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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장관들에게 싸우라고? 한국은 공공선과 협치가 사라졌다"

[함께 만난 사람] 강치원 공공선 거버넌스 원장 

전홍기혜 기자  |  기사입력 2023.10.21. 14:59:48 최종수정 2023.10.21. 15:11:57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전사가 돼 적극적으로 싸우라'고 주문했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듣고 매우 걱정이 됐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가 주장과 선동이 넘쳐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인과 관료들이 먼저 경청의 자세로 국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지자들 뿐아니라 비판세력들과 토론하면서 화합의 정치, 협치를 구현해야 하는데, 장관들에게 나서서 싸우라니요."

 

개인이 아닌 공공을 위한 공공선을 추구하는 시민교육, 정치교육을 하는 '공공선 거버넌스(Common Good Governance)' 원장을 맡고 있는 강치원 전 강원대 교수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이 지배하는 사회로 치닫고 있는 것에 대해 정치인을 비롯해 사회지도층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 국무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장관들. ⓒ연합뉴스

 

주장과 선동만 난무하고 토론은 사라진 한국 사회

 

토론 전문가이기도 한 강 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토론의 실종"도 이런 우리 사회의 흐름을 보여주는 한 측면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두 분이 토론이 가능했고, 토론을 즐겼던 대통령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자기 철학이 명확한 두 대통령이라서 그 당시 한국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나갈지 토론이 활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노무현 대통령의 '평검사와의 대화' 모두 일회성 이벤트에 그쳤습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때 '검사와의 대화'는 토론 기술에 능한 사회자가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대통령과 검사들이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인상만 남기고 끝나지 않았을 것이고, 노 대통령께서 의도하신 대로 국민들도 대통령의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를 잘 이해하고 이를 지지해 조금 더 힘있게 밀어부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문재인 대통령 때 탈원전 정책에 대해 배심원제를 통해 결정 내린 것도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손쉽게 이를 뒤집을 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에게 탈원전 정책의 내용, 필요성, 경로 등에 대해 알리고 공론화하는 과정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대통령이 정부 관료들에게 "전사가 되어 싸워라", "스타 장관이 되라"고 주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와 여당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듣기 보다는 이런 세력과 싸워서 이겨 지지자들이 열광하는 정치와 행정을 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강 원장은 '공공선 거버넌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자유 경쟁을 통해 지나치게 개인선을 강조되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고 공공선의 사회로 가자는 목표와 지나친 주장과 선동을 넘어서 거버넌스와 협치, 공론의 사회로 가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교육 천국 한국 vs. 교육비 공짜인 독일 

 

공공선, 공공성을 추구하는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교육과 종교기관(교회)가 공적 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원장은 특히 한국 사회에서 교육이 개인의 투자라는 차원에서 인식되며 대학 입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학 교육, 취업까지도 사교육 시장이 지배적인 것에 대해 독일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1990년대 초에 하이델베르크대학 객원교수로 독일에 체류할 때 초등학생인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알아보니, 독일에 사설 피아노 학원이 없었어요. 대신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피아노 레슨을 운영해서 여기를 통해 신청을 하니 지자체에서 고용된 피아노 선생님이 초등학교 음악실로 오라고 해서, 거기서 피아노를 배웠어요.

독일이 대학 교육까지 공짜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더 나아가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하고 직업 교육도 국가가 부담합니다. 이렇게 국가 교육을 통해 미용사가 되고, 의사가 되고, 교사가 된 사람들과 사교육을 통해 미용사가 되고, 의사가 되고, 교사가 된 사람들 중 어느 쪽이 다른 사람들과 사회를 생각할까요?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하건, 개인이 부담하건, 결국 국민의 돈입니다. 교육비의 국가 부담은 돈을 쓰는 방식과 철학이 공공성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압축적 산업화와 민주화를 통해 어느덧 세계 경제규모 10위권의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 사회의 이런 '빠른 성장'의 그늘이 이처럼 파편화된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사회가 됐다는 지적이다.

 

"어떤 분들은 젊은이들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사실 기성세대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아이들을 차로 학교 정문까지 데려다주고, 하교하면 다시 학원까지 데려다주면서 '열심히 공부해서 너 잘 되고, 너 잘 살아라' 이렇게 교육시켰죠. 어렸을 때부터 공동체의 가치나 윤리보다는 다른 사람을 제치고 승자가 되라고 가르쳤죠." 

 

찬반 양론의 미국식 토론 vs. 공론을 만들어가는 유럽식 토론 

 

▲강치원 공공선 거버넌스 원장 ⓒ강치원

강 원장은 갈수록 개인화되는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미국 사회를 닮아가는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미국과 유럽의 토론 문화를 통해서도 두 사회의 다른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찬성과 반대 양론이 경합하는 토론 방식을 주로 합니다. 그러나 유럽은 그룹형 토론입니다. 양당제인 미국과 다당제인 유럽의 정치 질서의 차이가 토론 방식에서도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찬반 토론은 찬성과 반대 중 어느 하나로 가는 것이고, 그룹 토론을 통해서 전혀 새로운 합의가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 찬반 토론은 표면적으론 어느 한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 같지만 패자 쪽에서 승복을 하고 생각을 바꾸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룹 토론을 통해 차이가 아니라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은 그 자체가 공론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참여재판도 미국은 배심제, 독일은 참심제입니다. 

 

개인이 강조되는 사회는 토론을 안 합니다. 자유와 경쟁이 중요한데 왜 토론을 합니까? 반면 공공선이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토론이 필요합니다. 다수의 합의를 만들어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1980년 5월을 앞두고 서울대와 고려대의 대학원생들이 군부독재에 반대하는 시국성명을 작성, 발표하는 과정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붙잡혀 혹독한 고문을 당했던 강 원장은 기독교 신자로서 "교회의 공공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제가 아직도 잊지 못하는 장면 중 하나가 전두환 정권 시절에 서울시내 대학생, 대학원생들의 시국 성토대회가 열렸어요. 그러니까 경찰들이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난입하고 최루탄을 쏘고 난리가 났죠. 학생들이 흩어지고 깃발들이 다 쓰러졌는데 깃발 하나가 딱 서 있었어요. 그게 한신대 깃발이었는데 "주여, 오늘 우리 여기에"라는 글귀가 쓰여진 깃발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교회, 종교도 많은 부분 개인화 됐습니다. 이런 흐름을 거슬러서 해야할 일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는 공공선을 추구해야 하고, 약자의 편에 서야 합니다." 

 

 

이런 목적으로 지난 7월 출범한 공공선 거버넌스는 내년 5월 "파시즘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신학과 정치, 사회 과학, 문화, 전쟁, 국제정치, 그리고 우리 역사 등 여섯 개 분과로 나뉘어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 31명이 참여한다. 첫날 독일 보쿰대학교 신학부 트라우고트 예니헨 교수의 기조강연은 동시통역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또 내년 하반기에는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교육 개혁을 논의하는 심포지엄도 기획하고 있다.

전홍기혜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국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프레시안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한국의 국제입양 실태에 관한 보고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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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외친 추미애... 용혜인 "윤 대통령, 국민 명령 따라야"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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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3/10/22 03:55
  • 수정일
    2023/10/22 03:5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현장] 21일 시청역 앞 '촛불대행진'...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도 "물러나라"

23.10.21 20:18l최종 업데이트 23.10.21 20:26l
큰사진보기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촛불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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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진심으로 국민 통합을 원한다면, 여기 모인 국민 명령을 따라야 합니다."(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등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숭례문 앞부터 서울광장까지 이어진 도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범국민 항쟁으로 윤석열을 몰아내자", "국민의 명령이다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외쳤다. 

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서 용 상임대표는 "반성하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워 국민과 야당을 공산 전체주의로 몰아간 분이 이제는 총선을 앞두고 반성하겠다고 얘기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아직도 윤 대통령은 유체이탈 화법으로 '내 잘못은 모르겠고, 참모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식"이라며 "참으로 비겁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통합위원회에서 국민 통합을 위해, 민생을 위해 무엇을 제안했는지 알고 있는 분이 있나"라며 "통합위가 한 일은 (강서구청장) 선거가 끝나고 대통령, 여당과 만찬한 것이 끝"이라고 일갈했다. 

"반성한다더니 만찬만... 말뿐 아니라 약속 실천하라"
 
큰사진보기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범국민 항쟁으로 윤석열을 몰아내자", "국민의 명령이다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외치고 있다.
▲  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범국민 항쟁으로 윤석열을 몰아내자", "국민의 명령이다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외치고 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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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용 상임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중단 요구, 극우 인사 국정 운영 배제 등 5가지 과제를 제안했다. 그는 "도쿄전력의 용산지사장 노릇을 멈추고, 오로지 우리 국민 안위를 위해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를 중단하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 자존감을 꺾는 이념 전쟁을 멈추려면 가장 먼저 홍범도 장군부터 제자리에 다시 모셔야 한다"며 "뉴라이트 극우 인사들을 국정 운영에서 당장 배제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구체적으로 신원식 국방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등의 경질을 촉구했다. 

또 용 상임대표는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면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피 끓는 마음으로 요구해온 생명안전기본법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경질도 요구한 그는 "말뿐인 반성이 아니라, '국민 목소리가 늘 옳다'는 약속을 실천하라"고 했다.

추 전 장관도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국민 대표와 싸우라고 장관들을 닦달하더니, 이제 와서 국민이 무조건 늘 옳다고 민생 좀 챙기라니, 선거에 지니 이제 좀 겁이 나는가"라며 "아들이 해병대 간 것을 기뻐했던 소방관 아버지의 억울함을 외면하는 것이 민생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급물살로 들어가라 명령하고, 안전 장비도 챙겨주지 않은 지휘관을 수사해야 한다고 한 해병대 수사관을 기소하고 처벌하는 게 정의인가"라며 "법치도 무너져 내리고, 국민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데 도대체 소통 쇼를 해서 뭘 하겠다는 건가. 내려와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추미애 "민생 리스크는 윤석열 대통령 그 자체"
 
큰사진보기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  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 촛불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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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전 장관은 "자유총연맹 보조금을 확 늘려주고, 과학 예산 날리면 민생이 좋아지는가"라며 "수백억 순방 예산 역대급으로 증액해 달마다 전용기 타고 해외 돌아다니면 민생이 나아지는가"라고 일갈했다. 그는 "민생 리스크는 윤석열 대통령 그 자체다. 공정과 법치의 적은 대통령"이라며 "무너지는 경제와 안보 리스크도 대통령 본인"이라고 강조하면서 탄핵을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된 이후 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명시한 헌법 10조를 소개하면서 말문을 연 그는 "윤석열 정부는 민생을 도외시하고, 정책 파트너인 야당을 무시한 채 오직 이념 전쟁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행복하게 해야 할 헌법상 책무가 있는 대통령이 오히려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다면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하나"라며 "우리 헌법은 탄핵이라는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윤 대통령은 국민을 행복하게 할 자신이 없다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 전 위원장은 "민주당 국회의원들도 윤석열 정권을 향한 탄핵의 불화살에 동참해달라"면서 "저도 최전선에서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이날 오후 집회 참석자들은 '국민의 명령 윤석열 탄핵'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혜화역 마로니에공원에서부터 시청역까지 행진한 뒤 약 2시간 동안 집회에 동참했다. 집회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촛불을 든 채 명동, 을지로 등을 거쳐 시청역까지 2차 행진을 이어갔다. 
 

태그:#윤석열, #추미애, #촛불, #김건희, #용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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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비서관 초3 딸이 후배 폭행해 전치 9주 상해...강제전학 면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승희 의전비서관(오른쪽). ⓒ뉴시스
김승희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초등학교 3학년 딸이 2학년 후배를 폭행해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혔으나, 석연찮은 이유로 강제전학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20일 국정감사장에서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즉각 김 비서관에 대한 공직기강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비서관 딸 학교폭력 및 부실 조치 의혹 내용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김 비서관 딸)이 2학년 여학생을 화장실로 데려가 변기에 앉힌 뒤 10차례 리코더와 주먹으로 머리와 얼굴을 때렸다”며 “사진을 공개할 수 없지만 얼굴이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심각한 폭행이 자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다행히 사건 직후 학교장의 긴급조치로 가해 학생의 출석 정지가 이뤄졌다”고 했다.

