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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순직’ 부하 탓 한 사단장, 명예훼손 고발당해

지난 지난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보문면 미호리 하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해병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수색을 중단한 해병대원들이 낙동강 삼강교 아래서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3.07.19. ⓒ뉴스1
폭우로 발생한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 지휘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했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여러 번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군 법원에 제출했는데 채 상병이 소속됐던 해병대 포병대대장 A 중령 법률대리인이 이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는 것이다.

A 중령 법률대리인 김경호 변호사는 9일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부하들이 강물에 들어가 수색하는 사실 자체를 알고 있었다”며 허위 주장으로 사고 책임을 A 중령에게 떠넘기며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가 제출한 공소장에는 지난 7월 19일 해병대가 경북 봉화 내성천에 들어가 실종자를 수색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고, 해병대 공보정훈실장이 보도 사실을 보고하자 임 전 사단장은 “훌륭하게 공보활동이 이뤄졌구나”라고 치하한 사실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장에는 A 중령이 7월 18일 함께 실종자 수색에 나갔던 또 다른 포병대대장 B 중령에게 “수변 일대 수색이 겁난다. 물이 아직 깊다”고 우려하는 내용의 SNS 메신저가 포함됐다. B 중령은 “여단장님과 통화 완료, 도로정찰 위주 실시하되 필요(가능)구간 수변 정찰 실시”라고 답했다.
김 변호사는 “A, B 중령이 자신의 대대원에게 ‘강물에 들어가라’, ‘허리 아래까지 들어가라’라는 명령을 스스로 내렸다는 것은 모순 그 자체”라며 “무릎아래까지 들어가라는 지시는 그 윗선인 임 전 사단장의 지시임이 카카오톡 대화상으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앞서 임성근 전 사단장은 “어떤한 대화나 회의 중에도 ‘물에 들어가라’는 지시를 한 적 없으며, ‘물에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수 차례 지시했다”는 내용의 주장이 담긴 진술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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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장님 화내셨음" 카톡... 임성근 진술과 상반된 정황 확인

임 해병1사단장 진술서에 "중대급 이하 질책한 적 없다".. 중대장은 전혀 다른 증언

23.12.08 20:14l최종 업데이트 23.12.08 20:14l
지난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원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  지난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원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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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1사단장인 저는 지휘체계상 중대장, 대대장에게까지 직접 지시 및 소통을 하는 일은 거의 없으며, 이번 호우 피해 복구 작전간 불의의 사고로 발생한 고 채OO 해병 실종상황 이전에 포병대대장들과 직접 소통한 적은 없습니다." -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 진술서 46쪽

고 채 상병 소속부대장이었던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이 지난 11월 21일 군사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면서 부하들에게 사고 책임을 돌리는 취지의 주장을 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그의 진술과 상반되는 관계자들의 증언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임 전 사단장의 진술서에 따르면 그는 "사단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예하부대 간부들을 야단치거나 무안을 주는 등 질책한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호우피해 복구 작전에서도 질책을 한 적이 없으며 칭찬과 격려, 지도 위주로 부대를 지휘했다는 입장이다.

임 전 사단장 진술과 다른 중대장 진술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계급은 소장.
▲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계급은 소장.
ⓒ 해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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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고 하루 전인 7월 18일 오전 임 전 사단장은 현장을 둘러보다가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수변현장에서 포3대대 9중대 병력을 발견했다. 당시 9중대장은 현장 확인을 통해 진입로와 안전위해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중대원들을 대기시키고 있었다고 한다.

임 전 사단장은 진술서에서 사단장인 자신이 중대급 이하를 직접 상대하면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 신속기동부대장의 교육여건을 보장해주기 위해 약 50m 이상 멀리 떨어져 기다리고 있다가 교육이 끝난 뒤 지나가면서 그 부대를 격려하고 현장을 이탈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중대장의 증언은 이와는 상당히 다르다. 임 전 사단장이 "왜 빨리 작업 시작하지 않고 병력을 대기시키고 있는 거야"라고 말한 후 해병7여단장(신속기동부대장)과 7여단 주임원사와 함께 30m가량 떨어져 이동했다는 것이다.

중대장은 자신이 병력을 인솔하기 위해 자리를 뜨려 하자 임 전 사단장이 "왜 중대장이 가냐, 행정관이 다녀와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행정관이 데려온 중대원들에게 7여단장이 '전술적으로 신속하게 작업을 시작하고, 수변을 정밀수색해라. 조를 나누어서 책임자를 지정해 실시하고 본인이 건의해서라도 포상휴가를 줄 테니 열심히 수색해라'고 교육했다.

이후 중대장은 직속상관인 포3대대장에게 사단장과 조우했던 사실을 보고했는데, 포3대대장으로부터 "사단장님이 9중대 현장을 보시고 '늦게 왔다 + 우왕좌왕하며 뭐하는지도 모른다'고 화내셨음"이란 카톡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임 전 사단장이 포3대대장을 질책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임 전 사단장과 중대장의 진술 중 일치하는 부분은 신속기동부대장이 수색현장의 중대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동안 임 전 사단장이 수 십 미터 떨어져 있었다는 정도다.

또 임 전 사단장은 중대원들을 격려하고 현장을 떠났다고 했지만, 중대장은 "(임 전 사단장이) 기분나빠하시면서 '너네 어느 부서냐'고 말씀하셨고... 현장 확인하고 나서 보내려고 한 건데, '빨리 내려 보내라'고 하셨고"라며 답답한 마음을 대대장에게 토로했다. 중대장의 진술서에는 대대장 역시 "'나도 혼란이 생기는데 너희는 더 그렇겠지'라고 하시며 위로해 주셨다"고 쓰여 있다.

공교롭게도 임 전 사단장이 현장을 둘러본 직후 포3대대 9중대는 벌방리 하천에 투입됐고, 여러 매체 사진 기자들이 해병들이 하천으로 들어가 수색을 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7월 19자 <국민일보>에 실린 "'실종자 찾아라'... 해병대 상륙장갑차까지 전격 투입" 제하의 기사에 실린 사진 역시 물속에서 실종자를 찾는 9중대 장병들을 찍은 것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여단장이 물속에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해서 위와 같은 장면의 사진이 촬영되었는지 저로서는 알 수 없다"고 진술했다.

채 상병 사건 이후 해당 사진이 논란이 되자 포3대대장은 "촬영 목적으로 임의로 촬영시간대만 입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을 찍기 위해 하천으로 들어가 수색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지, 실제로 물속에서 실종자 수색을 한 것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포병대대장 최선임자, "무릎아래까지 정성껏 탐색" 내용 공유
 
지난 7월 18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고평리 하천변에서 해병대 신속기동부대 장병들이 집중 호우로 실종된 실종자를 찾기 위해 탐색작전을 펼치고 있다.
▲  지난 7월 18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고평리 하천변에서 해병대 신속기동부대 장병들이 집중 호우로 실종된 실종자를 찾기 위해 탐색작전을 펼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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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임 전 사단장은 수색정찰 방식과 관련해서도 "'찔러가면서 해라'는 등의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전술적 행동은 사단장이 지시한 바가 없으며 부대별, 작전환경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었을 텐데 부대별 현장상황을 속속들이 알 수 없는 사단장으로서 지시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이 신속기동부대장에게 명시적으로 언급한 사항은 "바둑판식 수색정찰"이라는 8글자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그는 "그 외에는 신속기동부대장이 지시했거나 대대장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부대지휘의 용의성, 신속성 등을 고려하여 일부는 추가·확대·왜곡 시킨 것으로 사료되며..."라고 밝혔다.

포병대대장들 중 최선임자였던 포11대대장 최OO 중령은 7월 18일 오후 해병대 지휘통제본부 회의에 참석한 후 "내일(19일) 사단장님 0800 현장 작전지도 예정(보병 1개 부대, 포병 1개 부대)"라고 전파했다. 최 중령은 특히 "탐색 및 수색 작전 다시 실시"라고 강조하면서 "바둑판식으로 무릎아래까지 들어가서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할 것"이라는 내용을 공유했다. 하지만 임 전 사단장은 이런 내용은 자신의 지시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해병1사단의 한 간부는 해병대수사단 조사과정에서 "당일(7월 18일) 사단장님 주관 VTC(화상회의)에서 사단장님께서는 늘 그렇듯 '결단이 미흡하다', '정리가 안 된다' 등으로 질책을 하셨고, 수색정찰 관련해서 '위에서 보는 것은 수색정찰이 아니다',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 보면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질책은 한 적 없고, 수색정찰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행동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임 전 사단장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언이다.

이 간부는 또 임 전 사단장이 회의에서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 보면서 찾아야 한다'면서 '거기 내려가는 사람은 (손을 가슴높이까지 올리며) 그 장화 뭐라 그러지?' 질문해 자신은 가슴장화를 의미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임 전 사단장은 진술서에서 "가슴장화 확보"를 회의에서 지시한 바 있다면서도 이는 수색을 위한 것이 아니라 피해가옥 복구 과정에서 장병들의 피복이 젖거나 진흙이 묻는 경우가 있고, 일부 장병들의 피부 트러블이 우려되므로 가슴장화를 확보해달라고 건의를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그:#채상병, #임성근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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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라더니, ‘코로나 영웅’이라더니..

  •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3.12.08 14:50
  •  
  •  댓글 0
 

 

환자와 의사들이 떠난 공공병원

임금까지 체불인데.. ‘코로나 끝났으니 각자도생하라?’

보건의료 정부예산 어디로 갔는가

“덕분에”

지독한 감염병 코로나19와 싸우는 동안 국민들은 의료진들 앞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자신의 감염은 염두 할 겨를 없이, 자기 목숨보다 환자의 목숨을 더 귀중히 여겼던 그들은 코로나 시기 숨은 ‘영웅’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재난 시기에 공공의료가 더욱 빛을 발한다”는 말이 들렸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한 공공병원의 헌신과 희생은 이미 잊은 듯하다.

▲ 코로나 중증 환자 돌보는 간호사 ⓒ뉴시스

“코로나와 묵묵히 싸워온 대가를 ‘임금체불’로 돌려받아야 하는가?”

“공공병원 역할에 최선을 다했던 결과가 결국 존폐위기란 말인가?”

전국의 지방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시 산하 공공병원(동부·북부·서남병원), 대한적십자사 등의 공공병원들의 처지가 이렇다.

코로나 초기, 신종 감염병 바이러스에 대한 기초정보조차 없이 공포만이 끝없이 확산하던 때에, 정부의 지침에 따라 누구보다 앞장서 감염병과 싸워왔던 병원들. 2년 반 동안 감염병 대응에 전념한 결과 병원은 ‘존폐위기’에 내몰렸다.

의사와 환자가 이탈하고, 적자는 넘쳐나고, 의료진 임금까지 체불 상태로 “붕괴 직전에 다 달았다”는 말은 볼멘소리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나 몰라라’다.

 

환자와 의사가 떠난 자리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 기간 동안 코로나 치료와 관련 없는 수많은 의사들이 병원을 떠났다. 필수 진료과도 문을 닫았다. 코로나 진료과 역시 과도한 업무 탓에 버티다 버티다 떠난 의료진도 다반사다. 80% 수준을 유지하던 병상이용률은 기껏해야 40% 안팎 수준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진료받을 해당 과 의사가 없으니,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기도 하고, 의사들이 적어지니 예약은 점점 길어지고, 남은 의사는 혼자서 진료와 수술까지 감당하다 보니 ‘불안해서 못하겠다’며 다른 병원을 찾아 떠났다. 공공의료 공백이 심각하다.” 박윤희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지부장(보건의료노조)의 말이다.

코로나 종식과 함께 ‘전담병원’은 해지됐지만, 그 이후에도 환자 유입은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코로나 치료체계가 기본 ‘격리치료’이기 때문에, 전담병원(공공병원)에 있던 환자들은 소개(분산)가 이루어졌고, 이렇게 다른 병원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던 환자들이 코로나 해지 이후 다시 공공병원으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입원환자는 급속히 감소하고, 병상이용률은 줄었다.

2023년 8월 병상이용률은 평균 53%에 불과하다. 2019년 평균 병상이용률(78.4%)에 비해 25.4% 감소한 것으로, 같은 해 3분의 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보건의료노조의 설명이다.

병상가동률을 올리기 위해 중증도가 높고 돌봄이 많이 필요한 환자들을 돌보곤 있지만, 신규 직원들 역시 노동강도를 버티지 못하고 병원을 떠나는 악순환만 반복되는 중이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코로나 끝났으니.. 각자도생하라?

환자의 감소는 의료수익에 큰 적자를 가져왔다. 병원 경영악화로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은 임금체불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35개 지방의료원의 2023년 입원수익은 약 5,400억 원으로, 2019년 입원수익 7,200억원에 비해 1,700억 넘게 감소했다.

“2023년 상반기, 35개 지방의료원은 매달 평균 11억 6천만원 가량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6월까지 총 1,469억에 이른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이렇게 가다간 올해 연말까지 약 2,9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 예측된다. 공공병원 역할을 다한 결과가 ‘존폐위기’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35개 지방의료원의 평균 적자가 84억원에 이르지만 정부의 역할은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공공의 역할을 수행하다 발생한 공공병원의 위기. 이를 책임져야 할 정부는 ‘각자도생하라’ 한다.

정부는 코로나 전담병원 운영 종료 후 회복기 동안의 진료비 손실보상을 최대 6개월까지만 차등 보상했다. 현재 추가 지원은 계획조차 없다.

노조는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의 23년 적자분 해소를 위해선 최소 3,500억 원이 넘게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2024년 정부 예산안에는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중, 감염병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은 ‘0원’이다. 정부 명령에 따라 일한 결과가 ‘나 몰라라’인 격이다.

적십자병원에 지급했던 지원금은 환수 중이다. 통영적십자병원에도 환수 조치 통보서가 도착했다. 향후 공공병원에 대한 무더기 환수 조치 가능성이 예상된다.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 이후 경영악화 상황을 알면서도 환수한다는 건 공공병원 정상화에 아무런 관심조차 없다는 뜻”이라고 규탄했다.

