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2.02.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2일 선거제도 관련 당의 입장 결정을 이재명 대표에게 맡기기로 했다. 지도부는 병립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택지를 두고 격론이 벌였지만 단일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과 오후에 걸쳐 도시락 오찬을 겸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강선우 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늘 최고위에서는 선거제도와 관련해서 허심탄회하게 소통이 있었고, 선거제도 관련 당의 입장을 정하는 권한을 이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도부는 이 대표에게 구체적인 선택지를 주지 않는 채 포괄적 형태로 위임했고, 답변 시한도 따로 정하지 않았다.
강 대변인은 ‘이 대표가 입장을 정하면 의원총회 추인 절차는 필요 없는 것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거기까지도 다 열려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선거제도를 놓고 토론을 벌였지만, 입장을 하나로 좁히지 못했다. 오전 9시 30분 시작한 최고위 회의는 비공개를 포함해 4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정청래 최고위원 등을 중심으로 선거제와 관련한 당의 향로를 당원들에게 맡기는 ‘전 당원 투표’가 요구됐지만, 반대 의견 역시 팽팽했다. 전 당원 투표를 실행하게 되면 일정 착수에 소요 시간이 있는 만큼, 주말 내 지도부 입장 결정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에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공개 발언을 통해 반기를 들었다. 고 최고위원은 “당원 투표에 기대어 결정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시키겠다는 것으로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책임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년 연초 한반도를 강타한 북측의 노동당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북측의 근본적인 대남 노선 전환과 관련해 미국에서는 의견이 둘로 갈라지고 남측 정부는 정확한 입장을 못내고 있으며, 통일운동 진영도 당황해 하고 있다. ‘쿠오바디스 한반도’인 것이다.
북측의 의도와 향후 통일운동의 방향을 듣고자 대표적인 재미 정세분석가 한호석 소장을 찾았다. 미국 뉴욕에서 만난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은 건강했다. “어느덧 예순아홉이 되었지만, 언제나 청춘의 기백을 안고 산다”는 그의 소신처럼 칠순을 한 해 앞둔 그의 눈빛은 형형했고 목소리는 창창했다. 모든 현안에 대해 막힘이 없었다. 향후 한반도 정세 변화를 예고하듯 그가 25년 넘게 이끈 ‘통일학연구소’도 ‘정세연구소’로 개칭했다.
한 소장은 이번 북측의 시정연설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남쪽 국경선을 긋는 문제”를 꼽았다. 북측이 남쪽 국경선을 그을 경우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남북 간 충돌이 불가피해지고,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즉 이 같은 무력충돌은 “영토 침범 문제를 두고 벌어질 것이므로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
그 뿌리가 시정연설에 나타난 김정은 총비서의 새로운 정세관에 기인한다고 한 소장은 짚었다. 김 총비서는 시정연설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했는데, 이럴 경우 “1민족 1국가의 원칙 위에 성립된 연방제 통일정책의 존립근거가 사라”진다는 것. “김정은 총비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연방제 통일정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북측의 대남 노선 변화와 관련 그 조짐에 대해 김여정 부부장이 2023년 7월 10일자 담화에서 《대한민국》이라고 표기했던 것을 상기시켰다. 특히, 한 소장은 북측의 대남 노선 변화의 원인으로 ‘한미연합군의 참수작전 준비’를 지목했다. 그렇다면 이제 한반도에는 ‘한미연합군의 참수작전 준비’ 대 ‘대한민국 점령작전 준비’가 맞선 형국이 된 것이다.
아울러, 한 소장은 북측이 조국통일3대원칙 폐지와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철거 등 그동안 남북이 맺은 합의를 무효화한 이유로 ‘연방제 실현이 불가능해졌다는 자체 판단 때문’으로 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조국통일운동을 해왔던 남측이나 해외측 활동가들이 혼란스러운 건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출구 없이 ‘강대강’으로 치솟는 한반도 전쟁 위기를 막기 위한 대처 방안으로 한 소장은 “자주강령의 기치를 높이 들고 반미자주화 투쟁에 더욱 힘쓰면서, 민주강령의 기치를 높이 들” 것을 촉구했다.
한호석 소장과의 인터뷰는 1월 20일(토)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 호텔의 카페에서 진행됐으며, 미비한 점의 보강을 위해 이후 이메일을 통해 한차례 서면 문답을 가졌다. 본 인터뷰 녹취록은 보다 정확한 내용을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문맥을 변경하지 않으면서 부분적으로 수정, 보완되었다. / 편집자 주
미국 뉴욕에서 만난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은 건강했다. 눈빛은 형형했고 목소리는 창창했다. 한 소장은 최근 북측의 전원회의와 시정연설에서 나타난 대남 노선 전환과 관련한 모든 현안에 대해 막힘이 없었다. [사진-통일뉴스 임영태 기획위원]
“북측의 대남 노선 변화 원인은 한미연합군의 참수작전 준비 때문”
□ 이계환 기자 :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뉴욕에서 뵙습니다.
■ 한호석 소장 : 서울에서 만난 지 10년이 넘는 것 같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통일운동 인사들과 통일뉴스 독자들을 위해 근황을 전해주시죠.
■ 며칠 전 생일을 맞아 제 나이 어느덧 예순아홉이 되었지만, 언제나 청춘의 기백을 안고 삽니다. 1981년 7월 유학생으로 뉴욕에 도착한 저는 5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려고 계획했었는데, 스물아홉 나던 1984년 6월에 거의 끝나가던 박사과정 유학생활을 마감하고 청년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40년 동안 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함없이 다른 길에 한눈 팔지 않고 자주, 민주, 통일의 길을 따라 여기까지 왔습니다. 미국에서 제가 모시고 조국통일운동을 해왔던 임창영 박사님, 홍동근 목사, 선우학원 박사, 문동환 목사를 비롯한 대선배님들은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선배님들께서 우리 후배들에게 유업을 넘겨주시고 먼저 떠나셨으니, 저로서는 노년기에 기력이 쇠하기 전에 정신 바짝 차리고 더 정진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 국내에 한호석 소장님의 글을 읽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특히 북측에서 지난해 말 전원회의와 올해 1월 중순 시정연설에서 새로운 대남 정책이 나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놀라기도 하고 또 해석을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소장님을 직접 만나 북측의 변화된 대남 정책에 대해 듣고자 합니다.
이번에 북측 8기 9차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북측의 입장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여러 가지 많겠지만 크게 보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개 국가 관계로 보겠다’, 그다음에 ‘남측을 주적으로 규정하겠다’, 그리고 ‘대남 사업과 관련 대남 기구를 정리하겠다’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남 노선의 근본적 변화라고 볼 수가 있을 것 같은데, 북측이 그간 80년 남북관계사를 지워버리는 듯, 이렇게 대남 정책을 확 바꾼 이유가 무엇일까요?
■ 2024년 1월 15일 김정은 총비서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언급한 정세관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연설 원문을 인용하면, “북남관계가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 관계”라고 하였습니다. 남북관계가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만이 아니라,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는 것, 바로 이것이 김정은 총비서의 정세관입니다.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국가 대 국가의 적대관계가 아니라 민족 내부의 적대관계로 인식해왔는데,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에 그런 기존 인식을 폐기하고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였습니다.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면, 1민족 1국가의 원칙 위에 성립된 연방제 통일정책의 존립근거가 사라집니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총비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연방제 통일정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시각에서 보면, 연방제 통일정책을 더 이상 추진할 수 없게 된 정세인식에 기초해 적대적 두 국가론이 성립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시정연설에서 남북관계가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변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연설 원문을 인용하면, 북측은 오랜 기간 남측 역대 정권들을 “동족이고, 동포라는 관점에서 대범한 포옹력과 꾸준한 인내력, 성의 있는 노력을 기울이며... 조국통일의 대의를 허심탄회하게 논하기도 하였”으나 남측 역대 정권들은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을 꿈꾸면서 우리 공화국과의 전면대결을 국책으로 하고 있고, 대결광증이 나날이 패악해지고 오만무례해”졌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역대 정권들 중에서 남북관계를 가장 많이 개선하였다고 하는 문재인 정권마저도 북측 정권을 붕괴시키고 흡수통일하려는 대북정책을 폐기하지 않고 되레 더 강화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김정은 총비서와 북측 수뇌부를 무력으로 제거하려는 참수작전부대를 2017년 12월 1일 창설했습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참수작전부대를 창설해놓고 2018년 1월 10일 첫 신년사에서 “한반도에 평화의 촛불을 켜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와 북측 수뇌부를 무력으로 제거하려는 참수작전을 은밀히 준비하면서, 그 무슨 ‘평화의 촛불’을 켜겠다고 했고, 남북정상회담장에 나가 김정은 총비서와 악수를 했으니, 그처럼 뻔뻔스러운 행동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문재인 정권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참수작전부대를 창설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미국의 대북정책을 추종하기 때문에 참수작전부대를 창설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그대로 실행했습니다. 이런 사정은 남북관계가 파탄으로 귀결된 근본원인이 한국 역대 정권들의 대미 추종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우리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오늘까지 70년 동안 6.25전쟁의 교전이 잠정적으로 중지된 정전상태에 있는 것으로 인식해왔는데,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시정연설에서 그런 기존 인식을 폐기하고 오늘의 남북관계를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였습니다. 남북관계를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것은,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기정사실화한 것입니다. 전쟁의 임박성과 불가피성을 감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금 윤석열 정권은 김정은 총비서와 북측 수뇌부를 제거하려는 참수작전 준비를 문재인 정권보다 더욱 본격화하고 있으므로, 그에 대응해서 북측도 윤석열 대통령과 남측 수뇌부를 제거하려는 ‘대한민국 점령작전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죠. 한미연합군의 참수작전 준비는 전쟁의 임박성과 불가피성을 유발한 결정적인 원인입니다.
□ 북측이 2021년 제8차 당대회를 통해 당규약을 개정한 바 있습니다. 주요 내용 중의 하나가 ‘민족해방민주주의’ 노선의 폐기였는데, 당시 이를 두고 남측에서 북측의 ‘남조선 혁명론 폐기’, ‘적화통일 폐기’ 나아가 ‘두 개 조선 인정’, ‘조국통일 포기, 평화공존 모색’이라는 평가가 난무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 북측의 대남노선 변화가 당시 당규약 개정과 무슨 연관이 있었을까요?
■ 2021년 1월 초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당규약을 개정하면서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업을 수행”한다는 문장이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한다는 문장으로 바뀌었습니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이라는 용어는 삭제되었지만, 남측 사회의 자주적 발전은 민족해방혁명과 일맥상통하고, 남측 사회의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민주주의혁명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므로 표현만 달라졌을 뿐 내용은 바뀌지 않았죠.
지난해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당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전경. 김정은 총비서는 당대회 총화보고에서 남북관계는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고착되었으며, 흡수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과는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고 하면서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에 대한 입장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또한 제8차 당대회에서 당규약을 개정하면서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을 통일”한다는 문장이 “민족자주의 기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긴다”는 문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조국통일의 3대 원칙인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이라는 명시적 표현 대신에 민족자주의 기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긴다는 새로운 표현을 사용했으므로, 표현만 바뀌었지 내용은 바뀌지 않았죠. 그러므로 2021년 1월 당규약 개정에서는 대남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남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는 징후는 김정은 총비서의 제8차 당대회 개회사 인사말에서 나타났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남측 동포들에게 보내는 인사를 생략하고, 북측 인민들과 해외동포들에게만 인사를 보낸 것입니다. 당시 김정은 총비서는 대남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첫 조짐은 김여정 부부장의 2023년 7월 10일자 담화에서의 《대한민국》 표기”
□ 그렇다면 북측에서 이러한 대남 노선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한 계기나 또는 그럴 만한 조짐이 있었는가요?
■ 정책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에요. 북측의 대남 정책은 언제 변화되었는가? 변화의 시점을 외부에 밝히지 않았기에 모르겠지만, 변화의 조짐은 나타났어요. 2023년 7월 10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했는데, 거기서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했어요.
□ 맞아요. 기억이 납니다.
■ 그땐 몰랐어요. ‘대한민국’ 국호를 왜 갑자기 썼는지 알 수 없었지요.
□ 당시 대한민국 국호에 부호를 붙였어요.
■ 이중꺽쇠괄호(《》)이지요. 《대한민국》이라고 표기했어요. 대한민국 국호에 이중꺽쇠괄호를 한 것은, 북에서는 그런 용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외부에서 쓰는 용어를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중꺽쇠괄호를 쓴다는 것은 대한민국을 국가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대남 담화에서는 인용부호를 붙여서 국호를 사용한 것으로 해석되었어요. 그런데 얼마 뒤에 이중꺽쇠괄호마저 없어졌어요.
□ 그러니까 지난 연말 전원회의 이전에 없어졌다는 말이지요.
■ 그렇지요. 2023년 12월 17일 국방성 대변인 담화에서 처음으로 이중꺽쇠괄호 없이 대한민국 국호를 썼는데, 당시에는 저는 이런 변화현상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어요. 이렇게 보면, 김여정 부부장이 2023년 7월 10일 대남 담화에서 처음으로 이중꺽쇠괄호를 붙인 대한민국 국호를 쓰기 전에 이미 북측 내부에서 대남정책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 그렇게 봐야겠군요.
■ 저는 김여정 부부장이 김정은 총비서의 대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국호를 처음으로 사용하는 대남정책 변화 징후가 그의 대남 담화에서 처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대남정책은 북측 최고영도자가 직접 지도합니다. 그러므로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 담화는 중요한 계기마다 김정은 총비서의 의사를 직접 대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여정 부부장이 총비서의 전권을 받아서 의사를 직접 대변한다는 것이군요.
■ 2023년 9월 26일 평양에서 진행된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연설했는데, 그 연설에서 대남 정책의 변화를 예고하는 징후가 또 나타났지요. 김정은 총비서는 연설에서 대미 관계와 대외 관계에 대해서는 언급했는데 대남 관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 맞습니다. 기억이 납니다. 북측은 총화보고 등을 하면 먼저 국내 문제를 보고하고 이어 대남 문제 그리고 대미 문제 순으로 언급하지요.
■ 그렇죠. 이제까지 그런 순서로 언급하였는데 2023년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대남관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어요. 저도 당시에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대남정책의 변화를 예고하는 징후였지요. 2023년 12월 27일, 그러니까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둘째 날이죠. 김정은 총비서는 그날 사업총화 보고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했고, 적대국가인 대한민국을 평정하겠다고 언급하였습니다.
□ 점령, 편입하겠다고 했지요.
■ 김정은 총비서는 2023년 12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편입’이라는 말까지 사용하지는 않았어요. 2024년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편입’이란 말을 처음 썼고 ‘수복’이라는 말도 처음 썼어요. 점령, 평정, 수복, 편입이라는 4개 단어를 모두 썼습니다. 작년에는 ‘평정’이라는 단어만 썼습니다. 2023년 12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북측이 추진해온 평화통일이 실현 불가능하다, 그래서 평화통일 정책을 포기한다는 내용을 언급했어요. 그런데 올해 시정연설에서는 그 문제를 더 명시적으로 언급하였습니다.
□ 그러한 평화통일 포기를 두고서 남측에서는 그러면 북측이 무력통일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요.
■ 우리가 그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데, 남측에서는 북측이 그 동안 평화통일을 추구해왔지만, 이제는 평화통일을 실현할 수 없게 됐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을 가지고 평화통일 정책을 폐기하고 무력통일 정책으로 전환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 북측에서 평화통일 얘기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남측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요.
“그간 통일운동을 해온 남측이나 해외측 활동가들이 혼란스러운 건 당연”
■ 북측에서는 오래전부터 2개의 전략 목표를 추구해왔어요. 평화통일과 무력통일 2개의 전략 목표를 추구해왔는데, 그 동안 무력통일 정책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측에서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죠. 북측은 평화통일 정책과 무력통일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왔고, 실제로는 무력통일 정책에 더 비중을 두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자료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입니다.
한호석 소장과의 인터뷰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 호텔의 카페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임영태 기획위원]
김정은 총비서의 이번 중대 발언은 최근에 이르러 평화통일 정책을 폐기하고, 무력통일 정책으로 전환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에요. 김정은 총비서는 이전에도 ‘조국통일대전’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군사 부문을 시찰하면서 또 남북관계가 긴장 상태에 빠졌을 때 인민군 장병들에게 ‘조국통일대전’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지요. 통일대전이라는 말과 무력통일이라는 말은 동의어입니다. 같은 뜻이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무력통일이라는 용어를 썼고, 김정은 총비서는 통일대전이라는 용어를 썼어요.
그런데 지금 사정은 전혀 달라요. 통일대전을 하려는 게 아니고, 대한민국을 점령, 편입하려는 거예요. 조국통일대전과 대한민국 점령, 편입은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조국통일대전은 북측 영토인 남반부를 무력으로 ‘해방’하고, 전민족회의를 소집하고, 거기서 남, 북, 해외 대표자들이 통일의 절차, 방법, 일정을 합의해서 연방제 통일국가를 건설하려는 것이에요. 이게 통일대전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인민군이 남측을 무력으로 ‘해방’했을 때, 통일을 지향하는 남측의 진보정치세력이 적극 호응을 해줘야 해요. 그래야 전민족회의가 성립되지요.
□ 그렇죠. 남쪽에도 주체가 있어야 하니까요.