김 의원은 해당 사건과 관련한 학교 측 부실 조치 의혹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학폭 심의가 사건 발생 두 달이 넘어서야 개최됐다는 것이다. 피해 학생과 부모는 심의에 직접 참석해 다음과 같이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언니가 너무 무섭다. 같은 학교를 다니지 않게, 만나지 않게 도와달라’고”라며 “피해자 어머니는 ‘용서할 수 없고 선처할 마음도 없다. 강제전학을 시키지 않는다면 강경하게 아이를 위해 싸울 것이고, 전학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학폭 은폐·축소 및 무대응이라고 볼 것’이라고 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피해자 호소에도 불구하고 강제전학이 아닌 학급 교체 처분이 결정됐다”며 “가해 학생은 3학년이고, 피해 학생은 2학년인데 과연 학급 교체가 피해 학생에 어떤 실효성이 있겠나. 피해 학생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 학생 부모가 공문을 발송하기 위해 학교에 가해 학생 부모의 우편물 수취인 정보를 요청했는데, 학교에서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는 점이 이해가 안 가고, 사건 발생 세 달이 지나도록 (가해자 측)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학폭위 심의 결과를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더 있다”며 “심각성이 제일 높을 때 최고점 4점이 나오는데, 지속성에 1점만 부과했다. 폭행 일주일 전에도 같은 방식으로 1차 폭행이 있었는데, 지속성을 낮게 판단한 게 적절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총점 16점부터 강제전학 처분인데, 15점을 받아 딱 1점 차이로 가해학생은 강제전학을 면하게 된 것”이라며 “이번 학폭위 판단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심사위원들이 강제전학 조치가 부담스러워 점수를 조정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고, 학부모들도 가해 학생의 전학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가해 학생 부모가 고위직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강제전학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가해 학생 부모가 고위직 공무원이다. 이 사건 가해자의 아버지는 대통령실 김승희 의전비서관”이라며 “김건희 여사와 대학원 최고위 과정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캠프에 합류해 의전비서관으로 올라갔다. 항간에서는 김 여사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 학생의 어머니이자 김승희 비서관의 부인은 7월 19일에 카카오톡 프로필 메인 사진을 남편과 대통령이 함께 있는 사진으로 교체했는데, 이날은 학교장이 긴급조치로 가해 학생에 출석 정지를 내린 날”이라며 “(이날은) 학교 가서 진술서를 작성한 후 딸을 데리고 긴급하게 귀가 조치를 당했기 때문에 당황스럽고 경황이 없었을 것인데, 굳이 카톡 프로필에 이 사진을 올렸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 비서관 부인의 심각성 인식이 부재했던 문제도 제기됐다. 김 의원은 “더 적절치 못했던 건 가해 학생 어머니의 진술이다”며 “아이의 이런 행동을 ‘사랑의 매’라고 생각했다고 기술했다. 정말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김 비서관에 대한 공직기강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은 즉각 해당 비서관에 대한 공직기강 조사에 착수하고, 조사를 위해 내일 대통령의 사우디·카타르 순방 수행단에서 해당 비서관을 배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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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러 외무장관 접견.."전략적 신뢰 토대, 지역·국제정세 공동 대응"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10.20 10:17
  •  
  •  수정 2023.10.20 10:58
  •  
  •  댓글 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을 방문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해 북러간 전략적 신뢰와 모든 방면에 걸친 양자관계 확대를 비롯한 중요 현안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았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을 방문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해 북러간 전략적 신뢰와 모든 방면에 걸친 양자관계 확대를 비롯한 중요 현안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았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을 방문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해 북러간 전략적 신뢰를 토대로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한 모든 방면에 걸친 연계확대를 비롯한 중요 현안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 본부청사에서 라브로프 장관을 만나 "(지난 9월) '조로'(북러)수뇌회담에서 이룩된 합의들을 충실히 실현하여 안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새시대 조로관계의 백년대계를 구축하고 그 위력으로 두 나라 인민들의 복리를 증진시키며 강대한 국가건설위업을 강력히 추동해나가려는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의 확고부동한 립장을 피력하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북측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라브로프 장관과 회담에서 양국의 전략적 신뢰관계에 토대해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처하며 상호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소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측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라브로프 장관과 회담에서 양국의 전략적 신뢰관계에 토대해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처하며 상호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소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이어진 담화에서는 "조로 두 나라가 굳건한 정치적 및 전략적 신뢰관계에 토대하여 복잡다단한 지역 및 국제정세에 주동적으로 대처해나가며 공동의 노력으로 모든 방면에서 쌍무적련계를 계획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을 비롯하여 '호상'(상호)관심사로 되는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이 교환되였으며 견해일치를 보았다"고 알렸다.

통신은 라브로프 장관이 이날 김 위원장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의 인사를 전하고, 이에 김 위원장은 지난달 러시아 극동 북부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푸틴 대통령과의 상봉을 감회깊이 회고하는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담화가 진행되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지난 18일 평양에 도착한 라브로프 장관은 19일 최선희 외무상과 별도 회담을 갖는 등 1박2일의 방북 일정을 끝낸 후 19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2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18일 저녁 평양에 도착한 라브로프 장관은 19일 김정은 위원장 접견과 최선희 외무상과의 회담을 마치고 20일 평양을 출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지난 18일 저녁 평양에 도착한 라브로프 장관은 19일 김정은 위원장 접견과 최선희 외무상과의 회담을 마치고 20일 평양을 출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최선희 외무상과 회담.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최선희 외무상과 회담.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최 외무상과의 회담에서는 "2023년 9월에 진행된 력사적인 조로수뇌상봉에서 이룩된 합의들에 기초하여 국가간관계를 새시대와 현 정세의 요구에 맞게 보다 높은 단계에 올려세우며 경제,문화,선진과학기술 등 각 분야에서의 쌍무교류와 협력사업을 정치외교적으로 적극 추동하기 위한 실천적 방향과 방도들을 구체적으로 토의"했으며,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정세'를 비롯해 여러 지역의 국제 문제에서 공동행동을 강화할 것에 대한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했다.

경제, 문화, 과학기술 등 분야별 교류협력을 정치적, 외교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등 양국 협력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반도와 주변정세, 당면한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국제 현안에 대해 '공동행동 강화'를 언명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이날 북 외무성과 러시아 외무성 사이에는 '2024~2025년 교류계획서'가 체결되었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북러 전략적 친선을 과시하듯 19일 만수대언덕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꽃바구니를 헌화하고 평양시 모란봉구역에 있는 해방탑과 사동구역 소련군 열사 묘를 참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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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1일, 농민이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4가지 이유

  • 기자명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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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0.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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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개 키워드로 알아보는 윤석열 정부 농업정책

    분노한 농민, 11월11일 전국농민대회로 분출

    지난 11일,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장. 1년 소득 1천만 원도 안 되는 농민 앞에 “우리나라처럼 농지가 협소한 나라의 농업소득 비중은 감소하거나 정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처럼 윤석열 정부의 농업정책을 짐작할 만하다.

    올해 시작과 동시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들씌워 농민대표단체 사무총장을 체포하고, 4월 양곡관리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농민과 농업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확연했다.

    지난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거부권을 만지작거린 때부터 300만 농민은 전면적인 윤석열 퇴진 결심을 높였다. 1년이 지난 지금, 농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이 분노는 11월11일 ‘정권 퇴진’ 목소리로 쏟아질 전망이다.

    농민을 분노케 한 윤석열 정부의 농정책, 무엇이 문제일까? 4개의 키워드(열쇳말)로 살펴본다.

    키워드1 : TRQ

    김장철, TRQ가 수상하다

    ▲ 지난 8월 정부세종청사 앞, 무차별 농산물 수입 중단 등을 촉구하며 농민들이 쏟아낸 수입 양파와 마늘 ⓒ한국농정신문

    김장철을 앞두고 연일 배춧값 폭등이 뉴스에 오르내린다. 한국인에게 김치가 주요 식품인 만큼, 김장에 필요한 농산물의 중요성은 두말할 것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밥상 물가를 잡겠다며 저율관세할당(TRQ)을 확대하는 농업정책을 펴고 있다.

    ‘TRQ’는 무역 정책 중 하나로, 수입물량으로부터 자국 상품을 보호하기 위한 대표적인 비관세 조치다. 수입물량의 과도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일정 기간 내에 수입되는 특정 물품에 대해 일정 할당량까지는 저세율(또는 무세)을 적용하고 이를 초과하는 것에는 고세율을 적용하는 이중세율제도를 말한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 TRQ를 무분별하게 증량하고 있다. 최근 TRQ 수입 품목인 마늘·양파·건고추·생강 등이 그렇다. 모두 김치를 담그는 데 필요한 재료들이다.

    TRQ로 수입한 농산물들이 우리나라에 반입되자마자 국내 농산물 가격은 폭락했다. 실제 지난 2022년엔 마늘 수입이 결정된 후 TRQ 물량이 들어오기도 전부터 국내 마늘값은 폭락세를 이어갔다. 마늘 주산지 경매장에서 경매를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정부는 올해 추석을 앞두고 양파 TRQ 수입 입찰공고를 강행했다. 신선양파 1만톤을 입찰할 예정으로, 오는 12월 초까지 부산항을 통해 수입 양파가 반입된다. 정부가 물가 안정 명목으로 증량하기로 한 양파 TRQ 물량은 총 9만톤. 50% 저율관세로 들여오는 TRQ 양파는 가격에서 국산보다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고, 결국 우리 농산물 양파만 가격폭락 사태 앞에 있다.

    내년 양파 재배면적 증가가 예측되면서 되려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재배 감축에 나서고 있다. 농산물 가격 대책을 세워야 할 정부가 농민만 잡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TRQ 수입 양파가 가정으로 향하는 것도 아니고 전부 가공·외식업체로 흘러간다”고 꼬집었다. 국내 양파 생산량이 부족해서 저율관세로 양파를 수입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물가를 핑계로 외식 산업, 대기업의 수요 충족에 앞장서고 있다는 뜻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TRQ 수입으로 인한 국내산 농산물가격 폭락은 단기적으론 농업소득의 감소를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론 농업생산 기반의 파괴를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키워드2 : 쌀

    쌀 수입해 ‘적자’ 내면서 쌀값 안정은 뒷전에 쌀 생산 감축?

    ▲ 윤석열 정부의 ‘쌀 수입 반대’ 문구가 적힌 쌀가마니 옮기는 농민 ⓒ뉴시스

    윤석열 정부는 한국인의 주식(主食), 쌀값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의지도 없다. 양곡관리법 개정을 거부한 것에서 확연히 알 수 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0% 선마저 무너져 18.5%였다. 그동안 안정적이던 쌀 자급률마저 100%가 아닌 84.6%로 추락했다.

    한국은 WTO협정과 쌀 관세화에 따라 매년 40만8,700톤을 5% 저관세로 수입한다. 이는 국내산의 11%에 달하는 양이다. 수입쌀은 쌀 공급과잉과 가격폭락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가격폭락만 가져오는 게 아니다. 쌀 수입에 따른 누적손실액도 발생한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쌀 관세화 개방 이후 올해 8월까지 ▲수입쌀 구입비용은 약 3조6천억 ▲부대관리비용은 약 4,800억이다. 지난 9년간 매년 40만8,700톤을 수입하고 관리하는 데 모두 4조500억 넘게 들었다.

    그러나, 이 수입쌀을 판매한 가격은 약 1조5천억원. 쌀을 수입해 적자를 본다. 같은 기간 누적손실액 규모는 약 2조4,700억으로 매년 약 2,700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하는 꼴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기준 쌀 정곡 80kg 1가마 가격은 19만 1,844원으로, 정부가 공언한 20만원에 미치지 못한 상황임에도 정부는 산물벼 5만톤 방출 계획을 발표하면서 오히려 쌀값 상승에 제동을 걸었다. 한마디로, 수입쌀 들여오며 적자 내더니, 국산 쌀값은 떨어트렸다.

    45년 만에 최대 쌀값폭락 겪었는데, 대책 하나 내놓지 않던 대통령은 결국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선 1호 거부권을 행사했다. 쌀값에 대한 책임을 거부한 것이다.

    식량위기 시대, 식량주권과 식량안보는 안중에 없다. 되려 쌀 생산량 감축을 위한 정책으로 논에 벼 대신 콩을 심는(논콩) 사업을 권장하는 게 윤석열 정부다. 쌀값 안정은커녕, 개방농정으로 ‘쌀 과잉’이 되자 쌀 생산량을 감축한다. 그러면서 적자를 발생시키며 수입한 밥상용 쌀을 방출하는 게 윤석열 정부다.

    키워드3 : 재해

    강원부터 제주까지.. 이상기후가 할퀴고 간 논밭

    ▲ 지난 8월, 전북 정읍시 신태인읍 육리 들녘. 농민들이 논콩 재배를 권장한 정부를 규탄하며 지난달 수해를 입은 논콩 2필지를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지난 8월 정읍 농민들이 이 논콩을 갈아엎었다. 논콩은 정부가 올해 처음 시행한, 논에 벼 대신 심는 전략작물(논콩, 가루쌀, 조사료) 가운데 하나다. 논에 이 작물을 심으면 직불금을 지원한다.

    논콩은 전라북도에서만 올해 1만1,577ha가 신청·접수됐는데, 7월 호우로 85.8%인 9,935ha의 침수 피해가 났다. 어른 허리춤까지 컸어야 할 논콩은 무릎께도 못 미쳤다. 농민들은 “논에다 밭작물을 심으라고 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이 논은 7월 한 달 동안 세 번이나 침수됐는데, 침수 높이는 약 120~130cm, 논콩이 3일 동안 완전히 물에 잠긴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위기 시대, 이상기후가 농업 앞에 불어닥쳤다. 농민들은 “강원도부터 남쪽 끝 제주까지 어느 한 군데 재해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없었다”고 혀를 찼다.

    3월 이상고온현상으로 일찍 핀 과수 꽃들은 4월 이상저온현상으로 그대로 냉해를 입었다. 6월에는 우박으로 농작물이 상했고, 7월에는 폭우로 전국의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그러더니 결국 8월에는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며 전국의 논밭을 할퀴고 지나갔다. 올해 추석은 폭등한 과일 가격이 화제였다. 정작 농민은 내다 팔 과일이 없었다. 재해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자연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대책법은 시설복구비나 생계비에 그치는 실정이다. 민간 재해보험의 피해산정률과 보상률도 턱없이 부족하다. 자연재해가 농민 탓이 아님에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재해보험의 피해산정률을 현실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하는 농민들. “국민들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기반이 모두 사라져 국가가 유지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국가가 농업재해를 책임지는 농업재해보상법을 제정하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키워드4 : 생산비

    1년에 1000만원도 못 벌었다

    ▲ 침수 피해를 입은 전북 익산의 논콩 ⓒ한국농정신문

    재해가 나도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한 농민들. 지난해 농민 1인당 농사지어 번 돈(농업소득)은 전년 대비 26.8% 감소한 948만원이다. 1,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농민들은 “20년 전과 비교해 나을 것이 없는 소득”이라고 했다.

