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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전략적, 작전적으로 러시아를 이길 수 없다"

한설 전 육군군사연구소 소장, [통일뉴스] 월례강좌서 '한반도 독자적 인식' 강조

  • 기자명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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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3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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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11.0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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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 전 육군군사연구소 소장이 17일 저녁 '우크라이나 전쟁 평가 및 북러관계 전망'주제의 '2023년 10월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새로운 국제관계 질서에 대한 한반도 독자적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조천현]
한설 전 육군군사연구소 소장이 17일 저녁 '우크라이나 전쟁 평가 및 북러관계 전망'주제의 '2023년 10월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새로운 국제관계 질서에 대한 한반도 독자적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조천현]

바야흐로 세계는 기존 질서를 해체하려는 측과 고수하려는 측의 사생결단, 일대 접전의 소용돌이속 예측불허의 현실에 직면해 있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새로운 전황이 벌어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참상은 이 세기적 격변이 또 다른 전장을 필요로 할 지 모른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가히 전쟁의 시대이다.

정세의 복잡성은 여느 때보다 더하지만 새로운 질서를 향한 도전과 전개를 예의주시하고 결말을 예측하는 것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일이다. 사이버 선전과 기만전술, 가짜 뉴스를 동원한 정보전을 중요하게 활용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쟁은 전쟁의 의도와 성격을 파악하는데서 수시로 혼란을 일으키게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사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선별하고 분석, 종합하는 능력이 더욱 필요하다. 

그러나 복잡하게 전개되는 국제관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것은 무엇보다도 진영간 대결이 심화되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 운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편에서 세계 패권을 완강하게 유지하려는 미국이 일본과 한국을 3각 군사동맹으로 묶고, 다른 한편으로는 반제국주의 국제연대를 구축하려는 러시아-북한이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가운데 한반도는 곧 터질 수 있는 세계의 화약고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7일 저녁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평가 및 북러관계 전망'주제의 '2023년 10월 [통일뉴스] 월례강좌' 

한설 전 육군군사연구소 소장은 복잡한 국제관계를 해석하는데 있어 '명확하게 바뀌고 있으나 굉장히 혼란스럽고 아직 정리가 돼 있지 않는 시대'에 대해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사적 전환기에 기존의 인식체계로는 한계가 있으니 새로운 관점을 정립해야 한다고도 했다.

새로운 관점이란 '사회주의 진영 대 자본주의 진영', 또는 '잘사는 북반부와 못사는 남반부'와 같은 기존 틀로는 변화하는 세계를 해석하는데 한계에 봉착하게 되니,  '집단서방(Collective West)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라는 관점으로 접근해보자는 것.

또 '가치와 이념을 지향한다'는 허구적 이상이 아니라 '철저히 이익'이라는 현실주의에 입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치와 이념, 이상으로 포장해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부추기는 기존 언론과 지식인들의 논조는 '미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고 만든 선전, 선동'에 불과하며 '반국가적'이라고 했다.

서방 언론은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 우크라이나의 나치 준동 문제를 집중적으로 문제제기하다가 전쟁이 벌어지자 '우크라이나에 명예를(Slava Ukraina!)'을 외치며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다. [사진-한설 제공]
서방 언론은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 우크라이나의 나치 준동 문제를 집중적으로 문제제기하다가 전쟁이 벌어지자 '우크라이나에 명예를(Slava Ukraina!)'을 외치며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다. [사진-한설 제공]

예를 들어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 서방 언론은 우크라이나의 나치 준동 문제를 집중적으로 문제제기하다가 전쟁이 벌어지자 '우크라이나에 명예를(Slava Ukraina!)'을 외치며 갑자기 바뀌었는데, 한국사회에서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인사들조차 우크라이나가 민주주의 국가인 것처럼 지지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고 있는 것은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에서, 말로는 민주주의와 가치를 이야기하지만 사실상 나치를 지지하는 꼴이 된 이들에게 '왜 나치를 지지하느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하겠느냐는 것이다.

전쟁을 해석하는 또 하나의 맹점은 누가 먼저 공격했느냐에 집착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먼저 우크라이나를 침략했으니 전쟁에 대한 책임은 러시아에 있다고 생각하는 건 굉장히 단편적이라는 것.  

예컨대, 제1차 세계대전( 1914년 7월 28일~1918년 11월 11일)은 세르비아에서 한 청년이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를 저격한 것이 발단이 된 것이긴 하지만 전쟁의 원인은 '비스마르크 이후 갈라진 유럽 동맹체제의 충돌'이거나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인 제국주의의 세계 재분할을 둘러싼 투쟁'으로 해석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정리된 견해인데, 그런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달리 보이는 지점이 있다고 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점령한 이후 오바마 행정부는 키에프에 무기판매를 제한했으나 이후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적극적인 군사지원을 실시하는 것으로 정책을 바꾸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2021년 4월 나토 가입이 되지 않을 경우 핵무장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에 이른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재로 우크라이나의 중립화가 타진되었으나 미국과 우크라이나 모두 거부했고, 러시아가 미국에 최후 요구로 제안한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금지'도 2022년 1월 27일 거절당한다. 이때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방어태세를 강화하고 러시아 공격에 대비해 신속하고 단결된 대응을 준비하는데 있어 동일한 집중력과 위력을 갖고 행동하고 있다"는 '미국의 핵심원칙'을 밝혔다. 

한 전 소장은 이같은 정황으로 보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의 나토 동진을 배경적 요인으로 하며, 6~7주간 진행된 '외교의 시간' 과정을 살펴보아도 전쟁을 유도한 건 미국이며, 끝까지 외교적 해결을 추구한 건 러시아였다고 평가하면서 '침략전쟁이자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결'이라는 미국의 주장은 대단히 일방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설 전 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이 러시아를 이길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사진-조천현]
한설 전 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이 러시아를 이길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사진-조천현]

그렇다면 지난해 2월 24일 발발 이후 1년 8개월째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의 승패는 어떻게 갈릴까?

결론은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러시아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

그에 따르면, 전쟁을 시작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전략과 작전 측면에서 확고한 우위에 서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전략은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먼저 2018년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을 러시아라고 규정했는데, 왜 중국이 아니고 러시아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하나. 2019년 랜드연구소가 발표한 정책제안서(Overextending and Unbalancing Russia, 러시아의 과도한 확장과 불균형)에는 '어떻게 러시아를 붕괴시킬 것인가'라는 주제에 맞추어 냉전시대에 소련을 그렇게 했던 것처럼 러시아로 하여금 과도한 군비지출을 하도록 하고 경제제재를 가해 굴복시키려는 내용이 담겨있다.

실제 미국은 이 제안서에 따라 전쟁을 수행해 왔는데, 그는 "전략을 계획할 때는 바라는 효과도 있지만 그것이 제대로 안되었을 때의 대안도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은 유감스럽게도 내가 하면 모든 게 다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하면서 "만일 경제제재로 러시아를 굴복시키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마도 미국이 패권을 잃고 망하게 되면 바로 그런 질문을 던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는 전쟁을 준비하면서 전략, 전술적인 측면에서 또 지향하는 목표 등이 굉장히 분명하고 명쾌했다고 한다.

명시적으로 러시아가 내세운 전략과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탈 나치화와 비군사화'이지만, 이건 군사적 목표로는 달성 불가능한 것이다.

그는 "추상적인 목표를 제시했지만 기본적으로 러시아의 최소 1차적인 목표는 우크라이나를 없애는 것, 확보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명시적인 목표와 이면에 숨어있는 목표가 따로 있으니 그걸 분별해서 보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나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의 실제적인 목표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 즉 나토가 주도하는 질서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전쟁 진행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러시아는 분명히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지금과 같은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속에서는 러시아가 생존의 위협을 받으니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어도 유럽 지역에서는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겠다"라는 분명한 목표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런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느냐 하는 문제도 전쟁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는 미국의 대러시아 경제제재가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군사작전적 측면에서 어느 편이 우위에 있는지를 기준으로 전황을 분석, 전망했다.

먼저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말 현재 전쟁이 한창이던 러시아는 석유가격이 올라서 전년도 국가경제규모 세계 10위에서 세계 8위로 올랐고, 전쟁의 영향을 받은 한국은 오히려 11위에서 13위로 떨어졌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집중적인 경제제재를 경험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준비를 했던 것 같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자체 평가를 토대로 2022년 8월 발표한 경제전망에 따르면, 러시아 우랄 석유는 기본적으로 2022년 배럴당 80달러에서 2025년 55달러까지 순차적으로 떨어질 것이며, 최악의 경우 2023년말에 40달러선을 유지하는 경우 루블화 약세와 공급망 붕괴로 그해 물가가 13~16%까지 오르는 인플레이션 상황이 닥치게 되지만 그 경우에도 기준금리가 각각 11.5~13%까지 상승하다 2025년에는 연 6~7%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 서방이 2025년까지 경제제재를 유지해 최악의 상황까지 몰리더라도 러시아 경제는 2023년에 저점을 기록하고 그 다음해 부터는 나아진다는 의미이다.

현재 유가가 배럴당 84.5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러시아는 석유를 팔아서 돈을 많이 벌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를 반영하듯 IMF도 2023년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을 2%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1.8%), 프랑스(0.8%), 영국(0.4%), 독일(-0.4%)과 비교하면, 경제제재로 러시아를 굴복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오히려 유럽 국가들이 훨씬 취약한 상태에 빠졌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이처럼 전략적 측면에서 완전한 오산과 오판이 발생하면 작전적 성공으로 실패를 만회할 수 없다고 했다.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미국이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고 단정한 이유이다. "이런 전쟁은 하면 안된다. 안되는 전쟁을 하면 패배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우크라이나 전황. 2022년 2월 [사진-한설 제공]
우크라이나 전황. 2022년 2월 [사진-한설 제공]

그렇더라도, 군사 작전적 측면에서는 어떨까?

"전쟁의 양상이 많이 변했고, 이에 잘 적응해가면서 전쟁을 수행한 건 러시아였고, 우크라이나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총평이다.

△제1단계 키에프 공격(2022년 2월 24일~3월 31일) △제2단계 남부지역 4개주 점령과 소모전략으로 전환(2022년 4월 1일~2023년 6월말) △제3단계 우크라이나의 반격작전(2023년 7월~8월) △제4단계 러시아의 공세전환(2023년 8월 이후)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땅이 질퍽거리는 진창이 생겨 장비 기동이 불가능한 '라스푸티차' 시기에 전투를 벌인 제1단계에서는 러시아가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철수를 했는데, 2~3일만에 즉각 군대를 다 빼버리고 제2단계로 넘어가는 걸 보면서 러시아의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전쟁 초기 2~3주만에 신속한 작전으로 전쟁을 끝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황이 전개되고 교착상태에 빠진 배경이다.

'실패라고 판단되면 망설임없이 부대를 다 빼는 쉽지 않은 결정'을 할 수 있는 비결로 하이브리드 전쟁의 개념을 정립한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의 존재를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1일부터 지금까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부지역은 완전히 포기하고 남북지역을 도네츠크, 돈바스지역으로 축소해 4개주를 점령하고는 군사적 전통인 '소모전략'으로 전환했다.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전한 언론보도와 달리 2단계 기간에 러시아는 북부지역에서 철수하고 일부 전선은 축소시키면서 '유생역량 말살'에 집중하면서 최소 30만명에서 40만명의 우크라이나군을 사살했다.

우크라이나가 반격작전을 시작한 3단계에서 약 11만명 정도의 사상자가 발생함으로써 1년 수개월의 전쟁기간에 우크라이나군 전사자는 약 50만명에 달하게 되는데, 통상 전사자의 3배로 추정하는 부상자를 합하면 총 20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남아있는 2천만명이 채 안되는 전체 인구 중 10% 정도가 몰살되었다고 봐야 하는데, 정상적인 나라로서 존재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러시아는 8월 이후 본격적인 공세작전을 앞둔 일련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작전 계획을 수립중인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측 발표에 따르면, 올해 7~8월부터 생산하는 각종 군수장비의 양이 지난 1년동안 생산한 것과 비슷한 규모라고 한다.

한 전 소장은 드론과 방공무기체계의 발전으로 전통적인 무기체계인 전차와 항공기는 모두 무용지물이 되었고, 별 의미가 없다고 보았던 포병이 더 중요해졌으며,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주로 사용한 참호전과 공성전 개념으로 전쟁 양상이 변화한 것도 이번 전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특징이라고 짚었다.

다시 한번 결론은 "미국은 전략적으로 러시아를 굴복시킬 수가 없고 군사 작전적으로도 이길 수 없다. 설사 미군을 다 투입해도 러시아군을 이길 수 없다"는 것.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은 협상보다는 러시아의 군사작전으로 일정 지역을 점령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조천현]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은 협상보다는 러시아의 군사작전으로 일정 지역을 점령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조천현]

전쟁의 종결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통상 협상에 의한 종전 가능성과 군사작전으로 점령을 끝내면서 종료되는 두가지 방법이 있으나 협상에 의한 방법은 거의 가능성이 없다고 보았다.

미국은 협상을 해야 할 상황이지만 러시아로서는 협상으로 전쟁을 끝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전쟁 중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나섰던 미-러 협상은 실패로 끝났는데, 러시아의 휴전 조건은 '나토 해체'였다.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남은 방법은 러시아가 동부 우크라이나 및 흑해 연안을 완전 차단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역을 점령, 나아가 발트해 끝자락의 칼리닌그라드에서 벨라루시까지 연결되는 약 100km의 수왈키 회랑을 확보해 발트3국을 서방과 떼어놓은 뒤 종전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러시아의 결정적 군사작전은 △올해 겨울 12월 중순 이후 땅이 어는 계절적 요인 △내년 11월 미국 대선 △올 11월 중반 이후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지원 예산안 통과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았다. 

이날 월례강좌는 지난해 2월 24일 발발 이후 1년 8개월째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개와 전망, 그리고 9월 13일 김정은-푸틴 정상회담 이후 심화되는 북러관계가 한반도 상황에 미칠 영향 등을 주제로 정했으나 강좌 열흘 전(10.7) 하마스의 이스라엘 무력공격으로 촉발된 중동사태와 아프리카 사헬지대에서 잇달아 발생한 군사쿠데타에 대한 분석이 더해졌다.

새로운 국제관계의 흐름, 북러관계에 대한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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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 23조 줄였다는 대통령…“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

  • 기자명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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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0.3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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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출 항목 내역 공개 거부

    건전하지 않은 건전재정

    민생 없는 민생예산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자당 대통령의 최고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거짓말과 아집은 이명박 대통령을 능가했고, 유체이탈 화법이 쏟아내는 자가당착은 박근혜 대통령을 뛰어넘었다.