상황이 이러니, 의료기관들은 자금 사정 해결을 위한 자구책으로 채권을 발행하거나, 약재비 등 대금의 지급 시기를 미루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것도 모자라 임금도 체불했다.

▲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촉구’ 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 ⓒ뉴시스

노조는 공공병원의 암울함은 2025년까지 계속 이어질 거라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 전담병원이 되면서 병원들은 급성기 진료 및 입원 병동을 운영하지 않고 응급실을 폐쇄해야 했다. 의료진 이탈에 따른 진료시스템도 상당 수준에서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감염병 전담병원 해지 이후 병상이용율, 입원외래환자 증가 추이 등을 고려할 때 지방의료원만 21개소 이상의 병원이 2019년 수준의 모습을 찾으려면 2025년 이후가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 많은 정부예산은 어디로 가는가

회복기 지원 예산에 돈 한 푼을 반영하지 않은 것만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제공을 위한 핵심예산인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사업도 전년대비 95억원이나 감액 편성했다. 감염병 대응 예산을 포함해 보건의료부문 예산도 전년대비 2조 6천억원으로, 37.8%나 삭감한 것이다. 나라 살림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정부는 “공공병원에 대한 지자체 책임 강화를 위해 재원 조성은 전액 국비가 아닌 지방비 부담 등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지방정부에 떠넘기기다. 정부와 지방정부와의 ‘핑퐁게임’이 시작될 조짐이다. 그러나 2024년 정부예산 중 지방교부세도 11조원이나 감소했다. 지자체 재원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지방교부세가 2년 연속 대규모로 감액돼 편성된 것이다.

회복기 지원금 0원, 보건의료 예산 대폭 삭감, 지방교부세까지 삭감... 공공의료 확충 정책은 후퇴만 하는데,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갔을까?

윤석열 정부는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시범사업’이라고 해서 신약·의료기기 개발 사업을 신규 편성하는 등 R&D 사업 예산만 대폭 늘려 놨다.

▲ 4일, 국회 앞에서 열린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촉구’ 현장 대표자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 ⓒ뉴시스

감염병 대응에 누구보다 헌신했던 공공병원을 대하는 태도로 볼 때나, 이전 정부 탓을 해오던 모습으로 봐서나 윤 정부가 “코로나 감염병 도래했던 이전 정부에서 발생한 일이니, 우리가 내놓은 대책이 아니니 나는 모르는 일”이라 할 가능성을 예상하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코로나 대응의 영웅들에게 ‘덕분에’라고 치켜세울 땐 언제고, 정부의 이런 태도라면 또다시 국가재난 상황이 닥쳤을 때 그 어떤 병원과 의료진이 정부를 신뢰하고 정부 명령을 따르게 될까.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과 감염병 최일선에 있던 공공병원지부장 등 28명은 “더 이상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제 역할을 다하겠다”면서 모두를 살리는 공공병원을 위해,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을 요구하며 지난 4일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조혜정 기자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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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봄’ 반란군 ‘전두광’의 적반하장…재판에서도 ‘뻔뻔’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12/09 09:51
  • 수정일
    2023/12/09 09:5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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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반란 막으려 했던 ‘이태신’ 사령관 등의 행위가 “반란”이었다는 ‘전두광’ 일당

영화 서울의봄 포스터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누적 관객 수가 7일 기준 547만 명을 넘었다.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군 내 사조직 ‘하나회’를 이끌고 군사반란을 일으키는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다뤘다. 영화를 관람하고 나면 착잡한 마음에 일어나기도 힘들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사실에 바탕을 둔 정도가 아니라 ‘극사실주의’에 가깝다. 문민정부로 교체되고 어렵게 군사반란에 대한 재판이 이루어지면서 채택된 공식적인 증거들과 비교해도, 이 영화는 극사실주의다. 극 중 ‘전두광’(영화에서의 전두환 이름, 황정민이 연기)이 청와대 사무실을 수사하던 중 9억을 발견하고 6억은 유가족에게 주고 1억은 계엄수사비로 남겨놓은 뒤 2억은 육군참모총장에게 내밀었다가 “일을 마음대로 처리한다”는 주의를 들은 일, ‘전두광’ 같은 정치군인이 한직으로 인사 조치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 일 등 거의 모든 영화 속 장면이 재판기록에도 나오는 역사적 사실이다.

답답한 역사는 그래도 군사반란 이후 17년이 지난 뒤 대법원판결로 일부 바로잡혔다. 중간에 검찰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면서 불기소처리하면서 재판이 열리지 않을 뻔 했으나, 다행히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바로잡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재판에서 전두환 측은 뭐라고 하면서 군사반란을 정당화했을까?

전두환 일당은 군사반란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군사반란을 막으려고 했던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극 중 ‘이태신’, 정우성 연기) 등의 행위가 “반란행위였다”라는 주장을 꺼냈다. 1심과 2심을 거치면서 군사반란의 혐의가 명확해진 이후에는 “상관의 지시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전두환은 최후진술에서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여, 그 정권의 정치적 시각과 역사관으로 과거 정권의 정통성을 시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노태우(극 중 ‘노태건’, 박해준 연기)는 최후진술에서 “어제의 일을 오늘의 기준에서 판단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군사반란 세력의 ‘적반하장’
“정승화 체포 막으려던 것이 반란”

 
영화 서울의봄 스틸컷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도 그렇고, 실제로 전두환 일당은 총격전을 벌이면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극 중 ‘정상호’, 이성민 연기)을 체포했다. 이 범죄행위에 대한 전두환 일당의 항변은 다음과 같았다.

전두환 일당은 정승화 총장 체포에 대해 “적법한 직무집행”이었다고 주장했다. 군사반란 성공 후 정 총장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냈기 때문에 정당한 체포였다는 주장인데, 이 자백은 장기간의 구금과 고문 끝에 받아낸 것이었다. 즉, 고문으로 거짓자백을 받아내 사건을 조작했던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자백은 불법구금과 고문에 못 이겨 한 것임이 인정되므로 증거능력 없음이 명백하다”며 전두환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전두환 일당은 “적법했다”는 주장에서 더 나아가, 군사반란을 막으려고 했던 세력의 행위가 “반란”이었다고 주장했다. 전두환 일당은 “육군본부 측이 정승화 총장 체포를 방해하고, (체포한) 정승화 총장을 탈취하기 위해 제9공수여단을 출동시키고, 제26사단 등에 출동준비명령을 하고, 장태완 수경사령관으로 하여금 제30경비단에 대한 공격을 기도하게 하여, 우리와 대통령 및 국민의 안전에 위협을 가한 것이 반란행위였다”라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채택된 여러 증거와 진술을 종합해 당시 육군본부가 취한 조치에 관해 “국군조직법에 따라 정 총장을 대행하여 육군을 지휘·감독할 권한을 갖게 된 윤성민 육군참모차장이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취한 정당한 직무집행”이라고 판단했다. 또 장태완 수경사령관의 병력출동 요청이나 공격기도 행위는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행위”라며 “이는 대통령령에 규정된 수경사의 임무이자, 미리 수립해 놓은 방어계획”이라고 짚기도 했다.

전두환 일당은 군사반란을 사전에 모의한 적도 없고, 반란을 지휘하거나 가담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채택된 증거를 보면 ① 전두환과 노태우가 먼저 정승화 총장 체포를 모의한 다음 이학봉, 허삼수 등을 통해 구체적인 체포계획을 수립했고 ② 전두환 일당은 유사시 자신들의 병력을 신속히 동원할 수 있는 지휘부를 구성하기로 하고 실제 구성했으며 ③ 비상계엄인데도 상급부대 지휘관의 허가 없이 병력을 행선지조차 알리지 않고 집결시켜 놓았다가 반란에 동원했다 ④ 보안사 상황실을 거점으로 다른 지휘관들의 전화를 도청하여 부대의 동향과 병력이동 정보를 수시로 공유하기까지 했다. 이에 재판부는 전두환 일당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두환 일당은, 재판 과정에서 공소시효가 지났으니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도 꺼냈다. 하지만, 이는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 결론이 난 사안이었다. 반란과 상관살해 등의 공소시효는 15년인데, 전두환이 대통령을 한 기간 7년5개월과 노태우가 대통령을 한 기간 5년을 각각 제외하여 공소시효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故 김오랑 살해 가담한 박종규
“상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

 

영화 서울의봄 스틸컷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배우 정해인이 연기한 ‘오진호 소령’ 또한 실존인물(故 김오랑 중령)이다. 전두광과 직속상관의 명령을 받고 특전사령관을 체포하러 갔다가 형과 아우처럼 가까웠던 오진호 소령을 살해하는데 가담한 ‘박수종’(박종규의 극 중 이름, 배우 이승희가 연기) 또한 실존인물이다.

극 중 ‘박수종 중령’의 실존인물은 ‘박종규 3공수 15대대장’이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3공수’는 5.18 민주화운동 진압작전에도 투입된 부대다. ‘조갑제닷컴’에 게시된 박종규의 ‘광주 진압 공수부대 대대장 手記(수기)’를 보면, 박종규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역에서 시민을 향해 직접 총을 발포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또 해당 글에서 박종규는 광주 시민들의 시위를 강경진압하지 않고 물러나는 행위를 “6.25 戰史(전사, 전쟁역사)의 3군대 ‘패퇴’에 못지않은 치욕”이라고 표현했다. 불의한 정권에 저항하는 시민을 ‘적’으로 여긴 것이다. 이 글의 결론에 명시된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가해자의 설명이 피해자의 절규에 파묻혀 버려서는 안 될 것”이라며, 광주시민이 ‘가해자’이고 공수부대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군사반란 재판에서 뭐라고 했을까?

박종규는 최후진술에서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체포하라는 최세창 3공수 여단장의 지시를 따라 행동했을 뿐이며 군인으로서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라고 주장했다. 1심에 불복해 항소할 때도, 그는 “전두환과 직속상관의 명령이 정당한 것으로 알고 수행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박종규는 원심이 판단한 바와 같이, 피고인 최세창(3공수 여단장)이 자신의 상관인 정병주 특전사령관에게 반항하여 부대를 출동시키려고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으므로 정병주를 체포하라는 최세창의 지시가 위법한 지시라는 점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무엇보다 1심과 마찬가지로 2심 재판부도 “군인이라도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대해서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상관인 최세창의 위법한 명령을 받고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상당한 시간 고민하다가 명령에 따른 것” 또한 혐의의 근거가 됐다.

박종규는 2010년 12월 7일 식도암으로 투병 중 사망했다. 박종규는 죽기 전 故 김오랑 추모사업회 측에 전화해 “올해 식도암 4기를 선고받았다, 하늘의 벌인지도 모르겠다”며 용서를 구했다고 한다.

 

 

 

자칫하면 이루어지지 못했을 재판
극 중 전두광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재판서 전두환 “성공한 쿠데타 처벌할 수 없다”
검찰 “성공한 쿠데타 처벌할 수 없다”

 

영화 서울의봄 메인예고편 장면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전두환 일당이 12.12 쿠데타로 후퇴시킨 역사는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일부나마 바로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칫하면 이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군사반란에 대한 시민들의 고소고발 운동으로 검찰수사가 이루어졌지만, 검찰이 “성공한 쿠데타를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전두환 등 관련자를 불기소처분했기 때문이다.

극 중에서도 전두광(영화에서의 전두환 이름)이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전두환 측이 재판과정에서 내세운 논리와 동일했다. 판결문(서울고법 96노1892)을 보면, 전두환 측은 12.12 군사반란 등에 대해 “형식적으로 내란에 해당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정당한 행위로서, 소위 ‘성공한 쿠데타’에 해당하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군사반란 이후 전두환 측뿐만 아니라 사건을 수사한 검찰도 영화처럼 판단했던 것이다.

다행히 시민들은 포기하지 않고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가 ‘성공한 군사반란도 형사 처벌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재판은 이루어졌다. 그리고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는 “성공한 쿠데타의 처벌문제는 법의 효력이나 법의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법의 집행의 문제인 것이고, 바꾸어 말하면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인 것”이라며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대법원에서도 다수의견으로 “헌법질서 아래에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폭력에 의해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며 “군사반란과 내란행위는 처벌의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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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법' 발의 엿새만에, 영부인은 천연덕스레 '명품백'을 받고 있었다

[박세열 칼럼] '5천만의 문법'으로 영부인 명품백 사태를 분석해주길 바라며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12.09. 04:08:13

 

거침없고 유려한 언변으로 유명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잘 알지 못한다"고 답변을 피했다. 수사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도 "가정을 달고 물어보면"이라며 역시 답하지 않았다. 한동훈답지 않은 일인데, 앞으로 자주 있을 것이다. 이런 식의 답변 회피 기법은 "5000만 명이 쓰는 문법"이 아니라, 아주 전형적인 "여의도 사투리"에 속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카 유용 의혹에 대해 한 장관은 "만약에 어떤 고위 공직자가 공직 생활 내내 세금 빼돌려서 일제 샴푸 사고 가족이 초밥 먹고 소고기 먹었다. 그게 탄핵 사유가 되냐는 질문에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답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넌 깨끗하냐?'는 피장파장 화법, 이건 전형적인 '한동훈다운' 일이다. 

 

논리적이고 유려한 달변가마저 겸손하게 만든 이슈, <서울의소리>가 보도한 김건희 영부인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서 우리가 간과한 부분들을 짚어야겠다. 

 

해당 '몰카' 영상이 촬영된 시점은 1년 3개월 전인 2022년 9월 13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청와대로 들어가는 대신 집무실을 통으로 용산 국방부 청사에 옮긴 후 출근을 시작한 것은 그해 5월 11일, 그리고 한남동 관저로 입주를 완료하고 첫 출근을 한 날은 그해 11월 8일이었다. 대통령 부부는 취임 시점부터 약 6개월간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에서 생활했다. 그리고 아크로비스타에는 김건희 전 대표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이 있다. 이 사무실에서 영부인이 재미 통일운동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 원 상당의 크리스챤 디올 명품 가방을 받는듯한 장면이 최 목사의 손목시계 카메라에 담겼다. 보도가 나간 후 대통령실은 아무런 공식 반응이 없다. '바이든-날리면' 파동 때처럼, 영상이 조작됐다거나 가방을 받지 않았다거나 하는 그 흔한 반론도 없다. 몰래 촬영한 그 자체가 위법이라든지, 영부인의 '7시간 녹취록' 공개 때처럼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했다든지 하는 주장도 내놓지 않는다. 범죄 혐의에 누구보다도 엄격한 것으로 유명한 법무부장관마저 입을 닫고 있다. 그렇다면, 이 영상을 근거로 영부인의 행동을 분석할 수밖에 없다.

