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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막다 숨진 수문관리원, 그날 엄마는 '왜' 사라졌나

[엄마가 사라졌다] 폭우가 쏟아진 밤, 엄마는 돌아오지 못했다

 

 

 

 

 

"형, 엄마가 돌아오지 않아. 형, 엄마가 안 와."

 

밤 11시가 넘었을까. 퇴근 후 거실에서 누워 '이제 씻고 자러 갈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휴대전화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전화를 받아보니 동생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엄마가, 사라졌단다. 창밖엔 비가 거침없이 내리고 있었다.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던 그날 저녁, 그의 머릿속에선 이미 한 차례 불길한 영상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 그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 많이 오니까 오늘 같은 날은 조심하셔야 해요."

 

그 말에 어머니는 분명히 '알겠다'고 했었는데. 동생의 울음 섞인 목소리 때문에, 저녁의 그 불길한 영상이 다시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설마'가 맞았다. 엄마는 기어이 비를 뚫고 수문을 열러 나갔다. 그리고, 실종됐다.

 

엄마는 하천의 수문을 관리하는 감시원이다. 쏟아지는 폭우 때문에 하천의 물이 넘쳐 농지를 침범하기 전에 엄마는 수문을 열려고 했을 터였다. 

 

그 길로 서울에서 전남 함평까지 차를 몰았다. 엄마가 담당하는 엄다천 학야제수문 주변에는 경찰차, 소방차가 도착해 있었다. 웅성거리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아버지는 넋이 나가 있었다. 동생은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이틀 후 엄마가 발견됐다. 수문에서 1km 떨어진 하천에서, 시신으로. 

 

"어머니가, 올해 폭우로 인한 첫 사망자래요. 동생과 저는, 엄마가 '처음 죽은 사람'이 아니었으면 그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긴 했을까, 종종 이야기합니다." 

 

올해 장마가 앗아간 첫 생명. 그 사람이 바로 엄마였다. 

 

수문은 엄마가 아닌 누구라도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날 밤, 엄마는 왜 사라졌을까. 무엇이 그를 다시는 형제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언제 다시 반복될지 모르는 폭우와 거센 물살 앞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엄마가 마지막으로 서 있었던 수문 다리 위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달리는 열차에서 편지를 쓴다. 어쩌면 전하지 못할 편지. 

 

"지문철(가명, 75세) 선생님께. 우선, 이 편지를 받고 많이 놀라셨다면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제가 이렇게 펜을 든 이유는…." 

 

지난 6월 말, 지문철 씨는 폭우에 아내 오혜선(가명, 67세) 씨를 잃었다. 여러 기자가 연락해왔지만 지 씨는 아내의 죽음에 대해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고 했다. 본지가 제3자를 통해 건넨 인터뷰 요청도 이미 거절한 뒤였다.

 

잠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한 KTX였다. 노랗게 익은 남도의 들판이 뒤쪽으로 빠르게 멀어져갔다. 다시 볼펜을 쥐고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열차는 어느새 광주 송정역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차로 전남 함평군으로 갈 예정이다. 최종 목적지는 함평군 엄다천 어딘가에 있다는 한 '수문'이다. 

 

 

 

 

농촌 지역에서는 논밭 주변 하천에서 수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수문을 관리하는 사람을 인근 마을 주민 중에서 선발한다. '수리시설 감시원(이하 수문 감시원)'이라 불리는 이들은 물 관리가 필요한 농번기에 농어촌공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수문 관리를 담당한다.

오혜선 씨는 농어촌공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엄다천에 있는 학야 제수문을 관리하는 감시원이었다. 지난 6월 27일, 함평엔 시간당 70mm가 넘는 폭우가 내렸다. 그날 밤 오혜선 씨는 하천이 넘쳐 논이 물에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해 수문을 살펴보러 나섰다가 실종됐다. 오혜선 씨는 이틀 후 약 1㎞ 떨어진 교각 아래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올해 장마 폭우 첫 사망자." 당시 언론에서는 혜선 씨의 죽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언론은 혜선 씨가 '수문 점검에 나섰다가 실종됐다'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당시 농어촌공사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수문 감시원을 근로자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때문에 혜선 씨의 죽음은 산업재해로 인정되지 못했다. 농어촌공사는 공식 사과도 하지 않았다. 안전 매뉴얼 개정 등 재발 방지 대책도 아직이다. 

 

▲오혜선(가명) 씨의 장례식에 윤석열 대통령,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등은 근조 화환을 보냈다 ⓒ취재원 지현배(가명) 제공

 

여러 의문이 들었다. 혜선 씨는 어떤 순간에 급류에 휩쓸린 걸까. 수문에 추락방지 시설 등 안전장치는 없었던 걸까. 무엇보다 혜선 씨는 왜 '일하다 죽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까. 폭우는 올여름 한 번만 오고 마는 게 아니다. 앞으로도 이상 기후는 지속될 것이기에,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이 사건을 깊이 들여다봐야 했다. 

 

현장에 가보고 싶었다. 언제나 진실의 단서는 현장에 있다. 그리고 지문철 씨를 만나고 싶었다. 지 씨는 오혜선 씨의 남편이자, 오혜선 씨가 사라지기 전에 가장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다. 

 

지난달 21일, 함평에 도착해서 든든한 지원군을 만났다. 지역활동가인 김영수 씨는 지문철 씨와 같은 동네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고향 후배였다. 먼저 지문철 씨에게 인터뷰 요청을 전해준 이도 김영수 씨였다. 전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는 호탕하고 구수했다. 

 

"나(내)가 도와줄 수는 있지. 그 형님(지문철 씨)이, 인터뷰는 하기 싫다고 항께, 와서 현장이나 보소. 거까진 나가 데려가 줄 수 있응께." 

 

김영수 씨의 안내를 따라 엄다천에 있는 학야제수문에 도착했다. 여섯 글자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위험 접근금지." 

 

농어촌공사는 수문 위 다리에 해당 팻말을 걸고 다가갈 수 없게 쇠사슬로 막아뒀다. 

 

"수문이, 엄청 크네요." 기자가 말했다. 수문은 엄다천과 함평천이 합류해 물길이 확장되는 지점에 있어 규모가 컸다. 전체 길이가 20m는 돼 보였다. 적회색 돌로 이뤄진 교량이 하천을 가로질렀다. 교량을 따라 가로 폭 1.5m 이상의 수문 6개가 나란히 놓였다. 수문과 수문 사이는 위로 솟은 회색 벽이 연결했다. 

 

▲ 한국농어촌공사는 사망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추락방지를 위해 난간을 설치하는 등 시설을 정비했다. 왼쪽은 구글 로드뷰로 확인할 수 있는 정비 전 모습이다. ⓒ셜록

 

팻말 다음으로 눈에 띄는 건 은빛 난간이었다. 생긴 지 얼마 안 됐는지 반짝반짝 윤이 났다. 짙은 적녹색의 수문에는 세월의 흔적이 여실했기 때문에, 반짝거리는 난간은 더 눈에 띄었다.김영수 씨는 '오혜선 씨가 죽은 뒤에야' 농어촌공사에서 안전시설을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이것(난간 등)들은 다 새로 생긴 것들이지. (사고) 전에는 이것이 다 없었다고. 다리만 있고, 이거 새로 다 한 거라고. 물이 다 넘어불잖어. 밤에 여길(다리를) 걸어간다고 생각해봐. 물은 찰랑찰랑 넘칠랑 말랑 하고 있는디, 응?"

 

'그날'의 오혜선 씨처럼 다리 한가운데 서보니 직감할 수 있었다. 여기는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걸.

 

바람이 많이 불어 머리카락이 얼굴을 휘감았다. 손수레 한 대 지나갈 정도 너비의 이 좁은 다리에서 넘어진다면, 바로 하천으로 고꾸라질 테다. 그때는 없던 난간이 지금은 있는데도 두려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칠흑 같이 어두운 밤, 몰아치는 비바람, 난간 없는 교량, 그리고 발밑에서 일렁이는 하천. 그날의 오혜선 씨는 이곳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오혜선(가명) 씨가 서 있었을 다리 위. 우측 아래에 수문이 있다. 사고 당일에 이 다리 위에는 난간이 없었다 ⓒ셜록

 

의문은 남았다. 혜선 씨를 물에 빠지게 한 결정적 요인은 무엇인가. 

 

"선생님, 그런데 그때 여기서 (혜선 씨가) 발을 헛디딘 건가요?" 

 

"헛디딘 게 아니고. 이제 여기 봐봐. 쓰레기가 걸려 있잖어." 

 

김영수 씨가 가리킨 곳에는 수문 주변에 얽힌 수초 등 부유물이 보였다. 

 

"수문을 열라 해도 저것들 때문에 문이 다 안 열린겨. 그래갖고 저런 것을 치다가(치우다가) 물이 확 덮치니까 넘어가서 뒤로 빠져버려 (돌아가신 것 같아)." 

 

오혜선 씨가 수초를 치우려 한 까닭은 간단했다. 

 

"수문이 완전히 열리지 않응께. 물이 확 (논을) 덮쳐불면 그해 농사 망치는 거지." 

 

▲수초 등 부유물이 끼어 있는 학야 제수문의 모습 ⓒ셜록

 

수문 양 끝에는 2층으로 향하는 사다리가 보였다. 김영수 씨가 사다리를 타기 시작했다. 사고 이후 교체됐는지 새 것처럼 윤이 나는 사다리엔, 사람이 튕겨나가지 않도록 안전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그래도 막상 오르려니 솔직히 무서웠다.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셨다 내뱉은 후, 기자도 사다리에 발을 올렸다. 

 

발밑은 보지 않으려 애쓰면서 사다리 끝까지 올랐다. 제어장치 앞에 서 있는 김영수 씨가 보였다. 2층에는 수문 제어장치로 보이는 직사각형 형태의 알루미늄 상자가 6개가 있었다. 김 씨가 알루미늄 상자를 열었다. 손잡이가 달린 다홍색 제어장치에는 '자동', '중립', '수동'이라고 쓰여 있었다. 

 

"수문을 조절하려면 늘 이렇게 사다리를 타야 하는 건가요?" 

 

"그건 아녀. 근디 야(제어장치)를 '자동'으로 돌려놔야 버튼 하나로 수문을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제. 운전하듯이 이거(손잡이)를 돌려야 이게(수문이) 움직이는겨." 

 

다시 지상으로 돌아와 수문을 좀 더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멀리서 천천히 달려오던 파란 트럭이 멈추고 두 남자가 내렸다. 김영수 씨는 그 둘을 단번에 알아보고 악수를 나눴다. 김영수 씨가 두 남자에게 우리를 소개했다.

 

"서울서 온 기자들이여. 그 문철이 형님네 색시 얼마 전에 돌아갔잖어. 그거 취재하러 왔다네. 자네도 수문 감시원이지? 설명 좀 해줘 봐." 

 

▲학야 제수문 2층에 있는 수문 제어기기 내부 ⓒ셜록

 

운전석에서 내린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말을 시작했다. 인근 지역에서 사는 그 역시 수문 감시원이었다.

 

"이게 평상시에는, 비 안 올 때는 농사지어야 되니까 수문을 닫아야 해. 물을 품어야 하니까. 근데 그때(사고 당시)처럼 비가 막 쏟아져갖고 여기가 막혔어, 그럼 그걸 빨리 물 나가게끔 할랑께(열려고 하니까) 그게 위험한 거야. 그때 주민들이 관리원한테 막 전화하는 거지. '비가 많이 오니까 얼른 수문을 열어라' 농민들이 막 군청에다도 전화하지."

 

비가 많이 오면 밤에도 수문을 열러 나와야 하냐고 물었다. 

 

"그럼, 그러니까 위험하지. (사고 이후에) 이번에 농어촌공사에서 선물을 막 무지하게 주더라고. 여러 가지 줘부러. 하이바(안전모)에다 장화에다 구명조끼에다…. 뭐 안 준 것보다야는 낫지. 이번에 사고 나고, (농어촌공사에서) 비 올 때 나가지 말라대요? 근데 누가 하긴 해야 하잖아. (수문을 열러) 안 나가면 (주민들) 욕은 즈그들(농어촌공사)이 묵는 게 아닝께." 

 

농어촌공사는 오혜선 씨의 사망 이후 인근 지역 수문 감시원들에게 안전 장비를 지급했다. 난간 설치와 안전모·구명조끼 지급, 이 같은 조치들이 지난 6월 전에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오혜선 씨가 죽고 나서야 그들의 눈에도 '위험'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천을 가로지르는 교량을 따라 놓인 수문의 뒤편. 난간이 없을 때 교량에서 미끄러진다면 바로 하천으로 떨어질 수 있다. ⓒ셜록

 

취재진은 오혜선 씨가 살던 마을, 전남 함평군 엄다면 학야리로 향했다. 들 가운데에 있는 마을이란 뜻으로 '들말'이라고 부르던 것을 한문으로 '야리(野里)'라고 썼다. 이름처럼 마을은 온통 논밭이었다. 

 

여기서 학야리 이장 지성옥(66세) 씨를 만났다. 그는 오혜선 씨의 실종을 최초로 신고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날 밤에, (지문철 씨가) 울면서 찾아왔더라고요. 아내랑 수문에 같이 나갔는데, (아내가) 없어졌다고. 그래서 제가 신고는 했냐고 물었더니, 얼마나 놀랐는지 (신고도) 못 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일단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사고 직후에는 (지문철 씨가) 기자들이 찾아와도 인터뷰 못 하겠다고 해서 제가 많이 했어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마음이 좀 누그러졌어요. 어제도 마을 사람들한테 아내 수색 도와주고 함께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음식을 대접했어요."

 

이장 지성옥 씨에게 박카스 한 상자와 아침에 열차에서 쓴 편지를 맡겼다. 

 

"이장님, 지문철 선생님이 괜찮다고 하시면 이것 좀 전해주세요." 

 

지성옥 씨는 흔쾌히 편지를 전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이 말을 강조했다. 

 

"너무 안타까워. (오혜선 씨는) 참 착하고 동네 으른들한테도 잘했어요." 

 

지성옥 씨의 집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마을회관이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동네 주민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한 70대 여성은 꼭 쥔 주먹을 가슴에 대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혼자 사는 노인네들 한번씩 돌보러 오고. 찌개며 반찬이며 맨들어서 가져오고. 우리 집에도 자주 왔어. 나 챙기러. 사람이 얼마나 좋았는데요. 엄다면 사람들이 다 말해. 너무 짠하다고. 우덜(우리들)도 너무 안타까워서 아주 말도 못해. (오혜선 씨 전에) 우리 집안 시동생이 했어요. (수문) 감시 일을. 근데 우리 시동생이 할 때도 '거기 위험하니께 뭘(안전장치를) 해주라' 해도 잘 안 해줬어, 농어촌공사에서. 난간 새로 해주라고 해도 안 해주고 그랬다고, 우리 시동생이 그래."

