ 기획기사를 통해 스포츠계의 성적 지상주의와 인권 침해 문제를 조명했다. 한국일보는 “건당 12분 심사...벽돌 찍듯 날림 법안 찍어낸 국회” 기사를 내고 법안 발의 현황을 분석했다. 지난해 발의된 법안이 7164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정작 발의한 의원들조차 법안을 제대로 모른다는 지적을 담았다. 또한 아침신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고충과 백신 문제를 꾸준히 주목하고 있었다.

포스코 노동자 또 사망, 홍보 기사에 덮였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또 다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사망했다. 8일 오전 9시34분께 포항제철소에서 협력업체 직원이 기계에 몸이 끼였고, 병원에 옮겨졌지만 오전 11시께 숨졌다. 그는 철광석 등 원료를 옮기는 언로더의 컨베이어벨트 설비를 교체하는 작업을 하던 중 언로더가 갑자기 작동하면서 사고를 당했다. 

포스코 노동자 사망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한겨레는 “최근 두 달 새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노동자 2명이, 광양제철소에서 노동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사고가 발생한 언로더와 장치를 조작하는 운전실이 멀리 떨어진 곳에 있고 현장 상황을 모니터로 볼 수 있는 CCTV도 설치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김용균 판박이 사고” “가장 기본적인 안전관리 대책조차 등한시했음이 드러났다”고 했다.

▲ 9일 한겨레 기사.
▲ 9일 한겨레 기사.

그러나 이날 노동자의 사망 소식은 보수언론과 지역신문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포스코 홍보’ 기사로 덮였다. 

9일 서울지역 종합일간지 가운데 경향신문, 한겨레, 세계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등 5개 일간지가 관련 사안을 보도했다. 반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국민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 등 다수의 일간지와 경제 신문에서는 사고 소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 9일 포스코 회장의 사내 소통 행보를 담은 지역신문 보도. 다수 경북지역 신문이 이 소식을 보도했다.
▲ 9일 포스코 회장의 사내 소통 행보를 담은 지역신문 보도. 다수 경북지역 신문이 이 소식을 보도했다.

오히려 포스코가 위치한 지역 신문에서도 사고에 주목한 언론을 찾기 힘들었다. 대경일보, 경상매일, 대구신문, 경북도민일보, 경북매일, 경북신문 등은 포스코가 사내 MZ세대의 혁신 아이디어를 듣는 등 젊은 세대와 소통에 나선 소식을 다뤘다. 서울 지역 언론 가운데는 동아일보, 한국경제, 서울경제, 매일경제가 이 소식을 다뤘다. 다수의 기사는 최정우 포스코회장이 젊은 직원들과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의 사진을 썼다. 포털 네이버에서 해당 기사는 60건이 넘게 올라왔다.

지역 언론 가운데 매일신문은 1단 단신 기사로 사고 소식을 다뤘다. 다만. 포스코에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거나, 안전 관리 부실 문제가 대두된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 9일 매일신문 보도. 산재 사고 소식을 다뤘지만, 안전 문제에 대한 지적이 없다.
▲ 9일 매일신문 보도. 산재 사고 소식을 다뤘지만, 안전 문제에 대한 지적이 없다.

 

 산재 청문회에 기업 고충 전한 신문들

이런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오는 22일 산재 청문회를 개최한다. 포스코를 비롯해 현대중공업, LG디스플레이, 쿠팡 등 9개 기업 대표이사를 소환할 계획이다. 

보수신문은 산재 청문회를 비판적으로 다뤘다. 매일경제는 1면에 “국회 산재청문회, CEO 무더기 소환” 기사를 내고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기업인들을 불러세워 표심을 자극하려는 셈법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며 “당장 코로나19 대응으로 정신없는데 국회에서 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소환해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겠다는 시도 아니냐”는 익명의 재계 입장을 전했다. “또 다시 기업인 망신주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왔다”(한국경제) “CEO를 무더기로 불러 청문회를 하자는 건 지나치다는 반발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동아일보) 등 비슷한 지적이 이어졌다. 

재보선 선심성 공약 비슷한 듯 상반된 기사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야 후보자들이 선심성 공약을 잇따라 발표한 가운데 언론의 성향에 따라 이 문제를 다루는 ‘초점’에 차이를 보였다. 

이날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같은 사실’을 다뤘다.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자들이 앞다퉈 선심성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나경영’(나경원+허경영) 논란을 부른 나경원 예비후보의 1억원대 결혼출산 지원공약이 논란이 됐다. 그러자 박영선 예비후보가 “국민들은 아무 근거 없이 국가가 돈을 퍼주는 것을 그렇게 썩 좋아하지 않으신다”고 비판했다.

▲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각각 여야 비판에 초점을 맞춘 한겨레와 조선일보의 기사.
▲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각각 여야 비판에 초점을 맞춘 한겨레와 조선일보의 기사.

한겨레는 ‘“퍼주기’ 비판하던 야 서울시장 후보들, 앞다퉈 현금복지 공약” 기살를 내고 “그동안 선거용 예산 뿌리기라며 현금 지원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온 기존 야당 입장과 사뭇 다른 풍경”이라고 꼬집었다. 그간 복지 공약을 비판해온 야권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한 것이다. 

반면 조선일보는 “선심공약 쏟아낸 여, 야 공약엔 ‘퍼주기’” 기사를 내고 “선심성 공약은 여당이 더 많고 후보 단일화도 여당이 원조” “민주당이 내로남불을 하다 못해 이젠 자기부정까지 하고 있다”는 야당의 반발을 부각했다. 한겨레와는 반대로 야당 예비후보자들의 선심성 공약을 비판하는 대신, ‘퍼주기’ 비판을 한 여당이 이중적이라고 본 것이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내고 여야 모두를 비판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시중에서는 이번 보궐선거 양상을 두고 1년 임기에 공약은 대선 후보급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며 “오로지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허황된 공약만 쏟아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황희 청문회, ‘60만원 발언 역공’ ‘해외여행’ 등 도마에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온갖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황희 장관 후보자가 최근까지 46개 계좌를 개설한 점을 부각해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 자료를 인용한 기사로 황 후보자 30개, 배우자 14새, 딸 1개의 은행계좌 개설 사실을 지적했다. 황 후보자가 월 60만원을 쓴다고 발언한 데 대한 반박성 정황으로 조선일보는 “야당은 황 후보자 일가족이 월 60만원 생활비로 해마다 해외여행을 즐기고 자녀가 한 학기 학비가 2100만원에 이르는 외국인학교에 진학한 것은 앞뒤고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 황희 후보자 의혹을 다룬 경향신문, 조선일보 기사.
▲ 황희 후보자 의혹을 다룬 경향신문, 조선일보 기사.

이 외에도 언론은 2019년 말 출판기념회를 통해 모금한 7000만원으로 아파트 전세대출금을 갚은 점, 2017년 7월 국회 본회의 당시 병가를 사유로 본회의에 빠진 뒤 가족들과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사실, 공교육 중심 교육 평준화를 강조한 후보자가 딸을 1년에 4300만원 드는 외국인 학교에 보낸 점 등을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내고 “전문성과 행정 역량, 도덕성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제대로 갖추고 잇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역시 “제기된 논란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워서 기용됐다는 세간의 비판을 입증하면서 국정운영에 짐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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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닮은 꼴 핀란드, 복지국가 핀란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복지국가SOCIETY] ‘복지국가4.0 시대’를 서둘러 준비하자

미국 자본주의와 노르딕 자본주의

 

한국에서 복지국가를 말하면 철지난 노랫가락처럼 듣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김대중 정부 때부터 들어왔던 지겨운 레퍼토리라는 식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에 살고 있는 세계적인 석학이 바로 몇 달 전에 –몇 년 전이 아닌- 미국이 살아남으려면 노르딕 자본주의, 다시 말해 복지국가로 변신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세계적 석학인 그에게 복지국가는 철지난 노랫가락이 아니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현실이다. 저성장과 불평등의 심화로 시달리는 자본주의 세계의 치료제이며 백신이라는 것이다. 필립 코틀러의 말을 더 들어보자.


 

그는 신자유주의 학자들이 신봉하는 낙수효과(trickle down), 즉 부자가 돈을 많이 벌면 부의 일부가 가난한 자들에게 낙숫물처럼 떨어져 빈곤에서 벗어나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말한다. 가장 부유한 세 명의 미국인이 하위 50%보다 더 많은 부를 보유하고 있고, 2018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200명의 억만장자는 재산이 12%나 증가했지만, 최빈곤층은 오히려 11% 감소했다. 이런 사실을 들며, 그는 낙수효과인 trickle down이 아닌 정반대, 즉 가난한 사람들의 푼돈까지 부자들에게 거꾸로 올라가는 “줄어들기(trickle up)” 세상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코틀러는 신자유주의가 세계적 불황과 저성장 수렁에서 회복 불능의 상황을 만들었고, 신자유주의가 시작된 이래 “자본주의는 지난 40년 동안 서서히 자살하고 있다”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라는 글로벌 감염병 위기까지 겹쳤다. 그는 ‘미국 자본주의가 노르딕 자본주의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면 미국 국민들은 혜택을 받을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필립 코틀러 뿐만 아니다. 매년 초 세계 정상들과 유명 기업인들이 모이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창립자이며 주최자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도 같은 맥락으로 복지국가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작년 7월에 그가 발표한 책 <코로나19/거대한 리셋(COVID-19/Greate Reset)>에서 인류는 코로나19 이전 세계로 절대 돌아갈 수 없으며 리셋(Reset), 즉 체제를 재설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파했다. 슈밥이 말한 리셋은 컴퓨터가 멈추었을 때 리부팅하면 다시 작동되는 식의 단순한 복귀가 아니다.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된다는 뜻이다. 그는 신자유주의의 ‘주주 자본주의’ 시대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전환해야 한다(shifting from shareholder capitalism to stakeholder capitalism)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제46대 대통령 조 바이든도 작년 7월 유세에서 신자유주의 교주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이 주장했던, 이윤만을 추구하는 주주 자본주의 시대는 일찌감치 끝내야 했고, 이제 노동자와 지역사회와 국가에 대한 책임을 포함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가야하며, 그것은 새롭고 급진적인 개념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이해관계자라는 개념은 1984년 미국 학자인 에드워드 프리먼(Edward Freeman)에 의해 처음 주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프리먼 본인이 2013년 자신의 논문에서 이 개념을 스웨덴 경제대학의 에릭 렌만(Eric Rhenman)이 1964년에 처음 사용했다며, 자기가 만들었다는 것은 오류라며 바로 잡았다. 에릭 렌만은 스웨덴 경제 모델, 즉 노르딕 자본주의의 핵심은 기업의 발전은 주주와 경영자의 이익뿐만 아니라 공급자와 소비자, 지역사회, 지방정부, 그리고 국가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공동의 목표를 갖고 실현하는 의존적 관계에 있다고 했다.


 

핀란드 출신 저널리스트 아누 파르타넨(Anu Partanen) 역시 <뉴욕 타임스> 칼럼(2019. 12. 7)에서 세계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는 바퀴를 다시 발명할 필요는 없으며, 핀란드에서 노르딕 복지국가를 보면 된다고 조언한 적 있다.

 

새로운 복지국가 버전이 중요한 이유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위기에 빠진 지금 새로운 복지국가, 즉 복지국가4.0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 인류는 근현대사에서 복지국가1.0 버전부터 노르딕 자본주의로 상징되는 복지국가3.0 버전까지 진행해왔다.