■ 그런 맥락을 이해하면, 이전에 북측에서 말한 조국통일대전은 연방제 통일을 폐기한 것이 아니었어요. 만일 그들이 조국통일대전에서 승리하면, 남측의 종미우익세력이 제거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남측에서 통일을 지향하는 세력들, 진보세력들이 새로운 지역정부를 수립해서 북측 지역정부와 손잡고 연방국가를 건설한다는 게 북측의 시나리오였으므로, 연방제 통일과 통일대전은 상호 모순되는 게 아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시나리오가 아니에요. 대한민국을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토로 편입시키겠다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근본적이고 급격한 정책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통일운동을 해왔던 남측이나 해외측 활동가들이 혼란스러운 건 당연한 일입니다.
□ 지금 남측의 통일운동가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지요.
■ 대한민국을 점령, 평정, 수복, 편입한다는 말은 남측의 진보세력이 ‘해방지역’에서 새로운 지역정부를 수립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없어요. 그것은 북측이 ‘점령지역’에서 군정을 실시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요. 원래 ‘해방지역’에서는 자체적으로 지역정부가 수립되지만, 점령지역에서는 군정이 실시되는 법이지요. 군정이라고 해도, 남측의 진보세력이 참여하는 민정부서가 군정 내부에 설치될 수는 있겠죠.
그런데 북측에서 왜 이런 근본적인 정책변화가 일어났느냐 하면, 연방제 통일을 실현할 수 있는 진보세력이 남측에 없기 때문이죠. ‘없다’는 말은 어폐가 있는데, 연방제 통일을 지지하는 세력이 남측에 있기는 있는데 힘이 미약해서 그들이 집권할 수 없고, 설령 어떤 ‘기적’이 일어나 그들이 집권하더라도 미국과 종미우익세력에 의해 전복될 수밖에 없어요.
지금 남측의 진보당은 연방제 통일을 실현할 새로운 정부를 수립할만한 대중적 지지기반과 정치역량을 갖지 못했어요. 대중들 속에서 진보당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어요. 진보당의 집권전망은 불투명합니다. 이것은 연방제 통일이 실현할 수 없게 되었음을 말해줍니다.
□ 현실적으로 남측의 정치 상황이 아주 어렵다고 봐야죠. 일부에서는 10년, 20년 가도 장담을 못한다고 하지요. 그렇다면 북측이 그런 식으로 남쪽에 대한 상황을 일단 다 파악했다는 것이네요.
■ 북측 시각에서 보면, 연방제 통일의 상대가 남측에 없는데 어떻게 연방제 통일을 실현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두 적대국가라고 규정했는데, 왜 두 적대국가라고 규정했는지 이것도 이해가 잘 안 되잖아요. 지난 시기에 그러했던 것처럼 두 적대국가로 규정하지 말고 그냥 ‘남반부’ 혹은 ‘남조선’이라고 해도, 북측이 남측을 점령할 수 있을 텐데, 왜 남측을 굳이 적대국가로 규정해놓고 점령하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시정연설에서 핵심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남쪽 국경선을 긋는 문제”
김정은 총비서의 이번 시정연설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남쪽 국경선을 긋는 문제를 검토하고, 최고인민회의 차기 회의에서 헌법적으로 확정하겠다는 것이에요. 국경선을 확정하기 위한 최고인민회의 차기 회의는 머지않아 열릴 겁니다. 헌법을 개정해서 영토 조항을 신설하려는 것이죠.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시정연설에서 다른 나라 헌법의 영토 조항이 어떻게 돼 있는지 검토했다고 했어요. 북측이 헌법에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군사분계선을 국경선으로 바꾸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 남측의 학자나 전문가들도 그 점을 지적하고 있어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고착된 남북관계에 대한 규정을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대남 노선의 전환 의지를 밝혔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 북측이 군사분계선을 국경선으로 바꾸면, 서해 해상 국경선에서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북측의 서해 국경선은 남측의 ‘북방한계선’과 겹치기 때문이죠. ‘북방한계선’은 미국이 6.25전쟁 직후에 북측의 대남공격을 억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남측의 대북공격을 억제하려는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그어놓고, 상당 기간 외부에 발표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므로 국제법적 근거를 전혀 갖지 못합니다. 북측으로서는 그런 ‘북방한계선’을 지킬 의무가 없을 뿐 아니라, 그 선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요.
그러므로 북측 시각에서 보면, ‘북방한계선’을 무력으로 고수하려는 남측의 행동은 북측의 서해 국경선을 침범하는 것으로 됩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시정연설에서 ‘북방한계선’을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군사분계선이나 ‘북방한계선’을 넘어가는 월선행동과 국경선을 넘어가는 영토침범행동은 완전히, 법적으로 다른 거예요. 어느 나라가 다른 나라의 영토를 침범하면, 침범을 당한 나라는 자위권 차원에서 무조건 방어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영토침범에 대응해 무력을 행사하는 것은 국제법상 합법적인 행동입니다.
□ 북측에서 시정연설이 나오자 미국의 학자들 사이에서도 한반도의 현 상황이 1950년 6.25전쟁 이래 전쟁 위험성이 가장 높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 지금 그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의 전문가들은 둘로 갈라졌어요. 한쪽은 남북관계가 매우 악화되어 전쟁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은 남북관계에서 국지적 무력충돌은 일어날 수 있지만, 전쟁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국지적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연평도 포격전처럼 몇 시간 안에 끝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오산입니다. 연평도 포격전은 ‘북방한계선’을 사이에 두고 무력충돌을 벌인 것이어서 금방 끝났지만, 앞으로 일어날 무력충돌은 영토 침범 문제를 두고 벌어질 것이므로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 향후 한반도 상황을 예고하듯이 연초에 서해에서 남북 사이에 포사격이 있었지요?
■ 남측이 ‘북방한계선’을 고수하고 있는 서해 5도 수역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무시무시한 ‘화약고’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mm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도발로 간주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어요. 북측 최고인민회의 차기 회의에서 영토 조항을 신설해 군사분계선을 국경선으로 바꾸면, 남측이 고수하는 ‘북방한계선’은 북측 영토를 1~2km 침범하는 것으로 됩니다. 다시 말해서, 무시무시한 ‘화약고’에서 남측이 북측에 전쟁을 도발하는 것으로 되는 것이죠.
□ 그렇다면 남측 정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대응을 준비해야 할 텐데요.
■ 윤석열 정부는 대응할 수 없게 돼버렸어요. 윤석열 정부가 ‘북방한계선’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서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윤석열 정부는 북측에서 전쟁도발로 간주하게 될 매우 위험한 길을 따라 그냥 가는 수밖에 없어요. 상황은 아주 심각합니다.
□ 그렇다면 남북 사이에 충돌이 일어날 것이고,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이네요.
■ 그렇죠. 무시무시한 ‘화약고’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시간문제인데, 국지적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급속히 확전될 가능성은 100%입니다.
□ 지금 남북 사이에 그걸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잖아요. 핫라인도 없고.
■ 남북통신연락선이 전부 끊어졌으니까 확전을 막을 최소한의 장치도 없어요. 그래서 올해의 군사상황이 극도로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이에요.
□ 북쪽의 동향이 그렇다면, 남쪽에서는 정부나 아니면 민간이나 전쟁을 막아야겠지요. 지금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기본 인식은 다 돼 있는 거니까요. 남쪽에서 정부가 하지 않으면 민간이라도 그런 움직임을 보여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 시기를 놓쳤어요. 윤석열 정부는 전쟁위험을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고...
“그간 남북합의를 무효화한 이유는 연방제 실현이 불가능해졌다는 판단 때문”
□ 대담이 무겁게 흘렀네요. 이번에 북측은 7.4 남북공동성명에서 합의한 조국통일3대원칙인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을 폐지한다, 그런 다음에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도 철거한다고 했어요.
조국통일3대원칙이나 3대헌장기념탑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이어져 온 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것을 폐지하거나 철거하는 것은 북쪽 입장을 다 바꾸는 것인데, ‘유훈통치’도 그만두는 것이고...
■ 핵심적인 내용은 ‘선대 수령들의 조국통일유훈을 더 이상 관철하지 않는다’는 것에요. ‘더 이상 관철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습니다.
□ 충분히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다고 봅니다. 어쨌든 조국통일 유훈을 관철하지 못할 정도의 상황이라는 건데, 그렇다면 북측에서는 그것을 감내하겠다는 건가요?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 건가요?
무거운 내용의 대담 분위기에서 가끔 벗어나 한 소장은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사진-통일뉴스 임영태 기획위원]
■ 다른 뜻은 없어요. 문자 그대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데. 북측이 연방제 통일방안을 실현될 수 없게 되었다는 자체적 판단에 따라, 지난 시기에 남북이 합의했던 모든 합의를 무효화시킨 것이에요.
□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우리 민족제일주의’를 강조했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있어요. 제가 가끔 범민련 남측본부의 민족학교에 가서 민족 문제에 대해 강의합니다. 김남식 선생이나 정수일 선생의 민족론에 입각해 강의를 하지요.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국가 10대 상징물 등을 만들며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민족 문제를 버린 것은 아니라고 말해 왔는데, 이번에 시정연설을 보고는 ‘이제 달리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 민족 문제에 대한 북측의 이해는 ‘주체의 민족관’에 집약돼 있습니다. 주체의 민족관은 주체사상의 구성부분입니다. ‘주체의 민족관’에 의하면, 민족을 형성하는 징표는 핏줄, 언어, 문화, 지역의 공통성으로 해명됩니다. 이 네 가지 요소를 전부 갖추어야 민족의 실체가 완성되는 것인데, 우리는 5천 년 역사 속에서 핏줄의 공통성, 언어의 공통성, 문화의 공통성, 지역의 공통성을 오랜 기간 점진적으로 형성해오면서 단일민족으로 발전돼 왔어요. 그러므로 북측에서 말하는 ‘주체의 민족관’이라는 견지에서 보면, 남북관계가 두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되었다고 해서 단일민족이 둘로 갈라진 것은 아닙니다.
□ 두 국가로 분리되었지만, 민족이 둘로 갈라진 것은 아니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 이 땅에 두 국가가 성립되었다고 해서 민족이 둘로 갈라질 수는 없어요. 고대 삼국시대에 고구려, 백제, 신라가 존립했었지만, 당시 아직 형성단계에 있었던 우리 민족이 셋으로 갈라진 것은 아니었어요. 그 후 약 2,000년 동안 민족성이 점차적으로 공고해지면서 단일민족으로 발전된 우리가 이제 와서 갑자기 두 민족으로 갈라질 수는 없어요.
□ 이번 일을 두고 일부에서 통일 이전의 동독과 서독 얘기를 하는데 제가 보기에 그건 아닌 것 같아요.
■ 서양에는 우리가 말하는 ‘민족’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우리가 말하는 민족이라는 개념과 서양에서 말하는 민족국가(nation)라는 개념은 완전히 다르죠. 민족이라는 말은 서양말로 직역할 수가 없어요. 기록을 보면, 지난 시기 동독 측에서 도이췰란드 민족은 두 개의 민족으로 갈라졌다고 했어요.
□ 사회주의 민족과 자본주의 민족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 그 나라 사람들이 사용한 개념을 우리쪽에서 번역하면서 ‘민족’이라는 말로 번역했기 때문에, 혼동이 생겼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도이췰란드 민족이 두 민족으로 갈라졌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사회주의 민족국가와 자본주의 민족국가로 갈라졌다고 번역했어야 합니다.
히틀러를 우두머리로 한 파시스트세력은 ‘내셔널 쏘시얼리즘(National Socialism)’을 주장했고, 이것을 우리쪽에서 ‘민족사회주의’라고 잘못 번역했는데, 민족국가사회주의라고 번역했어야 합니다. 영어권에서는 ‘내셔널 쏘시얼리즘’이라는 말을 줄여서 나찌즘(Nazism)이라고 했는데, 바로 그것 때문에 서양에서는 ‘민족’을 강조하면 나찌즘을 연상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도이췰란드의 민족국가주의자들은 아리아인이 다른 인종보다 우수하다는 인종우월주의와 아리아인의 ‘세계사적 사명’을 떠들어대면서 국내적으로는 악랄한 파쑈통치를 자행했고, 대외적으로는 극악한 침략전쟁에 광분했습니다. 반나찌투쟁을 벌였던 동독의 사회주의세력은 히틀러의 민족국가주의를 철저히 배격했습니다. 그래서 동독에서는 도이췰란드가 두 개의 민족국가로 분리되었다고 주장했던 것이죠. 도이췰란드 민족이 두 민족으로 분리되었다는 뜻이 아니었죠.
주목되는 것은, 요즈음 북측에서 ‘대한민국 족속’이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 족속들은 동족의식이 거세당했다’고 지적했어요. 동족의식이 거세당하면 동족이라고 볼 수 없다는 뜻이에요.
그 다음에는, 우리가 같은 민족이지만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두 국가로 나눠졌다는 것이에요. 다시 말해서, 하나의 민족인데 대한민국이라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는 민족이 따로 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사는 민족이 따로 있다는 뜻입니다. 민족이라는 존재 자체가 둘로 갈라진 게 아니고, 두 국가가 성립되면서 민족성이 둘로 갈라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측 시각에서 보면, 민족과 통일은 완전히 분리된 것”
□ 그렇다면 민족 문제가 여전히 살아있다고 볼 수 있고, 통일은 민족이 합쳐지는 문제니까 통일도 가능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들립니다.
■ 글쎄요. 민족이라는 존재가 둘로 갈라진 것이 아니라고 해서 통일이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겠지요. 북측 시각에서 보면, 민족과 통일은 완전히 분리되었어요. 만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대한민국 영토를 점령하고, 수복하고, 편입, 귀속시키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사라지는 것이죠.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그리고 그것을 보위하는 군대와 경찰이 없어지는 거예요. 만일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토로 편입되면, 대한민국 영토에서 사는 국민들은 공화국 공민으로 편입되는 것인데, 그렇게 되는 것은 민족 문제라고 볼 수 없어요. 따라서 민족 문제와 국가 문제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이번 시정연설에서 주목되는 것은 이제는 “동족이라는 개념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라는 말도 쓰지 말고, ‘우리 민족끼리’라는 말도 쓰지 말고, 동족의식으로 오도될 수 있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대한민국을 동족이라고 오인할 수 있는 개념을 폐기한다는 뜻이죠.
"급변하는 정세에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며칠 전에 통일학연구소의 명칭을 정세연구소로 바꿨습니다." [사진-통일뉴스 임영태 기획위원]
지금까지는 ‘우리는 한 민족이다. 한 민족이니까 당연히 우리는 한 나라에서 살아야 하고, 통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통일의 당위성, 통일의 근거는 동족의식에 바탕을 둔 것이었는데, 통일을 실현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통일을 실현하려던 지난 시기에 쓰던 낡은 개념들은 필요가 없어진 거예요. 평화통일이 불가능해졌으므로, 그 근거가 되는 동족의식을 강조할 필요도 없어진 거죠.
남측의 역대 정부들은 민족을 중시하지 않았어요. 북측을 마치 다른 나라처럼 대했죠. ‘우리는 한 민족이고 한 국가다. 그러므로 우리는 반드시 통일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지 않았어요. 그들은 남과 북의 민족성을 외면하고 이민족과의 동맹, 한미동맹에 집착했습니다.
□ 일반 국민들은 여론조사에서 ‘왜 통일해야 하냐’ 하고 물으면 ‘같은 민족이니까’라고 답하는데, 정부는 민족을 중시하지 않았고, 심지어 진보적인 학자들조차 ‘탈민족’을 주장했지요.
■ 남측에서는 북측을 ‘북한’이라고 부릅니다. ‘북한’이라는 말은 대한민국 북부 지역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북측이 자기 나라의 일부인데도 마치 북측을 다른 나라인 것처럼 생각하는 모순을 범했어요. 남측에서는 북측을 다른 나라처럼 대했을 뿐만 아니라, 적대적인 대북관을 국민들에게 주입해 왔어요.
그런 냉혹한 현실 속에서 조국통일운동세력은 ‘우리는 한 민족’이라는 동족의식을 강조해 왔고 그에 기초한 조국통일의 당위성과 통일국가 건설의 역사적 필연성을 강조해 왔어요. 그런데 남측 정부는 조국통일운동을 탄압해 왔고, 이제는 북측에서도 통일정책이 폐기되었어요. 그러면 남측의 조국통일운동세력은 이제 누구를 상대로 통일운동을 해야 하나요? 통일운동이 설 자리가 없어요. 그렇지 않은가요?
□ 참 난감하네요.
통일학연구소의 명칭을 ‘정세연구소’로 바꾸다
■ 그동안 조국통일운동에 헌신해 왔던 활동가들과 진보적 대중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느냐 하는 진로문제를 숙고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남측과 해외의 진보세력은 자주·민주·통일 3대 강령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해왔는데, 지금은 제3강령인 통일 강령이 폐기됐어요. 2대 강령만 남았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민족자주 강령과 민주주의 강령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 힘을 더욱 집중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그래서 그런가요. 남측의 통일운동 단체들 사이에서 조용한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통일’, ‘민족’, ‘화해’ 그리고 ‘6.15’ 등의 단어가 들어간 명칭에 변화를 주거나, 단체의 지위와 역할도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 급변하는 정세에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며칠 전에 통일학연구소의 명칭을 정세연구소로 바꿨습니다.
□ 앞에서 북측이 조만간 최고인민회의 회의를 개최해 헌법을 개정하면, 서해에서 남북 간 충돌이 불가피해지고,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래도 우리 시대에 ‘반전 평화’는 가치 있는 담론 중 하나이고, 전쟁은 막아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 극도의 전쟁위험이 이 땅에 조성된 근본원인은 한미연합군의 참수작전연습과 전략핵자산이 동원되는 미국의 핵전쟁연습에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에 ‘핵협의 그룹’을 만들어놓고 핵전쟁계획을 오는 6월까지 완성하고, 오는 8월에 예정된 ‘을지 자유의 방패’ 한미연합군사훈련 중에 사상 처음 합동핵전쟁연습을 감행하겠다고 얼마 전에 합의했어요.