    시정연설 내내 건전하지 않은 건전재정을 떠들었고, 민생이 빠진 민생예산을 노래했다. 특히 항목 공개를 거부한 지출 축소 자랑은 가히 압권이라 할만하다.

    윤 대통령은 건전재정을 위해 지출예산 23조 원을 줄였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어떤 항목을 얼마나 줄였는지, 내역을 공개하라는 국회의 거듭된 요청에는 묵묵부답이다. 줄인 지출 항목을 모르는데 도대체 무슨 수로 검증한단 말인가.

    윤 대통령은 검증 따위는 하지 말고, 그저 정부를 믿으란다. 보지 않고 믿는 자에게 축복이라도 내릴 기세다.

    윤 대통령은 ‘건전재정’을 무려 6번 반복했다. 내년 총지출이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2.8%)이라며 콕 찍어 자랑했다. 내년도 물가 3% 인상 전망과 비교하면 지출은 분명 축소한 것이 맞다.

    하지만 내년 예산은 건전재정이 아니다. 왜냐하면 총지출은 2.8% 증가했지만, 총수입이 2.2% 감소했기 때문이다. 줄인 지출보다 줄어든 수입이 훨씬 많은, 이런 적자재정이 어떻게 건전재정으로 둔갑한단 말인가.

    마치 “이번 시험 1등 했어”라고 자랑한 학생이 알고보니 “뒤에서”라는 말을 빼먹은 것과 같지 않은가.

    윤 대통령은 사회복지 예산을 늘여 서민과 취약계층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실제 사회복지 예산이 늘어난 건 맞다. 하지만 사회복지 예산 중 공적연금이 왕창 늘어났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문제는 공적연금(국민연금, 노인기초연금 등) 관련 법은 하나도 개정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법이 개정되지 않았는데 공적연금 예산이 어떻게 올랐을까? 이는 정부가 복지예산을 늘리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다기 보다, 노령인구 증가와 물가인상에 따른 자연증가분의 영향으로 해석해야 옳다.

    결국 윤 대통령은 최저 생계급여 지급액 등을 늘려 민생예산을 확보했다고 큰소리쳤지만, 증가분은 극히 미미하다. 특히 물가 인상률을 고려하면 늘었다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수준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연구개발(R&D) 예산도 그렇다. 단지 예산이 준 것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문제는 어떤 R&D 예산을 줄였고, 어떤 R&D 예산을 늘렸냐는 데 있다.

    윤 대통령은 첨단 AI 디지털, 우주, 차세대 원자력 등에 대한 R&D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탄소 중립, 미세먼지, 중소기업, 지방정부 관련 R&D 예산은 줄어들었다.

    R&D 예산 편승을 두고 따지려고 치면 한도 끝도 없다. 하지만 최소한 탄소 중립 예산만은 줄여선 안 된다.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류의 미래가 달린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노동을 여전히 개혁 대상으로 설정했다. 노동조합 활동을 불법이냐, 합법이냐로만 구분하는 검찰 시각을 버리지 못했다. 노동조합 회계를 들여다보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원안 통과를 부탁하는 자리다. 그렇다면 국가 예산 마련을 위해 세금을 내준 국민에게 감사의 인사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하긴 납세자 70%에 달하는 노동자를 응징하겠다는 대통령에게 기대할 말은 아니긴 하다.

    그래서일까.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듣는 내내 강성희 의원이 든 손피켓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라는 문구가 자꾸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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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검 부장 “尹총장, 총선 직전 ‘육사 갔다면 쿠데타’ 말해”

  • 정철운 기자 
  •  
  •  입력 2023.10.31 07:33
  •  
  •  수정 2023.10.31 09:27
  •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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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수 전 감찰부장, ‘고발사주’ 재판 증인 출석해 ‘2020년 3월19일 쿠데타 발언’ 증언

    “고발장 작성, 총장 지시하에 수정관실 작성하고 나가기 전에도 총장 컨펌 이뤄졌을 것”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연합뉴스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지난 30일 ‘고발사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총선 직전이던 2020년 3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쿠데타’를 언급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공모 의혹과 관련한 구체적 진술에 나섰다. 한동수 전 대검 부장은 윤 총장과 함께 일했으며 고발사주 의혹이 불거진 2021년 9월 이후 손준성 검사 등을 상대로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그는 2020년 총선 직전 드러난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 본질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며 “검언유착과 고발사주는 한 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발사주’ 사건의 핵심은 2020년 4월3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수정관실 또는 범정) 소속 손준성 검사가 김웅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를 통해 “선거 개입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허위 기획보도’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을 사주했느냐다. 고발장 속 ‘허위 기획보도 피해자’는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법무부장관 등이다. 공수처는 손 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는데, 범정이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통하는 만큼 손 검사가 유죄를 받을 경우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현직 대통령의 공모 여부가 주목받게 된다.

    한동수 전 부장은 재판에서 총선 직전이던 2020년 1월을 떠올리며 “윤 총장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이끌어 내신 분한테 전화를 받고 ‘출마에 지장 없도록 기소했다’고 답했다고 말씀하셔서 너무 깜짝 놀랐다”고 증언했다. 또 “3월19일 서래마을 한우집에서 윤 총장 바로 옆에 있었는데 윤 총장이 ‘일제 때 태어났다면 마약 판매상이나 독립운동을 했을 것이다. 만일 육사에 갔다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다. 쿠데타는 중령이 한 것이다. 검찰로 치면 부장검사에 해당한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면서 “충격적이었다”고 증언했다. 이 무렵 윤 총장과 정부·여당 관계는 조국 사태를 거치며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한동수 전 부장은 또 “(윤 총장이) 조선일보 사주를 만났다고 했다. 조선일보 사주는 평안도에서 내려온 사람들인데 반공정신이 투철하다고 했다”고 전한 뒤 “총장은 ‘검찰의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다’라고 했다. 공안정국도 아니고 왜 현직 검찰총장이 이런 말씀을 하는지 놀랐다”고 증언했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만남은 정치적 야심을 드러냈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검찰. ⓒ연합뉴스

    한동수 전 부장은 지난 5일 증언에 이어 30일 증언에서도 ‘고발사주’ 사건에 윤 총장이 공범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부장은 “손준성 검사 개인이 혼자 했을 리 만무하다는 건 검찰에서는 누구나 동의하는 사안”이라며 “고발장 작성은 손준성 개인의 일탈이 아니고, 총장 지시하에 수정관실 검사와 수사관들이 함께 작성했고 나가기 전에도 총장 컨펌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는 총·차장 비서와 손 검사 사이 메신저 기록을 강조했다.

    한 전 부장은 “2020년 4월2일 저녁과 4월3일 아침 최○○, 문○○ 총장실·차장실 비서와 손준성 검사가 메신저를 주고받았다. 통상 대검에선 총·차장이 찾을 때, 또는 총·차장에게 보고가 가능하냐고 물을 때 이런 메신저들이 간다”면서 “총장을 보려면 ‘뵙고자 한다’고 총장 비서에게 메신저를 보낸다. 메신저를 받으면 바로 내려간다. (고발장 전달 당일) 메신저가 있는 상황으로 봐서 그 시간에 바로 내려가서 대면보고 했을 거라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그 시기 수정관실에서 이것보다 중요한 현안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앞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지난해 5월 한동훈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가리켜 “(윤석열 총장이) 보수언론 권력을 배경으로 해서 야심 있고 똑똑한 부하 검사들과 함께 검찰권을 사유화해서 자신의 대권을 획득하고 검찰의 이익과 권한을 영속화하고자 하는, 검찰 개혁을 저지하고자 하는 일련의 행동들”로 평가했다. 한 전 부장은 이날 재판에서 “채널A 사건은 고발 사주의 동기와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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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운 기자pierce@mediatoday.co.kr

    #고발사주#검언유착#한동수#윤석열#선거법#손준성#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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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위 정론] 싸우는 사람들

[민족위 정론] 싸우는 사람들

 

신은섭 통신원 | 기사입력 2023/10/31 [00:05]
  •  
 

<순서>

1. 31년

2. 신음하는 우리 땅

3. 미국의 한반도 집착

4. 싸우는 사람들

5. 새로운 시대

 

1. 31년

 

1992년 10월 28일 주한미군 범죄 중 가장 잔혹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윤금이 씨 살해 사건’이 있었습니다. 윤금이 씨는 미군의 필요에 따라 한국 정부가 관리하는 ‘미군 위안부’였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마치 노예와도 같은 처참한 삶을 살았습니다. 이날 윤금이 씨는 미군 병사 케네스 마클에게 콜라병으로 맞아 앞 얼굴이 함몰되어 과다출혈로 사망에 이르렀고, 그의 시신은 처참하게 훼손된 모습으로 발견됐습니다. 

 

이 땅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한미 관계가 불평등하기 때문입니다. 1945년 일제가 패망하고 이 땅에 들어온 미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점차 한국을 자국의 패권 전략을 실현해 갈 발판으로 변모시켜나갔습니다. 해방 정국에 친일파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데에도 미군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미국은 친일파를 등용해 친미파로 변모시켜 자국의 패권 전략 실현에 활용했습니다. 미군정이 끝난 직후인 1949년 반민특위가 해산되었는데, 이는 미국의 비호·방조가 없이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학살과 전쟁으로 영토를 넓히며 배를 불려온 미 제국주의에 있어 한국의 주권, 한국인의 인권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미군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런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습니다.

 

윤금이 씨 살해 사건이 있었던 1992년으로부터 강산이 세 번 변하고도 남을 31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민이 미국 패권 전략의 희생양이 되어 고통받아야 하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2. 신음하는 우리 땅 

 

지금 이 땅은 완전히 미국의 군사기지, 전쟁 기지로 변하였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에 60여 개(2022년 2월 현재 추정치. 자료 출처 :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의 미군기지가 흩어져 있으면서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의 전쟁 수행을 위한 역할을 나누어 맡고 있습니다. 미군기지가 있는 곳에서는 인근 주민들의 신음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평택에는 여의도 면적의 5배에 달하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가 들어서 있습니다. 미국의 동북아 패권 전략 수행을 위한 핵심 근거지입니다. 이 기지는 평택 주민들을 쫓아내고 논밭을 밀어낸 땅 위에 건설되었습니다. 지역의 도로와 철도가 미군 편의를 위해 계획되고 들어섰습니다. 미군은 세금 한 푼 안 내고 기지 안의 각종 위락시설을 이용하며 한국이 부담한 주둔 지원금(방위비 분담금)으로 호의호식하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은 전투기 소음, 토양 오염 등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군산 공군기지에는 북한, 중국을 향해 언제든 출격이 가능하도록 비행기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미군은 기지의 활주로를 무료로 사용하는데, 오히려 한국 민항기 업체가 미군에 활주로 사용료를 내야 하는 납득할 수 없는 현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역에는 민간인의 항공 추가 수요가 없음에도 오로지 미군을 위해 신공항 건설이 추진 중입니다. 신공항 건설을 위해 새만금 땅과 하제 마을이 짓밟히고 있습니다. 수시로 뜨고 내리는 비행기 때문에 소음 피해가 심각합니다.

 

경북 칠곡의 ‘캠프 캐롤’은 미군이 평택과 군산 등에 전쟁물자를 보급하는 병참 기지입니다. 부산으로 미군 물자가 들어오고 여기에서 각 지역으로 분배합니다. 주한 물자지원사령부가 있고 6병기대대에서는 모든 미군 탄약을 보관하고 관리합니다. 여기에 한국군 장비가 쓰입니다. 무엇이 드나들고 무엇을 보관하는지 모르겠으나 기지의 식수가 발암물질로 알려진 과불화화합물에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기지에서 배출되는 하수가 1,100만 영남 지역민의 식수원인 낙동강을 오염시킬 우려가 큽니다.

 

경북 성주 소성리에는 사드 기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미국 본토를 방어하기 위해 건설한 기지입니다. 사드 레이더가 뿜어내는 전자파는 주민 건강과 생명을 갉아 먹고 있습니다. 기지 운영을 정상화한다느니, 사드-패트리어트 통합 체계를 구축한다느니 하면서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수시로 장비를 반입하는 탓에 주민들의 정신·육체적 건강이 망가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전국 곳곳의 미군기지는 주민 피해를 담보로 건설되었고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미 반환된 기지들도 오염 문제가 무척 심각해 천문학적인 정화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군은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3. 미국의 한반도 집착

 

미군기지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 중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 땅이 언제 전쟁의 참화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현재에도 한반도 전쟁을 포기하지 않고 한국 땅에 있는 미군기지들을 거점으로, 주한미군을 첨병으로 하여 자기의 패권 정책, 전쟁 정책을 실현해 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동북아의 현 정세는 무척 심각합니다. 미국의 처지를 보면 아프가니스탄에서 쫓겨나고 우크라이나에서도 패색이 짙습니다. 지금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상황을 살펴보면 조만간 중동에서마저 밀려나게 생겼습니다. 도무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 동북아에서도 밀려나면 미 제국주의는 그야말로 최후를 맞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동북아는 미 제국주의의 최후 지탱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지금도 대북 적대시 노선을 견지하며 한반도 전쟁을 획책하는 것입니다. 대만 전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힘이 모자란 미국은 동북아 전쟁 정책의 실현을 위해 윤석열을 돌격대로 내세우며 일본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윤석열 집권 이후 한미연합훈련이 급속히 강화되고, 정세 긴장이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10월에만도 한미 연합 대잠수함 훈련 ‘사일런트 샤크’(10월 6일부터 22일까지), 한·미 연합 EHCT(위험성 폭발물 제거팀) 훈련(10월 26일), 한미 연합 대규모 공중훈련 ‘비질런트 디펜스’(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등이 연달아 진행되었거나 진행 중입니다. 

 

일본이 ‘반격능력 보유’와 ‘방위비 증강’을 선언하고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에 빠르게 속도를 내는 것도 대단히 주목되는 현상입니다. 일본은 최근 미국과 토마호크 미사일의 조기 도입을 합의한 데 이어 자국산 장사정 미사일의 조기 배치도 검토 중입니다. 그리고 일본은 유사시 자위대가 사용하기 위해 난세이 제도 등지에 공항·항만 33곳을 확충할 방침입니다. 일본의 재무장을 지지한 것이 바로 미국입니다. 

 

동시에 한·미·일 군사협력 또한 빠르게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초 한·미·일은 연합해상훈련을 진행한 데 이어 22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연합공중훈련까지 진행하였습니다. 이것이 아시아판 나토인 ‘한·미·일 전쟁 동맹’의 실체입니다. 미국의 세계 패권이 약해질수록 한반도에서의 전쟁 책동은 강화될 것입니다. 