 

1880년대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근대 복지국가의 출발인 복지국가1.0을 시작했다. 1930년대 미국을 대공황에서 벗어나게 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은 복지국가2.0 버전이다.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은 소득세, 상속세 등 세율인상으로 국가재정을 확충했고,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최저임금법을 시행했으며 빈곤퇴치를 위해 실업보험, 장애자 급여, 은퇴자 연금 같은 사회보장제도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를 기초로 미국은 1980년대 신자유주의 광풍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40년 넘게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란 역사를 써갔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미국의 레이거노믹스와 영국의 대처리즘으로 상징되는 쌍두마차가 이끄는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 복지국가2.0은 영미식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무참히 무너졌다. 지난 40년은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이 ‘재난적 자본주의(disaster capitalism)’라고 압축적으로 표현했던 시간이었다. 신자유주의와 주주 자본주의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복지국가는 크게 훼손된 채 역사의 흔적으로만 남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 북쪽의 노르딕 국가들이 1930년 대공황 이후 자신들만의 사민주의 복지국가 모델을 소중히 가꾸고 있었다. 1970년대 석유위기를 전 세계와 함께 겪고,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광풍의 영향으로 1990년대 금융위기 등 많은 어려움이 닥쳤어도 그들 나름의 버전인 노르딕 자본주의를 다듬어 갔다. 노르딕 자본주의는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노후보장연금, 유급휴가 등의 보편적 복지를 기초로, 사회적 대타협과 함께 높은 투명성과 신뢰도를 바탕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 공식을 찾아냈다. 바로 복지국가3.0 버전이다. 노르딕 자본주의는 기존 선진국이 급격한 기술발전과 세계화로 인해 중국과 동남아 등 저임금 국가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대에서도 북유럽 국가의 꾸준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인류는 노르딕 자본주의의 새로운 버전인 복지국가4.0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코로나19라는 팬더믹 이후 모든 것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클라우드 슈밥의 통찰처럼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고 있다. 복지국가4.0은 미국의 제43대 대통령 조 바이든의 당선과 함께 자본주의의 핵심 거점인 월가(Wall Street)에서부터 태풍의 눈처럼 조용하게 일어나고 있다. 월가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자산운용회사 블랙락(BlackRock)은 운용자산 규모가 7조8000억 달러(8600조 원)규모로 세계 1위이다. 올해 1월 블래락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Larry Fink)는 투자한 기업 CEO들에게 편지를 보내 ESG(환경(E), 사회(S), 거버넌스(G)) 경영을 다시 강조하면서, 특히 기후변화 대응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탄소중립을 소홀히 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거둬들이겠다는 경고도 우회적으로 전달했다.

 

코로나19 위기는 몇 년 전 빌 게이츠도 경고했듯이 환경 파괴로 인해 정글 속 깊이 잠들어 있던 바이러스들이 인간과 접촉하며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 사태를 떼어놓을 수 없다. 블랙락의 래리 핑크도 올해 CEO 편지에서 탄소중립을 뜻하는 ‘제로 (zero)’라는 단어를 19번이나 언급하며 투자 기업들에게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배출을 경계했듯이, 새로운 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은 돌이킬 수 없는 세계적 흐름으로 강고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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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3.0을 완성한 노르딕 복지국가들은 기후변화 대응에 선도적이다. 기후변화 대응의 강력한 무기인 재생에너지 비율이 스웨덴은 50%에 이르렀고, 핀란드 역시 41%로 2018년 목표인 38%를 초과 달성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유럽연합(EU) 국가들의 평균은 18%로 노르딕 국가들의 성취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마저도 한국의 5.8%와 비교하면 멀찌감치 앞서 달리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제품에 세금을 매겨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탄소세는 핀란드가 세계 최초인 1990년 시작해 30년 가까이 실시하고 있다. 핀란드는 2029년 화석연료 완전 퇴출과 함께 2035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복지국가=노르딕 경험+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한 추가적 2%


 

앞서 핀란드 저널리스트 아누 파르타넨이 비슷하게 언급했듯이, 우리는 복지국가4.0을 처음부터 발명할 필요가 없다. 핀란드 등 노르딕 국가가 완성한 복지국가3.0을 갖고 와서 거기에 포스트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해 필요한 2%만 더하면 된다. 특히, 나는 핀란드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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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이 무너진 후 한국 진보진영 일부에서 대안으로 노르딕 모델을 잠깐 주목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사민주의 복지국가 모델의 원조 국가인 스웨덴만 보았다. 스웨덴은 역사적으로 북유럽 강국이었고 사민주의의 토대가 강력해서 우리의 현실과 맞지 않았다. 그렇지만 바로 옆 나라인 핀란드는 다르다.

 

핀란드는 우리와 쌍둥이라고 착각할 만큼 많이 닮았다. 오랜 가난과 피지배 역사(스웨덴 650년, 러시아 108년)를 갖고 있다. 이웃 노르딕 나라들과 달리 혈통에 아시아 유전자가 섞여 있고, 언어체계도 우리와 같은 우랄알타이어계다. 한국전쟁과 같은 동족상잔의 이념 전쟁을 1918년에 겪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산대국 소련과 두 번에 걸친 전쟁을 치렀고, 이후 폐허 위에서 수출주도형 초고속 성장으로 종전 7년 만인 1952년 헬싱키 올림픽을 성공리에 개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의 한강의 기적과 1988년 서울 올림픽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핀란드 역시 강력한 반공주의와 국가보안법 같은 반공법으로 좌파를 탄압한 역사를 갖고 있고, 박정희 18년 독재보다 한 수 위로 26년 동안 권좌를 지킨 대통령도 있는 등 닮은 점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핀란드도 코로나19 대응 방역에 성공했다. 핀란드는 유럽 국가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월등히 적은 확진자와 희생자 수(2월 8일 월도미터 기준 누적 확진자 4만7000여 명, 사망자 688명)를 유지하며 방역에 성공하고 있다. 물론 복지국가 특유의 사회안전망으로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보호에도 문제가 없다. 통행 제한과 같은 국가적 통제 없이도 높은 시민의식으로 손소독과 마스크 착용 등을 개인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이것 역시 우리나라와 많이 닮았다.

 

한국과 차이는 복지 수준이다. 핀란드는 복지 혁신 성장, 그리고 다시 복지라는 선순환에 힘입어 세계 행복지수 1위를 3년 연속 누릴 정도로 높은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들에게 복지는 부자의 주머니를 털어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는 단순한 분배나 시혜가 아니다. 누구나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게끔 하는 촘촘한 안전망인 동시에 혁신을 위한 점프대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핀란드는 대한민국과 너무나 많이 닮았다. 단 하나 빠졌다면 복지뿐이다. 핀란드 복지국가3.0을 우리에게 이식하고,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나머지 2%를 더해 복지국가4.0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강충경은 1960년 부산 출생으로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생명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호서대 교수, 바이오융합연구소 소장, 충청남도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핀란드기업 Labmaster 기술고문 및 등기이사, ㈜바이오메트로 CTO와 ㈜펩스젠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20810211316699#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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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홍남기 반발 이유 짐작 가지만 말하기 적절치 않다”

등록 :2021-02-08 08:13수정 :2021-02-08 09:49 
 
재난지원금 선별·보편 둘다 논의…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
홍남기 부총리 공개적 반발 이유…짐작은 가지만 말하기엔 부적절
사회연대기금 기업 참여 늘리려 출연한만큼 세액공제 상향 검토
당대표가 총리보다 훨씬 힘들어…한일 해저터널? 일본선 관심없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표 임기 종료를 한 달 앞두고 최근 ‘신복지체계’ 구상을 내놓는 등 대권 도전을 겨냥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그는 5일 국회에서 진행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노동계와 재계 양쪽으로부터 모두 공격받았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 과정을 꼽았다. 또한 4차 재난지원금에 선별과 보편 지급 방식을 모두 협의하자는 자신의 제안에 대해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익공유제’의 자발적 참여를 높이기 위해선 사회연대기금에 출연금이 클수록 법인세 세액공제율을 높이고 이를 지속가능성 지수인 이에스지(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와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을 주장해왔는데, 전 국민 지급도 함께 논의하자고 했다. 입장을 바꾼 것인가?

“입장 변화 아니다. 전 국민 대상은 코로나 추이를 살피며 지급 시기를 살피겠다고 했다. 큰 틀에서 변화는 아니다.”

―추가경정(추경) 예산에 선별지급용, 전 국민 지급용을 모두 편성하고 지급 시기만 다르게 한다는 뜻인가?

“그것도 논의해봐야 한다. 세 덩어리다. 첫째, 가장 긴급한 재난지원을 어떻게 할 건가. 둘째, (영업)손실보상제가 (법적으로) 수립되면 그에 따른 보상 내지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 셋째, 코로나가 진정된 뒤 내수진작을 위해 전 국민 지원금을 어떻게 할 것인가. 추경에 전부 담을 수도 있고, 일부만 담을 수도 있다. 열어놓고 협의하자는 것이다.

―선별지원을 먼저 하고, 전 국민 지급은 나중에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동시에 이뤄진다면 바람직하지만 코로나 상황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세 덩어리를 한 번에 올려놓고 논의해서 국민께 한꺼번에 보고드린다면 예측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 같다.”

―비상한 재원조달 방법이 필요할 것 같다.

“재원조달 방안은 국채발행과 세출 구조조정 두 가지다. 두 가지를 어떻게 배합할지는 협의해야 한다.”

―재난지원금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가 왜 공개 반발했다고 보나?

“속까지 들여다보진 못했는데, 대통령도 국민 위로 차원에서 전 국민 지원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머릿속에 짐작이 없진 않지만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

―홍 부총리와 가까운 사이로 아는데 최근 이야기를 나눴나?

“통화를 두 번 했다. 제 이야기를 말씀드렸고 홍 부총리도 저에게 말씀하셨다. 사적 통화 내용을 소개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코로나19 불평등 해소 목적으로 제안한 사회연대기금 관련해 기금 출연 의사를 밝혔거나, 염두에 둔 업종이 있나?

“업종을 지목해 강제할 생각은 없다. 금융권과 이야기하고 있진 않지만 자체적으로 논의가 있는 걸로 안다.”

―참여를 끌어내려면 인센티브가 필요할 텐데?

“두 가지를 우선 생각한다. 하나는 세액공제 확대다. 또 하나는 이에스지 투자다. 법인세 세액공제의 경우 공제율을 20%로 올리고, 기여가 많아지면 (계단식으로) 인센티브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남지사 시절 해저터널을 공약했다. 국민의힘이 한-일 해저터널을 공약한 걸 두고 민주당에서 ‘친일’, ‘이적행위’라고 비판한 것이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일본은 한-일 해저터널에 관심이 없다. 한쪽은 관심도 없는데 왜 우리만 이런 문제를 꺼내기를 반복하는지 모르겠다. (친일 논란을 제기한 것은) 아마 선거 앞에 두고 그런 반응을 보인 것 같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단일화하면 민주당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처음부터 조심스러운 선거였다. 단일화는 선거판 변화니까 저희가 버거워질 것 같다. 매력적 비전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이겠다.”

―국무총리와 당 대표 중 뭐가 더 힘든가?

“대표가 훨씬 힘들다. 정치란 늘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있고 고려사항이 매우 많다.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리고 기자들은 말하기 어려운 것만 골라 물어본다. ”

―다음 달이면 대표직이 끝난다. 가장 힘들었던 일은?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게 힘들다. 양쪽 모두로부터 얻어맞으니까. 그나마 여야가 합의 처리해서 새 제도가 출범한 건 보람으로 느낀다. 처음엔 아쉬워한 분들도 개인적으로 만나면 다행이라며 고맙다고도 하신다. 이제 채워가야 한다. 우리가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을 발 빠르게 내놨고 여야가 합의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낙연 대표의 항변…“언론은 너무 서둘러 결론을 요구한다”
기자 출신에다가 대변 생활로 언론의 생리에 누구보다도 밝은 이 대표지만, 그에게 ‘대선 주자로서 또는 여당 대표로서’ 대안과 입장을 내놓으라’는 언론의 요구엔 부담이 큰 듯했다. 40여분간의 인터뷰 곳곳에서 언론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막대한 추경 재원 조달 방법으로 국채발행과 세출 구조조정 등 구체적 방법을 묻자 “협의를 해 봐야 한다”면서 “멀리뛰기 경기로 비유하자면 도움닫기 시작하기 전인데 골인 지점에 서 계신다”고 답했다. 총리와 당 대표 중 뭐가 더 힘드냐고 물었더니 “당 대표다. 정치란 늘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많고 고려 사항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기자들이 그걸 허용해주지 않고, 말하기 어려운 것만 골라서 물어본다. 대답을 안 하면 (말 안 한다고) 프레임 씌운다”고 했다.‘정치인 이낙연’의 리더십 강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해선 “무슨 강점이 있겠나. 많이 배워가고 있고 부족함이 많다. 그러나 일상적인 많은 일에 대해 끝까지 듣는다”고 답한 뒤 다시 한번 언론의 조급함을 지적했다.“언론은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저의 결론을 요구하곤, 결론을 안 내면 답답하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문제에서 결론부터 말하라고 하면 그건 민주적이지 않다.”