병리학적 비유로 말하면, ‘핵협의 그룹’ 결성과 핵전쟁연습은 질병의 증세라고 볼 수 있는데, 질병의 증세만 제거하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질병의 근원을 제거할 생각을 해야 합니다. 자주강령의 기치를 높이 들고 반미자주화 투쟁에 더욱 힘쓰면서, 민주강령의 기치를 높이 들고 윤석열 정부 퇴진 투쟁에 더욱 힘써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명선 기자 | 기사입력 2024.02.02. 08:12:58 최종수정 2024.02.02. 08:43:25
"시간에 좇기며 사는 저에게 소중한 아이가 생겼지만, 유산기가 있어도 근무를 해야 했고, 실제 두 번의 유산을 했습니다. 심지어 유산한 당일에도 일을 했습니다. 세 번째 아기가 생기고 나서도 문제였습니다. 출산휴가, 육아휴직도 없는 저는 쉬는 날짜를 정해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말을 했고, 실제 날짜를 정해서 출산했습니다. 아기 낳고도 쉬지 못하는 건 여전했습니다.(중략)
갓난쟁이 아기를 돌보며 제한 시간 내로 모니터링을 하다보니 글이 밀릴까 두려웠고,(중략) 고열, 오한 통증도 3일의 시간을 참고 참다가 쉬는 날 응급실을 갔고,(중략) 당장 입원하자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뭐라고 대답했을 것 같으신가요? 제가 대답한 한마디는 이랬습니다.
'중환자실 가서 노트북 사용해도 되나요?'
제가 오랜 시간 일하면서 회사에서 느낀 감정은 일할 때 아프면 죄가 됩니다."(9년 차 콘텐츠 모더레이터 정혜선)
20대에 한 회사와 프리랜서 도급 업무 계약을 맺고 포털사이트 게시글, 댓글 등을 모니터링하는 업무를 담당해 온 콘텐츠 모더레이터 정혜선(가명) 씨는 주 6일 근무에 주말이면 8~10시간씩 근무를 한다.
그러나 회사는 '15분 이상 글이 밀리면 메신저를 통해 모니터링이 밀렸다며 해고하겠다'고 협박을 일삼거나 '근무자들끼리 대체근무가 필요하면 쓰고 갚아라'라며 모든 업무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겼다.
그럼에도 정 씨는 "20대 절반을 바친 회사라 쉽게 그만둘 수 없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말했다. 대신 "이제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하고 싶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일하고 싶다"며 "사람이 사람답게 일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정 씨와 같은 콘텐츠 모더레이터를 비롯해 영화산업 노동자, 방송 프리랜서, 방문 점검원, 배달 라이더, 대리 운전기사, 보험 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증언대회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들의 '할말잇수다''에 참여했다.
증언대회는 1부와 2부로 진행됐으며, 1부에서는 근로기준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2부에서는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각각 이야기했다. 증언대회는 '플랫폼노동희망찾기·할말잇수다 기획단'이 주최하고,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이 진행했다.
ⓒ프레시안 자료사진
"신림역 살인 사건 CCTV 영상, 몇 날 며칠 계속 떠올랐다"
3년 차 콘텐츠 모더레이터 김민정(가명) 씨는 "이 일은 많은 사건사고를 여과 없이 가장 빠르게 보게 된다"며 사건 사고와 관련한 사진과 영상에 무방비로 노출돼 겪게 되는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김 씨는 "그동안 여러 가지 사건들을 봐왔지만(자살, 사고 및 자해) 가장 힘들었던 건 최근에 있었던 '신림역 살인 사건' CCTV 영상이었다"며 "누군가 올린 링크를 클릭했고 뉴스에 보도된 영상의 모자이크가 처리되지 않은 영상을 봤다. 당시에는 영상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올린 게시글을 빨리 지워야 해서 아무렇지 않았는데 몇 날 며칠 계속 그 장면이 떠올랐다"고 했다.
'신림역 살인 사건(신림역 칼부림 사건)'은 지난해 7월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골목과 지상 주차장에서 30대 남성 피의자 조선이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에게 부상을 입힌 사건이다. 조 씨의 범행부터 검거 당시까지의 상황이 인근 가게 CCTV에 찍혔고, 해당 영상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영상을 본 누리꾼 다수가 정신적 충격을 호소했다.
김 씨의 업무 특성상 그는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에 강제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라는 도급 형태의 계약 노동자인 상황에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한 치료 등 상담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이에 김 씨는 "이 일을 지치지 않고 할 수 있게끔 노동자로 인정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콘텐츠 모더레이터 4년 차인 김지윤(가명) 씨 역시 "매일 같이 잔혹한 장면과 저속한 욕설, 혐오/음란 이미지, 폭력적인 콘텐츠들을 마주하"고 있다면서도 자신의 검수로 다른 수백수천 명의 이용자들이 폭력적인 콘텐츠를 보지 않을 수 있다며 "계속 자긍심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도록", 또 "기업의 꼼수 계약으로 이용당하고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더 이상 없도록",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 증언대회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들의 '할말잇수다''가 2월 1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렸다. ⓒ플랫폼노동희망찾기·할말잇수다 기획단
"다시 '근로계약서가 필요하다'고 외칠 수밖에 없다"
'꼼수 계약'은 콘텐츠 모더레이터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영화산업 노동자와 방송 프리랜서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영화와 드라마 현장에서 촬영 일을 하고 있다는 안용호(영화산업노조 조합원) 씨는 2014년 개봉된 영화 <국제시장>을 시작으로 도입된 영화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근로기준법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씨는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영화 제작 현장이 급격하게 감소하게 되고 제작 인력들이 OTT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영화와 드라마 제작이라는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채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안 씨는 따라서 "이제 다시 '근로계약서가 필요하다'라는 예전에 했던 요구들이 현재도 유효하다"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의 진재연 집행위원장은 오는 4일 부당해고를 당한 뒤 세상을 등진 고(故) 이재학 피디의 4주기를 언급하며, 2021년 드라마 방송 작가의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등 방송 노동자의 노동 조건이 변화했다지만 "개별적으로 혼자서 외롭게 법적 소송을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고 전했다
진 위원장은 방송 노동자의 경우, "법적 다툼을 하면 부당해고로 인정받는 경우가 굉장히 많고 부당해고로 인정받아서 다시 복직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지만 "복직을 해서 들어갔더니, 법적으로는 노동자성이 인정됐지만, '우리 회사는 우리 방송사는 널 인정할 수 없어'라고 하면서 계속 괴롭힘을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비판했다.
김동우(가명) 아나운서는 지난 2021년부터 광주MBC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다 세 차례 법률 구제 끝에 광주고용노동청에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판단을 받았지만 회사는 경력 인정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산하 아나운서는 UBC울산방송에서 5년여를 일하다 해고당한 뒤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복직됐으나 회사는 현재까지도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진 위원장은 또 "<오징어게임> 시즌2 제작이 결정되면서 주연배우인 이정재 씨의 회당 출연료는 100만 달러(13억 1800만 원)까지 올랐지만", 이 씨와 같이 출연하는 단역배우들의 출연료는 전혀 오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작비의 대부분을 스타 배우들의 출연료로 지출하고 단역배우나 스태프들은 최저임금을 받는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프레시안 자료사진
"1시간 일하면 국밥 한 그릇은 사 먹을 수 있어야…"
방문 점검원, 배달 라이더, 대리 운전기사, 보험 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이 참여한 2부에서는 노동조합을 만들고 단체교섭을 통해 이룬 성과도 많지만, 일할 때 소요되는 교통비·통신비 등 각종 비용 문제 및 퇴직금도 없는 현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LG 제품 케어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정원 씨(금속노조 서울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 지회장)는 지난 2022년 업계 최초로 체결한 임금·단체협약을 통해 차량 유류비 월 평균 1만4000원 지원과 고객 부재로 발생한 헛걸음 지원비 월 평균 1만5000원 지급 등을 성과로 꼽으면서도 "지난 2023년 3월에 시작한 교섭이 해를 넘겨 오늘 조인식이 진행됐다"며 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전했다.
그럼에도 △계정 갑질 또는 왕따, △ 고객 괴롭힘에도 고객 편만 드는 사무소장에 대한 대응, △ 근무 중 부상에도 계약 해지가 되는 경우 등에 대한 안전 장치 마련에 애썼다고 밝혔다.
김 씨는 또 가정 방문이라는 업무 특성상 반려동물 공격으로 인한 부상이 자주 발생해 "방문 안내 문자에 '반려동물을 분리해 달라'는 문구를 넣어달라고 했더니 '여러분의 소중한 반려견이 기계 작동 소리로 인해 놀랄 수 있으니 분리해 주시라'라고 안내가 나갔다"며 노동자가 아닌 고객의 반려동물에 초점을 맞춘 회사 측의 안내를 비판했다. 그러나 지금은 "노동자 우선으로 '매니저들의 안전한 작업을 위해 반려동물을 분리해 달라'라고 바뀌었다"고 했다.
스스로를 50대 대리 운전기사라고 소개한 이창배 씨(서비스산업노조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교육국장 서울지부 사무국장)는 "1시간 일하면 국밥 한 그릇은 사 먹을 수 있어야 하지 않나?"라며 '1만 원짜리 콜'을 수행하면 업체가 가져가는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5000원도 남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1만 원짜리 콜'을 수행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를 수행해야 하는 조건이 있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리 운전기사들도 많은 플랫폼 노동자들과 함께 작년에 최저임금 투쟁이 있었을 때 '최저임금 보상해 달라'라고 요구했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최저임금 적용대상자가 아니다'라는 얘기만 돌아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더해 "여성 기사들이 콜을 잡으면 '남성 전용 콜'이라며 배차를 바로 빼버리거나 60대 이상 기사들이 콜을 잡으면 설명도 없이 빼버리는" 식으로 차별이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 씨는 "기사들은 모멸감에 빠져서 노동조합에 연락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노동조합이 자료를 수집해 문제 제기를 하면 상황이 달라진다며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배달 라이더 구교현 씨(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위원장)는 "배달료 2500원이 1초 후에 2600원이 되기도 하고 3000원이 되기도 한다"며 "거의 코인 수준"이라는 말로 업체의 횡포를 고발했다.
구 씨는 고객이 취소한 콜, "귀책 사유가 노동자에게 있지 않은 경우에도 기준 없이 그냥 합의된 금액을 지급하겠다"며 통상 3000원 정도를 지급하더니, "1500원으로 약관을 바꾸고서는 '이 약관에 동의하라'고 나오는데 동의를 안 할 수가 없다. 동의를 안 하면 일을 못한다. 콜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강요다. ('동의'는) 강요된 것을 확인할 거냐? 말 거냐? 이런 정도의 선택이다. 또 언제 0원이 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구 씨는 또 회사 측의 무한경쟁 유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최근 프로모션(일종의 보너스)에서 저는 2만 원짜리를 받았는데, 옆 라이더는 1만5000원짜리를 받았다. 기준이 뭔냐? 모른다. 알 수가 없다"며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보너스를 주는 게 아니라 거꾸로다. 새로 들어온 라이더들한테 (보너스를) 준다. '더 열심히 하면 좋은 일이 일어날 거야' 이런 방식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22년 1월 적용된 고용보험에서 추가 보장된 '출산 전후 급여' 항목을 언급하며 손에 꼽는 여성 라이더를 위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보험 설계사 오세중(사무금용서비스노조 보험설계사지부 지부장) 씨는 지난 2020년 12월 정부로부터 '법내 노조'를 인정받은 뒤 한화생명에 처음으로 노조가 만들어졌고, 삼성화재에서도 설계사 노조가 정규직 노조에 편입됐으며, KB금융그룹 보험판매자회사인 KB라이프파트너스 노조와 우체국FC노조 등이 결성돼 약 1만 명 정도가 조직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험 설계사는 개인사업자 형태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상 노조 활동 보장을 받지 못하는" 노조도 있을 뿐 아니라 보험 설계사의 잦은 사직과 이직으로 인한 업무 인수인계 따른 비용, 보통 7년 이내면 끝이 나는 보험 설계사 몫의 '계약 관리 비용' 이후 관리 비용 등 일체의 수당이 주어지지 않아 도입하게 된 '1일 1만 원'과 같은 활동 지원비도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22년 차 학습지 교사인 오세영 씨(전국학습지노조 재능지부 조합원)는 "지난 20여 년간 학습지 노동자의 요구는 노조할 권리 보장, 단체 교섭 쟁취"였는데 2022년과 23년에 걸쳐 이 같은 권리가 인정되고 난 후에도 노동조합이 해야 하는 일이 많다며 △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온라인 교사에 대한 산재고용보험 적용 문제, △ 업무에 필수가 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구입 비용 및 교통비 지원, △ 퇴직금과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제도 등을 예로 들었다.
오 씨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근 20년 동안 투쟁해서 만든 내용을 모아서 임단협을 시작하려고 한다"며 "우리가 같이 손을 잡고 함께 건강하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 증언대회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들의 '할말잇수다''가 2월 1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렸다. ⓒ플랫폼노동희망찾기·할말잇수다 기획단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자료사진) ⓒ뉴스1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2일 선거제 개편에 관한 당의 입장을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할지 여부에 대해 “오늘이나, 늦어도 이번 주말 안으로는 입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의를 거친 뒤, 지도부 방침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전화 인터뷰에서 “전 당원 투표를 꼭 하겠다는 건 아니다. ‘필요하면 하겠다’고 해서 사무처에서 그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이 좀 과도하게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선거제 전 당원 투표를 실행할 시 필요한 실무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이어 홍 원내대표는 “만약 전 당원 투표를 한다고 하더라도 언론에서 얘기한 것처럼, 예를 들어 ‘복수의 안을, 1안과 2안을 선택해달라’ 이런 방식이 아니”라며 “지도부가 어떤 입장을 정해서 의원총회에서 추인받고, 그 안을 당원들에게 물어서 다시 한번 당원들로부터 동의를 받겠다는 절차적 과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이해하는 것처럼 지도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복수의 안을 갖고, 그중에서 일종의 당원들의 힘을 빌려서 ‘지도부가 책임을 떠넘기겠다’ 그것은 잘못된 얘기”라고 반박했다.
전 당원 투표를 진행하면 의석 확보 측면에서 민주당 지지층에 선호도가 높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안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정치개혁 당론’을 파기하는 것이기도 한 병립형 회귀는 여론 악화를 우려해 지도부 입장에서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선택지였다. 전 당원 투표는 지도부에게 일종의 ‘명분 쌓기’인 셈이다.
홍 원내대표는 “오늘쯤 계속 여러 차례 일정을 비워놓고 회의를 한다. 오늘이나, 늦어도 이번 주말 안으로는 입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입장 결정을) 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가능성은 병립형과 연동형 중 어디가 높나’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홍 원내대표는 “현재로서는 반반”이라고 답했다.
▲중대재해법 제정 진행 당시 시민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의 활동 장면. 사진=비정규직 이제그만.
노동자들의 안전을 담보하는 법인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 유예 없이 실시된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법 적용 유예를 요구해왔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을 둘러싸고 2일 주요 일간지의 논조 차이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통해 노동자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신문사가 있는가 하면, 보수·경제지는 이보다 산업계 안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우선 경향신문·한겨레의 경우 사설을 통해 중대재해법이 정상적으로 시행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노동자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2일 사설 <생명 우선한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 정부는 연착륙 힘쓰라>에서 “2022년 중대재해법 발효 당시 50인 미만 사업장 시행을 2년 미룬 것은 준비가 필요해서였다. 그러나 정부는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며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개선 사업 예산은 삭감됐다. 틈만 나면 ‘민생 살리기’를 외치면서 진짜 일터의 안전 문제는 챙기지 않은 책임이 크다”고 했다.
▲2월2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 <잇따르는 산재사망, 중대재해법 유예 논의 중단해야>를 내고 “사업주가 안전보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일어난 사망사고는 기업 규모가 작은 곳일수록 더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논의가 계속되는 사이에도,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사망사고 소식이 잇따랐다. 법 시행 뒤 2년간 유예 기간을 둔 것은 소규모 사업장의 준비 상황을 고려한 것이었지만, 더 이상의 유예 조처는 ‘노동자 안전’은 뒷전이라는 잘못된 정책 신호를 줄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2월2일 조선일보 사설.
노동자 안전보단 산업계 안정 중시한 보수경제지
보수·경제지의 관점은 정반대에 있었다. 이들 언론은 노동자 안전보다는 산업 현장의 안정과 업계 혼란 완화를 우선시했다. 민주당이 기득권노조의 표를 위해 중대재해법 유예를 반대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사설 <재해법 유예 끝내 무산, 요구 다 수용하자 ‘그래도 안 된다’니>에서 “일자리가 있어야 근로자도 존재한다. 일자리가 없어지면 근로자 생계가 없어지는데, 거기에 무슨 근로자 생명과 안전이 있나”라면서 “영세 사업장 특성상 사업주가 구속되면 사업장이 문을 닫아야 한다. 결국 일자리가 없어지고 그 피해는 근로자들에게 갈 것”이라고 했다.
▲2월2일자 한국경제 사설.
한국경제는 사설 <巨野가 끝내 외면한 83만 中企·자영업자 하소연>을 내고 “83만여 곳에 이르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사업장이 큰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노동계의 눈치는 중요하고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온갖 어려움과 혼란을 겪을 수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처지는 외면하면서 민생정당이라고 외칠 자격이 있나”라고 썼다.
▲2월2일 디지털타임스 사설.