 

이 영상이 찍힌 9월 13일 전후 정치 상황에 주목한다. 불과 6일 전인 9월 7일 민주당 소속 의원 169명이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다. 거의 모든 매체가 이 뉴스를 크게 다뤘다. 정식 명칭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 조작, 허위 경력, 뇌물성 후원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고, 수사 대상은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전 대표다. 취임한지 100일가량 된 대통령을 겨냥해, 그 영부인을 겨냥해 특검법이 발의된 것은 헌정 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그리고 한달 쯤 전, 영부인이 첫 나토 순방을 위해 유럽을 방문했을 당시 착용한 고가의 장신구 논란이 있었다. 영부인의 브로치, 목걸이, 팔찌가 수천만원 상당의 명품이었는데, 대통령의 재산 신고 내역에서 빠져있다는 의혹이었다. 대통령실은 "두 점은 지인에게 빌렸고 한 점은 소상공인에게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빌렸어도 문제다. 수천만 원 짜리를 빌리려면 계약서도 임대료도 있어야 정상이다. 야당은 영부인이 착용한 명품 보석이 재산신고에서 누락됐다며 대통령을 고발했다. 이 모든 게 대통령이 아니라 영부인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9월 8일 지금은 폐지된 '도어스테핑' 문답에서 두 가지 사안에 관한 질문을 받고 "별 입장 없습니다. 지금 제 문제나 이런 걸 가지고 신경 쓸 상황은 아닌 것 같고, 나중에 적절하게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신경 쓸 사안이 아니라고 하니, 그런 줄 알았다. 대수롭지 않다는 인식이다. 그러니 대통령 발언 닷새 후 영부인이 명품백을 받는 듯한 장면이 찍혀도 이상한 일은 아닐 수 있다. 

 

야당 상황도 보자. 김건희 특검법이 발의되기 하루 전인 9월 7일엔 법인카드 유용 의혹 받는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전직 대선 후보의 배우자가 검찰 수사를 받자 김건희 특검법도 자연스레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정치권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영부인이 명품 가방을 들고 온 민간인을 만날 수 있었던 건, 대통령이 관저에 들어가지 않고 자택에서 출퇴근하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만약 청와대 관저에서 생활하고 있었다면 민간인이 영부인을 만날 엄두나 낼 수 있었을까? 자연스레 이런 추측도 가능하다. 대통령 당선 시점부터, 한남동 관저에 들어가기 전까지 약 8개월 동안 '자택'과 '사무실'에서 활동했던 영부인은, 얼마나 많은 민원인들을 만났을까? 만약 최 목사 단 한사람을 만났을 뿐인데, 운이 나쁘게도 그의 악의적 취재 수법에 걸려든 것이라고 설명했을 때 "5000만 명의 문법"을 사용하는 평범한 사람들은 그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온 나라가 영부인의 도덕성 문제에 대한 논란으로 들썩이고 있었다. 어떻게 그 시점에, 영부인은 천연덕스럽게 명품 가방을 가운데 두고 민간인과 국정에 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까?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공직자인 배우자가 자신의 행위로 인해 곤경에 처했고, 자신을 수사해달라며 야당 의원 전원이 법안을 낸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결론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그때 발의됐던 특검은 지금 국회 처리를 앞두고 있다. 당시엔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치부했다. 그게 1년을 넘게 묵으면서 '특검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를 이정도 수준으로 숙성시킬 줄은 몰랐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60%에 육박하는 유권자들이 영부인의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포함한 각종 논란의 진실을 알고 싶다고 답한다. 역시 영부인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최근에도 논란이 있었다. 지난 7월 두 번째 나토 순방에서 영부인은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하고 명품숍에 들렀다. 이 사실은 현지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당시 국내에선 수해로 수십명이 사망했고, 다치고 있었다. 그리고 대통령과 영부인은 귀국을 미루 우크라이나 '전쟁터'를 극비리에 방문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맥락 속에서 '명품숍'에 들른 영부인 기사를 현지 외신 매체를 통해 접한다는 것은 놀랍도록 기이한 경험이었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거나, 권력에 취했다는 것 이상의 해석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영부인에 대한 특검법 처리의 명분을 깔아주고 있다. 야당의 공세로 치부하기엔 너무 멀리 왔다. 영부인 스스로 자초한 일이란 게 뼈아픈 평가다. 주가 조작 가담 의혹과 관련해 여권에선 '친문 검사'가 탈탈 털었는데 영부인은 기소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그게 답변이 될 순 없다. 당시 영부인은 현직 검찰총장의 부인이었다. '탈탈' 털었는데도 왜 최종 수사 결론을 못 냈는지, 왜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인지(검찰 수사가 부실했던 것인지), 왜 아직까지도 유독 영부인에 대해 '불기소' 결론을 못 내리고 있는지, 이 모든 상황에 대한 답변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영부인은 선출된 것도 임명된 것도 아닌 '자리'다. 영부인의 역할 같은 것은 따로 규정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부인은 대통령에게 가장 강력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다. 영부인의 행동은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 대통령의 거처가 정해지지 않은 시점, 아크로비스타 코바나 사무실에서 명품백을 들고 온 민원인과 마주한 영부인의 모습은 청와대를 박차고 나와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한 대통령의 '업적'까지 훼손하고 있다. 

 

김영란법 위반 문제나, 공직자 범죄 혐의를 발견했을 때 지체없이 수사해야 할 검찰의 직무유기 같은 논의는 많은 매체들이 충분히 다뤄왔다. 이 사안을 "잘 알지 못한다"는 한동훈 장관이 빨리 사안을 파악해서 "5000만 명이 사용하는 문법"으로 '사이다'같은 발언을 해 주길 기대한다. 김정숙 씨든, 김혜경 씨든 권력자의 배우자가 현직에 있었을 때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같은, 혹은 그에 준하는 '나쁜' 사례가 있었는지 함께 얘기해 줘도 좋겠다. 차라리 영상이 가짜라고 해 주거나, 영상속 인물이 영부인인지 판독하기 어렵다는 말이라도 해 주길 바란다. 

 

▲김건희 영부인 ⓒ대통령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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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미야 교수 "윤 정부의 9.19 효력정지,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는지"

윤석열 정부 한일관계 개선에 "선거에 따라 정책 달라지지 않겠냐는 걱정…환영하기도 좀 그렇다"

.이재호 기자(=외교부 공동취재단·일본) | 기사입력 2023.12.08. 07:12:49

 

정부가 북한의 군사 정찰 위성 발사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2018년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 일부 조항을 효력정지한 데 대해, 한국을 잘 아는 '지한파'로 알려진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학교 교수가 다소 과도한 대응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11월 29일 도쿄 와세다 대학 국제회의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기미야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를 높이 평가하는 입장이지만 북한에 대해서 한국 나름의 접근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물론 문재인 정부처럼 너무 북한에 매달리는 건 조금 어려울지 몰라도, 윤석열 정부 나름의 대북정책에 대해 대통령이 담대한 구상을 내세우고 있지만, (북한의 핵에 대한) '억지'(deterrence)만을 가지고 북한의 도발을 막아내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을 억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체제가 유지되도록 안심시켜주는 정책에 대해 "북한이 공격적인 자세를 (갖고) 나오지 않을 만큼 북한에게 안전하다는 안심을 심어주는"것이라면서 "미국만 아니라 한국도 얼마든지 부분적으로나마 할 수 있다. 예컨대 문제인 정부가 트럼프 정부와 한 것처럼 미국을 설득해서 한국정부가(북한을 안심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미야 교수는 "예를 들어 인공위성 문제에 관해 윤석열 정부는 9.19 군사합의를 부분적으로 효력정지 하는데 과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라며 "북한이 핵실험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보지만 인공위성은, 이달 말도 한국 위성 발사하지 않겠나. 한국이 하는 건 괜찮은데 북한만 안 된다고 하면 '이중잣대'(double standard)로 보여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되는 데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의 자체적인 판단보다는 한국을 둘러싼 국제환경 변화에 따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미야 교수는 "한국에 북핵문제가 있고 미중 대립이 심해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어려운 과제가 있는데, 북한에 대해 억지보다는 관용을 우선하고 미중 대립 속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노선은 너무했다고 볼 수 있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관용보다는 억지를, 미중 대립에서는 한국판 인태전략을 내세우는 것"이 현 시점에서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기미야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이런 (국제적인)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과 동맹관계가 중요하고 이를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한미일 안보협력이 더 중요해지고, 그렇기 때문에 한일관계를 개선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며 "윤석열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이기보다는 한국을 둘러싼 국제환경의 변화 속에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기미야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 한국 내에서 반대 여론이 높은 점을 두고 "한일관계가 한국과 일본사회를 위해 '아주 좋았다'는 확실한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었으면 아마 한국 여론도 좀 달라지지 않겠느냐 기대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고 한국 여론이 판단하게 되면 아마 다음 총선, 대선 때도 역시 윤석열 정부의 대일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와 관련 "일본 사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혹시나 다음 총선결과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냐는 걱정도 있고, 다음 대선 때 진보정권으로 바뀌면 한국의 대일정책이 또 달라지지 않겠냐는 걱정도 가지고 있다"며 "무조건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환영하기도 그렇다는 점이 있다"고 일본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가 지난달 29일 와세다대학 국제회의장에서 기자단과 인터뷰하고 있다. ⓒ외교부 공동취재단‧일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및 강제동원 피해자 등이 일본의 정부나 기업 측에 사과를 요구하는 데 대해 기미야 교수는 "법적인 문제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이라든가 청구권 협정에 따라서 해결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도의적인 문제는 아직 남아있다고 보고 있고, 이는 1965년 법적인 문제 해결 틀에서 해결되지 못한 거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일본은 아무도 사과를 안했다고 하면, 일본은 여태까지 축적해온(사과 메시지) 건 뭐냐, 아무 소용도 없었냐 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에서는 전혀 사과 안했다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거꾸로 너무 사과한 나머지 피곤했다는 것이 좀 있다"고 말해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인식의 차이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일본 정치인들을 비롯한 공인들이 2015년 위안부 합의 등 사과의 내용이 포함된 합의를 하면서도 이후 여기에 역행하는 발언을 하며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기미야 교수는 "총리라든가 외상(외무장관)이라든가 아주 중요한 정부 직책을 맡은 각료는 이러한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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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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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뉴스정복] 동아일보 폭발 "김건희는 관저 떠나 근신해야"

고 김용균 대법원 판결 "원청 책임 없다"... 이해찬 "과반이냐 180석 먹느냐가 관건" 설레발? 자신감?

23.12.08 10:15최종 업데이트 23.12.08 10:15

▲ 한 재미교포 목사가 김건희(대통령 부인)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하는 모습을 촬영한 ‘몰카’ 영상을 공개한 서울의소리.취재 방식에 문제가 많지만, 김건희도 잘한 건 없다. ⓒ 서울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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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김건희 7시간 통화 공개, 서울의소리 1000만 원 손해배상.

11. 김홍일, 검사 퇴직한 뒤 재산 5배 늘었다.
12. 학교폭력 조사 퇴직 경찰에게 맡긴다.
13. 층간 소음 못 잡으면 준공 승인 안 난다.
14. 일본은 아이 셋 낳으면 대학 무료.
15. 의대 정원 확대, 일본에서는 반대가 없었다.

16. 엑스포만 그랬을까.
17. 이것은 가짜뉴스인가.
18. 김건희가 대통령인가.
19. "김건희는 관저를 떠나 근신해야 한다."
"4년 전과 비슷하다. 이대로면 참패"
조선일보 지면에서 공포가 느껴진다. 국민의힘이 자체 분석한 결과 서울 49석 가운데 6석 정도를 건질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오늘 당장 투표하면 민주당이 150석 이상 차지할 거라는 분석도 나돈다. "골든타임을 흘려 보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김형준(배재대 교수)은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지지율은 32%까지 떨어졌다. 전국지표 조사(NBS) 결과다.
- 내일 투표한다면 어디에 투표할 거냐는 질문에 민주당 36%에 국민의힘 31%로 역전됐다. 중도층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40%, 국민의힘이 20%로 더블 스코어로 벌어졌다.

"'수포당'으론 희망이 없다"

정우상(조선일보 정치부장)의 말이다. "민심 이반의 이유를 찾고 당 대표부터 말단 당직자들까지 밤샘을 해도 모자랄 판에 아직 여유만 부리거나 꽁무니를 빼고 있다"면서 "수도권 험지라는 패배주의부터 걷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국민의힘과 조선일보는 '언더독(Underdog)' 전략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약한 사람을 응원하는 심리를 말한다. 계속해서 위기 상황을 강조하면서 핵심 지지층을 결속시키고 민주당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전략이다.

"민주당 200석도 가능하다"

- 이해찬(전 민주당 대표)은 "수도권 70석만 먹어도 최소 154석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석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호남과 제주에서 30석, 부산과 울산, 경남에서 7석 이상, 충청과 강원도에서 최소 17석, "지난 총선 때는 수도권에서 103개를 먹었는데 50~60개만 먹어도 140석, 70개를 먹으면 154석이 된다"는 분석이다.
-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내부에서조차 '도덕성은 평균 이하이고 당내 민주주의는 실종됐다'는 탄식이 나오는 정당이 국회 석권을 호언한다"면서 "이런 호언이 '자만'으로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부·여당이 실망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가 만난 민주당 한 의원은 "또다시 '거만한 민주당' 프레임을 부추긴 꼴"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결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 상왕 이해찬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도부에 줄을 대기 위해 이해찬을 찾아가는 현역 의원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돈다.