    반대로 비료값, 기름값, 자재값 등 농업 생산비는 폭등했다. 2000년에 약 861만원이었던 농가 경영비는 지난해 약 2,511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생산비를 보장하라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정부가 몇 가지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으나 비료값 인상분 지원사업 외에는 대책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마저도 2024년 농식품부 예산안에서는 전액 삭감한 실정이다.

    생산비 폭등으로 농업소득은 하락했고, 그 결과 농가 부채가 급증하고 연체율은 따라 올랐다.

    그러나, 국정감사장에 나타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정황근)이 하는 말이라고는 “과거엔 농업소득이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으나, 선진국이 될수록 우리나라처럼 농지가 협소한 나라의 농업소득 비중은 감소하거나 정체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지금도 협소한 농지임을 알면서 농지를 감축하려는 게 누구인가.

    전농은 ▲비료값 인상분 지원사업 종료 철회 ▲필수농자재 지원법 제정 등 국가 차원의 농업생산비 경감 대책 수립 ▲농가부채 상환유예 및 탕감 등 지원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4가지의 키워드가 각각 다른 얘기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농업정책이 무엇으로 관통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농민들은 윤석열 정부의 농업정책을 한마디로 ‘농업파괴, 농민적대, 농민 말살’이라 정의한다. 오는 11월 11일 전국농업인의날, 상경한 농민들은 전국농민대회에서 ‘정권 퇴진’ 함성을 분출시킬 예정이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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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과 '보수 분열', 尹대통령 앞에 놓인 예견된 위기들

[박세열 칼럼] '이념형 참모'들로 구축한 '기계적 시스템', 대통령 한 사람 변한다고…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10.21. 05:04:22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지분구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주주'라는 건 이제 식상한 평론이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가 여부다. 안타깝게도 어려울 것 같다. 대통령 혼자 결단으로 되는 게 아니라서다.

 

여권은 이번 선거 결과를 단순하게 보고 있다. 선거 전략의 실패, 수도권 민심 확인…. 다 좋다. 임명직 최고위원 바꾸고, 대통령 워딩이 부드러워진 것도 다 좋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패배에 이르게 된 것은 큰 정치적 흐름 위에서 조망돼야 한다 . 이번 패배는 켜켜이 축적된 모순이 일시적으로 폭발한 결과다. 그리고 그에 따른 후폭풍은 여권을 더 진득한 수렁 속으로 몰아 넣을 것이다.

 

'이념형 검찰 공화국'의 피로감 

 

선거 전에 두 번의 굵직한 이슈가 있었다. 첫째, 9월 27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이다. 이 소식은 지난 2년간 검찰의 수사를 인내심 있게 지켜보던 중도층의 의구심을 강하게 자극했다. 검찰이 무능하거나, 무리한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그리고 추석을 지낸 후 6일, 헌정 사상 35년만에 이균용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이 부결됐다. 정치사적으로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이 중차대한 사건의 의미를 읽어내려는 시도가 여권에 전혀 없다는 건 매우 놀라운 일이다. 기껏 나온 말이 "방탄"(한동훈 법무부장관)이란다. 

 

대통령의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은 중요한 정치 행위이긴 하지만, 적극적 정무 기획이 아니라 대통령의 일상적 통치 행위다. 일상적 통치 행위를 건드릴 경우 통상적으로 명분은 대통령이 가져간다. 그런데 부결을 주도한 야당에 역풍이 불지 않았다.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47.1%가 "부결은 잘한 것"이라고 답했고, 34.5%가 "부결은 잘못한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인사 검증 부실 문제다. 인사 검증 책임자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다. 

 

'2연타'를 맞은 여권은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공천한 김태우 후보를 열심히 도왔지만, 결론은 처참했다. 이미 김태우 후보 공천 때부터 모순이 노정돼 있었다는 건 비밀이 아니지만, 대통령만 몰랐다. 

 

김태우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올라선 계기가 된 '조국 사태'에서 윤 대통령에게 '심적 동지'와 같은 존재였다. 대법원 판결 3개월만에 사면 복권을 한다는 건 이런 대통령의 개인적 심정을 떼 놓고 해석하기 어렵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비리를 폭로한 정의로운 사람이고, 그런 사람은 사면돼야 하며, 억울하게 잃은 구청장직은 복원돼야 마땅하고, 유권자는 그런 대통령의 선택에 기꺼이 동의할 거라는 '착각'이 있었다. 김태우 공천으로 유추해 본 대통령의 시간감각은 여전히 지난 대선에 머물러 있다. 집권 1년 반이 훌쩍 지났는데도 말이다. 일개 구청장 보궐선거를 '회고형 선거'로 만들었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렸다. 

 

징후들이 넘쳐난다.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마저도 회의적이다. 

 

 

 

 

 

청와대 참모들도 마찬가지다. 대북 강경파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과거 '뉴라이트 운동'과 연관돼 있다. 대통령실로 모이는 모든 정보와 민원의 '길목'인 한오섭 국정상황실장은 뉴라이트 전국연합 기획실장 출신이다. 이미 극우유튜버들이 용산과 정부 부처 곳곳에 스며들었다.

검찰은 어떤가. '윤석열 사단'이 완전히 장악했는데, 이들은 모두 한동훈 장관처럼 행동하고 있다. 박근혜 수사도 4개월, 이명박 수사도 6개월 걸렸다. 야당 대표 수사를 2년째 하고 있는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에도 "한 건 한 건 모두 중대 사안이고 구속 사유(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라고 마치 판사처럼 말한다. "수사의 목적은 기소"(정순신)라는 라는 신념을 가진 '특수통 집단'이 검찰을 장악했는데,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내달리는 검찰은 정작 영부인 비리 의혹 수사를 뭉개고 있다. 

 

실용형 참모들이 대통령의 판단을 보좌하고, 용산과 부처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면 신념형 참모들은 대통령의 이념을 형태를 갖춰 주물하고 부처 인력을 동원해 추진하는 역할을 한다. 신념형 참모들을 곳곳에 포진시킨 윤석열 정부는 윤 대통령을 머리로 하는 거대한 리바이어던이다. 실용형 참모들이 많다면, 대통령의 결심으로 국정 운영 전환이 가능할 수 있지만, 신념형 참모들이 많으면 관성이 생긴다. 그러니 스스로 판을 키운 선거 결과를 받아들고 남 일 처럼 언급해도 이상하지 않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기계적으로 자료만 수집하고, 판단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한다"고 했다. 선거 참패에도 '이재명 전담 수사팀'을 일신하고, 헌법재판소장 직에 대통령의 대학 동기를 지명하는 것도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 때문이다. 이 '기계화 시스템'을 구축한 건 윤석열 대통령이다.

 

이미 예견된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이 시스템이 굴러가는 한 윤 대통령에겐 예상 가능한 몇 번의 고비가 있다. 첫번째 고비는 12월에 처리될 김건희 특검법, 대장동 특검법 등 '쌍특검'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살아 있는 권력'의 행태에 대한 대중의 인내심이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하다. 

 

두번째는 보수 신당 내지는 3지대 중도 신당이다. 그 규모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럴싸한 정계 개편 시나리오들이 지금 여의도를 떠돌고 있다. 유권자들은 현 정부에 심각한 의구심을 표하기 시작했다. 이걸 재빨리 읽은 유승민, 이준석 같은 정치인은 여권의 벌어진 틈을 파고들며 활동 공간을 넓히고 있다. 원심력이 작용하기 시작했다. 보수 분열은 예고됐다.

 

이미 유권자의 신뢰를 한번 상실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다짐과 같은 형체 불명의 어음은 별무소용이다. 조각 수준의 개각이나, 청와대 참모진 대폭 물갈이 등 인적 쇄신이 아니면 안된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 부분이 바로 슬픈 지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개막식에서 고공 강하 시범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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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부족” 尹 반성에 동아 “기자 접촉 없어, 진정성 느껴지지 않는다”

  • 박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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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0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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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윤석열 대통령 소통 부족 지적에 반성 메시지

경향·한겨레 “야당부터 만나야” 동아 “1년 넘게 기자회견 없다”

NYT 설즈버거 회장 “가짜뉴스는 음흉한 표현… 독재자가 사용했다”

국립대 중심 의대 증원, 윤 대통령 국면 전환 맞을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달라질 수 있을까.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소통’ 부족에 대한 ‘반성’을 언급한 윤 대통령에 20일 아침신문이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야당부터 만나라고 지적했다. 한겨레와 동아일보는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 기자회견도 잘 열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언론 소통도 중시할 것을 촉구했다.

▲ 지난 19일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충북 청주 충북대에서 열린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저 보고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많아서 저도 많이 반성하고 더 소통하려고 한다”고 했다. 지난 18일 “국민은 늘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하지 말고 쇄신하라”는 발언에 이어 연일 낮은 자세를 보인 것이다.

 

윤석열 반성 메시지에 경향 “주로 참모 전언, 진정성 없다”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에 야당부터 만나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말로만 ‘반성’ 말고, 야당 대표 만나고 기자회견 해야>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진정 민생과 소통을 중시한다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협조를 구하는 것이 가장 실효적인 방안이다.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을 배제한 채 현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당도 환영하는 방안인 만큼 이를 협치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 20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도 사설 <‘민주당 탓 말라’는 대통령....먼저 손 내밀어야>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에 ‘민주당 탓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며 “민주당 탓을 하지 말라는 건, 그간 국민의힘이 여소야대를 명분으로 민심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질책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최근까지 국민의힘은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기대어 야당 공격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이렇다 할 정책과 이슈를 주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를 살리는 일이 야당 대표가 어떤 사람이냐는 문제보다 중요하다는 수준의 위기감을 갖고 있다면, 야당을 향해서도 윤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조속히 야당 지도부와 만나 민생 문제에 머리를 맞대고 함께 답을 찾기 바란다”고 했다.

▲ 20일자 동아일보 사설.

기자들과 만남도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1년 넘게 열지 않고 출근길 문답 역시 기약 없이 중단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尹 “저와 내각 반성”… 소통과 인사 쇄신으로 진정성 보여줘야>에서 “기자들과의 접촉도 없다. 행사 연설이나 측근 전언으로 듣는 윤 대통령 발언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이런 소통 부재 때문이다. 그게 사람이든 관행이든 윤 대통령은 자신을 에워싼 장벽부터 과감히 허물어야 한다. 그래야 민심을 올바로 읽고 그 바탕 위에서 국정 기조도 제대로 잡을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국민 목소리를 전하는 언론과의 소통도 재개해야 한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100일 기자회견’이 유일하다. 국외순방 다녀올 때마다 생중계하는 국무회의 자화자찬 머리발언은 국민 소통이 아니다. 간담회가 아닌,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께 직접 설명하고 질문받는 대통령을 우리 국민들도 갖고 싶다”고 했다.

▲2022년 11월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출입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대통령의 반성이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향신문은 사설 <“국민이 옳다”는 윤 대통령, 뭘 어떻게 바꿀지 직접 밝히라>에서 “윤 대통령이 몸을 낮춰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왜 국민이 옳았고 무엇이 어떻게 달라진다는 건지는 알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서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18·19일 ‘어떤 비판에도 변명해선 안 된다’ ‘많이 반성하고 더 소통하려고 한다’고 했지만 무엇을 반성하는지,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를 얘기하지 않았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주로 대통령실 참모·여당 지도부·정부 인사들 앞에서 말하고, 참모의 입을 통해 전달됐다”고 했다.

 

NYT 회장 “가짜뉴스 표현, 나치 독일 등 인류 역사 끔찍한 순간에 뿌리”

▲ 20일자 조선일보 2면 기사.

설즈버거 뉴욕타임스(NYT) 회장이 “‘가짜뉴스’(fake news)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그것은 굉장히 음흉한 표현”이라며 “역사를 돌이켜보면 ‘가짜뉴스’, ‘국민의 적’이라는 표현은 나치 독일, 스탈린의 소련 등 인류 역사의 끔찍한 순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용어들은 독재자들이 독립적인 언론을 제거하고 나라를 통제하는 데 쓰였다”고 했다.

‘가짜뉴스’의 폐해를 연일 강조했던 윤 대통령을 저격할 수 있는 발언이지만 윤 대통령 주장들과 연결 짓는 보도는 없었다.

매일경제는 <“가짜뉴스, 증오와 범죄의 도화선 … 독자 스스로 의심해야”> 기사에서 “우리는 언론에 무례한 표현이 될 수 있는 가짜뉴스 대신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라는 표현을 쓴다”며 “이는 매우 심각한 수준인데 무엇보다 독자들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제대로 된 정보인지 의심해야 한다”는 설즈버거 발언을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2면에 <“거짓이 판치는 시대, 팩트와 질문으로 맞서 싸워야”> 기사를 냈다. 기사에서 “소셜미디어 시대 (가짜뉴스) 문제의 해결책은 공정성, 정확성, 독립성을 갖춘 최고 수준의 저널리즘”이라고 했다.

 

의대 정확 확대 밝혔지만… 규모는 ‘미지수’

▲ 지난 19일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방 국립대 의대를 중심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본래 3058명의 현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안을 검토했지만 의료계 반발로 구체적인 의대 증원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1면에 <의대 증원 일단 숨고르기>라는 제목을 달았다.