 

4. 싸우는 사람들

 

우리 국민은 이런 현실을 그냥 지켜보며 당하고만 있지 않습니다. 곳곳에서 미군기지로 인한 피해에 대응해 주민들이 나서서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땅의 민중들은 자주·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투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미군과의 싸움이 가장 치열하게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곳은 아마도 경북 성주 소성리일 것입니다. 성주에서는 ‘사드 철회 성주대책위원회’가 구성돼 투쟁하고 있습니다. 성주 주민들은 처음에는 자기 동네 인근에 사드 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싸웠지만, 이제는 동북아 평화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많은 성주 주민들이 정신·육체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힘겹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연을 듣고 있자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원불교 성주 성지수호 비대위도’ 싸움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군산미군기지우리땅찾기시민모임’,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미군기지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대책위’, ‘용산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 ‘진해 미군세균부대 추방 경남운동본부’, ‘평택평화시민행동’ 등 각지에 미군기지로 인해 벌어지는 주권 침해에 대응해 싸우는 기구들이 나오고 싸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단체들은 지난 9월 21일 좌담회를 열고 전국 미군기지 네트워크의 필요성에 대해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는 ‘불평등한 한미SOFA개정 국민연대’에서 마련하였습니다. 

 

2022년, 2023년 봄 ‘자주평화원정단’이 활동하며 미군기지로 인한 피해 등을 폭로하고 전쟁 반대·평화수호 활동을 펼쳤습니다. 매해 여름이면 통일선봉대·통일대행진단이 활동하며 미군기지 문제를 해결하고 자주·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벌입니다. 한미연합훈련이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때면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많은 단체가 훈련 반대 투쟁을 진행합니다. 그 외에도 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이 땅의 자주·평화·통일을 위해 투쟁합니다. 민족위도 매주 월요일 평화의 촛불을 듭니다.

 

지난봄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하며 용산미군기지 안 한미연합사에 항의 방문한 대학생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군기지 안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웠지만 ‘이 땅은 우리 땅’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이 선을 넘어야 내가 그렇게 바라던 평화와 통일이 오겠다고 생각해서 결심하게 됐다. 혼자 가라고 했으면 정말 못 갔을 것 같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못 할 것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껏 미군이 이 땅에서 벌인 전쟁 범죄의 피해자들, 유가족들의 억울함과 한에 대해서도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 땅의 자주·평화·통일을 위해 투쟁하는 많은 이들이 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지금 광장에서 타오르는 윤석열 퇴진 촛불을 살펴봐도 우리 국민의 자주·평화·통일 지향을 알 수 있습니다. 촛불국민들은 ‘퇴진이 평화다!’ 구호를 소리높여 외치고 있습니다. 한반도 전쟁 위기를 불러오는 한·미·일 전쟁 동맹에 반대합니다. ‘자주독립’ 네 글자를 너무 사랑합니다. 이렇듯 윤석열 퇴진 촛불도 결국에는 이 땅의 자주·평화·통일과 잇닿아 있습니다. 

 

5. 새로운 시대

 

한 진보 유튜버가 경북 칠곡에 있는 미군기지 ‘캠프 캐롤’을 둘러본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땅이 마치 미국의 도화지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들이 그리는 대북, 대중국 적대정책과 아시아 패권 유지라는 큰 그림에서 우리 국민은 지우개로 지워져 있었습니다.”, “새로운 한반도, 새로운 시대를 우리 손으로 그려내고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미국은 한반도라는 도화지에 전쟁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미군기지들을 잔뜩 건설하고, 수없이 많은 그리고 위험한 전쟁물자를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반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그들의 안중에 없습니다. 이는 2017년 전쟁 위기가 한창일 때 “전쟁이 나도 거기(한반도)에서 나고, 사람이 죽어도 거기에서 죽는다”라고 한 트럼프의 말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이런 현실은 국민주권이 한창 꽃펴 나는 2023년 대한민국의 현실과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미국의 세계 패권이 무너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는 지금입니다. 세계는 미국 중심의 일극 패권 질서를 무너뜨리며 자주와 민주로 나아가고 있는데, 오직 윤석열만 그 반대 방향으로 폭주하고 있습니다. 독재 정권과 맞서 범국민 항쟁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켜 온 우리 국민은 이런 현실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땅은 우리 땅입니다. 이 나라의 주인은 미국도 윤석열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가 주인입니다. 우리 촛불국민은 미국과 일본에 무조건 굴종하며 모든 것을 내주고 망국으로 나라를 이끄는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자주와 평화, 통일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우리 촛불국민의 투쟁으로 이미 새 시대는 열리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힘차게 나아갑시다.

 

 

🔸 ‘민족위 정론’은 당당한 나라, 하나된 겨레,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약칭 민족위)에서 한 주에 한 번 발표하는 논평 형식의 글입니다. 민족위 소식지 ‘피움’에 실리며 자주시보에도 기고 형태로 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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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불의의 사고라 왜곡하고 모든 탓을 희생자 잘못이라 왜곡한다"

[현장]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이태원 1주기 추모미사 개최 "尹 퇴진"

한예섭 기자  |  기사입력 2023.10.31. 05:14:42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대회에 불참한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가 비판의 도마에 오른 가운데,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당일 윤 대통령의 추도사를 두고 "(사회적 참사를) 불의의 사고라고 왜곡한다"며 비판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30일 저녁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주최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미사에 참석해 "정부의 대처가 제대로만 됐어도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당일 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가 주최한 1주기 추모대회에 '정치집회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윤 대통령은 대신 자신이 유년 시절 다니던 교회를 찾아 추도 예배를 드리고 희생자들을 향해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추도사를 올렸다.

 

당일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반드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그분들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을 강조하며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책임을 언급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참사 책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거나 직접적인 사과 표현을 쓰지는 않았다. 유족들이 청원하고 있는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이 같은 윤대통령의 추도사를 두고 "정부에 진상규명을 외치는 이유는 정부의 대처만 제대로 되었어도 단 한 명의 희생자도 그 죽음의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됐었기 때문"이라며 "헌데 대통령은 (사회적 참사를) 불의의 사고라고 왜곡하고 모든 탓을 희생자들 본인의 잘못이라고 왜곡하고 있다. 정부 책임을 회피하고, 그럼으로써 희생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그런 후안무치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유가족들은 앞서 지난 18일 대통령실에 추모제 초청장을 전달했고, 이후 26일 대통령실이 정치집회라는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히자 해명과 함께 다시 한번 초청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로 인해 159명의 청년이 희생된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야속하게도 대통령은 이 자리에 오지 않았다"라며 "어제 (추도사 관련) 뉴스를 보면서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확실하고 분명하게 알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추모예배를 개최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측에는 감사 인사와 함께 "우린 끝까지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그 원인을 찾을 것"이라며 "여러분들과 여러분들 가족, 여러분들 이웃이 두 번 다시 유족이란 이름을 달지 않고 두 번 다시 우리 같이 길거리서 피눈물 흘리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날 사제단의 추모예배는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열린 동시에, 사제단이 지난 9일부터 진행 중인 월요미사의 연장선으로 개최됐다. 해당 행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등 정치 현안을 주제로 시국기도회로, 사제단은 해당 기도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등을 촉구하고 있다. 

 

▲30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주최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미사' ⓒ프레시안(한예섭)

 

사제들은 이날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사회적 참사 및 중대재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해당 참사들은 "천재가 아니라 인재(人災), 구체적으로는 관재(官災)"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해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정부가 국가애도기간을 설정했으면서도 희생자들의 이름은 비공개로 처리, 영정과 위패가 없는 분향소를 차린 일에 대해서도 "당시 대통령의 조문은 가짜였다. 애도의 이름으로 애도를 막은 그의 파렴치야말로 끔찍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전날인 29일 윤 대통령의 추모대회 불참이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마음은 이태원 사고 현장이든 서울광장이든 성북구 교회든 희생자를 추도하고 애도하는 마음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고 재발을 방지하고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반면 당일 야권 등 정계에선 윤 대통령의이 지난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점이 지적되며 "극우 보수단체가 주최하는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는 버선발로 달려가더니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도하는 행사에는 왜 가지 않느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30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주최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미사' ⓒ프레시안(한예섭)
▲30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주최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미사'. 서울광장에 설치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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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중동사태 악화 책임은 바로 미국"

  • 기자명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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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3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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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날로 확전 양상을 보이는 중동사태에 대해 팔레스타인 땅을 영원히 자국 영토로 만들려는 이스라엘과 그 이스라엘을 부추켜 지역의 불안정성을 공고히함으로써 지배권을 확립하려는 미국에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신문]은 30일 '현 중동사태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명기사를 통해 "이스라엘을 부추겨 중동지역을 불안정속에 몰아넣고 거기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는 것이 미국의 흉심"이라며, "중동사태 악화의 책임은 바로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을 앞잡이로 내세워 중동지역에서 대결을 조장하고 거기에 끼여드는 방법으로 이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하려는 미국의 흉심이 달라지지 않는 한, 미국을 등에 업고 령토팽창을 실현하려는 이스라엘의 야망이 달라지지 않는 한 중동지역에서의 분쟁과 참극은 언제 가도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알 아크샤의 홍수'라는 작전명으로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하면서 촉발된 중동사태는 이스라엘이 3주에 걸쳐 가자지구 등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에 이어 28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전쟁 두번째 단계 진입' 선언으로 확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문은 이 지역의 분쟁역사를 살펴보면 "이스라엘이 이러한 망동을 서슴지 않는 것은 미국이 편견적인 립장에 서서 유태복고주의세력을 일방적으로 지지비호해주고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중동에 대한 영국의 지배가 약화된 틈을 타서 오래전부터 탐내여오던 이 지역을 탈취하려고 시도하였다"고 언급했다.

전략적 요충지일 뿐 아니라 전 세계 원유매장량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컸던 미국은 이스라엘이 건국하자마자 제일 먼저 승인했다는 것.

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위임 통치령 아래 있던 팔레스타인에 세계 각지의 유태인들이 이주해 오면서 거주 아랍인들과 여러 차례 유혈충돌이 벌어지자 1947년 11월 유엔총회 제2차회의에서 팔레스타인의 강제분할과 두개 국가 설립을 채택하게 했으며, 이스라엘은 1948년 5월 14일 영국의 위임통치 종료와 함께 독립을 선포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여러차례의 전쟁을 통해 적지 않은 팔레스타인 영토를 강점하였고, 수백만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피난민의 처지가 되었다. 

신문은 미국이 유엔총회를 통해 이스라엘의 건국을 지원한데 대해 "이스라엘이 중동평화를 파괴하는 독초로 자라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놓았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전쟁)에서 '동부 꾸드스'(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 골란고원과 가자지구을 차지했으며, 빼앗긴 땅을 되찾기 위한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으로 가자지구와 서안지역 일부를 되돌려주어야 했으나 서안지역 유태인 정착촌 확장과 가자지구 봉쇄를 지속해 왔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알 아크샤 사원 침탈 사건에 대해서는 1967년 전쟁 합의에 따라 이슬람교도가 아닌 사람들은 이 사원에서 기도할 수 없게 하였지만 이스라엘은 사원 가까운 곳에 유대교회당을 짓고 사원에 대한 극단주의자들의 침입을 부추켜왔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국가안전부 장관이 연초부터 3차례나 알 아크샤 사원을 드나들더니 지난 4월 5일 경찰이 사원에 난입해 기도하던 팔레스타인인들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으며, 이번 사태 발생 얼마전에는 극단적인 유대교 종교인들이 사원에 침입하기도 했다.

신문은 이같은 일들에 대해 "이스라엘의 목적은 온 팔레스티나 땅을 영원히 저들의 령토로 만들자는 것"이며, "저들의 유태복고주의 정책을 힘으로 강행하는 한편 이슬람 교도들의 정신적 지탱점인 알 아크사 사원을 비롯한 이슬람 사원들을 《유태교화》"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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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시 제작진 "이태원 참사 풀리지 않은 의문 많아, 분명한 건.

[오리지널 인터뷰 시리즈] 다큐멘터리 <크러시> 만든 조시 게이너 공동 프로듀서

23.10.31 07:12l최종 업데이트 23.10.31 07:12l
10·29 이태원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크러시>
▲  10·29 이태원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크러시>
ⓒ 파라마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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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의 저자이자 서울에 거주하는 영국 출신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라파엘 라시드는 지난 22일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짧은 소감이라며 이렇게 남겼다. "세부 사항과 장면들은 지켜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하다"는 단서와 함께. 

지난 17일 미국에서 파라마운트+를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크러시>(Crush) 이야기다. 이미 많은 언론에 소개된 것처럼 <크러시>는 지난해 이태원 참사를 소재로 한 총 90분짜리 2부작 다큐멘터리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내레이션 없이 바디캠과 CCTV, 생존자의 휴대전화, 청문회와 기자회견 등 280개 1500시간 분량의 영상을 바탕으로 세밀하고 몰입감 넘치며, 끔찍한 디테일로 비극이 재생된다"고 <크러시>를 소개했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다큐멘터리인데 한국에서는 볼 수 없다는 게 아이러니다. 그래서 라파엘 라시드는 "한국에서 볼 수 있어야 하는 중요한 이야기"라는 지적도 함께 남겼다. <크러시>를 서비스 중인 파라마운트+는 티빙에 입점하는 형태로 한국에도 진출했으나 티빙에서는 <크러시>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크러시> 제작사가 미국 외 다른 국가와 콘텐츠 제공을 논의한 바 없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크러시> 공개 소식을 전하면서 201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루트 91 하베스트' 음악 축제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11분>(11 Minutes)으로 수상 경력이 있는 제작진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그 <11분>을 연출한 제프 짐벌리스트가 <크러시>에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크러시>를 둘러싼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제프 짐벌리스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그는 공동 프로듀서인 조시 게이너에게 공을 넘겼다.

조시 게이너와 조율한 끝에 30일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할 수 있었다. 이태원 참사 1주기인 29일에 보도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현지와의 시차 등으로 인터뷰 마감이 늦어졌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 많이 남아"
 
<크러시>를 제작한 조시 게이너 공동 총괄 프로듀서
▲  <크러시>를 제작한 조시 게이너 공동 총괄 프로듀서
ⓒ 폴스빌리지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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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에서는 다큐멘터리 <11분>을 만든 제작진이 이태원 참사 다큐멘터리 <크러시>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크러시>를 만든 이들은 누구인가?
"<크러시>의 총괄 프로듀서는 제프 짐벌리스트(올라이즈필름스), 수전 지린스키(씨잇나우스튜디오스), 테리 롱(씨잇나우스튜디오스), 그리고 스투 슈라이버그(센터드라이브미디어)다. 나(조시 게이너, 폴스빌리지미디어)는 공동 총괄 프로듀서로서 한국에서 팀을 이끌었다. 프로듀서는 얼래나 사드이며 한국에서의 프로듀서는 박세진씨다.