"김용균 사망, 원청 기업은 책임 없다"

- "공사장에서 떨어지고 기계에 끼여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행렬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날마다 6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는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경향신문 사설 제목이다.
- 서부화력발전에서 일하던 김용균은 2018년 12월 11일 새벽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와 롤러 사이에 끼여 죽었다.
- 검찰이 원청과 하청 기업의 사장 등 임직원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으로 재판에 넘겼는데 모두 무죄로 끝났다. "대표이사의 역할은 안전보건 방침을 설정하고 승인하는 일이지, 작업 현장의 구체적 안전 점검과 예방조치에 관한 책임은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실질적으로 고용하지 않았고, 위험성도 몰랐다"는 원청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 하청 법인에 벌금 1200만 원, 사업소장이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게 전부다.
 

▲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조사결과 종합보고서 (2019. 8) ⓒ 정부 특별안전조사위원회

 
"여기서 져도 다른 데서 이긴다"

-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의 말이다. "국민들께 죄송합니다. 힘이 없다는 게 이렇게 비참할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다른 길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김용균의 죽음이 '위험의 외주화'라는 중대 재해의 근본적인 문제를 끌어 올렸고 원청의 책임을 인정하는 김용균법과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이어졌지만 정작 김용균의 죽음에는 닿지 않았다.
- 김용균의 동료 이태성이 이런 말을 했다. "용균아 정말 미안하다. 미안하다. 죽도록 싸웠는데 여기까지인가 보다."

[쟁점과 현안] 

"공무원 '자진 월북' 사건은 조작됐다"

- 감사원 감사 결과다. 중앙일보는 "상상을 초월한 국기 문란 범죄"라며 "'월북몰이'의 몸통이 누구인지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1면 기사로 다뤘다.
-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이 북한 해역에서 표류하다 피살된 뒤 불에 태워졌다. 감사원은 "신변 보호 및 구호 조치를 검토·이행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면서도 방치했고, 숨진 이후에는 관련 자료를 삭제·왜곡하며 월북으로 몰아갔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 한국일보는 "유가족 입장에서 보면 국가는 이 씨를 두 번 죽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 실종된 시간은 새벽 2시, 북한 선박에 발견된 시간은 오후 3시 30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대준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대응을 하지 않았다. 북한이 이대준을 사살한 건 오후 9시 40분이다. 조선일보는 "안보실과 합참은 이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후에 관계 기관들이 한 일은 이씨가 북측에 산 채로 잡혀 있었다는 것을 우리 정부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은 "지난해 10월 공개한 중간발표와 유사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윤건영(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윤석열 정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등장하는 '홍반장' 수준이다. 새로운 내용도 전혀 없다. 재탕 삼탕도 한두 번이지 너무하지 않나." 

"나치 정당이냐", 민주당 당헌 개헌 논란

'개딸(강성 이재명 지지자)'들의 권한을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의원과 권리 당원의 비중을 60배에서 20배로 줄였다.
- "다양한 토론을 자유롭게 하는 건데, 결론에 따르면 되겠죠." 이재명(민주당 대표)의 말이다.
- "10년 지킨 시스템을 바꾸면 어떻게 100년 정당을 만드느냐"(전해철), "축구장에서 갑자기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룰을 바꾸라는 것"(윤영찬) 등 비명계 의원들의 반발이 컸다.
-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이낙연(전 민주당 대표)은 YTN과 한 인터뷰에서 "이제 뭘 할 수 있겠나, 별 기대는 안 한다"고 말했다. "양당 모두 싫다는 국민께 대안을 제시하는 게 정치의 의무"라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흘렸다.

"정치가 얼마나 험난한지 배웠다"

인요한(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말이다. 24일까지 활동 기한인데 조기 해산을 선언했다.
- 홍준표(대구시장)가 페이스북에 "한 편의 개그 콘서트를 보여주고 떠났다"면서 "기득권 카르텔에 막혀 좌절했지만 그대가 있었기에 한 줄기 희망이라도 있었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 김기현(국민의힘 대표)이 "지도부의 혁신 의지를 믿어달라"고 말한 걸 두고 경향신문은 "기회를 줘도 부응하지 못한, 오히려 발목을 잡았던 지도부가 알아서 혁신하겠다니 어떻게 믿음을 주겠느냐"고 지적했다.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전체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더 깊게 읽기]

'로또 영장', 문제는 발급 기준이 없다는 것

- 한 해 14만 명이 구속되던 때가 있었다. 1996년의 일이다. 영장을 청구하면 92%를 내줬다.
- 1997년 영장실질심사가 도입되면서 11만 명으로 줄었고 영장 발부율도 82%로 줄었다. 지난해는 1만 8384명까지 줄었는데 영장 발부율은 81%로 크게 줄지 않았다. 영장 청구가 줄었을 뿐 여전히 영장 발부와 기각 기준이 모호하다는 게 조선일보의 지적이다. 청구하면 웬만하면 내준다는 이야기지만 그때그때 달라서 '로또 영장'이란 말까지 나온다.
- "수사를 잘하면 '증거가 확보돼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기각하고, 증거가 부족하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자백을 하면 자백을 했으니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기각하고, 부인하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각하는 경우도 많다.
- 영장 항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영장이 기각되면 지금은 재청구를 하지만 동료 판사가 맡게 되면 여전히 판례가 쌓이지 않는다. 항고제가 도입되면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아 오류를 바로 잡을 수 있고 구속 기준을 정립할 수 있게 된다.
- 영장 항고제는 의견이 엇갈린다. 변호사들은 "현행 영장 시스템에서 판사의 재량이 너무 크다"며 "어느 정도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판사들은 조건부 영장제가 먼저라는 주장이 많다. 주거 제한이나 위치추적 장치 부착 등 조건을 걸어 석방하되 이를 어길 경우 구속하는 제도다.
- 발부냐 기각이냐가 아니라 중간 지대를 두자는 아이디어인데 영장 항고제와 조건부 영장제를 둘 다 도입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늘의 TMI]

김건희 7시간 통화 공개, 서울의소리 1000만 원 손해배상


- 대통령 부인이 언론사 보도를 문제 삼아 손해배상 소송을 냈는데 인정이 됐다. 지난 대선 직전 김건희(대통령 부인)와 대화한 녹음 파일을 공개한 서울의소리에 손배 명령이 나왔다.
- 법원은 "설령 취재 활동이라는 정당한 목적이 있었더라도 원고의 음성권,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를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김건희가 대선 후보의 배우자로서 국민의 관심을 받는 공적 인물이고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녹음 파일이 공적 영역에 관련돼 있다"는 이유로 손배액을 1억 원이 아니라 1000만 원으로 산정했다.

김홍일, 검사 퇴직한 뒤 재산 5배 늘었다

- 전관예우로 번 돈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2013년 부산고검장 시절 12억 원이었는데 지난 7월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될 때 61억 원을 신고했다.
- 김홍일(방통위원장 후보자)은 2014년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 세종에서 일했고 오리온과 계룡건설 사외이사를 지냈다.
- 자산의 대부분이 현금이다. 본인 명의 예금이 22억 원, 배우자가 9억 원, 자녀가 4억 원이다.

[해법과 대안]

학교폭력 조사, 퇴직 경찰에게 맡긴다


- 전담 조사관을 신설한다. 피해자 긴급조치와 상담·지원 업무를 맡게 된다. 177개 교육지원청에 15명씩 2700명을 배치한다.
- 현장의 의견은 엇갈렸다. 한국교원총연합회는 "모든 학폭 조사를 경찰에 이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사의 부담을 줄여주는 게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이형민(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학교는 범죄 현장이 아니고 사실관계를 따져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드물다"고 지적했다. 반교육적인 접근이라는 이야기다.
- "내 아이를 경찰(출신)이 조사한다고 하면 좋아할 학부모가 있겠느냐"는 게 참교육학부모회의 질문이다.
 

▲ 경찰 출신이 학폭 조사? 변호사만 신났다. ⓒ 게티이미지

 
층간 소음 못 잡으면 준공 승인 안 난다

아파트 공사비가 3% 정도 오를 거란 전망도 나온다. 결국 바닥을 두껍게 시공하고 층고가 높아지게 된다. 30층을 지을 수 있는 높이에 29층밖에 못 짓게 될 수도 있다.
- 소음 저감 공사를 하면 양도세를 줄여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집을 처분할 때 1억 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했는데 공사비로 2000만 원을 지출했다면 8000만 원에 대해서만 양도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 층간소음의 일종인 '층견소음' ⓒ 게티이미지

 
일본은 아이 셋 낳으면 대학 무료

- 소득에 관계없이 지원한다. 자녀가 셋이면 셋째뿐만 아니라 첫째와 둘째도 대학 수업료를 안 받는다.
-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가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킬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아동 수당도 늘렸다. 자녀 수와 관계없이 모든 아동에게 0~2세까지 달마다 1만 5000엔, 3세부터 고등학생까지는 월 1만 엔을 지급한다.
-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1.26명, 한국은 0.78명이다.

의대 정원 확대, 일본에서는 반대가 없었다

- 일본은 2007~2023년 사이에 23%를 늘렸다.
- 지역에서 9년 의무 근무한다는 조건을 걸었는데 90%가 그 지역에 남는다고 한다.
시골에 의사를 파견하는 자치의대도 있다. 지방정부에 2~3명씩 정원을 할당하는데 도쿄도의 경우 107명이 응시해 3명을 선발했다. 자치의대는 70%가 지역에 정착한다.
 

▲ 2007~2023년 사이에 일본은 의대 정원을 23% 늘렸다. ⓒ 게티이미지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엑스포만 그랬을까


- 조홍민(경향신문 사회에디터)은 "윤석열의 독선과 툭하면 화부터 내는 불같은 성격은 제대로 된 소통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다른 의견을 내거나, '노'(No)라고 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이야기다.
- "엑스포 개최나 보궐선거 정도의 사안이라면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른다. 외교와 안보, 중요 경제 정책과 같이 국민의 안위와 실생활에 직결되는 문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참모들이 집단사고에 빠지지 않으려면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 소통을 강조하지만 왜 소통이 안 되는지, 스스로에겐 아무 문제가 없는지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
 

▲ 1차 투표 ‘광탈’로 끝난 2030부산엑스포의 꿈. ⓒ 부산엑스포홈페이지

 
이것은 가짜뉴스인가

- "식인귀 소굴(엘바섬) 탈출(3월 9일), 코르시카 오우거, 프랑스 남부 상륙(10일), 호랑이 카르푸 항구에(11일), 괴물 그르노블서 야영(12일), 폭군 리옹 도착(13일), 보나파르트 북진, 파리 입성은 불가(19일), 나폴레옹 내일 파리 도착(20일), 황제 나폴레옹 퐁텐블로궁에 도착(21일), 황제 폐하 어제 파리 튈르리궁에 환궁(22일)."
- 나폴레옹이 1815년 3월 엘바 섬을 탈출해 파리로 입성하기까지 프랑스 신문 르모니퇴르(Moniteur)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팩트는 맞지만 해석이 다를 뿐이다. 이걸 가짜뉴스라고 부를 수 있나.
- 백강녕(아시아경제 산업부장)은 "처벌은 독자와 역사가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나 법원이 처벌로 풀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김건희가 대통령인가

- 대통령 부인이 명품 가방을 받았다면? 김영란법 위반이 맞다. 상식적인 문제다.
-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동일인에게 1회 100만 원 또는 1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했다. 처벌 조항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이다. 심지어 선물을 들고 간다는 메시지를 받고 나서 만났다. 거절하지도 않았고 돌려주지도 않았다.
-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윤석열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신의 배우자가 수수 금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된 공직자는 서면신고를 하고 반환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 이행하지 않으면 배우자와 똑같이 처벌받는다.
강희철(한겨레 논설위원)은 "김 여사가 임기 중 불소추 특권을 누리는 대통령 같다"고 지적했다. 당장 조사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 "공소시효는 5년, 윤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4개월 뒤인 2027년 9월까지 수사와 처분이 가능하다. 만에 하나, 검찰이 그때까지 고의로 방치하면 직무유기가 된다."

"김건희는 관저를 떠나 근신해야 한다"

- "다수당을 보며 분노가 치밀지만 고개를 돌려 대통령실과 여당을 보면 참담한 실망감에 한숨이 터져 나온다." 동아일보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보수 언론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 "김건희가 백을 받았든 안 받았든 몰카 공작의 저열함과 비도덕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함정 몰카라해서 김 여사 행동의 비도덕성이 감면되지 않는다."
- 이기홍(동아일보 대기자)은 김건희 명품백 논란을 두고 "이번 사건이 보여준 상상 초월의 세계는 세 종류"라고 분석했다. "국민에게 배신의 상처를 안겼다"면서 "이번 건은 다르다"고 했다. "하나는 상상 초월의 저질스러운 공작 행태고, 둘째는 상상 초월의 허접한 사람 관리 및 경호 시스템이고, 셋째는 대통령 부인이 보여준 상상 초월의 행동이다."
- "'김건희 리스크'는 총선과 나라의 진로에 지속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면서 "하루빨리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관저를 떠나 서초동 자택 등 사가(私家)로 거처를 옮겨 근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동아일보의 분노, "김건희는 관저 떠나라" ⓒ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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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윤핵관 갈등···대체 무슨 일이?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3/12/0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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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며 출발한 ‘국힘당 혁신위원회’가 7일 활동을 종료했다. 

 

혁신위는 원래 이번 달 24일까지 활동할 예정이었으나, 약 2주가량 앞당겨 활동을 종료했다. 혁신위가 출범한 지 42일 만이다.

 

혁신위 활동 기간을 돌아보면 국힘당의 갈등만 눈에 띈다.