조선일보는 1면에 <국립대병원, 서울 ‘빅5′급으로 키운다> 기사를 내고 “지방 환자의 서울 쏠림을 해결하기 위해 국립대 병원의 역량을 서울의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국립대병원 중심 지역의료 회복, 정부 사활 걸어라>에서 “서울 ‘빅5’ 병원 주변에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원정 환자들이 ‘환자방’(고시원·오피스텔 등)에서 생활하며 치료를 받는다”며 “이날 발표에서는 빠졌지만 정부가 조만간 확정할 의대 정원 확대는 국립대병원 살리기의 완결판이 되어야 한다. 서울의 인구 1만 명당 의대 정원은 0.87명인데, 전국 평균은 0.59명에 불과하도록 설계돼 망국적인 지역 의료 붕괴와 서울 쏠림 현상의 뿌리가 됐다”고 했다.

▲ 20일자 한겨레 4면 기사.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국면 전환을 맞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한겨레는 4면 기사 <윤 정부, 국면 전환 ‘의료 개편’ 민생 카드… ‘디테일의 덫’ 피해갈까>에서 “민감한 세부 사항이 빈칸으로 남겨진 필수의료 강화 대책이 향후 여론 추이의 변곡점이 될지를 두고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린다. 의대 정원 확대안은 건강권과 대학입시 등 한국 사회에서 폭발력이 강력한 문제들에 걸쳐 있어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팽팽하고, 의사단체의 공고한 카르텔 속 갈등 조정 과정이 지난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정당 지지세가 강한 의사단체가 강하게 반발한다면 윤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박재령 기자ryoung@mediatoday.co.kr

#아침신문 솎아보기#윤석열#윤석열 대통령#반성#강서구청장#보궐선거#기자회견#도어스테핑#뉴욕타임스#가짜뉴스#설즈버거#국립대#의대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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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외부환경 때문에 민생 어려워…주요국 대비 선방”

기재위 국감서 안일한 상황 인식 드러내…“방만하게 빚 늘릴 수 없다” 긴축재정 고수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19. ⓒ뉴시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 불황 원인으로 ‘대외환경’을 지목했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선방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경제수장의 인식이 안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반등이 미진한 경제 상황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4%에 그친다고 언급하면서 “서민들의 경제 상황을 반영해서 보면 참담한 성적표”라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상승률, 기업 파산과 개인 회생 신청 건수, 가계와 중소기업 연체율 등을 제시했다. 같은 당 강준현 의원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통계 관측 70년 중 여섯 번째 낙제점을 받았다”면서 “30년 저성장 국가였던 일본에 역전당할 위기에 놓였다”고 짚었다.

추 부총리의 첫 대답은 “경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상황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였다. ‘책임’을 말했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의 원인은 외부로 돌렸다. 추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에 몇 개월이 지나면서 세계 경제가 굉장히 어려웠다”며 “세계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 ‘또 외부 탓, 전 정부 탓 하느냐’ 이런 말씀들을 주시는데, 객관적인 상황이 그렇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환경이 어렵기 때문에 민생이 어려운 것”이라며 “기업들도 어렵고 그래서 세금도 많이 못 내는 상황이 지금 꼬여 있다”고도 했다.

이어지는 추 부총리의 발언에서 위기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선방하고 있는 것이고, 물가는 그들 국가보다 훨씬 낮은 상태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물가 수준이 높아 민생이 어렵다”면서도 “주요 선진국 물가가 안정됐다고 해도 아직 (물가상승률이) 5~6%인데, 우리는 2%대로 갔다가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다시 3%대로 간 것이다. 상대적으로 보면 물가도 비교적 안정된 모습”이라고 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부총리는 대외환경을 말했는데, 올해 주요국 성장률 전망이 상향될 때도 우리만 꾸준히 하락했다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우리가 언제부터 주요 선진국과 동일 선상에서 성장률을 비교했느냐”며 “2000년부터 지금까지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외하면 우리보다 성장률이 높은 주요 선진국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제일 잘나간다’며 자기 위로를 해 버리면 제대로 대책도 세울 수 없을 뿐 아니라 듣는 국민도 황당하다”고 했다.

정부가 줄곤 ‘상저하고’를 주장하면서 상황을 낙관한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하반기에는 경기가 풀릴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최근 통계인 지난달까지도 ‘불황형 흑자’가 이어졌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은 4.4% 감소했고, 수입은 16.5% 쪼그라들었다.

홍 의원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한 얘기는 상저하고밖에 없다”며 적극적인 경제 대책이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부총리는 최근 10월 수출 플러스를 전망했는데, 하반기 시작이 10월이냐”고 꼬집었다.

‘좋아지고 있다’는 게 추 부총리 얘기다. 그는 “올해 상반기 경제는 0.9% 성장했는데, 하반기는 현재 상태로 보면 상반기의 약 2배 정도 성장할 걸로 본다”며 “3분기, 4분기로 갈수록 경제는 점점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의 소극적인 재정운용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 의원은 ‘전 정부의 400조 빚은 납세자에 대한 사기 행위이자 미래세대 착취’라고 한 윤 대통령 발언을 상기시키면서 “대통령이 재정의 역할을 부정하고 전 정부를 부정하는 데만 집착하면서 경제 위험신호를 외면하고 있다. 극히 잘못된 국가재정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1%로 대폭 하향했는데, 그 이유가 세수 결손에 따른 정부 지출 축소”라고 짚었다.

김 의원은 “정부가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을 보이지 않아 염려된다”며 “일본 경우도 불황이 장기화한 원인을 꼽을 때 확장재정을 해야 할 때 안 했다는 점이 꼽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무조건 확장재정을 하자는 게 아니라, 이럴 때일수록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미래를 선도할 분야에는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기대 민주당 의원도 “경제가 어려워서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정부의 고위 경제 관료들과 대통령실이 경제적으로 낙관론을 펴면 절망적”이라면서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기재부가 적극적인 경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추 부총리는 긴축재정 기조를 꺾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쓸 곳에는 쓰지만, 방만하게 빚을 자꾸 늘리는 건 책임 있는 재정 당국 경제부처의 수장으로서 그런 재정 운용을 할 수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부총리로 취임할 때 ‘전 정부에서 무슨 장부를 물려줬든지 간에 그 나쁜 장부를 기초로 한 경제성과는 제가 책임을 진다’고 선언했다”면서 “재정의 운용에 관한 평가는 오롯이 제가 받을 것이다. 그게 제 몫이고 소신”이라고 말했다.

올해 세수 재추계 결과 59조원 이상의 오차가 발생한 데 대해서는 “송구스럽다”고 사과하면서 “민간 전문가와 협업을 확대하고 IMF와 OECD 등 국제기구 전문가로부터 컨설팅을 받는 등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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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유산이 철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10/20 07:55
  • 수정일
    2023/10/20 07:5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원주아카데미극장과 경기실크부지를 지켜주세요23.10.20 06:55l최종 업데이트 23.10.20 06:55l권미강(kangmomo)참 늦은 해후다. 애써 잊은 것도 아닌데 오랫동안 세월의 골방에 숨어있던 기억 한 자락이 눈앞에 서 있듯 선명하다. 아직 학교도 들어가지 않았던 대여섯 살쯤 먹은  어린아이 시절. 보랏빛 반짝이 수놓은 비로드치마로 한껏 멋을 낸 엄마를 따라 오르던 언덕배기. 마을 제일 높은 곳에 서있던 극장. 영화배우들이 그려진 간판과 양 옆으로 활짝 열 수 있는 문, 그 옆 붉은 글씨로 쓰인 매표소. 면사무소 가기 전 언덕에 있던 극장은 마을의 유일한 병원과 나란히 있었다.

 
원주아카데미극장은 원주시민들의 60여 년 추억을 간직한 곳이다. 원주시민들의 반대에도 원주시는 철거를 강행하고 있다.
▲ 원주아카데미 상영당시 포스터와 홍보 원주아카데미극장은 원주시민들의 60여 년 추억을 간직한 곳이다. 원주시민들의 반대에도 원주시는 철거를 강행하고 있다.
ⓒ 원주아카데미극장 친구들과 범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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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간판이 극장 머리맡에 오르는 날이면 엄마는 여느 때보다 서둘러 일을 끝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재미있게 보고 와" 하고는 빙그레 미소로 배웅했다. 극장가는 날 만큼은 내가 엄마의 보호자였다. 영화가 끝나면 어두컴컴해지고 혼자 밤길을 걷기에는 다소 부담이 될 터, 일테면 난 호신용 딸로 변신하는 것이다.

아무튼 그때만 해도 나이가 어려서인지 엄마랑 가면 어떤 영화든 무사통과였다. 엄마가 사준 과자와 사이다, 마른 오징어 등 주전부리를 먹으며 몇 번이고 되돌이 되는 광고를 지루하게 봤다. 그러다 대한뉴스가 끝나고 영화가 시작되면 나는 엄마 소매를 흔들며 나간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럼 엄마는 손사래로 나가서 놀아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물론 앞부분이 재미있는 영화일 때는 조금 더 앉아 있었지만 결국 암막 커튼을 제치고 극장 로비로 나왔다.

어른들이 나오는 영화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도 못하고 이해도 되지 않았지만 사실 영화보다 훨씬 재미있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극장 옆 병원집에 사는, 나보다 서너 살 많은 오빠랑 어울려 노는 일이다. 병원집 오빠는 내가 극장에 갈 때마다 만날 수 있었다. 엄마는 병원집 오빠의 엄마를 언니라 불렀다. 그만큼 친자매 같은 사이였다. 아주 어릴 적부터 나를 데리고 병원집으로 자주 놀러 갔고 오빠와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극장에 들어갈 때 보이지 않던 오빠는 대한뉴스 끝나고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 항상 로비에 서 있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술래잡기도 하고 극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까르르 웃다가 도망가고 붙잡기를 반복하며 정신없이 놀았었다. 매점 아주머니가 공짜로 준 알사탕 하나씩 입에 물고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 안을 빼고는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때를 떠올리다보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흐른다. 마주보며 웃다가 이유도 없이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고 갑작스레 가슴이 뛰기도 했던, 어찌 보면 참 잔망스러운 시절이었다.

극장에서의 추억을 떠올린 까닭

지금은 이름조차 가물거리는 그 시절, 병원집 오빠와의 추억을 생경스럽게 떠올린 건 원주아카데미극장 소식을 듣고 나서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극장 중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인데, 철거 위기에 몰린 극장을 지키려는 시민들과 철거하려는 원주시가 맞서고 있다.

1963년에 문을 열었다니 나보다 세 살이나 많다. 텔레비전이 극히 귀했던 시절이니 영화 관람이 거의 유일한 문화생활이었을 것이다. 극장 전성기에 문을 연 아카데미극장은 원주시민들에게는 문화해방구나 다름없었으리라. 고향을 떠나온 초등학교 6학년 때 이후 고향 극장의 존재는 물론 병원집 오빠와의 추억조차 잊었던 내게 원주아카데미극장 철거 소식은 영사기에서 쏟아지던 빛처럼 기억의 빗장을 불시에 열어젖혔다.

이윽고 일시에 쏟아지는 먼 옛날의 기억들이 활동사진처럼 눈앞으로 흘러갔다. 극장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소환된 추억들은 서로 먼저 나오려는 듯 아우성쳤다. 결국은 머릿속에서 뒤엉켜 가닥가닥 풀어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걸 즐거운 비명으로 이해해야 할까 싶을 찰나에 문득 '그런데 왜 철거를 하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원형도 잘 보존되고 영사기와 필름, 옛날 영화포스터 등 귀한 자료가 그대로 보관된 극장을 철거하는 이유가 뭘까? 더구나 원형이 제대로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이라는데.
  
많은 영화인들이 한국 영화역사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원주아카데미극장의 철거 반대와 보존에 힘을 싣고 있지만 원주시는 철거 강행을 굽히지 않고 있다.
▲ 원주아카데미극장 보존 위한 영화인 선언 웹자보  많은 영화인들이 한국 영화역사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원주아카데미극장의 철거 반대와 보존에 힘을 싣고 있지만 원주시는 철거 강행을 굽히지 않고 있다.
ⓒ 원주아카데미극장친구들과 원주범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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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을 또 만든다?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원주아카데미극장 철거 소식을 전해준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인에게 들은 철거 이유는 그야말로 어이가 없었다. 멀티플랙스 영화관이 생겨나면서 2006년 문을 닫았던 원주아카데미극장은 2020년 '안녕 아카데미 재생사업'으로 14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고 한다. 물론 거기에는 원주아카데미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다양한 추억을 가지고 있던 원주시민들이 극장을 보존하자는 목소리를 높였고 그런 의견이 커지면서 원주시도 여러 절차를 거쳐 보존 결정을 내렸단다.

그때부터 약간의 내부수리를 거쳐 영화 대신 씨네콘서트, 음악공연 등이 열렸고 원주시민들의 문화 향유 공간이 됐다고 한다. 그 덕분에 문화관광체육부에서 30억 원, 강원도에서 9억 원 등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고 건물 안전을 위한 리모델링과 함께 역사적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준비를 하고 있었단다.

하지만 지자체장 선거에서 극장 보존을 추진했던 시장이 낙선하고 새로운 시장이 취임하자 아카데미극장의 운명은 완전 뒤집어졌다. 건물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빌미를 들어 완전 철거를 하고 주차장으로 만든다는 것이 현 원주시의 계획이다.

'극장 바로 옆에 이미 주차장이 있는데 건물을 밀어버리고 주차장을 또 만든다는 사고방식이 어디에서 나온 건지 도통 모르겠다'며 지인은 철거를 명령한 시장을 강하게 성토했다. 다른 지역에 사는 나로서도 이해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몇 년 전부터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보존적 가치가 중요시되면서 각 지자체마다 너도 나도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근대건축물 발굴과 보존사업에 열을 올리는 중인데 왜 국비까지 나온 극장을 철거하려할까? 의문투성이다. 
 