 

TV 앞에 앉아 있던 다른 노인이 말을 거들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사람 죽고 나서 난간이며 조명이며 뭐며 새로 해놓으면 뭐대(뭐해)? 이미 사람은 죽었는디."

 

▲지성옥 이장이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난 6월 27일 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셜록

 

오혜선 씨가 숨지자 노동당국은 농어촌공사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에 들어갔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근로자 인정' 여부다.

 

이날 저녁 광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 센터장은 농어촌공사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문 감시원들이 누구의 통제를 받고, 누구의 지시를 받고 일하나요? 바로 농어촌공사입니다. 그러나 사고 이후 농어촌공사는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도 하지 않고, 제대로 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일하다 죽었으니 산재처리를 해야 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는 상황이죠. 전국에 수리시설 감시원이 7000명 정도 됩니다. 앞으로도 기후위기로 인해 폭우는 쏟아질 테고요. 농어촌공사는 앞으로도 그분들이 다치거나 돌아가시면 지금처럼 책임지지 않을 생각인지 묻고 싶습니다." 

 

농어촌공사는 지난 7월 임직원을 대상으로 오혜선 씨 유가족에게 전달할 '성금'을 모금했다. 그러나 성금을 지급하기 전에 유가족 측에 합의안을 제시했다는 한국방송(KBS)의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합의안 내용은 "앞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왜 돈이 합의금이나 보상금이 아니라, '성금'의 형태로 지급됐는지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농어촌공사 이름으로 된 정식 합의금 혹은 보상금이 아니잖아요. 한마디로 정식으론 책임지지 않겠다는 거죠." 

 

KBS 보도가 있고 약 일주일 뒤 농어촌공사는 유가족에게 성금을 전달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진실탐사그룹 셜록>에 "돈을 통해 합의를 하려던 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6일 <셜록>과의 통화에서 "성금은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모금한 것이고, 합의를 위해 전달을 미뤘다는 내용의 기사는 오보다. 굉장히 억울하다"고 말했다. 

 

특히 공사 측은 '성금의 목적은 위로'라며 순수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공사가 성금을 전달하기에 앞서 "한국농어촌공사 및 공사임직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며 향후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문구가 적힌 합의서(안)를 유가족에 전달한 것은 사실이다. 

 

▲오혜선(가명) 씨의 사망 사고 이후 학야 제수문 옆에 긴급 구조 도구들이 마련됐다. ⓒ셜록

 

공사 측은 사고 현장인 학야제수문과 관련해 '난간, 구명조끼 등 안전시설이나 장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은 인정했다. 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일부 안전시설 등이 미비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시정조치를 진행했다"며 "매년 저수지, 양수장 등 농업 기반 시설을 대상으로 위험성 평가를 하지만 제수문까지는 구체적으로 (챙기지) 못한 게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책임' 문제가 남았다. 농어촌공사 측은 "경찰과 노동청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취지의 답만 내놨다. 관계자는 "공사의 책임에 관해서는 다양하게 해석이 될 수 있다"며 "현재 수사기관과 노동청에서 조사를 하고 있으므로 조사 결과에서 공사의 책임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학야 제수문 전경 ⓒ셜록

 

다음 날 22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평소처럼 침대에 누운 채로 스마트폰을 통해 메일함부터 접속했다. 한 메일의 제목을 보고 순간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안녕하세요, 주보배 기자님. 저는 함평 수문 관리원의 …." 

 

함평에서 전하고 온 편지의 답장이 도착했다. 이야기는 이어진다. 

 

※ 이 기사는 <프레시안>과 <셜록>의 제휴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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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압승, 정권심판 민심 분출...“엄중한 심판”

압승’ 진교훈 “낮은 자세”, 이재명 “차이 넘어 단합” 강조

당선 소감을 밝히는 진교훈 민주당 후보 ⓒ민주당 선거캠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다. 진교훈 후보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의 득표율은 17%p 이상 벌어졌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개표는 자정을 넘으면서 끝났다. 12일 새벽 0시 49분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개표진행상황에 따르면, 개표는 100% 진행됐다.

개표 결과, 민주당 진교훈 후보는 13만7065표로 얻으면서 56.52%의 득표율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는 9만5492표를 얻으면서 득표율은 39.37%에 그쳤다. 진교훈 후보와 김태우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17.15%p로, 진 후보가 압도했다.

이어 정의당 권수정 후보 1.83%(4451표), 진보당 권혜인 후보 1.38%(3364표), 자유통일당 고영일 후보 0.66%(1623표), 녹색당 김유리 후보 0.21%(512표)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민주당 진교훈 후보의 압승 ⓒ민주당 선거캠프

민주당 진교훈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진 후보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 캠프에서 당선소감을 밝혔다.

그는 “낮은 자세로 구민을 섬기는 구청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선이 확정되는 즉시 오직 강서구민만을 바라보고 그간의 구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1분1초라도 아껴가며 강서의 구정을 정상화하겠다”라며 “구민의 목소리에 늘 귀를 기울이고 구민의 눈높이에서 일하는 진짜 일꾼이 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11시 48분쯤 페이스북에 ‘더 겸허히 민심을 받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로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고 강조했다. 또 “한때 집권당이던 민주당의 안일했음과 더 치열하지 못했음과 여전히 부족함을 다시한번 성찰하며, 국민의 공복으로서 민생, 경제, 안전, 평화, 민주주의 회복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 가겠다”라고 했다.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11일 밤 서울 강서구 마곡동 캠프사무실에서 퇴장하는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탄 엘리베이터를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10.11. ⓒ뉴시스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결과를 “받아들인다”라고 밝혔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강서구민의 엄중한 선택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했고,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는 “강서구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더욱 겸손하게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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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 결성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10/12 08:31
  • 수정일
    2023/10/12 08:3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월 1회씩 촛불행동 이어가.. 매주 수요일에는 대시민 캠페인 진행

  • 기자명 대전=임재근 객원기자 
  •  
  •  입력 2023.10.11 23:39
  •  
  •  댓글 0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은 11일 저녁 7시, 둔산동 은하수네거리 국민은행 앞에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은 11일 저녁 7시, 둔산동 은하수네거리 국민은행 앞에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이 끝난 후에는 인근 골목길을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행동에 함께 할 것을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이 끝난 후에는 인근 골목길을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행동에 함께 할 것을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0월 11일, 대전지역 72개 시민사회·종교·정당 대표자들이 모여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이 결성되면서 그동안 민주노총대전본부와 평화나비대전행동이 주축이 되어 진행해 왔던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규탄! 대전시민 촛불’에 변화가 생겼다.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이하 대전행동)은 11일 오전 11시에 대전시NGO지원센터에서 결성대표자회의를 갖고, 조직구성과 운영계획, 주요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대전행동은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가 본격화되고 있고, 향후 30년을 지속하겠다는 일본정부의 발표에 깊은 우려와 분노를 표한다”며,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중단! 용인동조하는 윤석열정부 규탄! 일본산 수산물 및 수산가공품 전면 수입금지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과 촛불행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 활동으로는 매월 둘째주 수요일 대전시민촛불을 개최하며, 매주 수요행동을 통해 대시민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이날 저녁 7시에 둔산동 은하수네거리 국민은행 앞에서 대전시민촛불을 진행했다.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에서 6.15대전본부 이영복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에서 6.15대전본부 이영복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에서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교수연구자협의회 공동의장 박철웅 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에서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교수연구자협의회 공동의장 박철웅 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날 촛불행동에서 여는 발언에 나선 6.15대전본부 이영복 공동대표는 “우리는 그간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와 평화나비대전행동이라는 두 단체 중심으로 해양투기 저지를 위해 싸워왔으나 막지 못했다”며, “보다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오늘 오전 대전지역의 70여개 단체 회원들과 개인들이 참여하는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 결성 대표자회의를 가졌고, 그 결의를 모아 오늘부터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의 이름으로 해양투기를 중단할 때까지 이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복 대표는 이어 “인류의 생명과 미래, 지구생태계를 파괴하고 우리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며 어민들과 수산업 종사자들의 생계를 파탄 낼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즉각 중단과 일본산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를 위해,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망국적인 사대매국노 짓 중단을 위해 다함께 힘차게 싸워나가자”고 호소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교수연구자협의회 공동의장 박철웅 교수도 규탄발언에 나서 “우리 모두가 똑바로 알아야 할 것은 핵은 ‘부의 유무’에 따라서 차별적이라는 사실”이라며, “결국 최종적인 피해자는 미국 같은 강대국과 부자들이 아니라 약한 나라의 가난한 국민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오염된 물에 몸을 담가야하며, 저녁반찬의 생선을 보며 걱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먹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편경렬 목사가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에서 ‘홀로아리랑’과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부르며 공연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편경렬 목사가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에서 ‘홀로아리랑’과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부르며 공연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노래모임 ‘놀’이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에서 노래모임 ‘놀’도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과 ‘새물’을 부르며 공연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노래모임 ‘놀’이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에서 노래모임 ‘놀’도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과 ‘새물’을 부르며 공연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촛불집회 중간에 편경렬 목사는 ‘홀로아리랑’과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부르며 공연에 나섰고, 노래모임 ‘놀’도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과 ‘새물’을 불렀다.

이날 촛불행동은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중단을 위해 끝까지 싸워 나간다.”, “일본의 반인륜범죄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고 심판한다.”, “국민생명안전 포기하는 윤석열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등의 내용을 담은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 출범선언문을 발표하며 마무리되었다.

촛불행동이 끝난 후에는 인근 골목길을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행동에 함께할 것을 호소했다.

11일 저녁 진행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에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 출범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대표자들. 오른쪽부터 박규용 (사)대전충남겨레하나 상임대표, 김운섭 민주노총대전본부 사무처장, 정현우 진보당대전시당 위원장, 김창근 대전충청5.18민주유공자회장.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1일 저녁 진행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시민촛불’에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 출범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대표자들. 오른쪽부터 박규용 (사)대전충남겨레하나 상임대표, 김운섭 민주노총대전본부 사무처장, 정현우 진보당대전시당 위원장, 김창근 대전충청5.18민주유공자회장.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0월 11일 오전 11시, 대전지역 72개 시민사회·종교·정당 대표자들이 모여 진행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이 결성 대표자회의 장면.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0월 11일 오전 11시, 대전지역 72개 시민사회·종교·정당 대표자들이 모여 진행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이 결성 대표자회의 장면.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다음 촛불행동은 11월 8일(수) 저녁 7시에 진행하며, 매주 수요일 점심에는 연설과 서명운동, 피켓시위 등 대시민 캠페인 형태로 수요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 출범선언문이다.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 출범선언문>

오늘 우리는 인류재앙을 부르는 일본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중단을 위해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을 새롭게 결성한다.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는 우리 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생명안전을 위해서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 범죄행위이다.  우리는 대전시민들의 뜻과 의지를 모아, 일본정부의 핵폐수 해양투기를 중단시키기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일본정부 지난 8월24일부터 핵폐수 해양투기를 시작으로 향후 30년간 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인류역사상 초유의 사태로 해양생태를 파괴할 뿐 아니라 국민생명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범죄행위이다.  우리는 전쟁범죄에 이어 또다른 반인륜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일본정부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핵폐수 해양투기가 본격화 되면서 당장 학교급식 군급식등 국민식탁 안전이 위협받을 위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일본산 수산물 뿐 아니라 수산물가공품 전체에 대해 철저히 검역에 나서라.  주권자인 국민들은 검역강화를 위한 법·제도적 정비를 촉구해 나설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수습할 능력조차 없는 일본정부를 신뢰할 것이 아니라, 국민생명안전을 책임지는 국가의 임무에 충실하라. 그리고 일본정부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라. 만약 이를 거스르려 한다면 국민들의 저항을 면치 못할 것이다. 

우리는 결의한다.
하나.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중단을 위해 끝까지 싸워 나간다.
하나. 일본의 반인륜범죄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고 심판한다.
하나. 국민생명안전 포기하는 윤석열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하나. 주권자의 힘으로 생명의 바다와 국민생명안전을 반드시 지킨다.

2023년 10월 11일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저지 대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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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보궐선거 여당 참패에 “또 지면 윤 대통령 바로 레임덕”

  •  박서연 기자 
  •  
  •  입력 2023.10.12 08:04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김순덕 대기자 “윤 대통령에 김건희 여사 말고 누가 감히 할 말 할 수 있나”

조선일보 “민심의 경고” 한겨레·경향 “민주당 잘해서 이긴 거 아냐” 당부

노동시장의 성차별 연구로 노벨상 수상 골딘 교수가 말한 한국 저출생 문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개표를 100% 완료한 결과 진교훈 후보는 56.52%(13만7065표)를 얻어 39.37%(9만5492표)를 기록한 김태우 후보를 약 17%포인트 앞서며 압승했다. 이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율은 48.7%였다. 앞서 진행된 사전투표율은 22.64%로 역대 재보궐선거 중 가장 높았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을 살펴볼 가늠자로 여겨진 선거였던 만큼 아침 신문들은 늦은 시간까지 개표가 진행됐음에도 12일 자 1면에 선거 결과를 보도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은 사설도 작성했다.

▲ⓒ진교훈 강서구청장 당선자 페이스북.

▲12일 아침신문들 1면.

 

조선 “여당의 완패 민심의 경고” 경향·한겨레 “민주당 잘해서 이긴 거 아냐”

조선일보는 1면 <여당의 완패 민심의 경고> 기사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총력전을 벌인 선거에서 여당이 예상보다 큰 차이로 완패했다. 민심의 경고에 여권 내 책임론과 쇄신 요구가 분출할 전망”이라며며 “반면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현 친명 지도부에 힘이 실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용산의 패배라고 했다. 한겨레는 1면 <용산의 패배> 기사에서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윤석열 정부 심판’을 내걸고 이번 선거 승리까지 거머쥔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당분간 안정적인 당내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12일 조선일보 1면.