 

국힘당은 총선 승리를 위해 혁신하자며 혁신위를 만들었으나 결과적으로 혁신위의 요구를 거부했다. 특히 김기현 국힘당 대표가 가장 앞장에 서 있었다.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주간 만나지도 않은 채 힘겨루기를 하다가 지난 6일 전격적으로 만났으나, 대화 시간은 15분가량이었다. 일부에서는 이 만남으로 두 사람의 대결이 봉합된 것처럼 해석하지만 충돌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왜냐하면 인요한 위원장과 김기현 대결은 권력을 빼앗으려는 세력과 권력을 어떻게든 지키려는 세력과의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인요한 위원장은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윤핵관과 당의 중진을 당에서 밀어내려 했고, 김기현 대표 등 윤핵관들은 밀려나지 않으려 싸운 것이다. 지금은 잠시 휴전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인요한 위원장의 뒤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

 

인요한 위원장은 지난 10월 24일 자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김한길(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과는 몇 년 전 (방송 프로그램) ‘길길이 산다’에 사모님(김한길 위원장 부인)과 같이 출연해서 엄청 친한 사이다. 평소에도 전화를 매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한길 위원장 측에서 “매일 통화하는 관계는 전혀 아니”라며 “모 일간지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매일 통화한다고 인용 보도됐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 매년을 매일로 잘못 답변했든지 아니면 듣는 쪽에서 잘못 들었던 것으로 추측된다”라고 말했다.

 

하루 뒤인 10월 25일 인요한 위원장은 “사실 좀 잘 확인하라. 김한길(위원장)이랑 저랑 매일 전화한다는 건 사실이랑 너무 멀다. (중략) 네다섯 번 정도 통화했고 과거 다 합쳐봐야 그것밖에 안 된다”라며 중앙일보에 보도된 자신의 발언을 부인했다. 

 

그런데 매일 통화했다는 것과 네다섯 번 통화했다는 것을 헷갈릴 사람이 있을까?

 

또한 인요한 위원장과 김한길 위원장이 친하면 무슨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이를 부득불 친하지 않은 사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중요하게 바라본 이유는 윤 대통령 때문이다. 김한길 위원장은 한 달에 두세 차례 윤 대통령을 독대하며 다양한 현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로 알려졌다. 독대할 정도라면 윤 대통령이 김한길 위원장을 상당히 믿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독대하는 김한길, 그 김한길과 친한 사이로 추정되는 인요한. 그 인요한이 국힘당 혁신위원장으로 됐다는 것은 인요한 위원장의 말과 혁신 방향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인요한 위원장은 혁신을 이야기하며 종종 ‘윤심’을 언급했다. 

 

실제로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대통령도 혁신위의 혁신이 성공하기를 바랄 것이냐’는 질문에 “저는 그렇게 본다. 혁신위원장이 혁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국민 목소리에 더 가까이에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나 이렇게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도 국민의 마음에서 혁신이 이루어지고 또 당이 변화를 겪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윤 대통령의 의중이 인요한 혁신위에 있다고 말한 것이다. 강승규 전 수석은 1년 7개월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으로 일했다.

 

인요한 혁신위와 당 지도부 충돌이 시작된 것은 이른바 ‘지도부·중진·친윤 험지 출마’였다. 혁신위의 제안에 김기현 대표와 장제원 국회의원 등이 발끈해 나서며 거부했다.

 

특히 장제원 의원은 11월 11일 지지자 4천여 명을 동원해 세를 과시하면서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라고 말을 하였고 김기현 대표도 혁신위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자 국힘당 안에서 윤핵관 해체론이 슬슬 거론되기 시작했다.

 

하태경 국회의원은 지난 11월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핵관이 사실상 없어지는 단계에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하태경 의원은 당내 윤핵관과 지도부 등이 혁신위의 희생 요구에 반응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대통령이 머리가 아프실 것”이라며 “당내 다수 중론은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가) 대통령 주문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1월 15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년 반의 국정 지지율 및 선거 참패 이후 현 여권의 모습이 결국 윤핵관의 성적표”라며 윤 대통령이 ‘윤핵관으로부터 독립’을 결심했으며, 윤핵관의 한 명인 권성동 국회의원은 ‘자신을 윤핵관에서 빼달라’라는 말을 했고, 윤핵관과 거리를 두는 국힘당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강승규 전 수석과 하태경 의원의 발언, 조선일보 보도를 통해 윤 대통령은 윤핵관이 이제는 자신에게 별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으며, 인요한 혁신위를 통해 그들을 밀어내려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 등 윤핵관이 이에 저항하며 혁신안을 거부한 것이다. 아마도 이들은 땅을 치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을 수 있다. 

 

일단 혁신위의 활동은 마무리됐지만, 윤 대통령은 윤핵관 등 중진을 당 밖으로 밀어내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공천관리위원장으로 김한길 등 몇몇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이번보다 더 심각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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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임의 일터안녕] 김용균은 한국서부발전의 하청노동자였다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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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3/12/08 10:41
  • 수정일
    2023/12/08 10:4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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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이 이루어졌다. 최소한 대법원에서는 2018년 사망한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이 다르게 해석되길 기대했다. 우리나라 최고 재판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역사를 퇴행시킨 판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이미 유사한 선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6년 서울교통공사(구 서울메트로) 구의역에서 승강장안전문을 수리하던 ‘김군’이 선로로 들어온 전동열차에 치어 사망한 사실이 있다. 김군 또한 똑같은 공기업의 하청 노동자였다. 그러나 2019년 8월,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 1부(재판장 유남근)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스크린도어 정비용역업체 은성피에스디(PSD)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서울메트로 이정원 전 대표는 대법원 상고 결과 벌금 1천만원 형을 확정 받았다.(한겨레신문 2020년 5월 2일자)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원청인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2023.12.07 ⓒ민중의소리

나는 김군 사망 이후 서울시 위촉 조사위원으로 활동했고 김용균 사망으로 역시 국무총리실 위촉 조사위원으로도 활동했기 때문에 두 사건을 아주 가까이에서 접했고 그 형태와 구조가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2019년의 대법원 결정과 한참 후인 2023년의 대법원 결정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서울메트로의 하청 사업주는 원청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소외된 부서일 뿐이었고 원청은 하청과 하청 노동자의 안전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상황이었다. 심지어 하청을 만드는 행위 자체가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는 근본적인 질문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 이유는 김군은 이미 세 번째 승강장 유지보수 업무 중 사망한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나머지 두 명의 사망자도 하청소속 노동자였다. 당시 승강장 유지보수 업무를 도급으로 전환한 곳은 1~4호선이었고 도급으로 전환하지 않았던 5~8호선에서는 단 한 명의 중대재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같은 업무를 해도 원청노동자는 사망하지 않고 하청 노동자만 사망했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메카니즘이 있었고 ‘도급은 위험을 생산한다’는 가설이 충분히 입증되었다.

김용균 사건과 판박이였던 구의역 김군 사건, 판결은 달랐다
 
김용균 사고 조사결과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당시 채택되었던 조사위원회의 결과에 따르면 부상사고 발생 건수(2010년~2016년)는 발전회사(18건)과 협력사(377건)가 약 21배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부상자 수도 발전회사(19명)와 협력사(398명)가 약 21배 차이가 나고 있었습니다. 이는 모든 사고는 협력사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며 특히 협력사는 사내하청의 도급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주는 이러한 재해특성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했다. 협력사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시설 개선 요구에도 눈감아 온 사실이 확인되었고 특히 김용균의 작업공정은 매뉴얼에 적시된 대로의 2인1조 유지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작업장 조도와 작업환경의 열악성은 법을 어기는 수준이 아니라 극악한 수준이었다. 이러한 환경은 하청 사업주가 만든 것이 아니라 원청의 시설 그 자체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2022년 2월 10일 제1심에 이어 2023년 2월 9일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대표이사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는 물론 산안법 위반 책임도 인정되지 않았고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장도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산안법 위반 행위에 대해 2심에서는 모두 무죄로 선고되었다. 한국서부발전 임직원은 아무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책임을 지지 않았고 다만 태안발전본부의 중하위급의 관리자들만이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인정되었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군의 5주기인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 내선 순환 9-4 승강장에 김군을 추모하는 국화꽃과 메시지가 붙어 있다. 2021.05.28 ⓒ김철수 기자

대한민국 사법부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없던 시기였다고 하더라도 경영책임자 단위에서는 아무도 죄를 진 자가 없다는 1·2심 판결, 더 나간 오늘의 판결은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서울지하철과 비교해도 퇴보한 판결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현행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도록 되어 있다. 그 ‘현행법을 지키지 않은 자’에서 경영책임자 단위가 모두 빠져 나가게 된다면 경영책임자들은 노동자의 안전보건에는 관심이 없어도 된다는 의미가 된다. 작업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아무리 많이 죽어나가도 경영책임자 단위는 무책임하고 무관심하고 심지어 산업재해를 조장해도 아무런 벌을 받지 않게 하겠다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산업재해, 노동자의 생명을 유지하는 행위는 경영 일반의 행위가 아닌 것이 됩니다. 이 또한 상시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오늘의 판결은 대한민국 사법부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게 했다. 노동자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행위는 분명히 경영책임자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이며 생산의 과정에서 필수적인 영역이다. 그대들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를 아는가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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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총수 동원 대통령 ‘떡볶이 먹방’에 '이제 하다 하다' 등 돌린 언론

  •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3.12.08 07:29
  •  
  •  댓글 3
  • [아침신문 솎아보기] 6일 긴급 부산 간담회 개최한 윤석열 대통령

    이재용 등장에 조선 “대통령이 부르면 만사 제치고 참석해야 하는 한국”

    검찰 출신 방통위원장에 연일 우려 동아 “왜 선배 검사인지 설명이라도”

    ‘김용균 사건’ 최종심에도 원청 ‘무죄’… 경향 “노동자는 사람 아닌가”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부산 재래시장 방문에 이재용 회장, 구광모 회장 등 재계 총수를 동원한 윤석열 대통령에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민심 회복을 위해 무리하게 행사한 ‘권위적 동원’이라는 것이다.

▲ 지난 6일 부산 전통시장에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 한국산업은행 이전 등 지역 현안을 강조했다. 엑스포 실패 이후 급격히 나빠진 부산 민심을 달래려는 정치적 행사라는 평가다. 이날 행사엔 경제부총리와 장관뿐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 수석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까지 동원됐는데 특히 총수들과 윤 대통령이 부산 재래시장에서 떡볶이 먹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돼 하루종일 화제가 됐다.

 

조선 “엑스포 유치전에도 지나치게 동원… 이젠 정치 행사에도”

▲ 8일자 조선일보 사설.

8일 아침신문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글로벌 대기업 총수들 집단 동원은 최소화되길>에서 “대통령과 재벌 총수의 떡볶이 먹는 사진은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역설적으로 한국이 얼마나 기업 하기 힘든 나라인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듯했다”며 “잠시라도 한눈팔면 언제 밀려날지 모르는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게 기업이다. 하지만 아무리 글로벌 기업이라 해도 대통령이 부르면 만사 제치고 참석해야 하는 것이 한국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17개월간의 2030 세계엑스포 유치전에도 국내 대기업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동원됐다. 그런데 엑스포 유치 실패 후 민심 회복용 간담회에까지 불려나갔다. 이 행사는 경제와 관련 있다기보다는 부산 민심을 달랜다는 정치적인 목적이었다. 이제는 대기업 총수들이 정치 행사에도 동원된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도 대기업 총수들이 빠짐없이 수행한다”고 지적했다.

▲ 8일자 한겨레 6면 칼럼.

옥기원 한겨레 기자는 한겨레는 6면 <재벌 총수들 세워놓고 떡볶이 시식…“대통령의 정치쇼”>에서 ‘하다 하다 시장 떡볶이 단체 시식은 처음 본다’는 대기업 임원의 말을 인용해 “두고두고 대통령과 기업 총수 만남의 ‘나쁜 선례’로 남을 한 장면”이라고 했다.

옥기원 기자는 “총수들의 부산 방문은 ‘엑스포 동원령’보다 더 뜬금없다. 엑스포 유치전은 수조원의 경제 효과로 기업도 낙수를 노릴 수 있다는 이유로 포장할 수 있지만, 부산 방문은 엑스포 유치에 대패한 정부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기업 총수들을 내몬 정치쇼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라며 “총수들이 대통령 순방 등에 동행할 때면 항상 재계와 정치권에서 반복된 말이 있다. 분초를 쪼개 사업을 구상해야 할 총수를 대통령 행사에 들러리로 세우는 건 국가 경제 손실이란 말”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걸핏하면 기업총수 들러리 세우는 게 ‘시장경제’인가>에서도 “상식을 벗어난 처사”라고 지적하며 “대기업 총수들은 오는 11일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에도 대부분 동행한다. 볼썽사나울뿐더러, 연말 연초를 앞두고 더욱 바쁜 기업들에 ‘관폐’가 아닐 수 없다. 우리 현대사에서 정치와 대기업의 지나친 유착은 항상 부정부패로 이어졌다. 경계하는 것이 마땅”이라고 했다.

방송 경력 전무한 검사 방통위원장 동아 “납득할만한 설명 필요”

▲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2월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방송 관련 경력이 전무한 검찰 출신 방송통신위원장에 연일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7일 조선일보에 이어 동아일보도 사설을 통해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 조선일보 "‘검찰 공화국’ 말이 나오는 실정...국민이 어떻게 보겠나"]

동아일보는 사설 <방통위원장, 왜 대통령 선배 검사인지 설명이라도 해야>에서 “방송통신위 업무는 언론과 첨단 통신기술이 융합된 영역으로 언론 분야 출신이나 첨단 통신 분야 출신이 가서도 서로의 분야를 이해하는 데 애를 먹는다. 그렇다고 방통위원장 자리가 언론 분야나 첨단 통신 분야 출신만 맡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니지만 언론에도 첨단 통신 분야에도 일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 맡길 때는 자격에 대한 더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 8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훌륭한 청소년 가장이었고 역량 있는 강력부 검사였는지는 모르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김 후보자는 미디어 분야에서 일해본 경력은 말할 것도 없고 미디어 분야를 전문적으로 수사해본 경력조차도 없다. 대통령실은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적임자라고 했으나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내려고 해도 방통위 업무에 대한 정확한 감이 없으면 안 된다. 검찰 조직과 수사를 잘 알지 못하면 검찰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수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관후 정치학자는 경향신문 정동칼럼 <방송통신위원장 지명 재고해야>에서 “인사는 만사다. 인사를 통해 우리는 통치자의 국정철학을 이해할 수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확실히 ‘검찰공화국’에 대해 진심이다. 행정 역량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사이며, 그래서 검사들이 모든 일에 가장 전문가라는 국정철학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검사들 중에서도 특수부 검사가 유능하고, 특히 자신과 가까운 검사들은 더욱 적임자로 여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언론 경력이 전혀 없을뿐더러 실무적으로도 방송과 통신에 어떤 경험도 없는 전직 특수부 검사를 방송통신위원회의 수장으로 임명할 리 없다”고 했다.