제프 짐벌리스트, 수전 지린스키, 테리 롱, 스투 슈라이버그와 얼래나 사드는 모두 <11분>을 제작한 팀의 일원이었고 나는 <크러시>를 위해 팀에 합류했다."

- 한국의 이태원에서 발생한 사건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다큐멘터리까지 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씨잇나우스튜디오스 팀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1분>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른 중요한 이야기를 깊게 파고들어 시청자들에게 사건의 전개 과정을 몰입감 있게 보여줄 기회를 찾고 있었다. 이태원 참사는 미국에서도 보도되었지만 광범위하게 다루어지지는 않았다.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가치가 있는 사건이라는 점이 분명해 보였다."

- <크러시>를 제작하기 위해 한국에는 얼마 동안 체류했고 체류 기간 동안 한국에서 받은 인상은 무엇인가?
"지난 4월 말 한국에 입국해 한 달 가까이 머물며 팀원들과 함께 취재와 촬영을 진행했다. 또한 한국 방문에 앞서 몇 달 동안 조사와 취재를 했다. 이 다큐멘터리를 성공적으로 제작할 수 있게 도와준 한국의 훌륭한 팀과 협업할 수 있어 좋았다. 이태원 사건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었고, 그날 밤 무슨 일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풀리지 않은 의문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크러시>에는 내레이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나?
"이 다큐멘터리의 목표는 그날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시각을 통해 이태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 많은 사람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날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 참사에 대해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 많이 남아 있다. 그날 밤 이태원에서 일어난 일로 159명이 사망했다. 핼러윈은 수년간 이태원에 많은 사람을 불러왔고, 10월 29일에도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159명 중 대다수가 사망하기 몇 시간 전부터 위험을 경고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이태원에서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더 많은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한국 정부는 '참사'가 아닌 '사고'라는 말을 썼고 '희생자' 대신 '사망자'라고 불렀다. 그런데 <크러쉬> 공식 예고편을 보니 한 인터뷰이가 "이건 사고가 아니다. 사고라는 것은 막을 수 없었던 것을 가리키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당신은 이 사건을 어떻게 정의하나?
"질문 고맙다. 위의 답변을 참조 바란다."

"카메라 안팎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감사"
 
다큐멘터리 <크러시>
▲  다큐멘터리 <크러시>
ⓒ 파라마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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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디언> 인터뷰에서는 "한국에서 보낸 시간을 돌이켜보면 카메라 안팎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계속 나오는 단어가 트라우마였다"라고 했던데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목격하거나 경험한 가장 큰 트라우마는 무엇이었나? 
"생존자와 목격자, 희생자 가족과 친구, 구조대원과 기자들, 뉴스에서 참사를 지켜본 시민 등 우리가 만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겪은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 인터뷰는 이태원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몇 달 후에 이뤄졌다. 인터뷰에 응한 많은 이들이 여전히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사랑하는 이를 잃은 많은 사람들이 언제, 어떻게, 왜 사랑하는 이들이 죽었는지 하는 기본적인 답을 얻기 위해 여전히 노력 중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참사로 인한 슬픔을 서울 거리에서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시청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보낸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유가족들이 이태원 희생자 159명 모두의 이름을 불렀고 한 명씩 이름을 부를 때마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고 있었다. 사망한 수많은 사람들 영정 앞에서였다. 유가족들이 느끼는 슬픔이 얼마나 클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날 밤 그곳에 있었던 것은 내 이력에서 가장 감동적인 경험 중 하나였다."

- <크러시>는 이미 공개되었는데 제작 과정이나 제작 후에 아쉬운 점이 남는 것은 없었나?
"다큐멘터리를 만들거나 어떤 이야기를 다룰 때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분명 계획은 있지만, 이야기와 증거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게 된다. 그게 바로 과정의 일부다. 나는 이 팀의 일원이었음에 자랑스럽고, 우리가 제작한 다큐멘터리가 자랑스럽고, 우리를 믿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들에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 한국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다큐멘터리인데 한국에서는 볼 수 없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파라마운트+의 파트너사인 티빙에서 파라마운트+의 다른 프로그램은 볼 수 있지만 <크러시>는 제공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도 <크러시>를 볼 수 있을까?
"현재 파라마운트가 한국과 배급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공동 총괄 프로듀서로서 그런 협상이나 결정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공유할 정보가 없다."

- 한국에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영국 출신 라파엘 라시드 기자는 "한국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크러시>를 한국에서 보지 못하게 조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질문은 고맙지만 답변은 위와 동일하다."

-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이 일을 하다 보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우리를 믿고 자신의 이야기와 경험을 들려달라고 부탁하곤 한다. 우리가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책임이다. 

한국에서의 시간이 다른 상황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카메라 안팎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그들이 보여준 친절과 온정, 품위를 잃지 않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이하는 지금, 슬픔에 잠긴 사람들을 생각하며 목숨을 잃은 159명을 기리고 있다."
 
 

태그:#이태원참사, #다큐멘터리, #조시게이너, #크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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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만 간절하고 '공화'는 외면한 한국, 전환기 위기에 직면하다

[함께 만난 사람] 대립의 시대, 공존의 길을 묻다(1)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上)

전홍기혜 기자  |  기사입력 2023.10.30. 07:30:48 최종수정 2023.10.30. 08:08:32

 

출산율, 자살율, 빈곤율, 조세부담율, 그리고 GDP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과제들이다. 이처럼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쌓여 있지만, 보수와 진보, 내 편 아니면 적으로 나누는 양분화된 정치 상황은 어떤 합의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정치적, 사회적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이 오히려 득세하고 있다. 막막한 시대, 공존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이 절실하다는 문제 의식으로 '공공선 거버넌스'와 프레시안이 연쇄 인터뷰를 기획했다. 첫번째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만났다. 강치원 공공선 거버넌스 원장이 대담을 진행했다. 편집자

 

"민주화 이후 시대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직면한 전환적 위기"라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7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현재 교육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의 발생 원인을 규정했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등에서 발생한 교사들의 잇따른 죽음은 이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기도 하다. 

 

"지난 30여 년간의 산업화와 1980년대 이후 긴 민주화 과정을 거쳐 선진국을 추격하던 한국이 이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습니다. 선진국의 매뉴얼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해법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는 과거와 달리 매우 복잡해졌습니다. 설령 눈에 보이는 해법이 있다 해도, 이를 구현하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조율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최근 잇따른 비극에 대해서도 이처럼 복합적으로 변화한 조건을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조 교육감은 산업화가 개인의 경제적 이익의 최대주의적 실현, 민주화가 개인의 정치적 이익의 최대주의적 실현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민주화 이후에 '개인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충돌하면서 극심한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이초 사건은 학교 현장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법제도를 특정 개인들이 악용하면서 발생한 일인데, 이처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받고자 하는 개인들 간의 충돌은 교육 현장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두 가지 원인으로 환원하는 접근은 위험합니다. 어떤 목표가 이뤄지면, 다른 문제는 저절로 풀린다는 논리는 이제 한계가 분명합니다. 아울러 각자가 최선이라 여기는 정책을 합치기만 하면, 저절로 다 잘된다는 시각 역시 경계해야 합니다. 일종의 구성의 오류가 빚어질 수 있습니다. 개인 차원에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인데, 전체가 되면 불합리하고 부정의한 결과가 나올 때가 많습니다. 최근 교육계에서 잇따르는 민원 역시 종종 그렇습니다. 민원을 제기한 측은 그것이 옳다고 확신하지만, 공동체 전체 입장에선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조 교육감은 교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폐기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쪽의 접근에 대해 반대했다. 교사의 권리와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가 서로 대립하는 개념, 교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생 인권을 찍어눌러야 한다는 발상은 과거 권위주의적 학교로 되돌아가는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독재에 맞섰던 긴 시간 동안 우리는 민주에 대해선 치열하게 천착했으나 공화의 가치에 대해선 소홀했습니다. 이제 공화의 가치를 보완할 때입니다.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사회 문제와 비극 역시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각성한 시민이 숙의하는 과정을 거쳐 풀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교육 주체들이 저마다의 요구를 그저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결국 모두가 피해를 봅니다." 

 

무한경쟁 교육, 불신과 아동학대를 야기하다 

 

 

조 교육감은 무한경쟁 교육에서 모두가 개인의 권리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학교라는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드는 '불신'을 낳는다고 말했다."우리가 억압당하면 당당하게 싸우라고 가르쳤습니다. 물론 이 자체도 중요한데 이런 민주시민이 어떻게 공동체적 시민이 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았습니다. 현재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환기적 위기를 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불신이 있어서 입니다. 과거에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가해 학생 부모들이 가해를 인정하고 사과하고 화해를 시키려고 하고, 피해 학생 부모들도 사과를 받고 용서하고 화해를 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가해 부모 입장에서 가해를 인정한 것을 악용해서 손해배상 소송을 하면 끝장이라고 생각하니까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게 되는 것입니다." 

 

조 교육감은 이런 불신이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다양성이 존중받는 협력 교육이 아니라 1등만 우대받는 경쟁 교육" 때문에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경쟁 교육의 정점은 대학 입시다. 

 

"입시 경쟁이 이제 거의 아동학대, 청소년학대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고, 특목고, 자사고 등 서열화된 고등학교 체제의 배후에는 서열화된 대학 체제가 있고, 그 배후에는 서열화된 직업 세계가 있고, 이렇게 서열화된 사회경제적 시스템이 있습니다. 지금 학원가에 초등 의대반이 생겨날 정도로 의대 쏠림 현상이 생기는 게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입시 문제가 독립 변수가 아니고, 사회경제적 의제와 맞물린 문제입니다.

 

한 방향만 보고 달리는 경쟁은 우리 사회가 머리를 맞댄다면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고 봅니다. 한 방향만 향하는 극단 경쟁이 아닌, 다양한 방향으로 향하는 적정 경쟁이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한 사회구조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러자면 직업, 출신 학교, 학력 등에 따른 격차를 줄이는 게 우선입니다." 

 

민주화 이후 시대의 교육 문제, '천사와 악마'의 싸움으론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경제적 시스템의 변화가 함께 가야 한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 지금처럼 교육을 포함한 모든 사회, 경제적 의제가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정치화, 정쟁화되는 상황에선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기 힘들다.

 

"저는 이제 우리 사회가 산업화, 민주화를 거쳐 민주화 이후 시대로 진입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화 시대에는 독재 권력, 독재의 유산과 싸우는 정의의 전쟁을 하는 시대였습니다. 반민주세력 대 민주세력의 대결은 거의 악마와 천사의 대결, 악과 선의 대결처럼 인식됐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도덕 전쟁의 성격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인식에 기반한 민주화 시대를 넘어 민주화 이후 시대를 준비해야 하고 그것이 공존의 사회, 공존의 교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편은 다 천사, 반대편은 다 악마이지 않습니다. 민주화 시대의 도덕 전쟁이 일종의 완전한 절대윤리를 상정했다고 하면, 이제는 그 절대성이 변화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70%는 여전히 정의의 전쟁을 치르는 심정으로 사는 것이 불가피하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30%는 상대를 인정하고 상대의 주장과 입장을 인정하면서 접점을 찾아가려는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화 시대에 우리가 전제하고 있었던 많은 대안들이 소멸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민주화 이후의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희연 교육감(가운데)과 대담을 진행하고 있는 강치원 공공선 거버넌스 원장(오른쪽)과 전홍기혜 프레시안 이사장(왼쪽). ⓒ서울시교육청

 

(대학 입시 등 현재의 경쟁 교육을 공존과 협력의 교육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서울시교육청의 정책과 관련된 논의는 다음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편집자)

전홍기혜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국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프레시안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한국의 국제입양 실태에 관한 보고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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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협정이 보여주는 것들

  •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3.10.27 18:35
  •  
  •  댓글 0
 

 

팔레스타인 비극사 ③

누구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라 하고, 누구는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전쟁이라 한다. 또 누구는 ‘민주’ 이스라엘과 ‘테러’ 팔레스타인 사이의 전쟁이라고 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은 이스라엘의 억압에 맞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이다. 7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독립전쟁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의 억압사, 팔레스타인 비극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지도와 숫자, 국제 협정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다양한 명칭을 통해 팔레스타인 비극사를 정리한다.<편집자주>

① 지도가 보여주는 것들

② 숫자가 보여주는 것들

 

③ 국제 협정이 보여주는 것들

④ 명칭이 보여주는 것들

 

아랍인들을 농락한 영국 : 후세인-맥마흔 협정, 사이크스-피코 협정

1차 세계대전 당시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아랍지역은 오스만제국이 지배 아래 있었다. 아랍인들은 이 제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오랫동안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오스만 제국이 독일의 편에 가담하자, 아랍인들은 이를 호기로 생각하고 독립투쟁을 더욱 활발하게 전개하기 시작했다.

한편 오스만 제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던 영국은 독립투쟁을 벌이고 있던 아랍인들에게 오스만 제국 안에서 반란을 일으킬 것을 요구하며, 전쟁 승리 후 아랍 국가 건설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집트 주재 영국 고위 관리 맥마흔과 아랍의 지도자 샤리프 후세인은 1915년 7월부터 1916년 3월까지 10차례에 걸친 서신을 교환하며 이런 합의에 이르게 된다. 이를 세계사에서는 ‘후세인-맥마흔 협정’이라고 부른다.

아랍인들은 약속한 대로 1916년 6월부터 독립투쟁을 벌였고, 영국은 전쟁에서 승리한다. 아랍인들은 영국이 협정을 이행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애초에 영국은 그럴 의사가 없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전쟁 승리 후 오스만 제국을 어떻게 분할 지배할 것인가 하는 방안을 비밀리의 논의한다. 1915년 11월부터 1916년 3월까지(후세인-맥마흔 서한이 오가던 시점) 진행된 협상 끝에 양국은 ‘사이크스-피코 협정’을 체결한다. 양국 협상 대표들의 이름을 따서 붙인 이 협정은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의 국경선을 경계로 하여 북쪽은 프랑스가, 남쪽은 영국이 차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차 대전 승리 이후 영국과 프랑스는 이 합의대로 아랍지역을 나누어 지배한다. 팔레스타인 지역은 영국의 위임통치 아래 놓이게 된다.