문화일보 자매지인 디지털타임스는 <중처법 합의 거부한 민주, 민생보다 기득권노조 표가 더 급했나> 사설에서 “영세 기업인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협상안을 수용했어야 했다. 하지만 민생보다는 표만 보였다”며 “총선을 앞두고 기득권 노조의 표를 의식해 민생 현장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표가 급하다고 기업과 근로자 모두를 망쳐야겠는가”라고 했다.
▲2월2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여야 협상이 무산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정부나 산업계가 법 유예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중대재해법 유예 합의 불발... 타협정치 불능 안타깝다>를 통해 “이견을 조정하면서 타협을 이뤄내는 정치 본연의 기능이 작동 불능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줘 씁쓸함을 더한다”면서도 “이미 3년 유예기간이 주어졌던 만큼 정부나 기업의 무책임에 귀책 사유가 있는 건 자명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유예에만 기댈 게 아니라 정부나 중소기업 소상공인 모두 법 안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21대 국회의 정치 행태에 대해서는 유권자의 냉정한 심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승진한 손준성 검사장,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탓?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고발사주 의혹’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게 지난달 31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은 2020년 4월3일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손준성 검사가 김웅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를 통해 MBC의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 등과 관련해 “선거 개입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허위 기획보도를 처벌해달라”며 기자들과 유시민‧최강욱 등 인물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느냐다. 1심 재판부는 손 검사가 김웅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것을 인정했다. 손준성 검사는 고발사주 의혹 재판을 받고 있던 지난해 9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2월2일 조선일보 사설.
이번 재판 결과를 두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논조가 미묘하게 다르다. 동아일보는 손 검사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승진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봤지만, 조선일보는 ‘비정상적 검찰 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한 것’이라며 이전 정부 탓을 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사설 <피고인 돼 재판받는 검사가 승진, 결코 반복 안 돼>에서 “과거엔 검사가 피의자로 수사만 받아도 옷을 벗거나 징계를 받았다. 손 검사처럼 기소돼 재판받는 피고인이 되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며 “무리한 승진 인사엔 윤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 최종 인사권자는 대통령이고, 손 검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그의 측근인 정보 책임자였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도 그때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다음 문단에서 돌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손 검사 승진에 이전 정부가 관여한 바는 없다. 조선일보는 “비정상적인 검찰 인사는 문재인 정권이 시작한 것”이라며 “친정권 검사였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는데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시켰다. 권력 비리를 수사한 검사들은 줄줄이 좌천시키면서 임기 말 ‘방탄 검찰’을 만들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인사를 했다”고 했다.
▲2월2일 동아일보 사설.
반면 동아일보는 현 정부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고발사주’ 손준성, 檢 면죄부 받고 검사장까지 됐으나 유죄>에서 “(손 검사는) 대통령 취임 이후 요직인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발령 났으며 지난해 4월에는 대검 감찰 결과 ‘비위 없음’으로 면죄부를 받고 그해 9월 검사장으로 승진까지 했다”며 “손 차장검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김웅 의원은 손 차장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검사 출신”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한편에서는 손 차장검사와 김 의원이 거짓말로 일관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윤 대통령, 한 당시 법무부 장관, 검찰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태도로 일관해 서로를 보호하면서 의혹을 뭉개려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2월2일 중앙일보 8면.
윤석열 대통령, KBS와 대담 예정
윤석열 대통령이 7일 KBS와 대담을 진행하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해명할 것이라는 보도가 2일 조간신문에서 나왔다. 경향신문은 5면 <윤 대통령, KBS와 신년대담 7일 방송>에서 “의혹의 본질은 최재영 목사의 불법적인 함정 몰래카메라 공작이며, 김 여사는 피해자라는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여러 매체 기자들이 직접 질문하고 윤 대통령이 답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신년 기자회견은 무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원하는 질문만 받으며 소통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8면 <여권 “윤 대통령, KBS와 신년대담 유력”…신년회견은 안할 듯>에서 “특정 언론사와의 대담이 성사되면 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없던 일이 된다”며 “윤 대통령이 언론 대담에 나서는 것을 두고 총선 전 김 여사 관련 논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여권의 건의를 대통령실이 받아들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고 밝혔다.
▲2월2일 서울경제 칼럼.
손철 서울경제 정치부장은 칼럼 <민심을 들어라>에서 최근 지지율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총선이 온전히 ‘당(黨) 대 당(黨)’의 대결로 정책과 인물 경쟁이 되도록 하려면 먼저 민심에 응답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용산에서 국민 앞에 담대하게 나서 신년 회견을 하는 것이 최고의 해법”이라고 했다. 서울경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국민이 의심쩍어하는 부분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잘못이 있다면 진솔하게 사과하면 될 일”이라며 “의혹은 감출수록 커지고 시간을 끌수록 확산되는 법이다.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 떳떳이 설 때 김 여사를 지키는 길도 열린다는 것을 정치의 역사는 웅변한다”고 강조했다.
MBC 라디오 하차한 신장식 “방심위, 원님재판”
MBC에서 뉴스하이킥을 진행하던 신장식 변호사가 지난달 29일 하차했다. 신 변호사는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하차 이유를 밝혔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뉴스하이킥에 대해 법정제재를 결정했는데, 신 변호사는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MBC 경영진 교체의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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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일 경향신문 인터뷰.
신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방심위 징계에 윤석열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됐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대통령이 합의제 행정기관을 불편해하는 것 같다. 사회적 합의와 토론에서 설득력이 나오는데, 대통령은 최고결정자가 집행력을 행사하는 독임제를 선호한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방심위원을 아직도 임명하지 않는 걸 보면 합의제 행정기관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설득력이 있는지보다 기소가 되느냐 마느냐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검사식 사고방식”이라고 기적하면서 “윤 대통령은 ‘언론관’이 없고 ‘공보관’만 있다”고 비판했다. 또 신 변호사는 현재 방통심의위 운영이 제대로 되고있지 않다면서 “법률가 입장에서 봤을 땐 ‘원님 재판’으로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지난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에서 나온 김정은 위원장의 강경 입장은 흔히 ‘전쟁할 결심’으로 해석된다. 북이 (a strategic decision to go to war)을 했다는 칼럼이 1월 11일 미국의 북 전문매체 38노스에 실리면서부터다.
이 칼럼을 소개하면서 동아일보는 “김정은, 전쟁 나설 결심”(1.13)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한겨레는 ”김정은, 한반도 전쟁 결심한 듯“(1.18)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 이후 거의 모든 매체에서 최근 나온 북의 발언과 행동은 ‘전쟁할 결심’으로 연결했다.
▲ 지난 1월 11일 미국 매체 38노스에 북이 ‘전쟁할 전략적 결정’을 했다는 칼럼이 실렸다.
‘전쟁할 결심’ 아닌 ‘반격할 결심’
그러나 이런 해석은 북의 발언을 호도하고 왜곡한다.
전원회의에서 나온 “주저 없이 군사행동에 돌입하고,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한다”라는 북의 발언에는 “유사시, 군사적 대결 기도할 경우”라는 전제가 있다.
12월 31일 군주요지휘관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온 “가차 없이 짓부셔버려야 할” 대상은 “적들의 그 어떤 형태의 도발”이다. 마찬가지로 “순간의 주저도 없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섬멸적 타격을 가하고 괴멸시켜야 한다”라는 발언은 “만약 놈들이 반공화국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고 불집을 일으킨다면”이라는 전제가 있다.
1월 8~9일 군수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는 결코 조선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행하지는 않을 것”을 언급했고, 1월 15일 시정연설에서도 상당한 부분을 할애하여 “결코 일방적으로 전쟁을 결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mm라도 침범한다면 전쟁도발로 간주한다”는 발언 역시 ‘전쟁할 결심’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최근 니온 김정은 위원장의 일련의 발언은 ‘전쟁할 결심이 아니라 ’전쟁에 반응할 결심‘이다.
다시 시정연설 내용으로 가보자. 김 위원장은 “우리가 키우는 최강의 절대적 힘은 그 무슨 일방적인 《무력통일》을 위한 선제공격수단이 아니라 철저히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꼭 키워야만 하는 자위권에 속하는 정당방위력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언”했다. 다만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결코 피할 생각 또한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북의 결심은 ‘전쟁할 결심’이 아니다. ‘전쟁에 대비하고, 전쟁에 대응할 결심’을 피력한 것이다. ‘반격할 결심’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이 전쟁을 걸어오면 피하지 않게 반격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이 유사시 북쪽을 점령하고 평정하려는 것처럼 북 역시 유사시 남쪽을 점령하고 평정하겠다는 것이다.
‘반격할 결심’은 2022년 하반기부터 피력
2022년 9월 25일~10월 9일까지 북은 이례적으로 15일에 걸치는 군사 훈련을 진행했다. 한미연합군사연습 기간에 맞춰 진행된 북의 훈련은 “전쟁억제력과 핵반격능력을 검증판정”하고 “적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 실시되었다고 당시 노동신문은 전했다.
당시 북의 훈련은 한미 군사적 움직임에 정확하게 맞대응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9월 23일 로널드 레이건호가 부산항에 입항하자, 로널드 레이건호를 정밀타격하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했다. 9월 26~29일 한미 연합 해상 훈련이 진행되자 9월 28~29일 그리고 10월 1일 북은 전술핵 탑재 모의 탄도미사일 정밀 타격 훈련을 했다.
9월 30일 한미일 대잠수함 훈련이 진행되자 북은 10월 4일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4,500km 밖의 목표를 공격하는 훈련을 했다. 10월 5일 로널드 레인건호가 재진입하자 10월 6일 새벽 북은 ‘적의 주요군사지휘시설’을 공격하는 초대형방사포와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했다. 10월 6~8일 한미일 군사훈련이 진행되자 10월 9일 새벽 ‘적의 주요항구’를 공격하는 초대형방사포 사격 훈련을 했다.
항모가 오면 항모를 때리고, 폭격기가 오면 폭격기를 때리고, 함대가 오면 함대를 때리고, 필요에 따라 ‘적의 군사지휘시설’을 공격하는 훈련을 한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한미 군사연습에 ‘맞대응하는 훈련’이 실시된 것이다. 맞대응 훈련은 곧 ‘전쟁에 대비하고, 전쟁에 대응하는 훈련’이다. 즉 ‘적의 공격에 반격하는 훈련’을 실시한 것이며, 그후 지금까지 이 패턴은 유지되고 있다.
한편 북은 2022년 11월 18일 화성포-17형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적들이 핵타격 수단들을 뻔질나게 끌어들이며 계속 위협을 가해온다면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단호히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여기서도 “핵타격 수단들을 끌어들이며 위협을 가해온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다.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라는 문구는 ‘반격한 결심’을 상징한다. 이 문구는 이후 노동신문 등에서 즐겨 사용하는 구호가 되었다.
▲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담긴 우표가 발행되었다.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라는 구호가 우표에 적혀있다.
따라서 북의 ‘반격할 결심’은 이번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에서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반격할 결심’은 2022년부터 피력되기 시작했고, 지난해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포-18형을 발사하고,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궤도에 올리는 등 ‘반격 수단’을 더 강화했다. 그리고 이번 전원회의와 시정연설을 통해 ‘반격할 결심’을 당정책으로, 국가정책으로 확정한 것이다.
1월 31일 평양 서성구 봉화예술극장에서 북·중 고위관계자와 평양시민 등 1,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4년 조중친선 설명절 봄맞이 예술공연」이 성대하게 열렸다고 주북 중국대사관이 1일 알렸다.
이 행사는 중국 문화여유부와 주북 중국대사관, 랴오닝성 위원회, 북한 대외문화연락위원회와 조중친선협회가 주최했다.
북한 측에서 양정규 문화상, 박명호 외무상, 박경일 대외문화연락위원회 부위원장 겸 조중친선협회 위원장 엄영진 조선예술교류협회 위원장 등이 중국 측에서 왕야오쥔 주북 대사, 류후이옌 랴오닝성 선전부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주북 중국대사관]
왕야오쥔 대사는 “「평양 설명절 봄맞이」 행사는 양당 양국 최고지도자가 (올해 첫날) 축전을 주고받은 후 첫 문화예술교류활동이자 ‘중조 우호의 해’의 문을 여는 행위”라며 “우리가 평양에서 일련의 「설명절 봄맞이」 행사를 하는 것은 풍부하고 다채로운 문화우호활동을 통해 조선 인민들과 재조 외국인들과 문화적으로 서로 배우고 우호감정을 증진시켜 중조우호, 중외우호의 새장을 함께 써나가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특히 랴오닝성 우호문화대표단이 코로나 이후 북한을 방문한 중국의 첫 지방대표단이라며 “랴오닝성 예술가들의 멋진 공연이 내빈 여러분께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며 “랴오닝성과 조선 간 교류협력이 끊임없이 강화되어 중조관계 발전에 더 큰 기여를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경일 위원장은 “조중친선은 혁명선열들의 피로 맺어진 특별한 관계”이고 올해는 ‘조중 수교 75주년이자 조중 친선의 해’라며 “새해에는 중국 동지들과 더 긴밀하게 손을 잡고 양당 양국 최고지도자의 숭고한 뜻을 받들고 문화 등 각 분야의 교류협력을 더 강화하여 조중관계의 새로운 장을 쓰는 데 적극 공헌하고자 한다”고 화답했다.
[사진-주북 중국대사관]
[사진-주북 중국대사관]
주북 중국대사관은 “랴오닝성 우호문화대표단은 고금중외를 아우르면서도 중국 특색을 드러내는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면서 공연 내용을 열거했다. ‘도라지 타령’과 ‘아리랑’ 등 조선 전통민요도 넣어 관중들의 친밀감을 끌어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1월 30일에는 평양시 중구 대동문영화관에서 「2024 평양 설명절 봄맞이」의 첫 행사인 「조중 친선 영화 초청전」이 열렸다. 2019년 초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과정을 다룬 기록영화가 상영됐다.
2012년 6월 13일,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기자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고급아파트 매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던 윤석열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 1과장과 관련된 취재를 진행하고 있었다. 윤석열 검사가 장모와 관련된 사건들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진정서가 대검에 접수돼 대검 감찰1과에서 그를 감찰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진정서를 이첩받은 대검 감찰1과의 한 관계자는 당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검사의 내부감찰 사실을 인정하면서 "윤 과장도 조사할 계획이고, 조사해서 혐의가 확인되면 징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본인의 확인만 남았다. 윤석열 검사실에 전화를 넣었지만 윤 검사와 직접 통화할 수는 없었다. 할 수 없이 확인하고 싶은 취재내용과 기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남겼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6월 13일, 지하철을 타고 가던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윤 검사였다. 대검의 인지수사(특수수사) 기능을 맡고 있던 '중수 1과장'이 취재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윤석열 검사는 장모 사건 압력행사 의혹에는 "전부 거짓말"이라며 "현직 검사가 어떻게 가족과 관련된 일에 관여할 수 있겠나?"라고 부인했다. 대검의 감찰과 관련해서는 "대검 중수부장이 진정서와 관련된 애기를 하길래 제가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라며 "감찰과에서 많이 조사한 모양인데 아직 소환통보는 받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당시 중수부장은 최재경(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윤 검사와 김건희씨는 3개월 전에 결혼한 상태였다.
진정인과 대검 감찰1과, 윤석열 검사까지 확인을 끝내고 <[단독] 노정연 수사 담당 대검 중수1과장, 내부감찰 받아 (http://bit.ly/La8iAp)>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2012년 6월 14일). 그런데 기사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일각에서는 윤 과장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미국으로 출장간 것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대검 감찰1과에서 진정인을 8시간 동안 조사한(2012년 5월 31일) 직후인 6월 1일부터 10일까지 윤석열 검사가 미국 출장을 갔기 때문이다. 노정연씨의 미국 고급아파트 매입 의혹 수사가 끝나지도 않았고, 본인이 내부감찰 대상에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 '과장급 검사'가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출장을 간 것이어서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대검의 한 관계자도 당시 기자에게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출장을 나간 것도 그렇지만 중수1과장이 국제반부패회의에 참석한 것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대검에서는 '내부감찰에 부담을 느껴 10일간 휴가를 떠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당시 대검의 한 관계자는 "윤 과장이 국제반부패회의 참석차 미국에 출장간 것은 맞다"라고 전했고, 윤석열 검사도 기자에게 "국제반부패회의를 주관하는 세계은행에서 수사 실무자를 보내 달라고 해서 제가 가게 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검사는 정말 세계은행 주최로 열린 국제반부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 간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국정원 사찰문건'에 담겨 있었다. 물론 9년 여의 시간이 흐른 뒤에 확인된 내용이지만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노정연씨의 남편인 곽상언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1년 1월과 3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정보 결정 통지서'를 받았다. 이 결정에 따라 총 37건의 국정원 문건이 곽 변호사에게 공개됐다. '내놔라 내 파일 시민행동'이 끈질기게 정보공개를 청구해 얻어낸 의미있는 성과였다.
총 37건의 문건은 대부분 이명박 정권 시기에 작성한 것들로, 주로 곽 변호사의 동향 등이 담겨 있는 '사찰문건'이었다(아래 한문 한글표기는 편집자 주).
盧(노) 대통령 곽상언 사위, 변호사 개업 관련 가족 중심 조촐한 모임 개최 노 前統(전통) 사위 곽상언 변호사, 사무실 정리 후 정치 입문 시사 곽상언 변호사 관련 동향 곽상언 변호사, 대전에서 OOO 변호사와 합동 근무 노 前(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 양천지역 출마 관련 고심
곽 변호사는 최근 펴낸 <곽상언의 시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사위'라는 것 외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었다"라며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몰래 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국정원이 나를 사찰할 것이라고 예상해왔는데 예상한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것은 슬프고 허탈한 일이다"라고 토로했다.