김원철 이지혜 기자 wonchul@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82253.html?_fr=mt1#csidx54dba57fd3d4e9ba6d893bbc6de8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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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청와대 앞 김진숙보다 검찰 인사에 10배 큰 관심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2/08 10:04
  • 수정일
    2021/02/08 10:0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검찰 인사 2면씩 할애, 400km 도보 행진한 ‘36년 복직 투쟁자’ 무보도·통신기사 대체… 검찰 인사에 “친정권 인사” 비판
 
 

 

36년 전 한진중공업에서 부당해고된 후에도 줄곧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7일, 34일 동안 복직을 주장하는 도보 행진을 끝내고 청와대에 도착했다. 암 투병 중인 그는 지난해 12월30일 부산을 출발해 청와대 앞까지 총 400여km를 걸었다. 김 지도위원에 연대하기 위해 48일 동안 단식한 이들도 단식 농성을 풀었다.

김 지도위원은 7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는 어디로 갔는가”라며 “LG트윈타워 똥물 튄 변기를 빛나게 닦다가 잘렸는가. 아니면 인천공항 대걸레만도 못한 하청에 하청노동자로 살다가 잘린 김계월(해고자)이 됐는가. 그도 아니면 20년째 최저임금 코레일 네트웍스의 해고자가 돼 서울역 찬 바닥에 앉아 김밥을 먹는가”라고 물었다. 언급된 세 곳 모두 부당해고 문제로 해고자들이 싸우고 있는 현장이다.

▲8일 전국단위 아침종합일간지 9곳 1면.
▲8일 전국단위 아침종합일간지 9곳 1면.

 

김 지도위원은 또 “왜 청년들은 비정규직으로 차별과 멸시부터 배워야 하며 페미니스트 정권에서 왜 여성들은 가장 먼저 짤리며 가장 많이 죽어가는가”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지키겠다는 정권에서 대우버스, 한국게이츠, 이스타 노동자들은 왜 무더기로 짤렸으며 쌍차와 한진 노동자들은 왜 여전히 고용불안에 시달리는가” “이주노동자들은 왜 비닐하우스에서 살다 얼어 죽어야 하는가”라고도 물었다.

이어 “함께 싸워왔던 당신이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여전히 해고자인 내가 보이십니까”라며 “최저임금에 멸시의 대명사인 청소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울며 싸우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 ‘아빠 왜 안와’라고 묻는 세 살짜리 아이에게 ‘아빠는 농성장이야’라는 말을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라고 말했다.

▲8일 경향신문 1면
▲8일 경향신문 1면
▲8일 한국일보 12면
▲8일 한국일보 12면

 

김 지도위원은 “민주주의는 싸우는 사람들이 만들어 왔다”며 “과거를 배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입술로만 민주주의를 말하는 자들이 아니라 저 혼자 강을 건너고 뗏목을 버리는 자들이 아니라 싸우는 우리가 피 흘리며 여기까지 온 게 이 나라 민주주의”라고도 말했다.

8일 김 지도위원의 400km 도보 행진 마무리를 다룬 신문 보도 비중은 적었다. 전국단위 아침 종합일간지 9곳 중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기사를 싣지 않았다. 동아일보, 세계일보 등은 통신사에서 받은 사진기사로 보도했다. 대부분 2면에 걸쳐 7일 검찰 인사 기사를 낸 지면 비중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동아일보 14면
▲동아일보 14면
▲세계일보 10면
▲세계일보 10면

 

경향신문, 한겨레 등은 한진중공업 노사의 교섭 결렬 상황을 전했다. 지난 4일 김 지도위원 복직을 두고 노사가 12시간 가까이 교섭했으나 양측은 이견만 확인했고 8일 교섭을 재개한다. 사측인 김 지도위원의 해고 부당성을 부인하면서 복직시 대표이사가 배임 혐의를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복직이 아닌 재입사 처리를 제안하며 위로금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간부 소폭 개각, 이성윤 유임… ‘추라인’ ‘친정권’ 비판 거세

8일 9개 신문 1면 머리기사는 검찰 인사 분석이다. 법무부가 검사장급 고위 검찰 간부의 소폭 전보 인사를 단행하자 언론은 ‘추 라인’ 혹은 ‘친정권 인사’라고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법무부는 7일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을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심재철 전 검찰국장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전보했다. 대검 기획조정부장에는 조종태 춘천지검 검사장이, 춘천지검장에는 김지용 서울고검차장이 이동했다. 이번 인사로 자리를 옮긴 검사장은 이들 4명뿐이다.

▲8일 국민 1면
▲8일 국민 1면
▲8일 조선 1면
▲8일 조선 1면
▲8일 중앙 3면
▲8일 중앙 3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유임됐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었던 대검의 이종근 형사부장과 이정현 공공수사부장,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 및. 윤 총장 징계 국면 당시 윤 총장 입장에 섰던 조남관 대검 차장도 유임됐다. 법무부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이두봉 대전지검장도 유임했다.

동아일보는 “검찰 내부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이 형식과 실질 모두 반영되지 못한, 추미애 전 장관의 ‘윤석열 고립시키기’가 반복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 고위 인사를 두고 윤 총장과 여권이 극심한 온도차를 보이자 인사 규모 최소화로 가닥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도 법조계와 검찰 안팎의 여론이라며 “박범계 장관 체제는 결국 ‘추미애 시즌 2’”라거나 “이미 중용된 친정권 검찰 간부들에게 임기 종반을 맞는 문재인 정부의 ‘방패막이’ 역할을 또다시 맡긴 것”이란 평가를 전했다.

▲8일 한겨레 3면
▲8일 한겨레 3면

 

한겨레는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과 이정후 검찰국장이 자리를 맞바꾼 것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며 “검찰 인사와 예산을 쥐고 있는 검찰국장뿐 아니라 서울남부지검장도 라임 정관계 로비 의혹 등 주요 사건이 있어 매우 중요한 보직이다. 결국 정권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검찰 간부는 극소수인 현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김명수 거짓말’만큼 중요한 ‘위헌 판사’들

재판 개입, 사법행정권 남용 등의 사법농단 혐의로 기소됐던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의 법관 탄핵 심리를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임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여론의 관심이 김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 의혹에도 쏠린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15년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2019년 3월 기소됐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혐의에 대해선 무죄 선고했으나 “재판관여 행위는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단을 내렸다.

▲8일 서울 5면
▲8일 서울 5면
▲8일 세계 3면
▲8일 세계 3면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김 대법원장에 사표를 냈으나 불분명한 이유로 수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김 대법원장이 ‘내가 사표를 받으면 (임 부장판사가) 탄핵이 안 되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한 녹음파일을 언론 등에 공개했다.

이를 시작으로 7일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진정서를 냈다. 국민의 힘 등 야권을 중심으로 여권과의 탄핵 교감 의혹도 나온다.

서울신문은 “일각에선 손가락(거짓말)이 아닌 달(사법농단 판사 탄핵)을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동시에 정작 사법개혁을 위해 김 대법원장이 한 게 무엇이냐는 반문도 나온다”고 비판했다. 김 대법원장이 사법농단과 관련한 법원 내부 개혁에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이다.

▲8일 한겨레 8면
▲8일 한겨레 8면

 

9개 신문 대부분이 김 대법원장 해명과 처신의 부적절성에 집중한 가운데 한겨레는 헌법재판소가 임 부장판사의 탄핵 심리에 돌입했다고 조명했다. 한겨레는 “헌재는 임 부장판사의 1심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내용을 우선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사법부 스스로 헌법위반 행위자라고 인정한 법관에 대해 탄핵소추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이유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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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km 도보행진 마친 김진숙 “문재인 대통령님 내가 보이십니까. 싸우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

‘김진숙 복직 촉구’ 희망 뚜벅이 400㎞ 도보행진 34일만에 마무리

윤정헌 기자 yjh@vop.co.kr
발행 2021-02-07 20:01:23
수정 2021-02-08 08: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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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7일 서울 흑석역에서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뚜벅이와 청와대까지 한진중공업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 40일차 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출발했다.  2021.02.07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7일 서울 흑석역에서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뚜벅이와 청와대까지 한진중공업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 40일차 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출발했다. 2021.02.07ⓒ김철수 기자
 
 34일간에 걸친 '김진숙 희망 뚜벅이(희망 뚜벅이)' 행진이 끝났다. 행렬은 청와대에 닿았지만, 대답은 없었다. 400km를 걸어 청와대 앞에 선 김진숙 지도위원은 그 옛날 자신의 처지와 전혀 다르지 않은 오늘의 노동자들을 청와대 앞에서 불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님 내가 보이십니까.” “싸우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

7일 오전 11시께 서울시 동작구 흑석역에서 출발한 희망 뚜벅이는 한강대교, 한진중공업 본사, 서울역, 광화문 등을 거쳐 오후 2시 40분께 청와대 앞에 도착했다.

이날 행진에는 코레일네트웍스, 아시아나KO, LG트윈타워, 아사히글라스, 쌍용자동차, 대우버스, 한국게이츠 등 해고노동자들과 시민들 1,300여명이 함께했다. 행진 출발 당시 700여명 정도였던 행진 인원은 청와대에 도착할 당시엔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의 손에는 '복직 없는 정년 없다', '김진숙 복직' 등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손 피켓이 들려 있었다.

다만 흑석역부터 서울역까지만 행진 허가가 났던 만큼 김 지도위원을 비롯한 행진 참가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청와대까지 걸어야 했다.

청와대에 도착한 김 지도위원은 가장 먼저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에 있는 단식농성장을 찾았다. 송경동 시인, 신영섭 신부 등 7명으로 구성된 '리멤버 희망버스 단식단'은 지난해 12월 22일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복직 기원 희망뚜벅 행진 마지막 날인 7일 오후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서울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도착하여 47일째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02.07
복직 기원 희망뚜벅 행진 마지막 날인 7일 오후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서울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도착하여 47일째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02.07ⓒ김철수 기자
복직 기원 희망뚜벅 행진 마지막 날인 7일 오후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서울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도착하여 관계자들 및 48일째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눈물 짓고 있다.  2021.03.07
복직 기원 희망뚜벅 행진 마지막 날인 7일 오후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서울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도착하여 관계자들 및 48일째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눈물 짓고 있다. 2021.03.07ⓒ김철수 기자

“지난 36년간 나는 자본에게 권력에게만 보이지 않는 유령이었다”

단식단 한명 한명과 뜨거운 포옹을 나눈 김 지도위원은 34일간 도보행진을 마치는 기자회견에 단식단과 함께 나섰다.

김 지도위원은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지키겠다는 정권에서 대우버스, 한국게이츠, 이스타노동자들은 왜 무더기로 잘렸으며, 쌍차와 한진노동자들은 왜 여전히 고용불안에 시달리는가"라며 "그 대답을 듣고 싶어 34일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그 약속들이 왜 지켜지지 않는지 묻고 싶어 천릿길을 걸어 여기에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 36년간 나는 유령이었다. 자본에게 권력에게만 보이지 않는 나는 유령이었다"며 "문재인 대통령님 내가 보이십니까. 함께 싸워왔던 당신이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해고자인 이 김진숙이 보이십니까"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김 지도위원은 "과거를 배반한 자들이 아니라 입술로만 민주주의를 말하는 자들이 아니라 저 혼자 강을 건너고 뗏목을 태워버린 자들이 아니라 싸우는 우리가 피 흘리며 여기까지 온 게 민주주의"라며 "뼈를 깎고 살을 태우며 단식하신 동지들 고생 많으셨다. 앞으로 얼마나 더 먼 길을 가야 할지 모르는 우리들 포기하지 말다"고 당부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7일 서울 흑석역에서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뚜벅이와 청와대까지 한진중공업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 40일차 마지막 행진을 마친뒤 발언을. 하고 있다.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출발했다.  2021.02.07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7일 서울 흑석역에서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뚜벅이와 청와대까지 한진중공업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 40일차 마지막 행진을 마친뒤 발언을. 하고 있다.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출발했다. 2021.02.07ⓒ김철수 기자

김 지도위원은 지난 1986년 노조 집행부의 어용성을 폭로하는 안내 글을 제작·배포했다는 이유로 대공분실에 3차례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당시 회사는 이를 무단결근이라고 주장하며 김 지도위원을 해고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2009년 11월 김 지도위원의 해고가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것임을 인정하고 회사에 복직을 권고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아직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한진중공업 노사는 김 지도위원 복직을 두고 첫 교섭을 벌였지만, 사측이 복직 대신 재입사 뒤 임원들이 모은 위로금을 전달하는 방식을 고수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복직 기원 희망뚜벅 행진 마지막 날인 7일 오후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서울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도착하여 관계자들 및 48일째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서고 있다.  2021.02.07
복직 기원 희망뚜벅 행진 마지막 날인 7일 오후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서울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도착하여 관계자들 및 48일째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서고 있다. 2021.02.07ⓒ김철수 기자
단식농성 노동자 배웅하는 김진숙 지도위원
단식농성 노동자 배웅하는 김진숙 지도위원ⓒ뉴시스

“김진숙 노동자의 인간적 존엄과 복직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다”

리멤버 단식단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김우 권리찾기유니온 활동가는 "단식농성의 하루하루가 보람이고 기쁨이었다. 연대자들이 말하는 빚진 부채감에 미안한 마음, 헌신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고마운 마음, 딱 제 마음이었다"며 "굴복과 굴종을 모르는 삶, 패배와 후퇴를 모르는 삶, 자신의 온 삶으로 연대의 소중함 일깨우는 김진숙 동지에 고맙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속에 있는 모든 편견과 우리 속에 있는 모든 색깔을 하나로 통합하고 하나로 만들어갈 때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을 이번 투쟁 속에서 깨달았다"며 "동지 여러분 절망하지도 포기하지도 맙시다. 힘차게 전진하고 투쟁하자"고 강조했다.