▲ A지역을 프랑스, B 지역을 영국이 통치하기로 합의한 사이크스-피코 협정.

팔레스타인 비극의 씨앗 : 밸푸어 선언

전쟁을 위해 자금이 필요했던 영국은 1차 세계대전 전비를 마련하기 위해 유대인 자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었다. 1917년 11월 2일 영국 외무장관 밸푸어는 유대인 금융재벌인 로스차일드에게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유대인 국가 건설을 돕겠다고 약속하면서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나폴레옹 전쟁 이후 막대한 부를 축적한 영국의 대부호였다. 이미 팔레스타인 정착을 지원하고 있던 로스차일드는 이 편지에 호응하여 영국에 자금을 지원했고 그 결과 영국은 1차 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 편지는 11월 9일 공개되었고, 아랍인들은 영국의 배신에 치를 떨어야 했다. 반대로 유대인들은 이 편지에 환호했고,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유대인의 이주는 순조로웠다. 팔레스타인 지역을 통치하던 영국의 지원이 있었고, 로스차일드 같은 유대인 부호들의 자금 지원도 있었다. 팔레스타인 비극의 씨앗이 뿌려진 것이다.

 

중동 전쟁은 종결된 것일까: 캠프데이비드 협정(1978년)

1978년 이집트와 이스라엘 사이에 극적 화해가 이뤄졌다.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가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베긴 이스라엘 대통령을 초청하여 13일 동안 협상을 벌인 끝에 평화협정이 체결된 것이다. 이집트는 네 차례의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주도했던 아랍의 대표적인 반이스라엘 국가였다. 따라서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협정 체결은 중동 평화의 출발로 평가된다.

계속된 전쟁으로 피로감이 누적되었고, 수에즈운하 수입이 줄어들면서 국가 재정마저 여의치 않자, 사다트는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여 경제난을 해결하려고 했다. 또한 사다트는 1977년 이스라엘을 방문함으로써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는 ‘유화적’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그 결과 1978년 평화협정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 중동 평화의 출발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협정에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자치를 보장한다고 약속했으나, 이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사다트는 이집트 국민들뿐만 아니라 아랍권 국가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이집트는 아랍연맹 회원자격이 정지되었다. 협정을 체결한 이집트 대통령 사다트는 암살당했다.

 

평화적 해법의 출발이 되는가: 오슬로 협정 Ⅰ(1993)

1991년 11월 미국, 소련, 스페인이 주최하고,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가 초대받아 ‘마드리드 국제회의’가 개최되었다. 중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담이었다. 비록 합의문 도출에는 실패했지만, 1990년대 평화 협상의 물꼬를 트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마드리드에서 시작된 중동 평화 협상은 1993년 오슬로 협정 체결로 빛을 보게 되었다. 오슬로 협정은 이집트 총리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 합의한 2개의 합의문을 일컫는다. 1993년 9월 워싱턴에서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의 중재 아래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아라파트 PLO 의장이 만나 합의서에 서명했다. 1993년 1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양측의 비밀 협상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를 오슬로 협정 Ⅰ이라고 부른다.

오슬로 협정 Ⅰ의 원칙은 두 국가 해법이다. 즉 이스라엘은 자신이 점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철수하고, PLO는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5년 안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수립하는 것에 이스라엘이 동의했다. 쟁점이 되는 예루살렘, 최종 국경, 유대인 정착촌,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등은 5년 후에 논의하기로 했다. 평화적 해결의 원칙을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 협정의 공식 명칭은 “원칙 선언”(Declaration of Principles)이다.

1994년 5월 4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예리코 지역에 대한 합의”를 체결하고, 두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철수 일정과 팔레스타인으로의 권한 이양 등을 합의했다. 몇 주 후 가자지구와 예리코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했고 PLO는 자치를 위한 준비에 착수한다.

그러나 오슬로 협정은 팔레스타인 지역의 분쟁을 해결하는 출발점이 되기엔 너무나 많은 한계를 가졌다.

▲ 빨간 점이 예리코 지역이다.

오슬로 협정 Ⅰ은 서안지구(West Bank) 대신 예리코(Jericho) 지역에서의 이스라엘군 철수를 명시했다. 예리코는 서안지구 내의 도시이다. 흔히들 오슬로 협정을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자치를 합의한 것으로 평가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일부에서만 팔레스타인 자치가 합의된 것이다.

또한 가자지구와 예리코 지역에서 이스라엘 군이 철수했지만, 이스라엘 정착촌은 그대로 존재했다. 정착촌 문제는 5년 후에 논의하기로 미뤘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착촌이 존재하는 한 팔레스타인의 자치는 보장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착촌 문제는 자치 정부수립과 동시에 해결해야 할 문제다.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환권 역시 5년 후로 미뤘다.

이스라엘의 기본 정책이 팔레스타인 거주민을 내쫓고, 그들의 귀환을 저지하고.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스라엘 정착촌을 늘려 종국에 가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이 지역에서 완전히 내쫓는 것이다. 따라서 정착촌과 귀환권 문제를 5년 뒤로 미룬 오슬로 협정은 이스라엘의 기본 정책에 토대해서 마련된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 오슬로 협정의 주역인 PLO의 아라파트, 이스라엘의 페레스 총리, 라빈 총리가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서안지구 분할은 누구에게 이익인가 : 오슬로 협정 Ⅱ(1995년)

1995년 9월 28일 오슬로 협정 Ⅱ가 체결되었다. 이 협정은 팔레스타인 임시 자치 기구 구성, 이스라엘 군대의 재배치와 철수, 서안지구 분할, 팔레스타인 경찰, 적대행위 예방 등의 내용을 담았다. 공식 명칭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대한 임시 협정”(Interim Agreement)이다.

오슬로 협정 Ⅱ의 가장 큰 특징은 서안지구를 A, B, C 구역으로 나눈 것이다. 서안 지구 18%에 해당하는 A 구역은 팔레스타인 당국이 단독으로 관리한다. 서안 지구의 22%를 차지하는 B 구역은 팔레스타인 당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관리 구역이며, 점진적으로 팔레스타인의 관리로 이양하는 것으로 합의되었다. 서안 지구의 60%를 차지하는 C 구역은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관리한다.

▲ A구역은 팔레스타인, C 구역은 이스라엘이 관리한다. B 구역은 공동으로 관리하되 점차적으로 팔레스타인에 관리권을 넘겨주기로 합의했다.

그림에서 확인되듯이, 팔레스타인 당국의 권한이 미치는 A와 B 구역은 연결되어 있지 않다. 오슬로 협정이 온전히 이행된다고 하더라도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에 갇혀 있는 셈이다(그러나 오슬로 협정에 불만을 품은 이스라엘 극우 시오니스트에 의해 이스라엘 총리 라빈은 1995년 11월 14일 암살당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절망시킨 7년의 ‘평화 협상’

오슬로 협정 체결 이후 2000년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까지 7년 동안 평화 협상이 진행되었다.

1997년 양측은 헤브론 의정서를 합의했다. 서안지구 남쪽에 있는 헤브론에 400명의 이스라엘 사람이 사는 정착촌이 있다. 문제는 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800명의 이스라엘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것. 이스라엘군은 여러 형태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탄압하고 있었다. 이 합의로 헤브론의 80%(H1)는 팔레스타인이, 20%(H2)는 이스라엘이 관리하게 되었다. 당시 H2에는 5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있었다.

1999년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 배치된 이스라엘군의 11%를 철수하고 ▲팔레스타인 측이 요르단강 서안 영토의 40%를 완전 또는 부분 관할하며 ▲이스라엘이 억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 350명을 석방하고 ▲2000년 9월까지 팔레스타인 최종 지위 협상을 종결하는 내용을 합의한 “샤름 엘-셰이크 협정”이 체결되었다.

이 합의는 2000년 캠프 데이비드 협상으로 이어졌고,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2주 동안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협상은 진전되지 않았다. 캠프 데이비드 회담이 실패하고, 곧이어 등장한 이스라엘 강경파 샤론이 총리로 등장하면서 그 이후 협상은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오슬로 협정 체결 이후의 7년은 ‘평화 협상’ 기간으로 불리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절망의 시간이었다. ‘평화 협상’이 진행되는 7년 사이에 이스라엘 정착촌이 수 배로 늘었고, 미국의 자본으로 50개가 넘는 이스라엘 군사기지가 건설되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표하여 ‘평화 협상’에 참여했던 PLO는 합법적인 협상자임을 “인정받기 위해” 이스라엘의 주장을 무조건 인정했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정책을 묵인했고,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를 포기했다. 7년 동안 이스라엘 총리가 라빈, 페레스, 네타냐후, 바라크로 바뀌면서 이스라엘 정책은 일관되지 않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력은 구조화되었다.

2000년 이스라엘 샤론이 ‘알 아크사 사원’을 방문하여 동예루살렘에 대한 유대인 통치를 선언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2차 인티파다의 시작이다. 2001년 총리가 된 샤론은 오슬로 협정 효력 상실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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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후무한 1년 6개월... 국경없는기자회의 선견지명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10/30 10:14
  • 수정일
    2023/10/30 10:1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진단- 윤석열 시대, 언론은 좋아졌나①] '자유 수호자' 자처대통령과 추락하는 '언론 자유'

23.10.30 07:10l최종 업데이트 23.10.30 07:10l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6개월. 정부여당은 언론을 의심했다.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로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고. 공영방송의 인적·소유 구성을 바꾸려 했고, 각종 정책적 조치도 뒤따랐다. 국회에서 집권당 국회의원들은 때로는 공세로 프레임을 만들었고, 때로는 정부의 조치에 힘을 실어줬다. 새 정부 1년 반을 즈음해 '그래서 한국 언론은 나아졌는가'를 세 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말]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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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국회 과방위 소속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연일 언론 편파성과 불균형을 주장했다. 정부는 '가짜뉴스 퇴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새로 지명된 방송통신위원장은 KBS에 대해 "재건축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규정했다. 정부는 위헌 지적이 있음에도 '가짜뉴스 근절 종합계획'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대선 전 두 사람의 대화 녹취를 보도한 언론에 대한 '응징'도 있었다. <뉴스타파>와 해당 사안을 인용보도한 언론 이야기다. '허위 사실을 인용해 보도했다'는 혐의를 받은 MBC 뉴스데스크와 JTBC 뉴스룸 등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최고 수위 제재인 과징금 부과를 확정받았다. <뉴스타파>에 대해선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지자체도 언론 손보기에 발을 맞췄다. 교통방송(TBS)에 지원되던 서울시 예산은 특정 프로그램의 편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며 중단이 결정됐고, 진행자는 방송국을 떠났다. 비단 TBS뿐만 아니다. MBC와 KBS의 일부 진행자들에 대한 살생부는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된 모양새다. 

따지고 보면 언론 손보기는 2022년 대통령 미국 순방 당시 발생한 '바이든-날리면 발언 보도'부터 시작된 것 같다. 대통령실은 MBC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배제 조치를 단행했고, 대통령은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했다. 이에 "무엇이 악의적이죠?"라고 해명을 요구했던 기자는 이제 더 이상 정치 뉴스를 전하지 않는다. 

정부는 과감했다. 공영방송의 이사장과 사장, 이사진 등의 인적 구성은 2인 체제 방통위의 결정에 의해 큰 변화를 앞둔 상황이다. 그 사이 KBS 수신료 별도 징수는 이미 실행 중이다. 준공영방송 YTN은 최근 3200억 원을 써낸 기업의 소유물이 되기 직전이다. 

포털도 힘들다. 다음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과 관련해 중국 측 응원 클릭이 많이 발생하자 '차이나 게이트'의 진원지로 지목됐다. 여당과 보수언론이 '알고리즘 변경 의심'을 보내던 네이버에는 10월 6일 방통위 조사관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나열하기만 해도 숨가쁘다. 중간중간 빠진 사건도 있다. 이상은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언론 분야에서 벌어진 주요 사항들을 정리한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 모든 일이 '올바른 언론' '자유민주주의에 걸맞은 언론'을 위한 여정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런 관점과 정책이 합리성을 인정받으려면 정부 출범 1년 6개월 이상이 경과한 시점에서 과거에 비해 '언론이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물론 '좋다'는 평가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는 주관적 지표다. 그러나 언론의 궁극적 가치와 핵심 속성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좋아졌다' '나빠졌다'는 판단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닐 듯하다. '언론'에 빅데이터상 자연스레 따라붙는 연관어들인 '언론의 자유' '팩트체크와 가짜뉴스' 그리고 '언론의 중립과 다양성' 등을 기준으로 우리 언론을 평가해보자. 정말, 윤석열 정부 이후 한국 언론은 좋아졌나.

하락하는 언론의 자유
 
국경없는기자회가 집계한 대한민국 언론 자유 지수. 180개 국가 중 47위다(2023년).
▲  국경없는기자회가 집계한 대한민국 언론 자유 지수. 180개 국가 중 47위다(2023년).
ⓒ 국경없는기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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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 동안, 한국 언론의 자유 정도는 어떤 상태가 됐을까. 기준과 의견, 체감 정도는 각자 다를 수 있기에 구체적 근거가 중요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이 처한 언론의 자유 상황을 국제적인 잣대로 통합해 파악하는 대표적 자료는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RSF World Press Freedom Index)'다. 현 시점에서는 180여 개국을 조사하고 있는데, 정치적 맥락과 법적 프레임 워크, 경제적 맥락과 사회 문화적 맥락 등 언론 자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국가별로 분석해 결과를 내놓는다.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권 시절 69위(2009년), 박근혜 정부에서 70위 수준까지 하락했으나, 2018년~2022년엔 41위~43위 수준으로 회복했다. 그러나 2023년 자료에 의하면, 새 정부 출범 후 한국의 언론 자유 지수는 47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한국의 언론 자유가 후퇴 기조로 돌아서고 있음은 이미 2022년 보고서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국경없는기자회 웹사이트에 게시된 2022년 한국 편 보고서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언론을 대하는 '적대적인 움직임(president's hostile moves against public media)'에 대해 상세히 명시하고 있다. 물론 본문에는 대통령과 똑같은 기조를 보이는 집권당의 활약도 설명해놨다. 