▲12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이어 “윤 대통령은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고 구청장직을 상실한 김 후보를 지난 8월 사면·복권해 출마의 길을 터줬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대통령실 눈치만 살피다 김 후보를 공천했다는 비판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보수신문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경고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달라지면 전화위복, 아니면 설상가상> 사설에서 “정부와 국민의힘이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민주당이 이겼으니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된 일”이라며 “이번 선거는 정부와 국민의힘의 실책이 누적된 상태에서 치러졌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 때문에 생긴 보궐선거에 김 후보를 또 공천했다. 문재인 정부 비리를 내부 고발한 김 후보를 형식 논리에 따라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적용해 구청장직을 박탈한 법원 판결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김 후보 때문에 생긴 선거에 김 후보를 재공천한 국민의힘도 국민적 공감을 사기는 어려웠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석 달 만에 그를 사면해 출마의 길을 열어줬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은 ‘당 소속 선출직의 귀책 사유가 있을 경우 무공천한다’는 당규도 무시했다. 김 후보는 보궐선거 비용 40억원에 대해 ‘수수료 정도로 애교 있게 봐달라’고 했다. 이런 김 후보와 국민의힘, 윤 대통령의 모습은 오만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12일 조선일보 사설.

▲ⓒ진교훈 강서구청장 당선자 페이스북.

이번 설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조선일보는 “선거 승패는 계속 바뀐다. 문제는 이긴 쪽과 패한 쪽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이다. 잘 받아들이면 전화위복이 되고 잘못 받아들이면 설상가상이 된다”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이번 결과를 ‘고작 구청장 하나의 선거 결과일 뿐’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내년 총선에선 더욱 엄중한 국민의 심판이 내려질 것”고 경고했다.

중앙일보도 <보선 패한 여권, 독선적 국정운영 아니었나 돌아봐야> 사설에서 “여권은 이번 선거를 국정 운영의 미비점을 돌아보고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여야 간 대화를 찾아볼 수 없고 극한 대립만 일상화한 게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도 문제이지만, 민생 문제를 풀어갈 책임은 여권에 있다.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 필요한 정책을 법제화하는 것도 집권 세력의 역량이다. 참신한 인재를 선보여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는커녕 자격 미달 시비가 잇따르는 인사들을 장관 후보로 내세우는 등 독선적이거나 독주하는 인상을 주지 않았는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12일 경향신문 사설.

▲12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민주당을 향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고 경고했다. 한겨레는 <선거 민심, 윤 대통령 국정기조 바꾸라는 경고다> 사설에서 “민주당도 이번 선거 결과를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여겨 안주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혁신과 통합을 외면한다면, 민주당이라고 민심의 회초리가 피해가진 않는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강서구청장 보선 민주당 압승, 엄중한 국정 심판이다> 사설에서 “민주당은 자신들이 잘해서 이겼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유권자들은 집권세력에 회초리를 들기 위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고 보는 게 옳다. 민주당은 자만할 게 아니라 쇄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로, 6개월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의 풍향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총선에서도 이 결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당부했다.

 

김순덕 동아일보 칼럼 “총선 여당 또 지면 윤 대통령 바로 레임덕”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는 <‘대통령 리스크’, 국힘은 말 못하는 선거 후유증> 칼럼에서 “이번 보선의 의미는 애써 깎아내려도 어쩔 수 없지만 내년 총선은 나라의 명운을 가를 수 있다. 여당이 또 질 경우, 윤 대통령은 바로 레임덕에 들어설 공산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순덕 대기자는 “총선 승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보다 대통령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며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면 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문우진 아주대 교수 2022년 논문). 집권 기간이 길어질수록 여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줄고 야당 후보의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는 한, 시간이 갈수록 여당의 총선 승리 가능성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심리적 주기가 짧아지면서 정권 피로도 역시 가속적으로 높아지는 현실에선 더욱 그렇다”고 했다.

▲12일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 칼럼.

김순덕 대기자는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는 세상이 다 안다. 그러나 국힘에 ‘대통령 리스크’가 있다는 사실을 대통령에게 말할 사람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민심을 살피고 인사검증을 꼼꼼히 해낼 민정수석은 없앴으면서 대통령 친인척을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은 두지도 않고, 참모가 무슨 말을 하면 화부터 버럭 내는 것으로 유명한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 말고 누가 감히 할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순덕 대기자는 “대통령 지지율을 높이는 방법은 있다. 쉽게 올리자면 대통령이 ‘민족주의 카드’를 휘두르거나 반대세력이 이념적 정체성으로 정부에 맞설 때 강하게 맞대응하는 것이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사퇴시키는 등 민감한 정치현안에 민심을 반영하거나, 더 바람직하게는 대통령 자신이 정적을 포용하고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해 국민에게 감동을 줄 때 지지도는 올라간다”며 “지금처럼 돌진만 하다가는 ‘무도한 전(前) 정권 심판’ 마무리도 못한 채 대통령이 된 뜻 한번 펼쳐 보지 못하고 임기를 마칠 수도 있다”고 했다.

 

노동시장의 성차별 연구로 노벨상 수상 골딘 교수가 말한 한국 저출생 문제

2023년 노벨경제학상은 노동시장에서 성별 차이의 주요 요인을 발견한 여성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골딘(Claudia Goldin) 하버드대 교수가 수상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지난 9일(현지시각) 클라우디아 골딘을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노벨위원회는 “골딘은 수세기 동안 여성의 소득과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최초의 포괄적인 설명을 제공했다. (여성 소득과 노동시장 참여의) 변화의 원인과 남아 있는 성별 격차의 주요 원인을 밝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국일보는 <노벨상 수상자가 저출생 한국에 보내는 충고> 사설에서 “노동시장의 성차별 연구로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의 저출생 수치를 지적하며, 기업문화의 변화와 기성세대 및 남성 교육의 중요성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수많은 정책이 있어도 문화와 인식이 뒤따라가지 못하면 저출생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꼬집은 것”이라고 했다.

▲12일 한국일보 사설.

사설에 따르면 지난 9일 한국 기자는 골딘 교수에게 한국의 저출생 문제를 물었다. 골딘 교수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86명이죠. 20세기 후반 한국보다 더 빠른 경제적 변화를 겪은 나라는 거의 없었고, 그것은 (구성원 간) 갈등을 야기한다. 기성세대들, 특히 딸보다 아들을 통제할 수 있는 기성세대를 재교육해야 하는 만큼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기성세대와 남성들이 여성에게 부과되는 육아 문제를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고 바뀌어야만 저출생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뜻”이라며 “골딘 교수의 지적대로 저출생은 많은 부분이 성평등 문제와 연결돼 있다. 성별 임금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부동의 1위, 기업 여성 관리자 비율 최악의 국가에서 출생률이 쉽게 높아질 리가 있겠는가. 이를 제대로 인식하는 정부, 기업, 그리고 사회 구성원이 많아져야 그나마 저출생 문제를 풀어갈 돌파구가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서연 기자psynism@mediatoday.co.kr

#노벨경제학상#골딘#oecd#진교훈#강서구청장#윤석열#김건희#김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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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고속도로 변경안이 경제성 더 우수?... 야당·전문가 정면 반박

국토위 국감서 양평고속도로 경제성 분석 도마 위... 전문가 “설득력 있는 자료로 볼 수 없어”

국토위 국정감사 ⓒ뉴스1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을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쪽으로 변경한 것이 경제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국토교통부와 여당의 주장이 조목조목 반박됐다. 대통령 처가 땅으로 휘어지는 대안노선이 원안에 비해 경제적이라는 최근 국토교통부 발표를 두고 야당은 공사비를 부풀리기라거나, 교통량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결과를 왜곡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토부가 발표한 ‘서울-양평고속도로 경제성 평가 결과’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B/C(비용 대비 편익) 분석 결과 변경안이 원안보다 경제성이 낫다고 주장했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5일 대안노선 B/C가 원안노선보다 우수하다는 내용의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강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대안노선의 B/C값이 0.83으로, 원안노선(0.73)에 비해 13.7% 높다.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국토부가 제시한 경제성 평가 결과에 대해 일부 공사 난이도가 높은 터널 구간에 임의의 가중치를 줌으로써 대안노선의 비용을 낮춘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국토부는 길이가 짧은 3차로 4.1km 구간에 대해서는 (원안과 비교해 수정안의)수치 변화가 없었던 반면 길이가 5배 이상인 23.1km에 달하는 2차로에서는, 난이도가 높아 공사 단가가 높은 터널 구간에만 수치 변화를 줘 대안노선의 비용을 낮췄다”며 “(이는)지질 조사도 없이 자의적으로 수치를 대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인으로 참석한 한국터널환경학회 이찬우 회장도 같은 평가를 내놨다. 국토부 자료가 지반 조사 없이 작성돼 임의 가중치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국토부가 대입한 자의적 수치의)근거는 시공할 터널 근방에 있는 기존의 실시설계 자료다”라며 “국토부는 거리가 20m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지반조건은 바로 옆이라도 상이한 부분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반조사 동반하지 않은 조사 결과는 설득력 있는 자료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당과 국토부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이 타당성조사까지만 진행했던 만큼 지반조사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교통투자평가지침에 따르면 터널을 타입별로 구분해 공사비를 산정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정책성이나 국토균형발전 등을 측정하는 종합평가에선 오히려 원안이 대안노선보다 낫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안노선의 B/C값 0.83은 경제성 측면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도 통과하지 못하는 수준인 만큼 원래라면 종합평가를 해야 하는 데 이 부분에선 원안노선이 대안노선보다 더 높게 평가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원안노선은 국도 6호선 연결이라든지,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교통량 분산이라든지 이런 정책적인 목적이 달성된다”면서도 “하지만 변경안은 굉장히 밑으로 치우쳐져 있어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토위 국정감사 자료사진 ⓒ뉴스1

 

종점만 바뀌면 양평고속도로 교통량 6천대 증가?
이소영 의원 “양평에 3기 신도시라도 생기나”


야당은 종점 변경만으로 교통량이 22%(6천대) 늘어난다는 국토부 분석 결과에 대해서도 ‘비상식적’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원안 종점일 때 이 고속도로를 안 타는 6천대가 (종점을)4분 거리로 옮기면 탄다는 게 납득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전체 교통량의 70%를 차지하는 ‘서울-북광주 구간’은 원안과 대안 모두 동일한 상황에서 이후 구간이 바뀌었다고 전체 교통량이 22% 이상 늘어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배후 인구 25만명인 3기 신도시가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유발하는 수요가 하루 1천대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 결과와 해당 고속도로가 인구 60만명인 서울 송파구와 연결되면 교통량이 4천대 증가한다는 국토부 자료를 언급했다.

이 의원은 “KDI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선 인구 25만명인 3기 신도시가 유발하는 고속도로 수요가 하루 1천대인데 인구가 12만명으로 더 적은 양평군에서 종점이 달라진다고 교통량이 하루 6천대 늘어난다는 것이냐”며 “양평에 3기 신도시라도 생기느냐”고 쏘아붙였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국토부의 경제성 분석을 두고 “거짓과 부풀리기로 급조된 ‘답정너’ 문서”라고 비판했다. 대안노선안의 편익이 높게 나오는 주요 이유가 교통량 증가인데, 국토부 분석이 ‘전형적인 부풀리기’라는 주장이다.

심 의원은 “원안과 대안의 종점은 9km 차이다. 시속 100km로 따져보면 5분 남짓한 거리다. 이 정도 차이로 하루 통행량이 6,081대나 차이가 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며 “고속도로 설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6천대 이상의 차이가 발생하려면 적어도 주행시간이 30분은 돼야 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교통수요 부풀리기라고 지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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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규제 일방통행에 드러난 ’총체적 난국’

  •  박서연, 박재령, 금준경 기자 
  •  
  •  입력 2023.10.11 07:29
  •  
  •  댓글 1
  •  

    과방위 국정감사 첫날 ‘가짜뉴스’ 규제 공방

    1차 법률 검토·해외 출장보고서 뭉개고 규제 강행 사실 드러나

    메이저 언론은 제외? 심의 대상 주관적 적용에 ‘가짜뉴스’ 기준도 불분명

    1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가짜뉴스 규제를 일방 추진하는 과정에서 ‘모순’과 ’허점’이 드러났다. 규제에 부정적인 1차 법률검토 결과와 내부 보고서를 뭉개고 규제를 강행했다. ‘가짜뉴스’ 기준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심의 대상 언론을 자의적으로 선택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급작스럽게 바뀐 규제 입장 도마 위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언론 보도에 통신심의를 적용하면서 기존에 정립한 기준을 급작스럽게 바꿨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방통심의위 법무팀 작성 문서를 보면 법무팀은 지난 9월13일만 해도 인터넷신문사의 유튜브 콘텐츠에 관해 통신심의 대상이 아니고, 언론중재법이 우선 적용된다는 법률검토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법무팀은 일주일 뒤 ‘인터넷 신문사업자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하는 인터넷 기사는 위원회의 통신심의 대상에 해당한다’는 2차 법률검토 결과를 냈다. 고 의원은 외압 가능성을 제기했다.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법원 판결도 1심 판결이 다르고 2심 판결이 다르다”고 해명하자 ‘주관적 선택’이 논란이 됐다. 상반된 법률검토 결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에 류 방통심의위원장은 “보다 적극적으로 심의 대상을 넣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의견에 따라 두 번째 의견을 채택한 것”이라고 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도 “엇갈린 견해가 있을 때 충분히 적극적인 행정조치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거들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이 방통심의위에서 제출 받은 출장보고서를 미디어오늘이 분석한 결과 지난 7~8월 방통심의위 직원들이 북미·유럽 규제기관 담당자들을 인터뷰한 출장 보고서에 ‘가짜뉴스’(허위정보)를 행정적 심의규제하는 사례가 없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류희림 위원장 체제의 방통심의위에서 심의를 추진해 보고서는 무력화됐다. 방통위는 지난달 OECD 국가의 가짜뉴스 심의 사례 분석 연구를 발주해 중복 연구 문제도 제기됐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가짜뉴스 신속심의를 위한 패스트트랙 순서도.

    방통심의위 내부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방통심의위 팀장 11명이 낸 집단 성명에서 “인터넷 언론사의 보도 내용에 대한 모니터링과 심의, 자율규제 요청 등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이중규제 우려가 있는 사항에 대해 위원회 내·외부의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입법적 보완과 심의 기준 마련이 선행된 후 시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처음 반발 입장을 낸 탁동삼 확산방지팀장은 국회에 출석해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앞에서 “사람이 바뀌고 위원장이 바뀐다고 해서 그동안 심의하지 않았던 기준과 원칙들이 바뀌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종이신문 인터넷 보도는 제외? 적용 기준 논란

    정보통신망법상 심의 대상을 주관적으로 해석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방통심의위는 인터넷언론 보도가 정보통신망법상 통신심의 대상인 ‘정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되는 부호, 문자, 음성, 영상, 음향 등의 형식을 정보로 규정한다. 통상 언론보도는 언론중재법을 적용해 예외로 뒀는데, 법 조항을 기계적으로 해석할 경우 인터넷언론 보도가 해당할 소지는 있다.