노동종교시민사회를 대표해 참석한 송경용 신부는 김 지도위원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송 신부는 "오늘 이 자리에 서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명예회복, 복직 위해 금속노조 대표자들과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고 협상했다"면서 "최소한 김 지도위원이 경기도 입성하기 전에 끝내자고, 그리고 마지막엔 서울 입성하기 전에 끝내자고 혼신의 힘 다했지만 부족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종교노동시민사회는 김진숙 노동자의 인간적 존엄과 복직 통한 명예회복을 위해 끝까지 국가공권력의 폭력에 의한 인권유린에 대한 사과, 복직, 그에 합당한 보상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다"며 "앞으로 전 김진숙 지도위원이 36년은 더 건강하게 걷고 싸우고 활동할 거로 믿는다. 오늘의 미안함이 내일의 승리로 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34일간 행진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은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됐다. 단식단은 이 날을 끝으로 단식농성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앞서 농성장을 찾은 김 지도위원은 단식단에게 단식을 멈춰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고, 단식단은 이를 받아들였다. 단식단은 기자회견 종료와 함께 김 지도위원의 배웅을 받으며 구급차를 통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음은 김진숙 지도위원 발언 전문이다.

민주주의는 어디로 갔는가.
전태일이 풀빵을 사주었던 여공들은 어디서 굳은살 배긴 손으로 침침한 눈을 비비며 아직도 미싱을 돌리고 있는가.
아니면 LG틔윈타워 똥물 튄 변기를 빛나게 닦다가 짤렸는가.
아니면 인천공항의 대걸레만도 못한 하청에 하청노동자로 살다가 짤린 김계월이 됐는가.
그도아니면 20년째 최저임금 코레일 네트웩스의 해고자가 되어 서울역 찬바닥에 앉아 김밥을 먹는가.
노동존중 사회에서 차헌호는 김수억은 변주현은 왜 아직도 비정규직인가.
왜 청년들은 비정규직으로 차별과 멸시부터 배워야 하며
페미니스트 정권에서 왜 여성들은 가장 먼저 짤리며 가장 많이 죽어가는가.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지키겠다는 정권에서 대우버스, 한국게이츠, 이스타 노동자들은 왜 무더기로 짤렸으며 쌍차와 한진 노동자들은 왜 여전히 고용불안에 시달리는가.
박창수, 김주익을 변론했던 노동인권 변호사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굶고 해고되고 싸워야 하는가.
최강서의 빈소를 찾아와 미안하다고 말한 분이 대통령이 된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죽어가는가.
김용균, 김태규, 정순규, 이한빛, 김동준, 홍수연은 왜 오늘도 죽어가는가.
세월호, 스텔라데이지호는 왜 아직도 가라앉아 있으며 유가족들이 언제까지 싸워야 하는가.
이주노동자들은 왜 비닐하우스에서 살다 얼어 죽어야 하는가.
왜 문정현 신부님은 백기완 선생님은 박정희 정권에서 시작한 싸움을 아직도 멈추지 못하는가.
전두환 정권에서 해고된 김진숙은 왜 36년째 해고자인가.
그 대답을 듣고 싶어 34일을 걸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약속들이 왜 지켜지지 않는지 묻고 싶어 한발 한발 천리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36년간 나는 유령이었습니다. 자본에게 권력에게만 보이지 않는 유령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내가 보이십니까.
함께 싸워왔던 당신이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여전히 해고자인 내가 보이십니까.
보자기 덮어쓴 채 끌려가 온몸이 피떡이 되도록 맞고 그 상처를 몸에 사슬처럼 지닌채 36년을 살아온 내가 보이십니까.
최저임금에 멸시의 대명사인 청소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울며 싸우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
“아빠 왜 안와”라고 묻는 세 살짜리 아이에게 “아빠는 농성장이야”라는 말을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
동지여러분, 민주주의는 싸우는 사람들이 만들어 왔습니다.
과거를 배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입술로만 민주주의를 말하는 자들이 아니라 저 혼자 강을 건너고 뗏목을 버리는 자들이 아니라 싸우는 우리가 피 흘리며 여기까지 온게 이 나라 민주주의입니다.
먼길 함께 걸어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살을 깎고 뼈를 태우며 단식 하신 동지들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먼 길을 가야 할지 모를 우리들.
포기하지 맙시다. 쓰러지지도 맙시다. 저도 그러겠습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윤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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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대의원대회 “110만 총파업으로 새 시대를 개척하자!”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2/0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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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이 5일 72차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11월 총파업 투쟁을 결의했다. [사진출처-민플러스]  

 

▲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41개 장소에서 열렸다.   © 김영란 기자

 

▲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모습  © 김영란 기자

 

민주노총이 정기대의원대회에서 11월 총파업 투쟁을 결의했다.

 

민주노총은 5일 오후 2시 서울 홍대 웨스트브리지 라이브홀을 비롯한 전국 41개 장소에서 ‘거침없는 민주노총! 110만의 총파업!’ 2021년 72차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었다.

 

대의원대회는 직선 3기 출범을 선포함과 동시에 2021년 사업과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였다. 동시에 부위원장과 회계감사 선출로 민주노총 10기 지도부 구성을 마무리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노동조합을 갖지 못한 2천만 노동자들이 민주노총과 함께 하도록 적극적인 조직사업에 나서야 한다”라며 “청년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을 통해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실현할 수 있도록 산별과 지역본부가 씨줄과 낱줄로 촘촘히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체계와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양 위원장은 “우리는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사람들”이라며 “투쟁하는 민주노총은 외면당하지 않는다는 확신으로 노동자·민중 앞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투쟁하자”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에서 결의문과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특별결의문을 채택했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에 관한 특별결의문은 민주노총 사업계획에 반영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결의문에서 “새로운 세상을 위한 거침없는 투쟁, 이제 110만의 힘을 제대로 보여줘야 할 때”라며 “대선을 앞둔 11월, 불평등한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110만 조합원의 총파업으로 한국 사회를 크게 뒤흔들자”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3월 9일 2021년 1차 중앙위원회에서 2021년 세부 사업계획을 최종 확정한다. 

 

아래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결의문 전문이다.

 

--------아래-------------

 

[제72차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 결의문]

 

110만 총파업으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자!

 

2020년 우리는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생때같은 자식들의 억울한 죽음이 되풀이되는 걸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유족들과 함께 우리는 기어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냈다. 전태일3법 10만 입법청원을 단숨에 이뤄냈고, 민주노총 3기 임원선거도 역대 최고의 투표율로 치러냈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두 배 세 배 헌신했던 간부, 조합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 세계를 멈춰버린 코로나19, 재앙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음을 우리는 똑똑히 확인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일하지 않으면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방역과 생존 전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고, 고용보험에 가입조차 되어있지 못한 사각지대 노동자들은 해고와 생계위협의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사회 양극화는 도무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고 나면 수억 원이 오르는 집값 때문에 한순간에 거지가 되어버렸다는 뜻의 ‘벼락 거지’라는 웃지 못할 말도 생겨났다. 아빠 찬스, 엄마 찬스로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들을 보면서 평등하지 못한 출발선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불평등의 사슬을 우리는 똑똑히 확인했다.

 

2021년, 촛불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고 있다. 불평등이 대물림되는 대한민국에 과연 희망이 있는가? 공공보다 이윤을 좇는 자본주의의 민낯,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틀렸다는 것이 세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가? 이제는 민주노총이 답해야 한다. 이것이 민주노총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다!

 

촛불혁명 이후 생애 처음으로 민주노총 조끼를 선택한 노동자들이 30만 명을 넘었고, 민주노총은 역사상 처음으로 100만 조합원 시대를 열어냈다. 새로운 세상을 위한 거침없는 투쟁, 이제 110만의 힘을 제대로 보여줘야 할 때다. 대선을 앞둔 11월, 불평등한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110만 조합원의 총파업으로 한국사회를 크게 뒤흔들어 내자.

 

- 거침없는 민주노총! 11월 110만 총파업투쟁 반드시 성사시키자!

- 불평등이 대물림되는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투쟁에 적극 나서자!

 

2021년 2월 5일

제72차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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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단독선두, 언제까지 지속될까

입력 : 2021.02.06 13:33
 
 여권 양강구도·윤석열 야권대안론 대신 떠오른 이재명 독주

 

지난 1월 29일 광주를 방문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광주시청 입구에서 지지자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

지난 1월 29일 광주를 방문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광주시청 입구에서 지지자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

 

‘이재명의 시간’이 왔다. 독주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반짝 있었던 ‘윤석열의 시간’은 일단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대선까지의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다. 앞으로도 몇 번 더 출렁거릴 것이다.

주요 대권주자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것은 4월 서울·부산 재보궐선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3월 9일 이전에 당대표를 사퇴해야 한다. 민주당의 경우 당대표 없이 치러지는 선거지만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은 현 대표인 이낙연에게 있다.

어떤 성적을 받느냐에 따라 대권주자 이낙연의 부침이 엇갈릴 것이다. 여야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더 물어야 할 것이 남았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단독 1위로 올라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독주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출마 선언을 하지도 않았지만, 야권 대선주자 적합도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윤석열 현상’ 역시 앞으로도 계속될까. ‘사면 발언’으로 타격을 입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지지율 회복은 가능할까.

현재의 ‘빅3’를 넘어 제3후보가 나올 수 있을까.

여권의 정세균 총리나 야권의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같은 잠재적 대선후보군이 급부상할 가능성은?
 

■여권 13잠룡 등판론, 실현가능할까
 

지난 1월 정치권에서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돌았다.

양정철 전 민주정책연구원 원장 및 친문그룹의 역할론이다.

여권에서 주요 인사들을 만나 기존의 이낙연·이재명·정세균 이외에 각 권역을 대표하는 차기주자 10명을 띄우자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이 3+10, ‘13룡’ 등판론에서 거론한 ‘잠룡’ 정치인은 임종석·이광재·김두관·박용진·추미애·이인영·최문순·김경수·양승조·김부겸이다.

이중 현재까지 출마 의사를 밝힌 이는 박용진 의원밖에 없다. 이 ‘설’은 사실일까.

양 전 원장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객원 선임연구원으로 출국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출국했다는 이야기는 없다.

“유력인사들을 적극 발굴하고 모두 뛸 기회를 줘 정치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양 전 원장의 지론이다.

과거 사석에서 그는 당시까지 민주당 내의 차기 유력주자들에 대한 하마평을 언급한 적이 있다. 양 전 원장이 제일 먼저 주목한 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13룡 등판론은 현실 가능성이 없다. 과거 15대 대선 당시 YS 쪽의 후계자로 ‘9룡’을 거론한 것을 흉내낸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주당 대선 룰을 보면 전당대회는 7명 후보로 뛰게 돼 있다.”

민주당 당직자의 말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안이지만 ‘민주당 대선 경선 주요일정표’를 보면 대선이 치러지는 1년 전인 3월 9일 출마자는 당대표를 사퇴하게 돼 있고 이날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6월 21일과 22일 예비경선이 시작되며 6월 30일부터 7월 2일 선거인단 모집, 7월 3일부터 한달간 1·2차 경선이 진행된다.

8월부터는 권역별 또는 시도별 순회경선이 시작된다. 권역별로 치러지는 경우 7회, 시도별로 하는 경우 13회 경선이 이뤄진다.

대략적으로 여권 대권레이스가 본격화되는 것은 7월부터다. 일정 안대로라면 4월 7일 열릴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는 당대표 없이 치러진다.

주요 대권주자인 이낙연 대표가 물러나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대권 시간표 때문에 사퇴한다고 하더라도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신분으로 재보궐을 치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하튼 이낙연 대표 주도의 선거라는 것이다.