대통령실의 '바이든-날리면' 사건 대응이 언론에 끼친 영향
 
2022년 12월 5일 발행된 RSF의 기사. 제목은 '대한민국 : 국경없는기자회, 공영언론에 대한 대통령의 적대적 행보에 우려를 표한다'. RSF는 이 기사에서 대통령실의 MBC에 대한 차별적 조치(탑승기 배제 등)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협하고 언론인 괴롬힘을 조장한다고 평가했다.
▲  2022년 12월 5일 발행된 RSF의 기사. 제목은 '대한민국 : 국경없는기자회, 공영언론에 대한 대통령의 적대적 행보에 우려를 표한다'. RSF는 이 기사에서 대통령실의 MBC에 대한 차별적 조치(탑승기 배제 등)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협하고 언론인 괴롬힘을 조장한다고 평가했다.
ⓒ RSF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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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F 보고서가 대표적으로 언급한 사안은 당시 국민의 약 63.2%가 욕설로 들린다고 대답했던 그 유명한 '바이든-날리면 사건'이다. RSF 보고서엔 이 사건의 경과는 물론 대통령실의 비상식적 대처까지 설명해 놨다. 

특히 MBC와 해당 기자에 대해 대통령실과 정부가 취한 조치를 놀라울 만큼 상세히 싣고 있다. 이 보고서는 대통령실이 MBC의 보도에 대해 '심각한 국익 침해(causing serious harm to national interests)를 저질렀다'고 보고, 이에 따라 '11월 9일 시작된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서 전용기 탑승을 금지했다(the President's office banned MBC's journalists from boarding the presidential plane)'는 점을 기술했다. 

또한 '이 사건으로 인해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은 무기한 취소됐으며, 그해 11월 20일엔 도어스테핑이 열리던 곳에 높은 벽이 설치돼 그 뒤로 누가 출입하는지 볼 수 없게 만들었다'(it installed a wall in front of its pressroom)는 것도 적시했다. 

더불어, 국민의힘 의원들의 MBC와 기자들에 대한 압박과 항의 그리고 해당 기자가 정부 지지자들에 의해 살해 협박을 받은 사실까지 명시해놨다. 

RSF 보고서에는 적혀 있지 않지만, 이후 대한민국의 외교부가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진행한 수백 군데 언론사 중 하나인 MBC를 콕 집어 소송을 제기한 사실도 있다. 국경없는기자회의 한국편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아시아의 민주주의를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인 대한민국은, 2022년 국경없는기자회의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선 180개국 중 43위를 차지했다 (South Korea, one of Asia's leading democracies, ranks 43rd of 180 countries in the 2022 RSF World Press Freedom Index)."

나라 밖에서 '자유' 설파하는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현지시각) 뉴욕대학교에서 열린 '뉴욕 디지털 비전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현지시각) 뉴욕대학교에서 열린 '뉴욕 디지털 비전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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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와 관련해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사건은 최근 국내에서 관찰됐다. 세계 언론동향을 매년 파악하는 또 하나의 국제적 자료인 영국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 발간 디지털뉴스리포트는 한국언론재단이 한글판으로 만들어 매년 국내에 배포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유독 올해 재단이 발행한 보고서에는 예년에 없던 변화가 발견됐다. 

원문 보고서의 한국 영역 중 언론사별 대중이 느끼는 신뢰도 순위에 대한 정보가 통째로 사라진 채 한국판이 제작된 것이다. 올해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신뢰한다고 대답한 언론사 1위는 MBC였고, 심지어 지난해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정도로 증가세를 보였다는 사실이 원문에는 포함돼 있었다. 

신뢰받는 언론사 순위에는 현재 지분매각 단계 중인 YTN과 정부로부터 편향적 언론으로 지목돼 '재건축'이 필요하다고 취급받는 KBS가 올라가 있기도 하다. 이 사안과 관련해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단에 해명을 요구했고, 국정감사에 출석한 남정호 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은 "조사대상의 표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 (중략), 로이터에서 모집하는 표본은 온라인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만 되어 있었으며 (중략), 온라인에서 가입한 사람들은 젊은 분이라든지 어떤 성별 별로 한쪽으로 몰려있기 때문에 문제가..."라는 답을 내놨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가 이미 전체 보고서에 포함된 방법론(Methodology) 영역에서 "인구통계학적 불균형에 대해서는 보정 과정을 통해 해결(weighted to targets based on census)"했음을 명시했는데도 말이다. 

사실 최근 미디어 영역에서 실시하는 설문조사 중 오프라인을 통하는 사례가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기도 하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병합할 경우 통계 처리에 있어 또 다른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원칙 또한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도 간다. 이와 함께 재단 측은 국정감사에서 진행한 답변을 통해 유튜브를 포함한 디지털 플랫폼을 가장 자주 그리고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한국 대중에 대한 몰이해도 드러냈다.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이미 95%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단순히 '온라인에 있는 사람들만 표본이라 신뢰할 수 없어 보고서에서 들어냈다'는 해명은 합당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외 순방 시 연설을 하거나 대담·강의 등을 할 때 '가짜뉴스·허위정보 등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한다'며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는 뉘앙스로 말하고 다닌다. 그러나 실상 자국 내에서의 언론 자유는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 1년 반, 언론의 자유는 과연 나아졌는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유현재씨는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입니다.

 

태그:#한국언론, #국경없는기자회, #날리면, #언론자유, #바이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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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대통령이라고 해서 박수받고 화기애애한 자리만 갈 수 없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10/30 10:00
  • 수정일
    2023/10/30 10:0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3.10.30 07:42
  •  
  •  수정 2023.10.3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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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국 “1년 전과 달라지지 않아”… 경향 “메시지만 내겠다는 협량한 처사”

조선일보, 추모 행사 정쟁적 요소 강조 “한때 아수라장”

윤석열 대통령은 끝내 이태원 참사 추모행사에 오지 않았다. 서울광장 추모행사가 아닌 교회로 찾아가 추도예배에 참석한 것이다. 추도사에서 참사에 대한 책임 인정과 사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 주요 아침신문들은 30일 일개 교회의 추도예배가 정부의 공식행사가 된 격이라며서 “1년 전과 달라지지 않은 정부만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추도예배가 열린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유년 시절 다녔던 교회로 알려졌다. 대통령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도 이 교회를 찾았다. 대통령은 “지난 한 해 정부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안전한 대한민국’이란 목표를 위해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서울광장에서 열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는 “정치 집회”다. 야당이 공동주최에 포함됐기 때문에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알게된 야당이 ‘공동주최에서 빠지겠다’고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고, 정부여당 차원에서 기획한 별도 행사도 없었다.

▲29일 이태원 추모행사 대신 교회 추도예배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한 시민이 서울광장 분양소에서 추모 메시지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김예리 기자.

주요 아침신문들은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날 선 비판을 내놨다. 동아일보는 사설 <이태원 참사 추모대회, 당 이름으로는 참석 피한 여권>을 내고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당 대표가 추모의 뜻을 밝히긴 했으나 유가족 추모행사에 불참한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실로선 대통령 면전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우려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대통령의 참석은 재난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하면서 사회 통합에 한발 다가설 기회였다. 결국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의 빈자리는 불편한 자리를 피한다는 인상을 주고 말았다”고 했다.

▲10월30일 동아일보 칼럼.

동아일보는 “대통령이라고 해서 박수받고 화기애애한 자리만 갈 수는 없다”며 “어제 행사는 불편했을지언정 유가족의 상처를 함께하며 대통령의 존재 이유를 확인시킬 수 있었던 자리였다. 대통령은 아직 유족 대표를 직접 만난 적이 없다. 1년 전 참사 직후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머리 숙였던 국정 책임자로서 앞으로 유족과의 만남 자리를 갖는 등 직접 위로할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밝혔다.

▲10월30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 <아쉬움 큰 尹대통령 이태원 참사 추도>를 통해 “이유 여하를 떠나 개인이 아닌 대통령은 유가족 주최 추모제를 찾는 게 합당했고, 그랬다면 추도사 메시지의 진정성도 컸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참석자 면면만 보면 일개 교회의 추도예배가 정부 차원의 공식 추모행사 격이 된 셈”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대표까지 한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다면 애초 정부 차원의 추모제를 준비했으면 될 일이었다… 논의도 않다가 뒤늦게 추모제가 정치 행사라며 불참한 것은 결과적으로 1년 전과 달라지지 않은 정부만 확인시켰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10월30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이태원 추도식 빠진 대통령·김기현·이상민의 독단과 협량> 사설에서 “추모식에 참석한 유가족과 시민들은 시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존재 이유를 거듭 물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윤석열 대통령은 없었다. 유가족들이 자리를 비워놓고 기다렸지만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진정으로 희생자를 기리고 유가족의 슬픔을 보듬겠다면 추모대회에 참석하는 것이 옳았다”며 “대통령이 참석하면 정치 집회가 아니라 대통령의 행사이고, 야당도 공동주최에서 이미 빠진 터였다. 그런데도 이를 뿌리치고 예배로 향한 것은 허심탄회하게 유가족과 시민들을 만나길 회피하고, 홀로 메시지만 내겠다는 협량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10월30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 같은 비판을 ‘정쟁’으로 봤다. 조선일보는 사설 <핼러윈 방지법 표류, 국민 의식 그대로인데 여야는 정쟁만>에서 “핼러윈 참사 1주기인 29일에도 여야는 서로를 비난하며 싸우기 바빴다”며 “추모행사를 놓고도 여야로 갈려 대립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정작 여야가 시급하게 처리했어야 할 안전사고 방지 법안은 국회에 방치돼 있다”며 “정치권이 관련 입법은 뒷전인 채 내 편 네 편 갈라 싸우고만 있다. 세월호 등 대형 사고를 겪고도 달라진 게 없다. 이래선 언제 제2의 세월호·핼러윈 참사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했다.

▲10월30일 경향신문 3면.

이태원 추모행사 정쟁 강조한 조선일보

경향신문은 3면 <현장에서, 광장에서… 눈물 흘리며 “진상규명” 외친 시민들>에서 시민들의 이태원 참사 추모 모습을 소개했다. 경향신문은 “1년 전 참사 현장인 용산구 해밀톤호텔 골목에는 전국에서 추모객들이 모여들었다. 지금은 ‘기억과 안전의 길’이라 이름 붙은 이곳에서 추모객들은 참사가 발생했던 골목을 한참 응시하고는 고개를 숙였다”며 “‘추모의 벽’ 앞에는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두고 간 과자와 초콜릿, 통조림, 술 등이 국화꽃 사이사이에 빼곡히 놓여 있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10월30일 조선일보 4면.

조선일보는 4면 <“한국놈도 아냐” “꺼져” 야유·욕설… 인요한 “아픔 함께하는 게 책무”>에서 추모행사의 정치적인 부분을 부각했다. 조선일보의 부제는 “한때 아수라장이 된 추모행사”, “수많은 좌파 시민단체 깃발 속… ‘尹 탄핵’ 구호에도 자리 지켜”다. 조선일보는 “(야)당 대표들이 나와 추모사를 하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할 땐 참석자들이 ‘윤석열 꺼져라!’ ‘탄핵하자!’ 등을 연호하며 열띤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인 위원장의 얼굴엔 표정 변화가 없었다”며 “고 최보람씨의 고모가 소속된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라 ‘천개의 바람이 되어’ 등을 연주할 때 광장에선 ‘윤석열 탄핵’ ‘검찰독재’ 등이 큼지막이 적힌 대형 깃발들이 선율에 맞춰 휘날렸다”고 했다.

▲10월30일 한겨레 1면.

‘윤석열 검증 보도’ 기자 압수수색 영장 표지에 배임수재 혐의?

‘윤석열 검증 보도’를 수사하는 검찰이 경향신문과 뉴스버스 전·현직 기자 압수수색 영장 표지에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배임수재 혐의’를 적시했다.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등 뉴스타파 보도 관련 인사들에게 적용한 혐의다. 한겨레는 1면 <명예훼손 수사 막히자 검찰, 또 ‘꼼수’ 영장>에서 “(검찰의 영장은) 경향신문 등의 보도와 뉴스타파 보도가 모두 직접 연결됐다는 취지”라며 “두 사건은 2021년 10월, 2022년 3월로 보도 시점도 5개월 가까이 차이가 나고, 증거물·등장인물 등도 겹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검찰이 수사할 수 없는 명예훼손 혐의를 직접 수사하기 위해 뉴스타파 사건과 경향신문 등의 사건을 무리하게 직접 관련 사건으로 엮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배임수재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다. 한겨레는 “검찰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수사 개시를 할 수 없다”며 “검찰이 수사 중인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과거 시행령에는 ‘직접 관련성’을 엄격히 제한하는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한동훈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을 거치며 해당 조항이 삭제됐다. 이후 검찰은 ‘직접 관련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검찰은 JTBC 본사와 리포액트 기자 주거지 압수수색 당시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지만 영장 표지에는 ‘배임수재’를 적시하고, 영장 내용에 뉴스타파 배임수재 혐의를 병기했다고 한다.

▲10월30일 한겨레 3면.

한겨레는 3면 <배임수재로 엮은 명예훼손 수사…“검찰 월권” 내부 비판도>에서 “명예훼손 사건에서 검찰이 ‘배후를 밝히겠다’며 특별수사부를 대거 동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나온다”며 “명예훼손 사건에서 공범의 존재를 밝히겠다는 식의 수사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검사 고위직 출신 한 변호사는 ‘명예훼손 혐의 수사는 범죄 당사자의 고의 여부를 따져 묻는 것만 해도 쉽지 않은 수사다. 한발 더 나아가 배후까지 밝혀 공범으로 기소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기소나 유죄를 염두에 둔 수사라기보다는 수사 자체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수사로 오해받기 쉽다. 반의사불벌죄라 언제라도 ‘피해자 윤석열 대통령’이 ‘그만하라’고 하면 검찰은 부담 없이 공소권 없음 결정을 하면서 끝낼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전했다.

▲10월30일 중앙일보 칼럼.

쏟아지는 정부·여당 비판… 소통·협치 필요성 대두

30일자 신문에선 정부·여당의 행보를 비판하는 칼럼이 다수 나왔다. 박정호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은 칼럼 <‘1’의 정치, 탕평 정치>에서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논설위원은 “‘국민이 늘 옳다’ ‘(내각에) 국민의 절규를 들어라’라고 재촉하던 윤 대통령의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 추모대회 참석은 결국 불발로 끝났다”며 “추모식을 둘러싼 정쟁은 이해하지만 국민의 슬픔과 함께하는 통 큰 리더십을 발휘할 순 없었을까. 통치의 요체는 이해관계 조정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10월30일 중앙일보 칼럼.