    그러나 적용 대상이 자의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등 페이퍼 신문도 인터넷판은 정보통신망을 통해서 전송되기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겠다, 그런 취지 아니냐”고 묻자 류 방통심의위원장은 “굉장히 과도한 해석”이라며 반발했다. 그러자 변 의원은 “정보통신망법을 적용하면 다 해야지, 취사선택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영찬 의원이 “메이저 언론사들이 만든 인터넷신문은 심의를 안 할 거란 얘기냐”라고 거듭 묻자 류 위원장은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메이저 언론사같은 경우는 자체 심의 규정이 있다”고 했다.

    ▲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개소식에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을 포함한 정부여당 추천 인사들(황성욱·허연회 위원)만 참석했다. ⓒ방통심의위

    그간 인터넷언론 심의를 강행하면서도 종이신문의 인터넷 보도는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인터넷을 통하여 보도·제공하는 경우’ 심의를 하는 등 종이신문의 인터넷 보도도 인터넷언론 보도와 동일하게 취급해왔다.

    변 의원은 “지상파를 제외하고서는 전부 정보통신”이라며 “정보통신망을 통해 움직이는 모든 데이터와 영상은 심의 할 수 있다고 판단하신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IPTV를 통해 전송되는 종편 등 방송 채널도 정보통신망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통신심의 대상이 되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가짜뉴스’의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과 위헌 소지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이 방통위원장은 “가짜뉴스의 정의에 대해선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정립됐다고 본다”고 했다.

     

    신고센터 특정세력 악용 지적도

    방통심의위의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에 실제 접수된 신고 가운데 상당수는 종교단체인 기독교복음선교회(일명 JMS) 방송에 대한 민원으로 나타났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총 123건인데 이 가운데 54건이 JMS 관련 민원이었다. 이 중 가장 많은 민원인 26건이 JMS 피해자를 인터뷰한 MBC <PD수첩>이었다. 특정 단체의 민원이 지나치게 많은 점도 논란이 됐지만, ‘가짜뉴스’ 규정 자체가 모호한 상황에서 센터를 출범해 언론의 공적 보도에 관련 신고가 쏟아진 면도 있다. 조 의원은 “정부·여당이 가짜뉴스 규제를 명분으로 법적 근거도 없는 센터를 만들었지만 예상했던 대로 엉뚱하게 이용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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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선관위 투·개표, 해킹에 취약"…선관위 "조작 불가능"

"과거 선거 의혹과 결부, 경계해야" 선 그었지만…'4.15 부정선거' 음모론 또 불붙나

곽재훈 기자  |  기사입력 2023.10.11. 04:57:18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가정보원이 선관위 보안시스템에 대한 점검을 합동으로 시행한 후, 그 결과는 각자 따로따로 발표했다. 국정원은 '선관위 투표·개표 시스템이 해킹에 취악해 외부 해커가 개표 결과까지 조작할 수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반면 선관위는 "해킹 가능성이 곧바로 부정선거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순히 기술적 해킹 가능성만을 부각해 '선거결과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선거 불복을 조장, 사회통합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헌법기관인 선관위와 최고 정보기구인 국정원이 사실상 상반된 입장을 동시에 발표하면서, 내년 총선을 반 년 앞둔 시점에서 유권자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4.15 부정선거론' 등 극우·보수진영 일각의 2020년 총선 관련 음모론적 주장에 다시 불이 붙을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대통령실 핵심 인사가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운 듯한 정황이 지적되기도 했다. 

 

국정원 "해커가 개표결과 변경할 수 있어…사전투표용지 무단 인쇄도 가능" 

 

국정원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선관위·국정원·KISA가 합동보안점검팀을 구성해 국회 교섭단체 추천 여야 참관인들 참여 하에 7월 17일부터 9월 22일 간 보안점검을 실시했다"며 "(그 결과) 개표 결과가 저장되는 '개표 시스템'은 안전한 내부망에 설치·운영하고 접속 패스워드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나, 보안관리가 미흡해 해커가 개표결과 값을 변경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투표지분류기에서는 외부장비(USB 등) 접속을 통제해야 하나, 비인가 USB를 무단 연결해 해킹 프로그램 설치가 가능했고, 이를 통해 투표 분류 결과를 바꿀 수 있었다"며 "또한 투표지분류기에 인터넷 통신이 가능한 무선 통신 장비도 연결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국정원은 투표 시스템에 대해서도 "유권자 등록현황·투표 여부 등을 관리하는 통합 선거인명부 시스템에는 인터넷을 통해 선관위 내부망으로 침투할 수 있는 허점이 존재하고, 접속 권한 및 계정 관리도 부실해 해킹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사전 투표한 인원을 투표하지 않은 사람으로 표시하거나, 사전 투표하지 않은 인원을 투표한 사람으로 표시할 수 있다"며 "존재하지 않는 '유령 유권자'도 정상적인 유권자로 등록하는 등 선거인명부 내용을 변경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선관위 내부시스템에 침투해 사전투표 용지에 날인되는 선관위 청인(廳印), 투표소 (관리관의) 사인(私印) 파일을 절취할 수 있었다"며 "테스트용 사전투표용지 출력 프로그램도 엄격하게 사용 통제되지 않아 실제 사전투표용지와 QR코드가 동일한 투표지를 무단으로 인쇄 가능함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국정원은 이와 함께 선관위 내부 업무처리를 위한 전산망이 인터넷 망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아 "전산망 간 통신이 가능"했다며 "선관위는 2022년도 '주요 정보통신 기반시설 보호대책 이행여부 점검’ 자체평가 점수를 100점 만점으로 국정원에 통보했으나, 합동보안점검팀이 31개 평가항목에 대해 동일기준으로 재평가한 결과 31.5점에 그쳤다"고도 했다.

 

선관위 "해킹은 가능해도 '투표지 바꿔치기' 불가능…선거 결과 조작? 실물 투표지로 언제든 검증"

 

국정원 발표와 동시에 나온 선관위 발표는 전혀 상반된 내용이었다. 선관위는 우선 이번 보안 컨설팅은 "사전준비에서 침입탐지·차단 등 자체 보안시스템을 일부 적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으며 "부정선거 방지를 위한 법적·제도적 통제장치 등을 배제한 상태에서 순수하게 기술적인 내용에 한정해 실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선거 시스템에 대한 해킹 가능성이 곧바로 실제 부정선거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술적 가능성이 실제 부정선거로 이어지려면 다수의 내부 조력자가 조직적으로 가담해 시스템 관련 정보를 해커에게 제공하고, 위원회 보안관제 시스템을 불능상태로 만들어야 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작한 값에 맞추어 실물 투표지를 바꿔치기해야 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그러면서 "만약 내부 조력자 가담을 전제한다면, 어떤 뛰어난 보안시스템도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국정원 발표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선관위는 또 설사 해킹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선거관리 과정에는 안전성 및 검증 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인 장치들이 마련돼 있어 '선거 결과 조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선관위는 "우리나라의 투·개표는 '실물 투표'와 '공개 수작업 개표' 방식으로 진행되며, 정보시스템과 기계장치 등은 이를 보조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또한 투·개표 과정에 수많은 사무원, 관계 공무원, 참관인, 선거인 등이 참여하고 있고, 실물투표지를 통해 언제든지 개표결과를 검증할 수 있다"고 했다. 

 

즉 해커가 설사 선관위 보안관제망을 뚫고 개표 시스템에 침입해 'A 후보에게 던진 표 100표를 B 후보에게 간 것으로 전산 결과를 조작'한다고 해도, 실제로 양측 후보와 참관인이 종이 투표지를 세어서 확인할 경우 바로 들통나게 된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용지 무단인쇄 등 가능성에 대해서도 "통합선거인명부 DB에 접근하여 데이터를 위변조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서버 및 DB접속 정보 등을 확보하고 보안관제시스템을 불능상태로 만들어야 하므로 사실상 내부자 조력 없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해킹을 통해 사전투표용지에 인쇄되는 위원회 청인 및 투표관리관 사인 파일을 절취하는 경우 사전투표용지를 무단으로 인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실제 투표용지와 동일한 투표용지를 발급하기 위해서는 청인, 사인 외에도 투표용지발급기 및 전용드라이버, 프로그램을 모두 취득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선관위 "기술적 보안도 강화", 국정원 "과거 부정선거 단정 못해"라지만… 

 

선관위는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안정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보안 패치, 취약 패스워드 변경, 통합 선거인명부 DB서버 접근 통제 강화 등 보완이 시급한 사항에 대한 조치를 완료했다"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그러면서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국민들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접근 제어 및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보안장비를 추가하는 한편 '보안컨설팅 결과 이행추진 TF팀'을 구성해 개선사항 후속조치 이행 상황 등을 확인점검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이날 경기 성남시 사이버안보협력센터에서 백종욱 3차장이 언론을 대상으로 브리핑까지 열었다. 국정원이 통일부 등을 통해 보도자료를 배표하지 않고 직접 대언론 브리핑을 한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백 차장은 이번 보안검점은 "(선관위) 전체 장비 6400여 대 가운데 약 5%인 317대만 점검했다"며 전체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선관위와 합동발표를 논의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선관위와 시각차가 있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백 차장도 "(이번 점검은) 선거의 제도적 통제장치는 고려하지 않고 기술적 측면에서, 해커의 관점으로 취약점 여부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의미를 한정하긴 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선거 결과 의혹과 결부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 "과거에 그랬다고(해킹이 있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두 차례 선을 그었다.

 

그러나 국정원의 이번 발표는 그 의도와는 무관하게 극우·보수진영 일각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까지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선관위가 무소불위의 힘을 갖추면서 지금과 같은 괴물이 됐다. 해체하는 게 유일한 답"이라거나 "부정선거 정황이 이토록 분명한데 어떻게 문제 제기를 안 할 수 있나"(6월 <시사저널> 인터뷰) 등의 주장을 폈다. 

 

작년 8월에는 총선 부정선거 주장을 해온 강성보수 성향 유튜브 방송에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출연해 일각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관련 기사 : '강성 보수' 유튜브 출연한 시민사회수석 논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10일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에 마련된 가양1동 제8투표소에서 기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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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성과? 미국 기업만 살판난 걸 대통령님 모르십니까

[반도체 열다섯 번째 특별과외] 자화자찬 대신 '가드레일' 독소조항 '5% 확장금지' 해결해야

3.10.11 05:47최종 업데이트 23.10.11 05:47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9일 대통령실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네요.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를 사실상 무기한 유예했다죠.

지난해 10월 미국 상무부가 미국 기업이 중국 내 반도체 생산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었잖아요.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선 1년간 유예를 해줘서 그동안 필요한 장비를 별도의 허가 없이도 구매가 가능했었죠. 벌써 1년이 됐으니 그 유예기간의 연장 여부에 대해 다들 관심이 많았는데 오늘 무기한 유예라고 하니 우리 기업들도 이제 한시름 놓게 생겼습니다.
해당 내용을 발표한 최상목 경제수석은 이번 결정이 "우리 반도체 기업의 최대 통상 현안이 일단락됐음을 의미한다"라며 "우리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공장 운영과 투자 관련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됐고 장기적으로 차분하게 글로벌 경영 전략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라고 했습니다. "굳건해진 한미동맹 기반 위에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대응한 결과"란 말도 덧붙였네요.

삼성·SK 中공장에 미국산 반도체장비 공급 무기한 허용된다 - <연합뉴스>
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유예…"반도체 업계 부담 덜었다" – <뉴시스>
中 반도체 리스크 끝?..."삼성 SK에 美 장비공급 허용" – <YTN>


대통령실의 발표를 보도하는 언론들의 기사 제목을 보면, 이번 규제 유예 발표로 인해 중국에 있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게 더 이상의 '리스크'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통령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이번 결정을 통해 우리 반도체 기업의 최대 통상 현안이 일단락됐다고 생각하시냐는 말입니다. 만약 대통령님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정말 큰 일입니다. 중국 내 반도체 생산기업에 대한 장비 수출규제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최대 통상 현안이 아니니까요. 대통령실에서 그렇게 발표하고 언론들이 그렇게 받아쓴다고 해도, 대통령님만큼은 사실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 유예, 이미 예견된 내용
 

▲ 5월 3일 파이낸셜타임스의 미국 반도체장비 수출규제 유예와 관련된 기사. 기사 본문에 이미 "검증된 최종 사용자 (VEU)" 인증을 제공하는 옵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파이낸셜타임스

 
일단 장비 수출규제 유예기간 연장 자체가 새로운 소식이 아닙니다. 벌써 5개월 전인 지난 5월 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정부가 국내 반도체 업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중국 공장으로 장비를 수출·반입할 수 있는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사를 자세히 보면 연장을 위한 한 가지 옵션으로 두 한국 회사에 무제한의 "검증된 최종 사용자 (VEU)" 인증을 제공하는 게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다만 최첨단 노광장비는 수입을 할 수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이번 정부의 발표 내용과 완전히 동일한 내용입니다.

지난 5월부터 이미 우리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 내용을 알고 있었습니다. 검색창에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유예"로 검색을 한번 해 보세요. 외신도 그렇고, 수도 없이 많은 우리 언론 보도가 우리 기업에 대한 미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는 유예될 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반도체 업계의 최대 통상 현안은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의 연장이 아니라, 지난 3월 미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 초안에 포함된 5% 확장 금지 조항이었습니다.
 

▲ 연합뉴스는 지난 6월 13일 기사에서 "한국 기업에 대해선 수출 통제 유예를 당분간 연장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 연합뉴스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의 독소조항, 5% 확장 금지

미국 상무부의 초안 발표 후 6개월이 흐른 뒤 지난 9월 22일,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 가드레일 규정을 최종 발표했습니다. 가드레일 규정의 두 가지 핵심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반도체법 자금 수혜자가 해외 우려 대상 국가에서 반도체 제조 능력을 확장하는 것을 10년 동안 금지한다." 둘째, "수혜자가 우려 대상 외국 기관과의 특정 공동 연구나 기술 라이센싱하는 것을 제한한다." 지난 기사에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중국에 있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능력도 못 늘리고, 중국 업체와 기술교류도 못 하게 된 겁니다. 

가드레일 규정은 못 바꿨어도 장비 수출규제 유예를 얻어냈으니 그것만 해도 큰 성과 아니냐고요? 장비 수입에 아무런 규제가 없으니 "공장 운영과 투자 관련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이번 발표로 인해 중국에 있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게 딱히 달라진 건 없습니다.