근대건축물 보존 가치가 인정됐음에도 국비보조금까지반납하고 철거를 강행하려는 원주시에 맞서 철거를 반대하는 원주범시민연대와 원주아카데미극장친구들
▲ 원주아카데미극장앞에서 철거반대를 외치는 원주아카데미극장 친구들 근대건축물 보존 가치가 인정됐음에도 국비보조금까지반납하고 철거를 강행하려는 원주시에 맞서 철거를 반대하는 원주범시민연대와 원주아카데미극장친구들
ⓒ 원주아카데미친구들과 원주범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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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고치 같았던 경기실크 이야기

그러고 보니 내가 사는 여주에서도 그 비슷한 일이 진행 중이다. 전국 최초의 민간 잠업연구소가 있었던 경기실크 부지를 철거할 것이란 소식이 지난해부터 들려왔다.

여주 경기실크도 1963년 설립됐다. 잠업이란 누에를 길러서 비단을 생산하는 고치를 생산하는 농사인데 당시 한국경제의 큰 축이었던 잠업과 비단을 생산하는 실크산업은 국책사업으로 추진될 만큼 대단했다. 뽕나무밭이 많았던 여주에는 양잠농가만 4천 가구가 넘고 종사하는 사람도 2만 여명이었다고 하니 그 시절,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경기제사공업주식회사 부설 경기잠업연구소로 설립된 이곳은 각종 실험기구와 채종기구 등 잠업 관련 모든 시설을 완비하고 일본산 기계에 의존하던 잠업 기계를 국산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역사도 갖고 있다. 잠업이 활황이던 시절에는 약 500여 톤의 누에고치를 생산해 경기도 내 최고 생산량을 자랑했던 여주 잠업 농가들은 광폭자동견직기 등 실크 생산설비를 모두 갖춘 이곳 덕에 농가소득이 상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점점 화학섬유에 의해 자리를 빼앗기고 중국의 저가 비단이 들어오는 데다가 규모가 축소되면서 결국 폐업에 이르렀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경기실크는 이제 덩그러니 남은 몇몇 건물들과 노동자들의 손때가 묻은 국산 직조기계가 번성했던 과거를 품에 안은 채 연명하고 있다.
  
여주에 있는 경기실크부지는 최초의 민간 잠업연구소로 당시 실크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 여주 경기실크부지 내부  여주에 있는 경기실크부지는 최초의 민간 잠업연구소로 당시 실크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 권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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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아카데미극장이든, 여주 경기실크 부지든 전쟁으로 폐허가 된 최악의 상황을 견뎌내며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사람들의 삶을 보다 나은 쪽으로 이끌었던 공간적 의미가 크다. 경기실크가 경제활동 공간으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생산역할을 했다면, 아카데미극장은 허해진 감성을 충만하게 채워준 문화공간이었다. 그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을 오롯하게 견뎌낸 보람이 배인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장소인 것이다.

내 추억의 한 자락처럼 엄마의 손을 잡고 설레게 가던 곳이었고, 누군가는 영화를 보며 남몰래 배우의 꿈을 꾸기도 했을 것이다. 그중에는 그 꿈을 이룬 이도 있을 것이고 직접 영화를 만들겠다며 영화감독의 길로 나선 사람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며 사랑을 싹틔우고 부부가 된 사람들도, 헤어진 첫 사랑처럼 달달했던 추억을 안고 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61년간 아카데미극장을 다녀간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과 울고 웃던 숨결과 감동의 박수들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원주의 정서와 문화로 켜켜이 쌓였을 것이다.

여주 경기실크 또한 마찬가지다. 질 좋은 비단을 생산하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했던 연구원들과 그들의 연구 결과로 부농의 꿈을 이룬 잠업 농가들, 노동의 무게를 견디며 최고 품질의 비단을 생산했던 노동자들의 노고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숨은 공로자들이다. 경기실크는 비단 원단을 뽑아내는 누에고치처럼 잠업을 통해 농가소득을 올리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 시킨 지역산업의 누에고치 같은 존재였다.
  
원주시가 시민들의 반대에도 건물 강행에 돌입했다. 60여 년 쌓아온 우너주의 영화역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 원주아카데미극장 철거 강행  원주시가 시민들의 반대에도 건물 강행에 돌입했다. 60여 년 쌓아온 우너주의 영화역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 원주아카데미극장 친구들과 범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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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만든다는 것

낡았다고, 이제는 필요 없어졌다고 그냥 무너트리면 그만인 공간이 아니란 말이다. 두 곳 모두 헐어버리면 다시는 지나온 세월의 흔적을 묻혀 만들 수도 없고,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을 수도 없다. 그것을 외면하거나 정말 모른다면 지역을 이끌어가는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 그나마 원주아카데미극장은 '아카데미의 친구들'이란 시민모임이 주축이 돼 원주아카데미극장을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해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니 다행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따뜻해진다. 그 힘으로 삶을 더욱 여유롭게 펼치고 세상을 관조하는 능력도 지닌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말이다. 살아오면서 무너지고 넘어지고 일어났던 수많은 경험들은 세상을 이겨내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처방전이다. 나는 이런 부분들이 오래된 건축물에도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오롯이 함께 해왔던 공간들이 오래 됐다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추억으로만 남기는 게 아니라, 추억을 즐기고 다시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공간이자 장소로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가는 역사가 아닐까. 그것이 오래된 미래의 가치를 찾는 일일 것이다.

추억을 꺼내기 좋은 가을이다. 나무들이 천천히 제 몸을 가다듬고 부지런히 겨우살이를 준비하는 가을. 제 몸의 수분들을 한 생 살아온 잎들에게 모아주고 마지막 찬란한 색으로 빛나게 하는 나무처럼, 떨어진 잎들이 뿌리로 떨어져 다시 나무의 몸속에서 양분이 되는 자연의 순리가 추억이라는 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우리에게도 전해지는 가을이면 참 좋겠다.

* 원주 단관극장과 아카데미극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눌러주세요. https://bit.ly/아카데미극장알아보기
 
원주시 철거 강행을 규탄하고 극장 보존 원칙을 지켜 달라는 원주아카데미극장 친구들과 범시민연대
▲ 원주아카데미극장 친구들과 범시민연대  원주시 철거 강행을 규탄하고 극장 보존 원칙을 지켜 달라는 원주아카데미극장 친구들과 범시민연대
ⓒ 원주아카데미극장친구들과 범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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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작가회의 회보 가을호에도 게재됐음을 밝힙니다.

 
태그:#원주아카데미극장#여주#원주#근대문화건축물#경기실크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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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브로프 “북·러관계, 새로운 전략적 수준에 도달했다”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3.10.19 14:50
  •  
  •  수정 2023.10.19 14:58
  •  
  •  댓글 0
 

“지난 9월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지도자와의 역사적인 정상회담 이후, 이러한 관계가 질적으로 새로운 전략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우리가 말할 수 있다.”

19일 평양에서 개최된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이같이 밝혔다고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별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나는 이미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 협력 (북·러) 정부 간 위원회 제10차 회의가 다음달에 열린다고 밝혔다”면서 “북한 친구들이 필요로 하는 지질 탐사와 연료공급계획 등”이 의제라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나아가 ‘북·러 수교 75주년’(10.12)을 맞아 두 나라 관계에 있어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값진 공헌을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선희 외무상은 “두 나라 외교장관의 잦은 만남은 친선 관계 강화에 도움이 되고 오랜 친선의 역사를 가진 북·러 양자관계가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화답했다. 

아울러 이번 회담이 지난 9월 김정은-푸틴 회담에서 이룩된 “합의사항들을 이행하는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18일 저녁 평양공항에서 나란히 걷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 [사진출처-주북 러시아대사관 페이스북]
18일 저녁 평양공항에서 나란히 걷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 [사진출처-주북 러시아대사관 페이스북]

한편, 라브로프 장관 일행은 18일 저녁 평양 공항에 도착해 최선희 외무상의 영접을 받았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북한 주민 200여명이 꽃을 흔들며 환영했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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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속았던 이스라엘발 가짜뉴스 3가지

  • 정강산 기자
  •  
  •  승인 2023.10.19 18:53
  •  
  •  댓글 0
 

▲18일(현지시각) 가자지구 가자시티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잔해 속 생존자를 찾고 있다. ©뉴시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인종청소가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근거 없는 가짜뉴스가 대량 양산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자국 학살을 덮기 위한 이스라엘 정보 당국과 서방 언론들의 합작으로 밝혀졌다.

더불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참극이 세계로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공습 시작부터 네트워크 설비와 주요 통신망을 폭격하고 전력 공급을 중단하여 가자지구 상당 지역을 사실상의 블랙박스 상태로 만들었다. 정보전에서도 비대칭적인 힘의 우위를 관철한 것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가자지구를 둘러싼 가짜뉴스를 정리한다.

 

1. 알 아흘리 침례 병원 폭격이 지하드 소행?

가자지구 보건 당국에 따르면 17일 오후 7시 20분 경 가자지구의 알 아흘리(Al-Ahli) 침례 병원에 가해진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환자와 난민 최소 500여 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즉시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팔레스타인 무장정파) 로켓의 오발로 인한 것이라 발표했다. 바이든 역시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하여 “미군 데이터에 따라 폭발 원인은 이스라엘의 공습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로켓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이스라엘 발표를 지지했다.

그러나 네타냐후의 디지털 보좌관 하나냐 나프탈리는 병원 폭격 직후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 공군이 가자지구 한 병원 내부의 하마스 테러리스트 기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가 급히 게시물을 삭제한 바 있다.

나프탈리 보좌관이 게시물을 삭제하자마자 이스라엘군은 지하드에 책임을 돌리는 게시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군은 로켓이 발사되는 영상자료와 함께 “작전 시스템 분석에 따르면 적의 로켓 포격이 이스라엘을 향해 수행되었으나, 피격 당시 병원 부근을 지났다”며 지하드 오발론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이스라엘군에 의해 조작된 것이었다.

폭격이 발생한 시간은 오후 7시 20분이었는데, 이스라엘군이 첨부한 영상은 8시에 촬영된 것이었기 때문.

이에 뉴욕타임스의 시각 조사팀 애릭 톨러 기자는 영상의 정확성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이스라엘군은 해명을 내놓지 않은 채 영상을 삭제했다.

결국 모든 정황이 이스라엘군의 고의적인 병원 폭격을 시사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알 아흘리 침례 병원은 첫 번째 민간 표적도 아니었다. 이미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주거용 건물을 비롯, 은행과 모스크, 대학에 무차별적인 폭격을 가해왔다.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거주하고 있는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도 앞서 공습을 받아 최소 6명이 사망한 바 있다.

 

2. 하마스가 영유아 참수?

10일 이스라엘 i24 방송사는 이스라엘 군인의 발언에 기대어 아기들의 머리가 참수된 채 발견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근거하여 이스라엘 총리 대변인은 11일 한 인터뷰에서 “참수된 희생자 일부가 어린아이였다”고 말했고, 바이든 역시 같은 날 공식 석상에서 “테러리스트가 어린아이를 참수하는 사진을 확인하게 될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국내 모든 언론이 앞다퉈 하마스의 영유아 참수를 기정사실로 보도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이 사진의 존재 여부를 묻자, 백악관 대변인은 “이스라엘 총리의 말을 옮긴 것일 뿐, 사실 하마스의 영유아 살해를 확인한 보고를 받지는 못했다”고 털어놨다.

관련하여 최초 보도를 했던 이스라엘 i24 방송사와 같은 현장을 둘러본 기자들도 참수를 확인한 바 없다고 말했다. 오렌 지브(Oren Ziv) 기자는 최초 보도 현장을 살핀 뒤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다. “취재하는 동안 우리는 이와 관련된 어떤 증거도 보지 못했고, 군 대변인이나 지휘관 역시 그런 사건에 대해 언급한 바 없다.”

 

3. 하마스가 테러조직이다?

10월 7일 하마스의 반격 직후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는 IS이고, 우리는 현대 세계가 IS에 맞서 승리했듯 그들(하마스)에 맞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호응하며 바이든은 “하마스는 순수 악”이라며 “하마스의 잔임함, 피에 대한 갈증은 IS에 의한 최악의 만행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군사 점령에 대한 저항이 국제법상 합법이라는 사실을 무시한 발언이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밖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테러를 가한 적이 없다.

무엇보다 이들은 2006년의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하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집권한 공식 정당이다. 오히려 당시 국제 감시단이 총선 투표에 대해 “자유롭고 공정하다”고 인정했음에도 불구,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마스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는 경향은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 결과에 대한 이스라엘의 불복에서부터 연원하는 유구한 전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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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좋긴 한데..." 최상위권 고등학생들의 예언

[아이들은 나의 스승] 고1·고2 반응 보니...1천 명 증원 가능성엔 물음표, 설익은 정책 우려

23.10.19 11:45l최종 업데이트 23.10.19 11:45l
정부가 2025년 대학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1천명 이상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확대 폭을 놓고는 당초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줄었던 351명(10%)만큼 다시 늘리는 방안, 정원이 적은 국립대를 중심으로 521명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됐으나 실제 발표에서는 확대 폭이 1천명을 훌쩍 넘는 수준일 수도 있다. 사진은 16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2023.10.16
▲  정부가 2025년 대학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1천명 이상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확대 폭을 놓고는 당초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줄었던 351명(10%)만큼 다시 늘리는 방안, 정원이 적은 국립대를 중심으로 521명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됐으나 실제 발표에서는 확대 폭이 1천명을 훌쩍 넘는 수준일 수도 있다. 사진은 16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2023.10.1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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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고도 고마운 뉴스가 떴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기는 처음이다. 사실 의대 정원을 1천 명 늘릴 것이라는 언론 보도를 보고 순간 혀를 찼었다. 이젠 유튜브도 아닌 메이저 언론사들조차 믿거나 말거나 식의 가짜 뉴스를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고 여겼다.