선거컨설턴트를 역임한 신철우 시사평론가는 “보궐선거는 이낙연으로선 지난해 8월 이후 당대표 성적표의 최종결과를 확정지을 바로미터”라며 “현실적으로 부산은 아니더라도 서울시장의 경우 무조건 지켜야 할 보루”라고 말했다.

서울이나 부산에서 한군데 이상을 지켜내지 못할 경우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경우 더 이상의 반등기회를 못 가지고 대선후보군에서 탈락하는 최악의 결과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백봉신사상 시상식 도중 대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병석 국회의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백봉신사상 시상식 도중 대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년간 양분한 검찰 이슈의 전망은
 

대권레이스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독주다.

최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거의 더블스코어에 가까울 정도로 단독선두에 나섰다. 독주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프로야구에 비유한다면 한국시리즈의 3강, 4강에 진출한 것과 다름없다”라며 “(이재명 독주는) 4월 보선 때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이 지사와 함께 2강을 형성했던 이낙연 대표와 야권 지지자들이 주목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빠지면서 다른 대안적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이 지사 지지층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층도 일부 포함돼 있으며, 현재 그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야권주자가 변변치 않기 때문”이라며 “그런 사람들은 현재 지지부진한 야권후보군이 정리되면 다시 야권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올해 1월을 경과하면서 두드러지는 변화는 또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 것이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그동안 윤석열 총장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추미애가 공격하면서 그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국민이 인정해주는 면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추미애라는 ‘특급도우미’가 퇴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주목도가 떨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제는 모멘텀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인데다 또 하나 중요하게 확인해야 하는 것은 본인의 권력의지다. ‘과연 저 사람이 대선에 나올 사람이냐’는 것은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 만약 본인이 출마하지 않는다면 지지율이 올라가기 어렵다. 임기만료일(7월)이 다가오는데 만약 정말 정치에 뜻이 있다면 임기 후에 어떤 구도를 가지고 정치를 할 것인지, 구조와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검찰총장이 대권주자로 거론하는 것 자체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인식에 혼선을 주는 것이 아닌가.”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의 말이다. 리서치뷰의 대권주자 여론조사를 보면 다른 여론조사와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

윤석열을 야권후보군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지난 2월 2일 발표된 리서치뷰와 미디어오늘의 ‘1월 말 대권주자 적합도 정기조사통계표’를 보면 범보수 대권주자 적합도는 현재 서울시장 후보로 뛰고 있는 안철수(12%), 홍준표(11%), 유승민(9%) 순이다.

안일원 대표에 따르면 리서치뷰의 조사에서는 한 번도 윤석열을 대권주자로 넣어 조사한 적은 없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지난해 본인이 연초쯤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2019년 가을부터 현재까지 검찰의 중립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여론조사 기관마저 그를 대권주자로 넣어 조사한다면 인식의 혼란을 거드는 것이 아닌가 판단했다.”

최근 윤 총장에 대한 지지율이 빠지는 상황과 관련해 그는 “보수진영에서 윤석열 신드롬이 상당 기간 이어졌던 것은 그쪽의 다른 유력정치인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없으니 반문진영의 대표성 내지는 상징적 위치에 있는 사람에 몰릴 수밖에 없었고, 지난 2년간 보수진영이 윤석열을 주목해온 것”이라며 “대립각을 형성해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퇴진도 있지만 지난 신년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대통령의 발언도 그런 상징효과 내지는 효용가치가 끝나가는 시점으로 돌아서는 추세의 분기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전문가들은 4월 재보궐을 기점으로 선거일정이 본격 궤도에 올라가면서 정국의 중심을 형성했던 검찰이슈가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 대표는 “사실 지난 2년간 검찰이슈가 엄청난 국론분열 당파전쟁 수준까지 와버린 것은 사실”이라며 “공수처도 출범하고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여야 정당의 대선레이스가 본격화되면 7월 윤 총장이 퇴임 후 출마 선언을 하더라도 이미 영역이 달라지는 만큼 더 이상 검찰이슈가 다른 정치이슈를 압도하는 일은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지난 1월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이재명, 친문 ‘비토’ 넘어설까
 

4월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이낙연 대표의 운명을 갈리겠지만, 현재 단독선두를 기록하고 있는 이재명 지사의 경우, 지지율 관리의 모멘텀을 만들기 쉽지 않다.

단독선두로 올라선 만큼 지난 2017년 대선을 거치면서 벌어진 이른바 친문세력의 ‘비토’정서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도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김관옥 계명대 교수(공공인재학부 정치외교학전공)는 “이재명 지사로서는 그게 제일 큰 아킬레스건에 해당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지율과 별도로 먼저 넘어야 할 당내 경선에서 친문의 비토를 받으면 어렵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지사로서는 최소한 자신의 편은 아니더라도 비토하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부분 관리에 가장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소년공 경력을 알리면서 ‘리틀 노무현’으로 이미지메이킹하는 것이나, 광주 5·18기념공원 방문 등의 일정이 대권 정치행보로 읽히는 까닭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4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도 이낙연 당대표가 할 수 있는 것은 기획재정부에 대한 경고 이상 없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는 상황이 다르다. 과감한 정책적 대안을 내놓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사를 맡고 있는 경기도에서 실행해 그 결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지속적으로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기회의 측면에서도 이낙연 당대표는 4월 재보궐선거라는 하나의 빅이벤트에 의해 결정될 운명이라면, 경기도라는 지속적인 정책 실험무대를 가진 이재명 지사에게 유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낙연 측인 남평오 연대와 공생 사무총장은 “최근 수도권과 호남 일부에서 이재명 지사에 대한 지지율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이낙연 당대표가 보다 진보적 의제를 가지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라며 “아직 대선시간표까지 남은 시간은 많다. 우리도 불과 6개월 전까지 40%대의 지지를 받은 적이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냐는 것은 레이스를 완주해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2061333001&code=940100#csidx543d670f6c1dc79b13925dd66461f1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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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까지 한걸음 남은 ‘김진숙 희망 뚜벅이’…“국가폭력 35년, 대통령 어디에 있나?”

강석영 기자 getout@vop.co.kr
발행 2021-02-06 17:52:27
수정 2021-02-06 17: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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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간의 복직 투쟁을 끝장내러 부산부터 청와대까지 한 달 넘게 걷고 있는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 노동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6일 서울에 진입했다.

청와대에 가까워질수록 김 지도위원과 함께 걷는 시민들이 늘어나 이날 참가자 수는 역대 최고인 500여 명을 기록했다. 내일이면 청와대 앞 농성장에 도착하는 이들은 “국가폭력 35년, 단식 46일! 대통령은 어디에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6일 경기 안양시 인덕원역에서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뚜벅이와 서울 흑석역까지 현대중공업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 39일차 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출발해 청와대 도착 하루를 남기고 있다.  2021.02.06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6일 경기 안양시 인덕원역에서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뚜벅이와 서울 흑석역까지 현대중공업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 39일차 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출발해 청와대 도착 하루를 남기고 있다. 2021.02.06ⓒ김철수 기자  김진숙과 함께 걷는 해고 노동자들

‘김진숙 희망 뚜벅이’는 이날 오전 11시 인덕원역을 출발해 남태령역, 사당역을 지나서 오후 3시 흑석역에 도착했다. 암 투병 중인 김 지도위원은 정년을 하루 앞둔 지난해 30일 부산 호포역에서 복직 촉구를 위한 도보 행진에 나섰다.

김 지도위원을 선두로 해고 노동자들이 뒤따랐다. 김 지도위원의 아픔에 누구보다 공감하며, 도보 행진 출발 때부터 함께했던 이들이다. 이날은 코레일네트웍스, 아시아나KO, LG트윈타워, 아사히글라스, 쌍용자동차, 대우버스,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새해 LG트윈타워에서 집단해고돼 농성을 벌이고 있는 청소노동자 A 씨는 “김 지도위원 복직시켜달라고 빌면서 걸었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35년간 세월을 어떻게 견뎠는지…김 지도위원이 오래 힘들게 투쟁하는 게 마음이 아팠다”라고 말했다.

투쟁하며 “사 측이 교섭을 거부하고 꼼짝도 안 하는 게 제일 힘들다”라던 A 씨는 한진중공업에서 김 지도위원에게 해고 기간 밀린 임금 대신 위로금을 제시한 데 대해 “해고 노동자들은 거기서 일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돈 필요 없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고용 승계를 언급하며 “김 지도위원 복직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대통령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김 지도와 문 대통령은 옛날 동지라고 하더라. 지금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6일 경기 안양시 인덕원역에서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뚜벅이와 서울 흑석역까지 현대중공업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 39일차 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출발해 청와대 도착 하루를 남기고 있다.  2021.02.06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6일 경기 안양시 인덕원역에서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뚜벅이와 서울 흑석역까지 현대중공업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 39일차 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출발해 청와대 도착 하루를 남기고 있다. 2021.02.06ⓒ김철수 기자

“김진숙이 가는 길, 그냥 따라 걷고 싶었다”

개개인의 시민들도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염원하며 함께 걸었다. 강릉에서 왔다는 50대 초반 이 씨는 “김 지도위원이 병원을 나와 부산에서 걷기 시작할 때부터 마음이 덜컹했다. 엄동설한에 하루라도 함께 걸어야겠다는 생각에 서울까지 오게 됐다. 저는 힘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서 머릿수라도 보태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지도위원이 2011년 85호 크레인에 올라갔을 때 처음 그를 알게 됐다. 한평생 정의로움과 옳다는 것에 자신의 삶을 받치지 않았나. 평소 함께 할 수 없지만, 그 마음과 뜻에 동조하고 연대한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왔다”라고 말했다.

50대 중반인 B 씨는 “김 지도위원이 한 달 넘게 걷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는데, 김 지도위원은 씩씩하게 걷고 있더라. 그냥 그의 길을 따라서 걷고 싶었다”라며 “보통은 정부든 기업이든 거대 권력에 좌절하지 않나. 하지만 김 지도위원은 35년째 투쟁하고 있다. 늘 이래저래 눌려 사는 사람들에게 힘이 된다”라고 말했다.

참가 이유를 묻자 “김 지도위원 일인데 당연하다”라는 30대 중반 장 씨는 “그가 연대한 게 한두 번이 아니지 않나. 각종 투쟁 사업장 이외에도 모든 소수자 의제까지 결합했다. 그렇다면 김 지도위원 복직에 우리가 똑같이 결합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6일 경기 안양시 인덕원역에서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뚜벅이와 서울 흑석역까지 현대중공업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 39일차 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출발해 청와대 도착 하루를 남기고 있다.  2021.02.06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6일 경기 안양시 인덕원역에서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뚜벅이와 서울 흑석역까지 현대중공업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 39일차 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출발해 청와대 도착 하루를 남기고 있다. 2021.02.06ⓒ김철수 기자

“노조했다고 빨갱이로 고문…국가가 나서야”

김 지도위원이 복직을 촉구하며 청와대까지 걷는 이유는 국가가 그의 부당해고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그는 1986년 2월 노조 집행부의 어용성을 폭로하는 안내 글을 제작·배포했다는 이유로 대공분실에 3차례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사 측은 이 기간 무단결근했다는 이유로 그해 7월 그를 해고했다.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던 이들이 병원에 실려 가고, 김 지도위원을 비롯한 희망 뚜벅이가 청와대 코앞까지 왔지만, 정부는 여전히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노사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는 태도인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의 주채권자로 사실상 정부가 사 측인 상황이다.

국가가 김 지도위원 복직에 나서야 한다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B 씨는 “김 지도위원 해고에 남북 대립상황이 작용했다. 노조 대의원을 했다는 이유로 빨갱이라고 고문당한 뒤 해고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40대 양 씨는 “잘못된 부분엔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그래서 국가가 있는 것이다.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은 책임 회피”라고 지적했다. 40대 박 씨는 “김 지도위원 복직을 손 놓고 구경하는 정부의 태도는 친기업 반노동이 확실하다. 김 지도위원이 선례로 남을까 봐 두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 복직의 의미에 대해 양 씨는 “우리 모두 노동자다. 누구는 안 당하고 누구는 당하는 게 아니다. 해고는 우리 모두의 일”이라며 “김 지도위원이 복직하면 큰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6일 경기 안양시 인덕원역에서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뚜벅이와 서울 흑석역까지 현대중공업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 39일차 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출발해 청와대 도착 하루를 남기고 있다.  2021.02.06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6일 경기 안양시 인덕원역에서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뚜벅이와 서울 흑석역까지 현대중공업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 39일차 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출발해 청와대 도착 하루를 남기고 있다. 2021.02.06ⓒ김철수 기자

이날 보도 행진은 오후 2시 사당역에서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희망 뚜벅이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기에서 서울로 넘어오면서부터 경찰이 대오를 둘러쌌기 때문이다.