반도체 장비를 구매하는 이유는 뭘까요? 당연히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장비를 사는 건 얼마든지 허용하지만, 그 장비로 인해 생산량이 5% 이상 늘어나는 건 규제를 하겠다고 하면 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이번 수출규제 유예 조치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이란 기존 반도체 공장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존 장비의 대체 수요만 채울 수 있게 된 겁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반도체 장비를 많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있는 우리 기업들이 기존 장비의 대체 수요가 있을 때 미국 장비를 사지 못하는 규제가 있다면 대체품으로 한국 반도체 장비를 사게 될 겁니다. 미국은 그걸 우려해서 이번에 중국에 있는 우리 기업에 대한 미국 반도체 장비의 수출규제를 유예한 겁니다. 우리 기업 좋으라고 한 결정이 아니라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의 이익을 위해 한 조치란 뜻입니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통해 이뤄낸 성과라면 장비 사느라 돈만 쓰고 정작 생산량은 늘이지도 못하는 이런 규제 대신, 5%로 묶어 버린 확장 제한을 10% 이상으로 늘렸어야 합니다. 중국에 있는 우리 반도체 팹(반도체 부품 공장)들이 미국으로부터 구입한 장비로 대체 수요만 채우며 현상유지만 하는 동안 미국과 싱가포르에 팹이 있는 마이크론은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으로 우리 기업들을 추월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 4분기(45.2%)보다 3%포인트 감소한 43.2%였고, SK하이닉스는 3.7% 감소한 23.9%였습니다. 반면 미국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5.1%가 상승한 28.2%로 SK하이닉스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습니다.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에 뒤처지는 것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 화재의 여파가 있었던 2013년 4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미국 정부 당국은 '칩스 포 아메리카 (Chips for America)', 즉 미국 반도체 산업을 위한 반도체법을 만들고 꼼꼼하게 미국 반도체 산업을 위한 규제와 정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그 규제와 정책이 과연 우리에게도 진정 유리한 건지에 대해 제대로 파악도 하지 못하고 대충 한미동맹의 성과라는 말로 포장해서 내놓고만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에 좋은 것이 곧 우리에게도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왜 모르십니까?

이번 미국의 조치가 우리에게 무슨 대단한 성과라도 되는 양 발표하고 보도하고 있지만, 실제 중국에 있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부담과 리스크는 아직 그대로입니다. 대통령님이라도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봐야 합니다. 지난해 8월 이후 14개월 연속 반도체 수출 역성장이라는 최악의 성적표가 지금 우리 반도체 산업의 현실입니다.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장비는 살 수 있지만 그걸로 우리 반도체 팹의 생산성을 높이지는 못하게 된 이 고약한 규제부터 풀어야 합니다. 반도체 업계가 대통령님께 내는 숙제입니다.

[반도체 특별과외 시리즈]
①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경악... 이건 특별과외가 필요합니다 https://omn.kr/1zjg5
② 윤 대통령, 또 틀렸다... '반도체 15만 양병설'은 헛발질 https://omn.kr/1zxnn
③ '곤두박질' 윤 대통령, 지지율 올릴 뜻밖의 묘수 https://omn.kr/2064a
④ 반도체마저? 윤 대통령님, 이러다 나라 망가집니다 https://omn.kr/235lv
⑤ 윤석열 대통령님, 제발 아무 것도 하지 마세요 https://omn.kr/23cln
⑥ 윤 대통령, 미국 가서 이것 못하면 반도체는 끝장이다 https://omn.kr/23e8s
⑦ 한국은 요주의 국가? 윤 대통령 때문에 망신살... https://omn.kr/23jvm
⑧ 윤 대통령의 '바보같은 짓'... 벌써 외국서 신호가 오네요 https://omn.kr/23ygd
⑨ 한국언론과 외신의 차이... 윤 대통령 입이 걱정입니다 https://omn.kr/24254
⑩ 우려가 현실로... 반도체가 이 지경인 건 대통령 때문입니다 https://omn.kr/24ec8
⑪ 중국 휴대폰 속 보고 '덜덜'... 대통령님, 이거 정상 아닙니다 https://omn.kr/25l0w
⑫ 대통령의 삽질, 국책연구원의 소신 담긴 반전 보고서 https://omn.kr/25l05
⑬ 윤 대통령 때문에 우리 기업들 문 닫게 생겼습니다 https://omn.kr/25oje
⑭ 미 반도체 가드레일 규정 발표...윤 대통령님, 도대체 뭘 하셨나요? https://omn.kr/25sx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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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양평 종점, 김건희 땅 쪽이 낫다”면서, 자료제출은 거부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3.10.10 20:35
  •  
  •  댓글 0
 

 

강상면 종점이 낫다면서 측정 자료 제출은 거부

자료제출은 않고, 보도자료부터 배포한 국토부

민간 용역사 분석 결과, 한국경제연구원(KDI) 산출 자료와 달라

민간 용역사 '기업 경영상의 내용'이라며 자료제출 거부

10일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 땅 쪽으로 종점이 변경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양평고속도로 추진 13년 내내 종점은 양평군 양서면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돌연 종점이 김 여사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변경되었다.

지난 5일 국토부는 강상면 종점이 양서면 보다 경제성이 높다는 예비타당성조사(B/C) 분석 결과를 내놨다.

국토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B/C 결과대로 강상면 종점을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이 요청한 로데이터(가공되지 않은 측정 자료)는 끝내 제출하지 않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뉴시스

분석에 사용된 로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분석 결과의 신빙성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국토부는 의원들에게는 자료제출을 하지도 않고 보도자료부터 배포했다”며 “이는 국민 기만행위”라고 비판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 일가가 땅을 보유한 지역과 가깝게 고속도로 노선이 바뀐 이유에 대한 충분한 자료제출이 없어 이 사안이 정쟁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자료제출을 거듭 요청했다. 하지만, 원 장관은 “제출할 수 있는 자료는 모두 제출했다”며 로데이터 제출을 거부했다.

언급된 로데이터는 국토부가 내놓은 B/C분석에 사용된 것이다. 해당 분석안을 보면 노선별 B/C는 양서면안 0.73, 강상면안 0.83으로 김 여사 일가가 보유한 토지를 지나는 변경안 노선의 경제성이 더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B/C값이 높을수록 사업성이 높다는 의미다. 사업비의 경우 양서면은 2조498억 원, 강상면은 사업비 2조1098억 원이 든다. 대신 강상면은 하루 6078대(22.5%)의 교통량을 더 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야당은 이같은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질의를 통해 “당초 한국경제연구원(KDI)이 산출한 양서면의 BC는 0.82였는데 이번 조사 과정에서 사후에 조건을 변경해 0.73으로 BC가 낮아졌다”며, 그 이유를 따져 물었다.

이어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각 종점간의 거리가 7km, 차로 4분 거리인데, 하루 6000대의 교통량이 늘어난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인근 하남교산 3기신도시 인구 25만 명에 해당하는 교통량이 하루 1000대인데, 4분 거리의 종점 변경으로 6000대가 증가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양평 인구는 12만 명에 불과하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심지어 오늘 증인으로 채택됐던 민간 용역사조차 '기업 경영상의 내용'이라며 어떤 자료제출도 거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민기 국토교통위 국감 의장은 “국가기밀이 아니라면 자료는 모두 제출해야 한다”라며, “특히 자료를 내일까지 준다는 것은 용역사가 국감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지금부터 로데이터를 마사지(가공)하는 경우 범죄”라고 강조하며,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행위는 국회 의결로서 고발할 수 있음을 기관과 개인에 경고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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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저출산'에도 임신갑질 여전…"임신하니 업무 몰아줘 결국 유산"

직장갑질119 "정부, 형식적 출산 장려 정책만 내놓고 직장 내 임신‧육아 갑질은 방치"

.한예섭 기자  |  기사입력 2023.10.09. 21:00:52

 

오는 10일 '임산부의 날'을 하루 앞두고 직장 내 임신‧육아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앞서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육아휴직 급여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침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육아휴직제도의 남녀 의무화 및 갑질 엄벌 등의 강력한 조치 없이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동법률지원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신원이 확인된 노동자로부터 제보받은 54건의 임신‧육아 갑질 사례를 9일 공개했다. 갑질의 주요 형태는 해고·권고사직 20건(37%), 부당평가·인사발령 13건(24.1%), 직장 내 괴롭힘 10건(18.5%), 단축근무 등 거부 7건(13%), 연차사용 불허 4건(7.4%)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신 및 육아 상황에 직면한 노동자에 대한 해고 등 인사 문제가 두드러졌다. 한 사업주는 "우리 회사는 출휴(출산휴가), 육휴(육아휴직)가 없으니, 임신한 직원은 자발적으로 퇴사하라"는 위법적인 지시를 노동자에게 내렸고, 한 회사에선 임신 및 육아휴직 사용을 인사평가 '최하' 등급의 사유로 지정했다. 출산휴가 논의 중에, 배우자의 육아휴직 면담 중에, 혹은 복직 후에 등등 임신·출산을 전후로 갑작스럽게 해고 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임신한 노동자들은 임산부에게 법적으로 부여되는 권리인 연차 사용 및 단축근무도 법대로 쓰지 못했다. 한 노동자는 "출산으로 단축근무할 경우 업무지장이 있다"며 연차 쓰지 말 것을 강요 받았고, 출산휴가와 연차휴가를 붙여서 신청하자 연차를 아예 거절하는 경우도 있었다. 상급자를 중심으로 임신한 팀원에 대한 따돌림이 조장되는 경우도 많았다. 한 임신 노동자는 연차 사용은커녕 "오히려 부당한 과다업무지시로 유산을 겪어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부서 내 따돌림 △육휴 복직자에 대한 업무 배제 △임출육을 사유로 한 승진 누락 등 다양한 불리 처우 사례가 쏟아져나왔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제3장의 일·가정양립 지원 조항을 통해 사업주 등이 육아휴직을 이유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단체는 "그러나 일터에서 주먹은 가깝고, 법은 저 멀리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상황은 일부 제보사례에서만 확인되는 이야기들이 아니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9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60% 수준에 머물렀다. 직장인 10명 중 4명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 셈이다.

 

 

 

 

 

같은 조사에서 '육아휴직'으로 분야를 옮겨보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응답은 출산휴가보다 낮은 54.5%에 불과했다. 직장인 절반(45.5%)에 가까운 이들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육아휴직에서의 불리 처우 응답률 또한 비정규직(61.5%)과 정규직(34.8%), 5인 미만(69.9%)과 공공기관(19.5%)·대기업(28.9%), 월 150만 원 미만(65.6%)과 월 500만 원 이상(27.9%) 등 노동자 '계층'에 따라서 2배~3.5배의 차이를 보였다.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은 출산휴가 미부여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육아휴직 미부여 시 5백만 원 이하의 벌금을,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의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 만 원 이하의 벌금을 각각 사업주에게 처하고 있다. 그러나 법에 따라 실제 처벌되는 사례는 드문 편이다. 직장갑질119 소속 김유경 노무법인 돌꽃 노무사는 "출산, 육아휴직 미부여 또는 휴직 이후 노동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는 노동관계법령상 형사처벌 조항이 있는 명백한 범죄행위임에도 고용노동부는 실효성 있는 제재조치 대신 방관만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임신육아갑질'은 특정 노동자가 아닌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감독만 시행하면 바로 불법을 확인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단체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 중에 산전후 휴가와 육아휴직 사용 전후 퇴사한 회사를 상대로 특별근로감독을 벌이면 되는 것"이라며 "임신육아갑질을 방치해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유일한 소멸국가가 되었는데도, 정부는 획기적인 제도 개선과 특별감독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 또한 "정부가 초저출산 국가 탈출을 위한 형식적인 출산 장려 정책 대신 일터에서 여성들이 최소한의 제도를 누구나 당연히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김영미 부위원장과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2023. 3.28 ⓒ연합뉴스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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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을 한다고요?] 농사와 전기 생산을 동시에 한다고요?

영농형 태양광으로 농촌 에너지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야

 

얼마 전 전라남도의 한 지역에서 주민들과 재생에너지에 관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 간담회 참석자 중 생협 조합원이기도 한 귀농인은 이렇게 말했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데 찬성하고 우리 지역에서도 보급되기를 원했는데, 지금 방식은 아닌 것 같다.” 그는 핵발전이나 석탄발전이 아니라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가 사용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들어서는 태양광 발전을 보니 산림을 훼손하거나, 외부에서 온 사업자들이 농지를 사들여서 발전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땅값 보상을 둘러싼 주민간 갈등, 지자체에 대한 불신이 쌓여서 아예 태양광 관련된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다는 고백이었다. 태양광 발전에 대한 농촌 주민들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었다.

2021년 기준으로 태양광을 가장 많이 생산한 지역은 전라남도이고 전라북도가 그 뒤를 잇는다. 그러나 실제 전기 수요 절반 이상은 수도권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농촌 지역에 태양광 발전이 몰리는 이유는 전기가 많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땅값이 싸기 때문이다. 농촌 지역에서는 태양광 사업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는 일이 다반사다. 땅을 팔거나 빌려주면 높은 값을 쳐주겠다고 유혹한다. 농촌 주민들은 도시민들에 비해서 장소와 공간에 대한 애착이 높고 관계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농촌 지역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는 일에 민감한 것은 당연하다. 농지가 태양광 시설이 바뀌면 경관이 바뀌고, 발전사업자에게 농지를 팔거나 임대하면서 동네 농민이 그곳을 떠나게 되기 때문에 지역 소멸과도 연관된다. 곳곳에서 태양광 반대 현수막이 걸린 이유다.

그렇지만 농민들이 태양광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2019년에 농촌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농민 508명 중 53.1%는 농촌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고, 46.8%는 앞으로 본인의 토지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특히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은 영농형 태양광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사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농지 보호와 재생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 위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하고 설비 아래에서 벼, 감자, 녹차 등 작물을 재배하는 형태를 말한다. 식물에는 광포화점이라고 해서 광합성 속도가 최고치에 도달해 광합성 속도가 더 증가하지 않는 최소한의 빛의 세기가 있다. 그래서 식물에 최적화된 생육환경을 만들고 남는 일사량은 태양광발전에 활용하는 구조다. 독일에서 처음 시도되어 일본, 프랑스, 베트남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작물 위에 태양광 설비가 설치되기 때문에 작물에 따라서 수확량이 20% 줄어들지만, 생산 전기를 판매해서 얻은 수익이 있으니 전체적으로 농가 소득이 향상된다. 작물에 따라 수확량 감소가 없는 경우도 있다. 농림식품부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농촌태양광 10기가와트 설치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니, 농사와 발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농촌의 재생에너지 발전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그렇지만 영농형 태양광을 기존 태양광처럼 해서는 역효과만 날 뿐 충분한 지지를 얻을 수 없다.