여당에서는 1천 명이라고 숫자를 못 박지는 않았다고 한 발을 뺐지만, "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연신 강조했다. 야당에서도 반색했다. 지난 2020년 의대 정원을 늘리려다 의사들의 집단 파업으로 무릎 꿇었던 뼈아픈 경험이 있어서다.

야당은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지역 의사제'를 일괄 도입하자고 맞장구쳤다. 이에 여당은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여하튼 현 정부가 내놓은 정책 중 여야가 손바닥을 마주친 첫 사례일 성싶다.

예상대로 대한의사협회(아래 의협)에서는 "의료계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객관적 근거나 명확한 원칙 없이 의사 인력을 확충하는 걸 수용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지난 2020년 집단 파업 당시의 대응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오매불망 의대 정원 확대를 바라는 여론도 그대로다. 당시엔 정권을 무릎 꿇릴 정도로 의협의 힘이 막강하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절감한 채 흐지부지됐다. 아이들 입에서조차 '정권 위에 의협'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의사는 부와 명예, 권력을 모두 쥔 유일한 '넘사벽 직업'이라고 했다.

이후 아이들의 의치대 선호 현상이 가히 '신드롬'을 연상케 할 정도로 학교마다 보편화됐다. 학벌 구조상 최상층이던 이른바 'SKY'도 의치대에 밀려 '땅'으로 내려와야 했다. 의치대는 이과의 최상위권을 독식하는 블랙홀이 됐고, 명문대 이공계열은 '의치대 사관학교'라는 별칭마저 생겨났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나 광주과학기술원(GIST), 포항공대(POSTECH), 한국에너지공대(KENTECH) 등 과학기술 전문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내로라하는 대학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부모도 교사도 일류 과학자보다 차라리 시골 의사가 백 배 낫다며 만류하는 지경이 됐다. 이젠 과학자를 꿈꾸는 초등학생조차 구경하기 힘들다.

남 부럽지 않을 명문대생이 의치대에 못 갔다고 좌절하며 재수와 삼수를 불사하는 경우가 더는 드물지 않다. 뒤늦게 의사라는 직업의 '매력'에 빠진 문과생이 한의대로 진로를 급히 변경한 사례도 있다. 참고로, 일부 한의대는 내신과 수능 응시 교과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찬성이지만..." 의대 정원 확대, 아이들의 반응은
 
큰사진보기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 앞에 교육 과정과 관련한 광고 문구가 적혀 있다. 학원가에 따르면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계획에 '초등 의대 준비반' 입학 문의가 늘었다. 정부는 오는 19일 2025년도부터 적용할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023.10.17
▲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 앞에 교육 과정과 관련한 광고 문구가 적혀 있다. 학원가에 따르면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계획에 '초등 의대 준비반' 입학 문의가 늘었다. 정부는 오는 19일 2025년도부터 적용할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023.10.17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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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정부의 의대 정원 1천 명 증원 방안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을 들어봤다. 설령 정부의 방안이 확정된다고 해도 적용받을 수 없는 고3은 부러 제외했다. 현재 고2와 고1 중 의치대 진학을 염두에 둔 최상위권을 대상으로 했다. 물론, 모두 내신 평점 1점대 아이들이다.

"오랫동안 의대 정원이 묶여 있었던 데다 의사가 태부족한 현실에서 당연한 조처라고 봐요."
"몇 명을 늘리느냐보다 필수 의료 분야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일할 의사를 확충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당장 의사 양성을 위한 의대의 교육과정과 대입에서는 적잖은 혼란이 빚어질 것 같아요."


아이들의 답변은 이렇게 모였다. 요약하자면,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는 찬성하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대입을 앞둔 고등학생이어서인지 무엇보다 대입 전형에서의 혼란과 유불리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용보다 '1천 명'이라는 숫자가 먼저 눈에 들어오더라는 거다.

당장 의대 정원 증원 소식을 가장 반길 사람이 지금 대학에 재학 중인 선배들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 명문대에 다니는 1~2학년생들이라면 과감히 다시 수능에 도전하게 될 거라고 단언했다. 문이 넓어진 만큼 합격 가능성이 커졌다고 여기지 않겠느냐는 거다. 만약 올해 안에 확정된다면, 그들은 지금 고2와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더욱이 1천 명이면, 현재의 의대 정원인 3058명의 1/3에 육박하는 엄청난 숫자다.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18년째 변동이 없던 정원이어서 1천 명이라는 숫자가 주는 충격파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넓다. 벌써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는 이야기마저 들린다.

현재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의대에 진학한 경우는 고작 10명 중 한 명꼴이다. 의대에 진학하려면 재수와 삼수는 기본이라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정원이 대폭 늘어나 의대 쏠림 현상이 되레 심해질 거라고 우려하는 아이도 있다. 덩달아 의대의 경쟁률 또한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천신만고 끝에 의대에 합격해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금 의대의 교육과정은 3058명 정원에 최적화되어 있을 텐데, 갑자기 1천 명이나 늘어나면 감당하기 힘들 거라고 주장했다. '인프라'의 확충과 지원 없이 정원만 늘려서는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의료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거다.

정권 위에 의협? 

그런데, 아이들의 답변 뒤엔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 똑같은 질문이 튀어나왔다. 몇 해가 흘렀지만, 그들도 '정권 위에 의협'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한 아이는 우리나라에선 노조원 1천 명이 모여 시위하는 것보다 의사 열 명이 모여 파업하는 게 더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고 비꼬기도 했다.  

"과연 이게 가능할까요?"

아이들의 판단은 반반으로 갈렸다. 이번에도 의협에 무릎을 꿇게 될 거라는 주장과 적어도 이번엔 다를 거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실현 불가능하다는 한 아이는 이번 방침이 무언가에 쫓겨 마구잡이로 던진 정책이라며 깎아내렸다. 앞뒤도 재지 않고 내지른 이른바 '뻥카'라는 거다. 그는 정부가 굳이 의사들과 척지진 않을 거라면서, 조만간 중장기 과제로 삼겠다고 눙치며 발을 빼게 될 거라 예언했다.
 
큰사진보기대한의사협회(의협)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에서 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이필수 회장(왼쪽)이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의협은 이번 회의에서 최근 불거진 의과대학 정원 확대 대응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2023.10.17
▲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에서 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이필수 회장(왼쪽)이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의협은 이번 회의에서 최근 불거진 의과대학 정원 확대 대응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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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의협이 파업을 강행하면 곧장 압수수색에 들어갈 테고 뭐든 꼬투리를 잡아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될 거라고 장담했다. 특히 의사는 검찰의 압수수색에 '순한 양'이 될 수밖에 없다고 키득거렸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일수록 '강자에는 약하고, 약자에는 강하다'는 거다.

더욱이 여야 정치권이 모두 동의하고, 심지어 지난 2020년엔 어설픈 정책이라며 반대하던 보수 언론마저 의협에 등을 돌린 마당에 의대 정원 확대는 시간 문제라고 확언했다. 다만, 전 정권엔 기세등등하게 저항하던 의사와 전공의, 의대생들이 검찰 권력을 앞세운 현 정권엔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조금은 슬플 것 같다고 했다.

당초 오늘(19) 발표하기로 한 의대 정원 확대 발표는 잠정 연기됐다고 알려졌다. <메디게이트 뉴스>에 따르면, "정부는 브리핑을 통해 의대정원 증원 시기나 규모 등 세부적인 내용을 제외하고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방침 정도만 공식적으로 언급"할 것으로 예상되며, 구체적인 발표가 국감이 마무리되는 25일 전후 혹은 연말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고 한다.

의대 정원 확대를 띄운 윤석열 정부는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까. 아이들의 '예언'이 적중할지, 아닐지 궁금하다. 
 

태그:#의대정원확대, #대한의사협회, #지역의사제, #의치대선호현상, #지역공공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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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공조에만 기대는 尹정부, 왜 우린 더 불안해졌나

[파시즘의 어제와 오늘]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질서 그리고 한국의 외교안보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전 국립외교원장  |  기사입력 2023.10.19. 10:08:36

 

우크라이나 전쟁이 신냉전적 세계질서를 추동하면서 한국의 외교안보 상황도 심각하게 악화하고 있다.

 

신냉전 질서는 한반도 안보와 경제 발전,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한국의 국가전략 수행을 불리하게 만드는데 정부는 오히려 신냉전 질서 형성을 촉진하는 방향의 외교전략을 과감하게 펼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과 전망, 국제질서 변화를 살펴보고 한국의 합리적인 대응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전쟁에 국익 취하는 미국, 중국·인도 등 중재 불발소모전 양상으로 가는 우크라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이웃나라를 무력으로 공격하여 국제법을 어긴 러시아를 전범국으로 비난하는 것이 서방의 보편적인 인식이다.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이나 전쟁의 피해를 가장 크게 보고 있는 유럽국가들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우리에게 실제로 유용한 교훈은 조금 더 들어가서 봐야 한다. 우리보다 국력이 월등한 주변 4강에 둘러싸이고 분단되어 대립하고 있는 우리의 안보 상황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우므로 우크라이나가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국익을 지키고 증진하려면 어떤 정책을 펴는 것이 더 현명했을가를 찾아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빼앗기고 수많은 인명을 살상당하고 있으며 상당 국토가 유린되고 파괴되어 막대한 피해를 보아왔다. 상대적 약소국으로서 자강을 경시하고 널뛰기 국가전략을 구사하면서 동맹관계도 아니면서 미국 및 서방과의 유대를 믿고 러시아에 정면 대립을 시도한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막지 못해 참혹한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에게 동맹도 중요하지만 자강과 잠재적 안보 위협국인 이웃 강대국들과의 우호관계 확보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보이는 2014년 상실한 크림을 포함한 전 영토 회복이 종전 조건이다. 푸틴은 크림은 물론이고 현재의 점령지도 유지해야 평화협상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쟁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은 전쟁이 나토에 대한 장악력을 확보하고 군수산업의 대호황과 셰일가스 수출도 수월하게 해주는 등 다양한 국익을 증진시켜 주었기 때문에 전쟁을 종결할 동기가 그다지 크지 않다. 중국과 인도, 튀르키예의 중재 노력도 큰 역할을 못하고 있다. 

 

특히 젤렌스키의 소망처럼 우크라이나가 크림에 진입할 경우 러시아는 핵 카드를 실제 활용할 수 있으므로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최대한 지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리한 소모전으로 전쟁이 지속되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피해는 더 커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신냉전이 이미 도래했다고 간주하고 동맹과 우방 챙기기에 전력 투자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현 시대는 냉전과는 차이가 매우 크다.

 

 

안보 면에서는 미국-서방 대 중국-러시아 간 대립구도가 냉전시대와 유사하다. 그러나 대러 제재에 가담한 국가들의 GDP를 합하면 세계 총 GDP의 50%가 넘는 반면 인구로 보면 36%에 불과하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전체, 이스라엘, 사우디, 아랍에미레이트를 포함한 중동 전체, 아시아에서도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대러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인도처럼 양 진영에 가담하지 않은 제3지대로서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의 중요성이 크다.

 

경제 면에서는 첨단 기술과 통상에서 주로 미국이 대중, 대러, 대북 제재나 통제를 가하고 있을 뿐 사실 진영을 넘어 막대한 무역과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작년 미국의 대중 교역은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러중 교역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의 미국 및 EU와의 교역의 4분의 1, 8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끝으로 양 진영 간 협력이 필수적인 전염병, 테러, 기후‧환경, 원자력 등 재난 예방 및 구조, 마약‧인신매매‧해적 등 국제 범죄 등의 분야가 양측 간 기본적인 협력을 유지하게 해준다. 따라서 현 세계 질서를 신냉전으로 보는 것은 정치적 구호이고 객관적으로 보면 신냉전적 질서라 보는 게 타당하며 한국도 이에 걸맞은 외교를 펼쳐야 한다.

 

북한, 우크라 전쟁 보면서 오판할 개연성 커져 

 

특히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북방 3각 유대 강화와 북한의 대외전략 변화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먼저 북한은 미중 경쟁 및 갈등 고조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러 대 미-서방 사이 대립국면이 펼쳐지자 이를 국가전략 수행에 좋은 조건이 형성되었다고 판단하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긴밀히 하면서 국제제재와 외교적 고립 탈출을 추구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가열찬 대중 견제와 봉쇄, 그리고 경제 불황으로 수세에 몰린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서방의 전면적인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고립과 난관에 처한 러시아는 소중한 우방인 북한의 관계 개선 움직임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특히 소모전으로 탄약과 포탄, 포, 미사일 등이 절실히 필요한 러시아는 이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북한과 지난 9월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정상회담을 통해 이런 무기들을 해공군 기술과 장비, 미사일과 우주 기술, 그리고 에너지와 식량 등과 교환을 추진하는 한편 연합군사 훈련 실시까지 모색하면서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과의 연대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김정은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우선 핵을 포기하면 영토를 상실하고 침략을 받을 수 있으므로 핵을 포기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고, 러시아, 미국, 영국을 믿었다가 큰 참화를 입은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강대국들을 섣불리 믿지 말자는 인식을 심화시키면서 자력갱생 기조가 옳다고 확신했을 것이다. 