희망 뚜벅이는 감염병 예방수칙을 지키며 9명씩 10m 간격으로 이동했는데, 경찰들이 앞뒤로 따라붙으면서 간격이 4~50m가량 벌어졌다. 이 때문에 보도 행진이 한 줄로 연결되지 못하고 참가자들이 산발적으로 걷는 모양새였다.

현장을 통제하던 금속노조 관계자는 “참가자들이 옆으로 이탈하면 그만이다. 경찰의 의미 없는 조처 때문에 힘을 못 받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경찰의 보호를 요청하지 않았다. 합법적으로 행진 신고했는데, 범법자 취급하며 빙 둘러싸서 시민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력을 배치한 이유에 대해 “안전상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한 참가자는 “경찰 때문에 걷기가 멈춰져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게 안 느껴져서 속상하다”라고 말했다.

흑석역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김 지도위원과 기념사진을 찍고 내일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헤어졌다.

희망 뚜벅이는 오는 7일 11시 흑석역에서 출발해 남영역의 한진중공업 본사를 지나 오후 3시 청와대 농성장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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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부당한 소송이었나. 정부의 처사는 정당한가"

[기자수첩] 5.24 소송 패소한 민간에 독촉장 보낸 통일부 유감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02.07 00:50
  •  
  •  수정 2021.02.07 01:00
  •  
  •  댓글 1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월26일 정범진 (주)겨레사랑 대표는 통일부로부터 채납액을 납부하라는 독촉장을 받았다. 

(주)겨레사랑 대표이사를 수신인으로 하여 통일부 운영지원과에서 보낸 이 독촉장에는 2016년 6월 7일 265만여원, 2017년 11월 20일 1,373만여원을 비롯해 총 1.639만여원의 채납액을 조속히 납부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형편상 일시납부가 어려운 경우 분납 관련 문의를 해달라는 친절한(?) 안내와 함께 15일 내에 납부하지 않을 경우 '국가채권관리법' 제15조에 의거해 소유재산에 대한 압류조치를 취하겠다는 숨막히는 압력도 담겨있다.

채무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비고란에는 2015년 서울고등법원 판결 번호가 적혀 있다.

통일부에서 (주)겨레사랑에 보낸 독촉장. [사진-겨레사랑 제공]
통일부에서 (주)겨레사랑에 보낸 독촉장. [사진-겨레사랑 제공]

간단히 경위를 말하자면 이렇다.

개성공업지구 입주가 예정되어 있던 경협사업자인 (주)겨레사랑 정 대표는 LH공사로부터 토지를 분양받고 입주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2010년 5.24조치로 일방적인 사업중단 통보를 받았다.

정 대표는 5·24조치로 인해 발생한 피해구제에 나서지 않는 정부를 상대로 손실보상을 청구했으나, 대법원은 △5·24조치는 적법한 조치이며, 기업이 입은 피해는 특별한 희생이 아니다 △보상에 관한 근거 법률이 없는 이상 헌법 제23조 제3항에 의하여 직접 손실보상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패소결정을 내렸다.

이번 독촉장은 한마디로 패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원고인 정 대표가 진행한 소송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을 내라는 것이다. 

5.24조치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보상청구를 한 개인은 정 대표를 비롯해 3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통일부 당국자에게 물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소송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패소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원칙이 있고, 통일부는 법적 절차에 따른 조치를 취했을 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부의 조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사람은 마땅히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지난해 5.24조치 10주년에 즈음해 '역대 정부에서 유연화와 예외조치를 거치면서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되었다'고 발표한 통일부의 입장을 '5.24 무효화'로 오해하면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남북교류협력 사업 중단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그 경우에도 경영정상화를 위해 재정지원 등 필요한 조치가 취해지도록 한 것은 과거 5.24조치와 개성공단 전면중단 등 정부 조치의 문제를 인정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렇지만 독촉장 발송 등 법적용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은 강경했다.

지난 4일 변호사 출신 서동용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순천·광양·곡성·구례 을)에게 물어 보았다.

서 의원은 "과연 국가가 당사자인 원고에게 소송제기가 부당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안인가라는 측면에서 소송비용까지 부담하라고 한 것은 국가가 너무한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청난 피해를 당한 국민이 피해를 회복할 방법이 없어서 국가로부터 보상받을 수 없는지를 검토해달라는 취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국가가 법리적으로 승소했다고 해서 소송비용에 대한 책임까지를 국민에게 떠넘기면 과연 국가는 정당한 것이냐"는 것이다.

서 의원은 "원칙적으로 소송의 패소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한 것은 정당하게 보일 수 있고 승소한 정부측으로서는 소송비용을 받을 수 있는데 그 절차를 밟지 않아 결국 국고에 손실을 입힌 것 아니냐는 문제가 나중에 있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패소자 부담의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사안은 아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패소자 부담 원칙이란 먼저, 누구를 상대로 하건 소송 패소에 대한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에 부당한 소를 제기하지 말라는 취지이고 특히 사인간의 관계에서 권리 없는 자가 부당하게 권리 당사자인 것처럼 나서 소송을 제기했을 때 변호사 보수 등 최소한의 소송비용을 패소한 측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경우 국가를 상대로 부당한 소를 제기한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 않느냐"는 근본적 물음을 제기한 것이다.

특히 5.24조치나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통치행위로 합리화했던 기존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정부가 남북교류협력법을 개정하려고 하는 것은 국가 차원의 반성적 고려가 있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우선 소송비용을 원고인 패소자에게 전액 부담시키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판단해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가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아무런 손해보상을 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상식이다.

다가오는 2월 10일 개성공단 폐쇄 5년을 맞이하는 입주기업의 하소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미 (주)겨레사랑을 비롯해 2010년 5.24조치로 인해 졸지에 생업을 잃은 경협 및 교역사업자들이 오랜 세월 국가가 국민에게 해야 할 의무를 묻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협력하다 어려움에 직면한 많은 자영업자들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을 지는 손실 보상을 촉구하고 있지 않나.

이제 국가는 고지서 보내듯 독촉장을 보낼 일이 아니라 국민의 독촉에 답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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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청소년 위한 단 하나의 천막, 설에도 쉬지 않는다