 
농민 주도의 이익공유 방식이 관건

태양광 발전에 대한 주민 수용성에 관한 여러 연구와 해외 사례를 종합해 보면, 발전의 수익이 농업인들에게 얼마나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치비용 지원은 얼마가 되는지가 중요하다. 또, 사업 주체가 외지인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사업일 경우 사업기간이 짧아지고 태양광 발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아진다.

그렇지만 현재는 태양광 사업 허가와 입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가 명확하지 않고, 주민참여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다. 40MW 이상으로 대규모 발전 시설일 경우 민관협의체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규모 사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주민이 주도적으로 농촌의 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해외 사례를 보면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설립 등으로 마을이 재생에너지 설비를 소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행정적 지원제도가 명확하다. 에너지 설비가 개인이 아닌 마을의 소유가 되고, 이것이 마을에 이익이 될 때 주민들이 설비에 대한 반발감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영농형 태양광으로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별도의 제도도 새롭게 필요하다. 현행 농지법으로는 농사와 전기생산을 동시에 할 수 없기 때문에 타용도로 일시 전용을 하지 않고도 가능하도록 농지의 복합이용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어야 한다. 또 농업인들이 만든 영농조합법인은 발전사업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서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농촌에는 땅 주인이 직접 농사를 짓는 경우보다 임차해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더 많다. 임차인에 대한 고려 없이 영농형 태양광 설비가 들어서면 수확량은 줄어드는데 전기 판매 수익은 땅 주인이 갖게 되기도 한다. 농지를 보전하면서, 농사를 지속하면서도 농민이 주도하는 형태의 영농형 태양광 발전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 도입이 조속히 필요하다.

영농형 태양광의 효과는 인정하지만 지원 정책과 예산 줄어

그러나 현실은 암담하다. 2018년 7월부터 한시적으로 도입된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한국형 FIT) 매입제도는 20년간 고정가격으로 매입을 보장하기 때문에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어 농어촌 지역 태양광 확산에 기여했다. 4년간 한국형 FIT 자격을 얻은 발전소가 총 5만 9,021개, 설비용량은 총 378MW였을 정도다. 그러나 정부는 소형 태양광에 지나치게 많은 혜택을 줘서 난립을 유발하고, 세금을 낭비한다면서 올해 8월 이후 고정가격계약제를 중단했다. 농촌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전기 판매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농지를 얼마나 오래 사용하는지가 영농형 태양광 경제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FIT 제도가 사라지게 되면 영농형 태양광의 경제성을 떨어트려서 농민들이 선뜻 영농형 태양광을 선택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된다. 1천여 개 가까운 에너지협동조합으로 에너지전환의 기반을 만든 독일의 경우에도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는 장기간, 고정가격으로 구매하는 지원제도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라남도 보성 녹차 연구소에 설치된 차밭 영농형 태양광. 녹차는 상부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도 생산수확량 감소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 제공

뿐만 아니다. 농림식품부는 2024년 예산안을 짜면서 영농형 태양광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13억 원 삭감한 28여억 원을 책정했다. 몇 년 전부터 영농형 태양광 재배모델, 농업농촌 RE100 실증지원을 하는 농촌재생에너지보급지원 사업 예산을 편성했는데, 내년에는 지원 규모를 줄인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영농형 태양광이 57개소가 있지만 대부분은 실증연구단지이고 전체 발전량이 3.4MW에 불과하다.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에 마을단위의 주민주도형, 주민참여형 영농형 태양광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수가 너무 적다. 성공한 사례를 통해 긍정적 효과를 확산시킬 수 있는 시기에 정부의 지원까지 축소되면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확산될지 장담할 수 없다.

국회에는 관련된 법률 제·개정안이 6건이 상정되어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는 후퇴하고 지원책과 예산도 줄어서 한숨만 나온다. 그렇지만 국회에서만이라도 관련 법률안에 대한 논의를 진척시켜 제도 개선에 앞장서기를 바란다. 내년 총선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상정된 법률안들이 폐기되기 때문이다. 농촌의 에너지 전환을 더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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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사무총장, ‘가자 지구 전면 봉쇄’ 이스라엘 비판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3.10.10 09:45
  •  
  •  수정 2023.10.10 0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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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사진 출처-UN]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사진 출처-UN]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9일(현지시각) 회견을 통해 “나는 가자 지구 전면 포위를 개시할 것이라는 이스라엘의 오늘 발표에 몹시 슬프다”고 비판했다. “전기, 식량, 연료 그 어떤 것도 (반입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2006년부터 17년째 봉쇄 상태인 가자 지구의 인도주의 상황이 “기하급수적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팔레스타인 주민 240만명이 인도주의적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인도주의적 인력의 접근과 함께 의료 장비, 식량, 연료와 기타 인도적 물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면서 “가자 지구로의 구호와 필수품 반입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며 유엔은 이 요구에 부응해 원조 제공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당사국과 관련국들을 향해 “가자 지구에 갇혀 도움을 받지 못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긴급 인도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유엔의 접근을 허용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국제사회를 향해 “즉각적인 인도적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이번 폭력사태는 진공에서 온 것이 아니”고 “현실은 56년에 걸친 긴 점령과 정치적 결말이 보이지 않는 오랜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피, 증오, 양극화의 악순환을 끝낼 때”라고 밝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은 정당한 안보 요구가 실현되는 걸 보아야 하며, 팔레스타인은 자기 국가 수립을 위한 분명한 전망을 보아야 한다”면서 “유엔 결의들, 국제법과 이전 협정들에 부합하는 두 국가 해법”이 중동에 장기적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UN에 따르면, 7일 새벽 가자지구를 사실상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양측 사상자가 6,8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스라엘 사망자 800명-부상자 2,500명이고, 팔레스타인 사망자 500명-부상자 3,000명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하마스의 공격을 규탄하면서 즉각적 공격 중단과 모든 인질 석방을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인민들의 정당한 분노를 알지만 어떠한 것도 이러한 테러와 살인, 상해와 민간인 납치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이스라엘의 정당한 안보 우려를 알지만 군사작전은 엄격한 국제인도주의법에 따라 실시되어야 함을 이스라엘에게 상기시키고 싶다”면서 “민간인은 언제나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한다. 민간 인프라가 목표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이미 이스라엘의 미사일들이 가자 지구 보건시설과 고층 주거용 타워와 이슬람 사원을 타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자 지구 난민들을 보호하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기구’(UNRWA) 학교 두 곳도 공격을 받았다. 약 13만 7천명의 사람들이 현재 UNRWA 시설에 대피 중인데 극심한 포격과 공습이 계속되면서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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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언론사 심의 불가에서 가능으로 일주일만에 뒤집어진 이유는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10/10 09:51
  • 수정일
    2023/10/10 09:5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3.10.10 07:48
  •  
  •  수정 2023.10.10 08:03
  •  
  •  댓글 0
  •  
  •  

     

    [아침신문 솎아보기] 유가 급등에 전쟁 확산 우려, “최악의 시나리오 검토해야”

    조선·국민, 북한 비판… “중동 분쟁 계기로 대북 방어 태세 재점검해야”

    질병관리청 ‘오염수 영향 우려’ 보고서 비공개… 한겨레 “정책 반영 안 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확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움직임까지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확산될 경우 신 중동전쟁이 재발할 수 있으며, 이는 한국 경제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주요 일간지들은 10일 “중동 리스크가 한국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민일보는 “북한도 하마스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며 안보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역시 대북 방어 태세를 정비하고 9·19 합의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사흘째로 접어든 상황에 누적 사망자는 1200명에 달한다. 전쟁을 선언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면봉쇄를 지시하고, 지상군 투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른 여파로 국제유가는 4%가량 급등했으며, 이에 따라 국제적인 인플레이션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주요 일간지들은 10일 1면에서 관련 소식을 전했다. 아래는 1면 기사 제목이다.

    ▲10월10일 중앙일보 1면 기사.

    경향신문 <극단의 전쟁, 시민은 없었다>

    국민일보 <이 “가자 봉쇄”… 고사작전 돌입>

    동아일보 <‘美-이란 대리전’으로 번지는 중동전쟁>

    서울신문 <“이스라엘軍 48시간내 가자지구 지상작전 돌입”>

    세계일보 <‘하마스의 기습’… 北 장사정포 대비책 시급하다>

    조선일보 <예비군 소집령… 전세계 이스라엘 청년들 속속 귀국>

    중앙일보 <이스라엘군, 가자 장벽 집결>

    한겨레 <이스라엘군 가자 주변 총집결… 지상전 준비>

    한국일보 <‘피의 보복’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초읽기>

    ▲10월10일 한국일보 1면.

    한국일보는 1면 기사에서 “미국이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을 이스라엘 앞바다 동지중해로 전진 배치하는 등 이스라엘 군사 지원을 개시하고, 이란이 하마스의 이번 작전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 등 세계가 전쟁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란 위기감도 고조됐다”며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실제 투입하면 사상자 급증이 불가피하다. 미국, 이란 등까지 개입하면 대형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10월10일 동아일보 4면.

    동아일보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기만술’에 허를 찔렸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4면 <중동평화 추진 이스라엘, 고립 우려한 하마스 ‘기만술’에 허찔려>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화해 이 지역을 장악한 하마스의 변화를 끌어낸다는 ‘이스라엘판 햇볕정책’의 효과를 과신하는 사이 평화 무드 속에 정치적 입지 위축을 우려한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철통 방공망 ‘아이언돔’을 뚫을 작전을 준비해 허를 찔렀다는 것”이라고 했다.

    ▲10월10일 중앙일보 3면.

    이번 전쟁은 국제적인 경제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국제유가가 치솟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중앙일보 3면 <유가 4%대 급등…“중동 전쟁 번지면 제3의 인플레 파고”> 보도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4%가량 상승한 배럴당 86달러에 거래됐고, 북해산 브렌트유의 경우 한때 전 거래일보다 5% 넘게 오른 89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전문가는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문제는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다른 중동 지역으로 확전할 때다.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을 지원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충돌이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미국이 이란 원유 수출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국내 전문가가 꼽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중동 국가가 전쟁에 말려들어 세계 석유 공급에 큰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다. 이는 고환율·고금리 상황에 놓인 한국 경제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10월10일 서울신문 사설.

    이에 따라 한국이 경제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신문은 사설 <중동발 경제 먹구름, 선제 대응 나서야>를 내고 “정부는 어제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원유·가스 도입에 차질은 없다고 밝혔다. 향후 지속적인 유가 상승과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질지는 좀더 지켜보겠다고 했다”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할 정부의 자세로는 안이하기 짝이 없다. 만에 하나 이번 분쟁이 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정부 대응을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별로 다각도의 대응 방안을 면밀히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10월10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신중동전쟁 우려에 유가 급등, 최악 상황 준비해야> 사설에서 이번 전쟁이 국제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가 나서 중동 평화를 중재할 순 없겠지만 어떤 중동 리스크도 우리에게 미칠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건 가능한 일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준비해야 할 때”라고 했다.

    ▲10월10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 역시 사설 <우크라戰 와중 ‘新중동전’… 최악의 경제 리스크 대비를>을 내고 “가뜩이나 최근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 리스크가 한국 경제를 옥죄면서 ‘상저하고’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중동발 불안이 장기화될 것을 염두에 두고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며 “장단기 원유 수급 대책은 물론이고 에너지 수입원 다변화 전략, 금융 및 외환시장의 리스크, 수출 전략 등을 원점에서 철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0월10일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조선일보는 하마스와 관련 없는 북한을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일보는 사설 <북한도 언제든 하마스 될 수 있다>에서 “북한군은 하마스보다 월등한 포격 전력을 수도권과 인접한 휴전선 근방에 갖췄다. 북한 장사정포는 시간당 1만발 이상 발사가 가능하다”며 “안보에 구멍이 뚫리면 우리가 쌓은 공든탑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오늘의 북한이 내일의 하마스가 될 수 있음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10월10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역시 <원시적 공격에 무력화된 첨단 방어망, 한반도에서 벌어질 수도> 사설을 내고 “화력 면에서 하마스와 비교도 되지 않는 북한군이 유사시 전선 전역에 걸쳐 파상 공세를 퍼부을 경우 최전방 지역은 물론 수도권 방어도 벅찰 수 있다”며 “가장 위협적인 것은 20만명 규모의 특수부대다. 이들이 레이더에 안 잡히는 저공 침투기를 이용해 우리 후방을 교란할 경우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중동 분쟁을 계기로 대북 방어 태세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9·19 합의 역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지난 2월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염수 우려’ 보고서 숨긴 질병청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5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장기간 추적조사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정부가 이를 비공개하고 정책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는 1면 <“일 오염수 인체 영향, 전국민 장기 추적 필요” 보고서 숨긴 질병청> 보도에서 정부가 오염수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정책에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대한응급의학회·대한재난의학회가 주관기관으로 참여했고, 최대해 차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연구책임을 맡았다. 2021년 12월 시작된 연구는 지난해 5월까지 진행됐다.

    ▲10월10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보고서에는 국민건강영향평가와 관련해 △오염수 방류 시 나오는 물질의 각각의 총량을 알 수 있어야 하고 △국민의 수산물 섭취 유통량 조사가 있어야 하며 △수집된 자료를 통해 국민 1인당 방사선 누적 총량을 계산해야 하고 △최소 20년 이상의 장기간 추적 조사를 통한 빅데이터 연구가 필요하다는 등 구체적인 조건들이 제시됐다”며 “또 국내외 여러 문헌들을 검토한 결과, 후쿠시마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의 정화능력이 검증된 바가 없으므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8월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를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 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이라며 2024년 5월까지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한겨레는 “야당에서는 질병청이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질병청은 ‘연구결과 및 관계부처 협력을 통해 필요하면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답했다”며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지 45일이 지났지만, 연구용역 보고서의 제언 중 반영된 내용은 사실상 없다”고 밝혔다.

    ▲10월10일 한겨레 사설.

    또 한겨레는 <‘원전 오염수 영향’ 질병청 보고서 왜 감췄나> 사설을 내고 “줄곧 원전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강조해온 대통령실과 여당의 눈치를 보느라, 정부가 의도적으로 이를 감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국민적 관심이 높은 오염수 방류 관련 보고서가 정책 당국자들의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비공개 보고서에 담긴 전문가 제언이 정부 정책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심각성을 더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정부는 오염수 방류 이후 국민 건강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한 적도 없다. 낮은 수준의 방사선 노출은 인체에 영향이 없다는 원전 산업계와 원자력학계의 주장에만 의존한 탓”이라며 “(이번 보고서가) 혹여라도 전임 정부가 의뢰한 연구용역이어서 귀담아듣지 않은 것이라면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는 정부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사진=방통심의위.