 

또 러시아가 핵 사용을 위협해 미국과 나토의 병력 파견이나 첨단무기 제공을 저지하고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도 제외되는 것을 보면서 핵무기를 잘 활용하면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는 한편 지금까지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미 행정부와 결국 핵 군축회담을 개시하고 여차하여 남한과 군사대결을 벌일 경우 미국의 증원군 파견 등 군사개입을 통제할 수 있다고 오판할 수 있는 개연성이 커졌다. 

 

한미동맹 강화, 일본과 관계 개선, 북한과 극한 대립…국민들은 더 불안하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안보 불안은 거의 해소되지 않았고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과 북중러 연대 강화, 비우호국으로 전락한 한러관계, 한국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탈북민 600여명의 북송에서도 드러난 불편한 한중관계, 그리고 하마스의 공격으로 무너진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보면서 안보 우려는 더 커진 듯하다. 한미일 안보가 강화되고 있는데 우리는 왜 더 불안해진 것인가?

먼저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후견국인 미국의 국제질서 주도력 약화에 착안해 핵 보유국이고 재래식 무기로도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진 이스라엘을 재래식 무기로 공격해 20여분만에 수천 명의 사상자를 냈는데, 비핵국인 우리가 핵무기를 실전 배치했고 하마스보다 월등 우세한 수백기의 장사정포와 천 발이 넘는 각종 첨단 미사일을 가진 북한에게 대결을 불사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현명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미 대북 핵 억지력 제고와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가 한국의 억지 능력 강화가 아니라 대미와 대일 의존 심화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힘이 아닌 미국에 기대는 호가호위(狐假虎威)로 보인다. 핵 문제에 있어서 상시적인 핵 보장이 보장국의 의지와 행동, 제도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불안은 해소되지 않는다. 

 

한미훈련의 강도와 횟수를 늘이고 핵잠수함이 일년에 며칠 기항하며 한미 간에 핵 협의 채널을 하나 더 늘인다고 절대무기인 핵의 공격 위협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핵을 보유할 수 없다면 협의그룹 신설과 "핵 공격 강행하면 북한 정권은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추상적인 보장이 아니라 미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한국에게 북한이 핵공격을 가하면 자동적이고 즉응적으로 북한을 핵으로 보복공격하겠다"는 것을 확언해 주어야 핵 억지가 공신력있게 작동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북한 지도부가 "남한에게 핵 공격을 가하면 그 즉시 나도 죽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우리 국민들도 안심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우리는 하마스보다 월등히 우세한 포병 전력을 갖고 있는 북한의 장사정포에 의한 우리의 수도권 공격을 대공 방어망으로 충분히 방어하기가 어려워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따라서 북한이 공격을 감행하면 우리는 통일을 달성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총력 대응해 승리해야겠지만, 우리의 억지 안보 대비태세 능력을 '조용히' 강화하는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 가능하다면 인도적 지원과 협력을 통해 북한의 도발 동기 자체도 관리‧통제해 주는 것이 대북 안보정책이어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인도…가치외교를 추구하는 나라는 없다 

 

1999년 제1연평해전이나 2015년 목함지뢰 사건의 교훈도 되새겨야 한다. 당시 우리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중 및 한러 우호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총체적인 남북 대결 국면에서 전자 때는 능히 북한을 격퇴했고 후자 때는 북한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으로 평화를 회복할 수 있었다. 

 

한편 초강대국인 미국 뿐 아니라 강대국들인 중국, 일본, 독일, 인도 등도 가치외교를 추구하는 듯하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실리외교를 펼치고 있다. 우리 외교의 편향성을 조속히 시정해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삼으면서도 중국과의 우호관계 유지‧발전과 전쟁 종결 뒤 조속히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이 가능할 정도의 대러외교,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협력외교를 펼쳐 글로벌 중추국가 달성을 위한 균형있는 실용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안보를 중시한다고 공언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한국의 중차대한 미래 안보 목표들인 북핵문제 해결, 평화 회복 및 제도화, 북한 급변사태 대비, 평화통일 등을 달성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중국 및 러시아와의 우호관계 증진은 필요조건임을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자강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먼저 전작권 전환을 계속 추진해 “한국의 안보는 우리가 지킨다”는 각오로 임해야 미국도 우리에 대한 안보 협력과 책임을 더 잘 지킬 것이다. 산업에서는 핵심소재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첨단기술을 개발하면서 미국 등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에서 우리의 이익을 지켜내고 첨단기술 관련기업에 대한 제도적인 보호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국론 통합을 통한 초당외교가 절실하다. 정부는 야당과 정보를 공유하고 야당은 국익을 위한 외교‧안보정책에 대안있는 건설적인 비판을 하면서 협력해야 한다. 글로벌 중추국가를 실현하려면 국민 통합과 평화안보, 경제발전,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균형적 실용외교를 시행해야할 것이다. 

 

▲이 글을 쓴 홍현익 수석연구위원은 국립외교원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합참 자문위원, 경기연구원 이사, 미 듀크대 객원교수,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등을 역임했다. ⓒ홍현익

 

'파시즘의 어제와 오늘' 연재를 시작하며 (강치원 공공선 거버넌스 원장, 전 강원대 교수) 

 

출산율, 자살율, 빈곤율, 조세부담율, 그리고 GDP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과제들이다. 

 

과연 우리는 헌법 조문이 말하고 있는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는가? 인간 불평등을 전제로 소수가 지배하는 엘리트 집단 독재국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시행령 정치로 인해 하루도 빠짐없이 대의 민주주의가 무참히 파괴되는 국회의 무력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다른 하나, 극단적 반공주의의 횡행이다. 정치적 자유에 대한 언급 없이 오늘도 개인의 자유와 경쟁을 지고의 가치로 강조하는 위정자들이 설치고 있다. 사회와 불평등을 고려하지 않은 자유란 가진 자의 폭력에 지나지 않음을 지적하는 지도자는 드물다. 자유주의의 개념과 그 역사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리라. 우리의 신자유주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사회적 자유주의의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전개되고 있어 그 폐해가 심각하다.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의 한 축인 사회민주주의가 빨갱이로 매도되고 발붙이지 못하는 후진성을 언제쯤 극복할 수 있을까. 

 

또 다른 하나, 배타적 국수주의와 국가주의를 부르짖는 자들이 정부 요직에 중용되어 정치를 좌우하고 있다. 언론 등 곳곳에서 민주적 다양성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데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해묵은 냉전시대의 가치와 이념, 그리고 공산 전체주의가 소환되고 있다. 과거 문제에 집착하고 들쑤시는 것은 국가의 장래를 위한 비전과 가치철학이 부재하기 때문 아닌가. 신냉전 체제를 향한 외교정책, 전쟁불사론 등은 긴장갈등 조장으로 서민경제 등 내치의 무능을 덮고 국민적 관심을 외치로 돌리고자 함에서 비롯된 것인가. 냉전시대 동서 대결의 분기점이 독일이었다면,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체제의 분기점은 한반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를 경계하는 실리, 균형, 평화 외교론의 목소리는 묻히고 만다.

 

마지막으로 타자를 인정하지 않는 일방적 주장과 선동에 열광적, 맹목적 지지가 넘쳐난다. 장관은 잘하든 못하든 스타가 되어야 한다! 이게 선동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30% 내외 콘크리트 지지율을 믿고 떠드는 팬덤정치에서 파시즘의 불길한 조짐을 본다면 지나친 기우인가. 

 

이런 한국 사회의 변화를 면밀히 살피고자 학문의 실천과 공론화 자리를 기획했다. 내년 5월 이틀간에 걸쳐 '파시즘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로 원탁 학술대회를 열고자 한다. <공공선 거버넌스>, <원탁토론아카데미>가 공동 주최하고 <프레시안>이 후원한다. 신학과 정치, 사회 과학, 문화, 전쟁, 국제정치, 그리고 우리 역사 등 여섯 개 분과로 나뉘어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 31명이 참여한다. 첫날 독일 보쿰대학교 신학부 트라우고트 예니헨 교수의 기조강연은 동시통역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학술대회를 앞두고 내년 4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 저녁 8-10시 줌(Zoom)을 통해 비대면 강연과 토론을 진행하며, 강의 내용의 일부를 기고문 형식으로 <프레시안>에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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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향한 쓴소리…“쇼라도 해라” “침묵할 권력 포기하라”

  •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3.10.19 07:44
  •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는 윤 대통령 향해 진정성 있는 변화 요구 쏟아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도중 수백 명 희생시킨 병원 학살 참사...바이든 대통령 중동구상 영향도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참모들과 회의에서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을 해선 안 된다”는 말을 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그간 ‘이념’을 중시하며 반대세력을 거칠게 몰아붙이던 윤 대통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반성’ ‘소통’ 등 키워드를 꺼내고 있다.

▲2023년 10월19일자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그러나 19일 주요 신문을 비롯한 언론은 윤 대통령이 실질적인 변화를 보일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현상 중앙일보 논설실장은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즐겨 ‘몸을 기울여 듣다’는 의미의 ‘傾聽(경청)’을 붓글씨로 즐겨쓴 일화를 전하며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윤 대통령의 처음이자 마지막 기자회견이었다. 지난해 11월 18일 중단된 출근길 질의 응답(도어스테핑)은 재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말하지 않을 수 있는’ 권력을 국민에게 행사한 셈이다. 용산은 이를 ‘묵묵함’이라고 쓰지만, 국민은 ‘답답함’이라고 읽는다. ‘의연함’이라고 말하지만, ‘오만’이라고 느낀다”며 “듣기 싫은 소리라도 반응해야 한다. 쇼라도 해야 한다. 몸 기울이지 않으면 듣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실은 국민을 상대로 ‘침묵할 수 있는 권력’을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시평] 저절로 통하는 정치는 없다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윤 대통령에게 ‘59분 대통령’ 이라는 탄식조의 별명이 생겼다. 한 시간 회의하면 대통령이 59분 동안 혼자 얘기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는 대통령이 화내며 고함친다는 얘기가 자주 들려온다. 그래야 참모들이 움직인다는 게 대통령 판단이라고 한다. 대통령의 강한 자기 확신은 상대방 입을 닫게 만든다”며 “제왕적 대통령 안 하려고 청와대를 탈출한다더니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제왕적 국정 운영을 하는 역설을 목격 중”이라고 했다. 김 논설주간은 이 칼럼에서 “대통령 또는 김건희 여사와 “어떤 사이냐” 를 묻게 만드는 인사(人事), 이준석 전 대표와의 결별은 어쩔 수 없었다손 치더라도 나경원, 안철수까지 폭력적으로 내치며 억지로 밀어 올린 김기현 체제, 홍범도 흉상 철거의 정당성을 주입하려는 이념 잣대 등이 지지율을 깎아 먹었다”고 했다. [김창균 칼럼] 이럴 거면 뭐 하러 용산 이전 고집했나

정진황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무엇 하나 매끄러운 게 없는 국정 난맥상을 두고 윤석열 정부는 거대 야당 탓을 할지 모르겠다. 그 핸디캡조차 돌파하는 게 정부 능력이다. 예컨대 정치가 대화와 타협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이 정부만큼 야당 포용에 인색한 예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경제는 신용에 기반하고, 정치는 국민 신뢰에 기반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우리의 정치체제에서 어느 대통령이나 권력에 의존하고, 취하기 쉽다. 총선이 문제가 아니라 퇴임 후 권력을 누린 대통령으로 기억될지, 신뢰를 누린 대통령으로 기억될지는 윤 대통령 하기에 달렸다”고 했다. [메아리] 권력을 누릴 건가, 신뢰를 누릴 건가

▲2023년 10월19일자 한국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논설위원 등 칼럼.

권태호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은 “윤 대통령 주변은 ‘안전자산 투자자’들로 채워져 있지 않은가.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져도, ‘용산’ 참모들 공천 이야기만 자가 발전식으로 숱하게 들린다”며 “윤 대통령은 선거 참패 뒤인 지난 13일 국민의힘을 향해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할 것을 주문했다. 17일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에선 위원들을 향해 수십년 관료 생활을 한 내가 더 전문가니까 외부에서 가타부타 안 해도 내가 다 안다는 생각을 가져선’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들은 말이 아니고, 한 말이다. 앞으로도 문제가 생기면 ‘차분하게’ 지나치거나, 아랫사람만 ‘딱딱’ 책임질 것 같다”고 했다. [권태호 칼럼] TK, ‘70대 이상’이 지키는 ‘차분한’ 대통령

박희준 세계일보 논설위원은 “대화와 타협, 소통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정치의 문법은 검찰과 다르다”며 “지난해 5월 용산 시대를 열던 때의 초심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참모들과 활발해진 소통의 각도를 돌리면 된다. 국민과 각계 각층, 그리고 야당으로도. “대통령님 여길 봐 주세요”라는 목소리가 똑똑히 들릴 것이다”라고 했다. [세계포럼] 검찰총장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서울법대 동기’ 헌법재판소장 후보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다음달로 임기가 끝나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임으로 이종석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 이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임기 만료가 내년 10월까지라는 점에서 ‘최대 11개월짜리’ 헌재소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연장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야권은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라는 점 등을 문제삼고 있다. 헌재 소장은 국회의원 과반 출석 및 찬성을 받아야 임명될 수 있다.