최훈 중앙일보 주필은 칼럼 <대통령이 달라지면, 그게 혁신이다>를 내고 “친절한 대통령이 보고프다”며 “국민과의 대화가 가물가물하다. 위임 CEO가 오너인 국민에게 하는 보고는 의무다. 정권의 치적일 일본과의 관계개선 역시 5700자 일방 담화로 끝내니 맥락 모를 국민들만 갑갑하다”고 지적했다. 최 주필은 “국민 70%가 불안하다는 일본 오염수, 개혁적 결단으로 상찬받았어야 할 긴축 건전 재정 역시 공화국 대통령의 육성 설명이 잘 안 들린다. 그러면 모든 게 ‘독선적’으로 뒤바뀌고 만다”고 밝혔다.

▲10월30일 동아일보 칼럼.

정용관 동아일보 논설실장은 여당이 혁신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칼럼 <與 혁신은 ‘양떼 정당’ 반성부터>에서 “국민의힘은 최고 권력자의 눈치만 살피는 ‘양떼 정당’이 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존재론적 반성문을 쓰는 것에서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며 “국가의 보편적 이익을 고민하고 추구하거나, 적어도 국익과 지역구 이해관계의 조화를 모색할 정도의 자세는 돼 있는 인물을 어떻게 얼마나 공천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과 전략이 먼저 나와야 한다. 영남권 다선 의원들의 험지 출마나 용퇴 요구 등은 그다음 수순의 얘기”라고 했다.

▲10월30일 한겨레 칼럼.

손원제 한겨레 논설위원은 <‘역시나’로 귀결되는 윤 대통령 첫 ‘셀프 반성’> 칼럼을 내고 “윤 대통령은 중동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기대와 동떨어진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국빈 방문 환대에 취해서일까, 잠깐의 각성 효과마저 사라진 듯하다”고 했다. 손 위원은 윤 대통령이 이달 26일 ‘박정희 추도식’엔 참석하고 이태원 추모행사에는 참여하지 않은 점을 꼬집으면서 “가눌 수 없는 국민 아픔을 달래는 자리인데, 주최가 누구인지가 그리 중요한가”라고 했다.

손원제 논설위원은 “윤 대통령에게 과연 여당의 총선 승리가 절실하긴 한 건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어쩌다 대통령’이 된 걸로 이미 정치적 목표 달성은 끝났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며 “아쉬울 게 없는 대통령이 안 바뀌면, 절박한 여당이라도 소리를 내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맹종이 체질이 된 여당 돌아가는 꼴은 기대 난망”이라고 지적했다.

▲10월30일 경향신문 칼럼.

“방통위·방통심의위 규제 모델 실패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 <방통위·방심위 규제 모델 실패했다>를 통해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모델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두 기관이 정부의 가짜뉴스 프레임에 앞장선 상황에 대한 비판이다. 강 교수는 “사실, 이 두 기구는 원래부터 독립성을 지키기엔 불안한 조직이었다”며 “원칙상, 국가기관의 미디어 내용 심의와 제재는 반헌법적이다. 게다가 여권 다수인 회의체에서 현 정권에 불리한 내용을 불공정하다고 다수결로 정하는 것 자체가 불공정한, 아니 우스운 일”이라고 했다.

강형철 교수는 방통심의위가 ‘김만배 녹취록’ 보도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것을 언급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가짜뉴스’ 언급에 방통위가 호응하고, 방심위가 방통위와 협의 후 인터넷 언론까지 심의하겠다고 나섰다. 인터넷상의 뉴스라면 현실적으로 거의 모든 언론이 해당한다. 한국만의 독특하지만 나름 잘 유지되고 있는 언론중재위원회나 국가 검열 시비를 피할 수 있는 다른 자율규제 방식들마저 무력화할 수 있는 무모한 일”이라고 했다.

강형철 교수는 “한국의 방통위 모델 자체는 이례적이지 않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것이 한국의 정치문화와 맞지 않는 게 드러났다”며 “또한 국가가 미디어 내용 심의를 하는 방심위는 그 자체로 이례적이고 이미 실패했다. 후일 대통령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느 정권이라도 이 두 기구를 접수해 도구화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공론을 통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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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기자melancholy@mediatoday.co.kr

 

#이태원#참사#추모행사#추도행사#불참#윤석열#국민의힘#서울광장#대통령#협치#더불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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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가족, “특별법이 가장 중요한 과제”

‘1주기 추모대회’ 외면한 윤 대통령, “안전한 대한민국” 강조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3.10.29 22:51
  •  
  •  수정 2023.10.29 23:25
  •  
  •  댓글 1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유가족을 대표해 연단에 선 이정민 운영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유가족을 대표해 연단에 선 이정민 운영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10·29 이태원 참사를 기억해 주십시오.”

29일 오후 5시 서울시청 앞 광장.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연단에 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이 참석자들과 국민들을 향해 이같이 호소했다. “그 기억이 조금씩 모여 커진다면 다시는 대한민국에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고 더 이상의 유가족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잃어버린 우리 아이들을 추모하는 이 시간은 결코 정치집회가 아니”며, “참사 이후 우리 유가족들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정치적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단지 우리는 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했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들의 ‘추모대회 참석’ 요청에 대해 ‘정치집회’라는 핑계를 대며 끝내 불참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참사 1주기를 맞아 많은 시민들이 서울시청 광장에 나왔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참사 1주기를 맞아 많은 시민들이 서울시청 광장에 나왔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이제 우리에겐 특별법만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재발방지를 논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법”이고 “국민들이 참사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는 법”이라는 것이다. 

그는 “참사 앞에는 여야가 없고 모두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며 “진정성 있는 자세로 특별법 통과에 힘을 보태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이날 ‘추모대회’에 참석한 야 4당(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대표들은 ‘이태원 참사진상규명 특별법(아래 특별법) 처리’를 약속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 인요한 혁신위원장, 김병민 최고위원, 권영세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1부 행사가 끝나고 퇴장하다가 일부 시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30일 오후 4시 국회 차원에서 ‘추모제’가 열릴 예정이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강세봄(진보대학생넷), 박석운(한국민중연대), 이지현(참여연대), 이태의(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영선(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동대표가 「기억·추모·진실을 향한 다짐」 다섯 가지를 밝혔다. 

하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게 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과 참사 발생의 근본적 원인을 찾아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

하나, 희생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언어가 사라지는 날까지 유가족들 곁에서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걸음을 멈추지 않겠다.

하나, 특별법이 제정되어 독립적 조사기구가 설치되는 날까지 국회와 정부를 지켜보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

하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이 만들어질 때까지 연대와 지지의 손을 놓지 않겠다.

하나, 이 땅에 살고 이 땅에 머물고 이 땅을 지나는 모든 이들이 안전하고 평등한 세상을 누비며 살 수 있는 안전사회가 건설될 때까지 책임을 내려놓지 않겠다.  

가수 한선희, 유주현 씨가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이태원 골목에서」로 희생자 159명과 유가족, 시민들을 위로했다. 추모공연 형식으로 진행된 2부 행사에는 웨슬리 꽃재 오케스트라, 한영애 밴드, 4·16합창단 등이 출연했다.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해밀턴호텔 골목에 '기억과 안전의 길'이 조성됐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해밀턴호텔 골목에 '기억과 안전의 길'이 조성됐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이에 앞서, 오후 1시 59분에는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부근에서 ‘4대종단 기도회’가 열렸다. 1년 전 참사의 현장인 해밀턴호텔 골목에는 유가족과 지역 주민들이 중지를 모아 「기억과 안전의 길」을 조성했다.

한편,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낮에 서울 성북구의 영암교회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를 드렸다”고 알렸다. 윤 대통령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다녔다는 교회다.

유가족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추모대회’에 불참한 윤 대통령은 어릴 적 다니던 교회에 가서 ‘추모예배’를 드렸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유가족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추모대회’에 불참한 윤 대통령은 어릴 적 다니던 교회에 가서 ‘추모예배’를 드렸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추도사’를 통해, 윤 대통령은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며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저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목표를 위해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족들의 거듭된 추모대회 참석 요청에도 윤 대통령이 불참한 이유가 무엇인가’는 질문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태원 사고현장이든 서울광장이든, 아니면 성북동 교회든 희생자를 추도하고 애도하는 마음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피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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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의 언론 갈라치기, 이제는 네이버 유사언론 특혜 주장

박성중 "네이버, '대안 매체' 노출 높이려고 알고리즘 조작"
이동관, '대안 매체란 뭔가' 질문에 "유사언론 점잖게 얘기한 것"
네이버 알고리즘 개편 골자는 '심층·기획기사 추천 강화'
'박성중 혁신위원 임명, 당 최고위도 반대' 언론[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네이버가 특정 언론의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조사하겠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지목한 특정언론은 뉴스타파,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등이며 이 위원장은 이들 매체를 유사언론이라고 지칭했다.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종합감사에서 박성중 의원은 이동관 위원장에게 "뉴스타파를 탄생시킨 민노총(민주노총) 언론노조의 소개글을 보면 '대안 매체로 뉴스타파를 제작·방송하고 있다'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대안 매체라는 게 뭔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유사 언론이라는 얘기를 점잖게 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소개글에는 "2012년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와 해직기자들이 공정언론 회복 및 망가진 저널리즘 복원을 위해 대안 매체로 뉴스타파를 제작 방송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왼쪽),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왼쪽),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박 의원은 "신학림 씨가 전 대표로 있던 민노총의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미디어스, 뉴스타파 이런 것이 다 대안 매체라고 얘기하는 데 맞나"라고 질의했다. 이 위원장은 "조금 생소한 용어지만 그렇게 읽힌다"고 했다. 

또 박 의원이 "통상 레거시 언론(전통적 언론)에 대안되는 그런 매체를 자기들이 '대안 매체다' 이렇게 얘기한다"고 말하자, 이 위원장은 "특정 진영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언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네이버가 '대안 매체'의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뉴스 알고리즘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네이버가 2차 알고리즘 검토위원회 지적에 따라서 뉴스알고리즘을 바꾼 글을 보면 가중치를 바꿔 노출을 기존 대비 685% 늘렸다고 얘기한다"며 "대안 매체가 결과적으로 잘 노출이 안 된다는 알고리즘 검토위원회 지적이 있었다. 보수성향 언론사가 상대적으로 잘 노출되다 보니 대안 매체는 (노출이)안 된다 해서 이걸(알고리즘을) 조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미디어오늘, 뉴스타파, 오마이뉴스, 미디어스 이런 것들이 상당히 상승했다. 이 내용을 알려면 당시 회의록을 조사해야 한다"며 "우리가 계속 자료요구를 하고 있는데 아직 안 내고 있다. 방통위가 네이버 현장조사를 나가 있는데 이 부분도 조사를 해서 같이 공유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지금 실태조사 중이기 때문에 보고를 받지 않고 있지만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현재 '포털 알고리즘으로 보수언론(조선일보)이 손해봤다'는 박 의원 주장을 근거로 네이버에 대한 사실조사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가 '뉴스 검색 인기도'를 바꿔 MBC를 1위로 만들고, 조선일보를 2위에서 6위로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정치성향에 관계 없이 언론사 순위가 변동됐다는 게 확인된다. 네이버는 계열사를 많이 가지고 있는 언론사가 뉴스 검색 순위에서 이득을 보고 있는 상황을 전문가 검토 의견에 따라 개선했다는 입장이다.(관련기사▶'보수언론 죽이기' 뉴스 알고리즘? 한·경·오도 밀려나)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 6월 30일 유튜브 콘텐츠 썸네일 갈무리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 6월 30일 유튜브 콘텐츠 썸네일 갈무리 

네이버는 지난해 9월 <알고리즘 검토위원회의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뉴스 알고리즘 개선 방향을 설명드립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네이버는 제2차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 검토 결과에 따라 ▲보도 기사의 심층성 강화 ▲언론사별 추천 기사량 편차 개선 및 다양한 관점 반영 ▲저널리즘 환경 변화를 반영한 품질평가 가이드라인 재정립 ▲신규 알고리즘 반영 및 새로운 학습데이터의 객관적 검증 등 4가지 주제로 개선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 '대안 언론'이 나오는 대목은 알고리즘 검토위의 권고사항 중 일부다. 알고리즘 검토위는 네이버에 "현재 알고리즘은 어뷰징과 저품질의 뉴스를 필터링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으나 그 과정에서 보도 기사의 심층성과 대안 및 지역 언론사의 뉴스들이 결과적으로 잘 노출되지 않을 수 있다'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가 내놓은 해법은 '심층·기획 기사 추천 강화'였다. 네이버는 "'심층·기획기사' 여부를 추천 피처(Feature)화 했고, 해당 기사에 가산점을 부여했다"며 " 이를 통해 사용자의 만족도가 크게 감소하지 않으면서, ‘심층/기획 기사’의 노출이 유의미하게 증가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언급한 '685% 증가'는 '심층·기획 기사'의 전체 추천 비중 증가폭으로 '대안 매체'의 노출 증가가 아니다.

네이버는 뉴스의 심층성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논증 체계'를 강조했다. 네이버는 "심층성이 높은 기사는 단순히 길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내용의 논증 체계가 잘 구성되어 있을 것"이라며 "이를 평가하기 위해 입력된 뉴스 문서들에 대해 논증 마이닝을 통해 문장 별로 내포하고 있는 논증 방식을 분류하고, 다양한 논증 방식으로 구성된 기사들을 심층성이 높은 기사로 가정해 이를 바탕으로 심층성을 평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검색 2022년 9월 22일  갈무리
네이버 2022년 9월 15일 <알고리즘 검토위원회의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뉴스 알고리즘 개선 방향을 설명드립니다>  갈무리

한편, 박 의원은 26일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국민의힘 혁신위원에 임명됐다. 강성 보수 성향인 박 의원의 혁신위원 인선에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반대 입장이 터져 나왔으나 김기현 당대표가 추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6일 한겨레는 "혁신위원들 면면이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특히 친윤, 서울 서초지역 재선, 강성 보수인 박성중 의원에 대해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조차 바꿔야 한다는 항의가 터져 나왔으나 김기현 대표가 '방법이 없다'며 추인했다고 한다"며 "그는 과방위 여당 간사로 '한국방송은 가짜뉴스 숙주', '문화방송은 가짜뉴스로 여론 선동' 등의 발언으로 '언론 탄압 선봉'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오마이뉴스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박 의원은 혁신의 대상'이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27일 중앙일보는 사설 <변화·쇄신 기대 못 미친 ‘인요한 혁신위’의 사람들>에서 "인선을 주도했다는 인 위원장은 과감하게 쓴소리할 이준석계나 유승민계는 한 명도 품지 못했다.(중략)정작 인 위원장 자신이 주창한 통합과도 거리가 멀다"며 "대신 그 자리에 오히려 매사 강경 일변도여서 혁신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까지 등장했다. 오만과 독선이라는 여당의 환부를 제대로 도려낼 수 있을지 의문인 인선"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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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송창한 기자
  •  
  • 입력 2023.10.27 15:51
  •  
  • 수정 2023.10.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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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정부'의 실체, 이런걸 우린 예전에 '레임덕'이라 부르기로 했다

[박세열 칼럼] 용산이 한눈 팔면 곧바로 '복지부동'?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10.28. 05:04:33

 

지난 9월, 추석을 앞두고 철도 파업이 있었다. 경쟁 효과 '제로'인 STR와 KTX 통합 요구 등 쟁점들은 있었지만, 이 글에서 논할 주제는 그것이 아니다.