    콘텐츠 심의 강화 천명한 방통심의위

    ‘류희림 체제’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콘텐츠 심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겨레는 방통심의위가 당초 인터넷 언론사 심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일주일만에 의견을 정반대로 바꿨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1면 <인터넷 언론사 심의 방심위 ‘불가-가능’ 1주일 만에 뒤집어>에서 “방심위 법무팀은 (지난달 13일) 1차 의견서에서 인터넷 신문사업자의 유튜브 채널에서 유통되는 정보가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한 언론보도라면 통신심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며 “그런데 법무팀은 일주일 뒤 ‘인터넷 신문사업자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하는 인터넷 기사는 위원회의 통신심의 대상에 해당’한다는 정반대의 2차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10월10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게다가 법무팀은 정보의 ‘삭제 또는 접속차단’ 등을 할 수 있는 통신심의의 취지가 정정·반론보도 등 언론중재법이 보장하는 구제수단과 다르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언론중재법이 정보통신망법에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고도 해석했다”고 했다.

    방통심의위가 인터넷 언론사 심의에 나선 배경에는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가 있다. 뉴스타파 보도가 논란이 된 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모니터링하고 감시하는 곳에서 엄중조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방통심의위는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심의 대책 세부 내용’을 발표하고 인터넷언론 심의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10월10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 <속속 드러나는 방심위의 ‘인터넷 언론 심의’ 무리수>에서 “(의견 변경은) 대통령의 ‘하명’을 좇아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팔 걷고 나선 방심위의 무리수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방심위는 법무팀의 두번째 의견이 제출된 다음날인 지난달 21일 인터넷 언론의 기사와 동영상도 심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은 ‘가짜뉴스 심의 대책’을 발표했다. 위헌적인 언론 검열, 권한 남용 등의 비판이 제기됐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방심위 사무처 팀장 11명이 ‘가짜뉴스 심의’에 우려를 표하는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며 “시민사회는 물론 내부 구성원도 동의하지 못하는 ‘가짜뉴스와의 전쟁’,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10월10일 경향신문 1면.

    국민의힘이 방통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한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경향신문 1면 <‘김만배 녹취 인용’ 방송심의 신청 폭증 국민의힘이 주도>에 따르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관련 심의 신청 건수는 지난해 3월 17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9월 169건으로 폭증했다. 특히 대통령실이 뉴스타파 보도를 ‘대선공작’으로 규정한 이후 나흘간 심의신청이 130건이 넘었는데, 이 중 15건은 국민의힘이 신청한 것이었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3월과 지난달 방심위에 접수된 심의 신청은 특정 단체가 주도했다”며 “국민의힘은 지난달 5일 이후 4일간 최소 15건의 민원을 넣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3월에도 해당 보도와 관련해 심의신청을 했는데, 그달 7~12일 접수된 전체 민원 12건 중 11건이 국민의힘이 제기한 것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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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마스#이스라엘#중동#유가#북한#오염수#질병관리청#방송통심심의위원회#김만배#신학림

      윤수현 기자melancholy@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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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는 잘못된 권력자 비판해야... 침묵은 본분 저버린 것"

[특별인터뷰] 강우일 주교의 '윤석열 시대' 진단

23.10.10 07:13최종 업데이트 23.10.10 07:13

▲ 인터뷰 하는 강우일 주교 제주교구장에서 은퇴한 후에도 인권 평화 생명을 화두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강 주교는 비판적 예언자로서의 사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 황의봉

 
힘든 시절이다. 정치는 실종되고 압수수색이 일상이 돼버렸다. 대통령은 철 지난 이념을 외쳐대고, 장관들은 어떤 경우에도 책임질 줄 모른다. 국회는 거부권과 시행령에 무기력해졌다. 경제는 연속 적자행진을 기록 중이다. 국가가 더 이상 국민을 보호해 주지 않으니 각자도생만이 살길이라는 비명이 들려온다. '자고 나니 선진국'이란 자부심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이런 시기에 강우일 주교(78)를 만났다. 3년 전 천주교 제주교구장에서 은퇴한 후에도 여전히 현실을 직시하며 비판적 예언자로서의 사제의 역할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원로다. 서울 출생으로 경기고와 일본 상지대를 거쳐 로마 우르바노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9세에 사제 서품을 받아 신부가 되고, 1986년 41세에 주교가 되었으니 속된 말로 출세가 빨랐다.강우일 주교는 김수환 추기경의 비서 신부로 일했고, 한때는 김 추기경의 뒤를 이어 한국천주교 최고지도자가 될 1순위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대교구장이나 추기경 임명 때마다 로마교황청의 낙점을 받지 못했고 2002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제주교구장에 임명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강주교는 "그냥 하느님의 뜻이거니 하고 받아들였다"라고 했다.

강 주교는 인권과 생명 존중, 환경 보존, 평화를 위한 행보에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 모두가 사회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제주 4·3의 아픔을 알리고 치유하는 데 헌신하고, 예멘 난민을 보듬고, 베트남전쟁 피해자들을 찾아가 위로하고, 통진당 해산과 강정 해군기지 건설, 4대강 개발사업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 그는 한 시사주간지가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 가톨릭 인물 중 만나고 싶은 사람 1위에 꼽히기도 했다.

지난 9월 27일 제주시 아라동의 주교관에서 만난 그에게 제주교구장 은퇴 후의 근황부터 물었다.
 

▲ 주교 서품 1974년 신부가 되고 1986년 주교서품을 받은 강우일 주교는 김수환 추기경 비서, 서울대교구 교육국장과 홍보국장 등으로 오랫동안 김 추기경을 가까이에서 보좌했고, 가톨릭대 초대총장 주교회의의장 등을 역임했다. ⓒ 강우일 주교 비서실

 
"제주교구에 본당이 30개 가까이 되고, 신부님들도 50명이 넘고 해서 항상 여러 문제가 생깁니다. 또 교구장으로서 입장문이나 서한을 발표할 일도 많아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만, 이런 일들에서 벗어나니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사라진 것 같습니다. 사려니숲을 자주 걸으며 건강 유지를 하고 있기도 하고요.

'강우일 주교와 함께 걷고 듣는 제주 이야기'라는 모임을 정례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육지에서 성당 주보 등을 보고 신청한 신자들이 20명에서 많으면 80명까지도 오는데, 한 달에 1∼2회 행사를 합니다. 제가 4·3과 관련한 강의를 하고 함께 사려니숲을 걷습니다. 4·3 강의를 하고 나면 다들 그동안 너무 모르고 있었다고 해요. 강정마을에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를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었는데, 2년 전 내려놓았습니다."


강우일 주교는 또 2016년 한베평화재단이 설립될 때부터 이사장직을 맡아오고 있다. 재단의 설립 배경과 사업이 궁금했다.

"일본이 우리에게 저지른 일들을 부정하고 안면몰수하는 것에 대해 많은 한국인이 분노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우리 역시 베트남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베트남 피해자들에게 송구스러웠고, 가슴 아파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아시아 주교회의연합회 총회가 베트남에서 열렸는데, 그때 제가 '이 자리를 빌려 베트남 국민에게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용서를 청하고 싶다'라고 했더니 아시아 각국 주교들과 베트남 주교들이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이 일이 알려지면서 마침 과거 한국군 주둔지역에서 의료봉사하시던 분들과 베트남전쟁에서 우리가 저지른 부끄러운 일을 한국 사회에 알려온 구수정씨 등이 재단법인을 만들어 좀 더 체계적인 활동을 펴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모으고는 저에게 초대 이사장을 맡아달라고 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맡게 됐습니다.

피해지역 마을에 가면 희생자들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하미마을이나 퐁니마을 같은 피해지역 분들이 기일이 되면 공동으로 마을제사를 지냅니다. 이때 저희가 재단 이름으로 조화를 보내드리거나 사람을 파견해 제사에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해지역 초등학교에 자전거나 컴퓨터를 기증하고 어린이 놀이공원을 만들어 주기도 했어요. 또 비석이 세워진 곳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포장할 때 재정적 지원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평화기행단을 모집해 피해지역을 방문하고, 현지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는 행사를 진행해왔습니다. 저도 현지를 방문해 제사에 참석하기도 했고요."


"윤석열 정권의 '친일적' 태도, 이해할 수 없어"
 

▲ '베트남 피에타' 제막식 2017년 4월26일, 한베평화재단이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희생자인 어머니들과 아기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서귀포시 강정마을내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 세웠다. ⓒ 강우일 주교 비서실

   
한베평화재단 이야기를 들으니 강우일이라는 한 성직자의 참모습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가 과거 베트남전쟁에서 저지른 비극적 사건들을 드러내놓고 말하기를 꺼리는 풍토에서 그가 종교인으로서 용서를 구하고 피해자들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건 용기 있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본격적으로 현 시국에 대한 강 주교의 진단과 성찰을 들어볼 차례다.

- 윤석열 정권 출범 1년 반도 안 지난 시점에서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국민의 삶을 보호해 주지 못하고 심지어 억압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에서 생겨난 말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요?

"한 나라 안에는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노동자도 있듯이 다양한 계층과 영역이 존재하지 않습니까.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는 그 다양한 면을 포괄적으로 바라보고 다각도에서 판단하면서 정책을 세워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현 정권은 너무 단편적으로, 순간순간 결정해 버리고 발언을 해버리기 때문에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생기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러다 보니 각자도생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것이지요.

지금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을 통해 대기업 위주의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기업에 각종 지원을 해주고 세금을 감면해 줘서 이익을 많이 내면 그 낙수효과로 다른 분야에도 혜택이 돌아가지 않겠냐는 식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 같은데, 이미 세계 경제학계에서도 그런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끄는 정책입안자나 학자들 그리고 정치지도자들이 그걸 아직 모르는 것 같아요. 여전히 박정희 시대의 경제발전 개념을 가지고 나라를 이끌려고 하니까 이곳저곳에서 아프다는 소리가 터져나오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은 정말로 무엇이 소중한 가치인지, 그 가치의 서열을 제대로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철학이 있어야 하겠지요.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 인간답게 사는 것인지를 포괄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판단하는 그런 철학이 필요합니다."

- 대통령, 장관 등이 걸핏하면 이념을 내세워 사회 각 분야의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뉴라이트 논리로 헌법정신을 부정하고, 독립운동가를 부정하는 등 역사 왜곡 발언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어떻게 보면 이런 흐름이 한국뿐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은 2차대전 패전 후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살아오다가 경제적으로 부흥하면서 1980∼90년대에 이르러 국력에 맞게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느냐, 자학적인 역사관을 뛰어넘자며 이른바 역사 수정주의가 대두했어요. 그리고 우경화 보수화 경향이 짙어지면서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점점 경직된 태도를 보이게 됐고요.

미국에서도 9·11 테러 이후 어딜 가나 성조기가 펄럭이고 애국심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미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적대 세력에 대해 철저하게 힘으로 짓누르면서 우위에 서겠다는 미국 제일주의 또는 국수주의적인 경향이 급격히 증대한 것입니다. 그러다가 트럼프 같은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고, 트럼프 시대에 너무 나간 것 같으니까 용케도 바이든이 당선됐는데, 다음 선거에선 다시 트럼프가 우세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과 미국은 그런 배경이 있어 설명이 가능한데 우리나라가 왜 지금에 와서 이념을 부르짖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념을 강조하고 나선 집권층을 보면 그 이념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거기에 반대되는 길을 가는 사람을 적대시하는 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요. 제가 보기엔 그 이념이란 게 실체가 없는 허구입니다. 아무것도 없는데 마치 뭐가 있는 것처럼 신기루 같은 걸 설정해 놓고 자신들과 안 맞는 사람들을 그 카테고리 속에 몰아넣고는 공격하고 비난하고 단죄하는 식입니다."

- 위안부나 징용자 배상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용인 등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저자세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이 3월 20일 전주에서 첫 시국미사를 가졌을 때 나온 성명서의 시작도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안 등에 나타난 대일 문제의식이 일본 극우들의 망언, 망동에 뒤지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오늘날의 한일관계는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저는 윤석열 정권이 이념을 들고나온 것과 마찬가지로 친일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옛날에 잠깐이라도 일본에서 살아봤기 때문인지 아니면 일본을 잘 알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보다는 미국이 오래전부터 일본과 잘 지내도록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압력 비슷한 외교적 태도를 보여왔잖아요. 여기에 현 정권이 미국의 뜻대로 한미일 삼각편대를 잘 꾸리고 거기에 의지하면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한 단계 위로 올라서는 것으로 착각한 데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2차대전 패전 후에도 그대로 유지된 천황제가 오늘날의 비정상적인 한일관계의 뿌리가 아닌가 합니다. 사실 2차대전 전쟁 책임이 천황, 즉 일왕에게 있는데 무조건 항복의 조건으로 전쟁 책임을 군부와 정부의 실세에게만 묻고 넘어가도록 미국과 일본이 타협한 것이죠. 일본 천황의 가계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서기 600년 이전은 신화로 이어집니다.

그러니까 일본 사람들에게 있어서 천황으로 상징되는 일본이라는 국가는 신의 나라가 됩니다. 이 신의 나라는 절대로 망해서도 안 되고, 잘못할 수도 없다는 게 특히 일본 관료들의 의식 안에 뿌리 깊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집권 자민당의 정치세력과 신사 책임자들이 모인 협회가 아주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신사참배가 국제적인 비난을 사면서도 지속되는 배경입니다.

이처럼 일본의 정치인과 관료들의 기본적인 자세가 변하지 않는 한 한일 간의 허심탄회한 대화나 교류는 쉽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양국의 시민들이나 문화예술인 종교인들 차원에서 서로 접촉하면서 교류와 일치와 협력의 틈을 확대해 나갈 때 양국 관계가 진정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미일 삼각동맹,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꼴"
 

▲ 제주4.3 UN 인권 심포지엄 기조발제 

2019년 6월2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조발제를 한 강우일 주교. 바로 옆 좌석에 앉은 이가 브루스 커밍스 전 시카고대 석좌교수로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미국의 4.3 책임문제가 집중적으로 토의됐다. ⓒ 강우일 주교 비서실

 
- 현 정부에서는 미국과의 핵 공유에 집착하고 압도적 군사력만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지난 정부의 협상을 통한 북한과의 공존, 평화 정책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주교님은 강정마을에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를 만들고 이사장도 맡으셨습니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자세나 정책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핵으로 평화를 가져온다는 건 정말 너무나 무지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끼리도 손에 돌을 들면 상대와 싸우겠다는 것인데, 국가 간에 서로 무기를 잔뜩 움켜쥐고 겨눠보고 있을 때 거기서 무슨 평화가 이루어집니까. 지금 정권이 자꾸만 힘을 강조하는데, 힘이 축적되면 그걸 과시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입니다. 히틀러의 나치나 일본제국주의도 힘이 축적되다 보니까 전쟁을 벌이다가 결국 망해버린 것 아닙니까.