▲ 8일자 경향신문 정동칼럼.

이관후 정치학자는 “심지어 김홍일 지명자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수장을 맡은 지도 6개월이 안 되었다. 국가의 청렴이나 국민의 고충을 담당하는 장관급 자리가 방송을 장악하는 것에 비해 얼마나 가벼운가를 우리는 알 수 있다”며 “과거에 최시중 같은 대통령의 측근이 임명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언론인 출신이었다. 이번에는 이유가 색다르다.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검사 선배’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때마침 뉴스타파 대표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다. 이쯤 되면, 언론 경험이 전무한 대통령의 과거 검사 선배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한 배경을 국민들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 청문절차와 관계없이 임명권은 어차피 대통령에게 있다. 야당만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여당도 곤혹스러워 보인다. 이번 인사가 강행된다면 국민도 불행해지겠지만 대통령에게도 좋다고만 볼 수 없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곡히 재고를 바란다”고 했다.

 

총선 앞두고 지지율 여론조사 종합한 조선 “숫자의 경고”

▲ 8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이 감지되자 조선일보가 1면에 <4년전처럼, 與에 쏟아진 ‘숫자의 경고’> 기사를 내며 경고등을 켰다.

조선일보는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정부,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내년 총선과 관련해 ‘정부 견제론’이 상승하는 등 여권(與圈)의 열세가 뚜렷해지는 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며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와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와 지도부의 갈등 등 정부‧여당의 악재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조선일보는 전문가를 인용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참패 이후 백서에서 ‘조국 사태 등 정부 실책에 기대어 근거 없는 자신감만 갖고 승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동안 달라진 게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했고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여당이 인적 쇄신을 통해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지 않는다면 총선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 8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조선일보 3면 <與, 서울 49석 중 우세 6곳뿐… 당 내부에선 알고도 쉬쉬> 기사에서 국민의힘 사무처가 작성한 총선 판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49석 가운데 ‘우세’ 지역은 6곳에 불과했다. 조선일보는 “6곳 모두 여당 텃밭인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속한 지역구인 것으로 전해졌다”며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인사들과 총선기획단 위원들은 최근 해당 보고서를 열람했지만, 보안 등을 이유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보고서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당내에선 쉬쉬하며 외부 유출 가능성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고 했다.

 

‘김용균 사건’ 원청 대표 무죄 확정에 “지나친 보수적 판결”

 

▲ 한겨레 1면 사진기사.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관련해 대법원이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 법인과 그 대표인 김병숙 전 사장의 무죄를 확정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이를 1면에 보도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7일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하청 관계자들의 사건에서 검사와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원청 법인과 대표 등에겐 무죄, 그 외 원·하청 직원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에서의 안전조치의무 위반, 예견 가능성,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대법원이 유죄를 인정한 것은 원청의 안전 관련 실무자와 하청업체 및 대표이사, 실무자들이다. 한겨레는 “이들조차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의 백남호 대표이사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이근천 한국발전기술 태안사업소장은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 8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김씨 사망이 도화선이 돼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정작 김씨 사건 재판엔 적용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1면 <죽음으로 새긴 ‘김용균법’ 결국 묻지 못한 ‘원청 책임’> 기사에 이어 3면 기사에서 “김씨 사망 당시에도 중대재해법이 있었다면 원청 대표인 김 전 사장은 형사처벌을 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50인(억)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또다시 2년 유예하려고 한다. 노동계에서는 중대재해법이 아닌 개정 전 산안법을 기준으로 봐도 지나치게 보수적 판결이라는 비판도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김용균 사건’ 원청 대표 무죄, 면죄부 삼아선 안 된다>에서 “정작 김씨의 죽음에 대해서는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며 “산재가 발생할 위험을 알고 있어야 과실이 인정되는데 당시 김 전 대표는 이를 몰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의 일터인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모든 설비에 대한 소유와 권한을 갖고 있는 곳은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다. 사업장의 설비가 얼마나 위험한지, 어떤 안전설비가 필요한지 파악하고 관리할 책임은 원청에 있다. 그런데도 원청의 경영책임자가 사업장의 산재 위험을 몰랐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니, 이런 판결을 쉽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 논리대로라면 사업장의 안전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원청의 경영책임자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게 아닌가. 노동계는 그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산재 책임에 대한 법원의 소극적인 판단을 지목한다. 사법부는 이런 지적에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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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령 기자ryoung@mediatoday.co.kr

#윤석열#이재용#떡볶이#부산#엑스포#윤석열 대통령#최태원#구광모#삼성#LG#SK#김홍일#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위원장#김용균#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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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임성근 “채 상병 사고, 대대장이 지시 잘못 알아들어서”

당시 해병대 1사단장 군사법원 진술서 최초 공개
“수색 압박” 장병들 진술과 배치…책임 부하에 떠넘겨
고 채아무개 상병의 안장식이 지난 8월22일 대전 유성구 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됐다. 국가보훈부 제공
고 채아무개 상병의 안장식이 지난 8월22일 대전 유성구 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됐다. 국가보훈부 제공

 

호우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이 순직한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수중 수색을 하지 말라는 자신의 지시를 현장 지휘관들이 잘못 알아들어 생긴 일”이라며 책임을 부하에게 전가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주장은 사실상 물속 수색을 압박받았다는 현장 수색 장병들의 진술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수사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사단장은 이런 내용이 담긴 188쪽 분량의 진술서를 지난달 21일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 항명 사건을 맡은 군사법원에 제출했다. 임 전 사단장의 진술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령 항명 사건을 수사 중인 군검찰은 임 전 사단장을 조사하고도 아직까지 진술조서를 법원에 증거기록으로 내지 않았다. 임 전 사단장은 진술서에서 박 대령의 항명 혐의 유죄를 주장했다. 자신은 잘못이 없으므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는 잘못됐고, 따라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이첩 연기 지시는 정당했으므로 항명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임 전 사단장 진술서의 핵심은 채 상병 순직 사고 책임자로 자신의 지시를 잘못 해석한 부하들을 지목했다는 데 있다. 특히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이 소속됐던 해병대 포병대대장들을 책임자로 지목했다. 지난 8월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들 둘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했고, 현재 보직해임된 상태다. 당시 임 전 사단장의 혐의는 적시되지 않았다.

 

임 전 사단장은 사고 전날 ‘신속기동부대장(7여단장)→포병11대대장’으로 이어지는 지시 과정에서 자신의 최초 지시가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임 전 사단장은 해병대 수사단 조사에서부터 줄곧 “본류에는 절대 들어가지 마라. 수변(물 가장자리)은 육안으로도 잘 보이고 5m 이격된 곳에서도 충분히 관측이 가능하니 물과 육지가 닿는 수제선까지 접근해서 도보 정찰을 시행할 필요가 없다”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 대령이 이끈 해병대 수사단도 임 전 사단장이 수중 수색을 지시한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 조사에서 현장 지휘관들은 임 전 사단장으로부터 ‘포병이 비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질책을 들었고, 카카오톡 단체방에 ‘사단장 현장 작전지도 계획’이 공지되면서 이어 ‘바둑판식으로 무릎 아래까지 (물에) 들어가서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할 것’이라는 지시가 올라와 사단장의 지시로 받아들였다고 진술했다.

 

임 전 사단장이 사고 당일 새벽 현장 수색 사진을 보고 이미 장병들이 물속 수색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안전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해병대 수사단의 지적에 대해선 “해병대 관련 언론 보도 무더기 속 하나의 사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박 대령 쪽 김정민 변호사는 “해병대 수사단도 (수중 수색 지시라고) 오해를 살 만한 임 전 사단장의 서툰 지시가 있었으므로 고의 책임이 아닌 과실 책임을 물어 경찰에 이첩하려 한 것”이라며 “임 전 사단장이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명백히 입증된 게 아니므로 이첩조차 안 할 정도의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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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로켓배송 택배 기사에 ‘월급 160만원 삭감안’ 들이민 쿠팡

2024년 배송 수수료 협상 나선 쿠팡CLS, “합리적 조정” 강조하지만 실상은 수익 재분배…연 800억 이상 비용 절감·수익 확보 가능할 듯

쿠팡 물류센터 자료사진 ⓒ뉴시스
쿠팡이 로켓배송 대가로 택배 영업점에 지급하는 수수료 삭감을 추진 중이다. 삭감 폭은 최대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택배 기사 소득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민중의소리’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 배송 담당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최근 택배 영업점과 로켓배송 단가 삭감 협의를 진행 중이다. 삭감 폭은 10~30% 선이다. 기존 로켓배송 단가가 건당 900원이었다면 최소 810원에서 최대 650원까지 줄어드는 것이다.

쿠팡CLS와 단가 협상이 마무리된 일부 영업점은 소속 택배 기사들에게 삭감 방침을 통보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25~26일부터 삭감된 내년도 배송 단가가 적용된다. 하루 평균 배송 개수가 300개인 택배 기사 수입은 경우에 따라 한 달 최대 160만원 이상 줄어들 수 있다. 쿠팡 택배 기사 단체 SNS 대화방에서는 “일을 시켰으면 돈을 줘야지. 누굴 X호구로 아나나”, “단가 적용되면 쿠팡을 떠나야겠다, 사람 귀한 줄 모른다”는 등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단가 삭감이 ‘형평성과 공정성 확립’이라는 쿠팡CLS

쿠팡CLS는 최근 ‘2024년 단가 조정 협의의 건’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다수 택배 영업점에 발송했다. 메일엔 ‘배송 난이도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해, 어려운 지역 인상을 포함, 수수료를 조정하고자 한다’고 적혔다. 단가 인상과 인하 등 합리적 조정 절차를 통보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쿠팡CLS와 협의했던 수도권의 A 영업점 대표는 “대부분 지역이 삭감 대상”이라고 말했다.
쿠팡CLS가 보낸 A 영업점 단가 조정(안)을 보면 전체 30개 구역 중 인상 지역은 단 두 곳뿐이다. 나머지 28개 지역은 모두 삭감 대상이 됐다.

인상률은 낮고, 삭감률은 높다. A 영업점에서 배송 단가가 인상된 두 곳의 인상 폭은 5% 남짓인 데 반해, 나머지 28개 지역 삭감률은 최소 10%에서 최대 27%에 달한다.

인상된 두 곳은 빌라·단독주택 밀집 지역이라는 게 A 영업점 대표의 설명이다. 기사들 사이에서는 ‘올지번’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언덕이 많은 빌라 지역이라 배송 난도가 높은 데 반해 배송 물량은 적어 기사들이 꺼리는 곳이다. 주간 배송 단가 910원이었던 이곳은 50원 올라(5.4% 인상) 960원이 됐다.

A 영업점이 배송하는 나머지 28개 지역 단가는 삭감됐다. 아파트 단지가 한 곳 이상 포함된 곳이 대부분이다. 인상 지역보다 배송 규모가 월등히 큰 지역들이 모두 삭감 대상이 됐다. 개당 850~900원이었던 배송 단가는 100~250원 삭감돼 최저 650원으로 주저앉았다.

A 영업점은 쿠팡CLS로로부터 받은 배송비에 수수료 100원을 차감한다. 기존 900원일 때 택배 기사가 받는 배송 단가는 개당 800원이었다. 삭감안이 적용되면 택배 기사 몫은 배송 단가 650원에서 수수료 100원을 뺀 550원이 된다.

A 영업점 B 배송구역(주간, 000_C·D, 일 물량 300개, 영업점 수수료 100원 제외) 담당 기사 수입은 월 624만원에서 462만원으로 161만원 줄어들 수 있다.

쿠팡CLS 측은 단가 삭감과 관련 “노선 특성에 따른 형평성과 공정성을 갖춘 수수료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배송 난이도 등을 고려, 수수료를 합리적으로 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익 재분배 나선 쿠팡CLS

쿠팡CLS는 ‘형평성과 공정성을 갖춘 수수료 체계’ 수립이라고 포장하지만, 갑인 쿠팡CLS가 을(영업점)과 병(택배 기사) 수익을 강제 환수하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

쿠팡CLS와 계약을 맺은 영업점, 영업점과 계약을 맺은 택배 기사 수입은 최근 꾸준히 상승해 왔다. 쿠팡이 온라인쇼핑 시장 점유율을 늘리면서 로켓배송 물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A 영업점 B 구역의 경우, 연초 배송 물량은 5천5백개 수준이었는데, 10개월 뒤인 지난달 배송 물량은 7천개 가량으로 약 27% 늘었다. 쿠팡CLS가 통보한 B 구역 단가 인하 폭과 배송 물량 증가 규모가 일치한다.

최근 쿠팡CLS와 단가 협상을 한 서울지역 C 영업점 대표는 “본사(쿠팡CLS)에서는 ‘택배 기사 수입은 줄어들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배송 단가가 줄지만 내년도 배송 물량이 늘어날 테니 수입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쿠팡 택배 기사들이 “누굴 X호구로 아냐”고 반발하는 지점이다. 택배 기사 소득은 저절로 늘어나지 않는다. 더 빨리, 더 많은 로켓배송을 해야 딱 그만큼만 소득이 늘어날 뿐이다. A 영업점 B 구역 물량이 10개월 사이 2천개 늘어났지만, 배송 기사가 추가로 배치된 적은 없다. B 구역 배송 기사 한 명이 노동 강도를 높여 늘어난 물량을 소화한 대가로 소득이 늘어난 것이다.

택배산업 고질병인 단가 하락 부작용이 쿠팡CLS에서 반복되는 모양새다. 온라인쇼핑이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던 2003년 택배 단가는 개당 3,200원 선이었다. 10년 뒤인 2013년에는 2,400원이 됐고, 2018년 2,200원까지 꾸준히 하락했다. 늘어난 택배 물량을 수주하기 위해 택배사끼리 경쟁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선 탓이다.