등록 :2021-02-06 04:59수정 :2021-02-06 10:50
 

[토요판] 커버스토리
거리 청소년 아웃리치 현장

전국 13곳 청소년 아웃리치 중단
유일하게 남은 신림동 ‘엑시트’
활동가 교육 뒤 현장 투입돼보니
정부 외면 속 밥·잠자리·돈 부족

요식업계 불황에 ‘알바’도 씨 말라
앱 배달 라이더 늘어도 불리한 조건
오토바이 리스비 1년 1천만원 넘어
여성 청소년은 일 구하기 더 험난

작년 거리청소년 5천명 넘게 방문
‘방역지침’만 있고 현장지원 ‘뚝’
전체 7만명 추정…실태 파악 못해
“코로나로 심리적 위기도 빨간불”
‘움직이는 청소년 센터 엑시트’ 활동가들이 1월22일 저녁 서울 신림사거리 봉림교 옆에서 청소년 지원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1년,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13곳의 이동형 아웃리치 버스가 비대면으로 전환한 뒤로 대면 방식으로는 유일하게 남은 거리 청소년 아웃리치 현장이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움직이는 청소년 센터 엑시트’ 활동가들이 1월22일 저녁 서울 신림사거리 봉림교 옆에서 청소년 지원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1년,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13곳의 이동형 아웃리치 버스가 비대면으로 전환한 뒤로 대면 방식으로는 유일하게 남은 거리 청소년 아웃리치 현장이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 코로나19 1년, 거리 청소년은 ‘없는’ 존재로 여겨졌다. 실종신고된 2만명(경찰 추산)과 27만명(여성가족부 추산) 사이 어딘가에 이들은 여전히 있었다. 숫자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존재는 때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코로나는 그들에게 질병 이전에 배고픔과 추위였다. 코로나가 덮친 긴 겨울 밤, 잠시 의탁할 찜질방도 피시방도 문을 닫았다. 2020년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전국 13곳 거리 청소년 아웃리치 버스는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아웃리치’라는 말이 무색하다. 유일하게 남은 단체가 매주 금요일 저녁 8시 서울 신림사거리 봉림교 인근에 자리잡은 ‘움직이는 청소년센터 엑시트’다. 이곳에서 활동가 교육을 받고 1월22일, 29일 현장에서 거리 청소년을 만났다. 엑시트는 지난 10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속에서도 꿋꿋하게 거리 청소년들의 밥을 지켰다. 그들의 생각은 간명했다. ‘최소한 굶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혹한 속 한뎃잠 자게 둬서는 안 된다.’ 엑시트의 천막은 설에도 쉬지 않는다.
이번 겨울을 코로나19와 함께 보낸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밤 9시면 거리에 불이 꺼지고, 사람들은 일제히 집으로 향했다고. 하지만 불 꺼진 서울 신림사거리 디스코 팡팡에도, 그 빌딩 뒤편 텅 빈 골목에도, 그 너머 도림천을 따라 들어선 공중화장실 옆과 그 앞 정자에도 남은 사람들이 있었다. 코로나19로 하루 확진자가 1천명이 넘을 때도,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라고 하는 밤에도 ‘5명이 모이면 안 된다는데’ 그들은 거기에 있었다. 11만명(경찰)이라고도, 27만명(여성가족부)이라고도 하는데 누구도 그 수를 장담하지 못한다. 누구도 그들이 거기에 있는 이유를 단정 짓지 못한다. 열 중 일곱은 부모 등 가족과의 갈등 때문이라는 정도가 그들을 설명하는 최소한이다. 그들을 만나고 싶었다.활동가가 되기로 했다. ‘움직이는 청소년 센터 엑시트’ 버스에 타기 위해서다. 코로나19 1년,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13곳의 이동형 아웃리치 버스가 비대면으로 전환한 뒤로 대면 방식으로는 유일하게 남은 거리 청소년 아웃리치 현장이다. 2.5단계 거리두기, 5인 이상 집합금지가 내려진 서울에서 그들은 밥통 두개에 밥 30인분을 담아 신림사거리 인근 봉림교 한편을 지켜왔다. 이유는 간명했다. “청소년들이 원해서”다. 2011년부터 일관되게 지켜온 엑시트의 구호처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석에나 설날에나” 버스가 정차했고, 그 세월을 믿고 찾아오는 청소년들이 있었다. 활동가들은 이들을 ‘엑시터’로 불렀다.1월22일 활동가 교육을 받았다. 교육은 엑시트 소개, 2019년 7934명(신림 지역 엑시트 버스 이용 연인원)으로 집계된 엑시터들의 위기 상황, 주거, 질병, 법률 등 사례 지원, 활동가의 원칙(제1 원칙 ‘인권 보장과 현장 안전을 위해 청소년의 비밀을 지킨다’ 등)으로 이어졌다. 지난겨울에도 10여차례 있었던 자원활동가 약식교육이었다. 엑시트에서는 활동가가 하는 일을 “배제된 청소년을 찾는 것, 그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함께 해결하는 것, 위기 상황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짜 활동가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교육 뒤 만난 한 청소년이 답을 내놨다. “어차피 공기계(서비스 중단 휴대전화)에 딱 3천원 들고 노상까봐야 안다”고 했다. 밥 한끼도 해결하기 힘든 돈과 정지된 휴대전화만 들고 거리에서 직접 겪어봐야 안다는 말이다. 당신은 그걸 할 수 없으니 평생 모를 것이라는 삐딱한 진심을 담고 있다. 그래도 부딪쳐보기로 했다.
활동가들이 소시지야채볶음, 불고기, 달걀부침, 오징어진미채, 김치 등을 도시락에 담고 있다. 불고기와 소시지야채볶음과 달걀부침 등은 따로 담았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활동가들이 소시지야채볶음, 불고기, 달걀부침, 오징어진미채, 김치 등을 도시락에 담고 있다. 불고기와 소시지야채볶음과 달걀부침 등은 따로 담았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오늘 한끼도 못 먹었어요”
“밥이 제일 중요하죠.”(박유리 활동가)교육을 마친 뒤 첫번째 업무는 도시락을 싸는 일이었다. 교육 동기 “마미님”(사단법인 두루 마한얼 변호사 별칭)과 함께 소시지야채볶음, 불고기, 달걀부침, 오징어진미채, 김치 등을 도시락에 담았다. 25인분 반찬통 말고도, 손바닥만한 반찬통에 불고기와 소시지야채볶음과 달걀부침 등은 따로 담았다. 반찬만 포장해 가는 청소년들을 위해서다. 엑시트 버스를 찾은 청소년은 신림 지역에서만 지난 한해 5176명(연인원)이다. 이들이 엑시트에서 먹은 밥은 985끼니다. 활동가들이 밥, 밥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엑시트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청소년들이 탈가정 이후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표적인 항목은 배고픔, 잠잘 곳, 돈이 없어 생기는 고통 등이다. 이 본능의 영역에서 결핍이 적절하게 채워지지 못할 때 이는 범죄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엑시트와 인연을 맺고 있는 청소년들이라고 다를 것 없다. 자원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서유진 변호사(사단법인 나눔과 이음)는 “법률 지원 사례 중에 잘 곳이 없어서, 배가 고파서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가 가장 많다. 올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신림 지역에서 서 변호사가 중심이 된 법률 지원을 포함해 의료 지원, 정서 지원 등 이른바 ‘위기 지원’은 1841건이었다. 지난겨울(2400건)에 비하면 4분의 1 정도가 줄었다. 하지만 엑시트가 4주간은 아예 활동을 접었고, 확진자 발생 추이에 따라 활동의 범위를 조정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소년의 곤궁함이 줄었다고 볼 수 없다. 지원 사례들을 보면 오히려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윤경 활동가는 “지난해만 해도 일상적 접점이 유지되고 있어 일이 커지기 전에 와서 해결책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해결하기 힘든 지경까지 안고 있다가 찾아오는 경우가 늘었다”고 했다.아웃리치 현장으로 가는 길, 이 활동가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익숙한 듯 “거리두기도 방역도 잘하고 있다. 걱정 안 되도록 하겠다”고 통화를 마무리한다. 경찰이다. 민원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하루 확진자가 전국 1천명을 넘어서고, 거리두기 2.5단계가 지속되면서 엑시트를 향한 항의는 계속되고 있다. 1월 중순에는 청와대 게시판에도 민원이 등장했다. 민원인은 버스 주변의 상인이었다. 사무실에서 차로 5분이 될까, 봉림교 옆에 밥을 내려놓고 베이스캠프인 천막을 쳤다. 천막은 도림천변에 설치돼, 상권과 동선이 직접 겹치지는 않는다. 건너편 길가로 음식점, 미용실, 노래방 등이 어깨를 맞댄 듯 빼곡하다. 어느 곳 할 것 없이 몇걸음 둘러봐도 똑같다. 마스크를 쓴 사장, 종업원 한둘이 멍하니 앉아 있다. 그들도 안다. 금요일 저녁 8시 주린 배를 채우려 엑시트를 찾는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손님이 될 확률이 높지 않을 것이다. 한 음식점 사장은 “좋은 일 하는 건 알겠고 아이들 힘든 것도 알겠는데 코로나(방역)도 걱정되고, 나도 힘들다”고 했다. 결국 며칠 뒤 엑시트에서는 민원인을 직접 만나 이해를 구했다. ‘인성 좋은’ 황인성 활동가가 나섰다. “처음에는 많이 격앙돼 있었지만 (청소년들) 사정을 얘기하니 많이 누그러졌다”고 했다. 그럼에도 민원은 계속된다.저녁 8시, 첫 활동이 시작됐다. 천막 전체는 안내데스크와 주방이 있는 본채, 식당 두채, 별채로 돼 있다. 주방을 맡았다. 청소년과 눈을 마주치고 자기소개 하기가 좋아 첫 활동으로 좋다는 조언 때문이었다. 천막 앞에서 10분 전부터 기다리던 네댓명이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잿빛 방한복과 조끼에서 겨울 냄새가 났다. 청소년 라이더들이었다. 엑시트를 찾는 라이더 수는 지난 연말부터 급증하고 있었다. 배달업은 청소년들의 주된 아르바이트 직종이 됐다. 여성가족부 자료를 보면, 탈가정 청소년 열 중 셋이 음식점·식당·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는다. 그다음이 배달·운전이다. 코로나19가 거리 청소년 직업 선택의 지형을 바꿔놓은 것일까. 라이더유니온의 구교현 기획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식당 등 요식업계가 타격을 입으면서 청소년들의 일자리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앱을 통한 배달이 늘면서 라이더의 수도 따라 증가한 것 같다”고 했다. 방역을 위해 한자리씩 떨어져 앉은 라이더들은 묵묵히 밥을 입에 몰아넣었다. 배고픈 것인지 바쁜 것인지 그 둘 다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들의 긴장과 조급함이 궁금했다. 주방을 잠깐 벗어나니 문지기 역할을 하는 천막 밖 자원활동가에게 몇몇이 하루 고생담을 털어놓고 있었다. 다가가니 침묵이 흐른다. 초짜 활동가에게는 곁을 주지 않으려는 듯했다.밤 10시가 넘어서면서 밥을 찾는 청소년이 뜸해졌다. “제제(활동가 별칭), 오늘 나 한끼도 못 먹었어”라며 천막으로 들어서는 청소년이 마지막이었다.
저녁 8시, 첫 활동이 시작됐다. 천막 전체는 안내데스크와 주방이 있는 본채, 식당 두채, 별채로 돼 있다. 주방을 맡았다. 청소년과 눈을 마주치고 자기소개 하기가 좋아 첫 활동으로 좋다는 조언 때문이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저녁 8시, 첫 활동이 시작됐다. 천막 전체는 안내데스크와 주방이 있는 본채, 식당 두채, 별채로 돼 있다. 주방을 맡았다. 청소년과 눈을 마주치고 자기소개 하기가 좋아 첫 활동으로 좋다는 조언 때문이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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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쓰고 쉽게 자르는
주방을 지켜서일까. 두시간 넘도록 들은 것은 밥과 반찬 얘기뿐이었다. 밥 얘기가 시작인 줄, 그게 엑시트 10년의 비결인 줄 그때는 몰랐다. 무엇이든 잘하고 싶었던 초짜 활동가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2019년 상담 내용에는 주거 문제가 400건이 넘고, 질병이 185건, 금융 문제가 146건이었다. 법률 지원이나 성폭력, 심리 상담만 해도 각각 수십건이다. 상담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절실한 문제라는 방증이다. 상담 중 가장 많은 사례인 주거는 엑시트에서도 당장 어찌해볼 수 없어 늘 고민거리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쉼터에 입소하도록 연계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졌다. 한 청소년의 경우 지난해 여름부터 쉼터를 알아보다 결국 포기했다. 물론 지난해부터 주거 문제에 희망의 단초도 있다. 엑시터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주택에 당첨된 경우가 나왔다. 복지정책에 따라 청소년 등 취약계층의 삶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현재로서 이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일 뿐 갈 길은 멀다. 특히 거리에 나온 여성 청소년의 삶은 주거와 결부될 때 수시로 궁지에 놓인다. 엑시트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여성 청소년의 경우 탈가정 뒤 경험하는 위기 열 중 셋 가까이는 잠자리를 해결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건만남과 성폭력 등의 문제를 야기해온 ‘가출팸’은 집에서 나온 여성 청소년이 에스엔에스(SNS)를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접근이 가능하다. 하지만 안전은 담보되지 못한다. 지난 1일 기자와 만난 여성 청소년 우삼(가명)은 “가출팸을 누가 가고 싶어서 가나. 갈 곳이 없으니까 가게 된다”고 했다. 결국 여성 청소년은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성매매라는 선택지로 내몰리기도 한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 자료를 보면, 성매매 여성들이 처음 성매매를 경험한 나이는 14~16살이 절반을 넘는다. 잘 곳이 없어서(35%), 다른 일자리가 없어서(26.2%), 배가 고파서(25.2%) 등의 사연들은 탈가정 뒤 겪는 어려움과 고스란히 겹쳐진다.밤 12시. 천막 곳곳이 유난히 더 버석거렸다. 무릎 아래 높이로 말려 있는 천막 아랫단에서 나는 소리였다. 기상청은 1월22일의 최저기온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하지만 관악산을 타고 도림천을 내달리다 들이치는 바람은 매서웠다. 발바닥에 핫팩을 붙이는 한 활동가에게 “저온화상을 조심하라”고 어쭙잖은 충고를 날린 것도 금세 잊었다. 한가한 틈에 뒤늦게 발바닥 앞꿈치와 뒤꿈치 모두 핫팩을 둘러 싸맸다. 시간은 다 돼가는데 아쉬움만 남았다. 하루 종일 교육자료의 설문 결과 하나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엑시트에는 어떤 활동가가 필요한가요?” 1위는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활동가”였다. 기회가 없진 않았다. 멍하니 혼자 밥통을 지키고 있는데 한 청소년이 다가왔다. “어영님 머리요. 쥐가 파먹은 거 같아요. 까르르. 까르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멈칫하는 사이 그는 자리를 떴다. 그래도 고마웠다.새벽 1시, 박수를 끝으로 첫 활동이 마무리됐다. 활동가의 업무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시 모여 아웃리치의 결과를 보고하고 정리한다. 이날 찾은 청소년이 32명. 코로나가 오기 전 2월의 평균치에 가깝다. 엑시트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이라고 해서 이들에게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는 것으로 본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더 받은 것은 오히려 엑시트다.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는 규모를 줄여 버스 없이 천막에서 청소년들을 만났고, 방역을 이유로 4월부터 8월 중순까지는 천막도 접은 채로 작은 승합차에서 생필품과 간편식을 나눠 주는 식으로 활동했다.
“밥 좀 줘, 버스에서 좀 쉬자”