총 37건의 국정원 사찰문건 가운데 '수사' 상황이 기재된 문건은 모두 22건이었고, 모두 이명박 정권 시기에 만들어진 문건이었다. 곽 변호사는 특히 "단 1건을 제외하고, '수사'의 내용이 기재된 21건의 '사찰문건'은 모두 윤석열 검사가 이명박 정부에서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 '대검 중수부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로 승승장구하던 시기에 생성된 문건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윤석열 검사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구지검 특수부장(2009년 1월~2009년 8월),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2009년 8월~2010년 8월)과 중수 2과장, 1과장(2010년 8월~2012년 7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2012년 7월~ 2013년 4월)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칼잡이'(특수통 검사를 일컫는 은어)로서의 경력을 이명박 정부에서 거의 완성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2009년 5월 23일)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그의 가족과 관련된 수사기록은 모두 봉인됐다. 서거 당일인 2009년 5월 23일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가족에 대한 수사를 종료한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여기에는 노정연씨의 미국 고급아파트 매입 의혹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노씨가 2007년 9월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의 '허드슨콘도'(포트 임페리얼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2009년 검찰 수사 당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아파트 매입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사건은 종결됐다.
그런데 보수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2012년 <월간조선> 2월호(1월 17일 발행)에 쓴 <노정연(노무현 딸)과 '13억 돈상자'의 미스터리>라는 기사를 통해 노씨의 미국 고급아파트 매입 의혹을 재점화했다. 노씨가 100만 달러(한화 13억 원)를 환치기하는 수법으로 미국 아파트의 원소유자인 경아무개씨에게 밀반출했다며 아파트 매입 자금 전달경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어 조갑제 대표와 행동을 같이해온 보수단체 국민행동본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대검 중수부가 같은해 2월 본격수사에 나섰다.
겉으로 보면 '보수언론 보도→보수시민단체 고발→검찰 수사'라는 전형적인 패턴으로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곽 변호사가 받아낸 국정원 사찰문건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과 검찰은 봉인된 '노무현 사건 기록'을 끊임없이 재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6월 9일과 2012년 2월 27일 생성된 국정원 사찰문건에는 각각 이렇게 기재돼 있다. 특히 '결정적 증거 자료 입수하겠음'이라는 문구가 의미심장하다.
'노 전 대통령의 투신 사망으로 사법 처리는 중지되었다 할지라도 관련자들의 도덕·정치적 책임을 묻고 언론보도 등을 통해 국민들도 알고 역사적으로 정리될 필요가 있다면서... ※ 결정적 증거 자료 입수하겠음' (2010년 6월 9일)
'보안 유지하 과거 노무현 사건 기록을 재검토하며 관련자 소환 등 본격수사 개시 타이밍을 재던 대검 중수부는...' (2012년 2월 27일)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사건이 종결된 지 3년 만에 관련 의혹을 재수사했다.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였지만, 사건은 일선지검 외사부가 아니라 대검 중수부에 배당됐다. 대검 중수부는 2009년 노 전 대통령을 수사했고, 당시 수사기록을 캐비닛에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이 수사를 담당한 검사는 대검 중수1과장이었던 '윤석열 검사'였다. 곽 변호사는 자신의 책에서 "그해 우리 집으로 한 우편물이 도착했다, 그 우편물의 제목은 공소장이었다. 그 공소장을 작성한 사람은 '검사 윤석열'이었다"라고 회고했다.
노정연씨 소환조사 앞두고 미국행...
"국제회의 참석이라는 본래 목적과 함께 일석이조 활동 전개중"
이후 검찰은 미국 고급아파트 매입자금을 외화로 바꿔 송금해준 은아무개씨, 현금 13억 원이 담긴 상자 7개를 은씨에게 전달한 이아무개씨, 13억 원을 받은 아파트의 원소유자 경아무개씨, 돈의 출처로 의심받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등을 조사했다. 특히 경씨는 2012년 5월 28일과 29일, 30일 연이어 소환조사를 받았다. 윤석열 검사의 미국행은 노정연씨 소환조사를 앞두고 이뤄졌다.
국정원은 <대검 중수부, 今週(금주) '노정연 13억원 밀반출 수사' 숨고르기 양상>이라는 문건(2012년 6월 4일 작성)에서 검찰이 환치기 형식으로 13억 원을 전달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자금출처가 어디인지, 노정연이 환치기에 적극 가담했는지 등은 추가확인을 통해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6월 10일 윤석열 검사가 미국에서 귀국한 이후 수사상황을 보고받은 후 대검 수뇌부와 노정연 조사 관련 일정을 잡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윤석열 검사의 미국행에 관한 내용을 제법 상세하게 서술했다. 6월 4일부터 8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세계은행 주최 반부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6월 1일 출국했고, 6월 4일 오전(한국시각)까지는 회의 개최지인 워싱턴이 아닌 뉴욕에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윤 검사가 뉴욕에 체류하면서 벌인 '수사활동'에 대해서는 이렇게 적고 있다(OOO는 국정원이 문건을 제공했을 때 지운 부분, 괄호 안 한글 표기는 편집자 주).
- 허드슨클럽 등 현장을 점검하는 한편, 인근 코네티컷州(주)에 거주하는 제보자 OOO 등 주요 참고인이 될 만한 인물을 비공개로 만나면서
- 국제회의 참석이라는 본래 목적과 함께 一石二鳥(일석이조) 활동을 전개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6.8 회의 종료 후에는
- OOO의 단골 도박장소이자 OOO가 노정연에게 급히 100만불을 보내라고 전화한 현장(OOO의 주장)인 코네티컷주 소재 폭스우즈카지노호텔도 둘러본 후 6.10 귀국할 계획
윤석열 검사가 세계은행 주최 반부패회의 참석을 빌미로 노정연씨의 미국 고급아파트 매입 의혹까지 수사하는 것을 "일석이조"라고 표현한 점이 흥미롭다. 특히 문건에서 "외국 수사기관 관계자가 美(미) 현지에 들어와 사건 관련조사를 임의적으로 하는 것은 불법이니만큼 처신에 각별 유의"라는 '각별한 조언'도 눈길을 끈다. 윤 검사가 사전에 미국 수사기관(FBI)와 협의하지 않고 노정연씨 관련수사를 벌였다면 '불법'이라는 뜻이다. 이는 국정원과 검찰의 긴밀한 공조관계를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이와 함께 국정원은 대검 중수부의 한 관계자가 "(2009년 검찰 수사 때 제기된 '140만 불과) 이번 환치기 100만 불까지 포함할 경우 240만 불에 거래가 완료되었다는 의심도 지울 수 없는 등 액수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현재로서는 어느 것이 맞다고 단정할 수 없고, 확인작업을 거쳐 정확한 액수 확정과 함께, 노정연 조사에 대비한 신문항목 정리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적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2월 24일 국가정보원 청사를 찾아 2023년도 업무계획을 보고받기 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규현 국정원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윤 대통령. 방명록에는 "자유 수호를 위한 여러분의 헌신과 열정을 굳게 지지합니다"라고 적었다.
국정원의 곽 변호사 사찰문건 덕분에 기자는 12년 전에 품었던 윤석열 검사의 '미국 출장'에 대한 의심을 어느 정도 풀 수 있었다. 국제회의 참석은 명분이었고 '노정연 수사'가 미국 출장의 실질적인 목적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남는 의문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한다"라고 했던 윤 검사는 왜 '뉴욕까지 방문하면서 노정연씨 수사에 공을 들였을까?'다. 장모 사건 압력행사 의혹으로 대검 감찰까지 받게 되자 '위기탈출'을 위해서 대검 중수과장이던 윤 검사가 직접 뉴욕에까지 가서 수사활동을 벌인 것은 아닐까?
그런데 기자의 개인적 의심을 푸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지금은 대통령이 돼 있는 윤 검사가 '정치적 기획수사'를 이끌었다는 점이다. 노정연씨 검찰수사가 검찰과 국정원의 긴밀한 공조에 의해 진행된 '정치적 기획수사'였다는 것은 국정원의 사찰문건에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수사 템포를 적절히 조절", "정치적 부담도 상당", "대선 정국에 쟁점화되지 않도록 상황 관리", "연말 선거 일정을 앞두고 역풍을 맞을 가능성" 등 국정원 문건 속에 새겨진 단어와 문장이 이를 보여준다.
심지어 수사팀 안에서 "과태료 처분이나 1년 이하 징역, 벌금형 정도 형벌을 부과하기 위해 정치적 역풍을 각오하고 재판에 세울 필요가 있는가? 차라리 정부가 아량을 베풀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냐?"라는 의견이 있다는 점을 전한 대목에서도 정치적 기획수사의 냄새가 진동한다(한문, 영문에 대한 한글 표기는 편집자 주).
- 조사방식을 두고 장고를 거듭했던 대검 중수부는... 여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수사 진행상황을 보아가며 수사템포를 적절히 조절하겠다는 내부 입장인데... 수사를 속전속결로 밀어부칠 경우 정치적 부담도 상당한 만큼, OOOO OOOO 등 다른 사건들과 '가닥을 맞춰가며' 템포를 조절키로 하고, 외부적으로는 에둘러 'low key(로우 키)' 스탠스 시현. (2012년 6월 12일)
- OOOOO은 OOOOO에게... 大選(대선) 변수에 노무현 관련수사가 쟁점화되지 않도록 상황관리에 주의를 기할 것을 주문. (2012년 6월 19일)
- 문제는 외화반출의 공범으로서 '불구속 기소'할 것인자, '무혐의'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OOOOO.OOOOO 또한 심적 부담 아래 아직까지 가닥을 잡지 못한 것으로 파악... 무리하게 기소해놓고 공판에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연말 선거 일정을 앞두고 1심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검찰 수뇌부는... '연말까지 노정연 관련 건을 끌고 갈 경우 得(득)보다 失(실)이 많을 수 있다'고 우려... (2012년 6월 19일)
- '11년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되면서 밀반출 금액이 50억 원 이하일 경우 '과태료 처분'토록 법이 완화되었고, 동사건 행위 시점이 '09. 1월인 점을 감안해, 법 개정 이전으로 소급 적용한다 해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인데, 그 정도 형벌을 부과하기 위해 '정치적 역풍을 각오하고 재판에 세울 필요가 있는가'라는 논쟁이 수사진 내에서 대두중으로, ... 차라리 '정부가 아량을 베풀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냐'고 OOOOO에게 의견을 개진했는데, ★'이번 사건 하나만 보지 말고 넓게 보고, 큰 틀에서 결정하자'는 것이 내부 중론... (2012년 6월 22일)
- 수사진들이 불구속 기소 방향을 우려하는 이유는 ... 잘잘못을 떠나 노무현 추종 세력들을 감정적으로 단결시켜 연말 정국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에 기인. (2012년 7월 6일)
윤석열 검사가 뉴욕 방문까지 하며 공들인 노정연씨 수사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마무리됐다(2013년). 앞서 진행된 검찰의 1심 구형량도 '징역 6월'에 불과했다. 전직 대통령의 딸을 상대로 한 대검 중수부의 정치적 기획수사치고는 초라한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법원의 판결로 사건이 종결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두 가지 의혹이 추가로 풀려야 한다. 먼저 대검 중수부에 봉인돼 있던 '노무현 수사기록'의 재검토를 '누가' 허락(지시)했는가다.
곽상언 변호사도 자신의 책에서 "윤석열 검사는 (노무현) 서거 3년이 지난 2012년에 '노무현 대통령 수사 기록'을 재검토했다"라며 "그가 누구의 허락이나 협조를 받아 어떤 방식으로 '보안을 유지'하면서 비공개 수사 기록인 노무현 대통령의 수사기록을 검토했는지 추후 밝혀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정원에 수사정보를 제공한 '대검 관계자'가 누구인지 밝혀져야 한다. 곽 변호사는 "이 문건에 등장하는 사람은 추후 반드시 어느 국가정보원 요원과 어느 정도의 업무 관계를 맺었는지, 그 국가정보원의 요원에게 어떤 정보를 누설했는지 등에 대해 반드시 수사받아야 할 것"이라며 "그의 행위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곽 변호사가 국정원 사찰문건을 받은 시기(2021년 1월과 3월)는 문재인 정부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앞서 기자가 언급한 '두 가지 의혹'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곽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그것을 확인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당시 검찰총장은 윤석열 현 대통령이고, 국정원장은 박지원 전 의원이었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던 인사다.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린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2년 전 여름 난데없는 '문해력 논란'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적이 있습니다. 한 웹툰 작가의 SNS 메시지가 발단이었는데요, 일부 네티즌들이 '심심(甚深)'이라는 한자어를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라는 의미의 한글 단어로 오해하면서 빚어진 일이었습니다.
'문해(文解)'는 '글을 읽고 이해함'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문해력은 단지 문자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라기보다 '이해력'까지를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심심'이라는 글자를 읽을 수는 있어도 '심심한 사과'의 '심심'이 어떤 뜻인지 모른다면 '의미적 읽기'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죠.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면서 바야흐로 여론조사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어떤 조사결과를 보면 제1야당인 민주당이 유리할 것 같고, 또 다른 결과를 보면 여야 어느 한 편의 일방적인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같은 시기에 조사된 결과가 왜 서로 다른지 의심이 가기도 하고요. 이런 현상을 이해하려면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숫자의 맥락을 읽어내는 데이터 문해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여론조사가 '해석의 과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발표된 1월 4주차 2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정당 지지도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조사기관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와 리얼미터입니다. 자체 조사결과를 주 1회씩 정례적으로 발표하고 있어 비교하기 적합하다는 판단에서 이들을 선택했습니다.
한국갤럽은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사용해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응답 방식은 전화 조사원 인터뷰인데, 전문 면접원이 전화 수신자와 직접 통화를 하며 조사를 진행합니다. 흔히 '전화 면접조사'라고 합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번호를 무작위로 생성해 추출하는 RDD(random digit dialing) 방식이며, 자동응답 전화조사로 진행합니다. 여론조사를 받으면 녹음된 성우음성이 나오고 보기를 선택해 전화기 버튼을 눌러 응답하는 방식입니다. 편의상 'ARS 조사'라고 부릅니다.
지난 1월 26일 갤럽이 공개한 조사 결과 중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6%, 더불어민주당 35%, 정의당 2%, 기타 정당/단체 5%, 지지하는 정당 없는 무당(無黨)층 22%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격차는 1%포인트인데 통계적으로 오차범위(최대 6%포인트) 내의 차이이므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해석해야 합니다. 29일 발표한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5%, 국민의힘 37%, 정의당 2%, 진보당 2%, 무당층 6%였습니다. 양당 간 차이는 8%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의 격차라 민주당이 우세하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같은 시기의 조사 결과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차이가 크다고 느껴지시죠? 이런 결과를 접하곤 대번에 '여론조사는 믿을 게 못 돼'라는 반응을 보이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한국갤럽과 리얼미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조사기관입니다. 공표한 조사 결과 역시 중앙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누구라도 세부 사항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사가 잘못된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두 기관의 조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차이는 전화 면접(한국갤럽)이냐, ARS(리얼미터)냐, 하는 점입니다. 이를 데이터 표집 방식이라고 하는데요, 조사방법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모드 효과(mode effect)'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모드 효과는 조사 참여자의 성향을 갈라 결과의 차이를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니 서로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방법론이라는 변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겠죠.
리얼미터와 같이 ARS 방식을 사용하는 여론조사에는 정치 고관여층의 응답이 더 많이 표집됩니다. 무당층의 비율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한국갤럽은 22%, 리얼미터는 6%입니다. 내가 정치에 별 관심도 없고 선호하는 정당도 없는 사람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정치·선거 여론조사입니다. 만약 녹음된 음성이 플레이되는 ARS 조사라면 그냥 끊어버리고 맙니다. 그런데 전화를 받았는데 면접원이 잠깐이면 된다고, 잠시만 시간을 내 달라고 호소하면 마음이 약해져 조사에 참여할 수도 있겠죠. 평소 지지하는 정당이 있냐는 면접원의 질문에 '없는데요'라고 응답했다면 나는 22%의 무당층에 속하게 되는 겁니다.
한국갤럽과 마찬가지로 전화 면접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전국지표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주)코리아리서치인터네셔널/(주)한국리서치 공동)에서도 1월 4주차 조사 결과 무당층이 26%로 나타났습니다. 무당층의 규모로 분석해 볼 때 전화 면접조사는 ARS 조사보다 정치 관심도가 일반적인 수준이거나 관여도가 낮은 응답자의 의견이 다수 포함되는 방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당 지지도 차이도 살펴보겠습니다.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두 기관의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36%, 37%로 거의 차이가 없는데 비해 유독 민주당 지지도만 35%, 45%로 10%포인트나 차이가 납니다. 이런 결과로 볼 때 현재는 정치 고관여층 중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의 사람들이 더 많은 유권자 지형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각 정치 세력에게는 어느 선거나 중도·무당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전략이 승패에 결정적입니다만, 지금은 핵심 지지기반에서 다소 밀리는 국민의힘이 좀 더 절실한 처지에 놓여 있는 상황으로 판단됩니다.