같은 기간 택배 기사 수입은 오히려 늘어났는데, 가격 하락보다 배송 물량 증가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택배 기사들은 주당 72시간씩 배송하며 가격 하락을 만회하며 소득을 끌어 올렸다. 20여명의 택배 기사는 이 과정에서 과로사로 생을 달리했다.

택배 기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했고 사회적 합의가 도출됐다. 택배 기사 노동 시간을 60시간 이내로 한정했다. 노동 시간을 줄이기 위한 비용은 소비자와 택배사가 나눠 부담했다.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던 택배 배송 단가는 사회적 합의가 나왔던 2021년에서야 상승세로 돌아섰다. 택배 단가 인상은 배송 기사들의 목숨이라는 매우 값비싼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얻은 교훈이었다.

쿠팡CLS는 사회적 합의 1년 뒤인 2022년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는 이유로 관련 규정 준수를 거부하고 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이주한 변호사는 “쿠팡의 단가 삭감은 택배 과로사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몰각하는 행위”라며 “쿠팡의 시장 지배력이 늘어날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배송 단가 삭감으로 쿠팡CLS 수익성은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쿠팡CLS와 간접 계약 관계에 있는 택배 기사는 대략 1만5천명 규모로 추정된다. 택배 기사 한 명이 하루 300개를 배송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배송 규모는 16억4천만개다. 쿠팡CLS가 이들에게 지급하는 배송료를 개당 50원씩만 줄여도 연간 820억원 규모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쿠팡CLS 매출은 7,684억원 규모였다. 단가 삭감으로 연 매출 10%에 달하는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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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어디까지 믿어도 될까요? 여론조사 회사 대표의 답은…

[박해성의 여의대교] '여론조사 정치'의 함정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 의하면 70%에 가까운 국민이 사형제도의 존치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현 단계에서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은 여전히 이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5일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사형제 폐지에 대해 밝힌 입장입니다. 자신의 소신이 옳다는 근거로 여론조사 수치를 제시한 겁니다. 어느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론조사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조 후보자가 인용한 결과는 일상적인 시기에 조사된 내용이었을까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온 잔혹한 범죄가 발생한 시점에 이루어졌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여론조사 결과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서입니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선거에 관한 여론조사가 늘어나는 시점입니다. '이것 봐, 여론조사 결과가 이렇게 나왔잖아. 내 생각이 맞았어'라는 반응도 있고, '‘이게 말이 돼? 여론조사는 도대체 믿을 수가 없어'라는 부정적 인식도 있습니다. 우리가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올바르게 해석하려면 어떤 관점을 가지는 게 좋을까요? 

 

올해 초 방영된 JTBC의 <대행사>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배우 이보영 씨가 원톱 주연을 맡아 유능한 광고대행사 임원 역할로 출연했습니다. 이중 여론조사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9회 방영분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광고의 힘으로 불구속 수사 원칙을 지지하는 여론을 조성해 비리 혐의로 구속된 대기업 총수를 보석으로 풀려나게 한다는 게 큰 줄거리입니다. 

 

드라마 내용은 이렇습니다. 먼저 23년간의 억울한 감옥살이 끝에 무죄로 출소한 사람을 찾아 인터뷰합니다. '법은 완벽하지 않습니다'라는 공익광고 느낌의 카피를 만들어 거리 곳곳에 노출합니다. 매수한 변호사 등 법조 전문가들을 TV 프로그램에 출연시켜 구속수사의 부당성을 원론적으로 설파합니다. 저의 관심사인 '여론조사'는 바로 이 타이밍에 진행됩니다. '여론이 숙성되었다'고 판단한 시점에 실시된 조사에서 10명 중 8명이 구속수사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발표되죠. 사회적 압박을 느낀 담당 판사는 결국 대기업 회장의 보석을 허가하게 됩니다. 

 

'밴드왜건 효과'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유행 동조나 편승을 일컫는 말로, 다수의 선택을 무작정 따르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악단을 선도하며 요란한 연주로 사람들을 우르르 몰고 다니던 악대차(band wagon)에서 유래했습니다. 드라마에서 구속된 대기업 회장이 광고대행사를 통해 막대한 돈과 물량을 쏟아부은 이유도 본인에게 유리한, 대세 추종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자 한 것입니다. 

 

선거에서는 흔히 '1위 후보 쏠림 현상'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우세하다고 여겨지는 후보 쪽으로 유권자들의 표가 더 집중된다는 의미입니다. 대부분 언론이 후보의 지지율과 함께 1위, 2위, 3위 등 순위를 매기는 '경마식 보도'를 하죠.

 

 

 

 

 

밴드왜건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가시적이고 직접적인 효과라면, 여론조사가 가진 좀 더 은밀하고 간접적인 차원의 영향력도 있습니다. 프라이밍(priming), 즉 점화 효과라고 합니다. 심리학의 관점으로 설명하자면, 어떤 자극에 먼저 노출이 되면 이미 그 사람의 기억 속에 있는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증가하는 현상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2000년 11월 7일 미국 대통령선거에 민주당의 앨 고어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가 후보로 출마했습니다. 부시가 전국 득표수에선 패배했으나 선거인단에서 5표 차로 승리해 겨우 당선됐던 치열한 선거였습니다. 그런 만큼 양 진영은 막판 네거티브 캠페인에 화력을 집중했는데요,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들이 고어의 정직성, 그리고 부시의 경험 부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는 데 두 캠프 모두 주목했습니다. 

 

2000년 10월에 실시된 갤럽(Gallup)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앨 고어가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질문 자체가 정직성의 문제에 관심을 두게 함으로써 프라임(prime, 점화)으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러한 프레임에 노출된 응답자들은 후보자를 평가할 때 무의식적으로 고어에게 불리한 이슈인 정직성을 고려하게 되므로, 갤럽의 조사가 유권자들의 투표 결정에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자체가 후보자를 보는 렌즈를 만들었다'는 얘기입니다. 

 

2008년의 사례도 들어보겠습니다. 미국 공화당의 존 매케인과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가 맞붙은 대통령선거입니다. 이 시기 진행된 한 연구는 참가자들이 먼저 '힘'과 관련된 단어(예컨대 power, force, strong) 또는 '연민'과 관련된 단어(caring, kindness, sensitive)를 접하도록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이후 각 후보자를 평가하도록 요청했더니 '힘'의 단어에 프라이밍 된 사람들은 매케인을, '연민의 단어에 프라이밍 된 사람들은 오바마를 더 호의적으로 평가했다고 합니다.

 

조사기관의 성향도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여론조사 A는 진보 기관이다', '여론조사 B는 보수 기관이다' 등의 평가와 더불어 결과를 해석하기도 하는데요, 이를 '하우스 이펙트(House Effect)'라고 합니다. 여론조사를 의뢰·수행하는 기관의 성향이 결과의 편향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론조사 시기의 선택뿐 아니라 질문의 주제나 내용, 순서 등이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의도했을 수도, 의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요.

 

여러 복잡한 용어를 소개하며 설명했습니다만, 요약하자면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수의 정치(arithmetic politics)'라는 관점에서 여론조사를 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만약 사형제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국민 다수가 폐지에 찬성했다면,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는 자신의 의견을 바꾸었을까요? 아뇨, 그저 조사결과를 조용히 무시하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다른 사례나 근거를 들었겠죠. 

 

우리가 옷 한 벌을 살 때도 가격표를 보고 브랜드, 디자인, 소재, 사이즈 등을 꼼꼼히 따져 구매를 결정하듯이 여론조사도 언제, 누가, 무슨 주제로, 어떤 방법으로 조사했는지 배경을 이해하고 결과를 해석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여론조사를 사회적인 의견을 측정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 정도로 인식하고 똑똑하게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무작정 부정하기만 한다면, 숫자는 슬그머니 신의 자리에 올라 우리 생각을 지배하게 될 테니까요.

 

ⓒpixabay.com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는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선거, 빅데이터, 공공정책 분야의 컨설턴트입니다. 2019년부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2년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지역산업·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아 국가적 과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업인으로서, 비판적 시민으로서의 감수성과 현실을 직시하는 균형감각을 신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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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검찰 공화국’ 말이 나오는 실정...국민이 어떻게 보겠나"

  •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3.12.07 07:36
  •  
  •  댓글 0
 

방송·통신 전문성 일천한 ‘윤석열 검찰선배’ 김홍일, 방통위원장 지명

조선일보도 “꼭 이렇게 해야 하나” 검찰 편중 인사 비판

서울신문은 민주당 탓… “민주당 끝없이 발목 잡는 형국”

▲ 2023년 12월6일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사진=대통령실

검찰 출신 방송통신위원장이 등장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직속 상사였던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제안을 고사하자 직접 전화를 해 설득했다고 한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자리에 검찰 출신 인사가 임명되자 진보언론은 물론 조선일보마저 “꼭 이렇게 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울신문은 현재 방송시장이 정상이 아니라며 민주당이 김 후보자를 반대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6일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홍일 씨는 충남대 법대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짙다. 그는 윤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수2과장이었을 때 직속 상사인 중수부장으로 있었다.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틀이 큰 사람’이라고 지칭하고, 가장 존경하는 검사 선배로 꼽는다고 소개했다. 김 후보자는 임명 후 “국민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공정한, 독립적인 방송·통신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12월7일 조선일보 3면.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검찰 출신 인사를 요직에 앉힌 것에 대한 우려가 정치권은 물론 언론에서도 나온다. 7일 아침신문에선 신문사 성향을 가리지 않고 관련 비판이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3면 <방통위원장에 김홍일 권익위원장> 기사에서 “김 후보자는 지난 7월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돼 전임 전현희 전 위원장 시절 윤석열 정부와의 갈등을 봉합하며 조직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며 그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했지만, 사설에선 강한 비판을 내놨다.

▲12월7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방통위원장까지 검사 출신, 꼭 이렇게 해야 하나> 사설을 내고 “검사 출신이라고 방통위원장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에 관한 규제와 함께 이용자 보호, 방송의 독립성 보장 등의 업무를 하는 기관이다. 이용자 보호와 독립성 보장은 국민이 보기에 그럴 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인물이 방통위원장이 될 때 더 잘 지켜질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지금 이상인 부위원장이 판사 출신”이라며 “역대 위원장 7명 중 4명이 언론인 출신이었지만 별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방송사 재승인 점수 조작 같은 범죄가 벌어진 것은 변호사 출신 한상혁 전 위원장 때”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이동관 전 위원장 탄핵을 추진한 민주당에 일차적 원인이 있다면서도 “이미 현 정부 들어 과거엔 검사들이 가지 않던 자리에 검찰 출신이 임명돼 ‘검찰 공화국’이란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사들이 줄줄이 요직에 들어가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보겠나”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은 임기 초반 ‘검사 출신 인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에 ‘필요하면 더 하겠다’고 했다. 아직도 그런 마음가짐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12월7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 역시 사설 <방통위원장 인사 무리하다>에서 “대통령 측근으로서의 중립성 독립성 문제만 아니라 권익위원장 업무 수개월 만의 자리이동, 내각 돌려막기 등 여러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 인사의 적합성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다”며 김홍일 후보자에 대한 비판을 내놨다.

한국일보는 “김 후보자는 대검중수부장 시절 중수2과장이던 윤 대통령의 직속상관으로, 대통령실 설명과는 달리 대통령의 의중, 여권의 논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더욱이 권익위원장 업무를 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시기에 방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변칙 인사의 전례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가뜩이나 총선을 앞두고 장차관 차출설 등으로 뒤숭숭한 마당에 대통령이 나서서 내각의 안정성을 해치는 인사를 할 필요성이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12월7일 한겨레 3면.

한겨레는 3면 <방송·통신분야 전문성 전혀 없는데도… ‘검찰 직속상관’ 기용> 보도에서 “김 후보자가 방송·통신 분야 전문성이 전혀 없는데다, 윤 대통령의 검찰 선배이자 대선캠프 출신이라는 점에서 방통위 독립성 훼손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12월7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검찰 출신 방통위원장이 방송 개혁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사설을 통해 “김 후보자가 방송 개혁을 책임질 적임자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 후보자가 방송·통신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세계일보는 “방통위에는 각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충돌하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며 “윤 대통령의 ‘측근 편중’ 인사가 재연된 것도 문제”라고 했다.

▲12월7일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방통위원장 김홍일 또 검사·돌려막기>라는 강한 어조의 1면 헤드라인을 꼽았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연이은 검찰 출신 중용, 5개월 만의 장관급 ‘돌려막기’ 인사의 적절성을 두고 지명 직후부터 논란이 거세다”며 “김 내정자는 검찰 재직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공모, 다스 차명재산 의혹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이력이 있다”고 했다.

▲12월7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이동관 뺀 자리에 ‘특수통 김홍일’, 방송 장악 계속할 셈인가> 사설에서 “어디에도 김 내정자가 방통위원장이 돼야 할 적법한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가짜뉴스 색출에 혈안이 된 현재 방통위에 견줘본다면, 김 내정자 업무 관련성은 방송사 수사·제재밖에 없는 듯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공석 닷새 만에 서둘러 ‘제2의 이동관’을 내세울 게 아니라, 방통위의 5인 합의기구를 복원하는 데 힘써야 한다. 검찰 출신만이 ‘균형 있는 감각을 갖고 있다’는 아집에서 벗어나 김 내정자 지명을 철회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12월7일 서울신문 사설.