규모를 줄인 영향 때문인지 찾아오는 청소년도 줄었다. 2019년 같은 기간 엑시트를 찾은 청소년은 986명인데 2020년에는 366명으로 절반이 되지 않았다. 8월15일 광화문집회 이후 서울에서 집단감염의 조짐이 보이면서 엑시트는 아웃리치 활동을 전면 중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 “밥 좀 줘. 버스에서 좀 쉬자”는 청소년들의 항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밥’은 버스에 더해진 세월의 더께처럼 포기할 수 없는 권리처럼 보였다. 활동가들은 이 모습에 오히려 고무됐다. 4주 만에 활동 전면 재개를 결정할 명분이 됐다. 천막 활동부터 재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엑시트를 찾아 밥을 먹은 거리 청소년은 9월 30명까지 줄었다가 10월에 169명으로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부터 따져도 가장 많은 수다. 만약 9월 이전에도 활동을 그대로 유지했다면 역대 최대 수의 청소년이 다녀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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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원활동 경험 이후로 한가지 궁금증이 떠나지 않았다. 거리 청소년 중 남성들이 식당에서 라이더로 일을 갈아타는 동안 여성 청소년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엿새 뒤인 1월28일 엑시트 사무실에서 보라(가명)를 만나 경험담을 들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100일을 “엄마와의 갈등”으로 거리에서 보냈다. “처음에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이유가 있었다. 지난 한해 내내 코로나19로 힘겹기만 하던 거리가 반짝하던 시기가 있었다. 8월15일 광화문집회 뒤 확진자 추세가 꺾이면서다. 그때 잠깐 거리는 불을 밝혔다. 보라가 거리에 나선 게 그때다. 10월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조정되기도 했다. 집을 나온 당일부터 “마침 자리가 났다”며 연락을 받은 것은 그래서였을 것이다. 덮밥집에서 코인노래방으로, 웨딩홀로 서빙을 “하루 세 탕” 뛰기도 했다. 선릉역, 잠실에서 다시 강북으로 서울을 가로질렀다. 어림잡아 하루 12시간을 넘게 일한 날도 있었다. 그래도 한달 뒤 급여는 200만원에서 한참 모자랐다. “어른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치사했”다. 하루는 가게에 들어서는데 사장이 “열 한번 재보자”고 했다. 37도가 조금 넘었다. “원래 열이 많은 체질이에요. 몸이 하나도 아프지 않은데 그 자리에서 쫓겨났어요.” 급히 찾은 병원에서는 별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사장은 결과적으로는 결근이니 벌금 5만원을 내라고 했다. 지금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학교 안 다닌다고 하니까. 만만해 보이니까 이용해먹기 쉽고, 제대로 항의도 못 하고, 잠깐 쓰다가 버려도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고….” 그 사장은 가게가 어렵다면서 결국 십몇만원을 떼고 건넸다.문제는 그다음이다. 한달여가 지났을까. 3차 유행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구할 때보다 더 쉽게 잘렸”다. 시급 1만원을 받았던 코인노래방은 11월 중순도 되기 전 확진자가 늘어날 기미를 보이자 문을 닫았다. 부정기적이었지만 부를 때마다 한번도 빠지지 않았던 웨딩홀에선 더 이상 전화가 오지 않았다. 덮밥집과 고깃집은 차례로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말 한마디로 사실상 끝이었다. “일하는 언니가 있으니 어린 사람이 양보해라”(덮밥집), “제일 늦게 들어왔으니 먼저 그만두는 건 당연하다”(고깃집)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댔다. 만 16살인 보라는 계약서를 쓰지 못했다. 법적 미성년이 일을 하려면 부모 동의를 얻어야 한다. 집을 나온 마당에 불가능한 일이다. 일단 구두로 계약하고 현금으로 받는다. 이게 거리의 질서다.하루 확진자가 1천명이 넘어가고 3차 유행의 한복판에 들어서자 거리는 다시 불이 꺼졌다. 순식간에 일을 잃은 건 보라만이 아니다. 그 뒤로 거리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보라가 보기에 절반만 진실이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는 청소년들은 어디를 가도 넘쳐났다. 한 유명 햄버거 체인점에서 알바를 뽑는다는 말을 들었다. 알고 보니 거기는 뽑힌다고 곧바로 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일하는 것을 보고 정식으로 뽑는다고 했다. 말하자면 ‘알바 아래 알바’였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청소년 중 대기 인력을 뽑아 더 저렴한 비용으로 일을 시키는 듯했다. “알바 알바라고 해야 하나? 알바 인턴이라고 해야 하나.” 보라는 그 일조차 구하지 못했다. “(여성 청소년에겐) 일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여성 청소년 우삼은 “라이더를 해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면허도 없고…”라며 “요즘 들어 일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보라와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알바 자리가 났다는 공고를 보고 전화하면 거의 대부분 마감됐거나 시간이 맞지 않았”다. 그는 엑시트와 같은 법인이 운영하는 청소년 대안 주거공간인 자립팸 ‘청소년자립팸 이상한 나라’에 살지만 최근 일자리를 꼭 구해야 할 일이 생겼다. 당장 다음달부터 자립팸을 통해 지급받던 기본소득 30만원이 예산 부족으로 중단된다. 자립팸에서 살기 시작한 2020년 2월부터 1년을 받은 셈이다. 이 30만원은 자립팸에 사는 모든 개인에게 증빙 없이 쓰도록 했다. 이는 청소년이 공동체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그 존재만으로 존중받는 경험과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우삼과 함께 만난 알로에(가명)는 30만원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100분의 100”이라고 했다. 정기적인 소득이 없던 우삼, 알로에에게는 자신의 삶을 꾸리는 계기가 됐다는 면에서는 성공적으로 보였다.
지난해 8월15일 광화문 집회 이후 서울에서 집단감염의 조짐이 보이면서 엑시트는 아웃리치 활동을 전면 중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 “밥 좀 줘. 버스에서 좀 쉬자”는 청소년들의 항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활동가들은 이 모습에 오히려 고무됐다. 4주 만에 활동 전면 재개를 결정할 명분이 됐다. 천막에서 체온 측정을 하는 모습.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지난해 8월15일 광화문 집회 이후 서울에서 집단감염의 조짐이 보이면서 엑시트는 아웃리치 활동을 전면 중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 “밥 좀 줘. 버스에서 좀 쉬자”는 청소년들의 항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활동가들은 이 모습에 오히려 고무됐다. 4주 만에 활동 전면 재개를 결정할 명분이 됐다. 천막에서 체온 측정을 하는 모습.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코로나19 속 거리 청소년, 깜깜한 정부
1월29일, 두번째 활동에서는 주방이 아닌 안내를 맡기로 했다. “엑시터를 환대하고 메뉴판을 받는 일”이다. 들어오자마자 건네는 메뉴판에는 △네가 골라(밥 먹기, 간식, 토큰, 생리대, 옷(속옷), 생필품 등) △도움이 될까(고민 나누기, 친구 되기, 수다 떨기 등) △이건 어때(영화, 보드게임, 충전 등) △한번쯤은(치료, 병원, 콘돔, 임신테스트기 등) 등이 있다. 이 중에 무엇이든 선택한다. 대체로 밥 먹기와 수다 떨기, 친구 되기가 많았다. 안내의 주 임무는 메뉴판 받기 말고도 ‘버스 이용을 돕고 대화 속에서 사례를 발견하는 일’까지를 아우른다. 마스크 착용 확인, 거리두기 고지와 함께 체온 측정도 주요 임무다. 저녁 8시가 됐다. 기다리던 청소년들이 체온을 서둘러 재고 들어서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단체에서 확인한 바로는 지난해 찾아온 1177명 중 확진자는 없었다. 전체 거리 청소년을 11만명으로 추정한다면 그 1% 남짓이다. 하지만 이를 가지고 전체 거리 청소년의 코로나19 감염 여부 현황을 짐작하기는 어렵다.코로나19 상황이라고 해서 거리 청소년 문제가 어디로 사라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생존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태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거리 청소년 수를 추산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여성가족부는 2020년 쉼터 등 시설에서 보호한 거리 청소년 수가 2019년(3만명)에 비해 3분의 1 정도 줄었으니 실제 거리 청소년도 그에 준해 감소하지 않았을까 추정한다. 이런 거친 계산법으로 따져도 최소한 7만명 이상이다.안내를 시작한 지 한시간 정도 됐을까. 2인분 도시락을 포장해달라고 주문한 이가 눈에 띄었다. 활동가 입장에서는 반가운 요구다. 이날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천변의 바람은 더 찼다. 방역을 위해 한번에 밥을 먹을 수 있는 수는 7명 안팎으로, 길게는 20여분을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포장이 용이해 보이지만 방문한 청소년 대부분은 밥을 먹고 가기를 원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고민 상담을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주거가 불안정해 먹을 장소가 마땅치 않은 경우도 있다. 엑시터 중 탈가정을 한 청소년은 열 중 여덟이다. 그런데 2인분이라니 무슨 영문인가 싶었다. “ㄱ이 자가격리 중”이라고 했다. 엑시트의 활동가들은 그 ‘ㄱ’ 또한 익숙한 인물인 듯 안부를 물었다. 두 손 가득 음식을 들고 나서며 친구가 음식을 제대로 먹고 있지 못한다고 걱정했다. 그 이상 어떤 상황인지 물어볼 수 없었다. 그는 음식을 어떻게 전달해줄지, 스스로 안전을 어떻게 확보할지 궁금했다.거리 청소년들의 상황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청소년들의 수요는 밥에만 있지 않다. 메뉴에 생필품을 체크하고 받아간 수는 2019년 376건에서 2020년 691건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생필품은 즉석식품, 세면도구, 양말을 포함한 기타 내의류 등이다. 생필품 수요 증가는 마스크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마스크 대란이 있던 3월부터 3개월 정도 꾸준히 유지되다가 6월 이후 줄어든다. 그러다가 11월부터 급증했다. 이는 청소년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또 새롭게 구하려고 해도 구해지지 않은 3차 유행 시기와도 겹친다. 박유리 활동가는 “한부모 가정, 저소득층 등 동사무소에서 파악하고 있는 경우에는 개별 연락해 마스크를 지급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돈이 없어 마스크를 구매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이날은 의외의 ‘성과’도 있었다. 라이더들과의 대화다. 별채에서 식사 중인 라이더 ㄱ에게 말을 걸었다. 라이더 복장이었던 지난주와 달리 평상복인 점이 눈에 띄었다. 기다렸다는 듯 “지난주 사거리를 건너는데 차가 갑자기 덮쳤다”며 사진을 한장 내민다.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다. 바퀴인 듯 아예 반원으로 접혀 엉킨 고철 덩어리다. “그런데 신기하죠. 몸은 멀쩡해요. 흐흐.” 일어서는 그를 붙들고 맥락 없이 “합의는요?”라고 물었다. 주춤하다가 웃는다. “30만원 받기로 했다. 그 정도면 됐다”고 했다. 상대가 보험 처리 대신 현금 보상을 원했던 것 같다. 진단은 받지 않았다. “그건 말도 안 되는 합의금”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머뭇거리는 사이 다시 발길을 돌린다. 천막으로 돌아오니 다른 라이더 ㄴ이 있었다. 그는 “나는 사고가 안 난다. 사거리를 건널 때 사고가 많이 나는데 속도를 줄이면서 사방을 살피다가 한번에 건너면 된다”고 자랑삼아 말한다. 위기에 놓인 이들이 궁여지책으로 택한 일자리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부조리는 불쑥불쑥 고개를 들었다. 쉼터를 전전한 청소년이 수백만원짜리 오토바이를 살 돈이 있을 리 없다. 답은 리스다. ㄴ의 경우 리스비를 배달업체에 하루 3만5천원씩 낸다. 옆에서 ‘마미’ 활동가가 “하루치면 말이 안 된다”며 휴대전화 계산기를 두드린다. “1년에 50일을 제해도 1천만원이 넘잖아!” 마미가 흥분한다. ㄴ은 오히려 “우리 사장님은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코로나19 3차 유행의 불길을 잡아가던 1월22일, 29일 서울 신림사거리 봉림교 옆에서 ‘움직이는 청소년 센터 엑시트’와 함께했다. 10년째 신림사거리 ‘거리 청소년’의 밥을 챙기는 아웃리치 활동이다. 전국 13곳의 공공기관 현장 아웃리치가 코로나19를 이유로 비대면으로 전환한 사이 엑시트의 천막은 코로나19를 뚫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웃리치 전진기지가 됐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코로나19 3차 유행의 불길을 잡아가던 1월22일, 29일 서울 신림사거리 봉림교 옆에서 ‘움직이는 청소년 센터 엑시트’와 함께했다. 10년째 신림사거리 ‘거리 청소년’의 밥을 챙기는 아웃리치 활동이다. 전국 13곳의 공공기관 현장 아웃리치가 코로나19를 이유로 비대면으로 전환한 사이 엑시트의 천막은 코로나19를 뚫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웃리치 전진기지가 됐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고립감과 상처는 늘어가는데…
밤 11시가 넘어갈 무렵, 박유리 활동가가 갑자기 습윤밴드와 연고를 찾았다. “자해”라고 했다. 표정이 좋지 않다. 더 물어보지 않았다. 자해는 지난해 코로나19를 겪으며 등장하기 시작한 새로운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엑시트의 ‘청소년 개별 위기 지원 현황’에는 “2020년은 정신건강, 자해 등의 이슈가 두드러졌던 해”로 기록하고 있다. “청소년의 자해를 알게 되는 경우 엑시트는 청소년과 만나 치료나 상담을 권하기도 하고 본인이 동의하면 이와 연계하는 일을 해왔다”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본인이 동의하면’이다. 본인이 납득하기 전까지 개입은 하지 않는다. “청소년 스스로가 거리 문제 해결의 주역”이라는 관점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혼자 선택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스스로 살아갈 힘을 낼 때까지 곁을 지킨다는 것 또한 원칙이다. 이와 관련해 메뉴판 항목에서도 2019년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친구 되기’다. 지난해 394건에서 올해 588건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용 청소년 수가 절반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의미를 둘 만한 숫자다. 이윤경 활동가는 이와 관련해 “코로나19가 거리 청소년의 기본적인 심리적 건강, 특히 고립감에 크게 영향을 미쳤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는 올 한해도 계속될 텐데…엑시트마저 사라지면
올해도 어쩔 수 없다. 코로나19 속에서 살아야 한다. 거리 청소년은 여전할 테고, 그들도 밥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활동 10년을 맞는 ‘움직이는청소년센터 엑시트'와 ‘청소년자립팸 이상한나라'가 올해를 끝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2022년의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로 올 한해를 버티고 있다. 이대로라면 엑시트 버스가 거리 청소년과 밥을 나눌 수 있는 건 올해 10월까지다. 이마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긴축 운영 중이다.청소년의 가난에, 조직의 가난이 겹쳤다. 대부분이 인건비다. 청소년들에겐 곁을 지킬 사람이 제일 필요한데, 여러 공모사업은 인건비 제한 규정이 있어 예산 확보가 사실상 어려운 현실이다.버스는 계속 달릴 수 있을까.
후원 계좌 : 399-039279-04-014 기업은행 들꽃청소년세상 (입금 시 보내는 사람 이름 뒤에 엑시트라고 적어야 엑시트가 후원 당사자가 됨. 기부금 영수증 발급은 전화 및 이메일 문의 02-863-8346, wahahabus@hanmail.net)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2099.html?_fr=mt1#csidx023529993d7d008b88219055b0549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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