 

의외로 큰 이슈 없이 철도 파업이 끝났다. 한 간부 출신 조합원에게 희한한 이야기를 들었다. 파업을 시작할 때, 지난해 '화물 노조 파업' 때처럼 정부가 대대적 '노조 때리기'에 돌입할 줄 알고 긴장 속에서 대응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파업 과정에서 국토부 공무원들은 너무나 '젠틀'했고, 노조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진 않았지만, 노조가 내놓은 주장에 귀를 기울이려 애써주는 '진정성'도 보였다는 것이다. 이 간부 출신 조합원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몇 가지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사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화물파업에 강경대응해 '재미'를 좀 봤다. 이어 노조 회계 장부를 들여다보겠다고 했고, 노조에 침투한 '공산 전체주의 세력'을 때렸다. 나아가 '노조로 위장한 조폭' 건폭 몰이에 나섰다. 그러나 그 결과는 흐지부지되고 있다. 간간히 간첩단 사건이나, 노조와 별로 관련 없는 '위장 노조 조폭' 검거 스토리가 언론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대체 정부가 이루려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가늠하기는 어려웠다. 정작 노동시간 개편은 69시간제 논란 후 논의의 명맥이 사실상 끊겼고,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 방안 등 산적한 노동 개혁 현안들은 오리무중이다. 

 

대통령이 '노조 때리기'에 관심을 끊자, '노조의 악행'을 뿌리뽑을 것처럼 요란하게 '대통령 지시 사항'을 늘어놓고 엄포를 놓던 공무원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때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 몰두하고 있었고, 국토부 공무원들은 '부드러운 중재'를 위해 '몰래' 뛰어다니고 있었다. 

 

'용산 정부'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대통령이 관심 갖지 않으면, 공무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분야의 공무원들은 혹사당하는 것 같지만, 그것도 한 때 뿐이다. 그때그때 이슈가 있을때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지면, 용산이 분주해지고, 관계 부처 고위 공무원 몇은 크게 질타를 듣고 몇은 현란하게 움직였다. 실무를 다루는 공무원들은 눈치를 보다가 대통령과 용산의 관심이 다른 '카르텔'로 옮겨가면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된다. 이젠 '카르텔'이라는 말도 과거의 유물이 된 것 같다. 

 

검사들이 그렇다. 그들은 뭔가를 만들어내는 조직이 아니다. 이미 벌어진 일들을 찾아내 조치하고 처벌하는 게 그들의 일이다. 수년 씩 묵은 미제 사건이 즐비해도 새로운 정치인 혐의, 경제인 혐의가 나오면 열일 제쳐놓고 역량을 특수부에 쏟아 넣는다. 한 사건이 일단락되거나 화제성을 상실하면 다른 사건에 눈을 돌린다. 기소 결정 과정도 불투명하다. 어떤 사건은 기소가 가능해 보이지만 미제로 남아있고, 어떤 사건은 기소가 불가능해보여도 기소한다. 검찰총장은 '암막' 뒤에서 이 과정을 미세 조정한다. 유일하게 대통령이 경험한 조직이 '검찰 조직'이다. 그리고 지금은 모든 부처를 '검찰 조직'처럼 다루고 모든 이슈를 검사처럼 다룬다. 

 

관가는 지금 숨족이고 있다. 사정기관들만 바쁘다. 2년동안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건에 특수부 인력을 집중시켰다.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팀이 25명 수준인데, 지금 이 대표에 대한 수사에 약 50여 명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약과의 전쟁, 건폭과의 전쟁에 이어 검경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시절 의혹 검증 보도를 한 언론사들에도 수사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을 비롯해 시민단체의 보조금 관련 수사도 줄줄이 대기중이다. '나쁜 놈 때려잡기'는 계속 진행중이지만, 윤석열 정부가 호기롭게 외친 연금 개혁, 교육 개혁, 노동 개혁 등 국정과제들은 언론 지면에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그 빈자리엔 '공산전체주의', '반국가세력'과 같은 거친 언사들이 껍데기처럼 나부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또 혼이 났다. 자율전공학부로 입학한 학생들의 의과대학 진학을 허용하겠다는 이 부총리의 발언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불필요한 언급으로 혼란을 야기한 교육부를 질책했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대체 몇 번째 사과를 하고 있나. '킬러 문항'을 배제했다는 지난 10월 모의고사 결과, 올해 '물수능'이 예측된다는 말에 반수생이 '역대급'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A 아니면 B 식의 정책이 남발되고 있는데, 그에 대한 대비책은 가지고 있는가? 교육 현장의 혼란을 어떻게 수습할지 알 수가 없다.

여성가족부는 잼버리 사태로 망신당한데 이어 신임 장관 후보자가 '드라마틱'하게 '엑시트'해버렸다. 국토부는 '순살 아파트'와 각종 카르텔과의 전쟁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으며,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은 국토부장관의 '백지화 선언' 이후 꼬여만 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영방송 사장을 바꾸고 YTN 민영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지만, KBS 사장은 '낙하산 논란'에, YTN 민영화는 졸속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정부 유관 기관 소유의 지분을 '통매각'한 결정은 YTN 최대 주주인 한전KDN의 손실을 일으키는 배임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지금 정부 부처는 스스로 벌인 일도 스스로 수습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져들었다. 

 

시퍼렇게 눈 뜨고 있는 감사원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감사원의 전방위 감사는 전 정권 털기에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최근 국회에서 한 답변에서 "어차피 현 정부도 (정권) 중반이 되면 현 정부 사업도 감사를 받는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타이거 감사'가 현 정부 공무원들에게도 "중반" 이후 적용될 텐데, 어느 공무원이 '개혁적'인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위에 언급한 부처들이 하고 있는 일이 죄다 감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떠돈다.

 

도어스테핑은 없어진지 오래고, 이후엔 그 흔한 기자회견 한 번을 하지 않았다. 간간히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의 워딩이 신문과 방송을 메우는데, 목소리는 있으되 형체는 불분명하다. 

 

감사원, 검찰, 법무부, 경찰, 방통위, 이런 조직들에만 과한 관심이 쏠린다. '적폐 청산'의 선두부대다.(이 글에서 전쟁 용어를 사용하는 건 이 정부가 많은 것을 '전쟁'에 비유하기 때문이니 양해를 바란다.) 일을 할 수 있는 조직만 '공격적'으로 굴리는데, 그 대상은 '적폐 청산'에 그치고, 삶은 팍팍해지는데 살림살이 나아질 '비전'은 안 보인다. 과거를 들추고 쑤셔대다, 급기야 1920년대 소련 공산당에 가입한 홍범도를 부관참시하는데, 어느 국민이 이 정부를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을 발목잡힌 정부로 보겠는가. 현란한 칼춤의 칼끝만 부각될 뿐이다.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긴 것은 이 정부의 두고두고 상징이 될 것이다. 용산에 우뚝 선 '그들만의 리그'는 국정 전반을 다루는 방식에서 실패하고 있다. 곧 있으면 총선이다. 용산에서 '철새'들이 국민의힘으로 대거 날아들 것이다. 그러면 용산에 새로 입성한 참모들은 또 다시 업무를 파악하고 인수인계에 골몰할 것이다. 대통령은 장관 대신 '용산 출신 차관'을 내려보내 부처를 통솔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잘 되는 것 같진 않다), '용산 정치인'들을 의원으로 만들어 국회에 '내려보낼' 수는 없다. 철학 없는 정책, 준비 없는 대책이 남발된다. 

 

이런 총체적 상황을 우리는 '레임덕'이라고 부르기로 과거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 너무 빠르다.

 

▲4박6일 간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국빈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6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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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숫자’ 빠진 연금 개혁안 발표...“보험료 인상 불가피” 예고만

연금행동 “‘맹탕’ 연금개혁안...윤석열 정부, 구체적 수치 제시 않고 책임 회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10.27. ⓒ뉴시스


정부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방향성만 담은 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얼마나 더 내야 하는지(보험료율),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소득대체율), 언제 받을 수 있는지(수급개시연령) 등 핵심 수치는 빼놓은 채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결론냈다. 이에 연금개혁의 핵심인 '모수 개혁'이 빠진 '맹탕' 개혁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날 오전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심의·확정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했다. 종합운영계획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정부가 의무적으로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수지 계산을 바탕으로 수립해야 하는 국민연금 전반에 대한 운영 계획이다.

이번 종합운영계획안은 지난 3월 발표한 재정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재정계산위원회의 제도개선 자문안, 국회 연금개혁 특위 논의내용 등을 거쳐 수립됐다. 앞서 재정계산위는 보험료율을 12%·15%·18%까지 올리는 안, 연금 수급개시연령을 68세까지 올리는 안, 기금수익률을 올리는 안, 소득대체율을 45%·50%로 인상하는 안을 조합한 총 24가지 시나리오를 담은 최종 보고서를 복지부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종합운영계획안에는 연금개혁의 핵심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급개시연령 모두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현재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42.5%, 수급개시연령은 63세다. 앞서 진행된 연금개혁의 계획에 따라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 더 하향되며, 수급개시연령은 2033년 65세까지 추가 상향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평균 보험료율은 18.2%, 소득대체율은 42.2%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소득대체율은 유사한 반면 보험료율은 절반 수준으로,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점진적인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험료율 인상의 방향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인상 수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한 만큼 공론화를 통해 구체화한다"고 결정을 미뤘다.
정부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데 대해 국민과의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동안 개혁 과정을 보면 정부가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수준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해왔는데,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연금특위에서 진행 중인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구조개혁 논의 결과에 따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이르면 올해 말에 나올 새로운 장래 인구 추계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향후 국회의 연금개혁특위에서의 구조개혁 논의와 연계하여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눈에 띄는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활동 기한을 내년 5월로 미룬 상태다. 내년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사실상 총선 이후로 연금개혁 시기를 미룬 것이다.

공론화에 대한 일정과 계획조차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스란 연금정책관은 "국회하고 진행을 해보면서 일정을 말씀드릴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언제 하겠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보험료율 인상 방식과 관련해서는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이라는 방향성만 제시됐다. 같은 비율로 보험료율을 올리더라도 내는 기간이 짧은 중장년층은 단기간에 올리고, 가입 기간이 긴 청년층은 장기간에 걸쳐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차등 인상'에 대해서도 정부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하지 않았다. 정윤순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보험료 인상 수준에 따라서 구체적으로 어떤 인상 시나리오가 있는지는 실무적으로 저희가 검토한 바는 있다"면서도 "이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사회적 논의가 추후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국민연금공단(자료사진) ⓒ뉴시스

 

'낸 만큼 받는' 방식으로 전환 추진...기금 해외투자 비중 확대


복지부는 공론화를 통해 재정방식 개선을 위한 논의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또는 '확정기여방식(DC)'으로 전환 등에 대한 국민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침이다. 자동안정화장치는 향후 출산율과 경제동향 등에 따라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등을 달리 적용하는 것이다. 정해진 소득대체율에 따라 급여를 받는 것이 아닌 경제 지표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도록 설계하겠다는 뜻이다.

DC방식은 '낸 만큼 되돌려 받는' 방식이다. 기금 운용 수익에 따라 급여액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확정급여방식(DB)으로, 낸 돈과 관련 없이 받는 급여액이 정해져 있다. 사실상 국민연금을 민간 금융 상품처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복지부는 국민연금 운영에 대한 개선과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노후소득보장 강화 ▲세대 형평과 국민 신뢰 제고 ▲재정안정화 ▲기금운용 개선 ▲다층노후소득보장 정립 등 5개 분야 총 15개 과제다.

기금운용 개선과 관련해서는 기금수익률을 최근 5년 평균 4.2%에 수준에서 1%p(포인트) 이상 더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해외투자 비중을 2028년까지 약 60%로 확대하고, 2024년부터 대체투자 분야 인력을 대폭 확충한다. 또한 전문성 제고를 위해 전략적 자산배분 권한을 기금운용본부로 이관하고, 기금운용위원회는 장기수익률과 위험 수준을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노후소득 보장 강화와 관련해서는 국민연금 외에도 기초연금, 사적연금 등을 함께 강화해 다층노후소득보장이 가능하도록 체계를 잡아가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기초연금을 40만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국민연금 개혁과 연계해 정하기로 했다.

또 소득 활동에 따른 국민연금 감액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에서는 퇴직 후 소득 활동을 하면 소득액에 비례해 노령연금을 깎아서 지급하고 있다.

 

 

 

연금행동 "'맹탕' 연금개혁안...오히려 국민연금 죽이기 계획 담겨"


구체적인 '모수 개혁' 내용이 빠진 이번 개혁안에 대해 "'맹탕' 연금개혁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복지부가 재정방식 개선을 위해 제시한 공론화 과제에 대해서도 "오히려 국민연금 제도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이날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대한 논평을 내고 "단일안은커녕,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등 핵심적인 숫자는 아무것도 없고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되는 '맹탕' 연금개혁안"이라고 비판했다.

연금행동은 "윤석열 정부에게 있어 국민의 존엄한 노후는 정책의 고려대상이 아닌지, 종합운영계획에 구체적 보장목표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연금의 보장 목표가 제시되지 않으니 구체적인 숫자가 담길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제시한 DC방식 전환,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 등에 대해서는 "DC방식 전환은 국민연금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낸 만큼 받아야 한다는 것은 공적연금의 사회연대 및 재분배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어떤 복지제도도 그렇게 설계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은 소득대체율 삭감 이상의 연금 삭감제도로 보장성을 크게 훼손해 제도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보험료율 인상의 방향으로 제시한 세대에 따른 보험료 차등 인상에 대해서도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자의적이고, 재정조달에 있어 사회연대의 원칙이나 부담능력에 따른 부담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금행동은 "윤석열 정부는 국민연금 제도 근간을 흔드는 엉뚱하고 위험한 주장만 담고, 핵심 수치는 하나도 담지 않는 등 수준 이하의 무(無)내용, 과제나열에 불과한 '맹탕' 연금개혁안을 제출했다"면서 "국민을 우습게 봐도 너무 우습게 보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오만과 무능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정부의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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