한겨레는 <헌법재판관 5년 내내 ‘보수’ 대변…낙태죄도 보안법도 “합헌”> 기사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 힘) 추천으로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임명된 이 후보자는 매우 강한 보수 성향을 띠고 있다”며 “2019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 당시 이 후보자는 낙태죄가 ‘합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들이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 쟁의 심판 사건에서도 개정 검찰청법 등이 법무장관과 검사들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소수의견을” 냈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사건에선 이 장관의 사전 예방조치, 사후 재난 대응, 사후 발언 모두 문제가 없다는 법정 의견편에 섰다”는 설명이다. 이 신문은 “(이 후보자는) 국가보안법 위헌 소원 사건에서도 이적 행위 조항과 이적 표현물 조항에 대해 모두 합헌으로 판단했다”며 “위장전입 의혹 등 과거 재판관 인사청문때 제기된 문제도 향후 소장 인사청문 과정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2023년 10월19일 한겨레 기사

국민일보 <文정부땐 인준 통과...‘尹 절친’ 공격하면서도 꺼림직한 민주당> 기사는 “민주당의 고민도 깊다”며 “이균용 전대법원장 후보자를 낙마시킨 민주당이 이후보자까지 주저앉힐 경우 사법부양대수장이 모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또 이 후보자가 2018년 10월 헌법재판관에 선출될 때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이미 통과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임기 11개월’ 헌재소장 최선인가... 법 개선 앞서 운영 아쉬워)에서 “이종석 재판관을 소장으로 지명하려는 이유는 그가 보수 색채를 가진 것도 있지만, 윤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기인 관계가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많다”며 “지금의 재판관들 중에서 충분히 몇 년의 임기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후보를 고르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 야당은 이번 인사에 윤 대통령이 논란을 무릅쓰고 또 다시 친구의 손을 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행적인 야당의 공격이라고만 치부할 것이 아니다. 여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데엔 ‘인사 참사’가 누적된 원인이 컸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일보 사설(이종석 헌재소장 후보자 인사청문 절차 신속히 진행해야)은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이 동시에 궐석이 되고, 헌법재판관과 대법관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과 여당은 이런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속히 수습에 나서야 한다. 야당 역시 사법부가 흔들리지 않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간인 학살로 이어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현지시간 기준으로 1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알 아흘리 아랍 병원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 471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병원에 머물던 환자와 의료진, 민간인 등이 희생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측은 서로 상대방의 소행이라 주장하고 있다. 19일자 국내 주요 일간지들도 1면을 비롯한 여러 면의 기사들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다뤘다.

주요 신문들은 이번 참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미칠 영향을 주로 다뤘다. 요르단에서 예정됐던 4자(미국, 이집트, 요르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회담 일정이 전격 취소되는 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순방 구상에 지장이 생겼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에서 “내가 본 바로는 그것은 당신이 아닌 다른 쪽이 한 것처럼 보인다”는 등의 발언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는 논란도 부르고 있다.

▲2023년 10월19일 국민일보 사진 기사

경향신문 <러시아는 점령자, 이스라엘은 희생자… 이중잣대 미 외교 ‘궁지’> 기사는 “근래 들어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화해를 성사시켜 중동 업적을 남기는 데 집중됐다”며 “중동 전문가들은 올해 중반부터 이스라엘 극우연정의 위험성, 무리한 정착촌 확장, 양측 충돌 증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권위 부재 등을 근거로 폭발이 임박했다는 경고를 여러 차례 보냈지만, 미국은 고조되는 갈등의 전조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결과 미국은 중동에서 자국을 향한 분노를 마주하게 됐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과 이스라엘 고위급 인사들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인간 짐승 순수악 등 수위 높은 표현을 쓴 것도 기름을 끼얹었다”는 진단이다.

동아일보 <시진핑-푸틴 “우린 친구, 무역액 사상최대” ... 美제재 우회 공조> 기사의 경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의 해법을 찾느라 궁지에 몰린 사이 중국과 러시아는 더욱 밀착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며 “중-러의 밀착 행보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푸틴 대통령으로 선 일대일로를 통해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고, 시 주석으로 선 푸틴 대통령과 손잡을 경우 중국의 국제적 위상에 손상이 갈 것’이라며 ‘두 정상의 파트너십은 상호 신뢰에 뿌리를 두기보단 서방 압력에 맞서 싸우는 정략 결혼과 같은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위성정당 방지법’ 난항… ‘정당 현수막, 주민 철거’ 조례 등

정의당 등 소수 정당이 ‘위성 정당 방지법’을 발의했지만, 국민의 힘과 민주당이 각자의 선거 유불리만 계산하는 탓에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 <與野, 선거제 개편 눈치만... ‘꼼수 위성정당 방지’ 논의 못해> 기사는 올해 3월 법정선거구 획정 기한에 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요구한 선거구 2차 획정 기한(10월12일)도 지났다며 “정치권에선 선거일 39일 전 선거구가 획정됐던 지난 총선 때처럼 선거 후보자가 등록을 시작한 후에야 지역구가 정해지는 등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는 비례대표제 개편과 지역구 의석수 조정 문제를 두고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2023년 10월 19일자 동아일보 기사

올해 60조원에 가까운 국세가 부족해지며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 <국세 60조 펑크에 지방재정 16조↓ …가난한 지자체 ‘벼랑’> 기사는 “18일 기획재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세수재추계 결과를 보면, 지방교부세 규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내국세는 올해 303조 1천억원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예산 편성 때 예상액(358조원)에 견줘 54조 9천억원이 감소한 규모”라며 “임호선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행정안 전부에서 받은 지자체별 기금 적립현황을 보면, 예치금이 아예 없는 기초지 자체가 19곳이고 올해 가용 예치금이 10억원 미만인 곳도 12곳이나 됐다. 기금을 쓸 수 없는 지자체는 교부세 감소액에 맞춰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을 중단하거나 지방채 발행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에서 혐오나 모욕적 내용이 담긴 정당 현수막에 대한 불법성을 주민이 판단해 철거 결정을 내리게 하는 조례가 제정됐다. 경향신문 <‘정당들 비방 현수막, 주민이 철거‘ 첫 조례> 기사는 서울 송파구가 19일 혐오 비방 모욕 문구의 정당 현수막 금지 조례를 제정해 공포한다는 계획을 보도했다. 조례에 따르면 혐오나 비방, 모욕의 내용을 담은 정당 현수막은 원칙적으로 게시할 수 없고, 교통과 보행자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곳에 현수막을 설치할 수 없다. 현수막 게시는 1회 15일 이내로 기한을 두고, 같은 내용은 2회 이상 달 수 없게 했다. 현수막 철거는 행정동별 3명씩 총 81명으로 구성된 주민평가단이 결정한다. 이 기사는 “송파구가 지난 8월 주민 974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비방하는 내용이 담겼거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 즉시 철거해야 한다 는 의견이 93%였다”며 “행정안전부는 상위법에 위배된다는 해석을 내렸지만 조례 제정 및 개정절차를 밟는 지자체는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 “이토록 XY한 대법원”

경향신문이 법원 내 사법행정과 관련된 주요 보직의 현황을 전수 분석한 결과 올해 전국 37개 법원 중 여성 법원장은 울산지방법원 한 곳, 법원장급이 참석하는 전국법원장회의를 기준으로 따지면 윤승은 법원 도서관장을 포함해 여성이 2명으로 나타났다. 전국 법원장과 지원장 가운데 여성은 2019년 7명(8.8%)에서 2022년 13명(15.7%)까지 늘어났다가 2023년 7명(8.4%)으로 떵러졌다. 경향신문은 “여성 법관은 아동 여성 젠더와 같은 현안에 의견이 필요할 때만 불려가고, 헌법 조세 도산법 등 전문성을 가진 분야나 사법행정의 주요 현안과 관련된 위원회의 장 같은 자리는 모두 남성 법관에게 돌아간다”는 내부 진단을 전하면서 “사법 행정 경험이 대법관의 주요 자질로 여겨지는 터라 여성 법관들은 대법관 후보에 오르는 절차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23년 10월19일 경향신문 기사

이 방송사, 이 OTT에선 못 보는 것들?

방탄소년단(BTS)은 MBC ‘쇼!음악중심’에 나오지 않았고, 임영웅은 KBS ‘뮤직뱅크’에서 볼 수 없었다. KT스튜디오지니가 OTT에 팔지 않은 드라마 ‘악인전기’는 KT 산하 인터넷TV(IPTV)인 지니TV와 케이블채널 ENA에서만 볼 수 있다. 한국일보 <BTS·임영웅 신곡 무대, 이 방송사에선 못 본다... 왜?> 기사는 전자를 “대중문화 시장의 권력이 방송사 등 플랫폼에서 스타를 보유한 기획사 쪽으로 확연하게 넘어갔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로 들며, 후자와 관련해 “힘의 불균형과 불신으로 촉발되는 패싱의 양상은 방송가에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되돌리려는 움직임으로 최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짜뉴스’를 칼날 삼아 휘두르는 여권

박수련 중앙일보 IT산업부장이 <[노트북을 열며] ‘가짜 뉴스’라는 함정>에서 “정쟁으로 오염된 지 오래인 ‘가짜 뉴스’를 전투 용어로 채택한 것부터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박 부장은 “뉴스 말고도 온라인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콘텐트는 너무 많다. 악의적으로 정보를 조작해 SNS에 유포하는 비용은 너무 싸다. 글로벌 미디어 업계가 가짜 뉴스 대신 ‘허위 조작 정보’(disinformation)로 칭하고, 정책적·기술적 대안을 찾는 배경이다. ‘가짜’와 ‘뉴스’를 합친 용어가 사실 검증에 충실한 ‘진짜 뉴스’에 대한 불신마저 키운다는 우려도 크다”며 “우리의 ‘정보 공간’을 둘러싼 이 복잡한 전쟁에서 진위 검증은 아무리 유능한 정부도, 아무리 잘난 기자도 독점할 수 없다. 전 정권에서 그 전쟁의 실패를 목격한 시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닭 잡던 칼로 소를 잡을 수는 없다는 걸, 이번 정부는 정말 모르는 걸까. 알고도 모르는 체하는 걸까. 둘 다 아니길 빈다”고 했다.

 

 

노지민 기자jmno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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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역대 최대 규모 윤석열 퇴진 총궐기 연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10/19 11:41
  • 수정일
    2023/10/19 11:4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정강산 기자
  •  
  •  승인 2023.10.18 19:08
  •  
  •  댓글 0
 

▲18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11.11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11월 11일,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가 열린다.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가 주도한 지난 세 차례의 범국민대회에서 이미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퇴진 요구에 힘을 모은 가운데, 이번 총궐기에는 전국민중행동과 전국비상시국회의까지 합세하여 퇴진 대오의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18일 오전, 시민단체들이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여 총궐기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 찬동에서부터 언론장악, 부자감세, 노조탄압, 농민말살, 여가부 폐지 강행까지 퇴진 사유는 차고도 넘친다”며 “윤석열 정권 집권 이후 가장 많은 20만 명이 집결해 정권퇴진을 외칠 것”이라 밝혔다.

또한 이들은 ‘윤석열 정권 퇴진 대행진단’을 조직하여 오는 20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전국규모의 퇴진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 예고했다.

▲박석운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민생파탄, 민주주의 파괴, 평화위협...정의와 퇴행의 갈림길

여는 발언에 나선 퇴진운동본부 박석운 공동대표는 “윤 정부는 일본의 저강도 핵 테러에 앞잡이 노릇을 한 데 이어, 파업한 화물노동자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고 건설노동자를 깡패로 몰며 무차별적인 탄압을 자행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것도 모자라 미일한 군사동맹을 가속화 하여 북중러와 군사대결 체제를 고조시키기까지 했다”며 “민생파탄, 민주주의 파괴, 평화위협으로 일관하는 윤 정권을 향해 즉각 퇴진을 요구하자”고 독려했다.

윤석열정권심판서울시국회의 이장희 공동상임대표 역시 윤 정부의 실정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이 상임대표는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례없이 44만 가구가 고시원 수준 주거환경에 놓여있는데, 윤 정부는 민생을 살피기는커녕 대기업 법인세와 상속세를 감면하는 등 재벌대기업의 혜택을 늘리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국민 생존권과 환경권이 달린 핵오염수 문제에도 한마디 못한 채 되려 항의하는 이들을 ‘괴담선동’이라 몰고 국민 혈세로 핵오염수 안전성을 홍보하고 나섰다”며 “한국은 역사 정의냐 퇴행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윤 정부, 과거 팔아 치우며 현재·미래도 팔아

전국비상시국회의 정해랑 조직위원장은 윤 정부가 추진한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을 거론했다.

그는 “한국의 역대 어떤 독재자도 일본에 죄를 묻지 않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는데, 윤 대통령은 그걸 하고 있다”며 “과거를 팔아먹는 자는 현재와 미래도 팔아먹을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무책임도 규탄 대상이었다.

정 조직위원장은 “여론 수렴도 않고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후 경찰 관심과 인력이 분산돼 이태원 참사가 났지만 책임진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며 “이게 윤 정부의 민낯”이라 일갈했다.

▲현수막 퍼포먼스에 합류한 청소년들

길 잃은 역사...민중이 방향 찾을 수 있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양옥희 회장은 “윤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하긴커녕 전쟁 연습에 열을 올리더니 미국과 일본도 하지 않은 ‘탈중국’을 선언했다”면서 “덕분에 경제에는 망조가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가 길을 잃었을 때 방향을 찾아주는 것은 민중”이라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정부와는 더이상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며 “우리 농민들과 노동자, 빈민들이 함께 반격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퇴진광장을 열어 윤 정부의 반민생 반민주 반평화 폭주를 멈출 것”이라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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