민주당은 공직선거 후보자를 평가하고 심사하고 선출하는 데 ARS 방식의 여론조사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당원과 일반 유권자의 의견을 절반씩 반영한다는 취지입니다만, 앞서 살펴본 모드 효과에 따르면 상당히 적극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의 선택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현재의 방식이 가진 함의를 이해한다면, 더 폭넓게 유권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해 보완할 부분은 없는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미국의 철학자인 제이슨 브레넌(Jason Brennan)은 <민주주의에 반대한다(Against Democracy)>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에서 유권자를 호빗(반지의 제왕), 훌리건(스포츠의 광적인 팬), 벌컨(스타트렉)의 세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호빗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로, 정치에 관심도 없고 지식도 많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훌리건은 꾸준하게 투표에 참여하며 정치에 관해 나름의 확고한 신념을 지녔지만, 정치지식을 편향된 방식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대다수 정치인도 훌리건에 속한다고 합니다. 벌컨은 정치에 관심이 있지만 증거를 바탕으로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려는 이성적인 유권자를 뜻합니다.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네요.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양극화와 사회 분열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혐오뿐 아니라 주요 정치 세력 간, 그 지지층 간 대립과 증오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죠. 각 정당 지도부가 쏟아내는 메시지, 편향적이고 자극적인 유튜브 채널 등이 계속해서 독설에 열광하는 정치 훌리건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이렇게 흘러가는 게 우려스럽습니다. 부디 많은 시민이 편견 없이 정치지식을 습득하기를, 사실에 근거해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기를, 그래서 우리가 더 좋은 공직자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오늘의 여론조사 독해법은, 여러분이 모두 균형 잡힌 뾰족한 귀의 벌컨족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소개해 드렸습니다.
ⓒ픽사베이
한국갤럽 1월 26일치 조사는 언론사 의뢰 없이 자체 시행됐다. 지난 23∼25일(1월 4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다. 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 인터뷰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6.7%였다. 리얼미터가 29일치 조사는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2∼26일(1월 4주차) 전국 18세 이상 2506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0%포인트)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는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선거, 빅데이터, 공공정책 분야의 컨설턴트입니다. 2019년부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2년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지역산업·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아 국가적 과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업인으로서, 비판적 시민으로서의 감수성과 현실을 직시하는 균형감각을 신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1일 자 경향신문·한겨레와 조선일보 1면은 달랐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범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한 ‘고발사주’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검사장(대구고검 차장)가 1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손 검사는 더불어민주당에 부정적 여론을 형성할 목적으로 최강욱·유시민 등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검사 출신 김웅 의원을 통해 조성은 전 선거대책위원장 부위원장에게 자료를 전달했다. 1일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 국민일보 등은 1면에 이 소식을 보도했다.
반면 조선일보와 서울신문은 1면에 민주당 돈봉투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현직 국회의원의 첫 실형 판결 소식을 보도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무소속 윤관석 의원에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윤 의원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서 송영길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제공할 6000만 원을 경선캠프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일자 아침신문들.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연합뉴스
한국일보 “‘손준성 보냄’ 텔레그램 결정타” 경향 “손준성, 尹·韓 밑에서 영전”
지난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는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손준성 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을 제외한 다른 혐의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됐다.
법원이 고발사주 의혹에 실체가 있었다고 인정한 건 물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3면 <‘손준성 보냄’ 텔레그램 결정타… 선거 영향 의도 검찰권 남용 판단> 기사에서 “(법원이) '고발사주' 의혹에 실체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은 검사와 정치인의 공모 관계를 보여주는 '물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증거는 다름 아닌 텔레그램(메신저) 대화. 손 검사장과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이 주고받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1일 한국일보 3면.
재판 과정에서 손준성 검사장은 자신과 관련된 혐의를 줄곧 부인하거나 침묵했다. 한국일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소한 이 사건 재판에서, 손 검사장은 자신이 고발장 작성 등에 관여하지 않았고, 제3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며 “재판이 진행될 때는 손 검사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손 검사장 지시를 받고 지씨 판결문 등을 조회한 의혹을 받은 성상욱·임홍석 검사는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하거나 손 검사장의 관여를 부인했다. 김 의원도 법정에서 ‘기억이 불분명하다’며 얼버무렸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그러나 재판부는 물적 증거에 주목했다. 특히 공수처가 제보자 조성은씨 휴대폰을 포렌식해 얻어낸 조씨와 김 의원 간 텔레그램 대화 등이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조씨가 김 의원으로부터 전달받은 메시지의 '발신자 텔레그램 ID'가 손 검사장이 사용하는 휴대폰과 연결된 계정’이라고 지적했다. 인적 장막으로 가려져 있던 손 검사장의 관여 여부가 조씨 휴대폰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경향신문은 3면 <기소된 손준성, 윤 대통령·한동훈 밑에서 ‘영전’> 기사에서 “서울중앙지법이 31일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한 ‘고발사주’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손준성 검사가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과 판결문 등 자료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전달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1일 경향신문 3면.
경향신문은 이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법무부는 2022년 6월엔 손 검사를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서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지난해 9월엔 검사장급으로 승진시켰다”고 짚었다.
경향·한겨레 “손 검사장 윗선인 尹·韓, 검찰 불법 행태 입장 밝혀라”
경향신문은 <‘고발사주’ 손준성 징역형, 정치검찰 단죄 사필귀정이다>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대선 때 이 사건에 대해 ‘누구도 고발사주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이던 2022년 6월 손 검사를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서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지난해 9월엔 다시 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재판 중인 대표적 ‘친윤’ 인사를 연거푸 중용한 것이다. ‘정치검찰의 흑역사’로 기록될 사건 당시 손 검사장 윗선인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인지 여부와 검찰의 불법 행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고발사주 의혹의 윗선 여부까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정치적 중립 위반” 고발사주 유죄, 윗선 여부도 밝혀야> 사설에서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어기고 특정 정당과 결탁한 국기문란급 범죄다. 징역 1년의 형량이 가벼워 보일 정도다. 이 사건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윗선’의 개입은 밝히지 못하고 손 검사장만 기소했다. 핵심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 만큼 더 명확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3일 경향신문 사설.
▲3일 한겨레 사설.
조선일보·서울신문, 1면에 ‘민주당 돈봉투’ 現 의원 첫 실형
조선일보와 서울신문은 1면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을 다뤘다. 지난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김정곤 김미경 허경무 부장판사)는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무소속 윤관석 의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게는 총 1년8개월의 징역형과 벌금 600만 원, 추징금 300만 원이 선고됐다.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관석 의원은 송영길 전 당대표의 당선을 위해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게 돈을 제공할 목적으로 경선캠프 관계자들로부터 6000만 원을 받았다. 캠프 핵심 관계자였던 강씨는 윤 의원과 공모해 의원들과 경선캠프 지역본부장 등에게 돈을 교부하는 과정에 관여했다.
조선일보는 1면 <‘민주당 돈봉투’ 윤관석 징역 2년, 강래구 1년8개월> 기사에서 이번 판결이 송영길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은 ‘민주당 돈봉투’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 전 대표를 지난달 4일 구속 기소한 이후 돈봉투 수수 혐의를 받는 의원들에 대한 조사를 해왔다”고 보도했다.
▲3일 서울신문 1면.
▲1일 조선일보 1면.
서울신문도 1면 <‘민주당 돈봉투’ 現의원 첫 실형> 기사에서 “돈봉투 살포의 핵심 인물인 윤 의원과 강 전 위원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돈봉투를 받은 의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사건 핵심 수혜자이자 정점으로 지목된 송 전 대표에 대한 재판이 2일 시작되는 터라 이날 선고 결과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했다.
조선일보 “용산 일부 참모, 尹·韓 갈등으로 총선 판 불태울 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마무리된 가운데, 조선일보에서는 이 갈등의 원인이 용산의 일부 참모진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칼럼이 나왔다.
최재혁 조선일보 사회부장은 <[광화문·뷰] “하마터면 총선판 불태워 버릴 뻔”> 칼럼에서 “지난주 초 법조계에선 ‘검찰 분위기’란 지라시(사설 정보지)가 돌았다. 법무부와 검찰에 있는 ‘한동훈 인맥’을 잘라내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문재인 정권에서 조국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 ‘윤석열 검찰총장’이 핍박받을 때 저항했던 검사들이 실명으로 거론됐다. 엊그제까지 ‘친윤(親尹)’ 검사들이었는데 이제 누군가 ‘친한(親韓)’으로 분류해 정리 대상에 올린 것이다. 이들을 퇴진시켜도 검찰 조직은 동요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추가했다”고 썼다.
▲1일 조선일보 칼럼.
이 지라시는 윤 대통령이 한 비대위원장에게 비서실장을 보내 사퇴하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돌기 시작했다고 한 뒤, 최재혁 부장은 “여권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진원지로 ‘용산’을 가리켰다. ‘대통령실 참모 중에 상황 판단이 안 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고 썼다.
최재혁 부장은 이어 “한 위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견줄 미래 권력으로 떠올랐다고 하더라도 임기 3년 남은 윤 대통령과 따로 갈 순 없다. 윤 대통령도 본인이 한 위원장을 키웠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지시를 따르는 부하가 아니란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 부장은 “‘윤·한 갈등’ 국면에서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다. 한동훈을 사퇴시키고 어떤 식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었다”며 “이 대목에서 대통령의 눈과 귀를 흐리고 있다는 일부 참모의 처신이 회자하고 있다. 그들은 명품백 입장 표명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은 최순실 사태 초기에 사과했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편다고 한다. 또 한동훈 없이도 집토끼만 지키면 100석은 얻을 수 있다고 한다는 것이다. ‘100석’은 탄핵 저지선”이라고 주장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최 부장 칼럼에 ‘윤·한 갈등’이 수습된 뒤 대통령실 일부 참모를 가리켜 “정치 초짜들이 총선 판을 불태워 버릴 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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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장은 “이제 총선까지 60여 일 남았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정책’과 한동훈의 ‘얼굴’로 선거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파열음도 예상된다. ‘공천’ 자체가 갈등을 일으키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여권 입장에서 나아진 점은 최근 갈등을 겪으면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서로의 입장을 명확히 확인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대통령의 감정선을 건드려 ‘총선 판을 불태울 뻔’했던 용산 참모들의 한계가 이번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라고 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2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자택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1.24 ⓒ민중의소리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31일 공식 출범하고, 본격적인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에 들어간다. 지난해 정부가 '얼마나 내고 얼마나 받을지'(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 알맹이가 빠진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미뤄뒀던 연금개혁 논의가 이제야 시작된다.
공론화위는 1단계로 국민연금의 이해관계자인 노동자·사용자·지역가입자·청년을 대표하는 50명 내외의 의제숙의단을 구성해 여론조사 설문지를 완성한다. 2단계로는 시민 500명 내외로 시민대표단을 구성해 단체 학습을 통해 설문내용을 이해한 상태에서 응답하는 과정을 거친다. 공론화위는 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을 근거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연금특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론화 과정이 시작되기 전부터 우려가 나온다. 공론화위 구성부터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민간전문위원으로 활동하다 사퇴한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판이 웃기게 돌아가고 있다"면서 "지금 보건복지부하고 여당이 완전 재정안정론자들만 다 모아서 (공론화) 의제 자체를 더 정부에 유리한 쪽으로 몰아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공론화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민연금행복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당시 김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내세워 기초연금 공약을 동액지급에서 차등지급으로 후퇴시킨 바 있다. 숙의단에게 공론화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꾸려진 복지부의 '국민연금 미래개혁 자문단'도 대부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재정안정론자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게 구성된 공론화위가 결국 정부가 내세우는 재정안정론에 맞는 결론을 낼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남 교수는 "지난해 국민연금연구원의 연금제도연구실 일부와 재정추계분석실이 복지부가 있는 세종시로 옮겼는데 굉장히 부적절하다"며 "재정 추계하는 추계실을 복지부가 자기 발 앞에 딱 갖다 놓고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어떤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냐면 지난해에 재정 추계 결과가 너무 낙관적으로 됐다면서 다시 추계를 해서 기금 소진 시기를 당긴 결과를 숙의단이나 시민대표단에 제출하고 '이제 우리 다 죽었다'며 위기감을 조성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발표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2040년 최고 1,755조원에 이른 후 급속히 감소해 2055년에 소진된다. 이때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 수)은 2060년 1.21명이 될 것을 가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49년 1.08명까지 회복된 뒤 2072년까지 같은 수치가 유지된다. 가정한 수치보다 낮다. 출산율이 낮을 수록 보험료율 인상은 가파르고 기금 소진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5차 재정계산 결과가 현실보다 낙관적이라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남 교수는 "지금 이런 식으로 재정추계실을 세종에 갖다 놓고, 또 공론화위도 정부 마음대로 다 꾸려서 만약에 기금소진 연도가 당겨지는 계산 결과를 내놓으면, 왜 그렇게 됐는지, 과정이나 수치를 왜 바꿨는지 이런 걸 하나도 알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외부 민간전문가를 중심으로 재정계산위원회,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 재정추계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재정계산을 하고 있다. 법을 근거로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이미 진행했는데, 만약 법에 규정되지 않은 과정을 통해 다른 결과의 재정계산을 내놓는 것은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 교수는 "법에 하도록 돼 있는 재정계산을 작년에 다 했는데도, 만약에 출산율 때문에 정부가 새로 계산을 하고 싶으면 특별법을 만들든지, 법적인 어떤 절차를 거쳐서 해야 할 거 아니냐"라며 "이건 아무런 법적인 통제도 안 받고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구체적인 국민연금 개혁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공론화 과정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남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지금 정부는 공론화 조사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안 정해졌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부담스러운 결정을 공론화위에 떠넘기는 모양새가 돼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 인상은 사실상 불가피하다. 이에 정부는 아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포함한 모수개혁안을 아예 제시하지 않으면서 부담을 국회와 국민에게 전가시켰다.
남 교수는 "정부 스스로의 안이 없으니 공론화위 숙의단이나 시민대표단 500명이 내리는 결정에 모든 짐을 떠넘기는 형국"이라며 "이런 식으로 하는 공론화 조사는 숙의민주주의를 아주 안 좋은 방식으로 소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상균 공론화위원장과 연금특위 여야 간사인 유경준·김성주 의원 등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 출범식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2024.01.31. ⓒ뉴시스
"국민연금은 보험상품 아닌 복지제도...낸 만큼 받는다는 건 거짓말"
국민연금 개혁에서 항상 화두가 되는 것은 적립기금의 고갈이다. 일각에서는 적립기금 고갈로 90년대생은 국민연금을 못 받을 것이라는 괴담이 퍼지기도 한다. 그러나 노후보장을 위한 복지제도라는 국민연금의 본질을 생각하면 기금의 고갈은 국민연금의 존폐와 직결된 것은 아니다.
남찬섭 교수는 "정부는 겉으로는 적립기금이 고갈되도 국민연금을 지급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하는 행동을 보면 기금소진론에 갇혀 있다"면서 "공적연금을 운영하는 해외 여러나라 중에 기금이 없는 나라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적립기금 평가액은 지난해 11월말 기준 999조2,420억원으로 집계됐다. GDP 대비 약 45%에 달하는 수준으로, OECD 국가들 중 1위다. OECD 평균은 13.9%(2021년 기준)로, 공적연금을 먼저 시작한 유럽 국가 대부분은 적립기금이 없거나 GDP대비 10% 수준이다.
남 교수는 "기금이 없어지면 보험료가 엄청 오를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국민연금은 '집합적 부양제도'"라며 "국가가 국민들에게 보험금을 받아서 수급자에게 배분해줘야 하는 게 국민연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얼마 냈으니 나중에 얼마를 받겠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급여 산식은 낸 돈을 표시하는 부분이 없다. 소득이랑 가입기간만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민연금 급여 산식을 보면 수급자가 낸 보험료는 아예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국민연금 급여 산식은 '1.2 X (A+B) X (1+0.05n/12)'이다. 1.2라는 숫자는 소득대체율 40%(현재 42.5%)가 나오도록 하는 값이다. A값은 연금수급 직전 3년간 전체가입자 월평균소득의 평균, B값은 본인의 생애평균소득이다. 산식의 뒷부분은 가입기간에 따른 급여율을 정하는 부분으로, n값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다. 40년을 가입했다면 소득대체율 40%를 모두 적용받는다. 즉, 국민연금 급여는 본인의 소득과 가입기간에만 영향을 받는다. 기금의 규모와 수익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남 교수는 "국민연금을 적립방식이라고 소개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국민연금은 낸 보험금이 현재 노인에게 바로 지급된다"면서 "실제 작동방식은 처음부터 부과방식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만으로 급여를 주고도 남는 상황이다. 남는 금액은 적립돼 기금이 된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를 보면 국민연금 수지 적자가 발생하는 시점은 2041년이다. 이때부터 보험료 규모와 급여 규모가 역전돼 기금을 사용해야 하는 시기가 되는 것이다.