주요 일간지의 반응이 부정적인 가운데, 서울신문은 김홍일 후보자에 대한 비판 대신 야당 비판에 나섰다. 서울신문은 사설 <방송 정상화 가로막는 ‘방탄 탄핵’ 더는 없어야>에서 “(김 후보자 내정 배경은) 이 전 위원장의 중도하차가 민주당의 부당한 공세로 초래된 일이고, 공정한 방송 환경을 조성하고 관리해야 할 방송통신위를 오랜 기간 식물기관으로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인 것”이라며 “취임 100일도 안 된 방통위원장이 물러나고 다시 새 후보자를 내세워야 하는 작금의 상황은 결코 정상이라 하기 어렵다. 그 원인을 민주당이 제공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방송 현한이 산적해있기 때문에 조속한 방통위원장 선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방송통신위는 이미 기능 중단 상태에 빠져 있다… 방송통신위가 해결해야 할 일은 쌓여 가는데 민주당이 끝없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라며 “편향된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고 가짜뉴스를 엄단하려는 노력은 한시도 멈춰선 안 된다. 그 중심에 있는 방송통신위의 기능 정상화를 막아서는 민주당의 속내에는 친야 방송 체제로 내년 총선까지 치르겠다는 정치적 목적이 도사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차별 방탄 탄핵으로 비정상의 정상화 노력을 가로막아 과연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9월14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앞에서 검찰 압수수색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의 뉴스타파 대표 압수수색… 경향 “민주화 이후 전례 없는 일”

6일 검찰이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김 대표가 ‘신학림-김만배 인터뷰’에 개입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김 대표가 올해 1월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김만배 씨의 돈거래 사실을 인지했다고 보고 있으나, 이는 기사가 나온 후다. 뉴스타파는 “언론 자유를 탄압하는 폭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12월7일 동아일보 12면.

동아일보·국민일보·서울신문 등 일간지는 이번 압수수색에 대한 특별한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검찰과 뉴스타파 입장을 건조하게 전달했다. 동아일보는 12면 <檢, ‘대선 여론조작 의혹’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압수수색> 기사에서 “검찰은 김 대표가 신 전 위원장과 공모해 지난해 대선 사흘 전인 3월 6일 윤 대통령에 대한 허위 인터뷰를 보도했다고 보고 있다”며 “검찰은 김 대표가 보도 여부를 단순히 승인하는 수준을 넘어 사실을 왜곡하는 데 적극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둘 간 대화에는 김 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김 대표가 인지하고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12월7일 경향신문 10면

반면 경향신문은 10면 <검, 뉴스타파 대표 집 압수수색 언론사 대표 상대론 ‘사상 초유’> 보도에서 “검찰이 기사와 관련해 언론사 대표의 자택까지 압수수색한 것은 민주화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12월7일 한겨레 5면.

한겨레도 5면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 검찰, 뉴스타파 대표까지 압수수색>에서 “보도를 문제 삼아 언론사 대표의 주거지까지 압수수색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며 “검찰이 기사 작성자인 기자에 이어 언론사 대표까지 수사대상으로 삼으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2월7일 한겨레 사설.

또 한겨레는 사설 <대통령 명예회복 위해 언론사 대표까지 압수수색하나>를 내고 “국민을 위해 쓰라고 검찰에 준 막강한 권한(수사권)을 대통령을 위해 쓰고 있다는 지적에 검찰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라며 “검찰권 남용을 제어해야 할 법원이 이런 압수수색 영장을 쉽게 발부해주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수사의 원칙은 강제수사가 아닌 임의수사”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검찰의 무분별한 압수수색을 막는 게 법원이 해야 할 일”이라면서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빈말이 아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12월7일 국민일보 6면.

요소수 대란 재현될까… “정부, 안이했다”

요소수 대란이 2년 만에 재현될 위기에 처했다. 중국이 요소수 수출을 통제하면서 공급 불안이 시장을 덮친 것이다. 국민일보는 6면 <요소수 수입에서는 스스로 부담과 한다더니… 中 의존 악순환 딜레마>에서 “정부가 ‘요소 딜레마’에 빠졌다. 2021년에 이어 2년 만에 중국발 요소 수급 문제가 불거졌지만 값싼 중국산 요소를 대체할 공급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현재 국내 요소는 전량 수입하고 있다. 2021년 요소 대란 직후 일부 업체가 베트남과 중동으로 수입선을 바꿨다가 품질과 가격이 우수한 중국산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12월7일 경향신문 2면.

경향신문은 아직 요소수 대란이 현실화되진 않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2면 <품절 우려 없다는데… 몸값 뛰는 요소수>에서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등록된 전국 요소수 판매 주유소 3410곳 중 약 100곳에 요소수 재고 물량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물류센터가 몰려 있어 화물차 이동이 많은 경기도 일대 총 844곳 주유소 중 요소수 재고가 없는 곳은 28곳”이라며 “전국 주유소에서 요소수가 동난 곳은 2.93% 정도로 사재기나 대단위 품절을 우려할 정도는 아닌 상황”이라고 했다.

▲12월7일 경향신문 사설.

다만 정부가 2021년 요소수 대란을 겪고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은 문제로 꼽힌다. 경향신문은 사설 <재연된 ‘요소수 사태’, 2년전 대란 겪고도 안이했던 정부>에서 “수개월 전부터 중국의 요소 수출제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었는데도 정부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요소 공급이 끊기면 국내 산업 전체가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 그 중요한 자원을 사이도 좋지 않은 중국에 의존하는 것 자체가 안이하다. 요소수 수급은 시장에 맡겨선 해결하기 어렵다. 국내에 생산 공장을 국영으로라도 짓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2월7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요소수 대란 겪고도 심해진 중국 의존, 일부 국내 생산 불가피> 사설을 내고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기만 하면 국내 교통·물류망이 마비되고 관련 공장이 멈춰 서야 할 정도로 민감한 요소수 문제를 단순히 경제성 논리로만 따져서는 안 된다”며 “비용은 더 들더라도 경제 안보 차원에서 믿을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선일보는 “단지 채산성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생산이 끊어진 물질에 대해서는 전략적 관점에서 최소한의 국내 생산이 가능한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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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기자melancholy@mediatoday.co.kr

#김홍일#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검찰#윤석열#선배#서울신문#요소수#대란#뉴스타파#김만배#신학림#김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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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4억 원 쏟고 29표...정부와 언론의 사기극, 그냥 둬야 하나

23.12.06 13:26l최종 업데이트 23.12.06 13:26l


[언론비평] 한국 언론의 부산 엑스포 보도, 일제 시일본에 '대본영 발표'와 '발표 저널리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본영은 일본제국이 침략 전쟁을 지휘하기 위해 설치한 군 총사령부입니다. 대본영은 태평양전쟁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846차례 발표를 했습니다. 초반 승전 때는 사실 중심으로 발표했지만, 점차 전황이 불리해지면서 뻥튀기 조작 발표를 일삼기 시작했습니다.


'대본영 발표' 베끼며 태평양전쟁에 부역한 일본 언론

한 예로, 대본영은 1944년 10월의 대만 항공전 때 일본군이 미군 항공모함 19척을 격침했다고 공표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론 항모 4척에 작은 피해를 준 데 그쳤습니다. 태평양전쟁 전 기간에 손실된 미 항모가 모두 11척이었으니, 당시 대본영의 정보 조작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만합니다. 그런데도 일본 언론은 이런 대본영의 왜곡·조작 발표를 의심도 확인도 하지 않고 그대로 전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심지어 왜곡·조작인지 알면서도 국익을 위해, 회사 이익을 위해 대본영 발표를 대서특필했습니다.

일본에서 발표 저널리즘이라는 용어를 처음 쓴, 하라 도시오 전 <교도통신> 사장은 발표 저널리즘의 폐해가 가장 크게 나타났던 사례로, 대본영 발표를 그대로 보도해 일본 국민을 전쟁으로 내몬 일을 꼽은 바 있습니다. 이런 보도가 결과적으로 전쟁을 돕는 꼴이 됐다는 점에서 당시 일본 기자들은 비(B), 시(C)급 전범에 해당할 정도라고 비판했습니다.

대본영 발표식 보도와 다름없는 한국의 부산 엑스포 보도
 
'"49대 51까지 쫓아왔다"… 2차 투표서 사우디에 역전 노려'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2023년 11월 24일자 보도와 '"49대51까지 따라왔다"… 결선서 대역전극 'BUSAN is Ready''라는 제목의 <매일경제> 2023년 11월 21일자 보도
▲  '"49대 51까지 쫓아왔다"… 2차 투표서 사우디에 역전 노려'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2023년 11월 24일자 보도와 '"49대51까지 따라왔다"… 결선서 대역전극 'BUSAN is Ready''라는 제목의 <매일경제> 2023년 11월 21일자 보도
ⓒ 조선일보,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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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지금도 실제 상황과 다른 정부나 기관, 기업 등의 거짓 발표를 '대본영 발표'라고 부릅니다. 상황이 나쁘거나 나빠지고 있는데도 좋다거나 좋아지고 있다고 호도하는 걸 가리키는 관용어로 굳어진 것이죠. '발표 저널리즘'이란 용어에는 대본영 발표를 그대로 답습한 일본 저널리즘에 대한 반성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언론계에서 대본영 발표와 발표 저널리즘이라는 두 용어를 함께 쓰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 발표를 확인 없이 함부로 쓰면 '큰코다친다'라는 걸 경계하기 위한 것입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 '119 대 29'로 참패한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전을 취재했던 우리나라 언론의 보도 아니 보도가 아니라 '홍보'를 보면서, 대본영 발표라는 단어가 문뜩 떠올랐습니다. 표결 전에 우리나라 주요 언론이 전한 엉터리 보도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대본영 발표 보도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니, 오히려 대본영 발표식 보도보다 훨씬 더 못했습니다. 엑스포 참사에 부역한 죄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본영은 거짓이지만 공식 발표라도 했고, 당시 일본 언론은 그걸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하지만 이번 부산 엑스포 기사는 공식 발표도 아닌 정부 또는 재계 관계자의 거짓 정보를 충실하게 옮기는 데 급급했습니다. 정부의 거짓을 신뢰만 했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검증하지도 않았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대본영 발표를 베껴 쓴 가짜뉴스에 관해 전후에 대대적으로 반성이라도 했지만, 우리 언론들은 엑스포 가짜뉴스 남발 뒤 반성의 낌새도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 최고의 신문'이라고 자화자찬하는 <조선일보>는 투표 며칠 전 "49 대 51까지 쫓아왔다...2차 투표서 사우디에 역전 노려"라고 대서특필(11월 24일 자)하더니 참패로 드러나자, 정부의 정보력 부족과 소통 부재를 탓하며 책임을 은근슬쩍 다른 데로 떠넘겼습니다. 조선일보뿐 아니라 대다수 주요 신문과 방송은 참패 뒤에도 '석패',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운운하며 반성 없는 후안무치의 태도를 보였습니다.

최대 피해자는 국민, 최고 수혜자는 한덕수 총리?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한덕수 국무총리, 박형준 부산시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8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 발표 상황을 지켜보며 탈락에 아쉬워하고 있다.
▲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실패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한덕수 국무총리, 박형준 부산시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8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 발표 상황을 지켜보며 탈락에 아쉬워하고 있다.
ⓒ 사진제공 총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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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쓴 예산은, 지난해 2516억 원, 올해 3228억 원 모두 5744억 원입니다. 이 많은 돈을 퍼부으며 고작 29표를 얻었으니 한 표당 198억 원을 쓴 셈입니다. 이마저 국비만 계산한 것입니다. 부산시에서 쓴 지방비와 기업들이 쓴 돈까지 합치면 푯값은 더욱더 상승할 겁니다.  

엑스포 유치가 참패로 끝나면서 바로 사과를 했다고 해서 윤 대통령이 엑스포 참사의 최대 피해자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인데, 실은 국민이 최대 피해자입니다. 민생고에 허덕이며 낸 혈세가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하고 낭비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요. 관가에서는 대표적으로 엑스포를 기화로 나랏돈을 펑펑 쓰며 그동안 못 다녔던 세계 곳곳을 여행한 한덕수 총리와 엑스포 유치 활동을 총괄 지휘하며 호가호위했던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관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부산 엑스포 지지를 호소한답시고 여간해서 가기 어려운 몰타와 안도라를 방문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예외가 아닙니다.

윤 대통령이 잦은 해외 순방을 하며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거센 비난을 받지만, 한덕수 총리도 그보다 더하면 더 했지 못하지 않은 여행을 했음이 확인됐습니다. 총리실 누리집을 보면, 한 총리는 지난해 취임 이후 1년 6개월 동안 13차례 해외 순방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5번, 올해 8번입니다.

그중에서 엑스포 유치를 명분으로 나간 것만 10차례이고, 올해 10월 이후만 4차례 2주에 1번꼴로 나갔습니다. 프랑스는 무려 5번이나 방문했습니다. 참고로, 문재인 정권 때 총리를 역임한 이낙연(2017~20년 1월) 총리는 12회, 정세균 총리(2020년 1월~21년 4월) 1회, 김부겸 총리(2021년 5월~22년 5월) 1회 해외 순방을 했습니다.

정부·국회는 유치 활동 실패 책임 묻고, 언론은 오보 반성해야
 
11월 2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청사 외벽에 걸려 있던 엑스포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  11월 2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청사 외벽에 걸려 있던 엑스포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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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언론이 이인삼각으로 벌인 사기극의 실태가 표결로 확인되면서 전 국민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혈세를 펑펑 쓰며 누가 어디서 어떤 장난을 했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게 거의 없습니다. 한 총리를 비롯한 정부 각료들이 세계 곳곳을 누빈 것이 엑스포 유치를 위한 고난의 행군이었는지 엑스포 유치를 빙자한 여행 놀음이었는지 여전히 구름 속에 가려 있습니다.

지금 많은 사람이 매우 궁금해합니다. 왜 그토록 많은 돈을 퍼붓고도 겨우 29표밖에 얻지 못했는지, 이런 참사를 낳은 원인과 책임자는 누구인지, 대통령이 사과했는데도 물러나겠다고 나서는 부하는 왜 아무도 없는지, 언론은 누구 말을 듣고 금세 들통날 가짜뉴스로 도배했는지 등등 말입니다. 심지어 4일 이뤄진 개각에선 외교부에서 엑스포 유치 활동을 책임졌던 오영주 2차관이 문책은커녕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발탁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치권과 언론은, 국민의 준엄한 물음에 응답할 책임이 있습니다. 정부가 스스로 참사의 실태를 밝히는 게 최선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국회가 국정조사라도 해서 엑스포 참사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치고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언론도 이런 엄청난 오보가 나온 원인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언론도 부산 엑스포 패전의 비(B), 시(C)급 전범 정도 죄를 범했다는 비난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시민언론 <민들레>에도 실립니다.

 

태그:#한국언론, #부산엑스포, #발표저널리즘, #대본영발표표, #한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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