핵무기로 상대를 압박해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미국이 수많은 핵을 가지고서도 끊임없이 전쟁을 계속하고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는 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힘으로 평화를 이루겠다는 반역사적인 망상에서 하루빨리 깨어나야 합니다. 남북을 비교하면 사실 경제력이나 문화적 혹은 국제적 위상으로 봤을 때 남한이 북한보다 몇십 배의 힘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차이가 있음에도 거기에 더해 우리보다도 몇백 배 힘을 가진 미국과 합쳐 북한을 향해 연합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는 건, 마치 국가대표 선수가 유치원생에게 뭐라고 하는 격입니다. 우리가 진정 북한과 평화의 관계를 만들어 가려면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우리의 자세를 낮추어야 합니다.

북한에 남은 건 자존심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인간으로서, 한 나라로서의 자존심 자긍심을 존중해 주면서 대화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신뢰가 쌓이고 교류가 이루어지면 서서히 평화 체제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이 유일하게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게 핵무기 하나인데, 그거 내놔 하면 쉽게 내놓겠습니까. 그러니까 상대방 입장에 맞춰가면서 대화를 시작하면 조금씩 조금씩 풀려나가지 않을까 합니다."

- 한미일 동맹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까요?

"일본 지식인들을 만나 보면, 일본이 미국의 한 주가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이 하라는 대로 한다는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본이 미국과 보조를 맞추면서 자위대를 재무장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법적 시스템을 만드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이는 정말로 위험한 짓이고,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은 안 된다는 여론이 있습니다.

일본의 보수적인 정치인들은 중국과 대만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미국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라는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해외의 양식 있는 사람들은 이런 일본의 움직임에 커다란 불안과 두려움의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저는 느낍니다. 지금 운위되고 있는 한미일 삼각 동맹체제도 결국은 미국과 중국의 대만 유사시 한국이 자동으로 말려들 수밖에 없도록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꼴밖에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 사회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제 역할을 못 하는 언론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정권의 눈치를 보고 진실 보도를 외면한다거나 흘려주는 정보를 받아 쓰는 데 급급하다는 질타를 받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일상화되고 있기도 한 상황입니다. 최근 언론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역대 정권이 언론을 이용해서 정권 운영의 하수인 노릇을 시키려고 애써왔고, 실제로 언론이 그런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빚어진 사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권력이 이렇게 독재화될수록 언론이 위축되고 언론인들이 제대로 객관적인 사실 보도를 못 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언론의 자유는 한 나라 정권의 민주성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비민주적인 역주행을 하고 있어서 언론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엔 유튜브를 통해 개인 발 이야기들이 넘쳐나니까 그 속에서 뭐를 믿어야 좋을지 판단하기가 극히 힘들어진 언론 무질서의 시대라는 점에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요. 그러나 시대가 또 바뀌면 언론도 국민의 힘으로 바로 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4.3에 대해 더 알아야"
 

▲ 4.3특강 강 주교는 요즘 '강우일 주교와 함께 걷고 듣는 제주이야기'에 참가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매달 1~2회 제주4.3 관련 특강을 하고 있다. ⓒ 강우일 주교 비서실

 
강우일 주교는 2002년 10월 제주교구장으로 부임한 이래 21년째 제주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제주교구장 시절이나 은퇴한 이후에도 제주 사회의 이슈나 환경문제에 대해 섬세하면서도 준열한 비판을 멈추지 않아 왔다. 특히 4·3문제에 대해서는 토론회나 세미나 등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주제발표를 하는 등 전문가이기도 하다.

- 2002년 뜻밖에도 제주교구장이 되어 제주로 내려온 데 대해 "아픈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것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도록 하느님이 저를 보내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지난 21년의 제주살이를 통해 제주라는 섬과 역사, 사람에 대해 느끼고, 깨닫게 된 점을 요약하신다면 어떤 것일까요?

"제주도가 육지로부터 겪어온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제주인의 영혼은 항상 두려움과 피해의식, 아픔 같은 것들이 뒤범벅돼 있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대한민국 국민이면서도 짓눌린 채 온전히 가슴 펴고 살지 못한 백성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런 피해를 안겨준 대한민국의 대다수 국민은 그런 걸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알지도 못했지요. 저 역시 육지에서 왔을 때만 해도 잘 몰랐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느끼게 됐던 것 같아요.

육지에서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은 그냥 자연이 아름다운 관광지로만, 놀러 오기 좋은 땅으로만 여기고 있는 것 같아 저로서는 참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육지에서 손님이 찾아오거나, 기회 닿을 때마다 항상 4·3 평화공원에 가서 제주에서 있었던 일을 좀 들여다보라고 권합니다."
 

▲ 제주4.3평화상 시상 4.3평화상위원회 위원장인 강우일 주교가 2023년 제5회 수상자로 선정된 개렛 에반스 전 호주 외교부장관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 ⓒ 강우일 주교 비서실

 
- 4·3의 진상이 많이 알려졌고 특별법이 제정되고, 피해보상도 진행 중입니다만, 그런데도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주교님이 생각하는 향후 4·3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입니까.

"제가 제주에 와서 4·3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알고 속을 들여다보려고 하니 관련 자료들이 너무도 부족한 거예요. 여러분들이 4·3 관련 책도 쓰고 했지만, 아직도 다양한 각도에서 4·3을 바라보는 그런 자료들이 굉장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피해를 겪은 당사자들이 거의 세상을 떠나버렸기 때문에 객관적인 사실을 최대한 발굴해 내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지금 4·3평화재단에서 미국의 자료들을 열람하면서 번역작업도 하고 있는데,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고 이를 토대로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4·3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앞으로 젊은 세대가 바통을 이어받아 4·3의 역사적 배경과 경위와 그 전후 맥락을 연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4·3이 제주도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사실 제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4·3은 한반도 전체의 문제가 농축된 축소판이고 또 시발점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4·3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제주 1/4 망가진다"  

- 제주도의 환경문제에 누구보다도 관심이 많고 그 위험성을 누누이 강조해 오셨습니다. 현재 환경문제 심각성을 어느 정도로 보고 계십니까?

"제가 처음 제주도에 온 20여 년 전만 해도 인구가 50만 조금 넘은 수준이었는데, 이제 70만이라고 합니다. 제주도는 화산토로 덮여 있어서 비가 와도 물이 고이지 않고 밑으로 빠져 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생활용수나 농업용수를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는데,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어요. 전에는 바닷가에 용천수가 솟아 나오는 곳이 많았는데, 이게 많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바닷물이 역류해 염분농도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 상수도로 쓰려고 취수하는 물도 오염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생활하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바다로 내보내는 상황이어서 제주를 둘러싼 연안 해수가 오염돼 백화현상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제가 여러 성당을 사목 방문하면서 해녀분들을 만나 대화를 한 적이 있어요. 10년 전 제주바다 속에서 건진 돌과 요즘 건져낸 돌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돌이 그런대로 거무칙칙했는데, 요즘엔 이렇게 하얗게 변했습니다' 하는 거예요.

이게 백화현상인데, 이렇게 되면 산호라든가 해조류가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물고기 어획량도 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하고요. 쓰레기장도 포화상태여서 이제 더 이상 버릴 곳도 없는 지경입니다. 제주도가 가진 생태계의 용량이 이제 숨이 목까지 차버린 그런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에는 엄청난 위협입니다. 일단 방류해서 바닷물과 섞이게 되면 회복할 수 없습니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를 1500배로 희석해서 내보내고 또 바닷물에 섞이면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그렇게 희석된다고 해도 먹이사슬에 의해 방사능이 농축되고 최종적으로 사람이 물고기 등을 먹으면 내부 피폭을 겪게 됩니다.

이런 내부 피폭으로 인체에 어떤 해가 있을 수 있는지 아직 연구도 제대로 안 돼 있어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이에요. 지금 정책 결정하는 사람들은 몇십 년 후면 다 세상을 떠날 겁니다. 그 후에 방사능 효과가 나타나면 우리 후손들은 정말 이 지구상에서 생존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 제주의 최대 현안인 제2공항 건설이 점점 기정사실로 돼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러면 앞으로 빚어질 갈등과 혼란이 강정 사태 이상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제2공항의 타당성 여부 그리고 이 문제가 일으킬 갈등의 심화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저는 제2공항이 거론될 때부터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반대를 했어요. 제주도정이 제2공항을 구상할 때 제주 입도객을 연간 4000만 명까지 예상했거든요. 그렇다면 이건 제주도 전체를 완전히 유원지화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저는 봅니다.

생태계라는 게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사전타당성 조사 같은 걸 하면서 보호해야 할 희귀 동식물을 다른 장소로 옮기는 방안이 나왔다고 하는데, 이건 자연을 너무 모르는, 말도 안 되는 발상입니다.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 지역에는 지하동굴도 많고 희귀 동식물 개체도 많은데, 공항이 들어서고 부대 시설이 생기고 도로포장이 되고 나면 제가 볼 때 제주도의 4분의 1은 망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제주도민과 전 국민이 나서서 뜯어말려야 하는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침묵은 목자로서의 본분을 저버리는 것"
 

▲ 강정 생명 평화 천막미사 서귀포시 강정 해군기지 입구 도로변에서 매일 11시 천막미사가 열리는데(일요일엔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 강우일 주교는 매달 1회 천막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 강우일 주교 비서실

 
이제 긴 인터뷰를 정리할 시간인 것 같다. 시국 상황이 엄중하고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분출하는 이즈음 평소 성직자의 사회에 관한 관심과 행동을 촉구해 온 강우일 주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 하느님의 뜻과 배치되는 일들이 일어날 때 고발하고 비판하고 싸우는 게 성직자의 본질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과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연관 지어 본다면, 성직자의 본질에 비춰볼 때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구약성서를 보면 예언자들의 가장 중요한 본분은 이 세상이 잘못돼 가고 있을 때, 권력자들이 잘못했을 때, 권력자들을 향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현대의 종교인들도 권력자들이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사회정의에 반하는 방향으로 권력을 행사하면 이를 비판하는 예언자 역할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한 종교인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왜 성직자들이 조용히 기도나 하지 사회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느냐'며 비난하기도 합니다만, 이는 성직자의 핵심적 사명을 몰라서 그렇습니다. 성직자는 하느님이 손수 다스리는 나라처럼 이 세상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변화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삶을 보면 그 시대에 힘을 가진 사람들을 향해서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씀하시고 또 행동하셨거든요. 이 세상의 모든 일이 다 우리의 관심사이고 관여해야 할 일인 것입니다."

- 특히 가톨릭의 경우 사회교리가 있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따라 성직자의 사회참여가 인정되고 있지 않습니까. 과거 민주화 과정에서 가톨릭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최근에도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가 있었습니다만, 전반적으로 가톨릭 사제들이 사회 현안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신자들 역시 사회적 관심사를 애써 외면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예수님도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가족끼리도 부모와 자식 간에도 갈라질 수 있다는 말씀도 하셨거든요. 정의를 무시하거나 외면하고서 유지되는 그런 평화는 깨뜨려야 한다고 봅니다. 예수님도 결국은 제자들에게 버림받으시고 마지막에는 혼자 남아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처럼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는 말씀까지 하신 걸 사람들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사제들이 사회정의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교회공동체 안에 다른 의견을 가진 신자들이 있다 보니 자칫 분란이 일어나고 분열되지나 않을까 염려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나 정말 우리가 꼭 해야 할 말은 제때 해야지 어떤 이유로든 침묵하는 것은 목자로서의 본분을 저버리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교회에서도 옛날부터 이렇게 가르쳐 왔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을 보면 대부분 성당에 와서 미사 전례에 참여하거나 무슨 단체에 가입해서 회합을 하는 등의 일은 열심히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성당 문을 나서면 일반 사회인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사고와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앙을 사회문제와 연결해서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나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 세상의 모든 일이 예수님의 관심사였듯이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넘쳐나고 있는데 그 관심을 끄고 살아갈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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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이스라엘 근해에 항모 급파…이·팔 사망자 1100명 넘어

이본영 기자 

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폭발 연기와 파편이 솟구치고 있다. 가자시티/EPA 연합뉴스
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폭발 연기와 파편이 솟구치고 있다. 가자시티/EPA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정면 충돌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원 의지를 밝힌 미국이 항공모함 전단을 출동시키고 무기 지원에 나섰다. 충돌 이틀째인 8일 밤(현지시각)까지 양쪽 사망자는 1100명을 넘어섰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 전단이 이스라엘 근해인 동지중해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엔엔(CNN)은 항공모함 파견은 하마스에 대한 공격 등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 군사 지원이 아니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등 중동 지역 다른 군사 세력의 행동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항모전단 파견은 그동안 소규모 이-팔 분쟁에는 대체로 개입하지 않은 미국이 전면적 충돌이 벌어지자 이스라엘을 확실히 편드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하마스는 공격을 개시하면서 다른 아랍 세력의 동참을 촉구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어떤 세력도 이익을 얻기 위해 이번 공격을 이용할 때는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에 이어 이날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어떤 이스라엘의 적이라도 이번 상황을 이익을 얻는 데 이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헤즈볼라와 이란을 주로 염두에 둔 메시지로 읽힌다.

 

 

이란은 하마스에 대한 분명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란 관영 아이아르엔에이(IRNA) 통신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하마스 및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 지도자들와 통화해 팔레스타인의 자위권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이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해 탄약과 장비 등 무기 지원에도 나섰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군에 대한 추가 원조가 전달되는 도중에 있으며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고 했다. 앞서 미국은 이란의 위협 증대를 이유로 중동 지역 미군기지들에 전투기 배치를 늘려왔다.

 

 

이런 가운데 충돌 이틀 만에 양쪽 사망자는 1100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자국 사망자가 700명까지 늘고 부상자는 224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가자지구에서 적어도 413명이 숨지고 23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한 이스라엘 민간 구호 단체는 가자지구와의 경계에 있는 사막 지역에서 유대교 축일을 맞아 음악 축제에 참가했던 이들 중 260명이 하마스의 공격으로 학살당했다고 밝혔다. 전날 아침 이곳에서는 무장 괴한들이 총격을 가하고 참가자들 일부를 납치했다. 단일 장소에서 벌어진 이런 학살 규모가 사실일 경우 수십년간 이어진 이-팔 분쟁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집단 학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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