적립기금은 애초 설계 당시부터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완충 자금으로 준비됐다. 인구가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국민연금 급여를 받을 시기를 대비한 것이다. 남 교수는 "1988년에 국민연금을 시작할 당시에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동세대로 진출할 때"라며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고 난 다음에는 퇴직 인구가 많아지니까 그 자식세대의 보험료가 올라가는 속도를 낮추려고 적립기금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어차피 사용하도록 설계된 기금인데 소진 시점을 늘리는 방향으로 연금개혁을 논의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지적한다. 그는 "2041년이 되면 매달 들어오는 보험료 수입만으로 연금 급여를 다 지급 못하고, 기금에서 빼서 급여를 줘야 한다. 원래 그렇게 하도록 설계돼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재정안정론자들은 기금이 줄어들면 안 될 것처럼 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을 창고가 터지도록 돈을 쌓고 있는데 정작 마을 노인들은 굶는데도 '마을 창고에 쌓은 돈이 35년 뒤에는 비니까 내는 돈을 더 올려야 한다'는 거다"라며 "이런 나라가 어디있나. 자린고비와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남 교수는 현재 국민연금 개혁안으로 언급되는 '확정기여형'은 국민연금을 민영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확정기여형이라는 게 낸 만큼 받는다고 포장을 하는데 엉터리고 거짓말"이라며 "확정기여형은 말 그대로 보험료 내는 것만 확정시키고 받을 급여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회사에다가 개인연금 넣는 거랑 똑같은 형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개인 민간연금을 부었는데 예를 들어서 연금 상품을 판매한 회사가 중국 펀드에 투자했는데 대박이 나면 많이 받는 거고, 다 날렸다 그러면 그냥 급여도 다 날리는 식"이라며 "그걸 낸 만큼 받는 식으로 한다고 이야기하는 건 완전히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공적 연금도 낸 만큼 받는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2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자택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1.24 ⓒ민중의소리
"1,000조원 기금 굴려서 6% 수익...그중 1%라도 사회문제에 투자해야"
남 교수는 수지적자 시기가 정해진만큼 이제부터는 기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에 투자한 부동산 등 자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계획이 있어야 한다. 외국에서도 한국 정부가 기금을 처분해야 하는 시기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기금을 처분하고 원화로 바꿔서 국민연금 급여로 줘야 하는 순간 한국 정부가 '을'이 될 텐데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화 사회, 초저출산 사회를 대비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국민연금 수익률이 평균 수익률이 6%, 민간 수익률이 4%인데 그러면 기금 수익률 중 1~2%는 국민 전체의 공유부라고도 볼 수 있다"면서 "대략 계산해도 50조원에서 100조원 정도일텐데 이걸 청년주택에 투자할 수도 있다. 그게 장기적으로 기금을 안 써서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라고 제안했다.
또 "기금 수익 중에 3~4조원만으로도 무상보육을 하고도 남는다"면서 "청년가족돌봄 문제도 있는데 기금에서 1조원만 써서 공공요양보호시설을 확충하면 그 부담도 충분히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금을 그렇게 썼으면 좋겠는데 재정안정론자는 그런 사업은 일반회계를 써야 한다고 반대하고, 일반회계에서는 재정부담으로 반대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남 교수는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서 조세 지원 방안도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집합적 노후보장 제도라 조세 지원이 들어와야 한다"면서 "독일의 경우 GDP의 25%를 국고에서 지원한다. 우리도 장기적으로는 보험료가 15~16% 수준으로 올라야 하는데 이때 국고가 같이 들어와야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인정해 주는 크래딧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 교수는 "현재 크래딧 제도가 많이 약한 상태인데 출산 크래딧을 육아 크래딧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보완해서 자녀가 둘 있으면 가입기간을 10년 가까이 채울 수 있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군복부 크래딧, 실업 크레딧도 강화해야 한다"면서 "크래딧이 사각지대 해소 효과가 있으니 그쪽에 재정 투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이 노동자를 주요 가입자로 하는 구조인 만큼 노동시장 구조 개혁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남 교수는 "실질 퇴직자가 50대 초반에 나오면 안 된다. 퇴직기가 길어지고, 연금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라며 "지금처럼 젊음을 갈아넣는 노동에서 벗어나서 퇴직 시기를 늦춰야 한다. 주 4일 근무 등으로 노동시간을 대폭 줄여서 가늘고 길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65세 이상 인구가 50%가 넘는 사회를 운영하려면 전체 작동 방식을 바꿔야 한다"면서 "교육제도나 경제활동 시스템이나 퇴직 후에 삶을 어떻게 구조화할 것이냐를 논의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정규직·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등 정규직 외의 노동자들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는 상황도 개선해야 한다. 남 교수는 "국민연금을 가입한 사람만 하는 게 아니고 노동시장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면서 "전통적인 비정규직도 문제지만, 크게 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포착되지 않는 노동자가 많아지는 만큼 노동자 개념을 조정하고 자본의 책임을 끌어올리는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국민연금 공단이 노동시장에 대한 정책을 담당하지 않지만 복지부, 노동부와 협력해서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사용자를 응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적연금은 노후소득보장이 본질적인 기능"이라며 "현재 국민연금은 너무 소득대체율이 낮기 때문에 올려야 하고, 가입기간도 늘리고, 사각지대 해소로 노후소득보장 제도의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 고령화 따라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올리고, 장기적으로는 65세 이상 인구 절반 이상인 사회를 어떻게 구조화할 것인지 노동개혁과 함께 큰 틀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인구고령화 속에서 퇴직 후 노후란 터널을 지나가야 하는데 (그 터널을 지날) 버스의 크기를 키우고 엔진도 새로 갈아 끼워야 한다"며 "크레딧 강화라든지 보험료 지원 강화 등은 버스에 탈 수 있는 출입문 크기를 키우고 (버스에) 오를 수 있는 경사로를 바꾸는 거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안정론은 버스를 키우고 엔진을 갈면, 회사에 쌓아둔 돈이 소진될 테니 버스 크기도 못 키우고 엔진도 못 바꾸겠다고 하는 격인데, 그러면서 버스요금은 '더 내라'고 한다"며 "버스 키우기 등이 동시에 이뤄지면 탄 사람도, 탈 사람들도 필요시 비용은 더 낼 용의가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무죄 판결이 정당하느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그러난 무죄판결은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검찰이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자신이 사용하던 개인용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는 디가우징(degaussing)해서 데이터가 지워져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압수수색 영장도 법원이 기각했다.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나올 수밖에 없게 처음부터 세팅돼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의 무죄선고로 사법농단과 재판거래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 피해자들의 문제는 무죄선고와 관계없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법농단을 최초로 폭로했던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판개입사실은 인정된다면서 무죄라면, 재판거래 피해자들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고 지적한 것처럼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있다.
사법농단과 재판거래의 최대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긴급조치9호 피해자들의 경우 절반이상이 여전히 재판거래의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희 독재정권하에서 민주화 투쟁에 참여하다가 긴급조치9호 위반으로 구속됐던 민주인사들로 구성된 (사)긴급조치사람들이 30일 발간한 '긴급조치 재판거래 백서'를 보면 그 피해 현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긴급조치 재판거래 백서' 바로가기 ☞ : 클릭)
백서에 따르면 긴급조치9호 피해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재판거래 피해상황을 조사한 결과 총 192명의 소송제기 피해자들 가운데 53%에 달하는 102명이 패소확정판결을 받아 사법농단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백서에 수록된 긴급조치 국가배상소송 재판사례에 따르면 패소확정판결을 받은 102건 중에서 45건은 1심에서는 피해자들이 모두 승소했으나 재판거래를 위해 짜여진 각본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받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에 모두 패소했다.
사법농단과 재판거래로 인해 국가배상소송에서 패소확정판결을 받은 긴급조치피해자들은 2022년 8월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긴급조치9호는 위헌, 위법이라고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력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배상의 길이 꽉 막혀 있다.
그 대상을 1000여명에 달하는 긴급조치9호의 전체피해자들로 확대하면 약 60%이상의 피해자들이 재판거래로 국가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농단 관련자들에 대한 법원의 무죄판결도 문제지만 그 피해자들의 구제방안에 대해 사법부가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피해자의 관점에서 보면 긴급조치 재판거래의 본질은 헌법적 기본권의 수호를 본령으로 하는 사법부가 재판거래를 통해 조치피해자들의 헌법적 권리인 재판청구권(헌법 27조)과 국가배상청구권(헌법 29조)을 박탈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긴급조치 재판거래 백서'에는 대법원의 수뇌부가 어떻게 긴급조치 사건을 비롯한 각종 시국사건에 대해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통해 청와대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이끌어 냈는지를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백서에 따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휘하의 대법원 조직인 법원행정처의 기획조정실이 2015년 7월 작성한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BH설득방안'이란 문건에는 '정부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구체적 협력사례'로서 대통령 긴급조치 사건이 언급되고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음"이라고 전제하고 긴급조치9호 피해 국가배상소송을 무력화시킨 대법원의 두 판결(2013다217962, 2012다48824)을 '국정협조사례'로 적시하고 있다.
특히 이 문건은 긴급조치에 대해서 "대통령 긴급조치가 내려진 당시 상황과 정치적 함의를 충분히 고려함"이라고 부연암으로써 문제의 대법원 판결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나온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또 사법농단의 핵심인물 중 한사람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기획실장으로 있을 때인 2015년11얼 직접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이란 문건에도 동일한 내용이 기술돼 있다.
이는 긴급조치9호 국가배상 소송의 무더기 패소를 초래한 대법원의 두 판결이 청와대와 상고법원 설치 흥정을 위해 사전에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사법적 단죄도 이뤄져야 마땅하지만 그 피해자들의 권리회복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사법부는 물론이고 국회, 행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서아시아 평화의 중심고리는 가자전쟁의 종식에 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US-backed)’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 극우정권의 프로파간다와는 달리 여전히 아직 가자지구를 평정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하마스 등 저항세력의 강력한 항전에 심각한 군사적 타격을 입고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 극우정권은 이스라엘 북부 즉 레바논 헤즈볼라와의 확전을 도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은 230만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게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단말마의 고통을 강요했다. 이들이 선택한 것은 하마스와의 힘든 전쟁보다 비무장의 어린이와 여성들을 상대로 한 쉬운 전쟁 즉 학살이었다. 이스라엘군은 단위시간에 가장 많은 어린이와 여성들을 학살한 전쟁사를 통틀어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할, 최고로 용감한 군대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자행한 이 집단학살에 가장 치열하게 팔레스타인 민중들과 연대한 쪽은 예멘의 안사르 알라와 남아공이었다.
먼저 예멘의 안사르 알라 정부의 입장은 간명하다. 이스라엘이 제노사이드를 멈추면, 홍해 봉쇄도 멈춘다. 이 들의 입장은 무엇보다 한국 정부도 가입되어 있는 ‘제노사이드 방지와 처벌에 대한 협약’ 제1조에 근거한다. “제1조 체약국은 집단살해가 평시에 행해졌는지 전시에 행해졌는지를 불문하고 이를 방지하고 처벌할 것을 약속하는 국제법상의 범죄임을 확인한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인구 전체의 1% 이상을 학살했다. 어찌 보면 이들의 목표는 하마스 소탕이 아니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인종청소다. 하마스 제거는 핑계이고 또 그 핑계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가운데 사상자는 계속 늘고 있다.
안사르 알라 정부는 자신들이 이스라엘 향발의 화물 선박을 봉쇄한 것은 바로 이 제노사이드협약 1조에 근거한 국제법상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마찬가지 예멘 정부뿐만 아니라 이 협약에 가입한 전 세계 100개 이상의 나라 역시 이 협약에 근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집단살해를 “방지”하고 “처벌”할 의무가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이 협약에 가입함으로써 제1조상의 의무를 이행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안사르 알라 정부에 대해 미영은 자신의 일부 우호국을 줄 세워 예멘을 침략했고 지금 이 시간에도 홍해전쟁은 진정될 기미가 전혀 없다. 미국은 “규칙기반 국제질서” 수호를 개전 사유로 내걸었다. 미국이 말하는 ‘규칙기반 국제질서’는 국제법이 아니다. 미국이 임의로 정한 자신만의 이익 특히 미국 석유자본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군사행동이다. 미국은 안사르 알라의 봉쇄를 불법이라고 규정한다. 마찬가지 아래에서 보게 될 남아공의 이스라엘 ICJ 제소도 처음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예멘군의 대응은 이스라엘 향발 선박뿐만 아니라 미, 영선박에 대한 공격으로 확장되었다. 미영을 제외한 예컨대 중러 심지어 얼마 전까지도 교전국이었던 사우디의 선박도 자유 통행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포항에서 출발한 지브롤터 이글이라는 선박이 예멘의 공격을 받은 바 있다. 행선지를 밝히지 않고 항해 중이었던 이 선박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기 위해 폴란드로 향하거나 이스라엘로 가는 중이었다는 ‘설’이 있다.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 설립 70주년 행사 모습. 2016. 4. 20. ⓒ뉴시스
‘글로벌 다수’(Global Majority)의 국제법 대 미국의 특수이익의 표현인 ‘규칙’과의 싸움에서 남아공은 국제법을 선택했다. 12월 29일 자 ICJ의 언론보도문에 따르면, 남아공이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과 관련 ‘제노사이드 범죄의 방지와 처벌에 대한 국제협약’ 상의 의무 위반에 대한 소송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신청서에 따르면, “더 광범위한 팔레스타인 국적, 인종적 집단의 일원인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을 파괴하기 위한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이를 자행함으로써 이스라엘에 의한 행위와 태만은 그 성격에 있어 제노사이드적이다.” 그리고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국가기구, 국가의 대리인 그리고 이스라엘의 지시, 명령, 통제 혹은 그 영향력 하에 행동하는 기타 인물과 단위들을 통한 이스라엘의 행위는 제노사이드 협약상의 의무를 위반하였다.”
또 남아공은 “이스라엘이 특정하게 2023년 10월 7일 이후 제노사이드를 방지하는 데 실패했으며 또한 제노사이드에 대한 직접적이고 공공연한 선동을 처벌하는 데에도 실패했고” 나아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이스라엘인에 대한 제노사이드 행위에 종사했고, 종사하고 있으며, 향후 종사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특히 남아공은 국제사법재판소 규칙 제74조 “잠정조치(provisional measures) 지시의 신청은 다른 모든 사건에 우선한다”에 의거 “잠정조치의 지시”를 신청했다. 국제사법재판소 규칙 제74조에 따르면 잠정조치 신청이 있을 시, 재판소장은 재판소가 개정 중이 아니라 하더라도 즉시 재판관을 소집하고 당사자의 구두변론을 위한 변론기일을 지정해야 한다. 규칙 제75조는 나아가 재판소는 ”상황“에 따라 ”직권으로“ 잠정조치 지시가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해 이스라엘국가에 대해 무력행위를 즉각 중지할 것을 지시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현재 이스라엘에 의해 자행되는 팔레스타인 인종청소와 전범행위는 명백한 국제법위반이다. 그렇지만 제노사이드 범죄의 경우 단순한 주장만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인종말살을 위한 “특정 의도(intent)”를 입증하는 문제다. 하지만 신청국 남아공의 신청문에서도 언급되듯, 이스라엘 정부, 전시내각, 고위공무원, 군 지휘관 등은 수많은 경우에 공공연하게 팔레스타인 인종청소를 발언, 지시, 선동해왔다. 이를 입증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남아공의 제소로 개시된 이스라엘 정부에 의한 팔레스타인 민간인 집단살해에 관한 국제사법재판소 변론기일은 1월 11~12일 양일간으로 결정되었다. 이 기간 개최된 변론 절차에서 남아공이 우선적으로 청구한 것은 “잠정절차의 지시”이다. 즉 본안에 앞서 이스라엘군에 의한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집단살해 사안의 긴급성과 회복 불가능성에 근거 “잠정조치”를 법원이 “명령(order)”하라는 취지다.
남아공 측의 이스라엘 집단살해죄 여부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도 출석해서 자기 방어에 나선다. 이스라엘의 변론전략은 이스라엘군의 작전은 하마스의 테러에 대한 정당한 방어권의 행사라는 데에 집중되었다. 이스라엘 정치인이나 보통 사람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무죄의 민간인이란 없다”라는 것이다. 즉 자신들이 보기에도 너무 많은 민간인들을 죽였다고 생각하는지, 절반이 아이들인 이들 죽은 팔레스타인인 모두가 하마스 공범이라는 식으로 자기합리화해 왔다. 아무튼 이스라엘 측 분위기는 다 죽이는지 불가능하다면 시나이사막에 갖다 버리자는 것이었다. 이 원계획이 좌절된 이후 남미나 유럽으로 ‘수출’하는 쪽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그러다 콩고와도 협상을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의 잔학행위는 일반적인 전쟁법상의 비례성과 군사적 목적성이라는 법원칙을 현저하게 일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스라엘 측 논변이 수용될 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우세했다. 이럴 때 시오니스트들의 가장 오래된 방어전략이 이 모든 것이 ‘피의 비방(blood libel)’ 즉 ’반유대주의‘라는 말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정당방어 행위를 집단살해 혹은 인도에 반한 죄라고 말하는 것은 반유대주의적 비방전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담론전략은 이제는 색이 바랐다고 해야겠다. 이스라엘을 가장 큰 위협에 빠트린 것은 네타냐후 극우정권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잠정조치 즉 일종의 가처분이 인용되면 어떻게 되는가. 남아공이나 이스라엘이나 모두 유엔 회원국이자 제노사이드협정의 당사국이다. 즉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이나 차후의 최종판결은 구속력을 가진다. 그래서 규칙 제 74조 제4항에 의거 재판소장은 잠정조치 신청에 따라 내려진 “모든 명령”이 “적합한 결과”를 가져오게끔 당사국이 행동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규칙 제 78조에 따라 재판소는 당사국이 자신의 지시를 이행했는지 여부에 대한 정보요구권을 갖는다.
재판소는 국제사법재판소 규칙에 의거 그 결정을 유엔 사무총장에게 통보하고 사무총장은 이를 유엔 안보리에 즉각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여기에 있다. 만일 이스라엘 정부가 재판소의 잠정조치 명령을 불이행할 시는 어떻게 되는 걸까? 하지만 지금까지의 판례와 해석에 따르면 재판소의 결정이 안보리에 통보되더라도 안보리가 이를 반드시 다루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즉 미국이 비토하면 재판소의 결정이 있더라도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 혹은 국제연합 평화유지군 등과 같은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을 앞두고 예상대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지지하는 글로벌 신앙고백이 시작되었다. 독일 총리 숄츠가 첫 주자였다. 숄츠의 ‘신호등정권’ 즉 사민-녹색-자민당은 역대 최약체다. 그런데 이스라엘을 위해 이 재판에 ‘개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녹색당-실은 ‘갈색’당-출신 부총리와 외교장관 역시 이스라엘 지지를 선언했다. 제노사이드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영국은 그냥 안 봐도 된다. 미국의 속주이자 바람잡이이자 푸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언제나 그랬다. 영국이 하는 말은 그냥 흘려들어도 글로벌 판세를 읽는 데 별 상관없다. 또 하나 항상 미국 시키는 대로 하는 정부가 캐나다다. 트뤼도가 등장 이스라엘이 3만명 죽여도 그건 제노사이드 아니란다. 재판부의 결정이 내려진 후에도 영국은 ‘상당한 우려’를 공식 표명했고, 캐나다는 국방장관이 등장해 재판부의 제노사이드 결정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발표했다.
ICJ 홈피에는 현 15인의 판사 면면이 게시되어 있다. 재판장 미, 부재판장 러를 비롯, 슬로바키아, 프랑스, 모로코, 소말리아, 중국, 우간다, 인도, 자메이카, 레바논, 일본, 독일, 호주, 브라질 출신들이다. ICJ 판사들이 통상의 예로 보자면 순수하게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리라 믿는다면 이는 국제정치맹이라고 하겠다. 출신국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고도로 ‘정치적으로’ 표결한다. 게다가 미, 영이 나서서 판사들을 매수하고 겁박할지 모른다. ICJ의 현 재판장 조안 도노휴(Joan Donoghue)는 판사로 임명되기 전 미 국무성 법률고문이었다. 그 인맥을 타고 들어와 2021년부터 재판장을 맡고 있다. 도노휴 판사는 며칠 전 1월 11일 일본 외무장관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방문했을 때, 일본 출신 ICJ 판사인 유지 아와사와(Yuji Iwasawa) 등과 함께 회동을 가졌다. 뿐만 아니다. 미 국무 블링컨 역시 이즈음-특히 작년 영국이 배후에서 작용했다는 설이 있는-푸틴을 기소한 국제형사재판소 검사장 카림 칸과 국제사법재판소 재판장 도나휴를 면담했다는 말이 한때 돌았다.
그래서 독일은 원래부터 반대표로 예상했었던 표다. 숄츠가 ‘개입’한다는 의미는 그렇게 ‘지시’하겠다는 말이다. 재판장인 미국표도 그랬다. 호주도 같은 앵글로색슨표다. 인도의 모디 정부는 기본적으로 강한 반이슬람이라 이스라엘 편이었다. 일본은 미일동맹표다. 우간다는 미국을 따를 것으로 봤다. 그래서 보자면 우선 미국, 인도, 독일, 일본, 호주, 우간다는 제노사이드 아니라고 할 것이다. 여기 6표다. 반면 슬로바키아, 모로코, 소말리아, 자메이카, 레바논, 브라질 등 6표는 거의 확실하게 제노사이드 표다. 지금까지 6:6 동률이다. 그런데 이번 재판에는 ‘임시’재판관 2명이 추가되었다. 청구인 측인 남아공과 피청구인 측인 이스라엘 재판관이다. 그래서 재판관은 15인에서 2인이 늘어나 17인이다. 하지만 이 2표의 향배는 확정적인 지라 사실상 남는 표는 러시아, 중국, 프랑스 3표다. 제노사이드 ‘잠정조치(가처분) 명령’ 결정을 위해선 9표가 필요했다. 남은 3표 중 2표가 제노사이드를 지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의외였다. ICJ가 남아공의 이스라엘 제노사이드 중단을 위한 잠정조치 신청을 받아들였다. 아래 결정문을 보자.(괄호안은 찬반 표결 결과)
ICJ 결정문과 찬반 투표 결과
1.이스라엘 국가는 가자에 대한 제노사이드를 방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shall take all measures).(15:2)
2.이스라엘 국가는 이스라엘군이 그 어떤 제노사이드도 자행하지 않게끔 보장해야 한다.(15:2)
3. 이스라엘 국가는 제노사이드를 공공연히 선동하는 모든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16:1)
4.이스라엘 국가는 가자지구의 열악한 생존조건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적이고 실효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16:1)
5. 이스라엘은 제노사이드협약에 관련된 행위에 대한 증거보존을 위해 실효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15:2)
6. 이스라엘은 1개월 이내에 본 법정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취한 모든 조치를 본 법정에 보고해야 한다(15:2)
쟁점별로 이루어진 표결에서 전부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우간다의 줄리아 세부틴데(Julia Sebutinde)였다. 이스라엘의 임시 재판관은 쟁점 1, 2, 5, 6에는 반대표를 하지만 우간다의 재판관이 반대표를 던진 쟁점 3, 4에 의외로 찬성표를 던졌다. 쉽게 낙관하기 어려웠던 표결에서 사실상 압도적인 표차로 남아공이 승리한 것이다. 물론 남아공이 요구한 즉각적인 전투중지(cease-fire) 대신 “이스라엘군은 그 어떤 제노사이드도 자행되지 않게끔 보장”해야 한다는 우회적 결과를 얻어 냈다. 사실상 전투중지 없이 모든 제노사이드의 중단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그 효과 면에서는 동일하다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의 결정은 어디까지나 ‘잠정조치’(가처분)일 뿐이다. 그리고 그 결정은 제노사이드를 ‘방지’하기 위해 이스라엘 국가와 군은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을 ‘명령’한 것이 골자다. 이것이 제노사이드인지 아닌지는 사실 본안소송에서 다투게 될 것이지만, 이번 결정에서 명령한 것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본안소송에서 제노사이드 최종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놀라운 세기적 재판의 결과 이후 이제 가자에서 총성은 멈췄을까.
2024년 1월 28일 현재 가자지구 사상자 ⓒ알자지라
위에서 보듯 1월 28일 현재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26,792명이다. 부상자는 약 7만명이다. 실종자는 8,0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데 사실상 사망자로 보면 된다. 그렇다면 약 3만5천명이 사망했고 이중 어린이 숫자는 1만3천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ICJ 판결 48시간이후까지의 이스라엘 상황 ⓒ유럽-지중해 인권 모니터
‘유럽-지중해 인권모니터’라는 단체가 ICJ 판결 48시간 이후까지의 이스라엘 동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1) 이스라엘의 공격에 의해 가자지구에서 373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고 643명이 부상했다.
2) 가자 남부 칸유니스 지역 병원이 공격받고 포위가 계속되고 있다.
3) 칸유니스지역 주민들이 나세르 병원에 수십 구의 사체를 매장하도록 강요받았다.
4) 이스라엘 포위와 공격에 의해 사망한 사체를 매장할 4개의 대형 묘지가 칸유니스에 만들어졌다.
5) ICJ 결정 이전과 비교 절반도 안 되는 87대의 구호 트럭만이 가자지구에 들어왔다. 6) 구호 트럭을 기다리던 팔레스타인인들이 살해되었다.
7) 이스라엘군이 보안 검문소를 설치했고 칸유니스 난민캠프 서쪽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학대했다.
8)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15% 면적을 차지할 완충지대를 설치하기 위해 가자장벽 동쪽 경계로부터 1.000~1,500미터 내에 있는 거주지 전부를 파괴했다.
9) 누구보다 네타냐후 총리와 재무장관 등이 중심이 되어 ICJ 결정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발언을 의도적으로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영국, 캐나다 등을 중심으로 한 ‘규칙기반 국제질서’ 진영들의 ICJ 국제법 사보타지운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격화되는 중이다. 특히 미, 영, 독일, 캐나다, 호주, 이태리, 스웨덴, 일본 등 소위 집단서방이 일치단결(?)해 가자지구 구호활동의 중추를 담당하는 유엔난민구호기구(UNRWA) 분담금 납입을 거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이른바 ‘정착민’은 이스라엘군의 지원을 받아 인질석방을 구호로 내걸고 구호차량의 가자진입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ICJ 결정이후 현재 가자는 이들 ‘규칙기반’ 집단서방의 사보타지에 의해 새로운 기아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상태라 하겠다.
이미 남아공은 미영을 학살공범으로 ICJ 제소를 준비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와 슬로베니아는 불법점령으로 이스라엘을 ICJ에, 멕시코, 칠레는 전범 혐의로 이스라엘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했다. 벨기에와 아일랜드는 남아공의 소송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번 결정이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더라도 미영불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 경우 압도적으로 친팔레스타인 표결을 해 온 유엔 총회에 이 사안이 회부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이 지금처럼 ICJ 명령을 노골적으로 불복하고 미영독, 캐나다 등 극소수 국가의 뒷배를 믿고 학살행위를 지속할 경우 이스라엘을 유엔에서 배제하고 팔레스타인국가를 정식 승인한다든지 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미 지금 목도하고 있는 첫째, 유엔 안보리의 완전한 균열과 둘째, 유엔 안보리와 유 엔총회의 균열로 귀결되어 국제사회는 앞을 내다볼 수 없을 ‘퍼펙트 스톰’의 대혼란으로 갈지도 모를 일이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이태원참사 특별법 거부…동아일보 “정부 차원에서 참사 원인, 과정 속시원하게 정식 설명한 적 없다”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통령 사과 촉구 칼럼 중앙 “대통령 원래 그런 자리”
전장연 집회 기자 강제 퇴거 사태, 경향 “헌법위배” 한겨레 “서울시 기조 반영”
기자명박재령 기자
입력 2024.01.31 07:40
수정 2024.01.3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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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25일 의정부제일시장 상인들과 오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31일자 경향신문 1면 사진기사.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이후 법안 수 기준 9번째 거부권 행사로 역대 대통령 최다다. 주요 아침신문 9개 중 8개 신문이 이를 1면에 보도했지만 조선일보는 8면에 보도했다. 다수 신문이 여야 모두의 책임을 묻는 양비론을 편 가운데 동아일보는 “서울경찰청장 등 23명이 기소됐지만 포괄적 책임을 진 정부 고위직 인사는 없었다”며 “야당 역시 총선 후로 특조위 구성을 미루는 등 ‘정쟁 요소’를 막판에 뺐다지만 설명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0일 국무회의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및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특별법(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의결하며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재적 위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법안을 반대하는 국민의힘이 112석을 가지고 있어 법안 폐기가 유력하다.
‘독단적 정부’ 지적한 신문과 ‘극단적 갈등’ 양비론 편 신문
▲ 31일자 국민일보 1면 사진기사.
대다수 신문이 1면에 거부권 행사 소식을 전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거세게 항의하는 유족들의 항의 사진도 담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말고도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50억 클럽 특검법 총 8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거부권을 반복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다. 경향신문은 31일자 1면에 <끝내 거부권… 위로도 없이 돈 내밀었다>고 했고 한겨레는 <이태원 진상규명 끝내 거부>라고 했다.
▲ 31일자 조선일보 8면 기사.
다수 신문은 단순 여야 갈등 구조로 사안을 봤다. <尹, 이태원법 거부권 총선정국 대치 격화>(국민일보), <尹, 이태원특별법 거부권 희생자 유가족-야당 반발>(동아일보), <입법폭주·거부권 악순환 민생 발목 잡는 ‘대결 정치’>(세계일보) 등의 제목을 1면에 달았다. 중앙일보와 서울신문은 윤 대통령의 추모시설 건립 대안 발표를 1면 제목에 포함시켰다. 조선일보는 이를 8면에 다뤘다.
사설 논조도 엇갈린다. 경향신문은 31일자 사설 <맹탕 수사하고 이태원법도 거부한 국가의 불통과 독단>에서 정부 책임론을 폈다. 경향신문은 “매번 참사 책임을 물어야 할 윗선·실세 앞에서 수사는 길을 잃었다. 그러고도 참사 유족·피해자들의 진상 규명 요구를 받아 만들어진 특별법까지 다시 거부한 윤 대통령의 독단적 결정이 개탄스럽다”며 “헌법이 입법부 견제를 위해 엄격한 요건으로 제한한 재의요구권을 마치 조자룡 헌 칼 쓰듯 마구 휘두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사설 <‘이태원 참사’ 진상조사 막겠다고 거부권 쓴 윤 대통령>에서 “검찰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처벌을 미루고 뭉개다 기소심의위원회의 공개 권고를 받고 나서야 마지못해 기소했다. 이런데 누가 수사 결과를 믿겠나”라며 “다수 국민의 참사 원인을 밝히자는 특별법안에 거부권을 들이댄 것은 참담한 일이다. 정쟁을 핑계대지만, 진상규명 요구를 정쟁으로 몰고 간 것은 정부·여당 책임이 절대적”이라고 했다.
▲ 31일자 동아일보 8면 사설.
반면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서울경찰청장 등 23명이 기소됐지만 포괄적 책임을 진 정부 고위직 인사는 없었다. 정부 차원에서 참사의 원인과 과정을 속시원하게 정식 설명한 적도 없다”면서도 “야당 역시 총선 후로 특조위 구성을 미루는 등 ‘정쟁 요소’를 막판에 뺐다지만 설명이 더 필요하다. 세월호 사건 등 참사 때 위원회를 반복 구성했지만 소득이 별로 없었던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누구까지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하냐는 문제는 결론짓기가 애매할 수 있다. 하지만 사법적 책임 이전에 관련 당국자가 정치적·도의적 책임이라도 지면서 국민 감정을 누그러뜨렸어야 했는데 전혀 그런 조치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정부의 무신경한 모습에 불만 여론이 팽배하면서 민주당의 ‘특별법 공세’가 가능해진 것이다. 앞으로 이태원특별법은 다시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여야는 이제라도 다시 협의를 시작해 특별법의 위헌적 하자를 제거하고 합의 처리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통령 사과 촉구 중앙 “대통령 원래 그런 자리”
▲ 31일자 중앙일보 칼럼.
중앙일보가 윤석열 대통령 사과를 촉구하는 데스크 칼럼을 냈다.
고정애 중앙SUNDAY 편집국장대리는 31일자 칼럼 ‘시시각각’(윤 대통령 사과할 수밖에 없다)에서 “대통령의 사과에도 일종의 법칙이 있다. 자신들이 하지 않은 일엔 기꺼이 사과하려고 한다”며 “대통령하고 가까운 사람과 관련될수록 더욱 그렇다. 마냥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숙여야 한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고정애 편집국장대리는 “사례는 많다”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문제 등을 거론한 뒤 “지난해 11월 말 첫 보도 이후 대통령실의 침묵(내지 방치) 속에서 퍼지던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논란이 임계점을 넘어 대통령과 여권 2인자가 충돌하는 사안으로 커졌다. 윤 대통령이 주저하는 사이 김 여사의 처신 문제였던 게 대통령의 국정수행 방식(또는 판단력)에 대한 문제가 됐다. 국민을 가장 앞세워야 할 대통령이 가족을 앞세우느라 국민과 맞서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고 대리는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공보처 장관을 지냈던 오인환을 인용해 “아들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YS는 가족들과도 편치 않은 입장이 됐다. (중략) 고뇌 속에 YS는 별건 수사 시비에 상관없이 아들을 구속해 법정에 세우는 결단을 내렸다. 냉소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정치 9단의 YS가 자신이 살기 위해 아들까지 희생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 뒤 고 대리는 “대통령은 원래 그런 자리고, 그래야 하는 자리다. 모두 윤 대통령의 입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전장연 기자 강제 퇴거 사태에 경향 “헌법 위배 소지, 언론 자유 침해”
▲ 31일자 한겨레 12면 기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집회 현장에서 비마이너·레디앙·경향신문 기자 등이 서울교통공사 보안관에 의해 강제 퇴거된 가운데 경향신문이 “언론 자유 침해”라는 사설을 냈다. 한겨레는 기자들에 강경 대응한 서울교통공사를 놓고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라 시의 기조가 즉각 반영되는 구조”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31일자 사설 <취재기자 강제 퇴거한 서울교통공사, 언론 자유 침해다>에서 “지난 22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참사 23주기’ 집회를 취재하던 경향신문 기자 등이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보안관에 의해 강제 퇴거당했다. 해당 기자들이 신분을 증명했지만 막무가내로 역사 밖으로 끌려나갔다”며 “이틀 뒤 서울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환승 통로에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 해고 철회와 복직 투쟁’ 기자회견을 취재하던 비마이너 기자 등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시민의 집회권을 제약하는 것도 모자라 언론 자유까지 침해한 서울교통공사를 비판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언론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가 불가분의 관계이며, 이를 제약할 때는 분명한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의 강제력 집행은 자의적이며, 헌법과 법률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헌법과 법률이 왜 있는지 인식을 찾기 어렵다. 승객 편의를 명분으로 역사 내 집회 강경 대응을 주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시를 최우선한 것은 아닌가”라고 했다.
한겨레도 31일자 12면에서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되는 9호선 집회와 기자 강제 퇴거 등이 발생한 4호선 집회를 비교했다. 한겨레는 “메트로9호선 쪽의 대응은 정반대다. 전장연은 지난해 11월 출퇴근길 지하철 시위 장소를 혜화역으로 바꾸기 전까지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같은 시위를 17차례 진행했는데, 이곳에서 강제 퇴거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대합실에서 이뤄진 침묵시위조차 위법이라며 강제 퇴거시킨 교통공사 쪽과 대비된다”고 했다.
한겨레는 “전장연 시위에 대한 상반된 태도는 두 회사의 지배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메트로9호선은 부산은행이 지분 100%를 소유한 민간기업이고, 교통공사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라 시의 기조가 즉각 반영되는 구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장연 시위를 ‘사회적 테러’라고 비난하는 등 수위를 높이면, 교통공사 쪽도 시위 대응 수준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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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30일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 측의 시위 진압 등 행위가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등 위법성이 있다는 의견서를 교통공사에 제출하려 했지만 공사 측은 수령을 거부했다. 공사 측은 사전에 교감된 부분이 아니라 (수령에)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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